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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우주강국의 꿈’ 소행성으로 쏘다

    ‘日 우주강국의 꿈’ 소행성으로 쏘다

    “하야부사 2가 날아오르고 있습니다!” 3일 오후 1시 22분. 일본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2’가 실린 H2A 로켓 26호기가 발사됐다. 일본 언론들은 “태양계 탄생과 생명의 기원을 찾는 임무를 띠고 6년간 52억㎞의 여행을 떠난다”며 일제히 주목했다. 한동안 중국과 인도에 밀렸던 일본이 ‘아시아 우주강국’으로서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떨쳐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하야부사 2’의 임무는 물이나 유기물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지구와 화성 사이의 소행성 ‘1999JU3’에 가서 암석을 채취해 돌아오는 것이다. 2018년 6~7월쯤 소행성에 도착해 1년 반 정도 실험과 관측을 하고 2020년 말 귀환할 예정이다. 변질되지 않은 소행성 내부의 물질을 채취하기 위해 ‘하야부사 2’는 소행성 상공 100m에서 화약을 폭발시켜 직경 수십㎝의 구리 탄환을 발사, 소행성 표면에 인공 크레이터(운석 분화구)를 만든다. 이를 위해 전신인 ‘하야부사’보다 엔진 출력이 25% 높아지고 두 개의 고성능 평면 안테나가 설치되는 등 기능 면에서 상당히 개량됐다. 2003년 5월 발사된 ‘하야부사’는 2005년 소행성 ‘이토카와’에 도착했으나 고장 때문에 예정보다 3년 늦은 2010년 6월 극적으로 귀환했다. 세계 최초로 소행성 미립자를 지구로 반입하는 데 성공해 관심을 끌었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289억엔(약 2700억원)을 들인 ‘하야부사 2’ 프로젝트를 통해 확보한 기술로 수성 탐사선과 유인 달 탐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은 지난 50여년간 우주 탐사 기술을 축적해 엔진 부품을 미국에 수출할 정도로 기술 수준이 높다. ‘하야부사 2’를 실은 H2A 로켓은 이번을 포함해 20회 연속 발사에 성공할 정도로 정확도를 자랑한다. 그러나 인도가 2008년 달 탐사에 이어 지난 9월 화성 탐사선 ‘망갈리안’ 발사에 성공하고 중국도 지난해 말 달 탐사선 ‘창어 3호’가 달 착륙에 성공하는 등 공격적으로 우주 탐사에 나서면서 일본은 잠시 주춤하는 모양새였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우주 강국인 미국과 유럽도 다시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유인 화성탐사를 위해 개발 중인 차세대 우주선 ‘오리온’을 4일 오전 7시 5분(현지시간) 발사한다. 민간 개발 로켓 ‘델타 IV’에 실려 발사되며 지상으로부터 3600마일(약 5793.64㎞) 높이에 도달할 예정이다. 유인 우주선용 캡슐로는 1972년 달 탐사에 성공한 ‘아폴로 17호’ 이후 42년 만에 가장 멀리 비행하는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인류 최초로 혜성에 탐사로봇 ‘필레’를 안착시킨 유럽우주국(ESA) 20개 회원국도 2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장관급 회의에서 차세대 우주 발사체 ‘아리안 6호’를 2020년 첫 발사를 목표로 개발하는 데 합의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우주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국내여행 | 제주-세상에서 가장 이른 여행

    국내여행 | 제주-세상에서 가장 이른 여행

