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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밤송이

    [길섶에서] 밤송이

    가을 뒷산, 발끝에 온갖 열매들이 굴러다닌다. 코를 찌르는 은행 냄새를 지나면 도토리가 지천이고 이름 모를 열매들이 낙엽 사이로 숨바꼭질한다. 이 수많은 열매 중 밤송이만큼 애증의 존재가 없다. 반쯤 벌어진 입으로 통통한 알밤을 살짝 내보이는 밤송이라면 슬쩍 보고 그냥 지나칠 자신이 있다. 이미 제 할 일을 다한 듯 의젓한 모습에 잠시 미소 짓는다. 그러나 꽁꽁 닫힌 채 가시를 곤두세운 놈들을 보면 발가락이 근질근질해진다. 꼭 한 번 발로 차 건드려 본다. 저 안에 밤이 들었을까, 빈 밤송이일까 살짝 눌러 밟으며 확인한다. 뒤집었는데 밤을 발견하면 더욱 호전적으로 밤송이를 지르밟는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알밤 두세 개. 사냥이 끝난 이 녀석들을 어떻게 할지 도덕적 시험대에 오른다. 주머니에 몇 개 담아갈까. 아니면 그 자리에서 깨물어 떫은 맛이라도 볼까. 잠깐, 이 산의 밤나무와 떨어진 밤에도 주인이 있을지 모르는데. 짓이겨 놓고 나서야 드는 생각, 늦어도 너무 늦은 반성이다. 가을 산의 풍요는 이렇게 양심을 시험에 들게 한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오남마을/김용일 - 바람/강준철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오남마을/김용일 - 바람/강준철

    행복한 기억을 담은 집. 24일까지 학고재아트센터 개인전 바람/강준철 부처님이 대나무 숲속을 뛰어다니신다 부처님이 갈참나무에서 굴참나무로 굴참나무에서 졸참나무로 떡갈나무로 신갈나무로 날아다니신다 풀숲 사이를 헤집고 다니다가 새파랗게 침을 세우고 있는 밤송이를 따먹고 장미꽃 속에 들어가 가부좌를 튼다 하늘로부터 수많은 부처님이 추락한다 가을바람을 따라 걷습니다. 옥천 샛강도 따라오는군요. 굴참나무 우거진 숲 안에 작은 절집 있습니다. 바람이 굴참나무 노란 잎들을 허공에 뿌립니다. 첨화실이라는 두 칸 승방이 보이는군요. 꽃을 꽂는 방이라는 이름 마음에 듭니다. 부처의 마음을 찾는 방이라는 뜻이겠지요. 부처라는 말 소박하고 신비합니다. 아비와 처라는 말로 들립니다. 바람에 날리는 지상의 아비와 처가 이승의 언덕에서 만나 살붙이를 낳고, 함께 모여 밥 먹고 일하고 노래하고 춤추는 세상. 우리가 꾸는 꿈도 이 근처 어디에 있지 않겠는지요. 부처는 신의 이름이 아닌 내 곁에 사랑하는 이웃의 이름입니다. 바람에 날리는 단풍잎의 이름이고 바다로 흘러가는 강물의 이름입니다. 곽재구 시인
  • [열린세상] 당신이 환경에 부여하는 화폐가치는 얼마인가/안소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당신이 환경에 부여하는 화폐가치는 얼마인가/안소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주말이면 아침 일찍 동네 뒷산의 둘레길을 산책한다. 늦잠을 즐기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과 맑은 공기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예쁜 가을은 참 오랜만이다. 지저귀는 작은 새들과 길섶의 이름 모를 꽃들 모두가 즐거움이다. 여기에 반쯤 벌어진 밤송이가 내 앞으로 굴러 떨어져 내려오기라도 하면 나의 아침은 완벽해진다. 문득 지금 이 순간의 만족감을 화폐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질문해 본다. 갑자기 웬 뜬금없는 이야기냐 하겠지만 일종의 직업병이다. 환경가치의 다양한 개념, 환경가치의 형성 과정, 환경가치의 다학제적 측정 등이 나의 연구 분야이기 때문이다. 환경서비스가 시장을 통해 거래된다면 답은 간단하다. 환경서비스의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만나는 점에서 균형가격이 결정되고, 가격은 해당 환경서비스의 교환가치를 의미한다. 그러나 나의 완벽한 아침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가격은 관찰할 수 없다. 나의 만족감을 측정, 특히 화폐로 측정해야 한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환경서비스를 누리기 위해 내가 기꺼이 지불하고자 하는 최대 금액을 지불의사액(willingness to payㆍWTP)이라 한다. ‘가치’의 사전적 정의에는 교환, 효용 또는 만족감뿐만 아니라 중요성, 믿음, 원칙, 기준 등이 핵심단어로 등장한다. 중요성이나 믿음과 같은 단어로 특정 지어지는 가치는 개인에게 도덕적으로 옳고 그른 것과 관련되고, 원칙이나 기준으로 특정 지어지는 가치는 윤리적으로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것과 관련 있다. 학제적 관점에서 보면 환경서비스의 교환가치(가격) 또는 효용을 측정하는 것은 경제학의, 형평성 차원에서의 도덕적ㆍ윤리적 의무를 고민하는 것은 사회학 및 윤리학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나의 완벽한 아침에 대한 화폐가치로 돌아가 보자. 환경경제학에서는 가격이 존재하지 않는 환경서비스에 대한 지불의사액을 추정하는 방법론을 발전시켜 왔다. 전제는 환경서비스 또는 환경 질 개선에 대한 개인의 선호(preference)가 지불의사액을 통해 관찰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접근법으로서 환경서비스와 연관된 개인의 관찰된 행동에 근거해 간접적으로 지불의사액을 추정하는 현시선호접근법과 설문조사를 통해 환경서비스 개선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대안을 선택하게 하거나 또는 지불의사액을 직접 묻는 진술선호접근법이 그것이다. 더 머리 아파지기 전에 기술적인 설명은 이쯤에서 그만두자. 공공재인 환경서비스는 일단 서비스가 제공되면 다른 사람을 배제할 수도 없고 내가 소비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소비할 수 있는 양이 줄지도 않는다. 나는 우리 동네 뒷산 둘레길에 다른 사람이 오지 못하도록 막을 수도 없고, 내가 이용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이용 가능한 양이 줄지도 않는다. 나는 동네 뒷산 둘레길을 산책하며 커다란 행복감을 느끼지만 실제로 아무 대가도 지불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의 지불의사액은 0원인가? 아닐 것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가격이 존재하지 않는 환경서비스의 지불의사액을 왜 굳이 측정하려고 하는가일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환경서비스 수혜자의 지불의사액을 측정해 의사결정에 반영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경우 그 중요성에 관계없이 가치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 뒷산 둘레길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예산이 투입됐을 것인데, 사업의 타당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사업으로 인한 편익이 비용보다 크다는 것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편익 중의 가장 큰 부분은 나와 같은 이용자의 만족감일 것이고, 만족감의 화폐가치인 지불의사액이 편익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기대할 수 없다. 가격표를 붙이고 있지 않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성적 방법이든 정량적 방법이든 측정해야만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 있다. 당신이 2020년 가을의 청명함을 즐기고 있다면, 주말 아침 뜬금없는 나의 질문처럼 아무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누리고 있는 환경서비스에 얼마만큼의 화폐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지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 [똑똑 우리말] 벌이다와 벌리다/오명숙 어문부장

    거듭된 만류에도 일부 교회가 광복절 광화문 집회를 강행했다. 기어이 일을 벌이고야 만 것이다. 방역 당국의 예측대로 집회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 확산세가 지속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란 경고가 이어진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뿐이다. 위에 쓰인 ‘일을 벌이다’는 ‘일을 벌리다’로 쓰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두 단어의 형태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벌이다’는 ‘일을 계획하여 시작하거나 펼쳐 놓다’, ‘여러 가지 물건을 늘어놓다’, ‘전쟁이나 말다툼 따위를 하다’란 뜻의 동사다. ‘잔치를 벌이다’, ‘좌판을 벌이다’, ‘읍내에 음식점을 벌이다’, ‘논쟁을 벌이다’ 등과 같이 사용된다. 벌리다는 ‘둘 사이를 넓히거나 멀게 하다’, ‘껍질 따위를 열어젖혀서 속의 것을 드러내다’, ‘우므러진 것을 펴지거나 열리게 하다’란 뜻을 가지고 있다. ‘줄 간격을 벌리다’, ‘밤송이를 벌리다’, ‘자루를 벌리다’ 등처럼 쓰인다.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벌리다’란 뜻이 담겨 있다. 서로 간의 간격을 벌린 상태로 생활하란 의미다.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시작하거나 널리 펼쳐 놓는 것은 ‘벌이는’, 모습을 달라지게 하거나 무엇을 여는 것은 ‘벌리는’ 행위다. 대체로 일이나 잔치·사업·조사·좌판·싸움·논쟁 등에는 ‘벌이다’를, 간격·차이·손·양팔·입·틈새 등에는 ‘벌리다’를 쓰면 된다. oms30@seoul.co.kr
  • “흙 만지며 놀자” 강동 유아숲체험원 새달 개장

    서울 강동구가 유아숲체험원 프로그램을 다음달부터 운영한다고 13일 밝혔다. 강동구에 있는 일자산, 명일공원, 동명공원에 조성된 종달새, 엘리스, 밤송이 유아숲체험원에서 진행된다. 통나무 건너기, 밧줄 오르기, 나무놀이집 등이 조성돼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북돋워 줄 수 있다. 도시의 아이들은 자연물과 친해질 기회가 별로 없지만 이곳에서는 유아숲지도사의 도움을 받아 나뭇잎을 보고 흙을 만지며 환경의 소중함과 자연의 순환에 대해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다. 구는 지난해 낙엽 놀이, 숲속 줄다리기, 통나무 타기, 낙엽으로 액자 만들기 등 총 756회의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유아숲체험원이 개장한 이래 가장 많은 인원인 2만 6800여명의 아이들이 참여했다. 올해는 다음달 개장해 12월 중순까지 운영한다. 구에 있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모두 정기 이용기관으로 선정돼 주 1회 정기적으로 유아숲체험원을 이용할 수 있다. 푸른도시과 관계자는 “지난해 강동구 유아숲체험원에 많은 관심을 보여 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올해에는 더 다양하고 풍성한 프로그램을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느려진 시월 풍경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느려진 시월 풍경

