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2026-02-28
    검색기록 지우기
  • S
    2026-02-2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83,257
  • 트럼프·김정은 또 만나나…‘한국 패싱’ 우려 커진 이유 [핫이슈]

    트럼프·김정은 또 만나나…‘한국 패싱’ 우려 커진 이유 [핫이슈]

    미국과 북한이 잇따라 대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북미 협상 재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접촉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협상이 재개될 경우 한국이 주변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정부의 북핵 수석대표인 정연두 외교부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은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이 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에 열린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이번 방미 기간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과 토마스 디나노 군비통제·국제안보 담당 차관, 마이클 디솜브레 동아태 차관보 등과 만나 최근 한반도 정세와 대북 정책을 협의했다. 그는 북한 노동당 제9차 대회 결과와 한미 정상회담 공동 설명자료를 토대로 한반도 현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북미 대화 조기 성사를 지원하겠다는 입장도 미국 측에 전달했다. 정 본부장은 “페이스메이커로서 북미 대화 성사를 계속 지원하고 남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 노력도 지속하겠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백악관도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제조건 없이 대화하는 데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싱가포르와 하노이,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과 세 차례 만난 바 있다. 북한 역시 최근 미국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당 제9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면 미국과 좋게 지낼 수 있다는 취지로 밝혔다. 북미 양측이 대화 가능성을 동시에 언급하면서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등을 계기로 북미 간 소통이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비핵화 문제를 둘러싼 입장 차가 여전히 커 실제 협상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많다. ◆ 실무접촉 없지만 북미 대화 가능성 부상 정부는 북미 간 실제 접촉이 이뤄졌다는 정황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미 간 실무접촉 같은 새로운 소식은 없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미국이 대화 의지를 유지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협상 준비 단계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지 이를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수준까지는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 인사들은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거나 비핵화 원칙을 수정하려는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고 정부는 전했다. 당국자는 “비핵화 원칙까지 바뀌어 북한을 다루겠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 내부에서는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여전히 중요하게 평가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 北은 미국과 대화 의지, 한국은 적대국 규정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당 대회 보고에서 한국을 “철저한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동족 범주에서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국과는 더 이상 논의할 사안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북한이 미국에는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한국에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이른바 ‘통미봉남’ 전략이 다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다만 한미 간 공조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한미 양국은 앞으로도 각급에서 수시로 소통하며 공조를 긴밀히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북미 간 정상외교가 재개될 경우 협상이 급속히 진행될 가능성이 있지만, 핵보유국 인정 문제와 비핵화 원칙이라는 근본적인 간극이 여전히 커 협상 성사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 불매에도 ‘정가 고집’ 아크테릭스 매출 급등…영포티가 팔아줬나 [핫이슈]

    불매에도 ‘정가 고집’ 아크테릭스 매출 급등…영포티가 팔아줬나 [핫이슈]

    히말라야 고산지대 불꽃쇼로 거센 비판을 받았던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가 논란 이후에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매운동 움직임에도 가격 인하 없이 매출이 크게 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시대주보는 26일 아크테릭스 모회사 아머스포츠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히말라야 불꽃쇼 논란 이후에도 브랜드 성장이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아머스포츠가 24일 발표한 2025년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7% 증가해 66억 달러(약 9조 4000억원)를 기록했다. 특히 아크테릭스가 포함된 전문 의류 부문은 지난해 4분기 매출이 34% 증가해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대중화권 매출도 43% 이상 늘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회사 측은 아크테릭스를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브랜드”라고 평가했다. 히말라야 불꽃쇼는 지난해 티베트 고산지대에서 열린 대형 이벤트로 생태계 훼손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소비자들은 “산을 폭파한 것과 다름없다”며 강하게 비판했고 일부에서는 불매운동 움직임도 나타났다. 중국 당국 조사에서는 행사 차량 이동과 인원 통행 등으로 초원 약 30㏊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으며 관련 공무원들이 처벌됐다. 행사 주최 측은 환경 복구 작업에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아크테릭스는 중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다. 국내에서는 ‘아웃도어계 명품’으로 불리며 수십만~백만원대 고가 제품에도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구매력이 높은 30~40대 소비층이 주요 고객으로 꼽힌다. 고가 기능성 재킷이 인기를 끌면서 아크테릭스는 온라인에서 이른바 ‘영포티 브랜드’로 알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포티는 젊은 감각의 패션과 소비문화를 공유하는 40대를 가리키는 말로 최근 한국 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는 세대 표현이다. BBC는 스트리트 패션과 최신 IT 기기를 소비하는 40대를 영포티로 설명하며 젊은 문화를 소비하는 중년층의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아크테릭스처럼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의 경우 실제 구매력은 30~40대 소비층이 중심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젊은 층까지 소비가 확대되고 있지만 고가 제품 특성상 핵심 소비층은 여전히 이른바 ‘영포티’ 세대라는 것이다. ◆ 논란에도 할인 줄였다 아크테릭스는 논란 이후에도 가격 전략을 유지했다. 할인 판매로 논란을 덮기보다 정가 판매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아머스포츠 재무책임자 앤드루 페이지는 실적 발표에서 매출 성장이 정가 판매 중심 전략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블랙프라이데이와 광군제 등 주요 할인 행사 참여를 줄였지만 4분기 동일 매장 매출은 16% 증가했고 전문 의류 부문 영업이익률은 21%를 넘었다. 업계에서는 아크테릭스의 전략이 명품 브랜드와 유사한 가격 관리 방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제품 구성 변화도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여성 제품 매출은 40% 이상 증가했고 신발 매출도 40% 가까이 늘었다. ◆ 매장 확대 지속…소비자 반응은 엇갈려 아크테릭스는 논란 이후에도 확장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아머스포츠는 2026년 전 세계에서 아크테릭스 매장 25~30곳을 추가로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규 매장은 북미와 중국 시장에 집중될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뉴욕 록펠러센터에 매장을 열고 중국 청두 타이쿠리 매장을 확장하는 등 핵심 상권 중심으로 매장을 늘렸다. 소비자 반응은 여전히 엇갈린다. 소후닷컴 기사 댓글에서는 “환경 피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왜 처벌이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제품이 좋으면 구매하는 것은 별개 문제”라는 의견과 “온라인 비판층은 실제 구매층이 아니다”라는 반응도 나타났다. 히말라야 불꽃쇼 논란은 브랜드 가치와 환경 책임 사이의 충돌 사례로 평가된다. 논란 이후에도 매출이 증가하면서 단기적으로는 브랜드 타격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프리미엄 브랜드 특성상 장기적으로 소비자 인식이 어떻게 변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 [김흥종의 세계읽기] 우크라 전쟁 4년에서 배우는 것

    [김흥종의 세계읽기] 우크라 전쟁 4년에서 배우는 것

    이 전쟁이 이렇게 오래갈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아니, 이제는 국가 간 전면전은 오래갈 수 없다고 우리는 믿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종전의 윤곽조차 아직 불분명하다. 국제 뉴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었지만 이 전쟁은 오히려 여러 가지 얼굴로 점점 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전쟁을 통해서 우리는 지난 수십년간 우리가 믿어 왔던 국제 질서의 작동 방식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으리라는 메시지를 읽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국제 질서의 가장 중요한 금기어 중 하나는 무력에 의한 국경 변경이었다. 분단국 내부의 통일을 제외하면 이 원칙은 대체로 지켜져 왔다. 그러나 푸틴의 러시아가 시작한 2014년 크림반도 병합과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주 오래된 규칙을 다시 소환했다. 국경은 불변의 경계가 아니라 힘에 의해 언제라도 흔들릴 수 있는 선이라는 생각이다. 이는 국제 질서의 물리적 변화보다 더 근본적인 심리적 균열로 사람들의 의식의 밑바닥을 흔들고 있다. 이제 효율보다 안전을, 상호 신뢰보다는 각자도생을 우선하기 시작했다. 전쟁 초기에만 해도 이 전쟁은 단기 종결 전망이 우세했고 2022년 3월에는 실제로 휴전 논의가 거의 성사 단계까지 갔다. 그러나 최종 합의는 되지 않았고 전쟁은 소모전으로 고착되었다. 경제 제재를 우선시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제한적으로 전쟁 물자를 지원하는 방식은 현실 앞에서 무력했다. 뒷배가 있는 러시아는 물러설 기미가 없고 부상하는 러시아 위협론에 대한 서방의 인식 차이만 드러날 뿐이다. 유럽은 다시 19세기적 안보 상황으로 돌아갔고 냉전 이후 스스로 무장해제한 후과를 톡톡히 겪고 있다. 유럽의 안보 불안이 동북아 안보와 연결되는 작금의 현실도 매우 안타깝다. 무엇보다 이 전쟁은 세계 경제의 내재적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켰다. 러시아의 에너지는 제재 속에서도 방향만 바꾼 채 계속 흐르고 있다. 값싼 에너지를 확보한 일부 국가는 제조 경쟁력을 강화했고, 반대로 에너지 비용이 급등한 국가는 산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같은 전쟁이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비용이 되었다. 그 결과 세계 경제는 더욱 비대칭적인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경제적 상호의존이 평화를 보장할 것이라는 믿음도 무너졌다. 에너지, 금융, 공급망은 협력의 기반이 아닌 압박의 수단이 되었다. 세계는 하나의 통합된 시장이기보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쟁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이 전쟁이 남긴 가장 중요한 변화는 영토의 이동이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냉전 이후 세계가 점점 더 안정되고 협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낙관이 존재했다. 그러나 지난 4년은 그 반대의 현실을 보여 주었다. 전쟁은 언젠가 끝날 것이다. 그러나 그 전쟁이 깨뜨린 믿음과 그로 인해 심화된 경제적 불균형은 훨씬 오래 지속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하나의 전쟁의 끝이 아니라, 하나의 시대의 끝을 지나고 있다. 김흥종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 [서울광장] 군과 경찰, 공무원은 신발끈 다시 매야

