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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인의 활발발] 고사성어와 도토리묵

    [법인의 활발발] 고사성어와 도토리묵

    실상사 작은학교 1학기는 신영복 선생의 ‘강의’를 교재로 동양철학을 공부했다. 학생들은 공자에서 묵자, 노자에서 장자까지 그런대로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공감했다. 그런데 문제는 한자였다. 학생들이 한자를 모르니 개념을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심지어 확실하게 아는 한자는 본인의 이름과 월화수목금토일을 합해 열 개라고 한다. 나는 크게 웃었지만 학생들은 못내 마음에 걸린 표정이다. 9월 한 달, 고등 1학년생들과의 집중수업에 앞서 의견을 나누었다. 무엇을 배우고 싶으냐고 물으니 한문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한다. 그 속내를 이해할 듯했다. “그럼 내가 먼저 공부 방식에 대해 의견을 내면 너희들이 듣고 우리 서로 합의하자.” 선생이라고 해서 학생들을 억지로 끌고 갈 수는 없으니 적절한 동의가 필요하다. 나는 먼저 이렇게 말했다. 공부란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 것만이 아니다. 무언가를 극복할 힘을 기르는 것도 공부다. 그러니 힘들고, 어렵고, 낯설고, 하기 싫고, 자신이 없고, 관심사가 아니라는 선입견을 내려놓고 ‘기꺼이’ 해 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힘든 몸을 이겨내야 하고,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생각을 넘어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공부라고 역설했다. 고맙게도 학생들은 한번 해 보겠다고 했다. 집중수업 과목은 ‘고사성어’. 입식이 아닌 좌식으로 오전·오후 6시간 공부하기로 했다. 사자성어를 낭랑하게 읽고 필사적으로 외우기로 했다. 놀랍게도 이 또한 동의했다. 그런데 한 가지 제안은 거절했다. 하루에 한 끼만 먹고 공부하자고 하니 그것만은 절대 못 하겠다고 한다. 마침내 수업 첫날을 맞았다. 모두 열두 명의 학생이 모였다. 교재는 고사성어 150개를 적은 종이 한 장이 전부다. 먼저 여러 번 낭독했다. 가정맹호, 격물치지, 측은지심, 빈자일등, 청출어람, 백아절현, 동병상련, 마부작침…. 도덕과 윤리, 정치와 사회경제, 철학 등의 뜻이 담긴 교사들을 그저 읽고 외웠다. 읽고 외우는 공부는 주입식이 아니라 사고의 정립과 창의력의 텃밭이다. 외우고 나서 고사성어의 대략적인 뜻을 설명해 주었다. 이어 학생들이 돌아가며 고사의 유래를 읽었다. 고사가 있는 책을 학생들에게 일부러 주지 않았다. 요즘은 모두 화면에 의존한다. 그래서 청각을 통해 경청하는 힘을 길러 주고자 하는 의도로 시도한 것이다. 고사 유래를 듣고 나면 학생들은 그 내용을 말했다. 내 의도가 어느 정도 통했다고 내심 자족했다. 온고지신이라고 했다. 그저 옛 문헌을 알고 기억하는 것은 공부가 아니다. 학생들에게 물었다. “가정맹호가 무슨 뜻이지요?” 술술 대답한다. “가혹한 세금은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뜻입니다.” “오늘날 국가의 세금은 그리 가혹하지 않습니다만 가정맹호가 곳곳에 있습니다. 그걸 생각해 보세요.” 학생들은 답을 하지 못한다. 내가 예를 들어 주었다. 오늘날 건물주의 도가 넘는 월세가 바로 현대판 가정맹호에 해당한다고. 학생들은 아하~ 하고 이해한다. 이렇게 진정한 고전 공부는, 지금의 나와 사회를 연결하는 눈을 길러야 한다. 이후 학생들은 고사와 현실을 잘 연결해 나름 견해를 말한다. 가르치는 기쁨이 여기에 있다.작은학교 주변에 도토리가 많이 떨어졌다. 학생들에게 주워서 묵을 만들어 실상사 공동체 식구들에게 공양하자고 했다. 다들 찬성했다. 학생들이 틈틈이 도토리를 줍기로 했다. 그런데 다음날 정말 놀랐다. 도토리를 담을 상자 위에 이런 문구가 놓여 있었다. 무용지용(無用之用), 쓸모없는 것의 쓸모, “평소에 밟고 지나갔던 도토리의 재탄생.” 대기만성(大器晩成), 큰 그릇은 오랜 시간 끝에 만들어진다, “도토리가 묵이 되려면 우리들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다익선(多多益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4학년 일동. 그리고 이렇게 마무리하고 있다. #법인 스님께서 제안해 주셨어요. 도토리를 모아 묵을 만들어 인드라망 식구들과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주에는 나와 학생들이 정성으로 모은 도토리를 가루로 만들 예정이다. 내가 만드는 법을 알려주면 학생들이 묵을 만들 것이다. 이런 사연으로 만들어진 묵무침을 먹으며 환하게 기뻐할 대중들의 얼굴이 그려진다.