    한동안 툭! 툭! 밤송이 떨어지던 소리도 그치고 감나무에 감 익어 툭툭 떨어지길 기다리는 10월. 벌써 홍시가 흔해졌다. 단풍 물들지 않았어도 이미 가을 한복판이다. 벼 수확 마치고 탈곡한 햅쌀이 집에 배달되고 고구마 수확하는 트랙터 지나간 텅 빈 밭에 할머니들이 이삭 주워 포대를 채웠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개울가 물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고 새소리, 바람소리 가득한데 땀 섞인 작은 숨소리는 퍼져 들리지 않는다. 마을은 조용하다. 도시는 함께하지 않아도, 말을 하지 않아도 늘 사람소리로 번잡한데 시골은 일이 바쁠수록 숨은 듯 조용하다. 사람들이 일하러 나간 사이 묶인 개들은 기다림으로 낑낑대고 풀린 개들은 손님을 살핀다. 오고 가는 사람들에 익숙한 옆집 강아지들은 짖는 것조차 잊고 경계하느라 꼬리 치기 바쁘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와 형제들인 그 강아지들은 익숙할 만도 한데 여전히 경계하며 짖어대니 간혹 서운하기도 하다. 따가운 밤송이 하나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던 녀석은 세상 시시했던가 조용히 가고. 이름을 굳이 찾기 귀찮은 풀들은 씨앗 퍼트리기 바빠 쓰러지고 있다. 온몸에 씨앗을 묻히고 집으로 돌아온 고양이들은 주인에게 몸을 부벼대기 바쁘다. 씨앗에 묻어온 사연 하나 들려주지도 않으면서 바지에 꼼꼼하게 씨앗을 심어 놓는다. 그 사이에서 진드기를 찾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배추가 풍성하게 품을 넓혀 가는 사이 나비는 끝없이 날아들고 배추벌레는 거침없다. 점차 커지는 벌레를 잡아 닭들에게 주다가 벌레 방제용 막걸리 탄 식초를 만들어 뿌렸는데 농도가 과해 배추 모양이 처참하다. 호박 넝쿨은 한번 방치하니 한없이 뻗어 주목 꼭대기까지 휘감아 올라가고 있다.가을 한복판. 김장거리들을 남기고 나머지는 갈무리해야 할 때이다. 갈무리는 수확만이 아니다. 농사를 잘 모르는 초보에게 수확의 즐거움은 짧고, 방치되고 흐트러지고 어수선한 것을 정리하는 일은 길게 남았다. 지금까지는 떨어진 밤 줍고 밤송이는 태우는 것이 일이었는데 곧 밤나무도 잎을 다 떨구고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 떨어지면 부지런히 쓸어 자루에 담아 놓을 일이 남았다. 이제 드문드문 남아 온 힘을 다하는 모기마저 사라지면 가을도 끝이라 하겠다. 겨울 걱정이 슬며시 다가온다.
  • 울타리 속 이야기 1 ‘부지런하고 아름다운 거미’

    울타리 속 이야기 1 ‘부지런하고 아름다운 거미’

    어스름히 새벽이 오면 우렁찬 장닭이 아침을 깨운다. 졸음을 눈꺼풀에 달고 나선 적막한 마당. 울타리 너머 마을에는 벌써 하루를 시작하여 부산하다. 마당에 나서면 제일 먼저 만나는 페츄니아. 밤을 지새며 피고 지어 화분에 넘치고, 몸살 앓던 반송은 해를 넘기며 새순 가득 올리고 있다. 요즘 꽃을 제일 많이 올리는 채송화 아직 졸음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입을 꼭 닫고 있다. 마른 꼬투리 만들어내는 동부. 대추나무가 바람에 사삭거리고, 밤송이가 때 이르게 투둑 떨어진다. 참 지독한 여름이었다. 그 더위에 이슬 머무는 시간이 줄어든 탓일까 아침이면 만나던 거미줄이 보이지 않으니 무심코 걷다 머리카락에 휘감기고 얼굴에 붙어버린다. ‘이누무 거미줄’닭장으로 가는 길 멀지도 않은데 만나는 거미만 해도 여럿이다. 거미줄 만들어 길목을 막는 건 주로 왕거미들. 나무와 나무 사이, 가지와 가지 사이, 벽과 기둥 사이, 지줏대와 넝쿨 사이 등등 공간만 있으면 멋진 그물들을 만들어 낸다. 그 중 산왕거미가 만든 거미줄은 크기와 규모면에서 가장 크고 놀랍다. 높은 밤나무 가지에서 부터 고추밭 지줏대까지 길게 줄을 내어 거미줄 쳤는데 건들면 쨍 소리 날 듯 팽팽하고 짱짱했다. 방패연 인 양 커다란 장막을 친 그물이 아침 햇살을 만나 반사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었는데 작년에 만난 풍경이다. 올해는 더위 탓이었을까 그렇게 큰 거미줄은 보이지 않았다. 제일 흔하게 만나는 건 고추밭 사이사이 그물을 만들어 날아오는 날벌레들 잡아내는 호랑거미와 무당거미들이다. 그들은 작은 공간을 점거하고 먹잇감 사냥을 하는데 모기 파리 뿐만 아니라 때론 메뚜기를, 날개 떨어진 나비도, 길 잃은 말벌도 거미줄로 칭칭 감아놓는다. 요즘 제일 흔한 것이 매미인데 걸린 건 본 적이 없다. 너무 시끄러워 그러려나.데크 사이사이 구석에는 얼기설기 먼지그물처럼 불규칙적인 공간을 만드는 풀거미, 유령거미들도 보인다. 작은 거미들이라 유심히 보지 않으면 슬쩍 사라지고 만다. 거미줄을 이용하지 않는 거미도 많은데 잡초를 메다 보면 달아나기 바쁜 늑대거미들. 예쁜 꽃 속에 숨어있다가 다가오는 벌레들 잡아먹는 꽃거미들도 만난다. 괴기하기도 하고 때론 화려한 그들을 발견하는 것, 텃밭과 화단을 돌보는 즐거움 중의 하나다.때로 귀곡산장이라 한다. 끈끈한 거미줄에 걸리면 즐거울 리 없으니 빗자루로 걷어내야 하건만 그냥 냅두니 듣는 핀잔이다. 작정하고 걷어냈던 닭장 앞에는 더 이상 거미가 줄을 늘이지 않는데 그냥 두니 그렇다. 도시에 살았다면 서둘러 치우고 그랬겠지만 온갖 벌레가 숨어 암약하는 시골에서 그들을 잡아먹는 거미는 더 이상 흉칙한 곤충이 아니다. 함께 사는 고양이들이 잠자리며 나비 나방에 쥐와 뱀 새들까지 잡아오지만 거미는 잡아오는 것을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어쩌면 시시할 수도 있겠고 만만치 않을 수도 있겠고 도망을 잘 치기에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여전 실을 잣고 있을 그들. 언제 끊어지고 망가질지 몰라도 끊임없이 운명의 그물을 짜며 이어가고 이어나가는 그 공덕이 참으로 아름답기만 하다. 그들이 이 마당의 예술가인 이유다. 글·그림·사진: 신가영 화가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열심히 하면 결과가 좋아야 한다고? 과정이 행복이야”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열심히 하면 결과가 좋아야 한다고? 과정이 행복이야”

