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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혈만으로 알츠하이머 진단한다

    동네 병원에서 간단한 피검사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을 정밀 진단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간) 미 식품의약국(FDA)이 로슈·일라이 릴리의 새로운 알츠하이머 혈액 검사인 ‘일렉시스 인산화 타우 217(pTau217)’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FDA 승인은 지난 5월 유럽에서 해당 검사법이 승인된 데 이은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이상 단백질’(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뇌 속에 쌓이면서 뇌 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 가는 퇴행성 신경 질환으로, 현재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이나 뇌척수액 검사를 통해 검사가 가능하다. 이와 비교해 새 검사는 채혈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해 접근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혈액 내 인산화 타우 217 단백질을 측정해 뇌에 이상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뭉친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축적됐는지를 분별하는 방식으로, 이는 단일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를 이용한 최초의 혈액 검사다. 1차 의료기관에서도 사용할 수 있으며 인지 저하 증상이 있는 55세 이상 환자는 누구나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로슈는 “1차 의료기관과 전문 기관에서 아밀로이드 병리 현상의 확진을 보조하고 배제 여부를 지원하는 최초의 FDA 허가 단일 바이오마커 혈액 검사”라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으로, 우리나라에서는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4~5%가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는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어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로슈는 해당 검사를 위한 검사 장비를 미국에 4500대 이상 설치했다며 검사 접근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이 검사만으로 알츠하이머병을 단독으로 확진하는 것은 아니며 환자의 다른 임상 정보를 함께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플로리다주 신경퇴행성 질환 연구소 책임자인 리처드 아이작슨 박사는 CNN에 “단일 ‘알츠하이머 혈액 검사’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 새로운 검사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여러 검사를 함께 받아야 혼란을 최소화하고 임상 진단 및 위험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 ‘대법관 제청 사태’ 뒤숭숭한 법원… “제청 비판 부적절” vs “대법관 공백 유감 표명부터 했어야”

    ‘대법관 제청 사태’ 뒤숭숭한 법원… “제청 비판 부적절” vs “대법관 공백 유감 표명부터 했어야”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서면 제청 논란으로 사법부와 정치권의 긴장 국면이 이어지면서 법원 내부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대법관 공백 사태 장기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청와대가 사실상 반대 입장을 취할 경우 후속 방안을 두고도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법관후보자추천위원회를 다시 꾸려 원점에서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조 대법원장은 2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대한변호사협회 주최로 열린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 축사에서 “사법제도가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국가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통제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법의 지배’라는 가치는 더욱 소중하다”면서 “법원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사법권을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엄정하게 행사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법치주의를 실질적으로 구현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사법제도의 변화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다양한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법조계와 긴밀히 소통해 사법제도가 오직 국민을 위해 자리 잡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를 두고 법원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정욱도(사법연수원 31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다시 이번 대법관 임명 제청을 보면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번 제청에 대한 비판은 지나치고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부장판사는 “법률가 중 직업적 양심을 걸고 이번 제청이 위헌 또는 위법이라고 단정할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대법원장의 제청권에 ‘임명권자와 협의한 뒤 그 의지를 수용해야 한다’는 내적 한계가 있을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만약 그렇다면 어느 정권 하에서든 대법원장의 제청이란 대통령의 임명 의중에 대한 사전 공표에 불과하고, 헌법 조문이 명시적으로 요청하는 ‘3부의 관여’는 ‘2부의 관여’로 새롭게 해석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송승용(29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같은날 코트넷에 ‘대법관 제청 거부 또는 재제청 요구는 가능한가’라는 글을 올리고 “이번 제청은 형식이 서면인지, 장소가 대면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시기와 내용면에서 부적절한 제청”이라면서 “제청이 미뤄지면서 대법관 임명을 못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대법원장은 왜 그런 공백을 초래했는지에 관해서 먼저 설명하고 유감표명을 하는 것에서 시작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송 부장판사는 이어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고 내 할일만 하겠다는 자세는 책임있는 자세나 도리가 아니다”라면서 “기존의 관례가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존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약 7개월 간 제청이 지연돼 대법관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조 대법원장이 무리하게 서면 제청을 밀어붙인 것 자체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취지다. 향후 절차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경지법의 부장판사는 “대통령의 임명권은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후보자에 대한 의견이 다르면 반려할 수 있다”면서도 “만약 특정 다른 후보자를 재제청하도록 요구한다면 이는 임명권 행사를 넘어서는 제청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부장판사는 “헌법상 명시된 다음 규정이 없기 때문에 명백히 어떻게 해야할지 답을 아는 사람은 없다”면서 “김병화 후보자 낙마 사태 당시 후보추천위원회를 재구성했던 전례가 있으니 유사한 과거 사례를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대법원장이 제청권을 행사했고, 그에 대해서 청와대 결정을 기다리는 입장”이라고만 말했다.
  • [최광숙 칼럼] 정치 병폐 ‘한방’에? 8년 제왕적 대통령 나올 수도

    [최광숙 칼럼] 정치 병폐 ‘한방’에? 8년 제왕적 대통령 나올 수도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로 떨어지고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는 데드크로스가 나타난 날, 이 대통령은 개헌 카드를 꺼냈다. 5년 단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줄이기 위해 4년 중임 또는 연임제로의 변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역대 정권에서 개헌을 들고 나올 때는 불리한 정치 국면에서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정략적 접근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에도 예전의 강렬한 기시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야당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돌파하고, 권력을 연장하기 위한 정략적 개헌 시도”라고 반발한 것과는 별개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본다. 개헌은 한국 정치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도깨비방망이’인가. 민주화 이후 탄핵된 대통령이 2명에 이르고, 감옥에 가거나 스스로 세상을 등진 대통령도 있었다. 한국 정치가 퇴행의 길로 접어든 지 꽤 됐다. 적대 정치, 분열의 정치는 점점 심해지고 있고 여야 할 것 없이 강성 지지층에 끌려다니는 편향된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적 결단이 바로 개헌이라는 건데, 그럼 개헌하면 대립하던 여야가 하루아침에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환골탈태할까. 권력 구조, 즉 제도 자체도 중요하지만 누가, 어떻게 그 제도를 잘 운영하는가에 따라 국정운영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 현 권력 구조가 한국 정치를 망친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한 측면을 부정할 수 없지만, 그게 다가 아닐 수 있다. 대통령의 리더십, 국회와 정치인의 수준, 비민주적인 정당정치, 양당의 적대적 공생을 고착화하는 소선거구제 등이 더 문제일 수 있다는 얘기다. 거대 여당은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범죄 피해자를 궁지에 몰아넣는 보완수사권 폐지, 경제계와 노동 현장을 대혼란에 빠뜨린 노란봉투법, 사법부 장악 시도라고 비판받는 법왜곡죄·대법관 증원·재판 4심제의 ‘사법 3법’ 등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집안싸움이나 하는 무기력한 야당이 견제를 못 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야당 패싱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이견이 있으면 조정하고 타협하는 것이 정치다. 개헌한다고 정치가 실종된 국회가 금방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5년 단임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후진적인 정치 행태가 밑바닥부터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덜컥 개헌부터 한다면 기대와 달리 ‘임기 8년짜리 제왕적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다. 더 강력해진 ‘제왕적 대통령’과 압도적 의석수를 확보한 ‘제왕적 여당’이 만났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도 각종 선거를 앞두고 재정 풀기나 선심성 정책, 지지층을 위한 맞춤형 입법 등이 난무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다시 대선에 나선다면 망국적 포퓰리즘이 더 활개칠 수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두 번째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다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미국은 상·하원 양원제여서 대통령이 막나가도 의회가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다. 반면 단원제인 한국은 대통령과 거대 여당이 한 몸으로 움직이는데, 무능하기 짝이 없는 야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권력 견제의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개헌 시 이런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는가. 대통령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개헌은 ‘제안 당시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고 헌법(128조 2항)에 못박은 것도 1인 독재를 막고, 재임을 위한 각종 정치와 정책 왜곡을 막기 위한 장치다. 개헌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순간 권력 구조 개편만 다루는 원포인트 개헌은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 여기저기서 다양한 내용을 헌법에 담아야 한다는 주장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올 것이다. 또 다른 정쟁의 시작일 수 있다. 헌법을 향한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감당할 정치력이 없다면 함부로 덤빌 일이 아니다. 개헌은 한국 정치의 병폐를 한 방에 해결해 주는 비장의 카드가 아니다. 적대 정치, 분열과 대립의 정치 풍토가 바뀌지 않는 한 개헌을 열 번 한들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여권이 진정으로 국민과 나라를 생각한다면, 막무가내식 ‘입법 폭주’부터 정상화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최광숙 대기자
  • “대법원장이 조직 위기 불렀다”… 법원 내부, 사법 독립 훼손 우려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서면으로 임명 제청하면서 사법부와 청와대의 갈등이 불거지는 가운데 법원 내부에서는 사법 독립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를 무리하게 고집한 여파로 법원행정처 폐지, 사법 신뢰 추락 등이 뒤따를 수 있다는 뜻이다. 19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법원에서는 7개월간 임명 제청이 지연된 데다 이례적으로 서면으로 임명 제청을 한 것을 두고 의아해하는 의견이 많다. 한 부장판사는 “수십 년 법관을 지내면서 대법관을 서면으로 제청하는 건 처음 봤다”며 “대법원장이 교조적인 판단으로 사법부 구성원들을 위기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정치적으로 엮이지 않으려고 애쓰다가 오히려 정치 쟁점을 부각한 꼴이 됐다”며 “청와대를 설득하는 작업을 건너뛰어 제청 지연에 대한 정당성도 잃어버렸다. 다른 목소리도 듣고 판단해야 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법왜곡죄·재판소원 도입,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 3법이 시행된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을 보내던 법원의 위기감은 크다. 여당이 추진하던 법원행정처 폐지에 다시 불이 붙을 거라는 우려도 있다. 여당은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를 통해 권력을 집중시킨 뒤 사법부를 수직적으로 통제·관리한다고 비판하면서 비(非)법관을 포함한 사법행정위원회를 거론하고 있다.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법사위에 계류 중인 법원행정처 폐지 및 사법행정위원회 설치법 심의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고법 판사는 “법원행정처에 책임을 묻는 건 과도하지만 대법관 임명 제청 문제가 행정처 운명을 위태롭게 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며 “법원행정처가 사라지면 공정한 인사에 대한 기대감이 깨질 것이고, 판사들이 내·외부 정치에 몰두해 사법 신뢰까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면초가에 몰린 조 대법원장을 옹호하는 의견도 있다.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자리가 5개월 넘게 비어 있어 여당이 탄핵을 거론하는 상황에서 ‘대법관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것이다. 헌법에 보장된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행사한 것에 불과하다는 의견이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청와대가 원하는 인사를 제청하면 ‘대법관 거래’가 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통령 지시에 따라 대법관을 제청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 판사는 “대법원장이 제청권을 행사한 거고,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판단하면 되는 문제”라며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습관적으로 탄핵 카드를 꺼내는 건 사법부 겁박”이라고 비판했다.
  • [사설] 김민석 與 대표, 강성 지지층 아닌 국민 목소리에 귀 열길

