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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 학생, 캐나다서 5·18 세계에 알린다

    광주 학생, 캐나다서 5·18 세계에 알린다

    광주의 5월 정신이 북미 대륙 한복판에서 울려 퍼진다. 광주 학생들이 5·18 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캐나다 토론토에서 사진전과 플래시몹 공연을 열고, 광주의 역사와 민주주의 가치를 세계에 알린다. 광주시교육청은 오는 12일부터 23일까지 10박12일 일정으로 미국·캐나다 국제교류 프로그램 ‘책으로 세계로’를 운영하며, 이 일환으로 18일 토론토 네이슨필립스광장에서 대규모 5·18 기념행사를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올해로 2회를 맞는 ‘책으로 세계로’는 광주 학생들이 독서와 국제문학 탐방을 통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시교육청은 ‘다시 책으로, 다함께 책으로’ 프로젝트 우수 참여자를 대상으로 고등학교 2학년 학생 20명을 선발했다. 학생들은 이날부터 23일까지 10박 12일 동안 미국과 캐나다를 돌며 세계 문학 거장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앨리스 먼로의 문학 유산을 탐방하고 다양한 문화교류 활동을 펼친다. 주요 일정으로는 ▲애틀랜타 한국문화원 최응윤 영사 접견 및 한국교육원장 강연 ▲조지아텍·에모리대·토론토대 등 현지 대학 방문 및 학생 교류 ▲한국어·한국문학 포럼 ▲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를 통한 학생 주도 ‘5·18 정신’ 강연 ▲K-컬처 공연·K-문학 강연 ▲헤밍웨이 박물관 방문 ▲토론토 공공도서관 앨리스 먼로 특강 등이 준비됐다. 특히 5·18 기념행사에서는 ‘위대한 유산 : 5·18 그날의 기록과 진실’ 사진전을 열고, 토론토의 ‘타임스스퀘어’로 불리는 던다스광장에서 5·18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담은 플래시몹 공연도 선보인다. 이와 함께 5·18민주화운동 영문판 문고 10일간의 항쟁 책자를 현지에서 배포해 5월 광주의 정신을 세계에 알릴 계획이다. 이정선 교육감은 “이번 국제교류 활동은 학생들에게 한국 문학과 한국어를 세계에 소개하고, 국제적 감각과 역사적 자긍심을 키우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꿈과 역량을 한층 더 확장하는 값진 경험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 광주시교육청 ‘노벨 문학의 길을 가다’ 운영

    광주시교육청 ‘노벨 문학의 길을 가다’ 운영

    광주학생들이 헤밍웨이, 앨리스 먼로 등 대문호의 발자취를 따라 미국과 캐나다로 떠난다. 광주시교육청은 오는 5월 ‘노벨 문학상의 길을 가다! 플로리다 & 토론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세계 인문고전 문학기행’으로 하나로 운영되고 있는 ‘책으로 세계로’ 프로그램이다. ‘책으로 세계로’는 지난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 명작을 남긴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생가 등을 둘러보며 그의 작품을 재조명했으며 올해는 광주출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발자취를 더듬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시교육청은 독서 마라톤 참여 우수자 등 여러 독서 프로그램 참가자를 대상으로 학교별 추천을 받아 참가 학생을 선발할 예정이다. 참가 학생은 10박12일 일정으로 미국 플로리다, 캐나다 토론토 등을 둘러보며 1954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미국 문학의 거장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2013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현대 단편소설의 대가 앨리스 먼로 등을 기리는 박물관, 작품 속 배경 등을 체험한다. 또 조지아 대학교, 사우스 플로리다 템파 대학교 등에서 현지 학생들과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으며 5·18민주화운동을 알릴 예정이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은 “독서교육 내실화 프로젝트 ’다시 책으로, 다 함께 책으로‘를 통해 학생들이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고, 독서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한다”며 “우리 학생들이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자신의 꿈을 키우고 실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노벨상 작가 먼로, 9살 딸 성폭행한 새 남편 묵인” 충격 폭로

    “노벨상 작가 먼로, 9살 딸 성폭행한 새 남편 묵인” 충격 폭로

    단편 소설 작가로는 세계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캐나다 작가 앨리스 먼로에 대한 딸의 폭로가 충격을 주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먼로의 딸 앤드리아 로빈 스키너는 이날 캐나다 일간지 토론토 스타에 게재한 글에서 “어릴 적 의붓아버지에게서 성학대를 당했고 어머니 먼로는 그 사실을 알고도 의붓아버지 곁에 남았다”라고 주장했다. 친아버지와 살던 스키너는 아홉 살이던 1976년 여름, 캐나다 온타리오에 있던 친어머니 먼로의 집을 방문했다. 어느날 밤 먼로와 같이 살던 의붓아버지 제럴드 프렘린은 스키너가 자고 있던 침대로 올라와 추행했다. 스키너는 이를 “성적으로 폭행했다(sexually assaulted)”고 표현했다. 스키너는 원래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와 새어머니에게 말했지만, 아버지는 먼로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 그 후 몇 년 동안 스키너는 프렘린과 몇 번 더 만났다. 스키너는 그 일 이후 오랫동안 후유증을 앓았다. 그는 “폭식증, 불면증, 편두통에 시달렸고, 25세가 되자 너무 아프고 공허해서 제대로 생활할 수 없었다”라고 토로했다. 먼로의 명성은 점점 더 높아졌다. 한 단편소설에서 의붓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 후 자살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리기도 했다. 스키너는 25세 때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내 모든 사실을 말했다. 먼로는 스키너를 가엾게 여기기는커녕 스키너가 마치 불륜을 저지른 것처럼 반응했다고 한다. 프렘린은 편지를 통해 자신의 성적 학대를 인정했지만, 원인을 스키너에게 돌렸다. 아홉 살이었던 스키너를 ‘가정 파괴자’라 부르며 스키너가 먼저 자신의 방에 들어왔다고 주장했다.먼로는 이 일을 모른 척하며 2013년 프렘린이 사망할 때까지 부부 생활을 이어갔다. 먼로는 “너무 늦었다. 나는 프렘린을 너무 사랑해서 그를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2000년대 초반 먼로가 프렘린을 “용감한 인물”이라고 묘사한 잡지 인터뷰를 보고 스키너는 경찰에 신고하기로 결심했다. 스키너는 2005년 경찰에 30여년 전 겪은 피해 사실을 신고했고, 온타리오주 법원은 당시 80세가 된 프렘린에게 성추행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지만 고령인 나이를 고려해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스키너는 “어머니의 명성 때문에 침묵이 계속됐다”고 토론토 스타에 썼다. 스키너는 현재 명상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어머니와는 끝까지 화해하지 못했다. 그는 어머니의 사후에 이같은 폭로를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내가 원했던 것은 진실에 대한 기록과 내게 일어난 일이 내가 마땅히 겪었어야 했던 것이 아니라는 공개적인 입증”이라고 했다. 먼로는 지난 5월 92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1972년 첫 남편과 이혼한 뒤 1976년 지리학자 프렘린과 재혼한 그는 ‘단편소설의 거장’으로 불렸다. 스웨덴 한림원은 2013년 그에게 캐나다인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수여하며 “장편소설의 그림자에 가려진 단편소설을 가장 완벽하게 예술의 형태로 갈고 닦았다”고 했다. 먼로는 노벨문학상 외에도 캐나다 총독문학상 세 차례, 캐나다 문학계 최고 권위 문학상 중 하나인 길러상을 두 차례 받았다.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맨부커 인터내셔널상도 받았다. 미국에서는 미국도서비평가협회상과 오헨리상을 받았다. 19세기 러시아 극작가이자 단편소설의 대가인 안톤 체호프에 비견되는 먼로의 작품은 일상에서 흔히 마주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모순과 갈등, 삶에 내재한 비극을 들춰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AFP는 노벨상 수상 당시 “먼로가 주로 여성에 대한 글을 썼지만 남성을 악마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는다”고 전했다.
  • 노벨문학상 파워…반나절 만에 수백 권 팔려