    빨래를 걷으려고 손을 위로 뻗는 순간, 찌릿! 배가 뭉치는 모양이다. 임신 8개월. 이제 하루하루 몸은 더 무거워질 텐데 그 전에 가야겠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했던가, 반갑지 않은 태풍을 만났지만 제주는 제법 괜찮은 힐링을 선사했다. 태교여행, 괜찮을까? 파란 물감을 타 놓은 바다색. 그 유혹적인 색을 따라 이끌리듯 한참을 걸어 들어갔는데도 허벅지 깊이를 넘지 않는다. 아이가 태어나면 같이 놀기 딱 좋은 곳이다. ‘언제 낳아 키워 같이 물놀이하지?’ 남편이 묻는다. 금방이야. 8개월도 순식간이더라고. 아기를 품고 200여 일. 임신 8개월 정도가 되면 어떤 옷을 입어도 배를 가릴 수 없을 만큼 임산부 티가 나는데, 경미한 우울증이 오는 때도 딱 이 시기이다. 임신 전의 나란 사람은 여름에는 래프팅을, 겨울에는 스키를, 봄과 가을로는 낚시와 등산을 즐기고 걷기를 좋아하는 액티브한 타입이었다. 하지만 아기가 생기고 절대 몸을 조심히 해야 하는 초기 12주, 입덧이 지속됐던 16주가 지나자 근육은 조금씩 탄력을 잃기 시작하고 지긋지긋하던 입덧이 끝나자 먹지 못했던 음식에 대한 욕심이 생겼으며 자연스레 몸무게도 늘어갔다. ‘그래도 나는 괜찮아! 사람 하나를 만들어내는 위대한 몸이니까.’ 아무리 긍정적인 나라도 부쩍 눈에 띄는 기미와 칙칙한 피부, 이제는 종아리에서부터 불편한 스키니진에 혼자서 버둥거리며 일어나야 하는 힘든 아침에 급우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임신으로 인해 변해 버린 생활이나 몸매, 아기에 대한 궁금증과 불안 등으로 임산부는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그럴 때면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이 좋다. 가벼운 여행은 정서안정에 효과적이라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기분전환에도 도움이 된다. 요즘에는 ‘태교여행’으로 힐링, 테라피, 휴양을 중심으로 한 임산부들의 여행이 트렌드가 되었다. 4시간이 넘지 않는 비행시간을 고려하여 많은 임산부들이 동남아를 선호하고 있는 편이다. 나 역시도 유아용품을 비교적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는 동남아를 생각하다가 뱃속의 ‘바다(태명)’를 생각해서 만약의 사태에 의료진의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는 국내를 고려하게 됐다. 국내지만 비행기도 타고 이국적인 느낌까지 받을 수 있는 제주도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게다가 올해는 청마의 해이니, 말들이 뛰어노는 제주도는 그야말로 완벽한 장소였다. 남들이 스튜디오에서 찍는 만삭사진도 제주도의 자연에서 셀프로 해결할 계획이었다. 고작 한 시간 남짓의 비행임에도 심장을 간질이는 기분 좋은 긴장감이 여행의 시작을 알린다. 한창 애교가 늘어가는 조카를 만나러 가는 느낌이랄까. 너의 본질은 그대로지만 만날 때마다 너는 조금씩 변해 있고 나날이 깊이를 더해 가고 있으니까. 그리고 아이를 품은 여인의 시선이란 작은 것에도 색을 입혀 더 아름다워 보이고 조그마한 디테일에도 쉽게 감동을 받아 버리는 스위치가 작동하기 때문에 낯선 여행지보다는 친숙한 곳에서의 새로운 발견이 더욱 기대된다.  생명기원의 장소 산방산 아침이 되자 비는 그치고 바람이 거셌다. 태풍의 영향인지 세제를 풀어놓은 듯한 풍성한 바다거품이 해안을 덮었다. 화순항에는 궂은 날씨에도 낚시꾼들이 꽤 모여 있는데, 육안으로 보일 정도의 돌돔새끼들이 약 올리듯 돌아다닌다. 손가락만한 녀석들을 잡아 올리는데 먹을 수나 있는 크기인지는 모르겠다. 파도가 높아 용머리해안은 진입이 통제됐고 겨우 산방산을 오를 수 있었다. 제주올레 10코스에 자리 잡은 산방산은 한라산 백록담에 있던 봉우리를 뽑아 던진 것이라는 전설의 산으로 80만년 전 점성이 높은 조면암질 용암이 화구로부터 서서히 흘러나와 멀리 흘러가지 못한 채 굳어 돔 형태를 갖추고 있다. 산방산의 전설이란 이렇다. 아주 먼 옛날에 사냥꾼이 한라산에 올라가 사슴 한 마리를 발견하고 화살을 쏘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화살이 안타깝게도 사슴 대신 옥황상제의 엉덩이를 향하고 말았다. 깜짝 놀라 화가 난 옥황상제가 한라산 봉우리를 뽑아 던졌고, 그게 산방산이 됐다는 얘기다. 신기한 건 백록담을 두르고 있는 동능 둘레와 산방산 밑둥 둘레길이가 비슷하다는 점. 그래서 제주 사람들이 산방산을 ‘한라산의 뚜껑’이라 부르기도 한단다. 산 중턱에는 예부터 불상을 모셔 놓은 산방굴사가 있는데, 산방산의 여신 ‘산방덕’이 인간세상의 시달림을 받고 바위가 되어 흘리는 눈물이라 전해지는 석간수가 적은 양이지만 쉬지 않고 떨어진다. 빗물이 바위를 통과하여 떨어져서 그런지 약간은 비릿한 냄새가 난다. 인간이 된 산방덕의 미모를 탐한 이가 그녀를 괴롭히고 흘리게 만든 눈물이라 하니 슬픔의 맛일까? 