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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로의 아침] 부동산 정상화의 목표

    [세종로의 아침] 부동산 정상화의 목표

    “정책 논의 전에 정부 부동산 정책의 목표가 무엇인지가 먼저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주관한 부동산 정책 국민대토론회에 참여한 전문가의 질문이 와 닿았다. “시장 안정화가 목적인지 혹은 집값 하락이 목적인지, 갭투자나 다주택자 규제가 목적인지에 따라서 시장에 필요한 정책이 다르다”고 말했고, 이 대통령은 “정상화를 하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부동산과 주식이 어떻게 될까”를 인사처럼 나누는 요즘,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누구를, 무엇을 위한 정책인지 자꾸 묻게 된다. 정부의 메시지는 알겠다. 초고가, 다주택, 비거주 등 집으로 과도하게 재산을 불린 이들은 그만큼 부담을 지라는 것이다. 살지도 않으면서 집을 여러 가구 사들여 다른 사람이 살 집을 가로챘거나 쇼핑하듯 아파트를 사모아 부동산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띄운 투기꾼들,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비싼 동네 ‘좋은’ 집에 눌러살며 불로소득으로 배를 채운 이들은 사회적 책임을 나누라는 것 같다. 많이 가진 이들을 응징할 투기꾼이자 불로소득으로 손쉽게 재산을 쌓았다고 겨냥하는 전제부터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실거주 보호와 조세 형평성, 부동산 시장 정상화라는 명분은 지향해야 하며 이번 정부는 다를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도 불렀다. 하지만 현실은 정책의 취지와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징벌적 과세와 핀셋 규제가 쌓일수록 강남, 한강벨트, 나아가 서울은 아무나 가질 수 없도록 성벽이 겹겹이, 더 높게 쌓이고 있다. 지난 3일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따라 내년부터 초고가·비거주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이 대폭 강화된다. 이에 시세를 낮춘 급매물이 눈에 띈다. 지난 1월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내놓으며 매물이 나오게 유도한 것과 비슷하다. 여전히 수십억원대인 ‘급매물’이지만 강남 아파트 거래는 다소 주춤하고 있다. 강남 집값 하락이 목표라면 수치상 성공했을지 모른다. 8월 첫 주까지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누적 6.6% 상승한 사이 강남(2%), 서초(3.1%), 송파(5.3%) 등의 오름세는 저조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강남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은 가파르게 올랐다. 특히 성북구(10.9%)와 구로(9.1%), 강서(9%), 관악(8.3%), 노원(8.1%) 등 강북·외곽 지역일수록 값이 크게 뛰었다. 강남권 다주택·고가·비거주 보유자들을 응징한 혜택은 누가 볼까. 수억 원씩 떨어진 ‘급매물’ 고가주택을 턱턱 사들일 수 있는 현금 부자다. 세금이 무서워 집을 내놓은 사람들은 현금 흐름이 막힌 고령층일 가능성이 크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그래서 “지금 정책의 효과는 부자들의 세대교체”라고도 한다. 결국 ‘상급지’의 알짜 자산은 이전보다 더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현금 부자들의 몫이 되어간다. 나머지는 서울 거주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다. 꽉 막힌 대출 때문에 자력으로는 서울에 집을 사기 어려운 상황에서 실거주 우대는 역설적으로 전월세 시장에 비수가 된다. 늘어난 임대인들의 세금 부담이 보증금이나 월세로 전가되고, 임대인이 실입주하면 거기 살던 임차인들이 집을 비워주고 다른 지역으로 내몰리는 악순환이 이번 정부에서만 예외일 수 없다. 거주 기간으로 세금을 차등하겠다 하니 실거주가 어려운 각종 ‘부득이한 사유’가 터져 나오며 예외만 늘어간다. 불안해진 무주택자들은 수도권 외곽에라도 집을 사자며 조급하다. 이미 무너져가는 사다리를 두고 절망스러운 이들 앞에서 도심 속 정원 부지까지 짜내 임대주택을 짓겠다거나 버스 하우스 같은 황당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을 보면 정부와 여당도 조급하긴 매한가지다. 집이 누군가를 단죄하거나 표심을 자극하는 정치적 구호에 그쳐선 안 된다. 훨씬 많은 이들에겐 평생의 피땀이 담긴 자산이자 유일한 안식처다. 평범한 이들의 생활을 위협하며 부자들의 철옹성을 강화하는 게 목표일 리 없다. 누구의 삶이 나아져야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허백윤 산업부 기자(차장급)
  • [포착] 나치군인 유해와 오토바이까지 ‘쑥’…다뉴브강 가뭄에 드러난 ‘전쟁의 상흔’

    [포착] 나치군인 유해와 오토바이까지 ‘쑥’…다뉴브강 가뭄에 드러난 ‘전쟁의 상흔’

    유럽의 줄기인 다뉴브강이 역대급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내는 가운데 2차 세계대전 때 숨진 유해까지 발견됐다. 영국 BBC 등 외신은 12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나치 독일군 2명의 유해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80여 년 만에 처음 세상 빛을 본 두 군인은 지금까지 강바닥에 묻혀 있었는데, 진흙과 경유가 섞여 공기가 차단된 덕에 상태가 온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두 병사의 인식표(신분증)와 결혼반지 등도 함께 나왔는데, 이 중 한 명은 독일군 병사, 다른 한 명은 무장친위대(Waffen-SS)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의 인도주의 비정부 기구(NGO) 전쟁묘지위원회는 “이제 두 사망자의 정확한 신원을 밝혀내는 수수께끼가 시작될 것”이라면서 “유해 발굴과 추모 작업은 역사를 규명하고 전쟁 희생자들에게 품위 있는 안식처를 찾아주기 위한 인도적 노력의 일환이며, 결코 나치를 미화하거나 영웅시하려는 목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유해가 발견된 같은 장소에서 독일군이 사용하던 거의 온전한 상태의 오토바이(DKW NZ 350-1 모델)와 대전차 지뢰도 나왔다. 부다페스트는 제2차 세계 대전 말기 소련군과 독일군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이처럼 최근 여름철 극한 폭염과 가뭄의 영향으로 다뉴브강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예기치 못한 역사의 흔적이 발견되고 있다. 먼저 지난달 말 불가리아에서는 마지막 빙하기 시대 살았던 어린 털매머드의 뼈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또한 불가리아-루마니아 접경에서는 1700년 전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교량 잔해도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세르비아 동부 항구 도시 프라호보 인근에서는 80여 년 전 침몰한 나치 군함 수십 척이 수면 위로 솟아올랐다. 다뉴브강에 이처럼 수많은 나치 군함이 침몰해 있는 것은 1944년 제2차 세계 대전 말기 나치 독일 흑해 함대가 후퇴하다 이곳에서 수백 척의 함정을 스스로 폭파해 침몰시켰기 때문이다. 이는 군함 등 무기를 소련군에 넘기는 것을 막고 진격을 늦추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침몰한 군함 대다수가 지금까지도 인양되지 못하고 강 속에 그대로 가라앉아 있다. 2850㎞에 달하는 다뉴브강은 10개국에 걸쳐 유럽의 중심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동맥으로 경제, 역사, 문화의 탯줄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여름철 극한 폭염과 가뭄의 영향으로 평균 수위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이 여파로 헝가리 팍스 원자력 발전소는 지난달부터 냉각수 부족으로 부분적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루마니아는 13일 전체 전력 생산량의 20%를 차지하는 체르나보다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 다뉴브강이 마르면 화물선 운항이 불가능해지거나 적재량도 대폭 줄기 때문에 유럽 내륙 수송망 전체에 큰 타격을 준다.
  • 낙동강 물결 위에 어린 백년의 역사, 달성 사문진나루터 [두시기행문]

    낙동강 물결 위에 어린 백년의 역사, 달성 사문진나루터 [두시기행문]