    [서울광장] 군과 경찰, 공무원은 신발끈 다시 매야

    12·3 비상계엄을 감행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는 징역 30년과 12년이 선고됐다. 계엄 선포 443일 만에 이뤄진 선고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과 군·경찰 전 수뇌부가 함께 무거운 단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군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징역 2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으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계엄을 주도한 윤 전 대통령과 정부 주요 인사들에 대한 1심 선고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셈이다. 군과 경찰, 정부기관 등 계엄에 가담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에 대한 후속 조치도 발표됐다. 지난해 11월 구성된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는 지난 12일 “국회의 해제 의결에도 계엄을 계속 유지하려는 조치나 실행 계획이 군·경찰뿐 아니라 다른 정부기관에서도 마련 내지 이행된 사실을 다수 확인하고 관련자들에 대해 징계 요구, 수사 의뢰를 했다”고 밝혔다. 군·경찰, 총리실·법무부·행안부 등 20개 기관 중 10개 기관의 고위 공직자를 중심으로 징계 요구 89건, 주의·경고 82건, 수사 의뢰 110건 등 후속 조치를 요구했는데 군이 징계 요구 48건, 주의·경고 75건, 수사 의뢰 108건으로 대다수였다. 이어 경찰이 징계 요구 22건에 주의·경고 6건이었고 외교부는 징계 요구 3건에 수사 의뢰 2건이었다. TF는 특히 군 1600여명, 경찰 2000여명 등 모두 3600여명이 국회·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을 차단·통제하고 주요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협조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군과 경찰이 각각 조사 결과를 내놨는데 군은 계엄에 관여한 180여명에 대한 수사 의뢰와 징계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했다. 계엄 사태로 파면이나 해임 징계를 받고 군복을 벗은 장군은 지금까지 10여명.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국회 봉쇄 10명과 선관위 통제 5명을 포함한 총경 이상 19명, 경정 3명 등 22명의 징계에 착수했다. 3600여명이 체포조로 나섰음을 고려하면 ‘솜방망이 처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TF 발표 결과에는 ‘계엄 주요 협조 사례’보다 더 눈길이 가는 내용이 있었다. 단 3건이기는 하지만 ‘계엄 주요 저항 사례’로, 한 경찰 공무원은 경찰청장에게 계엄 포고령에 따르지 말고 국회를 지켜야 한다고 촉구하는 글을 내부망에 게시했다. 이 게시글은 당시 강릉경찰서 수사과장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국회 차단 조치 해제를 건의해 30여분간 차단이 일시 해제됐으며, 국가안보실의 강압적 지시를 받은 외교부 공무원은 지시를 제한적으로 이행하거나 지연·거부했다. 이런 공무원들이 더 많았다면 헌법과 법률 수호라는 관점에서 정부가 정상적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TF 발표와 윤 전 대통령 선고 후 뒤숭숭했던 관가는 국민의 신뢰 회복과 개혁을 위해 신발끈을 다시 단단히 매야 한다. 중앙부처의 20년 차 공무원은 “12·3 계엄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겪으면서 조직이 많이 흐트러진 것 같다”며 “불확실성이 정리된 만큼 안정을 찾아 업무에 집중해 성과를 냈으면 한다”고 했다. 정부는 위헌·위법적 판단과 지시가 이행·방조되지 않도록 제도와 행정 전반을 근본적으로 점검·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공직자가 따라야 할 최종 기준은 상급자의 지시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 국민이라는 점을 분명히 주지시키고 이를 위해 법령·제도·교육훈련 등 행정 체계를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무원 복종 의무’ 삭제를 골자로 한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 개정이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 정부가 계엄 사태를 계기로 지난해 11월 입법 예고한 개정안에는 77년간 유지돼 온 ‘상명하복’식 복종 의무가 사라져 위법한 지휘·감독에 대해 이행을 거부할 수 있다. 법 개정뿐 아니라 합법성과 공익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공직문화 혁신도 필요하다. 특히 계엄·탄핵 등 여파로 지연된 공무원 인사도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 검경·소방청 등의 수장과 기획예산처·해양수산부 장관은 공석이고 행안부·외교부 등에서는 본부와 재외공관장 등 고위 공무원 인사가 너무 늦어졌다.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 김미경 논설위원
  • [기고] 허허벌판의 창학, 오늘 결실로 답하다

    [기고] 허허벌판의 창학, 오늘 결실로 답하다

    에너지 분야의 글로벌 리더 양성을 기치로 출범한 한국에너지공과대(켄텍)가 마침내 첫 정규 졸업생을 배출했다. 창학의 여명을 지켜본 한 사람으로서 이번 졸업식은 남다른 감회로 다가온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에게는 대학의 가능성을 검증받는 치열한 시간이었다. 2022년 3월 허허벌판 위에 건물 한 동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마땅한 공간조차 없어 학생들은 캠퍼스 야외에서 입학식을 치렀다. 그날 바람을 맞으며 서 있던 학생들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 불확실함 속에서도 눈빛만은 단단했다. 학생들은 오로지 한국에너지공대와 국가의 미래를 믿고 자신의 청춘을 맡겼다. 세계 유일의 에너지특화 대학, 연구·창업 중심 대학, 에너지공학 단일학부 체제, 학부연구생 제도, 모든 교과를 4학점 체계 프로젝트 기반 문제해결(PBL) 방식으로 운영하는 교육 혁신 모델까지. 시험보다 혁신에 가까운 이 도전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우려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 기우였다. 학생들은 그 우려를 성과로 바꿔냈다. 학생들은 해외 유수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공동연구에 참여하거나 대통령과학장학금에 선정되고 대학원생들과 박사후과정이 주로 참여하는 각종 학술대회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하는 등 짧은 시간 안에 뚜렷한 성과를 만들어 냈다. 무엇보다 졸업생 35명 중 30명(약 86%)이 다시 자대 대학원을 선택해 석·박사 과정에서 연구를 이어 가기로 한 결정은 상징적이다. 이는 단순한 진학률을 넘어 대학의 연구 역량과 교육 시스템에 대한 신뢰의 표현이다. 이들은 에너지 인공지능(AI), 에너지 신소재, 차세대 그리드, 수소에너지, 환경·기후 기술, 원자핵 에너지 등 6개 핵심 분야에서 대한민국 에너지 미래를 설계하게 된다. 이 모든 성과는 학생 개인의 노력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트리플 어드바이징’ 체계를 통해 학생 한 명 한 명의 학업과 연구, 진로 설계를 밀착 지도한 교수진의 헌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교육과 연구 기반을 안정적으로 구축해 온 직원의 노력, 무엇보다 1기라는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자녀를 맡긴 학부모들의 믿음이 오늘의 결실을 가능하게 했다. 한국에너지공대는 구성원 모두의 동심협력으로 성장해 왔다. 개교 이후 대학은 교육 성과를 넘어 국가 에너지 미래와 직결된 연구 기반도 빠르게 확충해 왔다. 차세대 전력망을 선도할 K그리드 인재·창업밸리 조성, 인공태양 연구 기반 구축 등은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환의 핵심 축이다. 우리는 정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한국에너지공대의 사명은 분명해졌다. 연구 성과가 산업과 창업으로 이어지는 혁신 생태계를 완성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특화 연구·창업 중심 대학으로 도약해야 한다. ‘2050년 글로벌 톱10 공과대학’이라는 목표 역시 선언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오늘 졸업하는 학생들처럼 구체적 성과로 증명해 나갈 것이다. 허허벌판에서 시작된 도전이 오늘 첫 결실을 맺는다. 그러나 한국에너지공대의 시간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불확실성을 기회로 바꾸며 새로운 길을 선택한 첫 졸업생들의 발걸음은 대학의 역사와 정체성을 규정하는 출발점이 됐다. 이들이 축적해 온 문제의식과 연구 역량은 곧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의 현장에서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에너지공대 역시 그 책임을 함께 짊어지고 국가 에너지 미래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 박진호 한국에너지공과대 총장 직무대행
  • 붉은 달 아래 달집태우기·쥐불놀이… 전국서 정월대보름 축제

