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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수호성인 5명’ 확정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수호성인 5명’ 확정

    천주교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의 수호성인을 확정, 발표했다. 교황청과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조직위원회’는 26일 성 요한 바오로 2세·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동료 순교자들·성 프란체스카 사베리아 카브리니·성 요세피나 바키타·성 가롤로(카를로) 아쿠티스 등 5명을 이 대회 수호 성인으로 공식 선정, 발표했다. 폴란드·이탈리아·수단·영국 등 다양한 국적과 15세기부터 21세기에 이르는 시대를 아우르는 구성이 눈길을 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폴란드·1920~2005)는 세계청년대회 창설자로, 청년 사목과 가정·생명의 가치를 강조한 교황이다. 한국 최초의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1821~1846)는 동료 순교자들과 함께 신앙을 증거하며 한국 교회의 기초를 세운 인물, 성 프란체스카 사베리아 카브리니(이탈리아·1850~1917)는 이민자와 가난한 이들을 돌본 선교사다. 성 요세피나 바키타(수단·1869~1947)는 노예 출신 수도자로 고통을 신앙으로 승화한 희망과 자유의 증거자, 성 가롤로(카를로) 아쿠티스(영국·1991~2006)는 디지털 시대의 젊은 성인으로 온라인을 통한 복음 선포의 모범으로 꼽힌다.
  • 바다 사나이들의 수호자, 포르투갈 리스본 ‘벨렝탑’ [한ZOOM]

    바다 사나이들의 수호자, 포르투갈 리스본 ‘벨렝탑’ [한ZOOM]

    1515년, 인도 구자라트 술탄 ‘무자파르 샤 2세’가 포르투갈 국왕 ‘마누엘 1세’에게 살아있는 코뿔소를 선물로 보냈다. ‘간다’(Ganda)라는 이름의 이 코뿔소는 100일이 넘는 항해 끝에 리스본 항구에 발을 내디뎠다. 당시 유럽인들에게 코뿔소는 유니콘과 같은 생소한 전설 속 짐승과 다름없었다. 호기심에 가득 찬 마누엘 1세는 코뿔소와 코끼리 중 누가 더 강한지 대결을 붙였다. 하지만 결과는 허무했다. 코뿔소의 위용에 압도된 코끼리가 대결이 시작되기도 전에 달아나 버린 것이다. 마누엘 1세는 이 대결을 통해 자신의 영향력이 인도를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음을 과시하고 싶었다. 그래서 리스본 항구에 건립 중이던 벨렝탑 망루 기단부에 코뿔소 형상을 새겨 넣었다. 이것이 바로 서유럽 최초의 코뿔소 조각이다. 하지만 간다의 리스본 생활은 평탄하지 않았다. 얼마 뒤 코뿔소에 싫증을 느낀 마누엘 1세가 간다를 다시 교황에게 보냈는데, 바티칸으로 향하던 배가 난파되면서 쇠사슬에 묶여 있던 간다는 심연 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대항해시대를 상징하는 찬란한 이정표 15세기 말과 16세기 초는 포르투갈 역사상 유례없는 황금기였다. ‘바스쿠 다가마’를 비롯한 위대한 항해사들이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며 부와 명예를 실어 나르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마누엘 1세는 해양강국의 위상을 영원히 기념하기 위해 ‘벨렝탑’을 세웠다. 벨렝탑의 공식 명칭은 리스본의 수호성인 ‘성 빈센트’를 기린 ‘성 비센트 탑’(Torre de São Vicente)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탑이 세워진 지명을 따 부르던 ‘벨렝탑’이라는 이름이 오늘날까지 굳어지게 됐다. 군사 건축가 ‘프란시스코 데 아루다’(Francisco de Arruda)가 설계한 이 탑은 타구스강 입구를 지키는 견고한 요새인 동시에 당대 최고의 예술성을 집약한 건축물이었다. 포르투갈 최초로 이중 포대 구조를 갖추어 방어력을 높였고, 외벽에는 그리스도 기사단의 십자가를 촘촘히 새겨 넣어 마누엘 1세의 권위를 드러냈다. 여기에 인도, 모로코, 베네치아 등 항해를 통해 교류했던 이국적인 디자인을 접목해 섬세한 장식과 아치형 창문 등을 설치하며 ‘마누엘 양식’의 정수를 보여줬다. ●영광의 등대에서 서늘한 감옥으로 벨렝탑은 대항해시대의 살아있는 목격자였다. 항해사들은 탑 아래에서 닻을 올리며 무사귀환을 기도했고, 돌아온 배들은 탑 아래에서 향신료와 황금을 내렸다. 그렇게 벨렝탑은 바다 사나이들의 수호자이자 안식처였다. 하지만 역사의 흐름은 탑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1580년 합스부르크 왕가의 스페인 ‘펠리페 2세’가 포르투갈 국왕을 겸임하게 되면서 포르투갈에 독립운동의 불길이 치솟았고, 벨렝탑은 독립투사를 가두는 감옥으로 변모했다. 벨렝탑 하층부에 있는 감옥에는 밀물이 들어오거나 폭풍이 치는 날이면 물이 차올라 죄수들은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속에서 죽음의 공포를 견뎌야 했다. 1983년 벨렝탑은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함께 역사적,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됐다. 이제 벨렝탑은 포르투갈만의 유물이 아니라 인류의 탐험정신과 문화적 교류의 상징으로 인정받은 것이었다. ●포르투갈 필수 여행지 벨렝탑 오늘날 벨렝탑은 리스본을 찾는 여행자라면 반드시 거치는 필수 코스가 됐다. 테주강 변에 우뚝 선, 빛나는 탑의 자태는 멀리서 보면 범상치 않은 기품으로, 가까이서는 섬세한 조각의 미학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좁은 나선형 계단을 따라 내부로 들어가면 각 층마다 총독의 방, 왕의 홀, 예배당이 층층이 이어진다. 정상 테라스에 서면 타구스강 하구와 리스본 시가지가 한눈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하지만 여행자들은 화려한 내부보다는 망루 기단에 새겨진 작고 닳은 코뿔소 간다 조각에서 더 많이 머무른다. 500년 전 미지의 세계를 향해 품었던 인간의 호기심과 과시욕, 그리고 안타깝게 사라진 생명에 대한 애도가 이 작은 코뿔소 조각 하나에 서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 “바티칸에 사자보이즈 있다” 입소문…김대건 신부 화제된 이유

    “바티칸에 사자보이즈 있다” 입소문…김대건 신부 화제된 이유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전 세계적 인기와 함께 뜻밖의 곳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세워진 김대건 신부 성상이다. 26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케데헌 인기에 난감해진 바티칸’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2023년 9월 세워진 조선의 첫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의 성상 사진 위에 “바티칸 사자 보이즈(Vatican Saja boys)”라는 영문이 적혀 있는 글이었다. 이는 전날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먼저 올라온 게시물로, 갓을 쓴 김대건 신부의 성상이 ‘케데헌’에 등장하는 저승사자 모티브 남자 아이돌 그룹 ‘사자 보이즈’와 비슷한 의상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게시물에는 사자 보이즈의 노래 ‘Your Idol’ 가사까지 첨부되어 있었다. 해외 네티즌들은 “교황조차 그들의 영향력을 거부할 수 없었다” “가톨릭 신자라서 한국의 수호성인 김대건 안드레아 동상을 보고 미소가 나왔다. 밈으로 만들어진 건 참 좋네요” “정확히는 사제보이즈”라고 반응했다. ‘케데헌’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작 등극 이런 화제성의 배경에는 ‘케데헌’의 폭발적인 인기가 있다. 27일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 누적 시청 수는 2억3600만으로 집계돼 영화 부문 역대 1위에 올랐다. 지금까지 1위를 지켜온 ‘레드 노티스’(2억3090만)를 제치고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영화가 된 것이다. 쇼 부문을 포함해도 ‘오징어 게임 1’ ‘웬즈데이 1’에 이어 역대 3위를 기록했다. 6월 20일 공개된 ‘케데헌’은 약 3주간 더 집계 기간이 남아있어 추후 순위 상승 가능성도 있다. 공개 10주 차에도 영어·비영어 통틀어 영화 부문 주간 1위를 지키며 32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K팝과 무속 신앙이라는 한국적 요소를 담은 ‘케데헌’의 세계적 성공이 뜻하지 않게 한국 가톨릭의 상징적 인물에게까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아시아 첫 성상, 특별한 의미 담아 화제의 중심이 된 김대건 신부 성상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성인의 성상이 성 베드로 대성전에 설치된 건 교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김대건 신부는 1821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1845년 마카오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조선의 박해를 받다가 1846년 25세의 젊은 나이에 순교했다. 이후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김대건 신부를 순교자로 시성했다. 한진섭 조각가가 제작한 김대건 신부 성상은 높이 3.7m, 폭 1.83m 전신상으로, 갓과 도포 등 한국 전통의상을 입고 두 팔을 벌려 모든 것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표현됐다. 프란치스코, 도미니코 성인 등 유럽 수도회 설립자들의 성상 옆에 자리했으며, 대성전 외벽에 수도회 창설자가 아닌 성인의 성상이 설치된 것 역시 처음이다. 성상 축복식은 김대건 신부가 순교한 지 정확히 177년이 되는 2023년 9월 16일에 열려 의미를 더했다. 한국인 성직자 최초로 교황청 장관에 오른 유흥식 추기경이 2021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성상 봉헌 의사를 밝히면서 실현됐다.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은 당시 축복식에서 “김대건 신부를 시작으로 이제는 각 민족과 나라를 대표하는 성상을 성 베드로 대성전에 모실 것”이라며 “오늘의 축복식은 동서양 교회가 함께 걸어가길 바라는 희망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 조지아,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을 목격하다…프로메테우스, 이전과는 다른 삶을 마주하다