    대구광역시 달성군 화원읍에 자리 잡은 사문진나루터는 낙동강의 유구한 물길을 따라 오랜 세월 사람과 문물을 이어주며 묵직한 역사를 품어온 상징적인 공간이다. 과거 영남 지역의 물류와 교통의 중심지로서 수많은 배들이 드나들던 이곳은, 1900년대 초 미국 선교사들이 한국 최초로 피아노를 들여온 역사적인 무대이기도 하다. 강물 위로 아스라이 펼쳐지는 탁 트인 풍경과 붉게 물드는 노을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고요한 물결의 호흡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깊은 안식처가 되어준다. 사문진나루터 산책의 묘미는 낙동강 강변을 따라 조성된 유유자적한 수변 산책길과 탁 트인 강바람을 맞이하는 여정에 있다. 나루터 초입의 정갈한 산책로를 지나 강가로 다가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방으로 시원하게 트인 조망과 함께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의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강둑을 따라 쉼 없이 불어오는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강 건너 고령의 산군들과 어우러진 드넓은 수변 공간이 조망되며 벅찬 감동을 안겨준다. 특히 사문진나루터 주변 구석구석을 누비는 동안 마주하게 되는 역사적 흔적들과 조형물들은 이곳의 깊이를 더해주는 특별한 볼거리다. 대한민국 최초의 피아노 유입을 기념하는 상징물과 옛 나루터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낸 이야기들은, 평화로운 강가의 풍경에 인간의 오랜 역사와 묵직한 서사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한다. 땀 흘려 걷지 않아도 누릴 수 있는 편안한 길 위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사방을 둘러보면, 낙동강의 찬란한 자연과 역사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잊지 못할 여운을 마음에 품게 된다. 산책의 여운을 깊이 갈무리하기에 좋은 주변 명소들은 사문진나루터의 매력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나루터 바로 옆으로 펼쳐지는 ‘화원유원지’와 아담한 동산을 오르는 숲길을 거닐거나, 굽이치는 강물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 주변을 찾아 차분하게 사색에 잠기는 것을 추천한다. 강변의 바람을 누비느라 허기진 몸을 달래줄 먹거리는 달성 자락의 담백하고 정직한 손맛이 책임진다. 나루터 인근의 마을이나 식당가로 내려오면 이 지역의 맑은 물과 넉넉한 인심으로 빚어낸 따뜻한 국물의 칼국수나 고소한 부추전, 혹은 입맛을 돋우는 정갈한 향토 음식들이 여행객을 반긴다.
  • 李대통령, 소방병원 찾아 “영웅 지키는 게 국민 지키는 일…안식처 되길”

    李대통령, 소방병원 찾아 “영웅 지키는 게 국민 지키는 일…안식처 되길”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소방공무원을 향해 “여러분이 위기에 처한 국민을 지킬 때 정부는 또 다른 아픔과 싸우고 있는 여러분을 든든하게 지켜드리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충북 음성군 국립소방병원 개원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가장 위험한 곳에서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영웅들이 가장 안전하게 보호·치료받는 것이 국가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길”이라며 “정부는 여러분의 헌신이 마땅히 존중받고, 또 제복에 대한 자부심이 한없이 높아질 수 있도록 충분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의 제1책무는 바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며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불길 속에서, 또 무너진 건물 더미 사이를 헤쳐가며 생명을 구해내는 여러분이야말로 신의 역할을 대신하는 국민들의 영웅”이라고 평가했다. 또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위험과 위협이 존재하는 아비규환의 현장 속으로 가장 먼저 들어가고 가장 늦게 나오는 여러분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오늘도 안심하고 안전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이 대통령은 국립소방병원에 대해서는 “어느 곳보다 여러분을 가장 깊이 이해하고 치료하는 든든한 안식처가 되기를 바란다”며 “제복 입은 영웅들의 몸과 마음을 가장 가까이서 치료해 주실 의료진 여러분께도 각별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웅을 지키는 것이 곧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것”이라며 “자긍심과 사명감을 갖고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국립소방병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임상 역량을 갖춘 서울대학교 병원과 소방의학연구소의 축적된 데이터가 결합해 소방의학의 중심으로 든든하게 자리 잡을 것”이라며 “충북에서 지역 공공의료의 거점 역할 또한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믿고 기대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국립소방병원이 소방의료와 지역 공공의료를 동시에 책임지는 국가의 핵심 공공병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며 “수준 높은 응급의료 체계가 24시간 풀가동될 수 있도록 행정·재정적인 지원 또한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 푸른 다도해를 품은 통영의 진산, 미륵산 [두시기행문]

    푸른 다도해를 품은 통영의 진산, 미륵산 [두시기행문]

    통영시 산양읍과 미수동, 봉평동의 경계에 우뚝 솟은 미륵산(461m)은 통영 여행의 시작이자 정점이라 불리는 곳이다. 한려수도의 눈부신 절경을 가장 가까이서 조망할 수 있는 이 산은, 그 이름부터가 미륵불이 강림할 곳이라는 전설을 담고 있어 예부터 신성시되어 왔다. 단순히 높이 솟은 산을 넘어, 통영의 역사와 풍경을 아우르는 미륵산은 ‘한국의 100대 명산’으로 선정될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미륵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불교 설화에서 비롯되었다는 설과, 용(龍)을 뜻하는 우리말 ‘미르’가 전의되었다는 설이 공존하며, 산자락에 자리한 용화사와 같은 사찰들은 이곳이 오랜 세월 동안 영적인 안식처였음을 증명한다. 미륵산의 가장 큰 매력은 발품을 팔지 않고도 다도해의 파노라마를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08년 개통된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는 국내 일반 관광객용 중 최장 거리인 1,975m를 자랑하며, 10여 분간의 비행으로 해발 461m 미륵산의 8부 능선까지 편안하게 안내한다. 쾌적한 곤돌라 안에서 왼편으로는 통영항이, 오른편으로는 올망졸망 떠 있는 섬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나무 데크를 따라 10분 정도 걸어 오르면 정상인 미륵봉에 닿는다. 이곳에 서면 한산대첩의 승전지인 한산도 앞바다부터 멀리 대마도까지, 푸른 물결 위에 흩뿌려진 보석 같은 섬들이 시야 가득 들어온다. 산 정상에는 신선대, 한산대첩, 통영항 등 각기 다른 풍광을 담아내는 여러 전망대가 조성되어 있어 여행객들에게 벅찬 감동을 선물한다. 맑은 날에는 망원경을 통해 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헤아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케이블카를 이용해 정상의 풍경을 만끽한 뒤, 내려가는 길은 등산로를 선택해 울창한 숲길을 걸으며 사색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륵산 일대는 통영 여행의 허브와 같다. 하부 역사 인근에는 미래사, 윤이상기념관, 박경리기념관 등 통영의 예술과 역사를 만날 수 있는 명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1~2시간 내외로 알찬 여행 코스를 짜기에도 더없이 좋다. 미륵산은 변화무쌍한 통영의 바다와 겹겹이 겹쳐진 섬들이 빚어내는 풍경을 가장 높은 곳에서 온전히 누릴 수 있게 해준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정상에서 상주하는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은 미륵산의 이야기에 깊이를 더해주어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푸른 바닷바람을 맞으며 탁 트인 하늘 아래 서고 싶다면, 통영 미륵산은 당신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최고의 선택이다. 곤돌라를 타고 오르는 찰나의 시간부터 정상에서 마주하는 광활한 풍경까지, 미륵산은 통영을 여행하는 모든 이들에게 잊지 못할 벅찬 순간을 약속한다.
  • 도심 곁에 머무는 깊은 숲, 광교산 [두시기행문]

    도심 곁에 머무는 깊은 숲, 광교산 [두시기행문]

    경기도 수원시와 용인시의 경계에 솟아 있는 광교산(582m)은 수원 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대표적인 명산이다. 산의 이름은 고려 태조 왕건이 이 산을 지나다 정상에서 서광이 비치는 것을 보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주는 산’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전해진다. 이름에 얽힌 유래처럼 광교산은 예부터 지역 주민들에게 맑고 깊은 산의 기운을 나누어주며 수원과 용인 일대를 넉넉하게 품어온 고마운 산이다. 도심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으면서도 깊은 숲의 정취를 간직하고 있어 일상에서 자연의 호흡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안식처가 되어준다. 광교산의 정상인 시루봉은 산세가 떡을 찌는 시루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시루봉 정상에 올라서면 수원의 시가지는 물론 광교신도시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산행의 가장 대중적인 코스는 경기대학교 입구에서 출발하여 형제봉을 거쳐 시루봉에 닿는 길이다. 형제봉까지 이어지는 능선길은 크고 작은 오르내림이 반복되어 산행의 묘미를 더해주며, 울창한 참나무 숲과 소나무 숲이 번갈아 나타나 걷는 이들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시루봉 정상석에 서면 발아래 펼쳐진 도시의 풍경을 보며 산행의 결실을 온전히 실감하게 된다. 광교산은 수원 8경의 하나로 불렸는데 광교적설(光敎積雪)이라 하여 광교산에 눈이 내려 나무에 수북이 쌓여 있는 경치의 아름다움은 8경 중에서도 첫 번째로 손꼽혔다. 광교산 산행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길 곳곳에 자리한 봉우리들과 숲이 선사하는 다채로운 풍경이다. 형제봉에서 시루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적당한 난이도를 갖추고 있어 초보자부터 숙련된 등산객까지 누구나 자신의 호흡으로 걷기에 적합하다. 산길을 걷다 보면 만나는 억새 군락지와 바위 능선은 계절마다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며, 특히 가을철 능선을 따라 붉게 물드는 단풍은 광교산이 가진 가장 화려한 얼굴이다. 또한 잘 정비된 등산로 주변으로는 수십 년 된 나무들이 터널을 이루어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겨울에는 눈 덮인 순백의 정취를 제공하며 사계절 내내 탐방객들의 발걸음을 다정하게 맞이한다. 산행을 마친 뒤 광교산 자락의 상광교동 일대에 자리한 음식점들은 오랜 시간 산객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왔다. 산의 품에서 내려와 만나는 식당가에서는 무쇠솥에 지어낸 구수한 보리밥과 산의 향을 가득 머금은 도토리묵무침이 여행객의 허기를 달래준다. 계곡 물소리가 들려오는 평상에 앉아 갓 부쳐낸 투박한 파전에 막걸리 한 사발을 나누는 모습은 광교산 산행이 주는 또 하나의 풍경이다. 화려하지 않아도 정성 어린 손길로 차려진 한 상은 산행의 피로를 씻어내고 넉넉한 인심과 함께 산 아래에서의 고요한 뒤풀이를 완성해준다.
  • 성·국가·시대 경계 넘은 생존… 그 위에 포개진 ‘선 넘은 혐오’

