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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이 빚은 절경에 속세를 털어내다

    산이 빚은 절경에 속세를 털어내다

    험산 너머 평야와 바다벽지서 풍요가 느껴져하구로산 삼나무 숲엔천연기념물 500여 그루가모수족관도 가 볼 만해파리떼 유영이 장관만추 끝자락 보내면서모가미강서 뱃놀이도일본 야마가타현 두 번째 이야기, 쓰루오카시다. 야마가타시에 이어 야마가타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그래봐야 작은 소도시다. 그런데 희한하기도 하지. 일본의 벽지이면서도 못 먹고 못 산다는, ‘가련형’이란 느낌은 주지 않는다. 아마 험산 너머로 광활한 평야와 풍요로운 바다를 숨겨 놓은 덕이지 싶다. 첫 번째 목적지는 ‘일본 갈 결심’을 굳히도록 이끈 하구로산(羽黑山) 고주노토(五重塔)다. 이어 일본 토속 신앙 슈겐도의 본산인 산진고사이덴(三神合祭殿), 세계 최대 해파리 전시장인 가모수족관 등 쓰루오카 구석구석을 돌아볼 참이다. 몇 해 전, 한 외국 방송에서 본 기억 속 영상이다. 오층 목탑 위로 눈발이 날리고 있다. 단청은 없지만 그렇다고 수수한 것도 아니다. 날카롭게 솟은 처마 위로 하늘거리는 눈, 사위를 둘러싼 검푸른 삼나무 숲, 어딘가 일본스러운 탐미적이고 관능적인 느낌이었다. 요즘 흥행을 이어가는 일본 영화 ‘국보’의 여장남자 ‘온나가타’의 손사위를 닮았달까. ‘광클’ 끝에 찾아낸 하구로산의 고주노토. 지금 그 목탑을 보기 위해 ‘일본의 강원도’라는 야마가타의 산자락을 넘어가는 중이다. 야마가타현이 속한 도호쿠(東北) 지방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홋카이도 바로 아래, 그러니까 혼슈 동북쪽 끄트머리 6개 현 중 하나다. 도호쿠엔 무려 500㎞에 달하는 오우(奧羽)산맥이 뻗어있다. 여기에 일본인들이 신성시하는 데와산잔(出羽三山)이 있다. 갓산(月山)과 유도노산(湯殿山), 그리고 하구로산으로 이뤄졌다. 일본 전통 토속 신앙인 신도에서 갓산은 전세, 유도노산은 내세, 하구로산은 현세를 관장하는 신이 머무는 곳이다. 일본의 다른 지역처럼 신도와 불교가 합쳐지는 신불습합(神佛習合)이 강했지만 19세기 들어 메이지 유신 이후 신불분리(神佛分離) 등을 거쳐 현재의 형태에 이른다. 불교 건물이 명백한데도 신사라 불리는 건 이 때문이다. 일본인들은 데와산잔을 도는 걸 ‘환생 여행’이라 부른다. ‘서쪽은 이세(일본 최고 권위의 신사) 참배, 동쪽은 오쿠(데와산잔) 참배’라며 평생에 한 번은 참배해야 할 장소로 꼽는다. 특히 토속 산악신앙과 도교, 불교 등이 혼합된 슈겐도(修験道) 신도에겐 성지 중의 성지다. 하구로산 참배길은 들머리인 즈이신몬(隨神門)에서 하구로산 정상 언저리의 산진고사이덴까지 약 1.7㎞다. 관광객의 경우 고주노토까지만 돌아보고 이후 2446개나 되는 계단은 건너뛰는 게 보통이다. 산진고사이덴까지 차로 갈 수 있어서다. 즈이신몬에서 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삼나무숲은 ‘미슐랭 그린가이드 재팬’에서 별 3개 ‘만점’을 받은 곳이다. 수령 350년~500년을 헤아리는 삼나무 500여 그루가 늘어서 있다. 한 그루 한 그루가 일본 천연기념물이다. 이 삼나무 숲 한 가운데에 할아버지 삼나무 ‘지지스기’(爺杉)가 있다. 1000년 넘게 살아왔다는 신목이다. 나무 둘레만 8.5m가 넘는다. 지지스기 너머로 고주노토가 보인다. 937년에 처음 세워졌고, 1372년(1608년이란 주장도 있다) 개축해 현재에 이른다. ‘당연히’ 일본의 국보이고, 수없이 많은 일본 오층탑 중에서도 ‘3대 오층탑’으로 꼽힌다. 우리 목조 건축 양식인 결구법처럼 못 하나 사용하지 않고 세워 올린 자태가 장엄하다. 높이는 29m. 이 지역 특산인 감나무를 건축자재로 썼다. 내부 중심엔 거대한 심주석(心柱石)이 세워져 있다고 한다. 지진에도 끄떡없이 탑의 중심을 잡아준다. 일본인들이 기를 쓰고 눈 덮인 고주노토를 보러 오는 이유가 헤아려진다. 고주노토 뒤로 산진고사이덴에 이르는 2446개의 돌계단이 펼쳐진다. 산진고사이덴은 데와산잔의 삼신을 함께 모신 전각이다. 2.1m 두께의 초가지붕과 옻칠로 장식된 내부가 장관이다. 세 산신이 가장 낮은 하구로산(414m)에 모인 까닭이 현실적이다. 눈 때문이다. 야마가타는 겨울이면 4m까지 눈이 쌓인다. 고도 1984m의 갓산, 1504m의 유도노산은 겨울에 출입 불가다. 민가와 가깝고, 한겨울에도 눈이 그나마 덜 쌓이는 하구로산이 신들의 모임 장소가 된 이유다. 하구로산은 이 덕에 겨울에도 폐쇄되지 않는다. 바다 쪽에선 가모(加茂)수족관이 가볼 만하다. 세계 최대 해파리 전문 수족관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곳이다. 미슐랭 그린 가이드에서도 별 1개를 받았다. 해파리 하나로 승부를 보겠다는 시골 도시의 자신감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내부 전시도 알차다. 천천히 유영하는 60여 종의 진귀한 해파리들이 인증샷을 부른다. 수족관의 꽃은 ‘해파리 드림 시어터’란 거대한 원형 수조다. 지름 5m의 수조 안에 1만 마리가 넘는 해파리가 유영하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다. 해파리 라면, 해파리 아이스크림 등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쓰루오카 시내 관광은 쓰루오카 공원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에도막부 시절 쓰루오카성이 있던 곳을 공원으로 꾸몄다. 쓰루오카성은 일본 내 다른 성과 달리 천수각이 없다. 이유를 물으니 전쟁, 권력 투쟁과 거리가 멀었으니 유사시에 대비한 천수각을 세울 필요가 없었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이쯤에서 메이지 유신 이전 야마가타가 속했던 ‘쇼나이번’의 역사를 살펴보자. 12세기 가마쿠라 막부(幕府)부터 일본이 다시 통일되는 16세기까지, 일본도는 권력을 세우고 백성을 지배하는 수단이었다. 한데 야마가타 일대를 다스린 쇼나이번 번주(다이묘)는 독특했다. 사무라이들에게 일본도 대신 낚싯대를 들게 했다. 쇼나이 8대 번주 사카이 다다아키는 7m가 넘는 긴 낚싯대를 만들었는데, 당시로선 획기적인 발명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낚싯대를 만드는 장인이 남아 있다. 쇼나이번의 사무라이들은 산과 들을 지나 해안까지 긴 낚싯대를 메고 절도 있게 이동해야 했다. 바다에 도착하면 칼싸움 대신 낚시로 고기를 얼마나 낚았는지 따져 ‘쇼부’(승부)를 봤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심신을 단련했다. 쇼나이번이 정치 중심지였던 에도(도쿄)와 교토의 권력 투쟁을 외면하고 그들만의 독자적인 문화를 만들어온 배경엔 이런 사연이 깔려있다. 그렇다고 쇼나이번 사람들이 무른 것만은 아니다. 사무라이 시대가 사실상 끝장난 계기가 됐던 보신전쟁 때, 에도막부 편에 선 쇼나이번은 신식 장비로 무장한 정부군에 맞서 일본도를 들고 끝까지 싸웠다. 지금도 ‘황혼의 사무라이’(2007) 같은 시대물 영화가 쓰루오카 일대를 즐겨 촬영지로 삼는다. 공원 옆에는 치도(致道) 박물관이 있다. 마지막 쇼나이 번주였던 사카이 가문이 기증한 저택을 박물관으로 개조해 1950년에 설립됐다. 입장료가 1000엔이라 무척 비싼 편이지만, 볼거리 풍성하다. 눈의 고장 야마가타를 엿볼 수 있는 산악지역의 다층 민가, 최초의 현대식 건물인 옛 쓰루오카 경찰서, 일본식 전통 정원, 낚싯대와 어선 등 국가 중요민속문화재 5350점과 만날 수 있다. 이제 모가미강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한다. 도자와무라(戸沢村)의 고라이칸(고려관, 高麗館)을 찾아가는 길이다. 모가미강은 야마가타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단풍 뱃놀이로 입소문 난 강이다. 날이 추워지면 고타츠(일본식 난방기구)를 배 안에 들여 ‘고타츠 보트’로 운영하기도 한다. 유장하게 흐르는 강과 만추의 산자락이 어우러진 풍경이 인상적이다. 도자와무라는 일본에서 가장 먼저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을 벌였던 곳이다. 1990년대 이후, 이 일대에 한국에서 건너온 신부가 많이 정착한 건 이 때문이다. 일본에선 새색시를 하나요메(花嫁)라고 부른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2007년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야마가타에 한국인 ‘하나요메’가 몰려든 건 1980년대 중반~1990년대 초다. 먹고 사는 것이 그리 급하지 않은 시절이었을 텐데, 한국 여성이 대거 일본에 진출한 것이 다소 의외다. 당시 인구 6500명 정도의 시골에 수십 명의 한국 여성이 쏟아져 들어온 건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한국 ‘하나요메’ 대부분은 여러 어려움을 딛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렸다. 지금도 김치 등의 식품업, 료칸 같은 숙박업을 경영하는 한국 ‘하나요메’들이 간혹 우리 언론에 소개되곤 한다. 이들의 구심점 구실을 하는 공간이 고라이칸이다. 1997년 조성됐다. 한국인의 시선으로는 부족한 면이 많지만 그래도 ‘이 구역’에선 제법 명소 소리 듣는 관광지다. 물산관, 식문화관, 놀이마당, 정원 등으로 구성됐다. 휴게소에 소규모 테마파크의 기능이 결합한 곳이라고 보면 틀림없겠다. [여행수첩] -‘일본 100대 명폭’ 중 하나인 모가미강의 시라이토 폭포는 123m 높이의 물줄기와 붉은 도리이가 인상적이다. 강 반대쪽의 ‘시라이토 폭포 드라이브인’이라는 휴게소에서 봐야 한다. -하구로산 등산로 인근에 고려에서 건너온 스님이 세웠다는 교쿠센지(玉泉寺)가 있다. 봄에 매화 등 수많은 꽃이 만개해 ‘꽃의 절’이라 불린다. 일본 국가 지정 명승정원이다. -하구로산 들머리의 ‘이데와 문화기념관’에선 야마부시(슈겐도 수행자) 지팡이, 겨울 부츠 등을 유료로 빌려준다. 야마부시의 역사와 유물도 살펴볼 수 있다. 소라고둥 나팔을 멘 지도자 ‘쇼분’을 따라 하구로산 참배길을 걷는 야마부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야마가타는 설국(雪國)으로 유명한 니가타현 못지않게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다. 봄이 시작되는 4월까지 문을 닫는 관광지가 무척 많다. 가모수족관도 그중 하나. 내부 리모델링을 거쳐 내년 4월 개장 예정이다.
  • 불완전함 속 아름다움…‘와비사비’한 만추를 걷다

