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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관광공사, ‘소래염전 염부들의 애환과 삶 시간여행’ ···갯골생태공원서 색다른 여행

    경기관광공사, ‘소래염전 염부들의 애환과 삶 시간여행’ ···갯골생태공원서 색다른 여행

    ‘갯골 3색 생태체험’, ‘소리마당극’ 몰입형 시간여행 콘텐츠 선봬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가 오는 9월 6일부터 11월 16일까지 시흥 갯골생태공원에서 일제강점기 소래염전 소금밭 일꾼들의 애환과 삶을 녹여낸 환상적인 시간여행 체험, <호조들과 염부들-소금농부의 초대장>을 개최한다. ‘2025 경기도 융복합 관광콘텐츠 개발사업’ 공모 선정작으로 일제강점기 수도권 최대 천일염 생산지였던 소래염전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근대산업유산인 소금 창고를 활용한 관광콘텐츠를 개발해 그 가치를 확산시키고자 기획됐다. 일몰부터 밤까지 갯골생태공원의 고유한 분위기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몰입형 시간여행 콘텐츠다. 주요 콘텐츠는 ▲시흥의 대표 관광지 갯골의 밤을 배경으로 ‘갯골 3색 생태체험’ ▲염부들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관객 참여형 ‘소리 마당극’ 등으로 참가자들은 마치 그 시대로 돌아간 듯한 생생함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염판 위에서 소원을 담은 등을 띄우는 행사는 갯골의 아름다운 야경과 어우러져 잊지 못할 장관을 선사한다. 6~10세 자녀를 둔 가족 대상으로 개발됐다. 참가비는 특별 할인가로 1인 9,000원이다. 조원용 경기관광공사 사장은 “도내 대표 생태관광자원인 갯골생태공원에서 매력적인 야간관광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많은 분이 참여하여 이번 프로그램을 즐기면서 색다른 추억을 쌓고 새로운 형태의 관광콘텐츠로 발전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 전남도, ‘2024년 소금박람회’ 개최

    전남도, ‘2024년 소금박람회’ 개최

    전라남도와 영광군 신안군이 오는 11월 1일부터 3일간 여의도 한강공원 이벤트광장에서 국산 갯벌 천일염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2024년 소금박람회’를 개최한다. 올해로 16번째를 맞는 소금박람회는 기존의 실내 홍보관 및 직거래 부스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스토리텔링과 보고, 먹고, 사고, 쉬고, 즐기는 오감만족 체험이 가능하도록 야외에서 소비자를 맞이한다. 또 올해 소급 박람회는 ‘전남 세계김밥페스티벌’과 함께 개최해 전남 천일염과 김, 청정 수산물의 가치를 함께 홍보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박람회는 주제존과 힐링·체험존, 오락존 등 3개 테마관으로 구성된다. 주 전시관인 주제존은 천일염의 역사를 연도별로 구성한 천일염 역사관과 천일염 생산지 홍보관을 운영하며, 생산·가공업체 현장 판매가 이뤄지는 직거래 장터 등 다양한 정보와 볼거리를 준비했다. 힐링·체험존은 천일염 치유쉼터, 천일염 소금 사우나, 천일염 족욕 체험 등 천일염을 활용한 웰빙 체험 행사를 통해 다양한 힐링 콘텐츠를 제공하고 소금을 테마로 한 천일염 카페를 운영해 소금 커피와 소금 빵을 이벤트 참가자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오락존에선 소금 데드리프팅 게릴라 이벤트, 스탭퍼 게임, 소금밭 어린이 놀이터 등의 운영과 즉석 공연, 기념품 증정 등 다양한 참여형 레크리에이션도 진행해 관람객의 행사 참여도를 높일 계획이다. 이 밖에 식품·외식업계 관계자와 전남 천일염 구매 업무협약을 통해 천일염 생산 어가의 안정적 수급과 산업 활성화를 도모한다. 전국 천일염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전남은 이번 행사를 통해 세계 최고의 명품 천일염 생산지의 가치와 위상을 전 세계 소비자에게 알릴 계획이다.
  • 삼십리 늘어선 해변, 붉게 익어가는 칠면초…민어의 고향, 여름에 다시 태어난다

    삼십리 늘어선 해변, 붉게 익어가는 칠면초…민어의 고향, 여름에 다시 태어난다

    아직도 입안에서 새우젓 향기가 진동하는 듯하다. 미역국에 넣은 새우 두 마리가 이리 진한 향을 낸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전남 신안의 임자도는 흔히 ‘민어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다. 남도의 대표 여름 보양식인 민어의 산지라서다. 한데 민어만 알고 있다면 임자도의 절반도 모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전장포에서 잡히는 젓새우의 명성은 민어보다 몇 배 윗길이고, 병어 역시 이 지역에서 나는 게 최고(물론 지역 주민의 표현이다)다. 이처럼 이름난 갯것 대부분이 여름 무렵에 잡힌다. 수많은 해수욕객들이 찾아도 넉넉하게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최대 해변 등 볼거리, 놀거리도 풍성하다. 그러니 임자도 여행의 성수기는 단연 여름이라 말할 수 있겠다.신안 임자도 가는 길.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아스팔트 길이다. 섬을 오가던 철부선의 추억은 이미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바다 위로 사람과 차를 실어 나르는 일은 이제 2021년 완공된 임자대교가 맡고 있다. 임자도는 해안선 길이가 60㎞에 달하는, 서울 여의도의 5배가 넘는 큰 섬이다. 단일 해수욕장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다는 대광해변이 이 섬에 있다. ●맨발로 즐기는 국내 최대 대광해변 우리나라 해수욕장의 길이는 대체로 오리(2㎞) 안팎이다. 이름도 거창한 서해안 만리(萬里)포해수욕장이 그렇고, 망상 등 동해안에서 백사장 길기로 유명한 해변들도 그 정도다. 이에 견줘 임자도의 대광해수욕장은 삼십리, 무려 12㎞다. 어지간한 해수욕장의 6배 길이다. 길이만 긴 게 아니다. 폭도 넓다. 날물 때면 바닷물이 300m쯤 물러난다.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백사장이다. 요즘 어느 해수욕장을 가도 맨발로 걷는 이들을 흔히 본다. 걷기 운동법으로 일상의 스트레스를 다스리려는 이들이다. 낮엔 해수욕, 밤엔 술판이란 이미지가 해변의 옛 정석이었다면 요즘 해수욕장의 정석은 운동이다. 맨발 걷기 열풍이 처음 분 건 황톳길이다. 지방자치단체마다 황톳길 조성에 불이 붙었다. 도시에서 시작된 맨발 걷기 열기는 멀고 먼 임자도에도 옮겨붙었다. 요즘 남도에서 대광해변 하면 맨발 걷기의 성지로 여겨진다. 맨발 옹호가들이 신봉하는 건 이른바 어싱(Earthing)이다. 접지(接地)에 의한 자연 치유 효과를 이르는 용어다. 이들의 논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지구는 음전하가 풍부한 천연 항산화제다. 인체는 전자파와 활성산소 등 각종 독소로 오염돼 있는데, 지구의 자유전자가 맨발을 통해 들어와 몸을 충전시키면 염증이 완화되고 유전자가 치유된다는 것이다. 특히 해변에서 걷는 건 ‘슈퍼 어싱’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강력한 땅 에너지와 접지 효과가 수분과 소금기가 있는 땅에서 더욱 크게 발현된다는 것이다. 구리로 만든 어싱 스틱을 들고 다니는 이들도 있다. 어싱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해변 초입엔 거대한 민어와 스머프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다소 이질적인 느낌의 스머프 조형물이 상징하는 건 ‘블루 플래그 인증 국제해변’이다. 덴마크에 있는 국제환경교육재단(FEE)이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해수욕장에 부여하는 국제인증이라고 한다. 스머프 조형물은 2021년 인증 당시 설치한 것이다. ●조선 후기 화가 조희룡의 흔적 가득 해수욕장 옆엔 ‘매화정원’과 ‘조희룡 미술관’이 바짝 붙어 있다. 여기엔 사연이 있다. 조희룡(1789~1866)은 조선 후기의 화가다. 한양에서 나고 자란 그가 멀고 먼 임자도까지 내려온 건 추사 김정희 때문이다. 나이가 겨우 세 살 많은 추사를 깍듯이 스승으로 모신(추사가 그를 제자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설도 있다) 그는 추사가 이른바 ‘예송논쟁’에 휘말렸을 당시 그의 최측근이란 죄목으로 유배형을 받아 1851년 임자도로 쫓겨 왔다. 그의 나이 환갑을 지나서였다. 조희룡은 거의 집착이라 할 정도로 매화도에 매달렸다. 매화백영루(梅花百詠樓)라 이름 지은 자신의 집 방안에 매화 병풍을 둘렀고, 매화를 노래한 시가 새겨진 벼루와 먹을 썼으며, 매화 시를 짓고 읊다가 목이 마르면 매화차를 달여 마셨다고 한다. 자신의 호인 ‘매수’(梅) 역시 ‘매화 늙은이’란 뜻이다. 또 다른 호인 ‘매화두타’(梅花頭陀)에서 보듯 그는 꽃송이 하나하나를 부처님이라 생각하고 그렸다. 대광해변 옆의 조희룡 미술관은 신안군이 그의 자취를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미술관에 들면 미디어아트로 구현된 ‘매화서옥도’가 객을 맞는다. 화려한 구성의 매화도가 디지털 영상과 잘 어우러진다. 붉은 매화가 주렁주렁 달린 ‘홍매도’와 승천하는 용을 연상케 하는 ‘용매도’(龍梅圖) 등도 감상할 수 있다. 사본이긴 해도 장삼이사의 눈으로는 진본을 보는 듯 감동스럽다.●매화 정원·용난굴에선 ‘인생샷’ 임자도에 매화 정원이 만들어진 것 역시 전적으로 조희룡과의 인연 때문이다. 진도 수진재에서 건너온 수령 100년이 넘는 홍매 등 400여 그루의 홍매와 태양광발전으로 베어질 뻔했던 해남의 백매화 1000그루 등을 옮겨와 조성했다. 이흑암리엔 조희룡 적거지가 있다. 1853년 유배가 풀릴 때까지 그가 살았던 초가집을 복원한 것이다. 초가집 벽면의 ‘만구음관’(萬鷗吟館)이란 편액은 ‘만 마리의 갈매기가 우짖는 집’이라는 뜻이다. 초가 주변은 수십 그루의 매화나무가 둘러싸고 있다. 초가 아래 공원에는 ‘괴석도’, ‘목죽도’ 등 그의 대표작을 모사한 조형물들이 전시돼 있다. 조희룡의 고사가 전하는 명소가 또 한 곳 있다. 어머리해변 끝의 용난굴이다. 해안가의 갯바위에 뚫린 거대한 해식 동굴이다. 동굴엔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중국에서 청자를 가득 싣고 오던 배가 임자도 앞바다에 침몰한 뒤 가까스로 살아남은 중국 선원들이 고향을 그리며 눈물을 흘렸는데, 그 눈물이 바위에 떨어지자 굴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돼 승천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조희룡은 둥치가 용처럼 힘차게 뒤틀린 매화도를 그렸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용매도’(龍梅圖)는 이렇게 탄생했다. 용난굴은 밀물 때 물에 잠긴다. 반드시 썰물 시간을 확인하고 찾아가야 한다. 아직 세간엔 덜 알려졌지만 썰물과 해거름이 겹치는 날엔 ‘인생샷’을 기대할 수도 있을 만한 명소다. 이즈음 임자도는 먹거리가 넘쳐 난다. 민어와 병어가 흔전만전이고, 포실하게 살이 오른 젓새우들은 주민들의 지갑을 두툼하게 채워 준다. 무더위가 절정인 삼복에 보양식을 먹는 걸 흔히 ‘복달임’이라 부른다. 남도에서 갯장어와 더불어 최고의 복달임 음식으로 꼽히는 게 민어다. 민어는 17가지 맛을 낸다고 한다. 껍질과 뼈, 부레 등 거의 모든 부위가 요리에 쓰인다. 민어는 산란을 앞둔 여름철에 가장 기름지고 맛도 좋다. 먼바다에서 살던 녀석들이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이동하는 것도 이때다. 산란장으로는 모래와 개펄이 섞인 지형을 선호하는데, 임자도 인근 해역이 이 조건에 딱 들어맞는다. 게다가 녀석들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인 새우도 풍성하다. 민어는 초여름인 6월부터 잡히기 시작한다. 이때 민어는 대체로 흑산도, 가거도 등 먼바다에서 잡힌 녀석들이다. 7월 중순으로 접어들면 임자도 연안에서도 나기 시작한다. 오래전엔 민어 파시(波市, 고기가 한창 잡힐 때 바다 위에서 열리는 생선 시장)가 들어서기도 했다. 이를 ‘타리 파시’라 불렀다. 임자도 바로 앞에 뭍타리, 섬타리라는 두 개의 섬이 쌍둥이처럼 붙어 있는데, 파시는 두 섬의 가운데에 형성됐다. ‘농가 한 채만 있던 타리섬에 파시가 서면 기둥을 듬성듬성 세우고 거적과 이엉을 두른 가건물이 수백호 생겨 어부가 수천명이 드나들었다’는 옛 기록으로 미뤄 볼 때 당시 파시의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제철 맞은 민어·병어로 ‘복달임’ 민어가 워낙 유명하니 주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넉넉하게 만들어 주는 것도 민어일 거라 생각하기 십상이다. 한데 민어는 턱도 없다. 주민들의 주 수입원은 새우다. 임자도 북쪽 끝인 전장포가 주무대다. 작은 포구지만 여기서 우리나라 새우젓의 60% 정도가 생산된다고 한다. 전장포에서 나는 새우는 색깔이 곱고 희다. 이를 백하(白蝦)라 부른다. 새우는 오뉴월에 잡힌 게 최고다. 육질이 단단하고 맛과 향이 뛰어나다. 이때 잡힌 새우가 신안 천일염과 만나 젓갈로 다시 태어난다. 오월에 잡은 새우로 만들어 ‘오젓’이고 유월에 잡은 새우라 ‘육젓’이다. 육젓이 가장 윗길이고, 오젓이 바로 뒤다. 가을에 잡히는 추젓은 한참 아래다. 예전엔 갓 잡은 새우를 전장포에서 천일염에 담근 뒤 마을 뒤 솔개산 기슭의 토굴에서 숙성시켰다. 지금도 당시 사용했던 토굴이 4개 남아 있다. 요즘엔 다르다. 냉장 시설에서 숙성시킨다. “온도와 습도를 완벽허니 맞춰 주는 설비가 있는디 뭣헐라고 토굴에서 새우젓을 숙성시키것소.” 전장포 구동열(73) 이장의 설명이다.●주민 먹여 살리는 건 살 오른 ‘젓새우’ 대파도 임자도를 유명하게 만든 작물 중 하나다. 임자도는 섬 가운데 드물게 농지가 많다. 밭고랑 사이로 가지런하게 줄기를 낸 대파들이 푸르고 예쁘다. 임자도에서 지도를 지나 증도대교를 건너면 태평염전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염전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임자도에 연도교가 놓이기 전엔 배를 타야 찾아갈 수 있었지만 요즘엔 차로 20~30분이면 닿을 수 있다. 옛 소금창고를 리모델링한 소금박물관, 소금밭 전망대 등 볼거리가 많다. 태평염생식물원 주변은 요즘이 연중 가장 예쁠 때다. 날로 붉어지는 칠면초와 파릇파릇한 염생식물이 잘 어우러졌다. 지도읍 솔섬 인근엔 목재 데크가 놓였다. 칠면초가 빨갛게 익어 가는 갯벌 위를 걷는 맛이 각별하다. ■ 여행수첩 -임자도가 ‘민어의 고향’이라 불리지만 정작 이를 맛보려면 지도읍의 송도위판장으로 가는 게 낫다. 주변에 횟집이 몰려 있다. 집산지이긴 해도 민어값은 녹록하지 않다. ‘혼밥족’이라면 회덮밥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 한데 보통 회덮밥과는 ‘사이즈’가 다르다. 양푼 위로 붉은 망토를 두른 것처럼 민어회가 푸짐하게 ‘덮여’ 온다. 임자도에선 ‘부일호횟집’이 현지인 추천 맛집이다. ‘임자도 이야기’는 퓨전 형태의 민어 요리를 내는 집이다. 민어를 넣어 지은 영양솥밥, 민어를 튀긴 민어까스 등이 젊은층의 입맛에 맞을 듯하다.-‘임자만났네’는 주민들이 조직한 협동조합이다. ‘갯벌 카약’ 등 토속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갯벌 카약’은 갯벌 사이로 난 물골에서 카약을 타는 놀이다. 날씨 등 제약 요인이 많아 미리 운영 여부를 확인하고 가야 한다.
  • 봄기운 풍기는 제주 올레길 걸으러 올레? [두시기행문]

