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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비엔날레 중국 측 작품 설치 중단…외교 갈등 번지나

    광주비엔날레 중국 측 작품 설치 중단…외교 갈등 번지나

    오는 9월 5일 개막하는 제16회 광주비엔날레가 ‘대만관’ 명칭을 둘러싼 한·중·대만 간 외교 갈등에 휘말렸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이 대만 측 요구를 받아들여 전시관 명칭을 ‘대만 파빌리온’으로 승인하자 중국 측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중국관 전시 작품 설치 작업이 중단됐다. 29일 광주비엔날레재단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 광주 하정웅미술관에서 중국관 파빌리온 작품 설치를 진행하던 중국 측 크리에이터와 전시 인력이 작품 전시 작업을 중단하고 현장을 떠났다. 전시 인력은 이날 오후까지 복귀하지 않았으며 중국 작가들은 아직 입국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비엔날레재단 측은 이번 작품 설치 중단은 전날 있었던 중국 측의 ‘대만관’ 명칭 승인에 대한 반발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는 27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방문해 민형배 시장과 면담하면서 대만 파빌리온 명칭 승인에 유감과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의 출발점은 대만 파빌리온 명칭을 둘러싼 광주비엔날레재단과 대만 측의 갈등이었다. 광주비엔날레는 2018년부터 본전시와 별도로 국내외 미술·문화기관이 참여하는 파빌리온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국립대만미술관(NTMoFA)을 비롯해 16개 국가관과 11개 기관이 참여할 예정이었다. 대만 측은 그동안 ‘대만관(Taiwan Pavilion)’이라는 명칭으로 협의를 진행해왔지만, 재단은 지난 6월 명칭을 ‘NTMoFA 파빌리온’으로 변경했다. 재단은 파빌리온 참여 주체를 국가관과 기관관으로 구분하는 운영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었지만, 대만 문화부와 참여 작가들은 당초 협의한 명칭을 일방적으로 바꿨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명칭 갈등은 결국 전시 준비 차질로 이어졌다. 국립대만미술관 작품은 지난 18일께 국내에 들어왔지만 명칭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전시 장소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전시5관에 설치되지 못했다. 개막을 불과 열흘 남짓 앞둔 시점까지 작품 설치가 지연되면서 파행 우려도 커졌다. 재단은 결국 지난 26일 대만 측의 변경 신청을 받아들여 ‘NTMoFA 파빌리온’ 대신 ‘대만 파빌리온’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당초 합의했던 명칭을 둘러싼 논란을 봉합하고 전시 준비를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하루 만에 상황이 다시 뒤집혔다. 다이빙 대사가 광주를 찾아 대만관 명칭 승인에 유감을 표명한 데 이어 중국 측 전시 인력이 설치 현장에서 철수하면서 이번 사태가 단순한 전시관 명칭 논란을 넘어 외교 문제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광주비엔날레가 5·18민주화운동의 도시이자 민주주의와 인권, 문화예술의 자율성을 상징하는 지역에서 열리는 국제행사라는 점에서 논란의 파장이 크다. 명칭을 둘러싼 정치적 압력이 예술행사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중국과의 외교적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맞서는 형국이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시장 역시 27일 중국대사와의 면담에서 정치적 판단이 예술 영역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이 대만 측 요구를 수용한 배경에도 예술의 자율성을 둘러싼 국내 미술계와 지역사회의 비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개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중국 측 작품설치 인력의 작업 중단이 일시적인 조치인지, 중국관 전시 자체의 불참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중국 측을 설득해 정상적인 전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는 국제 미술행사의 명칭과 전시 운영이 국가 간 외교 현안과 충돌할 경우 주최 측이 어디까지 정치적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지를 묻는 사례가 됐다. 개막을 불과 며칠 앞두고 불거진 한·중·대만 간 갈등이 광주비엔날레의 전시 파행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막판에 봉합될지 주목된다.
  • ‘예술로 그리는 삶의 지형도’…서초미술협회 정기전 개최

    ‘예술로 그리는 삶의 지형도’…서초미술협회 정기전 개최

    서울 서초구와 서초미술협회가 다음 달 1일부터 11일까지 한전아트센터 갤러리 전관에서 제23회 서초미술협회 정기전 ‘예술로 그리는 삶의 지형도’를 연다고 28일 밝혔다. 전시회는 예술로 각자의 삶을 돌아보고 일상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구는 전시회에서 현대회화와 한국화를 비롯해 조각, 서예, 문인화, 공예, 디자인 등 작품 250여점을 선보인다. 구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어 관람객들에게 풍성한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전시는 무료로 운영된다. 주민을 비롯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서초미술협회는 구에 살며 국내외 화단에서 활동하는 작가로 구성된 단체다. 2004년 창립 후 미술문화 발전과 활성화에 이바지해 왔다. 현재 38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 미술협회 중 가장 많은 회원이 소속된 단체다. 전성수 구청장은 “전시를 관람하며 바쁜 일상에서 잠시 마음의 여유를 찾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역 예술가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주민이 일상 가까이에서 다양한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기암절벽에 걸린 초록을 배웅하다 [박상준의 문장 여행]

    기암절벽에 걸린 초록을 배웅하다 [박상준의 문장 여행]