    불완전함 속 아름다움…‘와비사비’한 만추를 걷다

    ‘와비사비’(侘び寂び)라는 일본어가 있다. 겉은 다소 부족해도 내면은 깊고 충만한 걸 일컫는 표현이다. 덜 완벽하고 단순하다는 뜻의 ‘와비’와 오래되고 낡은 것을 뜻하는 ‘사비’가 합쳐진 단어란다. 일본인 특유의 심상을 표현할 때도 이 단어가 종종 쓰인다. 우리와 달리 낡은 소도시 여행이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엔 이런 배경이 한 자락 깔려 있지 싶다. 동해와 접한 일본 중서부의 소도시 야마가타현을 다녀왔다. 일본 오지의 대명사 격인 이른바 ‘도호쿠(東北) 6현’ 중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곳이다. 우리의 여느 지방 도시처럼 수수하면서도 단단한 내면의 문화를 갈무리하고 있으니 ‘와비사비한 야마가타’라 해도 크게 틀리진 않을 듯하다. 야마가타현의 이야기를 현청 소재지인 야마가타시 권역과 현 내 2위 도시인 쓰루오카시 권역으로 나눠 전한다. 수많은 일본 여행지 중에서 하필 야마가타를 목적지로 꼽은 건 기억 속에 저장된 TV 영상 때문이었다. 늘 한 장의 강렬한 사진에 ‘꽂혔던’ 경험에 견줘 동영상에 가슴을 내어준 건 퍽 이례적인 경우다. 여러 해 전, 한 외국 방송사가 전한 영상은 이랬다. 하늘하늘 눈이 내리는 날, 깊고 어두운 삼나무 숲이 거대한 목탑을 감싸고 있다. 컬러지만 흑백 같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지만 영화 같은 느낌이 드는 장면이었다. 무수한 ‘클릭질’을 통해 야마가타현에 그 목탑이 있다는 걸 알아냈고, 버킷리스트에도 기록해 뒀다. 이 목탑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상세히 전하기로 한다. 가파른 바위산에 둥지 튼 사찰관광산업 측면에서 야마가타는 일본에서도 퍽 애매한 위치인 듯하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아래는 쌀과 미주로 이름난 설국(雪國) 니가타, 위는 미인의 고장 아키타다. 후지산이 있는 야마나시, 시즈오카 등과는 아예 정반대다. 도쿄 등 도회지 사람들이 많이 찾아줘야 하는데 교토, 오사카 등 쟁쟁한 명소가 중간에서 가로채기 일쑤다. 그렇다고 멀고 먼 홋카이도처럼 어떤 막연한 로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실상 고립무원의 땅인 셈이다. 지난해 개봉한 일본 영화 ‘선셋 선라이즈’에도 야마가타에 관한 이야기가 한 자락 등장한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여전히 고통받는 도호쿠 주민들의 일상을 다룬 작품인데, 정작 이야기 전개의 한 축을 맡은 도쿄 사람들은 야마가타를 포함한 도호쿠 6현의 이름조차 다 외우질 못한다. 물론 시나리오상의 설정이지만, 이게 일본의 현실이지 싶다. 그나마 수도권 사람들이 야마가타를 찾는 건 신칸센이 놓인 덕이지 싶다. 3시간 정도면 도쿄 우에노 등 수도권에서 닿을 수 있다는 게 야마가타로선 퍽 다행이겠다. 야마가타시의 ‘원픽’ 여행지는 야마데라다. 일본인들이 ‘100대 명승’ 식으로 관광지를 서열화하는 걸 참 즐기는데, 야마데라 역시 어느 조사에서든 일본 전체 순위권 밖을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야마데라를 우리말로 쓰면 ‘산사’(山寺)다. 그러니까 산에 있는 절을 뜻하는 보통명사가 사찰의 이름인 고유명사가 된 거다. 이 일대의 공식 지명으로도 쓰인다. 우리나라도 유명인이나 명소의 이름을 지역명으로 쓰는 경우가 왕왕 있다. 강원 영월의 김삿갓면이나 한반도면 등이 그 예다. 그만큼 야마데라가 일본 내 산사의 상징적 존재라고 보면 될 듯하다. 야마데라의 공식 이름은 ‘호주산 릿샤쿠지’(宝珠山 立石寺)다. 호주산이란 하나의 거대한 바위산을 딛고 세워진 사찰이다. 천태종 승려인 엔닌(円仁)이 860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1015개 돌계단 너머 만난 치유일본의 사찰 대부분은 평지형이다. 우리와 비슷하게 옛 법식대로 가람을 배치했다. 한데 험한 산골짜기에 지을 때는 전례를 유지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릿샤쿠지가 그렇다. 산세에 따라 가람이 들어선 모양새가 한국의 산사와는 또 다른 미감을 안겨 준다. 초입에서 만나는 곤폰추도(根本中堂)가 웅장하다. 우리로 치면 본전인 대웅전이다. 곤폰추도는 너도밤나무로 지은 건물 가운데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이라고 한다. 국가중요문화재, 그러니까 우리의 국보쯤 되는 문화유산이다. 전각 안에 ‘불멸의 법등’이 있다. 사찰을 세운 이래 한 번도 꺼트리지 않고 이어 왔다고 한다. 중심 법당을 지나면 돌계단이 시작된다. 모두 1015개다. 한 칸 오를 때마다 번뇌도 사라진다는 수행의 돌계단이다. 계단을 오르다 숨이 막 거칠어질 무렵에 세미즈카(せみ塚)와 만난다. 사전적 의미는 매미가 묻혔다는 뜻의 ‘매미총’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시인 마쓰오 바쇼(1644~1694)가 자신의 책을 묻었다는 전설이 전해 온다. 바쇼는 다소 설명이 필요한 인물이다. 일본에서 이른바 명소 소리를 들으려면 그만한 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중 하나는 바쇼가 다녀갔는지, 혹은 그가 시로 읊었는지 여부다. 풍경만 곱다고 해서 경승지가 되는 게 아니라 그에 필적할 서사까지 담겨 있어야 하는 거다. 바쇼는 일본인이 좋아하는 하이쿠(俳句) 작가다. 아예 하이세에(俳聖)라 부르며 추앙한다. 그러니까 하이쿠를 짓는 하이진(俳人) 가운데서도 성인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란 뜻이다. 바쇼가 릿샤쿠지를 방문한 건 1689년이다. 영감을 얻기 위해 도호쿠 지방을 여행하다 들렀다. 