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생존자
    2026-06-10
    검색기록 지우기
  • 화풍
    2026-06-10
    검색기록 지우기
  • 빈혈
    2026-06-1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058
  • 짐승처럼 옷 벗기고 조리돌림…‘21세기 계급 사회’ 최하층민의 현실 [핫이슈]

    짐승처럼 옷 벗기고 조리돌림…‘21세기 계급 사회’ 최하층민의 현실 [핫이슈]

    인도에서 절도 혐의를 받던 최하층민 남성 2명이 마을 사람들로부터 구타를 당하고 옷이 벗겨진 채 강제로 행진하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도 NDTV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인도 북부 펀자브주 스리 무크차르 사히브 지역의 한 마을에서 휴대전화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마을 사람들은 두 남성이 휴대전화 절도 사건에 연루됐다는 소문을 접한 뒤 곧바로 ‘직접 처벌’에 나섰다. 이들은 두 남성을 줄에 묶은 채 심하게 구타했고, 이후 옷을 벗긴 채 강제로 마을을 돌게 했다. 사건은 관련 정황이 담긴 동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일파만파 퍼졌다. 일각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근거도 없는 ‘군중 재판’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후 ‘조리돌림’을 당한 영상 속 남성 2명이 카스트 제도상 최하위 계층인 불가촉천민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논란은 빠르게 커졌다. 피해 남성들의 가족은 이들이 불가촉천민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조리돌림을 당하면서 계급과 관련한 욕설을 들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일은 군중 재판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법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며 폭행에 가담한 마을 주민들을 처벌해 달라고 촉구했다. 반면 마을 사람들은 두 남성이 휴대전화 절도 사건에 연루돼 있다고 맞서면서도, 피해자 가족이 제기한 존엄성 침해와 위법성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불가촉천민 인권 침해와 사회적 차별 등의 사건을 조사하는 펀자브 주정부 산하기관인 ‘펀자브주 지정카스트 위원회’도 진상 파악에 나섰다. 현지 경찰은 절도 사건과 조리돌림을 당한 두 남성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하는 한편, 마을 사람들에게 “직접 처벌하지 말고 경찰에 신고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불가촉천민, 달리트란?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사람을 태어난 신분에 따라 구분하는 전통적인 사회 계층 체계다.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됐으며 현대 인도에서는 법적으로 차별이 금지돼 있음에도 사회적으로 여전히 그 영향이 남아 있다. 기본적으로 카스트 제도는 ▲사제와 학자 등이 속한 가장 높은 계층인 브라만 ▲왕족과 귀족, 군인 등 통치와 국방을 담당하는 크샤트리아 ▲상인과 상업가 등이 속한 바이샤 ▲노동자와 농민, 수공업자 등 다른 계층을 지원하는 수드라로 나뉜다. 카스트 제도 밖에 있는 ‘달리트’는 과거 불가촉천민으로 불렸다. 이들은 시신을 처리하거나 가죽 작업, 청소 등 사회적으로 천시된 일을 주로 맡았으며 심한 차별과 배제를 겪었다. 21세기의 불가촉천민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억울하게 누명을 쓰거나, 피해를 겪고도 제대로 신고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인권 침해의 중심에 있다. 10대 소녀, 64명에게 강간당하고도 신고 못 해지난해 1월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인도 남부 케랄라주 출신의 18세 달리트 여성이 13세 때부터 64명의 남성에게 성적으로 학대를 당했다고 고소한 사실이 알려져 사회적 충격을 안겼다. 달리트 계급 중에서도 여성은 특히 인도 사회에서 갖은 핍박과 학대, 차별에 시달리는데, 피해 여성 역시 오랜 기간 성적 학대를 받았음에도 신분 탓에 주변에 도움조차 요청하기 어려웠다. 그러다 달리트 계급을 지원하는 정부 지원제도에 따라 상담팀이 집을 방문한 뒤 강간 등 피해 사실이 확인됐고, 이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을 강간해 온 남성 수십 명을 고소할 수 있었다. 당시 사건은 피해 여성이 달리트 계급이라는 점에서 더욱 사회적 이목을 끌었다. 인도 여성 인구의 16%를 차지하는 달리트 여성은 성범죄자들에게 가장 쉽게 노출되는 취약계층이다. 달리트 계급의 성폭행 생존자들은 경찰 조사 지연, 사회적 낙인 등 사법권에서 다른 계급에 비해 훨씬 높은 장벽에 직면해 있다. 한편 인도는 1950년 카스트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고 달리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약제나 교육·공무원·정치 분야에서 우대 정책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는 계급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 “그동안 고생했다. 이제 푹 쉬렴”…전국 최고 구조견 ‘태공’ 은퇴

    “그동안 고생했다. 이제 푹 쉬렴”…전국 최고 구조견 ‘태공’ 은퇴

    경기북부119특수대응단 ‘태공’, 274번의 재난현장 활약 경기도북부119특수대응단의 구조견 ‘태공’이 6년 5개월의 활동을 마치고 은퇴했다. 5일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합동청사에서 열린 은퇴식에는 북부소방재난본부장과 북부119특수대응단 직원, 한국인명구조견협회 관계자, 분양자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벨지움 마리노이즈 품종인 ‘태공’은 2017년 2월 태어나 2019년 11월 구조견으로 배치된 이후 핸들러인 오문경 소방위와 호흡을 맞춰 6년 5개월간 산악 및 재난 현장을 누비며 활약했다. 태공은 산악 1급과 재난 1급 자격을 보유한 우수 구조견으로 총 274회의 구조 활동에 투입됐다. 그는 현장에서 생존자 4명과 사망자 14명을 발견하는 등 재난 최일선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켰다. 2024년 전국소방기술경연대회에서는 개인전 1위와 단체전 3위를 차지했다. 태공은 구조견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일반인에게 분양됐다. 권선욱 북부119특수대응단장은 “태공은 오랜 기간 위험한 재난 현장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며 “태공이 건강하고 행복한 은퇴 생활을 보내길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말했다.
  • 르완다 학살의 상처… 프랑스 파리에 새겼다

    르완다 학살의 상처… 프랑스 파리에 새겼다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된 르완다 대학살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비가 프랑스 파리에 세워졌다. 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 도심 센강변에서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과 함께 투치족 집단 학살 희생자들을 기리는 기념비를 제막했다. 프랑스 정부와 파리시가 주도해 세운 이 기념비의 명칭은 ‘아카이브’(기록관)로, 두 개의 검은색 황동 비석에는 희생자 수십만명을 기리는 문구가 새겨졌다. 이날 행사에서 카가메 대통령은 “프랑스가 자국의 역할을 인정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서도 “그러나 진실을 바로잡는 데 프랑스만큼 멀리 나아간 나라는 없다”고 평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21년 르완다 키갈리의 집단학살 기념관을 방문했던 일을 언급하며 “키갈리에서 나는 투치족 학살로 이어진 악순환 속에서 우리나라가 진 책임을 인정했다”고 상기했다. 이어 “우리가 역사를 정면으로 직시하는 건 피해자와 생존자들에 대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르완다 대학살은 1994년 4월 다수 부족인 후투족 출신의 쥐베날 하비아리마나 대통령이 탄 전용기가 미사일에 격추돼 사망하면서 촉발됐다. 당시 대통령 경호부대는 소수파인 투치족 무장 조직을 배후로 지목하고, 이후 약 100일 동안 투치족과 온건파 후투족을 상대로 무차별 학살에 나섰다. 이 기간 희생된 이들은 80만~100만명에 달한다. 그간 르완다 정부는 당시 현지에 주둔했던 프랑스군이 학살 가담자들에게 무기를 지원하고 도피를 도왔다며 프랑스의 책임론을 제기해왔다. 프랑스는 자국의 학살 방조를 부인해왔으나, 마크롱 대통령 취임 후인 2019년 르완다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린 바 있다.
  • “성폭행 유죄인데 실형 피했다”…10대 3명 판결, 英 총리까지 나선 이유 [핫이슈]

    “성폭행 유죄인데 실형 피했다”…10대 3명 판결, 英 총리까지 나선 이유 [핫이슈]