    [사설] 김민석 與 대표, 강성 지지층 아닌 국민 목소리에 귀 열길

    김민석 의원이 어제 더불어민주당의 새 대표로 뽑혔다. 임기 2년의 김 대표는 차기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는 한편 현 정부가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는 임기 중반에 집권 여당을 이끌게 됐다. 정치적 권한과 책임이 막중하다. 정부 여당의 형편은 녹록지 않다. 어제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43.0%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보다 14.8%포인트 높았으나, 계엄 사태 직후 더블스코어 이상 앞섰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 이렇게 여론이 등을 돌리는 것은 정부 여당이 민심과 다른 길을 가기 때문이다. 이번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민심 이반은 더욱 커졌다. 대통령과 가까운 후보를 지원하려고 강성 당원들의 입맛에 맞추는 정책들을 줄줄이 쏟아냈다. 안 보는 것 같아도 눈밝은 민심은 속속들이 꿰뚫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비거주 1주택자 과세 강화 등 강력한 세제개편안을 발표해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빚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 반도체 공장 투자도 공론화 과정 없이 정부 주도로 쫓기듯 추진됐다. 진보적 시민단체들까지 우려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도 마찬가지다.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무리수로 볼 수밖에 없다. 김 대표 앞에는 숙제가 첩첩이 쌓였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왜곡된 정책들을 바로잡는 데 우선 매진해야 한다. 세금 중심의 부동산 정책을 원점에서부터 재고할 필요가 있다.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민심 불안에 이제라도 귀를 열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호남 반도체 투자 속도전에 따른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 전기·물 공급 우려 문제 등도 외면해선 안 된다.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와 연임용 개헌이라는 의혹에 정국이 흔들리지 않게 조율하는 것 또한 집권당 대표의 몫이다. 어제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친청(친정청래)계가 사실상 승리했는데, 무리한 대통령 사법 리스크 해소 방식에 대한 견제 심리가 담겼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사실상 이 대통령이 선호한 후보였다. 긍정적으로 보면, 당정이 일사불란하게 국정과제를 추진할 기회다. 반면 자칫 여당이 청와대에 끌려다니면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할 우려도 있다. 김 대표는 당선수락연설에서 “당청 관계는 국정의 중심인 대통령과 정부를 지원하는 전면 협력의 창조적인 수평 관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진정한 수평 관계는 민심에 귀를 열고 대통령에게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 증인 신문 길어지고, 절차 판단 늘어나고… “판사도 재판하며 수사하는 시대”

    오는 10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법정의 풍경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공소유지를 위한 증인신문이 길어지고, 절차적 적법성을 다투는 경우도 늘면서 지금도 문제로 지적되는 재판 지연이 보다 심각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개정된 형소법에 검사의 보완수사를 대체할 ‘사실관계 확인’ 절차가 신설됐지만,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결국 검사 입장에선 입증을 위해 증인을 법정에 불러 신문하는 경향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 심리로 지난 10일 열린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차관 등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사건 공판에서 이영선 부장판사는 “새로운 형사소송법까지 고려했을 때 (검사가) 수사를 더 이상 할 수 없는 입장이라, 공소유지하는 쪽에서 관련 내용을 증인신문을 통해 현출할 수밖에 없어 증인신문이 길어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지난 4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 앞서 담소를 나누며 “이제 판사도 재판하며 수사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검사가 증인신문을 적극 활용하려고 할수록 심리는 길어질 것”이라며 “진정한 의미의 공판중심주의가 구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사건의 사실관계 증명에 대한 부담이 법원에 넘어간 셈”이라며 “판사는 피고인뿐 아니라 검사를 상대로도 각 증거가 효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본안 판단 외에 절차적 적법성 판단에 들이는 시간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재경지법의 부장판사는 “피고인 측에서 공소기각을 주장하면 심리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대법원에서 판례로 정리되기 전까지는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재판 지연은 법원의 고질적 문제로 거론된다.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25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형사 재판 1심 합의부의 평균 사건 처리 기간은 구속 사건이 142일, 불구속 사건이 219.7일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공판중심주의 기조가 강해질수록 사건 처리 기간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범죄 혐의가 포착되더라도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공소청 검사가 추가 범죄 정황을 포착하면 수사기관에 수사를 요청하고, 그 결과를 넘겨받아 다시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까닭이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위증의 경우 법정에서 정황이 포착되더라도 수사가 지연되는 사이에 관련자들끼리 말을 맞추거나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나친 우려는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할 수 있도록 2022년 관련법이 시행되면서 재판 지연이나 무죄 판결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결과적으로 큰 영향이 없었다”면서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른 재판 지연 여부도 뚜껑을 열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피해자 ‘셀프 수사’ 시대… 증거 골든타임 잡아라

