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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어 표기로 갈등… 미·캐나다 관세전쟁 이면엔 ‘문화전쟁’

    미국과 캐나다가 무역 분쟁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캐나다 공용어인 프랑스어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24일(현지시간) CNN, 가디언에 따르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날 퀘벡주 레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 측 무역 협상단이 캐나다의 프랑스어 보호 정책을 ‘골칫거리’로 여겼다고 주장했다. 카니 총리는 프랑스어로 “미국인들에게 프랑스어와 프랑스어권 문화, 캐나다 문화는 거슬리는 것들”이라며 “이곳 퀘벡에서 프랑스어는 곧 권리”라고 강조했다. 캐나다는 영어와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며, 인구의 약 5분의 1이 프랑스어를 쓴다. 특히 퀘벡주에서는 인구의 약 85%가 프랑스어를 구사한다. 퀘벡주는 ‘법안 96호’에 따라 판매되는 제품의 라벨과 상표 등에 프랑스어 표기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넷플릭스·스포티파이 등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에도 프랑스어 콘텐츠 지원과 홍보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은 이 같은 캐나다의 언어 보호 정책을 ‘무역 장벽’으로 규정하고 시정을 요구해 왔으나 캐나다 측은 이를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으로 간주해 왔다. 크리스틴 프레셰트 퀘벡주 총리는 카니 총리에 힘을 실으며 “우리의 문화와 언어는 정체성의 핵심이며 협상 테이블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퀘벡주를 중심으로 미국에 대한 반감이 확산하면서 캐나다의 내부 결속력은 오히려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퀘벡 분리주의 정당인 퀘벡당의 폴 생피에르 플라몽동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캐나다로부터의 분리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국이 캐나다에 프랑스어 보호 조치를 축소할 것을 요구했다는 보도를 “우스꽝스러운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핵심 쟁점은 캐나다가 미국의 스트리밍 대기업에 수익 일부를 캐나다 콘텐츠 지원에 사용하도록 강요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호르무즈 해협, 조만간 미국 땅 선언할 것”…트럼프, 기름값 급등에 미국인들에게 던진 한마디 [밀리터리노트]

    “호르무즈 해협, 조만간 미국 땅 선언할 것”…트럼프, 기름값 급등에 미국인들에게 던진 한마디 [밀리터리노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적 에너지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 영토’로 선언하겠다는 파격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동시에 해협 봉쇄 여파로 치솟는 국내 기름값과 물가에 대해 미국 국민의 이해와 인내심을 요구했다. “해협 완전히 통제… 조만간 미국 영토 선언할 것” 1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주 나소 카운티 경찰학교 연설 및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소유하고 있으며 우리가 원할 때만 선박 통행을 허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이란은 매우 심하게 패배하고 있다”며 “이란을 완전히 패배시키고 나면 조만간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 영토로 선언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철의 장벽’(Wall of Steel)으로 불리는 해상 봉쇄 작전을 강조하며 “이란이 추가 공격에 나설 경우 100배로 되갚아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이란 측은 실질적 통제권이 자신들에게 있음을 주장하며 동결 자산 반환 등이 이뤄지지 않는 한 해협 폐쇄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국 간 긴장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기름값 폭등에 “사악한 국가 핵 막는 대가… 조금 더 지불하라” 문제는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미국 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선 당시 에너지 비용 절감을 약속했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다가오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국민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했다. 그는 “휘발유 가격을 아주 조금 더 내야 하는 미국 국민은 그것이 매우 사악한 나라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해 치르는 대가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 불안 속 ‘법질서·강경 이민’으로 시선 돌리기 외교·안보적 긴장과 경제적 여파가 이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강경한 이민 정책과 치적을 앞세워 내정 성과를 강조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연방수사국(FBI)의 범죄 통계를 인용하며 강력범죄율 하락을 자찬했으나, 전문가들은 이를 단일 정책의 성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악화된 민심과 경제적 불안 요소에서 대중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외교안보 및 내정 분야에서 연일 강경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마오쩌둥도 이렇진 않았다, 독재자 수순”…고삐 풀린 트럼프에 걱정 터진 美상황

    “마오쩌둥도 이렇진 않았다, 독재자 수순”…고삐 풀린 트럼프에 걱정 터진 美상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판 세력을 압박하고 권력 견제 장치를 약화시키면서 미국 민주주의뿐 아니라 국가안보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전직 정보·안보 당국자들의 성토가 나왔다. 백악관은 선출되지 않은 관료들에게서 권력을 회수해 국민에게 돌려주는 과정이라며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중앙정보국(CIA) 등에서 근무했던 전직 고위 정보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통치 방식이 권위주의 정권에서 나타나는 권력 장악 방식과 닮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옛소련과 발칸 지역에서 CIA 지국장을 지낸 폴 콜베는 “독재자들이 권력을 잡고 휘두르는 방식에는 공통된 수순이 있다”며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은 이러한 과거의 역사와 정확히 궤를 같이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과정에서 첫 임기 당시 자신의 권력을 제약했다고 주장해온 이른바 ‘딥 스테이트’와의 전쟁을 공언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이후 비판 세력을 침묵시키려 하고 주변 인사들에게 충성을 요구해왔다고 지적했다. 국가안보 전문 변호사 마크 자이드는 지난해 백악관으로부터 기밀정보 접근권을 박탈당한 뒤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그는 “견제 장치가 모두 제거됐다”며 “우리가 맞닥뜨릴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전직 정보·안보 당국자 400명 결집…“기관 약화”콜베는 미국 내 권위주의 확산을 우려해 2016년 결성된 전직 정보·안보 당국자 네트워크 ‘스테디 스테이트’ 회원이다. 이 단체에는 현재 400여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회원이 크게 늘었다고 FT는 전했다. 상당수는 정부의 보복 가능성을 우려해 신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창립자인 스티븐 캐시는 “회원의 절반은 공개적으로 활동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이들은 전쟁 지역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전직 CIA 분석관 줄리아 컬리는 “말을 아껴야 할 이유는 많지만 모두가 침묵한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며 “국민들은 이 중요한 기관들이 얼마나 무력화되고 약화했는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대만 담당 CIA 분석관 출신 게일 헬트는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개인 숭배’ 현상도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여권과 지폐에 자신의 얼굴을 넣고 싶어 한다”며 “마오쩌둥조차 화폐에 자신의 얼굴을 넣지는 않았다”고 비판했다. 中 대선 개입 정보 놓고 충돌…CIA “기밀해제 절차 참여”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보기관과 선거를 둘러싼 우려도 제기됐다. 초당파 연구기관 ‘예외상태연구소’(Institute for the Study of States of Exception)는 미 당국자들이 비상권한을 이용해 선거를 방해할 가능성을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논란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TV 생중계 연설에서 중국이 2020년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고 주장하면서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가 기밀 해제한 정보를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2021년 미 정보공동체는 중국이 2020년 대선 결과를 바꾸기 위한 개입 작전을 실행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일부 전직 정보 당국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기존 정보기관의 판단과 배치되는 정보를 공개해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컬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정보기관 자체의 판단에 반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CIA를 이용하고 있다”며 “지난 수십 년간 정보기관의 역량과 권한을 이처럼 악용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고 주장했다. CIA는 정치적 목적의 정보 공개였다는 비판을 반박했다. CIA는 정부 투명성 태스크포스와 긴밀히 협력해 관련 정보를 공개했으며 고위 정보당국자들이 기밀해제 과정의 모든 단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비판 인사 보안인가 잇단 박탈…“매카시즘 이후 최대”전직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자들의 보안인가를 잇달아 박탈한 것도 권력 남용 사례로 들었다. 보안인가는 정부 밖에서 일하는 전직 당국자 등이 국가안보 기관과 계약·자문 업무 등을 할 때 기밀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자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첫날인 지난해 1월 헌터 바이든 전 대통령 아들의 노트북 보도가 러시아 정보작전의 특징을 보인다는 공개서한에 서명했던 전직 정보 당국자 50명의 보안인가를 취소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와 다른 주요 비판자들에게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자이드는 비판자들을 겨냥한 보안인가 제한이 “1950년대 매카시즘 이후 본 적이 없는 규모”라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이 같은 비판을 전면 반박했다. 백악관은 FT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권력 남용을 바로잡고 미 정계의 기득권을 청산하며 미국인을 우선하라는 국민의 위임을 받아 당선됐다”며 “선출되지 않은 관료들의 손에서 권력을 회수해 국민에게 돌려줌으로써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직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미국의 제도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견딜 것이라는 전망은 나왔다. 헬트는 “우려해야 할 사안의 목록은 길다”면서도 “미국인들에게는 민주주의와 자유의 역사가 흐르고 있다”며 “우리는 그 차가운 어둠 속으로 순순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일주일 사이 또 일파만파…미국인들 짐 싸기 시작했다 [밀리터리노트]

    일주일 사이 또 일파만파…미국인들 짐 싸기 시작했다 [밀리터리노트]

    [밀리터리노트 3줄 요약]● 요르단, 이라크,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이 무력 충돌 고조에 대비해 자국민에게 출국 준비 및 대피를 일제히 권고했다.● 미국이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를 대상으로 대규모 공습에 나설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이번 출국 권고가 내려졌다.● 미군 공습이 현실화될 경우 이란의 역내 미군기지 보복 타격으로 중동 정세가 극도로 악화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중동 정세가 불과 일주일 만에 또다시 걷잡을 수 없는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중동 주요국 주재 미국대사관들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긴급 출국 준비령을 내리면서 역내 긴장감은 단순한 군사적 대치를 넘어 실제 대규모 무력 충돌 직전의 최고 수위에 도달했다. “더 늦기 전에 떠나라”… 비상 체제 들어간 중동 주재 美 공관1일(현지시간) 요르단, 이라크, 이스라엘 등 중동 주요국 주재 미국대사관들은 일제히 긴급 성명을 내고 현지 미국 시민권자들에게 즉시 대피 준비에 착수할 것을 권고했다. 성명에 따르면 미 대사관은 “항공편 취소, 주기적 영공 폐쇄, 이동 제한 등 사태 악화 시나리오에 즉각 대비해야 한다”며 “중동 역외에 머무는 자국민 역시 중동 지역 방문이나 경유를 재고하라”고 했다. 이런 공관들의 일제 권고는 단순한 정례 경보를 넘어 미 정부가 현지 정세를 매우 위급하게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이스라엘 ‘이란 에너지 시설 타깃’ 공습 임박설 일각에서는 이번 출국 권고의 직접적 배경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군사 행동 임박설을 꼽는다. 실제로 미국 주요 매체들은 미 행정부가 이란의 핵심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검토 중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련 지시가 이미 하달돼 수일간 작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란 역시 미군기지 및 역내 미 우방국에 대한 ‘무제한 보복’을 공언하고 나섰다. 이란 측은 “미국의 방패막이가 되는 순간 불길에 휩싸일 것”이라며 경고 수위를 높였다. 또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해상 수송로에서의 유조선 피격 사건까지 잇따라 발생하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마저 극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면전 확산 vs 한정적 타격… 분수령 맞이한 중동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가 단기 한정 타격에 그칠지, 아니면 중동 전체를 뒤흔드는 대형 악재로 확산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란의 에너지 시설이 실제 타격을 입거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유가 급등과 에너지 공급망 마비로 인한 ‘2차 인플레이션 쇼크’가 세계 경제를 습격할 위험이 크다. 미군의 타격 이후 이란과 그 대리 세력(헤즈볼라, 후티 등)이 동시다발적 보복에 나설 경우 전쟁의 범위는 중동 전역을 넘어 지정학적 대혼란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지 미국인이 서둘러 짐을 싸기 시작한 가운데 이번 주말이 중동 정세의 거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패트리엇·사드로 다 막았는데…뚫고 들어온 미사일 딱 한 발에 미군기지 당했다 [이슈분석+]