    성폭행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10대 3명이 구금형을 피하면서 영국 사회가 들끓고 있다. 피해자 가족은 형량 재검토를 요구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영국 법무장관은 결국 사건을 항소법원에 넘기기로 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햄프셔주 포딩브리지에서 발생한 여학생 피해 사건에 대해 “매우 괴로운 사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형량에 의문이 있다”고도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의 용기를 언급하며 정치인으로서도 아버지로서도 괴롭다는 취지로 전했다. 사건은 2024년 11월과 2025년 1월 각각 발생했다. 피해자는 여학생 2명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모두 10대 청소년이었다. 법원은 이들 3명에게 중대 성범죄 관련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구금형을 선고하지 않았다. 대신 청소년 재활명령을 내렸다. BBC는 이들이 모두 10건의 관련 유죄 판단을 받았지만 법정을 걸어 나왔다고 보도했다. 피해자 가족 “범죄에 맞는 처벌 내려져야”판결 직후 피해자 가족은 강하게 반발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의 가족은 BBC에 “초기 형량이 뒤집히고 범죄에 맞는 처벌이 내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판사들에게도 범죄에 맞는 형량을 내려야 한다는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가족은 이번 사건이 한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우리 아이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같은 고통을 겪은 모든 피해자를 위한 일”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피해자들이 신고를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논란이 커지자 리처드 허머 영국 법무장관도 재검토 절차에 착수했다. 허머 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대중의 큰 관심과 우려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자와 가족에게 종결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신속히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허머 장관은 피해자들이 큰 용기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여성과 소녀들이 사법제도를 신뢰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영국에서는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고 판단될 경우 법무장관이 항소법원에 사건을 회부할 수 있다. 항소법원은 기존 선고가 적절했는지 다시 판단한다. 핵심은 형량이 지나치게 관대했는지 여부다. 재활이냐 처벌이냐…청소년 성범죄 판결 논쟁 이번 판결을 내린 판사는 가해 청소년들의 나이를 고려했다. 그는 청소년들을 불필요하게 범죄자로 낙인찍기보다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게 하고 사회 복귀를 돕는 방향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만 판사도 사건의 중대성은 인정했다. 그럼에도 최종적으로는 구금형 대신 재활명령을 선택했다. 이 결정은 현지 여론의 거센 비판을 불렀다. 피해자 측은 판결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피해자 중 한 명은 앞서 BBC에 판사의 결정이 “얼굴에 돌을 맞은 것 같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피해자 가족도 형량이 사건의 무게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프랑스 성폭력 생존자인 지젤 펠리코도 BBC 인터뷰에서 피해자의 용기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가해자들이 자유를 얻은 반면 피해자들은 치유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다며 깊은 충격을 받았다는 취지로 전했다. 영국 사회에서는 청소년 범죄에 대한 처벌과 재활의 균형을 두고 논쟁이 커지고 있다. 가해자가 미성년자인 만큼 재활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반면 중대 성범죄 사건에서 구금형 없는 처분은 피해자 보호와 사법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사건은 이제 항소법원 판단을 받는다. 항소법원은 기존 형량이 법적 기준에 비춰 지나치게 관대했는지 살펴본다. 피해자 가족은 “올바른 결과가 나오기를 바란다”며 형량 재검토에 기대를 걸고 있다.
  • 체육공단, 단국대 병원과 충남지역 암생존자 건강증진 위한 업무협약 체결

    체육공단, 단국대 병원과 충남지역 암생존자 건강증진 위한 업무협약 체결

    국민체육진흥공단은 26일 단국대 병원과 충남 지역 암 생존자의 건강 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단국대 암센터에서 지난 22일 열린 협약을 통해 ‘국민체력100’ 사업의 과학적인 체력 측정 및 맞춤형 운동 처방과 단국대 암센터의 암 생존자 통합 지지 서비스를 연계해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또 양 기관은 암 생존자 특화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제공해 조속한 일상 복귀를 도울 계획이다. 체육공단 관계자는 “이번 협력을 통해 충남 지역 암 생존자가 전문적인 체력 관리 서비스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민 모두 체감할 수 있는 스포츠 복지 실현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 佛아비뇽 장식하는 한강·제주·판소리…“한국어, 역사 깊고 역동적”

    佛아비뇽 장식하는 한강·제주·판소리…“한국어, 역사 깊고 역동적”

    “너무 너무 너무 너무 기쁩니다. 예전에 아비뇽 페스티벌 비공식 부문에 참여했을 때 친구와 (프랑스) 아비뇽 교황청 담벼락에 앉아 ‘우리가 공식 초청공연으로 올 수 있을까’ 얘기했던 적이 있었어요. 한국의 문화예술이 큰 걸음을 뗀 것 같아 너무 기쁘고 기대됩니다.”(소리꾼 이자람) “아비뇽이라는 벽은 제가 상상도 못 했던, 넘어갈 수 없는 벽이었어요. 이렇게 세계 페스티벌 중심에 서게 돼 감개무량합니다.”(안무가 허성임) “24년 전 대학교 1학년 때 연극 공부를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에 빠져 있을 때 아비뇽에서 한 마임니스트를 만났어요. 경제학도였던 그를 만나 다시 정진하게 됐습니다. 그 친구를 다시 만날 수는 없겠지만 그런 만남이 이 축제를 통해 일어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연출가 이경성) 오는 7월 4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공연예술 축제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한국 예술가들은 기대와 설렘, 궁금증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페스티벌에는 전체 공연 작품의 20%에 해당하는 9개 공연이 우리나라 작품으로 채워진다.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페스티벌 공식 초청언어(Guest Language)로 한국어를 선정했다. 초청언어는 특정 언어권의 예술과 문화를 집중 조명하는 프로그램으로, 2023년 티아고 호드리게스가 페스티벌 예술감독으로 취임하면서 주빈국 형식으로 시작했다. 영어, 스페인어, 아랍어에 이어 네 번째, 아시아 언어권에서는 최초이자 단일 국가 언어로는 첫 사례다. 영어, 스페인어, 아랍어에 이어 한국어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호드리게스 예술감독은 “유럽 관객들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줄 수 있는 언어를 찾고 싶었다”면서 “여러 번 한국을 방문하면서 공연예술이 주는 풍성하고 강렬한 에너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무엇보다 한국어는 깊은 역사성과 매우 역동적인 동시대 창작의 흐름이 공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초청작에 대해 “한국 사회와 예술의 단면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했다. 지금 한국 공연예술이 어떤 고민과 감각,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시도”라고 덧붙였다. 페스티벌 공식 파트너 기관인 예술경영지원센터는 21일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에서 참석 예술가들과 함께 간담회를 열고 초청작을 소개했다. 페스티벌 기획을 지원한 최석규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예술감독은 “한국 미학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작품을 선정하는 데 주력했다”며 “텍스트를 토대로 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경향의 연극으로도 볼 수 있는 작품들”이라고 부연했다. 초청작에는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새’ 낭독회가 포함됐다. 주 무대인 아비뇽 교황청 극장에서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한국 배우 이혜영이 낭독자로 나서 작품을 발표한다. 이 작품을 기반으로 창작된 이탈리아 연출가 다리아 데플로리안의 신작 ‘끔찍한 고통 그리고 사랑’(The Dolore Terrible e L’amore)도 무대에 오른다. ‘작별하지 않는다’처럼 제주 4·3 사건을 다룬 이경성 연출의 ‘섬 이야기’(크리에이티브 바키)도 초청작에 이름을 올렸다. 희생자와 생존자 자녀들의 증언을 통해 과거의 비극을 마주한다. 이 연출은 “아버지가 갑자기 사라진 지난 70년의 시간, 유해를 한 구 한 구 정성스럽게 발굴하는 의식 등 애도의 의미를 떠올려봤다”면서 “이 어두운 이야기를 끄집어내기까지 우리 공동체는 견디고 치유하고 회복됐다. 이런 것들을 계속해서 함께 말할 수 있는 공연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진엽 연출의 ‘물질’(코끼리들이 웃는다)은 제주 해녀의 삶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수조 속의 퍼포먼스로 숨과 노동, 삶과 죽음, 경계의 감각을 읽어낸다. 이 연출은 “초청 소식이 알려진 뒤 많은 축제와 다양한 분야에서 연락을 받고 있다”면서 “이 축제가 가진 의미와 무게를 조금씩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해외 관객들은 거침없이 작품을 평가한다고 들었다. 어떤 반응을 받게 될지 너무나 궁금하다”고 덧댔다. 소리꾼 이자람이 레프 톨스토이 단편 ‘주인과 하인’을 토대로 작창한 판소리 공연 ‘눈, 눈, 눈’, 전통예술 기반 창작단체 리퀴드사운드의 공연 ‘긴: 연희해체프로젝트Ⅰ’도 페스티벌 관객과 만난다. 자신을 “36년째 판소리를 공부하는”이라고 소개한 이자람은 “판소리는 관객의 상상력과 저의 소리가 만나 각자의 그림을 만드는 장르”라며 “이번 공연도 관객들이 어떤 그림을 만들지 기대된다. 지금 목표는 건강 잘 챙겨 모든 일정을 무사히 마치는 것”이라며 웃었다. 이인보 리퀴드사운드 대표는 “전통 연희를 해체하고 결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이 작품에선 전통 연희자 두 명과 현대무용가 두 명이 충돌하고 화합하면서 예술을 완성해나간다. 이 공연이 페스티벌 관객들에게 어떻게 공유되고 어떤 부분이 유효하게 다가갈지 궁금하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이날 화상으로 간담회에 참여한 허성임 안무가는 지구가 직면한 온난화의 경고를 역동적으로 그린 ‘1도씨’(허프로젝트)를 들고 페스티벌을 찾아간다. 그는 “가장 큰 걱정은 지구온난화”라는 아들 마루의 말, 그리고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우리는 좀 더 걸어야 해’라고 대답한 데서 작업을 시작했다. “몸을 작업의 중심에 놓고, 걷는 패턴을 통해 자연의 몸에서 산업화의 몸으로, 도시화한 몸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만들어 나갔다”면서 “페스티벌은 매우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극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입센상을 받은 구자하 작가는 ‘쿠쿠’, ‘한국 연극의 역사’, ‘하리보 김치’ 세 편을 무대에 올린다. 김장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한국어 기반 공연 예술의 창조성·다양성이 주목받고 한국 예술가들의 역량과 감각이 의미 있게 평가 받는다는 방증”이라면서 “단발적인 해외 공연 지원을 넘어 한국 예술가와 해외 예술가 간 협력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교류와 유통 기반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섞이고 불타고 다시 세워지고… 전쟁의 상처 새긴 ‘치유의 섬’