    노벨문학상 파워…반나절 만에 수백 권 팔려

    스웨덴 한림원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올가 토카르추크(2018년), 페터 한트케(2019년)를 10일 오후 8시(한국시간 기준) 선정한 가운데, 작가들에 관한 국내 독자들 관심도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토카르추크는 발표 직후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노벨문학상 수상작 발표 직후 두 작가 검색이 급격히 늘고, 작가들 작품이 다음날인 11일 오전 10시 기준 400권 이상 팔렸다고 11일 밝혔다. 국내에 나온 두 작가 작품은 토카르추크 2권, 한트케가 8권으로 모두 10권이다. 토카르추크 작품 가운데 ‘태고의 시간들’(사진)이 100권 이상으로 가장 많이 팔렸다. 한트케의 경우 국내 출간작이 여러 권이라 판매량이 골고루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11일 오전 10시까지 가장 많이 판매된 작품은 어머니의 자살을 다룬 ‘소망 없는 불행’(사진)이었다. 이어 1966년 세계적인 논란을 부른 희곡작 ‘관객모독’이 뒤를 이었다. 박하영 알라딘 도서팀장은 “수상 작가가 나름의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데다가, 이번 수상으로 관심과 인지도가 더욱 높아진 만큼 앞으로도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중 수상 직후 가장 많은 도서 판매 기록을 올린 작가는 2017년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다. 알라딘 측은 수상 3일 만에 1000부 이상 판매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알라딘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 기획전을 연다. 해당 저자 도서를 포함해 3만 5000원 이상 구매 독자들에게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앨리스먼로, 토니모리슨의 작가명이 담긴 커피잔을 제공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이제 나를 안아줘야 할 시간(한성희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로 12만명의 독자를 만난 정신분석 전문의 한성희 박사가 낸 신작 에세이. 자신의 경험과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어른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사는 것이 서툴고 어렵다고 느끼는 30, 40대에게 인생의 혼란기를 현명하게 건너는 방법을 들려준다. 272쪽. 1만 5000원.머나먼 섬들의 지도(유디트 샬란스키 지음, 권상희 옮김, 눌와 펴냄) 세상에서 가장 외딴곳에 떨어져 있는 50개 섬의 지도와 섬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루돌프섬, 부베섬, 생폴섬, 로빈스크루소섬 등 너무 작아서 지도 위에 표시되지 않거나 너무 외진 곳에 있어서 지도 여백 바깥으로 쫓겨나기 일쑤였던 섬을 무대로 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144쪽. 1만 9800원.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노세 나쓰코·마쓰오카 고다이·야하기 다몬 지음, 정영희 옮김, 남해의봄날 펴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그림책상을 휩쓸며 아름다운 책을 만드는 출판사로 잘 알려진 타라북스. 남인도의 바닷가 마을에 자리잡은 이 작은 출판사의 철학과 제작 비법을 탐구하기 위해 일본 작가 세 명이 2년간 인도를 방문해 심층 인터뷰했다. 304쪽. 1만 7000원.작가님, 어디 살아요?(모니카 드레이크 외 31명 지음, 오현아 옮김, 마음산책 펴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세계 문학 거장들의 발자취를 좇아 전 세계를 유랑한 기록을 모았다. 밀란 쿤데라, 스콧 피츠제럴드, 잭 케루악, 앨리스 먼로, 오르한 파무크 등 작가들의 예술혼에 불을 지핀 공간들을 소개한다. 392쪽. 1만 6000원.바다에서 건진 생명의 이름들(박수현 글, 지성사 펴냄) 30년 동안 잠수 횟수가 2100회가 넘는 사진기자 출신의 저자가 200여종의 해양생물 이름의 유래와 생물이 지닌 생태 특성을 설명한다. 저자가 바닷속에서 직접 촬영한 500여장의 사진을 통해 평소에 자주 볼 수 없었던 어류, 연체동물, 바다 포유류, 바다 파충류 등의 모습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528쪽. 3만 8000원.아빠가 읽어 주는 고전태교(박상원 엮음, 도서출판문사철 펴냄) 하루 10분 아빠가 엄마 뱃속의 아이에게 읽어 줄 만한 동양 고전을 엮었다. 저자는 아이가 건강하길 바랄 땐 ‘동의보감’과 ‘동의수세보원’을, 따뜻한 사람이 되길 바랄 때는 ‘논어’와 ‘묵자’를,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로 자라길 바란다면 ‘관동별곡’과 ‘도덕경’을 읽어 주라고 조언한다. 152쪽. 1만원.
  • 맨부커 수상 플래너건 ‘인간의 영혼 ’ 풀어놓다