    봄기운 풍기는 제주 올레길 걸으러 올레? [두시기행문]

    제주의 봄은 특별하다. 일대를 노랗게 물들이는 유채꽃과 사랑과 기품을 상징하는 매화꽃들이 향연을 이루며 오는 이를 반긴다. 특히 3월 중순이 넘으면 제주의 왕벚나무는 개화를 시작한다. 이 시즌이 다가오면 가족과 친구 그리고 연인과 여행 계획을 짜고 제주로 향한다. 이때의 올레길은 어느때보다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굽이굽이 멋들어진 제주의 길과 꽃송이들의 조화는 눈과 마음이 즐겁고 건강도 챙길 수 있다. 지난해 사단법인 제주 올레 하반기 조사를 통해 완주자 572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이 재완주 도전 의사를 밝혔으며 97.2%는 완주 후 정신적 건강이 87.2%는 신체적 건강이 좋아졌다 응답했다. 특히 30대 이하의 경우 우울감과 스트레스 감소를 경험했다고 나타났다. 이렇듯 팔색조 같은 제주 올레의 봄이 시작되었다. 어디로 떠나도 활력이 넘치고 즐거운 봄 향기 가득한 올레 코스 3곳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올레길 1코스시흥리 정류장을 시작으로 광치기 해변으로 향하는 제주 올레길 1코스는 15.1km로 제주올레에서 가장 먼저 열린 길로 오름과 바다가 이어지는 오름, 바당 올레이다. 1코스의 시작은 말의 머리처럼 생겼다하여 붙혀진 이름인 말미오름으로 시작한다. 소를 방목하는 곳으로 풀을 뜯는 소를 마주할 수도 있고 정상에 오르면 성산일출봉과 우도를 비롯한 들판과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그 뒤 새알을 닮은 알오름의 풍경을 감상하며 종달리의 마을을 지나며 보이는 돌담길과 옛 소금밭을 볼 수 있다. 돌담과 들판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덧 해변에 다다르게 된다. 시흥해안도로를 따라 오조리로 향하는 길은 평탄하며 휠체어와 유모차도 갈 수 있는 가볍게 걸을 수 있는 해안길이다. 해안길을 걷다 보면 성산일출봉과 우도의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중간중간 준치(반건조오징어의 제주방언)을 널어놓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중간스탬프 지점인 목화휴게소에서는 준치를 직접 구워서 판매하고 있으며 유명 프로그램에 촬영되어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명소가 되었다. 휴게소에서 잠시 여유로운 시간을 갖고 다시 해안길을 따라 이동 하다 보면 조개죽으로 유명한 맛집 시흥 해녀의집을 만날 수 있다. 해녀의집 옆으로는 희귀 조개류를 전시하는 조가비박물관도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다. 계속되는 해안길을 따라 성산갑문 그리고 성산항을 지나 성산일출봉으로 향하는 길은 평소 보지 못했던 성산일출봉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성산일출봉을 지나 만나는 수마포해안은 태평양 전쟁 때 태평양 전쟁으로 패배하여 일본 본토로 접근해오는 미군과 연합군에게 저항 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살특공대부대의 동굴진지18개가 위치한 곳으로 현재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있다. 수마포해안을 지나 성산일출봉의 바닷길을 따라 광치기해변으로 가는길 모르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곳에 잊지 말아야 할 제주의 아픔이었던 4·3사건의 희생자를 기리는 표석이 있다. 무고한 양민 400여명이 무참히 살해 되었던 장소인 터진목 4·3유적지다. 뼈아픈 역사의 현장이 표식도 없이 방치된 채 왕래자들 발길과 거친 파도로 인해 유실되고 도로확장이라는 미명 아래 역사의 현장마저 도로에 편입되어 사라진 것을 유족들이 보존하고자 추모비를 설치했다. 이곳을 지나친다면 잠시 묵념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도착 지점인 광치기해변을 마지막으로 제주 올레 코스가 마무리가 된다. 광치기해변은 펄펄 끓던 용암이 바다와 만나 빠르게 굳으며 형성된 지질구조가 특징이며 썰물 때 보이는 드넓은 암반지대가 성산일출봉 함께 아름다운 비경을 만들어낸다. 용암 지질과 녹색 이끼가 연출하는 장관은 어느곳에서 보기 힘든 풍경으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사진 명소로 유명하다. 올레 1코스는 오름부터 이어지는 밭 뷰로 보이는 야생화가 봄의 시작을 알리며 도착지점인 광치기해변 인근으로는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유채꽃을 볼 수 있다. 봄의 향기를 맡으며 사진 찍기도 좋으며 편안하게 휴식하며 힐링 하기도 좋은 곳이다. 해안길을 걷다보면 먹거리를 판매하는 식당가들이 있으며 특히 성산일출봉 인근으로 맛집과 카페가 즐비해 있으니 식사를 해결하기 편한 코스이며 오름길을 제외하곤 힘든 구간은 없어서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올레길 10코스제주올레공식안내소에서 하모체육공원까지 향하는 제주 올레길 10코스는 15.6km로 화순금모래해수욕장에서 시작해 썩은다리와 황우치해안, 산방연대, 송악산을 지나 대정읍에 위치한 하모까지 이어지는 해안올레이다. 시작점인 화순금모래시장은 소금막 해변 백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고 뒤로는 산방산이 서있으며 가파도, 마라도, 형제섬이 한눈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해변이다. 해수욕장의 모래는 검은빛으로 부드럽고 고우며 야외수영장이 설치되어있어 해수욕과 담수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해변길을 지나 만나는 썩은다리 탐방로는 용암이 아닌 용암재가 쌓여서 만들어진 곳으로 바위사이에 낀 용암재가 마치 썩은 듯이 보여 붙여진 이름으로 막상 탐방로에 오르면 화순의 해안 절경과 아름다운 길을 볼 수 있다. 탐방로를 따라 이어지는 숲길이 너무나도 매력적이며 산방산을 코앞에 볼 수 있는 용머리해안을 지나게 된다. 용머리해안은 용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수 천만년 쌓인 사암층 암벽의 절경을 볼 수 있는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이니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한번 둘러봐도 좋을 것 같다. 특히 용머리해안이 위치한 사계리에는 유채꽃이 많아 사진명소로 유명한 곳이다. 사계포구부터 송악산 주차장까지 이어지는 길은 사계 해변길은 유모차와 휠체어 이동이 가능한 평지로 독특한 암석해안으로 유명하다. 또한 송악산 화구에서 분출된 화산재와 그곳에서 파도와 바람에 의해 침식된 물질이 인근 해안으로 밀려와 쌓여서 형성된 지층이 생기고 간조, 만조를 반복하다 상대적으로 약한 퇴적층이 파도에 자갈과 모래 등의 마식작용으로 돌개구멍이 생긴다. 이를 마린 포트홀(marine pothole)이라 하고 간조가 되는 시간에 사계리 해변에서 볼 수 있다. 이곳에 사계란 해안변을 따라 형성된 깨끗한 모래와 푸른물이 어우러지는 명사벽계(明沙碧溪)를 일컫는 말이다. 사계해변을 지나 마주하는 송악산은 마그마에서 생성된 화산으로 두개의 단일화산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곳이이다. 송악산 둘레길을 걸으며 바다와 숲이 어우러진 절벽길을 걸으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기분이다. 둘레길을 걷다 보면 수세에 몰린 일본이 제주도를 저항 기지로 삼고자 지었던 일제 동굴진지를 볼 수 있다. 송악산을 지나 섯알오름으로 향하는 길은 무성하게 자란 억새밭이 장관을 이룬다. 섯알오름에 도착하면 볼 수 있는 알뜨르비행장은 제주 다크투어리즘(참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나 재난.재해 현장을 돌아보는 여행)의 성지로 일본군이 제주도민을 동원하여 건설한 군용 비행장이다. 중일전쟁이 발발하고 일본이 이 비행장을 전초 기지로 삼아 약700km가 떨어진 중국의 난징을 폭격하기 위해 오무라 해군 항공대의 많은 전투기를 ‘알뜨르’에서 출격시켰다. 강제 징용으로 만들어진 이 곳은 제주도민이 회생된 아픔이 남겨진 곳이며 집단학살이 자행된 장소이기도하다. 일제 고사포진지와 지하벙커 등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아름다운 제주의 속에서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섯알오름과 알뜨르비행장을 지나 제주의 아름다운 돌담과 밭길을 걸으며 마음을 치유하고 하모로 향한다. 자생하는 백년초도 만나보며 숲길을 걷다보면 하모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다 멜(멸치의 제주방언)이 많이 잡혀 멜케해수욕장이라고도 불리는 하모해수욕장은 한적하게 여행을 즐기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하모의 작은 해수욕장을 지나 하모리에 도착하며 제주 올레 10코스가 마무리된다. 10코스는 사계리 용머리해안 인근과 송악산 인근에 아름다운 유채 꽃밭과 사진을 남기기 좋으며 해안절경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코스이다. 제주의 아름다운면과 아픈 상처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코스로 마라도, 가파도를 가까이 볼 수 있고 산방산과 오름 군락, 비단처럼 펼처진 한라산의 비경도 감상할 수 있다. 사계항 인근에 식당이 많아 선택폭이 넓으며 시작점과 도착점에도 먹거리가 많아 식사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은 없다. 총 길이가 길어 오래 걸릴 수 있지만 사계 유채 꽃밭부터 이어지는 송악산 둘레길 까지만 걸어서 제주의 봄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올레길 18코스관세라운지X관덕정분식부터 조천만세동산까지 향하는 제주 올레 18코스는 19.7km로 제주시의 도심과 오름 그리고 바당길을 고르게 감상할 수 있는 코스로 중간에 제주의 4.3의 아픔 사라진 마을까지 볼 수 있는 올레길이다. 시작은 간세라운지인 관덕정분식에서 시작하여 제주시의 도심을 통과하며 제주의 옛 길과 아름다운 벽화마을 지나게된다. 옛 제주의 선비들이 학업을 닦은 공간인 장수당 귤림서원을 지나쳐 없는 것이 없는 대표시장인 동문시장을 지난다. 동문시장은 규모도 크고 특히 귤, 특산품, 횟감 등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곳이다. 사람 냄새나는 동문시장을 지나 제주의 옛 주막 느낌이 나는 ‘김만덕 객주터’를 지나게 된다. 김만덕은 양인의 딸로 태어나 거상으로 성장하여 흉년이 들었던 1794년의 제주에 전 재산을 털어 사들인 곡식으로 빈민을 구휼한 훌륭한 분으로 정조로부터 의녀반수의 벼슬까지 받았다고 한다. 현재 객주터는 향토음식을 판매하는 곳으로 운영되며 역사적 실체를 재현하고 몸국 맛집으로도 많이 알려져있다. 김만덕객주터를 지나 제주항 연안여객터미널을 지나 건입동에 도착하면 다시 한번 거상 김만덕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김만덕의 얼이 살아 숨쉬는 건입동은 형형색색 아름답게 그려진 벽화가 인상적인 곳이다. 건입동에 위치한 사라봉은 고은 비단을 뜻하며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열 곳을 선정한 영주십경 중 사봉낙조에 해당하는 오름이다. 사봉낙조는 붉은 노을을 의미하며, 정상에 올라 붉게 물든 바다를 보면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제주 거주민들도 많이 방문하는 곳으로 바로 옆 별도봉 산책길과 연계하여 산책하다 보면 제주 바다의 시원한 비경을 볼 수 있다. 사라봉, 별도봉을 지나 언덕을 내려오면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잃어버린마을 곤을동을 만날 수 있다. 북한의 지령을 받은 남노동원당과 제주도당이 주도하여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방해하기 위해 행했던 만행, 무고한 시민들만 피를 보고 가족을 잃었던 안타까운 사건인 4.3사건의 최대의 피해지는 곤을동이었다. 1949년 1월 4일 불시에 들이닥친 반란군에 의해 가옥이 전소되고 많은 주민들이 회생당했다. 용천수 흐르는 마을로 반농반어로 생계를 꾸리던 주민들의 생활터전은 그렇게 없어져갔고 마을터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곤을동에 피어나는 유채꽃은 더욱 애잔한 마음을 들게하는 느낌이다. 아픔의 역사를 뒤로하고 화북포구로 향하는 길은 비석이 가득한 거리를 지나며 고즈넉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특히 화북마을에 들어서면 용천수가 나오는 곳을 활용하여 목욕탕과 빨래터, 놀이터 등이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재도 이용이 가능한 곳으로 이색코스로 방문하기 좋다. 화북 조용한 마을을 지나 검은모래해변으로도 유명한 삼양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다. 모래에 철분이 함유되어 있어 검은색을 낸다고 하며 잘고 검은 모래로 찜질을 하면 신경통, 관절염, 피부염 등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라고 한다.먼 거리까지 해변이 깊지 않아 남녀노소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해수욕장을 떠나 아름다운 해안길인 세비코지도 만나볼 수 있는데 인적이 드물어 흐트러짐 없는 자연경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낚시꾼들에게는 명포인트로 알려져 있어 언제 방문해도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세비코지의 코지는 해안가의 인접한 ‘곶’ 지대를 뜻한다. 해안길을 걷다 보면 보이는 닭머리의 형상을 하고 있는 닭모루(닭머르)도 구경할 수 있다. 현무암과 억새풀이 가득하여 바다와 조화롭게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다. 닭머루를 지나 탄탄한 돌탑과 호수처럼 고요한 바다가 있는 신촌마을의 대섬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이다. 18코스의 도착지점인 조천만세동산이 있는 조천마을의 용천수(피압면 대수층의 지하수가 누출되어 그 압력으로 땅에서 솟아나는 물) 탐방길은 옛 제주의 모습과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는 곳이다. 현재 전체 식수의 98%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는 제주, 그 중에서도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용천수이다. 조천리는 용천수가 가장 많은 마을로 20여개의 용천수가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벽화들도 함께 볼 수 있어 좀 더 시간내어 둘러봐도 좋을만한 곳이다. 조천마을을 끝으로 제주 올레 18코스가 마무리가 된다. 봄에 찾는 18코스는 사라봉부터 별도봉 산책길을 가다보면 빨갛게 물든 동백꽃들을 만날 수 있고 벚꽃나무들이 줄지어 있어 하얀 눈이 내리듯 벚꽃 잎 떨어지는 아름다운 길을 걸을 수 있다.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을 지날 때에도 푸른빛 바다와 조화롭게 넘실거리는 유채꽃을 만날 수 있다. 닭모루에는 금빛 향연의 억새밭과 해안길 유채밭이 아름답다. 올레 18코스는 코스의 길이가 상당히 길지만 그만큼 볼거리가 다양해서 지루하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여유로운 시간이 있다면 전체를 다 둘러보아도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라봉부터 시작하여 닭모루까지 걸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 같다. 시작지점인 관덕정분식에서 제주의 모닥치기(여럿,다함께라는 제주방언)를 맛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삼양해수욕장 근처와 닭모루, 신촌포구에 식당들이 모여 있다.
  • 염부의 땀이 스민 집, 예술의 혼이 담긴 집[건축 오디세이]

    염부의 땀이 스민 집, 예술의 혼이 담긴 집[건축 오디세이]