또한 이곳은 산방덕이 인간으로 환생하여 자식을 얻기 위해 매일 기도를 올리던 노부부를 만난 곳으로, 자식을 바라는 부부들이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생명기원의 장소이기도 하다. 이미 뱃속에 품고 있지만 경제적 여유만 된다면 자녀는 많을수록 좋다고 항상 생각해 왔기 때문에 조심스레 첫째의 건강과 함께 마음고생 하지 않고 둘째가 생기길 바라 본다. 첫째가 딸이니 둘째는 아들이었으면. 자식욕심이 많다 할까 봐 석간수와 함께 혼자서 삼켰다. 사려니숲길에서의 만삭촬영 삼림욕이 좋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사려니숲길은 전형적인 온대산림이라 숲 특유의 서늘함이 없고, 천연림과 인공림이 잘 어우러져 에코 힐링을 체험할 수 있는 ‘치유의 숲’이다. 적당히 습기를 머금은 숲은 태풍 속에서도 차분했다. 하지만 곧 비가 다시 쏟아질 것 같다. 결국 초입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만삭촬영은 대개 32주 전후에 많이 한다. 아기배가 적당히 예쁘게 나오기 때문이다. 결혼 전에 웨딩 리허설 촬영을 하듯 임산부들은 아기와의 시간을 기념하며 만삭촬영을 한다. 병원에서 연계된 스튜디오에서 무료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나만의 사진을 원한다면 부부가 공유하는 추억이 있는 곳에서의 촬영도 추천한다. 앞으로 아이가 걸어갈 인생의 길이 이 숲이 주는 편안함과 같기를 기원하며 우리는 신발을 벗었다. 그리고 준비한 아기양말. 길을 지나다가 그 앙증맞음에 반해 사두었던 것이다. 실제로 양말을 본 친정어머니는 이런 양말은 잘 안 신게 된다며 뭣 하러 샀냐고 타박하셨지만 촬영을 위한 훌륭한 소품이 되었다.  태풍이 선물한 엉또폭포 힐링을 위해 제주까지 왔건만 일정 내내 비가 내린다. 안개가 자욱한 도로에 강한 비바람까지. 우리를 숙소에 가둬 놓을 셈인가 보다. 볼록 나온 배 위에 리모컨을 얹어 두고 있으니 뱃속 ‘바다’가 ‘엄마, 괜찮아요. 나랑 같이 놀아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리 꿈틀, 저리 꿈틀 평소보다 태동이 강하다. 그러다 문득 비가 와야만 볼 수 있다는 ‘엉또폭포’가 떠올랐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았는지 초입부터 많은 인파가 바글거렸다. 글쎄, 세계 4대 폭포라는 무인카페 엉또산장의 안내판에는 동의하기 힘들었지만 이날 엉또폭포는 실로 엄청난 수량을 자랑했다. 남편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오르고 있으니 피식 웃음이 난다. 틈틈이 제주 여행을 위해 세운 계획이 다 무산되었어도, 전혀 계획에 없던 엉또폭포 앞에 서 있는 이 순간이 ‘바다’가 우리에게 오던 그날처럼 갑작스럽게 찾아왔고 우리는 언제나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이 비에 급하게 우비까지 구해 제주에 왔으니 비가 온대도 뭐 하나라도 더 보겠다는 이 의지처럼 말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날, 야속하게도 드디어 해가 난다. 공항 근처 용두암에 들렀다. 행운을 상징하는 흑룡에게 소원을 빌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나도 그 틈에 살짝 끼어 소원을 빌어 본다. 첫 번째는 11월에 태어날 아이의 건강. 두 번째는 우리 가족의 행복. 세 번째는 다음에 제주를 찾을 땐 화창한 날이길.  에디터 손고은 기자 글·사진 트래비스트 윤희진 ▶travel info산방식당 밀면으로 유명한 집인데, 내게는 밀면보다는 수육이 입에 착착 감겼다. 야들야들하면서도 임산부의 예민한 후각에도 잡내가 전혀 나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고소하다.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음 하모리 864-3 064-794-2165 레이지박스 용머리해안 조망의 카페다. 제주당근주스에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임신 중기 철분 섭취로 인한 변비로 고생하는 내게는 최고의 간식이었다. 당근 케이크도 달지 않아서 좋다.