    맨부커 수상 플래너건 ‘인간의 영혼 ’ 풀어놓다

    “몇 해간 좋은 작품들이 맨부커상을 받았지만 올해 수상작은 그야말로 걸작이다. 리처드 플래너건은 이 책을 쓰려고 태어난 게 아닐까. 이 책은 세계문학의 캐논(정전)으로 자리잡을 것이다.”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영국 맨부커상의 2014년 심사위원단이 호주 작가 리처드 플래너건(57)을 수상자로 선정하며 한 말이다. “사랑도 잃고 전우도 잃은 전장에서 삶을 짓누르는 경험을 떠안고 살아야만 하는 자의 트라우마를 담아낸, 그야말로 최고의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은 장편소설 ‘먼 북으로 가는 길’과 2002년 영연방 작가상 수상작인 ‘굴드의 물고기 책’(이상 문학동네)이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돼 나왔다.작가가 12년간 집필에 매달려 5개의 다른 판본을 쓴 끝에 완성한 ‘먼 북으로 가는 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태국·미얀마 간 철도건설 현장에서 살아남은 외과의사 도리고 에번스의 이야기다. 전쟁포로에서 전쟁영웅으로 부활한 그의 기억과 경험을 중심으로 사랑과 죽음, 전쟁과 진실의 세계를 그렸다. ‘죽음의 철도’라고 불리는 미얀마 철도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인도네시아를 점령하기 위해 만든 415㎞의 철도로 군인과 전쟁물자 수송을 위해 건설됐다. 지옥과도 같았던 철도건설 현장의 풍경과, 여기서 살아남은 생존자와 전범이 무감각하게 영위해 나가는 일상의 풍경이 강렬한 대조를 이루며 역사의 아이러니를 보여 준다. 작가는 일본군 전쟁포로로 이곳 현장에 동원됐던 아버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썼다.역사학을 전공한 작가는 전작에서도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인간의 영혼을 탐색하는 깊이 있는 작품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함께 출간된 ‘굴드의 물고기 책’ 역시 19세기 영국의 식민지이자 유형지였던 호주 태즈메이니아의 가혹한 현실에 몽환적 기억을 더한 환상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이자 실존 인물인 윌리엄 뷜로 굴드(1801~1853)는 영국에서 태어나 위조를 일삼다 태즈메이니아에 유배된 화가다. 그가 태즈메이니아에 갇혀 사는 동안 그곳에서 서식하는 물고기들을 그림으로 남겼는데 물고기 화첩은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작가는 사실적이면서도 인간적인 표정을 담고 있는 물고기의 그림에서 얻은 착상에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허구의 세계를 창조했다. 거리낌 없고 제멋대로인 굴드의 성격을 제외한 나머지를 작가가 새롭게 지어냈다. 소설 속 굴드는 밤마다 물이 차오르는 동굴 감옥에서 물고기를 그리면서 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써내려 간다. 영국 관리의 눈을 피해 나라를 세우려 하는 사기꾼 사령관, 죄수의 재능과 노역을 착취해 자신의 명예를 드높이고자 하는 의사, 유형지의 실제 모습을 왜곡해 역사를 날조하는 서기 등 굴드가 만들어낸 인물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역사와 환상의 경계를 능수능란하게 허물었다가 다시 포개는 작가의 솜씨가 돋보인다. 이 작품은 2001년 출간 당시 “독창적이고 도발적이며 수상하고도 아름다운 소설”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듬해 앨리스 먼로의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이언 매큐언의 ‘속죄’ 등 쟁쟁한 후보작을 제치고 영연방 작가상을 수상하며 작가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인간·문명 꿰뚫은 흡인력­…도서 판매량도 최대 급증

    인간·문명 꿰뚫은 흡인력­…도서 판매량도 최대 급증

    올해 노벨 문학상은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63)를 수상자로 호명하면서 문학의 본령에 다시 주목했다.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난 그는 다섯 살 때 해양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영국으로 이주했다. 태생은 일본이지만 유럽 문학의 정신을 수혈받았다. 스웨덴 한림원이 “제인 오스틴과 프란츠 카프카, 마르셀 프루스트를 합친 것 같다”는 평을 내놓은 이유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원폭으로 황량해진 일본을 그린 ‘창백한 언덕 풍경’(1982)부터 기억과 망각을 다룬 최근작 ‘파묻힌 거인’(2015)까지 8편의 소설을 펴낸 그는 역사소설, 과학소설, 영화·드라마 대본, 작사 등 다양한 장르를 자유로이 횡단해 왔다. 중세 유럽 도시와 2차 세계대전, 복제인간이 등장하는 미래 세계 등 다채로운 배경과 시대를 아우르며 인간의 본질을 꿰뚫고 문명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 왔다.한기욱 인제대 영문과 교수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기타 연주를 하며 음악가가 되려 했던 가즈오는 그런 음악적 열정으로 서정적인 노랫말들을 지었는데 이는 서정시를 쓰는 것과 같다”며 “그 역시 작사 작업이 소설 쓰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고백했듯, 작사 경험으로 쌓인 풍요하고 서정적인 언어 구사, 1인칭 시점 등을 통해 독자에게 인물에 대한 호소력, 서사에 대한 흡인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작가”라고 평가했다. 지난 추석 연휴 동안 국내 서점가는 가즈오의 작품을 접하려는 독자들의 발길로 분주했다. 가즈오의 경우 서사가 강한 작가인 데다 ‘남아 있는 나날’(1993), ‘나를 보내지마’(2010·네버 렛미고) 등 주요 대표작들이 영화로 옮겨진 덕에 일반 독자들이 친숙하게 다가간 것으로 풀이된다. 8일 온라인서점 예스24에 따르면 가즈오의 책은 수상 발표 직후 이날 오전까지 2616권이 팔려 수상 전 1주일(6권) 대비 판매량이 436배 상승했다. 교보문고에서는 이날 오전까지 2200부가 팔려 나갔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영업점에 재고가 모두 소진됐고 휴일이라 출판사에서 책이 안 들어와 예약이 많이 걸려 있는 상황”이라며 “택배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오는 11일 이후 판매량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예스24 조사 결과 가즈오는 2010년 이후 수상 작가 가운데 발표 이후 판매량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최근 몇 년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가운데 스토리텔링을 내세울 만한 작가는 파트리크 모디아노 정도였지만 이미지 중심이고, 앨리스 먼로는 단편들이라 호흡이 짧아 일반 독자들이 읽고 싶어 하는 작품 유형이 아니었다”며 “가즈오는 서사가 뚜렷한 데다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인생은 살 만한 것이고 위대한 것’이라고 말해 주는 특유의 작품 메시지 때문에 삶이 팍팍한 이 시대에 독자들에게 더욱 호소력이 클 수밖에 없다”고 이유를 짚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이시구로 작품, 뭐부터 읽을까?” 노벨문학상 수상에 책 판매 ‘쑥쑥’