  • 빛바랜 을지로 조명거리, 다시 빛난다

    빛바랜 을지로 조명거리, 다시 빛난다

    낙후된 도심을 밝히는 빛의 향연이 을지로 3·4가 일대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펼쳐진다.서울 중구는 서울디자인재단과 공동으로 다음달 1일부터 5일 동안 ‘을지로, 라이트웨이 2017’을 연다고 24일 밝혔다. 1980년대까지 조명 산업의 중심지로 호황을 누렸던 을지로 조명 상권에는 값싼 중국산 조명의 유입, 인터넷 발달 등의 영향으로 현재 200여개 매장만 남았다. 이번 행사는 쇠락의 길을 걸어온 을지로 조명 거리를 재도약시키기 위한 축제 한마당이다. 개막식은 1일 오후 6시 30분 DDP 어울림마당에서 열린다. 가로 16m, 세로 9.5m 규모의 메인 조명과 함께 참가자에게 배부된 발광다이오드(LED) 팔찌를 밝히는 점등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메인 조명은 51개의 액체저장탱크를 활용해 제작됐다. 올해 라이트웨이의 주제는 ‘무용지용’(無用之用)이다. 쓸모없어진 것을 잘살려 유용하게 만든다는 뜻이 담겼다. 각양각색의 재료와 기법으로 만들어진 조명을 어울림광장 ‘주제 조명’ 부스에서 선보인다. 을지로 디자인·예술 프로젝트 5팀, 대학교 5팀, 창작그룹 30팀 등 모두 40개 팀이 해마다 참여하고 있다. 9개 을지로 조명 점포가 참가하는 ‘조명 상품 디자인 페어’는 점포별 대표 조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 올해 처음 선보이는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 ‘BY을지로’는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메달 디자이너인 이석우씨를 비롯해 내로라하는 국내 디자이너 8명과 을지로 조명 상인이 1대1로 짝지어 독창적인 조명 상품을 개발했다. 축제가 끝난 후에도 DDP와 을지로 대림상가에 쇼룸을 마련해 전시·판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 9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디자인 전시회인 ‘메종 오브제’ 등에도 참여할 계획을 갖고 있다. 관람 현장에서 조명을 구매할 수도 있다. 축제 기간 을지로 조명 점포 제품은 30% 할인된다. 전시 외에도 을지로 청년 예술가가 진행하는 골목투어 및 체험 프로그램인 ‘을지로, 달빛유람’이 축제 전 기간 오후 7시에 진행된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을지로 조명 제품을 시민들에게 알려 실질적인 매출 증대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면서 “을지로 조명 사업이 유통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미래형 도심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기고] ‘무용’의 쓰레기를 ‘유용’의 에너지로/조춘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기고] ‘무용’의 쓰레기를 ‘유용’의 에너지로/조춘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장자편에 이런 우화가 실려 있다. 남백자기라는 사람이 상구라는 지역에서 아주 큰 나무를 보았다. 그 크기가 얼마나 큰지, 나무에 수레 수천 대를 묶어 놓아도 그 나무 그늘 안에 들어갈 정도였다. 그런데 그 나무의 가지는 구불구불하여 집 짓는 재목으로 쓸 수도 없고, 밑둥은 속이 텅 비어 관이나 널로도 쓸 수가 없었다. 이렇게 쓸모없는 나무를 보며 남백자기는 “이 나무는 좋지 못함 때문에 그 타고난 수명을 다하게 된다.”고 말했다. 여기서 유래한 말이 아무 쓸모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실상보다 쓸모 있는 것이 된다는 뜻의 ‘무용지용’(無用之用)이다. 이러한 ‘무용지용’의 뜻에 가장 부합하는 현대의 발견이 폐기물 에너지가 아닌가 싶다. 