    그곳에 염부(鹽夫)들이 살았다. 바닷물을 받아 태양과 바람을 이용해 소금을 짓는 그들은 동창이 밝아 오면 몸을 일으켜 일하러 나가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고단한 몸을 뉘었다. 4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 염부들의 집은 이제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아티스트 레지던스에 머물며 작가들은 소금밭 한가운데서 하얀 소금 대신 세상에 둘도 없는 예술작품을 지어낸다. 전남 신안군 증도면 태평염전(대표 김상일)에 있는 ‘스믜집’의 이야기다.천일염을 생산하는 태평염전은 1953년에 설립돼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역사를 지닌다. 한국전쟁 중 북에서 피난 내려온 사람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유엔 지원으로 제방을 쌓고 소금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 태평염전의 기원이다. 여의도 2배 면적에 해당하는 140만평의 부지에 염전만 90만평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다. ●38년 전 지어져 장기간 방치된 건물 염전 외에도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석조소금창고 건물을 개조한 소금박물관과 광활한 염생식물원을 갖춘 태평염전에서는 소금과 문화예술의 접목을 위해 2019년부터 아트 프로젝트 ‘소금 같은, 예술’(Art Like Salt)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외 예술가를 초청해 지역의 자연환경과 문화 자산을 배경으로 작업하고 소금박물관에서 결과물을 선보인다. ‘소금 같은, 예술’의 가장 중요한 사업은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젝트다. 국제 공모로 해외 예술가를 선발해 매년 8월부터 2월까지 증도에 머무르며 작업할 시간과 장소를 제공한다. 스믜집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예술가를 위한 집으로 계획됐다. 1986년 염전 인부들을 위해 지어진 단층의 숙소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작업은 국제 공모 심사위원으로 활동해 온 조웅희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TCA 대표건축가)가 맡았다.스믜집은 드넓게 펼쳐진 염생식물원과 소금박물관으로부터 약 2㎞ 떨어진 조용한 갈대숲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소금 생산의 기초 원료인 바닷물을 가둬 두는 저수지와 바닷물을 농축시키는 증발지와 결정지(소금 결정이 만들어지는 곳), 소금 창고 등을 지나 길고 작은 개천을 건너면 스믜집에 다다른다. 개천 변으로 사람 키를 훌쩍 넘는 갈대숲이 보인다. 고요하고 평온하다. 조 교수는 “38년 전에 지어진 건물이 철거를 하다 만 상태로 장기간 폐가로 방치돼 있었다”며 “지붕과 깨진 벽체만 남은 건물이었지만 벽지와 못 자국 등에서 과거 생활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고 시각적으로 무척 흥미로웠다”고 말했다.●자연과 주변 재료가 디자인의 시작 디자인의 시작은 관찰이다. 태평염전의 하얀 소금밭, 붉은 염생식물, 유채꽃밭, 갈대숲, 거친 자갈길, 막 자란 자생식물 등 지역의 풍요로운 색채와 질감을 카메라에 담아 사무실 벽에 붙여 놓고 수시로 들여다봤다. 자연과 주변 건물의 재료 등을 관찰하고 수집하는 과정에서 그는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염전에서 구조물을 만들고 관리하는 데 있어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소금을 채취하기 위해 소금이 닿는 모든 표면은 방부제 등 화학약품의 사용을 금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금 결정이 맺히는 결정지의 표면은 화학적 방부 처리를 하지 않은 소나무 원목 판재를 사용하고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소금 제조를 하지 않는 겨울철에 판재를 전면 교체합니다.” 조 교수는 “지역의 재료를 사용해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고 스러지는 건축을 추구하는 구마 겐고의 ‘약한 건축’의 태도를 산업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듯했다”며 “소금을 만드는 과정 중 나무를 사용하는 방식에서 힌트를 얻어 건물 외벽은 자연 소재의 나무를 검게 태우는 방식으로 구상했다”고 말했다.나무의 표면을 검게 태워 그을리는 방법은 일본 전통 건축에서는 ‘야키스기’로, 한국 전통 가구에서는 ‘낙송법’으로 불린다. 표면을 태우는 과정에서 얇은 코팅막이 형성돼 자연 친화적인 방법으로 방부, 방충 효과를 낸다. 전나무, 소나무, 삼나무, 가문비나무 등 다양한 수종으로 테스트를 진행했고 그중 현장에서 수급이 원활한 가문비나무를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그러나 한정된 예산에 탄화목 자재를 가공하고 공급할 업체를 찾기도 어려웠다. 증도는 워낙 오지여서 전문 시공팀을 부를 수 없었고 비용도 문제였다. 그러나 문제는 생각보다 쉽게 해결됐다. “시공업체를 부르지 않고 태평염전의 직원들과 지역 농민들이 직접 공사를 하기로 돼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해결책이 됐어요. 별도의 설비 없이 노천에서 농업용 가스 토치를 이용해 목재를 하나하나 태우는 방식으로 설계 의도를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원시적인 방법이었지만 비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하나씩 완성해 나가는 데서 얻는 보람이 무척 컸습니다.”염부의 집 공사는 설계한 건축가나 건축주 그리고 작업에 참여한 지역의 주민들(주로 농부들)에게 협동 작업의 즐거움을 안겨 줬다. 물론 애로 사항은 많았지만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해 설계를 변경해 가며 작업을 진행했다. 조 교수는 “공법이나 재료 선정에서는 외딴 지역의 특성상 자재 운송 비용이 높다는 점과 중장비 사용이 제한적이라는 점, 비전문가인 지역 주민들이 직접 시공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했다”며 “이러한 조건을 고려해 콘크리트의 사용은 최소화하고 시멘트 블록, 스틸 파이프, 합판, 목재와 같이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수급이 원활하면서 손으로 직접 들고 옮길 수 있는 재료만을 이용했다”고 설명했다.●드러낸 건물 ‘속살’엔 거쳐 온 역사가 염부의 숙소로 지어진 건물은 8평 남짓한 유닛이 여덟 칸 붙어 이뤄진 가로로 긴 단층 건물이다. 각 유닛은 4인 가족이 생활할 수 있도록 입구 공간과 방 2개, 부엌이 있는 구조였다. 2개 동이 있는데 왼쪽 건물만 우선 작업했다. 스믜집이라는 이름은 삼각 지붕(ㅅ), 처마의 수평선(ㅡ), 사각 창틀(ㅁ), 바닥 데크의 수평선(ㅡ), 칸막이벽의 수직선(ㅣ)을 본떠 지었다. 그러니 상형문자인 셈이다. 생김새는 이름 그대로이고 특히 수평 라인의 인상이 무척 강하게 다가온다. 건물의 정면을 따라 유닛마다 90도 각도로 CMU(콘크리트 블록) 조적벽을 덧대 수평 라인이 강조된 건물의 입면에 수직의 리듬을 부여했다. 조적벽은 삼각형 지붕의 횡하중을 지탱하는 버트레스(buttress·부축벽)인 동시에 각 유닛의 출입부에서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는 칸막이벽 역할을 한다. 지붕은 샌드위치 패널로 된 기존 지붕 위에 골 강판을 덧대고 판의 얇은 두께를 그대로 노출했다. 둔각의 매스가 만드는 둔중한 무게감이 지붕 판의 얇은 두께와 만나 가볍고 경쾌하다.각 유닛의 실내는 기존 건물의 공간 구조를 유지한 상태에서 일부 벽을 터 공간을 연결하거나 부분별로 필요한 요소를 덧댔다. 침실과 주방이 있는 거실 겸 작업 공간, 기존의 부엌을 고쳐 만든 화장실 겸 샤워실이 전부다. 입구에서 뒷마당으로 통하는 문까지 이어지는 공간은 작지만 커다란 창문이 있어 답답하지 않다. 가로 1.6m, 세로 1.6m 크기 창문의 창틀을 안으로 1m가량 연장해 작업용 테이블로 만들었다. 이곳에 앉아 작업을 하고 식사도 하는 등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창밖으로 아침의 해가 뜨는 장면, 갈대와 저수지 그리고 넓게 펼쳐진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 롤 블라인드는 조 교수가 직접 디자인하고 재료를 사다가 만들었다. 도르래에 매달린 실을 잡아당겨 벽에 부착된 핀들을 따라가며 삼각형, 별자리 등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 있는 고정장치는 전통 놀이인 실뜨기에 착안해 디자인했다. 아티스트들이 함께 식사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라운지 공간은 두 칸의 유닛을 연결해 만들었다. 기존에 있던 방문을 뜯어낸 모양을 그대로 살려 거친 미감을 드러내고 있다. 라운지 입구에서는 원건물의 거친 미장 마감과 새로 덧댄 스틸 파이프와 CMU 벽이 차례로 노출돼 건물이 거쳐 온 역사를 보여 준다.연세대 건축공학과와 하버드 건축대학원에서 공부하고 뉴욕과 베를린에서 10여년간 일하다 2017년 귀국한 조 교수에게 국내 첫 단일 프로젝트였던 스믜집은 지난해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안겼다. 첫 작품이라 각별한 애정이 간다는 조 교수는 “도면이 아닌 그림과 말로 소통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수한 시행착오가 일어나기도 했지만 자잘한 시공의 오차는 너그럽게 수용하는 태도를 가지게 됐고, 함께 작업하면서 여타 현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강한 동지애를 느끼기도 했다”며 활짝 웃었다. 함혜리 건축 칼럼니스트
  • 인천 연수구청, 도로에 난립한 정당현수막 강제 철거

    인천 연수구청, 도로에 난립한 정당현수막 강제 철거

    인천 연수구청 관계자들이 12일 연수구 소금밭 사거리에서 조례를 위반한 정당현수막을 강제 철거하고 있다. 앞서 인천시는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정당현수막 설치 개수 제한과 지정 게시대 게시 등을 강제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뉴시스
  • 하늘서 날아왔나 바다서 솟았나… ‘전설의 섬’[권다현의 童行(동행)]

    하늘서 날아왔나 바다서 솟았나… ‘전설의 섬’[권다현의 童行(동행)]

    해마다 봄이 되면 아이와 함께 제주로 떠난다. 연둣빛 새순이 돋을 무렵 태어난 아이는 만삭의 무거운 몸을 이끌고 올레길을 걸었던 엄마 때문인지 제주의 봄날을 유독 좋아한다. 짧게는 사나흘, 길게는 열흘씩 제주에 머물다 보니 아이에게도 ‘최애’ 여행지가 생겼다. 다섯 살이 되는 봄이었던가, 이번 여행에서 어디가 제일 좋았냐는 질문에 한 치의 고민 없이 비양도를 꼽았다. 늘 엄마가 고른 여행지를 묵묵히 따라다니던 아이였다. 같은 질문에도 다 좋았다거나 제주에서 산 장난감의 이름을 엉뚱한 답으로 내놓곤 했다. 그런데 또박또박 비양도란 이름을 내뱉은 아이는 그 섬에 다시 가 보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아이에게 내내 그리운 섬이 됐던 비양도를 8년 만에 다시 찾았다.●1002년 고려 목종 때 화산 폭발 기록 제주 서쪽에 그림처럼 떠 있는 아름다운 섬, 바로 비양도(飛揚島)다. 비양도라는 이름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전해지는데, 먼 옛날 하늘에서 커다란 산 하나가 날아와 제주 앞바다에 떨어지더니 섬이 됐단다. 흥미롭게도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고려 목종 때인 1002년, 제주 해역 한 가운데에서 산이 솟더니 닷새 동안 산꼭대기에서 붉은 물이 흘러나온 뒤 그 물이 엉켜 기와가 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누가 봐도 화산 폭발에 대한 묘사다. 그러니까 이 시기 제주에 화산 활동이 있었고, 그 결과가 지금의 비양도로 남았다. 이를 근거로 2002년 비양도 탄생 1000년을 기념하는 비석이 세워지기도 했다. 제주에서 가장 마지막에 생겨난 섬이라 화산 지형의 특징을 선명하게 간직하고 있는 비양도는 때 묻지 않은 제주의 자연과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여행지다. 게다가 한두 시간이면 섬 전체를 걸어서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작고 아기자기한 풍경이 가득해 아이와 함께 여행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비양도를 처음 찾던 날, 새벽에 창가를 스치는 바람이 심상치 않다 싶었는데 한림항에 도착하니 제법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양도까지는 여기서 작은 배로 15분 남짓. 그리 부담스러운 거리는 아니지만 당시 비양도는 그 흔한 카페 하나 없는 작은 섬이었다. 비를 피할 곳이 마땅치 않으니 혹여 아이가 감기라도 들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이리저리 궁리를 하는 중에 배는 무심히도 비양도에 닿았다.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신이 나서 부두로 뛰어내렸다. 조간신문을 가지러 나온 할머니와 마주치자 안녕하세요, 씩씩하게 인사를 건넸다. 할머니의 입가엔 금세 미소가 번졌다.●가장 젊은 섬…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사람 “아이고, 잘도 아꼽다! 어디서 옵데가?” 엄마에게도 낯선 할머니의 사투리를 알아듣기는 한 건지 아이는 재잘재잘 떠들기 시작했다. 덕분에 할머니와 몇 마디 나누다 보니 서울 산다는 큰아들이 꽤 가까운 동네에 있었다. 비행기에 배까지 갈아타고 찾아온 외딴섬에서 만난 인연이 참으로 귀하게 느껴졌다. “커피 먹언?” 할머니도 이 작은 인연이 반가웠는지 대뜸 커피를 타 주시겠다며 아이의 손을 잡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말하지 않아도 비를 피하고 가라는 고마운 배려였다. 자식들을 모두 육지로 떠나보냈다는 할머니의 살림은 단출하기만 했다. 아이는 제집처럼 가방에서 장난감을 꺼내 놀기 시작했고 그사이 할머니는 달짝지근한 커피 한잔을 끓여 냈다. 창밖으로 빗줄기가 조금씩 약해지더니 마침내 구름 사이로 해가 삐죽 얼굴을 내밀었다.●화산이 빚어낸 각양각색의 돌·천연습지 “엄마, 돌이 빨간색이에요!” 제주에서 가장 젊은 화산섬이니 비양도의 돌들은 유독 모양과 색깔이 다양하다. 아예 수석거리도 따로 만들어 놓았을 만큼 각양각색의 돌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이도 이건 돌고래 모양, 저건 코끼리 모양 제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특히 ‘애기 업은 돌’은 이름 그대로 엄마가 아이를 등에 업은 모습이라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는 마그마가 분출된 이후 지하 용암류 내부 가스가 배출될 때 만들어진 높은 압력이 액체 용암을 밖으로 밀어 올린 결과인데, 호니토(hornito)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비양도 호니토는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비양도 사람들은 이 돌 앞에서 소원을 빌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조금 더 걸으니 펄랑이 반겨 준다. 우뚝 솟은 비양봉을 부드럽게 감싸 안은 못 형태로, 바닷물이 뭍으로 흘러들어 커다란 염습지를 이뤘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생태계의 보고로 다양한 생물이 어울려 사는 터전이기도 하다. 한때 일주도로를 내면서 물길의 흐름이 막혀 오염이 진행되기도 했지만, 최근 데크를 일부 철수하고 정자를 옮기는 등 복원을 위한 노력을 꾀하고 있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펄랑못의 청아한 풍경을 감상하던 아이는 새 한 마리를 발견하곤 얼른 몸을 돌렸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조용히 하라고 호들갑이다. “새가 놀라면 안 돼요! 부끄러움이 많아서 멀리멀리 도망가면 안 되잖아요!” ●협재해변서 보면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섬 비양도를 한 바퀴 돌아본 끝에 작은 분교가 기다리고 섰다. 바닷가 바로 앞에 자리한 비양분교는 운동장과 교실 풍경이 참으로 정겹다. 물어보니 전교생이 겨우 여섯이란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마을이라 점심시간이 되면 다들 집으로 달려가 밥을 먹고 온다. 그러니 학교에선 오히려 부모님들에게 급식비를 준다고. 학교는 작아도 저리 넓고 푸른 바다를 매일 보며 자라니 저절로 넉넉한 꿈을 품지 않을까. “너도 여기서 학교 다닐래?” 물으니 아이는 고민도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배 시간에 맞춰 부두로 나오니 비양도에서 꽤 유명한 강아지인 복순이가 쫄랑쫄랑 따라온다. 비양도를 찾아오는 이들에게 섬 구석구석 안내하며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강아지다. 반가운 친구를 만났으니 아이는 복순이와 함께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마음껏 뒹군다. 어느새 복순이는 배를 뒤집고 누워 아양을 떨었고, 아이는 그런 녀석을 간질이며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평소 같았으면 물티슈를 들고 쫓아다녔겠지만 이 순간만큼은 둘의 시간을 존중하기로 했다. “복순이랑 헤어지기 싫은데… 우리 집에 함께 가면 안 돼요?” 돌아오는 배에서 아이는 아쉬움에 눈가가 그렁그렁했다. 그 짧은 사이에 마음을 듬뿍 준 모양이다.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협재해변에 자리를 잡으니 바다 건너 비양도가 꿈처럼 푸르다.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지는 섬에선 얼핏 복순이가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듯했다. 그렇게 비양도는 아이에게 그리운 섬이 됐다. 용암이 굳혔나 파도가 빚었나… ‘칸칸 소금밭’ 모래·바위 어우러진 제주 서부 해안8년 만에 다시 찾은 비양도는 세련된 카페와 북적이는 여행자들로 활기가 넘쳤다. 하나뿐이었던 식당은 제법 큰 규모가 됐다. 뭉근하게 끓여 낸 보말죽은 여전히 따뜻하고 맛있었다. 배에서 내리던 순간부터 복순이를 찾았던 아이는 식당 주인에게 몇 해 전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잔뜩 실망한 표정이다. 아이의 놀이터가 돼 줬던 비양분교도 휴교 중이라는 말에 어깨가 더욱 가라앉았다. 터덜터덜 마을 어귀로 들어선 아이가 낯익은 노란 담벼락을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췄다. 창문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나까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떨리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더니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주름살이 더 늘어난, 그러나 여전히 건강한 모습의 할머니가 이웃과 수다를 떨던 중이었다. 오래전 만남을 선명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셨지만 얻어 마셨던 커피 이야기에 할머니는 대뜸 주방으로 들어가셨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달달한 커피는 그 어떤 카페에서도 맛볼 수 없는 추억이었다. 돌아오는 배에서 아이는 할머니와 찍은 사진을 한참 들여다봤다. 그리고 약속했다. 내년 봄에도 비양도를 찾아오기로, 할머니와 찍은 사진을 예쁜 액자에 담아서.●협재해변, 은모래 위 바다 빛깔 고스란해 제주 서쪽을 대표하는 협재해변은 조개껍질이 많이 섞인 은모래가 특징이다. 물론 동해에도 유독 모래가 고운 곳들이 있지만 파도가 자주 치고 수심이 깊어 더 강한 파란색을 띤다. 그러나 협재해변은 파도가 적고 수심도 얕은 편이라 은모래 위에 바닷빛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또 잔잔한 바다 가운데 비양도가 자리해 풍성한 볼거리를 채운다. 해변 한쪽 마을 사람들이 정성스레 쌓아 놓은 돌탑은 여느 예술작품 못지않다. 아이가 여섯 살이 되던 해 늦여름이었던가, 비양도가 잘 보이는 자리를 골라 텐트를 쳤던 적이 있다. 물놀이에 신난 아이를 바라보며 오후 내내 밀린 책을 읽고, 배가 출출해지자 슬리퍼를 끌고 동네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해물라면 한 그릇에 마냥 행복해졌다. 어둠에 물든 비양도를 바라보며 잠들고, 아침에는 속삭이는 파도 소리에 잠을 깼다. 그때 생각했다. 이 바다, 참 제주스럽다. 아이도 그리운 비양도를 가장 가까이에서 눈에 담을 수 있는 이곳을 제주 최고의 해수욕장으로 꼽는다.●한림항 공방서 장신구·기념품 제작 체험 비양도로 들어가는 여객선이 출발하는 한림항 근처, 아기자기한 체험공방 낮잠나무가 자리한다. 젊은 주인이 직접 만든 소품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제주의 따스한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낸 액세서리와 기념품을 구입하기 좋다. 특히 주인이 직접 디자인했다는 캐릭터 유채씨는 제주의 봄을 떠올리게 하는 유채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로 내려왔다는 그는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을 유쾌한 캐릭터로 풀어냈다. 아이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원데이클래스도 운영한다. 협재해변의 에메랄드빛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자개모빌부터 동백꽃이나 한라봉처럼 제주 여행을 기억할 수 있는 액세서리, 신비로운 바닷속 풍경을 담아낸 키링과 그립톡 등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알차다. 아이는 버려지는 전복 껍데기를 활용한 트레이에 도전했다. 제주의 푸른 바다를 정성껏 재현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선물이 됐다. 엄마는 화사한 봄 귀걸이를 직접 만들었는데, 전복 트레이에 걸린 귀걸이를 볼 때마다 기분마저 노란빛으로 물든다. ●국내 유일 돌염전 ‘소금빌레 ’ 재조명 제주 서쪽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우리나라 유일의 돌염전인 ‘소금빌레’를 만날 수 있다. 구엄리에 자리한 이 소금빌레는 용암이 굳어져 깨진 널찍한 현무암지대에 흙을 돋우어 칸칸마다 바닷물을 채우고 햇볕에 말려 천일염을 제조했다. 한때 소금밭의 규모가 1500평에 이를 만큼 구엄리 사람들에겐 중요한 생계 수단이었다. ‘염쟁이’로 불리던 이들은 귀한 소금밭을 큰딸에게만 상속했다고 한다. 여성의 생활력이 훨씬 강했던 제주의 특성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1950년대까지도 활발하게 운영됐던 구엄리 소금빌레는 육지에서 들어온 값싼 소금에 밀려 결국 사라졌다. 그런데 최근 구엄리 돌염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독특한 모양의 암반과 유난히 깊고 푸른 바다, 관광 자원으로 새롭게 복원된 소금빌레가 제주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특별한 풍경을 빚어낸 덕이다. 한바탕 비가 쏟아져 소금빌레에 찰랑찰랑 빗물이라도 고이면 괜스레 염쟁이의 마음처럼 흡족하기도 하다.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던 주상절리 위에 앉아 가만히 파도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경험도 색다르다. 여행작가
  • 고려인 낡은 가방… 85년 민족혼 가득