    조지아,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을 목격하다…프로메테우스, 이전과는 다른 삶을 마주하다

    조지아를 대표하는 게르게티 삼위일체 교회 위로 독수리가 날아오른다. 이토록 거대한 코카서스산맥에 독수리 한 마리쯤 뭐 그리 특별할까 싶지만 이곳은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죄로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형벌을 받았다는 카즈베기산. 달아오른 태양에 산봉우리의 눈이 녹기 시작하면 프로메테우스의 고통을 덮어 주기라도 하려는 듯 구름이 피어오르고 신화의 세계로부터 전해 온 기억의 유전자를 품은 독수리가 날아간 방향을 좇다 보면 지금도 어딘가에서 천형이 계속되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조지아로 여행을 간다고 하면 듣게 될 질문들이 있다. “미국 조지아?”라거나 혹은 “그루지야 말하는 거지?” 그리고 질문은 이어진다. “그래서 거기 뭐가 있는데?” 미국 조지아는 당연히 아니고, 그루지야는 러시아 발음으로 소련 시절 널리 알려졌던 옛 이름이다. 그리고 조지아에는 코카서스산맥을 구성하는 웅혼한 산들이 있다. 해발고도 5000m 안팎의 산들이 즐비한데 물가는 싸 ‘동유럽의 알프스’ 혹은 ‘가성비 알프스’로도 불린다. ●조지아 트레킹의 백미 카즈베기 그 가운데 카즈베기는 조지아 트레킹의 백미로 꼽힌다. 수도 트빌리시에서 차로 3시간 정도 거리에 등산 거점인 스테판츠민다(정식 명칭이지만 현지인도 옛 이름인 카즈베기로 부른다) 마을이 위치해 접근성이 좋은 데다 조지아 정교회의 자존심인 게르게티 교회, 하늘과 맞닿은 해발고도 5047m의 설산, 그리고 이곳에 깃든 프로메테우스 신화가 여행자들의 심장을 출렁이게 하는 낭만이 있어서다. 곳곳에 신의 손길이 닿은 듯한 산맥을 따라 펼쳐지는 ‘윈도(windows) 배경 화면’ 같은 풍경은 사진을 못 찍는 사람도 경이로운 순간을 손쉽게 움켜쥐게 만든다. 카즈베기 트레킹 코스는 크게 세 가지로 주타, 트루소밸리, 게르게티 빙하 코스가 있다. 게르게티 빙하는 일정이 빠듯하고 난이도가 높아 관광객 사이에선 주타와 트루소밸리가 인기가 많다. 마을에서 택시 등을 타고 이동해 시작하게 되는데 주타는 언덕길을 꾸준히 올라가고, 트루소밸리는 완만한 평지를 걷는다. 어디를 선택하든 수고한 인생을 위해 몇 년에 한 번쯤은 선물해 주고 싶은 근사한 경치를 만나는 건 마찬가지다. 변덕스러웠던 날씨가 말끔해진 이른 아침 등산 준비를 하고 주타로 향했다.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만난 한국인들이 주타로 향한다기에 동승하게 된 덕분이다. 좀처럼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여정에서 이처럼 우연히 한꺼번에 하루 일정이 결정되면 깜짝 선물을 받는 기분이 든다. 겨울과 여름이 서로 이기고 지는 깐깐한 싸움이라도 펼치는 듯 저 멀리에는 영원히 누구도 허락하지 않을 것 같은 설산이, 당장의 눈앞에는 모든 생명을 껴안으려는 듯한 짙푸른 녹음이 선명하게 대비된 대자연이 펼쳐진다. 멀리 가면 그곳에 또 멋진 그림이 기다릴 것을 알면서도 일단 당장 사진부터 찍게 되는 건 아름다움을 마주한 여행자들에게는 일종의 의식일 터. 첫눈에 반하는 장면들을 켜켜이 쌓아 가며 속도를 내다 보면 중간중간 고뇌를 안겨 주는 갈림길이 나온다. 휴대전화가 세상과 닿지 않는 지역에 표지판 하나 없어 신탁(神託)이라도 해야 하나 싶지만 의외로 고민은 가볍게 풀린다. 조지아 트레킹의 특징 중 하나는 이처럼 종종 불친절하다는 것과 그럼에도 모든 길이 결국엔 친절하게 이어져 있다는 것이다. 주타 코스를 선택한 이들은 1차 목적지인 차우키 호수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호수에서 쉬다가 내려가거나 큰마음을 먹고 정상 부근까지 올라가 보거나. 물론 적당히 가다가 내려오는 중간 선택지도 있고 많은 여행객이 이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산행의 묘미는 그러하리라 예상했던 범위를 벗어난 풍광들을 황홀하게 마주하는 데 있다. 카즈베기 트레킹을 통해 높다고 믿었던 하늘이 의외로 가깝다고 착각하게 되는 산길을 걷다 보면 몇 개의 다른 세계가 엮인 옴니버스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든다. 때론 길인지 모르겠는 바위투성이고, 때론 끝 모를 평원이었다가 저 너머를 알 수 없는 오르막이 한참을 이어지고, 한창 농밀해진 여름을 지나다 아직 녹지 않은 눈을 마주하는 등 뒤엉키며 끊임없이 변주하는 세계를 지나게 되기 때문이다. 수십 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교향곡 속을 탐험하는 기분이랄까. 한라산(1947m)은 가뿐히 넘는 고도에서 억세고 거친 이쪽과 순하고 부드러운 저쪽의 공존을 보노라면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을 마주하는 듯하다. 프로메테우스가 가져다준 불로 융성해진 세계와 그가 기꺼이 감당하려 했던 차디찬 비극이 마치 이 풍경에서 탄생한 게 아닐까 싶다. ●웅장한 자연 속에 안긴 게르게티 교회 카즈베기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게르게티 교회를 찾는 일이다. 마을에서 1시간여 걸려 걸어 올라가거나 차를 이용해 갈 수 있다. 게르게티 교회는 14세기 지어진 교회로 웅장한 대자연 속에 놓인 자세가 참으로 일품이다. 전형적인 정교회 양식 형태로 지어졌고 조지아 정교회가 전쟁 등 위기 때 귀중한 성유물들을 보관했던 역사가 있어 현지인에게 신성한 곳으로 꼽힌다. 교회에서는 카즈베기 마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카즈베기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길 수 있어 많은 이가 인증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다만 2025년 8월 현재를 기준으로 교회는 공사 중이다. 카즈베기와 더불어 조지아 트레킹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곳이 바로 메스티아다. 트빌리시에서 차로 가면 9시간, 기차와 차를 함께 이용하면 10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탓에 여행 일정이 짧다면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 메스티아에서는 코룰디 호수 또는 찰라디 빙하를 보고 오거나 유럽에서 가장 높은 마을로 해발고도 2200m 정도에 자리한 우쉬굴리에 다녀오는 코스가 있다. 작정하고 트레킹을 하는 이들은 메스티아에서 우쉬굴리까지 며칠에 걸쳐 도전하기도 한다. 우쉬굴리는 메스티아에서 차로 1시간 정도 이동하면 도착하는 작은 마을이다. 거대한 산맥의 틈에 자그맣게 놓인 지리적 특성은 마을을 오래도록 외부와 고립되게 했고, 그 외로웠던 역사는 중세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게 했다. 8~9세기부터 지어진 방어용 석조 구조물인 코시키가 마을의 상징으로 우뚝 선 채 관광객을 맞는다. 이곳은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메스티아 트레킹의 하이라이트로는 해발고도 2740m에 자리한 코룰디 호수가 꼽힌다. 마을에서부터 호수까지 도보로 왕복 8시간 이상 걸린다. 또 좁은 숲길을 헤쳐 올라가다 차도를 이용해야 하는 탓에 트레킹의 재미는 카즈베기보다 덜한 편이다. 그래서 대부분 십자가 전망대까지 택시를 이용해 왕복 3시간 정도의 트레킹을 즐기거나 아예 코룰디 호수까지 차를 타고 가는 방법을 택한다. 코룰디 호수로 오가는 길에는 눈앞에 구름, 사방이 설산인 천상의 풍경이 펼쳐져 등산객의 숨을 멎게 한다. 코룰디 호수에 도착해 만년설이 뒤덮인 산봉우리들이 비치는 반영을 마주하게 되면 ‘이걸 보기 위해 왔구나’ 싶어 가슴이 바쁘게 두근거린다. 주섬주섬 담아 오고 싶은 마음을 어쩌지 못하느라 카메라를 놓지 못하다 보면 시간 가는 건 금방이다. 메스티아는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지역이라 러시아 여행객도 종종 만날 수 있다. 전쟁을 피해 이곳으로 온 평범한 러시아 사람들의 눈에 평화를 희망하는 간절함이 툭 하고 스쳤다. 누군가는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로 놀러 오라고 초대했고, 누군가는 친구가 난민 신청을 해 한국에서 지낸다며 부러운 티를 내기도 했다. 바라만 봐도 행복하고, 멀고도 낯선 곳을 찾는 수고를 기꺼이 보상해 주기에 이토록 많은 사람이 이곳을 다녀가는 게 아닐까. 이 풍경을 보는 시간은 단 하루뿐이겠지만 이 순간을 간직하는 유효기간은 영원하리란 예감. 인생에서 코카서스산맥을 마주하는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온 이는 누구나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재질로 바뀐 운명을 확신하게 된다. 자신의 앞날을 완벽하게 예지했던 프로메테우스가 그러했듯이. ●트빌리시를 사랑한 푸시킨의 시를 읊고 ‘조지아의 언덕에는 밤이 덮여 있네 / 내 앞에 아라그비강 굽이쳐 흐르네 / 이런 슬픔과 이런 안도감, 내 우울의 빛 / 내 슬픔은 오직 너로 가득 차 있네 / 너로, 오직 너로… 어떤 근심도 고통도 / 내 침울함을 방해하지 않네 / 내 마음은 다시 불타오르고, 타올라 다시 사랑하네 /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에.’(조지아의 언덕에서) 트빌리시를 사랑한 알렉산드르 푸시킨(1799~1837)은 이런 시를 남겼다. 러시아의 대문호 푸시킨은 생전에 조지아 음식과 와인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은 ‘친조지아’ 인사였다. 이런 애정 때문일까. 비록 사이가 좋지 않은 러시아 출신이지만 조지아인들이 그를 아끼는 마음은 트빌리시에 조성한 ‘푸시킨 공원’을 통해 절절히 드러난다. 트빌리시의 면적은 서울의 80% 정도지만 대부분 관광지가 구도심에 몰려 있어 다니기가 어렵지 않다.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푸시킨 공원에서 여행을 시작하면 바로 앞 광장에서 하늘 높이 찬란하게 반짝이는 황금빛 조각상을 볼 수 있다. 조지아의 수호성인 성 게오르그(St. Georg)로 나라 이름이 여기에서 왔다. 게오르그 조각상이 있는 곳은 자유광장으로 조지아인의 투쟁 역사가 서렸다. 트빌리시를 즐기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지만 조각상과 종교시설을 중심으로 다니면 수월하고 알차다. 도심 곳곳에 조각상이 자리했는데 게오르그 조각상과 함께 트빌리시를 대표하는 게 바로 높이 20m에 달하는 조지아의 어머니상이다. 조지아 조각가 엘구야 아마수켈리의 작품으로 트빌리시 건국 15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958년 목조로 설립했다가 1997년 지금의 동상으로 교체됐다. 조지아의 어머니상은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와인잔을 들고 있다. 친구에게는 와인을, 적에게는 칼을 쓴다는 의미다. 조지아가 와인의 발상지이자 손님을 환대하는 나라임을 알리는 한편 오랜 세월 외세의 침략에 시달렸던 역사를 보여 주기도 한다. 트빌리시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랜드마크는 성 삼위일체 대성당이다. 어머니상 부근에서 보면 맞은편에서 웅장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대성당은 전 세계 정교회 건물 중 세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밤에는 대성당이 황금빛 조명을 받아 도시 전체를 따뜻하고 명랑하게 빛낸다. 트빌리시 전체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곳 역시 종교시설이다. 해질녘 타보르 수도원에서 담는 사진은 왜 푸시킨이 이곳을 사랑했는지 단박에 이해하게 만든다. 전통과 현대가 정교하게 뒤얽혀 도심 곳곳이 품은 다양한 매력은 신성하고도 세속적으로 아름답고, 낡았으면서도 찬란한 이질의 공존이 무엇인지 느끼게 한다.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에서 치유를 트빌리시까지 왔다면 차로 30분이 채 안 걸리는 므츠헤타도 들를 만하다. 조지아의 대표적인 역사 도시로 지역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일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는 곳이다. 반나절이면 주요 시설을 둘러볼 수 있어 소풍 가듯 다녀올 수 있다. 특히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은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을 당시의 옷이 묻혀 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으로 종교적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 유대인이 로마 군인으로부터 옷을 구해 누이에게 줬는데 누이가 예수의 옷이라는 사실에 감격한 나머지 그만 죽었다고 한다. 누이의 손에서 옷을 빼려 했으나 뺄 수 없어 결국 옷과 함께 묻었고 그 자리에 세운 교회가 스베티츠호벨리다. 이런 연유로 교회가 세워진 초기에는 치유의 역사로 유명했다고 한다. 므츠헤타의 하이라이트는 즈바리 수도원이다. 6세기 원형을 고스란히 유지한 채 오늘날까지 전해 오는 곳으로 한국의 사찰처럼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야트막한 언덕에 세워진 수도원에서는 므츠바리강과 아라그비강이 합류해 마을을 감싼 풍경을 볼 수 있으며 이곳에서 므츠헤타 시내를 바라보는 시간이 무척이나 경건하고 황홀하다. ■ 여행수첩 ① 조지아 여행은 마슈르카로 시작해 마슈르카로 끝난다. 조지아 곳곳을 잇는 시외버스 같은 교통수단으로 20명 정도 탈 수 있는 승합차다. 관광객은 대개 버스터미널에서 이용하고 현지인은 중간중간 정류장에서 타고 내린다. 출발 시간이 정해진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같은 목적지로 향하는 승객이 다 모이면 출발하는 식으로 다른 교통수단보다 가성비와 편의성이 뛰어나다. 카즈베기와 메스티아로 가는 마슈르카는 출발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사전에 꼭 확인해야 한다. ② 조지아를 여행할 때 한국에서 달러를 환전해 현지에서 라리로 바꾸는 게 일반적으로 제일 저렴하다. 현지 ATM 기기에서 달러를 인출할 수 있는데 수수료는 최저 1달러가 든다. 인출 규모에 따라 현지 인출이 더 저렴할 수 있으니 개인카드의 수수료 정책 등을 따져 보는 게 좋다. ③ 대표 음식은 힌칼리와 하차푸리. 힌칼리는 만두 비슷한 음식인데 꽁지를 잡고 먹고 꽁지 부분은 남겨 둔다. 하차푸리는 치즈가 들어간 빵으로 아자리야식 하차푸리가 대표적이다. 부가세를 받는 곳과 안 받는 곳이 있으니 구글지도 등으로 정보를 확인하고 가면 돈을 아낄 수 있다. ④ 쿠타이시와 흑해 연안의 휴양 도시인 바투미가 조지아에서 갈 만한 곳으로 꼽힌다. 쿠타이시 역시 하루면 다 둘러볼 수 있게 관광시설이 모여 있다. 인근에 세계문화유산인 겔라티 수도원이 있어 함께 둘러볼 만하다. 다만 겔라티 수도원 역시 현재는 공사중이라 주말에만 일부 관람이 가능하다. 바투미는 현대적인 느낌의 도시로 트빌리시에도 보기 어려운 고층 건물들을 여럿 볼 수 있다.
  • 길거리에서 ‘찰싹’…마차 요금 안내려다 채찍 맞은 미 관광객