    섞이고 불타고 다시 세워지고… 전쟁의 상처 새긴 ‘치유의 섬’

    가장 높은 언덕에 자리잡은 ‘슈리성’화재와 전란 등으로 쓰러지길 반복2019년 정전 전소… 복원 공사 한창1945년 봄 ‘철의 폭풍’ 몰아쳤던 섬땅 아래 아직 불발탄 1900t 남아 있어한국인 8000명 강제로 전쟁 끌려와美군정 거치며 하와이 문화 등 유입대표 음식 참프루 … ‘섞는다’는 의미일본 오키나와에 도착한 첫날, 잠깐 해를 봤다. 딱 그뿐이었다. 장마가 보름 일찍 찾아왔다. 낮게 깔린 구름, 쉼 없이 내리는 비, 쌀쌀해진 바람. 에메랄드빛 바다는 온데간데없다. 체류 기간 내내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은 풍경이 이어졌다. 그런데 오키나와 남부에선 그 비가 퍽 잘 어울렸다. 북부가 햇살과 바다와 원시림의 섬이라면, 남부는 다른 결의 땅이다. 류큐 왕국의 영광이 남은 돌담, 오키나와 전투가 할퀴고 간 동굴과 절벽, 그 모든 시간을 버텨온 사람들이 만들어낸 음식. 파란 하늘 아래보다 잿빛 하늘 아래에서 더 또렷이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걸 그제야 깨닫는다. 옛 류큐 왕국의 궁성 ‘슈리성’ 오키나와는 섞이고, 지배받고, 불타고, 다시 세워지는 과정을 반복해왔다. 그 모든 시간이 이 섬의 자연과 음식에 남아 있다. 오키나와를 여행한다는 건 바로 그 시간의 층위를 천천히 읽어내는 일이다. 남부 여정의 들머리는 슈리성이다. 현청 소재지인 나하 시내 가장 높은 언덕에 터를 잡은 옛 류큐 왕국의 궁성이다. 슈리성의 ‘만국진량’(‘세계 여러 나라를 잇는 가교’란 의미)이란 종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류큐 왕국은 남쪽 바다 아름다운 나라이며 조선, 중국, 일본 사이에 있고, 배를 이용해 만국의 가교 역할을 하며 무역을 통해 번영한 나라이다.” 이 글을 쓸 당시엔 몰랐을 것이다. ‘만국의 가교’라는 지리적 여건이 훗날 이 왕국을 붕괴시키고, 현 지구 행성 유일 초강대국의 동북아 전진기지로 ‘강점’될 것이란 사실을 말이다. 슈리성의 역사는 기구하다. 13세기 말~14세기 초 류큐 왕국이 세우고, 일본 사쓰마번이 점령했고, 메이지 정부가 병합했고, 전쟁이 불태웠고, 미군정이 그 위에 대학을 세웠고, 화재가 다시 무너뜨렸다. 그 모든 시간을 견디고 지금 다시 세워지고 있는 곳이 슈리성이다. 류큐 왕국 당시 판자 지붕이었다가 회색 기와 건물로 바뀐 슈리성이 화재와 전란으로 쓰러지길 반복하다 현재의 모습으로 재건된 건 1992년이다. 2000년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그러다 2019년에 화재로 또다시 정전이 전소됐다. 현재 복원 공사는 마무리 단계다. 가을쯤 다시 문을 열 예정이다. 비 내리는 오키나와 남부 표정은 북부와 사뭇 달랐다. 짙푸른 숲이나 에메랄드빛 해변의 숫자는 적어도, 완만한 구릉과 키 낮은 건물들이 잇닿은 풍경은 꽤 평화로워 보였다. 하지만 이 땅 아래에는 아직 1900t가량의 불발탄이 남아 있다. 그러니까 오키나와에서 땅을 판다는 건 과거의 뇌관을 건드리는 일이다. 1945년 봄, 오키나와는 ‘철의 폭풍’ 속에 있었다. 하늘과 바다에서는 폭탄이 쏟아졌고, 땅에서는 탄환과 포탄이 터졌다. 앞서 1944년 10월 10일엔 미군 공습으로 나하 시가지의 약 90%가 사라졌다. 이듬해 4월 1일 미군이 상륙했고, 이후 83일에 걸쳐 지상전이 벌어졌다. 민간인과 군인을 합쳐 24만명 넘게 목숨을 잃었다. 확인된 것만 그렇다. 오키나와 주민 4명 중 1명이 사망했다. 전쟁은 군복 입은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오키나와 전투 이전부터 주민들은 이미 전쟁에 끌려 들어가고 있었다. 밭 갈고, 학교 다니던 남자들이 먼저 불려갔고, 이후 15세에서 45세 사이 남녀 전체가 전쟁에 동원됐다. 이른바 ‘네코소기 동원’, 그러니까 섬이 뿌리째 동원됐다. 집도 밭도 전쟁의 기반시설이 됐다. 슈리성 아래엔 일본군 총사령부 지하 참호가 들어섰다. ‘가마’라 불리는 마을 곳곳의 석회암 동굴들은 야전병원이나 탄약고가 됐고, 피난처가 됐다. 그리고 마침내 무덤이 됐다. 오키나와 본섬에만 약 2000개의 가마가 있다. 그 하나하나가 전쟁의 기억을 품고 있다. 전쟁에 동원된 여학생들 대표적인 곳 중 하나가 이토만시 히메유리 탑 아래 있는 가마다. 히메는 여자(姫), 유리는 백합을 뜻한다. 오키나와현 여자사범학교와 제1고등여학교 학생들이 교지(校誌)에 붙인 이름이다. 이 예쁜 이름도 전쟁 앞에선 달아날 재간이 없었다. 교사와 학생 약 240명이 일본군 육군병원 보조 인력으로 동원됐다. 이들이 배치된 곳이 현 ‘히메유리 탑’과 기념관 등이 있는 동굴(가마)의 야전병원이었다. 어둡고 좁고 습한 가마 안에서 이들은 붕대를 갈고, 피를 닦고, 시신을 옮기고, 마취 없이 진행되는 수술을 보조했다. 간호복을 입었지만 그들이 들어간 곳은 병원이 아니라 전장이었다. 비극의 역사인 건 분명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 입장에선 잠깐 멈춰서 돌아봐야 할 지점이 있다. 히메유리를 소녀들의 비극으로만 묘사하는 순간, 보다 중요한 질문이 지워지기 때문이다. 히메유리 탑 옆의 평화기념자료관에 이 내용이 담겨 있다. 왜 미성년자가 전장에 동원됐는가. 이들은 국가총동원 체제가 학생의 몸과 감정과 노동을 군사 목적으로 사용한 결과였다. 전쟁은 아이들에게 총만 쥐여주는 것이 아니었다. 간호와 돌봄, 노동과 충성을 통해서도 학생을 전장으로 끌어들였다. 히메유리 평화기념자료관은 바로 이 생존자들이 오랜 침묵을 깨고 자신의 기억을 내놓아 만든 공간이다. 자료관 곳곳에 새겨진 이들의 증언은 단순히 개인의 회고가 아니다. 국가가 어린 학생에게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역사의 심판이다. 남쪽 해안가의 마부니 언덕 위엔 평화기념공원이 있다. 오키나와 전투 최후의 격전지에 조성된 기념 공간이다. 각종 자료관, 조형물 등이 60만평에 달하는 너른 공간에 세워져 있다. 절벽 끝자락의 ‘평화의 초석’이 인상적이다. 국적을 가리지 않고 오키나와 전투 때 희생된 이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새겨졌다. 2019년 현재 24만 1500여명 정도라고 한다. 한반도에서 온 462명의 이름도 있다. 일제강점기에 강제징용돼 오키나와로 끌려온 이들이 8000명에 달했다(서울신문 2017년 8월 15일 자 16면)는 언론 보도 등에 비춰보면 턱없이 적은 숫자다. 한국인 이름 옆은 빈 공간이다. 아직 확인되지 못한 이름들을 위한 자리다. 전쟁은 1945년에 끝났어도 상처는 아직 회복되지 못했다. 한 식탁에서 느껴지는 美中日 이제 한 그릇에 담긴 역사, 오키나와의 음식을 돌아볼 차례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냄비는 계속 끓었다. 왕국이 무너지고, 포탄이 쏟아지고, 점령군이 들어와도 사람은 먹어야 했다. 오키나와의 식탁은 그 모든 시간의 기록이다. 숟가락을 드는 순간, 중국의 향기가 나고, 일본이 보이고, 어딘가 미국의 흔적도 섞여 있다. 오키나와 음식은 단순한 향토 요리가 아니다. 이 섬이 살아온 방식의 연대기다. 우선 오키나와의 대표 볶음요리인 참프루부터. ‘섞이고 어울려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알려줄 음식이다. 참프루는 오키나와말로 ‘뒤죽박죽 섞는다’는 뜻이다. 류큐 고유 문화를 기반으로 일본과 중국의 문화가 다양한 형태로 정착했고, 한국이나 동남아의 요소도 섞였다. 근현대에는 미국, 하와이, 남미 지역 문화도 들어왔다. 팬 위에서 여주와 두부와 달걀이 뒤섞이는 그 장면은, 이 섬의 역사가 요약된 축소판이다. 참프루 하면 흔히 고야참프루를 떠올린다. 씁쓸한 고야(여주)에 두부, 달걀, 고기(스팸·삼겹살)를 함께 볶아 만든다. 오키나와 어디서든지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다. 돼지고기 관련 요리도 많다. 그네들 표현처럼 돼지는 ‘울음소리 빼고 다 먹는다.’ 그중 독특한 것이 ‘치마구’다. 오키나와 북부 나키진무라의 후미진 길 옆에 ‘치마구’라는 작은 식당이 있다. 동네 할머니 다섯이 운영하는 토속 식당이다.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인기 높은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에도 등장한 집이다. 이 식당의 대표 메뉴는 가게 이름과 같은 치마구 정식이다. 치마구는 오키나와 사투리로 돼지 발가락 부위를 뜻한다. 흔히 ‘족발’의 의미가 담긴 ‘테비치’보다 더 구체적인 표현이다. 이 식당에선 근육, 연골 등으로 이루어진 ‘치마구’를 삶은 뒤 다시 튀겨낸다. 달면서 짜고, 냄새나 기름기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흐물거릴 정도로 익혀서 씹을 것도 없이 넘어간다. 채소참프루도 인상적이다. 밀기울을 뭉친 ‘후’(麩)를 사용해 만든 참프루인데, 쓰디쓴 고야참프루보다 거부감이 훨씬 덜하다. 오키나와 소바는 이름부터가 역설이다. ‘소바’라고 불리지만 메밀이 한 톨도 들어가지 않는다. 밀가루로 뽑은 굵은 면에 돼지 뼈와 가다랑어포(가쓰오부시)로 우린 국물, 그 위에 소키(돼지 갈비) 한 점이 올라간다. 중국의 면 문화와 일본의 다시(육수) 문화, 그리고 오키나와 돼지 요리가 한 그릇에 합쳐진 결과물이다. 오키나와 사투리로 ‘스바’라 불리는 오키나와 소바가 ‘소바’라는 명칭을 얻기까지는 지난한 과정이 있었다. 소바(메밀) 가루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1970년대 일본 정부가 ‘소바’ 명칭의 사용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당시 농림성 등을 상대로 거세게 반발했고, 마침내 1978년 10월 17일 오키나와에 한해 ‘소바’란 명칭을 쓸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얻어냈다. 다만 ‘오키나와 소바’, ‘소키소바’ 등으로 본토의 일반 소바와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이날이 바로 ‘오키나와 소바의 날’이다. 현 전역에서 소바를 기념하는 행사가 이어지고, 단골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한 그릇을 다시 확인한다. 돼지 뼈를 끓인 국물에 돼지 갈비라니. 언뜻 느끼할 것이라 생각되지만, 예상만큼 기름지지는 않다. 오히려 개운하게 느낄 만큼 걸쭉한 편이다. 100년 노포가 수두룩한 본토와 달리 오키나와에는 노포가 많지 않다. 태평양전쟁으로 도시가 거의 궤멸했기 때문이다. 1905년 개업한 모토부초의 ‘기시모토 식당’, 1912년 문을 연 나하야, 1923년 나고시 신잔소바 등이 100년 노포로 알려졌다. 오키나와 소바는 단품으로도 먹지만 ‘주시’를 곁들여 먹는 게 보통이다. 주시는 일종의 볶음밥이다. 어렸을 때 ‘빠다’(버터)로 밥 비벼 먹은 기억이 있는 이들은 단박에 이 맛을 알 터다. 이 음식이 필경 미군이 전한 군용 식량 ‘C 레이션’에서 비롯됐을 거란 걸 말이다. 우리 부대찌개와 비슷한 경로로 탄생한 주시 역시 ‘디테일의 일본인’답게 퍽 감칠맛 나는 음식으로 변모시켜 놨다. 라프티는 중국의 동파육과 비슷하다. 간장과 흑설탕, 오키나와 전통 증류주 아와모리로 달콤하게 조린 돼지 삼겹살 요리다. 왕의 연회상에 오르던 요리가 수백 년을 거쳐 서민의 일상식이 됐다. 불신·비하의 상징 ‘A사인’ 미국의 음식 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상륙에서 반환까지, 미군정 27년은 오키나와의 식탁을 확 바꿔놓았다. 그 시대를 이해하는 열쇠말이 ‘A사인’이다. 미군정이 인증한 일종의 자격증 같은 것으로, 맥도널드와 같은 미국 기업 외에 미군이 출입하는 오키나와의 모든 업소는 ‘A사인’을 발급받아야 했다. 오키나와 사람들에 대한 불신과 비하의 의도가 명백한 제도였지만, 이후 A사인을 받아 살아남은 식당들은 현재 오키나와의 명소가 됐다. 나하 시내 사카에마치 시장에는 이 이야기의 마지막 층위가 숨어 있다. 이 시장은 전쟁 전 히메유리 학도대의 학교 건물이 있던 자리다. 전쟁으로 학교는 사라졌고, 재건 기간 동안 “이 지역이 다시 번영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카에(栄·번영) 마을’이 탄생했다. 낮에는 시장, 밤에는 작은 술집들이 불을 밝히는 독특한 공간이다. 잔파곶의 야외 매점인 ‘킨죠 파라’를 덧붙이자. 이동식 버스 매점으로, 아이스크림과 젠자이 등을 판다. 본토에선 단팥을 묽거나 뻑뻑하게 조린 걸 젠자이라 일컫는데 오키나와에선 달큰하게 조린 강낭콩을 올린 빙수를 뜻한다. 잔파곶은 높이 30~40m로 융기한 산호초 절벽이 2㎞에 걸쳐 이어지는 곳이다. 일대가 산책로와 잔디밭 등 공원으로 꾸며져 하루 종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 “또 좀비물이냐고? 이번엔 달라요”…연상호가 직접 말한 ‘군체’

