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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암절벽에 걸린 초록을 배웅하다 [박상준의 문장 여행]

    기암절벽에 걸린 초록을 배웅하다 [박상준의 문장 여행]

    화암팔경 다 보려는 욕심 버리고막바지 여름 정취에 취해보자기암절벽·녹음의 조화 빠져보네그림바위마을 골목 예술 산책용마소둔치공원서 쉬엄쉬엄거북바위 절경 잊지 못하네싫었던 건 여름 아닌 더위였음을정겨운 초록이 그리워질바야흐로 여름이 떠나가네“글을 쓰며 알았다. 나 역시 좋아하는 게 참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저 유난히 내성적인 여름 덕후였다는 것을. 하긴, 이렇게 많은 추억을 안겨준 계절을 사랑하지 않는 게 더 어렵지.”-김신회의 ‘아무튼, 여름’ 중에서 8월의 끝은 마치 여름의 끝 같다. 물론 달력에 적힌 숫자에 불과하다. 9월이어도 뒤끝 있는 더위는 얼마간 계속될 것이다. 또 계절이 경계를 넘는다고 큰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가을이 되는 게 고작이다. 그럼에도 그냥 떠나보낼 수는 없지 않나. 그림바위마을 용마소둔치공원 그늘에서 2026년의 마지막일지 모를 화암팔경의 여름과 눈을 맞춘다. ●여름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김신회 작가는 일년 내내 여름을 기다리는 사람이다. 자신이 만든 출판사의 이름에도 ‘여름’을 넣고 좋아하는 드라마 제목조차 ‘수박’이다. 그리고 ‘아무튼, 여름(제철소)’을 “여름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소개한다. 허나 모두가 여름에 호의적이지는 않다. 땀을 씻으려 샤워를 하고 욕실을 나서자마자 곧장 땀이 나는, 그래서 다시 욕실로 들어가는 자의 비애를 작가는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나를 포함한 어떤 이들에게 여름은 땀과 땀의 무한 루프다. ‘러브레터’에서 겨울을 먼저 떠올리고 여름은 ‘데스노트’에나 쓰는 단어다. 그래도 여름이 좋은 순간이 있다는 걸 끝내 부정하지는 못하겠다. 여름이라서 ‘캬~’하는 탄성마저 맛깔나게 하는 편의점 ‘맥주 네 캔’, 수영 실력과 무관하게 푸른 바다 위에서 첨벙대는 물놀이, 여름 단물의 정수를 쪽쪽 끌어모은 듯한 초당 옥수수 그리고 평양냉면 같은 것들. 특히 더위의 반대편 그늘에서 여름만이 주는 찬란한 녹음을 마주할 때 ‘대나무 자리’ 같은 이 계절의 묘미를 수긍하고 못 이긴 척 인정할 수밖에. 예를 들면 정선 화암리의 소금강 풍경은 꼭 여름에 봐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소금강’이라는 이름이 붙은 명소가 많다. 작은 금강산이라는 뜻이다. 북녘의 금강산은 기암절벽과 겹겹의 봉우리가 화려한 경관을 뽐낸다. 그래서 기암절벽이 화려한 남쪽의 여행지에는 어김없이 소금강이라는 명칭이 붙는다. 강원 정선군 화암면에 있는 소금강은 화암리에서 몰운리에 이르는 약 4㎞ 구간의 계곡을 이른다. 첩첩산중으로 숨어드는 도로를 휘황한 기암의 절벽이 좌우로 호위한다. 수박을 한 입 크게 베어 물 때처럼 입을 쩍 벌린 채 ‘와~’하며 지날 만큼 멋지다. 귓가에는 성악가 조수미 씨가 부르는 ‘그리운 금강산’이 환청처럼 들려온다. ●‘아이맥스’급 소금강 전망대 소금강 전망대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 소금강을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깎아지른 수직 절벽의 위용을 정면에서 마주하는 건 굉장한 경험이다. 아이맥스 스크린 앞자리에서 영화 ‘오디세이’를 보는 기분이랄까. 다름 아니고 여름이어서 그렇다. 기암절벽의 표면은 회색과 갈색이 섞였는데 여름 품에 있어 초록의 자연과 명징한 대비를 이루며 조화롭다. 마치 생생하게 살아 꿈틀대는 듯하다. 그러므로 온전히 생기롭고 빛난다. 아마도 가을에는 단풍에 묻히고 겨울에는 삭막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정선군 화암면에는 그런 풍경이 무려 여덟이다. 이를 가리켜 ‘화암팔경’이라 부른다. 소금강은 6경에 해당한다. 화암(畵岩)이란 지명부터 심상치 않다. 말그대로 ‘그림바위’다. 화천리 강변에는 용마소(3경), 북쪽으로 멀지 않은 거리에는 화암동굴(4경)이 있다. 남쪽은 거북바위(2경)를 지나 화암약수(1경), 소금강을 따라 화표주(5경), 몰운대(7경), 광대곡(8경)이 펼쳐진다. 그러니 그림바위들은 화암리의 본체나 다름없다. 화암팔경을 모두 돌아보자 제안하는 건 아니니 미리 저어할 건 없다. 소슬바람 부는 가을이라면 모를까, 눈길 닿고 발길 닿는 정도여도 여름 화암의 매력을 발견하기에는 충분하다. 다행히 사방 초록은 여전히 싱그러운데 그새 더위는 조금 수그러들었다. 정선은 8월 초에 비해 기온이 5~6도쯤 떨어졌다. 폭염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여름을 싫어하는 이들에게는 지금이야말로 여름 여행을 떠나야 하는 시기다. ●느슨한 여름을 닮은 그림바위마을 화암리의 또 다른 이름은 ‘그림바위마을’이다. 화암동굴과 화암약수의 중간쯤 자리한 마을은 지난 2013년 마을미술프로젝트로 단장했다. 심원, 고원, 평원의 시선이라는 3가지 주제로 곳곳에 미술 작품을 더했다. 벽화도 있고 조형물도 있고 시설물도 있다. 마을미술프로젝트는 대체로 시간이 지나면 바랜다. 그림도 바래고 취지도 바랜다. 하물며 13년 전 일이다. 그림바위마을은 변함없이 정겹다. 마을에는 빈집을 리모델링한 문화예술 레지던시 화암산방이 있어, 예술가들이 꾸준히 활력을 불어넣는다. 얼마 전까지는 2018년 옛 변전소를 개조한 그림바위예술발전소가 산책의 시발점 역할을 했는데, 현재는 아트플랫폼이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니 가을을 앞둔 여름처럼 어쩌면 지금이 조금이 더 자연스러우며 날것 그대로, 마을의 뜨거운 시절을 거닐 기회일지 모를 일이다. 우선 그림바위마을 커뮤니티센터나, 주차장 입구의 안내물 배포함에서 미술마을 홍보 리플릿(약도) 하나를 챙겨 든다. 센터 맞은편은 그림바위카페(화암산방 1호점)가 있고 옆으로 난 골목은 ‘맷돌바위 길의 꿈’이라는 제목이 붙은 타일 벽화 계단이다. 계단 끝에는 ‘상생’이라는 제목의 바느질을 표현한 작품이 북동쪽 언덕길을 따라 이어진다. 그림바위마을 산증인인 이재욱 작가의 작품이다. 낮은 담장 너머로 마을 전경을 내려다보며 거닐기 알맞은 골목길이다. 계단 맞은편 안쪽에는 옛 동면 공소(성당)가 위치한다. 이제는 화암박물전람소 역할을 하는 장소로 ‘역사에서 자라는 담쟁이’라는 제목의 종탑이 짝이다. 언젠가는 마을에서 가장 높은 ‘타워’였을 종탑은 마을의 역사를 적은 나무판이 둘레를 감싼다. 그 위로는 ‘황금 담쟁이’ 넝쿨이 철골을 타고 오른다. 큰길가에는 우주당 같은 비건 카페가 눈길을 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운영하는데 낮에는 우주당찻집으로 문을 연다.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은 우주막(음악과술한잔)으로 변신한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7시부터는 리틀포레스트요가를 진행한다. 오는 8~10월까지는 매주 일요일 팝업 형태의 함박식당이 반긴다. 퍼머컬처 텻밭농부이자 자연여행자인 에이미, 성악가 최순웅 씨가 파스타와 감바스 등을 요리한다. 그 밖에도 화암노다지탐사대 등 지역과 지역이, 지역과 여행자가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많다. ●여름의 녹음 속으로 그림바위마을 골목 산책은 사실 작품의 번호를 매겨가며 꼼꼼하게 챙겨볼 까닭은 없다.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숨은 보물을 찾아내는 기쁨을 누리는 게 맞다. 그리고 더운 여름은 욕심을 내기보다는 욕심을 덜어내며 여행해야 한다. 처음 찾는 동네는 아니어서 나는 용마소둔치공원에 오래 머문다. 용마소둔치공원은 마을 서쪽을 감싸고 흐르는 어천 천변에 있다. 반원을 그리며 흘러 ‘반달에 비친’이라는 수식이 그림바위마을 앞에 붙기도 한다. 마을 여기저기를 산책하는 일은 재밌기는 한데 어딘가 그늘에 앉아 푸른 풍경을 보며 쉬엄쉬엄 여름의 시간을 떠나보내고 싶기도 하므로, 그럴 때는 용마소둔치공원이 제격이다. 서늘한 달의 표면에 안착한 듯하다. 공원은 키 큰 나무와 벤치, 정자 등 쉼터가 많아 좋다. 솟대처럼 솟은 ‘빛나는 이야기’ 같은 조형 작품들이 마을 이야기를 전한다. 작품의 기둥은 금광에서 쓰던 채굴 기계를 다시 사용했다. 마을에서 약 1.5㎞ 떨어진 곳에는 화암동굴이 있다. 금을 캐던 광산으로 갱도 외에 천연 석회암 동굴이 공존한다. 그곳의 시간이 마을에 흐른다. 용마소둔치공원은 지난해까지 캠핑장으로 이용하는 이들이 많았다. 근래에는 맥문동밭을 조성했다. 그림바위마을은 ‘보라색’을 상징색으로 마을을 물들이는 중이다. 담장도, 벽화도, 화단도 보라색이 자주 눈에 띈다. 두 해를 맞은 맥문동은 아직 키가 작고 어려 듬성듬성 보라색 꽃을 피웠다. 물가 난간 너머는 아기장수의 슬픈 전설이 전하는 화암 3경 용마소다. 겨울에는 물가 자갈들이 보이는데 여름은 온통 초록의 풀들이 뒤덮는다. 용마소 상류 700~800m 거리에는 화암약수 가는 길 초입에 화암 2경 거북바위가 있다. 절벽 위에 있는 바위가 거북을 닮아 그리 부른다. 거북바위는 두 갈래의 산책로가 나 있다. 거북바위산림욕장 쪽은 계단을 따라 정자각까지 오른다. 계단은 이끼가 잔뜩 끼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득한 여름의 초록을 느끼게 한다. 거북바위 정자각에서 아래쪽 데크로 내려가면 거북바위다. 커다란 바위와 바위의 틈새를 지나면 그림바위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자연만이 화암의 자랑일까. 사람들이 사는 마을 또한 그림 같다. 화암팔경에 하나를 더한 화엄 9경이라 불러도 좋겠다. 다만 절벽 위이고 안전난간이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천천히 여름을 배웅하는 법 거북바위에서 화암 1경 화암약수까지는 1.3㎞다. 마을커뮤니티센터를 출발점 삼아도 1.5㎞ 정도, 걸어서 20분 남짓이다. 고작 약수 한 모금 하러 걸어야 할까 싶지만, 화암약수까지 가는 산책로만으로 이미 보상이 되고 남는다. 짙고 푸른 여름 풍경이라 말할 수밖에 없는, 화엄팔경에 넣어도 손색없을 그림 같은 바위가 줄을 잇는다. 화암약수는 철분이 함유된 탄산 약수의 톡 쏘는 맛이 특징이다. 코끝이 찡해서 단숨에 여름을 쫓는다. 약수터를 나오는 다리 위에서는 경쾌한 계곡 풍경에 한 번 더 무장해제한다. 건너편 ‘정선껏 바이 이진리’ 카페에도 들러보시길. 지난 7월 화암약수 건너편 2층 팔각정에 문을 열었다. 고풍스러운 정자에 ‘요즘스런’ 카페인 셈이다. 카페 창밖의 초록이 포근한 정취를 연출한다. 밖은 푸른 여름인데 안은 더위를 잊는다. 그 사이 쉬엄쉬엄 용마소와 거북바위 그리고 화암약수까지 이르렀다. 소금강전망대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길에 화표주를 지났으니 화엄팔경 가운데 다섯 곳을 본 셈이다. 화암동굴까지 욕심이 난다.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는데 동굴 안은 연중 평균 14도로 기온이 쑥 내려가 정선을 대표하는 여름 피서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름의 화암팔경은 이쯤에서 그쳐도 무방하다. 구름도 쉬어가는 몰운대나 가는 길이 험한 광대곡의 영천폭포를 굳이 끼워 넣을 수 있겠지만 아직은 여름이니까. 남은 팔경일랑은 다른 계절을 위해 남겨둬도 그만이다. 김신회 작가의 말을 빌리면 “여름을 즐기는 데 필요한 건 조건이 아니라 마음”이므로. 그러고 보면 내가 싫어한 게 여름은 아닌 것 같다. 장미의 가시처럼 뾰족한 여름의 더위 때문이었을 뿐, 그저 여름날의 추억 하나 갖고 싶었는지도. 단풍이 들고 눈이 내리면 지겹게 정겨운 이 여름의 초록이 분명 그리울 테니까. 복날에 베어 문 수박처럼. 비록 여름을 싫어하는 나이긴 하지만. 바야흐로 여름이 떠나간다. 글·사진 박상준 여행작가
  • 가로등 하나 없는 벌판에 위치…“헤드라이트 없인 차도 못 다녀”

