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쇼크
    2026-04-06
    검색기록 지우기
  • 비결
    2026-04-06
    검색기록 지우기
  • 법령
    2026-04-06
    검색기록 지우기
  • 난동
    2026-04-0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445
  • [세종로의 아침] 한국 경제, 호르무즈 해협을 벗어나라

    [세종로의 아침] 한국 경제, 호르무즈 해협을 벗어나라

    때아닌 쓰레기봉투 품절 대란이 닥쳤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지난 2월 28일 미국의 공습을 받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데 따른 나비효과다. 중동산 원유 의존율이 70%인 한국에 원유 도입 중단은 국민의 삶에도 포탄을 떨궜다. 원유 수급 위기에 유가는 치솟았다. 전쟁 전날 배럴당 71달러였던 두바이유는 3주 만에 170달러로 2.4배 급등했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추출되는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이자 거의 모든 공산품 제조의 출발점인 나프타 가격은 한 달 만에 t당 600달러 선에서 1200달러 선으로 100% 올랐다. 국내 수요의 45%를 해외에 의존하는 나프타의 수급 차질은 산업 현장뿐 아니라 비닐·포장재·페트병 같은 생필품과 수액팩·주사기·마스크 필터 등 보건·의료용품까지 줄줄이 흔들었다. 원료 하나에 공장과 병원, 일상 곳곳에서 ‘멈춤’ 신호가 감지된다. 석유가 우리 삶 깊숙이 얽혀 있고, 끊겼을 때 시스템이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 확인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사재기’ 움직임까지 나타났고 정부는 결국 물량 통제에 나섰다. 코로나19 시기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던 풍경이 떠오른다. 그때는 감염병이었고 지금은 에너지다. 위기의 모습만 달라졌을 뿐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2일 0시를 기해 정부는 원유 자원안보 위기 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나프타 수급 지원을 위해 4695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나프타 수출 제한 조치에 이어 기업의 대체 원유 물량이 국내 도착하기 전 정부 비축유를 먼저 빌려주는 ‘비축유 스와프’도 처음 가동했다. 8일부터 공공부문 차량 홀짝제와 공영주차장 5부제도 시행한다. 온 나라가 에너지 비상 체제다. 지난달 13일에는 29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됐다. 잠시 안정되는 듯했지만 국제유가 상승 속에 1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경유 가격은 모두 ℓ당 1900원을 다시 넘어섰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운전자 부담에 그치지 않는다. 등유 가격이 올라 농가 부담도 커졌다. 비닐하우스 난방비가 급증하면 작물 재배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비닐과 포장재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 생산·유통 전반의 비용이 동시에 뛴다. 결국 에너지 위기로 밥상 물가가 오르는 건 시간문제다. 문제는 이런 충격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은 에너지의 94%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자원빈국이다. 원유와 가스, 나프타 등 공급망 상당 부분이 중동에 집중돼 있고,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좁은 해상 통로에 수송로가 묶여 있는 구조적 위험도 수십 년째 변하지 않았다. 세계 10위권(2021년) 경제 규모의 첨단 산업 국가지만 에너지 구조만큼은 여전히 1970년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가격·수출 제한, 대체 도입선 확보, 기업 간 물량 조정, 수요 억제 정책까지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단기적 효과는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시간 벌기용 대응에 가깝다.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위기는 반복되고 같은 대응도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시민들의 변화는 눈에 띈다. 안 쓰는 멀티탭 전원을 끄고,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하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일상 속 절약이 이어지고 있다. 쓰레기봉투 부피를 줄이기 위해 포장재를 최소화하는 작은 실천도 확산 중이다. 위기 때마다 생활 방식을 바꿔 극복한 경험이 재작동한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만으로 구조적 취약성을 극복하긴 쉽지 않다. 에너지는 산업·안보·통상을 관통하는 핵심 원자재다. 공급선 다변화와 장기 계약, 전략적 비축 체계의 고도화, 동맹 기반 협력 등 복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산업 구조 개편도 서둘러야 한다. 석유화학 중심 구조를 당장 바꾸긴 어렵더라도 대체 소재 개발, 고부가가치 산업 전환을 통해 외부 충격을 흡수할 체력을 길러야 한다. 호르무즈는 멀리 있지만 한국 경제와는 여전히 가깝다. 위기를 버텨 온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다. 이번에는 버티는 데 그치지 말고 바꾸는 수준까지 나아가야 한다. 강주리 경제정책부 기자(차장급)
  • 발전소 파괴·통행료 더해지면… “기름값 10원 인상 충격파”

    발전소 파괴·통행료 더해지면… “기름값 10원 인상 충격파”

    홍해 원유 선적량, 호르무즈 4분의1통행세 현실화 땐 물가 상승 불가피 미국산은 정제 문제·운송기간도 2배 여객·화물차 보조금 추가 지원 의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대이란 공격 강도를 높이고 이란 내 필수 인프라 및 발전소를 타격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산업계는 ‘에너지 수급 쇼크’를 우려했다. 중동산 원유의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질수 있는 데다 에너지 시설 파괴까지 겹치면서 유가 급등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란 전쟁이 이달 안에 끝나도 수개월간 에너지 수급난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국내 산업계의 가장 큰 걱정은 대체 원유 수급 자체가 힘들다는 점이다. 업계는 정부 비축유 활용과 스팟 물량(현물시장 거래) 확보로 단기 대응을 하는 동시에 홍해 등 우회로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지만 근본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5%를 차지한다. 알아라비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쟁 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된 원유와 석유제품은 하루 약 2000만 배럴인데, 홍해를 통한 원유 선적량은 지난달 말 기준 하루 500만 배럴 정도에 그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홍해 우회로로는 운송에 지역적 한계가 있어서 사우디 등 일부 국가의 원유만 들어올 수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에 비하면 물량이 훨씬 적다”고 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해 호르무즈 해협으로 중동산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에 “미국에서 석유를 구입하라”고 했지만 미국산도 완전한 대안은 아니다. 국내 기업들의 정제 시설은 중동산 중질유를 중심으로 갖춰져 있는 데다 미국에서 출발한 유조선은 국내 도착까지 50일이 소요돼 중동산(20일)보다 2배 이상 오래 걸린다. 종전이 된다 해도 중동 지역의 원유와 LNG 물량이 복구되려면 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전 세계 LNG의 약 5분의1을 생산하는 카타르 가스전은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파괴돼 복구에만 3~5년이 걸리고, 피해가 덜한 시설을 재가동하는 데도 7주 정도의 작업 기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향후 교전 확대로 중동 지역 에너지 생산 시설이 추가로 파괴되면 전 세계 원유 수급난은 더 심각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전쟁 이후 감산해 놓은 설비를 다시 돌리는 데만도 몇 달이 걸린다”며 “오늘 당장 종전한다 하더라도 고유가 충격은 하반기까지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할 경우 정유사의 비용 부담과 산업 전반의 물가 상승도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로 배럴당 1달러를 부과하면 국내 기름값은 리터당 약 10원 인상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한편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유가 급등 상황에서 정부가 여객·화물차에 유가연동보조금을 추가 지원할 수 있는 내용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과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각각 여야 합의로 의결됐다. 현행법상 유가보조금을 유류세 인상분 범위 내에서만 지원할 수 있어 세액을 초과하는 실질적 유가 상승분에는 대응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자원안보 위기’ 발령 시 국토교통부 장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의 판단으로 유류세액 한도를 초과해서도 유류 구매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 보조가 가능해진다.
  • [손열 칼럼] 미중 정상회담을 향한 미중일 삼국지

