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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정책 따랐는데… 논콩·가루쌀 재배농 피해 우려

    정부가 쌀 생산을 줄이기 위해 논콩과 가루쌀 등 전략작물 재배 면적을 확대하다가 갑자기 감축을 추진할 계획이어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전략작물을 재배하는 전북지역 농가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22일 전북자치도에 따르면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략작물 생산자 단체에 재배면적 조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소비처가 확보되지 않아 정부가 수매한 물량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쌓였다는 이유다. 내년 전략작물 수매예산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30%가량 감산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영농 현장에서는 정부 정책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의 쌀 감산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논콩과 가루쌀 재배로 전환했는데 이제 와 정책을 바꾸면 농기계 구입비 등 손해가 막심하다고 한숨짓는다. 특히, 전북은 논콩과 가루쌀 주산지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된다. 정부 정책에 앞장서 농가에 전략작물 재배를 권장했던 전북도와 시군도 난감한 입장이다. 전북의 논콩 재배면적은 4년 연속 전국 1위다. 올해는 1만 9000㏊로 전국 3만 2920㏊의 57.7%를 차지한다. 지난해 1만 3234㏊보다 5766㏊가 늘었다. 전국 논콩 재배면적은 지난해 2만 2438㏊보다 46.7% 증가했다. 도내 가루쌀 재배면적도 35개 단지 2900㏊로 전국 1만 1400㏊의 25.4%를 차지한다. 남원시의 경우 지난해 45㏊였던 가루쌀 재배면적이 272㏊로 6배 이상 늘었다. 가루쌀을 통한 벼 재배면적 조정 방침이 2022년 확정된 뒤 전국 가루쌀 재배면적은 2023년 2000㏊, 지난해 8400㏊, 올해 1만 1400㏊로 늘었다. 정부는 지난해 수매한 가루쌀이 2만 700t인 데 비해 소비는 5000여t에 그친 데다 올해 5만여t을 더 수매해야 해 정책 기조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평야 중심지 김제지역 농가들은 “정부는 쌀 생산량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2016년부터 벼 대신 콩 심기를 적극 권장했고 올 들어선 쌀 재배면적 조정제까지 도입해 논콩을 더욱 장려해왔는데 정책을 급선회하는 것은 농업을 포기하라는 것”이라며 정부를 규탄했다. 가루쌀 재배 농민들도 “신의 선물이라고 부르며 생산을 독려하던 정부가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부실 정책을 시행한 것은 농업을 파멸시키고 농민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폭력행위이다”며 정부 정책 재고를 촉구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농식품부가 논콩과 가루쌀 재배면적 축소 계획을 검토하나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부처 간 협의와 국회 예산 심의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 [특파원 칼럼] 日 쌀값 폭등이 보여 준 실패 공식

    [특파원 칼럼] 日 쌀값 폭등이 보여 준 실패 공식

    “쌀값이 오르면서 JA(일본 농협)에 넘기는 가격도 올랐지만, 그만큼 벌이는 늘지 않았습니다.” 지난 21일 취임한 일본 신임 농림수산상 고이즈미 신지로의 소셜미디어(SNS)에 달린 댓글이 눈길을 끌었다. 쌀농사를 짓고 있다고 밝힌 그는 “연료비, 비료, 종자값까지 다 올라 결국 본전”이라며 “쌀값을 내려야 한다는 마음도 이해하지만 부디 일본 식량을 지키는 정책을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일본의 쌀값은 1년 넘게 오르기만 했다. 대표 품종인 고시히카리 5㎏ 소매가는 지난해 5월 주간 평균 2100엔대에서 올해 같은 시기 4200엔대로 두 배로 뛰었다. 급기야 쌀 포대에 소형 위치추적기(GPS)를 달아 놨는데 옆집 이웃이 훔쳐 갔다는 믿기 어려운 ‘쌀 도둑’ 사건까지 등장했다. 일본 정부는 비축미를 세 차례나 방출했지만 쌀값 급등에 제동이 걸리진 않았다. 최고가를 부른 유통업자가 쌀을 낙찰받는 경매 구조가 경쟁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신임 농림수산상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비축미를 저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작부 면적도 확대해 부족한 쌀 생산량을 올해 40만t가량 늘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수십 년간 반복돼 온 일본 농정의 한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보인다. 일본은 한때 쌀이 넘쳐났다. 1969년부터 ‘감반(감산)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논을 놀리고,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 생산을 억제했다. 쌀값 폭락을 막고 농가를 지키겠다는 취지였다. 이 정책은 2018년 아베 신조 정권에서 폐지됐으나 일본 정부는 매년 ‘적정 생산량’을 제시하면서 사실상 감산을 유도해 왔다. 그사이 1인당 쌀 소비는 반으로 줄었고, 농가는 고령화됐으며, 연료비와 비료 같은 생산 비용은 크게 뛰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감산과 보조금 정책을 통해 일정 수준의 쌀값을 유지하는 데만 초점을 맞춰 왔다. 이런 공급 조절 중심의 정책은 이상기후나 시장의 불안 심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실제 지난해 이상기후로 작황이 나빠지고 대지진 루머로 쌀 사재기가 번지자 당장 슈퍼마켓 매대에서 쌀이 사라졌다. 이 틈을 노린 유통업자들은 쌀 확보 경쟁에 나섰고, 시장의 불안은 끝없이 쌀값을 밀어 올렸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쌀 의무 매입’을 명문화한 양곡관리법 개정을 공약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농가의 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취지지만, 정부 매입 확대나 작황 전환 보조금 등 정부가 가격을 떠받치는 정책만으로는 수요 감소와 시장 불안을 통제하긴 어렵다. 일본은 이제야 이상기후에 강한 신품종 개발, 농업 자동화, 외식·가정간편식과 연계한 소비 확대, 공급량 재조정 등 수요와 공급을 함께 다루는 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다. 쌀을 지키는 길은 농가도 소비자도 버티게 만드는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다. 우리는 지금 일본 쌀 정책의 실패와 재조정 과정을 생생히 보고 있다. 이보다 더 명확한 교과서는 없다. 명희진 도쿄 특파원
  • “한국 쌀 10㎏ 9000엔” 일본서 순식간에 품절…쌀값 폭등에 한국쌀 수입