    가로등 하나 없는 벌판에 위치…“헤드라이트 없인 차도 못 다녀”

    “헤드라이트 없이는 차량도 다니기 힘들 정도로 어두운 곳이에요.” 지난 26일 오후 9시쯤 찾은 제주시 한림읍에 자리한 야자수 농장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이곳 야자수 숲에서 30대 여성 장모씨가 실종 104일 만인 24일 숨진 채 발견됐다. 밤에 찾아간 농장은 말 그대로 사물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했다. 2차선 도로 주변에는 비닐하우스와 밭, 띄엄띄엄 놓인 집 몇 채뿐이었다. 늦은 밤 차량 통행도 거의 없고 어둡고 외졌다. 한밤중에, 장씨가 야자수 숲 안까지 들어갔다는 게 상상하기 힘들었다. 현장(https://youtu.be/chdFcZI9L3A) 네이버(https://tv.naver.com/v/104842013)을 둘러보면 의문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주민들은 “밤에는 사람이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어둡다”고 입을 모았다. 장씨가 머물던 숙소에서 직선거리로 약 400m에 불과하지만 농장에 이르는 직선 외길은 영화 ‘살인의 추억’에 나오는 곳처럼 가로등 하나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장씨의 아버지도 “딸이 남자친구에게 ‘야자수 농장은 무섭다’, ‘가기 싫은 곳’이라고 말했다고 한다”며 “평소 무서움을 많이 탔는데 거기에 갔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장씨의 사망 원인은 확정되지 않았다. 제주경찰청은 2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 머리뼈와 목뼈, 몸통 등에서 특이 골절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설골에 골절이 있었지만 일부 백골화가 진행돼 외상이나 질식에 따른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고 사후 부패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국과수 입장이다. 경찰은 목맴 사망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타살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이날 지휘부 회의에 앞서 세 차례 고개를 숙여 사과한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은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숨김없이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실종 대응 시스템과 인력·절차를 전면 점검하고 이중·삼중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위성곤 제주지사도 유관 기관 회의를 통해 해안가와 올레길 등에 인공지능(AI) 기반 폐쇄회로(CC)TV를 확충하는 등 관련 보급률을 현재 58%에서 2030년 75%까지 높이기로 했다. 24시간 관제 체계도 강화하고 공공 CCTV 영상 보존 기간도 현행 30일에서 60일 이상으로 연장할 계획이다.
  • [르포] 그녀가 사라진 그곳에 가보니… “영화 ‘살인의 추억’ 처럼 가로등도 인적도 없이 캄캄”

    [르포] 그녀가 사라진 그곳에 가보니… “영화 ‘살인의 추억’ 처럼 가로등도 인적도 없이 캄캄”

    제주의 낮과 밤은 다르지만, 그곳의 낮과 밤은 너무 달랐다. 26일 오후 9시쯤 찾은 제주시 한림읍의 한 카나리아야자수 농장. 초등학교 인근 샛길을 따라 들어서자 2차선 도로 옆으로 펼쳐진 야자수밭은 말 그대로 사물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했다. 현장에서 마주한 야자수숲 도로는 가로등 하나 없어 인적조차 없는 곳이었다. 정말 그녀가 그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그보다 더 외지고 은밀한 카나리아야자숲 안으로 들어갔던 것일까. 비닐하우스와 밭이 이어졌고 주변에는 띄엄띄엄 한두 채의 집만 보이는 곳이었다. 늦은 밤 차량 통행도 거의 없었다. 시신이 발견된 장소 앞에는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었고 낯선 승용차 한 대가 헤드라이트를 켜놓은 채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그 불빛마저 사라진다면 주변은 암흑천지유튜브(https://youtu.be/chdFcZI9L3A) 네이버(https://tv.naver.com/v/104842013)였다. 주민들의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밤이 되면 굉장히 어두워 사람이 걸어 다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차량도 헤드라이트가 없으면 다니기 어려운 곳”이라는 설명이 현장에서 그대로 실감났다. 서울신문 영상팀이 인터뷰한 주민 허모씨도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밭에 물을 주려고 하루에도 몇 차례 오가는 곳인데 장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저 나무에서 그랬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장모(37)씨는 바로 그곳에서 발견됐다.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104일 만인 지난 24일이었다. 경찰은 집중 수색 과정에서 야자수숲 안쪽까지 들어갔고, 야자수에 끈이 묶인 채 앉아 있는 듯한 자세의 장씨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매듭과 끈이 묶인 높이 등은 현재 정밀 감식 중이다. 경찰은 주변 야자수 낙엽에서도 크게 흐트러지거나 밟힌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현재까지 저항이나 다툼을 보여주는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타살 혐의점이 낮다고 보는 이유다. 하지만 현장을 직접 찾아보니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 장씨가 실종된 이후 104일 만에 발견된 장소가 평소 두려워하던 곳이라는 점은 유족과 주민들에게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더욱이 장기숙소에서 그곳까지 직선 외길로 가는 길(약 400여m)은 여성 혼자 다닐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마치 영화 ‘살인의 추억’처럼 가로등 하나없는 허허벌판이었다. 반면 대로변으로 돌아가면 20~30분은 족히 걸릴 거리였다. 장씨의 아버지도 “딸이 남자친구에게 ‘야자수농장은 무섭다’, ‘가기 싫은 곳’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쪽으로는 전혀 가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라며 “딸은 평소 무서움을 많이 탔는데 거기에 갔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전날 “경찰로부터 딸의 목뼈와 관련해 설명을 들었다”며 “뼈 사이에 약한 부분이 있는데 그게 당겨지면서 부러졌다고 얘기하더라”고 전했다. 경찰이 장씨가 스스로 숨졌다는 취지로 설명했다는 것이다. 27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감정서에는 장씨의 머리뼈와 목뼈, 몸통 등에서는 특이 골절이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남아 있던 목뿔뼈(설골)에서 골절이 확인됐지만, 부패가 심하고 일부 백골화가 진행돼 해당 골절이 외상이나 질식에 따른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고 사후 부패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감정했다. 특히 특이 골절이 발견되지 않았고 설골 골절 역시 발생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만큼, 정확한 사망 경위와 타살 여부는 추가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외부 전문가들은 카나리아야자수의 구조상 혼자 줄을 걸고 매듭을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아직 경찰 감식으로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무엇보다 장씨가 왜 이곳으로 갔는지가 풀리지 않고 있다. 경찰은 장씨가 실종 신고 전인 지난 5월 12일 밤부터 13일 새벽 사이 숙소를 나와 야자수농장으로 이동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농장은 장씨가 장기 투숙했던 숙소에서 불과 400m가량 떨어져 차량(시속 40㎞ 속도)으로 약 3분 거리였다. 장씨의 실종 신고는 허위로 종결됐고 초기 수색 기회도 사라졌다. 경찰의 늦장대응과 실종 관리체계에 대한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이날 국민들에게 세차례나 고개 숙인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결과를 숨김없이 공개하고, 도내 모든 실종사건을 전면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실종 대응 시스템과 인력·절차를 전면 점검하고 2·3중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최근 올레길을 직접 돌아보면서 폐쇄회로(CC)TV가 부족한 곳을 확인했다”며 “도심지 골목길의 가로등과 비상벨 등도 다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SNS를 통한 장씨 사건 관련 신상정보 유포에 대해서는 “법리를 검토해 방송통신위원회 의뢰 여부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성곤 제주지사도 유관기관 회의를 통해 해안가와 올레길 등 위험지역에 AI 기반 CCTV를 확충하고, AI CCTV 보급률을 현재 58%에서 2030년 75%까지 높이기로 했다. 78명의 관제요원이 24시간 실시간 감시하는 체계도 강화한다. 특히 장기 실종에 대비해 공공 CCTV 영상 보존기간을 현행 30일에서 60일 이상으로 연장하고 저장장치 용량도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야자수밭 공격·저항 흔적도 없어… 우울증·약물 처방 내역도 없다”