    [손열 칼럼] 미중 정상회담을 향한 미중일 삼국지

    트럼프 쇼크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상호관세 재인상 압박에 대미투자특별법을 만들며 총력 대응하는 사이, 미국의 이란 공습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파병 압력에 처했고 향후 전황에 따라 어떤 청구서를 받을지 모른다. 트럼프발 오일 쇼크는 한국경제를 엄습하고 있다. 동병상련의 일본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19일 미일 정상회담을 치렀다. 트럼프의 무리한 요구가 돌출할 수 있는 위태로운 회담에서 다카이치는 전쟁을 일으킨 트럼프에게 “세계 평화와 번영을 가져올 사람은 오직 도널드”라는 아첨과 함께 대미 투자 선물 보따리를 풀어 일단 미국의 강압을 피해 갔다. 한국은 호르무즈 파병에 관해 선례가 될 수 있는 일본의 대응에 주목했지만, 정작 일본의 시선은 중국에 가 있다.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이후 중국의 외교적·군사적·경제적 강압으로 중일 관계는 기능부전 상태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미중 양국 간 유화 국면이 조성되어 자국의 안보 이익이 훼손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애당초 3월 말로 예정된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 이전에 어렵사리 미일 정상회담을 마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은 미국에 유화 자세를 이어 가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달 8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이란 공습 중지를 요구했으나 직접적인 비판은 삼갔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쌍방이 적절한 환경을 정비해 불필요한 간섭을 배제하는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호르무즈 파병 요청을 명시적으로 거부한 유럽과 달리 중국은 “각 당사국들과 연락을 유지하며 긴장 완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반응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기 회복이 시급한 트럼프에게 미국산 농산물과 항공기, 나아가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란 선물도 띄우고 있다. 이러한 자세 뒤에는 정상회담을 앞둔 중국의 심모원려가 깔려 있다. 트럼프에게 대만 문제에 유리한 발언을 유도해 다카이치에게 일격을 가하는 한편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에 자국이 주요 2개국(G2)으로 대접받고 있음을 과시하고 트럼프가 동맹보다 미중 관계 구축을 더욱 중시한다는 점을 발신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미국에 대한 과잉 의존을 축소하고 대중 관계를 중시하라는 시그널이자 동맹 이완을 유도하는 책략이다. 일본은 트럼프가 중국의 노림수에 걸려들지 않도록 동맹의 중요성을 강력히 어필했다. 트럼프는 동맹을 거래관계로, 동맹국을 도구로 본다는 점에서, 일본은 자국이 대체 불가한 동맹임을 인식시키기 위해 거래 가능하고 매력적인 대미 투자 ‘카드’를 선별했다. 인공지능(AI) 개발에 따른 전력 수요 확대에 대응해 가스 화력발전소 및 차세대 소형원자로(SMR) 건설 등 에너지 카드, 대중 의존도가 높은 핵심광물인 희토류 리사이클과 제련 사업, 동 광산, 리튬 생산에 대한 미일 합작 투자 등 경제안보 카드, 그리고 미사일 공동 개발과 생산을 제안하는 방위산업 카드 등이다. 일본이 선택한 에너지·핵심광물·방산 패키지는 대미 투자 사업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는 한국에 기준점이 될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미일 관세 합의가 한미 관세 합의의 준거가 됐듯이 말이다. 한국 측이 내건 전략적 투자와 상업적 합리성 기준, 그리고 미국 측의 에너지 투자 요구를 조합해 보면 일본과 유사한 투자 패턴이 나올 듯하다. 문제는 중국이다. 미국이 전쟁의 수렁에 빠져 동맹국의 신뢰를 상실해 가는 사이 중국은 국제적 위상을 높이며 한국에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사드 보복 사태 이래 한국은 대중 의존도 감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해 왔지만 무역, 핵심광물, 자본시장에서 중국의 압도적 지배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안보상 중국에 여러 초크 포인트(급소)를 노출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중 긴장 완화는 당연히 환영할 일이지만 동맹의 이완과 미국의 대중 경제안보 태세 약화로 이어지는 경우 한국의 대중 취약성은 가중될 것이다. 대미 투자와 자주국방 추진 정도로 중국에 대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우리만의 심모원려가 필요하다. 손열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사설] ‘전쟁 추경’ 26조… 에너지·공급망 구조도 완전히 새판을

    [사설] ‘전쟁 추경’ 26조… 에너지·공급망 구조도 완전히 새판을

    정부가 어제 국무회의에서 26조 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추경안에는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민생의 어려움을 감안해 소득 하위 70%(약 3580만명)에게 1인당 10만~60만원씩 민생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석유 최고가격제를 비롯해 유류비·교통비 경감 등 에너지 부담 완화에 5조원을 투입하는 내용도 담겼다. 민생지원금 편성 등 추경 내용을 놓고 야당은 ‘선거용 묻지마 퍼주기’라며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야는 오는 10일 국회 본회의 처리에 합의했다. 국회 심의를 차질 없이 진행해 국민 고통을 덜어 줄 최선의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이번 추경은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파를 경감하기 위한 단기 방편에 불과하다. 중동 바닷길이 막히면서 석유화학 원료 및 기초소재 생산이 멈춰 서고 국내 유통부터 수출까지 연쇄 차질을 빚고 있다. 이 같은 에너지·공급망 쇼크는 오늘 당장 전쟁이 끝난다 해도 향후 몇 개월간 여파가 이어질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그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문제 때문에 난리가 났는데, 저도 잠이 안 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로 신속하게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석유와 같은 화석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의 하나일 수 있다. 다만 날씨나 밤낮의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한 데다 부지와 비용 문제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는 장애 요인이 여전히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건설을 위한 부지 공모가 그제 마감됐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 성장, 중동전쟁 확전 우려에 따른 에너지 안보 위기까지 맞물리면서 미국, 일본, 대만 등 해외에서는 앞다퉈 신규 원전 건설과 원전 재가동 등에 나서고 있다. 우리도 추가 원전 건설과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 등 원전 및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정책에 속도를 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란 전쟁에서도 확인하듯 글로벌 에너지·공급망 교란 사태는 앞으로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돼 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어제 “긴급재정명령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공급망 교란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에너지의 94%를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 산업구조에 근본적인 새판짜기가 절실하다. 공급처 다변화와 전략적 비축, 석유·가스 중심의 에너지 구조 개편 및 대체 기술 발전 등 에너지 안보를 위한 국가적 생존 전략 마련이 다급한 시점이다.
  • 비닐공장 대표 “돈 줘도 못 만들어”… 빵 봉지값 20% 뛰었다