    “또 좀비물이냐고? 이번엔 달라요”…연상호가 직접 말한 ‘군체’

    칸영화제에서 박수갈채를 받았던 연상호 감독 신작 ‘군체’가 국내 관객을 찾아갈 준비를 마쳤다. 좀비를 다룬다는 점은 그간의 필모그래피를 연상케 하지만, 연 감독은 좀비가 진정한 주인공이 된다는 점에서 ‘군체’가 차별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연 감독과 배우 전지현,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 김신록은 ‘군체’ 국내 개봉을 하루 앞둔 20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시사회·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군체’는 정체불명의 집단 감염 사태로 고립된 건물 속 생명공학자 권세정(전지현 분)과 건물 보안요원 현석(지창욱), 그의 누나인 현희(김신록) 등 생존자들이 감염자들에 맞서는 사투를 그렸다. 감염자들은 처음에는 네발로 기어 다니다가 어느새 두 발로 걷고 무리를 이루는 등 예측 불가능한 형태로 진화를 거듭한다. 연 감독은 ‘부산행’(2016)·‘반도’(2020) 등에서 좀비를 여러 차례 다뤘던 바 있다. 그러나 ‘군체’를 좀비물로 설계한 배경은 이전과 사뭇 달랐다고 한다. 그는 “기획 때는 좀비 영화를 만들겠다는 구상은 아니었다”며 “초고속 정보 공유를 통해서 생기는 집단적 사고와 거기서 느껴지는 개별성의 무력함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최규석 작가와 대화하다가 좀비물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전 영화와 구별되는 ‘군체’ 좀비만의 차별점에 주목해 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연 감독은 “‘부산행’과 ‘반도’는 고전적인 좀비와 공간의 결합이 큰 요소였다”면서 “‘군체’는 좀비 자체에 집중했고, 제가 만든 영화 중 처음으로 좀비가 주인공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군체’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제79회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돼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처음 세상에 나왔다. 122분간의 상영이 끝나자 극장 내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영화에 찬사를 보냈다. 칸영화제 직후 열린 시사회인 만큼 현장에서는 배우들의 소감이 나왔다. 전지현은 “칸에서 우리 영화를 소개하면서 오히려 에너지를 받고 왔다”며 “배우로서 많은 응원을 받으며 큰 용기와 힘을 얻었다”고 전했다. 구교환은 “프리뷰 상영 후 새벽 3시에 숙소에 돌아가던 중 길거리에서 행인이 ‘서영철이 맞느냐’고 인사했다. 영화 속 캐릭터 이름으로 불릴 때만큼 행복한 경험은 없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군체’를 통해 인간성을 다루려 한다고 칸에서 밝혔던 연 감독은 이날도 관련 언급을 이어갔다. 그는 “인공지능(AI)이 ‘보편적 사고의 총합’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힘이 강해지면 인간의 개별성이 무력해진다”며 “집단지성이 모든 걸 지배하는 세상 속 ‘인간다움’은 개별성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전지현, 구교환과 거리 데이트…‘칸영화제’ 비하인드 사진 공개