    “이시구로 작품, 뭐부터 읽을까?” 노벨문학상 수상에 책 판매 ‘쑥쑥’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이시구로의 대표작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6일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올해 제 117회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이시구로가 선정됐다는 전해진 전날 오후 8시부터 이날 오전 10시 30분까지 이시구로의 책 885권이 판매됐다. 직전 한달 동안 알라딘에서 판매된 이시구로의 책은 모두 17권으로 집계됐다. 불과 15시간 30분 만에 판매량이 52배 급증한 셈이다. 알라딘에 따르면 이시구로의 작품 중 가장 많이 팔린 책은 2009년 번역 출간된 ‘나를 보내지마’(263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번역 출간된 ‘남아있는 나날’이 245권 판매되며 뒤를 이었다. ‘남아있는 나날’은 이시구로가 1989년 발표한 그의 세번째 소설로,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그를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린 작품이다. 1993년 앤서니 홉킨스, 엠마 톰슨이 출연한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 책들은 이날 알라딘의 일간 베스트 서적 1, 2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어 단편선인 ‘녹턴’과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 가장 최근 작품인 ‘파묻힌 거인’ 순으로 판매량이 많았다. 인터파크도서에서도 ‘남아있는 나날’의 주문량이 수상 소식 발표 직후에 전날 대비 20배 이상 훌쩍 뛰며 이날 오전 10시 기준 당일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시구로의 대표작 중 ‘나를 보내지마’가 3위, ‘녹턴’이 4위,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가 8위, ‘파묻힌 거인’, ‘우리가 고아였을 때’, ‘창백한 언덕 풍경’이 각각 11위를 기록하는 등 11위권 안에 무려 7권이 진입했다. 알라딘 관계자는 “201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파트리크 모디아노가 수상 직후 하루 동안 700여권, 2013년 수상자 앨리스 먼로가 300여권이 판매됐던 것과 비교해도 많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인터넷 서점 예스24 관계자도 “파트리크 모디아노(2만 3464권), 앨리스 먼로(2만 1133권) 등 과거 수상 작가 중 노벨상 수상 이후 1년 동안 판매량이 많았던 작가들과 초반 증가세가 유사해 향후 판매량 추이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노벨문학상, 무조건 훌륭한 작품일까요

    노벨문학상, 무조건 훌륭한 작품일까요

    해마다 노벨 문학상 시즌만 되면 우리는 한국 작가의 수상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국내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오르내리는 고은 시인의 자택 앞은 으레 기자들이 에워싼다. 문학상 수상은 그 나라 문학 수준이 높다는 인증일까. 문학상을 받았다고 무조건 훌륭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세계적인 문학상에 대한 겹겹의 물음을 곱씹어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노벨 문학상, 맨부커상, 공쿠르상, 퓰리처상, 카프카상, 예루살렘상, 나오키상, 아쿠타가와상 등 세계 8대 문학상에 대해 일본 문학·출판 전문가 14명이 대담한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현암사)이다.일본의 번역가인 도코 고지 와세다대 교수를 비롯한 일본 작가, 시인, 학자, 서평가 등은 주요 문학상 수상작을 통해 각 상이 내세우는 지향점과 의미, 특성 등을 낱낱이 해부한다. 이 과정에서 특정 문학상에 덧씌워진 과도한 권위를 가볍게 벗겨 내는가 하면 우리가 주목하지 않았던 상의 미덕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한다.지난해 밥 딜런의 수상으로 관심을 모은 노벨 문학상은 여러 측면에서 비판의 도마에 오른다. “노벨 문학상은 세계의 문학상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지만 실은 유럽에 상당히 치우친 상”이라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도코 교수는 “유럽의 주요 언어밖에 못 읽는 사람이 선정 위원이기 때문에 해당 언어권 작가, 특히 북유럽 출신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이라고 꼬집는다.2013년 수상자인 캐나다 작가 앨리스 먼로의 작품 ‘과도한 행복’이 한 예다. 일본 시인인 나카무라 가즈에 메이지대 교수는 “‘과도한 행복’의 주인공은 러시아인이고 바로 북유럽 이야기로, 선정 위원에게는 ‘그들의’ 이야기로 읽혔을 것”이라며 “먼로가 마거릿 애트우드보다 먼저 받았다는 것은 좋든 나쁘든 노벨 문학상이 북유럽 문학상이어서가 아닐까” 하고 의문을 제기한다. 수상자 가운데 고령자가 많아 나이가 많을수록 받기 쉬운 상이라는 뼈 있는 농담도 나온다. 반면 영국이 프랑스의 공쿠르상에 대항해 만든 맨부커상과 지난해 5월 한강 작가의 수상으로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아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은 수상작이 고르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세계 문학의 움직임을 보여 주는 문학상으로 호평을 받는다. 영문학자인 다케다 마사키 도쿄대 대학원 교수는 “상업적으로도 문학적으로 기능하고 있고 신인도 대가도, 중편도 장편도 다 받을 수 있는 문학상”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도코 교수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은 노벨 문학상에 정면으로 도전한다”며 “인권이라는 고전적인 가치관을 중시하는 노벨 문학상과 달리 순수하게 실력만을 고려하는 만큼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이 현재 활동하는 작가를 선택한다”고 평가한다. 맨부커상은 수상작들 간 통일성은 없지만 재미있는 작품들로 가려져 기대를 모으는 문학상이라는 게 대담자들의 중평이다.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은 다른 문학상과 차별화되는 작품 선정 조건들이다. 맨부커상 선정 위원은 문학 관련자들뿐만 아니라 정치인, 방송인 등 다방면의 전문가들로 구성되고 매년 교체돼 수상작의 다양성을 풍부하게 한다. 또 대부분의 문학상 선정 위원들이 최종 후보작만 읽는 것과 대조적으로 맨부커 선정 위원들은 각각 100권이 넘는 후보작 전체를 읽고 수상작을 가려 뽑는다. 몇 달에 걸쳐 후보작을 추리고 이를 롱리스트(1차 후보작), 쇼트리스트(최종 후보작)로 발표하는 방식은 출판계에 활기를 불어넣는 영리한 홍보 이벤트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는 평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또 체면 구긴 노벨문학상?..밥 딜런 “선약 있어 시상식 못가”..누가누가 불참했나

    또 체면 구긴 노벨문학상?..밥 딜런 “선약 있어 시상식 못가”..누가누가 불참했나

    올해 노벨문학상을 두고 ‘파격’을 선택했던 한림원이 또다시 체면을 구기게 됐다. 수상자인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이 다음 달 10일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선약이 있다”며 불참한다는 연락을 해 왔기 때문이다. 한림원은 “전날 밥 딜런이 개인적인 편지를 통해 직접 상을 받고 싶었지만 다른 선약 때문에 불운하게도 올 수 없게 됐다는 전갈을 보냈다”고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밝혔다. 한림원은 밥 딜런이 “노벨상 수상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영광스럽다고 강조했다. 밥 딜런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뒷말이 나올 것을 미리 경계했다. 지난달 13일 한림원은 밥 딜런의 노랫말들을 고대 그리스 서정 시인 호메로스와 사포에 비유하며 그의 문학적 성취를 높이 평가했다. 이를 두고 “문학의 경계를 확장한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문단 일부에서는 “작가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수상자인 밥 딜런이 수상 직후는 물론 이후에도 보름간 한림원의 연락을 받지도 수상에 대한 입장도 내지 않아 한림원을 겸연쩍게 했다. 당시 한림원의 한 관계자는 “무례하고 건방지다”며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노벨상 수상자가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은 건 매우 드문 일이지만 몇몇 사례는 있다. 201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였던 앨리스 먼로는 “나이가 많고 건강이 좋지 않다”며 시상식에 불참했다. 200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였던 영국 소설가 도리스 레싱은 너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2005년 수상자인 영국 극작가 해롤드 핀터는 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이유로 시상식에 나타나지 않았다. 수상 당시 도리스 레싱은 여든 여덟살로 역대 최고령 수상자였다. 2004년 수상자인 오스트리아 소설가 엘프리데 옐리네트는 대인기피증을 이유로 참석을 거절한 대신 영상 메시지를 보내왔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노벨문학상 누구 품에”… 오늘 밤 세계 문단 ‘들썩’