    비닐공장 대표 “돈 줘도 못 만들어”… 빵 봉지값 20% 뛰었다

    인천 산단 생산업체들 ‘한숨’ 한달 새 79% 급등하고 수급 막혀비축분 원료도 바닥 ‘버티기 가동’사실상 생산하면 손해나는 구조“길어야 1주일 지나면 문 닫을 판”산단 대부분 셧다운 ‘카운트다운’도매시장·소상공인은 ‘비명’4월 접이식 천막 9만원 인상 통보“원단도 없고 공장서 주문 안 받아”배달 일회용기 일주일 새 33% 급등고객에게 포장비 5000원 청구 검토 서민들 식탁 물가까지 휘청거릴 듯 “길어야 일주일입니다. 이 상태가 더 길어지면 꼼짝없이 공장 문을 닫아야 할 판입니다.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제발 비닐봉투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데, 원료가 있어야 말이죠….” 지난 30일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내 비닐제품 제조업체 ‘태양봉투’에서 만난 대표 채모(70)씨는 멈춰 선 압출기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라면 비닐봉투를 뽑아내는 압출기 10대가 굉음을 내며 돌아가 대화조차 쉽지 않은 곳이지만, 이날은 5m 떨어진 거리에서도 말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압출기 10대 중 2대는 전원이 꺼진 채 멈춰 있었고, 나머지 8대도 느릿하게 돌아갔다. 생산라인 한편에서는 직원들이 커피를 들고 기계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5년째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모로코 출신 탐다 누레딘(31)은 “라인이 멈춘 건 처음 본다”며 “야간 근무 인원도 2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폭등하면서 국내 산업 생태계가 송두리째 휘청이고 있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가벼운 액체 탄화수소 혼합물로, 비닐봉투와 플라스틱 등 각종 생활용품의 원료로 쓰여 ‘산업의 쌀’로 불린다. 하지만 중동전쟁으로 인해 지난 2월 말 미터톤(mt)당 633달러였던 나프타 가격은 한 달 만에 1134달러로 79.1% 치솟았다. 태양봉투는 생산량의 90%를 미국에 수출하던 업체다. 하지만 전쟁 이후 원료 수급이 막히면서 수출을 중단했고, 남은 비축분 50t을 쪼개 국내 종량제 봉투 생산으로 돌렸다. 이마저도 “일주일이면 바닥난다”는 게 채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구청 등에서 돈을 먼저 주겠다며 물량을 맞춰 달라는 요청이 빗발치지만 원료가 없어 불가능하다”며 “생산량은 평소의 40% 수준, 매출은 전년 대비 30% 이상 줄었다”고 했다. 남동산단 내 다른 업체들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태양봉투 거래처 직원 김모씨는 “이곳은 그나마 현금으로 원료를 확보해 상황이 나은 편”이라며 “다른 업체들은 여기가 멈추기 전에 공장을 세울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일부 업체는 기계를 완전히 멈추지 못해 ‘버티기용’으로 최소 가동만 이어 가는 상황이다. 같은 날 찾은 경기 시흥시 시화국가산업단지의 플라스틱 용기 제조업체 ‘칠성에스앤피’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공장 가동률은 기존 100%에서 30% 수준으로 떨어졌고 야근과 특근은 모두 중단됐다. 텅 빈 원료 보관 창고를 가리킨 고우석(48) 대표는 “원료값이 50% 넘게 올랐지만 이를 납품 가격에 다 반영할 수 없어 사실상 손해를 보며 생산하는 구조”라며 “차라리 공장 불을 끄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토로했다. 경기 안산시 반월특수국가산업단지에 있는 플라스틱 제조업체들도 나프타 고갈로 잇따라 공장을 멈춘 상태다. 나프타를 통해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원유 가격이 상승한다면 업체 입장에서 타격이 크다. 한 플라스틱 제조업체 대표는 “산단 대부분이 문을 닫는 ‘셧다운’이 시작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산단에서 시작된 비명은 유통망을 타고 도매시장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31일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 플라스틱 의자와 접이식 테이블 등을 판매하는 유병민(35)씨는 계산기를 두드리다 고개를 저었다. 그는 “4월부터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제품 가격이 20~30% 오른다는 통보를 공장으로부터 받았다”며 “접이식 천막은 9만원 넘게 오르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재고로 버티지만 4월부터는 주문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시장에서 식기를 판매하는 노인섭(38)씨도 “스테인리스 냄비와 그릇 가격이 최소 10% 오른다”면서도 “손님이 빠질까 봐 당장 가격을 올리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인근 방산시장에서는 가격보다 ‘물건 확보’가 더 큰 문제로 떠올랐다. “원단이 아예 없다”는 말이 상인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오갔다. 포장용기 납품기사 한용철(48)씨는 “물량이 줄어 오후에는 대기 시간이 더 길어졌다”고 말했다. 원단 도매업자 박석준(57)씨도 “공장에서 주문 자체를 받지 않는다”며 “발주를 넣어도 물건을 못 받는다”고 밝혔다. 공급망의 종착지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생존의 기로에 섰다. 일부 배달 전문점은 일회용기 한 박스 가격이 일주일 만에 3만 6000원에서 4만 8000원으로 33.3% 급등하자 소비자에게 ‘포장비’ 5000원을 별도로 청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중동발 원자재 쇼크는 공장의 불을 끄고, 도매시장의 물량을 말리며, 자영업자의 비용 부담을 키우는 ‘공급망 도미노’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신모(38)씨는 “빵 봉지 가격이 이미 20% 올랐다”며 “이대로면 종이봉투로 바꾸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전쟁 추경, 국민 70% 최대 60만원 받는다

    전쟁 추경, 국민 70% 최대 60만원 받는다

    3577만명에 ‘고유가 피해지원금’에너지 불안 해소·물가 안정 총력2인 가구 月소득 630만원 이하 지급… 李 ‘긴급재정명령’ 거론 ‘소득 하위 70%’ 국민 3577만명에게 1인당 10만~60만원의 ‘고유가 피해지원금’이 지급된다. 중동전쟁발 기름값 인상으로 커진 가계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소비를 진작해 침체된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에너지 수급 불안과 관련해 “헌법이 정한 긴급재정명령을 활용할 수 있다”며 위기 대응 의지를 밝혔다. 정부는 31일 국무회의를 열고 26조 2000억원 규모의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심의·의결했다. 올해 기획재정부로부터 분리·신설된 기획예산처가 내놓은 첫 번째 추경이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추경이다. 유가 급등으로 민생 경제 타격이 본격화하자 기획처는 역대 최단기간인 19일 만에 추경 편성 작업을 마쳤다. 지금까지는 40일가량 걸리는 게 일반적이었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경기 회복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신속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고유가 부담 완화에 10조 1000억원(38.5%)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4조 8000억원(47.5%)을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에 쓰기로 했다. 소득 상위 30%를 제외한 모든 국민에게 10만~60만원을 지역화폐 방식으로 지원한다. 최소 10만원을 지원하고, 추가 금액에서 거주 지역과 소득 수준에 따라 액수에 차등을 뒀다. 비수도권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최대액인 60만원을 받는다. ‘소득 하위 70%’ 기준은 관계 부처 태스크포스(TF)가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기준으로 정할 예정이다.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거나 재산세 과세표준 합계액이 12억원을 초과하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1인가구 기준으로는 월 385만원, 2인가구는 월소득 630만원 수준일 때 지급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13일부터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정유사의 손실을 보전할 예산으로 5조원을 책정했다. 여기에 나프타 수급 위기에 대비한 예비비 5000억원과 유류비 예산 부족분 3000억원을 반영했다. 대중교통 이용 확대를 위해 877억원을 투입해 K패스 환급률을 6개월간 최대 30% 포인트 높인다. 현재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 이용 시 저소득층은 53%를 환급받는데, 추경안 통과 시 83%까지 혜택이 늘어난다. 정부는 약 65만명의 신규 이용자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등유·액화석유가스(LPG)를 사용하는 저소득 20만 가구에는 5만원씩 에너지바우처를 지급하고 농어민의 면세유와 비료·사료 구매에는 1000억원을 지원한다. 취약계층과 청년 등 민생 안정에는 2조 8000억원이 투입된다. 생필품을 제공하는 ‘그냥드림센터’를 300곳으로 2배 확충하고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 안정을 위해 보증금의 3분의 1을 보장하는 데 279억원을 투입한다. 구직 단념 청년의 복귀를 돕는 ‘K뉴딜 아카데미’ 신설에도 1000억원을 배정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800억원, 소비 위축이 우려되는 문화·관광계에 586억원을 지원한다. 영화 관람객 600만명에게 1회당 6000원, 공연 관객 50만명에게 1만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재원은 국채 발행 없이 초과세수 25조 2000억원과 기금 재원 1조원으로 충당한다. 이번 추경으로 국가채무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51.6%에서 50.6%로 1% 포인트 낮아지고 올해 명목 GDP는 0.2% 포인트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긴급재정명령을 언급하며 “대응책을 고민할 때 기존 관행이나 통상적 절차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며 “관행에 얽매이지 말고 필요하면 입법도 하고 우리가 가진 권한이나 역량을 최대치로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긴급재정명령은 헌법 76조에 규정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 등으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절차를 기다릴 만한 여유가 없을 때 대통령이 법률적 효력을 지닌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한 제도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3년 금융실명제를 시행하면서 발동한 것이 가장 최근 사례다. 다만 청와대는 “긴급재정명령은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을 예시로 든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 [사설] 韓 성장률 전망 급락, 더 커진 중동發 불확실성