    “한국 쌀 10㎏ 9000엔” 일본서 순식간에 품절…쌀값 폭등에 한국쌀 수입

    쌀값 폭등 여파로 한국을 찾은 일본인들이 마트에서 쌀을 구입해 귀국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농협이 최근 국산 쌀을 일본에 수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이 쌀을 일본에 수출한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0년 이후 최대 물량이다. 21일 농협의 종합 유통그룹인 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자회사인 NH농협무역의 일본 지사인 농협인터내셔널은 최근 한국에서 수입한 쌀 2톤 분량을 일본에서 판매했다. 앞서 농협의 일본어 온라인 쇼핑몰 ‘한국농협’은 지난 5일 “전남 해남군과 농협이 생산·관리한 한국 고유의 품종인 옥천농협 쌀을 판매한다”고 공지한 데 이어 10일 해남군에서 생산된 쌀 ‘땅끝햇살’을 입고해 판매를 시작했다. 농협 측은 ‘땅끝햇살’ 4㎏와 10㎏을 각각 4104엔(4만 1300원), 9000엔(9만원)에 판매했다. 1㎏당 341엔(3400원)의 관세와 운송 비용 등이 추가된 가격이지만, 일본의 마트 등에서 쌀 5㎏이 4000엔대 초반에 판매되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은 소폭 저렴한 편이다. 농협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이번에 수입된 한국 쌀은 판매가 시작된 지 열흘 만에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품절됐다.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과 도쿄 내 코리아타운인 신오쿠보의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판매되고 있으며 대부분 동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인터내셔널은 다음달 중 10톤 물량을 추가 수입해 일본에 판매할 예정으로, 구체적인 시기 등을 조율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한국은 2011~2013년, 2016년에 각각 쌀 10톤 안팎을 일본에 수출한 바 있다. 일본에서는 2023년 이어진 기록적인 폭염과 인구 고령화와 맞물린 농업 인구 감소, 일본의 쌀 감산 정책의 여파 등이 맞물려 쌀값이 폭등하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의 쌀류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92.1% 폭등해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71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 [사설] 쌀 비축비 1조 7700억원, 양곡정책 이대로 되겠나

    [사설] 쌀 비축비 1조 7700억원, 양곡정책 이대로 되겠나

    남아도는 쌀을 보관하는 데 드는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그제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쌀 비축 비용은 1조 7700억원으로 2022년(1조 1802억원)보다도 50% 가까이 급증했다. 쌀을 일정량 매입해 쌓아 두는 공공비축제도가 시작된 2005년 이후 최대 규모다. 통상 정부는 농가소득 보전과 식량 안보 등을 이유로 남는 쌀을 웃돈을 주고 사들이거나 저율관세할당으로 수입한 쌀을 다시 싼값으로 되판다. 이 과정에서 매매 손실과 관리비가 발생한다. 보관 비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달 말 기준 정부가 비축한 쌀 재고 물량은 121만t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권고한 한국 비축 물량(80만t)의 1.5배 수준이다. 농식품부는 올해 말 재고량이 140만t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쌀 의무 매입을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을 발의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법안이 폐기됐다. 민주당은 지난 8월 양곡관리법을 당론으로 결정, 22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쌀 생산의 합리적 감산이 필요한 상황인데 쌀 생산을 되레 장려하는 꼴이다. 정부가 가격을 보장하니 농가 입장에서는 쌀 농사를 줄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쌀 대신 콩이나 밀 등을 심으면 일정 금액을 보상하는 전략작물직불제와도 모순된다. 쌀은 넘쳐 나지만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최근 3개년 평균 19.5%에 그친다. 전 세계 평균 곡물자급률(100.7%)과 차이가 크다.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으면 국제곡물가격과 수급 변동에 취약해진다. 쌀에 편중된 양곡 재배를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식량 안보를 지킬 수 있다. 세금을 남아도는 쌀 보관에 쏟아부을 것이 아니라 이상기후 영향을 적게 받는 전략작물 품종 개발과 재배 유도, 쌀을 활용한 다양한 식품 개발 등에 써야 한다. 그래야 쌀도 경쟁력이 생긴다.
  • ‘사우디 실세’ 빈 살만 이달 방한 유력… “하반기 최대 이슈될 것” 수소에너지·투자 협력키로

    ‘사우디 실세’ 빈 살만 이달 방한 유력… “하반기 최대 이슈될 것” 수소에너지·투자 협력키로

    수교 60주년 의미 극대화, 尹과 양자 회담할듯양국 에너지 장관 면담, 청정에너지 협력 강화다음 주말 사우디 투자 장관도 방한 예정아람코, ‘7조 투자’ 에쓰오일 울산공장 착공이란, 사우디 공격 임박 등 방한 변수 여전사우디의 실질적 통치자이자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37)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가 이달 중 방한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수교 60주년을 맞아 오는 15~16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 회의 직후에 오는 것을 두고 양국이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빈 살만 왕세자는 국빈급인 만큼 방한 시 윤석열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에 앞서 사우디 에너지부의 요청으로 양국 에너지 장관은 2일 화상 면담을 열어 에너지 공급망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다음 주말에는 칼리드 알팔레 사우디 투자부 장관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을 위한 전초 작업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세계적 큰 손, 韓과 경제협력 추진 중”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한국-사우디 외교부는 G20 정상 회의 이후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에 대해 일정 조율을 하고 있다. 양국 수교 60주년을 의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고위급 교류가 필요하다는 외교부 주장에 사우디 측에서도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빈 살만 왕세자가 실제 방한한다면 2019년 6월 26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회담한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양자 회담에서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양국 수교 60주년을 축하하고 지속적인 우호 관계를 위한 협력을 다짐할 것으로 관측된다.정부 고위 관계자는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은 올해 한국의 가장 큰 경제적 이슈가 될 것”이라면서 “세계적인 큰 손으로 통하는 빈 살만 왕세자는 한국과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반기 가장 큰 이슈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라면 하반기는 빈 살만 왕세자가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도 거듭 강조했다. 중동 국가들 중 사우디는 경기 침체에도 여전히 구매력이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사우디는 한국의 최대 원유수입국으로 올해 1~7월 원유 수입 점유율이 31.1%에 이른다. 미국이 13.1%로 뒤를 잇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으로 세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원유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도 사우디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빈 살만 왕세자가 석유 중심의 사우디 경제를 대전환하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700조원(5000억 달러) 규모의 수소·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에 기반한 스마트 신도시 사업 ‘네옴시티’에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뛰어난 기술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한-사우디 에너지 장관 화상 회담“수소 분야 생태계 협력 체계 구축”“안정적 원유 공급 당부, 협력 지속”석유화학·플랜트건설 등 투자 공고히 빈 살만 왕세자 방한 일정이 조율 중인 가운데 이날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의 요청으로 진행된 양국 에너지 장관은 화상 면담에서 수소 등 청정에너지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양국 수교 60주년을 맞이해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등 전통 분야에서의 상호 협력과 투자를 더욱 공고히 하기로 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안정적인 원유 공급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원유 공급국과 소비국 간 대화와 공조를 통해 원유 시장의 안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는 한편 양국이 상호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산업부가 밝혔다. 또 원유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석유화학 등 다양한 에너지와 관련 산업분야에서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특히 수소 활용 강점이 있는 한국과 생산에 강점이 있는 사우디 간에 수소 분야 협력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수소 협력을 체계화하고 수소 정책, 모빌리티(이동수단서비스), 암모니아 발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국 내 수소 생태계 구축에 상호 기여하기로 했다.이 장관은 “최근 사우디가 발표한 ‘글로벌 공급망 회복 이니셔티브’에 한국 기업이 참가해 사우디가 수소 등 저탄소 청정에너지 공급망 허브로 자리매김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3일 빈 살만 왕세자는 15조원(107억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와 4조원(27억 달러)에 달하는 인센티브 제공 계획이 포함된 ‘글로벌 공급망 회복 이니셔티브’를 발표했었다. 커지는 원전 수주 기대감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 가능성이 높아지자 사우디의 1400㎿ 규모 신규 원전 2기 건설사업에 대한 국내 원전업계의 수주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현재 사우디 신규 원전 수주전은 우리나라와 러시아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원전업계에서는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할 경우 원전 건설사업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사우디는 아랍에미리트(UAE)에 바라카 원전을 건설한 우리나라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해온 만큼 추가 수출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관측이 나온다.“사우디 투자부 장관, 부산·울산 간다” 사우디 에너지 장관 면담에 이어 다음 주 주말에는 알팔레 사우디 투자부 장관이 한국을 방문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사우디 투자부 장관이 주말 한국을 방한할 예정”이라면서 “부산이나 울산을 가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2030년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의 경쟁 상대국이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지난달 26일 “11월 초에 사우디 투자부 장관이 한국에 온다”고 밝혔었다. 다만 알팔레 장관은 빈 살만 왕세자가 방문하는 일정과는 별개로 먼저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에쓰오일(S-OIL)의 모회사 ‘아람코’의 후세인 에이 알 카타니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는 울산에서 김두겸 울산시장을 만나 7조원이 투입되는 2단계 석유화학 사업 ‘샤힌(Shaheen)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손을 잡았다.에쓰오일을 인수한 사우디 아람코는 1단계 석유화학시설인 잔사유 고도화시설 프로젝트에 4조 8000억원을 투자했다. 이어 울산 산업단지 내에 스팀크래커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공장 부지를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2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19년 6월 사우디 아람코가 7조원의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한지 3년 만에 착공에 들어간다. 스팀크래커는 나프타와 부생가스를 원료로 연간 180만t 규모의 에틸렌 및 기타 석유화학 원재료를, 올레핀 다운스트림은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한다. 올레핀은 플라스틱, 합성섬유, 합성고무 등 생활 전반에 필요한 다양한 제품의 소재로 쓰이며 ‘석유화학산업의 쌀’이라고 불린다. 원유를 곧바로 석유화학 물질로 전환하는 아람코의 신기술(TC2C)도 적용된다.양국 수교 60주년 명분 속‘베일 속 예측 불가능한 사람’ 평판도 이렇듯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에 들어올 만한 명분은 양국 수교 60주년과 투자 협력 등 여러 면에서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그의 동선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고 정상급 회동조차 극비리에 접선하듯 만나거나 이미 정한 일정도 순식간에 뒤집히기 일쑤여서 변수들이 상당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예측 불가능한 사람’이라는 평판이 붙는 이유다. 특히 이란의 사우디 공격이 임박했다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어 쉽게 움직일 수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란과 사우디는 2018년 발생한 사우디 반정부 성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납치 살해 사건과 최근의 원유 감산 등으로 갈등 관계에 있다. 정부 관계자는 “빈 살만 왕세자가 온다고는 하는데 변수가 많다”면서 “대통령실과 외교부에서 구체적인 일정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 포스코도 결국… 포항·광양 일부 생산 설비 ‘셧다운’