본래 쓸모 있음이 자명한 것의 가치를 알아보는 것은 쉬우나 쓸모없는 것에서 유용함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발상의 전환과 창의적 사고를 가지고 사물을 바라볼 때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폐기물 에너지는 쓰레기에 대한 발상의 전환으로 쓸모없는 쓰레기의 발생을 줄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쓸모 있게 재탄생시키고자 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석유, 가스 등 부존 에너지 자원이 거의 없는 에너지 빈국이면서 동시에 에너지 다소비국이기에 폐기물 에너지는 유용한 대체에너지로 주목받으며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서울·인천·경기지역 2400만 시민이 배출하는 폐기물을 위생매립하는 수도권매립지에서는 폐기물 매립 후 발생되는 매립가스와 침출수 등을 에너지로 바꾸는 폐자원에너지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폐기물 매립 시 발생하는 매립가스(Landfill Gas:LFG)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해 연간 3억 6000만㎾의 전력을 생산함으로써 신재생에너지 창출과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지구온난화 방지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 특히 공사는 음폐수처리 사업을 활발히 진행, 국내와 인도에서 음폐수 육상처리 기술 등의 특허를 취득한 바 있다. 이를 통한 음폐수 바이오가스 생산으로 연 40억원 이상의 LNG(액화천연가스) 대체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뿐만 아니라 음폐수 처리과정에서 발생되는 슬러지를 처리하는 비용도 연간 15억원 이상 절감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다 매립 완료지역은 생태공원 등의 부지로 활용돼 대상지의 자연성 회복과 생태 기능 강화는 물론 세계적인 환경 관광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즉, 쓸모없던 매립부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이른바 ‘무용’한 매립지를 ‘유용’한 환경명소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이러한 폐기물 처리 및 공원화 기술은 중국·페루·스리랑카를 비롯, 15개국에 수출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가 경쟁력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폐기물에너지화는 버리고 방치하면 해(害)밖에 되지 않는 쓰레기를 에너지라는 혜(惠)로 반전시킴으로써 에너지 창출과 쓰레기의 적정한 처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사업이다. 정부 및 수도권매립지공사의 지속적인 노력에다 ‘무용지용’을 믿는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보태져 폐기물자원화기술의 유용성이 한층 더 빛을 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서울신문 탐사보도] 학원비 신고액보다 최고 4배 폭리

    [서울신문 탐사보도] 학원비 신고액보다 최고 4배 폭리

    서울시내 대표적인 ‘사교육 특구’로 알려진 대치동·중계동·목동 등 3개 지역 학원들이 해당 교육청에 신고한 수강료(학원비)보다 최고 4배까지 많은 돈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원들은 수강료를 높이기 위해 수업시간 조작과 이중장부 작성 등의 수법을 사용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또 학원의 불법영업과 고액 학원비 근절을 위해 관할 교육청 산하의 ‘수강료조정위원회’는 수강료 산정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무용지용이나 다름 없고, 서울시교육청이 서울대에 의뢰해 만든 ‘학원별 적정 수강료 산출 