    길거리에서 ‘찰싹’…마차 요금 안내려다 채찍 맞은 미 관광객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미국인 관광객 두 명이 마차 요금을 내지 않고 도망치려다 마부에게 채찍을 맞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검은색 패딩 점퍼와 청바지를 입은 마부가 골목 구석에 웅크린 두 관광객을 향해 채찍을 휘두르며 “지금 당장 돈을 내라”며 소리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1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됐다. 마부는 계속해서 “은행 계좌로 돈을 넣어라”고 요구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공포에 질린 관광객 중 한 명이 지갑을 꺼내 “돈이 있다. 이해했다”고 말하며 현금 100달러를 건넸지만, 마부는 욕설과 함께 채찍질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관광객들이 “죄송하다. 교훈을 얻었다”고 사과하고 나서야 사건은 마무리됐다. 이 영상은 하루 만에 120만 조회수, 7000여 개 ‘좋아요’를 기록하며 빠르게 확산했다. 네티즌들은 “잘했다. 당연한 결과다”라며 마부의 행동을 지지했지만, 일부는 더블린의 마차 요금이 비싸고 종종 처음 협의한 가격과 다를 수 있다며 관광객들을 옹호했다. 이 사건은 성 패트릭의 날 축제 기간 중 발생했다. 3월 18일 더블린에는 관광객 약 50만 명이 모여 아일랜드 상징색인 녹색과 주황색 의상을 입고 축제를 즐겼다. 성 패트릭의 날은 아일랜드 수호성인인 성 파트리치오(386~461년)를 기념하는 기독교 축일이다. ‘모험’(Eachtrai)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축제는 화려한 장식 차량과 거대한 신화 속 생물들, 아일랜드 전통을 기리는 다양한 볼거리를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 (영상) “돈 내놔” 길거리에서 채찍질 당한 美 관광객, 무슨 일?

    (영상) “돈 내놔” 길거리에서 채찍질 당한 美 관광객, 무슨 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미국인 관광객 두 명이 마차 요금을 내지 않고 도망치려다 마부에게 채찍을 맞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검은색 패딩 점퍼와 청바지를 입은 마부가 골목 구석에 웅크린 두 관광객을 향해 채찍을 휘두르며 “지금 당장 돈을 내라”며 소리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1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됐다. 마부는 계속해서 “은행 계좌로 돈을 넣어라”고 요구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공포에 질린 관광객 중 한 명이 지갑을 꺼내 “돈이 있다. 이해했다”고 말하며 현금 100달러를 건넸지만, 마부는 욕설과 함께 채찍질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관광객들이 “죄송하다. 교훈을 얻었다”고 사과하고 나서야 사건은 마무리됐다. 이 영상은 하루 만에 120만 조회수, 7000여 개 ‘좋아요’를 기록하며 빠르게 확산했다. 네티즌들은 “잘했다. 당연한 결과다”라며 마부의 행동을 지지했지만, 일부는 더블린의 마차 요금이 비싸고 종종 처음 협의한 가격과 다를 수 있다며 관광객들을 옹호했다. 이 사건은 성 패트릭의 날 축제 기간 중 발생했다. 3월 18일 더블린에는 관광객 약 50만 명이 모여 아일랜드 상징색인 녹색과 주황색 의상을 입고 축제를 즐겼다. 성 패트릭의 날은 아일랜드 수호성인인 성 파트리치오(386~461년)를 기념하는 기독교 축일이다. ‘모험’(Eachtrai)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축제는 화려한 장식 차량과 거대한 신화 속 생물들, 아일랜드 전통을 기리는 다양한 볼거리를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 비행기 놓쳐 뿔난 남성…술 취해 공항서 난동