    패트리엇·사드로 다 막았는데…뚫고 들어온 미사일 딱 한 발에 미군기지 당했다 [이슈분석+]

    지난 17일(현지 시간) 요르단에 주둔 중인 미군 2명이 사망한 가운데, 이는 방공망을 뚫고 들어온 이란 미사일 한 발 때문으로 드러났다. 마크 루비오 국무장관은 19일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미군 2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미사일 하나가 침투했다. 우리는 거의 모든 미사일을 요격했지만, 하나가 침투에 성공했다”면서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희생자들의 가족과 영혼을 위해 기도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란 국영방송 IRIB는 “이란이 요르단 아즈라크에 있는 무와파크 알 살티 공군기지를 향해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며 “미군이 수십 발의 방공미사일로 요격에 나섰지만 이란 미사일이 기지 타격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대(對)이란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미 중부사령부도 미군 사상자 발생을 인정했다. 중부사령부는 18일 ”중앙사령부와 동맹국 군대가 이란의 탄도미사일 및 드론 공격을 방어하던 중 요르단에 주둔 중이던 미군 2명이 사망했으며 또 1명은 실종된 상태”라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이 공군 기지는 미국의 첨단 방공망인 패트리엇과 사드(THAAD)가 겹겹이 둘러싸고 있으며 실제로 이란이 쏜 수십 기의 드론과 탄도미사일 대부분 공중에서 격추됐다. 그러나 루비오 장관의 언급처럼 딱 한 발이 요격을 피해 우회 기동하면서 기지 중심부에 떨어져 큰 피해를 냈다. 또한 이 자리에서 루비오 장관은 이라크에서 미군 한 명이 이란의 드론 불발탄을 해체하던 중 사망한 사건은 ‘사고’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군인이 하는 일은 그 무엇도 안전하지 않다”면서 “모든 것이 본질적으로 위험하며 조국을 위해 헌신하는 영웅적인 미국인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언제나 외교적 해법에 열려 있다. 이란과 (대화를) 여러 차례 시도했고 앞으로도 계속 시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2월 28일 개전 이후 지금까지 공식 확인된 미군 사망자는 17일에 숨진 2명과 18일에 숨진 1명을 포함해 총 17명으로 늘었다. 신원 감식이 진행 중인 유해가 실종자와 동일 인물로 확인된다면 사망자 누계 집계가 18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이번 미군 병사들의 죽음으로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재개 우려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중부사령부는 19일 오후 7시(미국 동부 시간)부터 9일 연속으로 이란에 대한 새로운 공습을 시작했다고 밝혔으며 반대로 이란은 미국의 중동 동맹국들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하며 맞서고 있다.
  • 트럼프, 미군 사망에 도리어 ‘힘 얻은’ 이유…“지상전·핵시설 폭격안 보고” [핫이슈]

    트럼프, 미군 사망에 도리어 ‘힘 얻은’ 이유…“지상전·핵시설 폭격안 보고” [핫이슈]

    이란의 직접 공습으로 미군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된 가운데, 미군의 핵심 전력이 속속 이란 주변에 집결하고 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군은 이스라엘 공군기지에 공중급유기 증강 계획도 통보했다. 미군은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공습을 개시하던 때와 맞먹는 무력 수준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미국은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공중급유기 30대를 배치해 놓은 상황이다. 이스라엘 남부 라몬 공항에도 비슷한 숫자의 공중급유기가 배치돼 있다. 공중급유기는 전투기 작전 반경과 체공 시간을 대폭 늘릴 수 있게 해 장거리 공습 작전의 핵심 자산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미국의 대규모 공습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군이 유럽 내 기지에 있던 전투기를 중동으로 다시 배치하고 있다”며 확전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백악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참모들로부터 지상군 투입을 비롯해 공습 강화, 지하 핵시설 폭격 방안 등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란의 항구를, 이란은 미군 기지를 타격이란은 지난 17일 요르단 내에 있는 미 공군 기지를 타격했고 이 과정에서 미군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같은 날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유조선 한 척이 이란에 의해 피격당했고 다음 날인 18일에는 유조선 두 척이 폭발해 대형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군사 고문인 모흐센 레자이는 17일 국영 IRIB방송에 “미군의 공격이 2∼3일 지속된다면 전면적 공세와 파괴적 작전 단계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도 즉각 보복 공격에 나섰다. 이란 뉴스통신(IRNA) 등 관영매체들은 19일 호르무즈 해협에 걸친 이란의 항구 여러 곳이 미군의 공습을 받았다고 전했다. 특히 해협 입구에 있는 에너지 물류 핵심 거점인 케슘섬은 최소 6발의 미사일로 공격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매체 뉴스네이션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군 사망에 대해 “매우 슬픈 일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며 “우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갖도록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군사적 대응,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확대할 수도”미군 전사자가 발생하면서 미군의 군사적 대응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육군 예비역 장성 마크 키밋은 18일 알자지라에 “미국 장병들이 보디백(시신 보관 자루)에 담겨 고국으로 돌아오기 시작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 일주일 동안의 주고받기식(팃포탯) 보복 수준을 훨씬 능가하는 대규모 공습이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미국이 이미 호르무즈 해협 연안 작전을 넘어 이란 내 3차 표적들을 겨냥하고 있다”며 “이란 깊숙한 내륙 지역으로 공습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그는 “미국인들은 자국민이 살해당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전사자 발생으로 인해 군사작전에 대한 부담을 덜고 전면적인 보복 명분을 쥐게 됐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란 공격으로 인한 미군 사망이 인기 없던 이란 전쟁을 지속하는 동시에 군사 대응을 한층 높일 정치적·군사적 명분을 제공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트럼프, 확전 기로에서 중간선거 ‘빨간불’확전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양국의 MOU 파기와 미군 사망자 발생, 핵심 시설을 겨냥한 양국 공습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특히 미군 사망자가 늘면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여론과 희생을 헛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정반대의 정치적 압박도 커질 수 있다.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24%만 이란 전쟁이 치를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답했고 절반은 그렇지 않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도 집권 2기 들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휘발유 가격과 물가가 자극을 받았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적인 정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 “전쟁 중인데 대선 불복 타령”…트럼프 연설, 美방송사도 외면 [핫이슈]

    “전쟁 중인데 대선 불복 타령”…트럼프 연설, 美방송사도 외면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대국민 연설을 열고 2020년 대선과 선거 조작 의혹을 다시 꺼냈다. 백악관은 미국인들이 “충격받을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주요 방송사들은 반복되는 허위 주장 가능성을 우려해 생중계를 외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약 24분간 진행한 연설에서 미국의 선거제도와 투표기 보안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외국 세력이 미국 선거에 영향을 주려 했으며 정보기관과 이른바 ‘딥스테이트’가 이를 은폐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중국이 2020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미 유권자 정보 2억 2000만 건을 불법 확보했다고 밝혔다. 해당 자료에는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정당 선호도 등 유권자 등록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백악관 정부 투명성 태스크포스와 대통령 정보자문위원회가 관련 자료를 수집했으며 자신이 조사 결과를 직접 검토했다고 말했다. 당시 미 정보당국이 중국의 정보 확보 사실을 알고도 자신과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 이란, 북한 등 적대국과 비국가 단체가 미국 선거 인프라를 침해할 능력을 갖췄다는 기밀 해제 보고서도 공개했다. 백악관은 연설과 함께 관련 문건을 모은 별도 웹사이트를 열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 미국 언론은 중국이 확보했다는 유권자 파일이 이미 공개된 기록에 가깝다고 팩트체크했다. 실제 투표 결과 조작이나 부정선거를 뒷받침할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20년 당시 미국 정보당국은 외국 정부가 투표 집계나 투표용지를 조작해 대선 결과를 바꾸려 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정보기관 수장 상당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인사였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1년 1월 관련 평가를 보고받고도 당시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기록이 없다고 전했다. 이란전 확대됐는데 “곧 성과 볼 것” 한마디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초반 약값 인하 등 자신의 국정 성과를 열거했다. 미국이 이전보다 안전하고 강하며 부유해졌다고 강조하며 선거 유세를 연상시키는 자화자찬도 이어갔다. 반면 미국이 이란에 대한 공습 범위를 넓히는 상황에서도 전쟁 목표나 출구전략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미군은 이란의 군사 능력을 약화한다며 엿새째 공격을 이어갔고, 교량 등 기반시설까지 타격 대상으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에서 “크게 이기고 있다”며 “그 노력의 결실을 매우 곧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실의 의미나 공습 종료 조건,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은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직 대통령이 전쟁 중 대국민 연설을 열고도 현재의 안보 위기보다 6년 전 자신이 패배한 선거에 더 무게를 뒀다는 비판이 나온다. 백악관이 예고한 ‘충격적인 내용’도 새로운 정책 발표보다는 기존 선거 의혹을 확대 재생산한 데 가까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유권자 등록 때 미국 시민권을 입증하도록 하는 ‘미국 유권자 자격 보호법’(SAVE Act) 통과를 의회에 촉구했다. 비시민권자의 연방선거 투표는 이미 불법이며 실제 사례도 드물다고 AP는 전했다. 시민단체들은 법이 시행되면 출생증명서나 여권 등을 곧바로 제출하기 어려운 유권자 수백만 명이 선거 참여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CNN·ABC·NBC 외면…폭스만 끝까지 생중계 미국 주요 방송사의 대응도 이례적이었다. 폭스뉴스와 폭스는 연설 전체를 생중계했지만 CNN과 ABC, NBC는 정규 방송망에서 실시간으로 내보내지 않았다. ABC와 NBC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연설을 제공하면서 중대한 발표가 나오면 정규 방송을 중단할 준비를 했다. 그러나 실제 연설에서는 긴급 편성할 만한 새로운 정책이나 국가안보 발표가 나오지 않았다. CNN도 연설을 뉴스 사건으로 취급해 내용을 지켜봤지만 생중계는 하지 않았다. 진행자 케이틀런 콜린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랫동안 사실과 다르거나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반복해왔다는 점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CBS는 정규 프로그램 대신 특별보도를 편성하고 전문가 분석과 사실 검증을 함께 제공했다. 진보 성향 방송 MS NOW는 연설을 중계하다가 약 17분 만에 끊고 분석으로 전환했다. 연설이 끝날 때까지 화면을 계속 내보낸 주요 방송은 사실상 폭스뉴스뿐이었다. 백악관은 연설 전 주요 방송사에 생중계를 촉구하며 미국인들이 대통령의 말을 직접 듣고 판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방송사들은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실시간으로 그대로 전달하는 대신 내용을 확인한 뒤 보도하는 방식을 택했다.
  • 한화의 ‘1600조 시장’ 승부수…“美 군함 만들 조선소 추가 인수 검토” [밀리터리+]

