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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려난 이스라엘 소녀 친구들과 재회, 화상 마스크 쓴 우크라 소년의 춤

    풀려난 이스라엘 소녀 친구들과 재회, 화상 마스크 쓴 우크라 소년의 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이스라엘의 다섯 살 소녀와 온몸의 절반 가까이 화상을 입었던 우크라이나의 여덟 살 소년이 최근 각각 유치원과 학교에 돌아와 화제가 되고 있다. 이스라엘 소녀는 지난 10월 7일(현지시간) 하마스에 납치됐다 일시 휴전 첫날인 지난달 24일 풀려난 아멜리아 알로니로 다니던 유치원 마당에 들어서 친구들의 격한 환영을 받았다고 영국 BBC 방송이 5일 보도했다. 아멜리아는 키부츠(집단농장) 니르 오즈에 가족을 보러 갔다가 엄마 다니엘과 함께 인질로 잡혀 억류 생활을 했다. 이스라엘 교육부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교실 밖까지 나온 아이들은 아멜리아를 껴안고, 또 껴안았다. 환한 웃음으로 돌아온 친구를 반기기도 했지만, 사라졌던 친구를 걱정했던 시간이 떠오르는 듯 “보고 싶었어. 널 TV에서 봤어”라며 안도하는 표정으로 돌아온 아멜리아를 꼭 끌어안기도 했다.우크라이나 소년은 지난해 7월 러시아군의 공습에 목숨을 잃을 뻔한 로만 올렉시우. 아빠가 중부 빈니차의 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예정이어서 엄마와 함께 기다리다 러시아의 크루즈 미사일에 팔이 부러지고 머리에 파편이 박히며, 전신의 45%에 화상을 입었다. 어머니는 다른 시민 27명과 함께 세상을 등졌다. 로만은 독일 드레스덴의 화상 전문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곳에서 1년 동안 30회가 넘는 수술대에 올랐다. 물론 앞으로도 꾸준히 외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최근 르비우로 돌아온 로만은 아버지의 도움으로 서서히 일상에 적응하고 있다. 학교도 다시 다닌다. 화상 상처를 보호하기 위해 머리와 얼굴, 손까지 파란색 압박붕대를 두르고 등교한 로만은 적극적으로 수업과 비교과 활동에 참가하고 있다. 로만은 4일 학교 수업에 손을 번쩍 드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지난 2일에는 학교 근처 대강당에서 열린 볼룸댄스 경연 대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단정한 흰 셔츠에 까만 나비넥타이를 맨 로만은 파트너 소녀와 함께 탱고와 사교춤의 일종인 찰스턴을 선보였다. 참가 인증서와 메달을 받으러 앞으로 나갈 때는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로만은 손풍금의 일종인 바얀까지 연주해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아직 언론과 대화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며 “우리는 다시 춤과 바얀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3학년이고 우리는 더 나아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만은 앞으로도 모발 이식, 귀 교정 등 몇 년 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아버지는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면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고 담담히 말하며 “(로만은) 환상적인 소년이다. 문제는 그가 어떤 일을 겪었느냐가 아닌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로만이) 지금과 같은 힘을 가지고 계속 성장하고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길 바란다”고 앞날을 응원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발발 이후 어린이가 1만 9546명이 러시아로 끌려갔고, 이 중 400명이 돌아온 것으로 집계된다. 로이터는 러시아로 끌려갔던 우크라이나 어린이 6명이 돌아온다고 전했다. 카타르의 중재를 통한 두 번째 석방으로, 앞서 러시아에 붙잡혀 있던 4명의 어린이가 지난 10월에 돌아온 일이 있다. 소식통은 어린이 인질 반환 협상이 지난 4월부터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로이터는 이번 어린이 석방이 러시아의 점령 당시 끌려간 어린이들과는 다른 경우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일시 휴전 기간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 중 어린이·여성·외국인 등 105명이 풀려났다. 전쟁으로 인해 어린이들이 입는 피해는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전쟁과 분쟁을 겪는 24개국에서 사망한 어린이가 2985명으로 집계됐는데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따른 어린이 사망자가 우크라이나전의 2배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은 이제 두 달 밖에 안 됐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1년 9개월을 끌고 있다.
  • 고은정 등 국내 정상급 성우들 ‘명동1950’ 국내 최초 낭독공연 선보인다.

    고은정 등 국내 정상급 성우들 ‘명동1950’ 국내 최초 낭독공연 선보인다.

      고은정(86) 씨를 필두로 유강진(80), 김종성(79), 배한성(76), 이정구(70), 이규화(67), 박기량(64) 등 1세대 성우들을 비롯해 문관일(60), 정미숙(60), 서혜정(60), 최덕희(56), 안지환(53), 최지환(53) 등 정상급 성우에서 20대 성우 지망생까지 성우 26명이 공연무대에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가 2월16일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홀에서 가진 서울 문화예술 회복탄력성 키움 지원사업인 낭독 드라마 ‘명동 1950’ 녹화 현장에서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는 장소팔 만담가의 아들 장광팔(장광혁)을 비롯해 연극배우, 연주자, 가수 등 다양한 예술인들도 총출동했다. 이번 공연은 전쟁이 끝난 1950년대 서울 명동에서 활약한 이봉구(소설가), 김수영(시인), 박인환(시인), 이중섭(화가), 전혜린(작가), 이해랑(연극인), 오상순(시인), 변영로(시인), 나애심(가수), 김관식(시인), 천상병(시인), 정비석(소설가), 고은(시인) 등 문화예술인들의 이야기다.공연형식은 오케스트라처럼 지휘자 석에는 내레이터가, 연주자 석에는 성우들이 대본을 들고 있다가 라디오드라마처럼 대본을 든 상태에서 스탠드 마이크 앞에서 각 신을 연기하는 국내 처음의 낭독공연이다. 호리존트는 대형 LED 전광판을 통해 자료와 인터뷰가 삽입됐고, 곳곳에 들어가는 브리지 음악이나 배경 음악 등도 언플러그드 밴드에 첼로, 바이올린, 손풍금 등으로 구성된 8인조 악단이 현장에서 연주했다. 이번 공연의 총연출 감독을 맡은 조수연 작가는 “코로나로 활동이 위축된 예술인들에게 한국전쟁 직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서울 명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창작활동을 통해 예술혼을 지켜온 선배 예술인들의 정신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보지 않아도 상상이 가능했던 라디오드라마의 성우들을 무대에 올려 ‘보여주는 라디오 공연’을 처음 시도했다”고 밝혔다. MBC 라디오 ‘격동 50년’을 진행했던 성우 김종성 씨는 “(코로나로) 모든 것이 침체되어 있는 가운데 새로운 기획에 참여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공연은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한 가운데 비대면 영상 녹화를 진행했으며, 동영상은 2월 28일 한국예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 성우들의 낭독공연 ‘명동 1950’ 연출한 조수연 감독을 만나다