당시 그는 릿샤쿠지의 적요한 풍정에 감탄하며 “고요함이여,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 소리”란 하이쿠를 한 수 남긴다. 이 작품이 담긴 기행문집이 ‘오쿠노 호소미치’(奥の細道)다. 지금도 일본 내 무수한 관광지의 휴식 공간들이 ‘오쿠노 호소미치’란 이름을 쓰는데, 바로 이 문집에서 비롯된 것이다. 거의 신격화된 바쇼가 발을 디딘 데다, 대표적인 하이쿠까지 지어줬으니 후손들이 이를 그냥 둘 리 없다. 이른바 ‘바쇼 라인’이라는 별도의 여행 코스까지 만들어 뒀다. 바쇼가 발 디딘 곳을 따라 도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인을 위해 친절하게 별도의 이름도 붙여 뒀다. ‘안쪽의 길’이다. ‘오쿠노 호소미치’라는 표현을 우리 식으로 의역한 듯하다. 이후 아미타불을 닮았다는 미타도(弥陀洞), 본존불을 모신 오쿠노인(奥之院)과 다이부쓰덴(大佛殿), 릿샤쿠지의 홍보 팸플릿에 흔히 등장하는 대표 건물인 가이산도(開山堂), 노쿄도(納経堂) 등의 당우가 이어진다. 릿샤쿠지에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건물은 고다이도(五大堂)다. 일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각이다. 만추의 빛깔을 머금고 야위어 가는 처연한 풍경에서 ‘와비사비’한 정서가 느껴진다. 고다이도 맞은편, 그러니까 또 다른 계곡 위엔 다이노도(胎内堂)가 서 있다. 위태위태한 다리를 건너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뒤 비좁은 비위와 좁은 동굴을 기어가야 하는 곳이다. 다이노도는 ‘태내돌기’라는 수행을 하는 곳이다. 어머니의 자궁을 거쳐 다시 한번 순수한 존재로 태어나는 걸 상징한다는 수행법이다. 일반인은 갈 수 없고 특별한 날에만 수행자들에게 공개된다고 한다. 야마가타현과 미야기현 사이엔 거대한 산맥지대가 있다. 이른바 자오연봉(蔵王連峰)이다. 일본 하면 연상되는, 화산이 만든 풍경이 이 일대에 펼쳐져 있다. 대표적인 곳이 자오연봉의 상징 오카마(お釜)다. 외륜산(분화구를 둘러싼 벽)에 둘러싸인 모양새가 가마(釜)를 닮아 이런 이름을 얻었다. 오카마는 칼데라, 즉 화구호다. 빛과 기온 등 자연조건에 따라 다섯 가지 물빛을 선보인다고 한다. 다만 현재는 출입 통제 중이다. 야마가타에서 오카마 초입까지 가는 아름다운 산길을 자오 에코라인, 오카마 바로 앞까지 가는 유료도로를 자오 하이라인이라 부르는데, 이 길이 겨울철엔 닫힌다. 10월 14일부터 11월 4일까지는 오후 5시까지만 열다 4일 이후엔 완전히 폐쇄한다. 수m 이상 쌓인 눈이 녹는 이듬해 4월 중순 다시 갈 수 있다. 그러니까 10월 어느 마지막 날에 오카마를 간다는 건 절정에 이른 자오연봉 단풍의 마지막을 함께한다는 것과 의미가 같다. 단풍 지면 눈꽃 아래 온천욕을이제 온천을 말할 차례다. 야마가타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긴잔(銀山) 온천이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작가에게 영향을 줬다(혹은 줬을지도 모른다)더라는, 근거 없는 소문으로 명성을 얻었다. 지금도 이 소문은 왕성하게 생명을 이어 가고 있다. 긴잔 온천은 사실 ‘인스타그래머블’한 관광지다. ‘사진용 관광지’란 뜻이다. 설경 하나는 ‘끝내준다’. 다만 모든 온천이 개인 료칸에 속해 예약 없이 찾아간 단순 관광객은 온천욕을 즐길 수 없다. 셔틀버스 외엔 산길을 걸어가야 해서 접근도, 예약도 쉽지 않다.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은 자오 온천이다. 자오연봉 남쪽 끝자락의 온천 지대로, 북쪽의 긴잔과는 정반대 방향이다. 수질이 우수한 데다, 주변에 가볼 만한 여행지도 많고, 대욕장 같은 온천지 특유의 공공 시설도 갖췄다. ■ 여행수첩 -한국에서 야마가타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경유편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환승 소요 시간이 무척 길다.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가는 방법을 추천한다. 다소 복잡하긴 해도 여정에 여정을 더한다는 ‘기쁨’이 제법이다. 한국에서 도쿄까지 가는 비행편도, 도쿄에서 야마가타까지 가는 신칸센도 자주 있는 편이라 여정을 꾸리기 쉽다. -일본의 오지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건 곰이다. 한국의 숲에선 인간이 최고 포식자이지만 일본에선 다르다. 특히 올해 곰의 습격이 예사롭지 않았다. 예년의 두 배가 넘을 정도로 폭증해 야마가타 곳곳에서 곰 출몰이 화제였다. 자위대를 동원할 수는 없어 일본 대부분의 지역이 ‘공무원 헌터’를 활용해 곰을 사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단독 행동을 삼가고 곰 퇴치 호루라기나 종 등을 갖고 다니길 권한다. -야마가타역 주변에 맛집이 많다. 가나자와야, 가카시 등은 소고기를 내는 집이다. 점심은 1인당 2만~3만원 수준이지만 저녁엔 무척 비싸다. 야마데라 주변은 거의 전부가 지역 특산 소바집이다. 전북 고창 선운사 앞이 죄다 장어집인 것과 비슷하다. 가급적 ‘이모니’와 함께 내는 소바 정식집을 찾길 권한다. 1인 1만원 정도다. 이모니는 토란을 주재료로 만드는 일종의 장국이다. 도호쿠 주민의 ‘솔 푸드’인데, 지역마다 만드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야마가타에선 해마다 초가을에 세계 최대 냄비에 이모니를 끓여 주민들이 함께 먹는 축제도 연다. 토란국에 술을 곁들인 뒤 한 해 쌓인 불만을 서로 가감 없이 내뱉는 ‘이모니 모임’도 드문드문 볼 수 있다. 곤약과 체리도 특산품이다. 곤약 당고, 체리 아이스크림 등으로 맛볼 수 있다.
  • 여기서 정자 만든다고?…“세계 최초” ‘인테그랄 생식선’ 생명체 등장 (영상) [포착]