    한화의 ‘1600조 시장’ 승부수…“美 군함 만들 조선소 추가 인수 검토” [밀리터리+]

    ‘친트럼프 인사’로 분류되는 존 펠런 전 미국 해군성 장관이 한화와의 협력 확대를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군함 건조와 관련해 한국을 콕 집어 언급한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미국의 국방·방산 전문 매체인 인사이드 디펜스의 1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날 콜로라도주 애스펀에서 열린 ‘애스펀 안보 포럼’에 참석한 펠런 전 장관은 ‘왜 한국 같은 나라들은 미국보다 더 많은 선박을 건조할 수 있냐’는 질문에 “한국은 로봇 공학같이 현대적인 기술을 더 많이 도입했다”고 답했다. 이어 “지난해 4월 한국의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등을 직접 둘러봤다”면서 “한국 조선소는 용접공이 버튼을 누르면 누군가 부품을 가져다줘서 계속 용접만 하면 되는 반면 미국은 그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선업은 배를 만들수록 작업 속도가 빨라진다는 특징이 있다”며 “한 마을에서 5대째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한국·일본에서 배울 점”이라고 밝혔다. “한화, 미국 내 조선소 추가 인수 추진”펠런 전 장관은 이날 포럼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나는 해군성 장관 재임 당시 미국에서 해외 조선소를 유치하고 미국인들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며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 인수 역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 한걸음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화오션은 현재 다른 조선소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어떤 조선소인지 지금 밝힐 수는 없지만 한화가 사업을 확장하고 기술력과 노하우를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마이클 쿨터 한화디펜스USA 대표는 지난 1월 “도크(건조 공간)가 2개밖에 없는 필라델피아 조선소만으로는 제조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생산력, 저장 공간을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화오션의 미국 내 조선소 추가 인수를 언급한 펠런 전 장관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해군 장관을 지내며 미국의 조선업 부활을 주도하고 한미 조선 협력에도 관여해 온 인물이다. 그는 재임 당시 주요 정책 과제로 조선(함정 건조) 역량 강화, 해양 방산 기반 확대, 전투 준비 태세 개선 등을 내세웠으며, 사임한 후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600조원 걸린 미 군함 사업, 걸림돌은?지난해 코트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해군력 강화를 위해 2024년 말 기준 296척의 함정을 2054년까지 381척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앞으로 30년 동안 총 364척, 연평균 12척의 신규 함정이 필요한 수준이다. 보고서는 “미국 해군이 신규 함정 조달을 위해 2054년까지 투입할 예산은 연평균 300억 달러(한화 약 45조원)로 추산된다”며 “총 1조 750억 달러(약 1600조원)를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함정 MRO 시장 규모도 연 2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미 해군 전력 증강과 새 군함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와 이미 국내 조선업체들이 미 해군 MRO 사업을 여러 차례 수주했다는 점을 들어 양국 협력 범위가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로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미국 군함 10척을 빠르게 건조해 줄 수 있느냐”고 질문한 바 있다. 애스펀 안보 포럼과 같은 날 펜실베이니아주 육군전쟁대에서 열린 국방혁신서밋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콕 집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미 해군력 증강을 위한 조선 협력을 위해 한국과 다른 지역의 기업들을 살펴볼 것”이라며 “그들은 우리와 선박(건조)에서 협력하고 있고 우리는 지역 밖에서 만들어진 일부 선박도 구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국내 상선과 화물선은 반드시 현지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존스법과 미 해군 군함 등을 미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하도록 강제하는 번스-톨프레슨 수정법 등은 한미 마스가 프로젝트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현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법 적용을 완화하는 방안, 선체만 한국 등 외국에서 건조한 뒤 미국에서 장비와 무장을 탑재하는 식으로 번스-톨프레슨 법을 우회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 [속보]이란 화해손짓, 억류 미국인 석방에 트럼프 “감사”

    [속보]이란 화해손짓, 억류 미국인 석방에 트럼프 “감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이란이 2024년 12월부터 억류했던 미국 시민을 석방하고 출국을 허용했다며 감사를 표현했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그녀는 현재 이란을 안전하게 벗어나 건강한 상태”라며 “미국은 이란의 이러한 선의에 감사한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대국에 억류된 미국 시민을 구출하는데 절대적인 소명 의식을 갖고 있어 이번 이란의 미국 시민 석방은 ‘최대 선물’로 평가된다. 석방된 미국 여성을 담당하는 변호사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에 자신의 의뢰인이 석방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여성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변호사 재러드 젠서는 성명에서 “미국-이란 이중국적자인 데나 카라리가 적대국과의 협력 및 간첩 행위라는 허위 혐의로 억류돼 있었다”고 밝혔다. 카라리가 억류된 이유는 그가 개인 기부를 통해 이란의 빈곤 아동들을 돕는 비영리 단체인 메흐르 어린이 재단을 운영했기 때문이라고 변호사는 설명했다. 이 재단은 개인 기부자들의 지원으로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의 허가를 받아 운영됐다. 그는 “카라리가 강제 출국 금지 조치를 당하는 동안 이란의 악명 높은 정보보안부로부터 수십 차례 심문을 받았으며, 비록 물리적으로 구금되지는 않았지만 엄청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젠서는 또 “억울하게 투옥된 미국인들과 강압적인 출국 금지 조치를 받은 사람들, 그리고 모든 이란 정치범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이란은 서방 국가 국민을 억류해 이들을 정부 간 협상에서 협상 카드로 이용하고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정부가 주시 중인 이란에 억류된 시민은 최소 6명으로 이 가운데 2명은 부당하게 억류됐다고 미 국무부는 밝혔다. 이란에서 1년 이상 억류된 캄란 헤크마티와 레자 발리자데는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이란을 방문했다가 억류됐다. 특히 망명한 이란계 미국인 언론인 발리자데는 2024년 노부모를 보기 위해 이란을 방문했다가 체포됐다.
  • [홍기빈의 미래완료] 지분 50%를 나눠 갖자는 국민 69%

    [홍기빈의 미래완료] 지분 50%를 나눠 갖자는 국민 69%

    미국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대담한 인공지능(AI) 국부펀드의 구상을 내보이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 중에서 AI 관련 사업으로 연간 2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들에 지분의 50%를 1회의 기부로 국가가 거둬들인다. 이렇게 조성된 7조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는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이 인준하는 7인 위원회가 운영하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배당금을 연간 5%로 잡아 매년 모든 미국인들에게 1인당 1000달러를 지급하며, 주식가치 상승에서 생겨나는 이익은 각종 사회 인프라에 투자하도록 한다. 실로 과감한 구상이다. AI 전환에서 발생하는 극소수 대기업의 엄청난 이윤을 사회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에는 사실 미국 전체의 폭넓은 사회적 합의가 존재한다. 오픈AI의 샘 올트먼을 필두로 앤스로픽 등에서도 자신들의 지분과 이윤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입장을 비쳐 왔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또한 이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부 형식으로 대략 5%의 지분을 거두어 AI 국부펀드를 조성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샌더스의 구상은 지분 규모에 있어서 훨씬 파격적이다. 흥미롭게도 정치적으로 상극의 위치에 있는 스티브 배넌 같은 우파 쪽 인물 또한 똑같이 50% 지분을 국가가 가져가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샌더스의 구상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렇게 조성된 국부펀드가 재무적 투자자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분을 소유한 기업들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도록 한 것이다. 즉 단순한 (재)분배의 문제가 아니라 AI 전환을 둘러싼 사회적 권력의 문제가 이 구상의 핵심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이 구상은 1970년대 스웨덴의 노동운동과 좌파 사회민주주의 세력이 내놓았던 ‘임노동자 기금’과 정확히 맥을 같이한다. 당시 스웨덴 노동자들은 연대임금제에서 발생한 초과 이윤을 생산에 재투자해 생산성을 올리면서도 완전고용을 이루도록 하는 목표에 골몰하고 있었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경영을 지배할 수 있는 수준의 지분 확보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서 매년 기업들의 이윤에서 일정한 부분을 현금이 아닌 주식 지분으로 받아 차분히 적립하는 것이 이 임노동자 기금이었다. 이 기금은 그리하여 장기적으로 스웨덴의 주요 기업들을 실질적인 주주로서 지배하여 기업 운영의 방향을 결정할 권력을 자본으로부터 빼앗아올 것을 꾀했던 것이다. 샌더스의 구상에 대해 미국인들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에 대한 지지율은 놀랍게도 69%에 육박하고 있다. 기업 지분의 절반을 빼앗아 배당금을 뜯어내고 경영까지 좌지우지하겠다는 이 급진적인 생각에 3분의2가 넘는 미국인들이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지금 AI 산업 전환이 미국인들에게 가져오고 있는 엄청난 불안감과 박탈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일부 기업에서는 대량 해고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니 이러한 전환이 극소수의 투자자들에게만 성과를 안겨 줄 뿐 많은 이들에게는 재앙이 될 것이라는 공포가 만연해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70년대 스웨덴과 오늘날의 상황에서 공통점이 발견된다. 산업의 성장이 불평등을 극대화하고 대다수의 사람을 소외시킬 것이라는 불안감,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산업의 조직과 확대에 있어서 그 방향타를 거머쥐는 실질적인 권력을 대다수의 일하는 사람들에게 쥐여 주어야 한다는 것이 임노동자 기금과 샌더스 의원의 국부펀드 구상을 연결하는 공통의 테마라 할 것이다. 이러한 구상이 실현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69%의 지지율이다. 10년 전만 해도 터무니없는 급진 사회주의로 치부되었을 만한 구상에 다수의 대중이 환호하고 있다. 비상한 상황이 되었으므로 비상한 정책들이 제안되고 논의되는 것이다. 어제의 상식과 기준이 흔들리는 시대다. 지금의 세상을 둘러봐야 무언가가 잡히는 상황도 아닌지라 결국 먼 미래를 바라보면서 거꾸로 현재를 규정하고 만들어 나가야 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69%는 큰 숫자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 나를 비우는 시간, 3500㎞ 순례의 길

