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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복 ‘그 여름의 끝’, 미국서 출간…안톤 허 번역

    이성복 ‘그 여름의 끝’, 미국서 출간…안톤 허 번역

    이성복(74) 시인의 대표작 ‘그 여름의 끝’이 4일(현지시간) 미국 펭귄 랜덤하우스의 자회사 크노프에서 출간된다고 문학과지성사가 밝혔다. 번역은 안톤 허가 맡았다. 영문판 제목은 ‘댓 서머스 엔드’(That Summer’s End)로 영어로 옮긴 안톤 허는 앞서 이성복의 시론집 ‘무한화서’도 번역한 바 있다. 이성복 시인의 작품 외에도 안톤 허는 영국 인터내셔널 부커상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 번역으로 국내외 문학계에서 주목받는 인물이다. 크노프는 1915년 설립된 출판사로 고전과 현대문학에서 뛰어난 성과를 이룬 작품들을 골라 출간한다. 한국문학 중에서는 2011년 신경숙 장편 ‘엄마를 부탁해’가 출간됐다. ‘그 여름의 끝’은 한국문학 작품으로는 두 번째, 한국 시집으로는 첫 번째로 크노프에서 출간되는 책이다. 이성복과 안톤 허는 출간을 기념해 미국에서 독자들과 만난다. 오는 10월 16일 미국 보스턴 웨슬리 칼리지 강연을 시작으로 17일 보스턴 북 페스티벌에도 참석한다. 이후 미국 뉴욕에서 19일 포드햄 대학에서 대담을 진행한다.
  • “내전과 탄압서 카탈루냐가 살아남은 건, 문학의 힘”

    “내전과 탄압서 카탈루냐가 살아남은 건, 문학의 힘”

    카탈루냐 문학, 빠르게 주류로 부상젊은 거장 푸자다스의 ‘침입자’ 번역성장 아닌 ‘생존’ 방점 둔 서사 매력류, 미술학도에서 문학계로 발 돌려“인간만의 창조 행위로 다르지 않아” 얼마 전 완공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있는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이면서도 스페인과는 사뭇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진 곳이다.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한 카탈루냐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여론도 상당하다.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카스티야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콧대 높은 카탈루냐 정체성의 근간에는 독자적인 언어, 카탈루냐어가 있다. 카탈루냐어는 우리가 흔히 ‘스페인어’라고 부르는 카스티야어와 별개의 언어로, 프랑스어나 이탈리아어와 더 가까운 느낌이다. 대다수 한국인들에게 카탈루냐 문학은 낯설다. 하지만 류영지(29) 번역가에 따르면 카탈루냐 문학은 세계 문학계에서 빠르게 중심부로 진입하고 있다. 카탈루냐 문학의 젊은 거장 이레네 푸자다스의 장편 ‘침입자’(민음사)를 최근 한국어로 옮긴 그는 22일 서면 인터뷰에서 “오늘날 카탈루냐 문학은 문학성을 인정받아 활발히 번역되고 있으며 세계 문학이라는 넓은 장 안에서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침입자’를 처음 받았을 때 소설인데도 시처럼 읽혔어요. 리듬감 넘치고 통통 튀는 문체에 매료돼 좌고우면하지 않고 곧장 번역에 착수했습니다.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전통적인 성장소설의 문법을 화끈하게 비틀어버린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성장소설의 서사에 익숙하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또는 일본 소년만화 ‘나루토’ 같은 것을 떠올려 보자. 모종의 사건을 통해서 주인공이 점차 성숙해지는 것을 보며 우리는 무언가 배웠다고 생각하게 된다. ‘침입자’는 다르다. 그의 소설에서 펼쳐지는 여정의 목적은 ‘성장’이 아니라 ‘생존’이다. 소설은 이렇게 질문하는 듯하다. 우리는 꼭 어떤 사건을 통해 성장해야 하는 것일까? 카탈루냐는 스페인 내전(1936~1939) 당시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이끄는 반란군에 맞선 저항의 중심지였다. 결국 1975년까지 이어진 프랑코 독재정권에서 극심한 탄압에 시달려야 했다. 카탈루냐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탄압에 스러지진 않았다. 지금껏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데,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문학의 힘 덕분이었다. “최근 카탈루냐 작가들은 스페인 내전과 독재가 남긴 상처를 개인의 몸이나 동물, 기계, 여성, 퀴어 등의 주제와 결합해 새롭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2020년 유럽연합문학상을 받은 이레네 솔라의 ‘나는 노래하고 산은 춤추네’, 2023년 영국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른 에바 발타사르의 ‘볼더’ 등이 요즘 카탈루냐 문단에서 주목받는 작품들입니다. ‘볼더’는 이 상 최종후보에 처음 오른 카탈루냐 문학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류 번역가는 이력이 조금 독특하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후 서어서문학과 대학원에서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문학세계를 분석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이베리아반도의 문학과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류 번역가는 “미술과 문학 모두 인간 고유의 상상력과 직결된 창조 행위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그 둘은 ‘보기’와 ‘읽기’라는 수용자의 반응에 따라 구분된다고도 하겠지만, 그 경계는 생각보다 뚜렷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술과 문학은 언제나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서로에게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 쾌락과 나락의 소용돌이, 이 남자의 끝은…

    쾌락과 나락의 소용돌이, 이 남자의 끝은…

    헝가리 어느 동네, 임대주택 단지에 이사 온 열다섯 살 이슈트반은 친구들과 섞이지 못했다. 옆집 중년 유부녀와 관계를 맺으며 첫 경험을 했고, 곧 사망 사건에 휘말려 소년원에 갔다. 군에 입대해 이라크에 파병됐다가 영국 런던으로 흘러들어 어느 부호의 경호 운전기사로 일했다. 고용주의 아내와 불륜 관계에 있다 고용주가 사망하면서 그 아내의 새 남편이 됐다. 벤틀리를 몰고 롤렉스를 차는 상류층의 삶을 살다가 아내와 둘째 아들을 모두 잃는 비극을 겪으며 그의 삶은 나락을 향한다. 다시 어릴 적 동네로 돌아온 그에게 늙은 육체만 남았다. 그러나 그는 다시 살아간다. 데이비드 솔로이의 ‘살’(FLESH)은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예술, 거기에 딸려 오는 모든 고통에 관한 하나의 논고”라는 평을 받은 ‘2025 부커상’ 수상작이다. “페이지의 여백을 잘 활용한 소설”이라는 표현처럼 한국어 번역본에서도 확실히 빈 공간이 많다. 이슈트반의 말은 대체로 “네”, “그래”, “몰라요”, “글쎄요” 같이 짧다. 적극적으로 말을 시작하거나 묻는 일도 거의 없다. 성적 욕망, 폭력, 전쟁, 이민, 신분 상승까지 많은 ‘육체적 경험’에서 느낀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않는다. 독자가 그의 감정을 추측하고 직조해야 한다. 빈 페이지 후에 “그런 일이 일어나면 뭘 해야 하는지 모른다/ 충격이 너무 커서/ 그는 그냥 의자에 앉아 있는다/ 밤새 거기 앉아 있는다”(421쪽)라는 문장만이 적힌 페이지를 만나면 이슈트반의 엄청난 슬픔이 느껴진다. 이 소설이 가진 독특함이다. ‘유럽의 어느 남자’인 이슈트반으로부터 과거 오랫동안 여성을 다뤄온 방식을 읽을 수 있다. 욕망의 대상이 되면서도 존중받지 못했던, 때로는 신분 상승의 통로로 그렸던 ‘육체의 관계’가 이슈트반에게 투영됐다. 그저 운명에 순응하고 반응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통념도 비워냈다. 임대주택에서 살던 소년이 상류층에 편입되는 계층 이동은 자수성가처럼 보이나, 의지와 노력이라는 요소는 그 안에 두지 않았다. 솔로이는 이 남자에게 엄청난 비극을 안기면서도 쓰러지게 하지도, 구원하지도 않는다. 그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게 한다. 남자는 그곳에서 조금 다른 사람이 돼 한 발 내디딜 뿐이다. 그런데 그 미미한 변화가 오랜 여운을 남긴다.
  • 앵벌이 아이들의 합주, 역사의 멜로디 품고…천명관이 돌아왔다