    여기서 정자 만든다고?…“세계 최초” ‘인테그랄 생식선’ 생명체 등장 (영상) [포착]

    일본에서 올해 신종으로 보고된 ‘인테그랄 해파리’(학명 Orchistoma integrale)가 대중들에 공개된다. 일본 야마가타현 쓰루오카시에 있는 가모수족관은 지난 22일부터 인테그랄 해파리 전시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인테그랄 해파리는 지난 2월 와카야마현에서 처음 발견돼 최근 신종으로 보고된 해파리다. 반구형 갓과 주름진 입자루가 특징인 이 해파리는 성장하면서 생식선이 곱슬 모양으로 발달하는데, 그 형태가 적분 기호 인테그랄(∫)과 닮아 인테그랄 해파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가모수족관은 지난 8월 나가사키현 나가사키시의 펭귄수족관과 함께 펭귄수족관 앞바다인 다치바나만에서 인테그랄 해파리를 채집해 사육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인테그랄 해파리 전시는 펭귄수족관에서도 동시에 진행된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전시에서는 지름이 약 1㎝인 인테그랄 해파리 20~30마리를 볼 수 있다. 가모수족관과 펭귄수족관 측은 “세계 최초의 인테그랄 해파리 전시”라고 설명했다. 가모수족관은 앞으로 사육을 통해 인테그랄 해파리의 번식 조건을 규명해 나갈 계획이다. 수족관 관계자는 “아직 인테그랄 해파리의 성체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면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계속 사육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 日강진에 주저앉은 초등학교 경기장

    日강진에 주저앉은 초등학교 경기장

    19일 일본 북서부 야마가타현 쓰루오카시에 위치한 오이즈미초등학교 내 스모 경기장인 목조 건물이 전날 발생한 규모 6.7의 강진으로 주저앉았다. 이번 지진으로 야마가타, 니가타 등 4개 현에서 최소 26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쓰루오카 교도 연합뉴스
  • 일본 지진으로 15명 부상…10단계 중 두번째 높은 지진 강도

    일본 지진으로 15명 부상…10단계 중 두번째 높은 지진 강도

    18일 오후 10시 22분쯤 일본 야마가타(山形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6.8의 지진으로 모두 15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소방청은 19일 이번 지진으로 니가타(新潟), 야마가타 등 4개 현에서 15명이 다쳐 병원에 이송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흔들림이 진도 6강 수준으로 가장 강한 진동이 관측됐던 니가타현 무라카미(村上)시에서 70대 남성이 깨진 유리에 왼발을 심하게 다쳤고, 진도 5약이 관측된 가시와자키(柏岐)시에서는 60대 여성이 휠체어에서 떨어져 머리에 상처를 입었다. 진앙을 기준으로 한 지진의 절대 강도인 규모와 달리, 각 지역에서 감지하는 상대적 진동의 세기인 진도 6강은 일본 기상청이 분류하는 10단계 지진 등급 중 두번째에 해당하는 강진이다. 서 있기가 불가능하고 고정하지 않은 가구의 대부분이 이동하거나 넘어지는 수준이다. 또 진도 6약을 기록한 쓰루오카(鶴岡)시에서 68세 여성이 피난 장소로 가는 길에 넘어져 다리를 다치는 등 야마가타현에서 9명의 부상자가 나왔지만 모두 경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NHK 헬기가 이날 오전 6시 30분쯤 쓰루오카시에서 촬영한 영상에는 지붕에서 기와가 떨어져 나간 집들이 보였다. 인근 산의 경사면에 있는 묘지의 묘비 10여개가 쓰러지기도 했다. JR 쓰루오카 역 앞에 있는 주차장에는 차량 타이어의 절반 정도가 물웅덩이에 잠기는 등 지반 액상화로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 전문가들이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 일본 도호쿠 전력은 이번 지진 영향으로 니가타현과 야마가타현에서 9000여 가구의 전력 공급이 중단됐지만, 이날 오전 7시까지 복구를 마쳤다고 밝혔다. 일본 기상청은 이번 지진으로 흔들림이 강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앞으로 일주일 동안은 최대 진도 6강의 지진이 또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산사태 가능성 등에 주의를 당부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일본 야마가타현 규모 6.8 강진…쓰나미 주의보 발령(종합)

    일본 야마가타현 규모 6.8 강진…쓰나미 주의보 발령(종합)

    일본 야마가타현 앞바다에서 규모 6.8의 강진이 발생했다. 일본 기상청(JMA)은 18일 밤 10시 22분쯤 야마가타현 야마가타 서북서쪽 83km 해역에서 규모 6.8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진 발생 위치는 북위 38.60도, 동경 139.50도이며 진원의 깊이는 10㎞로 분석됐다. 일본 기상청은 지진 발생 직후 야마가타현과 니가타현 일부 연안 지역, 이시카와현 주변 해안 지역에 높이 1m 정도의 쓰나미 발생 우려가 있다며 쓰나미 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번 지진으로 야마가타현 쓰루오카시에선 ‘진도 6약’의 진동이 관측됐다. 진도 6약은 서 있기가 어렵고 고정하지 않은 가구의 대부분이 움직이고 쓰러지는 수준이다. 니가타현 무라카미시에서는 최대 ‘진도 6강’의 진동이 관측됐다. 진도 6강은 실내에서 고정하지 않은 가구의 대부분이 이동하고 넘어지는 경우가 많아지는 수준이다. 실외에서는 벽 타일이나 창문 유리가 파손돼 떨어지고, 보강하지 않은 블록 벽의 대부분은 붕괴한다. 일본에서 진도 6강 이상의 진동이 관측된 것은 지난해 9월 홋카이도에서 ‘진도 7’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처음이다. 일본 원자력규제청에 따르면 니가타현 등에 있는 원전은 운전을 정지했지만 현재로선 지진에 의한 영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로선 원전에 이상이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지진으로 니가타현과 야마가타현 9000여가구에선 정전이 발생했고, 야마가타현 일부 고속도로에선 통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조에쓰 신칸센의 도쿄역과 니가타역 구간에선 운전을 보류했고, 철도회사인 JR히가시니혼 니가타지사도 관내 모든 재래선의 운전을 보류했다. 일본 정부는 총리 관저의 위기관리센터에 대책실을 설치하고 피해 상황 파악에 들어갔다. 아베 신조 총리는 조속히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긴밀히 연대해 재해 대응에 전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지구 최강 생명체’ 곰벌레 신종, 日주차장서 발견