    “야자수밭 공격·저항 흔적도 없어… 우울증·약물 처방 내역도 없다”

    # 106일 만에… 제주경찰청, 장미란씨 실종사건 관련 사실상 첫 브리핑제주에서 지난 5월 실종된 30대 여성 장미란(37)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실종 104일 만에 발견됐다. 시신은 장씨가 장기 투숙했던 숙소에서 직선거리 5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인근 야자수 숲에서 발견됐다. 그러나 제주경찰은 실종사건과 관련 집중수색에 나선 것은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지난 23일 오전 긴급 제주 방문을 통해 수사진행 상황을 직접 점검하고 강도높은 전수조사와 현장 수색을 지시하면서 사실상 시작됐다. 초동 수사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공식 브리핑을 계속 미뤄온 경찰은 지난 5월 12일 실종된 후 106일 만에 시신이 발견된 후 처음으로 비공식 브리핑(백브리핑)을 했다. 다음은 제주경찰청 관계자들과의 일문일답. #카나리아 야자수 숲 안에서 발견… 수색했던 곳이지만 숲 속 확인 처음-장미란 씨 시신 발견 경위는. “먼저 이번 사건으로 유가족에게 큰 상심을 안겨드린 데 대해 제주경찰을 대표해 사과드린다. 실종자 수색과 허위 종결 의혹에 대한 수사를 철저히 진행하고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하겠다. 장씨의 휴대전화 최종 기지국 위치가 한림항 쪽으로 계속 고정돼 있었고, 재신고가 들어왔을 때 실종자 안전과 소재 발견이 제일 중요했다. 실종자를 찾기 위한 단서는 기지국 위치였기 때문에 한림항에서 방파제 바닷가 쪽으로 수색을 시작했고 수색 단계 높여가며 범위를 넓혀갔다. 주거지에서 한림항까지 이동 경로를 중심으로 체취견과 드론으로 수색했는데 (발견 당일) 동원된 수색 담당 경찰관이 숲 안에서 발견했다.” -이곳을 처음 수색했나 “수색 범위 안에 포함된 곳이고 수색했던 장소지만, 집중수색때 카나리아야자수 숲 속까지 들어가 확인한 건 처음인 것 같다.” ― 장미란씨의 사인과 사망 시점은. “부검 결과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사인을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다. 부검의 구두 소견으로는 목맴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추정된다. 사망 시점도 정확히 특정하기 어렵다. 장씨는 5월 12일 오후 10시 15분쯤 외출한 뒤 한림항 주변에서 기지국 신호가 확인됐고 이후 휴대전화가 꺼질 때까지 이동 흔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출 이후 통화 내역이나 생활반응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를 종합하면 외출 이후 새벽 시간대 사망했을 가능성을 보고 있지만 단정할 수는 없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 시신은 어떤 상태로 발견됐나. “끈이 묶인 상태로 발견됐다. 발이 땅에 닿아 있는 불완전 목맴 형태였고, 앉아 있는 듯한 자세였다. 끈은 야자수의 가지에 묶여 있었으며, 매듭과 높이 등은 현재 정밀 감식 중이다. 야자수농장 주인은 지난 1월 가지치기 한 이후 특별히 농장 관리하진 않은 것 같다.” # 슬리퍼도 그대로 입었던 의류, 속옷도 외출 당시 그대로… 공격·저항 흔적도 없어― 시신 발견 장소에서 타살이나 범죄 피해를 의심할 만한 정황은 없었나. “현장 감식을 발견 당일과 다음 날까지 정밀하게 진행했다. 시신의 주머니에서 휴대전화와 전자제품이 그대로 발견됐고, 머리띠와 금팔찌, 반지 등 소지품도 그대로 착용하고 있었다. 슬리퍼도 그대로 신고 있었다. 의류와 내의 역시 외출 당시 상태 그대로였다. 주변 야자수 낙엽도 흐트러지거나 바스러진 흔적이 없었고 저항이나 다툼이 있었던 정황도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부검 구두 소견에서도 특이 골절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점을 종합해 현재로서는 범죄 피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다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어 타살 가능성을 단정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 성폭행이나 약물·독극물 등에 대한 검사는 이뤄지나. “현재까지 범죄 피해를 의심할 만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만큼 관련 감정에 한계가 있다. 휴대전화 등 디지털 포렌식과 현장 감식 결과 등을 종합해 판단할 예정이다.” ― 시신에서 신원 확인은 어떻게 이뤄졌나. “지문은 상당 부분 소실돼 지문으로 바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치아 등을 통해 신원을 확인했고, 일부 뼈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본원으로 보내 DNA 감정을 진행하고 있다. 피부 조직 등이 충분히 남아 있지 않아 DNA 채취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 집에 있는 끈과 현장 끈 동일 재질… 타살 가능성 포함 모든 가능성 열어둬― 끈은 어디서 가져온 것으로 보나. “현장에서 발견된 끈은 장씨가 집에 두었던 (특정)끈과 동일한 재질로 보인다. 장씨가 집에서 끈을 가지고 나갔을 가능성을 보고 있다. 다만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끈을 직접 들고 나가는 장면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 다른 사람이 끈을 이용했을 가능성은. “현재 확인 중이다. 타살을 위장했을 가능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 ― 장씨의 휴대전화 사용 흔적 없나. “외출 이후 통화 내역이나 뚜렷한 생활반응이 확인되지 않았다. 기지국 신호는 한림항 주변에서 확인된 뒤 큰 이동 없이 이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데이터 사용 기록 등도 확인하고 있으며 휴대전화 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 휴대전화가 며칠 동안 켜져 있었던 이유는. “휴대전화가 상당 기간 켜져 있었던 부분과 관련해 제조사(삼성) 측에 기술적 가능성에 대한 자문을 구한 상태다. 아직 회신을 받지 못했다.” ― 장씨의 노트북이나 태블릿도 포렌식하나. “현재 휴대전화 포렌식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추가 디지털 기기 여부와 필요성은 확인 중이다.” ― 우울증 등 정신과 치료를 받은 기록은 있나. “현재까지 병원에서 우울증 치료나 관련 약물을 처방받은 내역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5월 12일 외출 이후 목격자나 제보는 없었나. “현재까지 확인된 목격자나 제보는 없다. 외출 이후 휴대전화 사용 흔적도 확인되지 않았다.” ― 장씨와 허위 종결 혐의를 받는 A 경장의 접점은 확인됐나. “현재까지 장씨와 A 경장이 일면식이 있었다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장씨의 통화 내역에서도 A 경장과 통화한 기록이 없고, A 경장의 휴대전화에도 장씨의 번호가 저장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A 경장의 알리바이 등을 포함해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서 면밀하게 확인하고 있다.” ―A 경장이 장씨 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확인된 것이 없다. 허위 종결 당시 상황과 A 경장의 행적 등을 면밀히 확인하고 있다.” # 하루 이틀 연락 두절 가끔 있어… 남친 장씨 찾으려 했다는 진술도 있다― 남자친구가 장씨를 사흘 뒤에 신고한 이유는. “남자친구는 장씨가 과거에도 가출했다가 하루나 이틀 뒤 연락한 적이 있어 처음에는 그런 상황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고 있다. 본인도 장씨를 찾으려 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남자친구를 수사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확인하고 있다.” ― 남자친구에게 데이트폭력이나 관련 신고가 있었나. “현재까지 확인된 신고 내용은 없다.” ― A 경장이 허위 종결을 한 동기는 확인됐나. “결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답변하기 어렵다.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서 동기를 포함해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 경찰이 A 경장의 허위 종결을 언제 인지했나. “장씨가 재신고된 이후 장씨를 찾는 과정에서 1차 신고 당시 A 경장이 통화했다고 기록한 내용을 확인했다. 이후 통화내역과 위치정보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실제 통화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다. 근무 환경상 실제 통화가 가능한 방법이 있었는지도 다시 확인했고,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8월 7일 최종적으로 통화내역이 없다는 점을 인지했고, 8월 11일 수사를 의뢰했다.” ―A 경장은 어떤 방식으로 장씨와 통화했다고 주장했나. “기존 주장을 유지하고 있다. 구체적인 수단이나 경위는 현재 수사(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중인 사안이라 자세히 설명하기 어렵다.” ― A 경장의 직위해제와 입건 시점은. “7월부터 여성 관련 사건으로 별도의 수사가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대기발령 조치가 있었다. 8월 11일 직위해제됐으며, 같은 날 장씨 사건과 관련해 내사에 착수했다. 8월 14일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 A 경장을 긴급체포한 이유는. “사건의 중대성과 긴급성, 필요성을 종합해 긴급체포 요건이 된다고 판단했다. 당시 상황에서 도주나 극단적인 선택 등의 가능성도 고려했다.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판단해 긴급체포했다. 긴급체포 적법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존중한다.” # 60대 남성 통화했다고 입력한 번호, 실제 실종자 본인 번호와 불일치― 60대 남성 실종사건도 허위 종결한 것으로 확인됐나. “112 신고를 허위로 종결하고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는 종결 사유를 ‘소재 발견’으로 입력해 해제한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통화했다고 입력한 번호도 실제 실종자 본인의 번호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 A 경장이 처리한 298건 가운데 추가 허위 종결 의심 사례는 얼마나 되나. “A 경장이 지난해 3월부터 실종 업무를 담당하면서 해제·종결 처리한 사건은 모두 298건이다. 현재 형사과에서 특별전수점검팀을 구성해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10여건을 포함해 일부 사건에서 허위 종결이 의심되는 정황을 확인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건수는 전수조사가 끝난 뒤 밝힐 수 있다.” ― 전수조사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나. “해제·종결 사유를 기준으로 사건을 선별해 확인하고 있다. 신고자에게 직접 연락해 당시 상황을 확인하고, 종결 과정에서 작성된 서류나 단서가 실제 존재했는지도 확인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조사하고 있다.” ― 현재까지 허위 종결이 확인된 사건은 몇 건인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숫자를 밝히기는 어렵다. 공식적으로 확인되는 대로 알리겠다.” ― 전수조사 과정에서 본청이나 국회에 추가로 보고한 내용이 있나. “현재까지 본청이나 국회에 298건이라는 숫자 외에 추가적인 조사 결과를 보고하거나 제공한 것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A 경장이 다른 팀원보다 실종사건을 많이 처리했나. “서부경찰서 실종팀은 4명 정도가 근무한다. 다만 A 경장이 다른 팀원보다 해제 건수가 많았는지는 현재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확인해 보겠다.” # 이번 2건 외 실종사건 중 추가 재신고 여부 있는지 조사중― 장씨 사건 외에 추가로 재신고된 실종 사건이 있나. “현재 확인 중이다. 전수조사의 하나의 테마로 재신고 여부 등을 살펴보고 있다.” ― 실종사건을 종결할 때 별도의 보고 절차가 없었나. “당시 A 경장은 상급자에게 별도로 보고하지 않고 종결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야간이나 휴일에는 다음 교대 때 기록해 보고하도록 돼 있는데, 해당 사건에서는 그런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 장씨 사건의 최초 실종 신고 당시 어떤 암시 내용이 있었나. “특별하게 암시하는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시 112 신고 내용과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 장씨 실종 사건의 전담팀은 언제 꾸려졌나. “7월 19일 재신고가 접수된 이후 서부경찰서에서 수사를 이어갔고, 광역수사대 등이 수색을 지원했다. 이후 제주경찰청 차원에서 인력을 증원해 수색 범위를 확대했다. 8월 20일부터는 집중 수색에 들어갔다.” ― 장씨를 찾기 위해 영장 신청 등 수사는 어떻게 진행됐나. “재신고 이후 생활반응이 확인되지 않아 통신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했고, 영장 신청과 회신 과정 등이 8월 초까지 이어졌다. 이후에도 통신·수색 자료 등을 종합해 소재를 추적했다.” ― 경찰의 허위 종결로 장씨 발견이 늦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허위 종결 과정에서 경찰의 실종사건 처리에 문제가 있었던 부분은 현재 수사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장씨의 소재를 찾는 과정에서도 당시 처리 내용과 수색 과정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유가족께 다시 한번 사과드리며, 관련 의혹을 철저히 확인하겠다.”
  • 무허가 공기소총으로 타인 진도견 쏴 죽인 60대 남성, 집행유예