    앵벌이 아이들의 합주, 역사의 멜로디 품고…천명관이 돌아왔다

    한국전쟁 직후 1950년대 서울 ‘앵벌이’ 소년 동이 생존기 그려“착취하려는 힘에 맞선 자유의지그 부조리 계속 쓸 수밖에 없어” “작가는 현재만 살아가지 않습니다. 과거에도 존재하죠. 겪어보지 못한 시대임에도 그 감각이 몸속에 있다는 기분이 들 때가 많습니다.” 한국전쟁의 비극과 슬픔이 아코디언의 구슬픈 멜로디를 타고 넘실거린다. 소설가 천명관(62)이 신작 ‘아코디언’(창비)으로 10년 만에 독자들을 찾아왔다. 장편 ‘고래’로 2023년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며 세계적으로 주목 받은 ‘입담꾼’의 이야기가 비로소 다시 시작된다. 천 작가를 17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만났다. “한국전쟁이야말로 인류사에 드문 끔찍한 비극이죠. 오늘날 한국 사회의 지형을 만든 근원적인 사건이잖아요. 아직 우리는 그 자장 안에 있다고 생각해요. 작가는 결국 개인의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는데, 제 마음이 끌린 건 가장 밑바닥에서 희생된 아이들이었습니다.” 소설의 배경은 1950년대 서울이다. 전쟁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그곳에선 참혹한 비극과 따뜻한 희극이 어지럽게 교차한다. 찌그러진 깡통 앞에 죽은 개처럼 엎드려 있는 소년 동이에게 초점을 맞추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피난길 가운데 어머니를 잃어버린 동이는 앵벌이 움막에서 구걸로 생을 연명한다. 그러다 우연히 아코디언을 손에 쥐는데, 그것이 그의 운명을 뒤흔들어 놓는다. 거리에서, 미군 클럽 무대에서 연주를 펼치는 동이와 친구들의 모습을 통해 짓눌려 있던 당시 민중의 삶을 복원한다. ‘목포의 눈물’, ‘홍콩아가씨’, ‘베사메무쵸’와 같은 노래들은 그 시절의 기억을 청각적으로 환기한다. 전쟁 속 아코디언을 연주한다는 것, 한낱 예술을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를 지니는가. “음악은 곧 생명이라고 생각해요. 비트는 심장의 박동이고, 곧 살아 있음을 의미하죠. 창작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것입니다. 인간이 인간다울 땐 장난치고 익살 부리며 ‘놀이’를 할 때죠. 예술도 그렇게 탄생한 것이고요.” 그가 10년이나 걸려서 돌아온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소설보다는 영화에 마음을 쏟았기 때문이다. 원래 영화에 뜻이 있었던 그는 40대에 ‘고래’로 성공을 거둔 이후에도 영화를 향한 마음을 꺾지 못했다. 50대 10년을 오롯이 영화에 쏟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소설가로 돌아왔지만, 영화의 흔적이 영 사라지지는 않은 것 같다. 독자를 휘어잡아 그들의 머릿속에 이미지를 때려 넣는 특유의 문체는 아마 영화 시나리오에 골몰했던 시간이 준 선물일 것이다. 그는 당분간 소설 집필에 열중할 계획이다. 어떤 이야기를 쓸 것인가. “타인을 지배하고 착취하려는 힘과 그것에서 벗어나려는 자유의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이 두 가지 커다란 힘이 영원히 투쟁할 겁니다. 역사를 보면 인간이 늘 패배한 것 같지만, 그 안에서 이겨내려 했던 여러 의지가 있거든요. 그 부조리와 모순들을 계속 쓰겠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죠. 제 마음이 거기에 가 있으니까요.”
  • “오 주여, 한번 여자가 되어 보세요”… 남성 본위에 맞선 여자들의 이야기

    “오 주여, 한번 여자가 되어 보세요”… 남성 본위에 맞선 여자들의 이야기

    “당신이 세상을 다시 만든다면, 다시 여자와 남자를 창조한다면, 경험 없는 풋내기 도공처럼 하지 마세요. 여자로서 지상에 내려와 보세요, 프라부(신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단편소설집 ‘하트 램프’의 맨 마지막 문장이다. 언뜻 절규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옷소매 걷어붙이고 쏟아내는 거친 댓거리나 비난, 야유처럼 와닿기도 한다. 총 12편의 단편소설 속에 수많은 명문이 담겨있지만 이 책의 성격을 무엇보다 간명하게 드러내는 건 바로 이 문장이지 싶다. 핍진한 여성서사를 신파조가 아닌, 잔인할 정도의 솔직한 유머로 그려낸다는 것 말이다. ‘하트 램프’는 지난해 부커상을 받은 작품이다. 관례를 깨고 장편이 아닌 단편소설집에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 듣도 보도 못한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의 공용어인 칸나다어로 쓴 걸 영어로 옮겼다는 것도 화제였다. 따지고 보면 2024년에 우리 한강 작가에게 수상의 영예를 안긴 ‘채식주의자’ 역시 한글로 쓴 첫 사례다. 책의 무대는 인도 남부의 가부장적 이슬람 공동체다. 여기 여성들은 ‘나’로서 주체적인 삶보다 딸, 아내, 며느리, 어머니 등의 전통적이고 고루한 역할만 강요받는다. 작가는 작품 하나하나에 억압과 소외로 점철된 이곳 여성의 일상을 풍자적이면서도 신중한 문장으로 그려낸다. 작가 바누 무슈타크(83)는 소설가이자 변호사, 활동가이기도 하다. 1970~80년대엔 인도 남부의 저항 문학 운동 ‘반다야 사히티야’의 핵심 여성 작가였다. 그는 법정에서 여성의 현실을 목격했고, 거리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가 만들어낸 소설 속 서사는 허구지만, 그 속에 현실의 뼈대가 단단하게 자리한 이유다. 책에 담긴 열두 편의 단편은 저자가 33년 동안 쓴 50여 작품 중 일부다. 이를 선별해 재구성한 이는 인도의 작가이자 번역가인 디파 바스티다. 그러니까 바누 무슈타크가 작곡하고 디파 바스티가 편곡한 여자들의 노래라고 보면 틀림없을 것 같다. ‘하트 램프’는 중의적 표현이라 여겨진다. 등불처럼 빛나는 회복력과 의지, 연대 의식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언제든 꺼질 수 있는 연약한 존재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설 속 여자들은 거대한 변혁을 시도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다음 세대로 건네며, 마음의 등불을 지켜낸다. 작가는 수상 소감을 통해 “인간 경험이라는 태피스트리(직물 공예)에서 한 올 한 올의 실은 그 직물 전체의 무게를 지니고 있다”며 “이 책은 어떤 이야기도 결코 작지 않다는 믿음에서 태어났다”고 역설했다.
  • 읽지 않으면 기계보다 나을 게 없다… 병오년 빛낼 문학