    “노벨문학상 누구 품에”… 오늘 밤 세계 문단 ‘들썩’

    내전으로 멍든 시리아 시인에게 주어질까. 20년 넘게 쓴잔을 들이켠 미국 문단에 돌아갈까. 13일 밤 8시(한국시간) 발표될 노벨문학상의 유력 후보군을 꼽아 보는 전망들로 올해도 세계 문단이 흥성거린다. 그간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놓고 높은 적중률을 기록해 온 영국 도박 사이트 래드브록스는 12일 케냐 출신으로 미국으로 망명한 아프리카 현대문학의 거장 응구기 와 티옹오(왼쪽)를 유력 후보 1위(배당률 4대1)로 꼽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운데)는 2위(5대1), 시리아 시인 아도니스가 3위(6대1)에 올라 있다. 미국 소설가인 필립 로스와 돈 드릴로, 노르웨이 극작가 욘 포세가 공동 4위(12대1)로 뒤를 이었다. 한국 대표 시인 고은(오른쪽)도 5위(14대1)로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인터파크도서는 국내 도서 판매량 순으로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를 줄세웠다. 올 상반기를 기준으로 1만 2000여권이 팔린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1위, 미국 작가 필립 로스가 2위(400여권), 케냐 작가 응구기 와 티옹오(100여권)가 3위를 기록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이 임박한 지난달 판매량으로도 순위는 같았다. “노벨문학상은 출판업자와 한림원의 잔치”라는 말이 있듯, 발표 이후 수상 작가의 책은 올해도 ‘특수’를 누릴 전망이다. 인터파크 집계 결과 앨리스 먼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등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2013~2015년 수상자들은 발표 직후 작품 판매량이 급증했다. 박준표 인터파크도서 문학인문팀장은 “이전까지 노벨문학상은 국내에 비교적 덜 알려진 작가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던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하루키를 비롯해 필립 로스, 응구기 와 티옹오 등 비교적 인지도 높은 작가들이 거론되고 있어 수상을 기다리는 (독자들의) 즐거움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쎈’ 형님들이 온다

    ‘쎈’ 형님들이 온다

    록 페스티벌에서 ‘록’이라는 글자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이제는 록뿐만 아니라 트렌디한 장르를 즐기는 뮤직 페스티벌이 대세다. 가뜩이나 입지가 좁았던 록·메탈의 현재 위상을 말해 준다. 국내 록·메탈 팬들이 어깨를 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오는 11월 해외 거물 밴드의 내한이 잇따른다. 가장 주목되는 밴드는 스래시 메탈의 4대 천황 앤스랙스다. 8일 오후 8시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첫 단독 공연을 한다. 2008년 동두천 록페스티벌을 통해 한국 무대를 밟은 적이 있지만 단독 공연은 처음이다. 결성 35주년을 맞은 앤스랙스는 국내에선 메탈리카, 메가데스, 슬레이어에 견줘 대중적인 인지도가 다소 떨어지지만 스래시 메탈 4대 천황의 한 자리를 꿰차고 있을 정도로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 네 팀이 함께 출연한 2010년 ‘빅4’ 공연은 역대 스래시 메탈 공연 중 최고로 손꼽힌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중반 전성기를 누렸던 이 밴드는 올해 2월 선보인 11번째 정규 앨범 ‘포 올 킹스’가 빌보드 하드록 차트 1위를 차지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11만원. ‘쇼크록의 제왕’ 메릴린 맨슨도 8년 만에 내한 공연을 갖는다. 앤스랙스보다 나흘 앞선 4일 오후 8시 서울 광장동 예스24 라이브홀에서다. 그로테스크한 비주얼과 파격적 사운드, 강렬한 메시지, 충격적인 퍼포먼스로 늘 논란을 몰고 다니는 뮤지션이다. 앨리스 쿠퍼, 오지 오스본, 키스 등 쇼크록의 계보를 잇고 있다. 전설적 섹시 스타 메릴린 먼로와 희대의 연쇄 살인마 찰스 맨슨에서 이름을 따온 것만 봐도 정체성이 엿보인다. 폭력과 섹스 등 사회 터부와 금기를 거침없이 다루고 사회에 돌직구를 던지는 노랫말 때문에 곧잘 보수 세력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는 메릴린 맨슨은 반기독교적·반사회적이라는 여론 탓에 수차례 내한 공연이 무산되다가 2003년 10월 ‘19세 미만 관람 불가’를 조건으로 첫 공연이 이뤄졌다. 2005년과 2008년에도 한국을 찾았다. 11만원. 아이슬란드 국보급 밴드 시규어 로스도 22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내한 공연을 연다. 2013년 이후 3년 만이다. 2010년에는 리더 욘 소르 비르기손이 홀로 한국을 찾은 바 있다. 광활한 아이슬란드의 대자연을 떠올리게 하는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음악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다. 8만 8000~13만 2000원.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문화마당] 석회석 채굴장은 어떻게 천국이 되었나/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문화마당] 석회석 채굴장은 어떻게 천국이 되었나/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내가 캐나다로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이거다. “캐나다에 왜?” 거기에는 ‘캐나다에서 뭘 하고 놀 작정이냐’는 의미보다 ‘대관절 왜 하필 캐나다냐’는 의미가 더 많이 들어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왜냐면 내가 그동안 터키나 뉴질랜드에 간다고 했을 때는 다들 “와, 좋겠다”는 식으로 부러워만 했지 누구 하나 의문을 제기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여행에 들이는 비용이나 땅덩이의 크기로 치자면 터키나 뉴질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볼거리가 적잖아’ 하고 여겼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니 나도 캐나다에 대해 딱 부러지게 아는 게 없었다. 맨부커상을 수상한 마거릿 애트우드, 노벨문학상을 받은 앨리스 먼로, 포스트 애거서 크리스티라 불리며 어지간한 추리문학상을 모조리 석권한 루이즈 페니 그리고 빨강머리 앤 정도가 전부였다. 아니구나, 하나 더 있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를 꼽으면 대개 1위나 2위에서 엎치락뒤치락한다는 것. 하긴 전국구적 인기몰이 중인 미남 총리의 행보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거기 살고 싶을 것 같긴 하다. 살기 좋은 땅으로서의 캐나다라고 하면 수려한 자연경관도 빼놓을 수 없겠다. 그 가운데 여행작가 조은정씨가 꼭 가보라고 신신당부했던 곳이 바로 부차드 가든이다. 가든이라길래 예쁘기만 한 정원을 상상했는데 실제로 가 보니 그냥 예쁜 정원 정도가 아니었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랜드랑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 규모에 희귀하고 이국적인 나무와 꽃들로 조성된 부차드 가든의 역사는 꽤 특이하다. 당초 이곳은 시멘트의 원료인 석회석 광산이었다. 소유권자인 부차드 부부는 포틀랜드 시멘트 공장에 석회석을 공급하여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그 무렵에는 환경보호에 대한 개념이나 당국의 제지가 없었으므로 계속 파헤쳐지기만 하던 땅은 결국 황폐해지고 말았다. 누구처럼 황폐해지든 말든 벌 만큼 벌었으니 내 알 바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부차드 부부는 얼마간 염치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들은 1904년부터 이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결자해지라고 할까. 벌어들인 돈을 이번에는 쏟아붓기 시작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원예에 일가견이 있었던 제니 부차드의 감각이 빛을 발한다. 남편과 함께 세계 여행을 하는 동안 눈여겨봐 두었던 ‘온갖 정원’들의 장점을 살려 이를 집대성했다고 평해도 좋을 수준의 공간으로 이 땅을 탈바꿈시켜 놓은 것이다. 그리하여 복구를 시작하고 딱 100년이 되던 해에 부차드 가든은 캐나다 국립 역사유적지로 지정되었고 지금은 전 세계에서 매년 100만명이 훌쩍 넘는 관광객들이 찾는다고 한다. 입장료는 성인 한 명당 한국 돈으로 3만원이 조금 넘는다. 무슨 식물원 비슷한 정원 구경을 하는데 비용이 이리도 비싼가 투덜댔는데 안으로 들어선 지 10분 만에 나타난 전경과 마주하자마자 내 불만은 말끔히 사라졌다. 약간 과장해서 얘기하면 흡사, 하루 종일 보고 있어도 지루할 것 같지 않은 천국 같았다. 마구잡이 채석으로 인하여 훼손되었던 과거의 사진을 곳곳에 비치해 둔 것은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 비슷한 의미일 텐데 이미 100여 년 전에 미래를 내다본 부차드 가든을 비롯하여 ‘우리가 사는 도시를 다시 푸르게(re-greening)’라는 움직임은 이미 캐나다 곳곳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마음가짐은 배워도 좋지 않을까. 딱 꼬집어 누구라고 얘기하진 않겠지만 말이다.
  • [한강 맨부커상 수상] 맨부커상은