    나를 비우는 시간, 3500㎞ 순례의 길

    미국 버지니아주 이야기를 하려 한다. 정치 수도인 워싱턴 D.C.의 왼쪽, 그러니까 서편의 남북부를 감싼 지역이다. 버지니아 여정의 큰 축은 세 가지다. 애팔래치안 트레일(AT)의 맛보기라 할 맥아피 노브 트레킹, 셰넌도어 국립공원 드라이브, 그리고 이 지역에 새겨진 미국 역사 엿보기다. 버지니아는 그리 길지 않은 250년 미국 역사에 비춰보면 나름의 고도(古都)다. 미국 건국 초기엔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등 많은 대통령을 배출해 ‘대통령의 어머니’라 불렸다. 미국인들이 노스탤지어를 느낄 법한 자연과 역사문화유산도 꽤 많다. 셰넌도어 리버, 블루리지 마운틴 등 가수 존 덴버의 명곡 ‘테이크 미 홈, 컨트리 로드’의 배경이 된 곳도 여기이고, 미국인에게 도전과 고난, 성찰의 대명사인 AT의 가장 유명한 봉우리 맥아피 노브도 여기에 있다. 애팔래치안 트레일을 알게 된 건 영화 ‘어 워크 인 더 우즈’(2015)를 통해서다. 미남 배우의 전형이라 할 ‘로버트 레드포드 형’이 주인공 빌 브라이슨을 맡고, 닉 놀테가 거구의 친구 카츠를 맡아 열연했다. ‘어 워크 인 더 우즈’는 동명의 책이 모티브다. 브라이슨을 세계적인 여행가의 길로 이끈 AT 도전 여정을 담은 여행 에세이다. 우리나라에선 ‘나를 부르는 숲’이란 제목으로 폭넓은 인기를 얻었다. ●맥아피 노브의 너른 반석에서 본 절경 책과 영화는 내용이 거의 비슷하다. 책에선 브라이슨이 40대 중년이지만 영화에선 칠십 넘은 노인이란 점이 다를 뿐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맥아피 노브에서 펼쳐진다. 시답지 않은 주제로 옥신각신하던 브라이슨과 카츠가 갑자기 입을 닫고 웅혼한 풍경에 젖어든다. 너른 반석 너머로 펼쳐진 블루리지산맥과 셰넌도어 계곡의 모습은 수많은 삶의 상처로 다져진 두 노인에게도 충격과 감동이었던 거다. 그 자리가 바로 맥아피 노브다. 영화 포스터 역시 맥아피 노브의 반석 위에서 둘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담았다. 실제 맥아피 노브는 AT의 끝없는 연봉 가운데 가장 유명한 봉우리다. 주말이면 새벽부터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 차고, 배후 도시 로어노크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조차 예약 전쟁을 치러야 할 정도로 사람이 몰린다. 물론 맥아피 노브에 행락객 수준의 산객들만 있는 건 아니다. AT 종주에 나선 순례자들도 같은 등산로를 걷는다. 그들은 행색 자체가 다르다. 무릎엔 보호대가 감겼고, 등산화는 너덜거리며, 마지막으로 씻은 게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온몸이 땀과 먼지로 뒤덮였다. 하지만 후줄근한 몰골과 달리 몸 전체에서 아우라가 뻗어 나오고, 그들을 향한 존경심이 솟는다. 이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무겁고 성찰적인 순간을 지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도전하는 사람 중 절반이 하루 이틀 내에 산을 내려가고, 남은 절반의 절반이 코스의 중간에도 이르지 못한 채 포기한다는 AT는 미국 남부 조지아주에서 북부 메인주까지, 애팔래치아산맥을 따라 14개 주에 걸쳐 있다. 버지니아는 그중 딱 절반이다. ●하이커들의 로망 ‘애팔래치안 트레일’ AT의 전체 거리는 2190마일, 약 3500㎞다. 1921년 조성이 시작돼 1937년쯤 완성됐다. 미국 3대 장거리 트레일 중 가장 먼저 조성된 길이자, 하이커들의 ‘로망’이다. 완주까지는 대략 5~6개월 걸린다. 우리의 ‘백두대간 종주’쯤 될까. 길이로야 견줄 수 없겠지만, 도전과 성찰이라는 산행의 본질적인 면에서는 같지 싶다. 해마다 4000명쯤 도전에 나서는데, 완주율이 평균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맥아피 노브 트레킹은 AT 완주에 견주면 새발의 피도 못 된다. 그래도 나무에 페인트로 새겨진 직사각형의 AT 상징 표지를 보며 걷는 느낌은 아주 독특하다. 카토바 산자락의 들머리(트레일 헤드)에서 맥아피 노브까지는 4마일, 왕복 8마일(13㎞) 정도다. 깔딱고개는 거의 없고, 완만한 오르막이 계속 이어진다. 등산로에선 늘 흑곰을 신경 써야 한다. 미국인들은 흑곰을 거의 동네 들개 취급하지만, 사실 새끼와 함께 있는 어미 곰은 무척 위험하다. 이번 트레킹에서도 하산길에 새끼 곰과 마주쳤다. 어미 곰의 존재를 확인할 틈도 없이 ‘빛의 속도’로 줄행랑쳐야 했다. 실제 책 ‘나를 부르는 숲’에서도 흑곰의 위험성을 수시로 경고하는 만큼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맥아피 노브의 돌출 암반에 올라서면 눈앞이 탁 트인다. 블루리지 산맥이 성벽처럼 일직선으로 내달리고, 그 사이 움푹 들어간 골짜기에는 믿기 어려울 만큼 너른 개활지가 펼쳐져 있다(그들은 이를 ‘계곡’이라 부른다). 산과 산이 가까이 겹쳐진 한국과 다른 이 구도가 낯설면서도 압도적이다. ●존 덴버의 노래 속 ‘컨트리 로드’ 이제 ‘컨트리 로드’를 따라 셰넌도어 국립공원을 향해 북진한다. 맥아피 노브에서 160마일(약 258㎞) 떨어져 있다. 셰넌도어 국립공원에선 ‘스카이라인 드라이브’를 따라 여유 있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셰넌도어 국립공원도 AT의 경로에 포함된다. 잘 포장된 스카이라인 드라이브 옆, 보이지 않는 숲속에 좁은 등산로가 나 있다. 셰넌도어를 유명하게 만든 건 단연 존 덴버의 노래 ‘테이크 미 홈, 컨트리 로드’(1971)다. 원래 이 곡은 버지니아와 맞붙은 웨스트 버지니아를 노래했다. 웨스트 버지니아에서는 지금도 공식 주가(州歌)로 불린다. 가사에 나오는 ‘올모스트 헤븐’이란 문구는 이 주의 표어가 됐다. 그런데 웬걸, 정작 가사에 나오는 그 산과 강은 일부만 웨스트버지니아에 걸쳤을 뿐 대부분 옆 동네, 버지니아에 속해 있다. 이 노래가 만들어진 건 메릴랜드주의 한 도로다. 작곡, 작사가 모두 웨스트버지니아에 가본 적이 없다. 이는 미 대중음악계에서 공식 확인된 이야기다. 제목의 지명이 빗나간 줄도 모르고, 이 곡은 반세기 동안 미국인의 향수를 자극해온 거다. ●75개 전망대 있는 스카이라인 드라이브 스카이라인 드라이브는 셰넌도어 국립공원의 산정을 따라 105마일(약 170㎞)가량 이어져 있다. 대공황 때인 1931년 공사를 시작해 1939년에야 전 구간이 열렸다. 길 여기저기에 75개의 전망대가 점점이 박혀 있다. 버지니아의 아름다운 지방도로를 달리다 보면 ‘배틀 필드’라는 표지판을 자주 본다. 버지니아는 ‘시빌 워’ 남북전쟁의 주 무대였다. 당시 남부연합의 수도였던 현 주도(州都) 리치먼드 등 어딜 가도 전쟁 유적이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두 번째로 크다는 프레데릭스버그 국립군사공원 등 국립공원만 6곳이고, 크고 작은 전장은 수백 곳에 달한다. 이 전적지를 엮어 ‘시빌 워 트레일’을 조성하기도 했다. 셰넌도어 국립공원 초입의 샬러츠빌엔 몬티첼로라는 예쁜 이름의 저택이 있다. 미국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이 직접 설계하고 평생 고쳐 지은 집이다. 독립선언서를 쓴 손으로, 그는 이 집의 기둥과 돔과 정원까지 세심하게 그려냈다. 그러나 이 저택은 한때 600명이 넘는 흑인 노예의 노동으로 유지됐다. 제퍼슨과 그가 ‘소유’했던 여성 흑인 노예 샐리 헤밍스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의 이야기는 이제 가이드 투어에서도 다뤄질 만큼 유명하다. 노예해방을 부르짖고 자유와 평등을 외친 사람의 집이 동시에 부자유스러운 현장이었다는 모순. 그러면서도 여전히 미국인, 특히 백인이 가장 사랑하는 유적 중 하나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 이방인에겐 선뜻 와닿지 않는다. 몬티첼로 안에 제퍼슨의 묘와 묘비가 있다. 1987년 버지니아대학교와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이제 여정의 마지막 방문지, 하퍼스 페리다. 원래 행정구역은 웨스트버지니아주에 속하지만, 여태 여정을 함께한 셰넌도어강과 블루리지 산맥이 명맥을 다하는 곳인 만큼 오지 않을 도리가 없다. 스카이라인 드라이브가 끝나는 프런트 로열에서 43마일, 약 70㎞ 거리다. ●남북전쟁의 도화선 ‘하퍼스 페리’ 하퍼스 페리는 셰넌도어강과 포토맥강 사이에 있다. 버지니아와 웨스트버지니아, 메릴랜드 등 세 개의 주가 만나는 곳이다. 블루리지 산맥은 여기서 끝이 나고, 셰넌도어강은 웨스트버지니아에서 흘러온 포토맥강과 합쳐진 뒤 포토맥강이란 이름 그대로 워싱턴 D.C.를 향해 흘러간다. 하퍼스 페리는 남북전쟁의 도화선이 된 곳이다. 1859년 10월, 노예제 폐지론자 존 브라운이 22명의 동지와 함께 연방 무기고를 습격한 것이 미국이란 거대한 나라를 두 쪽으로 갈라놓는 불씨가 됐다. 미국의 초기 역사가 고스란히 남은 마을을 샅샅이 둘러보려면 반나절로도 짧다. 여정을 마친 뒤 복귀하는 차 안. ‘컨트리 로드’를 들어야 하는 시간이다. “올모스트 헤븐, 웨스트버지니아~” 여태껏 이어진 풍경은 사실 버지니아의 것이었지만,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존 덴버가 지리를 헷갈렸다 해도 노래가 가리키는 마음, 산과 강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그 마음만큼은 정직했으니 말이다. ●디스커버리호 있는 항공우주박물관 이제껏 다닌 곳과 결이 다른 명소 한 곳 덧붙인다. 밀리터리, 항공기, 역사 ‘덕후’ 모두를 만족시킬 곳.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 덜레스 분관이다. 공식 명칭은 우드바-하지 센터. 워싱턴 D.C. 국립항공우주박물관의 별관인데, 본관보다 규모가 크다. 하이라이트는 거대한 격납고에서 영원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다. 근 40년 동안 지구상 어느 비행체보다 많이 우주를 오가며 39차례 임무를 수행했다. 그만큼 동체 곳곳에 우주의 상처가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바로 앞은 전설적인 정찰기 SR-71 블랙버드다. 냉전 시대 음속의 세 배로 날며 오로지 스피드만으로 적의 미사일을 따돌리던 항공기다. 인류가 만든 유일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도 바로 옆에 있다. 또 하나 인상적인 건 이놀라 게이다. 1945년 8월 6일 괌 인근의 티니안에서 이륙해 일본 히로시마에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 ‘리틀 보이’를 투하한 폭격기다. 워낙 민감한 기체라 주변에서 조금만 이상한 행동을 해도 즉시 경보가 발령된다니 조심해서 보시길. 워싱턴 덜레스 공항 바로 옆에 있다. [여행수첩] -차 없는 미국 여행은 상상하기 어렵다. 차를 렌트 하는 건 먹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렌터카 예약할 때 팁 하나. 호텔이나 항공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렌터카는 경험상 트립닷컴이 낫다. 인수와 반납의 다양한 조합, 차종의 다양성 등이 소비자 입맛에 잘 맞는다. 트립닷컴의 공식 자료로는 세계 1만 3000여 도시에서 다양한 렌터카 업체와 협업하고 있다. 차량 인수 전까지 무료 취소할 수 있는 상품이 대부분이어서 일정 변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에서 검색할 때 현지 렌터카 업체보다는 허츠(hertz) 등 다국적 기업을 택하길 권한다. 현지 업체들이 가격 면에선 다소 유리하나 외지인에게 심리적 안정과 효율성 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업체가 낫다. 특히 허츠는 미국 내 점유율 1위여서 다양한 차종의 조합이 가능하다. -렌터카 사무실은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서 셔틀로 10분 미만 거리다. 허츠의 경우 반납할 때 군부대 바리케이드 같은 통제 시설물을 통과해야 하는데, 전혀 겁먹을 필요 없다. 표지판만 따라가면 된다. 이어 정해진 위치에 주차한 뒤 키를 차에 두고 귀국편 비행기에 오르면 끝이다. 미처 못 낸 고속도로 통행료, 채우지 못한 연료 등은 차량 인수 당시 업체가 미리 받아둔 본인 카드 예치금에서 결제된다. 차액은 2~3일 뒤 본인 계좌로 입금된다. -3성급 호텔의 경우 홀리데이인 같은 익숙한 글로벌 브랜드에 묵길 권한다. 현지 업체 중엔 홈우드(homewood) 계열 호텔의 가성비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익스텐디드 스테이 아메리카는 가급적 피하시라. 가격은 다소 저렴하지만 조식이 커피와 일회용 오트밀뿐이고, 시설도 낡은 편이다.
  • “중국산 최고” “신이 내려준 선물” 품절 대란…유럽 난리 난 이유 [지금, 지구]