    피해자 ‘셀프 수사’ 시대… 증거 골든타임 잡아라

    “고소·고발장 접수부터 직접 챙겨야”사실상 초기 수사에 기소 판단 달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지난 4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달라진 형사사법시스템 체계에서 범죄 피해자의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당면 과제가 됐다. 사실상 피해자의 ‘자력 구제’가 요구되는 가운데 수사 초기부터 공판 단계에 이르기까지 피해자가 목소리를 낼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변호사 선임이 필수 요건이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최근에 국민들이 걱정을 많이 하시는 부분이 수사 문제”라면서 “범죄 피해가 확대되지 않을지, 또는 ‘범죄 피해의 구제나 진상규명, 범인 체포나 처벌 등이 잘 돼야 할 텐데’ 하는 그런 걱정들을 많이 하신다”고 언급했다. 서울신문은 형사소송에 밝은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와 조규웅 화우 파트너변호사 등 법조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범죄 피해자를 위한 수사, 기소, 공판 각 단계별 보호장치와 대응 전략을 짚었다. 이들은 “피해자가 증거를 모으면서 적극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10월부터 형소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검사의 수사권이 폐지되면서 초기에 경찰 등 수사기관이 형성한 사건의 틀이 기소 판단까지 사실상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범죄 피해자들은 고소·고발 단계부터 ‘골든타임’을 확보해야 한다. 대규모 주가조작이나 전세사기는 중대범죄수사청, 그 밖의 사기 사건이나 일반 강력 사건은 경찰이 수사 주체가 된다. 이에 사건 유형에 따라 적합한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것부터가 초기 수사 시간을 아끼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중수청은 7대 범죄를 수사하는데 구체적인 범위는 시행령에 담긴다. 현재는 일단 고소장을 제출한 뒤 검찰 수사 단계에서 입증 자료를 보강하는 전략이 통했다면, 앞으로는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고소장 및 변호인 의견서부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형사소송 전문 변호사는 “사실상 경찰 수사 결과 통지서 양식에 맞게 의견서를 제출해야 사건 접수에 유리하다”고 귀띔했다. 이의신청권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가 6개월간 지연되거나, 사건을 불송치할 경우 3개월 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고소인이 수사기관에 제기한 요청사항 등을 모두 문자메시지나 통화 녹취 등 기록으로 남겨야 향후 이의제기할 때 수사 지연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 이의신청하면서 수사기록 열람과 등사도 가능하다. 조 파트너변호사는 “미리 근거 논리 및 추가 증거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수사 준칙 등을 통해 ‘실질적 수사’의 구체적 요건을 명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정안에 따르면 ‘수사 개시 후 6개월 이상 정당한 이유 없이 증거조사 등 실질적인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실질적인 수사’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이 6개월에 한 번씩 보여주기식 사실조회나 참고인 조사만 해도 이의 제기를 피해 가는 ‘꼼수’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민·형사 소송 병행이 일상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수사기관이 아닌 고소인이 유의미한 증거를 확보하기 쉽지 않아서다. 사기, 보이스피싱 등 금전이 오간 내역 등을 확보해야 하는 사건에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함께 제기하면 공공기관 사실조회, 금융기관 계좌조회, 통신 조회 등을 민사 재판부에 신청해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검사의 사실관계 확인 절차를 적극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있다. 한 검사는 “사실확인 권한조차 보장되지 않으면 기소에 확신을 갖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기소 이후 공판 단계에서 위법수집증거로 인한 공소기각 판결이 나오지 않도록 검사가 사실 확인 과정에서 파악된 정보의 증거능력 범위 및 요건을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소 단계에서 피해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으로 검사 면담 절차에 대한 실효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면담 과정에서 수집된 정보를 증거로 활용할 수 없다고 법에 명시하면서 면담 절차가 외려 수사 지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검사가 면담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을 증거로 활용하기 위해선 수사기관에 보완수사 요구를 해 해당 내용을 수사기관이 재확인해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특히 성범죄 사건의 경우 피해 사실을 반복 진술해야 하는 피해자가 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새로운 형사사법시스템 국면에선 공판 단계에서도 피해자가 새로운 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하지 않은 검사가 기소하는 만큼, 사법부도 검찰 조서보다 법정에서의 증인 신문이나 증거조사를 더 신뢰하는 경향이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양 대표변호사는 “과거엔 피해자 측 변호인이 엄벌을 요청하는 수준이었다면, 앞으로는 법정에 제출된 증거를 열람·등사해서 확인한 뒤 공판검사와 상의해 추가 증거수집이나 공소유지 전략을 세우는 등 피해자 측이 적극 관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32년 재직 ‘철도맨’이 작성한 철도법령 수험서