    비행기 놓쳐 뿔난 남성…술 취해 공항서 난동

    아일랜드 더블린공항 제1터미널 107번 게이트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린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비행기를 놓친 후 분노를 참지 못하고 공항 시설을 파손하며 격렬한 소란을 일으켰다.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공유된 영상에는 상의를 벗고 얼굴 일부를 가린 남성이 게이트 데스크와 벽을 발로 차고 물건을 던지는 등 과격하게 행동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전자 장비를 뜯어내고, 수하물 크기 측정 장치를 파손한 뒤 주변 카페의 의자와 테이블까지 집어던지는 행패를 부렸다. 약 2분간 지속된 난동으로 주변 승객들은 공포에 떨며 급히 자리를 피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공항 보안요원이 신속히 남성을 제압했고, 이후 아일랜드 경찰에 인계했다. 아일랜드 타임즈 등 현지 언론은 17일(현지시간) 환승 항공편을 놓쳤다는 이유로 행패를 부린 남성은 공항 기물파손 혐의로 기소됐으며, 일주일 내 더블린 형사법원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더블린공항공사(DAA) 관계자는 “성 패트릭의 날(St. Patrick’s Day)로 공항 이용객이 많은 시기에 이런 사건이 발생해 안타깝다”면서 “사건이 엄중히 처리되기를 기대하고, 이 남성이 향후 더블린공항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성 패트릭의 날은 아일랜드 수호성인인 성 파트리치오(386~461년)를 기념하는 기독교 축일이다.
  • (영상) 상의 탈의한 채 부수고 던지고…공항 난동男 결국

    (영상) 상의 탈의한 채 부수고 던지고…공항 난동男 결국

    아일랜드 더블린공항 제1터미널 107번 게이트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린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비행기를 놓친 후 분노를 참지 못하고 공항 시설을 파손하며 격렬한 소란을 일으켰다.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공유된 영상에는 상의를 벗고 얼굴 일부를 가린 남성이 게이트 데스크와 벽을 발로 차고 물건을 던지는 등 과격하게 행동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전자 장비를 뜯어내고, 수하물 크기 측정 장치를 파손한 뒤 주변 카페의 의자와 테이블까지 집어던지는 행패를 부렸다. 약 2분간 지속된 난동으로 주변 승객들은 공포에 떨며 급히 자리를 피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공항 보안요원이 신속히 남성을 제압했고, 이후 아일랜드 경찰에 인계했다. 아일랜드 타임즈 등 현지 언론은 17일(현지시간) 환승 항공편을 놓쳤다는 이유로 행패를 부린 남성은 공항 기물파손 혐의로 기소됐으며, 일주일 내 더블린 형사법원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더블린공항공사(DAA) 관계자는 “성 패트릭의 날(St. Patrick’s Day)로 공항 이용객이 많은 시기에 이런 사건이 발생해 안타깝다”면서 “사건이 엄중히 처리되기를 기대하고, 이 남성이 향후 더블린공항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성 패트릭의 날은 아일랜드 수호성인인 성 파트리치오(386~461년)를 기념하는 기독교 축일이다.
  • 숨가쁜 일상 탈출해 볼까…옛 정취 품은 보석 같은 곳[서울펀! 동네힙!]

    숨가쁜 일상 탈출해 볼까…옛 정취 품은 보석 같은 곳[서울펀! 동네힙!]

    최초의 서양식 성당 ‘약현성당’서 신도들 위해 지은 ‘성요셉아파트’오래된 건물과 개성 넘치는 카페복합문화공간 변신한 ‘중림창고’역사의 흔적 걸으며 순교자 기려높은 빌딩들이 빼곡한 서울 중구 서울역 뒤편에는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는 도심 한가운데에서도 옛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골목이 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보석처럼 남아 있는 중림동 성요셉길이다. 성요셉길은 1970년에 지어진 국내 최초의 복도식 주상복합아파트인 ‘성요셉아파트’를 따라 조성된 좁은 길이다. 이곳은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며 소소하지만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일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조용히 쉬어 갈 수 있는 장소로 입소문을 타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찾는 지역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성요셉길에서 즐기는 특별한 맛 서울역에서 나와 충정로역 방향으로 500m가량 걷다 보면 가로로 길게 자리한 살구색 건물이 눈에 띈다. 이곳이 바로 성요셉아파트다. 대한민국 최초의 서양식 성당인 ‘약현성당’에서 수도자와 신도들을 위해 지은 이 아파트의 명칭은 성당의 수호성인인 요셉의 이름에서 따왔다. 건물은 언덕길을 따라 길게 휘어진 계단식 구조다. 1층에는 미용실과 카페, 방앗간과 김밥집 등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도 최고층인 6층까지 60여 가구가 거주 중이다. 아파트를 따라 이어지는 좁은 길이 바로 성요셉길이다. 오래된 건물과 가게들이 빚어내는 독특한 정취가 이곳만의 매력을 더한다. 성요셉길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 중 하나는 초입에 있는 카페 ‘드로우에스프레소바’다. 에스프레소 마니아 사이에서 이미 유명한 이곳은 특별한 메뉴로 손님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대표 메뉴인 ‘리에토’는 에스프레소에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올리브 오일을 더한 음료다. 쌉싸름한 에스프레소와 부드러운 아이스크림 그리고 올리브 오일의 깊은 풍미가 조화를 이룬다. 올리브 오일은 메뉴를 특별하게 만드는 ‘킥’이다. 자칫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올리브 오일이 에스프레소를 한층 더 부드럽게 만든다. 천천히 떠먹으며 맛을 음미해야 더욱 풍성한 향을 즐길 수 있다. 또 다른 인기 공간은 ‘카페방앗간’이다. 성요셉아파트 1층에 위치한 이 카페는 주민들과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사랑방 같은 곳이다. 매장 앞 테이블에서는 담소를 나누는 손님들과 벤치에 앉아 쉬는 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닭볶음탕 맛집인 ‘호수집’도 눈길을 끈다. 향긋한 깻잎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담백하고 깔끔한 닭볶음탕을 좋아한다면 꼭 가 봐야 하는 맛집이다. 연탄불에 구워 제대로 불맛을 입힌 순살 닭꼬치도 인기 메뉴다. ●소소하지만 대체 불가능한 공간들 성요셉길에는 대형 상점 대신 개성 있는 작은 공간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곳은 성요셉길의 좁고 긴 골목과 조화를 이루는 ‘중림창고’다. 과거 창고로 사용하던 공간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건물 안에는 독립 서점인 ‘여기서울 149쪽’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선 다양한 문화 콘텐츠와 프로그램이 열려 주민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창고 사이에 있던 오래된 수선집은 깔끔하게 단장한 후 여전히 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성요셉길 끝자락에는 어린이를 위한 공간인 ‘서울형 키즈카페 노리몽땅 중림점’이 있다. 종합복지센터 안에 위치한 이곳은 쾌적한 환경과 저렴한 이용료(어린이와 보호자 모두 1000원)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에 사는 미취학 어린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우리동네키움포털’에서 매주 화요일 오전 9시에 예약이 열린다. 키즈카페 옆에는 저렴한 회비를 내고 일정 기간 장난감을 대여할 수 있는 장난감 도서관도 있어 어린이들과 함께 나들이하기 좋다. ●짧지만 깊은 의미를 담은 순례길 소중한 것은 가치를 알아보고 보전하는 사람들에 의해 후대로 이어진다. 성요셉길 인근에선 역사의 흔적을 따라 걸으며 의미를 되새기는 짧은 순례길도 경험할 수 있다. 성요셉길에서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언덕을 오르면 순교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약현성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약현성당은 100여년에 걸친 종교적 박해가 끝난 뒤 1892년 서소문성지가 내려다보이는 약현언덕에 순교자들의 뜻을 본받자는 취지로 만든 역사적인 장소다. 사대문 안에서 선교를 담당한 종현(명동)성당과 함께 경기도부터 황해도까지 사대문 밖에 퍼진 신자들을 돌보며 약초가 많이 자라던 ‘약현’의 의미처럼 다친 영혼을 치유하는 역할을 해 왔다. 단아한 건축미와 신앙적 가치를 동시에 간직한 약현성당 내부는 기도하는 받침대인 ‘장궤틀’이 있어 전통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드라마 ‘열혈사제’에서 가상의 구담시 성당으로 등장하며 더욱 주목받기도 했다. 성당에서 약 400m 떨어진 곳에는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이 있다. 이곳은 천주교 박해 시기에 가장 많은 순교자가 나온 성지다. 안중근 의사 등 역사적 인물들의 발자취를 기리는 전시와 문화 행사 등이 열리기도 한다. 교황청이 지정한 아시아 최초의 국제 공식 순례지 코스 중 하나이기에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의미 있는 방문이 될 수 있다.
  • 유체처럼 엉키는 군중, 참사 예측해 막는다