시스템’도 학원들의 반발로 9개월째 시행되지 않고 낮잠을 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사교육 경감대책 차원에서 서울시교육청과 국세청 등이 수강료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 조사와 함께 학원들의 탈세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이 같은 사실은 서울신문 취재팀이 이들 3개 지역 40여곳의 학원과 관할 교육청으로부터 입수한 ‘학원별 수강료 신고 현황’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28일 드러났다. 강남구 대치동의 학원들은 강남교육청에 신고한 수강료보다 최대 4배가량 받고 있었다. 단과전문인 Y학원은 고등 영어의 경우 교육청에 분당 66.1원(월 756분 수업)으로 신고했다. 여기에는 통상 강사 인건비, 관리비 등 부대 비용이 모두 포함돼 있다. 분당 신고액을 기준으로 하면 월 4만 9971원이지만 4배나 많은 20만원을 받고 있었다. M학원은 고등 수학의 경우 분당 103.6원(월 756분 수업)으로 월 7만 8321원을 받는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3.2배 많은 25만원이었다. 양천구 목동의 단과전문인 K과학수학학원은 고2 수학의 경우 분당 122.5원을 신고했다. 월 1008분을 강의하고 있어 12만 3480원이지만 3.2배 많은 40만원이었다. 노원구 중계동의 수학단과전문인 J수학원은 고등 수학의 경우 분당 120.6원(월 1008분 수업·월 12만 1564원)으로 신고돼 있지만 2.46배 많은 30만원을 받고 있었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에는 수강료 초과징수에 대해 경고, 정지, 등록말소(폐원)의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수년 동안 이들 지역에서 단속에 걸려 등록말소된 학원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신고금액과 실제 받는 금액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라면서 “단속하면 100% 걸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승훈 박성국기자 hunnam@seoul.co.kr
  • [논술이 술술] 장자/글쓴이: 장자

    ‘철학’과 ‘사상’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과는 직접 관련 없이 어렵고 딱딱한 것으로 생각하기 일쑤이다. 중국의 고전 사상이라면 더 그렇다. 뭔가 모르게 엄숙한 교훈들로 가득차 있거나,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말들과 심오한 내용들로 되어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하지만 후대의 인물들이 덧붙여 놓은 온갖 해석과 주석들을 제외하고 순전히 원래의 내용만을 살펴보면 ‘논어’나 ‘맹자’,‘장자’와 같은 책들은 결코 읽기 어렵지 않다. 공자나 맹자, 장자와 같은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들은 어떤 개념들의 논리적 전개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일상적 삶 속에서 나타난 예화들을 통해서 자신의 사상을 설파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은 애당초 철학과 사상이 인간의 삶과 독립된 형이상학적인 사색의 취미가 아니라, 인간의 현실과 삶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극복해 갈 것인가 하는 실천적인 고민들의 산물임을 알려 준다. 또 자신의 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변화시키기 위한 ‘설득의 사상’의 성격이 유독 강하다. 특히 ‘장자’는 더욱 그러하다. 이 책에서 장자는 ‘포정’과 같은 백정이나 매미 잡는 사람, 호랑이 사육사, 활 잘 쏘는 사람 등을 등장시키며 그들이 삶에서 얻은 지혜들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드러내고 있다. 