    [사설] 韓 성장률 전망 급락, 더 커진 중동發 불확실성

    한 달을 넘긴 이란 전쟁이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의 참전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 위협까지 고조되면서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유·에너지 등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큰 영향을 받으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마저 흔들리고 있다. 중동 전쟁발 불확실성에 비상계엄 후 간신히 불씨를 살려 온 우리 경제가 다시 심각한 위기에 빠질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0.4% 포인트나 끌어내렸다. 이란 전쟁 발발 전 발표된 정부·한국은행(각 2.0%), 한국개발연구원(KDI)·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각 1.9%)보다 낮은 수준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데다 원유·에너지 수급에서도 중동산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더 취약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OECD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로 유지하고 미국은 인공지능(AI) 효과 등으로 오히려 1.7%에서 2.0%로 올렸다. 일본(0.9%), 중국(4.4%)도 종전 전망치를 유지한 것에 비하면 유독 한국이 중동 사태로 직격타를 맞은 셈이다. OECD를 시작으로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씨티는 최근 우리나라 전망치를 2.4%에서 2.2%로 0.2% 포인트 낮췄고 바클리는 2.1%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는데 2.0%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계속 웃돌면 한국의 성장률이 연간 0.5% 포인트 이상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도 심각하다. OECD는 올해 한국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7%로 0.9% 포인트나 올렸다. 인플레이션은 금리를 밀어올려 경기를 위축시킨다. 이 와중에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3년 5개월 만에 7%를 넘었다. 영끌·빚투족 등 대출자들의 허리가 휘는 상황인데, 물가를 잡기 위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부는 나프타에 이어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출 제한도 검토 중이지만 단기 처방일 뿐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수출 통제 역효과를 우려하며 “나프타를 지키려다 리튬과 에너지라는 더 큰 흐름을 잃는다면 소탐대실”이라고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어제 제1차 비상경제본부회의에서 “생활필수품 수급 차질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에너지 쇼크는 실물경제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교한 공급망 대책이 절실하다. 25조원 규모의 추경 등 재정·통화 정책을 실기하지 않고 총동원해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
  • [홍기빈의 미래완료] 식량 불안, 방아쇠가 당겨졌다

    [홍기빈의 미래완료] 식량 불안, 방아쇠가 당겨졌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지 한 달이 됐다. 세계의 이목은 유가와 전쟁의 향방에 쏠려 있지만 더 느리고 더 깊은 충격이 다른 곳에서 조용히 진행 중이다. 비료다. 걸프만이 세계 비료 생산의 절반 가까이를 담당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비료의 주원료인 암모니아는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해 만든다. 생산 비용의 70~90%가 천연가스다. 카타르에너지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을 중단한 순간 비료 공장도 함께 멈춘 것은 그래서다. 에너지와 비료가 사실상 하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통 또한 문제다. 세계 요소 수출의 35%, 황 수출의 44%가 호르무즈를 통과하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곳에서의 비료 생산에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지금 요소 가격은 두 달 만에 45% 이상 오른 상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비료 생산자들이 아예 가격 책정을 포기해 버리는 일도 벌어졌다. 가격 리스크 때문을 넘어서, 아예 인도 자체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격이 오르는 정도가 아니라 가격이 사라진 셈이다. 결정적인 것은 타이밍이다. 지금은 북반구의 봄 파종기다. 호르무즈가 내일 열린다 해도 파손된 시설을 복구하고 선박을 돌리는 데 몇 주가 걸린다. 파종기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올해 가을 수확 감소는 이미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총알은 이미 발사되었고, 지금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중이다. 당연히 이는 식량 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전쟁 전까지만 해도 기록적인 매도를 행하던 헤지펀드 등의 기관들이 순식간에 대규모 매수로 포지션을 바꾸어 버렸다. 선물 시장의 양상은 더욱 흥미롭다. 원유 선물과 곡물 선물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원유 근월물은 배럴당 100달러 선이지만 연말 선물은 70달러대로 뚝 떨어진다. 시장은 ‘이 충격은 일시적’이라는 판단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반면 곡물 선물은 12월물이 근월물보다 높고, 밀은 유가와 98%의 상관관계를 보이며 귀금속처럼 안전자산 기능을 하고 있다. 비료 부족으로 인한 올해의 수확 감소는 이미 예정된 사실임을 자본시장은 알고 있으며, 가을에 가격이 폭등할 것을 알고 ‘헤지’ 하려는 이들은 지금 조용히 선물 시장에서의 유리한 포지션을 쌓고 있다. 그런데 그 너머에는 꼼짝없이 장차 현물 가격의 등귀를 온몸으로 맞을 수밖에 없는 이들이 있다. 멀리서 다가오는 ‘회색 코뿔소’를 뻔히 보면서도 옴짝달싹할 수 없는 이들은 주로 신흥산업국 사람들이다. 선진국에서 식비는 가계 지출의 10~20% 수준이다. 그러나 방글라데시, 이집트, 파키스탄, 케냐에서 식비와 연료비를 합치면 30~50%에 달한다. 이 나라들에서 식량 가격 급등은 생계를 넘어 정치적 폭발의 도화선이 된다. 2011년 아랍의 봄, 2022년 스리랑카 정권 붕괴, 2024년 방글라데시 하시나 정권의 퇴장이 모두 같은 구조에서 나왔다. 유엔 세계식량계획은 이란 전쟁이 지속될 경우 올해 중반까지 전 세계 식량 불안 인구가 4500만명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이집트는 이미 민간 빵집의 가격 상한선을 재도입했다. 충격은 두 파도로 온다. 에너지 파도가 먼저 오고, 식량 파도가 뒤따른다. 그런데 두 파도의 간격이 위험할 만큼 짧다. 비료와 연료비가 동시에 급등하면서 농민들은 질소 집약적 옥수수 대신 대두로 작물을 바꾸고 있다. 이 선택이 가을 옥수수 공급 감소로 이어진다. 옥수수 부족은 사료 시장에 충격을 주어 육류와 낙농업품의 가격도 끌어올릴 수 있다. 비료 충격은 통상 6~9개월의 시차를 두고 마트 선반 가격에 나타난다. 올 연말에서 내년 초 사이 밀과 옥수수에서 시작한 충격이 빵, 닭고기, 달걀, 유제품으로 번질 수 있다. 석유에는 전략 비축유가 있지만 비료에는 그런 창고가 없다. 이 나라들에 유가 상승으로 인한 비용 압박과 실질 생활비 앙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까지 벌어질 경우 이는 다시 지구적 가치사슬에 어떤 충격을 주게 될까. 우리나라에는 또 어떤 충격이 닥칠 것이며, 과연 쉽게 감당할 수 있는 것일까. 지금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총알은 지금도 날아가고 있으며, 우리의 시야에도 회색 코뿔소가 나타났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 이란 전쟁 발 유가 쇼크 와중에…우크라, 러 정유시설 맹공격하는 이유 [핫이슈]

    이란 전쟁 발 유가 쇼크 와중에…우크라, 러 정유시설 맹공격하는 이유 [핫이슈]