    붉은 달 아래 달집태우기·쥐불놀이… 전국서 정월대보름 축제

    올해 첫 보름달이 뜨는 3월 3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올해 대보름에는 36년 만의 개기월식이 겹치며 ‘붉은 달’이 뜰 전망이다. 이번 개기월식은 전국에서 관측할 수 있다. 경북 청도군은 새달 3일 청도천 둔치에서 ‘2026 정월대보름민속한마당’을 개최한다고 26일 밝혔다. 올해 행사에서는 높이 20m, 폭 10m의 전국 최대 규모로 제작된 달집태우기와 격년제로 시행되는 9개 읍·면 풍물 경연대회가 열린다. 또 소원문 쓰기, 민속놀이 체험, 세시음식 나누기, 농특산물 판매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펼쳐진다. 경북 예천군도 이날 한천체육공원에서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행사’를 개최한다. 행사는 다리밟기와 기원제를 시작으로 달집태우기 순으로 진행된다. 군은 소원지 쓰기, 부럼 깨기 등 세시풍속을 체험하는 행사도 함께 마련해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전남 순천시도 같은 날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주암면 ‘구산용수제’와 월등면 ‘송천 달집태우기’ 공개행사를 진행한다. 경북 포항시는 유강과 형산강 등 6곳에서 달집태우기 행사를 동시 개최한다. 강원 삼척시는 27일부터 3월 1일까지 사흘간 시내 전역에서 ‘정월대보름제’를 펼친다. 1973년 시작한 삼척 정월대보름제는 전국 최대 규모의 대보름 관련 행사로 풍년·풍어를 기원하는 민속놀이 기(게)줄다리기(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가 백미다. 대보름 당일에는 제례 행사만 연다. 한발 앞서 행사를 여는 곳도 있다. 충남 청양에서는 대보름 전날인 3월 2일 400년 역사의 ‘청양정산동화제’를 개최한다. 2월 28일 경기 수원 화성행궁 광장에서는 수원문화원이 주최하는 ‘대보름 민속놀이 한마당’이 열린다. 길놀이, 지신밟기와 윷놀이, 굴렁쇠 굴리기, 투호, 떡메치기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같은 날 전북 임실군에서는 ‘제45회 필봉정월대보름굿’이 개최된다. 임실필봉농악을 통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국가무형유산인 우리 농악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불을 사용하는 세시풍속이 있고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화재와 안전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서울 “정비사업 8.5만 가구 3년 내 착공”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주택 8만 5000가구를 2028년까지 조기 착공하도록 지원한다. 이는 당초 목표한 7만 9000가구보다 6000가구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정비사업으로 인해 멸실되는 가구 수도 함께 늘어 서울의 주택 공급 가뭄은 더 심화될 전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6일 서울시청에서 ‘8만 5000가구 신속 착공 발표회’를 열고 3년 안에 착공이 가능한 ‘핵심공급 전략사업’ 85개 구역(8만 5000가구) 명단과 착공 일정을 발표했다. 완공 시 총 1만 6000가구가 순증된다. 시는 2031년까지 31만 가구를 착공하는 로드맵을 달성하기 위해 최근 5개월간 253개 구역의 공정표를 전수 점검했다. 그중 62개 구역은 최대 1년 착공 시기를 앞당기면서 3년 안에 6000가구를 추가 공급할 수 있다. 노원구 상계2구역(2200가구), 관악구 봉천14구역(1500가구), 동작구 노량진3구역(1012가구) 등 8개 구역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시는 ‘신속통합기획 2.0’ 외에도 ‘신속착공 6종 패키지’를 적용할 계획이다. 전자총회 비용 지원, 해체계획서 작성 시 전문가 자문 지원 등으로 각각 1개월씩 사업 기간이 단축될 전망이다. 이주·해체·착공별 기한을 공사표준계약서에 명시하는 등 사업 지연을 방지하기 위한 보완책도 마련했다. 시는 도시정비법에 근거해 올해 500억원 규모의 주택진흥기금을 편성하고 이주비 지원도 진행한다. 시는 다음 달 접수를 시작해 4월 중 심사를 거쳐 5월 중 3개 단지에 이주비 융자를 지원할 예정이다. 시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도 3년간 풀어달라고 건의했다.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받는 사업장은 기존 42곳에서 159곳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문제는 정비 사업 속도가 빨라지면서 서울의 주택 공급 가뭄이 더 심화된다는 점이다. 올해 서울의 입주 물량은 아파트 2만 7000가구, 비아파트 8000가구로 총 3만 5000가구다. 그런데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한 멸실 주택이 2만 1000가구 발생해 실제 늘어나는 주택 수는 1만 4000가구로 줄어든다. 특히 2027년에는 입주 가구와 멸실 가구 차이가 3000가구에 그친다. 오 시장은 “서울시는 불분명한 공급 계획이 아니라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공급 대책을 추진하겠다”며 정부에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 ‘불’ 잉태되는 지상낙원… 세계 여행자들의 본향