때로는 곤(鯤)과 붕(鵬)이나 혼돈(混沌)과 같은 허황된 이야기들을 예로 들기도 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장자는 당대의 인간들을 지배했던 상식적인 사고와 세속적인 가치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하지만 그의 비판은 상식의 세계와 세속적인 가치에 맞서서 또 다른 세속적 가치와 권위를 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의 비판은 세속적 가치와 권위를 근본적으로 초월하는 광대함과 통쾌함을 지니며, 그것들에 길들여지지 않는 인간의 무한한 자유를 지향한다. 오늘날 사회의 규모가 날로 커져가고, 조직 체계가 고도화될수록 거꾸로 인간들은 더욱 무력해지고, 그들이 삶에서 지닐 수 있는 자유로운 선택의 폭은 더욱 작아지고 있다. 각종 매체를 통해서 통일된 삶의 방식과 규범, 가치관을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어느덧 인간들은 무의식과 욕구마저도 사회의 통제를 받는 자동 인형과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자신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돌아볼 여유도 없이 자본과 과학기술의 융합과 부추킴에 의해 생기는 여러 가지 환상과 욕망들에 얽매여 그것을 따라가기에만 여념이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인간 인식의 유한함과 만물의 평등성,‘쓸모없음의 쓸모’를 강조한 장자의 사상은 특히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대입 논술고사의 제시문으로도 가장 많이 출제되고 있는 책이 ‘장자’이기도 하다. ‘장자’에 담긴 많은 이야기들은 우리 자신을 근원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지혜를 회복시킨다. 장자의 사상은 우리 자신의 상식과 가치를 근원적으로 뒤집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번역자인 안동림씨의 말처럼 “상식의 척도에서 보면 그는 터무니없는 말을 지껄인 사람일 수 있다. 그러나 터무니없기 때문에 위대한 사상가일지도 모른다.‘장자’ 가운데는 ‘논어’나 ‘맹자’에 보이는 경건 독실한 인생의 지혜도 착실한 이상주의의 설교도 찾아보기 어렵다.‘논어’나 ‘맹자’가 그대로 도덕 교과서라면 ‘장자’는 그렇지 않다는 데 그 특유의 가치가 있다.” 유니드림 대학입시연구소(www.unidream.co.kr) ■독서지도시 참고사항 -대상 학년:중3∼고3 -관련 교과:고등 사회, 도덕, 국사, 윤리와 사상, 전통윤리 -함께 읽어 볼 책:맹자(맹자), 논어(공자), 동양철학에세이(김교빈 외), 동양철학은 물질문명의 대안인가(〃) -기출논제:서강대 2001학년도 정시 논술, 인하대 2002학년도 수시1학기 논술, 서울교대 2004학년도 정시 논술, 고려대 2005학년도 정시 논술, 경희대 2000학년도 모의논술, 서강대 2000학년도모의논술, 서강대 2003학년도모의논술. ■생각해보기-장자가 말한 ‘제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장자가 말한 ‘지인’은 어떠한 존재인가. -‘사람들은 모두 쓸모있는 것의 쓸모(유용지용)는 알아도 쓸모 없는 것의 쓸모(무용지용)를 모른다.’는 장자의 말이 오늘날의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자신의 생각을 써보자. -장자가 말한 ‘다스리지 않음의 다스림’은 어떤 뜻인가. -장자가 말한 ‘자연의 순리에 따른 통치’와 ‘신자유주의’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 ‘쓸모없는 것의 쓸모’가 있는 법이다(박갑천 칼럼)