    고려인 낡은 가방… 85년 민족혼 가득

    카자흐스탄과 수교 30주년 기념 생존 의지 보인 농지 개척 사진 홍범도 수위로 일한 극장 모형 신문·희곡 등 한글 사료도 풍성 고난 속 문화예술 희망 엿보여하루아침에 강제 이주 명령이 떨어지면 가방엔 무얼 챙겨야 할까. 모든 생활을 포기하고 중앙아시아로 떠나야 했던 고려인들은 크지 않은 여행가방에 옷가지와 함께 책이나 공연에 필요한 소품 같은 것들을 챙겼다고 한다. 문화예술을 통해 어딜 가서든 민족혼을 잊지 않고자 했던 그들의 의지였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은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고려인의 정착 역사를 보여 주는 전시 ‘와싹와싹 자라게’를 다음달 6일까지 서울 중구 수하동 KF갤러리에서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러시아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고려인의 정착 85주년이기도 하다. 전시관 입구에는 중앙아시아에 외따로이 떨어졌던 고려인처럼 낡은 갈색 여행가방 하나가 쓸쓸히 놓여 있다. KF갤러리 관계자는 “당시 실제로 썼던 여행가방”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를 둘러보면 그 여행가방에 단순히 옷가지와 같은 생활필수품만 챙긴 것이 아님을 눈치챌 수 있다. 전시의 주를 이루는 사진에는 당시 학생들이나 교사, 우리말로 연극을 선보인 연극인들, 한글 신문 ‘레닌기치’ 사원들과 출판사 관계자 등 우리 문화를 지키고자 했던 고려인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레닌기치를 계승해 오늘날까지 발간되는 고려신문, 마찬가지로 현재까지 명맥을 잇는 고려극장 등은 고려인들이 척박한 땅에서도 이어 간 민족혼을 엿보게 한다. 전시 중간에는 낯선 땅에 정착해야 했던 고려인들의 치열했던 생존 흔적도 살필 수 있다. 강제 이주는 1937년 8월 21일 스탈린이 고려인강제이주명령서에 서명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고려인들이 도착한 일대는 진펄과 갈밭, 소금밭뿐이었다. 고려인들은 이듬해 봄부터 갈대를 베고, 땅을 고르고, 메마른 땅에 물을 대어 볍씨를 뿌렸다. 척박한 땅에 집을 짓고 개척했던 고려인들의 사진은 이들이 뿌린 씨가 황무지를 푸른 옥토로 변신시켰다는 설명과 함께 그들의 강인한 의지를 느끼게 한다.생활이 나아진 고려인들은 자신의 부귀영화 대신 문화예술에 대한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소련은 고려인들에게 모국어 고등교육을 금지시켰지만 문화예술 활동에는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지식인들은 극장과 신문사로 모여 민족문화의 명맥을 이어 갔고, 수많은 한글 문학 단행본과 희곡 등이 탄생했다. 고려극장은 ‘봉오동전투’를 이끌었던 홍범도 장군이 수위로 근무한 역사도 품고 있었다. KF 관계자는 “현재 고려인들은 카자흐스탄 엘리트 계층으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며 “5세대까지 내려와 한글이 익숙하진 않지만 고려신문과 고려극장 등을 통해 선조들이 지키고자 했던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전시명인 ‘와싹와싹 자라게’는 고려인 1세대 극작가 연성용이 1933년에 작사·작곡한 노래 ‘씨를 활활 뿌려라’의 후렴구 가사다. 바람에 와사삭, 와싹 스치는 농경지의 빼곡한 벼 잎들을 상상하게 하는 이 가사는 고려인들의 희망을 보여 주는 말로 고단한 삶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 ‘강제 이주’ 고려인이 끝까지 지킨 민족혼, 문화예술 꽃 피웠다

    ‘강제 이주’ 고려인이 끝까지 지킨 민족혼, 문화예술 꽃 피웠다

    하루아침에 강제 이주 명령이 떨어지면 가방엔 무얼 챙겨야 할까. 모든 생활을 포기하고 중앙아시아로 떠나야 했던 고려인들은 크지 않은 여행가방에 옷가지와 함께 책이나 공연에 필요한 소품 같은 것들을 챙겼다고 한다. 문화예술을 통해 어딜 가서든 민족혼을 잊지 않고자 했던 그들의 의지였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은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고려인의 정착 역사를 보여 주는 전시 ‘와싹와싹 자라게’를 다음달 6일까지 서울 중구 수하동 KF갤러리에서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러시아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고려인의 정착 85주년이기도 하다. 전시관 입구에는 중앙아시아에 외따로이 떨어졌던 고려인처럼 낡은 갈색 여행가방 하나가 쓸쓸히 놓여 있다. KF갤러리 관계자는 “당시 실제로 썼던 여행가방”이라고 설명했다.전시를 둘러보면 그 여행가방에 단순히 옷가지와 같은 생활필수품만 챙긴 것이 아님을 눈치챌 수 있다. 전시의 주를 이루는 사진에는 당시 학생들이나 교사, 우리말로 연극을 선보인 연극인들, 한글 신문 ‘레닌기치’ 사원들과 출판사 관계자 등 우리 문화를 지키고자 했던 고려인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레닌기치를 계승해 오늘날까지 발간되는 고려신문, 마찬가지로 현재까지 명맥을 잇는 고려극장 등은 고려인들이 척박한 땅에서도 이어 간 민족혼을 엿보게 한다. 전시 중간에는 낯선 땅에 정착해야 했던 고려인들의 치열했던 생존 흔적도 살필 수 있다. 강제 이주는 1937년 8월 21일 스탈린이 고려인강제이주명령서에 서명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고려인들이 도착한 일대는 진펄과 갈밭, 소금밭뿐이었다. 고려인들은 이듬해 봄부터 갈대를 베고, 땅을 고르고, 메마른 땅에 물을 대어 볍씨를 뿌렸다. 척박한 땅에 집을 짓고 개척했던 고려인들의 사진은 이들이 뿌린 씨가 황무지를 푸른 옥토로 변신시켰다는 설명과 함께 그들의 강인한 의지를 느끼게 한다.생활이 나아진 고려인들은 자신의 부귀영화 대신 문화예술에 대한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소련은 고려인들에게 모국어 고등교육을 금지시켰지만 문화예술 활동에는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지식인들은 극장과 신문사로 모여 민족문화의 명맥을 이어 갔고, 수많은 한글 문학 단행본과 희곡 등이 탄생했다. 고려극장은 ‘봉오동전투’를 이끌었던 홍범도 장군이 수위로 근무한 역사도 품고 있었다. KF 관계자는 “현재 고려인들은 카자흐스탄 엘리트 계층으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며 “5세대까지 내려와 한글이 익숙하진 않지만 고려신문과 고려극장 등을 통해 선조들이 지키고자 했던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전시명인 ‘와싹와싹 자라게’는 고려인 1세대 극작가 연성용이 1933년에 작사·작곡한 노래 ‘씨를 활활 뿌려라’의 후렴구 가사다. 바람에 와사삭, 와싹 스치는 농경지의 빼곡한 벼 잎들을 상상하게 하는 이 가사는 고려인들의 희망을 보여 주는 말로 고단한 삶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 햇빛이 만든 소금꽃도 피었습니다

    햇빛이 만든 소금꽃도 피었습니다

    전남 신안 암태도를 떠난 배가 비금도(飛禽島) 가산선착장에 닿으면 가장 먼저 외지인을 반기는 것이 있다. 독수리와 염부(鹽夫) 조형물이다. 독수리는 섬의 상징물이다. 맹금(禽)이 날아가는(飛) 형상이라는 섬의 이름을 조각 작품으로 형상화했다(이웃섬 도초도의 상징물은 사자다).염부 조형물은 소금(鹽)을 만드는 인부(夫)를 형상화한 것이다. 고유의 작업복을 입고 수차를 돌리는 모습이다. 염부 조형물에서 보듯, 비금도와 도초도는 ‘소금의 섬’이다. 비금도 소금의 역사는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오른다. 당시 박삼만이란 인물이 북한 평양에서 소금밭 일구는 기술을 배워 와 신안 일대에 전파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삼만은 동료와 함께 1946년 비금도에 염전을 조성했다. 호남에선 처음이고 나라 안에서는 1907년 인천 주안염전에 이어 두 번째다. 1948년에는 대동염전이 조성됐다. 비금도 주민들이 거대 자본을 거부하고 ‘힘을 모아’(大同) 만든 염전이다. 인천 등 도시 지역 염전들이 폐염된 것과 달리 여전히 소금을 생산하고 있어 2007년 신안 증도 태평염전(제360호)과 함께 등록문화재(제362호)로 지정됐다.두 섬의 소금밭은 광활하다. 산이나 평지, 어디에서 봐도 경이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동틀녘이나 해질녘 등 ‘풍경의 골든타임’에 찾는다면 더 좋다. 천일염이 생산되지 않는 계절이어서 염부들의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너른 소금밭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채롭다. 비금도엔 해변이 많다. 첫구지, 논드래미, 하누넘 등 순우리말 이름이 정겨운 해변이다. 하나같이 단단하면서도 고운 모래로 이뤄졌다. 명사십리해변도 있다. 섬 안에서 가장 광활한 해변이다. 방문객이 뜸한 요즘엔 그 너른 해변 위로 내 발자국만 남기며 걸을 수 있다. 명사십리 해변 뒤엔 ‘이세돌 바둑기념관’이 있다. 비금도가 고향인 이세돌(38)은 인공지능(AI) ‘알파고’와 겨뤄 1승을 거둔 프로기사다. AI의 비약적인 진화에 비춰 볼 때 그의 기록은 인류가 AI를 상대로 거둔 유일한 1승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현역 시절 이세돌은 기풍이 자유롭고 독수리처럼 매서운 공격력의 기사였다. 섬의 기상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덕일 테다. 기념관 초입에 2016년 알파고와 벌인 세기의 대국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이세돌의 가족사도 엿볼 수 있다. 그의 명성에 가려졌을 뿐 형인 이상훈 9단 역시 프로기사였고, 가족 대부분이 어떤 형태로든 바둑과 연관돼 있다.비금도와 이웃한 도초도는 서남문대교를 통해 오갈 수 있다. 도초도 쪽 다리 아래 첫마을은 ‘불섬’, 화도다. 요즘처럼 섬을 드나들기 어려웠던 시절, 뭍에서 들어온 옹기장수 등이 불을 피워 오가는 배를 부른 곳이라 해서 불섬이라 불렸다고 한다. 도초도 역시 요즘 한창 관광의 섬으로 발돋움하는 중이다. 팽나무 700여 그루를 심은 ‘팽나무 십리길’, 사진 찍기 좋은 수국공원 등이 조성돼 있다. 요즘 가장 핫한 곳은 영화 ‘자산어보’ 촬영지다. 흑산도로 유배된 ‘천주쟁이’ 정약전(설경구)이 섬 청년 창대(변요한)와 티격태격하며 ‘자산어보’를 저술하는 과정을 그렸다. 수국공원에서 멀지 않다.자산어보 촬영장은 두 채의 초가와 돌담 등으로 이뤄졌다. 바다가 한눈에 담기는 언덕에 세워져 풍광이 수려하다. 초가집 안방과 건넌방 사이는 마루다. 한데 벽면이 없이 양쪽으로 트인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다. 그 덕에 언덕 쪽에서는 바다가, 건너편에서는 그림산 일대가 걸개그림처럼 걸린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촬영장을 찾은 방문객들은 홀린 듯 마루에 앉아 인증샷을 찍는다. ‘산멍’, ‘바다멍’을 즐기며 풍경 속에 머무는 법을 아는 거다. 두 섬의 마을은 하나같이 담장이 예쁘다. 그 가운데 내촌마을 담장은 등록문화재(제283호)다. 얼추 400년 전 형성된 마을 안 골목엔 키 낮은 돌담이 한가득이다. 이웃한 용소리는 ‘뽀빠이 마을’로 불린다. 시금치를 먹고 힘을 썼던 옛날 만화 주인공의 이름에서 따온 별칭이다. ‘섬초’라 불리는 시금치가 이 섬의 ‘대단한’ 특산물이란 걸 떠올리면 이름의 유래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 해풍이 키운 바위꽃이 피었습니다