    16일부터 평균 임금 70% 유급 휴업 일본·현대제철 등도 최근 가동 중단 포스코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세계 철강 경기 악화로 일부 생산 설비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자동차·조선·건설 업계가 불황에 빠지면서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철강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8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이달 16일부터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의 일부 생산 설비를 멈추고 탄력 조업에 나선다. 가동 중단으로 쉬게 되는 인력에 대해선 유급휴업을 시행한다. 지난달 대수리를 진행한 광양3고로(용광로)는 재가동 시점을 연기했다. 포스코는 가동이 중단된 공장 직원에 대해 교육과 정비 활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16일 이후 사흘 이상 멈추는 사업장의 직원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유급휴업을 시행한다. 휴업 기간 급여는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고용 안정의 중요성을 고려해 희망퇴직 등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전 세계 자동차 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주요 철강 기업 대부분이 고로나 단기 설비 가동을 중단하거나 생산량을 줄였다. 세계 1위 철강 기업인 룩셈부르크의 아로셀로미탈, 일본의 JEF와 일본제철 등도 셧다운(가동 중단)에 따른 휴업과 감산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일본제철은 내년 3월까지 매달 2회 무급휴직을 시행하기로 했다. 현대제철도 이달 1일부터 당진제철소 전기로 열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수출 막혀, 수요 끊겨… 車·정유 기간산업 ‘곡소리’

    현대·기아차 국내공장 줄줄이 셧다운 정유업계 항공유 수출 70% 이상 급락 포스코, 금융위기후 첫 철강 감산 검토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이 장기화하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간산업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미국·유럽 등 핵심 수출국의 경제가 마비되면서 해외 판매망이 완전히 폐쇄됐기 때문이다. 수출 비중이 60%가 넘는 자동차 산업에는 특히 치명상이다.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국내 생산 물량 60%가 해외 수출 물량이다. 르노삼성차의 수출 물량도 생산량의 50%가 넘는다. 한국지엠의 수출 비중은 무려 83%에 달한다. 국내 완성차 5사의 지난 3월 해외 판매 실적은 전년 동월 대비 19.8% 급감했다. 4월에는 이보다 더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확실시되고 있다. 해외 수요 절벽으로 국내 공장도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현대차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투싼의 수출 물량을 생산하는 울산5공장 2라인은 이날부터 가동을 중단했다. 17일까지 휴업한 뒤 20일부터 재가동할 예정이지만 해외 시장의 수요 절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셧다운’(가동 중단)이 길어질 수도 있다. 기아차는 경기 광명 소하리1·2공장과 광주2공장을 23일부터 29일까지 중단한다는 계획을 기아차 노조 측에 전달했다. 소하리1공장에선 카니발·스팅어·K9 등이, 2공장에선 스토닉·프라이드 등이, 광주2공장에선 스포티지·쏘울 등이 생산된다. 모두 수출 비중이 높은 모델들이다. 기아차는 휴업을 통해 재고를 2만대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기아차 모닝·레이를 위탁 생산하는 충남 서산 동희오토는 지난 6일부터 가동을 멈췄다. 정유 업계도 수출 절벽에 허덕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석유 제품 수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7.7% 감소했다. 특히 정유업체 매출의 4분의1을 차지하는 항공유의 수출은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전년 대비 70% 이상 급락했다. 자동차 생산과 선박 수주가 줄어들면서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철강재 수요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세계철강협회는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이 2008~2009년 금융위기 때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철강 업계는 감산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충남 당진제철소의 전기로 열연강판 연 생산량을 80만~90만t에서 70만t으로 낮췄다. 포스코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에 감산 체제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포스코는 원가 절감을 위해 이날부터 제강 공정에 필요한 고철의 입고를 일시 중단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사우디·이란 싸움에 등 터진 카타르… 육·해·공 막혀