    홍천의 작은 산사서 환경설치미술전 여는 성민 스님의 ‘행복’‘2018 강원 환경설치미술 초대 작가전’ 개막 사흘 전이자 광복절인 15일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주음치리 210번지의 백락사. 이 작은 사찰에서 이런 국제적 행사를 13회째 이어오는 스님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서 찾았다. 마침 도착 시간이 낮 12시, 점심 공양 시간이어서 50여명이 대웅전 옆 밤나무 아래에 친 큰 천막 아래에서 옹기종기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성민 스님은 어디에 계실까요?”라고 물었더니 식사 중이던 한 50대 남성이 “내가 성민입니다.”라며 일어선다. 작업복 차림에 목에 흰 땀 수건을 두른 그는 까까머리가 조금 자란 밤송이 같은 머리에, 농부처럼 검게 그을린 얼굴···. 영락없는 일꾼의 모습이었다. 먼저 식사를 권한다.●밤송이 같은 까까머리에 작업복···포크레인은 장난감 “평소에도 작업복 차림입니까?”라고 물었더니 성민(性敏) 스님은 “네, 맨날 막일을 하다 보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고즈넉한 산사에서 잿빛 승복을 입고 좌선에 잠겼거나 단청이 멋진 절집에서 예불을 올리는 통상의 스님 이미지와는 너무 달랐다. 전시회를 앞둔 요즘은 아침 6시부터 저녁 7시까지 작업한단다. 절 입구에는 덩그렇게 서 있는 작은 포크레인은 ‘스님의 장난감’. “수년 전 자격증을 따졌지요. 길도 내고, 텃밭도 만들고···.” ‘딸랑’ 하는 풍경소리에 맞춰 스님과 함께 대웅전 뒤쪽의 오솔길을 따라 느릿느릿 걸었다. 여전히 34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지만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이마의 땀을 식혀줬다. 중턱까지 잣나무가 쑥쑥 뻗은 산책길에는 이태 전에 설치했던 작품들과 함께 새로운 작품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오솔길을 무대로 삼은 작가들이 곳곳에서 전시 준비로 바쁘게 손을 놀렸다. “외국 작가 작품들은 철거가 안 되니 그대로 둡니다. 시간의 더께에 저절로 삭아 자연으로 돌아가는 게지요.” ●“여기 만의 가치를 찾는 것···새로운 감성은 존재의 가치”올해 전시회에는 대만·일본·러시아·몽골 등 국내외 환경설치미술 작가 32명이 참여했다. 행사의 테마를 묻자 스님은 “발 딛고 선 땅에서의 환경”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무대는 홍천이지만 여기에서 보고 시야를 돌려서 내가 사는 환경에서 얼마든지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고, 창조할 수 있고, 상상할 수 있게 하자는 게 취지”라고 설명한다. “우리 각자 개개인이 하나의 우주인 것처럼 대한민국이 다 예쁘고 관리가 잘되고 있지만, 여기만의 나름대로 가치가 있으니깐, 작가들 입장에선 새로운 어떤 감성이랄까 생각을 떠올려서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고, 끊임없이 뭔가 솟아난다는 것이 존재의 가치가 그런 것이겠지.” 주음치는 옛날 딸을 시집보낸 아비가 너무 슬퍼 술을 마시고 넘은 고개라 하여 붙여졌다.짙은 나무 그늘 속으로 조금 더 가다 보니 한 작가는 땅을 파고 그 속에 거울을 묻고 있었다. 거울은 나뭇잎 사이의 햇살을 반사했다. 스님은 환경을 자연에서 더 확대한다. “요즘은 다 냉담하지 않습니까, 내 일이 아니면 가치도 없고, 옆집에 불이 나도 신경도 안 쓰고···, 이런 시대에 살면서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환경이 되었지. 이 환경이라는 의미 자체가 자연환경도 있겠지만 사람들 간의 어떤 환경도 굉장히 중요해졌지.”●“자연환경을 넘어 인간 간의 관계에서 오는 환경도 중요” 이렇게 작은 사찰에서 국제적 행사를 십 년 넘게 이어오는 힘은 어디서 날까? 이 절에는 성민 스님 혼자 상주하며, 스님의 식사를 준비하는 공양주도 없다. 스님은 “다들 고생하는데 행사가 원만히 잘 치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결과가 좋기는 한데, 과정이 더 중요하지. 남들이 봤을 때는 다 잘하고, 잘 되는 것으로 보여도 그 안의 실상에 들어가 보면 다 나름대로 애환도 있고 힘든 것도 있고···. 고민을 안 할 뿐이지. 다 그걸 이겨내 가면서 도전해가면서 해 나가는 것이지.”라고 말한다. 일손이 없으니 직접 포크레인을 몰거나, 초파일 앞두고 혼자 등을 달 때도 있다고 한다. 전시회는 2006년부터 해마다 이어오고 있다. 해외 작가는 다른 전시회에서 만난 작가들이 네트워크가 되어서 초대한다고 전했다.그동안의 전시회에서 인상 깊었던 이야기를 묻자 스님은 독일 작가 부부라고 말한다. “부인이 한국 사람인 독일 작가 부부였는데, 결혼한 지 오래된 것 같더라고. 주위에 애들이 뛰노는 게 보이고 해서 ‘얘기들은?’하고 물어보니 ‘없다.’라고 하더라. ‘왜 없냐.’고 반문하니 ‘스님, 우리 작품이 얘기 아닌가요.’하더라고요. 이 이야기를 듣고 초월했다고 할까. 범상찮은 그런 표현 속에서 우리가 살면서 일반적인 삶의 기준이 아니고 다른 기준이나 가치도 얼마든지 적용하면서 살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해봤지. 그냥 지나가는 이야기 속에서도 제 마음에 와 닿는 울림이 아주 컸지.” ●“삶의 다른 가치도 있어···뭔가 한다는 과정이 진정한 행복”“다른 기준이나 가치가 뭘까요.” 하고 되묻자 스님은 “그 독일 작가 부부에겐 돈, 권력, 가족, 자식 그런 가치가 아니라 자기 작품에 몰두하면서 그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 아닐까.”라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우리 인생도 큰 행사를 벌여서 결과를 도출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고, 뭔가를 한다는 이런 과정 그 자체가 어떻게 보면 진정한 행복이고 가치라고 생각해.”라고 답한다. 지나가면서 보니 한 작가는 대나무로 집인 듯, 동굴 같은 작품을 설치하고 있었다. 완성된 것이 아니어서 작품 이름이나 작가 이름은 없었다. 전시회에 참여했던 한 작가 부부에게서 받은 편지 사연도 들려줬다. “수년 전 외국 작가 부부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말썽만 피우는 10대 딸을 데리고 왔지요. 그 딸이 여기에서 부모의 작품 활동을 도와주고, 주변의 다른 작가들에게서도 귀염을 받았지요. 인기도 좋았고. 돌아가서는 딸이 자신이 굉장히 사랑받는 존재구나 하는 걸 알게 됐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면서 사춘기를 잘 지냈다며 고마워하더군요. 누군가에게서 사랑받는다는 느낌 하나만으로도 큰 희망이고 가능성이지.”스님은 과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단다. “결과가 잘 나오면 좋지만, 전시회 자체는 과정이야. 결과와는 관련이 없어. 여기에서 작가 간의 소통이라든지, 작가가 땀 흘리는 모습, 최선을 다해 산다는 것이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외국 작가들이 작품 제작에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서 일찍 들어와서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을 보면, 돈을 주고 하라면 저렇게 하겠느냐 싶을 정도의 그런 열정들 역시 과정이지요.” 올해 여기 가장 일찍 들어온 작가는 대만 부부 작가란다. 유난했던 올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2일 입국해 보름째 작업에 씨름하고 있다. “열심히 하면 결과가 좋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라고 따졌더니 스님은 “옛날에는, 젊은 시절에는 내가 열심히 사니까 당연히 결과가 좋아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했지. 당연한 것처럼 생각했는데 나이가 드니깐 그게 아니고,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스님 생활하면서 주변서 받았던 고마움을 자꾸 되새겨”스님에게 다소 황당한 질문을 던졌다. “스님 생활, 보람 있습니까.” 그는 뜻밖인 듯 “보람이라.”라며 되뇐다. “꼬집어 이야기할 건 없고, 나이가 드니깐 살아가면서 (스님이 된 게) 고마운 일이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들지. 내 공간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이렇게 지낼 수 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주변에서 도와주는 은혜들이 있기 때문이고···. 그런 고마운 마음을 잊지 말고 되새기면서 살아야 한다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고맙지요. 사실 고마움이 자꾸 생기고, 그게 보람되고 행복하다 그런 생각이 들지요. 많은 사람이 나에게 은혜스럽게 베푼 것을 좀 더 나눠줘야겠다 생각해요.”한 바퀴 돌아 절집으로 내려왔다. “예술은 어떻게 보면 종교 이전에 인간의 어떤 궁극적인 욕구일 거야. 종교가 그 나름대로 인간을 편안하게 해 준다면, 예술도 예술 나름대로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스님의 말씀을 귓전으로 흘리며 오밀조밀한 도량을 살펴봤다. 곳곳에는 미술품인 듯 조각들이 한 자리씩 차지했다. 온몸에 칼집 상처투성이인 나뭇조각 부처, 날개 달린 천사처럼 생긴 아기 동자, 머리가 깨어지고 얼굴이 금 간 부처,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장난감 나무···. 멋진 콜렉션들이다. 올해 환경설치미술 초대 작가전은 18일 오후 5시 개막한다. 오후 7시 기념음악회도 열린다. 전시회는 다음 달 8일까지 계속된다. ●13회째인 올해 전시회는 18일부터 9월 8일까지스님이 된 계기를 묻자 그는 허허 웃으며 “인연 따라 그렇게 된 것이죠. 인연 따라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갑자기 광풍이 불며 풍경소리가 요란했다. 성민 스님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차에 시동을 켜자 소나기가 앞을 가릴 듯 짙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작품이 좋다, 나쁘다 이게 다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이고, 잣대입니다. 우리가 가진 이런 잣대를 놓아버렸으면 좋겠다.”라고 하던 스님이 말씀이 자꾸 생각났다.스님은 1984년 영축총림 통도사에서 영하 스님 아래로 출가했다. 84년 해인사에서 사미계를, 87년 범어사에서 구족계를 받고, 통도사승가대학을 졸업했다. 93년 이곳의 폐가를 손질해 ‘백가지 행복’을 담은 백락사를 창건해 25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글·사진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길섶에서] 밤 따기/임창용 논설위원

    집 앞에 나지막한 산이 있다. 소나무와 참나무, 아카시아 나무들이 섞여 제법 우거져 있다. 요즘 산책을 할 때 눈길을 끄는 것은 드문드문 섞여 있는 밤나무들이다. 돌쟁이 주먹만 한 밤송이들이 벌어질 듯하다. 막대기로 몇 번 치니 툭 떨어진다. 반쯤 여문 알밤을 까서 깨물어 본다. 풋풋한 단내와 고소함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란 내게 이맘때의 밤 따기는 빼먹을 수 없는 놀이였다. 매년 한두 번은 꼭 친구들과 어울려 ‘밤골’로 몰려갔다. 준비물은 긴 장대와 뾰족하게 깎은 막대기가 전부. 막대기는 밤송이를 깔 때 쓴다. 가시에 찔리는 것도 모르고 놀며 따며 먹으며 한나절을 보내다 보면 두어 됫박 분량의 밤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린 마치 개선장군이라도 된 양 밤 봉지를 들고 집으로 향하곤 했다. 간혹 아내가 밤을 사다가 쪄서 내놓는다. 어릴 적 생각을 하며 먹어 보지만 왠지 맛이 심심하다. 밤 맛이 원래 이랬던가? 생각해 보니 그 시절 먹던 밤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던 듯싶다. 노동과 놀이의 결과물이었으니 맛도 각별할 수밖에. 내년엔 시골 친구들과 작당해 밤 따기에 나서 봐야겠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 [新국토기행] 경남 거제시