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177-5 064-792-1254 산방산 탄산온천 임산부는 양수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을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뜨거운 목욕이나 온천은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산방산 탄산온천은 탕의 온도가 차다고 느껴질 정도여서 임산부도 즐길 수 있다. 다만 탄산원탕은 ‘약물’이므로 너무 오래 앉아 있지 않도록 한다.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981 064-792-8300 항공사별 임산부 탑승 규정 임신 기간 및 임신 형태(단태아 또는 쌍둥이)에 따라 항공여행 가능 여부가 달라진다. 특히 쌍둥이의 경우 국제항공운송협회의 임산부 탑승 가이드라인에 의거하여 탑승 기준이 구별되기도 한다. 임신성 고혈압, 임신성 당뇨 등의 임신 합병증이 있는 고위험 산모의 경우는 별도의 기준이 적용된다. 대부분의 항공사에서는 32주 미만의 산모는 일반인과 동일하게 제한사항이 없으며, 32~36주의 임산부(쌍둥이 32주)는 진단서를 요구한다. 임신 초 3개월과 37주 이상(쌍둥이 33주)의 산모는 탑승이 제한되거나 주의를 요한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는 36주 이상의 임산부는 탑승일 기준 3일 내에 작성된 진단서나 소견서를 제출, 사전 승인을 얻으면 탑승이 가능하나 국제선의 경우는 입국할 때 제한되는 경우도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생명의 씨앗’ 찾았나?…운석서 新유기화합물 발견

    ‘생명의 씨앗’ 찾았나?…운석서 新유기화합물 발견

    생명의 근원은 지구인가 아니면 우주에서 날아온 것인가. 수년간 학계의 뜨거운 감자로 거론되는 여러 생명기원설 중에서도 태초에 ‘생명의 씨앗’이 운석에 의해 지구로 날아온 것이 아니냐고 제안하는 연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연구진이 ‘서터스 밀’이란 운석을 분석한 결과, 지금까지의 운석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유기화합물이 생성된 것을 발견, 그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를 통해 발표했다. 서터스 밀 운석은 지난해 4월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에 있는 동명의 지역에 떨어진 것으로, 당시 대기 오염을 막기 위해 총 77조각이 회수됐고 일부는 분석되고 있다. 초기 결과에는 서터스 밀 운석에서 일부 불용성 유기화합물이 검출됐지만, 이번 연구에는 초기 지구 생성의 상황과 유사하도록 운석을 물에 집어넣은 뒤 고온·고압의 열을 가하자 지금까지의 다른 운석에서는 볼 수 없었던 유기화합물이 형성됐다. 운석 대부분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에서 날아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운석이 서터스 밀 운석처럼 초기 지구의 환경처럼 화학 반응을 일으켜 ‘생명의 기폭제’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고 연구를 이끈 산드라 피자렐로 교수는 설명했다. 초기 지구는 형성 과정에서 생명 근원의 필수 요소로 여겨지는 RNA(리보핵산)가 생성됐다는 증거가 아직 없으므로 일부 과학자들은 생명 기원의 단서를 우주에서 찾고 있다. 이러한 가설 역시 현재 완벽하지 않다. 바로 이 유기화합물이 어떻게 생성됐는지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석 연구를 통해 생명 발상의 신비를 밝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연구진은 보고 있다. 사진=미국항공우주국(NAS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神도 논리의 창조물 vs 진화, 神이 허락한 것

    神도 논리의 창조물 vs 진화, 神이 허락한 것