    “중국산 최고” “신이 내려준 선물” 품절 대란…유럽 난리 난 이유 [지금, 지구]

    “더는 못 참아” “살려줘!”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절망 섞인 비명. 가만히 서 있어도 숨이 턱 막히는 더위 속, 집 안에서조차 땀을 뻘뻘 흘리며 벽만 바라보는 사람들. 그들의 시선 끝에는 꽉 막힌 규제와 가혹한 법률이 버티고 있다.실외기 하나 달 수 없어 방 안이 거대한 찜통으로 변해버린 지옥 같은 현실.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살인 폭염’의 공포가 유럽 전역을 집어삼키고 있는 가운데 ‘뜻밖의 구세주’가 나타났다. 지금 유럽인들은 살기 위해 ‘중국산’을 붙잡고 있다. 최근 유럽 전역에서 살인적인 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동식 에어컨을 비롯한 중국산 냉방 가전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홍콩 성도일보는 ‘중국관찰’ 코너에서 유럽 현지 맞춤형 설계를 갖춘 중국산 이동식 에어컨이 폭염을 이겨내게 돕는 구세주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의 세입자와 집주인들이 까다로운 설치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중국산 이동식 에어컨을 앞다퉈 찾고 있다는 것이다. 성도일보는 프랑스의 냉매 관련 규정, 독일의 소음 기준, 이탈리아의 노후·역사 건축물 외벽 규제 때문에 일반적인 에어컨 제품을 들여놓기 어려운 상황에서 복잡한 설치 과정이 필요 없는 중국산 이동식 제품들이 급부상했다고 짚었다. 또한 성도일보는 미켈란젤로의 작품 ‘아담의 창조’를 패러디해 중국산 이동식 에어컨을 신이 내려준 것처럼 묘사하는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확산하고 있다고도 소개했다. 유럽 폭염에 아시아 에어컨 제조업체들 호황냉감 이불 등 다양한 중국산 냉방 제품 인기앞서 로이터통신도 지난 25일 기사에서 유럽의 폭염으로 아시아 에어컨 제조업체들이 호황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중국 메이디, 한국 삼성전자·LG전자, 일본 미쓰비시전기 등 가전기업들의 에어컨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고 전했다. 메이디 측은 로이터에 이동식 에어컨 주력 모델인 포르타스플릿(PortaSplit)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중고 제품의 가격이 신제품 가격을 넘어서는 경우도 나타났다고 전했다. 메이디 측은 “5월 마지막 2주간의 폭염이 판매를 크게 끌어올렸다”라면서 “포르타스플릿은 일부 판매망에서 품절됐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매체도 중국산 에어컨 열풍을 소개했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프랑스, 스페인, 독일, 영국 등 에어컨 보급률이 비교적 낮은 서유럽 시장에서 메이디의 에어컨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70% 넘게 증가했다. 중국의 또 다른 가전업체인 그리전기는 1~6월 유럽 지역에서 에어컨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40% 넘게 늘었으며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보유한 재고가 바닥나고 있다고 중국 경제 매체 이차이에 밝혔다. 이동식 에어컨뿐만 아니라 햇빛 가리개용 모자, 휴대용 선풍기, 냉감 이불 등 다양한 중국산 냉방 제품들이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 수요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라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일부 유럽 누리꾼들은 중국산 에어컨을 구하기 위해 장거리 여행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온라인상에 공유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며 200㎞를 운전한 끝에 마지막 하나 남은 제품을 샀는데 가격이 이미 100유로(약 17만원)나 오른 상태였다”고 전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프랑스산 에어컨이 있다면 그걸 사겠지만 우선 당장 에어컨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프랑스가 중국산 제품을 허용한다면 중국산을 사겠다”고 말했다. WHO “유럽서 폭염 관련 초과 사망자 1300명 이상”“기후 변화 경고…폭염 대비 보건 대책 시행 장려”SPF “사망자 모든 연령대서 발생…85%는 고령자”유럽은 최근 ‘살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유럽에서 평년보다 초과 사망자가 1300명 이상 나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28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6월 21일 이후 유럽에서 고온과 관련한 초과 사망자가 1300명을 넘는 것으로 기록됐다”고 적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열 스트레스는 흔히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는데, 유럽의 주택과 직장, 학교는 이런 기온을 견딜 수 있도록 지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한 세대에 한 번’ 발생하던 폭염이 이젠 거의 매년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이미 경고받았다”며 유럽 국가들에 “폭염 대비 보건 대책을 시행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에 앞서 이번 폭염 피해가 가장 컸던 프랑스 당국도 역대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된 지난 23일 이후 사망자 수가 증가 추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프랑스 공중보건청(SPF)에 따르면 24일 기록된 사망자는 모든 원인을 통틀어 1200명 이상으로 집계됐고, 25일과 26일엔 하루 14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4월과 5월 하루 평균 사망자가 900~100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일일 수백명, 24일 이후로 사흘간 대략 1000명의 추가 사망자가 생긴 셈이다. 사망자 증가는 폭염 적색경보가 발령된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파리를 포함한 수도권과 북서부 노르망디, 브르타뉴, 중서부 루아르, 보르도를 비롯한 남서부 지역이 대표적이다. SPF는 확인된 사망자의 85%가 65세 이상 고령자로 파악됐으나, 초과 사망자가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한 만큼 폭염이 전 인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소별로도 병원, 노인요양시설, 자택 등에서 사망 건수가 모두 증가했다. 특히 24일 이후 수도권 지역에서 자택 사망 건수가 40%가량 급증했다. 당국은 독거노인 등의 피해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이 발표한 이날 자료는 전자 사망 증명서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실제 사망자는 이러한 초기 데이터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과 이번 달 연달아 찾아온 폭염은 북부 아프리카에서 유입된 뜨거운 공기가 유럽 상공에 정체되며 발생했다. 고기압과 양옆을 가로막은 저기압 배치가 그리스 문자 Ω(오메가)와 비슷하다고 해서 오메가 열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유럽인들 더위에 약해” 美서 조롱 나오기도프랑스 4가구 중 1가구만 에어컨 보유프랑스인 6명 중 1명 “지구 위해 불편 감수”이 같은 상황에 온라인상에서는 미국인들, 특히 미국 남부 사막지대나 열대성 기후 지역에 사는 이들 사이에서 프랑스와 서유럽 사람들이 자신들은 매년 겪는 더위조차 견디지 못한다는 식의 조롱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오드리 풀바르 파리시 국제관계 담당 부시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미국 언론인과 소셜미디어(SNS) 인플루언서 중 일부는 파리의 모든 방에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파리를 비판하고 조롱해 왔다”며 “정말 어이가 없다”고 적었다. 그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국가로서 여러분은 지구 온난화와 그로 인해 프랑스가 겪고 있는 피해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며 “에어컨 보급률이 90%에 달하는 여러분의 도시들도 이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에어컨 사용이 보편화한 미국과 달리 프랑스에서는 4가구 중 1가구만 에어컨을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전통적으로 에어컨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다. 이달 초 발표된 입소스 여론조사에서도 프랑스인의 78%는 에어컨이 환경에 해롭다고 답했으며, 응답자 6명 중 1명은 지구를 위해 불편을 감수할 수 있다고 했다. 인간이 저지른 환경 오염은 지구 온난화를 불렀고 이는 결국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기후 위기라는 거대한 부메랑으로 돌아왔습니다. 더 이상 기후 위기는 남 일이 아닌, 현재 우리가 직면한 뼈 아픈 현실입니다. [지금, 지구]는 지금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 위기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 트럼프, 이럴 줄 알았다…‘군사행동 제한’에 공화당 가세, 결국 손절 당한 대통령 [핫이슈]

    트럼프, 이럴 줄 알았다…‘군사행동 제한’에 공화당 가세, 결국 손절 당한 대통령 [핫이슈]