    ‘불’ 잉태되는 지상낙원… 세계 여행자들의 본향

    푸른 바다 깊은 곳 ‘마그마’ 펄펄8개 섬으로 이뤄진 600㎞ 군도빅아일랜드 등 화산 활동 활발분화 격렬해지면 관광객도 몰려킬라우에아 일대 화산 국립공원할레마우마우 분화구 지름만 1㎞수증기 분출되는 ‘스팀 벤트’ 눈길‘쿠아베이’ 다양한 바다 빛깔 절경한 여행가한테 들은 이야기다. 세상 곳곳을 다녀 본 이들이 마지막에 다시 찾는 곳이 하와이라고 한다. 하와이를 각별하게 아끼는 이들의 상찬만은 아닌 듯하다. 여행자의 본향이라 할까. 태초의 아름다움과 길들일 수 없는 원시의 공포가 함께 있다. 서울신문 렛츠고의 이번 여정은 하와이다. 가장 어린 하와이섬(빅아일랜드)부터, 청소년기에 해당되는 마우이섬과 장년기에 해당되는 오아후섬을 2회에 걸쳐 전한다. 가장 늙었으되 그만큼의 장엄한 풍경을 갈무리한 카우아이섬은, 아쉽지만 ‘버킷리스트’로 남긴다. 미국 하와이 하면 ‘라떼 시절’엔 단연 신혼여행지였다. 당시 신혼여행을 떠난 이들이 대부분 머문 곳은 하와이 주도 오아후섬이다. 저 유명한 와이키키 해변이 있는 곳.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지, 경남 창녕군 ‘부곡 하와이’ 온천이나 충북 충주시 ‘수안보 와이키키’ 온천 같은 여행지가 들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와이키키의 명성이 높았던 만큼, 이웃 섬의 아름다움은 완벽하게 가려져 있었다. 하와이가 가진 아름다움의 ‘8할’이 이웃 섬에 있는 데도 그랬다. 이제 우리 국적기가 이웃 섬까지 운항하는 세상이다.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접근성이 좋아졌고, 그만큼 이웃 섬을 찾는 이들도 늘었다.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하와이는 용암이 빚은 군도(群島)다. 가장 동쪽의 하와이섬(빅 아일랜드)부터 북서쪽 쿠레환초까지 약 3300㎞에 걸쳐 있다. 이를 ‘열점사슬’이라 부른다. 일반적으로는 해수면 위로 솟은 빅아일랜드, 마우이섬, 오하우섬 등 8개 섬으로 이뤄진 약 600㎞의 군도를 ‘하와이’란 이름으로 부른다. 먼저 하와이를 빚은 용암의 실체를 알고 가자. 그래야 좀 더 넓은 시선으로 하와이를 만날 수 있다. ‘한 권으로 떠나는 세계 지형 탐사’(이우평 지음, 푸른숲)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열점사슬은 하나의 선을 이루는 해저화산군을 말한다. 우리가 볼 수 없는 하와이의 푸른 바다 깊은 곳엔 열점(Hawaiian hot spot)이 있다. 마그마가 생성되는 곳이다. 열점 위는 지각이다. 지구과학의 ‘판구조론’에서 들어본 ‘태평양판’이 바로 여기다. 태평양판은 1년에 5㎝ 정도 이동한다. 열점은 고정돼 있는데, 위의 지각만 이동하니 수십, 수백만년의 시간이 흐른 뒤엔 하나의 사슬처럼 해수면 위로 섬만 남게 된다. 이렇게 생긴 열점사슬이 하와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열점사슬을 이미 알고 있다. 울릉도와 독도다. 울릉도와 독도 사이 바다엔 하와이 같은 해산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열점화산이 만들었다는 건 하와이와 다를 것 없다. 독도가 460만년 전에 생겼으니 하와이 ‘최고참’ 카우아이(카우아이 역사학회 기준 500만년 전)에 견줘 동생뻘쯤 되겠다. 화산섬 제주도 역시 하와이의 생성 과정과 일정 부분 비슷한 구석이 있다.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이 제주와 자매 결연을 맺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울릉도와 하와이의 차이는 화산 활동 유무다. 가장 먼저 방문한 빅 아일랜드는 40만~80만년 전에 생겼다. 흔히 ‘지구가 빚어지는 곳’이라 불린다. 현재도 지구상 가장 활발한 화산 황동을 벌이는 곳이 빅 아일랜드의 킬라우에아 화산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용암이 흐르며 아주 조금씩 섬이 확장되고 있다. 심지어 이를 두 눈으로 목격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하와이에 열광하는 아주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예부터 인간이 광적으로 좋아했던 구경거리가 불과 전쟁이었다. 자신의 생명이 위협받지 않는 전제에서라면 이보다 흥미진진한 게 없다. 아마 온갖 축제에서 불이 빠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터다. 하와이 용암이 딱 이 전제를 가진 태초의 불이다. 하와이 관광청 등의 각종 통계도 이를 증명한다. ‘격렬한 분화’가 생길 때마다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몰린다. 화산 하면 보통은 ‘폭발적 분화’를 떠올린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 빚어지는 재난으로 안타까워했던 경험 탓에 우리에게도 꽤 익숙한 단어다. 반면 하와이의 분화는 완만하다. 그래서 ‘하와이식 분화’로 구분한다. 아이슬란드의 분화는 이보다 더 순해 ‘아이슬란드식 분출’이라 불린다. 분화는 지각 아래 있는 마그마가 지표면을 뚫고 용암으로 분출하는 현상이다. 일본이나 고대 이탈리아 폼페이의 분화와, 하와이식 분화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용암의 점성이다. 과학의 무게를 덜어내고 알기 쉽게 표현하면 ‘분노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본은 알려졌듯 ‘불의 고리’(환태평양 조산대) 위에 있다. 일본의 용암은 거대한 네 개의 지각판이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이는 와중에 생긴다. 점성도 강하다. 그 싸움의 결과 엄청난 압력의 가스가 용암에 들어차게 된다. 이를 분노로 대치하면 알기 쉽다. 분노는 용암의 강한 점성에 갇혀 있다가 밖으로 나오는 순간 거침없이, 빠르게 퍼져나간다. 그 경로에 있는 모든 것들은 괴멸적인 피해를 피하기 어렵다. 하와이 바다 아래 용암은 상대적으로 분노가 덜하다. 그저 갇혀 있을 뿐이다. 점성도 약하고 진한 죽 정도로 묽다. 열점을 통해 지표면으로 솟은 용암은 꿀럭대며 아래로 흐른다. 모든 것을 태워 없애는 분노는 여전하지만, 빠르고 폭력적이지는 않다. 지구 행성에서 가장 활발한 화산 활동을 벌이면서도 인명을 해치는 일은 드문 이유다. 그 핵심이 킬라우에아 화산이다. 2018년에도 200년 만의 강력한 분화가 발생해 32㎢에 달하는 면적이 새로 만들어졌다. 킬라우에아를 포함한 이 일대를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이라 부른다. 그중 가장 접근하기 쉽고 대중적인 공간은 할레마우마우 분화구다. ‘불의 여신’ 펠레가 산다는 곳. 그래서 ‘펠레의 궁전’이다. 밤 풍경도 아주 인상적이다. 화구호 속 용암이 꿀렁대는 모습이 꼭 악마의 아가리에서 구불대는 핏빛 혀를 보는 듯하다. 지름 1㎞, 절벽 높이 85m의 할레마우마우 분화구 주변으로 ‘크레이터 림 트레일’이 조성돼 있다. 전체 길이는 17㎞. 걷기를 즐기는 주민과 달리 관광객은 대부분 차를 타고 돌아본다. 수증기가 간헐적으로 뿜어지는 ‘스팀 벤트’ 등 볼거리 주변마다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다만 분화 소식이 들릴 때면 트레일 주변 경치 좋은 곳은 어김없이 북새통이다. 용암이 나올 때만 모습을 드러내는 불가사의한 생명체 ‘용암 귀뚜라미’처럼 현지인들이 우르르 몰려나온다. ‘체인 오브 크레이터스 로드’는 킬라우에아에서 분출된 용암이 바다와 만나는 곳까지 이어진 도로다. 편도 30㎞ 정도다. 도로 주변에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전망대가 몇 개 마련돼 있다. 까슬거리는 용암대지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실제 용암이 흐르는 곳도 방문할 수는 있다. 다만 반드시 현지 전문가와 동행해야 한다. 가장 유명한 전망대는 ‘케아우호우’다. 하와이어로 ‘새로운 땅’이란 의미다. ‘케아우호우 트레일’을 따라 ‘푸우 로아 암각화’가 펼쳐져 있다. 1200~1450년경 아이를 낳은 원주민이 탯줄을 묻고, 자식의 무병장수를 비는 암각화를 그렸던 곳이다. 암각화가 2만 3000개가 넘는다. 주민들이 신성시하는 곳으로, 반드시 목재 데크 위에서 봐야 한다. 트레일이 끝나는 해안가엔 ‘홀레이 씨 아치’가 있다. 우리 식으로는 전형적인 코끼리 바위다. 이 역시 빅 아일랜드의 랜드마크 중 하나다. ‘체인 오브 크레이터스 로드’ 끝은 바다다. 주차장에서 용암이 바다로 떨어지는 곳까지 트레킹 길이 조성돼 있다. 편도 6㎞ 정도. 주변에 휴게소가 없어서 물과 먹거리, 트레킹 신발 등을 준비해야 한다. 여기는 해 질 무렵에 찾는 게 좋다. 사위가 붉게 물들 때 출발하면 어둑해졌을 때 용암이 떨어지는 곳에 닿을 수 있다. 어둠과 용암의 대비가 극명하다. 멀리서 보는 게 감질난다면 배로 가까이 다가가 볼 수도 있다. 보통 용암이 바다까지 흘러올 정도의 분화가 예상되는 때에만 유람선 관광 기회도 생긴다. 용암은 늘 분출되지만 다양한 이유로 바다까지 오지 못할 때가 많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2월 말 현재 유람선 관광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헬기 관광 프로그램도 있다. 다만 지갑이 홀쭉해질 건 각오해야 한다. 섬의 중심부엔 하와이 최고봉 마우나케아산(4207m)이 부드럽게 솟아 있다. 방패를 닮은 이른바 ‘순상화산체’로, 일본의 후지산처럼 폭발적 분화로 생긴 원뿔형의 성층화산과 대비된다. 완만한 산자락을 따라 도로가 나 있어 차로 쉽게 오를 수 있다. 하와이 원주민들에게 마우나케아산 정상은 우주가 시작된 성지다. 대지의 신 파파하나모우쿠와 하늘의 신 와케아가 사랑을 나눠 우주를 만들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남반구의 칠레와 더불어 세계 최대로 꼽히는 천문대가 들어서 있다. 다만 고산병의 위험이 상존하는 데다, 새 망원경 설치 등으로 원주민과 마찰을 빚고 있는 만큼, 마우나케아보다는 이웃 섬 마우이의 할레아칼라에서 일출과 별 관측을 체험하길 권한다. 이제 빅 아일랜드의 해변 이야기다. 수많은 ‘엽서 사진’들이 모방하려 애쓰는 원초적 풍경의 해변이 많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케카하 카이 주립공원 마니오 왈리(쿠아 베이) 해변이다. 다양한 빛깔의 바다와 섬세한 모래 해변이 펼쳐져 있다. 푸날루우 블랙 샌드 비치는 이름처럼 새까만 모래가 일품이다. ■여행수첩 -하와이 화산국립공원, 미국 지질조사국(USGS) 등의 누리집 활용도가 높다. USGS 웹캠 등으로 분화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USGS에선 ‘분화 예보 이메일 서비스’도 제공한다. -킬라우에아 방문자 센터(KVC)는 수리 후 올해 말 재개장 예정이다. 핵심 기능은 킬라우에아 군사 캠프(KMC)에서 운영 중이다. 재거 박물관, 각종 전망대 등 관광 시설은 모두 정상 운영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11개 미국 국립공원 입장료가 올랐으나 하와이는 아직 오르지 않았다. 다만 화산국립공원 등에서 1인당 30달러의 입장료를 받는다. 이웃 섬 여러 곳을 돌아볼 계획이라면 하와이의 3개 국립공원을 1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패스(55달러)를 사는 게 효율적이다. 아울러 빅 아일랜드 관광지와 주차장 대부분이 유료화됐다. 카드만 받는 무인 발권 형식이다. -빅아일랜드의 마우나 케아(4207m), 마우나 로아(4170m)와 마우이섬의 할레아칼라(3055m)는 높이가 고산병 기준(2500m)을 초과한다.
  • 美 이란 공습 가능성 커지는데…전쟁 승패 좌우할 변수는 [밀리터리+]

    美 이란 공습 가능성 커지는데…전쟁 승패 좌우할 변수는 [밀리터리+]