    무허가 공기소총으로 타인 진도견 쏴 죽인 60대 남성, 집행유예

    허가 받지 않은 공기소총으로 타인이 키우던 개를 쏴 죽인 60대 남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 김송현)는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64)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이와 함께 동물학대 재범 예방 강의 80시간 수강과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2월 20일 오전 10시 50분쯤 전남광주 장성군의 한 밭에서 소형 진도견 한 마리를 무허가 공기소총으로 사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관할 지자체의 허가를 받지 않은 5.5㎜ 공기소총을 2019년 초부터 약 7년간 자신의 집에 몰래 보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했으나, 당시 해당 밭은 농작물이 심어지지 않은 휴경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해 개가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어 주인이 있는 동물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고, 당시 급박한 위험이 없었음에도 다른 방안을 찾지 않고 즉시 사살했다”며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 “타살 가능성 낮다”는 경찰… 주민들은 “손만 대도 아픈 카나리아 야자수서?”

    “타살 가능성 낮다”는 경찰… 주민들은 “손만 대도 아픈 카나리아 야자수서?”

    제주에서 장기 실종됐던 장미란(37)씨가 숙소 인근 야자수 농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경찰이 초기부터 범죄 피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어 사건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시신 발견 직후 타살 혐의점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경찰의 판단이 나온 데다, 부검에서도 확실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제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장씨는 지난 24일 오전 10시 46분쯤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 농장에서 수색 중이던 경찰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장씨가 실종된 지 104일 만이다. 경찰은 시신이 발견된 당시 자세와 위치 등을 토대로 “범죄 피해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을 확인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신이 발견된 야자수 농장에는 높이 3~6m가량의 카나리아 야자수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나무를 베어낸 줄기에는 뾰족한 부분이 많았고, 손만 대도 아프고 쉽게 구부러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 주민들은 ““야자수 줄기를 잘라낸 부분은 엄청나게 날카로워 몸이 닿으면 아플 정도”라며 “여성이 혼자 이런 곳에서 목을 맨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 가시에 찔릴 수 있는 데다 줄을 걸 만한 곳도 마땅치 않아 의아하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들도 “카나리아 야자수 특성상 사람이 들어가 움직이기 쉽지 않은 곳”이라며 “굳이 이런 장소를 선택했다는 점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농장 주변 환경도 시신 발견이 쉽지 않았던 이유로 꼽힌다. 주변에는 비닐하우스와 밭 등이 있을 뿐 폐쇄회로(CC)TV나 가로등이 없었다. 주민들은 야간에는 사람의 왕래가 거의 없는 곳이라고 전했다. 한 주민은 “밤이 되면 굉장히 어두워 사람이 걸어 다니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차량도 헤드라이트가 없으면 다니기 어려운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25일 국과수 부검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의 자세와 위치 등을 종합해 타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며 “부검 결과 현재까지 특이 골절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사망 시점과 정확한 사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DNA 긴급 감정을 비롯한 추가 감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장에서 발견된 장씨의 휴대전화에 대해서도 포렌식을 진행해 마지막 행적을 확인하고 있다. 타살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이다. 그러나 장씨의 실종 사건이 당초 경찰의 허위 종결 논란으로 이어졌던 만큼 초기 수색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사망 경위와 사인을 보다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찰은 현재까지 타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정확한 사인을 확인한다는 입장이다. 장씨의 마지막 행적과 사망 경위가 밝혀질 때까지 사건을 둘러싼 의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 “평생 일했는데 어떻게 팔아”…38살 당나귀와 78세 노인 눈물나는 우정 [여기는 중국]

    “평생 일했는데 어떻게 팔아”…38살 당나귀와 78세 노인 눈물나는 우정 [여기는 중국]

    중국의 78세 노인이 평생 농사일을 함께한 38살 당나귀를 끝까지 돌보겠다고 약속한 사연이 현지에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19일 웨이보에 따르면 간쑤성의 한 농촌에 사는 78세 할아버지와 그가 기르는 당나귀의 모습이 최근 외손녀가 공개한 영상을 통해 알려졌다. 영상에는 밀짚모자를 쓴 노인이 검은 당나귀의 몸을 천천히 쓰다듬는 모습이 담겼다. 외손녀는 “외할아버지는 올해 78세, 당나귀는 38살”라고 소개했다. 이 당나귀는 노인이 젊었을 때부터 함께한 오랜 일꾼이다. 농기계가 흔하지 않던 시절 수레를 끌고 곡식을 나르는 것은 물론 밭을 가는 일까지 도맡았다. 그렇게 노인과 당나귀는 수십 년 동안 같은 집에서 일하며 나이를 먹었다. 당나귀가 늙자 주변에서는 건강할 때 팔아 돈을 받는 편이 낫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노인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는 “평생 고생한 녀석인데 늙었다고 팔 수는 없다”며 “자연스럽게 세상을 떠날 때까지 내가 먹이고 돌보겠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서 예전처럼 농사일을 할 수 없게 됐지만 당나귀의 몸 상태는 비교적 건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인은 더 이상 일을 시키지 않고 먹이를 챙기며 노후를 함께 보내고 있다. 사연이 알려지자 현지 누리꾼들은 “평생 함께 일한 동료를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이 뭉클하다”, “노인에게는 가축이 아니라 가족일 것”, “말보다 행동으로 의리를 보여줬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당나귀가 말을 할 수 있다면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을 것 같다”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함께 늙어간 두 친구의 모습처럼 보인다”고 했다.
  • [길섶에서] 부추꽃이 피어서

    [길섶에서] 부추꽃이 피어서

    지인이 시금치를 한아름 주고 갔다. 여름비에 장차게 뻗대는 속도를 감당 못하니 뽑아다 먹으라 했다. 풀 한 포기 뽑아 주지 않고 남의 밭을 휘젓기는 염치 없는 일. 그랬더니 아침 이슬 깨기도 전에 휘뚜루마뚜루 뜯어서는 놓고 갔다. 시금치를 다듬는데 목을 뽑아올린 꽃대궁이 보인다. 그래, 너도 꽃이었지. 줄기인지 분간이 안 되는 푸른 꽃. 고단하게 피는 꽃을 나는 잊고 살았네. 시금치꽃을 빤히 보는데 마음이 일렁거린다. 데치면 한 움큼이고 마는 것이 무엇하러 꽃을 피우자고 안간힘을 썼을까. 붉지도 희지도 못해 푸른 꽃, 꽃같지도 않은 꽃을. 모퉁이 텃밭에도 땡볕 아래 나물 꽃들이 피었다. 부추 흰 꽃, 돌나물 노란 꽃, 취나물 흰 꽃, 쑥갓 노란 꽃. 푸른 우주 속에 작은 별들이 총총 떴다. 겨우 풋나물 주제에 왜 하나같이 잔별 모양으로 꽃들은 피는지.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는데 어째서 활짝 웃다가 가는지. 오래 보고 있으면 나는 너를 닮으려나. 부추 흰 꽃하고 나하고 백년해로 늙은 부부처럼 서로 보고 앉았다. 저하고 나하고 저녁 바람에 흔들리면서 오래 보고 앉았다. 황수정 논설실장
  • 김민석, 승부처 다 이겼다

    김민석, 승부처 다 이겼다

    與경선 호남 이어 서울·경기서 1위누적 49.9%… 정청래와 8.4%P차오늘 전대서 신임 당대표 최종 확정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민석(기호 3번) 후보가 최대 승부처로 꼽힌 호남과 서울·경기에서 연승하며 승기를 잡았다. 호남에선 압승을 했지만 서울·경기에선 근소한 차로 정청래(기호 2번) 후보를 앞지르면서 누적 득표율은 과반에 살짝 미치지 못했다. 김 후보는 16일 서울·경기 권리당원 투표에서 46.66%(14만 8245표)의 득표율로 1위를 유지했다. 정 후보는 46.28%(14만 7038표), 송영길(기호 1번) 후보는 7.06%(2만 2410표)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김 후보(49.91%)와 정 후보(41.51%)의 누적 득표율(경남·대구·경북 지역 가중치 미반영) 격차는 8.4% 포인트 차로 줄어들었다. 전날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김 후보(57.54%)가 정 후보(32.65%)를 크게 앞서면서 격차를 벌렸지만 이날 초박빙 결과로 최종 승부는 17일 전대 당일까지 가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울과 경기 각각 김 후보와 정 후보의 표 차이는 597표, 610표에 불과했다. 송 후보의 누적 득표율은 8.58%로 집계됐다. 김 후보 측은 이날 경선 결과 발표 직후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서울·경기는 호남과는 확연히 다른 상황”이라면서도 “대의원 투표 등에선 6(김민석) 대 4(정청래) 이상 격차가 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민 여론조사와 관련해선 “대세는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고 내다봤다. 정 후보는 페이스북에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며 “적게 주시든 많이 주시든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늘 처음처럼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썼다. 반면 송 후보 측은 과반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선호투표제가 적용되는 것과 관련해 “이번 선거는 송영길이 되거나 송영길에 의해 (당대표가) 되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당초 서울·경기 경선에선 박빙 승부가 예상됐다. 김 후보와 정 후보 모두 서울 지역구를 둔 4선 의원으로 권리당원(약 58만명)이 가장 많은 이 지역에 초반부터 공을 들여 왔다. 추미애 경기지사가 전대를 앞두고 사실상 정 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메시지를 잇따라 낸 것도 강성 당원 결집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날 호남권 경선에서 김 후보가 압승을 거둔 건 호남권 반도체 메가특구 성공에 대한 열망이 지역 당원들의 표심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만큼 당청 관계를 안정감 있게 가져가면서 메가 프로젝트를 뒷받침할 입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란 기대가 단순 과반을 넘어 60%에 가까운 득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전날 연설회에서 “모든 걸 걸고 반드시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것”이라고 했다. 호남에서 패배를 인정하고 서울·경기에서의 대역전을 노린 정 후보는 이날 경기 합동연설회에서 “수도권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공급 대책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부터 정상화시키겠다”고 했다. 서울 합동연설에선 대표 시절 3대(내란·김건희·채해병) 특검법,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법 등 성과를 거론한 뒤 “지난 1년 이재명 대통령과 당원들과 함께 이룩한 이 성과를 모욕해서야 되겠나”라고 했다. 이에 맞서 김 후보는 메가 프로젝트와 관련해 “수도권이 아니라 지방을 살리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결국 반도체를 시작한 경기도를 살릴 것”이라며 “이미 달리고 있는 경기도의 반도체 기관차가 늦어지지 않게 챙기겠다”고 했다. 또 “당대표가 되면 경기도 재정 압박의 고충도 함께 나누겠다”면서 “인프라는 경기도가 만드는데 수익은 특정 시·군만 가져가는 편중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 연설에서는 “서울시장 탈환은 이재명 정부의 안정과 총선 승리를 위한 필수 과제”라고 했다. 송 후보는 “꼴등으로 끝까지 뛰려니 힘들다. 박수 좀 쳐 달라”고 분위기를 띄운 뒤 “아무리 경제 발전을 하고 인공지능(AI) 강국을 만들어도 남북 관계가 흔들리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시켜서 한반도 냉전 문제를 바꾸는 선봉장이 되겠다”고 했다. 송 후보도 서울 연설에서 “서울시장 선거가 다시 열릴 가능성이 크다”며 부동산 정책 대응을 촉구했다.
  • 제주, 가뭄·폭염에 특별교부세 14억 5700만원 긴급 투입