    전지현, 구교환과 거리 데이트…‘칸영화제’ 비하인드 사진 공개

    영화 ‘군체’로 생애 첫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전지현이 현지 일상을 즐기는 비하인드 사진이 공개됐다. 전지현의 소속사 피치컴퍼니는 19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칸영화제 입성한 군체 전지현 배우의 비하인드를 공개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여러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칸영화제 일정을 소화 중인 전지현과 구교환이 함께 프랑스 칸의 거리를 자유롭게 누비는 모습이 담겼다. 두 사람은 서로 어깨동무를 한 채 칸의 거리를 자유롭게 거닐며 이국적인 정취를 만끽했다. 전지현은 세련된 화이트 미니 원피스에 편안한 스니커즈를 매치해 활동적이면서도 스타일리시한 감각을 뽐냈다. 구교환은 시크한 블랙 가죽 재킷과 슬림한 핏의 슬랙스로 멋을 냈다. 두 사람 모두 블랙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화창한 날씨 속에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 밖에도 앞서 진행된 칸영화제 공식 포토콜과 레드카펫 부대 행사 등의 비하인드 사진도 공개됐다. 전지현과 구교환은 영화 속 긴장감 넘치는 관계성을 위트 있게 재해석한 독특하고 과감한 커플 포즈를 취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두 배우가 출연한 연상호 감독의 신작 영화 ‘군체’는 제79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전 세계 영화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인해 외부와 철저히 봉쇄된 건물 안에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 사투를 벌이는 스릴러 액션 영화다. 연상호 감독은 전 세계적인 K좀비 신드롬을 일으켰던 ‘부산행’ 이후 10년 만에 다시 한번 칸의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군체’는 지난 15일 밤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진행된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연 감독은 상영 종료 후 “꿈에 그리던 칸영화제에서 ‘군체’를 선보일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라며 “영화를 하는 동안 굉장히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이 될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프랑스 칸에서 성공적인 글로벌 데뷔전을 치른 영화 ‘군체’는 오는 21일 국내 극장가에 정식 개봉한다.
  • 생각하고 무리 짓는 ‘K좀비’… 칸의 밤을 뒤흔들다

    생각하고 무리 짓는 ‘K좀비’… 칸의 밤을 뒤흔들다

    관객들 2300석 대극장 가득 채워 영화 끝난 뒤 5분간 ‘뜨거운 박수’연 감독 “소수의견은 인간의 특성”박찬욱, 佛예술 공로 최고 훈장 받아 연상호 감독이 ‘부산행’(2016)과 ‘반도’ (2020)에 이어 내놓은 새 좀비 영화 ‘군체’가 칸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뜨거운 반응과 박수로 화답했다. 제79회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된 ‘군체’는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칸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찬욱 감독은 티에리 프리모 집행위원장과 함께 레드카펫에서 ‘군체’ 팀을 직접 마중 나와 연 감독을 포옹하며 격려했다.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은 스릴러, 공포 등 장르적 색채가 강한 작품을 소개하는 비경쟁 부문이다. ‘한밤의 상영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15일 자정에 레드카펫 행사를 열고 바로 상영이 이어졌고, 2300석 규모의 대극장을 꽉 채운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뒤 5분간 박수를 보낼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군체’는 집단 감염 사태가 벌어진 도심 대형 쇼핑몰 건물에 고립된 생명공학자 권세정(전지현 분)과 건물 보안요원 현석(지창욱), 현석의 누나 현희(김신록) 등 생존자들이 감염자들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담았다. 감염자들이 처음에는 기어 다니다가 두 발로 걷고, 나중에는 무리를 지어 생존자들을 공격하는 등 진화를 거듭하면서 공포가 극대화된다. 이 영화에서 좀비 사태를 일으키는 생물학 박사 서영철(구교환)은 인간의 모든 비극이 소통의 불완전함에서 온다고 믿고, 서로 생각을 공유하는 ‘좀비 군체’로 진화하도록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연 감독은 좀비들이 서로 지성을 공유하며 한 몸처럼 움직인다는 설정을 통해 인공지능(AI) 시대에 인간성의 의미를 묻는다. ‘부산행’ 이후 10년 만에 칸영화제를 찾은 연 감독은 “AI는 ‘보편적 사고’의 총합이라 소수의견이란 게 없는 알고리즘인 데 반해, 인간은 소수의견을 낼 수 있는 존재”라면서 “개별성이 인간의 소중한 특질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쉽게 설득하기 위해 이전 작업보다 좀 더 어려운 과정을 통해 내용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연 감독은 “‘군체’ 후속작을 만들 계획은 없다”면서 “‘군체’ 이후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지를 다룬 그래픽 노블을 써두었다. 이를 바탕으로 한 게임 제작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칸에서 첫선을 보인 ‘군체’는 오는 21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한편 이번 칸영화제에서 한국인 최초로 심사위원장을 맡은 영화감독 박찬욱은 프랑스 정부로부터 최고 등급 문화예술 공로 훈장인 ‘코망되르’를 받았다. 한국인이 이 훈장을 받은 것은 2002년 김정옥 당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 2011년 지휘자 정명훈, 지난해 소프라노 조수미에 이어 네 번째다.
  • 전지현, ‘군살 없는 몸매’ 이유 있었네…‘여배우 관리법’ 공개

    전지현, ‘군살 없는 몸매’ 이유 있었네…‘여배우 관리법’ 공개

    배우 전지현이 남다른 자기관리 비법을 전했다. 16일 유튜브 채널 ‘뜬뜬’의 콘텐츠 ‘핑계고’에 올라온 영상에는 영화 ‘군체’의 주연 배우 전지현, 지창욱, 구교환이 출연해 유재석, 남창희와 함께 이야기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에서 유재석은 게스트들의 식사 습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먼저 지창욱은 “아침을 잘 안 먹는다”며 “사실 기분에 따라 다르고 스케줄에 따라 다르긴 한데, 아침에 배가 고픈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재석이 “그럼 첫 끼는 언제 먹냐”고 묻자 지창욱은 “스케줄 나가면서 먹든지 아니면 점심으로 같이 먹는다”고 답했다. 전지현 역시 아침을 잘 먹지 않는 편이라고 밝히며 “점심을 늦게 먹으려고 한다. 오후 2시쯤”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가 고프니까 많이 먹는다”며 “첫 끼는 건강식 위주로 먹고, 이른 저녁은 제가 먹고 싶은 걸 먹는다”고 자신만의 식단 루틴을 설명했다. 운동에 대한 남다른 열정도 드러냈다. 전지현은 “매일 운동을 하는데 무조건 오전에 한다. 길게는 안 하고 1시간 정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PT를 받을 때는 1시간에 자유 운동 1시간까지 더해 2시간을 한다. 킥복싱도 가끔 하는데 그건 너무 힘들어서 수업 시간만 채운다”라고 설명했다. 유재석이 “운동하고 일하러 가는 것이 쉽지 않다”라며 감탄하자, 전지현은 “콜타임이 늦어지면 무조건 운동한다. 오히려 운동을 하면 체력이 좋아지니까 현장에서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라며 탄탄한 체력이 연기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지현, 구교환, 지창욱이 주연을 맡은 영화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에서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 사투를 벌이는 작품이다.
  • 가발 쓰고 촬영하며 암 극복했는데…“세 번째 암 재발” 알린 배우

    가발 쓰고 촬영하며 암 극복했는데…“세 번째 암 재발” 알린 배우

    배우 우현주가 세 번째 암 재발 소식을 알리며 출연 중이던 작품에서 하차한다. 지난 13일 연극 ‘오펀스’의 제작사 레드앤블루는 공식 채널을 통해 “해롤드 역 우현주 배우의 건강상의 이유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공연의 스케줄이 변경됐다”며 “우현주 배우님은 15일 오후 3시 30분 공연을 마지막으로 마무리하게 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같은 날 우현주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저는 두 번의 암을 겪은 암 생존자인데 이번에 또 재발했다는 소식을 어제(12일) 들었다”며 “다음 주부터 항암치료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2007년과 2017년, 두 차례나 유방암 진단을 받고 투병 끝에 다시 무대로 돌아왔던 그였기에 이번 ‘세 번째 재발’ 소식은 더욱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암 투병 중에도 연기 활동에 매진했던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2007년 유방암 판정을 받고 투병 생활을 했다. 그런데 10년 뒤 암이 재발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2017년 ‘라이브’ 촬영 중이었는데 재발한 걸 알게 됐다. 하고 있던 공연은 무사히 마쳤는데 드라마는 촬영을 시작했기 때문에 하차를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가발을 쓰고 촬영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배우는 흐름을 잘 타야 하는 것 같은데 그런 운들이 찾아왔을 때 암 투병이라는 어쩔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었다”면서도 “연기에 신경을 다 써도 모자란데 가발에 신경이 쏠렸다. 그래도 와서 해달라고 해주셨던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작품 출연을 중단하고 치료에 전념하기 위해 잠시 멈춤을 택했다. 그는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오펀스’라는 작품은 체력 또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에 치료 시작 전에 하차하게 됐다”며 “제 욕심으로 공연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차기작 ‘유령들’에 대해서는 “감정 소모는 많지만 러닝타임도 공연 기간도 짧기 때문에 치료를 받은 후 기간만 조정하면 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여전한 연기 열정을 내비쳤다. 극단 ‘맨씨어터’의 대표이자 배우인 우현주의 암 재발 소식에 동료들과 팬들의 응원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오펀스’ 마지막 출연 무대를 준비하며 “5월 15일 금요일 낮 공연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감정 조절을 잘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도 된다”며 “혹시 저나 동료 배우들이 ‘자제력의 중요성’을 실행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더라도 너그럽게 봐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모두 건강하시기를 기원한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다.
  • “강제노역 당해”…국군포로, 北 김정은 상대 손배소 승소