    미국이 중동에 대규모 전력을 집결시키면서 이란과의 충돌 가능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실제 공습이 시작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군사 전문 매체 워존(TWZ)은 26일(현지시간)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대규모 공중전을 벌일 경우 핵시설 파괴부터 정권 붕괴까지 여러 목표가 거론되지만 작전 목적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이번 작전이 20년 만에 최대 규모 초기 군사작전이 될 수 있지만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공군력만으로 이란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쉽지 않다. 핵시설만 제한적으로 타격할 경우 효과가 제한될 수 있고 군사력과 방산 기반까지 동시에 파괴하려면 장기 공중전이 필요하다. 정권 교체 시나리오는 더 큰 위험을 동반한다. 이란 최고지도자와 지도부 축출 이후 권력 공백이 발생하면 내전이나 혁명수비대(IRGC)의 권력 장악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상군 투입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서 공군력만으로 체제 변화를 유도하는 전략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 이스라엘 참여가 승패 좌우할 변수 워존은 미국이 대이란 공습에 나설 경우 이스라엘의 대규모 참여가 필수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전투기 수백 대와 특수 탄약, 정보 자산을 제공할 수 있으며 미군 공중급유 지원이 결합하면 타격 효율이 크게 높아진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이란 내부 침투 능력도 중요한 변수다. 과거 이스라엘은 이란 방공망을 공격할 때 지상 요원이 자폭 드론과 유도무기를 활용해 방공시설을 직접 타격했다. 워존은 유사한 작전이 다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핵시설이나 지하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특수부대를 투입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 미사일 수천 발…이란 보복 능력 건재 워존은 이란의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자폭 드론 전력을 가장 큰 위협으로 지목했다. 특히 걸프 지역 미군 기지를 겨냥한 단거리 미사일은 상당수가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 무기는 트럭에 탑재해 분산 배치할 수 있어 탐지와 파괴가 어렵다. 발사 후 즉시 이동하는 전술도 가능하다. 워존은 예멘 후티 반군의 제한된 무기조차 장기간 추적하기 어려웠다며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 전력을 공중전만으로 제거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수천 발 규모의 미사일과 드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전력은 걸프 지역 미군 기지와 동맹국 시설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항공모함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란은 장거리 대함미사일과 드론, 컨테이너형 발사체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해상 공격 능력을 발전시켜 왔다. 전쟁이 확대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도 있다. ◆ 방공망 소모전·확전 위험도 변수 워존은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이스라엘 방공망이 큰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충돌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패트리엇, 사드(THAAD), SM-3 요격미사일을 대량 사용했다. 이들 요격미사일은 생산에 수년이 걸리는 고가 무기다. 장기전이 이어지면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미국은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작전으로 상당한 탄약을 소모한 상태다. 워존은 이란과의 전쟁이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중국과의 충돌 가능성에 대비한 전력 유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특히 이번 위기에서 가장 큰 의문으로 왜 지금 전쟁을 선택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협상이 실패할 경우 미국이 대규모 공중전이라는 선택지를 실제로 실행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광주 군공항 이전’ 무안군민 설명회 무산

    ‘광주 군공항 이전’ 무안군민 설명회 무산

    광주 군공항 무안 이전을 위해 국방부가2월 중개최할 예정이던 전남 무안군민 대상 설명회가 결국 무산됐다. 정부와 광주시가 군공항 예비후보지에 지원하기로 한 사업비 1조원의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무안군이 설명회를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이 적극 나서 속도를 내던 광주 군공항 무안 이전이 또다시 장기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전남도·무안군 등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대통령실은 광주 군공항 무안 이전 6자 협의체(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국방부·광주시·전남도·무안군)가 참여하는 실무단 첫 협의를 진행한 결과 이전의 법적 절차인 국방부의 ‘예비 이전 후보지 지정’에 앞서 무안군민 대상설명회를 열기로합의했다. 이어 국방부·광주시·전남도·무안군으로 구성된 4자 실무협의체가 이달 23~24일 중 설명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지만 개최 시점을 확정하지 못했다. 애초 6자 협의체는 이달 말까지 설명회에 이어 예비 이전 후보지 선정까지 마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군민 대상 설명회가 지연되면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무안군 관계자는 “현재 광주시와 정부가 제시한 자료에는 1조원 지원 방식이 명확하지 않다”며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한 지원안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설명회를 개최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실무 협의에서 시 지원안에 대한 무안군의 의견과 보완 요구가 있었고 모두 반영해 제공했다”며 “일정을 재협의하고 이전 절차도 착실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 노후 아파트 ‘판박이 화재’…절반이 스프링클러 없어

    노후 아파트 ‘판박이 화재’…절반이 스프링클러 없어

    의대 진학을 꿈꾸며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로 이사 온 10대 여학생이 화재로 숨지면서 노후 아파트의 안전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스프링클러 부재로 초기 대응이 늦어지며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이에 전문가들은 화재경보기 확충 등과 함께 자동확산 소화기 도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25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전국 아파트 4만 9810단지 중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곳은 2만 4401단지(49.0%)에 달했다. 아파트 두 곳 중 한 곳은 불이 나면 소방대 출동에 의존해야 해 초기 진화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의미다. 지역별로는 제주가 807단지 중 698단지(86.5%)로 미설치율이 가장 높았다. 아파트가 가장 많은 서울은 1만 6763단지 가운데 3897단지(23.2%)가 스프링클러를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소방시설법은 6층 이상 건물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1992년16층 이상 아파트에 처음 적용된 뒤 2005년 11층 이상, 2018년 6층 이상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그러나 법 개정 이전에 준공된 아파트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아 제도적 공백이 남아 있다. 노후 단지의 화재 피해는 되풀이되고 있다. 전날 은마아파트를 비롯해 지난해 8월 서울 마포구 아파트 화재(2명 사망·13명 부상), 대구 아파트 화재(3명 사망·3명 부상), 같은 해 7월 경기 광명시 아파트 화재(7명 사망·60여명 부상) 등 인명 피해가 컸던 사례 대부분이 스프링클러 미설치 단지에서 발생했다. 구축 아파트 주민들은 “개인 소화기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전면적인 스프링클러 설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적 제약이 크다. 배관 신설과 펌프실 확보 등 대규모 공사가 필요해 25평 기준 설치비가 500만원대에 달한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화재경보기와 소화전 확충과 함께 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정기 점검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은마아파트 화재 당시 복도 소화전과 화재경보기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대안으로 ‘자동확산 소화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자동으로 소화 약제를 뿌려주는 장치다. 설치비는 10만~13만원 수준으로 스프링클러보다 크게 낮다. 경찰은 은마아파트 화재와 관련해 합선이나 누전 등 전기적 요인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불은 주방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까지 방화 등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전날 소방 당국과 현장 감식을 마치고 조명기구 등 전기 설비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감식을 의뢰했다.
  • 말하는 대로… ‘6000P 시대’

    말하는 대로… ‘6000P 시대’

    5000P 달성 한 달 만에 신고가美 관세 압박에도 가속도 붙어李 “돈 흐름 부동산서 주식으로”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6000선을 넘어섰다. ‘오천피’(코스피 5000) 달성 후 약 한 달 만에 세운 대기록이다. 2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14.22포인트(1.91%) 오른 6083.86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지수는 개장과 동시에 6000선을 돌파하며 상승폭을 빠르게 확대했다. 한때 2.93% 오른 6144.71까지 급등하며 하루 만에 6000선과 6100선을 차례로 돌파했다. 1980년 1월 4일 100으로 시작한 코스피는 1989년 1000선, 2021년 3000선을 넘어선 뒤 한동안 박스권에서 등락했다. 그러다 지난해 하반기 이재명 정부가 ‘오천피’를 정부 추진 과제로 내세우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 10월 27일 종가 4000선을 돌파하고 3개월 만인 지난 1월 27일 5000선에 올랐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발 관세 불확실성에도 상승 속도가 오히려 빨라졌다. 이런 상승세는세계 주요 증시 지수와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하는 국가대표지수 40개 가운데 코스피와 코스닥 연초 대비 상승률이 각각44.4%, 25.9%로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이어 튀르키예(24.8%), 대만(22.3%), 브라질(18.9%) 등 순이었다.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한 기관 순매수세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11조 7465억원, 3266억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동안 기관이 10조원 넘게 사들이며 대부분을 회수했다. 이 기간 기관 순매수 1·2위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최근 생산적 금융으로 부동산에서 돈이 흘러서 주식시장으로 가는 현상은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고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이 전했다.
  • ‘1년 안에 자사주 소각’… 3차례 상법개정 완료