    성·국가·시대 경계 넘은 생존… 그 위에 포개진 ‘선 넘은 혐오’

    성소수자·가정폭력·네오나치까지12년 만에 무대 오른 ‘경계인의 삶’말투·몸짓의 차이만으로 ‘1인 35역’ 빨간 벽을 두른 무대 위엔 책상 하나, 의자 두 개, 작은 수납장 하나가 놓여 있다. 우아한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장남자 샤로테는 수납장에서 미니어처를 하나하나 꺼내 박물관 관객에게 설명을 이어간다. 19세기 말에 생산된 축음기와 강아지, 괘종시계, 소파 같은 미니어처는 장난감 같지만 샤로테에겐 생애를 구성하는 것들이다. 어떤 기준에선 버려지고 쓸모없는, 인정받지 못한 사물들이 그의 분류법에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고, 무대는 그의 빛나는 삶으로 가득 찬 보석함인 셈이다.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 오른 1인극 ‘나는 나의 아내다’(극작 더그 라이트)는 ‘두산인문극장 2026: 신분류학’의 마지막 공연이다. 실존 인물 샤로테 폰 말스도르프(1928~ 2002)의 이야기로, 2003년 미국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해 이듬해 퓰리처 드라마상과 토니상 최우수 연극상 등을 받았다. 2013년 ‘두산인문극장: 빅 히스토리’ 프로그램으로 국내 초연했고 이듬해 재연한 데 이어 다시 강량원 연출로 무대에 올랐다. 샤로테는 생물학적 남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산 경계인이자, 나치 독일과 동독 공산주의, 통일 독일까지 성·국가·시대의 경계를 차례로 넘어온 생존자다. 그는 아버지에게 가정폭력을 당한 피해자이면서 그 아버지를 살해한 가해자가 되고, 성소수자의 안식처였던 카바레 ‘뮬락리쩨’를 옮겨온 ‘그륀더짜이트’ 박물관을 지키려 비밀경찰 슈타지에 협력했다가 동료를 배신했다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한 명의 배우가 검은 드레스를 입은 채 말투와 몸짓의 차이만으로 35역을 오가며 120분의 극을 이끈다. 초연에 참여했던 지현준은 묵직한 목소리와 유연한 움직임으로, 처음 합류한 백석광은 조금 더 밝은 에너지와 또렷한 차이로 각각의 인물을 조형하며 서로 다른 무대를 만든다. 분장도 바꾸지 않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한 몸이 35명을 통과하는 동안, 인물과 인물 사이의 경계 역시 함께 흐려진다. 샤로테의 삶을 따라가며 우리는 한 존재를 무엇으로 판단하고 어떻게 분류할 수 있는지, 그 기준이 충분한지 거듭 되묻게 된다. 나치를 피해온 삶이 50년이 지나 네오나치의 위협 앞에 놓이고, “난 널 본 적이 있어, 내가 열여섯 살 때”라는 절규가 터질 때 무대는 또 다른 진실을 들춘다. 끊임없는 존재의 분류와 꾸준히 태어나는 판단의 기준이 이제는 혐오와 차별의 렌즈로 일그러지는 현상은 지금 이 시대에 더욱 강화하고 있다. 기준 바깥에 선 존재를 향해 폭력이 분출하는 시대, 이 작품의 질문은 12년의 시차를 건너 더 날카로워졌다. 공연은 7월 12일까지.
  • 바다 위의 조각 공원, 인천 옹진 모도 [두시기행문]

    바다 위의 조각 공원, 인천 옹진 모도 [두시기행문]

    인천 옹진군 북도면에 자리한 모도(茅島)는 신도, 시도와 다리로 이어져 있어 섬 속의 섬이면서도 육지처럼 편리하게 닿을 수 있는 작고 아름다운 섬이다. ‘모도’라는 이름은 과거 고기잡이를 나갔던 어부들이 그물에 띠(풀의 일종)가 많이 걸려 올라왔다고 하여 붙여졌다. 불과 0.76 ㎢ 남짓한 작은 면적이지만, 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미술관처럼 꾸며져 있어 사색과 예술적 영감을 찾는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안식처가 되어준다. 복잡한 도시의 소음을 벗어나 파도 소리와 예술 작품이 어우러진 길을 걷고 싶은 날, 모도는 가장 다정한 대답이 되어준다. 모도 여행의 정점은 단연 ‘배미꾸미 조각공원’이다. 섬의 남쪽 해안가에 위치한 이 공원은 초현실주의적인 조각 작품들이 바다를 배경으로 독특한 풍경을 자아내는 곳이다. 해변에 흩뿌려진 듯 놓인 거대한 조각상들은 거친 바닷바람과 파도를 견디며, 자연과 예술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묵묵히 보여준다. 썰물 때면 넓게 펼쳐지는 갯벌과 그 위로 드러나는 예술 작품들의 실루엣은 해 질 녘 노을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거창한 설명 없이도 작품 하나하나를 찬찬히 훑어보며, 나만의 해석을 덧붙여 보는 시간은 모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이다. 모도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신도와 시도를 아우르는 섬 여행의 여유가 필요하다. 세 섬은 연도교로 연결되어 있어 자전거를 빌려 타고 섬 전체를 일주하기에 아주 좋다. 해안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 풍경과 소박한 어촌 마을의 모습이 정겹게 다가온다. 모도 깊숙한 곳의 숲길은 예술가들의 고독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고요하며, 길가에 핀 야생화와 이름 모를 풀들은 섬의 주인인 양 평온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화려한 볼거리를 쫓기보다는, 발길 닿는 대로 천천히 걸으며 자연이 빚어낸 형태와 인간의 예술이 만나는 지점을 찾아가는 것이 모도 여행의 핵심이다. 신도, 시도, 모도 일대에서는 서해의 신선한 해산물을 활용한 요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갓 잡아 올린 생선으로 끓여낸 담백한 매운탕이나 신선회 등은 산행과 갯가 산책으로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섬마을 특유의 투박하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들은 여행객들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킨다. 식사 후에는 조각공원 근처의 작은 카페에 앉아, 바다 건너 저 멀리 영종도의 풍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차 한 잔으로 여정을 정리해 보는 것도 좋다.
  • 파도가 빚어낸 성소, 부안 채석강 해식동굴 [두시기행문]

    파도가 빚어낸 성소, 부안 채석강 해식동굴 [두시기행문]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반도 끝자락, 격포해수욕장 옆으로 겹겹이 쌓인 퇴적암층이 거대한 책을 쌓아 올린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바로 ‘채석강’(彩石江)이다.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배를 타고 술을 즐기다 달을 잡으려 했다는 중국의 채석강에서 이름을 따올 만큼, 이곳의 풍광은 세월의 신비로움을 가득 머금고 있다. 수천만 년 동안 파도와 바람이 빚어낸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해안 절벽 아래 숨겨진 해식동굴이다. 바닷물이 드나들며 단단한 암반을 깎아 만든 이 동굴은 자연이 선물해준 포토존이자 치유의 공간이다. 채석강의 해식동굴을 만나는 일은 바다의 시간을 기다리는 인내에서 시작된다. 밀물 때면 바닷물에 잠겨 자취를 감추었다가, 썰물이 되어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이 동굴은 그 자체로 자연의 신비다. 동굴 안으로 들어서면 바깥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암벽 사이로 스며드는 빛이 동굴 내부의 거친 질감과 만나 오묘한 실루엣을 만들어내고, 동굴 밖으로 보이는 푸른 바다와 하늘은 마치 액자에 담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특히 해 질 녘, 붉게 물든 노을이 동굴 입구를 타고 들어와 내부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순간은 채석강 여행의 정점이다. 해식동굴로 향하는 길, 채석강의 퇴적암층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오랜 시간 바다 밑에 쌓였던 퇴적물들이 지각 변동을 겪으며 층층이 쌓인 모습은 마치 거대한 역사의 기록물 같다. 굽이치는 해안선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의 위대함 앞에 인간의 삶이 얼마나 작은지를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동굴 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풍경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과는 또 다른 시점을 제공한다. 닫힌 듯 열려 있는 동굴은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내면의 평온을 찾기에 더할 나위 없는 안식처가 돼준다. 채석강의 해식동굴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을 때 가장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처럼, 이곳은 잠시 우리에게 머물다 가는 시간을 통해 진정한 휴식이 무엇인지를 묵묵히 일러준다. 바쁜 일상에 쫓겨 스스로를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부안 채석강으로 떠나보자. 거대한 암벽이 품은 동굴 안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지러웠던 마음의 파도가 서서히 잦아드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채석강 인근 격포항 근처에는 서해의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갓 잡은 제철 생선회와 함께 따뜻한 바지락죽 한 그릇은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특히 부안의 특산물인 백합을 이용한 백합탕은 뽀얗고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으로, 채석강의 짠 바닷바람을 맞고 난 뒤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기에 안성맞춤이다. 식사 후 근처 카페에 앉아 격포 앞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차 한 잔은 채석강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여유로운 마침표가 된다.
  • 김영갑 작가의 구름, 바람 그리고 오름… 국립제주박물관서 만나다