    해풍이 키운 바위꽃이 피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전남 신안의 비금도를 방문한 적이 있다. 지금도 해마다 이어지고 있는 ‘선왕산 섬산행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당시엔 산만 보고 걸었다. 시간이 촉박해 차분하게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없었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비금도에 선왕산 말고도 삼각산처럼 힘차게 솟은 투구봉이 있고, 치열한 삶이 녹아 슬프도록 아름다운 풍경으로 변한 소금밭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오가는 길도 당시보다 몇 배 수월해졌다. 그러니 더 미룰 이유는 없다. 비금도행 도선에 몸을 싣는 것 말이다.천사대교를 건넌다. 암태도에서 배에 차를 싣고 비금도로 들어가기 위해서다. 목포에서 가는 방법도 있지만, 암태도 쪽이 배 타는 시간도 짧고, 운항 횟수도 훨씬 많다. 게다가 섬으로 가는 여정은 자체가 여행이다. 이런저런 풍경을 둘러보며 느릿느릿 배 타러 가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이 여정에서 만나는 풍경 가운데 압권은 역시 천사대교다. 섬으로 이뤄진 신안군의 상징물 같은 존재다. 천사대교는 길이가 약 11㎞에 달하는 거대한 다리다. 압해도와 암태도 사이 바다 위에 놓였다. 다리는 제한 최고속도인 시속 60㎞로 달리더라도 꼬박 11분이 걸릴 만큼 길다. 교량 전 구간에서 구간단속이 시행되는 만큼 빨리 달릴 수도 없다. 그저 실바람처럼 느긋하게 바다 위를 건너는 게 최고다. 이 거대한 구조물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경이롭다. 교량 초입의 전망대, 암태도 기동삼거리의 파마벽화 등 오가는 길에 관광 명소도 여럿 만날 수 있다. 일정을 더 늘릴 수 있다면 화가 김환기의 고향이자 ‘퍼플섬’으로 인기몰이 중인 안좌도까지 다녀오는 것도 좋겠다. 비금도의 산을 오른다는 건 사실상 주봉인 선왕산(255m)과 그림산(226m)의 연계 산행을 일컫는다. 물론 선왕산만 올랐다가 내려오는 이들도 있긴 하다. 명산으로 꼽히는 선왕산 정상의 표지석 인증샷이 필요한 이들이 주로 이런 산행을 즐긴다. 선왕산을 들머리, 그림산을 날머리로 삼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은 이 코스를 주저하지 않고 ‘비추’ 코스로 꼽는다. 해를 마주하고 걸어야 해서 그림산과 선왕산의 암릉미를 제대로 만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석은 상암주차장~그림산 정상∼투구봉~죽치우실∼선왕산 정상∼하누넘 해변 코스다. 거리는 5㎞ 남짓. 산행시간은 휴식 시간 등을 포함해 5시간 정도 소요된다. 들머리에서 그림산 첫 봉우리까지는 내내 오르막이다. 이후로도 오르막 내리막이 여러 차례 반복된다. 그림산은 전체가 가파른 암릉이다. 곳곳에 오르기 쉽도록 철계단과 발 받침대를 설치했다. 칼날처럼 아슬아슬한 일부 구간에는 밧줄도 놓였다. 몇몇 난코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해산굴’이다. 그림산 정상 바로 아래 뚫린 작은 석굴이다. 아이를 낳는 것처럼 오르기 힘들어서 이런 이름을 얻었을 테다. 안내판은 등산로를 ‘편하지만 돌아가는 길’, 해산굴을 ‘지름길이지만 힘든 길’ 정도로 표현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온 ‘관광객 모드’의 산객이라면 으레 해산굴을 택하기 마련이다. 이름이 독특하고, 지름길인 데다, 도전 욕구까지 불러일으켜서다.결론부터 말하면, 여태 경험했던 나라 안의 몇몇 석굴 가운데 가장 오르기 힘들다. 해산굴은 사실 볼품이 없다. 규모도 작다. 한데 굴 끝자락의 바위가 오르기 어려운 형태로 얽혀 있다. 배낭과 외투는 당연히 벗어야 하고, 두 팔과 두 다리를 모두 써서 민망한 자세로 허우적대야 겨우 굴을 통과할 수 있다. 그렇게 조심해도 깨질 건 깨지고, 찢길 건 찢긴다. 모든 걸 내려놓아야 간신히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발걸음을 돌리기도 어렵다. 발 디딜 곳이 마땅치 않아 내려가는 게 더 위험하다. 우리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 되돌릴 수 없다면 가던 길로 내처 가야 한다. 작은 동굴 하나 오른 주제에 무슨 득도라도 한 것처럼 설명하는 게 계면쩍긴 하다. 분명한 건 덩치가 클수록, 몸에 지닌 것이 많을수록 오르기 어려운 굴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어려웠던 기억은 언제나 그렇듯 잊히기 마련이다. 그렇게 오른 그림산 정상. 땀을 식히는 바람과 함께 다도해의 절경이 몰아닥친다. 검푸른 바다와 집산연봉처럼 도열한 주변의 푸른 섬들. 바둑판처럼 정돈된 염전과 뭇 생명들을 품은 갯벌 등이 씨줄날줄로 엮여 있다. 비금도의 산은 낮지만 풍경만큼은 이렇듯 사뭇 장하다. 그림산 정상에서 크고 작은 능선을 몇 번 오르내리면 투구봉이 나온다. 지금이야 비금도를 상징하는 명소 중 하나가 됐지만, 나무 데크가 놓이기 전까지만 해도 접근이 불가능한 곳이었다. 그러니 예전에 그림산을 올랐던 이들이라면 투구봉에 발을 딛기 위해서라도 다시 비금도를 찾아야 한다. 수직의 암봉을 올라 굽어보는 풍경이 시원하다. 그림산 능선을 다른 각도에서 보는 맛도 일품이다.투구봉에서 돌아 나오면 가파른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기껏 고도를 높였는데, 다시 내려가야 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오르막은 한산마을과 이어진 죽치우실에서 다시 시작된다. ‘우실’은 돌담이다. 마을 뒤편에서 산을 타고 내려온 골바람을 막는 담장 역할을 한다. 온갖 재액과 역신을 막는 ‘믿음의 장치’ 노릇을 하기도 한다. 죽치우실에서 선왕산 정상까지는 그리 어려울 게 없다. 다양한 형태의 바위들을 감상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정상이다. 산행의 날머리는 하누넘 해변이다. 해변의 모양이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와 닮아 ‘하트 해변’이라 불린다. 하트 형태가 가장 잘 보이는 곳은 섬 일주도로 중간쯤의 언덕이다. 선왕산 정상에서 봤던 하트 해변보다 한결 ‘하트스러운’ 해변과 마주할 수 있다. 인증샷 찍기 좋게 조형물도 세웠다. ■여행수첩 →비금도 안에 택시, 버스 등이 있지만 제대로 돌아보려면 차를 가져가는 게 좋다. 비금도로 가는 도선은 천사대교 건너 암태도 남강선착장에서 탄다. 비금도 가산선착장까지 40분가량 걸린다.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거의 매시간 배가 운항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수도권 등에서 목포까지 KTX로 내려간 뒤 차를 렌트해 가는 방법도 있다. 목포역 주변에 렌터카 회사들이 몇 곳 있다. 목포에서 출발해도 도선은 암태남강선착장에서 타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다. →음식점은 비금도보다 도초도 쪽이 다양한 편이다. 도초도 화도선착장 쪽에 음식점이 많다. 간재미 회무침 등 별미를 맛볼 수 있다. 배시간이 촉박해 급히 요기를 해야 한다면 암태남강여객선터미널 안에 있는 구멍가게를 권한다. 갯벌에서 잡은 낙지를 넣고 즉석에서 라면을 끓여 준다. 일반 라면보다 서너 배 비싸지만, 맛으로 ‘본전’은 뽑는다. →숙소는 모텔, 펜션 등 다양하다. 가격도 여인숙부터 비즈니스 호텔급의 한옥 펜션까지 다양하다. 다만 모텔보다는 최근에 들어선 펜션이 깔끔한 편이다. 도초도 신흥장은 가성비가 좋다. 상호는 ‘장급 여관’이지만, 영수증엔 ‘여인숙’이라고 찍힌다. 그래도 시설은 깔끔하게 유지되는 편이다.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빛과 소금이 있었네 - 신안 소금박물관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빛과 소금이 있었네 - 신안 소금박물관

    #신안소금박물관 #천일염 #염전체험 “평양감사보다 소금장수” 우리네 속담에도 소금장수는 귀히 대접받았던 듯 하다. 구황염(救荒鹽)이라 하여 조상님들도 기근이 들었을 때 다른 곡식은 못 내어주어도 소금만큼은 필시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주린 배는 소나무껍질이라도 채우면 되지만 체내의 염도(鹽度)가 떨어지면 다른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소금은 곧 생명의 물질이었다. 요사이 들어 ‘3백(白)’ 음식이라 하여 흰 색 먹거리인 설탕, 밀가루, 소금을 피해야 한다고 그리도 외쳐 된다. 특히 ‘소금’, 즉 염화나트륨(Nacl)에 대해서도 너무나도 부정적인 인식이 퍼져 있다. 그러나 인체의 혈액이나 세포 안에는 약 0.7~0.9%의 염도가 유지되어야 각종 병균으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엄마 뱃속의 양수 역시 0.9%의 염도가 유지되어야 태아는 각종 전염균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 또한 체내의 염도가 떨어지면 발열, 두통, 의식장애, 간질 등이 일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혈액이 산성화가 되면 위액의 산도가 떨어지고 철분의 흡수가 방해받아 결국 탈진이나 체력저하로 신체는 곧바로 피폐해진다. 생명을 지키는 소금, 신안의 소금박물관으로 가 보자.인류의 역사는 소금의 역사다. 소금을 얻기 위해 일을 하였고 봉급(샐러리. Salary)을 받았다. 여기서 ‘샐러리’ 어원은 누구나 다 알듯이 소금을 뜻하는 라틴어 ‘Sal'에서 왔다. 우리가 먹는 샐러드(Salad) 역시 채소에 소금을 뿌린 음식을 ‘Salade'라고 부르던 것에서 유래되었고 로마시대에는 군인들에게만 소금으로 봉급을 주었기 때문에 군인을 뜻하는 말이 ’Soldior(소금을 받는 자)‘가 되었다. 이외에도 세계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류의 삶을 지탱하던 힘은 곧 소금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이런 소금을 얻는 방법은 다양하다. 인류가 최초로 소금을 채취한 방법은 바로 육지의 소금광산에서 소금을 채굴하여 얻은 암염(巖鹽), 흔히들 꽃소금이라 부르는 염도가 높은 정제염, 바닷물을 끓여 얻는 전오염(煎熬鹽), 바닷물을 염전에 담아 햇빛(天日)에 증발시켜 만드는 천일염 등이 있다. 이중 우리나라에서는 천일염(天日鹽)방식의 소금 제작 방법이 서해 갯벌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하였다.실제 한해 전세계에서 거래되는 소금은 2억톤에 이르며 이중 60%는 암염이 대부분이고 나머지는 대개 천일염, 정제염 등이 그 뒤를 잇는다. 하지만 우리나라 서남해에서 한 해 28만여 톤을 생산하는 갯벌 천일염은 세계적으로도 불과 0.2%에 불과한 희귀 제조방식의 천일염이다. 특히 천일염은 칼륨, 칼슘,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이 풍부하여 천일염으로 만든 음식물의 경우 맛의 풍미가 여지없이 살아난다.바로 이러한 천일염의 제작 방식 및 염전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신안 소금박물관이다. 140만평 규모의 국내 최대 염전인 태평염전에 자리한 소금박물관은 2007년 7월에 개관한 이래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소금박물관에는 총 7개의 개별 섹션이 만들어져 소금의 생산 역사, 소금의 체내 역할, 소금의 미네랄 구성, 천일염 생산 방식 등 다양한 전시물들이 마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염전에서 소금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특히 현재 소금박물관으로 이용되는 건물은 1945년 염전 설립 초기에 건축된 석조 소금 창고로 이후 목재창고, 자재창고로도 사용되기도 한 곳이었다. 옛모습이 원형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어 근대 석조 건축사에도 그 의미가 커 2007년 우리나라 염전으로서는 최초로 근대문화유산(제361호)로 지정 등록된 곳이기도 하다. <신안 소금박물관에 대한 방문 10문답> 1. 방문 추천 정도는? - ★★★(★ 5개 만점) 2. 누구와 함께? - 가족 단위, 행사 단체 관광 3. 가는 방법은? -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지도증도로 1058 - 지도 읍내 사거리에서 증도우전해수욕장 방면으로 좌회전 후 8Km(805번국도) 이동 →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계속해서 오시면 사옥도 지신개선착장 도착 → 증도 버지선착장 → 소금박물관(도보 10분 거리) 4. 신안 소금박물관의 특징은? - 말 그대로 하얀 소금밭을 만날 수 있다. 드넓은 염전의 풍광이 아름답다. 5. 방문 전 유의 사항은? -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일정을 좀 더 여유롭게 잡을 것. 6. 신안 소금박물관에서 꼭 볼 곳은? - 소금박물관 내의 여러 전시품. 소금박물관 옆의 염전, 소금창고 7. 토박이들로부터 확인한 추천 신안 먹거리는? - 짱뚱어탕은 꼭 먹자. 짱뚱어탕 ‘이학식당’, ‘안성식당’, 삼겹살 ‘미연식당’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www.saltmuseum.org/ 9. 주변에 더 방문할 곳은? - 태평염생식물원, 소금바람길, 소금동굴 힐링센터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신안에 위치한 소금박물관은 우리나라에 위치한 박물관 중에서 나름의 색깔을 확실히 가지고 있는 박물관이다. 단지 소금의 역사를 살피는 것이 아니라 박물관 주변의 염전과 소금창고 등의 모습에서 우리네 아버지, 할아버지들의 땀의 시간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휴가철 맞아 전남 섬축제 스타트