    진화론을 둘러싼 과학교과서 논란이 뜨겁습니다. 안 그래도 더운 날, 뜨겁다 하려니 죄송하군요. ‘과학교과서에서 사라지는 진화론’<서울신문 5월 17일자 10면>이 처음 보도되더니,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서 이를 우려한다는 보도(‘네이처 “한국, 창조론 요구에 항복”…우려표시’·서울신문 6월 7일자 9면)가 나왔습니다. 반격(‘교진추, 화학진화론도 생명기원과 무관’·서울신문 6월 15일자 11면)도 수위를 높였습니다. 이 와중에 ‘진화심리학’(데이비드 버스 지음, 이충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이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진화론을, 생물학 너머 심리학에까지 적용시킨 겁니다. 진화론의 최전선쯤될까요. 진화심리학에는 두가지 비아냥이 따라다닙니다. 하나는 “헤겔 철학하냐.”는 겁니다. “존재하는 것은 모두 이성적이다.”라는 식의, “그럴 수 밖에 없으니까 그런다.”는 식의 사후합리화 혹은 중언부언 아니냐는 겁니다. 이는 진화론이 단순한 유전자결정론처럼 오해받아 생기는 난점인데, 저자가 책 전반에 걸쳐 여러 재밌는 사례를 통해 나름대로 반박하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대체 문화는 어떻게 설명할래?”입니다. 진화심리학이란 짝짓기, 호전적 행위처럼 신석기 시대 이후 쭉 내려온 인류 공통 분모만 설명해줄 뿐, 인간이 창출해낸 개성적인 문화를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겁니다. 간단하게 말해 진화심리학이 가르쳐주는 것이라곤 기껏 “(인류가) 아직도 그대로네!”라는 겁니다. 책을 집어들었을 때 사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나 논증을 기대했는데, 책 끝부분 13장 ‘통합심리학을 향해’에서 문화 현상에도 “신선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고만 해둡니다. 기대 섞인 전망 수준입니다. 아쉽습니다. 여하간 이처럼 진화론자들은 생물학을 넘어 심리학으로 진군하고 있는데, 왜 아직도 창조론과 씨름을 벌일까요. 번쩍 떠오르는 인물이 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2006년 ‘만들어진 신’(이한음 옮김, 김영사 펴냄)을 낸 리처드 도킨스입니다. 솔직히 의아했습니다. 뻔한 내용일 텐데 왜 600쪽에 육박하는 책을 썼을까 싶었습니다. 도킨스는 이미 ‘눈먼 시계공’(이용철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으로 창조론을 비판한 바 있었습니다. 그것도 1986년에 말입니다. 복잡하고 정교한 시계에는 시계공이 있듯, 더 복잡한 우주 만물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창조주가 있다는 게 시계공 논리입니다. 창조론을 옹호하는 대표적 논리로 꼽히지만, 정작 종교계는 그리 탐탁지 않게 여깁니다.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과학적으로 설명되어버린다면 그걸 신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신이라는 게 있다면, 그것은 이성, 논리, 과학을 뛰어넘는 어떤 도약이 아닐까요. 그래서 신을 시계공에다 비유하는 것은 결국 신의 자리를 이성에게 양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알랭 드 보통의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박중서 옮김, 청미래 펴냄)가 대표적입니다. 보통은 이성을 신으로 모시자고 제안합니다. 무신론자의 성전을 만들자는 거지요. 영국 런던에다 짓겠다 해서 화제가 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책을 읽을 때 이성의 신에만 주목하지 말고, 이래서 종교계가 시계공 논리를 싫어하겠구나 하면서 읽으면 좋을 듯합니다. 어쨌든, 도킨스의 반박은 멋진 구석이 있습니다. 시계공 앞에다가 ‘눈 먼’(Blind)이라는 수식어 하나 붙이는 걸로 끝내 버렸으니까요. 그래 너희 말대로 이 우주에 시계공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아마 눈이 멀었을 것이다, 라고 응수한 거지요. 그런데 왜 20년 뒤 ‘만들어진 신’을 또 내야 했을까요. 그것도 멋진 응수가 아니라 직설적으로 - 원제가 ‘The God Delusion’입니다. 단순히 만들어졌다가 아니라 ‘망상’이라는 거죠. - 비판해야만 했을까요. 그래서 ‘만들어진 신’에서 흥미롭게 읽히는 대목은 도킨스의 ‘논증’보다 ‘연민’입니다. 