    읽지 않으면 기계보다 나을 게 없다… 병오년 빛낼 문학

    쇼츠와 알고리즘, 인공지능(AI)이 판을 치는 시대에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건 문학을 읽기 때문이다. 챗GPT·제미나이가 요약해 준 것 말고 진짜 문학을 읽지 않는다면 사람이 기계보다 더 나은 구석이 무엇이겠는가. 다행히 새해에도 다채로운 작가들의 풍성한 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은희경·천명관·편혜영·배수아 등 무게감 있는 중견 소설가들이 독자와 만난다. ‘빛의 과거’ 이후 7년 만에 돌아오는 은희경은 60대 자매 안나·경선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문학동네)을 준비하고 있다. ‘고래’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던 천명관도 10년 만에 장편소설(창비)을 펼친다. 엄혹한 현실을 이겨내는 소년의 성장을 다룬 이야기다. 배수아는 ‘메레 들판을 본다’(문학동네)라는 작품을 통해 사랑과 상실에 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편혜영도 장편(문학과지성사) 한 권과 소설집(문학동네)을 선보인다. 올해 가장 주목받은 젊은 소설가는 단연 ‘혼모노’의 성해나였다. 새해에는 동시대 통통 튀는 젊은 감각으로 이 자리를 차지할 젊은 소설가가 누구일지 기대된다. 지난해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로 독자와 평단의 지지를 동시에 받은 김기태가 이번엔 장편소설(문학과지성사)을 내보낸다. 따뜻한 감성의 SF소설로 독자를 확보한 천선란도 장편소설(문학과지성사)을 준비 중이다. ‘브로콜리 펀치’, ‘비눗방울 퐁’ 등의 소설집으로 사랑과 환상을 이야기했던 이유리의 첫 장편소설 ‘구름 사람들’(문학동네)은 ‘주간문학동네’에 3개월간 연재됐는데 책이 출간하기도 전에 미국과 독일,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 출판사에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올해 젊은작가상을 받은 백온유의 첫 소설집(문학동네)도 기대작이다. 동시대 문학사에서 2025년이 의미를 지닌다면 그것은 시(詩)의 재발견이다. ‘텍스트힙’ 열풍을 필두로 독자들은 그동안 잊고 있던 시의 매력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 이 열풍의 중심에 있는 시인 고선경이 연애와 사랑이라는 감정에 충실한 세 번째 시집(창비)을 내놓을 예정이다. 첫 시집 ‘제주에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로 화제를 모았던 이원하의 두 번째 시집(문학동네)도 독자들을 찾아온다. ‘시인 공화국’ 문학과지성사가 준비하고 있는 시집들(임유영·구윤재·김행숙·정한아·이수명)도 얼른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한국 시단의 대모 김혜순의 시론집 ‘공중 복화술―문학은 어디서 시작할까?’는 2월 초 출간 예정이며 2027년 미국 출간을 목표로 번역도 동시에 진행 중이라고 한다. 세계문학도 눈여겨 볼 작품이 많다. ‘귀신들의 땅’으로 한국에 대만 문학의 매력을 알린 천쓰홍의 최신작 ‘셔터우의 세 자매’(민음사)가 대표적이다. 폴란드 소설가 올가 토카르추크가 201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뒤 쓴 첫 SF소설 ‘엠푸사: 자연주의 테라피 공포물’(민음사)도 기대된다. 거의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찾아오는 일본의 히가시노 게이고는 새해에도 ‘메스커레이드 라이프’(현대문학)로 돌아온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매해 거론되지만 한국에는 소개된 적 없었던 아르헨티나 작가 세사르 아이라의 ‘유령들/문학회의’(문학동네)도 흥미로운 설정과 독특한 작법으로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줄 것으로 보이는 기대작이다.
  • “삶도 죽음도 거대한 순환”… 지구와 문명의 시선을 따르다

    “삶도 죽음도 거대한 순환”… 지구와 문명의 시선을 따르다

    “작은 새가 천적을 만나 죽임을 당하는 게 자연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집니다. 그냥 그렇게 지나가는 것이죠. 여기서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이 아닌가….” 평생 정치와 사회의 문제에 골몰했던 노(老)작가의 관심이 비로소 ‘생명’에 이르렀다. 소설가 황석영(81)이 5년 만에 내놓은 신작 장편소설 ‘할매’(창비)로 돌아왔다. ‘할매’는 600년이라는 유장한 세월을 버텨 온 팽나무의 이름이다. ‘할매’의 생(生)은 작은 개똥지빠귀 한 마리의 죽음(死)에서 시작된다. 삶은 죽음으로부터 비롯되고 죽음은 다시 삶으로 이어진다. 거대한 순환의 역사 가운데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황석영은 9일 서울 중구 한 한식당으로 기자들을 불러 모았다. 새가 맞이한 죽음의 씨앗서 시작 600년 세월 버텨낸 팽나무 ‘할매’ 관계 순환 속 변화하는 과정 그려“불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세계가 인연, 관계, 순환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이 작품은 말하고 있습니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역시 그러하죠. 죽음은 관계의 변화입니다. 다만 사람이든 사람이 아니든 자기가 지은 행위는 카르마(업)가 돼 이전되고 또 이어집니다. ‘할매’는 관계가 순환하면서 변화하는 그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베리아의 눈보라를 뚫고 날아온 개똥지빠귀가 금강 하구 어딘가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 새가 품고 있던 씨앗이 긴 겨울을 이겨내고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할매’가 된다. 그렇게 600년 세월을 그 자리에서 버텼다. 조선 건국부터 동학농민운동, 일제강점기 그리고 해방 이후까지. 인간들이 하는 짓은 어째 점점 더 참혹해져만 간다. 할매가 가장 최근에 목격한 고통은 바로 새만금 간척사업이다. 여러 생명의 터전이었던 갯벌은 점점 죽어간다. “조용하게 말년을 보내면서 마음에 드는 글을 좀 쓰려고 군산에 갔습니다. 그랬더니 광주(5·18) 이후로 또 문제 거리를 만나게 됐어요. 거기를 내가 찾아갔구나. 그렇다고 저는 환경운동가나 평화운동가 입장에서만 쓰진 않았어요. 총체적으로 지구와 문명의 시선에서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한국문학의 거목인 황석영은 그러나 여전히 ‘현역’이다. 그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 서사는 처음이라 어색하고 힘들었다”면서도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만년에 ‘노인과 바다’를 쓰며 느꼈던 기쁨이 이것일까, 처음 쓰는 산문에 기쁨과 놀라움을 경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더 나아간 소설을 쓰게 될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황석영은 지난해 전작 ‘철도원 삼대’로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다. 당시 간담회에서 작가는 부커상, 나아가 노벨문학상을 향한 욕심을 숨김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노벨상을 품에 안은 후배 한강 작가에 대해 황석영은 “국가의 폭력으로부터 희생당한 민중의 트라우마를 여린 손으로 달래는 아름다운 산문”이라고 평했다. 문단의 큰 어른으로서 현실에 진단과 조언도 전했다. “처음 쓴 산문에 기쁨·놀라움 경험더 나아간 소설을 쓰게 될 것 같아죽을때까지 현역 노작가 노릇할 것”“여든이 넘었으니 이제 내버려 둘 줄 알았더니 지난해 윤석열 정부의 대국민 탄압이 점점 심해지고 있을 때 저를 많이 찾더라고요.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것이죠. 분단 체제에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늘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번에 미국에 돈도 많이 뜯겼잖아요. 그러면서도 평화적으로 멋지게 민주주의를 가꿔가고 있는 우리는 자부심을 가져도 됩니다.”
  • 폭풍우·동물원… 경이로운 무대, 사력 다한 배우들 열연 빛났다