    휴가철 맞아 전남 섬축제 스타트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전국 섬의 65%가 위치한 전남지역에서 섬 축제가 열린다. 전남도는 신안군 증도 짱뚱어 해변 일원에서 2일~11일 ‘5GO 싶은 축제, 5GO 싶은 신안’이라는 주제로 10일 간 3만여 명이 참여하는 ‘섬 갯벌 축제’를 개최한다고 2일 밝혔다. 축제기간 전남도지사기 구간 마라톤대회, 신안군수배 카약 및 패들보드 전국 대회, 갯벌배구, 갯벌풋살 등 다양한 대회가 열린다. 레저보트·패들보트·카약 등 해상레포츠 탑승체험과 증도 호핑투어, 갯벌 레슬매니아(레슬링, 닭싸움), 갯벌 깃발뽑기 서바이벌, 태평염전 소금밭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3일 오후 8시 식전공연에는 가수 ‘DJ DOC’과 ‘바다’, 개그콘서트 ‘트윈스’가 출연해 축하 공연을 선보인다. 오후 10시에는 환상적인 ‘1004 아일랜드 해상 불꽃쇼’가 증도바다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황금조개 찾기’는 갯벌 속에 황금모형의 조개를 숨겨 놓고 찾는 사람에게 상품권 등 다양한 경품을 지급한다. 전남도 관계자는 “신안 섬 갯벌 축제, 제1회 섬의 날 기념행사를 섬의 역사와 자원, 문화와 생태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오는 8일부터 10일까지 목포 삼학도에서 제1회 섬의 날 행사를 개최하고, 10일과 12일 이틀간은 목포 평화광장에서 국제 파워보트 대회를 진행한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실속’ 한우·‘알찬’ 농수산물… 황금돼지 세트 등 이색 아이템도

    ‘실속’ 한우·‘알찬’ 농수산물… 황금돼지 세트 등 이색 아이템도

    기해년 민족 대명절인 설날이 다가왔다. 유통업계에서는 설 대목을 맞아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명절 인기 선물로 꼽히는 한우 제품부터 각 지역을 대표하는 농수산물 세트까지 알찬 구성에 실속을 담아 다양하게 준비했다. 황금돼지 기념 세트, 드라이에이징 숙성육, 반건조 수산물 등 이색적인 아이템들도 빼놓지 않았다. 1인 가구와 혼밥·혼술족들을 위한 소포장·소용량 세트를 늘리고 프리미엄급 선물세트도 특색 있게 구성해 여느 해보다 선택의 폭을 넓혔다.●롯데백화점, 프리미엄 선물세트 강화 롯데백화점은 10만원 이하의 상품을 20% 이상 구성하고 10만원 이하 농·축·수산물 선물세트의 품목 수를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린 500여개 품목을 준비했다. 무엇보다 프리미엄 선물세트를 강화했다. 최상위 등급의 구이용 부위들로 구성한 프리미엄 한우 선물세트 ‘L-NO.9 세트’(6.5㎏·100세트)를 135만원에, 최상급 참조기만으로 꾸려진 ‘영광 법성포 굴비세트 황제’(2.7㎏·10미)’를 250만원에, 보르도 최고의 빈티지 중 하나로 평가받는 2005년 빈티지 와인을 담은 ‘KY 세기의 빈티지 와인세트 2호’를 250만원에 내놓았다. 황금돼지해를 맞아 ‘황금돼지의 해’ 기념 선물세트도 선보였다. ‘동물복지 돈육세트’(삼겹살+목살·1.2㎏)’를 200세트 한정으로 8만 8000원에, ‘흑돼지 돈육혼합세트’(삼겹살·목살 각 0.6㎏)’를 8만 8000원에 판다. 바이어 ‘직매입 선물세트’도 정성을 들였다. 바이어가 직접 산지에 찾아가 상품을 수매해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는 ‘직매입’ 선물세트를 6품목 준비했으며, 준비 물량도 지난해보다 20% 늘렸다. 대표적으로 ‘화식 한우 프리미엄 로스 세트’(3.6㎏)를 200세트 한정으로 시세 대비 절반 수준인 49만원에 판매하며, ‘영광굴비세트 6호’(1.2㎏·10미)’를 20만원에, ‘영광굴비세트 8호’(1㎏·10미·온라인몰 전용)’를 8만 5000원에 판매한다. 10만원 이하 선물세트도 500여개 준비했다.●신세계백화점, 3가지 차별화 세트 추천 신세계백화점은 3가지 선물세트를 추천한다. 먼저 청정 자연환경에서 자란 ‘산청 유기농 한우 세트’(만복 40만원·다복 30만원)다. 산청 유기농 한우는 높은 일교차와 신선한 공기를 갖춘 경남 산청 차황면의 맑고 깨끗한 자연에서 자란다. 소나무가 울창한 지리산 산기슭 초지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고 유기농 사료만을 먹고 자란 소는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하다. 다음으로 굴비의 참맛을 가진 ‘영광 법성포 굴비’(만복 60만원·다복 50만원·오복 40만원·수복 25만원)다. 굴비의 명산지로 알려진 영광 법성포에서 통통하게 살이 오른 참조기가 깨끗한 칠산 바다에서 불어오는 하늬바람에 맛있게 건조됐다. 낮보다 습도가 높은 밤에는 어체의 수분이 밖으로 배출되면서 찰지고 단단한 참조기의 육질이 더 맛있게 숙성된다. 소금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인증받은 우수 천일염인 육형제 소금밭의 숙성된 천일염을 사용했다. 끝으로 명인의 열정과 자부심으로 키워낸 ‘신세계 충주사과 세트’(11입·9만 5000원)다. 충북 지역은 서늘한 날씨에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해 맛과 향이 진한 명품 사과의 산실이다. 충북 사과의 우수한 빛깔과 향, 아삭한 식감, 높은 당도를 유지하기 위해 재배와 수확 등 모든 과정을 철저하게 관리했다. GAP(농산물 우수관리) 인증, 친환경 인증, 저탄소 상품 인증을 받았다. 가지치기와 열매솎기 등 모든 작업을 직접 관리하는 인·핸드 농법으로 생산했다.●현대백화점, 한우 품목 수량·물량 늘려 현대백화점은 대표상품으로 꼽히는 한우 선물세트의 품목 수와 물량을 지난해보다 각각 30% 늘렸다. 1등급 등심 로스 0.9㎏, 불고기 0.9㎏, 국거리 0.9㎏으로 구성한 ‘현대특선한우 죽 세트’(30만원), 1등급 찜갈비 1.1㎏, 1등급 등심 불고기 0.9㎏, 국거리 0.9㎏으로 구성한 ‘현대특선한우 국 세트’(36만원) 등이 주력 상품이다. 특히 올해 도축 물량 감소에 따라 한우 시세가 많게는 10% 올랐음에도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10만원대 한우 선물세트의 판매 가격을 동결했다. 1등급 등심로스(200g×2입), 불고기(200g×2입), 국거리(200g×2입)로 구성한 ‘현대 한우 실속포장 정 세트’(15만원), 1등급 등심로스(200g×2입), 치마살 로스(200g×2입), 부챗살(200g×2입)로 구성한 ‘현대 한우구이 실속포장 세트’(19만원) 등이 대표적이다. 굴비·옥돔·더덕 등 현대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지역 특산물에 프리미엄 전통 식품 브랜드 ‘명인명촌’ 장류로 맛을 낸 프리미엄 선물세트도 선보였다. 대표적으로 고랭지 청정지역에서 재배한 홍천 더덕을 순창 고추장으로 숙성시킨 ‘명인명촌 더덕 장아찌’(300×2입·10만원), 영광 굴비에 매실 고추장을 버무린 ‘명인명촌 매실 고추장굴비´(350g×2입·18만원), 제주산 옥돔을 황토판 천일염으로 밑간한 ‘명인명촌 황토판염 옥돔세트´(1.4㎏·18만원) 등이다. 유명 맛집과 협업한 다양한 선물세트도 내놓았다.●이마트, 한우·과일·굴비 세트 주력 이마트는 한우, 과일, 굴비 세트 등을 주력 상품으로 준비했다. 한우를 대표하는 세트로 횡성축협 한우 1등급 3㎏(등심·국거리·불고기 각 1㎏)으로 구성한 ‘피코크 한우 냉장 1호’를 25만원에 선보였다. 과일 선물세트 중에서는 5만원대의 사과, 배 선물세트가 대표적이다. 그중에서 9입 이내로 구성된 ‘배 VIP´(5만 6800원)를 앞세웠다. 또한 국산 참조기와 천일염으로 만든 ‘명품 영광 참굴비 2호´를 12만원에 판매한다. 명품 영광 참굴비는 가성비 좋은 굴비 세트로 중간 크기의 굴비 10마리로 구성했다. 대중적인 선물세트 외에 개성을 강조한 이색 선물세트들도 함께 준비했다. 먼저 드라이에이징 숙성육으로만 구성한 ‘피코크 한우 드라이에이징 세트’(한우 1등급 드라이에이징 숙성육 3㎏+등심구이·58만원)’다. 1등급으로 엄선한 등심과 채끝 원육을 숙성해 프리미엄 선물로 기획했다. 두 번째로 ‘반건조 제수용 세트’(1.6㎏·10만원)’다. 참돔, 참가자미, 민어, 부세조기 등 제수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손질한 반건조 수산물들로 구성했다. 이마트 화장품 브랜드 ‘센텐스’에서 내놓은 선물세트도 있다. ‘센텐스 베어 컴포팅 스킨케어 세트’(토너 130㎖+로션 130㎖+마스크시트 5매입·6만 600원), ‘센텐스 프로폴리스 팅크처 앰플 앤 클렌저 세트’(앰풀 30㎖+클렌저 200㎖+앰풀미니 5㎖X2·5만 9600원)’ 등 4종으로 구성했다.●롯데마트, 실속형부터 고가형까지 가격대 다양 롯데마트는 5만원 미만부터 10만원 이상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선물세트를 준비했다. 5만원 미만 선물세트로 ‘이베리코 혼합세트’(4만 9900원)가 있다. 스페인산 이베리코 돼지고기 삼겹살, 목심, 항정살, 갈빗살 부위를 각각 300g씩 4개(1.2㎏)를 담았다. ‘미국산 아보카도 선물세트’(3만 5000원)는 미국산 아보카도 9입으로 구성했다. 엘포인트(L.point) 회원가가 4만 9000원인 ‘견과&건과 10종 세트’(7만원)는 호두, 구운 아몬드, 구운 캐슈너트, 건포도, 건골든베리, 건블루베리 등의 건과류 총 10종을 담았다. 5만원 이상 10만원 미만 선물세트로는 ‘한우 냉장 간편포장 한마리 세트’(1㎏·9만 9000원)를 추천한다. 1인 가구와 간편한 한 끼를 추구하는 수요를 고려해 1등급 한우 등심·안심·채끝·국거리·불고기를 0.2㎏씩 진공 포장해 각각 소량으로 즐길 수 있게 했다. ‘천하제일 귀하게 자란 큰 사과 세트’, ‘천하제일 귀하게 자란 큰 배 세트’, ‘천하제일 귀하게 자란 큰사과·큰배 세트’도 각각 10만원 미만대(9만 9000원)의 가격으로 내놓았다. 10만원 이상 선물세트로는 미국·호주산 냉동 LA 갈비 선물세트(각 15만원·엘포인트 회원가 각 12만원)가 있다. LA갈비 1.5㎏씩 2개를 담았다. 버섯 선물세트인 ‘백화고 행복 세트’는 12만4000원에 준비했다. 초고가 선물세트로는 ‘지리산 순우한 한우 1++ 갈비세트’(29만 8000원)가 있다.●홈플러스, 5만원 이하 비중 87%로 부담 줄여 홈플러스는 1900여종의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5만원 이하 선물세트를 전체 87% 수준인 1650여종 마련해 가격 부담을 줄였다. 특히 13대 행사 카드로 결제 시 최대 30% 할인 혜택을 주며 행사카드별 결제 금액에 따라 무이자 혜택과, 단일 행사카드 결제 시 구매 금액대별 상품권을 준다. 우선 가성비를 높인 세트를 준비했다. 중소과가 넉넉한 산지 사정에 맞춰 좋은 품질 상품만 엄선한 실속형 혼합세트를 마련했다. 국산농산물품질관리원의 품질 안전인증을 거친 ‘GAP 사과배 혼합세트´(사과 6입+배 5입·4만 9000원)가 대표적이다. 또한 하루 한 봉씩 챙겨 먹을 수 있는 매일견과 100봉을 가성비 있게 담은 ‘매일견과플러스100입 2000G´(100입·4만 9900원·1+1), 상대적으로 물가상승 폭이 작은 ‘남해안 멸치선물세트’(국물용멸치 150g×2, 조림용멸치 150g×2, 볶음조림용멸치 170g, 볶음용 멸치 200g·4만 9900원) 등을 준비했다. 5만~10만원대 국내산 농·축·수산물 세트 수도 소폭 늘렸다. 대표 상품으로는 유명 산지에서 100% 비파괴 당도 선별로 프리미엄 고당도 사과를 엄선한 ‘명품명선 사과배 혼합세트´(사과 6입+배 5입·6만 9000원), 3대 불고기로 유명한 광양식과 언양식 소불고기로 구성한 ‘전통양념소불고기 냉동세트´(언양식소불고기 1㎏+광양식소불고기1㎏·6만원), ‘동원 육포세트´(쇠고기 육포 60g×7·5만 9900원·5+1) 등이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색색의 소금밭, 파랗게 물든 마을… 컬러풀 아프리카!

    색색의 소금밭, 파랗게 물든 마을… 컬러풀 아프리카!

    EBS1 ‘세계테마기행’이 북아프리카의 세 나라 세네갈, 튀니지, 모로코를 찾아간다. ‘컬러풀 아프리카’ 시리즈는 3일 1부 ‘다이내믹 세네갈’로 북아프리카 여행의 문을 연다.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 시내에 위치한 환승 버스터미널에는 눈을 사로잡는 버스가 있다. 다채로운 색상의 동물 혹은 나무 모양으로 화려하게 꾸민 독특한 버스다. 다카르에서 한 시간 거리 명소에는 또 다른 색채가 신비롭게 펼쳐진다. 대서양 바닷물이 지하로 흘러들면서 웅덩이를 형성한 소금밭은 웅덩이마다 다른 빛깔을 띠고 있다. 여행의 종착지로 향하는 길에는 ‘파타스 원숭이’ 무리를 만난다. 바오바브나무 군란지에 위치한 마을 니아로녜세레에서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며 우정을 나누고, 마을 사람들이 해준 전통요리 ‘체부 젠’을 나눠먹으며 세네갈의 인정을 느낀다. ‘컬러풀 아프리카’ 4부작은 이날부터 6일까지 나흘간 오후 8시 40분에 방송된다. 2부 ‘강렬한 유혹, 튀니지안 블루’에서는 베르베르인들의 전통이 전수되고 있는 도자기 마을 시즈난을 찾아가 자연 염료의 비밀을 알아본다. 3부 ‘아웃오브아프리카, 모로코’에서는 카사블랑카에서 트램으로 30분 거리인 아인 디압 해변의 햇살과 낭만을 만끽한다. 4부 ‘모로코에서 만난 색채의 마법’에서는 스머프가 튀어나올 것 같은 파란 마을 쉐프샤우엔과 흙빛의 도시 와르자자트를 방문한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다 잊으리… 내일은 새로운 태양이 떠오른다