    러시아가 원유 가격 상승과 일부 제재 완화로 반사 이득을 보자 우크라이나가 이를 가만 지켜보지 않았다. 29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최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정유 시설과 석유 저장소, 수출 항구 등에 대한 맹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발트해 최대 석유 수출항인 프리모르스크와 우스트-루가가 우크라이나의 집중적인 드론 공격을 받고 있는데, 피해가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지난 27일 미국 상업 위성업체 밴터가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우스트-루가항이 시뻘건 화염에 휩싸인 모습이 확인된다. 우스트-루가항은 러시아의 핵심 석유 수출 거점으로 평상시 하루 약 70만 배럴의 원유 및 석유 제품이 처리된다. 그러나 이곳이 우크라이나의 연이은 공격으로 일부 파괴되자 선적 작업이 전면 중단되거나 지연됐으며 인근 해상에는 선적을 기다리는 유조선들이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우스트-루가와 프리모르스크, 노보로시스크 항구 등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연쇄 공격으로 러시아 전체 해상 석유 수출 능력의 약 40%(하루 약 200만 배럴)가 가동 불능 상태에 빠졌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관련 제재를 일부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이 마비되면서 석유와 천연가스는 물론 다른 원자재 공급도 차질을 빚으면서 유가 급등을 억제하기 위한 임시적인 조치였다. 지난 12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안정을 위한 단기적인 조치”라면서 “러시아가 얻는 경제적 이익은 일시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유럽연합(EU)은 이 조치가 러시아의 전쟁 자금을 지원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수익 증가는 미국에 대한 이란의 공격을 지원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러시아가 우리 에너지 인프라 공격을 중단할 경우에만 우리도 타격을 멈출 것”이라고 밝혔다.
  • 중동쇼크에… OECD 경제전망, 한국만 확 낮췄다

    중동쇼크에… OECD 경제전망, 한국만 확 낮췄다

    전쟁 전보다 국부 9조 더 증발할 듯中·日 전망치 유지, 美 오히려 상승美 물가상승률 전망은 1.2%P 올려韓 에너지 수입 의존도 90% 취약전문가들 “스태그플레이션 초입” 미국·이란 전쟁의 충격파가 올해 한국 경제만 유독 거세게 타격할 거란 국제기구의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가 넘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6일(현지시간)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0.4%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2315조원을 기준으로 전쟁 전보다 약 9조원의 국부가 추가로 증발할 거란 뜻이다. 경제 성장 둔화 전망의 핵심 원인은 ‘에너지 공급 차질’로 분석됐다. OECD는 “한국은 주요 20개국(G20) 중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성장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에너지가 부족하면 원가 부담이 커져 산업 생산에 활력이 떨어지고,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악화해 성장이 둔화하게 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전쟁의 영향이 반영된 주요 국제기구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나온 건 처음이다. 4월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쟁 반영’ 전망치가 나온다. OECD를 시작으로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줄줄이 1% 중반대로 내려가며 2%대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재정경제부·한국은행(2.0%), 한국개발연구원(KDI)·IMF(1.9%)의 전망치도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한국만 유독 큰 폭으로 내려갔다는 점이다. 전 세계 성장률은 2.9%로 지난해 12월 전망치와 같았다. 일본은 0.9%, 중국은 4.4%, 호주는 2.3%로 전쟁 전과 후 전망치에 변동이 없었다. 전쟁을 일으킨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1.7%에서 2.0%로 오히려 0.3% 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재경부 관계자는 “미국에서 일어나는 인공지능(AI) 분야 투자 열기로 국제기구들이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높이던 상황이었는데, 중동 전쟁 여파로 상승 폭이 낮아진 게 0.3%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충격은 실물 경제로도 빠르게 전이될 것으로 전망됐다. OECD는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2.7%로 0.9% 포인트 높여 잡았다. 이처럼 성장이 둔화하고 물가가 오르는 상황이 심화하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덮치게 된다. 한국 경제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초입에 들어섰다는 진단도 나오기 시작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성장 국면에서 원자재 공급 감소에 따른 물가 상승이 현실화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가까워졌다”고 진단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4월 초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원유 감산에 따른 재시추 가능성과 시간 등을 고려하면 고유가 상황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한편 OECD는 미국의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3.0%에서 4.2%로 1.2% 포인트 대폭 상향 조정했다. G20 평균치도 2.8%에서 4.0%로 1.2% 포인트 확대됐다. 중동발 고유가 충격파가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거란 예측이다.
  • “난방비 월 1000만원 증가”… 전남 시설재배 농가 ‘유가 쇼크’

    국제유가 급등으로 전남도의 시설재배 농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면세유 가격 상승이 시설하우스 난방비와 농기계 연료비, 물류비를 동시에 끌어올리면서 수익 구조가 급격히 악화한 형국이다. 2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시설재배 농가 수는 10만~11만 가구에 이른다. 전체 농가의 10% 안팎에 불과하나 전체 농가 생산액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시설재배는 집적농업인 만큼 유가 상승은 곧바로 생산비 급등으로 이어져 수익성과 직결된다. 겨울 생산 비중이 높아 난방 의존도가 높고 고소득 작목일수록 온도 유지가 필수적이어서 에너지 투입을 줄일 여지가 거의 없다. 전국 시설재배 농가 분포를 보면 전남이 15~2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나주·담양·고흥 등지를 잇는 ‘복합 원예 벨트’는 딸기·토마토·멜론 등 주요 작물의 전국 최대 공급지로 꼽힌다. 이들 주요 원예 단지 농가들에 따르면 올해 시설하우스 난방비는 지난해보다 최소 10~ 30% 이상 상승했다. 실제 체감 부담은 30~50%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주에서 멜론을 재배하는 김모씨(62)는 이날 서울신문에 “지난해 겨울에는 하우스 기준 월 난방비가 2000만원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3000만원까지 치솟았다”며 “생산량이 늘어도 기름값을 빼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난방비만 한달 기준 1000만원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이에 따라 수익 구조도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딸기·토마토·멜론 등 주요 시설작물 농가의 경우 지난해 매출 대비 20~30% 수준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연료비 등 상승으로 이익이 ‘제로’ 수준까지 떨어지거나 적자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도서 지역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신안·완도 등 섬 지역은 해상 운송비가 추가되면서 유류 가격이 육지보다 최대 40%까지 높게 형성된다. 이로 인해 동일 작물을 재배하더라도 원가 경쟁력에서 큰 격차가 발생하며 일부 농가는 난방을 줄이거나 작황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농가가 직면한 유가 쇼크는 임계점을 넘어선 상태”라며 “단기적인 유가 보조금 확대도 절실하지만 장기적으로 시설재배 농가의 에너지 소비 구조를 저비용·고효율 체계로 전환하고 기후 위기, 에너지 변동성에 대응하는 스마트팜 보급 가속화 등 근본적인 정책 설계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 [사설] 중동發 비상대응체제… 위기 돌파 총력전에 한뜻 동참을

    [사설] 중동發 비상대응체제… 위기 돌파 총력전에 한뜻 동참을

    정부가 범부처 비상대응체제 가동에 들어간 것은 중동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민 생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 석유사업법 제정 이후 처음 빼든 석유 최고가격제마저 2차 고시에서는 대폭적인 상향이 불가피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제 에너지 기구들도 역사상 최악의 에너지 안보 위협이라면서 세계경제에 미칠 충격을 경고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수송과 난방이 아니더라도 석유화학 제품을 쓰지 않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상식이다. 전쟁의 추이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선제 대응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재정경제부는 비상대책으로 최고가격제 조정과 유류세 인하, 공급망 대응 등 최대한의 정책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석유 최고가격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는 만큼 유류세를 내려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대응 계획에는 강도 높은 석유류 절감 및 에너지 절약 조치가 들어 있다. 공공기관에 자동차 5부제를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상황이 악화되면 민간에도 의무 시행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민간 확대에 앞서 5부제를 공공주차장에 적용하는 방안을 주문하기도 했다. 국민에게도 비상대응체제가 남의 일일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 극복을 주도해야 마땅한 정유업계가 기름값 담합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이 대통령도 “국민 고통을 악용한 부당한 돈벌이는 법과 원칙에 따라 발본색원하고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했다. 모든 경제주체가 하나가 되어도 국가적 위기를 떨치기란 쉽지 않다. 정부는 ‘4월 원유 수급 위기설’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부당이득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 자체를 부끄러워해야 한다. 일탈이 있었다면 뼈를 깎는 반성을 거쳐 위기 극복의 리더로 역할을 하기 바란다. 중동전쟁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잇따른 말 바꾸기는 불확실성을 심화시켜 세계경제를 깊은 골짜기로 몰아넣고 있다.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이번 위기는 과거 오일쇼크와 러우 전쟁에 따른 천연가스 공급 충격을 모두 합친 수준”이라고 했다. 중동 석유 의존도가 높은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을 상정하고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오일쇼크도, 외환위기도, 금융위기도 모두 국민의 단합으로 이겨낸 대한민국이다. 국민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동참한다면 지금의 위기도 돌파하지 못할 것이 없다.
  • 갑자기 유화모드 ‘타코’ 트럼프… 출구전략인가 연막작전인가