    화암팔경 다 보려는 욕심 버리고막바지 여름 정취에 취해보자기암절벽·녹음의 조화 빠져보네그림바위마을 골목 예술 산책용마소둔치공원서 쉬엄쉬엄거북바위 절경 잊지 못하네싫었던 건 여름 아닌 더위였음을정겨운 초록이 그리워질바야흐로 여름이 떠나가네“글을 쓰며 알았다. 나 역시 좋아하는 게 참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저 유난히 내성적인 여름 덕후였다는 것을. 하긴, 이렇게 많은 추억을 안겨준 계절을 사랑하지 않는 게 더 어렵지.”-김신회의 ‘아무튼, 여름’ 중에서 8월의 끝은 마치 여름의 끝 같다. 물론 달력에 적힌 숫자에 불과하다. 9월이어도 뒤끝 있는 더위는 얼마간 계속될 것이다. 또 계절이 경계를 넘는다고 큰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가을이 되는 게 고작이다. 그럼에도 그냥 떠나보낼 수는 없지 않나. 그림바위마을 용마소둔치공원 그늘에서 2026년의 마지막일지 모를 화암팔경의 여름과 눈을 맞춘다. ●여름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김신회 작가는 일년 내내 여름을 기다리는 사람이다. 자신이 만든 출판사의 이름에도 ‘여름’을 넣고 좋아하는 드라마 제목조차 ‘수박’이다. 그리고 ‘아무튼, 여름(제철소)’을 “여름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소개한다. 허나 모두가 여름에 호의적이지는 않다. 땀을 씻으려 샤워를 하고 욕실을 나서자마자 곧장 땀이 나는, 그래서 다시 욕실로 들어가는 자의 비애를 작가는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나를 포함한 어떤 이들에게 여름은 땀과 땀의 무한 루프다. ‘러브레터’에서 겨울을 먼저 떠올리고 여름은 ‘데스노트’에나 쓰는 단어다. 그래도 여름이 좋은 순간이 있다는 걸 끝내 부정하지는 못하겠다. 여름이라서 ‘캬~’하는 탄성마저 맛깔나게 하는 편의점 ‘맥주 네 캔’, 수영 실력과 무관하게 푸른 바다 위에서 첨벙대는 물놀이, 여름 단물의 정수를 쪽쪽 끌어모은 듯한 초당 옥수수 그리고 평양냉면 같은 것들. 특히 더위의 반대편 그늘에서 여름만이 주는 찬란한 녹음을 마주할 때 ‘대나무 자리’ 같은 이 계절의 묘미를 수긍하고 못 이긴 척 인정할 수밖에. 예를 들면 정선 화암리의 소금강 풍경은 꼭 여름에 봐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소금강’이라는 이름이 붙은 명소가 많다. 작은 금강산이라는 뜻이다. 북녘의 금강산은 기암절벽과 겹겹의 봉우리가 화려한 경관을 뽐낸다. 그래서 기암절벽이 화려한 남쪽의 여행지에는 어김없이 소금강이라는 명칭이 붙는다. 강원 정선군 화암면에 있는 소금강은 화암리에서 몰운리에 이르는 약 4㎞ 구간의 계곡을 이른다. 첩첩산중으로 숨어드는 도로를 휘황한 기암의 절벽이 좌우로 호위한다. 수박을 한 입 크게 베어 물 때처럼 입을 쩍 벌린 채 ‘와~’하며 지날 만큼 멋지다. 귓가에는 성악가 조수미 씨가 부르는 ‘그리운 금강산’이 환청처럼 들려온다. ●‘아이맥스’급 소금강 전망대 소금강 전망대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 소금강을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깎아지른 수직 절벽의 위용을 정면에서 마주하는 건 굉장한 경험이다. 아이맥스 스크린 앞자리에서 영화 ‘오디세이’를 보는 기분이랄까. 다름 아니고 여름이어서 그렇다. 기암절벽의 표면은 회색과 갈색이 섞였는데 여름 품에 있어 초록의 자연과 명징한 대비를 이루며 조화롭다. 마치 생생하게 살아 꿈틀대는 듯하다. 그러므로 온전히 생기롭고 빛난다. 아마도 가을에는 단풍에 묻히고 겨울에는 삭막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정선군 화암면에는 그런 풍경이 무려 여덟이다. 이를 가리켜 ‘화암팔경’이라 부른다. 소금강은 6경에 해당한다. 화암(畵岩)이란 지명부터 심상치 않다. 말그대로 ‘그림바위’다. 화천리 강변에는 용마소(3경), 북쪽으로 멀지 않은 거리에는 화암동굴(4경)이 있다. 남쪽은 거북바위(2경)를 지나 화암약수(1경), 소금강을 따라 화표주(5경), 몰운대(7경), 광대곡(8경)이 펼쳐진다. 그러니 그림바위들은 화암리의 본체나 다름없다. 화암팔경을 모두 돌아보자 제안하는 건 아니니 미리 저어할 건 없다. 소슬바람 부는 가을이라면 모를까, 눈길 닿고 발길 닿는 정도여도 여름 화암의 매력을 발견하기에는 충분하다. 다행히 사방 초록은 여전히 싱그러운데 그새 더위는 조금 수그러들었다. 정선은 8월 초에 비해 기온이 5~6도쯤 떨어졌다. 폭염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여름을 싫어하는 이들에게는 지금이야말로 여름 여행을 떠나야 하는 시기다. ●느슨한 여름을 닮은 그림바위마을 화암리의 또 다른 이름은 ‘그림바위마을’이다. 화암동굴과 화암약수의 중간쯤 자리한 마을은 지난 2013년 마을미술프로젝트로 단장했다. 심원, 고원, 평원의 시선이라는 3가지 주제로 곳곳에 미술 작품을 더했다. 벽화도 있고 조형물도 있고 시설물도 있다. 마을미술프로젝트는 대체로 시간이 지나면 바랜다. 그림도 바래고 취지도 바랜다. 하물며 13년 전 일이다. 그림바위마을은 변함없이 정겹다. 마을에는 빈집을 리모델링한 문화예술 레지던시 화암산방이 있어, 예술가들이 꾸준히 활력을 불어넣는다. 얼마 전까지는 2018년 옛 변전소를 개조한 그림바위예술발전소가 산책의 시발점 역할을 했는데, 현재는 아트플랫폼이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니 가을을 앞둔 여름처럼 어쩌면 지금이 조금이 더 자연스러우며 날것 그대로, 마을의 뜨거운 시절을 거닐 기회일지 모를 일이다. 우선 그림바위마을 커뮤니티센터나, 주차장 입구의 안내물 배포함에서 미술마을 홍보 리플릿(약도) 하나를 챙겨 든다. 센터 맞은편은 그림바위카페(화암산방 1호점)가 있고 옆으로 난 골목은 ‘맷돌바위 길의 꿈’이라는 제목이 붙은 타일 벽화 계단이다. 계단 끝에는 ‘상생’이라는 제목의 바느질을 표현한 작품이 북동쪽 언덕길을 따라 이어진다. 그림바위마을 산증인인 이재욱 작가의 작품이다. 낮은 담장 너머로 마을 전경을 내려다보며 거닐기 알맞은 골목길이다. 계단 맞은편 안쪽에는 옛 동면 공소(성당)가 위치한다. 이제는 화암박물전람소 역할을 하는 장소로 ‘역사에서 자라는 담쟁이’라는 제목의 종탑이 짝이다. 언젠가는 마을에서 가장 높은 ‘타워’였을 종탑은 마을의 역사를 적은 나무판이 둘레를 감싼다. 그 위로는 ‘황금 담쟁이’ 넝쿨이 철골을 타고 오른다. 큰길가에는 우주당 같은 비건 카페가 눈길을 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운영하는데 낮에는 우주당찻집으로 문을 연다.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은 우주막(음악과술한잔)으로 변신한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7시부터는 리틀포레스트요가를 진행한다. 오는 8~10월까지는 매주 일요일 팝업 형태의 함박식당이 반긴다. 퍼머컬처 텻밭농부이자 자연여행자인 에이미, 성악가 최순웅 씨가 파스타와 감바스 등을 요리한다. 그 밖에도 화암노다지탐사대 등 지역과 지역이, 지역과 여행자가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많다. ●여름의 녹음 속으로 그림바위마을 골목 산책은 사실 작품의 번호를 매겨가며 꼼꼼하게 챙겨볼 까닭은 없다.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숨은 보물을 찾아내는 기쁨을 누리는 게 맞다. 그리고 더운 여름은 욕심을 내기보다는 욕심을 덜어내며 여행해야 한다. 처음 찾는 동네는 아니어서 나는 용마소둔치공원에 오래 머문다. 용마소둔치공원은 마을 서쪽을 감싸고 흐르는 어천 천변에 있다. 반원을 그리며 흘러 ‘반달에 비친’이라는 수식이 그림바위마을 앞에 붙기도 한다. 마을 여기저기를 산책하는 일은 재밌기는 한데 어딘가 그늘에 앉아 푸른 풍경을 보며 쉬엄쉬엄 여름의 시간을 떠나보내고 싶기도 하므로, 그럴 때는 용마소둔치공원이 제격이다. 서늘한 달의 표면에 안착한 듯하다. 공원은 키 큰 나무와 벤치, 정자 등 쉼터가 많아 좋다. 솟대처럼 솟은 ‘빛나는 이야기’ 같은 조형 작품들이 마을 이야기를 전한다. 작품의 기둥은 금광에서 쓰던 채굴 기계를 다시 사용했다. 마을에서 약 1.5㎞ 떨어진 곳에는 화암동굴이 있다. 금을 캐던 광산으로 갱도 외에 천연 석회암 동굴이 공존한다. 그곳의 시간이 마을에 흐른다. 용마소둔치공원은 지난해까지 캠핑장으로 이용하는 이들이 많았다. 근래에는 맥문동밭을 조성했다. 그림바위마을은 ‘보라색’을 상징색으로 마을을 물들이는 중이다. 담장도, 벽화도, 화단도 보라색이 자주 눈에 띈다. 두 해를 맞은 맥문동은 아직 키가 작고 어려 듬성듬성 보라색 꽃을 피웠다. 물가 난간 너머는 아기장수의 슬픈 전설이 전하는 화암 3경 용마소다. 겨울에는 물가 자갈들이 보이는데 여름은 온통 초록의 풀들이 뒤덮는다. 용마소 상류 700~800m 거리에는 화암약수 가는 길 초입에 화암 2경 거북바위가 있다. 절벽 위에 있는 바위가 거북을 닮아 그리 부른다. 거북바위는 두 갈래의 산책로가 나 있다. 거북바위산림욕장 쪽은 계단을 따라 정자각까지 오른다. 계단은 이끼가 잔뜩 끼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득한 여름의 초록을 느끼게 한다. 거북바위 정자각에서 아래쪽 데크로 내려가면 거북바위다. 커다란 바위와 바위의 틈새를 지나면 그림바위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자연만이 화암의 자랑일까. 사람들이 사는 마을 또한 그림 같다. 화암팔경에 하나를 더한 화엄 9경이라 불러도 좋겠다. 다만 절벽 위이고 안전난간이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천천히 여름을 배웅하는 법 거북바위에서 화암 1경 화암약수까지는 1.3㎞다. 마을커뮤니티센터를 출발점 삼아도 1.5㎞ 정도, 걸어서 20분 남짓이다. 고작 약수 한 모금 하러 걸어야 할까 싶지만, 화암약수까지 가는 산책로만으로 이미 보상이 되고 남는다. 짙고 푸른 여름 풍경이라 말할 수밖에 없는, 화엄팔경에 넣어도 손색없을 그림 같은 바위가 줄을 잇는다. 화암약수는 철분이 함유된 탄산 약수의 톡 쏘는 맛이 특징이다. 코끝이 찡해서 단숨에 여름을 쫓는다. 약수터를 나오는 다리 위에서는 경쾌한 계곡 풍경에 한 번 더 무장해제한다. 건너편 ‘정선껏 바이 이진리’ 카페에도 들러보시길. 지난 7월 화암약수 건너편 2층 팔각정에 문을 열었다. 고풍스러운 정자에 ‘요즘스런’ 카페인 셈이다. 카페 창밖의 초록이 포근한 정취를 연출한다. 밖은 푸른 여름인데 안은 더위를 잊는다. 그 사이 쉬엄쉬엄 용마소와 거북바위 그리고 화암약수까지 이르렀다. 소금강전망대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길에 화표주를 지났으니 화엄팔경 가운데 다섯 곳을 본 셈이다. 화암동굴까지 욕심이 난다.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는데 동굴 안은 연중 평균 14도로 기온이 쑥 내려가 정선을 대표하는 여름 피서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름의 화암팔경은 이쯤에서 그쳐도 무방하다. 구름도 쉬어가는 몰운대나 가는 길이 험한 광대곡의 영천폭포를 굳이 끼워 넣을 수 있겠지만 아직은 여름이니까. 남은 팔경일랑은 다른 계절을 위해 남겨둬도 그만이다. 김신회 작가의 말을 빌리면 “여름을 즐기는 데 필요한 건 조건이 아니라 마음”이므로. 그러고 보면 내가 싫어한 게 여름은 아닌 것 같다. 장미의 가시처럼 뾰족한 여름의 더위 때문이었을 뿐, 그저 여름날의 추억 하나 갖고 싶었는지도. 단풍이 들고 눈이 내리면 지겹게 정겨운 이 여름의 초록이 분명 그리울 테니까. 복날에 베어 문 수박처럼. 비록 여름을 싫어하는 나이긴 하지만. 바야흐로 여름이 떠나간다. 글·사진 박상준 여행작가
  • 호박으로 펼쳐낸 무한… 日 현대미술 거장 구사마 야요이