    ‘1년 안에 자사주 소각’… 3차례 상법개정 완료

    기업의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3차 상법 개정안이 25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내걸고 이재명 정부 출범 때부터 강력 추진했던 3차례 상법 개정은 일단락됐다. 민주당은 곧장 사법개혁 3법 중 하나인 법왜곡죄법(형법 개정안)을 본회의 직전 일부 수정해 본회의에 올렸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서면서 법왜곡죄는 26일 표결 처리될 예정이다.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은 재석 176명 중 찬성 175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 개정안은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1년 이내 소각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기존 자사주에 대해선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둬 1년 6개월 내 소각하도록 했다. 다만 임직원 보상·우리사주 제도 실시 등 사유가 인정되면 해마다 주주총회에 처분계획을 내고 승인받을 수 있는 예외를 허용했다. 외국인 투자 지분이 제한돼 있는 기업에 대해서도 자사주를 3년 내 원칙적으로 처분하게 했다. 지난해 7월과 8월 국회를 통과한 1·2차 상법 개정안이 이사회 책임 강화에 집중돼 있다면 3차 상법 개정안은 지배구조 선진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민주당 K자본시장 특위 위원장이자 법안을 대표 발의한 오기형 의원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자사주 제도 개혁 등 제도 변화가 시장의 정직한 관행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이나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 장치 검토가 우선이란 입장이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중소·벤처기업은 창업자 지분이 낮은 경우가 많은데 자본금 감소와 신용도 하락 등 연쇄적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했다. 상법 개정 처리 후 곧바로 법왜곡죄법이 상정됐다. 이 법안은 판사·검사 등이 타인에게 위법·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재판·수사 중인 사건에 관해 법을 왜곡하면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한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구성 요건의 불명확성으로 위헌 논란이 제기되자 민주당은 본회의 전 의원총회를 열고 1시간가량 수정 여부를 논의했다.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자 한병도 원내대표는 거수 표결을 제안했다. 참석 의원 과반이 넘는 70여명이 수정에 찬성하면서 수정안이 당론으로 채택됐다. 정청래 대표는 “법제사법위원회 의견을 수용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세 차례 사과했다고 한다. 수정안은 적용 대상을 기존 법사위 안에 있던 ‘법관, 검사 또는 범죄 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에서 ‘형사 사건의 재판에 관여하는 법관, 공소를 제기하거나 유지하는 검사’로 축소했다. 형사 사건 외 민사·행정·가사 사건 등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거한 것이다. 또 법왜곡 행위와 관련해 조문을 구체화하고 ‘법령 해석의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이뤄진 재량적 판단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예외 규정(제123조의 2 1호 후단)을 추가했다. 법의 자의적 적용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다. 법사위 안의 ‘논리나 경험칙에 현저히 반해 사실을 인정한 경우’(3호 후단)도 빠졌다. 그러나 ‘원안 유지’를 고수한 당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반발이 계속됐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법왜곡죄를 형사 재판에 한정해 적용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고, 법사위 여당 간사 김용민 의원은 “형사 재판만 처벌하면 판사들이 형사 재판부로 아무도 가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재수정을 요구했다. 이 법안에는 간첩죄 적용 대상을 기존 ‘적국’에서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적국으로 규정되는 북한뿐 아니라 우방을 포함한 외국으로의 국가기밀·국가 첨단기술 유출 행위를 간첩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된다. 국민의힘은 법왜곡죄를 ‘법관 겁박죄’로 규정하고 “입법 독재 폭주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며 필리버스터로 대응했다. 민주당은 26일 법왜곡죄를 처리한 뒤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과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나머지 사법개혁 법안도 차례로 처리할 방침이다.
  • “코스피 6000 상승 여력 충분… 중복상장은 원칙적 금지 검토”

    “코스피 6000 상승 여력 충분… 중복상장은 원칙적 금지 검토”

    LS 에식스 중복상장 논란 계기로‘시장 선진화’ 새로운 기준 마련 중불공정 온상 좀비기업 퇴출 강화12시간 거래는 올해 6월 말 목표 코스피 지수가 ‘꿈의 지수’ 6000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지수 상승의 열기 이면에는 자본시장 신뢰를 흔드는 구조적 과제가 남아 있다. 최근 LS그룹의 에식스솔루션즈 상장을 둘러싼 ‘중복상장’ 논란이 대표적이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해 기존 주주가치가 희석되는 구조를 둘러싸고 시장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은보 한국거래소(KRX) 이사장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중복상장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지난 19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집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선진 자본시장을 지향한다는 측면에서 인수합병(M&A)이나 신설법인을 통한 중복상장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좀비기업 퇴출 강화와 함께 중복상장 문제를 시장 신뢰 회복의 핵심 과제로 꼽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코스피가 6000을 향해 가고 있는데, 시장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해달라.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 노력, 그리고 정부의 상법 개정 노력이 시장의 신뢰를 얻은 결과라고 본다. 앞으로 6000을 넘어서는 동력은 우리 주력 산업인 반도체, 조선, 바이오 등의 실질적인 국제 경쟁력 회복에서 나올 것이다. 인공지능(AI) 산업에서 거품론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한국은 ‘피지컬 AI’, 즉 제조와 접목된 AI 분야에서 강점이 있어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 -LS그룹의 에식스솔루션즈 중복상장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과거 물적분할 후 재상장 문제는 제도를 정비해 거의 사라졌지만, 이번 건은 M&A나 신설 법인을 통한 상장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이슈다. 명확한 기준이 없었으나, 이번 사례를 계기로 기준을 마련 중이다. 선진 자본시장을 지향하기 위해 M&A나 신설 법인의 경우에도 모회사와 자회사가 중복 상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일본도 중복 상장 비율을 3~4%대로 낮췄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 -부실기업, 좀비기업에 대한 정리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나. “한국은 경제 규모(GDP) 대비 상장사 수가 미국보다 훨씬 많다. 이는 시장의 건전성을 해치는 요인이다. 좀비기업은 불공정 거래의 온상이 되므로 신속히 퇴출시켜야 한다. 지난해부터 퇴출 요건(시가총액, 매출액 등)을 대폭 강화했다. 2028년까지 약 230개사가 추가로 정리될 것으로 예상한다.” -거래시간 연장 방안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글로벌 거래소들은 이미 24시간 거래 체제를 준비하고 있고, 국내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도 12시간 거래를 시작했다. 우리도 우선 올해 6월 말을 목표로 12시간 거래 체제를 도입하고자 협의 중이다. 다만 증권사 직원들의 노무 부담 우려가 있어 연장된 시간에는 지점 주문을 받지 않고 모바일(MTS)이나 홈트레이딩(HTS) 등 온라인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 [이광호의 어찌보면] 계엄의 밤들을 지나서