    ‘지구 최강 생명체’ 곰벌레 신종, 日주차장서 발견

    태양이 꺼질 때까지도 살아 남을 수 있는 지구 최강의 생명체 곰벌레의 신종이 발견됐다. 최근 폴란드 야기엘론스키 대학 연구팀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신종 '곰벌레'를 발견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 최신호에 발표했다. 8개의 다리를 가진 몸크기 50㎛(1㎛는 1m의 100만분의 1)~1.7㎜의 곰벌레는 ‘물곰’(Water Bear)으로도 불리며 행동이 굼뜨고 느릿한 완보(緩步)동물이다. 놀라운 것은 영하 273도, 영상 151도, 치명적인 농도의 방사성 물질에 노출돼도 곰벌레는 죽지 않는다는 사실. 심지어 곰벌레는 음식과 물 없이도 30년을 살 수 있는 불사에 가까운 존재다. 흥미롭게도 신종 곰벌레(학명·Macrobiotus shonaicus)는 일본 쓰루오카 시의 주차장 이끼 더미에서 발견됐다. 이 속에서 곰벌레 샘플 10개를 찾아 DNA 분석을 통해 신종임을 확인한 것. 연구팀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곰벌레는 약 1200종으로 이중 167종은 일본에서만 발견됐다. 연구에 참여한 다니엘 스텍 박사는 "완보동물에 무엇을 먹여야 할지 몰라 실험실에 두기가 매우 어려운 생물"이라면서 "이번에 신종 역시 조류(藻類)와 담륜충 등 여러 먹을 것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완보동물은 짝짓기를 하지않고 알을 낳을 수 있는 단위생식이 가능하다"면서 "신종의 경우 두 성(性)을 가지고 있으며 생식을 위해 짝짓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2년 여 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연구팀은 곰벌레의 놀라운 생명력의 비밀을 일부 알 수 있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곰벌레의 게놈(genome)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상당수의 DNA가 외래종에서 왔다는 것이 그 비결이다. 연구팀이 유전자 분석을 통해 밝혀낸 곰벌레의 외래 DNA는 대략 6000개 정도인 17.5%로, 대부분의 동물이 1% 남짓인 것과 비교하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이 논문의 제1저자 토마스 부스비 박사는 “자연의 많은 동물들도 외래 유전자를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지만 곰벌레 정도는 아니다”면서 “극한 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종의 유전자를 곰벌레가 훔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日언론, 아키히토 일왕 ‘생전 퇴위설’ 보도···200년만의 양위 이뤄지나

    日언론, 아키히토 일왕 ‘생전 퇴위설’ 보도···200년만의 양위 이뤄지나

    일본 현행 헌법 아래 첫 일왕으로 즉위한 아키히토 일왕이 생전에 ‘퇴위’하겠다는 뜻을 주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일본 국영 NHK와 교도통신 등은 일본 궁내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올해 82세인 아키히토 일왕이 ‘살아있는 동안 왕위를 왕세자에게 물려주겠다’는 뜻을 궁내청 관계자에게 밝혔다고 보도했다. NHK는 미치코 왕비와 장남 나루히토 왕세자, 차남 아키시노노미야 왕자 등이 아키히토 일왕의 생전 퇴위 의사를 받아들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교도통신은 “적어도 1년 전부터 (아키히토 일왕이) 생전 퇴위 의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장남 나루히토(56) 왕세자가 차기 일왕 자리를 승계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아키히토 일왕의 선친 쇼와(히로히토·1926~1989년 재위) 일왕까지 124대에 걸친 일왕들 중 절반 정도는 생전에 왕위를 물려줬다. 하지만 에도 시대 후기의 고가쿠(1780~1817년 재위) 일왕을 마지막으로 약 200년 간 ‘양위’(일왕이 생전에 왕위를 물려주는 것)는 없었다. 쇼와 일왕의 장남으로 1933년 12월 23일에 태어난 아키히토 일왕은 유년 시절인 11세 당시 일본의 세계 2차 세계대전 패전을 지켜본 뒤 전후 부흥기에 청춘을 보냈다. 25세 때인 1959년 미치코 왕비와 결혼해 세 자녀를 낳았다. 아키히토 일왕은 1989년 쇼와 일왕이 사망한 뒤 왕위를 물려받았다. 2013년 12월 23일 팔순 생일 때 평생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전쟁’을 언급했던 아키히토 일왕은 1992년 일왕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고, 이듬해 오키나와를 방문한 데 이어 최근까지 해외에 있는 태평양 전쟁 격전지를 잇달아 찾는 등 ‘위령의 여정’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필리핀과의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필리핀을 찾았다. 2005년 사이판의 한국인 전몰자 위령지인 ‘한국평화기념탑’에 참배하고 2007년 도쿄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사망한 고(故) 이수현씨를 소재로 만든 영화를 관람하는 등 한국에 상당한 관심을 표해왔다. 특히 2012년 9월 쓰루오카 고지 당시 외무성 종합외교정책국장에게 “언젠가 우리(일왕과 왕비)가 한국을 방문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한 일도 있다. 일본 종전 70주년을 맞은 지난해 8월 15일에는 “지난번 대전(중일전쟁과 태평양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을 거론하는 등 전쟁에 대한 성찰을 강조했다. 2003년 전립선암 수술, 2012년 2월 협심증 증세에 따른 관상 동맹 우회 수술을 각각 받고도 왕성한 활동을 해왔던 아키히토 일왕은 지난해 참석한 행사에서 금방 있었던 일을 깜빡 잊거나 행사 순서를 잊는 등의 실수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불거져 나왔다. 하지만 교도통신은 일왕이 지금 당장 퇴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강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9세이브 오승환, 경기 후 “고작 2연투로 피곤하긴 무슨..”

    9세이브 오승환, 경기 후 “고작 2연투로 피곤하긴 무슨..”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의 오승환(32)이 14일 시즌 9세이브째를 올렸다. 이틀 연속 등판의 피로감도, 일본 진출 후 허용한 첫 피홈런도 ‘돌부처’를 흔들지 못했다. 오승환은 이날 일본 돗토리현 요네코구장에서 열린 히로시마 도요카프와 원정경기에서 4-2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1피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막아냈다. 이는 6일 주니치 드래건즈와의 경기 후 8일 만에 추가한 세이브다. 오승환은 전날 도요카프와의 경기에서도 연장 10회말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지만 타선 불발로 세이브를 올리지 못했다. 이틀째 등판인 이날 경기에서는 상대팀 좌타자 킬러 카아이후아에게 우월 솔로 장외홈런을 허용했지만, 홈런을 치기 전 파울 플라이를 한신 포수 쓰루오카 가즈나리가 실책해 홈런으로 내준 점수는 비자책점으로 기록됐다. 오승환은 이후 추가 실점 없이 9회말을 막아냈고 팀은 4-3으로 승리했다. 오승환은 경기 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홈런을 맞은 공은) 조금 높고 치기 쉬운 코스로 들어갔다”고 첫 실투를 평가했다. 이틀 연속 등판에 따른 피로감이 쌓인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전혀 피곤하지 않다. 연투라고는 하지만 고작 2연투일 뿐 아닌가”라고 답했다. 오승환은 경기 일정이 없는 15일 휴식을 취한 뒤 16~18일 홈구장인 효고현 고시엔구장에서 열리는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와의 3연전 중 출전에 대비한다. 이진석 일본 통신원 genejslee@gmail.com
  • [NPB] 장외 홈런에도 꿈쩍 안 한 돌부처

    승승장구하던 오승환(32·한신)이 일본 무대 첫 피홈런을 경험했다. 오승환은 14일 돗토리현 요네코 구장에서 열린 히로시마와의 일본프로야구 원정 경기에서 4-2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라 홈런을 얻어맞았지만 1실점으로 막아 4-3 승리를 지켜 시즌 9번째 세이브를 신고했다. 지난 6일 주니치와의 경기 이후 8일 만에 추가한 값진 세이브였다. 선발 이와타 미노루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첫 타자 브래드 엘드레드를 시속 147㎞짜리 직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상쾌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외국인 좌타자 킬러 카아이후에게 볼 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시속 147㎞의 직구를 던졌다가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장외 홈런을 허용했다. 이로써 올 시즌 개막과 함께 일본 무대를 밟은 오승환은 17번째 경기에서 첫 피홈런을 기록하며 12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도 끊겼다. 하지만 자책점으로 기록되지는 않았다. 킬라가 홈런을 날리기 전 4구째에 포수 파울플라이를 쳤는데 한신 포수 쓰루오카 가즈나리가 타구를 놓치는 실책을 범했다. 이 때문에 아웃을 면한 킬라가 다시 타석에 들어서 호쾌한 장외 홈런을 날렸다. 당황할 법도 한데 오승환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마쓰야마 류헤이를 5구째 체인지업으로 포수 앞 땅볼 처리하며 한숨을 돌린 뒤 다나카 고스케를 4구째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 1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오승환은 이날 19개의 공을 던졌고 최고 구속은 148㎞가 나왔다. 1승 9세이브를 기록한 그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1.65에서 1.56으로 낮아졌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주연보다 더 파란만장 역사 속의 진짜 주연들