    성우들의 낭독공연 ‘명동 1950’ 연출한 조수연 감독을 만나다

    “감탄하면서 봤거든요. 내가 성우 되기 잘했다, 이런 생각이 오늘 들었습니다.” “모든 일이 침체돼 있는 가운데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도 좋았고, 이 새로운 기획에 내가 참여했다는 게 굉장히 좋았어요.” “다시는 이런 자리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좋았습니다.” 지난 2월16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소극장 인사아트홀에서 다큐멘터리드라마 ‘명동 1950’ 녹화 직후 성우들이 남긴 소감이다. 이번 공연은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가 코로나로 위축된 예술인들을 위해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것이다. 비대면 영상 녹화한 이번 공연은 2월28일 유튜브에 공개된다. 녹화에 참석한 성우들이 하나같이 기라성 같다. 성우계의 살아 있는 전설 고은정(86), 유강진(80), 김종성(79), 배한성(77) 씨가 보인다. 하나같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레전드들이다. 이정구, 이규화, 박기량, 서혜정, 정미숙, 문관일, 최덕희, 안지환, 최지한, 이용신, 이선 등도 함께했다. 모두가 오래전에 정상급 반열에 올라선 성우들이다. 이들이 한 작품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작품은 방송작가이자 문화콘텐츠 전략가 조수연(57세) 씨가 극본을 쓰고 감독을 맡았다. 조 감독은 청년기 10여 년간 대전에서 연극배우를 거쳤고, 서울로 올라와 25년 이상을 방송작가로 활동했다. 이러한 그의 이력이 내로라하는 성우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으는 데 큰 힘이 됐다. 촬영이 끝난 뒤 조수연 감독을 만났다. Q. ‘명동 1950’은 어떤 내용인가? 1950년대 전쟁 직후부터 5·16 때까지 명동을 중심으로, 또는 명동과 인연이 깊은 문화예술계 사람들의 삶과 예술을 에피소드 중심으로 진행하는 다큐멘터리드라마다. 시인 박인환과 김수영, 소설가 공초 오상순, 천재 작가이자 번역가 전혜린, 소설가이자 기자인 이봉구 등이 출연한다. Q. 사실 명동 관련 콘텐츠는 최근 뮤지컬도 만들어졌고, 오래전에 EBS에서 ‘명동백작’을 통해서 소개됐다. 곳곳에서 시 낭독회 등도 있었다. ‘명동 1950’은 그런 것들과 어떤 차별점이 있나? ‘추억팔이’일 뿐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기존의 명동 관련 콘텐츠와 비슷하게 안 하려고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같은 에피소드를 다루더라도 ‘다르게! 다르게!’가 부담이었다. 가장 큰 차별점이라면, 다른 ‘명동 관련 콘텐츠’들이 지난날 인물들의 삶을 담담하게 또는 즐겁게 분석하고 공연했다면 나는 한 가지를 공격적으로 삽입했다. 바로 ‘친일파’ 문제다. 명동 관련 콘텐츠 어디서도 친일파 얘기를 안 한다. 내가 친일파 쳐부수자는 충실한 민족주의자라서가 아니다. 골수 친일파의 딸인 전혜린, 본인이 친일파인 서정주 등의 이야기를 거론했다. 이유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엄연히 거론되거나 등장하는 당대의 인물이고, 친일 문제가 강력한 그의 상징인데도 그걸 비켜 가는 게 쉽지 않았다. 이 작품 자체의 방향이 그런 이야기 하자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터치 정도 하는 식이지만 과감하게 그 내용을 포함시켰다. Q.‘명동1950’의 진행방식을 설명해 달라. 성우들이 대본을 들고 오케스트라처럼 자리를 잡고, 지휘자 석에는 내레이터가 배치된다. 라디오드라마처럼 대본을 든 상태에서 스탠드 마이크 앞에서 각 신을 연기한다. 호리존트는 대형 LED 전광판을 통해 자료와 인터뷰가 삽입된다. 필요에 따라 성우 주변에 배치된 악단과 뮤지컬, 연극배우들이 각자의 역할을 맡는다. 곳곳에 들어가는 브리지 음악이나 배경 음악 등도 언플러그드 밴드에 첼로, 바이올린, 손풍금 등으로 구성된 8인조 악단이 현장에서 연주된다. 라디오 다큐멘터리드라마를 비주얼하게 제작했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Q.매우 특이한 작품이다.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 청년기 10여 년간 연극배우를 하면서 무대의 속성을 체득했다. 이후 KBS를 중심으로 한 방송작가 활동을 하면서 라디오드라마, 시사 콩트, TV&라디오 다큐멘터리, 라디오 예능 프로그램을 거치면서 다양한 구성 방식과 기술을 경험했다. 이러한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사실 방송만 알거나 무대만 아는 사람은 발상하기 어려운 형식이다. 5년 전쯤에 이 기획을 혼자서 시작했고, 몇몇 방송사에 파일럿 제작을 제안했다. 하지만 당시엔 ‘이게 뭐냐’는 반응만 나와서 헛물만 켰다. 이번에 한국예총이 코로나로 지쳐 있는 국민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참신한 기획이 필요하고 해 기획안을 제출했는데 좋은 평가를 받아 공연이 성사됐다. 감사한 일이다. Q.성우들이 대본을 들고 연기했다. 대본 없이 연극배우가 연기하면 현장의 관객이나 영상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더 큰 몰입감을 줄 수 있을 텐데? 상당 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내가 이 작품에서 중점을 두고 싶었던 건 ‘성우’다. 시작부터 끝까지 본질은 ‘성우’다. 그들의 본능은 정확한 대사를 통한 감성의 전달이다. 성우도 엄연히 예술가이며 엔터테이너 아닌가. 그럼에도 대중은 그들을 ‘뒤’에 있는 존재로 인식한다. 라디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눈물겹거나 치열하지 않으면서도 담담하게 낭독하는 시 낭송이나 음원에서조차도. 이렇듯 성우의 삶은 대부분 전면이 아닌 후면인 것이 사실이다. 안지환이나 이용신 같은 경우는 반쯤 연예인이지만 말이다. 사실 성우들은 좀 더 역동적으로 대중에게 소비될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노력도 하는데 기회가 없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 방송은 하면서 시각 장애인을 위한 성우 더빙 방송은 왜 안 하는가? 성우는 최초의 연기자였으며, 최고의 연기자이기도 하다. 대사 암기 능력이 없어서 대본 들고 연기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 연기자인지 이 공연에서 드러날 것이다. 눈을 감고 TV드라마를 감상해보면 대사 제대로 하는 연기자 많지 않다. 이 공연은 오로지 ‘성우’를 위한 콘텐츠다. Q. 성우도 아니면서 성우업계를 대변하는 것 같다. 고등학교 3학년 무렵 연극배우 겸 연출가 권영국에 홀려 연극배우를 하게 됐지만 어린 시절 내 꿈은 성우였다. 아버지가 라디오를 좋아해서 우리 집에서는 24시간 라디오가 켜져 있었다. 아침에 눈 뜰 무렵에는 신원균의 낭독극, 김영식과 문오장 선생의 ‘오사카 고슴도치’를 들었고, 점심때는 임영웅 연출의 ‘김삿갓 방랑기’를, 학교 다녀와서 ‘마루치 아라치’를 들었다. 저녁에는 박정자의 ‘지금 평양에서는’, 김세한·성선녀·이경자의 소설극장, 송두석·최응찬·유만준·조동희의 ‘형사’를, 심야에는 유기현의 ‘전설 따라 삼천리’를 들으면서 자랐다. 성장해 KBS 대본 공모에 당선됐을 때 당시 이제원 PD가 작가로서 캐스팅하고 싶은 성우가 누구냐고 물었다. 그 말이 그렇게 고마웠다. 그래서 추천한 성우가 유만준, 김영식, 이관호, 김병관 등이었다. 그 이유도 내가 라디오에서만 듣던 분들이어서였다. 꼭 보고 싶었던 성우 신원균(KBS 효과팀 신현파 씨의 부친) 선생은 이미 돌아가셔서 안타까웠다. 끝내 성우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라디오드라마 공모에 당선하면서 그들에게 가까이 갈 수 있었다. 그래도 아쉬워 성우학원을 운명하고 있다. Q. 성우만의 콘텐츠라지만 밴드, 영상, 연극배우 등 주변 장르들도 함께 하지 않았나? 이 작품은 본질적으로 성우 예술을 지향한다. 그렇다고 연극과 영화를 한 무대에서 교차시켜 진행하는 키노드라마라는 기존 개념과 비슷한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다큐멘터리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과거 영상을 쓰고, 현장 인터뷰도 진행했다. 예컨대 1950년대 명동을 경험한 이근배 시인, 화가 이중섭 주변을 깊이 있게 취재한 주간조선 황현순 기자는 무대에서 직접 인터뷰를 진행했다. Q.작품 가운데 재미난 부분이 있으면 소개해달라. 그 시절 명동서 인기 있는 은성주점은 탤런트 최불암 선생의 어머니 이명숙 여사가 운영했다. 그 역할을 고은정 선생이 맡으셨다. 어느 날 새벽 허리를 펴려고 누웠는데 문득 고은정 선생이 데뷔했던 당시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찾아보니 1958년에 ‘산건너 물건너’라는 라디오드라마가 최고 인기였고, 주인공을 고은정 선생이 맡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대본을 수정했다. 고은정 선생이 맡은 역할인 은성주점 이명숙 여사가 “고은정이는 대사를 야물딱지게 잘해서 좋다. 라디오드라마 들어야 하니까 오늘은 일찍 문 닫는다“는 대사를 ‘성우 고은정’이 하게끔 하자! 그 새벽에 혼자서 내 이마를 쳤다. Q.이번 기획에 대한 개인적인 의미, 앞으로의 방향은? 스토리텔링에 대한 말은 많이 하지만, 그런 영역에서 가장 적합한 장르는 다큐멘터리다. 거기에 드라마적 요소가 결합되면 더 흥미진진할 것이다. 실제로 그런 방식으로 된 다큐드라마의 역사는 길다. 그런 전개 방식이 무대에서 진행된다면 또 다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TV 드라마처럼 디테일한 촬영과 편집이 수반되면 더 색다른 차원의 콘텐츠가 될 것이다. 또 그것을 관객을 앞에 놓고 진행한다면 더 큰 감흥과 강한 메시지 전달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형식에 어느 지역이든 그 지역의 역사 인물, 현장, 현재 당면한 사회적 문제 등을 담는다면 강력한 스토리텔링 장르가 될 것이다. 그와 관련된 콘텐츠 제작을 몇몇 지자체와 논의 중이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비 오는 날/이동순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비 오는 날/이동순

    비 오는 날/이동순 비 오는 날 이층 창문에서 손풍금 소리가 들린다 악사는 늙었고 구부정한 어깨에 걸린 악기도 낡았다 비는 악사의 추억 속으로 소리 없이 내린다 눈을 지그시 감고 회상에 잠겨 있는 악사의 가슴에서 그의 지치고 고단했던 과거 시간이 모두 걸어 나와 악기 속으로 황급히 빨려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흘러간 날 가수 백련설의 전속 반주를 맡고 북만주 치치하얼까지 가서 그곳 동포를 울렸다는 늙은 악사가 켜는 손풍금 비는 오는데 그의 구슬픈 반주에 맞춰 ‘나그네 설움’을 부르고 ‘번지 없는 주막’까지 기어이 찾아서 간다 두 벽이 창문인 적산가옥의 3층에서 7년을 살았다. 1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사이 나무 계단에서 삐걱대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좋아 3층에서 다시 1층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창밖으로 사철 무등산이 보였다. 시위대의 함성과 페퍼포그 터지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가난한 화가 다섯과 시인 한 명이 적산가옥에 모여 살았다. 모든 날이 좋았지만 비 오는 날이 제일 좋았다. 시인 소설가 화가 문화부 기자들이 모여들어 막걸리를 마시고 노래를 불렀다. 비 오는 날은 옛 생각이 난다. 마음 안의 들판이 촉촉해지고 바라보는 모든 곳에서 손풍금 소리가 난다. 곽재구 시인
  • “내 운명을 바꿔 놓은 피아졸라, 한 곡 한 곡 영혼 갈아 넣었죠”

    “내 운명을 바꿔 놓은 피아졸라, 한 곡 한 곡 영혼 갈아 넣었죠”

    소리만으로 시공간을 이동하는 느낌을 주는 악기들이 있다. 손풍금으로 불리는 ‘반도네온’도 그중 하나다. 19세기 독일에서 교회음악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르헨티나로 건너와 탱고를 대표하는 악기로 자리매김했고, 아스토르 피아졸라 등 거장들의 손을 거쳐 지구 반대편 대중의 마음도 파고들었다.피아졸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공연들이 속속 열리는 요즘 반도네오니스트 겸 작곡가 고상지가 그의 곡들을 재해석한 앨범을 지난달 30일 발매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피아졸라를 “운명을 바꿔 놓은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만약 피아졸라가 더 일찍 태어나 연주나 영상이 남아 있지 않았다면, 그의 신들린 몰입과 엄청난 카리스마를 접하지 않았다면 음악을 안 했을 수도 있어요.” 공학도의 길을 포기하고 16년째 손꼽히는 반도네오니스트로 활동하게 된 건 우연히 피아졸라를 알게 되면서다. 어릴 적 즐겨 하던 게임 ‘드래곤 퀘스트’ 속 배경음악의 코드 진행이 그의 곡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됐고, 반도네온을 배우기 위해 일본과 아르헨티나 유학길에 올랐다. 최근 TV에서 이 악기를 자주 보게 된 데는 그의 역할이 작지 않다. “음악의 사회적인 확산보다는 음악 자체에 집중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지만 정재형, 김동률, 윤상 등 뮤지션과의 꾸준한 작업과 자신의 앨범을 통해 대중화에 기여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3년 만에 나온 정규앨범인 4집 ‘엘 그란 아스토르 피아졸라’ (EL GRAN ASTOR PIAZZOLLA)는 반도네온의 색깔을 더 다채롭게 펼친다. 첼로 파트를 반도네온으로 바꾼 ‘르 그랑 탱고’(Le Grand Tango), 밝고 부드러운 ‘데카리시모’(Decarissimo), 록의 느낌을 가미한 ‘피어’(Fear), 피아졸라의 ‘악마 모음곡’ 중 하나인 ‘바자모스 알 디아블로’(Vayamos Al Diablo) 등 9곡 모두 다른 느낌이다. 편곡도 바이올린 등 각 악기의 개성을 살렸다. 자작곡을 포함한 이전 음반이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라이브처럼 숨 쉬듯, 공연하듯 그때의 기분을 충실하게 반영했다. 제작에만 2년이 걸렸을 만큼 한 곡 한 곡 영혼과 뼈를 갈아 넣었다는 그는 “같이 작업한 사람들을 너무 괴롭힌 것 같다”고 돌이켰다. 하지만 반응을 보면 뿌듯하다. “여기는 아르헨티나 서구 둔산동”, “누나 나 죽어” 같은 짧지만 강한 댓글은 물론 탱고의 고향 아르헨티나에서도 ‘데카리시모’ 등 뮤직비디오가 공유되고 있다. 특히 본고장에서 이렇게까지 좋아해 준 건 처음이라 기쁨이 더 컸다. 다음 작업들 역시 대중음악과 클래식을 넘나든다. 우선 피아졸라가 영향을 많이 받은 바흐를 주제로 ‘바흐, 피아졸라를 만나다’ 공연을 할 예정이다. 2011년 MBC 무한도전에서 선보였던 ‘순정마초’ 등 가요를 편곡한 앨범, 피아니스트 조영훈과의 협업 앨범도 준비 중이다. 고상지는 “소품집부터 ‘중품집’까지 공들인 앨범들이 나올 예정이니 기대해 달라”며 활짝 웃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골프 특집] 기술력·장인정신 한번에 담았다