    [新국토기행] 경남 거제시

    경남 거제시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면적은 402.26㎢, 해안선 길이는 386.74㎞에 이른다. 해금강을 비롯해 섬과 해안의 기암괴석,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 그림 같다. 곳곳에 해수욕장이 있고, 한국전쟁 당시 17만여명의 포로를 수용했던 포로수용소 등 구석구석에 유적지와 관광명소가 있다. 특히 동부면 학동고개에서 노자산 전망대 사이 1475m 구간에 한려수도 비경을 조망할 수 있는 케이블카가 내년 상반기 완공되면 거제도의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거제 주변 청정해역은 수산물의 보고다. 사시사철 싱싱한 해산물을 공급한다. 세계 3대 조선소 가운데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있는 조선산업 중심지다. 거제도는 1971년 통영시와의 사이에 거제대교가 놓여 육지와 처음 다리로 이어졌다. 1999년 신거제대교에 이어 2010년 부산 가덕도와 해저터널·다리로 잇는 거가대교가 개통됐다.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한려해상권의 거점 해양관광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시민 평균 연령이 36.2세, 해마다 5000여명씩 인구가 늘어나는 젊고 성장하는 도시다. [볼거리] ●바다의 금강산 명승 제2호 ‘해금강’ 거제 관광을 대표하는 명소로 남부면 해금강마을에서 남쪽으로 500m쯤 떨어진 해상에 있는 무인도다. 원래 이름은 갈도(葛島)다. 생김새가 칡뿌리가 뻗어 내린 모습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자연경관이 빼어나 바다의 금강산이란 뜻으로 해금강이라 불린다. 1971년 명승 제2호로 지정돼 ‘거제 해금강’으로 등재됐다. 수억년에 걸쳐 파도와 바람에 씻긴 바위섬의 환상적인 비경에 눈을 뗄 수가 없다. 사자바위, 미륵바위, 촛대바위, 신랑바위, 신부바위, 해골바위 등 천태만상의 기묘한 바위가 깎아지른 듯 수십m 높이로 절벽을 이뤄 섬을 둘러싸고 있다. 열십자 모양으로 뚫린 십자동굴 사이로 배가 드나든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려고 서불을 갈도에 보냈다는 서불과차(徐市過此) 설화도 전한다. ●바다 풍경이 한눈에 ‘바람의 언덕&신선대’ 남부면 갈곶리 도장포마을 북쪽 해안에 있는 언덕으로 사시사철 바닷바람이 분다. 언덕이 바다 쪽으로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어 앞이 탁 트여 있다. 언덕에서 보면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원래 지명은 띠밭늘이었다. 2002년 바람의 언덕으로 불리며 여러 드라마 촬영을 통해 알려졌다. 신선대는 바람의 언덕으로 가는 길목 입구인 남쪽 해변에 있는 기암괴석 지역이다. 신선이 내려와 풍류를 즐겼다고 할 정도로 해안 경관이 절경이다. 파도가 쉴 새 없이 밀려와 기암괴석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는 모습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 장관이어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해안 따라 굴러다니는 흑진주 ‘몽돌해변’ 흑진주처럼 반들반들 윤이 나는 검은 몽돌이 덮인 몽돌밭 해변이 1.2㎞에 걸쳐 있다. 몽돌밭은 폭 50m로, 면적은 3만㎢에 이른다. 바닷물이 밀려들고 나가면서 몽돌의 ‘자글자글’ 굴리는 소리는 우리나라 자연 소리 100선에 선정될 만큼 아름답고 감미롭다. 바닷물이 맑고 깨끗해 가족 피서지로도 알맞다. 땅 모양이 학이 날아오르는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학동으로 불리게 됐다. 해안을 따라 3㎞에 걸쳐 천연기념물 제233호인 동백림이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팔색조 번식지로도 유명하다. ●740여종의 식물과 공룡 흔적 간직한 ‘외도’ 해상식물공원이 조성된 개인 소유 섬으로 거제도에서 4㎞ 떨어져 있다. 해안선 길이는 2.3㎞에 이른다.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인 외딴섬을 이창호(2003년 작고)·최호숙 부부가 사들여 식물공원을 조성했다. 1976년 관광농원 허가를 받은 뒤 30여년에 걸쳐 개간과 조경을 해 1995년 외도해상농원을 개장했다. 희귀 아열대 식물을 비롯해 740여종의 식물을 정갈하게 가꿔 놓은 식물원과 전망대, 조각공원 등이 바다를 배경으로 아름답게 조성돼 있어 이국적 정취가 느껴진다. 개발되지 않은 섬 동쪽 끝에 공룡굴과 공룡바위, 공룡발자국화석이 있다. 외도 관광은 오전 8시~오후 5시(여름철은 6시)이며 숙식은 할 수 없다. 장승포동이나 일운면 구조라, 동부면 학동리, 남부면 갈곶리, 일운면 와현리 등의 선착장에서 해상관광유람선이 다닌다. ●섬 전체가 동백나무로 뒤덮인 ‘지심도’ 섬 전체가 동백나무 숲이라 동백섬으로도 불린다. 일운면 지세포리에 딸린 섬으로 지세포에서 동쪽으로 6㎞ 떨어져 있다. 면적은 0.356㎢, 해안선 길이는 3.7㎞다. 섬 모양이 군함처럼 생겼다. 섬에서 가장 높은 곳이 해발 97m쯤 된다. 조선 현종 때 주민 15가구가 이주해 살기 시작한 뒤 현재 10여 가구, 20여명이 거주한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 1개 중대가 광복 직전까지 주둔했던 군 요새였다. 섬을 덮은 동백나무는 12월 초순부터 4월 하순까지 꽃이 핀다. 동백꽃을 구경하기에 가장 좋은 때는 3월이다. 장승포항에서 배를 타고 20분쯤 걸린다. 섬 안에 민박집도 있다. ●닭과 용을 닮은 해발 566m 명산 ‘계룡산’ 거제 본섬 한가운데 우뚝 솟은 명산이다. 해발 566m로 꼭대기에는 의상대사가 절을 지었다는 의상대 터가 있다. 산 형상이 닭과 용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688년(숙종 14년)에 현령 김대기가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길을 개설했다. 이를 기리는 김현령치비가 서문고개에 있다. 계룡산 아래에 6·25전쟁 때 포로수용소가 설치됐다. 포로수용소 건물 돌담 벽이 보존돼 있다. 정상에 서면 거제도가 한눈에 들어오고 부산 가덕도와 태종대도 볼 수 있다. 맑은 날에는 대마도까지 보인다. 산행코스 가운데 계룡사에서 계곡을 따라 송신탑으로 오르는 길은 경사가 급해 힘들다. 능선을 따라 불이문바위, 장군바위, 거북바위, 장기판 바위 등 기암괴석이 줄지어 있다. 가을 억새도 아름답다. ●대통령이 남긴 발자취 ‘김영삼 대통령 생가’ 장목면 대계리 외포마을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태어나 13살 때까지 살았던 곳이다. 거제시는 오래된 김 전 대통령 생가를 헐고 2001년 새로 지었다. 566㎡의 대지에 팔작지붕으로 된 본채와 사랑채, 시주문을 건립하고 돌담도 만들었다. 생가 옆에 김영삼 대통령 기록전시관이 있다. ●시인 유치환의 숨결 ‘청마 생가&기념관’ 거제도는 ‘깃발’ 시인 청마 유치환이 태어난 곳이다. 청마는 1908년 거제시 둔덕면 방하마을에서 태어나 1910년 통영으로 이사했다. 시는 2000년 생가를 복원했다. 생가 근처에 청마 묘소가 있다. 청마의 문학 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청마기념관을 생가 옆에 2008년 건립했다. 청마는 1967년 2월 13일 오후 9시 35분 부산 동구 좌천동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부산대학병원으로 옮기는 도중 운명했다. 처음에는 부산 사하구 하단동 승학산 기슭에 장지를 마련했다. 그 뒤 양산시 백운공원묘지로 이장했다가 1997년 4월 5일 이곳으로 옮겼다. [먹거리] ●청정해역서 자란 바다의 우유 ‘굴’ 거제 연안에서 바다의 우유로 불리는 굴이 많이 생산된다. 미국과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로 수출된다. 미국은 식품의약국(FDA)이 거제 연안을 엄격하게 심사해 청정지역으로 지정하고 굴을 수입한다. 굴은 남성에게는 정력 식품, 여성한테는 미용 식품으로 알려졌다. 성장발육과 학습능력 향상에 효과가 크고 소화흡수가 잘되는 타우린, 아연 등의 성분이 많아 어린이들에게 최고 영양식이다. 고혈압, 뇌졸중, 당뇨, 관절염, 골다공증 등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 겨울이 제철이다. 껍질째 익힌 뒤 까서 초장 등에 찍어 먹으면 향긋한 맛이 느껴진다. ●진한 색과 강렬한 향의 유혹 ‘유자’ 거제는 기후·환경이 유자 생산에 알맞다. 연평균 기온이 13도 이상 온화한 기후에서 자란 거제 유자는 색깔이 진하고 껍질이 두꺼워 향이 강하고 오래간다. 생산 시기는 11~12월이다. 껍질이 두껍고 울퉁불퉁한 못난 것일수록 품질이 좋은 것이다. 유자는 비타민C를 비롯해 유익한 성분이 많아 스트레스 해소, 피로회복, 통증·염증·기침완화, 혈액순환, 위암·폐암·피부암 억제 등에 효과가 있다. 잘게 썰어 설탕에 재어 유자청을 만들어 차로 마신다. 빵도 만든다. ●추워질수록 맛 좋아지는 ‘대구’ 대구는 머리와 입이 커서 대구(大口)라고 부른다. 동해·서해 깊은 바다에 떼 지어 사는 한대성 고기로 겨울철 산란을 하기 위해 냉수층을 따라 남해 진해만으로 회유한다. 동해·남해안에서 잡히는 대구는 서해에서 잡히는 대구보다 크다. 특히 진해만 일대(거제해안)에서 겨울철에 잡히는 무게 7.5㎏이 넘는 대구를 최상품으로 꼽는다. 겨울 거제에서 잡은 대구로 요리하는 대구탕은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대구는 산란기에 암수가 사랑을 나누면서 서로 볼을 비벼대는 특성이 있어 살이 더욱 쫄깃하다. 대구볼찜 요리는 쫄깃한 대구 고기 식감을 음미할 수 있다. 대구는 고단백질 저지방 식품으로 간세포 재생 및 해독작용, 노폐물 배출, 피로회복 등에 효험이 있다. 황산화 영양소인 비타민 A는 살보다 알에 6배쯤 많다. 대구탕에 내장과 알을 함께 넣어 먹으면 간 보호 효과가 크다. ●싱싱함이 살아 있는 거제 별식 ‘멍게·성게 비빔밥’ 거제 지역 별미 음식 가운데 하나다. 멍게 비빔밥은 4~6월 거제 해안에서 채취한 싱싱한 멍게를 재료로 쓴다. 멍게를 양념과 버무려 저온에서 숙성시킨 뒤 참기름·깨소금·김가루 등을 넣고 밥과 함께 비빈다. 비빔밥과 함께 내놓는 싱싱한 생선으로 끓인 담백한 국 맛도 으뜸이다. 멍게에는 항균·항암과 체력보강, 식욕증진, 노화방지, 숙취해소를 비롯해 감기·기침을 멎게 하는 데 효과가 있다. 성게는 밤송이 조개라고도 한다. 성게는 5~6월이 산란기이며 여름이 제철로 가장 맛이 좋다. 해녀들이 직접 잡은 성게를 재료로 요리하는 거제 성게 비빔밥은 특유의 향긋한 향과 쌉쌀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식욕을 돋운다. 성게는 빈혈예방, 결핵 완화와 거담작용, 암 예방 및 노화방지 등에 효능이 있다. ●자연이 키우고 전통 방식으로 채취한 ‘돌미역’ 거제 자연산 돌미역은 사등면 견내량 지역과 남부면 여차 지역 등에서 생산된다. 물살이 빠른 암반에서 자라 맛이 쫄깃하고 영양이 뛰어나 최고의 상품으로 꼽힌다. 3~5월 봄철에 전통 방식으로 채취한 뒤 바닷바람에 건조한다. 견내량에서 채취하는 미역은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도 나온다. 미역은 혈압을 낮추고 암세포를 억제하며 나쁜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몸 안의 중금속이나 농약, 발암물질 등을 밖으로 배출하며 체질개선과 노화방지 효능이 있다. 거제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新국토기행] 경남 거제시