    주연보다 더 파란만장 역사 속의 진짜 주연들

    마이너리티 세계사/쓰루오카 사토시 지음/윤새라 옮김/어젠다/320쪽/1만 3000원 앙다문 입술로 ‘디스 이즈 스파르타!’를 외치고, 화등잔만 한 눈을 부라리며 페르시아의 20만 대군을 호시(虎視)하던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 1세. 영화팬이라면 단박에 알 터다. ‘식스팩’으로 수많은 여심을 녹여버린 영화 ‘300’(2006)의 주인공 말이다. 그 흔한 ‘위인전’에서조차 본 적이 없어 가공의 인물일 거라 생각했지만 그는 역사 속에 실존했던 영웅이었다. 기원전 485년 선왕의 패배를 설욕하려던 페르시아 왕 크세르크세스 1세가 그리스를 향해 군사들을 휘몰아 갈 때였다. 레오니다스 왕과 스파르타의 300명 용사들은 그리스 본토로 향하는 테르모필레의 좁은 협곡을 철통같이 지키며 2만명에 이르는 페르시아군을 박살낸다. 하지만 배신자 에피알테스가 페르시아 왕에게 우회로를 알려줬고, 후방에서 급습을 당한 300명 용사들은 전멸하고 만다. 비록 국지전에선 패했지만 300명 용사의 죽음 덕에 아테네 해군은 전열을 갖출 시간을 벌었고, 이는 곧 살라미스 해전의 승리로 이어졌다. 그게 바로 ‘마이너리티 세계사’가 역사를 해석하는 방식이다. 책은 레오니다스 왕처럼 역사의 행간에 묻힌 25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교과서에선 찾기 힘든 이들의 행적을 왕·백성·전쟁·개척 등 4가지 주제로 나눠 엮었다. 영웅과 폭군, 수녀 등 다양한 성격의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하나같이 드러나지는 않았으되 역사의 흐름에 영향을 준 인물들이다. 예컨대 로마 엘라가발루스 황제의 광기는 폭군 네로의 패악에 견줄만하다. 14세 때 권력을 쥔 엘라가발루스는 즉위식 때 꽃잎에 깔려 몇몇이 질식사할 정도의 장미꽃을 뿌리고, 음탕한 생활을 일삼다 분노한 로마 시민들에게 살해돼 테베레 강에 버려진다. 이런 비극적 결말에도 불구하고 책은 “방탕한 황제의 최후에서 보듯 중앙집권이 아닌 속주와 지방자치에 일임한 느슨하고 비체계적인 정치 체제가 로마 제국을 유지시킨 비결”이라고 해석한다. 이 밖에 요절한 천재 수학자 갈루아, 히틀러를 괴물로 만든 실질적 인물인 디트리히 에크하르트 등 역사에 소외된 인물들을 소환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프로야구]1500승보다 내일의 1승

    [프로야구]1500승보다 내일의 1승

    “1500승과 내일의 1승을 바꿀 수 있다면 바꾸고 싶다.” 오죽했으면 프로야구 23시즌째를 치르는 사령탑이 이런 소감을 날렸을까. 지난 3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국내 감독 최초로 1500승 고지를 밟은 김응용(72) 한화 감독의 대기록 달성 소감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은 경기도 “오늘의 경기”였다. 한화는 1회 0-2로 뒤지다 4회에 4-2로 경기를 뒤집어 이겼다. 송창현의 데뷔 첫 선발승과 송창식의 구원 역투가 빛났다. 이로써 김 감독은 2761경기를 지휘한 끝에 1500승(66무1195패)을 달성했다. 그러나 팀이 시즌 꼴찌를 달리고 있어 대기록은 빛이 바랬다. 프로야구 출범 다음 해인 1983년 해태 타이거즈에서 프로 사령탑으로 첫발을 내디딘 김 감독은 부임 첫해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것을 시작으로 페넌트레이스 7회 우승, 10차례 한국시리즈를 정상으로 이끌었다. 2000년까지 해태, 2001~04년 삼성, 올 시즌 한화까지 모두 23시즌을 치르고 있다. 프로 사령탑 첫 승은 감독 데뷔 두 번째 경기인 1983년 4월 5일 광주 삼성전에서 올렸다. 통산 500승은 1991년 5월 14일 광주 삼성전에서 올렸고, 1000승째는 1998년 5월 24일 광주 롯데전에서 거뒀다. 감독 최다승에서 그의 뒤를 쫓는 이는 김성근(71) 고양 원더스 감독으로 2327경기에서 1234승57무1036패를 기록했다. 두 감독 말고 1000승을 넘어선 사령탑은 없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감독 최다 승리는 코니 맥 전 필라델피아 감독의 3731승이고, 일본프로야구에서는 쓰루오카 가즈토(1916~2000년) 전 난카이 감독의 1773승이다. 전·현역을 통틀어 국내 최장수 지도자인 김 감독은 “특별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앞으로 1승, 1승씩 온 힘을 들여 경기를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KIA는 4일 광주에서 선발 김진우의 8이닝 2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 역투에 힘입어 넥센을 6-0으로 격파하고 4연패에서 탈출했다. LG는 잠실에서 포수 윤요섭의 시즌 1호 홈런(2점)을 앞세워 삼성을 9-6으로 격파하고 전날 0-3 완패를 설욕했다. 선두 삼성과의 승차는 3으로 좁혔다. 두산은 9회 김현수의 2점 홈런을 앞세워 SK를 5-2로 물리쳤다. 한화-NC(마산) 경기는 비 때문에 취소됐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日 위안부 동원 첫 인정’ 가토 고이치 정계 은퇴

    일본 정부가 일본 군 위안소 설치와 운영, 감독에 관여했다고 처음으로 공식 인정한 가토 고이치(73) 전 관방장관이 사실상 정계를 은퇴했다. 18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가토 전 관방장관은 지난 17일 자신의 지역 기반인 야마가타현 쓰루오카시에서 열린 후원회 모임에서 셋째 딸 가토 아유코(33)를 후계자로 지명하겠다고 밝혔다. 세습 정치가인 가토 전 장관은 외무성 중국과 사무관을 거쳐 1972년 첫 당선된 뒤 중의원(하원) 13선 경력을 쌓았다. 방위청 장관, 관방장관, 자민당 정무조사회장과 간사장 등 요직을 역임했고 자민당 내 대표적인 혁신 성향의 정치가로 꼽혔다. 1992년 7월 6일 미야자와 기이치 내각 당시 관방장관 자격으로 일본 정부가 군 위안소 설치와 운영, 감독에 관여했다고 처음으로 인정한 이른바 ‘가토 담화’를 발표했다. 당시 일본이 위안부 강제 연행을 분명하게 인정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 끝에 이듬해 ‘고노 담화’가 나오기도 했다. 자민당 내에서는 1998년부터 유력 파벌인 고치카이(현재의 기시다파)를 이끌며 하시모토 류타로 내각 탄생에 이바지하는 등 영향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2000년 모리 요시로 당시 총리에 맞서 이른바 ‘가토의 난’을 일으켰다가 소수파로 전락했다. 지난해 말 총선에서는 무소속 후보에게 밀려 낙선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日王, 한국 가서 사죄 주저 않겠다” 밝혀

    아키히토 일왕이 최근 일본 외무성 간부에게 한국을 방문하겠다는 의향을 다시 한번 피력했다고 일본 주간지가 보도했다. 일본 여성 주간지 ‘여성자신’은 지난 19일 발매된 최신호에서 아키히토 일왕이 지난 4일 쓰루오카 고지 외무성 종합외교정책국장에게 “언젠가 우리(일왕과 왕비)가 한국을 방문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또 “앞으로도 일본과 한국이 우호 관계를 유지하길 바란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4일 이명박 대통령이 이른바 ‘일왕 사과 요구’ 발언을 한 뒤 당사자인 아키히토 일왕의 반응이 외부에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여성자신’은 또 모 국회의원의 말을 인용해 아키히토 일왕이 이전에도 “(일본) 정부가 원한다면 방한하고 싶다.”거나 “나는 양국의 우호를 위해서라면 현지(한국)에서 사죄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아키히토 일왕이 사죄한다면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한 ‘통석(痛惜)의 염(念)’ 발언,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한 사죄 발언에 이어 세 번째 사죄가 된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세인트루이스 토니 라루사감독 MLB 통산 2500승