    32년 재직 ‘철도맨’이 작성한 철도법령 수험서

    32년간 철도 현장에서 활동한 철도맨이 ‘철도법령’ 수험서를 출간했다. 10일 코레일에 따르면 이민철 전 상임이사가 코레일 채용 필기시험의 필수 과목인 ‘3일 완성 코레일 입사 철도법령’을 발간했다. 철도법령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과 한국철도공사법, 철도사업법을 다룬다. 특수 분야인 데다 전공자가 적어 그동안 비전문가의 부정확한 강의 문제가 지적됐고, 이에 따라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저자는 1994년 철도청(7급)에 입사해 32년간 근무하다 지난 5월 상임이사(부사장 직무대리)로 퇴사했다. 코레일 재직 당시 재무경영실장과 부산경남본부장, 기획조정본부장 등 기획과 해외 사업, 현장 등 요직을 거치며 법령의 제·개정 맥락 등 생생한 정보를 담아 이해도를 높였다. 변호사 2인의 감수와 공인회계사(CPA)의 회계·재정 자문을 거쳤고 법령 조문별 출제 방향과 중요도 분석에 더해 모의고사 5회분과 임원 경험을 토대로 면접 팁까지 수록했다. 저자는 유튜브 ‘철쌤’ 채널에서 도서와 연계한 24개 강의를 무료로 공개한다. 책 표지의 QR 코드를 스캔해 확인할 수 있다. 이민철 전 이사는 “철도 인재를 꿈꾸는 수험생들이 입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잦은 오류와 건너뛰는 설명으로 힘들어하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면서 “검증된 법리적 정석으로 철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제 손으로 아이들 숨 끊어야”… 여우고개 백골 자매 비정한 천륜 [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제 손으로 아이들 숨 끊어야”… 여우고개 백골 자매 비정한 천륜 [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은 대한민국을 뒤흔든 주요 사건들을 통해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는 시리즈입니다. 과거의 기록을 되짚으며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고 정의와 안전의 가치를 깊이 있게 고찰하는 서울신문의 특화 기사입니다. 서울신문은 기사 내용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AI 음성을 이용해 기사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잠시 후 저희 손으로 아이들의 목을 졸라야 합니다. 이런 부모가 또 있을까요?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모든 사람에게 더 큰 피해를 주지 않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야 할 ‘가족’이라는 이름. 그러나 그 이름 뒤에 숨어 가장 잔혹한 예고장을 쓴 이들은 다름 아닌 30대 어머니 정 씨와 40대 아버지 이 씨였다. 2011년 2월 15일, 매서운 겨울바람이 살을 에던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백운계곡의 한 차가운 민박집 주차장. 정 씨는 떨리는 손으로 편지지를 꺼내 천인공노할 범죄를 덤덤히 써 내려갔다. 같은 시각, 남편 이 씨 역시 눈물과 비겁한 변명으로 얼룩진 유서를 매형에게 남기고 있었다. “남겨진 아이들이 천덕꾸러기가 될 것 같아 저희가 데려갑니다. 불쌍한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죽을 각오로 잘 살아보려 했는데 현실은 너무 무섭습니다. 어제도 행동으로 옮기려 했으나 아이들의 눈이 밟혀 못했습니다.” 이들이 ‘가족 여행’이라는 달콤한 거짓말로 13살, 10살 두 딸을 데리고 집을 나선 지 이틀째 되던 날의 일이었다. 그리고 이 잔혹한 예고장은 현실이 되었다. 10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2011년 12월 30일, 성탄절의 들뜬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경기도 포천시 여우고개 6부 능선 계곡. 한 등산객이 70m 깊이의 가파른 낭떠러지 아래에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진 진청색 승용차를 목격했다. 그곳에는 차에서 불과 10m 떨어진 곳에 파란색 비옷과 담요 등으로 조심스럽게 덮인 두 구의 백골 시신이 방치되어 있었다. 치아 발육 상태와 뼈의 길이를 통해 확인된 신원은 불과 13살, 10살의 어린 자매였다. 동반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며 사라졌던 4인 가족 중 어린 두 딸만이 캄캄하고 차가운 계곡의 백골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그렇다면 자매를 그곳에 남겨둔 채 사라진 부모는 어디로 간 것일까. 이 참혹한 사건의 전말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는 잔혹한 이기심의 극치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빚더미가 앗아간 이성… 경제적 파탄이 부른 비극의 서막사건의 비극은 지극히 평범하고 성실했던 한 부부의 삶이 경제적 파탄이라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면서 시작되었다. 남편 이 씨(당시 46세)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전자상가 등에서 컴퓨터 관련 일을 하던 평범한 기술자였다. 그는 성실하게 모은 전세금 등 전 재산을 쏟아부어 지인들과 야심 차게 사업을 시작했으나 처참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집 보증금까지 전부 날린 이 씨는 결국 가족들을 이끌고 경기 고양시 일산에 있는 자신의 누나 집에 얹혀사는 신세로 전락했다. 비록 사업은 망했으나 이 씨는 일용직 노동을 하며 가족을 부양하려 애썼고 주변 이웃들은 그를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유난히 강했던 성실한 가장”으로 기억했다. 문제는 아내 정 씨(당시 37세)에게서 터져 나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 학습지 판매회사에 입사한 정 씨는 남다른 영업력으로 해당 지점의 연간 총매출 6억 원 중 무려 4억 5,000만 원을 혼자 달성할 정도로 독보적인 우수 사원이었다. 그러나 그 화려한 실적의 이면에는 썩어 들어가는 곪은 상처가 있었다. 업계의 무리한 실적 압박에 시달리던 정 씨는 직급을 유지하고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편법을 쓰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의 명의를 도용해 허위로 학습지 구매 계약을 체결한 뒤 고객들이 준 현금으로 이를 이른바 ‘돌려막기’ 하기 시작한 것이다. 허위로 도맡아 사들인 교재들은 인터넷에 헐값으로 되팔아 자금을 마련하려 했으나 빚은 걷잡을 수 없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국 이 비정상적인 영업 방식은 본사에 적발되었고 정 씨는 회사 측의 고발로 1,000만 원의 벌금형까지 선고받자 가계는 완전히 파탄 났다. 정 씨의 월급은 압류되었고 정 씨의 손에 쥐어지는 돈은 한 달에 고작 50만 원뿐이었다. 반면 매달 변제해야 하는 학습지 대금과 사채 이자는 600만~700만 원에 달했다. 정 씨는 주변 지인들의 신용카드까지 빌려 쓰며 버텼으나 채무는 무려 1억 3,000만 원을 돌파하며 한계에 다다랐다. 설상가상으로 얹혀살던 이 씨 누나의 집마저 월세가 밀려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무엇보다 정 씨의 가슴을 가장 아프게 한 것은 당장 다음 달이면 중학교에 입학해야 하는 첫째 딸의 교복을 살 단돈 10만 원조차 없었다는 참혹한 현실이었다. 더 이상 미래가 보이지 않는 궁지에 몰리자 정 씨는 해서는 안 될 극단적인 생각에 사로잡혔다. “여보, 난 더 이상 못 살겠어. 이 빚 절대 못 갚아. 이제 다 끝이야.” 정 씨는 남편 이 씨에게 가족 모두가 세상을 떠나자는 끔찍한 제안을 했다. 처음엔 이 씨도 펄쩍 뛰며 말렸다. “어떻게든 열심히 살면 기회가 온다”고 아내를 끈질기게 설득했다. 하지만 정 씨의 태도는 완강했다. 죽음 외에는 이 지옥 같은 현실을 탈출할 방법이 없다는 아내의 짙은 절망 앞에 결국 남편 이 씨의 이성마저 마비되고 말았다. ‘가족 여행’의 가면을 쓴 잔혹한 이별식과 편지2011년 2월 14일 새벽 4시. 부부는 곤히 잠든 두 딸을 깨워 차 뒷좌석에 태웠다. 누나와 매형에게는 “잠시 바람 좀 쐬고 오겠다”는 짤막한 메모만 남겨둔 채였다. 첫째 딸과 둘째 딸은 그저 오랜만의 밤하늘을 보며 가족 여행을 떠난다는 사실에 신이 나 있었다. 부모가 준비한 이 여행의 최종 목적지가 끔찍한 ‘죽음’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고양시 일산을 출발한 부부는 약 13시간 동안 정처 없이 떠돌다 당일 오후 경기 포천시 이동면 백운계곡의 한 민박집에 투숙했다. 부부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을 방에 들여보내 놀게 한 뒤 주차장에 세워둔 승용차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다음 날 지인에게 급히 빌린 돈의 일부로 인근 편의점에서 편지지와 봉투, 볼펜을 구입해 각자 마지막 유서를 쓰기 시작했다. 아내 정 씨는 시누에게 보내기 위한 유서에 자신들이 저지를 천인공노할 범죄를 덤덤하게 써 내려갔다. “처음 ‘형님’이라 불러 보네요… 아이들을 키울 자신도, 미래도 보이지 않기에 이리 죽을 결심을 했습니다. 세상이 참 무섭다는 거 너무 늦게 깨달아 죄송합니다. 잠시 후 저희 손으로 아이들의 목을 졸라야 합니다. 이런 부모가 또 있을까요…” 그들의 유서에는 자식을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가 아닌 자신들이 마음대로 거두고 처분할 수 있는 ‘소유물’로 취급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죽으면 남겨진 자식들이 비참하게 살 것이라는 핑계로 아이들의 찬란한 미래를 강제로 빼앗으려는 끔찍한 범행 모의에 불과했다. “보육원 갈래, 같이 갈래?”… 아이들의 영혼을 뒤흔든 잔혹한 가스라이팅그날 밤, 민박집 방 안에서 첫 번째 끔찍한 시도가 행해졌다. 그러나 신은 이 끔찍한 범죄를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한밤중 잠결에 화장실에 가려던 어린 둘째 딸이 어두운 방 안에서 넘어졌다. 소스라치게 놀란 이 씨는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를 보며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고 급히 창문과 문을 열어 환기시켰다. 첫 번째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다음 날 일가족은 민박집을 나와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늦은 식사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나온 아내 정 씨는 차에 타기 전 두 딸을 앞에 두고 세상에서 가장 비정하고 잔혹한 질문을 던졌다. “엄마 아빠는 이제 죽기로 결심했어. 너희가 원치 않으면 보육원에 보내줄게. 그러면 나중에 친척들이 데리러 올 거야. 어떻게 할래?” 고작 13살, 10살에 불과한 아이들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아직 세상 물정도 모르는 어린 자매에게 “우리를 따라 죽을래, 아니면 낯선 보육원에 버려져 고아로 살래?”라는 협박과 다름없는 가스라이팅이었다. 부모의 절대적인 보호가 생존의 전부인 아이들에게 이 질문은 선택이 아닌 명백한 강요였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자식을 외면한 악마적 본성부부는 급히 빌린 돈을 인출한 뒤, 포천 산정호수 인근의 한적한 숙박업소 공터로 이동했다. 그곳으로 가는 길에 부부는 막걸리와 소주를 구입하고 치명적인 수단을 동원할 준비를 마쳤다. 맨정신으로는 도저히 자식들의 숨통을 끊을 수 없었기에 알코올의 힘을 빌리려 한 것이다. 2월 17일 새벽 2시. 졸음을 이기지 못해 칭얼거리는 두 딸을 다독여 승용차 뒷좌석에 눕힌 부부는 앞좌석에 탑승했다. 그리고 밀폐된 차 안에서 끔찍한 범행을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자 뒷좌석에서 괴로운 신음이 들려왔다. 잠에서 깨어난 두 딸이 숨이 막혀 고통스럽게 발버둥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자식을 보았다면 즉시 문을 열고 구하는 것이 부모의 최소한의 본능일 터다. 그러나 부부의 선택은 잔인했다. 남편 이 씨는 뒷좌석으로 넘어가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들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발버둥을 치자 아내 정 씨는 앞좌석에서 뒤로 손을 뻗어 딸의 두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단단히 움켜쥐었다. 고통을 줄여주는 것이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도리라는 병적인 망상에 빠진 채 부부는 그렇게 차례대로 첫째 딸과 둘째 딸의 호흡을 강제로 앗아갔다. 피지도 못한 두 송이 꽃이 가장 믿고 따르던 부모의 억압에 의해 무참히 꺾인 순간이었다. 질긴 목숨과 비겁한 생존 그리고 시신 방치두 딸이 차갑게 식어가자 부부는 시신을 포갠 뒤 자신들도 뒤따라 죽겠다며 차를 몰았다. 그들이 선택한 장소는 포천 여우고개 6부 능선의 낭떠러지였다. 이 씨는 70m 아래 가파른 절벽을 향해 가속 페달을 밟았다. 차는 허공을 날아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승용차는 바위에 부딪히며 산산조각이 났고 그 엄청난 충격으로 뒷좌석에 있던 두 딸의 시신은 차창 밖 거친 눈밭 위로 처참하게 튕겨 나갔다. 하지만 기적이자 비극적이게도 앞좌석에 탄 부부는 목숨을 건졌다. “죽기를 결심했다”던 그들은 차량이 추락하기 직전, 무의식적이고 본능적인 습관으로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던 것이다. 정신을 차린 부부는 다시 자살을 시도했다고 주장한다. 그 기나긴 실패 끝에 부부는 참으로 뻔뻔하고도 편리한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가 이렇게 해도 안 죽는 것을 보니, 우리는 살 운명인가 보다.” 참으로 비겁한 변명이었다. 생존을 선택한 부부는 눈밭에 처참하게 버려진 두 딸의 시신을 단 한 번 수습하지도 않은 채 여우고개를 걸어 내려왔다. 자식들의 가엾은 시신은 야생동물과 혹독한 비바람 속에 10개월 동안 백골로 변해갔다. 전국을 누빈 2년 2개월의 도피와 악마의 거짓말여우고개를 빠져나온 부부는 철저하게 ‘자신들만의 생존’을 도모했다. 2011년 2월 25일, 부부의 유서 편지를 받은 매형이 일산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가 시작되었으나 부부는 이미 연기처럼 사라진 뒤였다. 그들은 며칠간 몸을 숨긴 뒤 버스를 타고 탈출했다.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소액의 돈을 송금받은 부부는 그 길로 대학병원을 찾아가 자신들의 동상 치료부터 받았다. 자식들은 차가운 눈밭에 백골로 썩어가고 있는 와중에, 부모라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언 발을 치료하기 위해 의정부와 강릉의 대형병원을 뻔뻔하게 전전한 것이다. 치료를 마친 부부는 경찰의 집요한 추적을 피하기 위해 PC방에서 일자리를 검색했다. 그들의 도피 경로는 대한민국 전국 지도와 다름없었다. 경기 의정부에서 시작해 강원 강릉, 충북 진천의 오이 농장, 충남 보령의 모텔, 경북 상주의 버섯 농장, 경북 청도, 경남 밀양의 펜션, 전남 여수, 전남 해남 땅끝마을까지 전국 방방곡곡의 외진 시골을 유유히 누볐다. 주변에서 “젊은 부부가 왜 아이도 없이 이런 시골에서 일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정 씨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소름 돋는 거짓말을 지어냈다. “우리 애가 둘 있는데요 지금 다 호주로 유학 보냈어요. 유학 자금을 몇 년 치 미리 다 송금해 줘서 당장 돈 걱정은 없어요. 애들 유학비 벌려고 부부가 같이 고생하는 중이랍니다.” 자신의 손으로 생명을 앗아가고 그 사체가 산짐승에게 훼손되도록 내버려 둔 가엾은 자식들을 ‘호주 유학생’으로 둔갑시키는 악마적인 뻔뻔함이었다. 부부의 도피 행각은 부산 기장군의 한 농장에 안착하면서 장기화되었고 그곳에서 무려 1년 6개월 동안 숨어 지냈다. 은행 벽 수배 전단 1번, 드디어 드러난 실체와 배심원들의 분노길고 길었던 비극의 고리는 우연한 눈썰미에 의해 극적으로 끊어졌다. 여우고개에서 자매의 유골이 발견된 이후 경찰은 이 씨 부부를 전국의 공개수배 전단에 올렸다. 수많은 범죄자 중에서도 이 씨의 사진은 수배 전단 맨 첫 줄, 공개수배 1번에 당당히 배치되었다. 2013년 4월 초, 부산 기장군에 거주하던 한 주민이 농협을 방문했다가 벽에 붙은 전단을 보게 되었다. 수배자 1번의 얼굴이 동네 농장의 일꾼과 일치했던 것이다. 제보를 받은 경찰은 2013년 4월 10일 밭에서 일하고 있던 부부를 덮쳤다. 도망갈 생각조차 하지 못한 이 씨는 고개를 푹 숙였다. “전 죽어 마땅한 사람입니다. 저쪽 조용한 곳으로 가서 이야기하시죠.” 자매가 목숨을 잃은 지 2년 2개월, 유골이 발견된 지 1년 4개월 만에 도피 행각의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구속기소 된 부부는 재판 과정에서 뜻밖에도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배심원들에게 생활고를 눈물로 호소해 감형을 받아내겠다는 얄팍한 계산이었다. 법정에서 부부는 내내 고개를 숙이고 오열했다. 이 씨는 “자식을 죽인 부모 입장에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진정으로 자식들을 사랑했다. 속죄하며 살겠다”며 뻔뻔하게 선처를 구했다. 그러나 7명의 배심원과 재판부의 시선은 냉정했다. 검찰은 “피지도 못한 어린아이들이 부모에게 생명을 빼앗기며 느꼈을 거대한 공포와 고통, 시신을 산속에 방치하고 도망 다닌 비정함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며 부부에게 각각 징역 20년을 강력히 구형했다.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유죄를 평결했다. 재판부 역시 이들의 범행이 명백한 ‘살인’임을 판결문을 통해 엄중히 선언했다. “자녀들은 부모의 몸을 통해 태어났으나 부모와는 독립된 인격체로서 어떠한 경우에도 보장되고 존중되어야 할 고귀한 생명권을 가진다. 피고인들은 자녀들에게 선택권을 주었다고 주장하지만 어린아이들에게 ‘엄마 아빠와 같이 죽을래, 혼자 살래’라고 묻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판단할 수 없는 강요이며 극심한 학대다. 부모라고 할지라도 자식을 자기의 소유물로 생각해서는 결코 안 된다.” 솜방망이 처벌과 이 비극이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재판부는 생활고로 인한 정신적 혼란과 초범인 점 등을 참작하여 부부에게 각각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자식을 잔혹하게 유기한 대가치고는 대중의 법 감정에 턱없이 부족하고 가벼운 형량이었으나 사법부가 내린 판결의 메시지만큼은 묵직했다. 부부는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즉각 항소하는 후안무치한 태도를 보였으나, 기각되어 원심이 확정되었다.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이 씨 부부는 형기를 모두 채우고 2023년 4월 9일 만기 출소하여 우리 사회로 이미 돌아왔다. 그들이 지은 끔찍한 죄에 비해 10년의 감옥 생활은 너무나도 짧고 가벼웠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사회로 복귀한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는 유사한 비극이 처참하게 되풀이되고 있다. 언론에 종종 보도되는 ‘일가족 동반자살’의 실체는 대부분 명백한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이다. 자신의 삶이 무너진다고 해서 무고한 자식의 생명까지 동반 처분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는다. 서구 사회에서는 이를 ‘가장 잔혹한 아동 살해 사건’으로 분류하여 가중처벌하지만 한국 사회는 ‘오죽했으면 자식과 함께 죽었겠느냐’는 온정주의적 잔재가 남아 있다. 이 사건의 국선 변호인을 맡았던 변호사는 훗날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저희가 만난 수많은 피고인 중 자신들이 저지른 짓을 가장 뼈저리게 후회하고 지옥 속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이었다. 만약 지금 이 순간에도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며 자식을 같이 데려가겠다는 부모가 있다면 먼저 저질렀던 이들이 겪은 지옥 같은 후회를 보고 제발 멈추어 달라고 간곡히 전하고 싶다.” 벼랑 끝에 몰린 부모들이 절망 속에서 손을 뻗을 수 있는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의 구축과 더불어 ‘자식의 생명은 온전히 자식의 것’이라는 아동 인권에 대한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인식 대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 검경 ‘핑퐁’ 책임미루기? “공직자가 설마” 변호사 격차는? “AI 상담” 국민이 실험대상? “숙의했다”