    사우디·이란 싸움에 등 터진 카타르… 육·해·공 막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수니파 이슬람권 7개국이 5일(현지시간) 카타르와의 단교를 선언한 데 이어 육로, 항공, 해상 왕래도 차단했다.중동의 부국 카타르가 순식간에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이란 적대 정책을 계기로 수년 전부터 ‘눈엣가시’였던 카타르를 희생양 삼아 시아파 맹주 이란을 견제하고자 하는 수니파 맹주 사우디의 패권 경쟁 탓으로 풀이된다.카타르와의 단교를 선언한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바레인, 리비아, 예멘, 몰디브 등 7개 국가는 이날 카타르와 육·해·공 통행을 전면 차단하고 항공편과 선박 왕래도 불허했다고 가디언 등이 전했다. 사우디와 UAE는 단교 발표 직후 카타르로 향하는 설탕 수출을 보류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식량의 99%를 수입에 의존하는 카타르가 주변국의 국경 폐쇄 조치로 식량난에 처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인구 225만여명의 소국인 카타르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북쪽 페르시아만(걸프)으로 난 반도국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육상으로는 사우디와만 접해 있다. 천연가스(LNG)가 주 수입원인 카타르는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6만 6400만 달러로 세계 6위지만 농축산업, 제조업은 부진하다. 특히 식량의 30~40%를 사우디와 접한 육로로 수입하기 때문에 사우디의 국경 폐쇄 조치가 뼈아프다. 도하뉴스는 “주민들이 아침부터 마트에서 물, 달걀, 쌀, 우유, 고기 등을 카트에 한가득 싣는 등 식품을 사재기하기에 바빴다”고 전했다. 단교 사태가 장기화되면 각종 건설 사업도 차질을 빚게 돼 2022년 카타르월드컵 개최 여부도 불분명해졌다.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에 균열이 생기며 국제 유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사우디 등 7개국은 카타르가 시아파 맹주인 이란을 지지하고 극단주의 무장단체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단교했지만 수니파 주변국들과 카타르의 ‘위태로운 동거’는 뿌리가 깊다. 카타르는 사우디를 ‘큰형님’으로 모신 다른 수니파 국가들과 달리 이란과도 교류 채널을 유지하는 등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고집해 왔다. 2011년 이집트의 ‘아랍의 봄’ 시민혁명 당시 혁명을 주도한 무슬림형제단에 대해 사우디 등은 테러 조직이라고 경계했지만 카타르는 이들을 옹호했다. 지난달 23일 카타르 국영통신사 QNA가 셰이크 타밈 카타르 국왕이 이란에 대한 적대 정책을 비판했다는 보도를 내면서 그동안 잠재돼 있던 불씨가 재점화됐다. 이번 집단 단교 사태는 사우디를 중심으로 하는 UAE, 바레인 등 주류 수니파 국가들이 이란과 대화 채널을 유지하는 카타르를 고리로 시아파 맹주 이란을 향해 패권 경쟁을 선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란 핵협상을 추진했던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사우디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이란에 대한 적대 정책을 선명하게 드러내자 이를 기화로 이란에 치우쳤던 중동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본보기를 보여 줄 ‘희생양’으로 카타르를 선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트위터에 “최근 중동 방문 당시 나는 ‘급진 이데올로기에 대한 재정 지원은 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지도자들은 카타르를 가리켰다. 보라!”고 적었다. 자신이 테러세력 지원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전달하자 아랍권 지도자들이 카타르를 테러 지원 국가로 지목했으며, 결국은 자발적으로 단교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편 온건 수니파 국가인 쿠웨이트는 이날 이들 7개국과 카타르의 단교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재에 나서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오락가락’ 쌀 정책… 농민들만 골탕

    정부의 쌀 생산정책이 감산에서 증산으로 갑자기 바뀌는 바람에 ‘논밭전환사업’을 추진한 자치단체와 농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의 쌀 감산정책에 따라 논을 밭으로 갈아엎은 농가들은 보조금을 받기는커녕 올 농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16일 전북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쌀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논을 밭으로 전환하는 농가에 보조금을 주는 감산정책을 추진했다. 자치단체를 통해 많은 농가들이 논밭전환사업에 적극 동참토록 독려해 왔다. 그러나 농림수산식품부는 쌀 감산정책을 추진한 지 1년 만에 올해는 증산정책으로 급전환했다. 쌀 재고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추진했던 논밭전환 지원사업 물량을 대폭 줄이고 지원작목도 축소했다. 전북도의 경우 지난해 배정받은 논밭전환사업 물량은 5923㏊에 이르렀지만 올해는 800㏊로 87%나 줄었다. 논에 벼 대신 밭작물을 심을 경우, 지급하는 보조금 지원작목도 지난해까지는 모든 밭작물이었지만 올해는 콩과 조사료로 한정했다. 지난해 논에 밭작물을 재배한 농가들에는 18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올해는 사업물량이 줄어 지원대상 농가를 선정하기도 복잡하게 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논을 밭으로 전환한 많은 농가들이 당장 올 농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곤경에 빠졌다. 이 농가들은 정부의 보조금을 받지 않고 밭작물을 계속 재배하든지 지난해 밭으로 전환한 논을 다시 논으로 바꾸어 벼를 심어야 할 처지다. 지원작목 축소에 따라 이미 지원외 작물 종자를 구입한 농가는 필요없게 된 종자를 처분하고 다른 작물 종자를 확보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어야 하는 실정이다. 정부의 감산정책을 믿고 논밭전환사업을 적극 추진해 온 자치단체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전북도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올해 논밭전환사업 보조금 지원규모를 지난해보다 10% 늘려 잡고 지원대상 작목도 모두 허용할 것으로 예상해 농가지도를 해온 터라 수습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도는 지난 15일 정부의 논밭전환사업 변경 정책을 일선 시·군에 긴급 시달하고 뒤바뀐 쌀생산정책을 농가에 홍보토록 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영농기를 앞두고 정부 정책이 급변했고 지원물량도 대폭 축소돼 보조금을 받으려는 농가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를 선정하는 작업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걱정했다. 이에 대해 농민회 전북도연맹 이효신 정책위원장은 “정부의 벼생산 정책이 1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농민들만 혼란에 빠지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며 “농민들이 정부를 믿고 영농을 할 수 있도록 중장기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남는 쌀 원인과 대안] 쌀값 내려도 직불금 보전 감산 안해… 풍년 매뉴얼 시급