    제주, 가뭄·폭염에 특별교부세 14억 5700만원 긴급 투입

    제주도가 장기화하는 가뭄과 기록적인 폭염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교부세 14억 5700만원을 긴급 투입한다. 제주도는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 특별교부세 14억 5700만원을 확보해 가뭄 대응에 8억 1600만원, 폭염 대응에 6억 4100만원을 투입한다고 14일 밝혔다. 도의회 협의를 마친 제주도는 오는 18일부터 사업별 예산 집행에 들어간다. 특히 월동당근을 시작으로 월동무·양배추·브로콜리 등 월동채소 파종과 정식이 본격화하면서 농업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린 만큼 가뭄 대응 예산을 우선 집행한다. 실제 가뭄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날 기준 도내 토양 수분 관측지점 27곳 가운데 14곳(51%)이 ‘초기 가뭄(부족)’, 7곳(25%)은 가장 심각한 단계인 ‘가뭄(매우 부족)’ 상태로 나타났다. ‘매우 부족’ 지점은 열흘 전 6곳에서 7곳으로 늘었다. 월동당근 주산지인 구좌읍과 성산읍의 파종률은 현재 90%다. 월동무와 양배추, 브로콜리도 이달 중순부터 잇따라 파종·정식에 들어간다. 가뭄과 폭염에 따른 농작물 피해도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도내 더덕 재배면적 314㏊ 가운데 41%에 해당하는 130㏊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제주도는 추정했다. 구좌·성산·표선지역을 중심으로 1년생 더덕은 고사하고, 1~3년생은 잎이 마르는 등 생육 부진이 확인됐다. 도는 가뭄 대응 예산으로 농업용 수리시설 개보수와 농업용수 연계 관로 설치, 급수차 임차 등에 나선다. 물백과 양수기 등 급수장비도 추가 확보한다. 임업 분야에는 3600만원을 별도로 배정해 물백·양수기와 재해복구 물품 등을 지원한다. 폭염 대응에는 6억 4100만원이 투입된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주요 지점에 공기 차단막인 에어커튼을 설치하는 데 3억원, 한림읍 재래시장과 서귀포 향토오일시장에 냉각 안개를 뿜는 쿨링포그를 설치하는 데 2억 4000만원을 쓴다. 축산 분야 폭염 예방물품 구입에 8000만원, 그늘막 유지보수에 2100만원을 배정했다. 도는 지난달 24일부터 종합상황실을 가동해 관정 904공과 저수지 5곳을 운영하고 있다. 급수탑 206개, 양수기 57대, 물백 106개, 물차 41대 등 가용 장비를 총동원해 지금까지 농업용수 4250t을 공급했다. 위성곤 제주도지사는 “확보한 특별교부세를 현장에 신속히 투입하고 관정과 급수차, 물백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며 “가뭄 장기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농업용수 공급에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농민단체는 14일 성명을 내고 “장기간 이어지는 가뭄과 폭염으로 제주 농업이 타들어 가고 있다”며 “제주도정은 땜질식 대책을 중단하고 농업재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농민들이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파종을 늦추고 있고, 이미 파종한 농가에서는 농작물이 말라가고 있다”며 “밭작물의 생육 부진과 고사 피해가 확산하고 물을 확보하기 위한 농민들의 비용과 노동 부담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농민단체는 가뭄과 폭염을 일시적인 자연현상이 아닌 상시적인 농업재난으로 규정하고 농업용수 공급체계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를 위해 농업용수 수요와 공급능력을 전면 조사하고 농업용 관정과 급수시설, 저류조, 용수관로 등 기존 시설의 공급능력을 점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물 부족 지역을 중심으로 중장기 농업용수 공급체계를 재설계하고 빗물과 지표수를 활용할 수 있는 농업용 저류시설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작물재해보험 제도에 대한 개선 요구도 나왔다. 이들은 “농사의 시작은 밭을 일구고 씨앗을 파종하는 것인데 농작물재해보험은 파종 즉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 비율의 출현 여부를 판단해 적용하고 있다”며 “이는 농작물재해보험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회사의 수익성과 손해율 관리가 농민의 피해 보상보다 앞서는 구조라면 농작물재해보험 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며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국가와 지방정부가 농업재해에 대한 책임에서 물러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16일까지 제주도 전역에 30~80㎜의 비가 내리고, 산지에는 최대 150㎜ 이상 내릴 것으로 예상되며, 이 비는 17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 4년 만에 옥수수밭 ‘꿈의 구장’서 열린 MLB…슈워버, 홈런 2방에 필라델피아 승

    4년 만에 옥수수밭 ‘꿈의 구장’서 열린 MLB…슈워버, 홈런 2방에 필라델피아 승

    옥수수밭에 조성된 특설 야구장에서 4년 만에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꿈의 구장’ 경기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미네소타 트윈스를 제압했다. 필라델피아는 14일(한국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다이어스빌의 ‘꿈의 구장’에서 열린 정규시즌 경기에서 미네소타에 7-1로 이겼다. 이날 옥수수밭의 주인공은 필라델피아 거포 카일 슈워버였다. 그는 1회 선두 타자 홈런과 4회 투런포를 잇달아 터뜨리며 홈런 37개로 빅리그 전체 이 부문 단독 1위로 치고 나갔다. 첫 번째 홈런은 우측 펜스 뒤로 멀리 날아가 옥수수밭에 떨어졌고, 두 번째 홈런은 미네소타 우익수의 글러브를 맞고 펜스 뒤 옥수수밭에 떨어졌다. 이어 7회에는 브랜던 마쉬가 7-1로 달아나는 우월 투런포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빅리그 최초의 승부 조작 사건인 ‘블랙삭스 스캔들’ 주역들이 옥수수밭 야구장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으로 1989년 큰 인기를 끈 영화 ‘꿈의 구장’에서 영감을 얻은 MLB 사무국은 영화 개봉 이후 관광 명소로 바뀐 당시 야구장 인근에 빅리그 규격에 맞는 새 야구장을 짓고 ‘꿈의 구장’ 정규 시즌 경기를 기획했다. 2021년 첫 꿈의 구장 경기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뉴욕 양키스를 9-8로 이겼고, 이듬해 시카고 컵스가 신시내티 레즈를 4-2로 꺾었다. 이날은 슈워버의 맹타 속에 필라델피아 오른손 선발 투수 에런 놀라의 호투도 빛났다. 그는 5이닝 동안 삼진 9개를 솎아내며 1실점으로 미네소타 타선을 묶었다.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에서 2019년까지 5시즌을 뛴 왼손 투수 브룩스 레일리는 필라델피아 불펜 투수로 6회 등판해 탈삼진 2개를 잡아내며 1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 승리를 도왔다.
  • ‘농업 전문가’ 김미영 순천시의원 “가뭄에는 기다림 없다. 추경 예산 신속 집행해야”

    ‘농업 전문가’ 김미영 순천시의원 “가뭄에는 기다림 없다. 추경 예산 신속 집행해야”

    계속되는 폭염과 가뭄으로 농업 현장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순천시의회 김미영(왕조1동) 의원이 제3차 추가경정예산에 반영된 가뭄대책 관련 예산의 신속한 집행과 추가적인 긴급대책 마련을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순천농협 최초의 여성 경제상임이사 출신으로 순천농협에서 40여년간 근무했던 농업 전문가다. 김 의원은 “폭염과 부족한 강수량으로 논과 밭이 메말라가고 있고, 특히 밭작물과 과수 등은 제때 물을 공급하지 못하면 짧은 기간에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농민들에게 가뭄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한 해 농사를 좌우하고 생계를 위협하는 재난”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가 발생한 뒤 지원하는 사후대책보다 농작물이 고사하기 전에 물을 공급하고 피해를 막는 선제적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우선 읍·면·동별 저수지와 관정 수위, 농업용수 공급 상황과 농작물 피해 우려지역을 신속하게 점검하고,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부터 인력과 장비, 예산을 우선 투입하는 현장 중심의 대응체계 강화를 주문했다. 또 양수기와 송수호스, 급수차 등 가용 장비를 최대한 확보하고 기존 관정과 저수지·하천 등 활용 가능한 수원을 적극 활용해 용수 공급이 어려운 농경지에 신속하게 물을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의원은 이번 제3차 추가경정예산에 반영된 소규모 농업기반시설 정비사업 등 가뭄대책 관련 예산의 신속한 집행을 당부했다. 김 의원은 “가뭄대책은 예산을 얼마나 확보했느냐 못지않게 언제 현장에 투입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가뭄은 행정절차를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추경예산이 의결되면 관련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소규모 농업기반시설 정비와 관정 개발·정비, 양수장비와 송수호스 확보, 급수 지원 등 당장 현장에서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부터 우선적으로 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복되는 가뭄에 대비한 중장기 농업용수 대책 마련도 제안했다. 김 의원은 “양수기와 급수차를 투입하는 임시방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상습 가뭄지역을 중심으로 저수지 준설과 관정 개발·정비, 노후 농업용수시설 개선, 용수 공급망 확충과 대체수원 확보 등을 포함한 ‘순천시 중장기 농업용수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농민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집행계획만이 아닌 농작물을 살릴 물 한 방울이자 신속한 행동이다”며 “가뭄에는 기다림이 없다. 예산 집행에도 지체가 없어야 한다”고 힘 줘 말했다.
  • “밭일하다 쓰러지면 어쩌지”… 드론이 고령 농민 지킨다