    김영갑 작가의 구름, 바람 그리고 오름… 국립제주박물관서 만나다

    “지금은 사라진 제주의 평화와 고요가 내 사진 안에 있다.” 무지개가 피어난 다랑쉬오름 아래 적혀 있는 글귀다. 국립제주박물관은 16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찰나의 영원, 제주를 담다-고(故) 김영갑(1957~2005년) 작가 기증 사진전’을 연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제주에 매료됐던 김 작가의 작품 세계를 회고하고 기증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자리다. 흑백 사진 94점, 컬러 사진 64점(교체 전시 포함)과 파노라마 카메라 등의 유품 및 김영갑갤러리두모악 소장 소조상을 포함해 총 177점을 선보인다. 지난 3월 김영갑갤러리두모악으로부터 9만 8652점(필름 9만 4866점, 인화지 3253점, 액자 533점)을 기증받은 작품들을 선별해 전시하는 셈이다. 그동안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은 갤러리 수장고 시설의 노후화에 따른 작품 보존 문제로 고민을 거듭해 왔다. 평소 박훈일 관장의 바람대로 고인의 작품이 공공기관으로 옮겨져 체적인 보존과 관리의 길이 열리게 됐다. 국립제주박물관과 지난 3월 협약을 체결해 기증식을 가지면서부터다. 김동우 국립제주박물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삼달리 두모악갤러리의 작품을 기증받으면서 그 공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다”면서 “오히려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고인의 작품을 더 좋아하는 분이 많아져서 그곳의 소중한 공간들도 더욱더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기증 작품 가운데는 지금은 볼 수 없는 제주의 옛 풍광이 담겨 있어 예술적 측면에서뿐 아니라 기록으로서의 가치도 지닌다. 전시 구성은 1부 ‘제주인의 삶과 죽음’, 2부 ‘오름, 영혼의 안식처’, 3부 ‘제주 환상곡’, 4부 ‘남겨진 이야기’로 이뤄져 있다.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고인은 1985년 제주에 정착한 이래 제주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호흡했다. 그는 마음속에 담긴 이어도의 실체를 알고자 삶의 끝자락에서 마주하던 무덤과 동자석을 찾아다녔다. 현실에서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는 굿판을 기록했다. 그러다 마침내 오름에 다다랐다. 이곳에서 삶과 죽음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일까. 기교도 치장도 없는 담백한 이미지로 삶과 죽음을 사실적으로 전달한다. 이처럼 1부가 고 김영갑 작가가 제주에 입도한 1985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촬영한 작품으로 제주 사람들, 무덤, 동자석, 무속, 오름 등을 담았다면 2부는 제주의 오름, 그 서정적인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았다. 이윤섭 학예연구사는 “그 감성을 살리고 고스란히 감상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작품과 작품의 간격도 최대한 떨어뜨려 놨다”고 전했다. 저마다 다른 표정을 한 오름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3부는 1995년 말부터 촬영한 사진들이다. 이때부터 작가는 가로의 폭을 더욱 넓혀 6×17인치 1대 3 비율을 즐겨 사용했다. 가로 폭이 긴 작품들. 장폭의 화면에 용눈이오름, 구름 언덕 등을 주제로 작가가 느낀 순간의 경험, 특히 바람의 숨결까지 곡진하게 담아냈다. 바람 그 자체를 담는 것이 아니라 바람에 휘날리는 나무, 갈대들을 포착했다. 하루 종일 한 오름만 수백 번을 찍고 한 구름 언덕의 구름들 표정만 수십 번을 찍어내는 고통 끝에 태어난 표정들을 만날 수 있다. 4부는 김영갑 작가가 설립한 김영갑갤러리두모악에 대한 이야기다.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은 작가가 작품으로 대중과 교감하고자 2002년 서귀포 삼달리에 설립한 공간이다. 한라산의 옛 이름을 가진 갤러리다. 지금은 문 닫은 학교 터에 꾸미지 않은 듯 꾸민 제주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담았다. 그는 루게릭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이곳에서 마지막 예술혼을 불태웠고, 그 흔적은 지금까지도 고스란히 남았다. 김영갑갤러리두모악 야외정원도 전시관 안에 들여놨다. 창문을 통해 두모악갤러리의 평화로운 뜰과 토우를 만날 수 있다. 자기도 모르게 가던 길을 멈추게 만드는 마법 같은 공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생전에 사용했던 카메라와 가방 등 유품을 선보이고 영상과 연출로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을 재현함으로써 작가와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또한 전시에는 출품하지 못한 여러 작품을 슬라이드 라이트 액자로 살펴볼 수 있도록 했으며, 필름 전용 확대경인 루페를 사용해 마치 작가가 작품을 확인하듯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이 소장한 방명록에서 2002년 개관 이래 관람객들이 남긴 글 중 일부를 뽑아 터치스크린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한편 QR 코드를 활용한 전시 음성 안내 시스템 및 저시력자용 큰 글씨 책자를 비치함으로써 접근성을 높였다. 이번 전시의 특징 중 하나는 작품에 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어떤 선입견도 없이 관람객과 작품 사이의 직접적인 소통을 추구했던 작가의 뜻에 따른 것이다. 다만 작품의 촬영 현장을 궁금해하는 관람객을 위해 김영갑갤러리두모악에서 전시품 분류를 위해 마련한 제목과 기술적인 사진의 특징을 기재한 전시 안내 리플릿을 전시장 입구에 비치해 제공한다. 이번 전시는 16일부터 11월 1일까지 32점의 작품을 한 차례 선보인 뒤, 11월 3일부터 2027년 3월 1일까지 동일 수량의 다른 작품으로 교체 전시할 예정이다. 김 작가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소개함으로써 제주 자연의 다채로운 모습을 선사한다. 이 학예연구사는 “고인은 언젠가 자신의 작품을 국립제주박물관에서 보게 될지 모른다고 인터뷰했었다”면서 “그 예언이 20여 년이 지나 현실이 돼 제주보다 제주를 더 사랑한 바람의 사진가로 관객을 초대한다”고 전했다. 마음에 오름과 바람이 노래하는 평화로움에 젖어 들고 싶다면 대형 스크린에 40개의 작품으로 구성된 영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공간에서 멍때려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작가가 느꼈던 제주의 바람과 소리를 통해 휴식과 힐링의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 남사예담촌에서 마주한 한국의 미 [두시기행문]

    남사예담촌에서 마주한 한국의 미 [두시기행문]