    호박으로 펼쳐낸 무한… 日 현대미술 거장 구사마 야요이

    호박 오브제와 거울방으로 ‘무한’의 감각을 구현한 일본 현대미술 거장 구사마 야요이가 별세했다. 97세. 27일 일본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구사마는 지난 14일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도쿄의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1929년 일본 나가노현 마쓰모토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겪은 환시와 환각을 예술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물방울과 그물무늬를 끝없이 반복하는 양식은 회화, 조각, 설치, 의상,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그의 언어가 됐다. 그의 실험은 1957년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본격화됐다. 구사마는 팝아트와 미니멀리즘이 부상하던 뉴욕에서 퍼포먼스와 설치 작업을 펼쳤다. 화면을 망처럼 촘촘히 채운 ‘인피니티 넷’ 회화와 1965년 거울로 공간을 끝없이 확장한 ‘인피니티 미러 룸’을 선보였다. ‘인피니티 넷’은 추상표현주의 이후 미니멀리즘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예고한 작업으로 평가받는다. 호박은 1946년작 일본화 ‘가보차(호박)’부터 등장한 소재로, 이후 그의 대표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일본관에서 점무늬 호박과 거울방을 결합한 ‘미러 룸(호박)’을 선보이며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다시 받았다. 국내에서는 ‘노란 호박 작가’로 친숙했다. 2013년 대구미술관 개인전과 이듬해 서울 예술의전당 전시로 관객과 만났다. 올해 3월 서울옥션 경매에서는 2015년작 회화 ‘Pumpkin(MBOK)’이 104억 5000만원에 낙찰돼 국내 구사마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2016년 일본 문화훈장을 받았으며, 이듬해 도쿄 신주쿠에 구사마 야요이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 “흡연자는 철창 안으로?” 황당 ‘감옥 흡연구역’ 생겨난 도시…우리나라는?

    “흡연자는 철창 안으로?” 황당 ‘감옥 흡연구역’ 생겨난 도시…우리나라는?

    흡연구역이 부족하다고 호소하는 흡연자와 불편을 호소하는 비흡연자 간의 입장 차이 탓에 흡연구역을 둘러싼 갈등은 끊이지 않는다.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는 도심 한복판에 황당한 흡연구역이 마련돼 있는 사실이 뒤늦게 도마에 올라 철거됐는데, 이는 흡연구역의 적절한 위치와 형태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싼리신문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소셜미디어(SNS)에서는 타이베이 시내 한복판에 세워진 ‘철창’ 형태의 흡연구역이 확산하며 갑론을박을 낳았다. 번화가이자 대학가로 유동인구가 많은 공관 상권의 보행로에 설치된 이 흡연구역은 성인 남성 키 높이의 철제 울타리로 사방을 둘러싼 형태였다. 네티즌들은 SNS에서 “흡연구역이 개집 같다”, “설치미술이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담배 연기를 차단할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어 길을 걷는 보행자들이 간접흡연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몇몇 시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타이베이시는 지난 26일 해당 흡연구역을 철거했다. 그러면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경청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인 중국국민당 소속 장완안 타이베이 시장은 올해 들어 ‘금연 도시’ 구상을 선포했다. 대표적인 번화가인 시먼딩은 지난 6월부터 금연구역으로 지정됐으며, 시내 주요 지점에 담배 연기 유출을 차단하는 음압 흡연실이 설치됐다. 그 밖에 100여 곳의 공공 흡연구역도 설치됐는데, 이들 흡연구역이 연기를 차단할 수 있는 설비가 갖춰있지 않아 보행자들의 간접흡연 피해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분과 울타리 등을 설치해 보행로와 분리시켰지만, 담배 연기가 보행로로 퍼져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탓이다. 흡연구역을 둘러싼 이해 충돌은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금연구역은 2022년 29만 7539곳에서 지난해 30만 3859곳으로 6320곳 늘었지만, 공공 실외 흡연시설은 같은 기간 100곳에서 133곳으로 33곳 증가하는 데 그쳤다. 흡연시설이 부족한 탓에 흡연자들은 보행로 한편에 모여 흡연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누군가 길바닥에 놓아둔 캔이 재떨이가 돼 흡연자들이 모여들기도 한다. 반면 비흡연자들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설치된 흡연시설로 인해 간접흡연 피해를 본다고 호소한다. 인근 상인 등에게는 흡연구역이 민원의 대상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4월 시행된 담배사업법에 따라 액상형 전자담배도 법적으로 담배로 분류돼 흡연구역에서만 피울 수 있게 되면서, 흡연구역의 수요와 공급 간의 불균형 문제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 K BOOSTER, 팝 아티스트 존 버거맨 개인전 후원…예술·뷰티 접점 넓힌다