    폭풍우·동물원… 경이로운 무대, 사력 다한 배우들 열연 빛났다

    영상·조명·퍼펫 등 무대장치 총동원세트 이동하고 별·물고기까지 표현배우·퍼펫티어들 쉴틈없이 움직여‘파이’ 역 맡은 박정민·박강현에 호평 “전부 다 말씀드릴게요. 왜냐하면, 제 이야기를 듣고 나면 당신도 신을 믿게 될 테니까요.” 바다에서 표류하다 살아남은 인도 소년 파이의 침대가 조그만 나룻배로 바뀌면 하얀 벽과 바닥은 망망대해가 된다. 하얀 별이 촘촘히 박힌 밤하늘, 바닷속을 유영하는 밝은 초록 물고기 떼,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하늘, 세찬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바다. 이 모든 것이 조명 기술과 배우들의 움직임으로 생생하기 이를 데 없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한국 초연을 시작한 ‘라이프 오브 파이’는 캐나다 소설가 얀 마텔에게 부커상(2002년)을 안긴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2019년 무대화하면서 2021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 이어 2023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했고, 올리비에상과 토니상에서 모두 무대디자인상, 조명상을 품에 안았다. 국내 초연은 권위 있는 공연계 시상식에서 두 개 부문 상을 받은 이유가 비로소 이해되는 시간이었다.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는 파이의 가족은 캐나다 정착을 꿈꾸며 동물들을 싣고 화물선에 올랐다. 태평양을 건너다 폭풍우를 만나고 파이는 겨우 구명보트에 옮겨 타 목숨을 건졌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느낄 새도 없이 파이는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함께 생존을 건 여정을 한다. 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는 뮤지컬 분야로 검색되지만 음악과 노래가 중심이 아니다. 연극 장르에 가깝지만 영상과 조명, 퍼펫(인형) 같은 모든 무대 장치를 총동원한 공연은 연극으로 한정짓기에도 아쉬울 만큼 눈길을 사로잡는다. 무대는 폰디체리의 동물원과 광활한 바다, 멕시코 병원을 오가며 숨 가쁘게 오갔다. 문과 창만 있는 하얀 병실 벽은 동물원 장면에선 새들이 날아다니는 새장과 기린이 불쑥 머리를 들이미는 창살이 됐다. 바다 장면으로 옮겨가면 뭉게구름 피어오른 하늘, 별이 가득한 밤으로 변신했다. 바닥엔 물고기 떼가 무리 지어 다니고 배의 움직임에 맞춰 파도가 출렁거렸다. 조명과 영상이 정교하게 구현되면서 만들어낸 효과다. 2층 앞 좌석(파노라마석)은 이런 무대 효과를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세 명의 퍼펫티어(인형을 움직이는 배우)가 ‘열연하는’ 파커는 어슬렁거리는 모습이나 먹이를 공격하는 자세, 입과 꼬리 움직임이 모두 호랑이 그 자체다. 쪼그린 자세로 15㎏에 달하는 인형 무게를 견뎌야 하는 ‘심장’ 부분의 퍼펫티어는 숨을 쉬듯 등뼈를 들썩거리며 파커가 살아있는 듯 착각하게 한다. 퍼펫티어들과 배우들은 세트를 이동하고 별과 물고기 등을 표현하는 등 할 일이 많다. 무대 위 움직임이 눈에 빤히 보이지만 장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거슬리지 않는다. 파이 역을 맡은 배우 박정민의 열연은 그야말로 ‘말해 뭐해’다. 극 초반엔 17세 소년의 말투와 장난기를 장착한 그는 파커와 대치하거나 공중으로 떠오르는 장면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시선을 붙잡는다. 온몸이 땀에 젖고 얼굴은 눈물콧물 범벅인 상태로 “왜 날 시험해요? 전생에 내가 죄라도 지었어요? 대체 왜 이러는 건데요”라고 절규할 때는 처절한 상황에 동화된다. 또 다른 파이, 박강현을 향한 관객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파이는 공연 내내 무대를 떠나지 않아 공연장을 나서면 배우들의 성대와 체력을 걱정하는 관객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공연은 내년 3월 2일까지.
  • 박정민의 몰입감, 박강현의 장악력, 리처드 파커의 생동감…‘라이프 오브 파이’ 2일 개막