    [골프 특집] 기술력·장인정신 한번에 담았다

    글로브라이드(구 다이와)사의 럭셔리 브랜드 GIII가 2021년형 드라이버 ‘시그니처(SIGNATURE) V’를 새롭게 내놓았다.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해 온 최고의 기술력에다 일본의 전통미, 신뢰의 다이와 브랜드로 일본산 제품의 퀄리티를 추구했다. GIII 시그니처 V는 헤드스피드 향상 기술과 리펄션(반발) 기술, 경량화 기술 등의 3가지 테크놀로지가 결합돼 드라이버의 반발력 규정을 초월한 극한의 비거리 성능을 실현했다. 전작 대비 4g 경량화된 GIII 시그니처 V 드라이버는 풍선 모양의 크라운이 공기 저항을 억제하고 ‘백 본 스피드’ 샤프트로 스파인을 힐 방향인 후면에 집중시켰다. 휘어짐과 뒤틀림이 억제되면서 샤프트의 탄성을 컨트롤할 수 있게 돼 헤드스피드를 향상시키고 임팩트 때 에너지의 전달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볼의 초속과 방향성이 향상되면서 극한의 비거리를 경험할 수 있다. 특히 헤드 전체는 솔부터 크라운 둘레를 가로지르는 기다란 한 겹의 홈으로 이뤄진 ‘올어라운드 파워 트렌치’를 적용했다. 다이와가 특허를 낸 고유의 기술력인 파워 트렌치는 마치 손풍금의 주름처럼 임팩트 순간 에너지를 수축했다가 급격하게 복원하면서 만들어진 폭발력으로 고반발 영역을 더욱 확대시켰다. 여기에다 뛰어난 반발 성능을 자랑하는 GIII 오리지널 고반발 소재의 ‘GIII 네오티탄 페이스’는 페이스 뒷면에 5개의 서클이 탑재된 구조를 채용함으로써 반발계수 0.875를 실현했다. 가격은 남성, 여성용 모두 295만원이다. (02)531-1937.
  • [세종로의 아침] 하비샴의 왈츠/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하비샴의 왈츠/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황해도 평산군 서봉면 어사천리 511번지. 인터넷에 물었더니 신통하게도 북한 황해도의 행정구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중학교 1학년 때였던가, 아버지와 함께 지금은 서울 구기동으로 옮긴 당시 이북5도청 자료실에 들러 지도를 뒤적거리던 기억이 삼삼하다. 멸악산맥을 머리에 이고 있는 남천읍, 살기 넉넉했을 법한 그 마을을 가로지르는 경의선 평산역 부근에 부모님 집이 있다고 했다. 그곳은 우리 5남매의 ‘원적’(原籍)이기도 하다. 지금은 폐지된 호주제와 호적법에 따라 표시된, 본적을 바꾼 이들의 변경 전 ‘원래 주소’다. 대부분의 실향민, 이북의 고향을 등진 이들이 자식들에게까지 그들의 뿌리를 문서로 표시해 대물림했던 유산 아닌 유산이었다. 아버지는 늘 “네가 크면 틀림없이 평산 땅에 갈 기회가 생길 테니, 그때 이 주소를 찾아가 할아버지와 막내 고모님을 찾아라. 그러려면 주소를 언제든지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29년 만의 평양 원정 남북 축구에 “혹시나…” 하고 솔깃해진 건 아버지의 예언을 확인해 보고 싶은 사심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2004년 당시 열풍과도 같았던 ‘금강산 관광 러시’에 휩쓸려 딱 한 차례 여름 봉래산에 올라 봤고, 일 때문에 조·중·러 접경 지역을 돌아보다 두만강에 발을 담근 적은 있지만 평양과 개성 사이 아버지의 땅에 가까이 가본 적은 없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서로 꽁꽁 걸어 잠근 남과 북을 그나마 쉽사리 넘나들었던 건 축구밖에 없었던 듯하다. 일제강점기였던 1929년 10월 8일 서울 원서동 휘문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경성축구단과 평양축구단의 친선경기, 이른바 ‘경평축구’가 시작이었다. 남북의 화해 무드가 돌아올 때마다 1946년 동대문운동장에서 마지막으로 치러진 경평축구의 부활이 거론됐지만 번번이 없던 일이 됐다. 성인 대표팀의 경우 1978년 방콕아시안게임 결승전부터 지난 15일 평양 원정까지 17차례 맞붙어 7승9무1패로 남측이 앞선다. 경평축구만큼이나 치열했던 듯 유난히 무승부가 많다. 딱 한 번 패한 경우는 1990년 평양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다. 아무도 찾아와 보지 않고 소식조차 전할 수 없었던 ‘이상한 축구 경기’ 때문에 ‘평양 설욕’을 다짐했던 대표팀의 기대는 그래서 더욱 민망했다. 역대 월드컵 예선에서 만난 북한 축구는 그때마다 덮친 남북의 냉기류 때문에 어깃장을 놨다. 2008년 남아공월드컵 3차 예선과 최종 예선이 당초 평양에서 중립국인 중국 상하이로 경기장을 옮긴 것도 평양에서의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라는 그네들의 불편함 때문이었다. 늘 그런 패턴이 반복됐는데도 이번엔 우리가 너무 방심했던 듯하다. 문득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의 소설 ‘위대한 유산’의 여주인공이 떠오른다. 결혼식날 아침 버림받은 뒤 빛바랜 웨딩드레스도 벗지 못한 채 집 안의 모든 것들을 결혼식 당일에 멈추어 놓고 살아가야 했던 미스 해비셤의 경우와 흡사했다면 지나친 비유일까. 정치권까지 들썩거리게 했던 ‘평양 축구 논쟁’이 겨우 사그라지는 지금 가수 박정현의 ‘하비샴의 왈츠’를 듣는다. 노랫말은 섬뜩한데 손풍금 간주 소리는 처연하기만 하다. cbk91065@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국제대회 우승해도 정부는 냉담합니다… 청중 호응은 뜨겁죠”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국제대회 우승해도 정부는 냉담합니다… 청중 호응은 뜨겁죠”