    [이광호의 어찌보면] 계엄의 밤들을 지나서

    ‘86세대’는 생애를 통해 적어도 세 번의 계엄을 통과했다. 유년 시절에는 박정희 유신 시대의 계엄령들이 있었다. 집에 찾아온 대학생 어른들의 낮은 수군거림과 불안한 목소리의 톤으로만 간신히 기억할 수 있는 한 시대의 소음은 청각적인 기억에 가깝다. 또렷한 계엄의 이미지를 새기게 해 준 것은 1979·1980년의 계엄이다. 재래식 고등학교 교복을 입는 마지막 세대로서 숨 막히는 시절이 지나가고 있었다. 십대의 모호한 불안과 이름을 알 수 없는 갈증은 어떤 출구도 찾지 못했고, 불투명한 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1979년 10월의 광화문 거리에서 대통령의 죽음을 슬퍼하는 군중들 사이로 교복을 입은 학생이라면 당연히 애도를 표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을 느꼈다. 그때 광화문에서 느꼈던 날카로운 공기의 감각을 완전하게 떠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학에 입학하고 그동안의 제도권 교육의 모든 지식이 허위인 것처럼 여겨질 때, 청소년기 계엄의 기억은 무거운 부끄러움으로 돌아왔다. 제도권 교육의 언어와 매스컴의 정보들 바깥에 엄청난 세계가 있었다. 무지에 대한 치욕감과 자기혐오가 비장함의 정동(精動)을 만들었다. 1987년 6월, 서울 명동 미도파백화점 앞을 가득 메운 엄청난 인파 속에서 한 시대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것은 자연스러웠다. ‘계엄’이라는 단어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정착된 나라에서는 역사적 유물처럼 보였다. 계엄의 핵심이 ‘언어’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면, 황동규의 시 ‘계엄령 속의 눈’에 나오는 문장들, “아아 병든 말(言)이다/발바닥이 식었다/단순한 남자가 되려고 결심한다”처럼, ‘병든 말’의 시대는 이제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2024년 12월 3일 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텔레비전에 등장해 내뱉은 말들은 너무나 시대착오적이어서 초현실적이었다. ‘종북 반국가 세력 척결’ 같은 낡고 녹슨 언어들이 잊고 있던 계엄의 밤들을 소환하며 ‘농담처럼’ 다시 찾아왔다. 이 장면들이 21세기에 재등장했다는 사실, 그리고 포고령 언어들의 폭력성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어처구니없는 사실이 놀라웠다. 농담 같은 계엄은 ‘5시간’ 만에 끝났지만, 이 기이한 농담을 끝낸 것은 진부한 언어의 발설자가 아니라 일상을 파괴하는 조작된 ‘예외 상태’를 용납하지 않은 시민들, 주권자들이었다. 그 계엄의 밤 바로 다음 아침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떠나기로 예정된 날이었다. 주최 측에서 공지한 노벨상 시상식 참석자들의 표준 옷차림은 연미복이었다. 수상자와 왕족이 아닌 일반 참석자들까지 모두 연미복을 입어야 한다는 보수적 규정에 대한 어설픈 반감 때문에 준비를 미루다가, 출국일이 임박해서 간신히 연미복을 대여해 급하게 트렁크를 싸고 있던 그런 개인적인 밤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밤은 이 모든 개인들의 사소한 순간들에 공동체적 의미를 새겨 넣어 주었다. 계엄 포고령에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믿을 수 없는 조항이 있었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문학의 위상이 극적으로 드러나는 행사를 앞두고 이런 조치를 할 수 있는 것은 망상적 인지부조화에 가깝다. 국회와 시민들이 계엄을 무력화시킨 그날 아침, 내가 속한 출판 단체(한국출판인회의) 명의의 계엄 규탄 성명을 서둘러 발표하고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계엄이 내려졌던 나라의 땅에서 육중한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의 기이한 착잡함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계엄이라는 ‘예외 상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정치적 역설이다. 조르조 아감벤이 말한 것처럼, 법질서를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법질서 자체를 정지시키는 기이한 역설이 계엄이라는 예외 상태다. 스스로를 보존하기 위해 법 바깥의 폭력이 동원되는 것은 법이 그 정당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다. ‘정상’과 ‘예외’를 판단할 수 있는 힘은 독선적인 권력자에게서 나와서는 안 된다. 예외 상태를 결정하는 것은 특정 권력이 독단적인 의지여서는 안 되며, 그것은 권력의 공백이어야 한다. 불법 계엄을 종식하려는 시민들의 싸움은 86세대가 경험한 무거운 비장함과는 달랐다. 최루탄 연기 자욱한 시야에서 손에 움켜쥔 돌의 광물적 두려움을 감당할 필요는 없다. 다중적인 주체들과 시위의 퍼포먼스를 둘러싼 사회 문화적 몸짓들은 촛불 시위에서 이미 볼 수 있었다. 창의적이고 발랄한 투쟁에서 빛과 색을 바꾸는 응원봉은 저항의 리듬 자체를 변화시켰다. 촛불의 따뜻하고 아날로그적인 빛과는 달리 LED 응원봉은 다른 전자적인 유동성과 리듬을 가진다. 자신들이 누리는 문화적 레퍼토리와 집단적 표현 방식은 다른 정치적 신체와 언어를 생성한다. 정치와 취향, 놀이와 저항의 경계를 허무는 퍼포먼스는 새로운 시민성의 탄생을 보여 준다. 혁명은 거대한 명분과 이야기와 정치인들의 입에서 실현되지 않는다. 저 다른 언어들, 몸짓들, 스타일들, 리듬들, 그리고 ‘그냥 익숙하게 살던 대로 사는 것’을 거절하는 것. 저 새로운 빛들의 리듬 앞에서 계엄의 밤들은 흩어져 버린다. 세대적 간격에 대한 질투가 아닌 척하면서, 나는 저 빛들의 잔광 속에서 눈을 한번 떠 본다.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
  • “노란봉투법에 고생… 합리적 단체교섭 지원”

    “노란봉투법에 고생… 합리적 단체교섭 지원”

    “퇴직 후 재고용·청년 일자리 조화기업 목소리 정책 반영 노력할 것” 손경식(87)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24일 재선임되면서 5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손 회장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정년 연장 등 현안에서 정부와 국회에 기업의 목소리를 충실히 전하고 상생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경총은 2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제57회 정기총회를 열고 회장단과 회원사 만장일치로 손 회장을 경총 회장으로 재선임했다. 2018년 첫 임기를 시작한 그는 이날 5번째 연임으로 2028년까지 10년간 경총을 이끌게 됐다. 손 회장은 CJ그룹 회장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손 회장은 개회사에서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이 본격화하고 기업에 부담이 되는 정책 논의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1% 성장에 머문 저성장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범경영계 차원의 공조를 더욱 강화하고 기업의 목소리가 정책에 균형 있게 반영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영계의 최대 현안은 다음 달 10일 시행 예정인 노란봉투법이다. 경영계는 하청 노동자의 원청 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법안 특성상 사용자 범위가 불명확해 현장 혼란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손 회장은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 시뮬레이션하면서 고용노동부와 의논하고 있는데 불명확한 점이 많아 고생하고 있다”며 “회원사의 합리적 단체교섭을 지원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여권에서 논의 중인 정년 연장과 관련해선 “퇴직 후 재고용과 같은 유연한 방식을 통해 청년 일자리와 조화를 이루는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규제 혁파와 세제 개선 건의, 근로 시간 유연화,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확산, 예방 중심의 산업안전 환경 등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총은 손 회장 취임 이후 노사 문제 중심 단체에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종합 경제단체로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미중 긴장 완화 땐 입지 흔들… 다카이치 ‘경제안보’로 한국과 협력[글로벌 인사이트]

    미중 긴장 완화 땐 입지 흔들… 다카이치 ‘경제안보’로 한국과 협력[글로벌 인사이트]

    日, 희토류 공급망 우방국 재편 등美 동맹 기반 영향력 확대 노리지만미중 개선 땐 韓 중요성 더 높아져‘다케시마의 날’ 각료 대신 차관 파견야스쿠니신사 참배 보류 검토 등한국과의 마찰 관리 움직임 보여“양국 경색될 우경화는 자제할 것”장기 집권 기반을 확보한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이 ‘경제안보 외교’를 전면화하며 존재감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미중 경쟁이 관리 국면으로 들어갈 경우 일본의 전략적 가치가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는 한계도 동시에 드러난다. ‘1강 체제’를 구축한 다카이치 총리의 외교 구상이 향후 어디까지 작동할지 시험대에 올랐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0일 시정방침 연설에서 미일 동맹을 “외교·안보 정책의 기축”으로 규정하고 가치와 원칙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제시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을 “전략적으로 진화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이번 구상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경제안보’다. 24일 이케하타 슈헤이 아오야마가쿠인대 지구사회공생학부(국제관계학) 교수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일본 외교가 가치·원칙 중심에서 경제안보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다카이치 내각은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을 우방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인공지능 등 전략기술 공동 개발을 확대하며 미일 동맹을 기반으로 아세안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확대 추진도 포함됐다. 아베 시기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규범과 질서를 제시하는 구상이었다면 환경은 달라졌다. 미중 경쟁의 무대가 군사·이념에서 기술·공급망으로 이동하면서 단순한 가치 연대만으로는 영향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군사력보다 소재·부품·투자 역량에 강점을 지닌 일본으로서는 규범 제시보다 경제 구조를 묶는 방식이 더 현실적인 수단이 됐다. 다만 이런 전환이 일본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첫 시험대는 다음 달 19일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이 될 전망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신뢰 관계를 더욱 굳건히 하고 안보·경제 등 전 분야에서 일미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이 추진하는 ‘경제안보 외교’가 실제로 동맹 내 역할 확대라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가늠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방위력 강화와 대미 투자를 묶어 ‘비용 부담’이 아닌 ‘역할 분담’ 구조를 만들려 한다. 공급망 투자는 중국 의존을 줄이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다만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대신 새로운 요구를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주도성을 갖춘 동맹으로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특히 미중 관계가 변수다. 이케하타 교수는 “미중 긴장이 완화되면 중국은 일본을 압박하고 한국을 끌어들이려 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 경우 일본의 외교적 중요성은 낮아지고 한국의 중요성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중 경쟁이 완화될수록 일본이 내세운 역할론의 설득력은 약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이 전략적 가치를 유지하려면 긴장 관리 국면에서도 기여할 수 있는 별도의 외교 자산이 필요해진다. 이런 맥락에서 한일 협력이 핵심 카드로 부각된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중국이 한국을 외교적으로 끌어들이려는 상황에서 일본 입장에선 한일 관계 관리가 곧 지역 억지력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다카이치 총리는 시정연설에서도 “정상 간 신뢰를 바탕으로 솔직한 의견 교환을 통해 한일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케시마의 날’에 각료 대신 차관급 인사를 보내고 야스쿠니신사 참배 보류를 검토하는 등 마찰 관리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물론 현실적 제약도 분명하다. 한국은 역사 문제로 안보 협력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크고 일본 역시 ‘미국을 매개로 한 협력’ 인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전략적 필요성은 커졌지만 협력이 관리 수준에 머무를지 심화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중국과의 관계는 ‘긴장과 관리’가 병행되는 구조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다카이치 총리의 지난해 11월 ‘대만 유사시’ 발언 이후 중국은 여행 자제령과 희토류 카드로 대일 압박을 높여 왔다. 헌법 개정과 방위력 강화로 상징되는 ‘강한 일본’ 노선 역시 중국의 경계심을 자극하는 변수다. 총선 압승으로 추진력을 얻은 다카이치 정권의 안보 3문서 개정과 스파이방지법 추진 등 보수화 기조가 향후 아시아·태평양 지역 긴장을 얼마나 자극할지도 관건이다. 다만 일본 내부에서는 다카이치 개인의 이념 성향을 단순한 보수주의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포퓰리즘적 성격이 강하고 헌법 개정 역시 보수 지지층 등 정치적 기반을 고려한 발언 성격이 크다는 것이다. 이케하타 교수는 “현 전략 환경에서 한일 관계 중요성이 커졌다는 다카이치의 인식에는 중국·러시아·북한뿐 아니라 미국 변수까지 포함된다”며 “보수 색채는 강화되겠지만 한국을 직접 자극할 수준의 우경화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 스프링클러 없었던 은마아파트… 의대 꿈꾸며 이사 온 여고생 참변