    [新국토기행] 경남 거제시

    경남 거제시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면적은 402.26㎢, 해안선 길이는 386.74㎞에 이른다. 해금강을 비롯해 섬과 해안의 기암괴석,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 그림 같다. 곳곳에 해수욕장이 있고, 한국전쟁 당시 17만여명의 포로를 수용했던 포로수용소 등 구석구석에 유적지와 관광명소가 있다. 특히 동부면 학동고개에서 노자산 전망대 사이 1475m 구간에 한려수도 비경을 조망할 수 있는 케이블카가 내년 상반기 완공되면 거제도의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거제 주변 청정해역은 수산물의 보고다. 사시사철 싱싱한 해산물을 공급한다. 세계 3대 조선소 가운데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있는 조선산업 중심지다. 거제도는 1971년 통영시와의 사이에 거제대교가 놓여 육지와 처음 다리로 이어졌다. 1999년 신거제대교에 이어 2010년 부산 가덕도와 해저터널·다리로 잇는 거가대교가 개통됐다.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한려해상권의 거점 해양관광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시민 평균 연령이 36.2세, 해마다 5000여명씩 인구가 늘어나는 젊고 성장하는 도시다. [볼거리] ●바다의 금강산 명승 제2호 ‘해금강’ 거제 관광을 대표하는 명소로 남부면 해금강마을에서 남쪽으로 500m쯤 떨어진 해상에 있는 무인도다. 원래 이름은 갈도(葛島)다. 생김새가 칡뿌리가 뻗어 내린 모습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자연경관이 빼어나 바다의 금강산이란 뜻으로 해금강이라 불린다. 1971년 명승 제2호로 지정돼 ‘거제 해금강’으로 등재됐다. 수억년에 걸쳐 파도와 바람에 씻긴 바위섬의 환상적인 비경에 눈을 뗄 수가 없다. 사자바위, 미륵바위, 촛대바위, 신랑바위, 신부바위, 해골바위 등 천태만상의 기묘한 바위가 깎아지른 듯 수십m 높이로 절벽을 이뤄 섬을 둘러싸고 있다. 열십자 모양으로 뚫린 십자동굴 사이로 배가 드나든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려고 서불을 갈도에 보냈다는 서불과차(徐市過此) 설화도 전한다. ●바다 풍경이 한눈에 ‘바람의 언덕&신선대’ 남부면 갈곶리 도장포마을 북쪽 해안에 있는 언덕으로 사시사철 바닷바람이 분다. 언덕이 바다 쪽으로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어 앞이 탁 트여 있다. 언덕에서 보면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원래 지명은 띠밭늘이었다. 2002년 바람의 언덕으로 불리며 여러 드라마 촬영을 통해 알려졌다. 신선대는 바람의 언덕으로 가는 길목 입구인 남쪽 해변에 있는 기암괴석 지역이다. 신선이 내려와 풍류를 즐겼다고 할 정도로 해안 경관이 절경이다. 파도가 쉴 새 없이 밀려와 기암괴석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는 모습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 장관이어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해안 따라 굴러다니는 흑진주 ‘몽돌해변’ 흑진주처럼 반들반들 윤이 나는 검은 몽돌이 덮인 몽돌밭 해변이 1.2㎞에 걸쳐 있다. 몽돌밭은 폭 50m로, 면적은 3만㎢에 이른다. 바닷물이 밀려들고 나가면서 몽돌의 ‘자글자글’ 굴리는 소리는 우리나라 자연 소리 100선에 선정될 만큼 아름답고 감미롭다. 바닷물이 맑고 깨끗해 가족 피서지로도 알맞다. 땅 모양이 학이 날아오르는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학동으로 불리게 됐다. 해안을 따라 3㎞에 걸쳐 천연기념물 제233호인 동백림이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팔색조 번식지로도 유명하다. ●740여종의 식물과 공룡 흔적 간직한 ‘외도’ 해상식물공원이 조성된 개인 소유 섬으로 거제도에서 4㎞ 떨어져 있다. 해안선 길이는 2.3㎞에 이른다.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인 외딴섬을 이창호(2003년 작고)·최호숙 부부가 사들여 식물공원을 조성했다. 1976년 관광농원 허가를 받은 뒤 30여년에 걸쳐 개간과 조경을 해 1995년 외도해상농원을 개장했다. 희귀 아열대 식물을 비롯해 740여종의 식물을 정갈하게 가꿔 놓은 식물원과 전망대, 조각공원 등이 바다를 배경으로 아름답게 조성돼 있어 이국적 정취가 느껴진다. 개발되지 않은 섬 동쪽 끝에 공룡굴과 공룡바위, 공룡발자국화석이 있다. 외도 관광은 오전 8시~오후 5시(여름철은 6시)이며 숙식은 할 수 없다. 장승포동이나 일운면 구조라, 동부면 학동리, 남부면 갈곶리, 일운면 와현리 등의 선착장에서 해상관광유람선이 다닌다. ●섬 전체가 동백나무로 뒤덮인 ‘지심도’ 섬 전체가 동백나무 숲이라 동백섬으로도 불린다. 일운면 지세포리에 딸린 섬으로 지세포에서 동쪽으로 6㎞ 떨어져 있다. 면적은 0.356㎢, 해안선 길이는 3.7㎞다. 섬 모양이 군함처럼 생겼다. 섬에서 가장 높은 곳이 해발 97m쯤 된다. 조선 현종 때 주민 15가구가 이주해 살기 시작한 뒤 현재 10여 가구, 20여명이 거주한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 1개 중대가 광복 직전까지 주둔했던 군 요새였다. 섬을 덮은 동백나무는 12월 초순부터 4월 하순까지 꽃이 핀다. 동백꽃을 구경하기에 가장 좋은 때는 3월이다. 장승포항에서 배를 타고 20분쯤 걸린다. 섬 안에 민박집도 있다. ●닭과 용을 닮은 해발 566m 명산 ‘계룡산’ 거제 본섬 한가운데 우뚝 솟은 명산이다. 해발 566m로 꼭대기에는 의상대사가 절을 지었다는 의상대 터가 있다. 산 형상이 닭과 용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688년(숙종 14년)에 현령 김대기가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길을 개설했다. 이를 기리는 김현령치비가 서문고개에 있다. 계룡산 아래에 6·25전쟁 때 포로수용소가 설치됐다. 포로수용소 건물 돌담 벽이 보존돼 있다. 정상에 서면 거제도가 한눈에 들어오고 부산 가덕도와 태종대도 볼 수 있다. 맑은 날에는 대마도까지 보인다. 산행코스 가운데 계룡사에서 계곡을 따라 송신탑으로 오르는 길은 경사가 급해 힘들다. 능선을 따라 불이문바위, 장군바위, 거북바위, 장기판 바위 등 기암괴석이 줄지어 있다. 가을 억새도 아름답다. ●대통령이 남긴 발자취 ‘김영삼 대통령 생가’ 장목면 대계리 외포마을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태어나 13살 때까지 살았던 곳이다. 거제시는 오래된 김 전 대통령 생가를 헐고 2001년 새로 지었다. 566㎡의 대지에 팔작지붕으로 된 본채와 사랑채, 시주문을 건립하고 돌담도 만들었다. 생가 옆에 김영삼 대통령 기록전시관이 있다. ●시인 유치환의 숨결 ‘청마 생가&기념관’ 거제도는 ‘깃발’ 시인 청마 유치환이 태어난 곳이다. 청마는 1908년 거제시 둔덕면 방하마을에서 태어나 1910년 통영으로 이사했다. 시는 2000년 생가를 복원했다. 생가 근처에 청마 묘소가 있다. 청마의 문학 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청마기념관을 생가 옆에 2008년 건립했다. 청마는 1967년 2월 13일 오후 9시 35분 부산 동구 좌천동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부산대학병원으로 옮기는 도중 운명했다. 처음에는 부산 사하구 하단동 승학산 기슭에 장지를 마련했다. 그 뒤 양산시 백운공원묘지로 이장했다가 1997년 4월 5일 이곳으로 옮겼다. [먹거리] ●청정해역서 자란 바다의 우유 ‘굴’ 거제 연안에서 바다의 우유로 불리는 굴이 많이 생산된다. 미국과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로 수출된다. 미국은 식품의약국(FDA)이 거제 연안을 엄격하게 심사해 청정지역으로 지정하고 굴을 수입한다. 굴은 남성에게는 정력 식품, 여성한테는 미용 식품으로 알려졌다. 성장발육과 학습능력 향상에 효과가 크고 소화흡수가 잘되는 타우린, 아연 등의 성분이 많아 어린이들에게 최고 영양식이다. 고혈압, 뇌졸중, 당뇨, 관절염, 골다공증 등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 겨울이 제철이다. 껍질째 익힌 뒤 까서 초장 등에 찍어 먹으면 향긋한 맛이 느껴진다. ●진한 색과 강렬한 향의 유혹 ‘유자’ 거제는 기후·환경이 유자 생산에 알맞다. 연평균 기온이 13도 이상 온화한 기후에서 자란 거제 유자는 색깔이 진하고 껍질이 두꺼워 향이 강하고 오래간다. 생산 시기는 11~12월이다. 껍질이 두껍고 울퉁불퉁한 못난 것일수록 품질이 좋은 것이다. 유자는 비타민C를 비롯해 유익한 성분이 많아 스트레스 해소, 피로회복, 통증·염증·기침완화, 혈액순환, 위암·폐암·피부암 억제 등에 효과가 있다. 잘게 썰어 설탕에 재어 유자청을 만들어 차로 마신다. 빵도 만든다. ●추워질수록 맛 좋아지는 ‘대구’ 대구는 머리와 입이 커서 대구(大口)라고 부른다. 동해·서해 깊은 바다에 떼 지어 사는 한대성 고기로 겨울철 산란을 하기 위해 냉수층을 따라 남해 진해만으로 회유한다. 동해·남해안에서 잡히는 대구는 서해에서 잡히는 대구보다 크다. 특히 진해만 일대(거제해안)에서 겨울철에 잡히는 무게 7.5㎏이 넘는 대구를 최상품으로 꼽는다. 겨울 거제에서 잡은 대구로 요리하는 대구탕은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대구는 산란기에 암수가 사랑을 나누면서 서로 볼을 비벼대는 특성이 있어 살이 더욱 쫄깃하다. 대구볼찜 요리는 쫄깃한 대구 고기 식감을 음미할 수 있다. 대구는 고단백질 저지방 식품으로 간세포 재생 및 해독작용, 노폐물 배출, 피로회복 등에 효험이 있다. 황산화 영양소인 비타민 A는 살보다 알에 6배쯤 많다. 대구탕에 내장과 알을 함께 넣어 먹으면 간 보호 효과가 크다. ●싱싱함이 살아 있는 거제 별식 ‘멍게·성게 비빔밥’ 거제 지역 별미 음식 가운데 하나다. 멍게 비빔밥은 4~6월 거제 해안에서 채취한 싱싱한 멍게를 재료로 쓴다. 멍게를 양념과 버무려 저온에서 숙성시킨 뒤 참기름·깨소금·김가루 등을 넣고 밥과 함께 비빈다. 비빔밥과 함께 내놓는 싱싱한 생선으로 끓인 담백한 국 맛도 으뜸이다. 멍게에는 항균·항암과 체력보강, 식욕증진, 노화방지, 숙취해소를 비롯해 감기·기침을 멎게 하는 데 효과가 있다. 성게는 밤송이 조개라고도 한다. 성게는 5~6월이 산란기이며 여름이 제철로 가장 맛이 좋다. 해녀들이 직접 잡은 성게를 재료로 요리하는 거제 성게 비빔밥은 특유의 향긋한 향과 쌉쌀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식욕을 돋운다. 성게는 빈혈예방, 결핵 완화와 거담작용, 암 예방 및 노화방지 등에 효능이 있다. ●자연이 키우고 전통 방식으로 채취한 ‘돌미역’ 거제 자연산 돌미역은 사등면 견내량 지역과 남부면 여차 지역 등에서 생산된다. 물살이 빠른 암반에서 자라 맛이 쫄깃하고 영양이 뛰어나 최고의 상품으로 꼽힌다. 3~5월 봄철에 전통 방식으로 채취한 뒤 바닷바람에 건조한다. 견내량에서 채취하는 미역은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도 나온다. 미역은 혈압을 낮추고 암세포를 억제하며 나쁜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몸 안의 중금속이나 농약, 발암물질 등을 밖으로 배출하며 체질개선과 노화방지 효능이 있다. 거제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길섶에서] 참스승/김성수 논설위원