    1963년 5월10일 미프로야구 오클랜드에 19살의 젊은 유격수가 등장했다. 메이저리그 사상 손에 꼽힐 만큼 빠른 데뷔. 하지만 오프시즌 친구와 소프트볼을 하다가 어깨를 다쳤다. 하찮게 여긴 부상은 내내 괴롭혔다. 애틀랜타와 시카고 컵스 등을 전전한 끝에 1973년 4월6일 대주자를 끝으로 은퇴했다. 빅리그 6시즌 동안 타율 .199(176타수35안타)에 7타점이 전부. 홈런은 구경도 못했다. ● 1979년 35세로 사령탑 올라 롱런 초라한 은퇴 뒤 플로리다주립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주(州)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는 등 명석한 두뇌를 뽐냈다. 하지만 야구와의 끈을 놓지 못했다. “법률가로 밥벌이를 하느니 마이너리그에서 버스를 타고 다니는 게 낫다.”는 것이 그의 생각. 1978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마이너리그(더블A) 감독을 거쳐 1979년 35세의 젊은 나이로 빅리그 사령탑에 올랐다. 명장 토니 라루사(65·세인트루이스) 감독이 주인공. 1979년 화이트삭스의 지휘봉을 잡은 뒤 오클랜드와 세인트루이스로 팀을 옮기면서 31년째 롱런하고 있다. 그는 22일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카우프먼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와의 원정경기에서 12-5로 승리, 감독 통산 2500승(2177패) 고지를 밟은 것. 코니 맥(3731승), 존 맥그로(2763승)에 이어 역대 세 번째. 보비 콕스(68·애틀랜타·2359승)와 조 토레(69·LA 다저스·2196승) 감독이 뒤를 잇지만 라루사 감독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일본에서는 1950~60년대 난카이 호크스를 이끈 쓰루오카 가즈토 감독이 1773승, 한국은 김응용 삼성 사장이 세운 1476승이 최다. ● 마무리 1이닝 투구 정립시킨 주인공 라루사 감독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데이브 던컨(64) 투수코치다. 1983년 화이트삭스에서 한솥밥을 먹기 시작한 이들은 지금도 찰떡 호흡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야구에서 일반화된 미들맨-셋업맨-마무리로 이어지는 불펜 운영의 틀을 완성한 것이 이들이다. 엿가락처럼 늘어지던 마무리의 투구를 1이닝으로 정립시킨 것도 마찬가지다. 철저한 데이터와 강력한 불펜을 트레이드마크로 하는 라루사 감독의 지도력은 오클랜드(1989년)와 세인트루이스(2006년)를 월드시리즈 정상으로 이끌며 빛났다. 양대리그에서 우승을 맛본 사상 두 번째 감독이며 ‘올해의 감독’으로 네 차례나 뽑혔다. 데니스 애커슬리, 마크 맥과이어는 그와 함께 야구를 하고 싶다는 이유로 오클랜드에서 세인트루이스로 옮겼다. 던컨 코치는 숱한 러브콜을 받고도 라루사의 곁을 지켰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대목. 선수로는 실패했지만 지도자로 우뚝 선 라루사 감독이 얼마나 더 승수를 보태고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지 궁금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이승엽ㆍ나카무라 ‘한방’ JS우승 가른다

    이승엽ㆍ나카무라 ‘한방’ JS우승 가른다

    일본시리즈 1, 2차전을 통틀어 요미우리가 쳐낸 안타수가 고작 10개(1차전 2개, 2차전 8개)뿐이다. 번번히 찬스를 잡고도 적시타 부재에 시달렸던 요미우리가 1승 1패 균형을 맞췄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하지만 타선의 침묵이 요미우리에게만 해당되지 않았다. 세이부 역시 안타 9개(1차전 6개, 2차전 3개)를 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구단인 요미우리와 세이부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빈타에 허덕이는 것은 투수진의 힘이컸다. 1차전에서 승리한 세이부는 선발 와쿠이의 8이닝 1피안타 1실점의 기록이 말해주듯 요미우리 강타선을 철저하게 봉쇄했다. 요미우리 역시 2차전에서 선발 다카하시 히사노리와 니시무라-오치로 이어지는 계투진의 호투로 단 3안타만을 허용하며 소중한 1승을 챙겼다. 하지만 세이부돔으로 장소를 옮긴 3차전부터는 타격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타격은 싸이클이 있다. 비록 1,2차전에서 양팀 모두 빈타에 허덕였지만 이젠 바닥을 치고 타격감이 올라갈 시기이다. 또한 3차전부터는 지명타자가 들어선다. 투수도 타격을 하는 센트럴리그와는 다른 경기방식이 이러한 이유를 뒷받침 한다. 하지만 양팀 모두 고민을 떠안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5번 이승엽과 4번 나카무라의 계속된 부진이다. 양팀의 3번타자인 오가사와라-나카지마가 절정의 타격감을 선보이며 맹활약을 한것에 비해 이승엽과 나카무라는 팀에 전혀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승엽은 1, 2차전 통틀어 7차례 타석에 들어서며 무안타(볼넷 3개, 삼진 4개)에 그치며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다. 특히 1차전에서 부진했던 4번타자 라미레즈가 2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터뜨리며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온 점은 이승엽 개인으로서는 만족스런 상황이 아니다. 자신의 타석에서 진가를 발휘할 기회를 라미레즈가 대신했기 때문이다. 세이부는 남은 경기에서 라미레즈를 피하고 이승엽과 상대할 가능성이 크다. 올시즌 리그 홈런 2위(45개)와 타점 1위(125타점)를 기록한 라미레즈보다는 이승엽과의 상대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승엽 입장에서는 자존심 회복은 물론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야할 시점이다. 올시즌 퍼시픽리그 홈런왕(46개)에 빛나는 나카무라 역시 세이부 타선의 고민이다. 3번 나카지마가 2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리며 중심타자 몫을 해내고 있는 반면 나카무라는 8타수 무안타(삼진 3개)로 홈런은 커녕 단 한번의 출루조차 하지 못했다. 세이부의 주전들인 G.G. 사토와 브라젤이 부상으로 경기출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1,2차전을 통해 본 세이부 타선의 침묵도 이들의 부재가 원인이었다. 즉 팀 타선의 연결고리를 이끌어갈 선수가 정규시즌과는 다른 상황이 되버린 것이다. 어차피 단기전은 큰 것 한방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는 경기다. 기용할수 있는 투수들을 총동원하는 특성상 득점찬스에서 한방이 차지하는 위력이 그만큼 크다. 그 역할을 해야할 타자가 요미우리는 이승엽, 그리고 세이부의 나카무라다. 이들이 살아나지 않으면 한없이 맥없는 투수전 양상이 일본시리즈 내내 이어질 것이다. 이제 시리즈 향방은 3차전이 키를 쥐고 있다. 이 경기를 잡는 팀이 우승할 가능성이 큰데 요미우리 입장에서 다행인점은 아베가 선발라인업에 들어선다는 점이다. 부상으로 인해 포수 마스크를 쓰루오카에게 넘긴후 대타로만 출전했던 아베는 지명타자제가 있는 3차전부터 타석에 들어설것으로 보인다. 올시즌 후반기 팀 연승의 주역중에 하나인 아베가 타선에 있는것과 없는 것은 1,2차전을 통해 들어났다. 올시즌 24홈런이 후반기 팀 연승때 집중적으로 터져나왔던 아베의 장타력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승엽의 부활포와 아베의 선발출전. 우승으로 향하는 요미우리의 절대적인 힘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일본프로야구통신원 윤석구 rock7304@hanamil.net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일본시리즈] 승엽 방망이 또 침묵