    경상남도 산청군 단성면에 자리한 남사예담촌은 ‘가장 한국적인 마을’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지리산의 정기가 굽이쳐 내려오다 잠시 숨을 고르는 이곳은, 수백 년의 세월을 묵묵히 버텨온 옛 돌담길과 고가(古家)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살아있는 박물관이다. ‘예담촌’이라는 이름에는 ‘옛 담장 마을’이라는 의미와 ‘예와 선비 정신을 담은 마을’이라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이곳은,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잠시 비켜나 과거의 지혜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안식처다. 남사예담촌의 백미는 단연 마을 전체를 휘감고 있는 흙돌담길이다. 높이 2m가량의 담장들은 사람의 눈높이보다 높아 마을의 비밀을 품고 있는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담장들은 단순히 경계를 짓는 역할을 넘어, 집과 집 사이를 잇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정을 나누는 연결고리였다. 흙과 돌을 차곡차곡 쌓아 만든 담장은 세월의 비바람을 견디며 정교한 무늬를 만들어냈고, 그 위로 넝쿨 식물들이 얽히고설켜 세월의 깊이를 더한다. 담장 너머로 고개를 내민 감나무와 꽃나무들은 계절마다 다른 빛깔로 마을을 수놓으며, 걷는 이들에게 사계절의 정취를 온전히 선물한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18세기부터 20세기에 걸쳐 지어진 전통 가옥들이 옛 선비들의 정신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사대부 가옥의 기품을 느낄 수 있는 최씨 고가와 이씨 고가 등은 당시의 생활상과 건축 미학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산이다. 특히 남사예담촌은 과거 ‘박씨 집안 딸과 이씨 집안 아들이 혼례를 올리던 날, 사위가 처가 집의 감나무 아래에 엎드려 큰절을 올렸다’는 전통이 이어져 내려오는 곳이기도 하다. 마을 입구에서 방문객을 맞이하는 수령 700년이 넘은 부부 회화나무는 이 마을의 수호신이자,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변치 않는 인연과 평온을 빌어주는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행의 즐거움은 맛에서도 완성된다. 산청은 지리산의 풍부한 산물이 나는 곳답게 남사예담촌 인근에서도 건강하고 정갈한 한 끼를 맛볼 수 있다. 산청의 대표 특산물인 약초를 활용한 비빔밥이나, 지리산 자락에서 채취한 나물들로 차려낸 소박한 산채 정식은 마을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식사 후에는 마을 한쪽에 자리한 작은 찻집에서 차 한 잔을 기울이며 담장 너머로 불어오는 바람 소리를 듣는 여유를 가져보자. 마을을 둘러싼 자연의 소리와 고택의 향기가 어우러져, 잊고 지냈던 내 안의 고요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 김정은·시진핑, 평양서 정상회담…“‘하나의 중국’ 원칙 견지”

    김정은·시진핑, 평양서 정상회담…“‘하나의 중국’ 원칙 견지”

    북한을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오후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다. 김 위원장은 회담 후 북중 관계를 “국가의 가장 중대한 제1 전략 사업”으로 규정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 지지를 재확인했다. 8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새 시대 중조(북중) 우호를 공고히 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인민의 선택이자 시대의 요구”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앞으로도 한결같이 조중 관계 발전을 국가의 가장 중대한 제1 전략사업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조중 관계를 국가 간 관계의 모범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공동으로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국제사회는 전례 없는 거대한 변화를 겪고 있다”며 “조선(북한)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중국이 핵심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취하는 정책과 입장을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시 주석이 올해 첫 해외 방문지로 평양을 선택한 것을 언급한 뒤 “조중 관계에 대한 각별한 중시와 우의를 보여주는 것으로, 조선 측에 큰 고무가 된다”고 전했다. 시진핑 “북중, 외교·법·군대 등 교류 강화해야” 시 주석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새로운 시대의 북중 관계에 대한 최상위 설계와 전략적 지침을 강화하고 양국 관계가 시대에 발맞춰 더 큰 발전을 이루도록 추진할 것”이라며 “지역 및 세계의 평화 안정과 발전 번영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 정세의 변화에도 중국 당과 정부는 북중 전통 우호를 중시할 것이라며 “세기의 변화에 직면해 북중 전통 우정에 새로운 시대적 의미와 강력한 동력을 주입하고 양국 사회주의 사업과 지역 평화, 발전의 더욱 밝은 전망을 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중 관계 발전에 대한 4가지 의견을 제시하고 △상호 신뢰의 기초 구축 △실질적 협력 수준 향상 △민심 소통의 유대 강화 △전략적 협력 내실 구축 등을 제안했다. 시 주석은 이어 중조 우호 협력 체결 65주년을 맞아 양측은 성대하게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외교, 법 집행, 군대 등의 교류를 강화하며 북중 관계 발전을 위해 힘을 모을 것을 당부했다. 또한 경제 무역, 농업, 건축, 과학기술, 의료 등 협력을 확대하고 국경 통상구의 전면 개방과 민항 항공편 및 국제 여객 열차의 운영 재개를 기회로 인적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 주석은 “아시아 지역은 북한, 중국 등 지역 국가들의 안식처”라며 “중국과 북한은 전략적 조정과 협력을 강화하고 각자의 주권, 안전, 발전 이익을 확고히 수호하며 지역의 평화와 발전을 함께 수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24번째 국립공원, 부산의 진산 금정산 [두시기행문]

    24번째 국립공원, 부산의 진산 금정산 [두시기행문]

    부산의 진산이자 시민들의 든든한 안식처인 금정산(金井山, 801.5m)은 거대한 바위 능선이 화려하게 펼쳐진 명산이다. 해발 801.5m의 주봉인 고당봉을 중심으로 북쪽으로는 장군봉, 남쪽으로는 상계봉과 파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부산 시내를 굽어보듯 우뚝 솟아 있다. 산 정상부에는 금빛 물이 솟아나 금색 물고기가 노닐었다는 전설을 품은 ‘금샘’이 있어 산 이름이 유래했다. 1989년 부산광역시 기념물로 지정된 금정산은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유구한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생태와 문화의 보고이며 2026년 24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금정산의 백미는 단연 산 전체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금정산성(金井山城)이다. 사적 제215호로 지정된 금정산성은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산성으로, 동문·서문·남문·북문 등 4대 문을 따라 이어지는 성곽길은 금정산 산행의 필수 코스다. 특히 북문에서 고당봉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금정산 특유의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풍광을 자랑한다. 발아래로는 푸른 바다를 품은 부산 시가지가 한눈에 펼쳐지고, 고개를 돌리면 첩첩이 쌓인 산맥이 산객을 맞이한다. 바람이 불어오는 능선길을 따라 성곽을 걷다 보면, 과거 수많은 외침을 막아냈던 역사의 숨결과 오늘날의 평화가 묘하게 교차하는 깊은 울림을 마주하게 된다. 산행은 여러 갈래로 즐길 수 있지만, 범어사에서 출발해 북문을 거쳐 고당봉에 오르는 코스가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운치 있다. 천년 고찰 범어사의 고즈넉한 풍경을 뒤로하고 숲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어느덧 웅장한 바위 절벽이 나타나고 시야가 탁 트인 정상부에 다다른다. 정상인 고당봉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가히 압권이다. 동쪽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동해 바다가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서쪽으로는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며 도시와 자연의 경계를 부드럽게 잇는다. 정상석 앞에서 바라보는 이 탁 트인 조망은, 도심 한복판에 이런 명산이 있다는 사실에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금정산 산행 후에는 산성 마을의 풍미를 반드시 경험해야 한다. 금정산성 일대는 오래전부터 산성 막걸리로 이름을 떨쳐왔는데, 쌉싸름하면서도 구수한 산성 막걸리에 갓 구운 파전, 혹은 매콤하게 볶아낸 오리 불고기를 곁들이는 것은 부산 산객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미식의 즐거움이다. 온천장 근처에 자리한 허심청 등에서 산행의 피로를 씻어내는 것 또한 금정산 산행을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방법이다.
  • 하늘을 받치는 기둥, 어머니의산 지리산 [두시기행문]

    하늘을 받치는 기둥, 어머니의산 지리산 [두시기행문]