    공직에서 물러난 지인이 자서전을 보내왔다. 책을 읽고 그분을 다시 보게 됐다. 지독한 가난 때문에 굽어지고 휘어진 손을 치료하지 못한 아버지를 생각하며 장래 희망을 ‘농부’에서 ‘공무원’으로 바꿨다는 것도, 수업 시간엔 선생님 설명에 집중하고 필기는 나중에 빨리하려고 중학교 때부터 양손으로 필기를 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초등학교 때 밤송이 가시에 찔린 왼쪽 눈을 제때 치료하지 않아 고3 때 시력을 잃고 방황한 얘기도 있었다. 뒤늦게 시작한 공부에 한창 맛을 들이고 있을 때라 절망감이 더 컸다고 했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학교도 안 가고 있을 때 담임선생님이 찾아왔다고 했다. “‘불요파불요회’(不要?不要悔)라는 말이 있어. 젊어서는 미래를 두려워하지 말고 나이 들어서는 지나간 날에 대해서 후회하지 말라는 뜻이야. 잃은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을 거야. 그게 인생이야.” 선생님은 쉼 없이 흐르는 어린 제자의 서러운 눈물을 손으로 닦아 주며 그렇게 다독였다고 한다. 제자는 선생님을 따라나섰고 마음을 다잡은 덕에 차관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했다. 참스승은 위대하다. 김성수 논설위원 sskim@seoul.co.kr
  • 신직업·신문화·신산업으로서의 탐정업/ 김종식(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신직업·신문화·신산업으로서의 탐정업/ 김종식(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신직업·신문화·신산업으로서의 탐정업/ 김종식(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나무에 걸린 밤송이를 인위적으로 꺾어서 속을 까듯 들여다 보면 사생활 침해에 이른다 할 수 있겠지만 터져 나온 땅 바닥의 밤을 주어 상한 것인지 싱싱한 것인지 살피듯 알아 보거나 추리하는 것까지 사생활 침해로 보는 것은 무리다’ 이는 정보활동의 한계와 공개된 정보의 이용과 가치를 역설한 정보론으로 많은 나라가 사립탐정 제도를 수용하게 된데 응용된 일반적 이념이라 하겠다. 이러한 관념 아래 오늘날 바쁜 생활속에서 나를 대신하여 듣고·보는 등의 관찰과 확인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해주는 대행업의 필요가 고조된 것이 오늘날 탐정업(민간조사업)이 발전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탐정업(사립탐정)이 단순 직업에서 산업 차원으로 이어지는 동안 초기에는 개인의 모호한 행적 탐문이나 평판 조사, 잃은 물건 찾기 등 사적 영역을 주 활동 대상으로 삼아 왔으나, 오늘날 대다수 외국의 탐정들은 국민 모두에게 피해를 안겨주는 보험금 부당청구사례 탐지, 공개 수배자 추적, 공익침해행위 고발, 미아ㆍ가출인ㆍ실종자 소재파악 등 공권력의 개입 여지가 낮거나 경찰의 서비스가 비교적 충분치 못한 분야를 보완해 주는 대중적 측면의 일에 적극 참여 하여 뛰어난 역량을 보이면서 많은 사람들로 부터 신뢰와 자발적인 협력을 얻는 등 당당한 직업인으로서의 위치를 더욱 돈독히 하고 있는 추세다. 이렇듯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33개국은 탐정을 일찍이 직업으로 정착시켜 국가기관의 치안능력 보완과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한 재판기능 보강 등에 널리 활용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탐정업은 개인ㆍ합동ㆍ법인ㆍ다국적화 등 다양한 형태로 성장을 지속하면서 나라마다 고용정책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 국가에서는 사설탐정을 직업화 한데 만족하지 않고 탐정을 소재로 한 영화·드라마·소설·애니메이션·만화·오락·게임물 등 탐정문화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에 팔을 걷어 붙인지 오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탐정업 자체가 금지되어 있어 탐정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고작 소설 속 셜록홈즈를 떠올리거나 한두 편의 외국 탐정물을 연상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아니면 음성적 심부름센터의 일탈을 탐정의 전형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는 제대로 된 탐정이나 탐정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 다행히 최근 정부가 사립탐정(민간조사원)을 공인·신직업화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데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점증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선암여고 탐정단’ ‘탐정’ ‘명탐정 홍길동’과 같은 탐정을 모티브로 한 순수 국산 영화·드라마·연극 등이 연이어 선을 보임으로써 바람직한 탐정문화 조성과 탐정산업 기반 구축에 촉매가 될 것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탐정업(민간조사업) 법제화 추진과정과 그에 어떤 문제가 걸림돌로 대두 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1999년 하순봉 의원이 공인탐정 법률 초안을 만들어 정치권에 필요성을 제기 하였으나 발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어 2005년 9월 이상배 의원이 최초로 민간조사업법(안)을 정식으로 발의한 이래 2008년 9월 이인기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소관 행정안전위원회 심의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에 까지 회부되는 등 상당한 진전을 이루기도 하였으나 회기 종료 임박으로 심도 깊은 논의를 이루지 못한채 폐기되고 말았다. 결국 지금까지 발의된 8건의 민간조사업 공인화 관련법안 중 6건은 임기만료로 폐기되거나 철회되고 현재 윤재옥 의원과 송영근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2건의 민간조사업 법제화 관련법안(일명 탐정법)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으나 17대 국회때 부터 단골 메뉴로 오르내린 막연한 사생활 침해 우려와 투명성을 내세운 법무부ㆍ효율성을 내세우는 경찰청 간 소관청 다툼 등으로 입법 추진에 진지함과 속도감을 잃은채 뒷전에 밀려난지 3년째 접어들었다. 다행히 이쯤에서 고용노동부가 박 근혜 대통령의 일자리 창출과 신산업 발굴 지시에 따라 선진국에서는 잘돼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없는 사립탐정(민간조사업)을 신직업으로 공인ㆍ육성하겠다는 진일보한 계획을 지난해 3월18일 국무회의에 보고한데 이어, 이를 국회와 국무조정실ㆍ법무부ㆍ경찰청 등 관계부처가 입법에 필요한 협의를 진행 중에 있으나 또다시 소관청 문제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듯 함에 많은 국민들은 실망의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다. 탐정제도 도입이라는 본질적 문제보다 소관청 다툼이 더 걱정 이라는 얘기다. 현실적으로 민간조사업법(일명 탐정법) 제정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진정 국민에게 안심과 편익을 줄 수 있는 합리적인 민간조사 시스템을 구축하자는데 있다. ‘탐정을 위해 탐정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재래의 부당한 탐정활동을 제어하고 탐정을 선용하기 위해 탐정법이 필요한 것’임을 특히 강조하고 싶다. 혹자는 민간조사업법이 제정되면 사립탐정(민간조사원)이 지나가는 사람을 불러 검문검색도 하고, 마치 경찰이 수사 하듯 이사람 저사람을 추궁하거나 관공서 또는 금융사ㆍ통신사 등을 찾아 다니며 개인정보를 뒤지는 식의 준사법권을 행세할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음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도 탐정에게 이런 사법권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 실로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민간조사원은 타인의 권익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탐문하거나 공개된 정보를 취합ㆍ분석하여 정보의 오류와 함정을 발견하는 방법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해 내야 하는 무원(無援)의 고립성을 지닌 외로운 직업이다. 즉 비권력적 사실행위에 국한된 임의적 존재이다. 이는 세계 모든 탐정(민간조사원)이 지니는 공통적 특성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둔스럽거나 게으런 사람 또는 불법을 동원해서라도 성과를 내려는 과욕주의자는 탐정 부적격자이다. 합당성을 포기한 탐정은 이미 탐정이 아니다. 소설속 셜록홈즈의 종횡무진이나 일부 심부름센터의 일탈을 탐정의 전형으로 여기면 답이 안 나온다. 여기서 탐정의 유용성과 역할을 한가지 예를 들면, ‘아이를 친정집에 맡긴 아내가 돈벌어 오겠다고 집을 나간지 반년이 지났으나 소식이 없다. 누군가의 꾐에 빠져 돌아오지 못하는 것 같다’ 는 유형의 민원을 접수한 경찰이 취할 수 있는 조치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신고자는 불안함에 가출인의 소재를 한시 바삐 밀착추적ㆍ확인해 주기를 기대하지만, 이는 수사전담반을 꾸릴 사안도 아니고, 경찰이 장기간 물고 늘어질 사안이나 형편도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양태의 애매한 사건은 경찰에 신고 해도 목격자가 없는 등으로 사실관계를 밝히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점이다. 즉 다양한 사건ㆍ사고 중 그 성격이나 피해가 비교적 덜 위태하거나 개인적 측면이 강한 것은 공익침해사건ㆍ사고에 밀려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력은 모든 국민들에게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재(公共財)로써 수사권 발동에는 일정한 우선 순위와 한계 그리고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는 경찰력을 늘린다하여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이렇다 할 단서를 제시하지 않고서는 문제해결이 난망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 하여 피해자가 직접 가출인을 찾아 나서는 등 소재를 탐문 하기에는 생업과 전문성 결여의 문제로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이에 경찰과 국민 쌍방이 겪는 제도적ㆍ현실적 고충을 효율적으로 보완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바로 사립탐정(민간조사원) 이라 하겠다. 오늘날 복잡ㆍ다양한 생활 양태와 당사자주의 강화 등 소송 법제의 변화로 점증하고 있는 민간의 사실관계 입증 수요가 무통제ㆍ무책임ㆍ무납세 지하업자들에게 분별없이 맡겨짐에 따른 위험과 사회적 불안을 더 이상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것은 국가의 도리가 아니다. 또한 15년간의 논쟁 끝에 결실을 앞둔 민간조사제도 법제화가 해묵은 특수 직역(職域)의 유ㆍ불리 계산이나 소관청을 둘러싼 부처간 편협한 이기주의로 또 다시 지체된다면 이는 크나큰 사회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관련 부처와 단체, 관계 공무원 등은 국민안전과 경제 활성화라는 국정지표에 걸맞는 시대정신과 소명의식에 충실해 주기를 기대한다.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한국산업교육원 교수, 칼럼니스트, 전 용인·평택경찰서 정보계장, 저서 <민간조사학> <정보론> <경찰학개론 >등 =================================================== ※‘자정고 발언대’는 필자들이 보내 온 내용을 그대로 전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따라서 글의 내용은 서울신문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의 내용에 대한 권한 및 책임은 서울신문이 아닌, 필자 개인에게 있습니다. 필자의 직업, 학력 등은 서울신문에서 별도의 검증을 거치지 않고 보내온 그대로 싣습니다.
  • 여군특집 소대장 전지숙, 시청자 움직인 ‘진짜’ 군인

    여군특집 소대장 전지숙, 시청자 움직인 ‘진짜’ 군인

    여군특집 소대장,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 전지숙 소대장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 전지숙 소대장의 리더십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감동을 줬다. 마녀 소대장이라고 불리며 여군특집에 참가한 연예인들을 무섭게 만들었던 전지숙 소대장은 마지막에는 찡한 감동으로 진심을 전했다. 31일 방송된 MBC ‘일밤-진짜사나이’ 여군특집에서는 라미란, 김소연, 홍은희, 걸스데이 혜리, 지나, 맹승지, 박승희가 여군 부사관이 되기 위해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는 모습이 그려졌다. 각개전투의 교관으로 나선 전지숙 소대장은 철저한 위장을 주문했고, 홍은희에게는 소총의 위치를 바로잡으라고 소리치면서 FM으로 훈련시켰다. 여자라고 예외는 없었다. 포복을 하던 혜리가 자신의 경로에 밤송이가 많다고 하자 전지숙 소대장은 “밤송이 많으면 전투 안 합니까?”라고 혼냈다. 여군특집 소대장은 고된 훈련 속에서 흘린 여자의 눈물에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 후보생들이 약한 면을 떨치고 진정한 군인으로 거듭나길 원했다. 맹승지가 각개전투 훈련을 소화하지 못해 열외됐고, 팔굽혀펴기를 하던 중 “여자는 이렇게 한단 말입니다”라고 말하자 “그건 여자가 그렇게 하는 거지 군인은 그렇게 안 합니다. 군인되려고 온 거 아닙니까”라며 진정한 군인정신을 보여줬다. 전지숙 소대장은 FM으로 대하면서도 그 속에 따뜻함이 있어 더 큰 감동을 줬다. 각개 전투에서 달리던 혜리가 넘어진 이후 방탄 헬멧 착용에 힘들어하자 손수 나서서 정리해줬다. 홍은희는 “어미새 같았다”며 마녀 소대장의 행동을 높이 샀다. 체력이 부실한 김소연은 화생방 교육에서 악바리 근성을 내세워 잘 버텨냈고, 이를 간파한 전지숙 상사는 “해보니까 어때? 뿌듯한가?”라며 김소연에게 자신감을 북돋아줬다. 훈련 과정을 마친 7명의 후보생은 퇴소하게 됐고, 미운정 고운정이 들었던 소대장의 쩌렁쩌렁하던 목소리에는 아쉬움 섞인 눈물이 있었다. 슬픔을 억누르던 소대장의 모습에 후보생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철저한 상명하복으로 운용되는 특수한 조직인 군대에서 전지숙 소대장의 모습은 진짜 군인이란 어떤 모습인가를 여실히 보여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설 차례상 지키는 숲속의 보물/윤영균 국립산림과학원장