    이승엽(32·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방망이가 이틀 연속 침묵했다. 이승엽은 2일 도쿄돔에서 열린 세이부 라이온스와의 일본시리즈 2차전에서 1루수겸 5번 타자로 선발 출전,4타석 2타수 무안타 1득점 2볼넷 2삼진에 그쳤다. 그러나 팀은 2-2로 맞선 9회말 터진 알렉스 라미레스의 극적인 끝내기 홈런으로 3-2로 이겼다. 전날 1점차 패배를 설욕한 요미우리는 시리즈 전적 1승1패를 기록했다. 전날 2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던 이승엽은 2회 선두타자로 나와 좌완 선발 호아시 가즈유키로부터 볼넷을 얻어 출루, 홈까지 밟아 선취점을 뽑아냈다.다니 요시토모의 몸에 맞는 볼로 2루를 밟은 이승엽은 사카모토 하야토의 희생번트 때 3루까지 갔다가 쓰루오카 가즈나리의 우익수 희생플라이 때 여유있게 홈으로 들어왔다. 이승엽은 1-2로 뒤진 4회에도 선두타자로 나서 볼카운트 2-1에서 시속 126㎞짜리 바깥쪽 유인구에 방망이를 돌렸지만 삼진을 당했다.5회 2사 2, 3루 세 번째 타석에서는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1루에 출루한 데 이어 2-2로 맞선 7회 1사 2루에서는 다시 삼진으로 물러났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韓·中 - 日 외교관리 ‘날세운 설전’

    일본의 역사왜곡 망동이 우리나라와 중국 등 주변국을 공분(公憤)케 하고 있는 가운데, 당사자인 한·중·일 3국의 참가자들이 12일 한 국제회의에서 만나 격렬하게 설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격전’의 현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외교안보연구원에서 열린 제16차 동북아협력대화(NEACD) 회의였다. 3국 외에도 미국과 러시아 등 모두 5개국 대표들이 참석한 이날 회의는 ‘동북아 국가간 상호이해와 신뢰구축’이라는 취지가 무색하게도, 시작부터 험악한 분위기였다는 후문이다. 한국과 중국측 대표들은 “일본이 침략의 역사를 반성하기는 커녕 왜곡을 일삼고 있다.”고 일제히 공세에 나섰다. 이에 일본측 대표도 지지 않고 “그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이미 사과를 했는데, 왜 자꾸 사과를 다시 하라고 하느냐.”고 언성을 높이며 맞섰다고 한다. 이에 한·중 대표들은 “일본의 고위층 인사들이 지금도 자꾸 망언을 하고 교과서도 맘대로 왜곡하지 않느냐.”고 신랄하게 몰아붙였고, 일본측도 “일본 정부가 교과서 내용에 개입한 적은 없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일본의 역사왜곡 파문 이후 한·중·일 3국의 외교 관리들이 한 데 모여 설전을 펼치기는 처음이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의 김원수 외교부 정책기획관, 자오 지안후아 중국 외교부 참사, 쓰루오카 코지 일본 외무성 심의관, 로버트 스칼라피노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 등이 대표로 참석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아오모리 동계亞대회/지명곤 ‘은빛 회전’스노보드 男회전 2위… 최흥철은 스키점프 銅

    |아오모리(일본) 박준석특파원|지명곤(세종대)이 스노보드 남자 회전에서 금보다 값진 은메달을 움켜 쥐었다. 지명곤은 일본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 3일째인 4일 아지가사와스키장에서 열린 1차시기에서 가와구치 고헤이(일본)에 이어 2위에 오른데 이어 2차시기에서도 2위를 고수,합계 1분40초34로 은메달을 따냈다.1분38초93의 가와구치는 대회전에 이어 2관왕에 올랐고,동메달은 쓰루오카 겐타로(일본·1분40초81)에게 돌아갔다. 초·중·고·대학생을 합쳐 등록선수가 200명 안팎인 한국이 국제대회 스노보드에서 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 달 이탈리아 타르비시오 동계유니버시아드 스키점프에서 금메달을 딴 것 못지 않은 쾌거로 받아 들여진다. 지명곤과 나란히 출전한 형 지원덕은 1차시기에서 8위까지 밀려났으나 2차시기에서 분발,5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다.오와니 다키노사와 스키장에서 열린 스키점프에서는 최흥철(한체대)이 세계 수준의 선수들이 즐비한 일본과 맞붙어 값진 동메달을 일궈냈다. 최흥철은 1차시기에서 91.5m를 날아후나키 가즈요시(일본·95m)에 이어 2위를 달려 은메달까지 기대됐으나 2차시기에서 82.5m로 부진한 탓에 후나키(245점)와 히가시 아키라(일본·228점)에 이어 218점으로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타르비시오 유니버시아드 2관왕 강칠구(설천고)는 컨디션 난조로 9위에 그쳤다.스키점프팀은 오는 6일 단체전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한국은 금1,은3,동5개로 이날 장웨이나-카오샨밍 조가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싱에서 금메달을 보탠 중국(금2,은2,동4)에 종합 3위를 내주고 4위로 밀려났고,일본은 스키점프와 스노보드에서 금 2개를 보태 1위를 질주했다. 옥사나 야츠카야가 크로스컨트리 여자 10㎞ 프리스타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카자흐스탄은 금4,은4,동2개로 2위를 지켰다.카자흐스탄은 크로스컨트리 4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독식했다. ◆스노보드란 스노보드는 지난 90년대 중반 국내에 도입됐지만 10·2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신흥 겨울스포츠다. 아직은 스노보드 전용코스가 없어 스키장에서 스키어들과 함께 스노보드를 타는 형편이며,등록선수는 초·중·고·대학생을 합쳐 200명가량. 최초의 조직적인 대회는 82년 미국에서 열린 내셔널 스노보딩 챔피언십.이후 98년 일본 나가노동계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으며,세계적인 대회로는 US오픈챔피언십,국제스노보드연맹(ISF)의 월드컵시리즈 등이 있다. 세부 종목으로는 하프파이프,회전,대회전,보더 크로스 등이 있다. 이기철기자 chuli@
  • 아시안게임/ 야구 - 역시 드림팀

    한국 야구대표팀이 ‘슈퍼 루키’ 김진우의 역투를 앞세워 아시안게임 2연패를 향해 상큼하게 출발했다. 한국은 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예선 첫 경기에서 선발 김진우의 깔끔한 호투와 13개의 안타를 집중시켜 8-0 대승을 거뒀다.김진우는 6이닝동안 모두 10개의 삼진을 빼앗으며 4안타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꽁꽁 묶었다. 프로선수가 주축인 대표팀에서 유일한 아마추어인 정재복(인하대)도 7회 등판,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합격점을 받았다.9회 컨디션 점검차 등판한 송진우는 세 타자를 범타 처리했다. 타선에서는 이병규가 3타수 2안타로 2타점 3득점을 올려 국제경기에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하지만 이승엽 김동주 박재홍 등 ‘거포’들은 끝내 침묵했다. 이어 열린 경기에서 일본은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타이완을 8-3으로 눌렀다.일본은 1회와 4회에 한 점씩 내줬지만 6회 안타 5개와 볼넷 1개 등으로 타자일순하며 5득점,단숨에 경기를 뒤집었다. 일본은 8회 쓰루오카의 3점 홈런을 보태 8-2로 도망갔고 타이완은 9회 1점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한편 2-5로 뒤진 타이완의 8회초 공격에서 판정번복 소동으로 경기가 15분동안 중단됐다.1사 1,2루에서 7번 왕추안즈가 때린 볼이 3루수 구라하라의 글러브로 빨려들어갔을 때 3루심이 내야 땅볼을 선언해 타이완 주자들은 한루씩 진루했지만,구라하라는 플라이로 판단하고 3루로 뛴 주자를 잡기 위해 2루로 공을 던졌다.일본은 구라하라가 바로 잡았다고 항의했고 심판진은 이를 받아들여 판정을 번복했다. 동점 찬스를 졸지에 병살타로 날리게 된 타이완 코칭스태프는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부산 박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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