    등에 실려있는 자린고비 얘기가 떠오른다.굴비 한 마리 천장에 달아두고 끼니때마다 식구들로 하여금 그걸 쳐다보면서 반찬삼아 입맛 다시게 했더라는 사람.누군가 두번 쳐다보면 “짜다”며 나무랐다지.이건 과장된 우스개지만 일호구삼십년 고사는 현실감으로 와닿는다.제나라 재상 안평중이 여우가죽옷 하나를 30년이나 입을 정도로 검소하게 살았더라는 얘기 말이다.( 단궁하편) 진작 이랬어야 하는건데….사회 각계에서 존절히 살기운동 펼치는 걸 보는 느낌이 그렇다.전력 아껴쓰기에 난방비 줄이기,음식쓰레기 줄이기.버린 깡통 버린 신문지따위 재활용품들의 값이 오르고 있다.물물교환 벼룩시장 인기도 높아가고.일부 학교에서는 교복·책 물려주기운동을 벌여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이같은 움직임들은 물자절약이라는 측면 못지 않게 우리의 하린 낭비습성 마음자리를 바룬다는 뜻이 더 깊다. 우리는 그동안 분수 모르고 제살을 조리복소니되게 깎아먹어온 터.숱한 1회용도 그렇지만 특히 버려지는 음식쓰레기보면서 어려운 세상 살아온 세대들은 이렇게 탄식하곤 했다.“이러다 언젠가 천벌받지” 그동안 아까운줄 모르고 버려오던 것 거두어 쓰는 현상을 보면서 의 무용지용론을 한번더 더듬어 본다.‘쓸모없는 것의 쓸모있음’이 곧 무용지용. 여기저기에 보인다.“사람들이 쓸모있는 것의 쓸모만을 알고 있을뿐 쓸모없는 것의 쓸모를 알지 못한다”(인간세편)는 개탄이다.눈길을 달리하여 사물을 볼때 쓸모없는 듯이 보이던 것의 쓸모가 팔팔결 도드라지는 것은 누구고 경험해본 일이리라.이런 경우를 혜자에게 설명하는 의 예화를 보자(소요유편).송나라 사람으로 손이 얼어터지지 않게 하는 약을 만드는 사람이 있었다.어떤 사람이 와서 백금을 주고 그 비방을 사간다.그사람은 그걸 오나라왕에게 갖고 가서 전략에 이용토록 설득한다.월나라와 싸우던 오나라는 그를 장군으로 삼았고 그해 겨울 수전을 벌여 크게 이겼다.오왕은 그를 제후에 봉한다.똑같은 물건인데 받은 대가는 엄청나게 달랐다.“쓰는 방법이 달랐기 때문”이라는 것이 의 설명이었다. 생각만 잘하면 이 세상에 버릴 것은 없는 법이다.IMF터널은 그 가르침을 더욱더 깊게 해준다.사람의 쓰임새 또한 그와 다를게 없겠건만.
  • 식목일… 나무의 소리를 들어야겠다(박갑천 칼럼)

    이양하 교수는 그의 수필 「나무」에서 나무는 덕을 지녔다면서 존경의 눈길을 보낸다.나무는 분수에 만족할줄 안다는 것이었다.『…나무로 태어난 것을 탓하지 아니하고 왜 여기 놓이고 저기 놓이지 않았는가를 말하지 아니한다.등성이에 서면 햇살이 따사로울까,골짝에 내리면 물이 좋을까하여 새로운 자리를 엿보는 일도 없다』.인생을 관조하는 눈길이었다. 헤르만 헤세의 나무를 보는 눈길도 도뜨다.글과 시와 그림의 책 「방랑」에서 나무는 그에게 가장 땀직한 설교자였다고 털어놓는다.그러면서 숲을 이루는 나무도 존경하지만 홀로 서있는 나무를 더 존경한다고 덧붙인다.그는 외로운 나무로부터 많은 설교를 들었던 듯하다.『…나무는 고독하다.베토벤이나 니체같이 위대하면서 고독했던 사람들처럼.…나무와 말을 하고 나무의 말에 귀 기울일줄 아는 사람은 진리를 안다.나무는 가르치지 않는다.하지만 삶의 근본법칙을 말한다』.지혜로운 사람만이 소리없는 소리를 들을수 있다는 뜻이었으리라. 이같은 원론적 눈길에 비해 구체적으로 인생사와 결부짓는각론의 눈길도 있다.좋은재목이 되는 나무는 좋은꽃을 피우지 못한다는 이수광의 눈길 같은것(「지봉유설」 훼목부).그는 말한다.좋은꽃을 피우는 놈은 아름다운 열매를 맺지 못하고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 나무는 좋은 재목이 되지 못한다고.이빨을 준 동물한테는 뿔을 주지않은 이치와 같다는게 그의 생각.사람도 모든걸 한꺼번에 갖추진 못하게 돼있지 않던가. 「장자」(인간세편)가 신목을 두고 그의 이른바 무용지용론을 펼치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이 신목은 수천마리 소를 덮어 가릴만큼 크다.줄기둘레 1백아름에 산을 내려다볼 정도의 높이.이 나무를 쳐다보는 제자목수들은 넋을 잃고있건만 스승 석은 본체도 않고 지나간다.그는 그 나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배를 만들면 가라앉고 관을 만들면 쉬이 썩으며 그릇을 만들면 그냥 깨지고 문이나 창틀을 짜면 진이 흘러 더러워지며…』.그렇게 쓸모가 없기에 저리 오래 살수 있었다는 것.나무로써 인생의 기미를 설명하고 있다.「장자」에는 그밖에도 그런 대목이 산목편 등 여러곳에 나온다. 5일은 식목일.해마다 나무를 심어오는 날이다.심으면서는 나무의 비틈한 소리도 귀담아 들어야겠다.식목일은 나무의 말 듣는 날이다.〈칼럼니스트〉