    미국 연방 상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군사행동을 제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결의안은 공화당 의원 4명이 가세하면서 10번째 시도 끝에 가까스로 가결됐다.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상원은 23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고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재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찬성 50표, 반대 48표로 통과시켰다. 여당인 공화당에서 수전 콜린스(메인)와 빌 캐시디(루이지애나),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 랜드 폴(켄터키) 의원 등 4명의 이탈표가 나왔다. 이들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은 의원들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에서는 존 페터먼(펜실베이니아)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번 표결은 최근 병원에 입원해 표결에 불참한 미치 매코널(켄터키) 의원 등 공화당 의원 2명의 공석도 영향을 미쳤다. 이번 결의안은 1973년 전쟁권한법에 근거한 것으로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계속하거나 확대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대이란 군사작전을 시작한 이후 민주당 주도의 해당 결의안은 9차례나 부결됐지만, 10번째 시도 끝에 간신히 상원 문턱을 넘었다. 결의안의 법적 효력은?이번 표결은 공화당에서 이탈표가 발생했다는 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이 틀어질 경우 재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위협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다만 해당 표결의 실질적 효력을 두고는 논란이 이어진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 헌법상 선전포고 권한이 의회에 있는 건 맞지만, 본인이 행정부 수반이나 군 통수권자로서 의회 사전 허가 없이도 이란 타격이 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73년 전쟁권한법에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의회가 이를 재의결하면서 법이 제정됐다. 이후 역대 대통령들도 대부분 전쟁권한법의 취지는 존중한다고 밝히면서도 법이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제한할 수 있다는 해석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더불어 전쟁권한법은 법률로서는 유효하지만, 대통령이 이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헌법 해석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의회는 대통령의 군사행동을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대통령은 군 최고통수권자로서 긴급한 군사행동은 헌법이 보장한 고유 권한이라고 맞서는 것이다. 게다가 현지 법을 이용해서 전쟁권한법을 우회하는 방법도 있다. ‘무력사용승인’ 법안은 9·11 테러 당시 의회가 특정 대상·목적에 대해 군사행동을 허용하기 위해서 만든 법으로, 공식적인 ‘전쟁 선포’ 없이도 전쟁 수행이 가능해 대통령의 권한을 크게 확장시키는 장치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1기 때인 2020년 이란 군부 핵심 인물이었던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제거할 때 이 무력사용승인 법을 이용한 적이 있는 만큼, 의회의 이번 표결을 우회할 카드를 이미 손에 쥐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효력 약해도 의미는 있는 이유그럼에도 이번 가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정책을 둘러싼 우려가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상원 공화당 의원들은 미국 국민보다 트럼프 대통령 편에 섰다”며 “트럼프의 역사적 실책에 대한 대가를 미국인들이 치렀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표결로 상원 내 부정적 여론이 확인되면서 미 국방부가 추진 중인 800억 달러 규모의 전쟁 관련 예산 확보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의회의 입장을 반영해 대이란 정책을 수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공화당 의원 일부가 결의안에 찬성한 데 대해 불만을 나타내며 “이들의 행동이 이란과의 협상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화당 소속 패배자 4명이 민주당과 함께 투표했다”면서 “그들이 내 일을 더 어렵게 만들었지만 나는 어떻게든 해낼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무엇이든 항상 해내니까!”라고 적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부담을 의식해 휴전 국면을 유지하며 오는 11월 중간선거 이전까지 최종 합의를 위한 후속 협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 공화당원조차 ‘절레절레’…트럼프 떨게 만들 조사 결과 나왔다

    공화당원조차 ‘절레절레’…트럼프 떨게 만들 조사 결과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실시된 첫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응답자 상당수는 미국과 이란의 합의 내용이 미국에 불리하다면서도 일단 전쟁을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공화당원조차 이번 합의가 미국에 더 유리한 내용이라고 평가한 응답자가 10명 중 4명에 그쳐 이번 전쟁을 패배로 여겼다. CBS 뉴스와 유고브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6월 17~19일, 미국 성인 2519명 대상, 오차범위 ±2.4%포인트) 결과 이번 합의가 미국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22%에 그쳤다. 37%는 이란에 유리하다고 답했으며, 나머지 41%는 양측에 비슷하게 유리하다고 답했다. 특히 공화당원 중 미국에 더 유리하다고 답한 비율은 39%에 그쳤다. 이번 전쟁이 전략적 관점에서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답변은 45%였다. 29%만이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했다. 합의 내용이 미국에 불리하다는 의견이 우세해도 미국인들은 이번 전쟁을 어떻게든 하루빨리 끝내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8%는 지금 당장 전쟁을 끝내는 것을 선호했고, 22%만이 “이란이 더 많이 양보할 때까지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 폐기에 대해서도 미국인들은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미국인의 69%, 심지어 공화당원의 45%가 이번 합의 체결에도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영구적으로 중단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뼈아픈 부분이다. 이번 합의가 ‘나쁜 합의’라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 영구 중단이 자신의 목표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공화당원마저 그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란 정권 교체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응답자의 79%는 이번 합의가 이란에 친미 성향의 새 지도부를 등장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74%는 이란 국민의 안전과 자유를 보장하는 데도 실패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쟁 자체에 대한 평가도 냉담했다. 미국인의 69%는 이번 충돌이 투입한 비용에 비해 가치가 없었다고 답했다. 심지어 57%는 이번 사태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더 많은 문제를 만들었다고 응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으로 이란의 군사력이 파괴되고 핵 프로그램이 무력화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여론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이란이 전쟁 발발 이전보다 약해졌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자는 37%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60% 이상은 이란이 이전만큼 강하거나(38%) 더 강해졌다(25%)고 여겼다. 트럼프 정부가 정세 인식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미국인들은 매우 회의적이었다. ‘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정부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4%는 ‘전쟁이 행정부의 예상보다 세계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공화당원도 과반(51%)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정부가 이란과 합의에 나선 것은 목표를 달성해서(34%)라기보다 그저 분쟁을 끝내고 싶어서(66%)라고 응답자들은 답했다.
  • 이게 다 얼마야? “미국인들 망했다” 말 나온 이유…지갑 탈탈 ‘날벼락’

    이게 다 얼마야? “미국인들 망했다” 말 나온 이유…지갑 탈탈 ‘날벼락’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미국 납세자와 소비자가 떠안은 경제적 부담이 최소 1320억 달러(약 203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란 전쟁에 따른 직접 군사비와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 금리 부담 등을 종합해 이 같은 비용 추산치를 내놨다.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 5월 12일 연방하원 청문회 보고에서 이란 전쟁 관련 군사 비용을 약 290억 달러(약 44조원)로 추산했다. 다만 이 금액에는 이란 공격으로 피해를 본 미군 기지 10여곳의 복구 비용과 장비 수리·유지 비용, 항공모함 전단 전개 비용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NYT는 지적했다. NY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전쟁 과정에서 사용한 미사일과 탄약 재고를 다시 채우는 비용 역시 기존 조달 비용보다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란 공격으로 파괴된 주요 미국 자산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기지에 배치됐던 군용 조기경보기 E-3 센트리와 리야드 주재 미국 대사관 시설 등이 포함됐다. E-3 센트리 가격은 대당 3억∼5억 달러(약 4600억∼77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일반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장 큰 부담은 에너지 가격이었다. 브라운대 이란 전쟁 에너지 비용 추적 자료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휘발유와 경유 가격 상승으로 미국 소비자가 추가 지불한 금액은 약 600억 달러(약 92조원)로 추산됐다. 가구당 약 460달러(약 70만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 셈이다. 개전 당시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2.98달러 수준이었지만 이후 4달러 안팎까지 상승했다. 유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호르무즈 해협 위기가 꼽힌다. 이란군이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상업 선박을 공격하면서 중동 산유국과 세계 시장을 잇는 핵심 해상 통로가 사실상 막혔고, 국제 원유 흐름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미국과 이란이 최근 종전 협상에 합의한 뒤 국제 기준유가는 배럴당 80달러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전쟁 기간 한때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았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항공권과 물류비, 운송비에도 영향을 줬다. 식량 가격 역시 압박을 받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불안으로 비료 생산에 필요한 황 등 일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농산물 생산 비용 증가와 식품 가격 상승 우려가 제기된다. 인명 피해도 컸다. 이란과 이스라엘 정부 발표에 따르면 전쟁 과정에서 이란인 3500명, 이스라엘인 26명이 숨졌다. 미국 측은 미군 사망자를 13명으로 발표했다. 전쟁 여파가 확산된 레바논에서도 3700명이 숨졌으며, 페르시아만 일대 국가에서도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다. 오만 인근에서는 미군 공격으로 상업용 선박에 타고 있던 인도 국적 민간인 선원 3명이 숨져 미국과 인도 간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가장 큰 민간인 피해 사례 중 하나로는 개전 첫날인 2월 28일 미군 미사일 공격으로 이란 내 학교가 무너져 최소 175명이 사망한 사건이 거론됐다.
  • 美 보수 진영서도 “트럼프가 항복했다” 불만 확산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을 두고 미 보수 진영의 불만과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15일(현지시간) 엑스에 “합의에 대한 이란의 관점이 미국 협상팀의 주장과 다른 것 같아 다소 우려스럽다”며 “미국 법에 따라 이란과의 핵협상은 의회의 검토와 표결을 거치게 된다”고 적었다. 비교적 절제된 발언이었지만, 의회의 표결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협상을 주문한 셈이다. 그는 “앞으로 결과는 시간이 말해 줄 것”이라며 평가를 뒤로 미뤘다. 다른 친트럼프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더욱 직설적인 비판이 쏟아졌다. 같은 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이란 정권이 여전히 ‘미국에 죽음을’이라고 외치며 핵농축 능력을 유지하고 수십억 달러를 받는다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논객 에릭 에릭슨은 엑스에 “트럼프는 이란에 항복했다. 미국인들을 죽이는 이들이 이 합의를 좋아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합의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2015년 이란 핵합의와 다를 게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수 칼럼니스트 마크 티센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트럼프 퇴임 후 다른 ‘약한’ 대통령이 “협정 준수를 강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협정의 실효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티센은 미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3000억 달러 규모의 재건기금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를 두고도 “어떤 상황에서도 이란에 3000억 달러를 주는 건 재앙”이라며 “나치가 권력을 잡고 있는 독일에 재건하라고 마셜플랜을 제시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 ‘못난 전 대통령 아들’서 트럼프 견제받는 대권주자로[월드핫피플]