    “강제노역 당해”…국군포로, 北 김정은 상대 손배소 승소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게 끌려갔다가 탈북한 국군포로들이 북한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겼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6단독 김형철 부장판사는 14일 고광면(95)씨 등 국군포로 생존자 5명이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고씨와 김종수(95)·이선우(96)·이대봉(95)·최기호(98)씨 등 국군포로 생존자들은 지난 3월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생존자 1명당 2100만원씩 총 1억 500만원을 배상하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북한에 포로로 끌려가 1953년 7월 정전협정이 체결됐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으로 송환되지 못한 채 50여년 동안 탄광과 건설 현장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렸다며 이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국군포로가족회에 따르면 고씨는 21세의 나이로 입대해 강원도 철원에서 군 복무를 하던 중 1953년 5월 중공군에 포로가 돼 북한에 인계됐다. 그는 함경북도 회령군 궁심탄광으로 이송돼 포로수용소에서 약 3년 동안 집단생활을 하고, 1956년 6월 사회로 나와 용북탄광에 배치받아 강제노역을 했다. 이후 2001년 11월 두만강을 건너 탈북했다. 김씨는 강원도 춘천에서 전투에 참가하던 중 1951년 1월 중공군 포로가 됐다. 그는 내무성 건설대에서 3년 동안 평양 수도 복구 건설, 철도 복구 건설에 강제 동원되고, 1954년 5월에는 평안남도 덕천탄광에 배치받아 약 50년 동안 강제노역했다. 이후 2005년 8월 탈북했다. 이선우씨는 중사로 강원도 김화 육군 수도사단에 배속돼 방어전 일선에서 싸웠으나 중공군에 포로로 잡혔으며, 손가락 3개를 잃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그는 함경북도 온성군 하면탄광에서 약 56년 동안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이대봉씨와 최씨 역시 50여년 동안 탄광에서 강제노역하다가 탈북했다. 이번 소송은 국군포로 생존자가 북한 등을 상대로 한 세 번째 손해배상 소송이다. 앞선 재판 역시 승소했으나 아직 북한과 김 위원장으로부터 손해배상액을 받지 못했다. 제1차 국군포로 소송 승소 이후 북한의 출판물·방송물 등 저작권을 위임받아 그 저작권료를 법원에 공탁 중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사장 임종석)을 상대로 제기된 추심금 청구 소송 상고심도 2년 넘게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 나홍진 감독 ‘호프’… 칸의 선택 받을까

    나홍진 감독 ‘호프’… 칸의 선택 받을까

    한국영화 4년 만에 경쟁부문 진출연상호 감독 ‘군체’ 미드나이트 초청 세계 영화인들의 축제 제79회 칸국제영화제가 12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도시 칸에서 막을 올렸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가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황금종려상을 노리고 있다. 박찬욱 감독은 한국인 최초로 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연상호 감독의 ‘군체’는 비경쟁 부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정주리 감독의 ‘도라’는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호프’는 오는 17일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통해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과 만난다. 비무장지대에 있는 호포항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나타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황정민과 조인성 그리고 할리우드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 등이 출연한다. 한국 영화가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건 2022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한국 제작사가 만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 이후 4년 만이다. ‘호프’는 경쟁부문에서 21편의 영화들과 함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두고 경쟁한다. 영화계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상자 속의 양’과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비터 크리스마스’,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피오르’ 등을 주요 수상 후보로 예상한다. ‘군체’가 초청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은 스릴러나 호러 등 장르적 색채가 강한 작품을 소개하는 비경쟁 부문이다. ‘군체’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봉쇄된 건물 안에서 생존자들이 감염자들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전지현과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 등이 출연한다. ‘도라’는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두 인물이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과정을 담았다. 가수 겸 배우 김도연과 일본 배우 안도 사쿠라가 주연을 맡았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박 감독이 맡으면서 한국 영화 수상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한국인 최초 심사위원장으로 기대를 모으는 박 감독은 개막식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더 이상 영화의 변방 국가가 아니게 됐다”며 “그 결과 제가 심사위원장을 맡게 됐다”고 한국 영화의 달라진 위상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올해 좋은 영화로 기대되는 (한국) 영화들이 3편이나 초대받게 돼 다행”이라며 “그러나 확실한 건 그렇다고 해서 제가 한국 영화에 더 점수를 주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영화제는 12일부터 오는 23일까지 11일간 열린다. 23일 폐막식에서 황금종려상 등 경쟁부문 수상작을 발표할 예정이다.
  • 순천향대천안병원 연구팀, 위암 환자 ‘자가 증상관리 플랫폼’ 효용성 입증

    순천향대천안병원 연구팀, 위암 환자 ‘자가 증상관리 플랫폼’ 효용성 입증

    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 송금종 교수팀(위장관외과)이 최근 위암 수술 후 회복 관리를 위한 디지털 플랫폼 ‘위케어(WECARE)’를 개발해 효용성을 입증했다고 13일 밝혔다. 위케어는 위암 환자가 수술 후 스마트폰에 △역류 △덤핑증후군 의심 증상 △식사불편감 △배변변화 △식사량 등을 직접 입력하면, 식사조절·음식선택·수분섭취·운동법 등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연구팀은 위케어를 활용해 전국 9개 의료기관 참여를 통해 효용성과 임상적 활용성을 확인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분석결과 6개월 시점에서 플랫폼 사용군(85.3점)이 일반 진료군(83.8점) 보다 전체 삶의 질 점수가 높았다. 플랫폼 사용 지속률도 86.7%로 높았고, 전체 82% 이상이 ‘만족 또는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송 교수는 “위케어가 위암 수술 환자들의 회복을 돕고, 스스로 증상을 보다 잘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위암 생존자를 위한 디지털 증상 관리 플랫폼(WECARE)의 다기관 파일럿 무작위 대조 시험’을 주제로 국제학술지 Cancers 최신 호에 게재됐다.
  • “끌어안은 채 주검으로”…경고에도 화산 오른 두 관광객의 비극 [핫이슈]

    “끌어안은 채 주검으로”…경고에도 화산 오른 두 관광객의 비극 [핫이슈]

    인도네시아 활화산에 올랐다가 실종된 싱가포르 관광객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일부 외신은 두 사람이 서로를 끌어안은 듯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현지 당국은 이들이 출입금지 구역인 분화구 인근까지 접근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인솔자와 관광업체의 과실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다.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구조 당국은 10일(현지시간) 북말루쿠주 할마헤라섬 두코노산에서 싱가포르 국적 남성 2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사망자는 헹원창 티머시(30)와 샤힌 무흐레즈 빈 압둘 하미드(27)로 확인됐다. 구조대는 두 사람을 분화구 가장자리 인근 암석·화산재 잔해 속에서 발견했다. 가파른 지형과 비, 이어진 분화가 수습 작업을 어렵게 했다. 당국은 구조 인력 약 150명과 열화상 드론을 현장에 투입했다. ◆ “돌이 날아온다” 외침 뒤 참변…화산재 10㎞ 치솟았다 사고는 지난 8일 두코노산이 분화하면서 벌어졌다. 당시 화산재와 수증기, 가스 기둥은 약 10㎞ 상공까지 치솟았다. 현장 영상에는 한 등산객이 “돌이 날아온다”고 외치는 긴박한 장면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분화로 모두 3명이 숨졌다. 싱가포르 남성 2명 외에 인도네시아 여성 1명도 목숨을 잃었다. 현지 당국은 이 여성을 엔젤로 확인했다. 당시 두코노산에는 등산객 약 20명이 있었다. 이 가운데 17명은 살아 돌아왔다. 생존자는 싱가포르인 7명과 인도네시아인 10명이다. 싱가포르 외교부는 구조된 자국민들이 자카르타를 거쳐 귀국한다고 밝혔다. 당국은 숨진 두 남성의 시신을 현지 병원으로 옮기고 검시 절차에 들어갔다. ◆ 출입금지 구역 왜 들어갔나…인솔자도 조사 논란은 이들이 왜 통제구역에 들어갔는지로 번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화산지질재난완화센터는 두코노산 분화구 반경 4㎞ 안에서 모든 활동을 금지해 왔다. 화산탄과 화산재, 유독가스 위험 때문이다. 현지 경찰은 등산객들이 산행로 입구의 경고 표지와 SNS 안내를 보고도 등반을 강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가수색구조청은 “관광업자나 개인의 과실 가능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함께 산에 오른 인솔자들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사고 이후 두코노산 등산로는 공식 폐쇄됐다. 인도네시아 관광 당국도 방문객과 지역 주민 안전을 이유로 산행 금지 조치를 재확인했다. ◆ 120개 넘는 활화산…‘불의 고리’가 남긴 경고 두코노산은 인도네시아에서도 활동이 잦은 화산으로 꼽힌다. 인도네시아는 태평양 ‘불의 고리’에 놓여 지진과 화산 활동이 빈번하다. AP통신은 인도네시아에 120개가 넘는 활화산이 있다고 전했다. 화산 당국은 사고 이후에도 두코노산 경보 단계를 세 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10일에도 여러 차례 분화가 이어졌고 일부 분화는 화산재를 1.3㎞ 높이까지 뿜어 올렸다. 이번 참사는 해외 트레킹과 화산 관광의 위험성을 다시 보여줬다. 자연경관을 가까이서 보려는 관광 수요는 커지고 있지만, 활화산 주변에서는 한 번의 판단 착오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 ‘무대’ 매번 쏟아붓는 에너지…‘애정’ 미련도 후회도 없는 걸