    맨부커상은 1969년 영국의 부커사가 독립기금인 북 트러스트의 후원을 받아 제정한 문학상이다. 2002년 맨 그룹이 후원을 시작하면서 맨부커상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노벨문학상이 한 작가의 작품 세계 전체를 평가한다면 맨부커상은 작품을 우선으로 평가해 수여한다. 맨부커상은 원래 영연방 출신 작가들이 대상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문화권을 아우르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05년 인터내셔널 부문을 신설해 격년제로 시상했다. 영어로 널리 읽히는 작가의 공을 기리는 취지로 수여되던 상은 올해부터 번역상의 의미를 포함해 영어로 번역돼 영국에서 출간된 작품에 수여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인터내셔널 부문 상금은 5만 파운드(약 8600만원)로 작가와 번역가가 나눠 갖는다. 역대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자들은 2013년 노벨상 수상자인 캐나다의 앨리스 먼로(2009)를 포함해 대부분 노벨상 후보에 오르내리는 거장들이다. 미국 작가 필립 로스(2011)·리디아 데이비스(2013), 나이지리아 작가 치누아 아체베(2007), 알바니아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2005) 등이 이 상의 영예를 안았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세계 3대 문학상’ 맨부커상은 어떤 상?

    ‘세계 3대 문학상’ 맨부커상은 어떤 상?

     맨부커상은 1969년 영국의 부커사가 독립기금인 북 트러스트의 후원을 받아 제정한 문학상이다. 2002년 맨 그룹이 후원을 시작하면서 맨부커상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노벨문학상이 한 작가의 작품 세계 전체를 평가한다면 맨부커상은 작품을 우선으로 평가해 수여한다. 맨부커상은 원래 영연방 출신 작가들이 대상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문화권을 아우르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05년부터 인터내셔널 부문을 신설해 격년제로 시상하다가 올해부터 해마다 시상하는 것으로 개편됐다. 인터내셔널 부문 상금은 5만 파운드(약 8600만원)로 작가와 번역가가 나눠 갖는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원작 소설인 토머스 커닐리의 ‘쉰들러의 방주’,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의 의 원작인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일본 출신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 등이 역대 수상작이다.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의 ‘한밤의 아이들’은 2008년 역대 ‘최고의 부커상’ 수상작으로 뽑혔다. 캐나다 출신의 앨리스 먼로와 남아공의 존 맥스웰 쿠체, 네이딘 고디머 등은 맨부커상과 노벨문학상을 모두 수상한 작가들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맨부커상 최종 후보 6인 오른 한강

    맨부커상 최종 후보 6인 오른 한강

    파무크·옌롄커 등 5명과 필력 겨뤄 “큰 격려 돼”… 새달 16일 수상자 발표 소설가 한강(왼쪽·46)이 맨부커상 최종 후보까지 진출했다. 노벨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맨부커상을 한국인 최초로 거머쥘지 기대를 모은다. 맨부커상 선정위원회는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오른쪽)를 포함한 최종 후보 작가 6명의 작품을 발표했다. 선정위원회는 “이번 최종 후보에는 노벨상을 수상한 유명 작가와 함께 후보에 처음 오른 앙골라, 오스트리아, 한국 작가도 포함됐다”며 “우리가 선정한 후보들은 국경을 넘어 소설 그 자체가 지닌 예술성을 보여 줬다”고 상찬했다. 한강 작가는 노벨상 수상 작가인 오르한 파무크, 노벨상 유력 후보로 꼽히는 중국 작가 옌롄커 등 쟁쟁한 문학 거장들과 필력을 겨루게 됐다. 그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채식주의자’를 펴낸 영국 출판사 포르토벨로를 통해 최종 후보에 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5월 런던에서의 만찬 자리에도 초청받았다”며 “요즘 쓰는 작품이 진척이 잘 안 돼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는데 힘을 기울여 끈질기게 (소설을) 써 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부르는 곳이 많지만 꼭꼭 숨어 있었다”고 수줍게 웃으며 “이번 소식이 큰 격려가 됐고 기뻐해 준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전 세계 155명의 작가 가운데 지난 4월 13명의 후보를 선정했다. 이 가운데 이날 6명으로 압축된 최종 후보들은 상금으로 각각 1000파운드(약 163만원)를 받는다. 번역가도 같은 금액의 상금을 받게 된다. 수상자는 오는 5월 16일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앨버트 박물관에서 열리는 공식 만찬 자리에서 발표된다. 수상자에게는 5만 파운드(약 8161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앨리스 먼로, 존 맥스웰 쿠체, 네이딘 고디머도 이 상을 받은 바 있다. 국내에서 2007년 출간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는 지난해 1월 영국, 올 2월 미국 등에서 번역·출간되면서 해외 언론 및 문단에서 잇달아 호평을 받았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다른 취향 같은 열정 작가의 독서