    [열린세상] 설 차례상 지키는 숲속의 보물/윤영균 국립산림과학원장

    청마의 기운을 받고 시작한 갑오년 새해를 맞이한 지도 한 달여가 흘렀다. 설 명절을 맞아 고향의 부모님과 가족들을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어린애들처럼 설렘을 느낀다. 역시 진정한 새해 첫날은 설인가보다. 명절은 그 나라와 민족의 최대 축제다. 중국의 춘절, 미국의 추수감사절, 필리핀의 만성절, 러시아의 성 드미트리 토요일 그리고 베트남의 쭝투가 대표적인 명절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전통문화 예술로 구성된 다양한 축제를 즐기고, 고유한 전통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대 명절 중의 하나는 설날이다. 이 날은 아침 일찍 큰 방이나 마루에 병풍을 치고 여러 음식을 준비해 먼저 조상님께 차례를 지낸다. 설 차례 상의 음식 중 제일 먼저 밤(栗)을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대개 남자가 준비하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차례 상에서 맨 윗자리를 차지하는 과실이기 때문이다. 밤 이외에도 그 자리를 차지하는 과실은 대추(棗)와 감(枾)도 있다. 이들은 숲 속에서 나는 우리나라 대표 임산물이자 차례상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과실이다. 또한 차례 상의 나물류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보통 고사리와 도라지이며 취나물, 참나물, 죽순 등이 있다. 이들 모두 숲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보물 먹거리다. 밤, 대추, 감에는 전통적 상징성과 재미있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밤송이에 들어 있는 세 톨의 알밤은 삼정승을 뜻한다. 입신양명(立身揚名)을 기원하는 의미다. 공부하는 아이들이나 수험생에게 그 뜻을 바라는 마음에서 밤을 먹여봄도 좋다. 또한 종자로 쓰이는 씨밤은 발아되어 큰 나무로 자라 열매를 맺을 때까지 썩지 않아서 영적으로 조상과 연결돼 있다는 상징성도 갖고 있다. 이는 자손이 몇 대를 내려가도 조상과 항상 연결돼 있어 근본을 잊지 않는다는 의미다. 밤이 차례 상에서 빠질 수 없는 이유일 것이다. 식품으로서의 밤은 성분이나 기능면에서도 손색이 없다. 영양이 풍부하고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건강식품이자 훌륭한 다이어트 식품이다. 특히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밤 속껍질은 항산화 효능과 치매억제, 피부노화방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맛 또한 일품이어서 생으로 먹어도, 구워 먹어도, 삶아 먹어도 맛이 있다. 대추는 한 나무에 많은 꽃이 피고, 핀 꽃은 반드시 하나의 열매로 자라기에 자손 번창의 의미를 가진다. 대추씨는 하나이기 때문에 임금을 상징해서 차례 상에 가장 먼저 오르는 과실이다. 또한 절개를 뜻해 순수한 혈통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대추도 차례 상에 빠지지 않고 오른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대추를 오랫동안 복용하면 안색이 좋아지고 불안증상이 사라진다고 한다. 비타민, 베타카로틴(β-carotene), 미네랄 등이 풍부하여 종합 비타민제로도 불린다. 이뿐만 아니라 대추의 다당류 성분이 장(臟) 손상의 개선 효과와 간 보호 효과가 있어 인기 있다. 감은 아무리 좋은 씨앗을 뿌려도 볼품없는 작은 열매가 열리기 일쑤다. 그래서 좋은 감은 고욤나무 가지를 째서 그곳에 접목을 해야만 얻을 수 있다. 이렇듯 감은 가지를 째고 접을 붙이는 큰 고통과 같은 가르침을 받고 배워야만 가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감에는 카로틴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환절기나 겨울철 감기 예방과 호흡기 계통의 면역력을 높여주는 데 제격이다. 게다가 다른 과일에 비해 10배 이상의 많은 식이섬유를 함유하고 있어 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을 조절하여 심혈관 질환 등 성인병 예방에 큰 도움을 준다. 명절 차례 상을 지키는 숲 속 보물인 밤, 대추, 감이 갖는 상징적 의미와 식품영양학적 가치만 봐도 조상님께 드리는 최고의 음식이라 아니할 수 없다. 최근 숲에서 나는 임산물은 로하스(LOHAS) 시대의 웰빙 먹거리로 부각되면서 소비시장 확대로 지난해 생산액이 4400억원에 달했으며, 주산지별 생산농가를 중심으로 명품화 및 브랜드화하려는 노력들이 펼쳐지고 있다. 이번 설날에는 차례 상 음식의 전통적인 의미를 되새기면서 영양 만점 임산물을 조상님께 드려보자.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시장개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에도 조금이나마 힘이 될 것이다.
  • 친박 “대통령·컴 바이러스 다루는 건 하늘과 땅 차이”

    친박 “대통령·컴 바이러스 다루는 건 하늘과 땅 차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15일 기자들에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안철수연구소 지분 절반(15일 현재 1700억원대)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도 대부분 안 원장의 기부를 “훌륭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안 원장이 박 전 대표를 위협하는 유일한 잠재적 대권 주자로 꼽히는 만큼 그의 기부가 불러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거액의 지분을 내놓은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기부문화 확산에 큰 촉발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특히 “안 원장이 대선에 나서도 좋고, 안 나서도 좋다.”면서도 “대통령이 하는 일은 (컴퓨터) 커서로 바이러스를 다루는 일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많은 검증과 여러 분야에 대한 소신을 밝힐 기회가 있어야 한다.”면서 “그건 안 원장 본인이 선택할 문제이고, 우리는 개의치 않고 우리 길을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원장이 어떤 행보를 하느냐에 상관없이 계획대로 박 전 대표의 ‘대권 플랜’을 가동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안 원장이 기존 정치인과 다른 방법으로 국민에게 다가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 친박 쪽은 긴장하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안 원장이 비록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자신의 신상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기부를 했다고 해도, 국민 입장에서 보면 기성 정치권과 달리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주는 그의 모습이 신선할 것”이라면서 “우리에게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안 원장이 불평등한 교육환경과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언급한 것 자체가 ‘부자정당’으로 비판받는 한나라당에겐 좋지 않다.”면서 “박 전 대표가 더 적극적으로 민생정책을 주도하고, 특히 이번 예산국회에서 뭔가 가시적으로 국민들에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정현 의원은 당내 일각의 ‘박근혜 흔들기’ 조짐에 대해 “박 전 대표를 흔들다가 밤송이에 맞아 머리통이 터진 사람이 많다.”면서 “인위적으로 흔들려고 하는 사람은 반드시 밤송이를 맞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자꾸 신비주의로 흐르고 있고, 검증이 된 게 없다.’며 박 전 대표를 비판한 김문수 경기지사 등에 대해 이 의원은 “흔들어 대는 모든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하는데 아군 진지에 수류탄 가스를 던진 사람들 같다. 스스로 자기 얼굴을 거울에 비춰 봤으면 좋겠다.”고 일갈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31) 평창 운교리 천연기념물 밤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31) 평창 운교리 천연기념물 밤나무