  • 쓰레기… 무용지용론 생각케 한다(박갑천 칼럼)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물건이나 사람을 이르면서 무용지물이라고 한다.빈들빈들 고급실업자로 뱅충맞게 굴면서도 이말 듣고야 불퉁거리지 않을사람 있겠는가.쓸모없다면 죽은 목숨 같다할까.하지만 서양의 한지성은 설사 널브러진 길가 돌멩이라도 쓸모는 있는 법이라고 말한일이 있다.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고 장자도 말한다.「장자」(인간세편)에 보이는 무용지용론이 그것이다.『…기름의 불은 제스스로를 태운다.계피는 먹을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나무를 벤다.옻은 칠로 쓰기 때문에 사람들이 칼을 댄다.그와같이 사람들은 모두 쓸모있는 것의 쓸모만을 알고 있을뿐 쓸모없는 것의 쓸모를 알지 못한다.…』 「장자」의 외물편에는 이런대목도 보인다.­혜자가 장자에게 말한다.『당신이 하는말은 아무데도 소용이 닿지않는 것뿐이다』.이에대해 장자는 대답한다.『쓸모없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야 무엇이 참으로 쓸모가 있는 것인가를 말할수 있다』.그럴듯한 대꾸다.유용·무용의 표준은 각자 제나름이다.그러니 생각하기나 보기에 따라 무용한것도 유용한 것으로 되틀수 있는것이 세상사 아니겠는가. 사람만 두고봐도 그렇다.무용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유용해질수도 있다.고구려장수 온달은 바보였다.바보는 쓸모가 없다.하건만 평강공주를 만나 유용한 사람이 된다.평강공주는 무용을 유용으로 만들줄 아는 요술쟁이였을까.신숙주가 재상으로 있으면서 사람쓰는 법이 그러했다.그는『잘나고 못나고간에 부리기 여하에 달려있다』고 말한다(해동잡록).사람이나 사물의 유용·무용을 편견으로 잘못볼수 있다는 뜻이었다. 쓰레기종량제 실시후 분리수거한 것을 제대로 쓰지 못하느니 어쩌니 하는 말들도 뒤따른다.그런 가운데 쓰레기더미에서 외화를 캐내는 업체가 생겨나고도 있다.예컨대 고려화성공업사 같은 곳이다.폐비닐에서 인조솜을 뽑아내어 외국으로 수출한다.그야말로 무용을 유용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사례이다.그밖에도 못입는다고 버린 옷을 거두어 상품화 하고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 찌꺼기를 사료화하는 등 버릴것을 재화로 만드는 업체들이 늘어가고 있다. 무용지물이라면서 버리는 물건이 쌓여가는 세상이다.그것들을 유용한 것으로 재생시키는 길은 연구하기따라 얼마든지 찾아낼수 있을 것이다.다만 사람들의 사팔눈이 그를 못보고 있고 못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 JP,왜 “중부권 역할” 목소리 높이나

    ◎경기·강원일대 「겨울나들이」 안팎/야의 「충청권공략」 맞서 수성전열 정비/“「후보가친화」땐 총선불리” YS에 제동 충청·경기등 중부지역을 누비며 「중부권 역할론」을 주창해 온 민자당 김종필최고위원의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11월을 전후해 충·남북을 오가며 14대국회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강조해온 김최고위원(JP)은 12월들어 광명(23일) 파주(24일)등 경기권으로 행동반경을 옮겼고 26일 경북의 달성·고령과 경산·청도지구당 등 공화계의원의 지역구를 거쳐 연말에는 강원지역으로까지 겨울나들이가 이어질 전망이다. JP는 지난 10월부터 오랜 지론이었던 「내각제」선호 발언을 중지하고 그대신 『중부권이 힘을 발휘,동서양쪽간의 감정적 골을 메우고 나라가 건전한 궤도를 달리도록 해야한다』는 내용의 중부권 역할론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중부권역할론은 레토릭 이상의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 정가의 일반적 분석이다.