    박정민의 몰입감, 박강현의 장악력, 리처드 파커의 생동감…‘라이프 오브 파이’ 2일 개막

    227일 동안 벵골 호랑이와 바다를 표류한 소년을 그린 소설 ‘파이 이야기’(Life of Pi)로 캐나다 소설가 얀 마텔은 2002년 부커상을 품고 자신의 이름을 세계 문단에 알렸다. 수상 10년 후 이안 감독이 소설을 영화화한 ‘라이프 오브 파이’를 내놨고, 이듬해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촬영상, 시각효과상, 음악상을 받았다. 2019년 무대로 옮겨가 영국 셰필드에서 세계 초연한 ‘라이프 오브 파이’는 약 1개월 공연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무대는 거대한 폭풍우와 광활한 밤하늘, 신비로운 바닷속을 소품과 조명, 영상, 음향 등을 십분 활용하며 경이롭고 압도적이다. 무엇보다도 동물의 골격과 근육을 섬세하게 디자인해 표현한 동물이 압권이다. 퍼펫티어(puppeteer·인형을 움직이는 배우) 3명이 머리와 몸, 다리와 꼬리를 각각 담당하는데, 소리와 호흡이 정교해 극에 몰입하다 보면 실제 동물이 연기하는 듯한 착시까지 준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2021년 영국 웨스트엔드와 2023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뒤 올리비에상 5관왕(작품상, 조명상, 무대디자인상 등), 토니상 3관왕(무대디자인상, 조명상, 음향디자인상)에 오르며 공연계 명작으로 자리했다. 지난해 해외 투어를 시작한 ‘라이프 오브 파이’는 다음달 2일 서울 GS아트센터에서 개막한다. 첫 비영어 라이선스 작품이자 한국 초연이다. 배우들의 연기와 퍼펫티어의 활동, 무대 활용 등이 뮤지컬이나 연극이라는 장르를 벗어나 있다는 의미로 제작사 에스앤코는 이 공연에 ‘라이브 온 스테이지’(Live on Stage)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프로듀서 신동원 에스앤코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라이프 오브 파이’ 속 퍼펫을 본 강렬한 경험이 이 작품을 제작하게 된 계기라면서 “배우의 연기와 영상, 음향 등 모든 무대 예술 요소가 결합해 만들어진 살아있는 생명체를 목격한 순간 받았던 환희와 충격, 희열을 한국 관객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소개했다. 이어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아갔는데 살아 움직이는 리처드 파커와 눈을 마주쳤을 때 (국내 제작을) 결정했다”며 “작품이 가진 철학적 메시지가 한국어로, 한국 배우를 통해 전달되는 데 공감이 클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소년 파이와 227일간 바다 여정을 하는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는 그르렁거리는 숨소리부터 잡아먹을 듯이 벌리는 입, 귀와 꼬리의 움직임 등은 살아있는 호랑이, 그 자체다. 심지어 리처드 파커는 2022년 올리비에상에서 조연상을 받았다. 이번 한국 초연에서 협력 무브먼트·퍼펫 디렉터를 맡은 케이트 로우셀은 퍼펫티어들의 호흡을 강조하면서 “우리 연습 과정 중 중요한 부분이 동물들이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연구하는 것”이라면서 “호랑이의 골격이 연결되듯 퍼펫티어들도 이런 연구를 하고 서로의 움직임에 귀를 기울이면서 예측불가한 야생 호랑이를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호랑이를 여러 팀이 표현하는데 각자 성격도, 리듬도, 생각도 달라 공연마다 다른 호랑이를 만날 수 있다”고 덧댔다. 리 토니 인터내셔널 연출은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교감”이라면서 “배우가 네 번째 퍼펫티어로서, 실제 동물을 만났을 때처럼 편안하거나 굉장한 불안을 표현하는 반응이 공연에 대한 몰입감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토니 연출은 파이 역할을 맡은 박정민과 박강현에 대해 “수많은 극적인 순간을 겪어야 해서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든 역할인데 그 깊이를 제대로 표현한다”면서 “여기에 자신들의 성격을 담아내서 모든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특별한 여정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신 대표도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가 아닌, 새로운 존재를 탄생시키는 배우들”이라면서 “박정민 배우는 섬세한 감정 표현과 몰입감이, 박강현은 무대 장악력과 캐릭터 소화 능력이 뛰어나다”고 부연했다. 박정민·박강현과 함께 파이의 아버지는 서현철·황만익, 엄마와 간호사·퍼펫티어인 ‘오렌지 주스’ 역은 주아·송인성이 맡는다. 신 대표는 “(‘라이프 오브 파이’는) 믿음이 인간을 어떻게 살아가게 하는지 알아보는 이야기”라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생각해볼 만하다. 라이브 온 스테이지의 신비한 매력을 흠뻑 느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연은 내년 3월 2일까지.
  • 英 부커상에 솔로이의 소설 ‘플레시’

    英 부커상에 솔로이의 소설 ‘플레시’

    ‘문학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영국 최고 권위의 부커상이 헝가리계 영국 작가 데이비드 솔로이(51)의 ‘플레시’(flesh·살)에 돌아갔다. 부커상 심사위원단은 10일(현지시간) 런던 올드 빌링스게이트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한 헝가리 남성의 유년기부터 노년까지의 인생 여정을 담은 소설 ‘플레시’에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 솔로이는 헝가리인 아버지와 캐나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런던에서 자랐고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뒤 금융 관련 광고 영업을 했다. 당시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2008년 첫 소설 ‘런던과 남동부’를 썼으며 수상작 ‘플레시’는 그의 여섯 번째 작품이다.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출간된 영어 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부커상 수상자에게는 5만 파운드(약 96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한강 작가는 2016년 ‘채식주의자’로 영어 번역 소설에 주는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했다. 올해 부커상 최종 후보에는 한국계 수전 최(56)의 ‘플래시라이트’(Flashlight·손전등)도 올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 [속보] 英부커상에 솔로이 ‘플레시’…한국계 美작가 수전 최 불발

    [속보] 英부커상에 솔로이 ‘플레시’…한국계 美작가 수전 최 불발

    헝가리·캐나다계 영국 작가 데이비드 솔로이가 소설 ‘플레시’(Flesh)로 영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했다. 10일(현지시간) AFP통신, 가디언 등에 따르면 솔로이는 이날 런던 올드 빌링스게이트에서 열린 2025 부커상 시상식에서 상금 5만 파운드(약 9600만원)가 주어지는 부커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플레시’는 헝가리 출신 청년이 수십년간 헝가리 주택 단지부터 이라크 전쟁, 런던 상류 사회까지 거치며 계급을 이동하는 과정을 그렸다. 솔로이는 헝가리·캐나다계 부모에게서 캐나다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랐으며 현재는 오스트리아 빈에 거주한다. ‘플레시’는 그의 6번째 장편이다. 솔로이는 수상 소감에서 “이 책을 쓰는 것은 쉽지 않았고 압박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며 “소설은 미학적, 형식적, 심지어 도덕적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 소설 공동체가 위험을 받아들이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단은 “이런 작품은 읽어본 적이 없다”며 만장일치로 수상작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최종 후보 6편에 포함됐던 한국계 미국인 작가 수전 최의 ‘플래시라이트’(Flashlight)의 수상은 불발됐다. 플래시라이트는 재일교포 석, 그와 결혼한 미국인 아내 앤, 그들의 딸 루이자가 동아시아 격동기 태평양을 넘나들며 겪는 수십 년의 세월을 그렸다.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빛과 사랑의 언어(한기욱 엮음, 창비) “끊임없이 움직이며 갱신되는 사랑의 장소를 사유하는 데 있어 ‘희랍어 시간’과 ‘흰’은 중요한 매개가 된다. 두 작품은 한강 문학이 포착해 내는 생의 진실, 말하자면 절대 공존할 수 없는 듯 보이는 것들이 함께 깃들어 구성하는 인간 세계의 비의를 문학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 이들 작품에 깃든 역동성과 절절한 뜨거움을 감지한다면, 한강 문학에 언제나 배음처럼 깔린 사랑에 관한 질문을 좀더 가까이 매만져 볼 수도 있을 것이다.”(전기화, ‘겹쳐지고 얽혀드는 사랑의 이야기’ 부분) 얼마 전 헝가리 소설가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우리에게 하나의 사실을 떠올리게끔 한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도 벌써 1년이 지났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 감동의 기억을 문학평론으로 적어 낸 기록이다. 한강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비평가들은 한강의 문학에서 무엇을 포착했을까. 한강 초기 소설부터 최근작까지 다양한 작품을 저마다의 키워드로 꿰뚫는다. 244쪽, 2만 2000원. 헤드샷(리타 불윙클 지음, 박산호 옮김, 민음사) “남의 비위를 맞추려는 욕망은 결국 고립되지 않고자 하는 욕망이다.” 지난해 부커상과 퓰리처상 등의 수상 후보로 올랐던, 미국 문단에서 주목받는 젊은 작가 리타 불윙클의 데뷔작이다. 미국 네바다주 리노에서 이틀간 진행된 복싱 대회 ‘도터스 오브 아메리카컵’ 결승을 배경으로 미국 최고의 10대 여자 복서 여덟 명의 이야기를 맞대결 형식으로 풀어낸다. 오직 주먹으로만 대화하는 소녀들. 주먹과 주먹, 주먹과 몸의 부딪힘 사이에는 어떤 욕망과 환희가 들끓고 있을까. 300쪽, 1만 7000원. 삐삐 롱스타킹(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잉리드 방 니만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시공주니어) “아, 살아 있다는 건 정말 멋져!” 현대 아동문학의 기념비적인 작품 ‘삐삐 롱스타킹’이 스웨덴에서 처음 출간된 지 올해로 꼭 80년이 됐다. 이를 기념하면서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대표작 ‘삐삐’ 시리즈 가운데 중요한 작품을 단 한 권으로 압축한 특별판. 1945년 ‘삐삐’ 이야기가 처음 출간될 당시에는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어른을 골탕 먹이며 거짓말을 잘하는 이 소녀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읽혀도 될까. 당연히 기우였다. 자기만의 세계를 당당히 펼치는 저 삐삐에게서 희망과 위로를 얻는 건 비단 아이들뿐만이 아닐 것이다. 392쪽, 2만 5000원.
  • 종교도 피습도 꺾지 못한 루슈디의 일생… “모두 의심하라, 어떤 것도 당연하지 않다”