    김지연 지휘자, 아코디언 오케스트라 현실 말하다“국제대회 우승 이후 많이 바빠졌느냐고요? 아코디언에 대한 중앙 정부나 지자체의 인식이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요. 오히려 우리 공연을 한번이라도 봤던 시민들의 인식이 확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이런 분들의 성원 때문에 누적된 적자로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러시아에서 열린 ‘국제 아코디언 콩쿠르’에서 오케스트라 부문에서 1위로 입상한 김지연 상임 지휘자의 말이 다소 뜻밖입니다. 그가 이끌던 ‘김지연 아코디언 팝스 오케스트라’는 국제대회 우승 이후 연주 일정이 빡빡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국내에서 유일한 아코디언 오케스트라 연습실로 찾아 갔습니다. 연습실에 들어서자 김지연 지휘자가 커피를 내리려 물을 끓였습니다. 그 동안 기자는 실내를 한 번 둘러 보았습니다. 보면대와 의자가 한쪽 구석에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아코디언이 들어 있는 작은 가방들도 나란히 있었습니다. 한쪽 벽에는 그동안 했던 공연포스터들이 빽빽하게 붙어 있었습니다. 단원 30명이 한꺼번에 앉아 연습하기에는 턱없이 좁아 보였습니다. 연습실에서 아코디언 오케스트라의 현실을 살짝 엿본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장 어려운 점?... 단원 수급이죠국내 대학에는 아코디언 전공 없어아코디언 만의 오케스트라 구성돼”김 지휘자에게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일까요? 이를 첫 질문으로 물어봤더니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단원 수급이 가장 힘듭니다. 단원이 개인 사정으로 쉰다든지 외국에 나가면 갑자기 공백이 생깁니다. 그러면 30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인데 빈자리를 채울 단원을 어디에서 데려올 수가 없습니다. 여기 단원 대다수는 제가 아코디언을 가르쳐 키운 사람들이거든요. 국내 대학에서 아코디언 전공이라도 있으면 조금 활성화됐을 텐데요.” 김 지휘자의 목소리는 담담합니다. 오케스트라를 생각하면 피아노·바이올린·오보에 등 여러 관악기와 현악기가 어우러진 합주가 연상됩니다. 그런데 아코디언 하나의 악기만으로 제대로 된 오케스트라가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런 궁금증에 대해 김 지휘자는 “아코디언은 바이올린·바순·클라리넷·색소폰 등 여러 종류의 악기 소리를 낼 수 있기에 오케스트라 연주가 가능합니다”고 설명합니다. “아코디언 한 악기에서 여러 악기 소리뿐만 아니라 저음·중음·고음·중저음 소리까지 낼 수 있어요. 그것도 전기를 사용한 합성 소리가 아니라 풍부하고 애절한 자연의 소리를 냅니다.” 이 오케스트라 실력이야 음악 선진국 유럽에서 최우수상을 줬으니 입증이 된 셈입니다. 김 지휘자는 아코디언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저는 해마다 어머님 기일에는 산소에 가서 추모 예배를 드립니다. 그때마다 제가 아코디언을 매고 가서 연주해 드립니다. 10년째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제가 피아노 전공자라면 어떻게 들고 갈 수 있었겠어요? 아코디언이니까 아무 곳이나 들고 가 연주할 수 있고, 바이올린이나 색소폰과는 달리 반주도 되거든요.” “아코디언 매력은 아무 곳이나 연주 가능‘허그’ 연주...연주자 가슴의 울림이 소리로양손 따로따로 사용... 치매 예방에 도움”그렇지만 아코디언의 진짜 매력은 다른 데 있다고 합니다. “아코디언은 인간의 몸에 가장 가까이에서 연주하는 악기입니다. 가슴으로 안고 하는 악기잖아요. 보통 ‘허그’라고 하는데, 사랑이나 관심이 없으면 허그할 수 없잖아요. 연주자의 가슴에서 나는 울림이 아코디언 소리로 표현됩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은 있었으나 젊은 시절 사정상 하지 못했던 이들이 퇴직 이후 많이 배우러 온다고 살짝 귀띔합니다. 노후를 대비해서 좋은 악기라고 자랑합니다. 아코디언은 왼손과 오른손을 전혀 다르게 사용하는 악기이다 보니 치매 예방에도 좋다고 추켜세웁니다. “한번은 한 노신사가 아코디언을 배우겠다고 찾아왔습니다. 연세를 여쭈니 94세라고 하더라고요. 깜짝 놀라 ‘왜, 배우시려 하느냐’고 하니 이분이 ‘미국 의학지를 보는데 아코디언이 치매 예방에 좋다고 해서 왔다’고 하였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조세분야에서는 굉장히 유명하신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도도 모르는, 악보를 전혀 읽을 줄 모르는 분들도 와서 배운다고 합니다. 그러나 김 지휘자는 “아코디언은 절대로 쉽게 배울 수 있는 악기는 아닙니다”고 단언합니다. 아코디언은 옛날 할아버지들이 시골 장터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시절엔 “손풍금”이라고 하였지요. 고단한 삶은 지친 동네 어르신들이 딴청을 피우시는 듯 하면서도 애절한 아코디언 멜로디에 귀 기울이셨죠. 그리곤 유흥가 뒷골목에서 연주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런 할아버지 다수는 타고난 귀와 손 감각으로 아코디언을 익혔지만, 음표도 제대로 읽을 줄 몰랐지요. 가만 보니 젊은 아코디언 연주자는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김 지휘자는 어떻게 아코디언을 배웠을까요? “20년 전쯤입니다. 그때 제가 30대 후반이었는데 교회의 한 지인이 ‘아코디언 선생님이 너무 부족하니 한번 배워서 아코디언 선생님을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습니다. 당시 제가 아코디언과 비슷한 오르간을 배운 상태였습니다. 제가 아코디언을 연주하면서도 처음 한 5년 정도는 친구들에게 이야기도 하지 못했습니다. ‘할아버지들이나 하는 악기를 왜 배우느냐’는 말을 들을까 봐 쑥스러웠던 겁니다. 이게 당시 아코디언에 대한 제 인식이었고, 주변 사람들의 인식이었습니다.” 그는 일본 시부야음악원에 유학, 아코디언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왔답니다. “할아버지들 길거리서 연주하는 악기 치부30대 시절, 아코디언 연주한다 말도 못해고급 무대 서면 당당할 것에 클래식도 연주아코디언 인식 개선 위해 오케스트라 창단”그의 설명이 계속됩니다. “어느 날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악기라는 생각이 불쑥 들었습니다. 아코디언은 하면 할수록 어려우면서 매력이 있는 거예요. 이 멀쩡하고 매력적인 악기를 왜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지 못할까 생각하다 고급화시켜서 당당하게 이야기하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쑥스럽다는 것 자체가 제 자존심이 상하더라고요. 길거리가 아닌 고급진 무대에 올라가면 빛날 것이라는 생각에 클래식을 연주하고, 결국 오케스트라 창단까지 이어졌습니다.” “2015년 11월에 창단했습니다. 창단하면서 무료 공연을 절대로 하지 말고 퀄리티를 유지하려고 유료공연을 하자고 다짐하고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습니다. 창단 기념 공연으로 디너쇼 공연을 했는데 표가 매진되었습니다. 가족들과 지인들을 모두 격려차 와 주신 덕분이었지요. 그때 저녁 식사 값이 5만 5000원이었는데 티켓을 7만원에 팔았습니다. 홍보와 조명 등등의 비용을 제하니 적자가 났습니다. 첫 공연부터 마이너스 행진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코디언 오케스트라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 보니 관객 동원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중앙 정부와 공연장을 보유한 지방자치단체에도 지원이나 초청공연을 제안했지만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지휘봉을 내던지고싶을 만큼 냉담했습니다. 나중에 선정된 단체들을 보니 다 국가와 이런저런 연관이 있더라고요. 각설이나 품바타령, 탈북 연주자도 지원하던데…. 지금은 사기업에 후원을 노크하고 있습니다. 이름있는 부자 단체뿐만 아니라 가난한 우리도 도와달라고 읍소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유료 공연이기는 하지만 해당 자치단체의 장애인이나 차상위계층 불우이웃에 대해서는 우리가 표를 사는 형식으로 초청하고 있습니다.” “아코디언 인지도 올릴 공연 지원받고자중앙정부, 지자체 모두 외면하고 냉대해‘가난한 우리 도와주세요’ 기업에 노크 中청충 호응 뜨거워...공연 계속하는 원동력”계속되는 적자를 버텨낼 장사(壯士)가 있을까요. “적자 공연인데 관객마저 외면하면 힘이 빠져서 못할 텐데, 관객들이 자꾸 성원합니다. 공연장 열기는 놀라울만큼 뜨겁습니다. 작년 11월 서울에서 공연할 때 멀리 제주도와 목포에서도 왔습니다. 그리곤 다음 공연은 언제 어디에서 하느냐고 묻습니다. 2016년 4월 공연을 마치고 로비에서 청중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 노신사가 제게 다가와 고개 숙여 인사하면서 ‘이렇게 좋은 공연을 우리 순천시민이 외면해서 오지 않고 덩그렇게 비워서 정말 죄송합니다. 다음에 오시면 제가 직접 홍보해서 객석을 다 채우도록 하겠습니다’고 말씀했어요. 이런 분들의 성원 때문에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 없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만날 수 없는 콘서트이니깐요.” 적자는 김 지휘자가 호주머니를 털어서 메우고 있다 합니다. 김 지휘자는 앞으로 얼마나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이랍니다. 남성라면 70세까지 지휘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여성이어서 앞으로 한 5년 정도 더 무대에서 지휘봉을 잡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체력이 달린다는 겁니다. “친구들이 제 공연을 보고선 ‘넌 지휘를 하는 게 아니라 춤을 춘다’고 합니다. 신이 나서 몰입하다 보면 제가 그렇게 되나 봐요. 하이힐을 신고 2시간30분 동안 지휘하면 녹초가 됩니다. 우리 대중가요 ‘황성옛터’를 지휘하다 그 가사와 저 자신, 공연이 끝나는 느낌이 오버랩되면서 그냥 넘기지 못하고 그만 울컥한답니다. “너무 울어서 관객들에게 실례가 될까 봐 이젠 황성옛터를 레퍼토리에서 빼버렸습니다.” 가장 큰 꿈은 아코디언의 인지도가 높아져 후임 지휘자에게 잘 넘겨주는 것입니다. “제 소원은 모든 단원에게 출연료를 지급하고, 저도 받고 싶습니다. 물론 개런티를 받는 단원도 몇 명 있습니다만 이분들은 어쩔 수 없이 음악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입니다. 제 주머니를 털어서 드리다 보니 아주 넉넉하게 드리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단원 대다수가 스스로 좋아서 개런티 없이 연주하거든요. 이 악기 무게가 12~13kg입니다. 150분 동안 꼼짝 않고 공연하기가 버거워서 그만하시겠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제가 계속 나오시게 하고 있습니다. 정말 고마운 분들이죠.” 9월로 예정된 대전공연도 티켓판매가 걱정이라고 합니다. “사실은 클래식 음악계가 요즘 좋지 못합니다. 경기도 좋지 않은데 인지도가 낮아서… 그러나 청중들은 충분히 만족하실 겁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하이힐 신고 150분 지휘하면 체력 고갈친구들, 무대에서 지휘 대신 춤춘다 놀려단원에 개런티 지급이 소원...나도 받고파수익 없으면 오케스트라 유지될지 고민”이렇게 말하는 순간 한 여성이 김 지휘자에게 눈인사하며 들어와 작은 옆방으로 갔습니다. “모 대학교 교수인데, 정년이 2~3년 남았다고 합니다. 정년 후를 대비해서 아코디언을 배우러 오고 있습니다.” 잠시 뒤 아코디언 소리가 문밖으로 살금살금 흘러나왔습니다. 국내에서 하나뿐인 아코디언 오케스트라의 명운이 우리의 음악 현실을 말하는듯합니다. “요즘엔 아코디언 인지도가 좋아져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공부하고 온 젊은 사람도 제법 있습니다. 개런티를 받게 되면 젊은 연주자가 받아서 이 오케스트라를 이어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수익이 나지 않으면 저처럼 사명감만 가지고 아코디언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가라고 할 수가 있나요.” 김 지휘자가 자신에게 푸념같이 말한 되물음이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동안에도 귓가에 맴돕니다. 글·사진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입촌식에 ‘은방울’로 무장한 북한 기자들

    입촌식에 ‘은방울’로 무장한 북한 기자들

    북한 유명 의류 브랜드 ‘은방울’ ..90년대 아코디언(손풍금) 상표로 더 이름 8일 강릉선수촌에서 열린 북한의 입촌식에 모습을 나타낸 북한 기자단. 취재기자와 카메라 기자로 이뤄진 이들 약 20명은 8일 오전 11시 입촌식을 취재하기 위해 식장에 들어서려 했지만 올림픽방송시스템(OBS) 관계자로부터 입장을 제지당했다.방송 카메라에 등록 여부를 표시하는 스티커가 부착돼 있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북한 기자단을 인솔한 우리 측 관계자도 다소 당황한 표정으로 “어제 국제방송센터(IBC)에서는 별도의 공지 사항이 없었다”며 취재가 어렵다는 말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를 본 한국 기자들이 북한 기자단에 “만일 취재가 안 된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기자단 중 한 명은 “만일은 없다. 무조건 찍어야 한다”고 단호한 답변을 날렸다. 결국 우리측 관계자가 OBS 등에 전화로 연락을 취해 북한 카메라의 취재가 허용됐고 북한 기자단은 사진과 영상을 담기 시작했다. 이들은 일 SONY 브랜드가 새겨진 방송 카메라를 들고 있었으나 국내 방송 관계자는 “OBS에서 방송 장비를 대여해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북한 기자들 역시 ‘사진 카메라를 북에서 갖고 내려온 것이냐’는 물음에는 “그렇다”고 답했으나 방송 카메라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행사를 마치고 나가는 북한 기자단 중 한 명은 ‘입촌식을 본 소감이 어땠냐’는 질문에 “질서가 너무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입촌식 도중 일부 북한 기자들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선수단 및 공연단 규모와 공연단이 연주한 노래 제목 등을 친절히 알려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은 선수들이 입었을 법한 검은색 방한복을 똑같이 입고 있었다. 북한 기자들이 똑같이 맞춰 입은 옷에는 ‘은방울’이라는 상표가 붙어 있었다. 북한의 ‘은방울’ 상표는 의류 뿐 아니라 악기 브랜드로도 북한 내에서 이름이 나 있다. 특히 은방울은 북한제 아코디언(손풍금)의 상표로 외국에서도 유명세를 탔다. 지난 1997년에는 평양악기공장서 새로이 제작한 ‘은방울표’ 아코디언이 북한의 악기 수출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조총련기관지 조선신보가 보도하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 1988년부터 독일 소련 중국 등지에 평양악기공장의 아코디언 기술자를 파견해 제작기술을 배워왔으며 ‘은방울’ 상표를 단 아코디언을 개발해 독일 등 외국에 수출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주연’ 리코더·아코디언의 매력

