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21년 만에 ‘가려진’ 청와대·국방부…구글, 지도에 블러 처리 적용
구글이 2025년 9월 한국 정부의 요구를 수용해 군사·보안시설 가림(블러) 처리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이후 구글 지도와 구글 어스의 실제 위성 이미지에 국내 주요 시설의 가림 처리가 적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구글 지도와 구글 어스에서는 서울 용산구에 있는 국방부와 종로구에 있는 청와대 등 주요 안보 시설이 뿌옇게(블러) 처리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구글 어스가 2005년 국내 주요 시설의 위성 사진을 제공하기 시작한 뒤 한국 정부는 꾸준히 청와대와 국방부 등 주요 보안시설의 위성 사진을 가림 처리해 달라고 구글 측에 요구해 왔다.
그러나 구글은 글로벌 서비스의 일관성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도리어 2007년에는 한국 정부가 제작한 축척 1대 5000의 수치 지도를 해외 서버로 이전해 활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군사·보안시설 노출 가능성 등 국가 안보 문제를 이유로 이를 허가하지 않다가, 2016년 구글이 다시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신청하자 정부는 국내 서버 설치와 함께 구글 지도 및 구글 어스에 노출된 국내 보안시설을 블러 처리하는 방안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구글은 10년 가까이 한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다가 지난해 2월 다시 축척 1대5000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신청하면서 이전과는 달라진 입장을 내놨다. 보안 필요성이 인정되는 시설에 대해 정부의 요청이 있을 경우 블러 처리를 시행할 수 있도록 구글 지도와 구글 어스의 정책을 예외적으로 변경하고 기술적 조치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월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가했다.
9일 현재 구글 지도와 구글 어스에서는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용산 국방부·합참 청사, 한국원자력연구원, 성주 사드 기지, 평택·오산의 주한미군 기지 등이 가림 처리돼 있다. 다만 구글 측이 해당 조치를 시행한 정확한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나토 본부는 가려주면서 한국은 ‘안 된다’ 했던 구글구글과 한국은 국내 보안 시설 위성영상 공개 문제를 두고 20년 가까이 갈등을 이어왔다.
특히 2019년에는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구글이 프랑스의 일부 공군기지 등 해외 보안시설에는 가림 처리를 적용하면서도 한국 정부의 군사시설 가림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구글이 한국에서 국내 지도 서비스에 비해 세밀한 길찾기와 내비게이션 기능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가 잇따르자,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결국 구글은 구글 지도와 구글 어스의 글로벌 서비스에서 대한민국 영토의 위성·항공사진을 제공할 경우 보안 처리가 완료된 영상을 사용하고, 구글 어스의 과거 시계열 영상과 스트리트뷰에서 군사·보안시설도 가림 처리하도록 조건을 받아들였다.
지난 2월 외교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설명자료에 따르면 한국 정부와 구글은 구글 지도와 구글 어스의 글로벌 서비스에서 대한민국 영토에 대한 좌표 표시를 제거하고 노출을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구글이 요청한 지도 데이터와 관련해서는 국내에 보유한 서버에서 원본 데이터를 가공하고 간행 심사 등 정부 검토·확인을 거친 데이터만 구글에 반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내비게이션·길찾기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제한된 데이터(기본 바탕지도 및 도로 등 교통네트워크)만 한정해 반출을 허가했다. 안보적으로 민감한 데이터는 반출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현재 국내 원자력발전소와 주요 항만, 방위산업체 공장 등 핵심 기간·산업 시설이 여전히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알려진 주요 시설 위치, 왜 가려야 할까청와대와 국방부, 대형 공군기지처럼 규모가 큰 시설은 지도에서 가리지 않아도 대략적인 위치와 존재는 이미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세계 각국이 구글 지도 서비스에서 주요 시설에 대한 가림 처리를 요구하는 것은 시설 확장이나 장비 이동, 출입구와 내부 도로 및 건물의 정확한 배치, 최신 고해상도 영상에서 얻을 수 있는 구조적 정보 등을 쉽게 분석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일각에서는 구글에 고정밀 지도를 반출함으로써 국내 플랫폼 기업의 시장 구도에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