    종교도 피습도 꺾지 못한 루슈디의 일생… “모두 의심하라, 어떤 것도 당연하지 않다”

    자유도 무너진 무차별적 시대거짓이 거짓을 왜곡하는 사회문학과 작가의 역할과 의미를면도날처럼 신랄하게 그려내 그가 작가였던가? 살만 루슈디란 이름을 들을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이다. 1988년 펴낸 ‘악마의 시’가 워낙 강렬했던 탓이다. 서구에선 문학성을 인정받았지만, 아랍권 맹주인 이란의 종교 지도자가 신성모독을 이유로 ‘파트와’(처형 명령)를 내리면서 그는 중동을 넘어 세계 무슬림의 현상범, 정치범이 됐다. 문학 축제 준비 중 습격당해 오른쪽 눈을 실명하면서는 그에 관한 모든 관념이 딱 그쯤에서 고정됐다. 인도 출신 영국인인 그는 명확히 작가다. 노벨문학상 후보 명단에 끊임없이 오르내리며, 우리에게도 익숙한 부커상을 하나의 작품으로 세 번이나 거머쥔 ‘넘사벽’의 경력도 갖고 있다. 새 책 ‘진실의 언어’는 그가 펴낸 산문집이다. 2003년부터 2020년까지 발표한 에세이, 비평, 연설 등을 한데 모았다. 책은 43편의 글을 주제에 따라 4부로 나누어 담았다. 그의 폭넓은 삶의 범주만큼이나 날카롭고 밀도 깊은 통찰이 인상적이다. 1부는 뜻밖에 ‘작가 루슈디’의 창작론이다.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라 할 스토리텔링에 관한 분석이 주를 이룬다. 2부에서는 윌리엄 셰익스피어부터 미겔 데 세르반테스, 필립 로스, 커트 보니것, 사뮈엘 베케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에 이르기까지 문학사의 계보를 이루는 거장들의 작품과 삶을 비평한다. 3부에선 자유를 포함한 모든 관념들이 무차별적으로 공격받는 이 시대에 예술과 문학의 의미와 더불어 작가의 역할은 무엇인지 묻는다. 4부에서는 수많은 작가들이 회화나 사진 등 문학 바깥의 예술 영역에서 표현의 자유를 옹호해 온 사례를 담았다. 루슈디 하면 떠오르는 글의 이미지, 그러니까 “모든 것을 의심하고, 어떤 것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며, 모든 통상적 관념과 논쟁”하는 그의 글과 신념을 먼저 만나고 싶다면 3부부터 읽으면 된다. “누군가의 영웅(우고 차베스나 피델 카스트로)이 다른 사람에겐 악당”인 세계와 “거짓말의 가면을 벗기려는 사람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는 비난 속에서 의도적인 거짓말이 오히려 보호받는 시대”의 면면을 면도칼처럼 날카롭고 신랄하게 그려낸다. 이 세계에선 오사마 빈라덴의 죽음 역시 “태생이 더럽게 부유했”던 “마녀의 대왕이 격렬한 싸움 끝에 빗자루에서 떨어져 죽기 좋은 시간에” 죽은 것일 뿐이다.
  • 종말의 공포 속에서도 예술의 힘 증명한 헝가리 문학 거장

    종말의 공포 속에서도 예술의 힘 증명한 헝가리 문학 거장

    한림원 “강렬하고 선구적인 작품”올해는 유럽 비주류 문학 재조명‘사탄탱고’로 주목, 맨부커상 수상헝가리 작가론 23년 만에 노벨상수상 소식에 “평온하면서도 긴장” 지옥에서도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가. 종말 앞에서도 춤을 출 수 있는가. 그 가능성을 보여 준 헝가리의 거장이 문학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영예를 품에 안았다. 9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은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헝가리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를 호명했다. 한림원은 “종말론적 두려움 속에서도 예술의 힘을 재확인하는 그의 강렬하고 선구적인 모든 작품에 상을 준다”고 밝혔다. 이어 “프란츠 카프카에서 토마스 베른하르트에 이르는 중부유럽 전통의 위대한 서사 작가로 부조리와 기괴한 과잉이 특징”이라면서도 “사색적이고 정교하게 조율된 어조를 채택해 동양을 바라보기도 한다”고 평가했다. 헝가리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2002년 케르테스 임레 이후 23년 만이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앞서 2015년 헝가리 작가 최초로 영국 맨부커상(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받으며 문학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에게는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6억 4000만원)가 주어진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이날 스웨덴 라디오 방송에 나와 “매우 기쁘고 평온하면서도 긴장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1954년 헝가리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대학에서 헝가리문학과 법학을 공부했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한 경력도 있다. 그에게 명성을 가져다준 작품은 데뷔작인 ‘사탄탱고’(1985)다. 이 작품이 대성공을 거두며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단숨에 헝가리 문단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거듭났다. 1980년대 말 공산권이 붕괴하자 헝가리를 떠나 몽골, 중국, 일본 등을 여행하며 다양한 소재로 작품을 썼다. “한 장면 뒤로 불현듯 또 다른 것이 모습을 드러내고, 눈에 보이는 경계를 넘어서면 현상들은 서로 관련이 없어졌다. 마치 영원히 닫히지 않는 문처럼, 틈이, 균열이 있었다.”(‘사탄탱고’ 부분) 프랑스 칸 영화제, 베를린 국제영화제 등에서 상을 받은 세계적인 영화감독 터르 벨러와는 친구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사탄탱고’를 비롯해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다양한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이외에도 재즈 음악가 실베스터 미클로스 등과 협업하는 등 문학이 다양한 매체로 뻗어 나갈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크러스너호르커이를 포함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총 118명이다. 이들의 작품은 세계문학의 역사에서 정전의 지위를 얻는다. 초기에는 서구권 남성 작가 중심으로 수상이 이뤄지면서 비판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출신 국가나 대륙, 언어 등을 다변화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아시아 여성 최초로 한강에게 상을 안긴 데 이어 이번에도 헝가리 작가에게 상을 준 것은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다. 헝가리문학은 유럽문학에 속하기는 하지만 미국문학이나 독일문학, 프랑스문학에 비해 비주류로 분류된다. 유럽인에게도 다소 낯선 헝가리어로 쓰인 작품이 노벨문학상까지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리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헝가리의 카프카’로 불리는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은 종말을 그려 내는 깊이 있는 통찰과 아름다운 문체로 니콜라이 고골, 허먼 멜빌 등의 거장과 비견된다. 국내에서 아주 유명한 작가는 아니지만 일부 마니아 독자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탄탱고’를 비롯해 ‘저항의 멜랑콜리’, ‘라스트 울프’, ‘세계는 계속된다’, ‘서왕모의 강림’,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등이 국내에 소개돼 있다. 한경민 한국외대 헝가리학과 교수는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무의식, 비이성적인 군중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하는 작가”라면서 “스릴러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현대인의 불안을 잘 건드리는 작품을 쓴다는 점이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이어진 이유”라고 말했다.
  • 노벨문학상에 ‘71세 헝가리 거장’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노벨문학상에 ‘71세 헝가리 거장’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헝가리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가 2025년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9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를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스웨덴 한림원은 “묵시록적 테러 속에서 예술이 가지는 힘을 아주 설득력 있고 환상적인 작품으로 확인시켜뒀다”고 설명했다. 1985년 ‘사탄탱고’로 데뷔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2015년 헝가리 작가 최초로 맨부커상(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받았고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꾸준히 거론돼왔다. 문학 분야에서 이상적인 방향으로 가장 뛰어난 작품을 생산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노벨 문학상은 1901년부터 올해까지 총 118차례 수여됐다. 상을 받은 사람은 122명으로, 과학분야와 달리 공동 수상은 1904·1917·1966·1974년 등 4차례가 전부였다. 제 1·2차 세계대전 기간 등에는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2017년 이후로는 거의 예외 없이 매년 남녀가 번갈아 수상자로 선정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이 여성 작가로는 역대 18번째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역대 수상자들의 국적은 미국과 유럽이 주를 이뤘다. 프랑스가 16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 13명, 영국 12명, 스웨덴 8명, 독일 8명 등이었다.
  • ‘보라·안톤’ 콤비… 저주·복수 넘어 또 다른 유토피아 찾기