    지리산은 경상남도 함양군과 산청군, 하동군,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 그리고 전라남도 구례군까지, 무려 4군 1시에 걸쳐 뻗어 나간 이 거대한 산군은 서울특별시 면적의 3분의 2에 달하며, 광주광역시와 맞먹는 광활한 대지를 품고 있다. 해발 1915m의 주봉 천왕봉을 필두로 반야봉, 노고단, 중봉, 바래봉 등 수많은 봉우리가 거대한 산군을 이루며 민족의 영산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백두대간의 남쪽 끝자락이자 낙남정맥의 시작점이기도 한 이곳은, 예로부터 금강산, 한라산과 함께 한반도의 삼신산(三神山)으로 숭앙받아왔다. 지리산이라는 이름은 ‘지혜로운 이인(異人)의 산’이라는 뜻을 품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루하다’의 방언인 ‘지리하다’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백두대간의 맥이 멈췄다 하여 머리 두(頭) 자를 써서 두류산(頭流山)이라 부르기도 했다. 1967년 12월 29일, 대한민국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단순한 자연보호 구역을 넘어 한국 국립공원 제도의 뿌리가 됐다. 천왕봉 정상에 오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비석이 있다.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라는 문구다. 거대한 바위가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듯한 형상의 천왕봉은 남한 본토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산청 9경이자 지리산 8경의 제1경으로 꼽히는 이곳의 일출은 그야말로 장엄하다. 항상 구름과 안개에 휩싸여 있어 일출을 마주하기가 쉽지 않기에, 구름을 뚫고 솟아오르는 그 찰나의 빛을 목격하는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경외감으로 다가온다. 지리산은 한 번의 방문으로 그 속살을 다 보여주지 않는다. 구름이 산허리를 감싸는 날이면 신비로운 수행자의 산으로, 맑게 갠 날이면 만물을 포용하는 어머니의 산으로 다가온다. 300만 명이 넘는 탐방객이 해마다 이 거대한 산을 찾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고향과도 같은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 지리산의 품 안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작음을 깨닫고, 동시에 자연과 하나 되는 거대한 평온을 얻는다. 천왕봉을 향하는 가장 뜨겁고도 빠른 길은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에서 시작된다. 중산리 탐방안내소를 지나 두류 생태탐방로로 들어서면, 계곡을 타고 흐르는 시원한 물소리가 산행의 시작을 반긴다. 울창한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지친 숨을 잠시 내려놓게 되는 특별한 공간, 바로 법계사(法界寺)와 마주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사찰인 법계사는 구름 위의 안식처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고요한 산사 마당에 서면 들려오는 풍경 소리와 머리 위로 펼쳐진 높은 하늘이 마음을 씻어내린다. 그 외에도 지리산에는 크기 만큼이나 다양한 등산코스가 있어서 선택 폭 넓은 등산을 즐길 수 있다. 지리산은 사계절 내내 다른 매력을 뽐낸다. 봄이면 철쭉이 능선을 붉게 물들이고, 여름에는 울창한 원시림이 뿜어내는 짙은 초록의 향기가 산객들을 맞이한다. 가을이면 단풍으로 타오르는 산맥이 장관을 연출하며, 겨울의 지리산은 눈 덮인 설산의 고요함으로 거대한 성벽과 같은 위용을 드러낸다. 1830여 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90마리 이상의 반달가슴곰이 서식하는 이 생태계의 보고는, 때로는 한국전쟁 전후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빨치산의 흔적으로, 때로는 이성계의 격전지로 우리의 역사를 묵묵히 지켜봐 왔다. 산행을 마친 후 맛보는 지리산의 풍미는 또 다른 여행의 묘미다. 구례와 산청, 하동 등 지리산 자락의 마을들은 저마다의 특색 있는 향토 음식을 내어놓는다. 맑은 계곡 물에서 자란 산채로 만든 비빔밥은 산행 후 떨어진 체력을 보충하기에 더할 나위 없으며, 지역마다 생산되는 지리산 흑돼지와 따뜻한 산나물 전은 긴 산행의 피로를 단숨에 씻어준다. 산 아래 자리한 작은 숙소나 고즈넉한 민박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바라보는 밤하늘은 도시의 불빛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고 맑다.
  • 박해자의 궁전이 순교자의 성지가 된 곳,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한ZOOM]

    박해자의 궁전이 순교자의 성지가 된 곳,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한ZOOM]

    284년, 로마제국 황제 ‘누메리아누스’가 사산 왕조 페르시아 원정길에서 살해당했다. 암살자로 지목된 이는 황제의 장인이었다. 분노한 군대는 평민 출신 친위대장 ‘디오클레스’를 새로운 황제로 추대했고, 그는 군대 앞에서 직접 칼을 뽑아 암살자를 처단했다. 로마제국을 재건한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시대가 열린 순간이었다. ●네 명의 황제가 다스린 제국과 기독교 박해 미천한 신분으로 태어나 황제의 자리에까지 오른 그는 혼란스러운 제국을 바로잡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혼자 다스리기에는 너무도 광대한 로마제국을 넷으로 나누어, 네 명의 황제가 함께 다스리는 사두정치(四頭政治)를 도입한 것이었다. 하지만 로마제국을 재건한 정치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는 기독교 역사에서는 가장 잔혹한 인물로 기록되어 있다. 로마제국의 결속을 위해 로마신을 믿지 않는 기독교를 철저히 탄압했던 것이었다. 예배당을 부수고, 성물을 불태웠으며, 수많은 사람을 고문하고 처형했다. 이때 처형된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인근 도시의 주교였던 ‘성 도미니우스’였다. 305년, 디오클레티아누스는 로마제국 역사상 처음으로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고향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해안에 거대한 궁전을 짓고 여생을 보냈다. 훗날 로마제국이 권력 다툼 때문에 다시 혼란에 빠지자 함께 통치했던 동료 황제들이 그에게 복귀를 부탁했다. 하지만 그는 텃밭에서 흙 묻은 손을 털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내가 내 손으로 정성껏 키운 이 탐스러운 배추를 직접 본다면, 나에게 다시 그 지옥 같은 권력의 소용돌이로 돌아가라는 말은 차마 못 할 것이다.” 대제국의 권력보다 한 포기의 배추를 키우는 평화가 그에게는 더 소중했던 셈이다. ●기독교의 성지가 된 박해자의 안식처 시간이 흘러 역사적인 반전이 벌어진다. 황제가 세상을 떠난 뒤 그가 잠들어 있던 궁전 안 무덤이 7세기경 가톨릭 성당으로 바뀌었다. 웅장한 신전 형태의 석조 건물인 황제의 무덤을 이민족을 피해 궁전 안으로 들어온 기독교인들이 의도적으로 개조했던 것이었다. 이들은 황제의 석관을 내던진 자리에 황제의 박해로 세상을 떠난 순교자 ‘성 도미니우스’의 유해를 모셨다. 기독교를 없애려 했던 황제의 무덤이 도리어 그가 죽인 사람을 기리는 성전으로 바뀐 것이었다. 그리고 황제의 유해는 지금까지도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궁전이 도시가 된 기적 7세기경 살로나 주민들이 아바르족과 슬라브족의 침략을 피해 궁전의 두꺼운 성벽 안으로 숨어들었다. 이들은 서서히 이곳을 생활의 터전으로 만들어 갔다. 황제의 침실이었던 공간을 거실로 삼고, 화려한 복도였던 공간은 골목길로, 창고는 시장이 됐다. 그렇게 궁전은 서서히 하나의 ‘도시’가 되어 또 다른 생명력을 얻었다. 동, 서, 남, 북 네 개로 이루어진 성문으로 들어가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을 지나면 궁전의 중심부였던 ‘페리스틸(Peristyl)’ 광장이 나타난다. 뚫린 돔 지붕 아래에 서면 오래전 황제가 이집트 원정길에서 가져온 검은 스핑크스는 이곳이 한때 황제가 머무르던 곳이었음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의 하나인 ‘성 도미니우스 대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이 성당 종탑 계단에 오르면, 붉은 지붕과 푸른 아드리아해가 햇살에 빛나는 찬란한 장면이 펼쳐진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 도시는 박제된 박물관이 아니다. 1700년 전 황제의 숨결 위로 오늘날의 사람들이 빨래를 널고, 커피를 마시며 살아가는 ‘현재 진행형’의 역사다.
  • 귀로 걷는 제주여행… 안덕 화순리에 ‘사운드벙커 제주’ 개관