    검경 ‘핑퐁’ 책임미루기? “공직자가 설마” 변호사 격차는? “AI 상담” 국민이 실험대상? “숙의했다”

    “권한 분산하면 ‘가진 자’ 쪽에 더 갈 수도”법률지식·경제력 격차엔 국가 AI 상담 구상“의약분업처럼 형소법 익숙해질 시간 필요”검경 핑퐁우려엔 “상상 안 돼, 공직자가 설마”검찰 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개정 형사소송법의 심사를 주도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권한 분산 이후 힘이 ‘가진 자, 있는 자’에게 더 쏠릴 가능성을 인정했다. 법률 지식과 경제력에 따른 권리구제 격차에는 국가 제공 인공지능(AI) 상담 구상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도입 일정과 법률지원 확대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새 제도에 익숙해지는 시간과 후속 보완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 의원은 지난 7일 YTN 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출연해 개정 형소법의 취지와 예상되는 부작용, 보완책 등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31일 국회를 통과해 이달 4일 공포된 개정 형소법은 검사의 직접수사와 송치 사건에 대한 직접 보완수사의 법적 근거를 없애고, 사법경찰관에 대한 보완수사요구권은 남겼다. 주요 조항은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에 맞춰 오는 10월 2일 시행된다. 법률서비스 격차엔 AI 상담 구상…도입 일정은 미정진행자가 수사기록 열람과 의견 제출 확대가 돈과 법률 지식을 갖춘 사람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자 김 의원은 “절차를 잘 모르거나 바쁜 분들이 있다”며 법률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국민이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했다. 그러면서 기록 열람·등사 확대와 국가 제공 AI 상담 서비스 구상, 경찰 수사에 이의를 제기하면 14일 안에 조치계획을 통보하는 방안 등을 대책으로 들었다. 다만 김 의원은 현행 검찰 중심 체계에서도 돈 있는 사람이 검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해 사건 처리를 지연시키고 상대적 약자를 지치게 한 사례를 목격했다며 권한 분산이 전관 변호사 선임과 의도적인 사건 지연 등 기존 폐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 70년 동안 검사가 수사·기소권을 한꺼번에 가지면서 사건 왜곡이나 수사권 남용이 많았다”며 “권한을 분산해 서로 견제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AI 상담은 개정 형소법에 직접 규정된 법정 절차가 아니라 향후 운영 구상이다. 김 의원은 이날 AI 상담의 도입 시기와 예산, 국선변호 확대 등 법률대리 유무에 따른 격차를 줄이기 위한 확정적인 인력·재정 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가진 자’에 힘 더 갈 수도”…핑퐁 우려엔 “살펴보겠다”김 의원은 권력 분산의 또 다른 역효과도 언급했다. 권력자를 상대로 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권한을 분산시켜 놓으면 그 힘이 어디로 가느냐”며 “사실은 가진 자, 있는 자 쪽에 더 많아질 수도 있다. 그런 걱정이 되기는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한 견제 장치로 ‘한국형 FBI’를 표방한 중수청을 제시했다. 경찰 수사인력과 검사·검찰수사관 출신 인력이 중수청에 합류해 서로 견제하고 협력하면서 중대범죄를 수사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형소법 개정과 맞물려 출범하는 중수청의 내부 지휘·책임체계에 대해서는 별도의 방지책을 설명하지 않았다. 진행자가 서로 다른 조직 출신이 한 팀에서 일할 경우 지휘체계가 불명확해지고 책임을 떠넘기면서 수사가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하자 김 의원은 “거의 최악의 경우”라며 “공직자들이 그렇게 할까요? 아무튼 상상은 잘 안 된다”고 답했다. 이어 “그런 염려가 있다면 행정안전부, 법무부, 중수청 담당자들과 얘기해 걸러내는 방법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중수청 내부의 구체적인 지휘·보고체계는 형소법 조문이 아니라 별도의 중수청 조직·운영 법령과 실제 운용에서 다뤄질 문제다. “의약분업 때처럼 형소법 익숙해질 시간 필요”새 형사사법체계의 시행 초기에는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김 의원은 의약분업 정착 과정을 예로 들며 “새로운 형사소송법도 초반에 혼란기라기보다 익숙해져 가는 시간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진행자가 “국민은 실험 대상이 아니다. 촘촘하고 완벽하게 설계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하자 김 의원은 “법안소위 회의만 26시간을 했고 사전 회의와 간담회까지 합하면 100시간이 넘는다”며 경찰·검찰·변호사·범죄 피해자 등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부족한 부분은 계속 채워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피해자 권리 넓혔지만 ‘정당·상당한 이유’ 기준은 과제법조계에서는 개정법이 피해자를 위한 절차를 확대했지만 실제 권리구제 수단으로 작동하려면 판단 기준을 더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법은 수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6개월 이상 지연되거나 수사 과정에서 권리가 침해된 경우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법이 피해자에게 ‘정당한 이유가 없었다는 점’의 입증책임을 명시적으로 부과한 것은 아니지만, 수사기관이 수사 필요성을 지연 사유로 제시하면 피해자가 이를 반박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검찰개혁추진단에서 활동했던 한 변호사는 “피해자가 알지 못하는 사이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여러 차례 발부받아 수사를 진행했을 수도 있다”며 “이 경우 수사기관이 지연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판단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사기록 접근권에도 비슷한 문제가 남아 있다. 개정법은 피해자에게 수사기록 열람·복사를 신청할 권리를 부여하면서도 수사기관장이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이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상당한 이유’의 범위가 구체적이지 않으면 수사기관마다 판단이 달라지거나 기록 공개를 제한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어 하위법령이나 수사준칙에서 세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직접 보완수사 대신 요구권 강화…통제장치는 순차 시행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없앤 정책적 선택에 대해서는 순기능과 부작용이 모두 있었다고 설명했다. 검사의 보완수사로 새로운 증거를 찾아낸 사례도 있다는 질문에 김 의원은 “그런 좋은 사례도 있고 보완수사권을 남용한 사례도 있다”며 직접 보완수사 대신 보완수사요구권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개정법에 따라 경찰은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정당한 이유 유무와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1개월 안에 이행해야 한다. 김 의원은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담당자에 대한 직무배제나 징계를 요구할 수 있고, 적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상급 수사관서나 중수청 등 다른 수사기관을 지정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개정법과 후속 운영방안을 통해 사건 처리의 신속성·투명성·책임성을 높이고 수사 품질을 상향 평준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의견과 자료를 제출하고 사건 진행 상황과 권리를 안내받도록 해 피해자를 수사 절차의 ‘객체’에서 ‘주체’로 바꿨다고도 했다. 다만 압수수색·검증 과정의 영상녹화와 피의자신문 녹음 관련 규정은 공포 1년 뒤 시행된다. 수사 진행의 주요 정보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입력·관리하도록 한 관련 규정도 조항별로 공포 후 1∼3년에 걸쳐 순차 시행된다. 이에 따라 검사의 수사권 폐지는 10월 2일 먼저 시행되지만 일부 기록·통제 장치의 가동에는 최대 3년의 시차가 발생한다.
  • [사설] 대법관 공석 5개월, 후임 인선 더 미뤄선 안 된다