    갑자기 유화모드 ‘타코’ 트럼프… 출구전략인가 연막작전인가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이란 최후통첩’이 주말 사이 “이란과 해협을 공동 관리할 수 있다”는 유화책으로 급선회했다. 또 한 번의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물러선다) 행보라는 말이 나오는 트럼프 대통령의 극적인 태도 변화는 안팎의 상황을 고려한 출구전략일 수 있다. 미국 내 여론이 갈수록 악화하고 11월 중간선거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이번 전쟁을 협상 국면으로 전환할 시점을 찾아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4주 차에 접어든 전쟁이 전 세계에 ‘오일 쇼크’ 수준의 충격을 주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도 마냥 강경 일변도를 고집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실제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이 열흘 안에 끊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이번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 절벽 위기가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또 이란의 군사·민간 인프라가 상당 부분 파괴된 만큼 트럼프로서는 이란 핵 능력을 완전히 제압하는 선에서 상황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전쟁 목표치를 낮췄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번 전쟁이 이란과의 핵협상을 진행하던 와중에 예고 없이 시작됐던 것처럼 미국이 언제든 다시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이미 이번 전쟁에 대해 수없이 말을 바꾸며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신뢰도는 크게 하락한 상태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보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생산적인 대화’를 했다고 말한 것을 두고 “현재 상황을 과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추가 병력의 중동 집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을 벌기 위해 대화 카드를 꺼내 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NYT는 “미 해군·해병대 추가 병력이 이란으로 향하는 가운데 미군이 18시간 안에 세계 어느 전장에도 도착할 수 있는 약 3000명의 정예 공수부대를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겉으로는 대화를 얘기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지상전 카드’를 여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 “성관계 중 극심한 통증”…30대 女 몸속에서 ‘이것’ 나왔다 [핫이슈]

    “성관계 중 극심한 통증”…30대 女 몸속에서 ‘이것’ 나왔다 [핫이슈]

    30대 여성이 성관계 중 극심한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몸 안에서 오래된 탐폰을 발견한 사연이 공개됐다. 미국 피플 등 외신은 24일(현지시간) 영국 에식스에 사는 홀리 스미스(31)의 사례를 보도했다. 스미스는 지난해 8월부터 성관계 중 통증과 출혈 증상을 보였다. 질에서 분비되는 갈색 분비물의 양이 늘었고, 열감과 더불어 피로까지 극심해졌다. 그는 “성관계 중 독특한 금속 냄새를 맡기도 했다. 최근에 교체한 피임 임플란트 때문에 생긴 증상들이라고 여겼다”면서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증상이 악화해 결국 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진찰을 받은 스미스의 몸 안에서는 탐폰이 발견됐다. 의료진은 “환자의 질 내부에서 4~6주 동안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탐폰을 발견했다”면서 “탐폰이 오랜 시간 질 안에 머물면서 독성쇼크증후군(TSS) 징후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성쇼크증후군이란 특정 세균이 만들어내는 독소 때문에 몸 전체에 심각한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 급성 질환으로, 빠른 대처가 없을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대체로 고열과 혈압 저하, 피부 발진이나 구토·설사, 어지럼증이나 의식 저하의 증상으로 시작된다. 스미스는 “탐폰이 몸 안에 있는 동안 전혀 이물감을 느끼지 못했다”면서 “아마도 술에 취해 탐폰을 제거하는 것을 잊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의료진은 “조금만 더 늦게 발견했다면 TSS가 본격적으로 진행돼 상황이 훨씬 심각해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생리용품과 TSS의 관계스미스처럼 탐폰 사용이 독성쇼크증후군으로 이어진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에서 모델로 활동하던 로렌 바서는 탐폰 사용 후 TSS로 인해 두 다리를 잃었다. 당시 바서는 탐폰 사용 뒤 고열 등 독감과 같은 증상을 느꼈고 이후 곧장 두 차례의 심장마비로 이어졌다. 이후 장기 기능 상실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기적적으로 의식을 회복했지만 조직 괴사로 인해 두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의료진은 탐폰을 오래 착용하면 세균이 증식하기 쉬운 환경이 되고 그 결과 독소가 빠르게 생성돼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탐폰을 8시간 이상 질 내부에 둘 경우 혈액과 체온, 습기 등으로 세균이 번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진다. 특히 황색포도상구균이 독소를 생성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슈퍼’ 또는 ‘울트라’ 등으로 표기된 고흡수 탐폰은 질 내부를 건조하게 만들거나 미세한 상처를 낼 수 있으며 이는 독소가 더 쉽게 혈류로 들어가도록 돕는다. 전문가들은 고흡수 탐폰을 계속 사용하거나 8시간 이상 교체하지 않는 행동을 피해야 하며 과거 TSS 병력이 있다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 [사설] 중동發 원료·소재 쇼크 조짐… 민관 뜻 모아 비상한 대책을

    [사설] 중동發 원료·소재 쇼크 조짐… 민관 뜻 모아 비상한 대책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의 장기화로 정유·석유화학 업계의 공급망 차질이 산업 전반에 충격을 미칠 조짐이다. 플라스틱·합성섬유 등 사실상 모든 공산품 제조의 기초 원료라 할 수 있는 나프타의 국내 수급부터 비상이 걸렸다. 국내 업계는 나프타의 50% 이상을 수입하는데, 이 가운데 60% 비중을 차지하는 중동산의 수송로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막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률은 평상시 80~90% 수준에서 최근 60% 대로 급락했다. 4월 중순 이후에는 식품용기와 포장재 등 각종 생활필수품 생산공장의 셧다운(가동 중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프타의 수급 차질은 새시·단열재·접착제 등 주요 자재 가격이 모두 석유화학 제품과 연동된 건설업은 물론 자동차·전자 등 후방 산업의 연쇄 타격까지 유발할 수 있다. 러시아산 나프타를 포함해 중동산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공급망 확보를 위해 관련 기업은 물론 정부의 적극 지원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철판 절단에 필수적인 에틸렌가스의 업체별 재고량도 1주∼1개월 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며 정부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2021년 중국의 수출 제한으로 대란을 겪었던 요소수 부족도 현실화될 위기다. 국내 요소수 제조사들은 차량용 요소수의 주요 원자재인 요소를 중국(약 66%)과 카타르(약 10%) 등에서 수입해 왔다. 하지만 전쟁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요소 수급 차질과 함께 요소수의 시장 가격도 일주일 새 2배 가까이 급등했다. 반도체의 필수 냉매인 헬륨도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피격으로 일주일 새 가격이 50%나 치솟았다. 호르무즈 봉쇄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국내 제조업 생산비가 최대 11.8% 오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JP모건은 이번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전 세계 상반기(1~6월) 글로벌 성장률이 1.2% 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산했다. 고유가·고환율에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수요 침체라는 복합 악재로 산업과 경제 전반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대로 이란의 발전소를 공격해 초토화한다면 공급망 쇼크는 더욱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산업통상부는 어제 나프타 수급 우려와 관련해 “수출 물량을 내수로 돌리는 긴급명령 발동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전략 품목의 비축과 공급망 확보를 위한 비상 대책 마련에 민관이 합심해야 할 때다.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참여는 물론 아세안·인도·유럽·중동·중남미 등 전방위적인 공급망 확대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 4월 에너지 위기 현실화