    다 잊으리… 내일은 새로운 태양이 떠오른다

    또 한 해가 시나브로 저물어 간다. 저마다 뜨고 지는 해를 보며 송구영신의 의식을 준비할 때다. 해돋이와 해넘이가 아름다운 곳을 골랐다. 비교적 접근하기 쉽고 덜 알려진 곳들이다. 주변에 함께 돌아볼 곳이 많은지도 고려했다.●KTX 개통된 강릉 정동진의 해돋이 강원 강릉의 정동진은 일 년 내내 사람들로 붐빈다. 워낙 관광명소라 그렇다. 특히 해돋이 장면이 빼어나다. 쉼 없이 철썩대는 파도 위로 붉은 해가 솟구치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다. 이 모습을 보자고 전국에서 인파가 몰린다. 올해는 특히 KTX 경강선 개통으로 예년보다 더 많은 인파가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데 붐벼서 짜증나는 일은 없다. 외려 차가운 날씨 속에서 새 출발을 함께했다는 묘한 동질감을 느끼곤 한다. 정동진역 앞 해변은 어디나 감상 포인트. 오는 31일 밤 모래시계 회전식을 시작으로 다양한 해맞이 행사가 새해 첫날까지 이어진다. 정동진까지는 안인진을 거쳐 해안길을 따라가야 제맛이다. 드라이브 마니아들 사이에서 놓쳐서는 안 될 해안길로 꼽힌다.●땅끝마을 백일도-흑일도 사이의 일출 섬을 제외하고 한반도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곳. 전남 해남의 땅끝마을이다. 뭍은 여기서 끝나지만 희망은 비로소 시작된다. 남루했던 지난해를 털어 내고 순백의 도화지 같은 새해를 맞으려는 이들이 땅끝마을을 찾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땅끝마을은 해넘이도 빼어나지만 해돋이 장면이 더 힘차고 아름답다. 겨울철엔 바다 왼쪽의 백일도와 흑일도 사이에서 해가 뜬다. 방울토마토처럼 붉은 해가 너른 바다와 크고 작은 섬들을 물들이는 장면은 서정적이면서도 장쾌하다. 올해 해넘이제와 해맞이제 행사는 조류인플루엔자로 취소됐다. 송지면 엄남리 해안에서 땅끝마을을 거쳐 사구리 해안까지 가는 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중 하나다. 주변에 송호해변, 땅끝조각공원 등 명소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세 가지 바다 색깔’ 경북 울진 현종산 경북 울진의 현종산(417m)은 낮은 높이에 견줘 매우 깊은 풍경을 갈무리하고 있는 산이다. 덕신리 바닷가에 바짝 붙어 솟은 덕에 바다와 내륙을 두루 살필 수 있다. 해돋이는 물론 해넘이도 볼 수 있다. 빼어난 풍경에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찾는 이는 거의 없다. 현종산에 오르면 세 가지 색 바다와 마주하게 된다. 여명의 검붉은빛, 아침의 파란빛, 그리고 저물녘의 붉은빛이다. 내륙 쪽에선 통고산 등 울진 일대의 수많은 산이 파도처럼 물결치는 장면과 마주할 수 있다. 다만 전망대가 마련돼 있지 않아 찾아가기가 다소 까다롭다. 7번 국도변의 덕신휴게소 뒤 마을길을 따라간다. 정상까지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 있지만 도로 상태가 고르지 못한 편이다. 도로 폭도 좁아 차량 교행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경기 평택호의 서해대교 너머 해넘이 경기 평택의 평택호(아산호)는 보통 해돋이 명소로 통한다. 새해 첫날이면 해맞이 행사도 열린다. 한데 그보다는 해넘이 장면이 좀더 빼어나다. 서해대교 너머로 해가 질 무렵이면 시시각각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평택호 관광단지는 1970년대 수도권의 관광명소였던 곳이다. 지금은 쇠락해 찾는 이가 많지 않다. 관광단지 안은 한국소리터, 모래톱공원, 평택호예술관 등 다양한 시설물과 독특한 조형물로 빼곡하다. ‘지영희국악관’도 이 안에 있다. 국악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이끈 ‘국악의 아버지’ 지영희(1909~1979)의 업적을 엿볼 수 있다. 모래톱공원의 다양한 조형물도 인상적이다. 모래톱공원 뒤는 계두봉이다. 주민들이 닭머리라 부르는 곳. 일제강점기에 경기 남부에서 가장 먼저 만세운동이 일어난 장소다.●강원 정선 ‘병방치’ 한반도 지형 한눈에 강원 정선의 산들은 불퉁스럽다. 곧추서거나 깎아질렀다. 폭도 좁아서 주민들 표현처럼 앞산과 뒷산 사이에 빨랫줄을 걸 수 있을 정도다. 강원도 사람들은 이렇게 수직으로 솟구친 바위절벽을 ‘뼝대’라 부른다. 정선 안엔 뼝대와 강물이 만나 물돌이동을 이루는 곳이 꽤 많다. 그 가운데 탁월한 전망 포인트로 꼽히는 곳이 병방치다. 이웃한 영월의 선암마을처럼 발아래로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어 인기다. 해발 583m의 절벽 끝엔 스카이워크가 조성돼 있다. 길이 11m의 U자형 구조물이다. 바닥에 깔린 강화유리 위를 걷다 보면 꼭 하늘 위에 선 듯한 느낌을 받는다. 입장료가 부담스럽다면 목재데크를 따라 조금만 더 걸어 오르시라. 정상 언저리에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여기서 맞는 풍경이 무척 훌륭하다.●섬 곳곳이 낙조 전망대인 전남 증도 전남 신안은 ‘천사의 섬’이라 불린다. 관내에 1004개의 섬이 있다 해서다. 그 가운데 증도는 흔히 ‘보물섬’이라 불린다. 1975년 중국 송·원대의 유물이 실린 난파선이 섬 앞에서 발견된 이후 이 같은 별명을 얻게 됐다. 2010년 증도대교가 놓이면서 섬의 습속이 급속히 사라져 가고는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느릿느릿 돌아보는 게 더 어울리는 곳이다. 증도는 섬 안 곳곳이 낙조 전망대다. 소금밭 전망대, 짱뚱어다리 등에서 서정적인 해넘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특히 화도 노둣길의 낙조는 명불허전이라 할 만큼 아름답다. 면사무소 뒤편의 상정봉 역시 빼어난 낙조 포인트다. 한반도 모양이라는 우전해변의 송림과 태평염전 등을 볼 수 있는 곳도 여기다. 면사무소 옆 등산로를 따라 2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소길댁 이효리와 소금빌레…구엄리 돌염전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소길댁 이효리와 소금빌레…구엄리 돌염전

    “친애하는 제주 관광객 여러분들, 죄송하지만 저희 집은 관광코스가 아닙니다.” 제주도 애월읍 소길리에 내려온 이효리는 어지간히도 괴로웠을 터. 그 옛날 혼례 갓 치른 신혼방을 동네 아낙들이 손가락에 침발라 창호지 문 뚫어 보듯 하루 수십 명의 관광객들이 초인종을 눌러댔다. 멘탈 강하다고 소문난 ‘센 언니’ 이효리도 넋이 나갈 지경이었음이 짐작된다. 2014년 6월 28일 트위터에 올린, 새 신부가 흘린 눈물(?)의 호소였다. 여하튼 ‘소길댁’으로 거듭난 이효리 덕에 애월은 서울 이태원 부럽지 않은 제주의 명소가 되었다. 애초에 애월은 바다로 터전을 닦은 동네였지만, 이제는 누구도 애월에서는 바다를 말하지 않는다. 대신 땅을 이야기하고, 땅값을 묻고, 땅을 구한다. 불과 5년 전만 하여도 제주도 서쪽 조용한 시골마을인 애월의 땅값은 3.3㎡(1평) 당 10만원이 채 되지 않았지만, 현재 시세는 10배가 훌쩍 넘어서고 있다. 땅값 오른 사연에 배 아픈 사촌들만 서성이고 있을 제주도 애월 바다의 구엄리 돌염전으로 가 보자. 제주 서쪽 애월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구엄리 해안 바닷가 너른 돌바닥 위에 그물코 같은 돌염전을 볼 수 있다. 바로 ‘소금빌레’라고 불리우는 국내 유일의 돌밭(빌레) 염전이다. 1950년대까지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소금의 양이 1년에 17톤에 이를 정도였지만, 이후 육지에서 들어온 값싼 소금에 소금빌레의 역사는 소멸되었다. 소금빌레의 역사는 조선 명종 14년(1559년) 강려(姜麗) 목사가 부임하면서 시작되었다. 바닷물로 햇볕을 이용하여 소금을 제조하는 방법을 구엄마을 주민들에게 가르쳐 주었고, 이에 해수로 농사를 짓지 못하던 구엄마을 주민들은 생업의 터전으로 소금을 생산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당시 소금밭의 길이는 해안을 따라 300미터 정도였고 폭은 50미터, 넓이는 4845㎡(약 1500평)에 이를 정도의 큰 규모였다. 제주 소금빌레에서 생산된 소금은 품질이 뛰어난 천일염으로 중산간 지역 주민들과 농산물을 교환하는 물물교환의 주요한 대상이어서 구엄마을 주민들에게는 생계의 중요한 수단이었다. 또한 소금빌레는 지적도 상에 존재하지 않는 공유수면상에 위치하지만 전통적으로 개인소유가 인정되어 매매가 이뤄지기도 하였고 그 값은 육지 땅값에 비해 훨씬 높았다. 당시 한 가구당 20~30평 내외로 소유하였는데, 소금빌레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집안의 장녀, 즉 큰 딸에게 상속하는 재산이었다는 점이다. 현재 제주시는 구엄포구 너럭바위 위에 소금빌레 150㎡가량을 복원하여 다시금 예전 소금빌레 천일염을 관광자원으로 만들고자 관광안내센터와 주차장을 설치하여 노력하고 있다. ‘소길댁’ 이효리 집 대문 바깥에서 한동안 서성이는 것보다 애월 구엄리 돌염전의 검푸른 바닷가 소금빌레를 거니는 것은 어떨까? <소금빌레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제주 서쪽 해안도로를 따라 애월에 간다면. 2. 누구와 함께? -달달한 연인과 함께. 3. 가는 방법은? -애월해안도로를 따라 가다 나오는 구엄마을. 제주공항에서 316번 간선 버스를 타고 번대동정류장에서 하차. 4. 감탄하는 점은? -애월의 땅값. 제주도의 푸른 바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조만간 애월의 핫 플레이스가 될 확률 1순위. 6. 꼭 봐야할 장소는? -소금빌레 너럭바위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연잎밥 ‘물메골’(713-5486), 문어라면 ‘놀맨닷컴’(799-3332), 문어 ‘곽지박사장네’(010-7546-9920), 한라산 볶음밥(799-7765)/ 지역번호 064 8. 홈페이지 주소는? -https://www.seantour.com/village/gueom/main/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새별오름의 푸른 초원, 애월 한담 산책로 10. 총평 및 당부사항 -자연인이 되고픈 소길댁 이효리 이상순 집을 굳이 찾아 들어가는 무례는 범하지 마시길.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여행을 떠나요] 여행하기 좋은 계절… 색다른 데 없을까

    [여행을 떠나요] 여행하기 좋은 계절… 색다른 데 없을까

    새로운 경험 주는 ‘알래스카’ 온가족이 함께 가는 ‘인도’ 장소·일정 부담 없는 ‘국내 여행’‘알래스카’. 이름부터 신비로운 소리를 자아내는 알래스카는 미국 50개 주 중에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위대한 땅’이란 뜻의 인디언 어원인 ‘Alyeshka’에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 알래스카를 더욱 신비롭게 만드는 것은 지형과 자연이 만들어낸 경관이다. 거대 빙하들이 떠다니는 해안, 세차게 흐르는 강물, 북미 최고봉이라 불리는 산들, 툰드라와 수많은 야생동물까지. 뼛속까지 파고드는 청정한 공기와 맑은 물, 그리고 두 눈을 정화해주는 수려한 경관을 지닌 천연의 땅에서 약간의 시간만 있으면 흥미와 스릴 넘치는 다양한 모험과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빙하를 가로지르며 달리는 개썰매 체험, 거대한 알래스카 연어를 낚아채는 경험, 눈앞에서 마주하는 카트마이 국립공원의 곰들, 헬리콥터 아래로 보이는 빙하, 24시간이 환한 백야 현상, 밤하늘을 눈부시게 장식하는 오로라 등이다. 하나투어는 알래스카의 특별함을 더해줄 추천 여행지를 소개한다. 우선 마타누스카 빙하. 길이 약 39㎞에 폭은 평균 3.2㎞며 끝부분의 폭이 6.4㎞에 다다른다. 차편으로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빙하로는 알래스카에서 가장 큰 빙하다. 다음 추천지는 매킨리 산으로 가는 등산기지인 탈키트나. 타나이나 원주민 언어로 ‘강물이 만나는 곳’이란 뜻을 지닌 이곳은 탈키트나 강, 수시트나 강, 출리트나 강의 3개 강이 합류하는 지점이다. 드날리 국립공원도 놓쳐선 안 될 여행지. 매킨리 산을 중심으로 펼쳐진 광대한 자연보호지대로 알래스카 고유의 회색곰, 무스, 순록 등 37종의 포유동물을 비롯해 100종이 넘는 알래스카의 주조(주를 대표하는 새)가 서식하고 있다.하나투어 관계자는 “빙하와 야생동물들을 코앞에서 관람할 수 있는 유람선은 알래스카 빙하를 200% 즐길 수 있는 여행의 백미”라며 “설원을 가로지르는 개썰매도 알래스카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액티비티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알래스카가 새로움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알맞은 여행지라면 인도는 가족 여행자들이 다녀오기 좋은 곳이다. 최근 항공 노선 증대와 TV 광고 등으로 인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북인도 일주 상품은 인도를 처음 접하는 여행객들에게 안성맞춤 일정으로 추천된다.KRT의 인도 여행 상품은 대표적인 힌두교 성지이자 갠지스 강을 품은 바라나시를 시작으로 세밀한 조각 사원이 있는 카주라호, 인도의 대표적 건축물 타지마할이 자리한 아그라, 라자스탄의 역사가 깃든 자이푸르, 인도 중부의 비경 도시 괄리오르, 지하 7층의 거대한 계단 우물 아바네리 쿤다까지 둘러본다. KRT는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인도 여행 상품을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가족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사연을 공모해 1등을 뽑아 5월 6일 출발하는 ‘북인도 9일’ 여행 상품을 58% 할인해주고 ‘KRT 홈픽업 서비스’(집과 공항을 왕복하는 무료 서비스)와 꽃다발을 준다. 해당일에 출발할 수 없다면 6월 4일 일정으로 바꿀 수 있다. 2등에게는 29% 할인과 홈픽업 서비스, 꽃다발을 준다. 3·4·5등에게는 각각 이탈리아 고급 스카프(3명), KRT 포인트 1만점(5명), 인도 기념품을 준다. 모든 응모자에게 5월 6일 또는 6월 4일 출발 북인도 9일 상품을 5.8% 할인해준다. 해당 프로모션을 기획한 인도·네팔팀 고혁수 팀장은 “오는 5월은 황금연휴가 포함돼 온 가족이 함께하는 효도 여행이 제격”이라며 “이번 이벤트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해외여행이 부담된다면 국내로 눈길을 돌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해외로 떠나는 여행은 국내보다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해야 하지만 국내 여행은 이런 부담이 적은 편이다. 그러나 부담 없이 훌쩍 떠나면 될 줄 알았던 국내 여행도 맛집과 숙소를 알아보며 계획 짜느라, 직접 운전하며 이동하느라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다. 참좋은여행이 선보인 ‘참좋은 리무진 투어’는 28인승 우등 리무진 버스에 전담 가이드 자리를 뺀 최대 27명만 태우고 여유롭게 이동하는 국내 여행 상품이다. 좌석 앞뒤 간격이 넓은 편이고 차내에 고급 슬리퍼를 개인별로 비치해 이동 시간에 편안하도록 했다. 여행객이 10명만 돼도 출발하기 때문에 동호회나 가족 단위로 여행하기에 좋다. 1박 이상 숙박 상품은 깨끗하고 부대 시설이 잘 마련된 특급호텔·리조트급으로 꾸렸다. 참좋은여행은 5월 여행으로 2가지 상품을 추천한다. 우선 무박 1일 일정의 충청북도 여행 상품은 포도 재배지를 감상하며 와인을 시음하는 와이너리 투어로 꾸며졌다. 영동에 있는 와인 코리아를 방문해 4가지 와인을 동시에 맛본다. 40도 안팎의 대형 족욕 시설에서 휴식하는 이색 체험도 한다. 영동 국악 체험촌을 방문해 사물놀이를 관람한 후 대전 장태산 자연 휴양림을 둘러보며 일정을 마무리한다. 2박 3일 일정의 전라도 여행은 우리나라 최고 소금 생산지인 전남 신안군에 있는 증도에 방문한다. 여의도 2배 규모의 태평 염전이 장관을 뽐내는 이곳에서 70여개의 소금밭과 일렬로 늘어선 소금 창고, 염부들의 숙소와 목욕탕, 소금 박물관 등을 둘러본다. 비주얼미디어아트미술관, 김상림목공소, 책공방북아트센터 등이 들어선 완주의 삼례문화예술촌도 방문한다. 2박 모두 특급 호텔급에 숙박한다.
  • [손원천 전문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느릿느릿 섬을 품다 시나브로 쉼이 되다

    [손원천 전문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느릿느릿 섬을 품다 시나브로 쉼이 되다