    유체처럼 엉키는 군중, 참사 예측해 막는다

    군중 1㎡당 9명 임계밀도 넘어서면외부 자극 없이도 유체처럼 움직여“집단 행동 예측해 사고 예방 도움” 콘서트나 축제에서 갑자기 수백~수천 명의 사람이 한꺼번에 움직이면 질식이나 압사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수학자나 물리학자들은 대규모 군중 속에서 사람들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연구를 한다. 그렇지만 콘서트장이나 야구장 관객 수와 달리 광장처럼 개방된 공간에서 모이는 인원을 비교적 정확히 추산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군중의 움직임을 예측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 리옹 고등사범학교(ENS), 클로드 베르나르 리옹1 대학, 스페인 나바라대 응용수학·물리학과 공동 연구팀은 특정 지역에서 일정 인구밀도를 넘어서면 대규모 군중의 집단적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수리 예측 모델은 제한된 환경에서 위험한 군중의 행동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 2월 6일자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스페인 팜플로나의 전통 행사인 산 페르민 축제에 모이는 사람들을 4년간 관찰했다. 산 페르민 축제는 스페인 북부 나바라주 수호성인 성 페르민을 기리기 위해 주도 팜플로나에서 매년 7월 6일 정오에 시작해 14일 밤 12시까지 열린다. 미국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에 등장하며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서 매년 100만 명 이상 관람객이 방문하고 있다. 연구팀은 산 페르민 축제가 열리는 길이 50m, 폭 20m 광장 두 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약 5000명으로 추산되는 군중의 움직임을 추적했다. 연구팀은 영상 자료와 유체역학을 이용해 군중을 유체처럼 하나의 연속체로 취급하는 수학적 모델을 만들어 분석했다. 그 결과 축제 시작 1시간 전에는 1㎡당 2명이었던 군중 밀도가 축제가 시작되면 1㎡당 6명으로 늘어나는 것이 관찰됐다. 축제 시작 후 30분~1시간 이내에 군중 밀도가 순간적으로 최대 1㎡당 9명까지 급증하는 것도 확인됐다. 1㎡당 9명은 임계 밀도로, 이 수치를 넘어서면 위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임계 밀도에 도달하면 수백 명의 사람이 한꺼번에 밀거나 갑자기 넘어지는 등 외부 자극 없이도 18초 단위로 진동하는 유체처럼 움직인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런 예측 결과가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산 페르민 축제의 영상과 2010년 독일 뒤스부르크에서 열린 음악 축제 ‘러브 퍼레이드’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 장면을 비교 분석했다. 러브 퍼레이드 압사 사고는 행사장으로 연결된 경사진 통로에 인파가 몰리는 바람에 사람들이 엉켜 넘어지면서 21명이 숨지고 약 650명이 다친 참사다. 연구팀은 러브 퍼레이드 군중이 산 페르민 축제와 비슷한 군중 밀도로 변하는 것과 똑같은 유체 진동을 발견했다. 특히 참사가 임계 밀도를 넘어서는 순간 발생한 것도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데니스 바르톨로 리옹 고등사범학교 교수(유체역학·집단 역학)는 “수천 명이 모인 집단에서 역학 관계를 반복적이고 안전하게 실험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예측 모델을 구축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는 일종의 ‘닫힌계’(closed system)에서 군중의 행동을 효과적으로 예측해 참사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 질병·전쟁·기후변화·기근… 루터, 위기 속 돌파구 찾다 [차용구의 비아 히스토리아]

    질병·전쟁·기후변화·기근… 루터, 위기 속 돌파구 찾다 [차용구의 비아 히스토리아]

    10월 31일, 오늘은 핼러윈이기도 하지만 종교개혁 505주년 기념일이기도 하다. 1517년 10월 31일에 마르틴 루터가 그릇된 관습이나 잘못된 종교적 교리를 바로잡고 믿음의 근원으로 돌아가자고 주창한 날이다. 당시는 질병과 전쟁, 기근과 기후변화로 암울한 시대였다. 14세기 중반부터 주기적으로 유행한 흑사병이 유럽 인구의 절반 가까이를 앗아 갔고 결국 루터의 두 동생도 희생됐을 정도로 이 감염병은 오랜 시간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또한 백년전쟁(1337~1453)이 끝나기 무섭게 동쪽에서 루터가 ‘사탄의 분노’라 불렀던 오스만 튀르크 세력이 서유럽 깊숙이까지 쳐들어오자 유럽인은 전쟁의 공포와 종말적 긴박감에 지속적으로 사로잡혔다.오랜 질병과 전쟁 그리고 소빙기(小氷期·little ice age)라고 불린 춥고 불규칙한 날씨와 굶주림에 허덕이던 시대에 사람들이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에 시달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루터 역시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몸과 마음이 아플 대로 아픈 중세인은 종교와 교회에 의지하고자 했지만 삶이 어렵고 힘들어질수록 개인적인 기복신앙에 깊이 빠져들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수많은 성직자, 특히 헌신적인 성직자일수록 죽음이 임박한 감염자들에게 병자성사를 행하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이다. 성직자 부족과 전쟁·전염병으로 그리스도교적 생활의 중심이라 할 성체성사와 죄를 고백하는 고해성사조차 할 수 없게 되자 사람들의 불안과 심리적 공황은 커져만 갔다.사후 심판과 구원에 대한 두려움은 중세인에게 실재적·절대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교회에서는 개인이 고해성사를 하고 죄를 뉘우치면 금식·기도·성지순례·자선 행위 등 참회 고행을 하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처벌을 가볍게 하는 성례를 구원 수단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하지만 생전에 죄를 다 씻어 내지 않고 죽으면 천국에 들어가기에 앞서 연옥이라는 곳에서 고통받으며 죄를 마저 정화해야 했다. 구원을 갈망하던 대중의 간절한 욕구는 결국 면벌부(免罰符)라는 증서의 남발을 불러왔다. 면벌부를 돈으로 사면 참회 고행을 하지 않아도 벌을 가볍게 하는 특혜를 주는 것이었다. 이는 흑사병이 퍼지자 이동과 사제 접촉을 제한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 대중의 종교적 욕구와 맞물려 확산된 민중적 신앙 행위였다. 나중에 루터는 물론 종교개혁의 후원자가 된 한 군주조차 200만년에 해당하는 면벌부와 성유물 1만 9000점을 소유했을 정도다. 1476년 교황 식스토 4세가 면벌부의 효력을 연옥에서 벌을 받고 있는 영혼들로 확대하면서 ‘망자를 위한 면벌부’가 죽음의 시장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사실 대중은 이미 오래전부터 면벌부를 사들여 흑사병으로 급작스럽게 죽은 자들이 사면받기를 간절히 원했다. 이러한 행위가 광범위하게 늘어나면서 교회도 면벌부에 대한 대중의 열망을 수용해 교회 제도에 편입했다. 재난의 시대를 살아가던 대중의 요구를 추인한 셈이다. ●기후변화와 성인 공경 종교개혁이 일어난 유럽 지역은 14세기 중반부터 소빙기에 접어들면서 한랭기후, 자연재해, 흉작, 굶주림과 폭동을 경험했다. 특히 15세기 후반에는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호우·홍수·산사태·병해충 확산 등의 재해가 빈번해졌는데, 이들은 주로 봄과 가을에 집중되면서 농업 생산성 하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잦은 전쟁으로 농산물의 생산, 유통, 판매에서 차질을 빚었고 물가는 상승했다. 흑사병이 남긴 상처에서 겨우 회복되던 때라 사람들은 더욱 심한 좌절감에 빠져들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특화된 기능을 지녔다고 믿는 성인들에게 하는 호소는 거의 절규에 가까웠다. 치아가 심하게 아프면 아폴로니아 성녀에게 낫게 해 달라고 빌었고, 흑사병은 전염병의 수호성인인 로코 성인에게 치유해 달라고 요청했다. 성인들에게 매달리고 기도하는 것으로는 안심하지 못한 사람들은 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성인들의 유골을 가까이 두고 싶어 했다. 살아 있을 때 이미 공경과 사랑을 받은 튀링겐 출신 엘리자베스 성녀의 장례식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얼굴을 가린 천 조각과 심지어 머리카락, 손톱 같은 신체 일부를 떼어 가려 했다. 민중의 이러한 기복신앙은 일종의 정신적 건강보험과 같았다.●개혁가 루터와 그의 후원자들 구원 문제에 극도로 민감했던 중세인들은 죄를 씻고 죽으려 했다. 그래서 이들의 종교심은 종종 불건전한 성인 공경과 극단적인 성유물 숭배, 망자를 위한 미사, 과도한 면죄부 구매 그리고 무엇보다 민간신앙적 행위를 수용하고 추인한 교회의 모호한 태도로 얼룩졌다. 루터는 이러한 신앙의 위기를 극복하려고 가톨릭의 민중적 신심에 들어 있던 종교적 가치를 부인했다. 하지만 대중은 오래된 종교적 관행을 쉽게 포기하려 하지 않았고 급격한 변화에 혼란스러워했다. 그래서 루터와 다른 개혁가들은 때로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종교개혁은 루터를 후원한 많은 사람의 헌신적 노력으로 수행됐다. 그렇지만 그를 보호하고 지원한 세속 제후들에게는 종교개혁에 따른 정치권력 강화와 경제적 이득도 중요했다. 이들은 교리 문제보다는 교황이나 친가톨릭적인 황제의 간섭과 압력에서 벗어나 독립적 통치 기구를 구축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무엇보다 백성들의 돈이 면벌부를 사느라 교황청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내심 못마땅해했다. 루터는 25년간 2주에 한 번 책을 펴냈을 정도로 왕성한 다작가이자 당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그의 책을 대량으로 생산한 인쇄출판업자들은 상당히 큰돈을 벌었다. 초기 자본가들이었던 시민 계층은 세속 군주들이 교회의 건물과 토지 재산을 몰수해 국유화하는 데 적극적으로 동조했다. 잉글랜드의 헨리 8세는 교회에서 몰수한 토지를 자영농들에게 나눠줬는데, 이는 결국 근대 잉글랜드의 젠트리 같은 신흥 지주 계층이 성장하고 농업 자본주의가 태동하는 계기가 됐다.세속 군주들과 시민들이 종교개혁에 가담한 중요한 목적은 바로 자신들의 정치·경제적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이었다. 이러한 세속적인 이유 때문에 루터는 이들에게 갈등과 신뢰라는 양가감정이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루터가 봉건 질서에 저항한 농민 봉기와 이를 지지한 급진적 개혁 세력에 반대하면서 개혁은 농민층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 루터는 이들에게서 ‘제후들의 아첨꾼’이라는 비난을 받았고 결국 그의 개혁은 대중운동 차원으로 승화되지 못했다. ●역사적 위기와 개혁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났다. 그로써 세계적으로 곡물과 에너지의 가격이 갑자기 오르고 있다. 밀·옥수수 등 곡물의 국제 가격은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고, 그 여파로 아프리카와 남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은 더욱 심각한 식량 위기를 맞고 있다. 이는 질병·전쟁·기후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종교개혁 시대의 파국으로 치닫던 묵시록적 세계가 재현되는 듯하다. 세계 역사를 거시적으로 성찰한 야코프 부르크하르트는 ‘위기는 늘 우리 곁에 있었고 낡은 생활 방식을 정리하기 때문에 강인한 사람들은 오히려 위기의 분위기를 사랑한다’고 봤다. 질병-전쟁-기후변화-기근으로 이어지는 위기의 시대를 살았던 루터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 개혁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말세 풍조를 쇄신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그를 개혁으로 이끌었다. 지금 우리는 종교개혁의 성공 여부와 한계를 얘기하기보다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 했던 루터의 정신을 기려야 한다. 이것이 2022년 10월의 마지막 날에 종교개혁 505주년 기념일을 기억하는 이유다. 중앙대 교수·작가
  • 축제로 발 디딜 틈 없는 스페인 거리