    ‘무대’ 매번 쏟아붓는 에너지…‘애정’ 미련도 후회도 없는 걸

    통쾌한 복수보다 위로·연대 건네귀엽고 아담해서 ‘콩련’으로 불려폭발적 발성·에너지로 무대 장악아홉 살부터 꿈꿔온 뮤지컬 배우매일의 습관 버리니 자유로워져‘더 라스트맨’ 등 새 도전할 준비 저승의 심판정 천도정. 양 손목이 붉은 포승줄로 묶인 소녀가 삐딱하게 의자에 앉아 있다. 아버지를 살해한 죄목으로 끌려온 소녀는 앙칼진 목소리로 “날 지옥에 보내”라고 외친다. ‘복수의 화신’이 된 소녀 홍련과 ‘효의 상징’ 바리의 만남, 이 낯설고 강렬한 설정의 뮤지컬 ‘홍련’은 2024년 초연 당시 평균 객석 점유율 99%를 기록했고 그해 한국뮤지컬어워즈 작품상(400석 미만)을 거머쥐었다. 올해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으로 자리를 옮긴 재연도 흥행몰이 중이다. 뜨거운 인기의 중심엔 배우 홍나현(30)이 있다. 최근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만난 홍나현은 “결말이 지금과는 달랐다”고 제작 초기 이야기를 들려줬다. 리딩 단계(대본과 일부 음악만 있는 초기)부터 참여한 그는 “원래 홍련이 사랑 없이 사는 사람들을 벌하는 ‘분노의 신’이 되는 마무리였다”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의 상처’에 주목한 배시현 작가는 홍련을 바리의 대척점에 두고 망자의 분노를 들어주는 신이 되길 원했다. “저도 통감했지만 저희(배우들)가 ‘우리는 그래도 사랑으로 가야 한다’며 계속 설득했어요.” 결국 방향을 틀어 ‘분노의 신’이 사라진 자리에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하며 응어리를 푸는 씻김의 정서를 앉혔다. 사적 복수가 주는 통쾌함보다 위로와 연대가 건네는 울림은 관객들에게 더욱 긴 여운을 남겼다. 홍나현은 귀여운 얼굴과 아담한 체구로 ‘콩련’이라 불리지만 폭발적인 발성과 에너지로 무대를 장악한다. 분노에 찬 리디아(‘비틀쥬스’), 홀로 극을 이끌어가는 생존자(‘더 라스트맨’), 홍련까지, 눈물 콧물 범벅이 되거나 엄청난 고음을 뿜어내는 그에게 관객들은 아낌없이 찬사를 보낸다. 체력과 목 관리 비결을 묻자 그는 의외의 답을 주며 웃었다. “쉬는 날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진짜 쉬어요.” 2016년 연극 ‘들오리’로 데뷔한 홍나현은 2018년 ‘앤ANNE’으로 뮤지컬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뮤지컬 배우는 아홉 살 때부터 품은 꿈이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취침과 기상, 스트레칭, 물 마시는 시간까지 정해놓고 체력과 목을 관리했다. 그러다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2020년)를 연습하던 때 한 선배의 조언에 무대를 대하는 자세를 바꿨다. “너 자신이 행복해야 무대에 오래 설 수 있다”는 말이었다. “습관을 하나씩 벗어버리니까 몸이 오히려 더 자유로워졌어요. 쉴 때 푹 쉬고 잘 자고 일어나면 회복되니 무대에서도 두려움 없이 쏟아부을 수 있더라고요. 그렇게 작품을 끝내면 미련이나 후회 없이 애정만 남습니다.” 홍나현은 오는 17일 ‘홍련’을 ‘천도’시키면 1인극 ‘더 라스트맨’(서울 대학로 링크더스페이스) 2차 팀에 합류한다. “소녀 역할만 하고 있을 때 출연 제안을 받았어요. 왜 절 캐스팅하느냐 물었더니 ‘너의 다른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 말은 그에게서 도전 의지를 끌어냈다. 뮤지컬과 드라마, 연극 등 줄지어 예정된 새 작품에서 그는 또 다른 얼굴에 도전할 준비를 하고 있다.
  • 배달 기사 부르더니…“2시간만 내 침대 옆에 있어 주세요” 무슨 사연?

    배달 기사 부르더니…“2시간만 내 침대 옆에 있어 주세요” 무슨 사연?

    “음식 배달 대신 제 곁에 2시간만 머물러 주실 수 있나요?” 중국 광둥성 포산시의 한 병원에서 희귀 혈액암으로 홀로 투병 중이던 24세 여성이 배달 앱에 올린 특별한 주문이 화제가 되고 있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샤오리(가명)씨는 네 차례의 항암 치료를 견디며 힘겨운 사투를 벌여왔다. 아버지는 치료비를 벌기 위해 타지에서 일하고, 남동생은 인턴십 활동으로 바빠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병실에서 홀로 보내야 했다. 외로움에 지친 그는 지난달 15일 배달 플랫폼을 통해 음식이 아닌 ‘동행’을 주문했다. 요청 사항에는 “배달물은 필요 없으니 병상 옆에 2시간만 앉아 있어 달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이 주문을 수락한 첫 번째 배달 기사가 샤오리씨의 사연을 동료 기사들의 단체 대화방에 공유하면서 기적이 시작됐다. 지역 배달 기사들은 퇴근 후나 근무 짬짬이 샤오리씨의 병실을 찾기 시작했다. 이들은 우유와 간식, 인형, 책 등을 들고 찾아와 말동무가 되어주었다. 윈난성에서 꽃다발을 보낸 기사가 있는가 하면, 이웃 도시 광저우에서 3시간을 달려온 기사도 있었다. 기사 첸씨는 “가족 없이 홀로 있는 그녀의 처지에 깊은 공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기사 황씨는 “과거 고객들에게 받았던 따뜻한 배려를 이제 사회에 돌려주고 싶어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 입원했을 당시 내성적이고 기운이 없던 샤오리씨는 기사들의 방문이 이어지자 점차 웃음을 되찾고 식사량도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연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하자 도움의 손길은 배달 기사를 넘어 사회 각계로 퍼졌다. 한 경찰관은 병실을 찾아 현장의 긴박한 검거 뒷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를 격려했고, 60대 암 생존자 왕씨는 “나를 보고 힘을 내라”며 희망을 전달했다. 샤오리씨는 “이렇게 많은 분이 대가 없이 응원해 줄 줄 몰랐다”며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기력을 회복한 그는 지난달 20일 퇴원해 현재 통원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누리꾼들은 “도시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배달 기사들이 아픈 한 여성을 위해 시간을 멈췄다”, “사회적 사랑이 모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 등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이방인의 시, 전쟁으로 얼룩진 제국의 언어를 전복시키다