여러 얘기가 있지만 한가지만 꼽자면, 세계적 학자 밑에서 지질학과 고생물학 두 개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전도유망한 젊은 과학자가 지구 나이는 1만년에 불과하다는 근본주의 기독교의 창조론 때문에 학업을 포기했답니다.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요. 진화론 없는 교과서로 공부한 학생들이 나중에 자연과학자가 되었을 때 “신앙과 배치되는 연구를 할 수 없다.”며 연구실을 박차고 나가는 사건이 벌어질까요. ‘눈먼 시계공’ 이후 ‘만들어진 신’을 낼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세를 크게 불린 기독교 원리주의에 대한 과학자로서의 위기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당시가 기독교 원리주의 부시 정권 집권기였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듯합니다. 이쯤에서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려봅시다. 테리 이글턴의 ‘신을 옹호하다’(강주헌 옮김, 모멘토 펴냄)입니다. 맞습니다. 이 사람, 종교를 아편 취급하는 마르크스주의자입니다. 그런데 스스로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입니다. 도킨스, 그리고 좌파 무신론자 크리스토퍼 히친스를 ‘도친스’라 합쳐부르면서 강하게 비판합니다. 타깃은 주로 히친스 쪽입니다만. 그 맥락을 자세히 얘기하기엔 그렇고, 이 사람 한국에 왔을 때 한마디 남깁니다. “이미 오래전 토마스 아퀴나스는 창조론을 틀렸다고 했다. 과학이 뭐라 하건 말건, 신학 입장에서 우주의 기원 따윈 없다는 것이다.” 놀랍지 않습니까. 중세 신학의 거장 아퀴나스가 이미 창조론 따윈 틀렸다 말했다니! 진화론과 무관하게 원래 신학의 창조론은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방식의 창조론이 아니라는 겁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무신론도 일종의 신념체계라는 점에서 종교적이라 지적하면서, 종교 문제를 회피한 채 공리주의로 퇴각해버린 무신론보다 차라리 제대로 된 유신론이 훨씬 낫다는 입장에 섭니다. 이 주장은 한국에서 거의 연예인급 대접을 받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이창신 옮김, 김영사 펴냄)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10강 ‘정의와 공동선’ 가운데 ‘중립을 지키려는 열망’ 부분입니다. 한번 비교해서 음미해볼 만합니다. 마지막으로 결정적인 한 권이 있습니다. 800쪽이 넘어갈 정도니 좀 두껍긴 한데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김용규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입니다. 고백하자면, 서양문명 통사쯤으로 생각하고 집었습니다. 신학 논쟁만 빼곡하더군요. 그래서 처음엔 돈 아까워서 꾸역꾸역 읽었는데, 책을 덮은 뒤에는 저의 착각이 무척 고마워졌던 책입니다. 3부에서 창조론과 진화론의 양립주의, 그러니까 둘은 모순되지 않는다고 논증합니다. “열렬한 유신론자이면서 진화론자일 수 있다.”는 다윈의 말과 “신의 섭리가 효력을 지속시키더라도 많은 것은 우연적이다.”라는 아퀴나스의 말에 주목합니다. 저자는 이 두 부분을 정교하게 결합시키는데 너무 길어지니까 여기선 짧게 일부만 인용하지요. “아퀴나스와 다윈이 600년이라는 세월을 건너뛰어 만나 이구동성으로 ‘만물은 우연에 의해 자발적으로 진화하지요.’라고 말한다 해도, 하나는 ‘피조물에 자유를 허락한 신의 사랑’에 대해 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진화의 맹목적성’에 대해 말하는 겁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언어 놀이’를 하고 있다는 얘기에요.” 고상하게 말하자면 신과 인간 사이에는 심대한 질적 차이가 있다는 것이고, 수준 낮게 말해서 과학과 신학은 노는 물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이러고 보니 창조론과 진화론 싸움은 어째 허깨비 싸움 같아지는군요.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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