    축제로 발 디딜 틈 없는 스페인 거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지난 11일 수호성인 아우렐리아를 기리는 대축제가 열렸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2년 연속 취소됐던 행사가 올해 열리면서 수천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축제의 명물인 인간탑 쌓기 ‘카스텔’을 구경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AP 연합뉴스
  • 위드 코로나, 지구촌 축제와 먼저 만나다

    위드 코로나, 지구촌 축제와 먼저 만나다

    스페인 그라나다 ‘카스카모라스’세네갈의 국민 스포츠 ‘람브’ 등전 세계 5개 지역 축제 현장 소개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꽉 막혔던 해외 여행길도 조금씩 열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서 백신 접종증명서와 음성확인서 제출 같은 기본 조건을 충족한 여행객에게 입국을 허용하는 나라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코로나19 이전처럼 자유로운 해외여행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기대하며 세계 각국의 축제 현장을 미리 만나 보는 건 어떨까. EBS 1TV ‘세계테마기행’은 5부작 ‘스페셜-날마다 축제, 맛있는 인생’을 25~29일 오후 8시 40분에 방송한다. 첫 여정은 축제의 나라, 스페인이다. 북부에 자리한 자치 지방 바스크에서는 먼바다로 고기잡이를 나갔던 뱃사람들의 경쟁을 재연한 조정 경기 레가타, 지역 최대 전통 축제인 에우스칼 자이악이 열린다. 남부 그라나다에서 열리는 카스카모라스 축제는 15세기 바사와 과딕스 마을의 성모상 소유권 분쟁에서 유래된 행사다. 온몸에 검은 오일을 묻힌 채 거리를 질주하는 인파의 행렬이 흥미롭다.2부(26일) ‘다 함께 춤을, 콜롬비아’에선 콜롬비아를 대표하는 카니발 축제 중에서도 매년 2월 항구도시 바랑키야에서 열리는 바랑키야 축제를 만날 수 있다. 유럽, 아메리카, 스페인, 포르투갈에 아프리카 흑인 문화와 콜롬비아 원주민 문화까지 골고루 섞여 하나가 되는 축제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지정됐다. 수도 보고타에서 열리는 칸델라리아 성모 축제, 산악지대 몬테네그로에서 개최되는 지프차 퍼레이드 이파오도 색다른 볼거리와 문화 체험을 선사한다.27일 방송하는 3부 ‘원초적 열정, 서아프리카’에선 세네갈과 감비아의 독특한 마을 축제를 소개한다. 세네갈의 국민 스포츠는 람브다. 최강자를 가리기 위한 고대 전사들의 경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레슬링과 권투, 씨름 등이 조합된 스포츠다. 람브 우승자를 축하하는 파티는 그야말로 마을 축제다. 선수와 마을 사람 모두가 함께 어울려 밤새 춤과 음악을 즐긴다. 감비아 만딩카족의 전통적인 남자 성인식 칸투랑도 마을 사람들의 흥겨운 춤판으로 마무리된다.멕시코인은 스스로를 ‘파창게로’라고 부른다. ‘축제를 좋아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4부(28일) ‘낭만을 노래하라, 멕시코’에선 서부 미초아칸주 원주민들이 마을 수호성인을 기리는 축제와 멕시코 제2의 도시 과달라하라의 전통 음악 축제 마리아치를 만날 수 있다. 29일 방영하는 5부 ‘즐거운 나의 알프스, 이탈리아’ 는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에 자리해 알프스의 유명 산악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는 이탈리아 북부 아오스타 인근 마을 쿠르마유르를 찾아간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음악 축제로 긴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을 알리는 그들만의 의식이다. 볼차노 지역 자원봉사 소방대원들의 친목 도모 축제도 흥겹다.
  • 영국 존슨 총리와 헤어스타일 똑 닮은 3개월 아기 화제

    영국 존슨 총리와 헤어스타일 똑 닮은 3개월 아기 화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헤어스타일이 똑 닮은 아기의 존재가 온라인상에 공개돼 화제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서리주 코범에 사는 데이비드 바라바시는 태어났을 때부터 영국 총리와 닮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데이비드는 지난 3월 1일 태어나 아직 생후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웬만한 또래 아기보다 머리카락이 훨씬 더 많다.데이비드의 어머니 타티아나 도로니나(35)는 아들이 출산 예정일을 넘겨 몸무게 4.36㎏의 우량아로 태어났을 때 아이의 크기보다 머리카락 색깔에 먼저 눈길이 갔다고 밝혔다. 그녀는 “아이가 그렇게 클 줄은 알았지만 아이 머리카락을 보고 ‘어? 어떻게 머리카락 색이 그렇게 밝을 수 있지?’라고 말했다”고 떠올렸다. 또 “아이가 씻은 뒤에야 그 머리카락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았다. 너무 놀랐지만 이를 본 간호사들 모두 믿기지 않아 했다”면서 “아이는 작은 보리스 같았다”고 말했다.아이아버지 루슬란 바라바시(43)는 병원에서 아들이 존슨 총리를 닮았다는 얘기가 나온 것을 두고 아내에게 아이의 이름을 보리스로 붙여주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타티아나는 “보리스라고 부를 필요까지 없다. 사람들은 이미 아이가 보리스와 매우 닮았다는 점을 안다”고 말하며 거절했다. 부부는 아들이 태어난 날이 웨일스 수호성인 성 데이비드 날이라는 점을 고려해 아이에게 데이비드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에 대해 타티아나는 “그날의 의미를 알고 있고 러시아어로 다비드라고 들리는 점도 마음에 들어 아이를 데이비드로 부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부부는 모두 흑발이어서 아들이 금발을 갖고 태어났을 때 매우 놀랐다. 루슬란은 “우리는 가족들에게 금발 유전자가 어디서 왔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 우리는 모두 올리브색의 흑발을 갖고 있지만 데이비드는 금발에 매우 하얀 피부와 파란 눈을 갖고 있다”면서 “내 어머니가 금발이었기에 내 쪽에서 받았을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전직 모델이자 TV 진행자인 타티아나는 건설업 종사자인 지금의 남편과 만난 지 3개월 만에 청혼을 받고 그로부터 3개월 뒤 결혼했다. 이제 부부는 아이를 데리고 어디를 가든 아이 외모를 언급하는 낯선 사람들에 의해 가던 길을 잠시 멈출 수밖에 없다.타티아나는 “데이비드는 유명인사 같다. 모두가 말 그대로 아이의 모습에 열광한다”면서 “사람들은 아이를 본 순간 보리스와 비교한다”고 말했다. 타티아나는 또 데이비드를 위한 인스타그램을 개설하고 프로필에 농담 삼아 “보리스 존슨의 아들은 아니다”고 써 놨다. 이에 대해 그녀는 “보리스와의 비교에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가 그 점을 알아차리지 못하더라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면서 “단지 보리스가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데이비드 바바라시/인스타그램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나만의 향, 품격을 뿌리다