    전남 신안을 흔히 ‘천사의 섬’이라 부릅니다. 관내에 1004개의 섬이 있다 해서 그리 부르는 것이지요. 수많은 섬 가운데 ‘보물섬’이라 불리는 곳도 있습니다. 바로 증도입니다. 1975년 중국 송·원대의 유물들을 싣고 가던 난파선이 섬 앞에서 발견된 이후 이 같은 별명을 얻게 됐지요. 40여년이 흐른 지금, 증도의 보물은 드넓은 염전과 청정 갯벌로 바뀌었습니다. 2010년 증도대교가 놓여 뭍과 연결되면서 섬의 습속이 급속히 사라져 가고는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느릿느릿 돌아보는 게 더 어울리는 곳입니다. 오가는 길에 지도와 사옥도를 잊지 말고 둘러보세요. 증도에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길목 정도로 여겨지는 곳이지만, 뜻밖에 소박한 섬 풍경과 만날 수 있으니까요.●증도로 가는 들머리 지도… 삼암봉에서 굽어본 다도해 ‘장관’ 먼저 섬이 뭍과 연결된 역사부터 살피자. 1975년에 무안 내륙과 지도가 연결됐다. 이어 지도와 송도(솔섬)가 1982년, 송도와 사옥도는 2004년에 연결됐다. 사옥도와 증도를 잇는 증도대교는 2010년에 개통됐다. 이후 네 섬은 ‘뭍이 된 섬’이 됐다. 증도로 가는 들머리는 지도다. 주변의 크고 작은 섬들이 간척 돼 합쳐지면서 지금의 지도가 됐다. 지도읍에 들어서면 낡은 풍경이 객을 맞는다. 특정한 시점에 시계가 멈춰버린 듯한 풍경이다. 볕 좋은 댓돌 옆에선 비쩍 마른 개 한 마리가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얼굴 검게 탄 여자아이는 엄마의 심부름을 잊은 듯 시장 주변을 하릴없이 기웃댄다. 바다 건너온 봄이 마을 여기저기에 나른한 기운을 한껏 풀어놓은 게다. 섬 안에 도드라진 볼거리는 없다. 다만 바닷가 끝자락에 곧추선 삼암봉(196m)에서 굽어보는 다도해 경치만큼은 일품이다. ●작은 솔섬 지나 사옥도… 해안 곳곳 염전에 돌담 예쁜 동네 품어 지도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작은 솔섬을 지나면 곧 사옥도다. 한때 모래가 많고 옥(玉)이 생산됐다 해서 사옥도라 불렸다고 한다. 사옥도 역시 하탑섬, 원달섬, 고동섬 등 주변의 크고 작은 섬을 연결하는 방조제를 쌓은 뒤, 제방 안쪽을 매립해 현재의 형태를 갖췄다. 섬 안에 10개가 넘는다는 방조제가 이 같은 역사를 방증하고 있다. 간척지는 대부분 염전으로 개발됐다. 해안 곳곳에 염전이 많은 건 이 때문이다. 섬 내 당촌리는 돌담이 인상적인 마을이다. 당촌 1, 2리 모두 아름다운 돌담을 두른 집들이 많다. 다만 당촌 1리는 산자락 쪽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어 오가기 불편하고, 당촌 2리 돌담길 풍경이 좀 더 정겹다. 당촌 2리에서 후촌마을로 넘어가는 길목엔 2기의 돌장승이 세워져 있다. 오래전 마을 입구를 지키던 목장승이 썩어 무너지자 일제강점기인 1917년쯤 지금의 돌장승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마을 안길엔 할머니 장승, 논배미엔 할아버지 장승이 각각 서 있다. 투박한 매무새에 짐짓 근엄한 체하는 표정이 정겹다.●대교로 연결된 증도엔 태평염전·짱뚱어 다리… ‘일품’ 해넘이 사옥도와 증도는 증도대교로 연결돼 있다. 다리가 놓여지기 전까지는 사옥도의 지삿개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증도까지 들어가야 했다. 증도는 흔히 ‘보물섬’이라 불린다. 신안 앞바다에서 중국 송·원나라 때의 유물이 실린 난파선이 발견된 이후 붙여진 별명이다. 이후 40여년이 흐른 오늘, 증도의 보물은 청정 갯벌로 바뀌었다. 슬로시티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구역으로 지정된 후 찾는 이가 폭발적으로 늘었다.증도에 들면 먼저 태평염전부터 찾아간다. 서울 여의도의 두 배 크기로, 단일염전으로는 국내 최대라고 한다. 염전 주변엔 소금창고가 일렬로 늘어서 있다. 위성사진에도 선명하게 나타난다고 하는데, 건물 옆에 전신주가 하나씩 세워져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소금창고 양옆으로는 광활한 염전이다. 태평염전 초입의 소금박물관 맞은편에 ‘소금밭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10분 남짓 다리품 팔아 오르면 장쾌한 태평염전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소금박물관으로 쓰이는 건물은 옛 석조 소금창고다. 등록문화재(361호)로 지정돼 있다. 태평염전 너머는 증동리 갯벌이다. 430만㎡(130만평)에 달하는 광활한 땅이다. 햇살을 받아 번쩍이는 갯벌 표면이 눈부시게 화사하다. 갯벌 아래로 실핏줄처럼 이어진 갯골에선 저어새(천연기념물 205호)가 먹이활동에 한창이다. 좀처럼 보기 힘든 야생의 생명과 마주하다니, 뜻밖의 횡재다. 저어새는 종의 소멸이 코앞에 닥친 녀석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 3000여 마리만 남았다. 밥주걱 닮은 부리를 좌우로 저어가며 갯것들을 사냥하는 모양새가 독특하다. 갯벌 위로는 ‘짱뚱어 다리’(470m)가 놓여 있다. 증도의 명물로, 짱뚱어가 뛰어가는 모습을 모티브로 조성됐다고 한다. 다리 한 끝은 우전해수욕장이다. 검은 갯벌과 모래 해변의 공존은 어디서고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우전(羽田)은 ‘새 깃털 밭’이란 뜻. 예로부터 기러기가 한겨울을 지내고 간다 해서 ‘깃밭’이라고도 불렸다. 모래 해변은 길다. 곱디고운 모래가 4㎞ 이상 뻗쳐 있다. 해변 뒤는 해송 숲이다. 천천히 걷기에 맞춤하다. 증도는 섬 안 곳곳이 낙조 전망대다. 소금밭 전망대, 화도 노둣길, 짱뚱어다리 등에서 서정적인 해넘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면사무소 뒤편의 상정봉 역시 빼어난 낙조 포인트다. 한반도 모양이라는 우전해변의 송림을 볼 수 있는 곳도 여기다. 면사무소 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증동리 마을과 멀리 태평염전이 내려다 보인다. 2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다.태평염전에서 남쪽으로 5㎞ 정도 내려가면 ‘꽃섬’ 화도(花島)다. 해당화가 만발할 때면 섬이 마치 꽃봉오리 같다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머지않아 해당화가 꽃술을 열면 섬은 제 본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낼 터다. 꽃섬은 1.2㎞짜리 징검다리, 노두(頭)를 통해 증도와 연결돼 있다. 날물 때만 드러나는 길이다. 꽃섬 안에 장혁과 공효진이 주연한 드라마 ‘고맙습니다’ 촬영지가 있다. 섬의 서쪽, 방축리 쪽으로 가면 제법 험한 해안절벽들과 마주할 수 있다. 여기가 바로 600여년간 바다 속에 잠들어 있던 송·원대 도자기 등 2만 3000여점의 유물이 발굴된 곳이다. 증도를 ‘보물섬’으로 만든 곳이기도 하다. 현재 ‘송·원대 유물매장해역’(국가지정문화재 사적 74호)으로 지정돼 있다. 신안해저유적발굴기념비 아래 전망대에 서면 도덕도 등 크고 작은 섬과 너른 남녘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1)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함평분기점에서 무안광주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북무안나들목으로 나온다. 현경교차로에서 77번 국도, 수암교차로에서 24번 국도로 각각 갈아타고 지도, 사옥도, 증도 순으로 가면 된다. 태평염전 주변에 소금 스파, 소금 카페 등 다양한 시설이 몰려 있다. 소금박물관 275-0829. →잘 곳: 증도는 물가가 비싼 편이다. 특히 숙박시설이 그렇다. 증도대교가 놓인 이후 펜션이 십여개에 이를 만큼 늘었지만 숙박비는 녹록하지 않다. 민박이 6만원에 이르고, 펜션은 비수기 평일에도 십여만원을 훌쩍 넘긴다. 지도읍내에 모텔이 몇 개 있다. 일번지모텔(275-1327)이 비교적 싸고 깔끔한 편이다. 지도에서 증도까지는 승용차로 20분 가량 걸린다.→맛집: 증도면사무소 아래 이학식당(271-7800), 고향식당(271-7533) 등의 식당들이 몰려 있다. 갈낙탕, 낙지볶음, 병어조림 등 내놓는 메뉴도 비슷한 편이다. 짱뚱어를 추어탕처럼 끓여낸 짱뚱어탕은 그저 ‘별미’ 정도로 생각하는 게 좋다. 태평염전의 소금 아이스크림은 주전부리로 딱이다. 맛이 제법 ‘고급지다’.
  • [우리동네 흥겨운 축제] 풍물의 ‘흥’ 어우러진 ‘맛’ 부평의 ‘멋’

    [우리동네 흥겨운 축제] 풍물의 ‘흥’ 어우러진 ‘맛’ 부평의 ‘멋’

    인천 부평구 하면 공업도시나 상업도시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곳곳에 공단이 산재해 있는 데다, 경인전철 부평역을 중심으로 인천에서는 가장 큰 상권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인천의 입구이다보니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평은 부평평야의 넓은 들을 중심으로 농경문화가 발달했던 곳이다. 이런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부평풍물대축제다. 농촌에서 번성했던 풍물을 주제로 20년의 역사를 지켜 온, 우리나라 유일의 풍물축제인 ‘부평풍물대축제’가 오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부평대로를 비롯한 부평지역 곳곳에서 펼쳐진다. 풍물을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우리나라 전통 연희인 풍물의 원형을 찾아가는 축제, 전통의 창조적 계승으로 미래를 담아내는 축제인 부평풍물대축제는 3년 연속 ‘지역대표공연예술제’로 선정돼 인천의 대표 축제로 자리를 굳혔다. 올해는 ‘풍물이랑 놀자!’를 주제로, 우리의 정서와 문화를 담은 ‘총체적 예술, 종합 연희’ 방식으로 공연을 펼쳐 대한민국 대표 공연예술축제로의 성장을 지향하고 있다. 이 축제는 공공자산인 도로를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도심 한복판인 부평대로(8차선) 1㎞ 구간을 무대로 활용,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개방 공동체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농촌도 아닌 도시에서 22개 동 단위로 만들어진 풍물단은 연중 연습을 하며 활동을 벌이다 축제기간에 공동으로 참여하게 된다. 특히 기량을 인정받고 있는 부평풍물단은 부평문화재단 소속 예술단으로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삼산동 지역을 중심으로 발달한 두레풍물은 인천무형문화재 26호로 지정돼 축제의 품격을 높여주고 있다. ●작년 70만명 찾은 대표 공연예술제 부평풍물대축제는 1997년 9월 30일부터 10월 5일까지 6일 동안의 행사로 출발, 해가 갈수록 규모를 키우다 2011년 15회 행사 때는 축제 예산 삭감 정책에 따라 행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다행히 2014년 18회부터 3년 간 계속 지역대표공연예술제로 선정돼 국비 1억~1억 5000만원을 지원받음으로써 명성과 행사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기간 중에 열린 2014년도 축제는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아시안게임 맞이행사’로 치러져 아시아인들에게 독특한 구경거리를 제공했다. 지난해 10월 2일부터 4일까지 진행된 19회 행사에는 다양한 예술성을 지닌 국내외 90여개 단체가 환상적인 공연을 진행, 70만명 이상이 행사장을 찾았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올해 성년이 되는 20주년을 맞이한 부평풍물대축제는 크게 전통무대와 창작공연, 거리공연, 시민참여 프로그램으로 나눠져 진행된다. 메인 프로그램인 ‘전통공연 및 명인전’은 부평문화의 거리 인근 전통 오픈 스테이지에서 10월 1~2일 이틀간 열린다. 전통 두레굿에서 현대 연예풍물을 아우르는 대동풍물 공연, 각 지역의 특성과 기 예능을 잘 보존하고 있는 단체들의 공연, 풍물놀이가 가지고 있는 두레정신과 공동체정신을 느낄 수 있는 공연, 전국의 풍물인들이 함께해 전통 풍물의 맛과 멋, 흥이 어우러지는 대동 맘판놀이 등이 쉼 없이 펼쳐진다. 논산전통두레풍장, 평택농악, 밀양백중놀이, 강릉농악, 소금밭일노래, 고창농악, 빗내농악 등 전국적적으로 유명한 풍물공연도 감상할 수 있다. 축제 20주년을 기념해 김동언, 김병천, 김선옥, 남기문, 류명철, 손영만, 신만종, 유지화, 윤종곤, 윤종만, 임광식, 임웅수, 지운하 등 15인이 참여하는 ‘대한민국풍물명인대전’도 개최된다. 10월 1일 오후 7시 30분에는 부평역 인근 메인 무대에서 부평풍물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이야기하며 풍물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음악적 요소와 연희적 요소를 극대화해 볼거리를 제공하는 ‘부평아리랑 풍물소리’가 펼쳐진다. 이어 논산전통두레풍물보존회, 부평구립합창단, 부평라인댄스시범단, 서도참배뱅이연구보존회, 스칼라합창단, 에스캄슈퍼밴드, 연희단비류, 평택농악무동팀 등이 함께하는 콜라보 공연으로 어울림의 하모니를 구현한다. 축제 마당공연으로는 10월 1~2일 인하대풍물패 한울, 경인교대 약동이, 부평문화재단 행복나눔풍물단, 부평노인복지관 신명풍물단, 인천교사전통문화연구회, 아리랑 전통연희단 등 풍물동아리 30개 팀의 풍물난장이 부평대로에서 펼쳐진다. 창작공연은 제일은행 인근 창작 오픈 스테이지에서 10월 1일부터 2일까지 청배연희단, 연희집단 더 광대, 크리에이티브 그룹 노니, 여성연희단 노리꽃, 유희 컴퍼니 등이 참여하는 ‘창작연희초청페스티벌’과 함께 아프리카 전통 타악단 등 해외 2개 단체를 초청 공연하는 ‘세계전통창작페스티벌’이 열린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과 11일에는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풍물과 역사 이야기를 결합, 마당극 형식으로 풀어낸 ‘호동의 속사정!’을 제20회 부평풍물대축제 기획 작품으로 무대에 올렸다. ●소원 담은 삼색기 앞세운 퍼레이드도 10월 2일 오후 5시부터 1시간 동안 부평대로에서 부평구 22개 동 마을상징 기, 연희자 및 풍물단의 장식용 기, 시민의 소원을 담은 삼색기 등을 앞세워 1000여명이 행진하는 대규모 참여형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거리공연으로는 2개소의 바스킹존에서 ‘거리에 나온 사기꾼’, ‘인천YMCA엔지안요들단’ 등 10여개 문화예술동아리가 공연을 진행한다. 이번 거리공연에는 중국 다이롄시 공연단과 일본의 거리공연팀도 유치, 풍물의 세계화 작업을 벌인다. 특히 이번 축제에는 그동안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었던 부평미군부대(캠프마켓)을 축제공간으로 임시 개방해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10월 2일 낮 12시부터 미군부대 내 은행나무 주변에서 지신밟기 등이 1시간여 동안 펼쳐진다. 부평구 관계자는 “캠프마켓이 시민들에게 행사 공간으로 개방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전이 추진되는 미군부대를 미리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장 곳곳에 풍물체험교실, 전통문화체험, 예술놀이터 등을 마련,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다. ‘주민자치센터+문화예술동아리’의 참여의 장, 부평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기관·단체들의 축제 20주년 기념 플래시몹도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더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어린이를 위한 사물(북, 장구, 꽹과리, 징) 그리기, 소원지 적기, 8차선 대로에 그림 그리기, 타악 및 민속놀이 체험 등 다양한 시민참여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홍미영 부평구청장은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부평풍물대축제가 인천시민이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을 넘어 세계인이 한국의 풍물 역사를 배우는 행사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면서 “시민들이 GNH(국민행복지수)를 중시하는 행복도시 부평을 실감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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