    [사설] 대법관 공석 5개월, 후임 인선 더 미뤄선 안 된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 회의가 어제 이흥구 대법관 후임 후보 4명을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이 대법관의 후임 인선이 본격화된 것은 다행이나 여전히 우려스럽다.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이 5개월째 공석인 현실을 보자면 추천위 통과만으로 인선 완료를 기대하기 어렵다. 노 전 대법관 후임 추천위는 지난 1월 4명을 추천했다. 통상 2주 이내에 제청이 이뤄지던 관례와 달리 반년이 넘도록 조 대법원장은 제청을 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와 대법원이 물밑에서 의견을 조율한 뒤 제청을 하는 것이 관례였다. 최종 후보를 놓고 양측 이견이 크다는 분석이 그래서 지배적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 교착이 빚어진 배경이다. 올해 2월 여당은 법원의 반대에도 대법관을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밀어붙여 통과시켰다. 2028년부터 매년 4명씩 12명이 새로 임명되는 전례 없는 변화가 예고된 상황이다. 대법원으로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조직 개편을 준비해야 하는데, 현행 14명 정원조차 제대로 채우지 못해 삐걱대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와의 줄다리기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26명 체제의 구성 과정은 훨씬 더 큰 혼란으로 번질 수 있다. 이 대법관의 다음달 퇴임까지 후임 인선이 또 지연된다면 재판 공백은 더 깊어진다. 그러나 공백이 우려된다고 해서 청와대가 원하는 인선을 수용하라고 압박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어제 추천위가 4명으로 후보군을 추렸고, 노 전 대법관 후임까지 합치면 2명 동시 제청이 가능해진 만큼 선택지는 넓어졌다. 다양해진 후보군을 오히려 협의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대법관 인선은 대법원장의 제청, 국회 인사청문, 대통령의 임명으로 이어지는 절차다. 어느 한쪽의 정치적 견해에 인선이 좌우되지 않아야 한다. 검증 절차를 다중으로 설계한 이유를 곱씹어 청와대와 사법부가 합리적인 조율을 해야 할 것이다.
  • [서울광장] 與, 승리감 아닌 두려움 갖고 돌아볼 때다

    [서울광장] 與, 승리감 아닌 두려움 갖고 돌아볼 때다

    지난달 23일 발표된 더불어민주당의 8·17 전당대회 예비경선 결과.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던 친명(친이재명)계 박성준·이건태 의원이 탈락했다. 두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의원 모임’(공취모)을 주도했다. 공소취소 논란이 6·3 지방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을 넘어 당원들 사이에서도 높은 호응을 받지 못하는 조짐으로 비칠 수 있다. 공소취소는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해소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여권 전체적으로는 다음 총선과 대선에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이사장이 공소취소 모임을 “미친 짓”이라고 직격한 것도 범여권 일각의 그런 우려를 반영하는 것일 게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두 의원에 비해 훨씬 화끈했다.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 문제에 대해 “주권자인 국민 여론과 국민 선택의 문제”라며 여지를 열어 두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6선의 국회의장이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제안 당시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는 헌법 조항(128조2항)을 모를 리 없다. 하루 만에 “현직 대통령 연임은 개헌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워담는 모습을 보였지만, 실제 연임이 이뤄진다면 이 대통령 재판은 사라질 수 있다. 여기에 민주당은 지난주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강행 통과시키면서 검사의 보완수사권 박탈 외에도 ‘수사에 중대한 위법이 발견’되거나 ‘검사가 공소권을 현저하게 남용해 기소했을 경우’ 판사가 공소기각을 선고하도록 하는 조항도 집어넣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대북송금 사건 등에서 (이 대통령의) 무죄 가능성이 없고 공소취소도 여의치 않으니 법원을 압박해 공소기각 판결을 받아 보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1990년대 초 미국 미시간주의 한 싱크탱크 연구원 조지프 오버턴(Joseph Overton)이 개념화한 ‘오버턴 윈도(Overton Window)라는 말이 있다. ‘허용된 담론의 창문’은 정치인의 의지가 아니라 사회적 담론의 이동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연임 개헌은 “말 같지도 않은 소리”(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로 취급돼 왔다. 그런데 대통령 정무특보에서 곧바로 입법부 수장에 오른 조 의장이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를 입에 올림으로써 금기시돼 온 얘기가 광장으로 튀어나오는 효과를 거두었다.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도 5년 전 처음 얘기가 나왔을 땐 “설마”라는 시각이 많았지만 어느덧 현실이 됐다. 이 대통령이 최소한의 존치 필요성을 거론했던 보완수사권을 없애는 것과, 이 대통령이 수혜자가 될 수도 있는 공소기각 사유의 확대가 한꺼번에 이뤄진 것도 상징적이다. 여당 강경파로서는 검수완박이라는 지상목표를 관철하고, 이 대통령으로서는 기소된 사건들을 법원이 공소기각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진 셈이다. 그럼에도 보완수사권 폐지는 경찰의 사건암장과 부실수사 등으로 국민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고, 공소기각 사유 확대는 이 대통령 ‘재판 지우기’라는 비판을 낳고 있다. 형소법 개정을 주도한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법안 처리 다음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야 기분 좋다! 하고 계시지요?”라고 썼다. ‘내주신 숙제 다 끝냈습니다’라는 문구의 조화도 놓았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사위로 민주당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곽상언 의원은 2일 페이스북에 형소법 개정안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의 뜻과 전혀 다르다”고 적었다. “정치인 자신의 개인적 정치적 이익을 위해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선택을 정치적 노리개로 쓰는 것”이라고도 했다. 여권은 강성 당원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검찰개혁을 완수했다는 승리감에 도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들로 인해 완전히 뒤바뀔 형사사법체계 아래서 겪게 될 고통과 혼란의 나비효과를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맡았던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도 여당의 우격다짐식 형소법 개정을 우려하며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이거 겁도 안 납니까. 지금이라도 분노의 질주를 멈추어야 합니다.” 박성원 논설위원
  • 공소취소 안 돼도 법원에 기각 요구 가능… 재판중단 시도 늘 듯