    ‘못난 전 대통령 아들’서 트럼프 견제받는 대권주자로[월드핫피플]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의 아들 헌터(56)가 아버지의 ‘아픈 손가락’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견제를 받는 민주당의 주요 인사로 부상했다. 그동안 약물중독, 불법 총기소유 등의 논란으로 아버지의 ‘짐’으로 평가받던 헌터는 지난 5월부터 소셜미디어 엑스(X)에 “나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란 글을 올리며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약물 중독과 회복 과정을 비롯해 자신의 등에 새겨진 문신의 비밀 등 파격적인 폭로와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은 큰 화제를 모았고, 80만명에 가까운 구독자를 확보하게 됐다. 과거 마약 코카인 중독자였던 그는 7년 동안 금단 상태를 유지해 왔으며, 자기 경험을 공유하는 여러 영상을 게시해 큰 반향을 얻었다. 특히 X에 “대부분 미국인이 동의하는 것들: 식료품 가격이 너무 비싸다. 관세는 엉망이고 아무 의미가 없다. 의회와 대통령은 주식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 국가 부채는 엉망이다. 국경은 안전해야 하지만 합법적인 이민은 좋다. 끝없는 전쟁은 어리석다. 미국인들은 지쳐 있다”와 같은 선정적인 격문을 올려 반트럼프 진영의 감정을 자극했다. 이달 초 헌터는 “바이든으로 한 번 더 도전해보자”란 글로 2028년 대선 출마 가능성을 암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과거를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헌터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그의 과거는 별로 훌륭하지 않다”고 했으며 이에 발끈한 헌터는 성범죄자 엡스타인 추문을 들추어냈다. 즉시 반박에 나선 헌터는 “잠깐… 그가 방금 ‘불미스러운 과거’라고 말했나요?”라며 “나는 그의 파란만장한 과거에 비하면 중범죄 28건, 파산 6번, 그리고 엡스타인과의 친분이 부족하다”라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34건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데 비해 자신은 탈세 등으로 6건의 유죄 판결을 받아 범죄 이력이 비교적 적다는 내용의 ‘저격’이다. 헌터는 지난 13일에는 “어떤 민주당원도 바이든 없이는 백악관에 입성할 수 없다”고 밝혀 정치에 뛰어들 의사를 드러냈다. 앞서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대선 주자 가운데 한 명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그의 러닝메이트로만 출마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헌터는 대통령이 된다면 가장 먼저 해결할 문제의 해결책도 제시했다. 그는 부동산 임대료 문제를 들며 “주택 정책이나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매달 1일에 식비, 약값, 주유비, 아이 신발값보다 먼저 나가는 임대료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주택 소유주들이 가격 담합을 하는 카르텔을 제한하고, 기업의 주택 매입을 중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기관 투자자의 주거용 부동산 소유에 대해 수익성이 없도록 높은 세율로 과세해 그 세수를 주택 건설에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헌터는 바이든 전 대통령의 장남으로 정치적 후계자였던 형인 보가 2015년 뇌암으로 사망하자 약물 중독이 더 심해져 미국인들의 동정을 샀다.
  • 성조기 옷 입고 ‘백악관 UFC’ 열광 … 담장 밖은 ‘노 킹스’ 시위

    성조기 옷 입고 ‘백악관 UFC’ 열광 … 담장 밖은 ‘노 킹스’ 시위

    보안직원 지날 때마다 “USA” 환호집회서는 美행정부 수감 퍼포먼스관람객·시위대, 야유 보내며 신경전일각선 “미셸은 남자” 극우 음모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80번째 생일인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생일과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개최한 ‘종합격투기(UFC) 프리덤 250’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정오 무렵부터 관람객이 몰리기 시작했다. 이날 경기는 오후 8시에 시작됐지만 성조기 문양이 새겨진 티셔츠 등을 입은 관람객들은 일찌감치 줄을 서 대기했다. 이들은 행사 보안을 위해 배치된 경찰이나 주방위군이 지나갈 때마다 ‘트럼프’ ‘USA’ 등을 외치며 환호했다. 반면 백악관으로 들어가는 입구 근처엔 수십명의 시위대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왕은 없다’(NO Kings) 등의 피켓을 든 채 집회를 벌여 대조를 이뤘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주요 관계자들의 얼굴 모형을 든 채 감옥에 갇히는 퍼포먼스를 연출했고, 반(反)트럼프 시위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개구리 복장을 한 사람도 있었다. 이처럼 이날 미국인들은 ‘격투장’이 된 백악관 앞에서 ‘총성 없는 내전’을 벌이며 둘로 쪼개진 미국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시위대 토드 미첼은 “이번 행사는 대통령의 측근과 UFC 측이 돈을 벌도록 기획된 이벤트”라고 지적했다. 자신을 로버트라고 밝힌 한 남성은 “대통령이 순전히 과시욕으로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이벤트를 개최했다”며 “(미성년자 성착취범 수사 기록인) 엡스타인 파일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관람객은 이런 시위대에 야유를 보내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시위대 한 인사가 ‘미국의 잔디밭에서 나가라’는 피켓을 든 채 행진하자 “당신은 패배자다. 아무도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조롱했다. 미 보안당국은 백악관으로 통하는 모든 길목을 바리케이드로 차단하고 진공 상태로 만드는 등 철통 경계를 펼쳤다. 경찰은 물론 말을 탄 기마경찰과 주방위군, 비밀경호국(SS) 요원까지 배치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시작 시간에 맞춰 입장하자 미국 국가가 연주되고 상공에선 12대의 전투기가 축하 비행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멜라니아 여사 등 가족 및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 등과 함께 경기를 관전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 내각 주요 참모도 모습을 드러냈다. 백악관 내 경기장에는 4500여명이 입장해 관람했고,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사람을 위해 남쪽 엘립스 공원에 대형 스크린도 설치됐다. 친트럼프 성향으로 유명한 한 헤비급 선수는 경기에서 승리한 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전하더니 갑자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 미셸 여사를 겨냥해 “그는 남자다”라고 하기도 했다. 전직 대통령 영부인이 남성이라는 황당한 극우 음모론이 건국 250주년 행사에서 전파를 타는 미국의 암울한 현실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 19명의 참전용사들… 호국의 성지서 영웅을 기억하다

    19명의 참전용사들… 호국의 성지서 영웅을 기억하다

    워싱턴 DC는 그저 한 나라의 수도가 아니다.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어떻게 스스로를 정의하는지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어디를 가도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가치가 돌과 건물에 새겨져 있고, 기념비의 형태로 서 있다. 그 바탕을 지지하는 건 호국과 보훈의 정신이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뒤섞인 나라를 단일한 목표와 비전 아래 묶기 위한 필수적인 가치다. 이번 여정의 테마도 이와 정확히 일치한다. 워싱턴은 기념비와 박물관의 도시다. 한 집 건너 커피숍인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셀 수 없이 많은 상징 공간 중 유독 한국과 관련된 곳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역시 피는 더운 법이다. ●102년 만에 되찾은 조선의 외교 중심 주미대한제국공사관부터 찾는다. 요즘 ‘K컬처’만큼이나 ‘힙’했던 조선 말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후 1889년 고종이 내탕금 2만 5000달러를 들여 매입했고, 1905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강탈당하기 전까지 우리 외교활동의 중심 무대였다. 1910년 일제가 단돈 5달러에 사들였다가 헐값에 되판 걸 102년 만인 2012년에 우리 정부가 재매입했다. 이후 복원 작업을 거쳐 2018년 전시관으로 재개관했다. 공사관은 백악관에서 북쪽으로 1.5㎞ 정도 떨어진 로건 서클에 있다. 유서 깊은 건물들이 밀집한 역사 지구다. 공사관은 당대의 ‘핫플’이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개관 당시 워싱턴 조야의 유명 인사 등 2000여 명이 내부 장식 등을 돌아보기 위해 찾았다고 한다. 공사관은 빅토리아 양식의 3층 건물이다. 국내외에서 발견된 당대 각종 문헌과 사진을 바탕으로 재현됐다. 워낙 꼼꼼하게 원형을 회복한 덕에 2024년 미국 정부가 국가사적지로 공식 등재했다. ●한국전 참전한 병사 기리는 ‘내셔널 몰’ 내셔널 몰로 발걸음을 옮긴다. 워싱턴을 상징하는 거의 대부분의 랜드마크와, 살면서 한 번은 들었을 명문들이 밀집된 곳이다. 가장 가슴 저릿한 공간은 당연히 한국전쟁 기념공원이다. 바로 옆이 미국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링컨기념관과 워싱턴 기념비란 걸 생각하면 미국인들에게도 6·25전쟁의 무게감이 가볍지 않은 듯하다. 기념공원은 전장을 상징하는 삼각형과 추모를 의미하는 원형이 결합된 형태로 조성됐다. 그 안에 다양한 의미를 담은 조형물을 배치했다. 대표적인 게 스테인리스 강철로 제작한 ‘19명의 병사상’이다. 한국의 험준한 산악지형을 행군하는 육·해·공군과 해병 등 군종별 이미지를 조각했다. 병사들이 입은 우의(판초)는 한국의 혹독한 날씨를, 바닥의 키 낮은 관목들은 한국의 산악 지형을 상징한다. 삼각형 끝자락의 모서리 바닥엔 황동 재질의 글귀가 새겨져 있다. 조각상만 보며 가다간 지나치기 십상이다. 내용은 이렇다. “그들이 알지 못했던 국가와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나라의 부름에 응했던 우리의 아들과 딸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거의 매 순간 잊고 살지만, 우리가 딛고 선 토대는 이런 희생 위에 세워졌다. 그 사실을 새삼 깨닫는 순간, 작은 조형물 하나하나가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선다. 조각상 바로 옆은 화강암 벽화가 자리한다. 2400여 장의 실제 전쟁 사진을 샌드블라스팅 기법으로 새겼다. 샌드블라스팅은 돌이나 유리 등 단단한 재료에 그림이나 글자를 새길 때, 조각칼 대신 모래 입자를 고압 공기로 쏴서 원하는 부분을 마모시키는 기법이다. 안개가 낀 듯한 흐릿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표현할 때 흔히 쓴다. 이 벽에 ‘19명의 병사상’이 반사된다. 병사들의 투영은 날씨나 낮밤을 가리지 않고 계속된다. 이 덕에 19명의 조각상이 38명이 되고, 이는 38선과 38개월 동안 치러진 전쟁의 은유로 이어진다. ●‘공짜로 얻어지는 자유는 없다’는 교훈 추모를 상징하는 원형의 작은 공간은 물로 채워졌다. 벽면에 ‘프리덤 이즈 낫 프리’, 자유는 공짜가 아니라는 뜻의 글귀가 새겨졌다. 이 역시 이 일대를 장식하는 명문 중 하나다. 그 너머로 전사자의 이름을 새긴 ‘추모의 벽’이 있다. 한때 한국인 전사자의 이름이 새겨지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많은 한국인들이 상실감을 느꼈던 곳이다. 현재는 6·25전쟁 중 전사한 4만 3000여 명의 미군과 한국인 카투사 이름이 새겨져 있다. ●“피부색이 아닌 인격으로 평가한다” 내셔널 몰 서쪽 끝, 포토맥 강을 등지고 선 링컨기념관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기념물 중 하나다. 그리스 신전 양식의 흰 대리석 건물 안에는 1922년 봉헌된 높이 5.8m의 에이브러햄 링컨 좌상이 있다. 건물 내·외부에 저 유명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글귀로 유명한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문,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으로 평가받는 나라를 꿈꾼다’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연설문, ‘여럿이 모여, 하나’라는 미국 건국 이념 등 무수한 명문이 새겨져 있다. 반사 연못(리플렉팅 풀)을 사이에 두고 동쪽 끝에 워싱턴 기념비가 솟아 있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을 기리는 기념물이다. 높이 169m의 오벨리스크로, 완공된 1884년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구조물이었다. 엘리베이터로 전망대에 오르면 내셔널 몰 일대와 백악관, 국회의사당 등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예약이 쉽지 않다. 자세히 보면 기념비 하단 3분의 1 지점에서 대리석 색깔이 미묘하게 달라진다. 남북전쟁으로 공사가 중단됐다가 재개되면서 다른 채석장의 돌을 사용한 탓이다. 미국의 굴곡진 역사가 이 탑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화석·노예제… ‘세계 박물관의 수도’ 이제 박물관을 돌아볼 차례다. DC는 ‘세계 박물관의 수도’라 불릴 만하다. 스미소니언 협회 소속 박물관만 17개, 여기에 국립미술관 등을 더하면 20개가 넘는 국립 박물관·갤러리가 있다. 대부분 무료다.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국립자연사박물관은 공룡 화석부터 45.52캐럿의 ‘호프 다이아몬드’까지 1억 4600만 점의 소장품을 갖춘 세계 최대 규모의 자연사 박물관이다. 국립미술관은 동관과 서관으로 나뉘며, 레오나르도 다 빈치부터 피카소, 모네까지 서양 미술의 정수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2016년 개관한 국립아프리카계미국인역사문화박물관은 노예제부터 민권운동, 현대 흑인 문화까지를 아우르는 전시로 DC에서 가장 주목받는 박물관 중 하나다. 인기가 높아 예약이 필수다. ●낮과 밤이 다른 두 개의 얼굴 가진 DC DC는 두 개의 얼굴을 가졌다. 낮에는 정치와 역사의 도시, 밤에는 의외로 활기찬 문화와 음악의 도시다.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이 도시가 살아 숨 쉬는 방식이 보인다. 다만 방문을 자제해야 하는 지역도 있다. 한 현지 교포는 “DC가 미국 내 다른 도시들에 견줘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국회의사당 오른쪽은 우범지대라서 현지인들도 잘 찾지 않는다”고 전했다. DC는 정치의 도시이기 전에 음악의 도시였다. 그 심장이 ‘U 스트리트’다. 재즈의 거장으로 꼽히는 듀크 엘링턴이 걷던 길로, 한때 ‘블랙 브로드웨이’로 불렸던 곳이다. 뉴욕의 할렘에 앞서 ‘U 스트리트’가 흑인 문화의 진원지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다. R&B의 전설 마빈 게이, ‘라떼 세대의 음악’이었던 ‘고고’의 대부 척 브라운 등이 이 도시 출신이다. 1968년 마틴 루서 킹 암살 이후 폭동으로 무너졌다가 수십 년에 걸쳐 되살아났다. 조지타운은 DC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로 꼽힌다. 19세기 붉은 벽돌 건물들이 남아 있는 거리를 따라 트렌디한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포토맥강에 있는 워싱턴 하버에서 강변 풍경을 보며 식사하는 것도 이 동네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이다. [여행수첩]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전시물 교체 등을 위해 15~24일 휴관한다. 무수히 많은 영화의 촬영지였던 ‘리플렉팅 풀’은 현재 부분 공사 중이다.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이전 재개방할 예정이다. -링컨 좌상, 워싱턴 기념비 등은 연중무휴로 24시간 개방한다. 성탄절에만 쉰다. 대부분의 박물관처럼 입장료는 없다. -크랩케이크는 DC의 솔 푸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틀 걸러 한 번씩 먹었다는 음식이다. 하지만 과연 예전 그 맛일까 의문이다. 현지인도 많이 소비하고 외국인 관광객까지 가세한다면 식재료가 남아나지 않을 테니 말이다. -DC 중심지를 돌아보려면 ‘메트로+전기자전거’ 조합을 고려할 만하다. 메트로는 DC와 버지니아주, 메릴랜드주 등 인근 세 지역이 공동 투자해 설립한 교통 시스템이다. 지하철과 버스가 환승된다. 2달러짜리 카드를 구입한 뒤 충전해 쓴다. DC뿐 아니라 교외 지역을 돌아보기에도 유용하다.
  • 그날 밤의 홍차는 어떻게 혁명의 불꽃이 됐나 [한ZOOM]