    K BOOSTER, 팝 아티스트 존 버거맨 개인전 후원…예술·뷰티 접점 넓힌다

    ‘LOUNGE with Jon Burgerman’ 8월 27일~10월 18일 청담동 써저리서 진행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K BOOSTER(케이부스터)가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존 버거맨(Jon Burgerman)의 개인전 ‘LOUNGE with Jon Burgerman’을 공식 후원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8월 27일부터 오는 10월 18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컨템포러리 아트 공간 ‘써저리(SURGERY)’에서 진행된다. 공식 개막 하루 전인 지난 26일에는 존 버거맨 작가와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프닝 행사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영국 출신으로 미국 뉴욕을 거점으로 활동 중인 존 버거맨은 즉흥적인 드로잉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기반으로 ‘두들(Doodle)’ 장르를 현대 미술의 주요 영역으로 안착시킨 작가다. 회화를 비롯해 그래픽 디자인, 조각, 설치 미술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팝마트(POP MART), 케이스티파이(CASETiFY), 삼성, 롯데 등 글로벌 기업들과 다채로운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존 버거맨이 최근 전개한 회화 연작을 중심으로 작품을 구성했다. 기존 작업에서 두드러졌던 선명한 그래픽 라인과 달리 부드럽고 몽환적인 색면 위에 캐릭터를 배치했으며, 유쾌한 이미지 안에 행복과 불안, 외로움, 위로 등 일상에서 경험하는 여러 감정을 담아냈다. 전시 제목인 ‘LOUNGE’에 맞춰 공간 구성에도 변화를 줬다. 작품을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시장에 머물며 작품과 공간을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스피크이지 스타일의 칵테일 라운지를 조성했으며, 전시 기간 관련 프로그램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브랜드와 문화 예술의 협업은 작품이나 전시를 매개로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이미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활용되면서 패션·뷰티를 비롯한 라이프스타일 분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K BOOSTER 역시 이번 후원을 통해 예술과 뷰티가 일상에 새로운 감각과 경험을 제공한다는 접점을 연결했다. 특히 존 버거맨의 자유로운 표현 방식과 생동감 있는 캐릭터가 K BOOSTER가 지향하는 건강하고 활기찬 아름다움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는 판단에서 이번 후원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K BOOSTER 관계자는 “존 버거맨의 작품은 유쾌한 색채와 캐릭터를 통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예술을 경험하고 일상 속 감정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며 “예술과 뷰티 역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감정과 새로운 영감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서로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후원을 계기로 예술과 문화를 연결하는 활동을 이어가며 고객이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접점을 다양하게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존 버거맨의 공공 미술 작품은 수인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2번 출구 유리 캐노피에 설치돼 있으며 올해 설치 12주년을 맞았다. 해당 작품은 전시가 진행되는 써저리와 도보 5분 이내 거리에 있어 기존 공공 미술 작업과 이번 전시의 회화 작업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 경기도, ‘위블로 시계·금 목걸이’ 등 체납자 압류품 공매로 7억 8000만 원 확보

    경기도, ‘위블로 시계·금 목걸이’ 등 체납자 압류품 공매로 7억 8000만 원 확보

    경기도가 27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고액 체납자 압류 물품 620점을 대상으로 현장 공매를 진행한 결과 총 570건이 낙찰됐다. 도는 낙찰 대금 5억 9000만 원과 공매 진행 전 자진 납부로 징수한 1억 9000만 원 등 총 7억 8000만 원을 지방세 체납액에 충당할 계획이다. 공매는 올해 1월부터 추진한 고액·장기 체납자 집중 수색 과정에서 납부 의사가 없는 체납자의 물품을 압수해 진행했다. 귀금속과 미술품, 골프채, 명품 가방·시계 등 다양한 물품 중 위블로 시계가 1,875만 원으로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다. 순금(24K) 75g 목걸이가 1,520만 원, 샤넬 가방이 1,101만 원으로 뒤를 이었다.
  • 불교 호법신 제석천 불상, 보물 되다

    불교 호법신 제석천 불상, 보물 되다

    불법과 불제자를 지키는 불교 호법신 제석천을 나무로 조각한 불상과 통일신라 조형 전통을 잇는 철불 등 문화유산 6건이 보물이 됐다. 국가유산청은 27일 ‘평창 상원사 목조제석천의좌상 및 복장유물’, ‘임실 진구사지 철조여래좌상’ 등 6건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목조제석천의좌상은 불교미술에서 주로 불화로 표현되던 제석천을 조각으로 만든 드문 사례다. 2008년 발견된 복장물의 중수 기록과 국보 상원사 목조문수동자좌상의 발원문 등을 통해 적어도 1645년 이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불상은 의자에 앉은 모습으로, 통통하고 양감 있는 얼굴과 높이 올린 부처의 상투인 ‘보계’에 고려 후기 불교조각의 전통이 남아 있다. 국가유산청은 “조선 전기 불교 조각의 흐름과 당시 복장 납입 의식을 살필 수 있는 핵심 자료”라고 평가했다. ‘임실 진구사지 철조여래좌상’은 9세기 말∼10세기 초에 제작된 철불이다. 신라 하대 구산선문 가운데 가장 먼저 세워진 실상산문의 거점 사찰 진구사에 봉안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역삼각형 얼굴과 가는 눈매, 잘록한 허리와 부드러운 옷 주름에서 통일신라 전성기 조형 전통과 9세기 후반 철불의 특징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 조선 중기 문인화가 이경윤의 산수인물도 등을 담은 ‘이경윤 필 산수인물도첩’, 정도전 문집의 1465년 중간본인 ‘삼봉선생집 권1’, 고려시대 석독구결이 남은 유일본 ‘초조본 유가사지론 권3’, 1414년 태종이 발급한 임명장 ‘안성 고신왕지’도 보물로 지정됐다. 국가유산청은 “지방자치단체와 소유·관리자 등과 협력해 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호박·물방울로 무한을 펼친 구사마 야요이 별세

    호박·물방울로 무한을 펼친 구사마 야요이 별세

    호박 오브제와 거울방으로 무한의 세계를 펼쳐 보인 일본 현대미술 거장 구사마 야요이가 별세했다. 97세. 구사마 야요이 공식 홈페이지는 27일 부고를 내고 구사마가 지난 14일 도쿄도 내 병원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작가 측은 “미술을 중심으로 퍼포먼스, 소설, 시 등 여러 분야의 전위예술가로서 국제적 활동에 모든 것을 바쳤다”며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붓을 놓지 않고 영원한 사랑과 영혼을 탐구했다”고 전했다. 1929년 일본 나가노현 마쓰모토에서 태어난 구사마는 어린 시절 겪은 환시와 환각을 작품 세계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물방울과 그물무늬가 끝없이 번지는 이미지는 이후 회화와 조각, 설치, 의상, 퍼포먼스를 관통하는 고유한 조형 언어가 됐다. 그는 1957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에서 활동하며 국제 미술계에 이름을 알렸다. 캔버스를 촘촘한 망점과 그물로 채운 ‘인피니티 넷’ 회화, 부드러운 조각, 해프닝·퍼포먼스 등을 선보이며 1960년대 뉴욕 전위미술의 주요 작가로 떠올랐다. 구사마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것은 물방울무늬 호박과 거울방 연작이다. 호박은 그가 어린 시절부터 친숙하게 여긴 소재로, 1946년 일본화 작품 ‘가보차(호박)’에 처음 등장했다.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일본관에서는 물방울무늬 호박을 거울방에 배치한 ‘미러 룸(호박)’을 선보였다. 이듬해인 1994년에는 일본 나오시마 바닷가에 노란 바탕의 검은 물방울무늬 대형 야외 조각 ‘호박’을 설치했다. 거울을 활용한 ‘인피니티 미러 룸’ 연작의 출발점은 1965년 뉴욕 리처드 카스텔란 갤러리에서 발표한 ‘인피니티 미러 룸―팔루스의 들판’이다. 거울로 둘러싼 공간에 붉은 물방울무늬의 부드러운 조각을 반복 배치해 끝없이 확장되는 듯한 감각을 구현했다. 이후 그는 20여 개의 거울방을 제작했다. 관객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이는 설치 연작은 세계 미술관들의 인기 전시로 자리매김했다. 1973년 일본으로 돌아간 뒤에도 그는 회화·조각·설치와 함께 소설·시 창작을 이어 갔다. 일본 정부는 2016년 그의 예술적 공로를 인정해 문화훈장을 수여했다.
  • ‘물방울 무늬 호박’ 日 예술가 구사마 야요이 별세… 향년 97세