    이방인의 시, 전쟁으로 얼룩진 제국의 언어를 전복시키다

    침묵 속에 가려진 말을 듣는 것말을 엎어 현실에 저항하는 것한국계 시인이 시를 쓰는 이유 머물 곳을 잃은 언어에 날개가 달린다. 새처럼 날아다니는 그것을 우리는 시(詩)라고 부른다. 2020년 최돈미(64)에게 한국계 시인 최초로 전미도서상을 안긴 시집 ‘DMZ 콜로니’가 한국어로 옮겨졌다. 유년 시절 사진기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뒤 줄곧 미국에서 산 시인에게 DMZ(비무장지대)는 무의식적 공간에 가깝다. 역사라고도, 기억이라고도 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몸짓들이 최돈미를 거쳐 우리에게까지 당도했다. 낯설고 아득한 비극이 생생한 언어의 옷을 입고 눈앞에 선연히 펼쳐진다. “포획, 고문, 학살의 언어는 해독하기 어렵다. 거의 외국어 수준이다. 끔찍한 악몽 같다! 하지만 나는 이방인이니까 아주 작은 떨림과 고통도 감지할 수 있다. 어려운 구문! 희미한 점과 선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그건 종종 피이고 눈이고 심지어 비듬이기도 하다. 어떻게 아느냐고? 이방인들은 다 안다.”(‘행성적 번역’ 부분) 최돈미는 시인인 동시에 김혜순과 최승자를 비롯한 한국의 시인들을 세계에 알린 번역가이기도 하다. 이 정체성은 최돈미의 시 세계를 이해하는 데 무척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시인은 언어화되지 못한 것에 언어를 부여한다. 이는 번역가가 하는 일과도 비슷하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바꿔주는 것. 시인은 침묵 속에 가려진 세계의 말을 알아듣고 그것을 인간의 언어로 치환하는 사람이다. “군인들이 우리 집에 불을 질렀다. 지붕이 짚으로 되어 있어서 금방 타버렸다. 군인들이 우리를 계곡으로 몰아넣고 총을 쐈다. 그러고는 시체에 불을 질렀다. 고기 굽는 냄새가 나서 토했다. 여동생은 총을 일곱 방이나 맞고도 살아 있었다. 나는 왼쪽 뺨에 총알이 관통했다. 웃을 수가 없다. 얼굴이 말을 듣지 않는다. 불타버린 집에서 동생을 간호했다. 동생 몸에 난 총구멍들을 아침부터 밤까지 쳐다봤다.”(‘고아 허점달’ 부분) ‘고아 연작시’ 10편은 상당히 끔찍한 기록으로 읽힌다. 시인은 1951년 한국전쟁 당시 벌어졌던 ‘함양·산청 민간인 학살 사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복원해 독자에게 선보인다. 최돈미는 주석을 통해 이 시들이 실제 생존자들의 구술 증언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상상의 기록”이라고 밝혔다. ‘상상의 기록’인 이 시를 거짓이라고 불러야 할까. 아니다. 오히려 더 생생한 진실이다. 구천을 떠돌던 죽음과 공포의 외침은 시를 통해 비로소 시인 그리고 독자와 공명한다. “명령하는 단어들은 전 세계적으로 분열, 전쟁, 복종을 강요한다. 하지만 다른 단어들도 가능하다. 반식민주의 양식으로서 번역은 다른 단어들을 만들 수도 있다. 내 경우 나는 그걸 거울 단어라고 부른다. 거울 단어는 불복종과 저항을 하고자 한다. 거울 단어는 신식민지적 국경과 봉쇄를 거역한다. 거울 단어는 국경을 따라 나부끼며 종종 바다를 건너, 심지어 은하를 건너 비행한다.”(‘거울 단어들’ 부분) 거울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상을 왜곡하고 좌우를 반전시킨다. 그리하여 거울은 저항이다. 번역도 저항이 될 수 있다. 말을 거꾸로 뒤집는 것을 통해서. 예컨대 이런 식이다. “?까니습있 아살 은환두전”(전두환은 살아 있습니까?) 최돈미에게 메일을 보냈다. ‘번역과 시 쓰기가 필연적으로 공유할 수밖에 없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목소리와 정체성, 그리고 상상적 에너지를 겹치지 않고서 번역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겹침은 언어의 경계는 물론 역사적·정치적 맥락의 경계를 가로질러 소리를 실어 나르는 끈질긴 창조적 동력을 요구한다. 내 글을 쓸 때도 나는 이른바 ‘교차 언어적 언어유희’를 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다. 사실 나는 거기에 집착하는 편이다. 한국어의 소리가 영어와 어떻게 겹치는지,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는 어떠한지. 이것이 바로 내가 나의 혼종적인 시를 통해 전쟁으로 얼룩진 제국의 언어를 전복하는 방식이다.”
  • [이광호의 어찌보면] 4월의 애도, 세월호와 홀로코스트

    [이광호의 어찌보면] 4월의 애도, 세월호와 홀로코스트

    당신의 4월은 이미 찬란하겠지만, 죽음을 생각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봄꽃과 연둣빛이 만드는 저 어여쁜 풍경들은 때로 참혹함을 떠올리게 한다. 2014년 4월 16일의 그 봄날은, 수학여행에 들떴던 단원고 학생들에게도 아름다운 날이어야만 했다. 침몰 과정이 실시간 중계되는 잔인한 시간 동안, 국가 시스템의 기만적인 무능은 맨얼굴을 드러냈다. 304명의 희생자가 생긴 그날 이후 12년이 지났지만 애도는 완결되지 못했다. 어떤 애도는 권력에 의해 금지되기도 하고, 어떤 애도는 그 죽음을 아직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끝낼 수가 없다. 죽음의 진실과 의미를 드러내는 무한한 노력만이, 남은 자들의 연대만이 애도를 온전하게 한다. 지겨워서 중지해야만 하는 애도 같은 건 세상에 없다. 세월호와 함께 홀로코스트를 떠올린다. 홀로코스트를 둘러싼 두 개의 기념일이 있다는 걸 최근 알게 됐다. 홀로코스트는 600만명이 희생된 장기간에 걸친 제노사이드다. 제노사이드는 민족과 이념 등의 대립을 이유로 특정 집단을 말살시키는 행위다. 유엔이 공식으로 인정한 1월 27일은 소련군이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수용소를 해방한 날이며 나치의 전쟁 범죄가 알려지는 계기가 된 날이다. 한편 이스라엘은 바르샤바 게토의 유대인 봉기를 기준으로 유대력에 따라 ‘욤 하쇼아’라 불리는 기념일을 지키는데, 올해는 4월 14일이 그날에 해당했다. 우연하게도 올해의 ‘욤 하쇼아’는 세월호 날짜와 가까웠다. 두 기념일은 홀로코스트를 애도하는 다른 방식을 보여 주는 상징처럼 보이기도 한다. 홀로코스트를 인류 보편의 윤리 차원으로 이해할 것인가, 혹은 유대 민족의 박해와 저항의 서사 안에서 볼 것인가 하는 문제 말이다. ●‘생명정치’가 된 홀로코스트 한 민족의 독립과 국가 건설을 위한 열망과 투쟁은 다른 민족의 그것과 동등한 가치를 갖는다. 하지만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은 이른바 ‘정착적 식민주의’에 기반한 것이었고, 그곳에 살고 있던 타민족에 대한 교체와 추방, 정착과 축출의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이산’의 민족이 정착을 위해 또 다른 민족을 내모는 이 참담한 아이러니는, 이 지역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만들어 버렸다. 홀로코스트는 유대인의 생존 의지를 강화하는 역사적 기억의 자원이지만, 팽창적 ‘시오니즘’을 정당화하는 이념적 도구가 되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스라엘 건국 초기에는 눈물과 박해의 서사와 결별하고 강인한 국민상을 제시하기 위해 홀로코스트의 기억을 밀쳐 두었다는 점이다. 1961년 아이히만 전범 재판과 1967년 아랍·이스라엘 전쟁 이후 역사적 피해자성은 안보 이데올로기의 이념적 자원으로 전환된다. 이스라엘의 역사가인 예후다 엘카나는 아우슈비츠 생존자이기도 하다. 1988년에 발표한 ‘망각의 필요성’은 홀로코스트의 기억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증오와 폭력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담고 있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세계 모두가 홀로코스트를 기억할 의무가 있다 해도, 이스라엘은 오히려 망각을 배워야 한다. 홀로코스트의 기억이 국민 의식 깊은 곳에 침투해 국가 폭력을 정당화하는 위험 때문이다. 홀로코스트를 통해 항구적인 피해자의 위치로 자신들을 고정시키면, 군사행동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정당화된다. 피해자의 집단적 서사가 새로운 피해자를 낳는 논리가 될 때, 그 기억은 윤리적인 힘을 상실한다. 주디스 버틀러는 홀로코스트의 기억이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죽음을 가리는 데 동원되고, 유대인의 삶만을 ‘애도 가능한 삶’으로 설정하는 차별적인 ‘생명정치’가 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애도는 또 다른 폭력을 중지시키는 윤리적 요청이어야 한다. 한 민족에게 일어난 참담한 비극은 다른 민족에게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 잔인한 역사의 보편적 교훈이다. ‘홀로코스트의 국유화’라고 일컬어지는 국가적 독점화는 타자에 대한 윤리적 감수성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모든 죽음은 등가적” 세월호와 홀로코스트라는 두 사건은 비대칭적이며, 304명의 죽음과 600만명의 죽음은 분명히 같지 않다. 그러나 죽음은 개인들에게는 모두 단 한 번의 돌이킬 수 없는 일인칭의 사건이다. 인간의 존엄은 개별적인 인간들 하나하나의 존엄이다. 이란과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에서 지금 희생되고 있는 민간인들의 죽음도 그러하다. 그중에는 175명의 이란 여학생들의 죽음도 포함되며 4·3 제주와 5·18 광주의 희생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세월호 피해자들의 죽음과 중동 전쟁의 민간인 피해자들의 죽음은 어떤 위계도 없는 등가의 것이다. 저 죽음들에서 아직 비켜 서 있는 우리는, 이런 맥락에서 ‘살아남은 자’라는 위치를 공유한다. 참혹한 기억은 완결되지 않고, 애도는 끝내 완성될 수 없으며, 죽은 자는 산 자의 생을 관통한다. 죽음의 등가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애도를 또 다른 폭력으로 만드는 일을 정지시킨다. 그것이 4월 찬란한 계절에 숨 가쁘게 살아남아 있는 자들의 몫이다.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