    4월 에너지 위기 현실화

    플라스틱 가공업체 원료 확보 비상정부, 비상경제체제 전환 방안 검토 중동 사태로 나프타 공급 부족을 겪는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잇따라 가동 중단을 선언하면서 산업계에서 ‘4월 셧다운 위기설’이 확산하고 있다. 석유화학 제품을 공급받는 플라스틱 등 후방 산업까지 공급망 위기가 번지면서 국민 생활에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중동의 에너지 생산 핵심기지가 잇따라 파괴돼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절벽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는 외신 보도도 나온다. 반면 정부는 다음달 중순 비축유 방출 및 대체 원유 확보 등으로 에너지 수급 문제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LG화학은 23일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 가동을 이날부터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나프타 공급이 원활해질 때까지 2공장을 멈추고 1공장만 가동할 예정이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시 나오는 중간 유분으로 석유화학 제품 대부분에 사용돼 ‘석유화학 산업의 쌀’로 불린다. NCC는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기초 원료를 생산하는 설비다. LG화학은 여수산단에 에틸렌 생산량이 각각 연간 120만t, 80만t인 1·2공장을 운영 중이다. 2공장의 연간 매출액은 약 2조 488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1% 수준이다. 최근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한 여천NCC도 이날부터 올레핀 전환 공정 가동을 중단했다. 현재 NCC 가동률이 60~65뉴에 그쳐 우선 작은 공정부터 멈춘다는 설명이다. 롯데케미칼도 생산시설 가동을 멈추는 대정비 일정을 다음달 18일에서 3주 앞당겨 오는 27일 시작한다. 나프타 재고량이 적은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보유한 나프타 재고는 향후 약 2~3주 분량이다. NCC공장 셧다운 여파는 유관 업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우선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등을 공급받는 플라스틱 가공업체들이 원료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PE는 비닐봉지, 종량제 봉투 등을 만드는 재료이고 PP는 컵라면 용기, 화장품 용기 등의 소재다.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의 플라스틱업계 실태 조사 결과 응답 기업 37곳 중 71.1%가 중동 전쟁 이후 석유화학 기업으로부터 ‘합성수지 공급 축소 및 중단 가능성’ 안내를 받았고, 원료 가격 인상을 통보받은 기업은 92.1%이었다. 1톤당 PE 평균 단가는 지난 2월 약 154만원에서 이달에 20만원(13%)가량 올랐다. 플라스틱 생산 차질에 따라 화장품·패션·식품 등 유통업계도 용기와 포장재 가격 인상 움직임에 긴장하고 있다. 에틸렌은 공급 차질은 다양한 플라스틱과 합성고무가 쓰이는 자동차 내외장재, 건축 자재, 가전제품의 수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고, 기업들은 납품단가 인상을 감내해야 한다. 정부도 비상 상황 대응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에서 현재 국정 운영을 비상경제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5차 K 국정설명회’에서 “대통령께 (중동 정세로 인한 경제 상황이 비상하다는) 관련 상황을 보고했고 내일 국무회의를 통해서 대통령께서 아마 판단(한 것)과 그에 기초한 메시지를 국민을 향해 낼 것”이라고 밝혔다. 비상경제체제 전환은 재정경제부 등 관계 부처들이 중동 상황에 관련해 원유 등 에너지 확보, 물가 대책 등 분야별로 상황을 점검하고 김 총리가 이를 총괄하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부는 이날 ‘4월 원유 수급 위기설’ 진화에 나섰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4월 중순에 비축유 방출이 계획돼 있어 원유 수급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석유화학 업계의 ‘셧다운’ 우려에 대해서는 “국내 나프타 공급의 약 55%를 차지하는 정유사와 협의해 수출 물량을 국내로 돌릴 계획”이라면서 “긴급 수급 조정 명령까지 발동하면 가동 중단 위기 시점을 4월 말이나 5월까지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LNG 역시 당장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중동 현지에서는 이번 전쟁이 역대 가장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22일(현지시간) 호주 캔버라 연설에서 “이번 위기는 1970년대 두 번의 오일쇼크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가스 (공급) 충격을 모두 합친 수준”이라며 “이번 전쟁으로 중동 지역 9개국에서 최소 40개 에너지 자산이 심각하게 손상됐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전쟁 개시 직전에 걸프지역에서 출발한 마지막 LNG 운반선들이 열흘이면 모두 목적지에 도착한다고 이날 보도했다. 세계 가스 공급이 벼랑 끝에 섰다는 의미다.
  • 중동발 ‘오일 쇼크’… 가장 먼저 아시아 덮쳤다

    중동발 ‘오일 쇼크’… 가장 먼저 아시아 덮쳤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오일 쇼크’가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지역을 가장 먼저 강타했다. 동남아시아 지역 주유소들이 대거 문을 닫았고, 지난해 5월 동아시아 최초 ‘비핵 국가’를 선포했던 대만은 원자력 발전소를 재가동하기로 했다.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으며 라오스는 전국 주유소의 40%가 문을 닫았다. 학교 수업 일수를 3일로 단축하고, 공무원들의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다. 현지 매체 라오티안 타임스는 전국 2500여개 주유소 가운데 1000개 이상이 폐업하면서 수백 대의 오토바이가 연료를 구하기 위해 장사진을 치고 있다고 22일 전했다. 라오스와 마찬가지로 캄보디아도 주유소의 3분의 1이 영업을 중단했다. 태국 현지 언론 방콕포스트는 3월말 쌀 수확 시기를 맞았지만, 벼 베는 기계와 운반 트럭에 연료가 없어 농가에 타격이 극심하다고 같은 날 보도했다. 주유소에서는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유가 상승으로 인해 필수 소비재 가격도 대폭 올랐다. 아울러 태국에서는 대부분 장례식을 사찰에서 화장으로 치르는데, 경유가 바닥나면서 시신 화장이 중단되고 있다. 멀리 중동전쟁이 시민들의 장례식에까지 영향을 주자 왓 사만 라타나람 사원의 주지는 “50년 평생에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미얀마의 ‘오일 쇼크’ 여파는 더욱 심각해 차량을 격일로 운행하는 2부제를 이달 초부터 단행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원유 부족에 휘발유 가격이 2배나 오르자 연료 배급제를 실시하고 있다. 대만은 ‘핵 없는 조국’ 공약을 폐기하고 신베이시와 핑둥현의 원자력 발전소 두 곳을 재가동하기로 결정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지난해 5월 제3원자력발전소 2호기 폐쇄 이후 ‘핵 없는 조국’ 목표는 이미 달성됐다”면서 새로운 상황에 따른 핵발전 재개 필요성을 밝혔다. 이어 “의무 석유 비축량은 약 90일 분량이며, 현재 비축량은 100일이 넘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도 중동 분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가 급등 초기 가격 통제로 버텼던 각국이 결국 ‘수요 억제’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공급 확대만으로는 이번 충격을 상쇄할 수 없다”며 재택근무와 대중교통 이용 확대 등 수요 억제 조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사설] 통제 불능 중동 난타전… 출구 없는 오일쇼크 대비 단단히