    ‘물방울 무늬 호박’ 日 예술가 구사마 야요이 별세… 향년 97세

    물방울 무늬를 소재로 한 ‘호박’ 조형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일본의 설치 미술가 구사마 야요이가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향년 97세. 27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구사마는 지난 14일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도쿄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유족 측은 고인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조용히 장례를 치렀다고 전했다. 1929년 나가노현에서 태어난 구사마는 어린 시절부터 겪은 환각 증상에서 영감을 얻어, 화려한 색채의 물방울과 그물 무늬를 자신의 예술 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상징으로 발전시켰다. 이런 무늬들로 뒤덮인 거대한 호박 오브제는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1957년 미국으로 건너간 구사마는 뉴욕을 무대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다. 특히 알몸의 남녀에게 물방울 무늬를 그려 넣는 파격적인 거리 퍼포먼스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해프닝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1973년 일본으로 돌아온 뒤에도 창작 활동을 이어가던 구사마는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일본관 단독 대표로 참석해 국제적 위상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2011년과 2012년에는 각각 유럽과 미국의 주요 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잇달아 열었으며,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과의 협업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다. 2017년에는 도쿄 신주쿠에 그의 이름을 딴 ‘구사마 야요이 미술관’이 문을 열었고, 고인은 말년까지 이곳을 중심으로 꾸준히 신작을 선보여 왔다. 그는 평생의 예술적 공로를 인정받아 2003년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2009년 일본 문화공로자 선정에 이어 2016년에는 일본 문화훈장을 받았다.
  • [인사] 홍익대학교

    △대학교육혁신사업단장 임종태 △산업미술대학원장 황성걸 △공과대학장·정보대학원장 이수용 △기획처장 오유근 △산학협력단(서울) 단장 권용우 △정보전산원장 김경도 △홍대신문사 주간 김미경 △국제협력본부 본부장 김태식 △교수학습지원센터(서울) 임태연 △교무처 부처장(교육과정담당) 김지운 △입학관리본부 부본부장 이서진 △국제협력본부서울캠퍼스 국제학생지원실 실장 김설아 △바이오헬스 혁신융합대학사업단 부단장(서울) 허윤석 △공학교육혁신센터(서울) 소장 지해성 △기획관리처장 정상규 △산학협력단(세종) 부단장 노기섭 △세종캠퍼스 전산실 관리부장 정은성 △체육행정부장 강익원 △국제협력본부 세종캠퍼스 국제학생지원실 실장 전춘화 △IPP형 일학습병행제 사업부단장 김재현 △공동기기센터 부센터장(세종) 김래현
  • 글로벌 무대 도전할 부산 청년 3명 선정…역량 개발비 최대 1억원 지원

    글로벌 무대 도전할 부산 청년 3명 선정…역량 개발비 최대 1억원 지원

    부산시는 글로벌 청년 인재 양성을 위한 ‘2026년 청년 월드클래스 육성사업’의 지원 대상자 3명을 선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청년 월드클래스 육성사업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청년 인재를 발굴, 세계적인 리더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선정된 청년에게는 3년간 개인별 최대 1억원의 역량개발비를 지원한다. 시는 지난 4월부터 참여자를 모집했으며, 총 133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서류와 발표, 공개심사 등의 절차를 걸쳐 최종 노현지(문화예술 분야·미술), 이동윤(문화예술 분야·문학), 허석민(문화예술 분야·연극)씨 등 3명을 지원 대상자로 뽑았다. 노현지 씨는 부산 풍경과 사람 일상을 그림으로 기록해 온 일러스트 작가다. 광안리 해수욕장을 담은 부산 기프트카드, 공공기관 기념품·포스터 등 다양한 작업을 통해 부산을 시각 이미지로 표현해 왔다. 이번 사업을 통해 해변, 항만, 계절 풍경을 일러스트로 기록하고, 시민과 관광객이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부산형 시각예술 콘텐츠로 확장하고자 한다. 이동윤 씨는 지역의 숨겨진 이야기를 비즈니스 가치로 전환하는 작가이자 스토리 지식재산(IP) 기획자로 이번 사업을 통해 부산의 파편화된 이야기를 글로벌 스토리 지식재산(IP)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허석민 씨는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연출가이자 극작가로, 앞으로 창작·제작 역량을 고도화하고 해외 공연 유통과 공동제작 네트워크를 확대해 부산에서 출발한 공연 콘텐츠가 세계 무대와 연결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들은 지원금으로 전문 교육 프로그램 참여, 해외 유수 기관 연수, 국제 교류와 네트워킹, 콘텐츠 개발, 시제품 제작, 해외시장 진출 준비 등 각자 분야에서 필요한 역량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게 된다. 시는 청년 개인의 성장 목표와 분야별 특성에 맞춘 지원체계를 통해 선정 청년이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을 지속하면서 세계 무대로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김귀옥 시 청년산학국장은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자신의 분야에서 마음껏 역량을 키우고, 부산에서 쌓은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전국과 세계 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겠다”라고 말했다.
  • 하지, 더현대 서울서 조르조 모란디 회고전 연다

    하지, 더현대 서울서 조르조 모란디 회고전 연다

    -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이후 12년 만에 열리는 대규모 모란디 개인전- 모란디 미술관 주요 소장품을 중심으로 초기부터 말년까지 원작 80여 점과 오브제 공개 문화예술사업 기획사 하지(대표이사 김연실)는 이탈리아 모란디 미술관과 함께 11월 21일부터 2027년 3월 1일까지 더현대 서울 ALT.1에서 화가 조르조 모란디의 개인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전시 이후 12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모란디의 단독 전시다. 전시 개막에 앞서 8월 27일에는 단 하루 동안 전 권종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슈퍼 얼리버드 예매가 진행된다. 상하이 푸동미술관 전시를 거쳐 서울 공간 특성에 맞게 재구성된 이번 기획전에는 모란디 미술관 소장품과 여러 기관 및 개인 소장가의 작품이 출품된다. 유화, 수채화, 드로잉, 판화 등 원작 80여 점과 함께 작가가 실제 정물화 작업에 활용한 병과 화병 등의 사물, 작업 공간을 담은 아카이브 자료도 함께 전시된다. “현실보다 더 추상적인 것은 없다”고 말한 모란디는 병과 화병, 상자, 조개처럼 일상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사물을 수십 년간 반복해서 그렸다. 같은 대상을 그리면서도 빛과 색의 농도, 사물 사이의 거리와 화면의 균형을 미세하게 조율해 매번 다른 장면을 만들어 냈고, 이를 통해 존재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평생 이어 갔다. 이번 전시는 원작과 실제 오브제, 작업 환경을 함께 보여 주며 이러한 반복과 관찰이 모란디만의 회화 언어로 발전한 과정을 살펴본다. 이처럼 제한된 소재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한 모란디의 작품은 오늘날에도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RM도 모란디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는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SFMOMA)에서 열리는 《RM x SFMOMA: Between You and Me》에는 그의 소장작 〈Flowers〉(1949)가 출품될 예정이다. 전시 개막에 앞서 8월 27일(목)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 59분까지 단 하루, NOL티켓과 네이버 예약을 통해 슈퍼 얼리버드 티켓을 판매한다. 성인·청소년·어린이 구분 없이 전 권종을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슈퍼 얼리버드 판매가 끝난 뒤에는 전시 개막일까지 두 차례의 얼리버드 예매가 이어진다. 1차 얼리버드는 8월 28일부터 10월 7일까지, 2차 얼리버드는 10월 8일부터 11월 20일까지 예매가 가능하다. 얼리버드 티켓은 전시 개막일인 11월 21일부터 2027년 1월 17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 갤러리 비선재, 한불수교 140주년 맞아 프랑스 화가 ‘우고 리’ 개인전 개최