    나만의 향, 품격을 뿌리다

    일반보다 3배 비싼 니치향수개성 강한 MZ세대 성향 맞물려작년 프리미엄 향수시장 5300억조향사 조말론 복귀작 ‘조러브스’ 화제“높은 지위의 선택된 고객들에게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향수를 만들어 주려는 것이었다. 마치 재단한 옷감처럼 꼭 한 사람에게만 어울리기 때문에 그 한 사람만 사용할 수 있는 향수.” 늙고 한물간 조향사 주세페 발디니가 악마적 재능을 지닌 제자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를 이용해 이루고자 한 궁극적 목표는 ‘이것’이었다. 강렬하게 왔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향기. 이를 영원히 소유하려는 인간의 덧없는 욕망을 그린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열린책들)에는 요즘 뜨거운 인기를 구가하는 ‘니치향수’를 암시하는 구절이 나온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향기는 고객에게는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이요, 조향사에게는 위대한 도전이다. 결국 그 경지에 오른 니치향수는 더이상 일개 화장품이 아닌,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정된다. 니치는 이탈리아어 ‘니키아’(Nicchia)에서 유래했다. 우리말로는 ‘틈새’ 정도로 번역한다. 성당에서 마리아 상, 수호성인들을 모시는 벽 안쪽 움푹 들어간 곳을 가리킨다고 한다. 그만큼 특별하고 소중하다는 뜻으로 현재는 개성이 강한 프리미엄 향수를 지칭한다. 일반 향수보다 2~3배 이상 비싸지만 가치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소비 성향과 맞물려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프리미엄 향수시장 규모는 2013년 4408억원에서 지난해 5300억원까지 성장했다. 2023년에는 6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이런 성장세의 대부분은 니치향수가 견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니치향수 3대장 가장 대중적인 니치향수는 무엇일까. 사실 특별함을 강조하는 니치향수에 ‘대중적’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다. 그러나 국내에도 니치향수가 보편화되면서 업계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3대장’을 꼽는다. ‘딥티크’, ‘바이레도’, ‘조 말론 런던’이 여기에 들어간다. 딥티크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친구 셋이 모여 1961년 만든 브랜드다. 화가인 데스먼드 녹스 리트, 무대 디자이너 이브 쿠에랑, 건축가 크리스티앙 고트로가 모였는데 셋 다 향기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라는 게 재밌다. 그들이 1968년 세상에 내놓은 첫 번째 향수 ‘로’(L’EAU)가 선사하는 특유의 예술적 감각은 유럽 상류사회를 열광시켰다. 단순히 향기뿐만 아니라 향수가 탄생하기까지 이야기를 표현한 일러스트가 담긴 향수병으로도 브랜드의 예술성을 더하고 있다. 2006년 스웨덴에서 시작한 바이레도는 절제되면서도 실용적인 스톡홀름의 분위기를 물씬 담고 있다. 복잡하지 않은 혼합법, 원료가 가진 고유의 향을 살리는 방법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천재 조향사 조 말론은 니치향수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 어머니의 피부미용 일을 도우면서 자신에게 향기에 관한 재능이 있음을 깨달은 조 말론은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내놓는다. 남다른 후각을 가진 그는 오이, 얼그레이 등 그간 잘 쓰이지 않던 독창적인 재료로 자신만의 향기를 완성했다. 1994년 론칭한 조 말론 런던의 시작이다. 영국 상류층을 시작으로 단숨에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1998년 미국에 진출, 이듬해인 1999년 글로벌 뷰티기업 에스티로더에 브랜드를 매각한 조 말론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을 이어 갔다. 그러나 2003년 유방암 진단을 받은 그는 2006년 휴식을 위해 자신의 모든 지분을 에스티로더에 넘기며 활동을 중단,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와 완전히 결별한다. 그래서 조 말론 런던에는 조 말론이 없다.그가 부활한 것은 정확히 5년 뒤인 2011년이다. ‘조 러브스’라는 브랜드로 다시 향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긴 투병 생활 끝에 암을 극복한 조 말론은 ‘5년간 동종업계에서 일하지 않겠다’는 에스티로더와의 약속을 지키고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가 처음 내놓은 것은 잃어버린 후각을 되찾기 위해 찾은 휴가지에서 영감을 얻은 ‘포멜로’다. 해변의 반짝이는 물결과 하얀 모래사장을 상큼한 시트러스 계열의 향으로 표현했다. 이 외에도 젤 형태의 향수를 브러시로 바를 수 있도록 하며 혁신을 일으킨 ‘프래그런스 페인트브러시’도 유명하다. 이렇게 조 말론은 향수사(史)에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2개나 남긴 거장이 됐다. 조 러브스의 국내 판권을 따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6일부터 서울 가로수길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 중이다.●나만의 니치향수를 찾아서 애초 다양한 사람들의 욕구와 개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태어났다. 니치향수의 생명은 희소성이고 다양성이다. 그만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브랜드가 있다. 3대장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브랜드를 몇 가지 소개한다. 우선 1870년 창립한 뒤로 영국 왕실에 향수를 공급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은 ‘펜할리곤스’가 있다. 5년 이상 왕실에 제품을 납품한 경험이 있는 업체에 주어지는 ‘왕실 조달 허가증’(로열 워런트)을 3개나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왕실의 윌리엄 왕자, 영화배우 귀네스 팰트로가 즐겨 사용했던 것으로 전해지는 ‘블렌하임 부케’ 등이 대표적이다.이탈리아의 ‘산타마리아 노벨라’는 브랜드 역사가 매우 깊다. 1221년 이탈리아 피렌체에 정착한 도미니크 수도사들이 약초를 재배하고 이것으로 약국을 운영하면서 시작됐다. 항상 최고 품질의 원료만을 사용하며, 1600년대 전통적인 향수 제조 방식을 현대에도 고스란히 지키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 세계 매장은 50여곳에 불과하다. 이 외에도 18세기 후반부터 7대째 이어지는 조향사 가문 브랜드 ‘크리드’, 2006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했으며 실험정신을 강조하는 ‘르 라보’를 비롯해 ‘아쿠아 디 파르마’(이탈리아), ‘구탈파리’(프랑스), ‘메종마르지엘라’(프랑스) 등이 국내에 잘 알려졌다. 국산의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서구 브랜드에 비해 한참 후발주자이지만, 니치향수의 정신이 독창성에 근거를 두고 있는 만큼 완벽한 성역은 아니다. 현대백화점 패션 계열사 한섬의 브랜드 ‘타임’은 최근 프리미엄 향수 ‘세뜨’와 ‘두즈’를 내놓으며 향수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외에도 ‘향기의미술관’, ‘아프리모’, ‘백지’ 등이 니치향수 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는 국산 브랜드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니치향수는 비교적 고가지만, 최근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 인지도가 꾸준히 올라가면서 가격에 대한 저항은 많이 줄었다”면서 “앞으로도 독창적인 향기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니치향수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고딕 양식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고딕 양식

    중세 유럽을 ‘암흑시대’라 부르던 시기가 한때 있었다. 지금은 그렇게 말하는 역사학자를 찾아볼 수 없다. 중세를 암흑시대로 부를 수 없게 하는 강력한 증거 중 하나가 고딕 성당이다. 고딕 건축 양식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12세기 이후 급격하게 널리 수용됐다. 12, 13세기를 거치면서 유럽 전역에 걸쳐 로마네스크 양식은 고딕 양식으로 대치됐다. 프랑스 수호성인의 성소이자 역대 프랑스 국왕의 묘지로 유명한 생드니 수도원 교회는 1144년에 전혀 새로운 고딕 양식 교회를 짓기 위해 헐렸다. 역사가들은 이 시기의 고딕 성당 건축 붐을 중세가 우리 시대만큼이나 실험적이고 역동적이었음을 보여 주는 증거로 해석한다. 마치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을 헐고 그 자리에 철근과 유리를 활용한 초현대식 건축물을 세우는 것에 견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와 같은 파격은 오늘날에는 상상하기가 어렵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엄청난 소동이 벌어질 것이다. 그러나 12세기에는 그와 같은 일이 실제로 발생했고 또 수월하게 진행됐다. 고딕 성당은 중세의 지적 정수를 표현한 것이기도 했다. 수많은 상징을 간직한 성당들은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돌에 새겨 놓은 일종의 중세 지식 백과사전이었다. 성당의 가장 훌륭한 장식은 외부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고딕 성당 내부는 전혀 칙칙하거나 어둡지 않았다.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은 빛을 차단하기보다는 오히려 화려하게 만들고, 태양광을 포착해 풍요롭고 따뜻한 색감으로 채웠다. 자연 상태에서는 최고의 순간에서도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것이었다. 고딕 성당은 도시인의 자부심을 표현한 것이었다. 고딕 성당은 예외 없이 당시 성장을 거듭하던 도시에 자리 잡았다. 그것은 공동체 생활의 중심지이자 동시에 그 도시의 위대성을 표현한 것이었다. 많은 고딕 성당은 도시 간 경쟁의 산물이었다. 각 도시는 더 크고 높은 건물로 인근의 도시를 압도하려 했다. 현대 도시가 초고층 랜드마크 건축에 열을 올리는 것과 비슷하다. 고딕 성당들은 이 시대가 풍요를 구가한 시대임을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작년 4월 가톨릭 문화유산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재로 큰 피해를 봤다. 지난달에는 프랑스 북서부 낭트의 대성당에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천년 세월을 버틴 문화유산들이 잿더미가 돼서는 안 될 일이다. 우석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
  • 집 밖은 위험해… 음주도 배달시대

    집 밖은 위험해… 음주도 배달시대

    이처럼 조용했던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는 없었습니다. 지난 17일(현지시간)은 아일랜드에 기독교를 전파한 인물인 ‘수호성인’ 패트릭의 죽음을 기리는 아일랜드 민족 최대 축제였습니다. 아일랜드 본토를 비롯해 이주민들이 거주하는 미국, 영국, 캐나다, 아르헨티나,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일제히 대규모 퍼레이드가 펼쳐지는 세계인의 축제이기도 하죠. 특히 펍에서 종일 술을 마시며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 글로벌 주류업계에선 이날을 연중 최대 대목으로 꼽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올해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엔 녹색 물결로 가득 찬 화려한 퍼레이드는 그 어떤 나라에서도 볼 수 없었습니다. 문을 연 술집도, 흔했던 취객도 찾아보기 힘들었죠. 매해 세계 최대 규모의 퍼레이드가 지나갔던 뉴욕 5번가에선 이날 구경꾼 하나 없이 소수의 아이리시들만이 형식적인 행진을 진행했을 뿐입니다. 심지어 아일랜드 정부는 이날 전국의 모든 펍을 대상으로 영업금지령을 내렸습니다. 군중 운집을 막는 것만큼 중요한 바이러스 확산 예방책은 없으니까요. 다른 나라의 사정이 비슷하다고 해서 위로가 되는 상황은 아닙니다. 코로나19가 세계로 퍼지면서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 심각하고 안타까울 뿐이죠. 한국에서도 일상이 사라지고 많은 것이 멈추었습니다. 최소한으로 줄어든 소비활동은 온라인 위주로 이뤄지고, 타인과의 접촉을 피해 집에서 일을 하고 먹는 것이 당연해졌습니다. 회식과 술자리 미팅 등도 대부분 취소됐죠. 외식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깊어만 갑니다. 그럼에도 애주가들의 음주 행위는 멈추지 않았는데요. 신세계백화점 식품관 와인 매장에 따르면 지난달 와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홈술’을 즐기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랍니다. 지난 1~2월 편의점 맥주 매출도 전년 대비 GS25 12.3%, CU 4.3%, 세븐일레븐 6.8%, 이마트24 26.8% 상승했습니다. 실제로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와인 소매점을 운영하는 A씨는 “이전에는 단골손님 위주의 고가 와인이 매출을 견인했는데, 코로나 이후엔 전체적인 손님 수가 늘었고 객단가는 줄었다”고 하더군요. 공연, 영화관, 서점, 각종 모임 모두 발길이 끊긴 코로나 시대,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마시는 한잔의 술로 위안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외출을 꺼리는 이 시기 가장 주목받는 술은 ‘전통주’입니다. 모든 주류의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한국에서 현재 전통주만이 유일하게 온라인으로 구매, 배송이 가능한 술이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2017년 7월부터 민속주, 지역특산주 등 우리 술의 부흥을 위해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했습니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 기간 전통주를 취급하는 외식업장은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양조장의 온라인 주문량은 늘었다”고 말합니다. 코로나 기간 사람들이 선호하는 술의 크기도 달라졌습니다. 경기 평택시의 전통주 양조장 ‘호랑이배꼽’의 이혜인 대표는 “코로나 이전에는 사람들과 나눠 마시기 위해 술을 주문하는 사람들이 많아 표준 사이즈의 술이 가장 인기였다”면서 “코로나 이후엔 집에서 혼자 간단하게 마실 수 있는 미니 사이즈의 술이 많이 팔리는 것이 특징”이라고 하네요. 물론 과음은 백해무익한 일입니다. 특히 편안한 집에서 술을 마신다고 해서 무료한 시간을 술에만 의존한다든가,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을 마시는 것이 습관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잘 조절해야겠죠.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초연결시대에 역설적으로 찾아온 고독한 시기입니다. 하루빨리 이 위기가 지나가기를, 희생과 아픔이 최소화되기를, 지면과 랜선을 통해 잔을 들어 봅니다. ‘건배!’ macduck@seoul.co.kr
  • [포토] ‘목숨 걸고 달려라!’… 스페인 ‘산 페르민 소몰이 축제’