    [남는 쌀 원인과 대안] 쌀값 내려도 직불금 보전 감산 안해… 풍년 매뉴얼 시급

    “수술(쌀 수급구조 정비)이 필요한 환자에게 수년째 진통제(단기 대책) 처방만 내리고 있다.”(농업경제학계 관계자) 추수를 앞두고 내놓은 정부 대책에는 단기적 쌀가격 안정을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농업계와 학계 반응은 미지근하다. 수급불균형 문제를 풀 근본적인 해법 마련은 또 미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쌀 산업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풍(大豊) 때마다 깊어지는 농민의 한숨을 줄이기 위해서는 ‘풍년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쌀 수급불균형은 시장경제의 원리가 깨지면서 비롯됐다.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가격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뒤이어 생산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재균형을 맞춘다. ●“수급 불균형 근본책 미뤄져” 그러나 국내 쌀 시장에서는 경제학 기본원리가 작동을 멈췄다. 국내 1인당 쌀 연간소비량은 지난해 74㎏이었다. 1990년 119.6㎏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0년 새 38.1% 줄어든 것. 한국인의 식사 패턴이 빵과 면 위주로 서구화된 것과 관계 깊다. 같은 기간 쌀 생산량은 561만여t에서 492만여t으로 12.3% 줄어드는데 그쳤다. 과잉 공급이 지속되면서 쌀값 하락세도 이어진다. 공급 감소폭이 수요감소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벼농사가 다른 농사에 비해 수월하다. 벼농사의 기계화율은 90%를 넘어섰고 농번기에는 장비업체에 전화만 하면 어렵지 않게 일손을 구할 수 있다. 전체 농촌인구의 34.2%를 차지하는 고령자(65세 이상)는 손쉬운 벼농사를 고집한다. 쌀 농가에 대한 소득보전제 역시 공급과잉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005년부터 쌀소득보전직불제를 도입, 시장가격과 법정 기준가격(17만 83원) 간 차이의 85%를 지원해주고 있다. 예컨대 2005년의 경우 수확기에 농가가 시장에 정곡 한 가마(80㎏)를 판매하고 받은 돈은 14만원대였지만 직불금 2만 5000여원을 추가로 받아 실제로는 16만 5000여원의 소득을 올렸다. ‘팔리지 않아 쌀 재고가 쌓여도 큰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생각이 농가에 퍼진 이유다. 쌀의 과잉생산이 구조화된 상태에서 주기적으로 대풍이 들면 쌀 산업은 만신창이가 된다. 2001년과 2002년 풍년으로 145만t까지 쌓였던 쌀 재고는 이후 70만~80만t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풍년으로 올해 다시 140만t을 넘어섰다. 적정 재고량(72만t)의 두 배 수준이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온난화 영향으로 향후 지난해 같은 풍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 맡기고 부작용 최소화를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간단하다. 쌀시장의 수급조정기능을 시장에 맡겨 가격하락을 유도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개입 중단으로 농가 소득이 대폭 감소하면 큰 혼란이 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나서 일정부분 농가소득을 보전해주되 시장기능이 왜곡되지 않도록 쌀소득 직불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변동 직불금제도는 해당 농가의 쌀 생산량에 비례해 소득 보전금을 제공한다. 이 때문에 벼농가는 쌀 시장가격이 내려가도 생산을 줄이지 않았다.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전 농촌경제연구원장)은 “서구 선진국들은 100여년간의 실험을 거쳐 쌀 생산과 연동하지 않고 직불금을 주는 방식을 도입해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등은 콩 등 타작목을 재배하거나 휴경(休耕)을 해도 일정소득 이상을 보존을 해주고 있다. 농촌사회의 유지가 국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지원금을 주되 쌀 생산을 유도할 가능성은 차단하려는 조치다. 농식품부도 뒤늦게 논에 타작목을 재배해도 보조금을 주는 제도를 쌀직불금제와 별도로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매년 4만㏊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상시적 풍작을 대비해 ‘풍년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회장은 “쌀 흉년에 대비해 공공비축물량 70만t의 재고를 유지하지만 풍년 대비책은 사실상 없다.”면서 “작황 수준에 따른 대응법을 시스템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풍년에 따른 일시적 과잉생산 물량의 격리방법부터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가 풍작 때마다 임의적으로 시장에서 사들일 물량을 정하는 대신 작황 수준을 지수화해 쌀 생산이 일정량을 넘길 때마다 정부가 매입할 물량을 명시화하자는 주장이다. 전창익 농협경제연구소 농업정책연구실장은 “시장격리 물량을 생산량이 결정된 다음 뒤늦게 정하면 시장의 불안감이 확대돼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정책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는 만큼 매뉴얼을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논에 타작물 재배’ 농민들 외면

    정부가 쌀 수급 안정대책의 하나로 올해 처음 도입한 ‘논에 타작물 재배 지원 사업’이 정작 농업인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전국 지자체들에 따르면 농림수산식품부는 쌀값 하락을 방지하고 과잉생산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부터 농업진흥지역 논에 벼 이외에 콩, 옥수수, 녹비작물 등 타 작목을 재배하는 농가에 ㏊당 3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전국 계획 면적은 3만㏊이다. 다만 농업진흥지역 논에 벼 이외의 작목을 재배하더라도 시설 작물이나 과수, 인삼 등 다년생 식물을 심거나 휴경할 경우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실제 논에 타 작물을 재배하는 면적은 정부 계획의 32.4%인 9714㏊ 그치고 있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2388㏊로 가장 많고 전남 2096㏊, 전북 2028㏊, 경남 1282㏊, 충남 935㏊ 등이다. 따라서 정부가 올해 논의 타작물 재배 지원 사업을 통해 쌀 15만t을 감산하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이처럼 실적이 저조한 것은 사업이 올해 영농 준비가 끝난 지난 4월에 뒤늦게 시행된 데다 신청 자격의 제한, 낮은 보조금 등으로 농가들의 참여가 저조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은 이 사업의 성과를 위해 농림부가 내년부터 사업 지역을 비진흥지역으로 하거나 두 지역 모두를 포함시키는 등 확대하고, 재배에 인건비가 많이 드는 콩 등 작목별 보조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 농기계 구입 자금 지원 등 농림부가 추진 중인 다른 농림 사업과 연계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내년도 타작물 재배 보조금을 올해 쌀값과 연동해 탄력적으로 적용하되 쌀 수급 조절이라는 사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가공용 쌀 재배농가도 보상을”

    정부의 쌀 감산정책에 따라 논에서 가공용 벼를 재배하는 농가에도 콩, 옥수수 등 타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지원되는 보상비가 지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경북도에 따르면 올해 도내 10㏊(도정 쌀 기준 5t) 이상 규모의 가공용 벼 계약재배 단지는 총 9곳에 652㏊에 이른다. 지역별로는 의성이 280㏊로 가장 많고 영주 245㏊, 안동 52㏊, 상주 46㏊, 고령 19㏊ 등이다. 여기에다 소규모 단지를 포함하면 그 규모는 훨씬 크다. 이 같은 면적은 전국 시·도 가운데 최대 규모라는 것. 해당 농가들은 즉석밥, 식초, 술, 떡 등의 가공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가공용 벼 생산에 나서고 있다. 이는 도가 정부의 쌀 감산정책에 따라 전국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쌀 계약재배를 새로운 농업시책으로 도입해 해당 농가에 적극 보급한 데다 농가들도 쌀 과잉 생산으로 인한 가격 폭락을 우려해 이 같은 시책에 참여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도는 2014년 쌀 계약재배 면적을 4000㏊까지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가공용 벼 계약재배 농가들의 수입은 밥쌀용 벼 농가들에 비해 떨어지는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10a당 가공용 벼는 25만원인 반면 밥쌀용 벼는 61만 2500원(추곡수매 1등급 기준)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4월부터 쌀 수급 안정 등을 위해 논에 콩, 옥수수, 고추, 사료작물, 특용·기호작물 등 1년생 타 작물을 재배할 경우 ㏊당 국고 보조금 300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전국 전체 지원 대상 면적은 9714㏊이며, 보조금 지원액은 291억 4200만원에 이른다. 지역별 면적은 경북이 2388㏊, 전남 2096㏊, 전북 2028㏊, 경남 1282㏊, 충남 935㏊ 등이다. 따라서 가공용 벼 재배농가들도 정부에 논에 타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와 마찬가지로 일정액의 보조금을 지원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농가들은 “정부가 쌀 감산정책을 펴면서 타 작물 재배농가에만 국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면서 “가공용 쌀의 경우 밥쌀용 시장과 완전 격리되는 만큼 마땅히 재배농가에도 보조금이 지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 관계자도 “가공용 쌀 재배면적 확대는 쌀 감산을 위한 현실적 대안”이라며 “이 사업에 동참하는 농가에도 손실분의 일부를 국비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경북도 쌀 감산 본격 추진