    귀로 걷는 제주여행… 안덕 화순리에 ‘사운드벙커 제주’ 개관

    “1억 8000만년 전에 형성된 사암층 사이로 파도가 밀려옵니다. 층과 층 사이의 틈이 울림통 역할을 합니다. 간조에서 만조까지 물이 차오르며 지층마다 다른 음높이가 울립니다. 낮은 음에서 점점 높아지다가, 만조에 이르러 하나의 울림으로 통합됩니다. 바다가 지휘하고 절벽이 연주하는 교향곡입니다.” 세계자연유산 용머리해안을 직접 가지 않아도 마치 현장에 가 있는 듯한 천연 스피커 ‘소리로 떠나는 여행’을 이곳 서귀포 안덕면 화순곶자왈 인근에 문을 연 사운드벙커 제주에서 이색 체험을 할 수 있어 관심이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 ㈜더사운드벙커는 지난 25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에 오프라인 거점 공간인 ‘사운드벙커 제주’를 개관했다고 26일 밝혔다. 제주 관광이 이제는 ‘보는 여행’을 넘어 ‘듣는 여행’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바람이 숲을 스치는 소리, 현무암 해안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 마을 골목의 생활음까지 제주의 풍경을 귀로 기록하고 체험하는 이색 공간이다. ‘사운드벙커 제주’는 제주의 자연과 마을의 소리를 기록·보존하는 이른바 ‘지구의 소리 기록소’를 콘셉트로 조성됐다. 북극권에 위치한 노르웨이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에서 영감을 얻었다. 사라질 수 있는 제주의 소리를 아카이브로 남긴다는 취지다. 제주의 소리를 모은 카드만 대면 곶자왈의 바람 소리와 새소리, 해안의 파도와 돌 부딪히는 소리, 마을의 생활음 같은 제주의 일상적 풍경들을 소리로 만난다. 방문객들은 화순 곶자왈과 안덕면 풍경을 바라보며 제주의 소리를 온전히 감상하게 된다. 특히 2층 전시 공간에서는 창밖 산방산 풍경과 함께 청각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철새들의 안식처 하도리, 주먹보다 작은 돌들이 물에 쓸려가면서 서로의 몸을 부딪히고 그 진동이 해안선을 따라 수백 미터를 울리는 알작지, 어선의 엔진 소음 사이로 들려오는 생명의 주파수 돌고래 소리, 곤을동 4·3유적지에서 들려오는 바람과 새소리 등 자연의 소리(ASMR)를 만날 수 있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 나오는 필드레코드 녹음장비를 들고 녹음한다. 한 장소에서 2~3번 녹음한 것 중 15분 정도의 엑기스를 뽑아내는 방식이다. 운영 주체인 ㈜더사운드벙커는 자연·도시·사람의 소리를 수집하고 기록하는 사운드스케이프 스타트업이다. 지역의 고유한 환경과 감각을 청각 콘텐츠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 회사는 2021년 제주 기반 창업 지원사업인 J-스타트업에도 선정됐으며,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걷는 체험형 프로그램 ‘사운드워킹(Soundwalking)’을 중심으로 전국 지자체·기업과 협업해왔다. 오는 6월부터는 제주의 자연과 마을의 소리를 직접 채집·기록하는 ‘필드 레코디스트’ 양성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참가자들은 곶자왈과 해안, 마을 곳곳을 돌며 현장의 소리를 수집하게 된다. 최근 관광업계에서는 단순 소비형 관광보다 지역의 감각과 이야기를 체험하는 ‘로컬 기반 콘텐츠 관광’이 새로운 흐름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 역시 걷기·명상·워케이션에 이어 소리와 감각을 결합한 체험형 콘텐츠 실험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오프라인 체험은 이미 2022년부터 시작했다. 이용원 ㈜더사운드벙커 대표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화순곶자왈에서 사운드워킹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연간 2000~2500명이 매년 체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운드벙커 제주는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제주의 소리와 감각, 지역의 시간을 함께 기록하는 플랫폼”이라며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지속 가능한 콘텐츠 거점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최근 관광 트렌드는 지역의 감각과 이야기를 경험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 고유 자원을 창의적으로 해석하는 민간 주체들을 발굴하고 지속 가능한 관광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 진도 ‘백조호수 봄꽃 길’ 내달 5일 개막

    진도 ‘백조호수 봄꽃 길’ 내달 5일 개막

    전남 진도군이 늦은봄 정취를 수놓을 특별한 꽃길을 연다. 군은 오는 6월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백조호수공원과 나리방조제 일원에서 ‘2026 백조호수공원 봄꽃 행사’를 개최한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행사의 핵심은 바다와 호수를 가로지르는 총 4.4km의 대규모 꽃길이다. 나리방조제(3.2km)에서 백조호수공원(1.2km)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남도의 바람과 풍경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는 ‘느림의 미학’을 선사한다. 6월 초 절정 군은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25일부터 6월 7일까지를 ‘봄꽃 나들이 기간’으로 정하고 꽃단지 체험장을 상시 운영한다.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되는 6월 초는 여름의 무더위가 찾아오기 전, 짙어지는 녹음과 마지막 봄꽃의 색감이 어우러져 남도의 정취가 정점에 달하는 시기다. 행사장 곳곳에는 다채로운 즐길 거리도 마련된다. 걷기가 부담스러운 고령층이나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을 위해 ‘꽃길 관람 버스가 운행되며, 버블쇼와 마술쇼, 지역 예술인들의 버스킹 공연이 축제의 흥을 돋운다. 거창한 무대보다는 길 위에서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풍경과 체험부스 중심의 ‘머무는 축제’로 기획된 것이 특징이다. 백조호수공원은 그간 진도읍 인근의 평온한 안식처 역할을 해왔으나, 이번 나리방조제 꽃길 연결을 통해 지역의 새로운 관광 거점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특히 운림산방, 진도개테마파크, 세방낙조, 쏠비치 진도 등 인근 명소와 연계된 하루 여행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진도군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화려한 수식어보다 자연과 꽃이 주인이 되는 진도만의 서정적인 축제가 될 것”이라며 “6월의 진도가 선사하는 짧지만 강렬한 봄의 끝자락을 많은 분이 가슴에 담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 李대통령 “각자도생 아닌 공존 상생 나아가야”…‘부처님 오신날’ 기념사

    李대통령 “각자도생 아닌 공존 상생 나아가야”…‘부처님 오신날’ 기념사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지금 우리 사회에도 서로 다른 생각을 화합하고 아우르는 배려와 이해의 정신, 각자도생이 아닌 공존 상생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조계사에서 조계종이 주최한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부처님오신날’ 기념사에서 “부처님의 대자대비함이 온 누리에 가득하길 기원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부처님의 가르침은 오랜 세월 우리 삶 속에 함께해왔으며 국가적 위기와 슬픔을 맞이할 때마다 국민의 아픔을 치유하고, 소외된 이웃의 안식처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중생들이 서로를 배척하기보다 이해하고, 대립하기보다 화합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우리 사회를 더 단단한 공동체로 만들어 준 든든한 버팀목이었음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미움은 미움으로 사라지지 않고 오직 자비로써 사라진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주권정부는 부처님의 이 귀한 말씀을 등불로 삼겠다”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가장 낮은 곳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그런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또 “무엇보다 ‘국민의 목숨을 살리는 정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만인이 존귀하고 누구나 평등하다’는 그 가르침을 꼭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원융회통’(통섭과 화합)의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며 하나된 힘으로 국민과 나라의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며 “오늘 전국을 밝힌 연꽃 등 하나하나가 서로의 마음을 잇는 희망의 빛이 되어 대한민국을, 우리 사회를 더욱 따사한 공동체로 밝혀주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불하십시오”라며 기념사를 마쳤다. 이날 봉축법요식에는 조계종 종정 성파스님과 총무원장 진우스님, 원로의장 자광스님, 정·관계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청와대에서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전성환 경청통합수석, 불교 신도 등 1만여명이 참석했다.
  • 쥬라기 공원은 처음이지? 어서와! 오키나와