우선 넓게는 중부권에 대한 범여권 지지기반 확보,좁게는 충청권을 주지지기반으로 하는 공화계의세력유지에 제1차적 목표가 있다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야권통합 이후 민주당이 호남권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주공략대상지역으로 충청권 등 중부지역을 겨냥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지난 정기국회기간중 김대중대표등 민주당측은 국회일정까지 일부 포기하며 추곡수매문제를 쟁점화시켜 「농민과의 대화」를 빌미로 충청지역에서 집중적인 대여공세를 벌인 사실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JP가 중부권 방문때 가는 곳마다 야당측의 국회에서의 실력저지 등 「비민주적」행태나 국민경제 전반을 고려치 않고 각계층과 집단의 이해에만 비위를 맞추는 인기영합적 태도에 대한 비난공세를 늦추지 않는 것도 일단 중부권에 대한 수성차원으로 이해할수 있다.또 전국구진출설을 일축하고 일찌감치 부여지역구 재출마를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중부권역할론을 민자당내로 국한해 본다면 민주당측이 요구하는 총선전 후계구도 결정을 반대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왜냐하면 중부권의 민정·공화계의원,특히 충청권의 공화계의원들은 총선전에 김영삼대표(YS)가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가시화될 경우 총선에서 자신들의 입지가 오히려 약화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물론 현시점에서 JP의 행보자체를 전적으로 반YS움직임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그러나 JP는 민주계측의 「선후보선출 전당대회」주장에는 단호히 반대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JP측은 14대총선 이후 정치권에 상당한 변화의 물결이 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그는 14대이후 자신의 역할을 「무용지용」(쓸모가 없는 듯하면서도 꼭 필요한 역할),「궤도를 벗어나려는 세력을 견제하는 역할」등 특유의 선문답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총선이후 변화된 정치상황,이를테면 동서대결로 귀착될지도 모르는 양금(김영삼·김대중)대결정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 온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대안」으로 나설 뜻은 아직 없는 듯하다.그렇다고 해서 그가 정치권 재편과정에서 조정역이나 「킹메이커」역할까지 포기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당안팎의 분석이다. JP의 입가에서 내각제라는단어가 사라지게 된것은 핵심참모인 김용환의원등이 『공화계에서 자꾸 내각제 얘기를 꺼내면 공화계는 마치 내각제 이외에는 대안이 없는 것으로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며 가급적 내각제문제를 거론하지 말라고 권유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그러나 통일시대에 대비해 내각제가 가장 적합한 민주제도라는 그의 소신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공화계측은 현재로선 남북관계의 급진전,총선이후 변화될 정치상황에 의해 YS나 DJ측이 세불리를 느껴 스스로 내각제에 대해 우호적 자세,또는 소극적 반대로 돌아설 가능성이 없지않다고 보는듯하다. 이같은 제반 가능성이 현실화되든 안되든 JP로선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의 창」을 스스로 닫아버리고 싶지 않은 것만은 틀림없다.JP측이 당내 민주계측의 1월 대권담판설등을 일축하고 여권의 단합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정치판도의 불가측성과 변환가능성을 함께 고려하여 가장 「정치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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