    그날 밤의 홍차는 어떻게 혁명의 불꽃이 됐나 [한ZOOM]

    일상처럼 마시는 아메리카노 한 잔, 그리고 지도가 없어도 길을 잃지 않는 기적 같은 도보여행.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낭만적인 도시가 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품고 있는 곳, 바로 보스턴이다. 이 도시의 매력을 오롯이 느끼기 위해서는 다운타운 바닥에 촘촘히 박힌 ‘붉은 벽돌 선’을 따라가면 된다. ‘프리덤 트레일’(Freedom Trail·자유의 길)이라고 불리는 이 길은 1951년 보스턴 헤럴드의 언론인 ‘윌리엄 스코필’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우리 도시에 있는 유서 깊은 독립운동 기념장소를 걸어서 찾아갈 수 있도록 연결하자”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 시정부는 흔한 안내판을 세우는 대신 바닥에 붉은 벽돌을 깔어 도시 전체에 흩어진 16개의 독립운동 유적지를 하나의 선으로 연결했다. 그 덕분에 이 도시를 찾은 사람들은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이 선을 따라 걸으며 독립운동 유적지를 완주할 수 있게 됐고, 어느덧 이 길은 보스턴의 자랑거리이자 상징이 됐다. 이제 이 매혹적인 붉은 흔적을 따라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꾼 세 가지 장소로 걸어가 본다. ●올드 사우스 집회소 : 홍차를 버린 밤, 미국의 커피가 태어난 밤 “이제 말로써 나라를 구하는 단계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1773년 12월 16일 차가운 밤, 한 남자의 외침과 함께 거친 숨을 몰아쉬는 군중의 함성이 항구로 향했다. 아메리카 원주민 분장을 한 그들이 도착한 곳은 항구에 정박해 있는 영국 동인도 회사의 무역선 앞이었다. 이들은 배에 올라 밤새도록 342상자의 홍차를 바다로 던져버렸다. 바다가 찻잔처럼 갈색으로 물들던 그 순간이 바로 세계사를 뒤흔든 ‘보스턴 차 사건’의 시작이었다. 그때 사람들이 항구로 출발했던 곳은 보스턴 다운타운 한복판에 위치한 ‘올드 사우스 집회소’(Old South Meeting House)다. 현대적인 고층 빌딩 사이에서 당당히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과 첨탑을 드러내는 모습이 인상적인 공간이다. 특히 좁은 내부로 들어가면 그날 수천 명의 사람들이 서로의 숨소리를 들으며 자유를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지는 듯하다. 그날 이들이 바다에 쏟아버린 것은 단순한 홍차 상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세금을 무기로 신대륙 이주민들을 탄압하는 영국에 맞서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되찾기 위한 처절한 외침이었다. 이 사건 이후 미국인들은 영국의 상징인 홍차를 마시는 것을 배신으로 여겼고, 대신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오늘날 미국이 세계 최대의 커피 소비국이 된 것은 이 뜨거웠던 밤에서 비롯된 나비효과의 결과인 셈이다. 지금은 평화롭게 커피를 손에 든 사람들이 오가는 평범한 광장이 됐지만, 그 평범함을 손에 쥐기 위해 평범한 사람들이 제국의 횡포에 맞서 싸운 혁명의 공간이었다. ●폴 리비어의 집 : 어둠을 가르며 새벽을 깨운 장인의 질주 1775년 4월 18일 깊은 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말 한 마리가 새벽을 달리고 있었다. 영국군이 독립 지도자들을 체포하고 민병대 무기고를 습격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남자는 삼엄한 경비를 뚫고 렉싱턴과 콩코드로 달려가 죽을힘을 다해 영국군이 온다는 사실을 전했다. 그의 노력 덕분에 민병대는 전열을 정비할 수 있었고, ‘렉싱턴∙콩코드 전투’는 미국 독립전쟁의 시작이자 민병대가 영국을 물리친 첫 승리가 됐다. 이 극적인 밤의 주인공은 정치가도, 군인도 아니었다. 그저 은(銀)을 두드리던 평범한 장인, ‘폴 리비어’였다. 보스턴 노스엔드의 좁은 골목길을 걸으면 붉은 벽돌 건물들 사이에서 홀로 우뚝 서 있는 소박한 회색빛 2층 목조 주택을 만날 수 있다. 1680년경에 지어진 이곳은 폴 리비어가 살던 집으로, 삐걱거리는 마룻바닥과 낮은 천장을 보고 있으면 죽을힘을 다해 말을 달리던 그의 모습은 상상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평범한 공간이다. 이 공간은 미국의 독립이 절대 영웅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당시 낮에는 먹고사는 고민을 하던 평범한 사람들이 밤이 되면 자유와 정의를 고민했다. 이들의 용기가 없었다면 오늘의 세계 초강대국 미국은 존재조차 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번커힐 기념탑 : 위대한 패배가 쏘아 올린 승리의 서막 독립전쟁 초기, 번커힐 언덕 위에 진을 치고 있던 민병대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눈앞에서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 영국군이 총검을 앞세우고 달려오고 있었다. 반면 민병대는 정규군도 아니었던 데다가 병력도, 무기도 모두 턱없이 부족했다. 객관적인 상황만 보자면 지는 싸움이었다. 이때 민병대 사령관이 명령을 내렸다. “적의 눈동자가 하얗게 보이기 전까지는 절대 총을 쏘지 마라!” 총알을 아끼며 최대한 적을 끌어당겨 단 한 발의 총알도 헛되이 하지 않겠다는 결의였다. 그리고 마침내 영국군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민병대는 일제히 사격을 퍼부었다. 총알이 떨어져 어쩔 수 없이 후퇴하기는 했지만 두려움을 이겨내고 타이밍을 기다려 영국군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 전투였다. 프리덤 트레일의 종착지인 찰스타운의 언덕 위에는 이 치열했던 전투를 기념하는 높이 67m의 ‘번커힐 기념탑’(Bunker Hill Monument)이 세워져 있다. 탑 주위에는 그날의 분위기와 정반대로 잔디밭에서 사람들이 평화로운 일상을 즐기고 있다. 내부로 들어가 294개의 좁은 돌계단을 올라 도착한 전망대에 서면 보스턴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역사는 번커힐 전투를 ‘패배’로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부족했던 민병대가 세계 최강의 영국군에 맞서 “어쩌면 우리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한 전투였다. 그 확신은 독립이라는 위대한 승리를 안겨준 시작이 됐다. 이 기념탑은 그날 그들이 목숨을 걸고 아꼈던 총알 한 발 한 발의 무게를 몸으로 느끼게 하는 공간이다. ●보스턴 붉은 벽돌길 완주 보스턴은 자신들의 독립을 위한 역사를 박물관에 박제하지 않았다. 대신 그 역사를 만들어 간 평범한 사람들의 발자취를 일상을 함께 하는 붉은 벽돌길로 만들어, 사람들의 기억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방법을 선택했다. 보스턴에 발을 내딛는 순간 스마트폰 지도를 잠시 접어두자. 그리고 발 아래에 펼쳐질 붉은 벽돌길을 따라 걸음을 옮겨보자. 그러면 역사책 속 글자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직접 걸을 수 있는, 세상에 없는 특별한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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