    다른 취향 같은 열정 작가의 독서

    작가의 책/패멀라 폴 지음/정혜윤 옮김/문학동네/592쪽/2만원 세계적으로 이름난 작가와 중요 인사들은 어떤 책을 읽을까? 어떤 작가와 책에 영감을 받아 그들은 작가의 길을 택했고 성공했을까? 그리고 그들이 늘상 곁에 가깝게 두는 책은 뭘까? 대중들이 흔히 갖게 되는 의문들이다. ‘작가의 책’은 그 의문들을 콕 짚어 속 시원하게 응답해준다. 대중들의 많은 의문만큼이나 책과 관련된 작가, 유명인의 사연도 다양하다. 뉴욕타임스가 매주 일요일 발행하는 서평 잡지 ‘뉴욕 타임스 북 리뷰’에 실렸던 작가 인터뷰 중 요즘 가장 사랑받는다는 55인을 추려 묶은 책. 소설가 등 작가가 대부분이지만 과학자, 배우, 뮤지션 등 논픽션 작가도 눈에 띈다. ‘작가가 애착을 보이는 책들은 지면에 드러나지 않는 그의 생각이나 문학적 취향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창이다.’ 법정 스릴러의 대가인 스콧 터로가 추천사에 쓴 것처럼 대중들은 작가의 창작 비법보다는 그들이 읽는 책을 훨씬 더 궁금해한다.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한 책 속의 질문은 다양하지만, 역시 ‘그들은 무슨 책을 가장 사랑했고’, ‘그들을 어떻게 유명 작가와 성공 인생으로 이끌었는지’를 묻는 질문과 그에 대한 응답이 가장 눈길을 끈다.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을 읽지 않았다면 나의 첫 책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쓸 수 없었을 것이다.”(알랭 드 보통) “어린 시절 매들렌 렝글의 ‘시간의 주름’을 읽고 이야기의 마술과 인쇄된 단어의 힘을 인식하게 되었다.”(댄 브라운) “앨리스 먼로의 단편을 읽을 때마다 인생을 다 살아버린 것 같은 느낌에 그냥 바닥에 드러누워 죽고 싶었다.”(제프리 유제니디스) 작가가 좋아하는 취향도 각양각색이다. 흥미로운 점은 일단 대부분의 작가가 한 번이라도 만나보고 싶은 작가, 무인도에 가져가고 싶은 책으로 가장 많이 택한 작가로 셰익스피어를 꼽고 있다는 것이다. 이언 매큐언은 “‘햄릿’에서 인간 묘사에 대한 일종의 도약이 이뤄졌고 그로 인해 인간의 내적 삶이 우리의 숙고 대상이 되었다”고까지 평한다. 그런가 하면 동일한 책이나 작가에 대해서 정반대의 반응이 적지 않게 등장하는 점도 눈에 띈다. 많은 작가들이 찬탄하는 헤밍웨이를 놓고 존 어빙은 이렇게 열을 올린다. “그의 문장은 광고 문구로 써도 될 만큼 짧고 단순하다. 그의 모든 책은 과대평가되었다.” 이것 말고도 포기한 책과 남몰래 즐기는 책이나 대통령에게 권하고픈 책에 얽힌 사연도 흥미롭다. 이런 에피소드들을 가볍게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 모든 작가들의 한결같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악착같은 열정으로 읽어내는 ‘독서의 열정’이다. 조이스 캐럴 오츠는 전화 수화기에서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안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동안에조차 책을 집어든다. 댄 브라운은 맬컴 글래드웰의 책을 오디오북으로 들으며 조깅을 하다가 뒷이야기가 궁금해 1.6㎞를 더 달린다. 책이 독자들에게 던져주는 작은 정보들의 집합은 이렇게 매듭지어지는 듯하다. “작가들이 독서를 통해 받은 지적인 충격과 영감은 결국 그들의 독특한 관심과 창작론의 바탕이 된다.” 실제로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파고드는 작가인 조이스 캐럴 오츠는 “나의 모든 작품에 ‘한 방울의 유머’를 몰래 심어놓으려고 노력한다”고 창작 지론을 털어놓고 있는가 하면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창래는 “절망적일 정도로 소외되어 있지만 늘 게임의 규칙을 이해하고 싶은 갈망에 사로잡힌 인물을 찾는다”고 밝히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체르노빌·2차대전 증언 ‘목소리 소설’로 알린 女저널리스트