    ‘주연’ 리코더·아코디언의 매력

    리코더와 아코디언을 클래식 악기로 재발견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다.리코디스트 염은초(25)가 오는 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클래식 연주회를 갖는다. 연원이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리코더는 18세기 중반부터 가로형 리코더인 플루트에 밀려 클래식의 전면에서 물러났지만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까지만 해도 필수적인 악기였다. 바흐나 헨델, 비발디도 리코더를 위한 곡을 많이 썼다. 한국에선 캐스터네츠, 트라이앵글과 함께 초등학교 음악 수업 삼총사로, 아동용 악기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열 살 때 리코더 공부를 시작한 염은초는 스위스 취리히 국립음대, 세계적인 고(古) 음악 대학인 바젤 스콜라 칸토룸, 영국 런던 길드홀 음악학교를 거치며 실력을 쌓았다. 2012년 독일 니더작센 국제 리코더 콩쿠르에서 만장일치 우승을 차지하며 리코더계의 샛별로 떠올랐다. 최근 MBC 인기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서기도 했다. 이번 무대는 고악기인 하프시코드의 대가 나오키 기타야와 바로크 음악을 들려 준다. 텔레만의 판타지아 3번 b단조와 리코더 소나타 C장조, 헨델의 리코더 소나타 A단조 등을 준비했다. 3만~5만원. (02)737-0708.23일 서울 광화문 금호아트홀에서는 아코디어니스트 전유정(26)이 클래식 연주회를 갖는다. 한국에서는 클래식 악기로서의 아코디언을 만날 기회가 드물다. 멜로디와 화음을 동시에 낼 수 있는 아코디언은 1822년 독일에서 발명됐다. 차이콥스키, 찰스 아이브스, 힌데미트, 쇼스타코비치 등이 아코디언을 활용하는 곡을 만들었을 정도로 클래식 음악가들의 사랑을 받은 악기지만 한국에선 민속 음악(포크)이나 재즈 연주를 위한 손풍금으로 인식돼 왔다.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아코디언을 처음 접한 전유정은 러시아 유학을 통해 아코디언을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한 지 불과 열 한 달 만에 2008년 이탈리아 란차노 국제 아코디언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하며 재능을 뽐냈다. 이후 여러 국제 콩쿠르를 석권하며 한국 아코디어니스트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이날 무대에서는 구바이둘리나의 ‘죽은 자의 부활을 찾아’, 주비트스키의 ‘아스토르 피아졸라를 위한 오마주’를 들려준다. 또 바흐의 파르티타 2번 중 ‘신포니아’와 하프시코드 협주곡 1번 중 ‘알레그로’ 등을 아코디언으로 편곡해 들려준다. 3만원. (02)6303-1977.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건강사랑, 기능성석류농축물질(P-estroHL) 전속모델로 ‘배우 오현경’ 발탁

    ㈜건강사랑, 기능성석류농축물질(P-estroHL) 전속모델로 ‘배우 오현경’ 발탁

    ㈜건강사랑(www.healthy-family.co.kr)은 MBC 주말드라마 ‘전설의 마녀’에서 손풍금역할로 활동중인 배우 오현경을 ㈜건강사랑의 기능성 석류농축물질(P-estroHL) 전속모델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건강사랑의 ‘기능성석류농축물질(P-estroHL)’은 12년의 끈질긴 연구개발을 통해 국내 최초로 탄생한 ‘갱년기개선 기능성석류 농축물질’이다. ’기능성 석류농축물질(P-estroHL)’은 30단계 과학적 공정을 거쳐 얻어낸 식물성 순수추출물로, ㈜건강사랑 기업부설연구소와 전북대학교병원 임상시험센터가 국내 40~60대 여성을 대상으로 8주간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갱년기상태 척도인 쿠퍼만지수(KI) 11가지를 모두 개선’함은 물론 ‘폐경기상태 척도인 MRS지수개선’을 확인하였다. 또한 대구한의대와 공동연구를 통해 기능성 석류농축물질(P-estroHL)의 갱년기유도 동물모델에 대한 대표적 갱년기 상태인 비만, 혈중지질, 골다공증에 대한 개선 및 에스트로겐 유사활성을 확인한 결과, 12주간의 경구투여에 의해 ‘49%의 체중 감소’와 ‘57%의 복부지방 감소’, TC·LDL의 감소 및 HDL의 증가 통한 혈중 지질개선, ‘7%의 골밀도 증가, 56%의 골강도 증가 및 골흡수도 억제를 통한 골다공증개선’을 확인하였다. ㈜건강사랑 마케팅본부장은 “미스코리아 진 출신 배우 오현경씨는 40대 후반의 나이에도 20대 젊은 여성의 몸매와 피부를 자랑하며, 이러한 이미지는 중년여성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성석류농축물질(P-estroHL)’의 이미지와 잘 부합하여 전속모델로 발탁하게 됐다”고 한다. 또한 ‘전설의 마녀’, ‘유자식 상팔자’, ‘왕가네 식구들’에서 보여준 연기로 주부 시청자들의 선호가 높아 ‘기능성석류농축물질(P-estroHL)’ 전속모델로서의 시너지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건강사랑은 새로운 전속모델 오현경씨를 통해 주구매층인 40~60대 여성에게 친숙하게 접근하겠다는 전략이며, 2015년 3월 신제품 ‘닥터레드퀸’을 시작으로 ‘기능성 석류농축물질(P-estroHL)’을 이용한 복합기능성과 다양한 제형의 여성갱년기 건강기능식품을 선보일 예정이다.(문의:1688-2423)
  • 60년만에 처음 만나는 백석 시의 고향

    60년만에 처음 만나는 백석 시의 고향

    동화시집/마르샤크 지음/백석 옮김/박태일 엮음/경진출판/264쪽/1만 3000원 ‘돼지 몰이꾼 대답이- “내 말하지-,/당신네 가운데 누가 잘났나,/누구든지 제 힘으로 사는 사람/그 사람이 그거야 더 잘났지!//당신은 임금 없이도 살아갈 텐가?”/“그렇구말구-.” 전사의 대답./“당신은 호위병이 없어도 좋겠는가?”/“원 천만에!-” 임금이 하는 말.’(누가 더 잘났나?) ‘쥐- 따쥐는/가루만 빻고,/개구리는/만두를 굽고,/숫탉은 창문에서/그들에게 손풍금을 타 준다./잿빛 고슴도치는 등을 옹쿠려/잠도 자지 않고 다락집을 지킨다.//갑자기도 갑자기 컹컴한 숲속으로/집 없는 승냥이가 기신기신 찾아왔다./대문을 쾅쾅 두드리며/목 갈린 소리로 노래를 한다-.’(다락집 다락집) 아름답고 쉬운 시어로 러시아 아동문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러시아 시인 사무일 마르샤크(1887~1964). 신기하게도, 그의 동화시를 읽다 보면 고수머리 흩날리던 ‘댄디 보이’ 백석(1912~1996) 시인의 아취(雅趣)가 풍겨온다. ‘개구리네 한솥밥’ 같은 해학과 유머가 어울린 ‘백석표 동시’가 문득 겹쳐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마르샤크의 동시를 일찍이 우리말로 옮기면서 백석은 그에게서 문학적 영감을 크게 얻었다. 백석이 1955년 6월 평양에서 번역해 펴냈던 마르샤크의 ‘동화시집’(경진출판)이 60여년 만에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됐다. 박태일 경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2년 전 중국에서 백석이 번역한 동화시집 초판을 발굴해 책으로 엮어냈다. 당시 민주청년사에서 펴낸 초판본의 가격은 47원. 초판만 3만부를 찍었고 시인 리용악이 교열을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태일 교수는 “광복기부터 1950년대 걸쳐 이뤄진 번역 작업은 백석의 삶에서 중핵적일 뿐 아니라 초기 북한문학사의 형성과 전개에 큰 이바지를 했다”며 “특히 이 책은 백석이 1950년대 북한문학 속에서 집중적으로 썼던 동화시와 어린이문학의 탯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의미를 짚었다. 마르샤크의 작품이 백석의 동화시 창작의 핵심 원천으로 짐작되는 이유로 박 교수는 책이 출간된 2년 뒤인 1957년 시인이 써낸 창작 동화시집 ‘집게네 네 형제’를 지목했다. 편수도 각각 11편, 12편으로 비슷한 데다 두 책 모두 본문에 문자와 맞물린 그림을 싣는 도상텍스트를 선보였다. 마르샤크 시 번역에서 나타난 독자적인 짓본뜬말(의태어), 소리본뜬말(의성어)의 쓰임, 각운과 압운의 적절한 사용, 지역어나 신어 쓰임, 반복과 병렬의 짜임새가 ‘집게네 네 형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런 동화시는 북한 어린이문학뿐 아니라 중국 동포문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백석은 북한 문예지 ‘아동문학’(조선작가동맹출판사) 1957년 11월호에 게재한 ‘마르샤크의 생애와 문학’이란 글에서 그에 대해 “유명한 소련의 시인이며 극작가이며 번역가이며 이론가이며 거대한 아동 문학가”라고 소개한 바 있다. 시집에는 11편의 동화시가 실렸다. ‘불이 났다’, ‘우편’, ‘드네쁘리 강과의 전쟁’ 등은 각각 소방대, 우편배달부, 건설 노동자들의 활약상을 다루며 소비에트 사회의 건실함을 선전하는 동시에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감각적인 표현으로 동화시의 특징을 담고 있다. 앞서의 시편들이 평범한 이들을 영웅으로 그려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낙관을 심어주었다면 ‘게으름뱅이와 고양이’, ‘미스터 트비스터’ 등은 게으름뱅이 아이와 미국의 인종차별주의자, 대자본가인 부정적인 주인공을 꾸짖고 폭로하면서 공민이 갖춰야 할 윤리와 품성을 깨닫게 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책꽂이]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류시화 지음, 문학의숲 펴냄) 시인 류시화가 15년의 긴 침묵을 끝내고 낸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1991),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1997) 이후 세 번째다. 인도, 네팔 등을 여행하던 시인은 그동안 쓴 시 350여편 중 56편을 추렸다. 오랜만에 내놓은 시집에는 정제된 언어와 명상, 진솔한 고백, 순정한 사랑 등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이나 ‘만약 앨런 긴즈버그와 함께 세탁을 한다면’, ‘독자가 계속 이어서 써야 하는 시’ 등 시인의 독특한 감성이 전해오는 시에서는 특히 눈길이 오래 머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시집을 묶는 것이 늦은 것도 같지만 주로 길 위에서 시를 썼기 때문에 완성되지 못한 채 마음의 갈피에서 유실된 시들이 많았다. 삶에는 시로써만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시인의 말 또한 시로다. ●김원일 중편소설집(김원일 지음, 도서출판 강 펴냄) 김원일 순천대 석좌교수의 소설전집 중 중편소설집 3권이 출간됐다. 김원일 소설전집은 그의 사실상 등단작인 장편소설 ‘어둠의 축제’(1967)부터 소설집 ‘오마니별’(2008)을 아우른다. 마르크스-레닌주의자로 살았던 작은할아버지의 삶을 추적하는 청년과 가족의 시선을 최적의 다양성으로 풀어낸 ‘손풍금’, 이 시대에서 보기 드문 사랑을 그린 ‘물방울 하나 떨어지면’, 한국사회의 기독교적 믿음의 작동방식을 다룬 ‘믿음의 충돌’ 등 중편소설 13편이 담겨 있다. 김원일 소설전집은 모두 28권으로 예정돼 있다. ●스타터스(리사 프라이드 지음, 박효정 옮김, 황금가지 펴냄) 16세기만 해도 유토피아를 꿈꾸었다. 그러나 20세기 말부터는 디스토피아가 대세다. 치사율 100%의 치명적인 생물학 폭탄이 미국을 강타했다. 2년에 걸친 태평양 연안국의 전쟁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백신을 미처 맞지 못한 대부분의 중·장년층은 폭탄이 떨어지고서 일주일 이내에 사망했다. 1년이 지나자 미국의 얼굴은 ‘엔더’라고 불리는 70~80세의 노인들과 ‘스타터’라고 불리는 10대 이하의 청소년만 남게 된다. 부자와 빈자의 장기이식과 같은 비극을 그린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보다 비극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 [김문이 만난 사람] ‘합창지휘계의 대부’ 윤학원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