    갤러리 비선재, 한불수교 140주년 맞아 프랑스 화가 ‘우고 리’ 개인전 개최

    한불수교 140주년을 맞아 프랑스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신예 화가 우고 리(Ugo Li·1987~)의 두 번째 한국 개인전이 열린다. 갤러리 비선재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갤러리 비선재에서 오는 31일부터 10월 9일까지 우고 리의 개인전 ‘영원한 일시성’(Permanent Temporary)을 개최한다고 27일 밝혔다.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전시는 세계적인 아트페어 기간에 발맞춘 ‘서울아트위크 2026’의 공식 선정 전시로 국내외 미술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우고 리는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일상 공간을 치열한 미학적ㆍ인식론적 대상으로 되살려낸다. 그에게 주방의 식탁은 정지된 사물들의 수동적인 집합체가 아니다. 시간 자체가 응축되고, 흐르고, 소멸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하나의 ‘연극적 무대’다. 전시 주제인 ‘영원한 일시성’은 사물이 온전히 제자리에 존재하면서도 동시에 망각과 소멸 단계로 이행하기 직전에 있는 위태로운 ‘데드라인의 시간’을 포착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주요 신작들 가운데 ‘영원한 일시성’은 만개한 데이지꽃과 싱그러운 과일들 위로 ‘모든 풍요가 일시적’이라는 엄숙한 경고를 흰색 타이틀 문구로 새겨 넣은 우리 시대의 바니타스 정물화다. ‘사용과 기억 사이’(Between Use and Memory)는 크로넨버그, 칭따오 맥주병 등 소비사회의 부산물에 꽃을 꽂아 ‘기억’의 매개체로 변용하고, 화면 상단에 ‘15:00, 15:16, 15:18’ 등 분 단위의 타임스탬프를 기록해 햇살이 식탁을 관통하던 찰나의 궤적을 붙잡았다. ‘그림자가 피는 곳’(Where Shadows Bloom)은 실내를 벗어나 야외 테라스의 강렬한 햇살이 하얀 식탁보 위로 만들어 낸 코발트블루빛의 길고 짙은 그림자를 주연으로 격상시켜,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물리성을 역설적으로 시각화했다. 우고 리는 중국계 예술가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가공되지 않은 대담한 카드뮴 레드, 깊은 세라믹 청색, 타오르는 듯한 황색을 거침없이 구사하면서도 사물 간의 운율적인 배치와 여백의 조율을 통해 시각적 난폭성을 다스려 절묘한 평온함을 획득한다. 이진명 미술비평가는 “작가의 텍스트는 단순한 제목이 아니라 대상을 응시하고 붓을 휘두르던 바로 그 순간에 겪었던 현상학적 감정의 비망록이자 내적 고백”이라며 “이는 캔버스 위에 흐르는 시간을 일시적으로 멈추게 하려는 ‘미학적 닻’(aesthetic anchor)의 역할을 한다”라고 분석했다. 갤러리 비선재 관계자는 “우고 리의 회화는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순식간에 휘발되고 사라지는 ‘디지털 에페메라’(Digital Ephemera)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거대한 자연이나 추상적 공허를 헤맬 필요 없이 매일 마주하는 일상 속 일시적인 사물이야말로 가장 중시해야 할 가치임을 은은하게 깨우친다”고 설명했다. 전시 관람은 쾌적한 관람 환경 조성을 위해 네이버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 광주비엔날레 32년 ‘민낯’…국제행사에 걸맞은 조직인가

    광주비엔날레 32년 ‘민낯’…국제행사에 걸맞은 조직인가

    제16회 광주비엔날레가 개막을 열흘 앞두고 ‘대만 파빌리온(Taiwan Pavilion)’ 명칭 변경 논란으로 전시 파행 위기에 몰렸다가 가까스로 봉합됐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국립대만미술관(NTMoFA)이 제출한 변경 승인 신청을 수용해 파빌리온 명칭을 ‘대만 파빌리온’으로 확정했고, 지연됐던 작품 반입과 설치 작업도 재개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무게는 단순한 명칭 논란을 훌쩍 넘어선다. 광주비엔날레가 32년 역사와 회당 100억원대 예산이 투입되는 국내 최대 국제 미술행사의 조직·행정 시스템이 과연 세계 무대에 걸맞은지, 그 근본을 되묻는 사건이었다. 화려한 외형 뒤에 감춰져 있던 기형적 조직 구조, 미숙한 불통 행정, 그리고 지휘부의 무책임한 방관이 한꺼번에 드러났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단은 그간 대만 측과 협의해온 ‘대만관’ 명칭을 돌연 ‘NTMoFA 파빌리온’으로 바꾸겠다고 통보했다. 대만 문화부와 참여 작가들은 “사전에 논의된 국가명이 일방적으로 삭제됐다”며 강력 반발했고, 논란은 곧 ‘정치적 검열’시비로까지 번졌다. 재단은 “NTMoFA가 기관 자격으로 참여해 올해 초 전시 계약을 체결한 만큼 기관명을 표기한 것”이라는 방어 논리를 폈지만 파장은 잦아들지 않았다. 지난 18일께 국내에 반입된 대만 측 작품은 정작 예정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문화창조원 복합전시5관에 한동안 짐조차 풀지 못한 채 대기해야 했다 ▒ 27개국을 떠맡은 계약직원 고작 2명 이번 ‘대만관 사태’는 극도로 취약한 광주비엔날레재단의 조직 구조와 주먹구구식 인력 운영이 자리 잡고 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초대형 국제행사를 지탱하는 재단의 비엔날레 담당 인력은 30여 명 수준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대부분 단기 계약직으로 운영돼, 핵심 업무의 연속성이 매 회기마다 단절되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이번에 외교적 마찰이 된 대만 파빌리온 담당 부서의 실상은 더욱 참담하다. 기존 계약직 6명 가운데 5명이 지난해 일제히 퇴사해 업무 인수인계가 사실상 전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 공백을 지난 3~4월 부랴부랴 배치된 신규 계약직원이 메웠다. 또한 2명의 계약직 직원이 대만을 비롯한 27개국·기관과의 소통과 행정 실무 전체를 감당해 왔다. 전문 인력의 부재와 소통 체계의 붕괴가 이번 사태를 예견된 인재(人災)로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제 미술행사의 속성상 참여국·기관·큐레이터와의 협의는 장기간 축적된 경험과 지속적인 관계 관리 위에서만 굴러간다. 담당자가 짧은 주기로 교체되면 협약의 맥락, 과거 협의 이력, 기관별 민감 사안이 온전히 승계될 수 없다. 대만관 명칭 논란 역시 이 같은 조직적 취약성이 의사결정 단계에서 걸러지지 못한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 20대 실무자 ‘총알받이’…숨어버린 수뇌부 국제적 신뢰가 걸린 사안임에도 재단 최고위층의 대응은 무책임과 도덕적 해이의 표본이었다. 외교적 갈등이 확산되고 전시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순간까지도, 광주비엔날레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은 언론이나 유관 기관 앞에 나서 사과하거나 수습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실무 미숙을 성토하는 외부 목소리에 대해서는 올해 채용된 20대 실무직원을 앞세우는 이른바 ‘방패막이’ 처사가 되풀이됐다. 결재 라인의 부장과 대표 등 정작 책임져야 할 임직원은 뒤로 숨은 채 사태를 관망했다는 것이 내부 증언이다. 이로 인해 재단 안팎에서는 “수뇌부가 책임은 지지 않고 자리 지키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통탄이 터져 나왔다. 이번 대만관 사태의 파장이 큰 것은, 최종 책임 소재와 의사결정 구조가 여전히 안갯속에 있기 때문이다. 대만 측과의 협의 과정에서 누가, 어떤 판단으로 명칭 변경을 결정했는지, 그 과정에서 상급자 결재와 법률·국제협력 검토가 충분히 이뤄졌는지에 대한 재단의 설명은 아직 없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겸 광주비엔날레재단 이사장은 26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이번 대만사태에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하며 “광주로서는 몹시 부끄러운 일이다. 예술 영역에 정치나 행정 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번 일로 광주의 대외 이미지가 훼손된 데 대해 사후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 급한 불은 껐지만, 진짜 시험은 지금부터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오는 9월 5일 개막해 11월 15일까지 이어진다. 올해 파빌리온 프로젝트에는 16개 국가관과 11개 기관이 참여한다 광주비엔날레. 1995년 첫 회를 연 이래 광주비엔날레는 국내를 대표하는 국제 미술행사로 성장했으나, 규모의 성장에 걸맞은 조직·행정 체계는 아직도 뒤따라오지 못했다는 것이 이번 사태의 냉정한 결론이다. 광주비엔날레가 국제 교류와 파빌리온 업무처럼 전문성과 연속성이 생명인 영역까지 단기 계약직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가 지속되는 한, 유사한 혼선은 언제든 재발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대만관 사태는 하나의 명칭을 둘러싼 갈등에서 끝나지 않는다. 누가 국제행사를 설계하고, 누가 협약을 관리하며, 사고가 났을 때 누가 최종 책임을 지는가-조직의 기본기를 정면으로 묻는 사건인 것이다.
  • 광주비엔날레 ‘대만관’ 명칭 복원… 파행 위기 수습