    공소취소 안 돼도 법원에 기각 요구 가능… 재판중단 시도 늘 듯

    공소권 남용 차단·기각사유 확대변호인 등 요구 땐 법원 검토해야‘중대한’ ‘현저히’ 등 기준 불명확판례 쌓일 때까지 혼란은 불가피 더불어민주당이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공소기각 사유를 추가하자 법조계에선 자의적 법률 해석과 재판 지연 등 향후 파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대한 위법 수사’ 관련 수사 기관의 증거 수집, 검사의 기소 등 적법성을 문제 삼아 피고인들이 재판을 중단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 형소법은 공소기각 사유를 6가지로 규정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을 위반할 때’이다. 이번 개정안엔 ‘중대한 위법 수사에 의해 공소 제기됐을 때’,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 제기됐을 때’ 등 두가지가 추가됐다. 공소취소가 검사가 스스로 제기한 공소를 철회하는 거라면, 공소기각은 판사가 재량으로 재판을 종결하는 행위다. 공소기각이 되면 유무죄는 판단하지 않기 때문에 피고인에게는 사실상 ‘무죄’와 같은 효과가 있다. 개정 형소법이 시행되면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즉각 적용된다. 검사가 공소를 취소하지 않더라도 변호인이 ‘공소기각 의견서’ 등을 제출하면 재판부가 판단하게 된다. 대장동 사건 등 이재명 대통령의 중단된 재판에도 적용된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신설된 공소기각 사유에 해당한다고 요청하면 재판부의 심리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하급심부터 대법원까지 판결 사례가 모여야 ‘중대한 위법 수사’가 무엇인지 판단 기준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판례가 축적될 때까지 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지금은 위법 수사 정황이 나오면 재판부가 관련 증거를 배척하고 나머지를 가지고 판단했는데, 앞으로는 공소기각으로 공판이 중단될 것”이라며 “불명확한 규정으로 인해 판례가 쌓일 때까지 법적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졌다”고 우려했다. 공소취소는 극히 드물지만, 공소기각은 절차를 위반하거나 이중 기소일 경우 종종 선고된다. 공소권 남용이 인정된 첫 사례는 2021년 10월 간첩 증거 조작 피해자인 유우성씨의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이었다. 대법원은 당시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공소기각 판결을 확정하면서 “검사가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경우로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형사법 전공 교수 62명은 이날 공동 의견서에서 “검찰개혁과 보완수사권의 문제는 정치공학의 논리가 아니라 사법절차의 법리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보완수사권이 존치돼야 한다고 밝혔다.
  • 공소취소 안 돼도 법원에 기각 요구 가능…재판 중단 시도 늘 듯

    공소취소 안 돼도 법원에 기각 요구 가능…재판 중단 시도 늘 듯

    ‘형소법 개정’ 법조계 파장‘중대한’ ‘현저히’ 등 기준 불명확판례 쌓일 때까지 혼란은 불가피더불어민주당이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공소기각 사유를 추가하자 법조계에선 자의적 법률 해석과 재판 지연 등 향후 파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대한 위법 수사’ 관련 수사 기관의 증거 수집, 검사의 기소 등 적법성을 문제 삼아 피고인들이 재판을 중단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 형소법은 공소기각 사유를 6가지로 규정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을 위반할 때’이다. 이번 개정안엔 ‘중대한 위법 수사에 의해 공소 제기됐을 때’,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 제기됐을 때’ 등 두가지가 추가됐다. 공소취소가 검사가 스스로 제기한 공소를 철회하는 거라면, 공소기각은 판사가 재량으로 재판을 종결하는 행위다. 공소기각이 되면 유무죄는 판단하지 않기 때문에 피고인에게는 사실상 ‘무죄’와 같은 효과가 있다. 개정 형소법이 시행되면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즉각 적용된다. 검사가 공소를 취소하지 않더라도 변호인이 ‘공소기각 의견서’ 등을 제출하면 재판부가 판단하게 된다. 대장동 사건 등 이재명 대통령의 중단된 재판에도 적용된다. 지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신설된 공소기각 사유에 해당한다고 요청하면 재판부의 심리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하급심부터 대법원까지 판결 사례가 모여야 ‘중대한 위법 수사’가 무엇인지 판단 기준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판례가 축적될 때까지 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지금은 위법 수사 정황이 나오면 재판부가 관련 증거를 배척하고 나머지를 가지고 판단했는데, 앞으로는 공소기각으로 공판이 중단될 것”이라며 “불명확한 규정으로 인해 판례가 쌓일 때까지 법적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졌다”고 우려했다. 공소취소는 극히 드물지만, 공소기각은 절차를 위반하거나 이중 기소일 경우 종종 선고된다. 공소권 남용이 인정된 첫 사례는 2021년 10월 간첩 증거 조작 피해자인 유우성씨의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이었다. 대법원은 당시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공소기각 판결을 확정하면서 “검사가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경우로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형사법 전공 교수 62명은 이날 공동 의견서에서 “검찰개혁과 보완수사권의 문제는 정치공학의 논리가 아니라 사법절차의 법리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보완수사권이 존치돼야 한다고 밝혔다.
  • “항만 특성 무시하면 경쟁력 저하”…항운노련, 항만공사 통합 중단 촉구

    “항만 특성 무시하면 경쟁력 저하”…항운노련, 항만공사 통합 중단 촉구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이 정부가 논의 중인 전국 4개 항만공사 통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28일 공식화했다. 항운노련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각 항만이 지역 산업과 국가 공급망 안에서 오랜 기간 축적해 온 고유한 기능과 자율성을 충분한 검토 없이 하나로 흡수하는 방식은 항만 전체의 경쟁력 약화로 귀결될 것”이라며 “사전 협의 없이 추진 중인 4개 항만공사 강제 통합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노련은 “항만공사는 각 항만마다 다른 산업구조와 시장환경에 맞는 책임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2003년 항만공사법 제정에 따라 설립된 기관”이라며 “이를 통합하면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지고 현장 대응력이 떨어지면서 항만 경쟁력 저하와 노동현장의 혼란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산은 글로벌 허브, 인천은 대중국·대북 교두보 역할을 하고, 울산과 광양은 각각 에너지 안보, 산업 공급망 기능을 하고 있다. 공공기관 효율화를 이유로 지역 경제와 항만 경쟁력에 대한 영향 평가도 없이 조직 통합부터 추진하는 것은 ‘항만 백년대계’를 다루는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노련은 항만공사 통합보다는 각 지역 항만공사 간의 협력 강화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4개 항만공사가 각자 전문성을 살려 해외 공동 마케팅, 탄소 중립 항만 정책, 디지털·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항만 구축, 북극항로 대응, 항만 안전 공동 대응 등 협력 사업을 벌여야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련은 “조직 통합이 아닌 협력 사업을 통한 효율화를 추진해야 한다. 항만공사와 노동계, 산업계, 지역사회가 노사정협의체를 구성해 항만 정책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정부는 ‘공공기관 기능 개편 태스크포스’를 통해 부산과 인천, 울산, 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를 통합해 가칭 한국항만공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인천, 울산, 여수·광양 지역 300여 개 시민단체도 지난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만공사 통합에 반대했다.
  •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오세훈 서울시장의 위선과 불법 혐의 인정 및 석고대죄 촉구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명태균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오세훈 서울시장이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것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논평을 발표했다. 다음은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최정은 대변인 논평 전문 거짓은 죄’라던 오세훈 시장, 위선과 불법 혐의를 인정하고 서울시민 앞에 석고대죄하십시오. 사상 최악의 여론조작이자 여론 농단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이자 사필귀정입니다. 취임 한 달도 안 된 오세훈 시장의 ‘사법리스크’로 인해,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시정 혼란과 파행은 불가피해졌습니다. 그로 인한 행정 공백과 피해는 고스란히 천만 서울시민의 부담이 될 것입니다. 오세훈 시장은 과거 ‘거짓은 죄, 진실은 선이 정의’라던 자신의 말을 다시금 되새기기 바랍니다. 더 이상 헛된 변명으로 일관하지 마십시오. 자신의 위선과 불법 혐의를 인정하고 서울시민 앞에 진심으로 사죄해야 합니다. 또한 시정 부담을 최소화하고, ‘정상 정치로의 회귀’를 위해 용단을 내리십시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천만 시민의 삶을 최우선으로 단 한 치의 시정 공백도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최정은
  • “자기 정치 끝내고 완벽한 원팀·이기는 민주당 만들 것”