    [사설] 통제 불능 중동 난타전… 출구 없는 오일쇼크 대비 단단히

    미국·이란 전쟁이 에너지 전쟁으로 격화하고 있다. 이란은 18일(현지시간) 액화천연가스(LNG) 세계 공급량의 20%를 담당하는 카타르의 라스라판 가스 시설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이스라엘이 세계 최대 규모인 이란의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을 공격한 것에 대한 보복이다. 이란은 핵심 에너지 기반시설 공격이 반복될 경우 걸프 지역의 에너지 인프라를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경고했다. 에너지 시설 난타전에 국제유가의 벤치마크인 5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중동전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어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중동전쟁의 영향에 대해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이런 불확실성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퍼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어제 전날보다 17.9원 오른 1501.0원(오후 3시 30분 기준)을 기록했다. 주간 거래에서 1500원을 넘기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는 2.73% 떨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경제 전시 상황”이라며 엄중한 자세를 주문했다. 오일쇼크 가능성이 커진 만큼 정부의 움직임도 광범위하고 신속해야겠다. 최근 경제안보 품목으로 지정된 나프타에서 보듯 우리나라는 에너지 생산·정제 과정과 연계된 산업 원자재까지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3개월 이상 되면 제조업 생산비가 11.8%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 정유사 시설은 중동산 원유인 중질유 중심이다. 중동에서 분쟁이 터질 때마다 수입선 다변화가 거론됐지만 여전히 중동 의존도가 높은 까닭이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정유사의 설비 전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중동 원유·가스 생산 과정과 연계된 다른 품목들의 수급 상황도 문제가 터지기 전에 점검해야 할 것이다. 외부 충격에 약한 금융시장의 체질 개선 역시 서둘러야 한다. 다음달부터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시작된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조치도 실행 중이다. 두 지수에서 선진국으로 분류되면 자본 유출입이 줄고 시장 안정성이 향상된다. 차질 없이 추진해 금융·외환시장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중동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고유가와 고환율이 고물가로 이어지는 ‘3고(高)’가 취약계층에 더 큰 고통을 주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을 단속하고 강화하기 바란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과하다 싶을 만큼 치밀하게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 “8000발 퍼붓더니 ‘텅’”…美 탄약 고갈 쇼크, 전쟁판도 뒤집히나 [밀리터리+]

    “8000발 퍼붓더니 ‘텅’”…美 탄약 고갈 쇼크, 전쟁판도 뒤집히나 [밀리터리+]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미군의 정밀유도무기 재고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경고도 잇따른다. 단기간 전과를 거두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전력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군사 전문 매체 밀리터리워치매거진과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등은 미군이 지난 2월 28일 공습 이후 전례 없는 속도로 고가 미사일을 소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방공망이 예상보다 강하게 유지되면서 전쟁 양상도 크게 바뀌었다는 평가다. 이란은 촘촘한 방공망과 함께 드론·미사일을 대량 투입하며 대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군과 이스라엘 공군은 영공 깊숙이 진입하지 못하고 저렴한 자유낙하 폭탄 대신 장거리 정밀유도무기에 의존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MQ-9 리퍼와 헤론 등 고가 무인기 손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수천만 원짜리 드론 막으려 수십억 쏜다”…전쟁 비용 ‘완전히 뒤집혔다’ 외신 분석에 따르면 개전 초기 10일 동안 미군은 6000개 이상의 목표를 타격했으며 대부분을 원거리 미사일로 공격했다. 동시에 이란의 반격을 막기 위해 2000발 이상의 요격 미사일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비용이다. 이란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드론과 단거리 미사일을 대량으로 투입하는 반면, 미국과 동맹국은 패트리엇, 사드(THAAD), 이지스 체계의 고가 요격 미사일로 대응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수천만 원짜리 드론을 막기 위해 수십억 원짜리 미사일을 쓰는 전쟁’이라는 평가로 이어진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러한 비용 비대칭이 장기전에서 치명적이라고 지적한다. 공격보다 방어 비용이 훨씬 큰 구조가 지속될 경우, 결국 먼저 재고가 바닥나는 쪽이 전략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란은 극초음속 활공체(HGV) 등 고속 무기를 활용한 타격 능력을 과시하며 방공망 부담을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 ◆ “중국·북한 대비 탄약까지 쓴다”…美 ‘전력 공백’ 현실화 경고 더 큰 문제는 전략적 여파다. 톰 카라코 CSIS 연구원은 “현재 사용되는 정밀탄약은 원래 중국과 북한을 대비해 축적된 것”이라며 “중동에서의 대량 소모는 서태평양 전력 태세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군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전술미사일, 그리고 이지스·사드·패트리엇 요격탄까지 광범위하게 소모하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현재와 같은 속도가 이어질 경우 특정 탄의 종류는 수개월 내 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동시에 미 국방부는 F-47 차세대 전투기, B-21 스텔스 폭격기, F-35 블록4 업그레이드 등 대규모 현대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노후화된 E-3 조기경보통제기, KC-135 공중급유기, F-15C/D 전투기 교체까지 시급한 상황이다. 결국 막대한 탄약 소모는 ‘재고 보충’과 ‘전력 현대화’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외신들은 “전쟁은 이미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산업·재정 능력을 시험하는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중동 전쟁은 고가 정밀무기 중심의 기존 전쟁 방식이 저가·대량 무기 체계에 의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단기간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더라도, 탄약 고갈과 비용 부담이 누적될 경우 진짜 위험은 전쟁 이후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 [사설] 오일쇼크… 에너지 대체 공급선 발굴 등 중장기 대책 짜야

    [사설] 오일쇼크… 에너지 대체 공급선 발굴 등 중장기 대책 짜야

    국제 유가가 9일(현지시간) 배럴당 80달러대로 내려왔지만 전국 평균 유가는 여전히 리터당 1900원대다. 인상폭이 컸던 서울의 평균 휘발유·경유값만 어제 미미하게 떨어졌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던 국제 유가를 끌어내린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과 G7(주요 7개국) 재무장관의 공동성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마무리 수순”이라고 했다. G7 재무장관들은 화상회의를 열고 “비축유 방출 등을 포함한 필요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각국에 석유 비축량을 조율해 방출할 것을 촉구했다. 정부는 이번 주 중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할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 열린 국무회의에서 “유류비의 가파른 상승으로 화물 운송, 택배 배달, 하우스 농가처럼 실생활과 직결된 분야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신속 집행을 주문했다. 최고가격제는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정부의 첫 직접 개입이다. 국제 시세에 일정 마진을 더해 정유사의 공급가 상한선을 정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전국 주유소의 운영 형태가 직영·자영·알뜰주유소 등으로 다양하고 임대료나 물류비 차이가 커 주유소 가격 통제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국내 보관 중인 해외 정유사 원유 686만 배럴의 우선 매수도 검토하기로 했다. 당정의 신속한 움직임은 다행스러우나 이는 단기 해결책에 그친다. 최고가격제는 인위적 가격 통제로 공급 축소, 사업자 피해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최고가격제를 2주 주기로 설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유가·환율이 급등하면 정유사의 손실이 커지며 관련법에 따라 재정으로 보전해야 한다. 한국가스연맹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석유 소비량은 세계 4위다. 한국은 필요한 원유 대부분을 중동에서 들여온다. 이참에 에너지 대체 공급선 발굴과 수요 감축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대체 공급선 마련을 위한 해상 운임, 보험료 지원 등을 통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도록 지원해야겠다. 이 대통령은 어제 “조기 추경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고유가로 이달 물가부터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 물가가 오르면 살아나던 내수가 다시 주저앉을 수 있다. 이 대통령 언급대로 일률적 유류세 부담 완화는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취약계층 대상 유류세 추가 인하, 에너지 바우처 지급 등으로 재정을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오일쇼크의 최전선에 있는 석유화학·항공·해운 업종들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바란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