    스프링클러 없었던 은마아파트… 의대 꿈꾸며 이사 온 여고생 참변

    ‘사교육의 메카’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의대 진학을 꿈꾸며 닷새 전 이사온 여학생이 화재로 인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지어진 지 47년 된 이 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24일 소방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20분쯤 아파트 8층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인력 143명과 장비 41대를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오전 6시 50분쯤 큰불을 잡았고, 7시 40분쯤 완전히 불길을 껐다. 화재 당시 주민 70여명이 긴급 대피했으며, 불길이 잡힌 뒤에야 대부분 집으로 돌아왔다. 이 화재로 집에 있던 17세 김모양이 목숨을 잃었고, 함께 있던 어머니(39)와 여동생(14)도 각각 화상을 입고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바로 위층에 거주하던 50대 여성도 연기를 흡입해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치료를 받았다. 사고 현장은 참혹했다. 불이 시작된 8층을 중심으로 시커먼 그을음이 위층 외벽까지 치솟으며 건물 상부를 통째로 검게 물들였다. 가구들은 뼈대만 남은 채 주저앉았고, 벽지는 고열에 녹아 흘러내리며 콘크리트 벽면을 그대로 드러냈다. 유리창은 산산이 부서졌고, 창틀은 열기로 오그라들었다. 해당 동 9층에 사는 40대 박모씨는 “새벽 6시쯤 ‘꺅’ 하는 비명이 여러 번 들려 창밖을 내다봤다”며 “곧이어 화재경보기가 울렸고, 창밖으로는 불길이 붉게 치솟고 있었다. 우리 집 베란다 쪽으로 번질까 봐 너무 무서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김양의 가족들은 새학기를 앞두고 지난 19일 이사 온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에 따르면 해당 세대는 3개월 동안 인테리어 공사를 마치고 지난주 입주했다. 같은 동 11층 주민 50대 김모씨는 “아이 학업에 대한 기대를 안고 이사를 왔을텐데 이런 비극이 닥쳐 너무 안타깝다”고 전했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스프링클러 설비 의무화 이전에 지어져 세대 내 스프링클러가 없다. 주민들은 연기감지기를 개별로 달거나 가정용 소화기를 비치하는 등 자구책에 의존해 왔다. 주민 노모(55)씨는 “세대 안에 스프링클러가 없어 불이 나면 외부에서 물을 끌어다 써야 한다”며 “건물이 오래돼 늘 불안했는데 결국 이런 일이 벌어져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방화 등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발화 지점과 경위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 굶주리는데 잔디부터…김정은 ‘비상식적 지시’에 북 주민들 절망 [핫이슈]

    굶주리는데 잔디부터…김정은 ‘비상식적 지시’에 북 주민들 절망 [핫이슈]

    북한 당국이 전국 공공기관과 공장·기업 용지에 잔디밭을 조성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식량난 속에서도 자투리땅에 곡식을 심어 버티던 주민들 사이에서는 “먹지도 못할 풀을 심으라니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미 의회 예산 지원을 받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2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당국이 전국 기관과 단위, 공장·기업 용지 외관에 잔디밭을 조성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지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대성 교양 자료’ 학습 과정에서 하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도당위원회가 배포한 자료에서 김 위원장이 2012년 9월 국가사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잔디 심기를 중요한 과제로 제시했다는 내용이 강조됐다고 전했다. 당국은 이를 근거로 잔디 조성을 전국적으로 일반화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지시는 단순한 권고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재배 방법까지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원수님의 시험포전 방식’이라며 김 위원장이 시험 재배 과정에서 사용한 방법을 적용해 땅을 30~40㎝ 깊이로 파낸 뒤 흙을 불에 구워 보드랍게 만들어 깔고 잔디를 심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 반응은 냉담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교양 학습에 참여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지금처럼 식량 사정이 어려운 시기에 잔디가 웬 말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 “곡식 심던 땅에 잔디라니”…현장 분위기 싸늘 북한 지방 공장과 기관에서는 이미 담장 아래나 구내 자투리땅까지 활용해 곡식을 심는 일이 일반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먹을거리를 마련하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소식통은 지난해 많은 공장과 기업이 구내 공지와 담장 주변에 콩과 옥수수, 감자를 심어 나눠 먹었다며 “곡식을 심어야 할 땅에 잔디를 심으라는 지시에 간부들조차 난감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평안북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도 모든 기관과 기업에 잔디밭 조성 지시가 내려졌다며 회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냉담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땅을 깊게 파는 것도, 흙을 구워 만드는 것도 배부를 때나 가능한 일”이라며 굶주린 사람들이 무슨 힘으로 그런 작업을 하겠느냐는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지방에서는 빈 공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대부분의 땅에 이미 곡식을 심고 있다고 설명했다. ◆ 데일리NK 재팬 편집장 “굶주린 현실 외면한 비상식적 지시” 이번 조치를 두고 전문가들은 북한의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RFA 인터뷰에서 김정은 집권 이후 정책이 즉흥적이고 독선적으로 추진되는 경향이 있다며 생활 실정과 맞지 않는 지시가 주민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포털 야후재팬에 게재된 데일리NK 재팬 칼럼에서 고영기 편집장은 이번 조치를 “굶주린 현실을 외면한 김정은의 비상식적인 지시”라고 평가했다. 고 편집장은 식량난 속에서도 주민들이 공장 부지와 담장 아래에 곡식을 심어 버텨 왔지만, 잔디 조성 지시는 이러한 최소한의 생계 기반마저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잔디 조성 지시는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김 위원장이 외국의 도시 경관을 북한에 적용하려는 시도와 관련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관련 기사 댓글에서도 “식량난 속에서 잔디를 심으라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지시”라는 반응이 이어지는 등 비판이 잇따랐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인민을 위한다면서 정작 먹을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주민들은 “굶주리는 처지를 얼마나 모르면 이런 지시를 내리겠느냐”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당국이 식량 문제보다 외관 정비에만 신경 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 주병기 “밀가루 가격 10% 이상 내려야”

    주병기 “밀가루 가격 10% 이상 내려야”

    정부가 사실상 고물가와 전면전을 선포한 가운데, 설탕과 밀가루에 이어 전분당(전분 및 당류) 업계도 선제적 가격 인하에 나섰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앞서 업계가 5% 가격을 내린 밀가루에 대해 10% 인하가 합당해 보인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CJ제일제당은 23일 “지난달 업소용 전분당 가격을 3~5% 인하한 데 이어, 일반 소비자용 전분당 제품의 가격을 최대 5% 내린다”고 밝혔다. 사조그룹 계열사인 사조CPK도 옥수수를 주원료로 하는 전분·물엿·과당 등 전분당 주요 품목의 가격을 3~5% 인하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대상도 지난 13일 청정원 올리고당 등 소비자용 제품 11종의 가격을 5% 인하한 데 이어 B2B 채널에서 전분당 가격 인하를 진행 중이다. 삼양사도 이달부터 최대 6% 수준의 가격 인하에 나섰다. 전분당은 과자·음료·소스 등 가공식품의 필수 원료여서 이들 ‘전분당 생산 4대 기업‘의 가격 인하가 식품 산업 전반의 물가 하방 압력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공정위는 현재 CJ제일제당, 사조CPK, 대상, 삼양사 등 전분당 4개사의 담합 의혹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달 초 “독과점 상황을 악용하는 문제를 국가 공권력을 총동원해 시정하라”고 지시하면서 공정위에 힘이 실렸다. 공정위는 지난 12일 담합 사실이 밝혀진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3개 설탕 제조·판매 사업자에 역대 두 번째로 높은 담합 과징금(총 4083억원)을 부과했다. 특히 밀가루의 경우, 대한제분 등 제분사들이 5% 가량 가격을 자발적으로 인하했지만, 공정위는 20년 만에 ‘가격 재결정 명령’ 카드를 검토하는 등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주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밀가루 가격 인하폭이 충분하지 않다는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원자재 가격이 하락해 어림짐작해서 한 10% 이상은 하락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밀가루 가격 인하에도 빵 가격은 그대로라는 취지의 질의에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도록 계속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설탕과 밀가루 가격이 하락하면 그와 관련된 식가공 업체에서 추가적인 가격 인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원재료비가 일부 내렸지만 인건비와 에너지비 등 고정비 비중이 커 가격 인하 여력은 크지 않다”면서도 “정부의 의지가 강력하니 일단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전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