    [김문이 만난 사람] ‘합창지휘계의 대부’ 윤학원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

    ‘나는 환상 속에서 모두 정직하고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봅니다. 나는 떠다니는 구름처럼 항상 자유로운 영혼을 꿈꿉니다.’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는 이탈리아어로 ‘내 환상 속으로’란 뜻이다. 1986년 영화 ‘미션’의 주제곡으로 유명하며 엔니오 모리코네가 작곡했다. 합창곡으로 널리 불리기도 한다. 합창은 말 그대로 여러 사람이 함께 부른다. 제각기 목소리가 다르지만 아름다운 화음을 내기에 가히 환상적이다. ‘천상의 하모니’라고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14일 오후 2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는 보기 드문 합창 무대가 열렸다. 합창 지휘계의 대부로 알려진 윤학원(73)씨가 ‘그리운 금강산’을 작곡한 스승 최영섭씨를 무대로 초청, ‘이야기가 있는 커피 콘서트’를 가져 주목을 끌었던 것. 이 시대의 걸출한 음악인으로 자리 잡은 두 사람이 숨겨 둔 이야기와 깊이 있는 음악 얘기를 곁들여 가며 훈훈한 추억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특히 최씨가 작곡한 ‘그리운 금강산’과 ‘사랑의 날개’ ‘아리랑 환상곡’ 등을 합창할 때는 다들 기립 박수로 감동의 무대를 함께했다. 윤 씨는 현재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지휘자를 맡고 있으면서 합창을 대중화하는 한편 합창의 선진국이라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순회 연주 등을 통해 우리의 합창 예술의 수준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특히 그는 ‘남자의 자격-청춘합창단’의 멘토 역할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발산동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올해로 ‘합창지휘 인생 50년’을 맞는 윤 감독과 만났다. 백발이었지만 청춘 같은 목소리가 ‘열정의 50년’을 단박에 느끼게 한다. 그는 자리에 앉으면서 “지금 막 커피를 직접 내리고 온 것이라 일반 커피와 맛이 좀 다를 것”이라며 커피를 한 잔 권했다. 먼저 스승 최씨와의 인연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고등학교 2학년 때인가 그래요. 당시 아버지 말씀에 따라 인천공고에 진학했지만 음악에 대한 생각을 접을 수가 없었지요. 작곡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고 있던 중 그분이 우리 동네와 가까운 곳(인천)에 살고 있다는 걸 알고 무작정 찾아가 몇 달 동안 집중적으로 작곡 공부를 했습니다.” 이후 둘은 연주회 장소에서 서로 만나면서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깊이 쌓아 갔다. 그럴 때마다 최씨는 훌륭한 지휘자가 된 윤 감독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다가 이번 무대에서 소중한 만남의 기회를 갖게 됐던 것이다. 윤 감독 또한 후배 제자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매주 토요일이면 연습실에서 이들과 만남의 시간을 어김없이 갖는다. 애제자 우효원, 오병희, 이현철, 안효영씨 등이 주축이 된 젊은 작곡가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은 한국 합창 음악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여기에서 만들어진 곡으로 2010년 2~3월 미국합창지휘자협회(ACDA)의 초청을 받아 전국 순회 공연 가진 일은 지금도 음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순회 공연 이후 미국 대학 교수들과 각종 대학 합창단이 ‘합창클리닉’을 받겠다고 몰려왔습니다. 작년에는 컨커디어 대학 합창단이 70명의 단원을 이끌고 한국에서 합창 클리닉을 받고 돌아갔지요. 메나리, 아리랑 등 우리가 직접 작곡한 곡으로 말입니다. 컨커디어 대학 합창단은 영국 BBC 방송 및 각종 언론에서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일이 있기까지에는 윤 감독의 열정과 실험 정신이 많은 역할을 했다. 다음은 윤 감독이 술회하는 3년 전 상황을 재구성한 것이다. ‘2009년 3월 7일 오클라호마시티 중심가에 있는 시빅센터 뮤직홀 3000여석을 세계 각국에서 온 합창 지휘자들이 가득 메웠다. 윤 감독은 인천시립합창단원들을 세 군대로 나누었다. 한 팀은 무대에, 또 한 팀은 객석 왼쪽, 그리고 다른 한 팀은 객석 오른쪽에 배치했다. 이윽고 객석의 불이 꺼졌다. 윤 감독은 서서히 손짓을 했다. 화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무대와 객석 양쪽에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룬 노래가 흘러나오자 관객들이 깜짝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미국 사람들로서는 이런 형태의 연주가 처음 접하는 광경이었다. 마침내 세 군데서 나오던 소리가 한 군데로 모이고 특이한 한국적 화음과 울림을 이루었다. 객석에서 노래하던 단원들이 무대를 향해 노래를 부르며 천천히 올라가는 장면은 전율 그 자체였다.’ “첫 곡이 공간 음악으로 만든 ‘메나리’였는데 이 곡이 끝나자마자 3000명이 한꺼번에 일어나서 소리를 지르며 기립 박수를 치더군요. 두 번째 곡은 미국 사람들도 어려워하는 ‘다윗이 그 소리를 들었을 때’였습니다. 18성부나 되는 현대 화성의 어려운 곡을 거침없이 연주해 내자 다들 놀라워하더군요. ACDA 메코이 회장이 무대 뒤로 달려와 ‘미국 ACDA 컨벤션 50년 사상 첫 곡부터 기립 박수가 나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흥분하던 일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한 국의 합창 수준과 강렬한 인상을 미국 합창계에 남긴 계기가 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는 한국적인 것으로 승부하겠다는 열정의 결과였다. 윤 감독은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적일 것’, ‘세계화할 수 있을 것’, ‘현대적일 것’ 등 세 가지를 늘 강조한다. 이 가운데 ‘팔소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팔소성은 8가지 웃음소리로 표현한 곡으로 ‘아리랑’, ‘메나리’와 함께 공간 음악의 으뜸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다 세계에서는 드물게 18성부까지 만들어 내는 창조성이 보태진다. “16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의 합창 음악은 외국에 비해 200년 정도 뒤져 있었습니다. 지금은 세계가 인정합니다. 그것은 바로 한국적인 것으로 공간 음악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지요. 합창을 하면서 8가지 웃음을 소리로 내본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다들 박수 칠 수밖에 없습니다.(웃음)” 청춘합창단의 김태원씨와는 어떻게 해서 인연을 맺었을까. “방송국에서 저에게 멘토를 맡아 달라고 해서 승낙했지요. 얼마 뒤 경희대에서 청춘합창단 멤버 오디션이 있던 날 김태원씨를 처음 만났습니다. 그런데 선글라스를 쓰고 있더군요. 지휘자는 단원들과 눈을 마주치며 지휘를 해야 하는데 걱정이 되더라구요. 뭐 불량스러운(?) 지휘자라고나 할까요.(웃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그의 겸손한 태도와 따뜻한 말투가 보기와는 달라 아주 친근감이 생겼습니다. 특히 참가자들의 열정은 대단했습니다. 합창 정신은 곧 열정과 배려이거든요.” 이 대목에 이르러 윤 감독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합창의 요체는 하모니라고 강조한다. 아무리 뛰어난 목소리를 가진 사람도 주위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합창단원으로는 실격이라는 것이다. 자기 소리를 책임 있게 내면서도 다른 사람의 소리를 잘 듣고 융화하는 것이 합창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요즘 문제가 되는 학교폭력이 왜 생겨났는지 아십니까. 바로 예체능을 없애고 입시 위주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학교 내에서의 합창반이나 반 대항 합창이 많았는데 거의 없어졌습니다.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의 소리를 듣고 같이 화음을 내는 경험을 한다고 해 보십시오. 적어도 동료 아이들을 때리거나 왕따시키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윤 감독은 이런 현실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일을 하나 벌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자신의 제자들에게 어린이합창단을 만들 것을 엄명했다. 윤 감독 자신도 최근 모 방송사와 이 같은 사업을 함께 하기로 계약을 맺었고, 이미 서울과 부산, 대구, 대전, 수원 등에서 24개의 어린이합창단을 만들었다. 이에 대한 그의 의욕은 대단하다. “올해 최소 30개의 어린이합창단을 만들 예정이며 3~4년 내에 수백개의 합창단을 만들어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합창의 매력과 정신을 심어 줄 생각입니다. 제자들도 이 뜻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항상 새로운 곡으로 합창단을 이끌어 나가도록 격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를 계기로 아마추어 합창 운동이 펼쳐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윤 감독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음악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손풍금을 든 선생님한테 노래를 잘 부른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였다. 이후 비록 음악의 천재는 아니었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특유의 열정으로 차근차근 감동을 연출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의 아들 의중씨는 서울대 음대를 나와 창원시립합창단에서 지휘를 하고 있으며, 딸 혜경씨도 서울대 음대를 나와 외국인학교에서 합창 지휘를 하고 있다. 부인도 성악을 전공했다. 이런 분위기여서 그런지 손자 또한 지휘 공부를 하는 중이다. 식구끼리 만나면 항상 음악으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합창을 하면 삶의 만족도가 올라갑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가 얼른 가까워집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윤학원 예술감독은 황해도 옹진 출신이다. 인천공고와 연세대 작곡과를 졸업했다. 이후 인천문화원어린이합창단(1962~67), 극동방송소년소녀합창단(1965~68), 한국마드리갈합창단(1969~83), 선명회어린이합창단(1970~2003), 대우합창단(1983~88), 서울레이디스싱어즈(1989~2000) 등에서 지휘자를 역임했다. 또한 중앙대 음대교수(1979~2004), 세계합창경연대회 심사위원(1997~2010), 세계합창연합회 이사(1989~97), 한국합창총연합회 이사장(1988~92) 등을 지냈다. 현재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지휘자, 한국합창지휘자아카데미 원장, 윤학원코랄 단장 겸 지휘자를 맡고 있다. 주요 수상은 월간음악상(1973), 세계합창경연대회 최우수상 및 지휘자상(1978), 한국음악평론가협회 음악상(1999), 옥조근정훈장(2004) 등이있다.
  • [김문이 만난사람] 마지막 서커스단 ‘동춘’ 박세환 단장의 서커스 인생 50년