    “자기 정치 끝내고 완벽한 원팀·이기는 민주당 만들 것”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이건태(기호 2번) 의원은 20일 “지도부의 자기 정치로 위기에 처한 민주당을 완벽한 원팀, 이기는 민주당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통령 집권 2년 차에 당정 간 엇박자와 당내 균열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2년 뒤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절박한 위기감으로 최고위원 선거에 다시 도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그는 정청래 전 대표를 향해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과정에서 독선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졌고 그 결과 당내 큰 혼란이 발생했다”며 “지방선거 공천과 경선 관리, 선거 전략 등이 과연 공정하고 합리적이었는지 강한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내 지도부 리더십을 교체해야 이재명 정부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다른 최고위원 후보와의 차별점으로 ‘문제 해결 능력’을 내세웠다. 그는 “법 왜곡죄를 당내에서 가장 먼저 발의해 통과시켰고 사법개혁특위 간사를 맡으며 대법관 증원 등을 주도했다”며 “맡은 일은 반드시 성과로 연결시키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인 이 의원은 한동훈 무소속 의원과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관련 공개토론을 진행하기로 했다가 지난 18일 취소한 배경에 대해 “한 의원의 법무부 장관 시절 이 대통령에 대한 조작기소 책임을 국민 앞에서 따져 묻기 위해 토론을 수락했다. 하지만 당원들이 TV토론 자체를 반대했고, 문자와 전화가 너무 많이 와 당원들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선 보완수사요구권의 실효성 강화, 수사평정 인사 반영, 경찰 비리 관련 공소청 검사의 적극 수사 요청 등 견제 장치 마련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유시민 작가가 이 대통령을 향해 ‘필연적으로 실패할 것’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논리적 비약과 억측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그런 식의 정치가 필연적으로 실패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 [단독] 檢수사권 폐지 땐 ‘개별 법률 충돌’… “180개 규정까지 손봐야”

    [단독] 檢수사권 폐지 땐 ‘개별 법률 충돌’… “180개 규정까지 손봐야”

    법체계 통일성·집행 혼란 방지 필요검사 고발제 등 4개 분야 개선 언급 단순 개정안 부칙만으로 해결 못해10월 공소청 출범까지 정비 어려워 검사의 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를 전제로 한 다른 법률 180여건도 함께 정비해야 하고, 이중 상당수는 별도 개정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는 국회 검토 의견이 나왔다. 오는 10월 2일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과 동시에 법안이 시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관련 법률을 정비할 시간이 매우 촉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형소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검사의 수사권과 관련된 180여건의 다른 법률 규정의 정비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법체계의 통일성을 기하고, 법 집행상의 혼란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검토보고서는 정비 대상을 네 갈래로 나눠 예시했다. 구체적으로는 ▲검사 고발 제도(가맹사업거래법 제44조, 국회증언감정법 제15조 등) ▲전담 수사 제도(공직선거법 제9조, 주한미군형사법 제4조 등) ▲검사의 직접 수사를 전제로 한 기소유예 제도(가정폭력처벌법 제9조의2, 아동학대처벌법 제26조 등) ▲검사의 수사권을 전제로 한 각종 제한 조치(통신비밀보호법 제6조, 범죄인인도법 제19조 등) 등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법률 정비를 형소법 부칙의 ‘다른 법률의 개정’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으나, 단순한 자구 수정 수준을 넘어선 항목들은 개별 법률을 직접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성폭력처벌법상 전담검사의 피해자 조사 제도처럼 실체적인 법적 판단이 필요한 사항들이 해당된다. 법사위에서 심사 중인 개정안은 모두 시행일을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중수청이 출범하는 10월 2일로 정했다. 형소법에서 검사의 수사권을 지우더라도 공선법 제9조(검사의 선거범죄 단속·수사), 통비법 제6조(감청 허가 청구) 등 다른 법률에는 여전히 ‘검사가 수사한다’는 전제가 남는다. 이런 법률을 정비하지 못하면 법률간 충돌로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청이 공소청·중수청으로 바뀌면서, 다른 법률에 남는 ‘검찰청’ 소관 관련 규정도 정비 대상이다. 검토보고서는 “공소청법·중수청법 제정에 따른 것이어서 개정안 부칙으로는 처리할 수 없다”면서 “두 법의 시행일에 맞춰 각각의 부칙을 고쳐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 “검사 수사권 폐지 땐 180여개 법률 손봐야”…형소법 부칙만으론 정비 불가

    “검사 수사권 폐지 땐 180여개 법률 손봐야”…형소법 부칙만으론 정비 불가

    검사의 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를 전제로 한 다른 법률 180여건도 함께 정비해야 하지만 개정안 부칙만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는 국회 검토 의견이 나왔다.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형사소송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검사의 수사권을 전제로 한 180여건의 다른 법률 규정의 정비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법체계의 통일성을 기하고, 법 집행상의 혼란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토보고서는 정비 대상을 네 갈래로 나눠 예시했다. ▲검사 고발 제도(가맹사업거래법 제44조, 국회증언감정법 제15조 등) ▲전담 수사 제도(공직선거법 제9조, 주한미군형사법 제4조, 선원법 제127조, 성폭력처벌법 제26조 등) ▲검사의 직접 수사를 전제로 한 기소유예 제도(가정폭력처벌법 제9조의2, 아동학대처벌법 제26조 등) ▲검사의 수사권을 전제로 한 각종 제한 조치(통신비밀보호법 제6조, 범죄인인도법 제19조 등)가 있다. 이런 정비는 형사소송법 부칙의 ‘다른 법률의 개정’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단순 자구 수정에 그치지 않는 부분은 개별 법률을 따로 손봐야 한다고 했다. 성폭력처벌법상 전담검사의 피해자 조사 제도처럼 실체적 내용을 판단해야 하는 사항이 여기에 해당한다. 법사위에서 심사 중인 개정안은 모두 시행일을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는 오는 10월 2일로 정했다. 형사소송법에서 검사의 수사권을 지우더라도 공직선거법 제9조(검사의 선거범죄 단속·수사), 통신비밀보호법 제6조(감청 허가 청구) 등 다른 법률에는 여전히 ‘검사가 수사한다’는 전제가 남는다. 이런 법률까지 함께 정비하지 못하면 법끼리 어긋날 수 있다. 이에 따라 타법을 정비하는데 현실적으로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검찰청이 공소청·중수청으로 바뀌면서, 다른 법률에 남는 ‘검찰청’ 소관 관련 규정도 정비 대상이 된다. 검토보고서는 이 정비가 형사소송법 개정이 아니라 공소청법·중수청법 제정에 따른 것이어서 개정안 부칙으로는 처리할 수 없다며, 두 법의 시행일에 맞춰 각각의 부칙을 고쳐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 [사설] 위헌 논란 보완수사권 폐지, 후과는 누가 어떻게 책임지나

    [사설] 위헌 논란 보완수사권 폐지, 후과는 누가 어떻게 책임지나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위한 입법 절차를 서두르자 각계각층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봇물 터지고 있다. 헌법 전문가인 이석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은 그제 “수사 주체로서의 검사가 가진 수사권의 완전 박탈은 헌법의 체계 정당성 원리에 반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더라도 향후 위헌 논란으로 이어져 사법 체계가 혼란에 빠질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도 “보완수사권 폐지의 부작용을 막을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검토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앞서 참여연대, 경실련, 민변 등 친여 성향의 시민단체들도 줄줄이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6개 여성 및 진보 성향 시민단체는 어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피해자인 사건에는 보완수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절박한 요구였다. 이 회견은 일부 민주당 의원과 진보당 의원이 주선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는 확산되고 있다. 최근 들어 이념과 진영을 막론하고 이렇듯 한목소리가 터져 나온 사안이 있었는가 싶게 반대 기류가 거세다. 그만큼 보완수사권 폐지의 위험성이 크다는 방증이다. 후과가 얼마나 끔찍할지는 생생한 사례들이 이미 보여 주고 있다.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은 경찰의 은폐·조작 시도로 가해자의 범행이 묻히고 말았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민주당 강경파는 쏟아지는 우려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 김용민 의원은 피해자의 절차적 권한을 확대하면 된다고 했는데, 수사기관이 할 일을 국민에게 떠넘기겠다는 것 아닌가. 무엇보다 그런 절차를 이해하지도 못하고 경제적 여력도 없는 취약계층은 대체 어쩌라는 말인가.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은 경찰이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검사가 언론에 알리면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대안도 제시했다. 보완수사권을 언론에 주겠다는 것인지 황당할 뿐이다. 보완수사권은 검사가 마음대로 수사를 개시하라는 권한이 아니다. 경찰 수사가 미심쩍거나 미진할 때 검사가 바로잡게 하는 최소한의 견제 장치다. 검찰개혁의 도그마에 빠져 이를 없애겠다는 것은 빼고 보탤 것 없는 교각살우다. 그런데도 유력 당권 주자들은 강성 당원들의 표를 얻으려고 폐지를 주장하고, 당 지도부는 8·17 전당대회 전에 법을 통과시키겠다며 폭주하고 있다. 머지않아 국민 피해가 속출할 때 민주당의 누가 어떻게 책임지고 수습할 것인지 그 답부터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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