    [포토] ‘목숨 걸고 달려라!’… 스페인 ‘산 페르민 소몰이 축제’

    9일(현지시간) 스페인 북부 팜플로나에서 열린 ‘산 페르민 소몰이 축제’ 참가자들이 황소들을 피해 거리를 달려가고 있다. 산 페르민 축제는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에 있는 팜플로나에서 도시의 수호성인인 성 페르민을 기리기 위해 매년 7월 6일부터 14일까지 열린다. AFP·EPA·로이터 연합뉴스
  •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맥주 이야기]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에 마시는 맥주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맥주 이야기]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에 마시는 맥주

    잔 4분의3 찰 때까지 기울여 따르고 탭 잠근 뒤 119.5초 동안 기다렸다가 가스 안 나오게 탭을 반대쪽으로 꺾어 잔 가득 채우면 마지막 모금까지 ‘꿀맛’오는 17일은 아일랜드 민족 최대 축제가 열리는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입니다.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란 아일랜드에 기독교를 전파한 인물이자 ‘수호성인’ 패트릭이 세상을 떠난 날을 기념하는 날로 아일랜드인들에겐 정체성과 문화를 확인하는 뜻깊은 날입니다. 아일랜드계 이주민들이 영어권 국가에 많이 살다 보니 오늘날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는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기는 글로벌 축제로 거듭났는데요. 아일랜드 전역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의 대도시에선 패트릭 성인의 형상으로 만든 큰 인형을 중심으로 대규모 퍼레이드가 펼쳐진답니다. 아이리시들은 이날 일을 하지 않고 가족·친구들과 함께 펍에 가서 종일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축제를 즐깁니다. 제임슨, 부시밀, 기네스 등 아일랜드 술 브랜드들도 연중 최대 대목인 세인트 패트릭스 주간을 겨냥한 마케팅을 쏟아내곤 하죠. 특히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에 빼놓을 수 없는 술이 아일랜드 스타우트 ‘기네스’입니다. 실제로 수도 더블린의 기네스 공장에선 1년에 모두 1억 파인트의 기네스를 생산하는데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에만 약 1300만 파인트가 팔린다고 합니다. 전체 판매량의 13%가 축제 기간 소비되는 셈이죠. 한국에서도 축제 기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 가면 기네스 맥주를 마시며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를 기념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세인트 패트릭스 주간에 맞춰 방한한 기네스 본사의 맥주 스페셜리스트 스티브 놀런(27)은 14일 서울 영등포구 디아지오코리아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이번 주말 맥주를 마시며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기네스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한 몇 가지 ‘꿀팁’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는 우선 기네스 생맥주의 상징인 크리미한 거품을 충분히 만끽하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기네스 특유의 부드러운 거품 비결은 질소 충전에 있다”면서 “보통 맥주의 탄산은 100% 이산화탄소이지만 기네스는 질소 70%와 이산화탄소 30%의 비율을 맞춰 분자가 훨씬 작은 질소의 부드러운 질감을 살려낼 수 있다”고 하네요. 이 거품이 완벽해지려면 기네스를 잔에 따르는 방법이 매우 중요한데요. 처음 잔을 기울여서 따르다가 잔의 4분의3이 채워지면 탭을 잠그고 ‘119.5초’를 기다린 뒤 가스가 나오지 않게 탭을 반대쪽으로 꺾어 잔을 가득 채웁니다. 이렇게 형성된 거품이 꺼지지 않도록 유지해야 마지막 한 모금까지 맛있게 마실 수 있습니다. 거품이 사라져 맥주에 산소가 들어가면 맛이 변질돼 쓴맛이 강해집니다. 기네스에 어울리는 음식을 물어봤더니 그는 해산물을 추천하네요. “굴, 랍스터, 조개류 등 해산물에서 느껴지는 바다의 짠맛이 홉의 쓴맛, 몰트의 달콤한 맛과 합쳐져 최상의 조합을 이룬다”면서요. 또 초콜릿 브라우니 등의 디저트와도 잘 어울린다고 합니다. 한국에 3개월간 머물며 전국의 펍들을 돌아다닐 것이라는 그는 맥주 관리가 잘 돼 신선한 기네스를 뽑아내는 서울의 펍으로 마포구 합정동의 더캐스크, 강남구 역삼동의 더블린 테라스, 서초동의 저스트 블랙 등을 꼽았습니다. 글·사진 macduck@seoul.co.kr
  • [장관의 책상] 샌프란시스코 ‘39번 부두’를 아시나요/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장관의 책상] 샌프란시스코 ‘39번 부두’를 아시나요/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도시의 이름을 빌려 온 이탈리아의 수호성인 ‘성 프란치스코’(San Francesco)의 은총을 받아서일까.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는 1년 내내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와 세계적인 교육·문화 시설을 갖춘 미국 서부 해안의 항구도시로 미국 내에서도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우리에게는 아름다운 주홍빛 다리인 금문교와 실리콘밸리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 도시의 ‘39번 부두’(Pier 39) 또한 매력적인 관광지이다. 39번 부두는 한때 방치되고 후미진 곳이었다. 하지만 일광욕을 즐기는 바다사자들이 모여들면서 한 해 1000만명이 찾는 명소로 탈바꿈하게 됐다. 항만으로서의 제 기능을 잃고 사람의 왕래가 뜸해진 퇴락한 39번 부둣가에 바다사자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였다. 초기에는 바다사자 특유의 소리와 냄새로 민원이 끊이질 않았지만 바다사자들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39번 부두는 활기를 되찾고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우리 바다에도 이에 못지않게 매력적인 다양한 바다동물들이 살고 있다. 동해의 물개, 제주의 남방큰돌고래, 서해의 점박이물범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점박이물범은 크고 까만 매력적인 눈망울과 귀여운 외모로 2014년 아시안게임의 마스코트로 선정될 만큼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점박이물범은 매년 겨울 중국 발해만에서 새끼를 낳고 봄에 백령도로 돌아온다. 관광객에게는 반갑고 귀여운 손님이지만 지역 어민들에게는 통발 등 각종 어구와 어장을 망치고 우럭과 노래미 등 주요 수산자원을 놓고 경쟁하는 골칫거리였다. 하지만 점박이물범에게도 이럴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다. 과거 충남 연안까지 자유롭게 살아가던 이들은 연안의 급속한 개발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백령도 주변에서 주로 머물게 됐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2300여 마리에 달하던 개체 수가 지금은 400여 마리까지 줄어들었다. 게다가 이제는 체온 조절과 호흡을 위해 꼭 필요한 쉴 공간조차 부족해 좁은 백령도 물범바위 한 곳을 차지하기 위해 생존을 건 치열한 자리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지켜보면서 백령도 중·고등학교 학생들과 지역사회가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 점박이물범에게 새로운 쉼터를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이 계획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은 물범 개체 수가 늘어나 어업에 미칠 피해를 우려하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수산자원 증대를 위한 어초 기능을 겸비한 쉼터 조성 방안이 마련되고 생태관광으로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에 지역 어민들의 동의와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 결과 지난 11월 말 점박이물범을 위한 쉼터 조성 공사가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샌프란시스코 39번 부두의 변신은 단순히 희귀한 바다동물을 볼 수 있어서만은 아니다. 해양생물과 더불어 살 수 있도록 해양생태계를 지키고 가꿔 나가는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노력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었다. 점박이물범의 쉼터 조성 역시 지역의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됐다는 측면에서, 분명 백령도에서도 39번 부두의 기적과 같은 멋진 변화를 재현해 낼 수 있다고 본다. 해양생물 보호를 위한 우리의 노력은 이제 겨우 시작 단계다. 현 세대와 미래 세대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 이런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가 대자연 속에서 다른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듯이, 점박이물범 역시 인간과 공존해 조화를 이루고 살아가도록 도와야 한다. 그것이 생명력 넘치고 건강한 우리 바다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내년 봄에는 백령도로 돌아와 새로운 쉼터에서 새끼들을 돌보며 편안하고 안락하게 살아갈 점박이물범들을 만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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