    [김문이 만난사람] 마지막 서커스단 ‘동춘’ 박세환 단장의 서커스 인생 50년

    고독한 예술가는 불후의 명작을 남긴다. 외롭고 쓸쓸한 영혼으로 몸부림치기 때문이다. 피카소가 남긴 ‘곡예사의 가족’ 또한 그렇다. 하여 곡예사를 떠올린다. 그들은 언제나 고독하고 아찔한 인생길을 걷는다. 가느다란 줄에 의지한 채 늘 기적의 안식처를 찾아 헤맨다. 문득 슬픈 어릿광대의 노래가 들려온다. ‘줄을 타며 행복했지/춤을 추면 신이 났지/손풍금을 울리면서 사랑 노래 불렀었지/공 굴리며 좋아했지 노래하면 즐거웠지/~영원히 사랑하자 맹세했었지/~어릿광대의 서글픈 사랑~’ 1970년대 후반 박경애씨가 불러 인기를 끌었던 ‘곡예사의 첫사랑’이다. 허름한 천막극장에서 많은 사람들은 곡예사들의 아찔한 곡예를 보면서 그들의 애환과 고단한 삶을 이해했기에 수많은 남녀노소들의 심금을 울렸던 노래로 추억된다.2004년 8월 국립극장 무대. 하나의 사건이 벌어졌다. 매우 이례적으로 서커스가 ‘극중극’ 형식으로 등장했던 것. 공연장에 들어선 관객들은 막이 오르기를 기다리며 서커스를 관람했다. 이어 만담과 차력, 마임, 트로트, 공중 곡예, 마술, 악극 화술 등이 곳곳에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러한 파격은 이윤택 감독에 의해 이루어졌다. 서커스의 애환과 묘기를 담아 내기 위해 동춘서커스단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 새로운 대중극의 진면목을 보여 주었다. 동춘서커스단은 허장강, 서영춘, 배삼룡, 남철, 남성남 등 당대의 스타를 배출하는 산실이었기에 관객들은 추억의 곡마단을 연상하며 많은 향수를 누렸다. 2009년 11월 동춘서커스단은 서울 청량리 공연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네티즌들은 정부 당국의 무관심한 처사를 거세게 비판했다. 아고라 토론방에 ‘동춘이 문닫으면 유인촌이 무인촌이 된다.’ 등의 게시물이 올라왔고 접속 건수만 무려 16만건에 달했다. 결국 동춘서커스단은 다시 살아났다. 동춘서커스단의 박세환(68) 단장. 올해로 서커스 인생 50년을 맞는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이 시대의 마지막 서커스단’을 꿋꿋하게 이끌어 오고 있다. 박 단장의 열정으로 요즘 동춘서커스단은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지난해 안산시 대부도에서 6개월 동안 장기공연하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도 지방 공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경기 포천(5일)과 울산 해맞이 공연(6일)에 이어 다음 달 30일부터 6월 10일까지 경남 고성 공룡엑스포장 내 특설빅탑극장에서 공연을 갖는다. 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6월부터 1년간 대부도에서 상설 공연을 할 예정이다.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중구 약수동 사무실에서 박 단장을 만났다. 먼저 다음 달 공연 준비가 잘 되는지부터 물었다. 그는 “동춘서커스단의 이미지가 있는 데다 공룡엑스포가 합쳐져 많은 관객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매율도 나쁜 편이 아니라는 얘길 듣고 있다.”면서 “지난해 대부도 공연 때에는 안산시 측과 협의를 통해 특산물과 음식물 판매를 연계했더니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와 함께 달라진 서커스의 모습을 설명한다. “작년에도 시도했지만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아트 서커스’의 면모를 보여 줄 생각입니다. 공중 곡예뿐만 아니라 연극과 음악, 악극, 뮤지컬 등이 다 들어간 한 차원 높은 예술 서커스를 말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앞으로 해외에 나갈 때에는 ‘코리아 로빈 후드 서커스’라는 이름으로 업그레이드된 동춘서커스를 보여 줄 계획입니다.” 그가 밝히는 ‘코리아 로빈 후드 서커스’는 이미 지난해 국내 공연에서 ‘뉴 홍길동 서커스’로 선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막과 막 사이에 홍길동과 포졸, 그리고 사또 등이 등장하면서 곡예 서커스로 이어지는 ‘막간극’ 형태를 새롭게 추가했더니 아주 재미있게 달라지더라는 것이다. 박 단장은 이러한 ‘뉴 홍길동 서커스’에 자신감을 얻어 ‘코리아 로빈 후드 서커스’라는 브랜드로 새로운 한류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있다. 특히 내용과 곡예면에서도 세계적인 서커스와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는 수준으로 꾸민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줄타기할 때 한복을 입고 등장하고 부채춤과 국악 곡예 등 한국적 테마를 되도록 많이 삽입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계 모든 관객들에게 100분 공연 내내 1분1초도 따분하지 않게 할 자신이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서커스는 눈속임이 없는 비언어적 공연예술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재미와 감동을 충분히 선사할 수 있다.”고 거듭 자신한다. “저는 ‘태양의 서커스’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태양의 서커스’는 1985년 국가에서 100억원을 지원받아 연간 매출 1조원을 올리고 있지요. 그런데 우리는 국가에서 지원받지 않고 외롭게 공연을 하면서도 묘기만큼은 ‘태양의 서커스’보다 더 강하다는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 이르자 그의 목소리가 다소 높아진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무대예술이 서커스라는 판단 아래 오래전부터 라스베이거스 호텔에 상설 전용극장을 마련했으며 독일 등 유럽은 물론 중국, 일본, 북한 등도 여러 곳에 전용극장을 만들어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뭡니까. 전용극장이라고는 한 곳도 없고 국가에서 관심조차 없습니다. 동춘서커스단이 잘 살려고 그러는 것도 아닙니다. 유일한 서커스단이 없어지면 문화의 한 장르가 없어질뿐더러 이는 국가적 망신 아니겠습니까.” 이어 박 단장은 68세된 한 노인의 얘기를 꺼냈다. 지난 1월 17일 그 노인이 전화를 걸어와 “서커스단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텐데 3000만원을 기부하겠소.”라고 했던 것. 이에 박 단장은 “우리나라 서커스 발전을 위해 뜻깊게 쓰겠다.”고 여러 번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런 일이 있는가 하면 돈 잘버는 대기업이 동춘서커스단 상표를 무단으로 도용하는 경우도 있어 개탄스럽다고 했다. 그렇다면 서커스단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잘나갈 때는 단원만 150명이 넘었습니다. 무용수만 7~8명이고 가수에 10인조 악단까지 있었지요. 지금은 고정단원이 30명이고 계절별로 50~80명씩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단원들의 급여도 조금씩 다르지요. 관객들이 많은 봄과 가을에는 아무래도 많이 지급할 수가 있습니다. 손해볼 때도 있고 이익이 좀 날 때도 있지요.” 요즘에도 서커스를 배우고 싶어 하는 지망생이 있느냐고 하자 “대학에서 7년 동안 강의하면서 느낀 것이기도 하지만 연극과 뮤지컬 배우가 되려는 지망생들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역동적인 서커스를 여전히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50년 서커스 인생을 살아온 소감이 간단치 않을 터. 잠시 벽에 걸린 왕년의 포스터를 쳐다보다가 “참 세월 빠르다. 배삼룡, 남철, 남성남, 이봉조 악단 등 서커스단을 거쳐 간 많은 단원들이 새삼 생각난다.”면서 “송해 형님이 지금도 노래자랑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데 저 역시 계속 사회를 보고 있다.”며 웃었다. 서커스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는지 궁금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트럼펫을 배우고 있었지요. 마침 동춘서커스단 공연을 보게 됐습니다. 까만색 양복에 하얀 머플러를 걸친 사회자가 관객들을 사로잡는 것이 너무 멋있었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서커스단을 찾아가 가수가 되고 싶다고 했지요. 한 3개월 동안 심부름하면서 지내다가 1년쯤 지났을 때 처음 노래를 불렀어요.” 그러던 얼마 후 사회자가 서커스단에서 나가 버리자 사회 보는 연습을 했다. 당시 사회자는 원맨쇼와 가수, 배우 역할까지 했다. 이때 연극 ‘물레방아 도는 내력’, ‘원한 맺힌 두 남매’, ‘홍도야 울지 말아’ 등에 1인 다역으로 출연했다. “동춘서커스단은 1925년 목포에서 창설됐습니다. 일본 서커스단에서 활동하던 동춘 박동수씨가 독립해 30여명의 조선인으로 출발했지요. 노래, 코미디, 연기 등 예능에 자질 있는 사람들은 전부 서커스단으로 몰릴 정도로 인기가 아주 좋았습니다.” 하지만 박 단장은 계속되는 할아버지의 반대로 1975년 서커스단을 떠나 부산극장에서 선전부장을 지낸 뒤 생필품 도매상을 차려 돈을 벌기 시작했다. 1978년 9월, 인천에서 공연 중인 동춘서커스단 빅탑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과 함께 동춘서커스단이 매물로 나왔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고민할 것도 없이 박 단장은 얼른 달려가 500만원을 선금으로 주고 인수한 뒤 오늘날까지 동춘서커스단을 이끌고 있다. 그가 요즘 간절히 바라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서커스 전용극장 설립이다. 이어 서커스 아카데미와 박물관을 만들어 후대에 남기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내년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세계서커스 경연대회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박세환 단장은… 1944년 경주에서 태어났다. 경주고 1학년 때 동춘서커스단 공연을 처음 보고 감동해 1962년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동춘서커스단에 입단했다. 이후 가수와 연극배우, 사회자 등 1인 다역을 했다. 1975년 서커스단에서 잠시 나와 부산극장 선전부장으로 일했고 부산극장 옆에서 생필품 중간도매상을 운영했다. 이때 번 돈으로 1978년 동춘서커스가 매물로 나오자 인수했다. 이후 서커스단 운영은 물론 총감독과 배우, 사회까지 맡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서커스단을 이끌어 오고 있다. 1982년 연세대 사회과학원을 거쳐 서울예술대 등에서 7년간 강의를 했으며 1989년부터 지금까지 한국곡예협회 총회장을 맡고 있다.
  • [책꽂이]

    ● 나는 나를 안다(김원일 지음, 푸르메 펴냄) 분단문학의 기수인 김원일의 작품집. 표제작을 비롯해 ‘환멸을 찾아서’‘손풍금’‘임을 위한 진혼곡’ 등 4편이 실렸다. 박완서의 ‘환각의 나비’, 이청준의 ‘퇴원’, 양귀자의 ‘다시 시작하는 아침’에 이은 우리가 꼭 읽어야 할 문학상 시리즈 4번째 작품집.1만 500원.● 토트 신전의 그림자(미하엘 파인코퍼 지음, 배수아 옮김, 열림카디널 펴냄) 베스트셀러 ‘룬의 교단’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의 역사추리 소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연쇄살인사건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런던의 살인마 잭’과 고대 이집트의 신 토트 숭배를 모티브로 삼은 스릴러.1883년 대영제국의 수도 런던의 악명 높은 빈민가 화이트채플에서 매춘부가 잔인하게 살해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1만 3000원.● 파파스(오진원 지음, 풀그림 펴냄, 전3권) 정해진 규율에 딱딱 맞춰 사는 것이 싫어서 ‘딱딱맞춰 나라’를 도망치다 들킨 꼬마 마법사 이야기. 파파스는 인간 세계에 내려가 착한 일을 해야 하는 벌을 받게 된다. 어려운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파란책 속에 숨어 살게 된 파파스의 도움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과정을 담은 연작 소설. 각권 8000원.● 안국동 울음상점(장이지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 2000년 ‘현대문학’으로 데뷔한 시인이 등단 7년 만에 선보이는 첫 시집. 차이밍량의 영화,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음악, 장 콕토의 시 등 음악, 영화, 미술 등 다양한 장르에서 시적 자양분을 끌어낸다.6000원.●위화(김정산 지음, 포북 펴냄) 신라 통일의 원동력이 된 화랑도의 시조 위화(魏花)를 조명한 역사소설. 주인공 위화와 주변 인물들 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시간 순으로 따라가며 27개의 에피소드로 엮었다.1만원.
  • 정신 지체아·복합 장애아 가족…상처있는 풍경 보듬기/김원일 소설집 ‘물방울 하나‘