    쥬라기 공원은 처음이지? 어서와! 오키나와

    일본 오키나와를 말할 때 사람들은 흔히 두 가지를 먼저 떠올린다. 사파이어 블루의 바다, 그리고 전쟁의 상흔. 오키나와는 태평양 전쟁의 가장 처참한 격전지였고, 남부엔 지금도 그 기억이 선연하다. 하지만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공기가 달라진다. 전쟁의 기억은 옅어지고 대신 다른 것들이 선명해진다. 테마파크가 원시림 한복판에 들어섰고, 고래상어가 헤엄치는 세계 최대급 수족관이 있고, 어린아이가 열대어에게 먹이를 줄 수 있는 얕고 잔잔한 바다가 있다. 가족 여행지로 제격인 이유다. 옛 류큐 왕국의 흔적이 오롯한 성터에선 너른 동중국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저물녘 숲길에서는 금빛 햇살이 수백 년 된 후쿠기 나무 사이로 스며든다. 먼저 정글리아부터 간다. 오키나와 북부의 아열대 원시림인 ‘얀바루’ 한복판에 들어선 초대형 테마파크다. 정글리아는 도쿄 디즈니랜드나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아열대 기후와 정글이라는 오키나와 고유의 자산을 테마파크 안으로 끌어들였다. 영화 ‘쥬라기 공원’을 연상케 하는 원시림 속에서 야생의 생명력을 온몸으로 체감한다는 콘셉트가 공원 곳곳에 일관되게 구현됐다. 원시림 한복판 공룡 사파리 탐험 가장 강렬한 공간은 공룡 어트랙션들이다. ‘다이노소어 사파리’는 지프차를 타고 공룡이 사는 숲을 달리는 사파리형 어트랙션이다. 거대한 초식 공룡의 다리 밑을 지나치는 순간, 동심을 잃은 지 오래된 어른도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게 된다. 최강의 포식자인 티라노사우루스에 쫓길 때는 꽤 박력이 넘친다. 걸으며 체험하는 ‘파인딩 다이노소어’는 어린 방문객에게 적합하다. 사라진 아기 공룡을 찾아 탐험하는 과정에서 귀여운 공룡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몰입감이 제법이다. 지난달엔 새 어트랙션이 추가됐다. ‘얀바루 토네이도’다. 높이 20m, 최대 48명이 탑승한다. 수평으로 회전하며 원심력을 높이다가 수직으로 기울어져 회전한다. 이때 탑승자는 공중에서 거꾸로 뒤집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문제는 아열대 특유의 여름 무더위다. 오키나와의 여름은 만만치 않다. 정글리아 측은 공원 곳곳에 그늘을 늘리고 지붕형 야외 휴게소를 새로 조성했다. 우산과 양산을 무료로 비치해 누구든 가져다 쓸 수 있게 했고 어트랙션 대기 시간도 대폭 줄였다. 한국인에 대한 배려도 구체적이다. 가족 단위 방문이 많은 한국 관광객의 특성을 정확히 읽었다. 사토 다이스케 부사장은 “한국은 대만에 이어 오키나와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이라며 “한국어가 가능한 가이드와 휴대용 번역기도 배치했다”고 소개했다. 어른 한 명 입장 시 어린이 한 명은 무료인 상품도 운영 중이다. 정글리아는 비싸고 맛없다는 놀이공원 음식에 대한 선입견도 깼다. 새의 둥지 모양으로 생긴 ‘파노라마 다이닝’에선 놀이공원을 내려다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현지 식재료의 맛을 살린 요리들이 어지간한 호텔보다 훨씬 저렴하고 맛있다. 그야말로 ‘가성비 갑’이다. 스파가 있는 것도 독특하다. 정글을 굽어 볼 수 있는 인피니티 풀은 어트랙션을 누비며 쌓인 피로를 풀기 좋다. 얀바루 숲이 내다보이는 노천탕에 몸을 담그는 것으로 하루를 닫는다니, 이만한 마무리가 또 있을까 싶다. 오키나와 북부의 특징 중 하나는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촘촘하게 퍼져 있다는 것이다. 특히 모토부초의 해양박(해양 엑스포) 공원 일대에 가볼 만한 곳들이 늘어서 있다. 추라우미 수족관은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관광지이자, 북부 여행의 또 다른 중심축이다. 세계 최대급 수조 ‘구로시오의 바다’에서는 고래상어와 만타 가오리가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관 스크린에서 영화를 보는 듯한 압도적인 몰입감이 일품이다. 야외 ‘오키짱 극장’에선 하루 4~5회 돌고래 쇼가 무료로 진행된다. 열대드림센터, 해양문화관 등도 함께 있다. 세계 최대 수조 추라우미 수족관 수족관에서 북쪽으로 조금만 거슬러 오르면 국영오키나와기념공원이 나온다. 공원 좌우로 ‘에메랄드 비치’가 펼쳐진다. 이름 그대로 에메랄드빛 바다가 부드러운 백사장과 맞닿아 있다. 파도가 잔잔하고 수심이 얕아 아이들이 놀기 좋다. 수족관 남쪽 아래의 모토부 겐키무라도 가족과 함께 찾을 만하다. 해양 동물과 전통 오키나와 공예를 체험할 수 있는 테마파크다. 돌고래와 수영하기가 가장 인기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스노클링, 카약 등 다양한 해양 액티비티도 갖췄다. 1960m의 고우리 대교는 다리 양쪽으로 에메랄드 그린의 바다가 펼쳐지는 인기 드라이브 코스다. 우리 영화, 드라마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다리 끝에서 만나는 고우리 섬은 조용하고 아담하다. 고우리 비치에서 물놀이를 즐겨도 좋고, ‘하트록’이라 불리는 독특한 바위 앞에서 인증샷을 남겨도 좋겠다. 북부와 다소 거리가 있지만 중동부 지역의 오도마리 비치도 아이와 함께 놀기 좋은 해변이다. 모래 해변이 600m에 이르며, 수심이 얕고 바닷물이 잔잔하다. 안전요원이 상주하고 해파리 방지 그물도 설치돼 있다. 이 해변의 열대어들은 도시의 비둘기와 흡사하다. 아이들이 물에 들어가면 수많은 열대어들이 다가와 먹이를 달라고 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사유지여서 입장료를 받는다. 이제 시간과 자연이 조탁한 장쾌한 풍경을 보러 간다. 만자모는 기암절벽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어우러진 곳이다. 18세기 류큐 왕국의 쇼케이왕이 ‘만 명이 앉아도 충분한 들판’이라고 감탄한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코끼리 코처럼 생긴 바위가 명소다. 하늘과 바다가 오렌지빛으로 물드는 저물녘에 특히 인기가 높다. 산책로를 한 바퀴 도는 데 20분이면 충분하다. 기암절벽·옥빛 바다 합친 만자모나키진 성터는 800년 돌담 위에 벚꽃 핀 봄철 풍경으로 유명한 곳이다. 류큐 석회암으로 쌓은 성벽이 인상적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만자모와 나키진 성터 모두 입장료를 받는다. 오키나와 최북단의 얀바루 국립공원은 미지의 공간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얀바루는 ‘병풍처럼 이어진 산과 울창한 숲이 펼쳐진 땅’을 의미하는 단어다. 이 숲은 류큐 왕국 시절부터 섬 사람들의 삶을 떠받쳐온 공간이었다. 밧줄과 끈 대신 이 숲의 덩굴을 썼고, 부엌의 장작과 숯도 이 숲에서 나왔다. 류큐 왕국 전성기에는 주민들이 숲에서 나무를 베어 해안으로 운반하고, 남쪽 해안을 따라 수도까지 실어 날랐다. 오키나와의 허파이자 창고였던 셈이다. 얀바루 국립공원은 종종 ‘동양의 갈라파고스’라 불린다. 오키나와 딱따구리, 날지 못하는 오키나와뜸부기(얀바루쿠이나) 등 오키나와에서만 서식하는 동물들이 살아가는 안식처라서다.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국립공원 안쪽의 마을에서 트레킹, 맹그로브 카누, 야생동물 관찰 투어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300년 전통 잇는 나무 그늘 걷기이제 하루를 마감할 시간. 모토부초 끝자락의 비세 마을로 간다. 이 마을 주민들은 얼추 300년 전부터 같은 방식으로 하루를 닫아왔다. 후쿠기(福木/フクギ) 나무 그늘 아래를 천천히 걷는 것이다. 후쿠기 가로수길은 방풍림이다. 마을을 위협하는 바람과 뜨거운 햇살을 막기 위해 조성됐다. 거리는 1㎞ 정도. 수백 년 전 마을 사람들의 실용적인 지혜가 지금은 오키나와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책로 중 하나가 됐다. 이 길이 가장 빛나는 시간은 오후 6시와 7시 사이, 저물녘이다. 서쪽으로 기울어진 햇살이 후쿠기 나뭇잎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면서 길 위에 금빛 얼룩을 만들어낸다. 길의 끝에는 바다가 있다. 숲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이 전환이 비세 후쿠기길을 단순한 산책로 이상의 공간으로 만든다.
  • ‘철도 덕후’ 홀리는 노원기차마을축제

    ‘철도 덕후’ 홀리는 노원기차마을축제

    어린이 위한 기차 조종 체험부터유럽풍 볼거리·먹거리 등 한가득인파 우려 체험 코너는 예약 운영 ‘은퇴한 기차들의 안식처’ 서울 노원구 화랑대 철도공원이 기차를 좋아하는 어린이를 위한 축제를 연다. 노원구는 다음 달 6~7일 철도공원에서 ‘노원기차마을축제’를 연다고 13일 밝혔다. 기차를 사랑하는 어린이는 기차마을 앞 광장에서 무선조종자동차(RC카)·RC 중장비·모형기차 조종 체험을 할 수 있다. 키링, 연필꽂이, 책갈피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알차다. 관람객을 대상으로 빙고 게임도 펼쳐진다. 숲속 무대에서는 어린이가 좋아하는 벌룬쇼, 버블쇼, 뮤지컬 갈라쇼가 열린다. 화랑대 철도공원은 경춘선 폐선 부지를 공원화한 경춘선 숲길에 조성된 힐링타운이다. ‘대한민국 로컬 100’에 문화 명소로 연속 2회 선정됐다. 정교한 디오라마(축소 모형)로 유명한 기차마을 스위스관, 이탈리아관과 카페 ‘기차가 있는 풍경’, 레스토랑 ‘익스프레스 노원’ 등이 추가돼 볼거리·먹거리가 풍성해졌다. 특히 올해 초 문을 연 이탈리아관은 3개월 만에 관람객 6만 9000여명을 돌파했다. 최근 성당 외관의 3000여개 조각상을 구현한 밀라노 대성당 모형과 스타디오 올림피코(1960년 로마올림픽 주경기장)를 모티프로 한 ‘노원 스타디움’도 공개됐다. 구는 무더위에 대비해 쿨링포그와 수경시설 등 체감온도 저감 시설을 준비할 계획이다. 인파가 몰릴 수 있는 체험 코너는 현장 예약제로 운영해 어린이들이 더위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6일 개막식은 현충일을 맞아 태극기 바람개비를 선로에 꽂는 퍼포먼스가 예정돼 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춘천행 열차의 낭만을 담은 화랑대 철도공원은 모든 세대가 공유하는 멋과 재미의 테마파크로 자리 잡았다”며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한 철도공원에서 가족과 함께 행복한 추억을 만드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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