    ‘보라·안톤’ 콤비… 저주·복수 넘어 또 다른 유토피아 찾기

    ‘정보라·안톤 허’ 조합이 이번에도 일을 낼 수 있을까. ‘저주토끼’, ‘너의 유토피아’로 영미권의 주요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른 소설가 정보라(49)의 단편집 ‘한밤의 시간표’(퍼플레인)가 영어로 번역됐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출간됐고, 영국에서도 2일부터 독자와 만난다. 번역은 안톤 허(한국명 허정범)가 했다. 정보라와 안톤 허의 인연은 남다르다. ‘저주토끼’와 ‘너의 유토피아’ 모두 안톤 허가 영어로 옮겼다. 영어로 쓰인 안톤 허의 소설 ‘영원을 향하여’의 한국어 번역은 정보라가 맡았다. ‘끈끈한 동맹’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조만간 영국으로 출국해 현지 독자를 만날 예정인 정보라를 1일 서면으로 만났다. “‘한밤의 시간표’는 귀신 들린 물건들이 모여 있는 정체불명의 연구소에서 야간경비를 하는 ‘나’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꼭 복수만 있는 것은 아니고 ‘해피엔딩’(?)도 있다. 성소수자, 장애인, 해고노동자, 여성 등 세상의 약자들은 끊임없이 살기 위해 몸부림쳐야 한다. 약자에게 해를 끼쳐도 뒤탈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세상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괴로운 사람들을 물리치고, 괴로운 세상을 헤치고 나가 안정을 찾는 것. (그것은 꼭) 저주나 복수가 아니라 그저 생존이다.” ‘한밤의 시간표’는 ‘저주토끼’가 영국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세계적 주목을 받은 뒤 써낸 소설이다. 그만큼 전 세계 독자들의 기대감도 크다. ‘저주토끼’도 그렇지만 이 소설에서도 저주와 복수가 소재로 쓰인다. 왜 정보라 소설의 등장인물은 끊임없이 저주하고 복수하는가. 작가의 시선이 늘 우리 주변을 향해 있기에 그렇다. 그중에서도 너무나도 미약해 잘 보이지 않는 이를 포착하고 있기에 그렇다. 저주와 복수는 그들이 소설, 문학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통쾌한 저항이다. “‘고양이는 왜’에서 살인을 저지른 남자가 귀신을 보는 장면은 내가 읽어도 무섭더라. 스멀스멀 다가오는 두려움을 ‘중의적인 의미에서’ 소름 끼치게 잘 옮겼다. 작품 전체에서 성별이 불분명한 등장인물을 일관되게 ‘they’(그들)로 옮긴 세심함도 고마웠다. ‘they’는 복수형이기도 하지만 성별이나 정체성이 불분명하거나 상관없을 때 사용하는 대명사이기도 하다. 영어권에서는 습관적으로 인물의 성별을 지정하려고 하는데, ‘they’를 활용하려는 번역가의 뚝심이 원문의 ‘의도적인 불분명함’을 잘 전달한 듯하다.” 연세대 노문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러시아와 폴란드 문학을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은 정보라는 영어, 러시아어, 폴란드어 번역가로도 활동한다. 그가 말한 ‘의도적인 불분명함’을 번역가가 붙잡아 내는 건 단순한 언어적 감각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작가와 번역가 사이에 깊이 있는 교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작가가 가진 연약한 존재들을 향한 연민을, 번역가 역시 깊숙이 체화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약자가 없는 세상은 올까. 그리하여 저주도, 복수도 필요하지 않은 세상은 올까. 앞서 소개된 다른 책 제목에도 있는 단어, ‘유토피아’는 과연 올까. “인간 자체가 불완전하고 계속해서 변화하는 역동적인 존재다. 완벽한 상태로 고정된 유토피아는 인간에게 있을 수 없다. 있다고 해도 인간이 거기서 살 수가 없다. 항상 행복하기만 한 것은 보통의 인간에게는 비정상이기 때문이다. 다만 살면서 완전하다고 느끼는 순간, 행복한 순간들을 마주칠 수는 있다. 순간은 지나가겠지만 살아서 버티다 보면 또 다른 유토피아의 순간은 올 것이다.”
  • 부산박물관, ‘거장의 비밀, 세익스피어부터 500년 문학과 예술’ 기획전... 아시아 최초

    부산박물관, ‘거장의 비밀, 세익스피어부터 500년 문학과 예술’ 기획전... 아시아 최초

    부산시립박물관은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과 협력하여 기획전 ‘거장의 비밀: 셰익스피어부터 500년의 문학과 예술’을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30일부터 내년 1월 18일까지 111일간 개최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셰익스피어 ,찰스 디킨스 ,제인 오스틴 ,아서 코난 도일 ,제이케이 롤링 등 영국 문학 거장 78인의 초상화와 친필원고, 편지, 초판본 등 총 137점을 선보인다. 첫날인 30일 오후 2시에는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캐서린 맥레오드가 전시 기획 배경과 주요 작품 5점을 직접 소개하는 특별 갤러리 토크가 진행된다.. 주목할 주요 전시품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전집, ‘퍼스트 폴리오(First Folio)’다. 1623년 셰익스피어 사후 동료들이 그의 희곡을 집대성해 출간한 책으로, 이번 전시에서 국내 최초로 실물이 공개된다. 또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친필원고,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 시리즈 ‘베일을 쓴 하숙인’ 친필원고, 2019년 부커상 수상작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원고 , 제이케이 롤링의 친필삽화가 담긴 해리포터 초판본 등도 전시된다. 전시는 유료이며, 관람료는 성인 기준 15,000원이다. 부산 시민은 현장 구매 시 2,000원이 할인된다. 추석 연휴 기간(10.3.~10.9)에는 부산박물관 현장 구매 시 30% 할인된다.
  • 좌충우돌 출판사 사장 박정민의 화려한 ‘본업 모먼트’