    경북도가 쌀 감산(減産)에 본격 나섰다. 도는 쌀 과잉생산을 해결하기 위해 쌀 이외의 식량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당 300만원을 지원하는 ‘논에 타작물 재배사업’을 실시한다고 27일 밝혔다. 이에 따라 도는 이달 말까지 읍·면·동사무소를 통해 희망농가의 신청을 받으며, 대상 농지는 관리 및 병해충 방지를 위해 품목별 집단 단지 등을 우선 선정할 방침이다. 신청 대상은 농업진흥지역 또는 경지정리가 완료된 우량논 중 지난해 논농업 변동직불금(지난해 벼농사를 지은 논)을 받은 논이면 지원이 가능하다. 그러나 휴경은 물론 시설작물을 비롯한 과수, 인삼 등 다년생 작물재배 농지는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도는 올해 도내 벼농사 전체 면적 12만㏊ 중 4188㏊에 대해 콩·옥수수·사료작물 등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무제 도 친환경농업과장은 “타작물 재배 사업이 성공하면 도내에서만 쌀 15만t을 감축하는 수급조절 기능과 함께 콩·옥수수 등 기타 식량작물의 작업률이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 쌀 감산정책의 하나로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많이 심은 우수 농가나 지방자치단체를 시범적으로 포상하기로 했다. 포상금은 총 1억 2000만원 규모로 지난해까지는 우수한 품질의 쌀을 만들면 지급했지만 올해는 전액 작물 전환 포상에 지급된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쌀 정책 감산으로 전환

    농림수산식품부는 18일 쌀의 과잉생산에 따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쌀 감산 정책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벼농사는 2008년, 2009년 연속으로 풍년이었지만 국내 쌀 수요가 이에 못 미쳐 쌀이 남아돌고 가격이 급락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식품부는 우선 벼 재배 농가에 ‘논 농업 다양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논 농업 다양화는 논에 벼 대신 콩, 밀 등 자급률이 낮은 다른 작물을 심어 장기적으로 다양한 농작물의 식량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염주영 칼럼] 쌀정책은 지속가능한가

    [염주영 칼럼] 쌀정책은 지속가능한가

    베이징 6자회담에 온국민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염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매우 다른 이유로 베이징을 눈여겨보는 곳이 있다. 농림부다. 그 이유는 쌀이다. 북핵문제가 순조롭게 풀려야 북한에 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농림부는 북한에 쌀을 보낼 수 있게 되기를 누구보다 갈망한다. 농림부의 연간 쌀 수급계획은 매년 북한에 40만~50만t을 지원하는 것을 전제로 짜여진다. 만약 북핵과 같은 돌발 사태로 북한에 쌀을 보내지 못하면 재고로 남게 된다. 재고가 쌓이면 시장에 영향을 미쳐 쌀값 폭락을 야기할 수 있다.2005년 ‘11·15 농민시위’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 당시 산지 쌀값이 80㎏당 11만원대로 폭락하자 성난 농민들이 일을 벌였다. 농민폭동의 양상을 보였다. 지금의 과잉생산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않는 한 이런 위험은 상존한다. 문제는 감산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감산을 하면 농가의 소득이 준다. 또 그 일부를 정부가 보전해주어야 하므로 재정부담이 는다. 지난해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95만㏊ 논에서 470만t을 생산했다.1㏊(3000평)당 5t꼴이다. 수요량은 420만t이다. 수급을 맞추려면 쌀로는 50만t, 논으로는 10만㏊를 감축해야 한다. 전체 논의 10분의1이 넘는다. 쌀 50만t은 시가로 1조원이다. 논 10만㏊를 감축하면 농가는 매년 1조원의 손실을 보게 된다. 이로 인한 농가 소득결손의 일부를 정부가 보전해준다면 매년 수천억원의 재정부담이 더 생길 것이다. 쌀농가에 지원하는 재정부담액(직접지불금)은 이미 1조 7500억원(2007년 예산 기준)으로 2001년(2500억원)의 7배로 불어나 있다. 재정부담이 이런 속도로 커진다면 효율성은 차치하고 머지않아 감당불능이 될 수 있다. 한번 늘면 다시 줄이기 어려운 것이 재정이다. 정서적인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논은 대대로 이어온 농민의 삶의 터전이다. 논을 밭으로 바꾸거나 아예 없애는 것을 농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렇다고 감산을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다. 현재의 과잉생산 구조를 방치하면 수급불균형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다. 쌀 소비량이 매년 2% 이상 줄고, 외국쌀 수입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려움이 있더라도 쌀문제의 근원적인 해법, 즉 감산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런 관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20일 농업 관련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노 대통령은 이날 열린 농·어업 정책보고회에서 “농업도 시장원리가 지배한다. 식량안보나 환경보호를 감안해도 논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감산정책 추진을 강하게 시사했다. 감산은 농업 포기가 아니다. 농업개방의 대세를 받아들이는 토대 위에서 생존가능한 농업의 길을 찾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쌀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앞으로 쌀정책이 지속가능한 것이 되려면 다음 네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본다. 농가의 소득을 유지하고, 시장가격의 완만한 하락을 유도하며, 생산을 감축하고, 그에 따른 재정부담을 적정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 네가지 조건들은 상충관계에 있다. 어느 하나를 과도하게 추구하다 보면 다른 세 개의 조건이 멀어지는 ‘네 마리 토끼’ 같은 것이다. 지속가능한 농업이 되려면 이 복잡하고 난해한 4차방정식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와 농민, 생산자단체와 소비자단체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논설실장 yeomjs@seoul.co.kr
  • [염주영칼럼] 밥상 위의 쌀전쟁 이기려면