    “밭일하다 쓰러지면 어쩌지”… 드론이 고령 농민 지킨다

    제주에서 폭염 속 농작업으로 인한 온열질환 위험이 커지면서 홀로 밭일을 하는 고령 농업인을 지키기 위해 드론이 중산간 농경지 상공을 누빈다. 11일 제주도 자치경찰단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제주지역 온열질환자는 63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명이 숨졌으며, 전체 환자의 75%가 실외에서 발생했다. 특히 실외 작업장과 논밭에서 발생한 환자가 35.7%를 차지했다. 지난달 제주지역 폭염도 역대급이었다. 7월 폭염일수는 6.5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서귀포지역에서는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7일 연속 폭염이 이어지며 7월 기준 폭염 지속일수 역대 1위를 기록했다. 문제는 중산간 농경지에서 혼자 농작업을 하는 고령 농업인이다. 비닐하우스나 개활지는 지열과 복사열까지 더해져 체감온도가 크게 올라가는데다, 작업자가 홀로 있는 경우가 많아 쓰러지더라도 발견이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제주 자치경찰이 드론을 활용해 농경지 곳곳을 살피는 ‘폭염 안전망’을 가동했다. 자치경찰단은 오는 31일까지 중산간 방범순찰과 함께 드론 공중 예찰과 ‘찾아가는 이동형 냉방대피소’를 운영한다. 드론이 중산간 농경지를 순찰하면서 홀로 작업하는 고령 농업인을 확인하고, 장시간 움직임이 없거나 비틀거리거나 쓰러지는 등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AI 드론 관제차량과 연계해 순찰대가 즉시 현장으로 출동한다. 현장에 도착한 순찰대는 농업인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119에 인계한다. 대형 순찰차는 이동형 냉방대피소로 활용해 폭염 시간대 농업인들이 잠시 더위를 피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자치경찰단은 지난 7월 1일부터 폭염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농업인 안전 확인 활동도 이어왔다. 지금까지 농업인 710여 명을 직접 만나 건강상태와 온열질환 증상을 확인했으며, 폭염 시간대 혼자 일하는 고령 농업인에게 휴식과 수분 섭취를 당부하고 생수와 모자 등 예방용품을 전달했다. 의식 저하나 열경련 등 온열질환이 의심되는 응급상황에서는 즉시 119에 인계하는 등 현장 대응도 진행했다. 이철우 자치경찰단 생활안전과장은 “밭에서 혼자 일하다 쓰러지면 발견이 늦어지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며 “드론이 먼저 살피고 순찰차가 곧바로 현장에 닿을 수 있도록 8월 말까지 폭염 취약지역을 집중적으로 순찰하겠다”고 말했다.
  • “제 손으로 아이들 숨 끊어야”… 여우고개 백골 자매 비정한 천륜 [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제 손으로 아이들 숨 끊어야”… 여우고개 백골 자매 비정한 천륜 [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은 대한민국을 뒤흔든 주요 사건들을 통해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는 시리즈입니다. 과거의 기록을 되짚으며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고 정의와 안전의 가치를 깊이 있게 고찰하는 서울신문의 특화 기사입니다. 서울신문은 기사 내용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AI 음성을 이용해 기사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잠시 후 저희 손으로 아이들의 목을 졸라야 합니다. 이런 부모가 또 있을까요?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모든 사람에게 더 큰 피해를 주지 않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야 할 ‘가족’이라는 이름. 그러나 그 이름 뒤에 숨어 가장 잔혹한 예고장을 쓴 이들은 다름 아닌 30대 어머니 정 씨와 40대 아버지 이 씨였다. 2011년 2월 15일, 매서운 겨울바람이 살을 에던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백운계곡의 한 차가운 민박집 주차장. 정 씨는 떨리는 손으로 편지지를 꺼내 천인공노할 범죄를 덤덤히 써 내려갔다. 같은 시각, 남편 이 씨 역시 눈물과 비겁한 변명으로 얼룩진 유서를 매형에게 남기고 있었다. “남겨진 아이들이 천덕꾸러기가 될 것 같아 저희가 데려갑니다. 불쌍한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죽을 각오로 잘 살아보려 했는데 현실은 너무 무섭습니다. 어제도 행동으로 옮기려 했으나 아이들의 눈이 밟혀 못했습니다.” 이들이 ‘가족 여행’이라는 달콤한 거짓말로 13살, 10살 두 딸을 데리고 집을 나선 지 이틀째 되던 날의 일이었다. 그리고 이 잔혹한 예고장은 현실이 되었다. 10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2011년 12월 30일, 성탄절의 들뜬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경기도 포천시 여우고개 6부 능선 계곡. 한 등산객이 70m 깊이의 가파른 낭떠러지 아래에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진 진청색 승용차를 목격했다. 그곳에는 차에서 불과 10m 떨어진 곳에 파란색 비옷과 담요 등으로 조심스럽게 덮인 두 구의 백골 시신이 방치되어 있었다. 치아 발육 상태와 뼈의 길이를 통해 확인된 신원은 불과 13살, 10살의 어린 자매였다. 동반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며 사라졌던 4인 가족 중 어린 두 딸만이 캄캄하고 차가운 계곡의 백골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그렇다면 자매를 그곳에 남겨둔 채 사라진 부모는 어디로 간 것일까. 이 참혹한 사건의 전말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는 잔혹한 이기심의 극치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빚더미가 앗아간 이성… 경제적 파탄이 부른 비극의 서막사건의 비극은 지극히 평범하고 성실했던 한 부부의 삶이 경제적 파탄이라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면서 시작되었다. 남편 이 씨(당시 46세)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전자상가 등에서 컴퓨터 관련 일을 하던 평범한 기술자였다. 그는 성실하게 모은 전세금 등 전 재산을 쏟아부어 지인들과 야심 차게 사업을 시작했으나 처참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집 보증금까지 전부 날린 이 씨는 결국 가족들을 이끌고 경기 고양시 일산에 있는 자신의 누나 집에 얹혀사는 신세로 전락했다. 비록 사업은 망했으나 이 씨는 일용직 노동을 하며 가족을 부양하려 애썼고 주변 이웃들은 그를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유난히 강했던 성실한 가장”으로 기억했다. 문제는 아내 정 씨(당시 37세)에게서 터져 나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 학습지 판매회사에 입사한 정 씨는 남다른 영업력으로 해당 지점의 연간 총매출 6억 원 중 무려 4억 5,000만 원을 혼자 달성할 정도로 독보적인 우수 사원이었다. 그러나 그 화려한 실적의 이면에는 썩어 들어가는 곪은 상처가 있었다. 업계의 무리한 실적 압박에 시달리던 정 씨는 직급을 유지하고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편법을 쓰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의 명의를 도용해 허위로 학습지 구매 계약을 체결한 뒤 고객들이 준 현금으로 이를 이른바 ‘돌려막기’ 하기 시작한 것이다. 허위로 도맡아 사들인 교재들은 인터넷에 헐값으로 되팔아 자금을 마련하려 했으나 빚은 걷잡을 수 없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국 이 비정상적인 영업 방식은 본사에 적발되었고 정 씨는 회사 측의 고발로 1,000만 원의 벌금형까지 선고받자 가계는 완전히 파탄 났다. 정 씨의 월급은 압류되었고 정 씨의 손에 쥐어지는 돈은 한 달에 고작 50만 원뿐이었다. 반면 매달 변제해야 하는 학습지 대금과 사채 이자는 600만~700만 원에 달했다. 정 씨는 주변 지인들의 신용카드까지 빌려 쓰며 버텼으나 채무는 무려 1억 3,000만 원을 돌파하며 한계에 다다랐다. 설상가상으로 얹혀살던 이 씨 누나의 집마저 월세가 밀려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무엇보다 정 씨의 가슴을 가장 아프게 한 것은 당장 다음 달이면 중학교에 입학해야 하는 첫째 딸의 교복을 살 단돈 10만 원조차 없었다는 참혹한 현실이었다. 더 이상 미래가 보이지 않는 궁지에 몰리자 정 씨는 해서는 안 될 극단적인 생각에 사로잡혔다. “여보, 난 더 이상 못 살겠어. 이 빚 절대 못 갚아. 이제 다 끝이야.” 정 씨는 남편 이 씨에게 가족 모두가 세상을 떠나자는 끔찍한 제안을 했다. 처음엔 이 씨도 펄쩍 뛰며 말렸다. “어떻게든 열심히 살면 기회가 온다”고 아내를 끈질기게 설득했다. 하지만 정 씨의 태도는 완강했다. 죽음 외에는 이 지옥 같은 현실을 탈출할 방법이 없다는 아내의 짙은 절망 앞에 결국 남편 이 씨의 이성마저 마비되고 말았다. ‘가족 여행’의 가면을 쓴 잔혹한 이별식과 편지2011년 2월 14일 새벽 4시. 부부는 곤히 잠든 두 딸을 깨워 차 뒷좌석에 태웠다. 누나와 매형에게는 “잠시 바람 좀 쐬고 오겠다”는 짤막한 메모만 남겨둔 채였다. 첫째 딸과 둘째 딸은 그저 오랜만의 밤하늘을 보며 가족 여행을 떠난다는 사실에 신이 나 있었다. 부모가 준비한 이 여행의 최종 목적지가 끔찍한 ‘죽음’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고양시 일산을 출발한 부부는 약 13시간 동안 정처 없이 떠돌다 당일 오후 경기 포천시 이동면 백운계곡의 한 민박집에 투숙했다. 부부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을 방에 들여보내 놀게 한 뒤 주차장에 세워둔 승용차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다음 날 지인에게 급히 빌린 돈의 일부로 인근 편의점에서 편지지와 봉투, 볼펜을 구입해 각자 마지막 유서를 쓰기 시작했다. 아내 정 씨는 시누에게 보내기 위한 유서에 자신들이 저지를 천인공노할 범죄를 덤덤하게 써 내려갔다. “처음 ‘형님’이라 불러 보네요… 아이들을 키울 자신도, 미래도 보이지 않기에 이리 죽을 결심을 했습니다. 세상이 참 무섭다는 거 너무 늦게 깨달아 죄송합니다. 잠시 후 저희 손으로 아이들의 목을 졸라야 합니다. 이런 부모가 또 있을까요…” 그들의 유서에는 자식을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가 아닌 자신들이 마음대로 거두고 처분할 수 있는 ‘소유물’로 취급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죽으면 남겨진 자식들이 비참하게 살 것이라는 핑계로 아이들의 찬란한 미래를 강제로 빼앗으려는 끔찍한 범행 모의에 불과했다. “보육원 갈래, 같이 갈래?”… 아이들의 영혼을 뒤흔든 잔혹한 가스라이팅그날 밤, 민박집 방 안에서 첫 번째 끔찍한 시도가 행해졌다. 