    개막을 불과 열흘 앞두고 전시 파행 우려를 낳았던 제16회 광주비엔날레 ‘대만관(Taiwan Pavilion)’ 명칭 논란이 대만 측 요구를 수용하는 선에서 26일 극적으로 봉합됐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당초 합의했던 ‘대만관’ 표기를 지난 6월 ‘국립대만미술관(NTMoFA) 파빌리온’으로 일방 변경해 갈등을 자초했다. 대만 문화부와 참여 작가들은 당초 합의한 명칭을 재단이 어겼다며 거세게 반발했고 국내에서도 광주민족미술인협회 등이 명칭 복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재단 측은 “파빌리온을 국가관과 기관관으로 구분하는 운영 원칙에 따른 행정적 표기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논란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작품 설치도 전면 중단됐다. 지난 18일 국내에 반입된 국립대만미술관 작품들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전시5관에 입고되지 못한 채 표류했다. 대만 문화부는 “26일까지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라”며 최후통첩을 보냈고, 결국 재단이 대만 측 의견을 전격 수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재단은 아시아문화전당 측과 조율을 거쳐 작품 설치를 서두르기로 했다. 파국은 면했으나 국제 미술 행사로서의 대외 신뢰도 추락과 미숙한 대외 소통 체계는 숙제로 남았다. 개막 직전까지 해외 참여기관과의 분쟁을 매듭짓지 못한 미숙한 행정을 두고 전문 인력의 안정적 확보, 체계적 소통 시스템 구축 등 조직 전반의 쇄신이 시급하다는 미술계의 지적이 높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다음 달 5일부터 11월 15일까지 광주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 주제는 싱가포르 작가이자 기획자인 호추니엔이 내건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이다.
  • 광주비엔날레 ‘대만관’ 명칭 복원…개막앞두고 파행 위기 넘겼다

    광주비엔날레 ‘대만관’ 명칭 복원…개막앞두고 파행 위기 넘겼다

    개막을 열흘가량 앞두고 전시 파행 우려를 낳았던 제16회 광주비엔날레 ‘대만관’ 명칭 논란이 대만 측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봉합 국면에 들어섰다. 명칭 문제로 발이 묶였던 작품 반입과 설치도 재개될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광주비엔날레재단이 대만 측과 협의해온 ‘대만관(Taiwan Pavilion)’ 명칭을 지난 6월부터 국립대만미술관(NTMoFA) 명칭으로 바꾸면서 불거졌다. 대만 문화부와 참여 작가들은 당초 합의한 명칭을 재단이 일방적으로 변경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재단은 지난 1월 체결한 협약의 계약 당사자가 국립대만미술관이고, 파빌리온을 국가관과 기관관으로 구분해 운영하는 원칙에 따른 표기라고 설명해왔다. 정치적 검열이나 외부 개입과는 무관한 행정·협약상의 문제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명칭 변경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급속히 확산됐다. 대만 측 참여 작가와 큐레이터들은 ‘대만’이라는 이름이 당사자의 동의 없이 사라진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국내에서도 광주민족미술인협회 등이 재단의 책임 있는 해명과 명칭 복원을 요구했다. 특히 전시 준비 일정이 차질을 빚으면서 단순한 명칭 논란을 넘어 개막 준비 문제로 번졌다. 국립대만미술관 작품은 지난 18일께 국내에 반입됐지만, 25일 현재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전시5관에는 설치되지 못했다. 해외 작품의 경우 통상 개막 수주 전부터 반입과 설치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늦어진 것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측 역시 명칭 문제가 정리돼야 전시 공간을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 작품 설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대만 문화부는 광주비엔날레재단에 늦어도 26일까지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고 ‘대만관’ 명칭으로 설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재단이 대만 측 요구를 수용하면서 막혔던 협의에도 돌파구가 마련됐다. 재단은 관련 합의 내용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측과 공유하고 전시장 사용과 작품 설치를 서두를 방침이다. 개막을 불과 열흘 앞둔 만큼 남은 일정은 빠듯하다. 작품 설치뿐 아니라 조명·동선·작품 설명 등 현장 작업을 차질 없이 마무리해야 한다. 명칭 논란으로 소진된 행정력을 전시 준비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는 광주비엔날레재단의 조직 운영과 대외 소통 체계에도 과제를 남겼다. 국제 미술행사를 표방하는 광주비엔날레에서 해외 참여기관과의 명칭·계약 문제를 개막 직전까지 매듭짓지 못하면서 행정 대응이 미숙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전문 인력의 안정적인 확보와 해외 기관과의 지속적인 소통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다만 이번 논란을 정치적 외압이나 검열 문제로 단정할 만한 객관적 근거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광주비엔날레재단 역시 전시 내용과 작가의 창작 활동에는 개입하지 않았으며, 이번 사안은 파빌리온 참여 주체와 공식 홍보물 표기를 둘러싼 행정·협약상의 이견이라고 설명해왔다. 파행 위기를 넘긴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오는 9월 5일부터 11월 15일까지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광주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 주제는 싱가포르 작가이자 기획자인 호추니엔이 내건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You must change your life)’다.
  • 스펙트럼으로 펼쳐 낸 시대의 모순과 불안