    미국산 수입쌀 칼로스가 지난 주말 국내의 온라인 경매사이트에 나왔다. 수입쌀을 직거래하는 카페도 포털사이트에 등장했다. 소비자를 유혹하는 광고문구들을 내걸고 인터넷과 전화 주문을 받고 있다. 소비자들의 초기 반응은 미미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쌀과 수입쌀 간에 서로 소비자의 밥상을 차지하기 위한 힘겨운 전쟁은 시작됐다. 올해 우리나라가 밥쌀용으로 수입해야 하는 물량은 5만 7000t으로 국내 소비량의 1.4%를 차지한다. 지난해 국회가 비준한 쌀협상 결과에 따르면 이후 매년 수입량을 늘려가야 한다. 오는 2014년에는 국내 소비량의 3.7%에 해당하는 12만여t이 들어온다. 이는 밥쌀용으로 시판되는 부분만 계산한 것이다. 술을 빚거나 과자를 만들거나 대북지원용으로 쓰이는 것까지 포함하면 2014년에 수입해야 하는 물량은 40여만t이나 된다. 또 그 이후에는 쌀시장 전면 개방이 기다리고 있다. 쌀산업이 가야 할 길은 이처럼 험난하다. 개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외길 수순이어서 퇴로도 없다. 살아남으려면 어떻게든 험로를 뚫고 가야만 한다. 개방화 시대에 우리 쌀산업이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농민들이 달라져야 한다. 쌀산업 위기 극복의 1차적인 주체는 농민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과거처럼 ‘농사만 지어 놓으면 정부가 사 주겠지.’ 하는 식의 사고로는 난관을 돌파할 수 없다.‘정부의존형 농민’에서 경쟁이 체질화되고 강한 자립의지로 무장한 ‘쌀산업 CEO’로 변신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도 개방화 시대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 가장 심각한 것은 수급 불균형이다. 지난 1990년대 후반 감산정책을 써야 할 시기에 증산정책을 쓴 결과 지금 심각한 수급 불균형이 빚어지고 있다. 만성적인 과잉생산과 과잉재고에다 시판용 수입쌀까지 겹치면서 쌀값이 폭락하고 있다. 지난해 수확기의 산지 쌀값은 전년보다 13.5%나 하락했다. 과잉생산으로 인한 쌀값 폭락은 그 자체로도 문제이지만 이것이 초래하는 재정의 비효율은 더 큰 문제다. 금년도 예산을 예로 들어보자. 농업분야 전체 예산 9조원 중 4조원이 쌀 관련이며, 이 가운데 2조 9000억원이 가격폭락으로 인한 농가의 소득결손을 보전하거나, 휴경·전작·재고처리 등을 위한 비용으로 쓰이고 있다. 처음부터 적정생산 규모를 유지했다면 절약할 수 있는 돈이다. 현재의 쌀정책은 100이 필요한데 120을 생산해 막대한 예산을 써가며 20을 줄이는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승용차로 서울에서 천안을 가는데 천안을 지나쳐 대전까지 갔다가 천안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이런 정책이 지속되는 한 농민은 농민대로 고달프고, 정부는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민 한사람이 1년에 쌀을 80㎏정도 소비하는데 오는 2015년에 가면 60㎏대로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수입은 늘고 소비가 줄면 수급불균형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그에 따른 재정부담은 더욱 급격히 불어날 것이다. 정부는 서둘러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논을 줄이는 것이다. 비진흥지역을 중심으로 향후 10년간 적어도 20만㏊(현재의 20%)는 감축해야 한다. 개방화 시대에는 관념적인 논 지상주의만으로 농민이 잘 사는 농촌을 만들 수 없다. 지금은 논이 귀해져야 농민이 살 수 있다. 정부의 쌀정책은 환골탈태해야 한다. 개방농업의 시대를 이끌어갈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수석 논설위원 yeomjs@seoul.co.kr
  • “맛좋은 밥 먹기 힘들다”/1등급 20~30% 줄어… 내년 쌀수급엔 지장없어

    올해 쌀 생산량이 지난해에 비해 10% 가까이 대폭 감소한 것은 유례없는 궂은 날씨에다 정부의 쌀 감산 정책이 공교롭게도 맞물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쌀이 남아돌아 과잉 재고를 우려하던 소리가 올해에는 쑥 들어갔다.1980년이후 최악의 쌀 생산 기록은 무엇보다 궂은 날씨의 결과였다.여름 내내 비가 와 일조량이 부족했던데다 태풍까지 덮쳐 쌀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단위면적(10a)당 6.4%(30㎏)가 줄었다.여기에다 쌀 재고를 줄이기 위한 감산 정책인 ‘쌀 생산조정제’가 지난해부터 시행돼 올해 경지면적이 지난해보다 3.5%(3만 7000㏊)줄어든 것도 쌀 생산 부족 사태를 가져왔다. 쌀 재고분은 10월말 기준으로 842만섬이며 세계무역기구(WTO)규정에 따른 의무 쌀 수입량(최소시장접근물량·MMA)은 143만섬이다.이를 올 생산분과 합치면 공급량은 4076만섬으로 내년도 소비량 3374만섬보다 702만섬이 많아 수급에는 일단 지장이 없다는 게 농림부의 입장이다. 전체 수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무엇보다 올해 흉년으로 고급 쌀이 부족해졌다.올 강원지역의 추곡수매결과,1등급 비율이 예년보다 20∼30% 감소했다.더욱이 재고미의 경우 까다로운 소비자의 입맛을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따라서 밥맛좋은 쌀의 공급부족으로 값이 오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재고쌀이 줄어든 만큼 대북 쌀 지원량은 작년과 올해 수준인 278만섬은 유지하기 힘들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이와 관련,정부내에서 의견 조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농민단체총연맹은 지난 9월 “경지면적이 올해보다 더 감축되는 내년에도 뜻밖의 재해가 또 닥치면 사상초유의 쌀 부족사태를 빚을 것”이라면서 생산조정제의 재검토를 주장했다. 그러나 쌀을 덜 먹는 쪽으로 국민들의 식생활이 바뀌는 추세에서 올해의 이례적인 흉년 때문에 생산조정제를 철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쌀재고가 넉넉지 않을 경우 내년에 정부가 WTO와 벌일 쌀 개방에 관한 재협상에서 우리 입장이 불리해질 전망이다.내년 쌀 수확량이 그래서 주목된다. 김경운기자 kkwoon@
  • [사설]흉작에도 불어나는 쌀 재고