    세상살이에는 변해야 할 것이 있는 만큼 변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세월 따라 빠르게 변하는 사람살이가 있는가 하면, 예나 제나 제 모습을 잃지 않는 자연이 있다.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 사람이 있다. 대개 10년쯤이면 사람이 살던 집의 풍경이 바뀌거나 그 안에 살던 사람이 달라진다. 그러나 수백 년을 꼼짝 않고 살아온 나무는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그 무상한 변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람은 제 살림을 꾸려간다. 혹시 사람살이를 풍요롭게 도와주는 나무라면 그의 깊은 나뭇결에 동화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살가운 감동이 담기기도 한다. “이 나무 앞에서 태어나고 자랐지요. 시집 가서 잠깐 동안 재 너머 마을에서 살다가 다시 돌아왔으니까, 오십 년 넘게 저 나무에 기대어 살아온 거나 다름없어요. 그동안 나무는 많이 컸겠지만, 내가 보기엔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토종 밤나무로서는 가장 큰 나무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의 아름다운 산골마을 운교리. 지방도로변 한적한 식당 ‘들림집’의 주인 최정자(54)씨는 밤나무 쪽으로 창문이 난 방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때 ‘밤나무집’으로 더 잘 알려졌던 이 집은 마방(馬房)이었다. 영동과 영서를 잇는 교통의 요지인 이곳은 조선시대에 운교역창(雲橋驛倉)이 있었다. 당시 최씨의 집은 말을 이끌고 지나던 상인이나 나그네가 하룻밤 쉬어 가는 주막이자 말들이 쉬는 곳이었다. 집의 뒷동산에 우뚝 서 있는 밤나무는 생김새만으로도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만큼 크고 우아한 자태로 자란 나무여서, 한눈에도 오래 보존해야 할 자연문화재로 여겨지는 나무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밤나무는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저 ‘식당 집 뒷동산 밤나무’로만 이야기했다. 십년 전 처음 이 나무를 찾아보았을 때만 해도 나무 곁에는 최씨 내외가 버섯을 키우기 위해 쌓아둔 원목들이 즐비하게 쌓여 있었고, 나무 뿌리 부분은 비좁은 돌 축대로 갑갑하게 막혀 있었다. 나름대로 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방책이었지만, 오히려 나무의 생육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안타까운 상태였다. 이 밤나무가 차츰 세상에 알려지면서 마침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2008년 겨울이다. 우리 토종 밤나무로서는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라는 가치가 인정된 것이다. 최근 나무 뿌리를 답답하게 하던 돌축대를 허물고, 땅을 고른 뒤, 주변을 깔끔하게 정비했다. 천연기념물로서 대접이 달라진 것이다. 최씨는 가문의 자랑인 나무를 나라에서 잘 지켜 주게 돼 마음이 든든하다고 한다. ●조선시대부터 ‘영명자’라고 알려진 나무 운교리 밤나무의 키는 14m가 넘고, 뿌리 부분에서 잰 밑동의 둘레는 6m가 넘는다. 키나 줄기보다 굉장한 것은 사방으로 넓게 펼친 가지들이다. 동서로는 25m를 훌쩍 넘었고, 동산의 경사면을 타고 있는 남북 방향으로는 20m를 넘었다. 이 정도면 나라 안의 밤나무 가운데 운교리 밤나무의 규모와 견줄 나무가 없다. 밤나무는 감나무만큼 우리네 시골에서는 흔히 볼 수 있지만, 나무 자체를 보기 위해 키우는 느티나무나 소나무와는 다르다. 대개의 경우 밤나무는 오로지 열매를 얻기 위해 키운다. “그네를 세 개씩이나 맸어요. 어린 아이들 타기 좋게 낮은 가지에 하나를 매고, 다른 두 개는 좀 커서 어른들이 뛸 수 있는 그네를 맸지요. 사철 내내 나무 아래에 사람들이 많이 모였어요.” 밤나무 아래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가지에 그네를 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밤송이의 가시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들기 어려워서다.최씨의 이야기에 따르면 같은 크기와 나이의 밤나무가 네 그루나 더 있었다고 한다. 모두가 큰 나무였는데, 밤 송이가 바닥에 깔리면 옆의 밭에서 일하기가 어려워 다른 나무들은 모두 베어내고 그 중 가장 잘 생긴 지금의 나무 한 그루만 남겨 놓았다고 한다. “밤송이가 무성하게 달리는 가을에도 사람들이 모였지요. 밤이 많이 열려서 식구들이 필요한 만큼 먹어도 넉넉하게 남아서, 집안 어른들은 아무나 주워 가도록 했어요.” 세종실록지리지에 평창을 밤의 특산지로 기록했을 만큼 인근에서 자라는 밤나무는 질 좋은 밤을 생산하기로 유명했다. 밤골, 밤고개라는 땅이름이 남아 있는 것도 이를 증거한다. 그 가운데에도 특히 운교리 밤나무는 맛 좋은 밤을 맺는 나무로 이름이 나 있었다. ‘영명자’(榮鳴玆)라는 특별한 별명으로 이 나무를 부른 것은 조선시대 때 마방이 있던 시절부터였다고 한다. 이름 난 밤나무인 만큼 찾아오는 손님은 사람뿐이 아니다. 그 중에 가장 부지런한 건 청설모다. 밤이 맺힐 즈음이면, 이른 아침부터 나무를 찾아와 찍찍거리는 청설모 소리에 잠이 깰 지경이라고 한다. ●오래도록 변치 말아야 할 자연 문화재 사람들의 뜻에 맞춰 열매를 많이 맺으며 젊은 시절을 보낸 밤나무는 생장 에너지를 일찍 소진해 수명을 오래 유지하기가 어렵다. 대개의 다른 유실수와 마찬가지 이치다. 하지만 운교리 밤나무는 370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왔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오래된 밤나무다. “우리 나무가 오래도록 잘 지켜졌으면 좋겠어요. 나 혼자 돌보기에는 너무 크고 좋은 나무잖아요. 또 내 집이 앞을 가려서 나무 풍경을 해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나무를 더 잘 보이게 하고, 잘 보존할 수만 있다면 평생 살아온 집이지만 내놓을 수 있어요. 나는 이 마을을 못 떠나요. 늙어 죽을 때까지 우리 밤나무가 바라다보이는 이 근처로 옮겨 가서 나무를 바라보며 살 겁니다.” 최정자씨의 이야기에는 태어나서 50년 동안 스스로의 삶을 지켜온 한 그루의 나무가 변함없이 지켜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게 담겼다. 오래도록 변하지 말아야 할 나무를 위해 필경 또 다른 변화를 거치게 마련인 사람이 한 걸음 물러서겠다는 이야기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앞에 살아온 ‘아낌없이 주는 사람’의 아름다운 마음이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살이의 지혜다. 글 사진 평창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강원 평창군 방림면 운교리 36-2. 영동고속국도의 새말나들목으로 나가서 찐빵으로 유명한 안흥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6㎞를 조금 더 가면 안흥 면사무소와 찐빵마을이 나온다. 여기에서 1㎞ 남짓 가면 안흥초등학교 앞의 삼거리에 닿는다. 평창 방면으로 가는 오른쪽의 산길을 타고 16㎞쯤 가야 평창 운교리에 이른다. 아름다운 풍경이 이어지는 한적한 산길 도로 왼편으로 ‘들림집’이라는 식당이 나온다. 나무는 식당 뒷동산에 있다.
  • 배우 朴志暎

    배우 朴志暎

    [선데이서울 73년 7월15일호 제6권 28호 통권 제248호] ●이 기사는 38년전 연예주간지 ‘선데이서울’에 실렸던 내용입니다. 당시 사회상을 지금과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명예훼손 우려가 있는 곳은 부득이 익명 처리했음을 양지바랍니다. 스타가 집에 있을때…배우 朴志暎  麗水 앞바다에서 수영을 하며 자랐읍(습)니다. 한강을 두 번쯤 왕복할 수 있는 실력이니까. 물에 빠져 죽을 염려는 없읍니다.  국민학교(현 초등학교·여수서국민학교) 때는 우등생이었죠.  무용을 잘해서 때로는 발레리나가 될 꿈도 꾸었읍니다. 노래 솜씨는 0점, 오직 듣는 것만으로 만족합니다.  무슨 생각을 제일 많이 하느냐구요? 그야 물론 작품이죠. 최근에는 河吉鍾 감독의『守節』에 주연하기로 결정됐읍니다.  제일 고마운 사람은 어머니입니다. 여러분은 딸이 영화배우이기 때문에 그 어머니가 겪는 어려움이 어떤 것인지 모르시겠지요.  좋아하는 음식은 싱싱한 생선회, 말만 해도 군침이 도는군요. 밥을 많이 안 먹는 성미지만 생선회는 예외에 속한답니다.  시집요? 지금이 시집 갈 나이인데 적당한 사람이 안나섭니다. 이해심 많고 생활 기반이 있는 분, 나이는 나보다 10살 이상이 좋을 것 같군요. 요즘은 정말 작품 이외의 일을 생각할 겨를이 없답니다.    麗水태생, 漢城여고-中央大 연극영화과 2년 중퇴. 71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 『약한 자여 』『대지역』『관계』등 출연 영화 30편.  키 160cm, B·W·H=34-24-35.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500의 8.   <톱·플레이어> 하와이언 기타 姜甫中씨  『하와이언 기타는 재주있는 아가씨 같은 거죠. 선율이 무척 아름답고 여성적인데 음이 고정돼 있지 않아서 다루는 사람의 재주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새맛을 풍길 줄 알아요-』  16년간 하와이언 기타와 연애해 왔다는 강보중(姜甫中)씨. 그의 애인은 미제(美製)「센다」로 한국에 1대밖에 없는 진귀품이다. 5년전에 1천$를 줬다고. 연주 생활은 12살 때 바이얼린과 피아노를 치는 것으로 시작됐다.  32년간 악기와 함께 살아온 셈. 다루는 악기도 바이얼린, 피아노, 만들린, 전자오르간, 현악기와 타악기는 거의 마스트 했다. 나이트 쇼에서 그가 악기를 바꿔가며 연주할 때는 인기가수 못지 않게 인기, 익살스런 제스처가 또한 희극배우 이상이다. 올해 44살. 언제나 밤송이형 짧은 머리가 특징.
  • [어린이 책꽂이]

    ●꼬마 밤송이 뽀알루의 모험(모두 7권)(피에르 바이·셀린 프레퐁 지음, 보리 펴냄) 호기심 많은 밤송이 뽀알루가 집을 나서서 겪는 신나는 모험 이야기가 담긴 글 없는 그림책. 만화처럼 그림이 칸으로 나뉘어 전개되는 형식이며 스티커가 있는 놀이 책도 함께 들어 있다. 각 권 1만원. ●공부가 되는 한국 명화(글공작소 지음, 아름다운사람들 펴냄) 미술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우리의 명화를 그림과 함께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글로 소개한다. 한국 명화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배울 수 있다. 1만 8000원. ●개구리네 한솥밥(백석 글, 오치근 그림, 소년한길 펴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천재 시인 백석의 동화 시가 오치근의 채색 수묵화로 새롭게 태어났다. 정겨운 우리말, 우리 꽃과 풀을 담은 그림은 시간이 가도 변치 않는 교훈을 준다. 1만 2000원. ●혜린이 엄마는 초등학교 4학년(한예찬 글, 민홍소이 그림, 가문비 어린이 펴냄) 혜린이의 소원은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것이지만 엄마는 공부만 강요한다. 어느 날 휴대전화로 이상한 쿠폰을 내려받자 혜린이 엄마가 초등학생이 되는데…. 9500원.
  • 산토끼 고향은 경남 창녕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깡총깡총 뛰면서 어디를 가느냐/ 산고개 고개를 나 혼자 넘어서/ 토실토실 알밤을 주워 올테야’. 신묘년 토끼해를 맞아 국민 동요 ‘산토끼’의 탄생 배경이 주목받고 있다. 2일 경남 창녕군 등에 따르면 이 노래는 일제 강점기였던 1928년 가을 창녕군 이방면 안리에 있는 이방보통학교(현 이방초등학교)에 재직하던 고 이일래(1903~1979) 선생이 직접 작사, 작곡했다. 이 선생은 당시 그가 딸 명주(당시 1세)양을 안고 학교 뒷산인 고장산에 올라가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바로 앞에서 산토끼가 깡충깡충 뛰노는 모습을 보고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탄생한 ‘산토끼’는 처음에 이방초등학교 전교생들이 부르기 시작했고 이웃학교를 거쳐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민족혼을 고취시키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 노래는 토끼 형상인 우리 국토를 연상시키고 민족감정을 유발시켰다는 이유로 일제가 부르지 못하게 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이후 이 선생이 일제의 탄압을 피해 자신을 숨기고 해방과 6·25전쟁 등 격변기를 거치면서 ‘산토끼’ 노래는 작사·작곡 미상으로 남아 있다가 1938년에 출판된 ‘조선동요 작곡집’의 영인본이 1975년도에 나오면서 뒤늦게 그가 만든 노래임이 세상에 알려졌다. 영인본에 실린 이 선생의 원본 노래 가사는 ‘산토끼 토끼야 너 어디로 가나/깡충 깡충 뛰어서 너 어디로 가나/산고개 고개를 나 넘어 가아서/토실토실 밤송이 주우러 간단다’로 돼 있다. 훗날 부르기 쉽고 어감이 편리하게 노랫말이 약간 바뀌었다. 현재 이방초등학교 교정에는 이 선생의 흉상을 비롯해 산토끼가 풍금을 치는 모습을 형상화한 노래비, 이 선생의 음악세계 등을 담은 각종 기록, 토끼사육장 등 ‘산토끼’ 노래와 관련된 기념물들이 설치돼 있다. 창녕군은 불후의 국민동요인 ‘산토끼’를 관광자원화하려고 이 학교 뒷산인 고장산에 산토끼 노래에 얽힌 다양한 자료, 영상물, 체험장 등을 두루 갖춘 산토끼공원을 올해 만들기로 했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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