    스펙트럼으로 펼쳐 낸 시대의 모순과 불안

    개념 미술부터 정통 회화까지관성 피해 구축한 폭넓은 세계초기작·대표작 60여점 총망라보관 문제로 접하기 힘들었던‘블라인드’ 시리즈 재제작 선봬‘자판기’ 현대 작가 20여명 참여 “항상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림을 그렸다면 실력이 늘기라도 할 텐데 작업이 매번 바뀌다 보니 뭔가 쌓이질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떤 때는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걸레를 쥐어짜듯 작업하는 것 같았습니다. 도대체 제 작업에 관성이란 없었으니까요.” (공성훈 작가, ‘미술 관계자의 변명- 나와의 인터뷰’ 중에서) 개념미술부터 키네틱 아트, 설치, 회화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보이며 미술계 관성을 깨던 작가, 고유한 스타일 없이 존재하며 스스로를 화가 아닌 미술관계자라고 칭하던 공성훈(1965~2021) 작가의 작고 5주기에 그의 예술 세계를 한자리에서 펼치는 전시가 열린다.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년 제19회 이인성미술상을 받았던 작가는 2021년 암 투병 중 별세했다. 호반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경기 과천시 호반아트리움은 ‘공성훈: 숭고의 아이러니’를 26일부터 선보인다고 밝혔다. 전시에는 그의 대표 회화 작품을 비롯해 드로잉과 스케치, 메모 등 작품과 아카이브 60여 점이 나온다. 작가는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학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후에 전자공학과에 편입했다. 그리고는 다시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다. 생전 인터뷰에서 그는 “학교에 다닐 때 발이 지상에서 한 30㎝쯤 떠서 다닌 것 같았고 졸업 후 화가가 되려고 하는데 어디에 발을 디디고 서야 할지 막막했다”며 “뭔가 분명하고 구체적인 것으로부터 미술을 다시 시작해 보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공학도로서의 면모가 느껴지는 작품들을 전시장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장 입구에는 다이어그램이 관람객을 맞는다. 1990년대 금호미술관에서 전시했던 ‘예술은 비싸다-입장료 받기’의 아이디어 스케치다. 과거 이 작품은 여러 메시지가 프로그래밍된 전광판과 입장료를 넣는 구멍, 입장료의 투입을 감지하는 센서, 음향회로, 두 개의 예 아니오 버튼으로 구성돼 관람객이 응답해야 다음 화면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했다. ‘동전을 넣으시오’로 시작되는 다이어그램을 따라가다 보면 ‘이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하나요?’, ‘예술은 비싸기 때문에 동전을 더 넣으시오’ 등의 문장을 만나게 된다. 관객은 여기에 응답하며 스스로 ‘예술을 얼마의 대가를 치르면서 즐길 것인가’ 등을 고민하게 된다. 작품 보관 등의 문제로 접하기 어려웠던 ‘블라인드’ 시리즈를 다시 제작한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블라인드 작업은 블라인드 날개에 형광 페인트, 알루미늄 테이프, 모터의 왕복 운동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빛과 날개의 형태를 보여준다. 호반아트리움 관계자는 “외부 세계를 차단하는 동시에 인공적인 빛을 투사하며 끊임없이 움직이는 이 프레임은, 공성훈의 회화를 관통하는 ‘세상을 인식하는 프레임’의 기원이 됐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선보였던 ‘예술작품 자판기’ 역시 현대 작가 20여명의 참여로 새롭게 제작했다. 당시 작가는 담배자판기에 담배 대신 작품을 넣어서 전시장 판매를 시도했다. 작품의 크기도 담뱃갑의 크기로 제한하고 당시 젊은 작가들, 동료 작가에게 그림을 받아 그 속에 넣었다. 이번 전시에는 당시 이 작품에 참여했던 작가부터 작가와 인연이 있던 작가들이 제작에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도시와 자연이 뒤섞인 낯익은 풍경에 불안과 긴장을 심은 공성훈식 심리적 풍경도 만날 수 있다. ‘개’ 연작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식용’으로 길러지는 개들의 모습에서 현대인의 서글픈 초상을, ‘담배 피우는 남자’, ‘돌던지기’ 등에서는 대자연 속에서 고작 담배를 피우거나 무심히 돌을 던지는 무력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호반아트리움 관계자는 “자연의 웅장함과 인간 실존의 초라함이 자아내는 묘한 불협화음에서 공성훈식 ‘숭고의 아이러니’가 드러난다”면서 “이번 전시가 익숙한 풍경 속에 담긴 동시대의 현실과 인간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11월 22일까지.
  • 전통공예와 현대미술, 낙선재 툇마루서 만나다

    전통공예와 현대미술, 낙선재 툇마루서 만나다

    창덕궁에서 전통 장인의 공예와 현대미술이 어우러진 전시가 열린다. 국가유산청은 새달 1일부터 6일까지 서울 종로구 창덕궁 낙선재에서 전통공예와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제4회 K-헤리티지 아트전’을 연다고 25일 밝혔다. 올해 전시 주제는 ‘이음의 선’이다. 전시에는 무형유산 전승자를 포함한 전통 장인과 현대 작가 48명이 참여해 160여 점을 선보인다. 금박·소목·통영 대발 등 전통공예를 바탕으로 한 작품부터 회화·설치·사진까지 서로 다른 장르의 작품이 낙선재 공간 곳곳에 전시된다. 국가유산청은 “전통의 맥락이 오늘날의 감각과 만나 어떻게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공예의 기법과 재료, 미감이 동시대적 표현을 통해 새롭게 해석되는 모습을 조명한다. 낙선재는 조선 헌종(1834~1849)이 1847년 서재 겸 사랑채로 조성한 공간이다. 궁궐 안에 사대부 주택 형식을 응용해 지은 드문 건축물로 단청을 하지 않은 절제된 외관과 섬세한 창호·문양 장식으로 조선 후기 건축의 미감을 보여준다. 전시는 공간적 특성을 살려 작품을 단순히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통문화가 현대 예술과 만나 어떻게 이어지고 확장되는지를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전시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운영된다. 창덕궁 입장객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창덕궁 입장료는 별도다. 작품 이해를 돕는 전시 해설은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 현장 신청을 받아 진행한다.
  • ‘불협하는 합창’ 2026 부산비엔날레 29일 개막

    ‘불협하는 합창’ 2026 부산비엔날레 29일 개막

    국제 현대미술 전시회인 ‘2026 부산비엔날레’가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부산현대미술관 등지에서 열린다. 부산비엔날레는 부산시와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가 2년마다 공동 주최하는 행사이다. 올해 전시회 주제는 ‘불협하는 합창’이다. 소리와 신체를 매개로 한 비언어적 소통과 집단적 연대의 의미를 탐구하고, 부산지역의 음향 자료를 활용해 노동·이동·저항의 사회적 역할을 조명한다. 국제 공모를 통해 공동 전시 감독으로 선정된 벨기에 국적 에블린 사이먼스와 영국·바레인 국적 아말 칼라프를 비롯해 22개국 46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두 감독은 동시대 미술과 퍼포먼스, 사운드, 공동체적 실천을 넘나드는 폭넓은 기획 활동을 바탕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해 왔다. 특히 설치, 사운드, 퍼포먼스, 영상,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소리와 몸이 사람들을 연결하고, 저항과 연대를 만들어 온 방식을 살펴보며 동시대 사회가 마주한 다양한 질문을 예술적 언어로 풀어낸다. 올해 부산비엔날레는 전시 관람을 넘어 시민이 직접 듣고, 대화하고, 몸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퍼포먼스와 워크숍, 토크프로그램 등의 연계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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