    지난해 여름 태풍 루사의 영향으로 근래에 드문 흉작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쌀 재고가 150만섬이나 불어날 것이라고 한다.지난해 쌀수확량은 전년에 비해 408만섬이 줄어들었다.농림부는 그러나 올해 쌀 재고가 1040만섬에서 1190만섬으로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흉년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쌀 재고가 늘어난다는 것은 쌀산업이 과잉생산 구조임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쌀 재고는 이미 적정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각국에 권고하는 적정 재고량은 연간 식용 소비량의 16∼17%로 우리나라의 경우 550만∼600만섬이 적정하다.그러나 농림부가 전망한 올 기말 재고는 1190만섬으로 FAO 권장 재고의 두배나 된다.현재 우리나라의 쌀 생산량은 평년작 기준으로 3700만섬 정도이고,소비량은 3400만섬 정도 된다.여기다 매년 125만섬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므로 국내의 쌀산업은 연평균 약 400만섬이 과잉생산되는 구조를 안고 있다.게다가 세계무역기구(WTO)의 농업개방 협상이 끝나는 오는 2005년부터는 전면적인 쌀시장 개방이 예고되고 있다.쌀생산비가 우리의 5분의1에 불과한 이웃 중국산 쌀이 우리 시장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과잉생산 구조를 방치하는 것은 쌀산업과 농민들을 더 큰 위기로 몰아넣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가 이제는 이 눈치 저 눈치 볼 것이 아니라 우리 쌀산업이 처한 상황을 농민들에게 솔직하게 설명하고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쌀산업이 살 수 있는 길을 정부와 농민이 함께 찾아나서야 한다.우리는 그 방안의 하나로 쌀 감산으로 예상되는 소득감소분을 직불제와 대체소득원 개발에 대한 투자 확대로 보전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것을 제안한다.
  • [사설]수매가 인하 농민 시름 없게

    정부는 어제 올 추곡수매가를 2% 내리는 방안을 발표했다.수매가 인하로 예상되는 농가소득의 감소분만큼 논농업 직불금 예산을 늘려주기로 했다.이는 정부가 개방화 시대에 맞게 쌀 정책의 전환을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전환의 방향은 ‘쌀을 점차 감산하되 농가소득은 다른 방법으로 보장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즉 지난 50여년간 지속해온 증산정책을 감산정책으로,가격지지정책을 직불제로 각각 전환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같은 쌀 정책의 전환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경쟁국들에 비하면 이마저도 5년이상 늦은 것이다.농업전문가들은 내년에 본격화될 세계무역기구(WTO)의 쌀 재협상에서 우리나라는 전면적인 시장개방(관세화)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시장개방은 이미 10년 전의 우루과이 라운드(UR) 협상 직후부터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일본과 대만은 그때부터 개방에 대비해온 반면 우리는 대비를 하지 않았다.그 결과 수매가는 지난 10년간 일본이 12.8%를 낮췄고,대만이 동결한 데 비해 우리나라가 26.4%를 올렸다.이로 인해 쌀의 국내외가격차는 갈수록 확대됐으며,개방 충격은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은 과거의 정책실패를 탓하기에 앞서 그 실패 요인을 따져보고 또 다른 정책실패를 막는 일이 급하다.우리는 그런 관점에서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농민설득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농민설득에는 농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소득보전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개방으로 인한 소득 감소분을 정부가 예산에서 보전해주되 직불제와 대체 소득원 개발에 균형있게 배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개방하에서도 잘 사는 농촌을 만들어 농민들이 시름을 덜 수 있게 하는 중장기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 [대한포럼] 코앞에 닥친 쌀개방

    쌀개방이 목전에 닥쳤다.세계무역기구(WTO)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요즘 도하개발어젠다(DDA)협상이 한창이다.쌀을 포함한 농산물의 시장개방 협상에 앞서 원칙과 협상틀을 짜는 준비작업이다.‘개방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이 협상대표단이 전하는 현지 분위기다.그 징후들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타이완은 2일 ‘내년부터 쌀시장을 개방하겠다.’고 WTO에 통보했다.이웃 일본은 지난 1999년에 일찌감치 쌀 시장개방을 선언했다.이제 쌀시장을 열수 없다고 버티고 있는 나라는 필리핀과 한국밖에 없다.‘개방유예’를 인정받았던 나라들이 ‘개방선언’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상응하는 대가를 상대방에 지불해야 하는 것이 국제협상의 생리다.개방을 늦출수록 그 대가가 커지기 때문에 서둘러 개방을 선언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94년 우루과이 라운드(UR)협상 때 국제사회에 한 가지 약속을 했다.‘오는 2005년부터 쌀시장을 개방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구조조정 노력을 열심히 하겠다.’는내용이었다.그 약속의 대가로 2004년까지 ‘시한부 개방유예’를 받았다.이제 그 시한이 코앞에 닥쳤다.하지만 개방에 대비한 준비는 별로 한 게 없다.그래서 시장이 열리면 그 충격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놓여 있다. 국내 쌀산업의 현실을 들여다보자.김동태 농림부 장관은 이번 주초에 열린 양곡유통위원회 회의에서 “올해 태풍으로 평년작의 8%인 300만섬 정도 감산이 예상된다.”고 밝혔다.농림부 직원들은 “북한에 지원키로 한 쌀 40만t까지 감안하면 창고 부족 사태는 피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안도했다.우리나라의 한해 쌀 소비량은 3400만섬.이에 비해 생산능력은 평년작 기준으로 3700만섬이나 된다.여기에다 연간 100만섬 이상의 외국쌀이 수입된다.따라서 매년 400만섬의 재고가 쌓이고 있다.현재 전국의 쌀 창고를 모두 동원할 경우대략 1100만섬을 보관할 수 있는데 재고는 1040만섬으로 턱밑까지 찼다. 올해에는 태풍 루사 덕(?)에 300만섬이 감산돼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넘겼지만 내년에도 태풍이 불어준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나라는 양곡관리특별회계에서 정부양곡 사업을 하고 있다.매년 추곡수매 때 신곡을 80㎏당 15만원 정도에 사다가 2∼3년을 묵혀 고미(古米)가 되면 구입가의 12분의1 수준인 1만 3000원에 되판다.고미는 밥을 지어도 맛이 없기 때문에 술을 빚는 원료로 쓰고 있다.식구가 3명인데 매일 4명분의 밥을 지어 한그릇씩 선반 위에 두고 꼬박꼬박 ‘쉰 밥’을 만들고 있는 것과 같다.그 손실이 연간 5000억원에 달한다.올해는 주정용도 넘쳐 대북지원용으로 써야 하기 때문에 5000억원의 추가 손실이 예상된다.한해 1조원의 국가예산이 ‘쉰 밥’으로 사라지는 셈이다. 더 이상 ‘쉰 밥’을 만들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그러려면 애초부터 식구수에 맞게 밥을 지으면 된다.감산이다. 이웃 일본도 감산을 위해 전체 쌀 경작지의 3분의1을 휴경하고 있다.쌀 수급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려면 1단계로 300만섬의 감산이 필요한데 문제는 농가소득이 줄기 때문에 농민들이 반대해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쌀농사를 덜 짓게 하는 대신 감소된 소득을 다른 곳에서 만회할 수 있는방안을 정부가 내놓아야 한다.농민이 농촌에 살면서도 농사를 짓지 않고 벌어먹을 수 있는 방도를 찾아내는 것이 개방화 시대에 정부와 농민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금 제네바에서는 한국 쌀시장 개방을 위한 준비작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이웃 중국에서는 80㎏당 3만원짜리 맛좋은 양질미가 제네바협상이 끝나 한국시장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국내에는 그 5배나 비싸고 맛은 비슷한 국산쌀이 1000만섬 이상 남아돌아 처치 곤란이다.시장이 열리면 어떻게 될까.시간은 2년밖에 안 남았다. 염주영 논설위원 yeom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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