    체르노빌·2차대전 증언 ‘목소리 소설’로 알린 女저널리스트

    올해 노벨문학상의 영예는 벨라루스의 기자 출신 여성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67)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8일 알렉시예비치를 수상자로 발표하며 “다성 음악과도 같은 그의 저술들은 우리 시대의 고통과 용기를 기록한 기념비들”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사라 다니우스 한림원 신임 사무총장은 “알렉시예비치는 저널리즘의 형식을 초월해 새로운 문학 장르를 개척했다”며 “그것이 진정한 성취”라고 평했다. 알렉시예비치는 노벨문학상 14번째 여성 수상자다. 2013년 수상자인 캐나다 소설가 앨리스 먼로에 이어 2년 만이다. 러시아어로 작품 활동을 한 작가 중에는 6번째 수상자다. 알렉시예비치는 1948년 5월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이바노-프란코프스크에서 군인 집안의 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벨라루스인, 어머니는 우크라이나인이다. 우크라이나에서 파견 근무 중이던 아버지의 군 복무 기간이 끝난 뒤 벨라루스로 돌아갔다. 벨라루스국립대 언론학과 졸업 후 지방과 중앙 신문사, 잡지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창작 활동은 신문사 기자로 근무하던 1975년부터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 소련-아프간 전쟁, 체르노빌 사고 등 극적인 사건을 겪은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글로 옮겼다. 소련 시절부터 반(反)체제 성향의 작품을 썼다. 소련 붕괴 이후 독립한 조국 벨라루스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독재 통치를 비판하다 탄압을 받아 2000년대 초반부터 10여년간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에서 망명 생활을 했다. 2012년 다시 벨라루스로 귀국해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알렉시예비치는 소설가도, 시인도 아니다. 언론인 출신으로 수많은 사람을 인터뷰해 모은 이야기를 논픽션 형식으로 쓰는 ‘다큐멘터리 산문’ 작가다. 정통 소설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기만의 독특한 문학 장르를 개척했다. 일명 ‘목소리 소설’(Novels of Voices)이다. 작가는 ‘소설-코러스’라고 부른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리얼리티는 언제나 자석처럼 나를 매료시켰고, 나를 고문했고 내게 최면을 걸었다. 그래서 실제 인간의 목소리와 고백, 증언 증거와 문서를 사용하는 장르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알렉시예비치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문학 지평이 더욱 넓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작가가 순수하게 자신의 세계를 자신의 글로 만들어낸 것뿐 아니라 타인의 육성을 토대로 한 것일지라도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유익한 길로 이끈다면 그 또한 문학의 범주에 포함됨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의 처녀작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의 번역가 박은정은 “알렉시예비치는 자신의 소설을 쓴 게 아니다. 구성이나 생각의 흐름은 오롯이 작가 개인의 것이지만 여러 인물들을 인터뷰하며 녹취한 내용을 정리해서 썼다”고 전했다. 알렉시예비치는 벨라루스의 유명 작가 아다모비치가 롤 모델이었다. 그의 책 ‘나는 불 같은 마을에서 왔다’와 ‘포위의 책’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이들 저서는 벨라루스 문학과 러시아 문학, 둘 모두에 없었던 새로운 장르의 책이었다. 알렉시예비치는 발표 직후 스웨덴 SVT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복잡한 기분이다. (노벨문학상 수상한 러시아 작가인) 부닌, 파스테르나크 등 위대한 이름들이 떠오른다. 환상적인 기분인 동시에 살짝 불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200만부 이상 팔린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와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의 후유증을 기록한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국내에도 번역 소개돼 있다. 이 밖에 ‘마지막 증인들’, ‘아연 소년들’, ‘세컨드 핸드타임’ ‘죽음에 매료되다’ 등이 있다. 노벨상 상금은 800만 크로나(약 11억 2000만원)이며, 시상식은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일하는 당신’ 그 무게를 잠시 내려놔요

    ‘일하는 당신’ 그 무게를 잠시 내려놔요

    ‘일하는 당신’에게 위로와 감동을 줄 소설집이 나왔다. 세계적인 작가 32명이 일을 주제로 쓴 32편의 단편을 모은 ‘일은 소설에 맡기고 휴가를 떠나요’(홍시)다. 2013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단편소설의 대가 앨리스 먼로, ‘작가들의 작가’로 일컬어지는 제임스 설터, 영어권 소설가 중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조이스 캐럴 오츠 등 쟁쟁한 소설가들의 작품이 실렸다. 1978년 흑인 작가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은 제임스 앨런 맥퍼슨을 비롯해 줌파 라히리,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등 퓰리처상 수상 작가들의 작품도 수록됐다. 1940년대 대공황기의 외판원, 2000년대 후반 금융위기 시대의 불안한 화이트칼라 등 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접할 수 있다. 일자리가 없거나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제임스 설터의 ‘이국의 해변’은 청년 실업자들이 많은 우리 시대의 현실과 겹쳐지면서 진한 울림을 준다. 출판사 측은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일을 찾아내서 끝까지 지키는 방법, 도덕적 선을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삼는 방법, 부양자가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등을 여러 관점에서 쓴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1995년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리처드 포드가 편저했다. 그는 서문에서 “결핍의 시대에, 삶을 위한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기에 일하는 이들을 위해 일을 주제로 한 단편소설들을 묶었다”며 “정시에 출근해 일을 끝내야 하고, 어떻게든 고용되어야 하며, 때로는 해고되고 승진하거나 좌천당하며, 구조조정을 당해서 집에 보내지고, 때로는 넌더리가 나서 보따리를 쌀 준비를 하지만 돈벌이를 해야 하는 복잡하고 곤혹스러운 문제들에 대해 문학에서 위안을 얻으려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설명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세계적 문호 24인 ‘창작의 고통과 즐거움’

    세계적 문호 24인 ‘창작의 고통과 즐거움’

    세계 문학 거장들은 언제, 어떤 식으로 글을 쓸까. 실제 인물에 착안해 등장인물을 창조할까. 이 물음들에 명쾌한 답을 내놓은 책이 나왔다. ‘작가란 무엇인가’(다른)다. 지난해 1월 1권이 출간된 데 이어 최근 2, 3권이 잇달아 발간됐다. ‘작가란 무엇인가’는 미국의 저명한 문학잡지 ‘파리 리뷰’가 세계적인 문호들을 인터뷰한 내용들을 엮었다. 파리 리뷰는 1953년 창간 이후 노벨 문학상, 퓰리처상, 부커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작가들을 인터뷰해 오고 있다. 작가들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글쓰기 습관과 동기 부여 과정, 열정, 소설가로서의 영욕 등을 낱낱이 고백했다. 출판사는 파리 리뷰에서 인터뷰한 소설가 250여명 가운데 국내에 소개된 작가 7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설문에 참여한 독자, 국내 문예창작학과 대학생, 작가, 평론가의 의견을 종합해 ‘가장 만나고 싶은 작가’ 36명을 선별해 12명씩 묶어 3권으로 펴냈다. 2권엔 올더스 헉슬리,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도리스 레싱, 귄터 그라스, 토니 모리슨, 주제 사라마구, 스티븐 킹 등이, 3권엔 앨리스 먼로, 트루먼 커포티, 커트 보니것, 줄리언 반스, 잭 케루악, 수전 손태그, 프랑수아즈 사강 등이 실렸다. 앞서 나온 1권엔 움베르토 에코, 무라카미 하루키,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이 수록됐다. 출판사 측은 “소설가들이 겪는 문학의 고통과 즐거움이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어 소설을 쓰고 있거나 글을 다루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학평론가 이현우는 “작가들의 육성을 들으며 우리는 그들의 문학을 좀 더 가슴 가까이에 놓고 싶어질 것”이라며 “우리의 심장박동을 더 크게 해 주는 책”이라고 평했다. 소설가 정이현은 “인터뷰로 만들어진 새로운 형태의 작가론이자 창작론”이라며 “작가로 구성된 인터뷰어들은 때론 냉철하고 때론 사려 깊게 공들여 준비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경청함으로써 깊은 이해의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권승혁 서울여대 영문과 교수와 김진아 충북대 영문과 교수가 번역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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