    “선배 작가중 김원일 선생이 젊은 작가들의 감성을 가장 잘 읽어낸다.” 한 작가가 사석에서 남긴 말이다.굳이 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김원일은 문단에서 쉼없이 현실 변화를 감지하면서 그 속에 담긴 문제를 날카롭게 끄집어내는 작가로 통한다. 김원일(62)이 12년 만에 낸 소설집 ‘물방울 하나 떨어지면’(문이당 펴냄)에는 시대에 영합하지 않은 채 냉정하게 마주보려는 긴장감을 그동안 쌓은 연륜으로 빚어낸 흔적이 역력하다.작가는 그 동안 장편 ‘겨울 골짜기’‘불의 제전’ 등 주로 전쟁 전후의 상처를 탁월하게 그리는데 주력했다.성장기에 ‘좌익 아버지’라는 상처가 준 개인의 고통을 실존적 차원에 가두지 않고 민족사적 문제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이번 작품집도 가족사를 다룬 점에서는 연장선에 있지만 그 폭과 깊이는 질적으로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표제작 등 근래 쓴 5편의 작품을 모은 작품집에서 작가는 이제 자신의 가족사가 아닌 타인의 상처,구체적으로는 장애인을 둔 가족들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다루면서 그들의아픔을 따뜻하게 품고 있다.물론 남파 간첩으로 체포돼 장기 복역한 작은 할아버지의 사연을 추적하는 ‘손풍금’이나,인혁당 사건을 소재로 한 ‘고문 일지’ 등 분단으로 인한 상처를 다룬 이전 경향의 작품도 있지만 장애인을 둔 가족 이야기가 주조를 이룬다. ‘미화원’은 폐암에 걸린 운전사 김씨가 정신 지체아인 아들의 홀로서기를 걱정해 미화원 자리를 구해주고 자신의 여동생에게 뒷날을 부탁하는 내용이다.표제작은 시립도서관 사서인 여 주인공이 인터넷에서 복합장애1급인 동수의 공개구혼서를 보고 결혼,그의 마음을 열어가면서 하나가 되는 과정을 담았다.‘4가 네거리의 축대’에는 군인이 장난삼아 쏜 총알에 맞아 고자가 된 뒤 정신이 이상해진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런 상처가 있는 풍경을 다루는 작가의 시선은 아늑하고 따뜻하다.장애인은 대부분 선량하며,그들을 바라보는 주위 인물들도 훈훈한 인정의 소유자다. 작가의 연륜이 빛나는 것은 이런 주제를 풀어가는 문체.문장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빚기로 유명한 작가는 이번에도 자잘한 표현을 다 버린 채 인물들을 덤덤하게,그러면서도 면밀하게 관찰한다.현란한 수식어가 춤추는 흐름과는 멀찍이 거리를 둔 채 사실주의 기법에 충실하면서 주인공들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들려준다.감정의 난무가 아닌 절제로 더 생생한 감동을 주는 이런 문체에 대해 문학평론가 김병익씨는 “객관적인 사유로 사건과 정황을 정시하며 그 사태의 내면을 바라보게 만드는 문학적 진지함의 성과를 유도한다.”며 “쉽게 읽히는 것만큼 쉽게 쓰일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종수기자 vielee@
  • 北核 파문/ 남북장관급회담 첫날 이모저모

    ◆제8차 장관급회담 첫 전체회의가 진행된 20일 남북 대표단은 최근의 북 핵개발 계획 파문을 의중에 둔 듯 내내 어두운 분위기였다. 특히 정세현(丁世鉉) 남측 수석대표와 김령성 북측 수석대표는 이날 전체회의가 시작되자마자 날씨,계절 등을 주제로 덕담을 주고받는 관례와 달리 뼈있는 설전을 주고 받기도 했다. 정 수석대표가 “아침에 날씨를 보니까 하늘이 내려앉았다.비가 오려는지…,날씨만큼 마음도 무겁다.”고 운을 떼자 김 수석대표는 “우리는 지금까지 서풍이 불든,비가 오든 갈 길을 갔다.바깥날씨가 어떻든 우리 민족끼리 손을 굳게 잡으면 그런 우려는 다 가신다.”고 되받아 치열한 공방전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첫 전체회의에서 정 수석대표는 기조발언 분량의 60% 가까이를 할애해 ‘북한의 어떠한 핵개발에도 반대하며 북측의 책임있는 조처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반면 북측은 아무런 반응없이 묵묵히 듣기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남측의 강경한 입장 표명으로 회의 분위기는 무거웠으며 최근 남북회담에서 관행으로 자리잡다시피 한 공동보도문 초안 교환은 이뤄지지 못했다고 회담 관계자들은 전했다. ◆첫날 오전 전체회의를 마친 남북 대표단 70여명은 오후에는 평양시 외곽에 있는 동명왕릉을 공동 참관했다.하지만 이봉조(李鳳朝) 남측 대변인과 서영교(徐永敎) 국장 등 실무대표는 공동참관에 빠진 채 향후 회담 전략을 구상하고 남북 실무접촉을 준비했다. 참관에 앞서 남북 대표단은 옥류관에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일요일을 맞아 가족,친구들끼리 외식을 나온 평양시민들로 옥류관은 다소 북적거렸다. ◆이에 앞서 평양 도착 첫날인 지난 19일 북측의 홍성남 내각총리 주최로 평양 만수대예술극장에서 환영 만찬을 가졌다. 홍총리는 환영사에서 “최근 북남간에 철도·도로 연결공사가 시작되는 등 일찍이 없었던 경이적인 사변이 펼쳐지고 있다.”면서 “이는 6·15 공동선언이 낳은 귀중한 결실”이라고 언급했다.정 장관은 답사를 통해 “남북간 화해 협력의 큰 흐름은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됐다.”면서 “이 성과를 확고히 제도화하는 노력을 해야 할것”이라고 강조했다.홍 내각총리는 핵파문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남측 대표단은 이날 오후 북측 학생들이 서예와 자수,컴퓨터를 배우는 장면을 둘러봤다.북측은 남측대표단에 손풍금과 태권도 시범공연을 공개했다. 평양 공동취재단·박록삼기자 youngtan@ ■이봉조 南대변인 문답 남측 회담 대변인인 이봉조(李鳳朝) 통일부 정책실장은 20일 첫 전체회의를 가진 후 남측 입장과 회담 분위기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일문일답은 다음과 같다. ◆회담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좀 무거웠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우리측은 핵개발 문제에 대한 어떤 입장을 밝혔고 이에 대한 북측 반응을 어땠나. 우리측은 북측의 어떠한 핵개발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북측의 핵개발은 핵무기를 실험·생산하지 않으며 핵 재처리시설과 농축 우라늄 시설을 갖지 않는다는 한반도비핵화선언,핵비확산조약,국제원자력기구의 핵안전조치협정,북·미 제네바협정 위반이란 점을 지적했다.6·15공동선언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우리의 이같은 문제 제기에 북측은 듣기만 했다.전체회의 모두발언에서 북측의 인식 일부를 알 수 있는 쌍방 수석대표간의 의견교환이 있었다.북측은 우선 들었고 구체적이고 분명한 언급은 없었다. 회담 과정을 통해 좀 더 분명한 입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북측이 새롭게 제기한 의제는 있었나. 새로운 것은 전혀 없었다.쌍방이 협의해 온 문제를 다뤘다.물론 조금 더 논의해야 알 수 있다. ◆납북자 문제는 제기했나. 납북자 문제에 대해 기본적인 입장을 전달했고,특히 전쟁 이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전반적 전망은. 오늘은 양측이 기본적 방향만 제기했고 앞으로 실무접촉,2차 전체회의를 거쳐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평양 공동취재단
  • 책꽂이/ 작가 外

    ◆작가= 국내 작가들의 순수소설만을 모아 선보인 릴레이 시리즈.1차로 최인석의 ‘서커스 서커스’,하창수의 ‘함정’,신장현의 ‘사브레’,신승철의‘크레타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등 4권을 출간했다.‘순수문학 애독자’를 겨냥해 내놓은 시리즈는 다른 매체를 통해 발표된 적이 없는 순수전작만을 출간하게 되며,해설 대신 작가와의 대화를 다룬 ‘만남’을 책 말미에 실었다. 앞으로 박상륭을 비롯해 박인홍 호영송 엄창석 송경아 한창훈 김운하 등의 작품집을 추가로 낼 계획이다.책세상.각권 7000∼9000원. ◆동물원 킨트=(배수아 지음) 지난 93년 ‘소설과 사상’신인상 공모에 ‘천구백팔십팔년의 어두운 방’으로 당선된 이후 ‘랩소디 인 블루’등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은 작가가 유럽에 체류하면서 쓴 신작 장편.‘동물원 킨트(Kind)’는 고향 없이 자란 도시의 아이들을 이르는 말.작가는 작품을 통해 현대인의 난해한 정체성을 파고 든다.이가서.8500원. ◆미당·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올해 미당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이 주관사인 중앙일보와 문예중앙에서 출간됐다.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에는 수상작인 황동규의 ‘탁족’을 비롯,최종 후보에 오른 김명인 김혜순 나희덕 마종기 오탁번 윤제림 정진규 최승호 최정례의 시를 실었다.7500원.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에는 수상작인 김원일의 ‘손풍금’을 비롯,최종심에 오른 김인숙 배수아 서정인 신경숙 이승우 이혜경 최윤 최일남의 작품이 들어 있다.8900원. ◆가면의 꿈=(이청준 지음) 열림원의 ‘이청준 문학전집’(전29권)중 22번째작품집.지난 66년부터 80년까지 발표한 ‘굴레’‘보너스’‘가학성 훈련’‘소매치기올시다’‘목포행’등 중·단편 13편을 실었다.9000원. ◆시의 희생자 김수영=(문광훈 지음) 시인 김수영의 삶과 문학을 심층적으로 조명한 비평서.고려대 부설 아세아문제연구소에 교수로 재직중인 저자가 김수영의 문학을 통해 문학 전반에 대해 깊이있게 성찰했다. 생각의나무.2만 5000원.
  • 미당문학상에 황동규씨, 황순원문학상 김원일씨

    제2회 미당문학상에 시인 황동규(64·서울대 영문학과 교수)씨의 ‘탁족’이,황순원문학상에 소설가 김원일(60)씨의 ‘손풍금’이 선정됐다. 중앙일보와 문예중앙이 2000년 작고한 시인 서정주와 소설가 황순원을 기려 지난해 제정한 두 상은 한 해 동안 발표된 시와 중·단편소설에서 뽑는다.상금은 시 3000만원,소설 5000만원이며 시상식은 새달 4일 오후 4시 호암아트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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