그러나 신은 이 끔찍한 범죄를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한밤중 잠결에 화장실에 가려던 어린 둘째 딸이 어두운 방 안에서 넘어졌다. 소스라치게 놀란 이 씨는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를 보며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고 급히 창문과 문을 열어 환기시켰다. 첫 번째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다음 날 일가족은 민박집을 나와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늦은 식사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나온 아내 정 씨는 차에 타기 전 두 딸을 앞에 두고 세상에서 가장 비정하고 잔혹한 질문을 던졌다. “엄마 아빠는 이제 죽기로 결심했어. 너희가 원치 않으면 보육원에 보내줄게. 그러면 나중에 친척들이 데리러 올 거야. 어떻게 할래?” 고작 13살, 10살에 불과한 아이들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아직 세상 물정도 모르는 어린 자매에게 “우리를 따라 죽을래, 아니면 낯선 보육원에 버려져 고아로 살래?”라는 협박과 다름없는 가스라이팅이었다. 부모의 절대적인 보호가 생존의 전부인 아이들에게 이 질문은 선택이 아닌 명백한 강요였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자식을 외면한 악마적 본성부부는 급히 빌린 돈을 인출한 뒤, 포천 산정호수 인근의 한적한 숙박업소 공터로 이동했다. 그곳으로 가는 길에 부부는 막걸리와 소주를 구입하고 치명적인 수단을 동원할 준비를 마쳤다. 맨정신으로는 도저히 자식들의 숨통을 끊을 수 없었기에 알코올의 힘을 빌리려 한 것이다. 2월 17일 새벽 2시. 졸음을 이기지 못해 칭얼거리는 두 딸을 다독여 승용차 뒷좌석에 눕힌 부부는 앞좌석에 탑승했다. 그리고 밀폐된 차 안에서 끔찍한 범행을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자 뒷좌석에서 괴로운 신음이 들려왔다. 잠에서 깨어난 두 딸이 숨이 막혀 고통스럽게 발버둥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자식을 보았다면 즉시 문을 열고 구하는 것이 부모의 최소한의 본능일 터다. 그러나 부부의 선택은 잔인했다. 남편 이 씨는 뒷좌석으로 넘어가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들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발버둥을 치자 아내 정 씨는 앞좌석에서 뒤로 손을 뻗어 딸의 두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단단히 움켜쥐었다. 고통을 줄여주는 것이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도리라는 병적인 망상에 빠진 채 부부는 그렇게 차례대로 첫째 딸과 둘째 딸의 호흡을 강제로 앗아갔다. 피지도 못한 두 송이 꽃이 가장 믿고 따르던 부모의 억압에 의해 무참히 꺾인 순간이었다. 질긴 목숨과 비겁한 생존 그리고 시신 방치두 딸이 차갑게 식어가자 부부는 시신을 포갠 뒤 자신들도 뒤따라 죽겠다며 차를 몰았다. 그들이 선택한 장소는 포천 여우고개 6부 능선의 낭떠러지였다. 이 씨는 70m 아래 가파른 절벽을 향해 가속 페달을 밟았다. 차는 허공을 날아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승용차는 바위에 부딪히며 산산조각이 났고 그 엄청난 충격으로 뒷좌석에 있던 두 딸의 시신은 차창 밖 거친 눈밭 위로 처참하게 튕겨 나갔다. 하지만 기적이자 비극적이게도 앞좌석에 탄 부부는 목숨을 건졌다. “죽기를 결심했다”던 그들은 차량이 추락하기 직전, 무의식적이고 본능적인 습관으로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던 것이다. 정신을 차린 부부는 다시 자살을 시도했다고 주장한다. 그 기나긴 실패 끝에 부부는 참으로 뻔뻔하고도 편리한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가 이렇게 해도 안 죽는 것을 보니, 우리는 살 운명인가 보다.” 참으로 비겁한 변명이었다. 생존을 선택한 부부는 눈밭에 처참하게 버려진 두 딸의 시신을 단 한 번 수습하지도 않은 채 여우고개를 걸어 내려왔다. 자식들의 가엾은 시신은 야생동물과 혹독한 비바람 속에 10개월 동안 백골로 변해갔다. 전국을 누빈 2년 2개월의 도피와 악마의 거짓말여우고개를 빠져나온 부부는 철저하게 ‘자신들만의 생존’을 도모했다. 2011년 2월 25일, 부부의 유서 편지를 받은 매형이 일산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가 시작되었으나 부부는 이미 연기처럼 사라진 뒤였다. 그들은 며칠간 몸을 숨긴 뒤 버스를 타고 탈출했다.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소액의 돈을 송금받은 부부는 그 길로 대학병원을 찾아가 자신들의 동상 치료부터 받았다. 자식들은 차가운 눈밭에 백골로 썩어가고 있는 와중에, 부모라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언 발을 치료하기 위해 의정부와 강릉의 대형병원을 뻔뻔하게 전전한 것이다. 치료를 마친 부부는 경찰의 집요한 추적을 피하기 위해 PC방에서 일자리를 검색했다. 그들의 도피 경로는 대한민국 전국 지도와 다름없었다. 경기 의정부에서 시작해 강원 강릉, 충북 진천의 오이 농장, 충남 보령의 모텔, 경북 상주의 버섯 농장, 경북 청도, 경남 밀양의 펜션, 전남 여수, 전남 해남 땅끝마을까지 전국 방방곡곡의 외진 시골을 유유히 누볐다. 주변에서 “젊은 부부가 왜 아이도 없이 이런 시골에서 일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정 씨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소름 돋는 거짓말을 지어냈다. “우리 애가 둘 있는데요 지금 다 호주로 유학 보냈어요. 유학 자금을 몇 년 치 미리 다 송금해 줘서 당장 돈 걱정은 없어요. 애들 유학비 벌려고 부부가 같이 고생하는 중이랍니다.” 자신의 손으로 생명을 앗아가고 그 사체가 산짐승에게 훼손되도록 내버려 둔 가엾은 자식들을 ‘호주 유학생’으로 둔갑시키는 악마적인 뻔뻔함이었다. 부부의 도피 행각은 부산 기장군의 한 농장에 안착하면서 장기화되었고 그곳에서 무려 1년 6개월 동안 숨어 지냈다. 은행 벽 수배 전단 1번, 드디어 드러난 실체와 배심원들의 분노길고 길었던 비극의 고리는 우연한 눈썰미에 의해 극적으로 끊어졌다. 여우고개에서 자매의 유골이 발견된 이후 경찰은 이 씨 부부를 전국의 공개수배 전단에 올렸다. 수많은 범죄자 중에서도 이 씨의 사진은 수배 전단 맨 첫 줄, 공개수배 1번에 당당히 배치되었다. 2013년 4월 초, 부산 기장군에 거주하던 한 주민이 농협을 방문했다가 벽에 붙은 전단을 보게 되었다. 수배자 1번의 얼굴이 동네 농장의 일꾼과 일치했던 것이다. 제보를 받은 경찰은 2013년 4월 10일 밭에서 일하고 있던 부부를 덮쳤다. 도망갈 생각조차 하지 못한 이 씨는 고개를 푹 숙였다. “전 죽어 마땅한 사람입니다. 저쪽 조용한 곳으로 가서 이야기하시죠.” 자매가 목숨을 잃은 지 2년 2개월, 유골이 발견된 지 1년 4개월 만에 도피 행각의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구속기소 된 부부는 재판 과정에서 뜻밖에도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배심원들에게 생활고를 눈물로 호소해 감형을 받아내겠다는 얄팍한 계산이었다. 법정에서 부부는 내내 고개를 숙이고 오열했다. 이 씨는 “자식을 죽인 부모 입장에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진정으로 자식들을 사랑했다. 속죄하며 살겠다”며 뻔뻔하게 선처를 구했다. 그러나 7명의 배심원과 재판부의 시선은 냉정했다. 검찰은 “피지도 못한 어린아이들이 부모에게 생명을 빼앗기며 느꼈을 거대한 공포와 고통, 시신을 산속에 방치하고 도망 다닌 비정함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며 부부에게 각각 징역 20년을 강력히 구형했다.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유죄를 평결했다. 재판부 역시 이들의 범행이 명백한 ‘살인’임을 판결문을 통해 엄중히 선언했다. “자녀들은 부모의 몸을 통해 태어났으나 부모와는 독립된 인격체로서 어떠한 경우에도 보장되고 존중되어야 할 고귀한 생명권을 가진다. 피고인들은 자녀들에게 선택권을 주었다고 주장하지만 어린아이들에게 ‘엄마 아빠와 같이 죽을래, 혼자 살래’라고 묻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판단할 수 없는 강요이며 극심한 학대다. 부모라고 할지라도 자식을 자기의 소유물로 생각해서는 결코 안 된다.” 솜방망이 처벌과 이 비극이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재판부는 생활고로 인한 정신적 혼란과 초범인 점 등을 참작하여 부부에게 각각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자식을 잔혹하게 유기한 대가치고는 대중의 법 감정에 턱없이 부족하고 가벼운 형량이었으나 사법부가 내린 판결의 메시지만큼은 묵직했다. 부부는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즉각 항소하는 후안무치한 태도를 보였으나, 기각되어 원심이 확정되었다.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이 씨 부부는 형기를 모두 채우고 2023년 4월 9일 만기 출소하여 우리 사회로 이미 돌아왔다. 그들이 지은 끔찍한 죄에 비해 10년의 감옥 생활은 너무나도 짧고 가벼웠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사회로 복귀한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는 유사한 비극이 처참하게 되풀이되고 있다. 언론에 종종 보도되는 ‘일가족 동반자살’의 실체는 대부분 명백한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이다. 자신의 삶이 무너진다고 해서 무고한 자식의 생명까지 동반 처분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는다. 서구 사회에서는 이를 ‘가장 잔혹한 아동 살해 사건’으로 분류하여 가중처벌하지만 한국 사회는 ‘오죽했으면 자식과 함께 죽었겠느냐’는 온정주의적 잔재가 남아 있다. 이 사건의 국선 변호인을 맡았던 변호사는 훗날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저희가 만난 수많은 피고인 중 자신들이 저지른 짓을 가장 뼈저리게 후회하고 지옥 속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이었다. 만약 지금 이 순간에도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며 자식을 같이 데려가겠다는 부모가 있다면 먼저 저질렀던 이들이 겪은 지옥 같은 후회를 보고 제발 멈추어 달라고 간곡히 전하고 싶다.” 벼랑 끝에 몰린 부모들이 절망 속에서 손을 뻗을 수 있는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의 구축과 더불어 ‘자식의 생명은 온전히 자식의 것’이라는 아동 인권에 대한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인식 대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 가마솥 불볕더위 계속…화성시, ‘시민 생명과 안전 최우선’ 행정력 총동원