    좌충우돌 출판사 사장 박정민의 화려한 ‘본업 모먼트’

    ‘배우 박정민’이 돌아온다. 최근 몇 달 새 ‘출판사 사장님’으로 친근해진 박정민이 스크린과 무대를 통해 관객과 만난다. 오는 11일 개봉하는 연상호 감독의 영화 ‘얼굴’에서 박정민은 시각장애를 가진 전각 장인 ‘임영규’의 젊은 시절과 그의 아들 ‘임동환’ 역을 소화한다. 배우 인생 최초로 1인 2역에 도전하는 것이다. 박정민은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을 통해 연상호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공개된 스틸을 보면 ‘젊은 임영규’와 아들 ‘임동환’을 동시에 연기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정반대다. ‘임영규’를 연기하는 박정민의 얼굴에서는 얼마간의 공허함이 느껴지는 한편, ‘임동환’으로 와서는 고뇌와 긴장이 느껴진다. 아들 ‘임동환’은 영화에서 40년 만에 백골 사체로 돌아온 어머니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파헤친다. 오는 12월에는 8년 만에 연극 무대에도 오른다. 한국 초연으로 선보이는 연극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파이 역을 연기할 예정이다. 박정민이 연극 무대에 오르는 것은 2017년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처음이다. 박정민이 연기하는 파이는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영리하고 호기심 많은 인물. 작품은 얀 마텔의 소설 ‘파이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다. 소설은 2002년 맨부커상을 받았으며 영화로도 만들어져 2013년 미국 아카데미상 4관왕을 받기도 했다. 박정민은 2019년 설립한 독립 문학 출판사 ‘무제’의 대표로 소설가 김금희의 ‘첫 여름, 완주’를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려놓은 바 있다. TV 예능, 유튜브 등에 출연해 초보 출판사 사장으로서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소탈하게 보여주기도 했다. 소설가 성해나의 책 ‘혼모노’ 띠지에 활용된 박정민의 코멘트,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는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달 출판사 대표 자격으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정민은 “산업으로서 문학이 넷플릭스를 이기긴 어렵겠지만, 문학만이 할 수 있는 내밀함이 있다”며 문학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 “퍼펫 예술의 절정” ‘라이프 오브 파이’ 국내 초연…박정민·박강현 주연

    “퍼펫 예술의 절정” ‘라이프 오브 파이’ 국내 초연…박정민·박강현 주연

    캐나다 작가 얀 마텔의 소설 ‘파이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라이브 온 스테이지’(Life of Pi-Live on Stage)가 12월 2일부터 서울 역삼동 GS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국내 초연의 파이 역에는 배우 박정민과 박강현이 낙점됐다. 2001년 출판된 ‘파이 이야기’는 화물선 사고로 구명보트로 태평양을 표류하게 된 소년 파이가 리처드 파커라는 이름의 뱅골호랑이와 227일간 벌인 생존기를 그렸다. 신학과 철학,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펼치는 이야기는 이듬해 맨부커상을 받았고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출판되며 1000만부 이상 판매됐다. 이안 감독의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2012)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최우수 연출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2021년에는 무대화해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했다. 호랑이, 오랑우탄, 하이에나 등 다양한 동물을 본뜬 정교한 퍼펫과 실감 나는 망망대해를 표현한 무대 연출로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답다”, “감탄만이 나오게 하는 경이로운 광경” 등 호평이 쏟아졌다. 2022년 영국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즈에서 우수 신작 연극상, 남우주연상 등 5개 부문에서 상을 거머쥐었다. 2023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선보인 공연도 토니상 무대 디자인상 등 3관왕에 올랐다. 국내 초연은 오리지널 공연 무대를 그대로 제작하는 레플리카 방식이다. 영국 출신 배우 겸 각본가 로리타 차크라바티가 대본을, 미국 드라마데스크 어워즈를 수상한 연출가 맥스 웹스터가 연출을 맡았다. 지난해 8월부터 진행한 오디션 끝에 초연 캐스팅이 확정됐다. 에스앤코 측은 1500여명 지원자를 대상으로 한 오디션에서 최고의 역량을 지닌 27명의 주역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세상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는 호기심 많은 파이 역은 ‘변신의 귀재’ 박정민과 ‘뮤지컬 스타’ 박강현 배우가 열연한다. 이야기 속 등장 인물과 이야기 밖 청자로 흐름에 따라 변하는 조연 캐릭터는 30년 가까이 무대와 TV를 오가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로 채워졌다. 동물원을 운영하며 가족의 안전을 위해 캐나다 이민을 결심하는 파이의 아버지는 서현철·황만익, 따뜻하면서도 강인함을 지닌 엄마와 간호사 등은 주아·송인성이 연기한다. 신동원 에스앤코 프로듀서는 “보석 같은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가 될 가치가 있다”면서 “공연예술의 신선한 경험을 선사하고 한국에 새로운 장르가 탄생하는 역사적인 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K문학에 ‘한강 효과’… 작품 해외 판매 2배 늘었다

    K문학에 ‘한강 효과’… 작품 해외 판매 2배 늘었다

    한국문학 작품 해외 판매량이 1년 만에 두 배 넘게 껑충 뛰었다.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효과로 보인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지난해 번역원에서 번역·출판 지원을 받은 한국문학 도서의 해외 판매량이 약 120만부를 기록해 전년(약 52만부)보다 130%가량 늘어나는 등 도서 출간 종수와 판매량 모두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6일 밝혔다. 평균 도서당 판매량은 1271부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고 5000부 이상 판매된 도서는 45종이었다. 이 가운데 한강의 ‘희랍어 시간’(영어), 손원평의 ‘위풍당당 여우꼬리’(러시아어) 등 24종은 1만부를 돌파하기도 했다. 번역원은 ‘한강 효과’가 결정적이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출간된 한강의 작품은 28개 언어권의 77종에 이른다. 이 작품들은 지난해 31만부가 팔렸다. 대부분 언어권에서 과거 출간작까지 재조명돼 판매가 동반 상승했다. 스페인 등 일부 국가에서는 ‘노벨상 수상 작가’라는 타이틀을 활용해 책을 재출간하거나 표지를 바꾸는 등 후속 마케팅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영국 부커상 효과도 톡톡히 봤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보라의 ‘저주토끼’와 1차 후보였던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지난 3년 연속 4000부 이상 판매되는 인기를 누렸다. 이 밖에 튀르키예에서 2023년 출간된 황보름의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지난해 8만부 이상 판매됐고 폴란드에서는 김호연의 소설 ‘불편한 편의점’이 2만부 이상 팔렸다. 그래픽노블이나 판타지 등 장르문학에 대한 관심도 확장되는 추세다. 이영도의 ‘눈물을 마시는 새1’(독일어)은 2만부 이상, 김금숙의 ‘풀’(스페인어)은 2022년 이후 3년 연속 1만부 이상 판매되기도 했다. 전수용 번역원장은 “한국문학의 세계적 확산 가능성을 수치로 입증한 사례”라며 “향후 언어권별 전략적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번역원은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한국 문학의 독자층이 확대되고 유수의 해외 출판사들이 한국 문학 출간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이들 출판사의 유통망과 마케팅 역량이 더해져 한국 문학의 해외 시장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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