    가마솥 불볕더위 계속…화성시, ‘시민 생명과 안전 최우선’ 행정력 총동원

    찌는 듯한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화성특례시(시장 정명근)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폭염 대응에 나섰다. 시는 살수차 28대를 운영하고 야외용 냉방기 74개소를 가동 중이며, 쿨링포그 4개소와 그늘막 41개소를 추가 설치했다. ‘코리요 양산 대여 서비스’ 대여소도 확대 운영하고 있다. 5일 긴급 폭염 대응 점검회의를 주재한 윤성진 제1부시장은 긴급 재난 대응을 제외한 모든 공공 옥외작업 즉시 중지, 민간 산업현장과 농·축·수산 분야 옥외작업 중단 적극 권고, 취약 사업장의 ‘2시간마다 20분 휴식’ 이행 여부 집중 점검, 읍·면·동장을 중심으로 논·밭 작업 농업인 현장 예찰 강화 등을 각 부서에 지시했다. 폭염 취약계층 보호도 한층 강화한다. 독거노인 등 고위험군과 쪽방 주민의 안전을 세심하게 살피고, 무더위쉼터는 야간과 주말에도 운영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예정된 야외 공연과 축제는 일정 조정을 검토하고 청소년수련시설 등의 야외 프로그램은 실내 행사로 전환해 안전사고를 막기로 했다. 윤성진 부시장은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시민들의 일상과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만큼 무엇보다 안전 확보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폭염 취약계층부터 야외 근로자까지 현장을 더욱 꼼꼼히 살피고, 시민들이 안전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빈틈없는 폭염 대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폭염·가뭄 비상…경북도, 국비 17억원 투입해 농업용수 확보

    폭염·가뭄 비상…경북도, 국비 17억원 투입해 농업용수 확보

    경북도는 폭염과 강수 부족으로 인한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15억원과 가뭄대비 용수개발사업비 2억원 등 모두 17억원을 확보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에 확보한 국비는 가뭄이 극심한 포항, 경주, 영천 등 동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양수 장비 운용, 하천 굴착, 살수차 임차 등 단기간에 농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사업에 우선 투입한다. 도는 시군, 한국농어촌공사 등과 함께 저수지 저수율과 토양 유효 수분율 등 주요 가뭄 지표를 면밀히 살펴 지역 여건에 맞는 용수 공급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도내 누적 강수량은 평년의 73.5%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농업용 저수지 저수율도 평년의 74.9% 수준으로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밭 토양 유효 수분율은 42.7%로 ‘주의’ 단계에 진입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수분율 단계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4단계로 나뉜다. 도는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강수 부족으로 토양 수분 감소가 빨라지면서 농작물 생육 저하 등 영농 피해 발생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대응에 나섰다. 박찬국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장은 “확보한 재원을 적기에 투입하고 가용한 모든 자원을 활용하는 등 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가뭄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 폭염 ‘사각지대’ 농업 현장 ‘드론’으로 예찰

    폭염 ‘사각지대’ 농업 현장 ‘드론’으로 예찰

    ‘극한 더위’로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세종시가 폭염 ‘사각지대’인 농업 현장에 대한 예찰에 드론을 투입한다. 5일 시에 따르면 고령층이 많은 농업 현장의 안전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라 한 달간 폭염 대응 드론팀을 가동한다. 드론팀은 청년 자율방재단 소속 드론 자격 보유자(11명)로 구성해 매주 주말 지역자율방재단연합회와 함께 폭염 취약지역과 차량 접근이 어려운 농경지 등을 중심으로 활동에 나선다. 카메라와 확성기를 부착한 드론이 농경지 주변을 탐색하면서 폭염 시간대 작업자를 발견하면 음향 장치를 통해 작업 자제와 실내 쉼터 이동을 안내한다. 논·밭 현장은 범위가 넓고 작물 때문에 작업 중인 사람을 맨눈으로 확인하기 쉽지 않다. 또 작업 현장을 찾아 생수를 전달하고, 쉼터로 안내하는 역할까지 맡는다.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온열질환 추정 사망사고는 고령의 농민으로 논밭에서 일을 하다가 발생하고 있다. 전날 오후 3시 21분쯤 충남 당진의 밭에서 작업하던 80대가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숨졌다. 세종시 관계자는 “드론으로 예찰에서 생수 전달까지 검토했으나 안전사고 위험성을 고려해 변경했다”면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디지털 기반 재난 대응 역량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산불차·드론 띄우고 야간 쉼터 열고’ 지자체 밀착형 폭염 대응

    장기화된 폭염으로 일상 속 피해가 속출하자 지방자치단체들이 생활밀착형 대응책을 통해 인명 피해를 막으려 구슬땀을 쏟고 있다. 경북 포항시는 오는 31일까지 농업인들의 온열질환 피해를 막기 위해 산불 진화 차량을 동원한 현장 예찰 활동을 확대 운영한다고 4일 밝혔다. 낮 시간대 농작업으로 온열질환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현장 중심 예방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포항시농업기술센터와 남·북구청은 산불 진화 차량 4대와 예찰반 8명(2인 1조)을 편성해 운영한다. 폭염 특보 유형에 따라 오전 10시부터 최장 오후 4시까지 농경지와 농작업 밀집 지역을 순회하며 대응 요령을 안내한다. 특히 온열질환이 우려될 시 즉시 작업을 중단하도록 현장 안내한다. 경남 창원시는 드론을 띄워 논과 밭, 비닐하우스 등을 살피고 있다. 장시간 무더위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야외작업자를 발견하면 드론에 단 스피커로 “무더위 시간대 작업을 자제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을 취해달라”는 안내방송을 하고 있다. 울산시는 시민들이 주로 찾는 버스 승강장에 대한 폭염 저감 대책을 펼친다. 재난관리기금을 활용해 셸터형 승강장 500여 곳을 대상으로 단열 시트지 부착 등 직사광선 차단 작업을 진행한다. 전북 임실군은 노인 등 폭염 취약계층이 주로 찾는 무더위쉼터 운영 시간을 기존 오후 6시에서 오후 10시까지로 연장 운영한다. 부산시는 배달 라이더 등 이동 노동자들이 휴식할 수 있도록 편의점 CU 48곳을 쉼터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는 공공 발주 공사 현장에서 폭염 시간대 의무 작업 중지를 시행 중이다. 체감온도 35도 이상이면 무더위 시간대(14시~17시) 옥외작업은 원칙적 중지, 38도 이상이면 긴급조치 작업을 제외한 모든 옥외작업을 전면 중단한다. 충남도는 ‘기후살인 방지 특별 전담팀(TF)’을 신설하고, 읍면동 직원에게 마을별 책임 구역을 지정해 폭염 취약계층의 안전을 1대1로 확인하도록 하는 등 현장 대응력을 강화했다. 김정표 포항시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폭염 속 낮 시간대에는 반드시 농작업을 중단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주시길 바라며, 주변 농업인의 안전도 함께 살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 100년 이어온 ‘수행의 뒷간’… 사찰 해우소, 국가유산 된다

    100년 이어온 ‘수행의 뒷간’… 사찰 해우소, 국가유산 된다

    100년 넘는 역사를 간직한 사찰 뒷간이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불전과 탑 위주였던 사찰 문화유산 보존 범위가 승려들의 생활 공간으로 확장됐다. 국가유산청은 ‘순천 선암사 측간’, ‘영월 보덕사 해우소’, ‘합천 해인사 국일암 해우소’ 등 사찰 해우소 3곳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했다고 4일 밝혔다. 지정 예고는 국가유산 지정을 앞두고 대상과 내용을 공개하고 의견을 받는 절차다. 지정 예고된 해우소 3곳은 건립 시기가 문헌과 상량 묵서로 확인되고 원형을 유지한 채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어 역사적·민속적 가치가 크다. 전남광주 순천시 선암사 측간은 1920년대 이전, 강원 영월군 보덕사 해우소는 1882년, 경남 합천군 해인사 국일암 해우소는 1910년 건립됐다. ‘근심을 내려놓는 곳’이라는 뜻의 해우소는 한국전쟁 이후 통도사 극락암 경봉 스님이 처음 사용한 표현으로, 사찰 전통 화장실을 일컫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건축적으로는 경사지를 이용해 앞면은 단층, 뒷면은 중층 누각 구조를 갖는다. 문 대신 가슴 높이 칸막이와 살창을 둬 통풍·채광과 시선 차단을 함께 고려한 점, 분뇨를 왕겨·낙엽과 섞어 발효시켜 밭의 거름으로 되돌리는 자원 순환 방식 등이 전통 사찰 생활문화의 특징으로 평가된다. 국가유산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의견을 수렴한 후 국가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최종 지정할 방침이다.
  • 100년 이어온 ‘수행의 뒷간’…사찰 해우소 3곳 국가민속문화유산 된다

    100년 이어온 ‘수행의 뒷간’…사찰 해우소 3곳 국가민속문화유산 된다

    100년 넘는 역사를 간직한 사찰 뒷간이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불전과 탑 위주였던 사찰 문화유산 보존 범위가 승려들의 생활 공간으로 확장됐다. 국가유산청은 ‘순천 선암사 측간’, ‘영월 보덕사 해우소’, ‘합천 해인사 국일암 해우소’ 등 사찰 해우소 3곳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했다고 4일 밝혔다. 지정 예고는 국가유산 지정을 앞두고 대상과 내용을 공개하고 의견을 받는 절차다. 지정 예고된 해우소 3곳은 건립 시기가 문헌과 상량 묵서로 확인되고 원형을 유지한 채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어 역사적·민속적 가치가 크다. 전남 순천시 선암사 측간은 1920년대 이전, 강원 영월군 보덕사 해우소는 1882년, 경남 합천군 해인사 국일암 해우소는 1910년 건립됐다. ‘근심을 내려놓는 곳’이라는 뜻의 해우소는 한국전쟁 이후 통도사 극락암 경봉 스님이 처음 사용한 표현으로, 사찰 전통 화장실을 일컫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건축적으로는 경사지를 이용해 앞면은 단층, 뒷면은 중층 누각 구조를 갖는다. 문 대신 가슴 높이 칸막이와 살창을 둬 통풍·채광과 시선 차단을 함께 고려한 점, 분뇨를 왕겨·낙엽과 섞어 발효시켜 밭의 거름으로 되돌리는 자원 순환 방식 등이 전통 사찰 생활문화의 특징으로 평가된다. 국가유산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의견을 수렴한 후 국가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최종 지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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