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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인 줄 알았는데…반한 그 여자가 로봇이라면

    진짜인 줄 알았는데…반한 그 여자가 로봇이라면

    운명적으로 반한 상대방이 로봇이라면 어떤 기분일까.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가 일상에 더는 낯설지 않게 된 요즘, 황당하지만 한 번쯤 던져볼 만한 질문이다. ‘이야기와 전설’은 그 상상력을 무대 위에 구현한 현대극이다. 청소년기와 정체성 형성의 과정에서 인간과 로봇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성과 사회적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프랑스 최고 권위의 공연예술상인 ‘몰리에르상’을 9회 수상한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조엘 폼므라가 쓰고 연출했으며 그의 오리지널 작품이 내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그의 작품인 ‘이 아이’, ‘두 한국의 통일’이 한국어로 번역돼 국내에서 선보였고 2021년 LG아트센터에서 ‘콜드 룸’이 영상으로 소개된 바 있다. 폼므라는 청소년들이 부모나 사회로부터 기대되는 규범들에 맞서 스스로를 형성해 나가는 시기에 그들 주변에 인공지능 로봇들을 함께 배치한다. 로봇들은 청소년들과 감정적 이해와 공감을 나누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과 다르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조성한다. 폼므라는 마치 실험하듯 구체적이고 정밀하게 인공 지능과 인간의 관계가 인간들의 정체성 형성에 있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관찰한다. 청소년을 내세운 점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를 더 강화한다. 청소년기는 아직 완전하게 정체성이 형성되지 않았고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감정, 치기 어린 폭력성 등 날것의 본성이 드러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로봇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니 가슴을 만져볼 생각을 하고, 로봇 가수인데 결혼하고 싶다고 애원하는 등 보통의 성인이라면 보이지 않을 행동을 함으로써 로봇과 공존하는 사회에서 있을 법한 일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작품은 하나의 이야기가 아닌 각기 다른 11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각 에피소드가 모자이크처럼 촘촘하게 쌓여 로봇과 함께 살아가게 됐을 때의 일상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로봇을 로봇이 아닌 ‘인공 인간’으로 부르고, 감정까지 적절하게 설정돼 인간과 감정을 나누고, 타인의 마음이 어떤지 로봇에게 물어보는 등 지금은 없는 일이지만 앞으로 있을 법한 일을 다채롭게 그렸다. 로봇 이야기지만 마냥 딱딱하고 섬뜩하게 다가오지 않게 곳곳에 유머를 곁들였다. 로봇을 맡은 배우들의 로봇 연기를 보는 것도 재미다. 작품에 몰입하다 보면 인간이 아니라 로봇이 아닐까 싶은 착각이 들 정도다. 음악과 조명, 무대 연출 등도 작품의 서사를 강화하는 요소다. ‘이야기와 전설’은 로봇과의 공존을 피할 수 없게 된 시대에 필요한 깊은 고민도 남긴다. 감정적으로 가까운 인간을 대체할 로봇을 활용해도 되는지, 로봇을 인간의 마음대로 세팅하고 폐기해버려도 되는지 등 앞으로 꼭 논의돼야 할 질문이 관객들을 오래 생각하게 한다. 10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쉬는 시간 없이 110분간 진행된다.
  • 안 아픈데 자꾸 아프다며 “의사 사위 데려와라”…유쾌한 한바탕 소동

    안 아픈데 자꾸 아프다며 “의사 사위 데려와라”…유쾌한 한바탕 소동

    나이가 든 아르강은 자꾸만 아프다고 한다. 어디가 정확히 아픈지 모르는데 마냥 아프다고 한다. 부자인 그의 ‘상상병’을 의사들이 가만둘 리가 없다. 주치의는 수상한 처방을 내려주며 아르강의 돈을 뜯어낸다. 구두쇠인 아르강이 이를 가만둘 리가 없다. 그는 의사 사위를 들여 돈을 아껴보고자 한다. 6일 서울 종로구 민송아트홀에서 막을 내린 연극 ‘상상병 환자’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배우인 몰리에르(1622~1673)의 유작으로 인간의 어리석음을 웃음과 해학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상상병 환자’는 건강한 체질을 가졌지만 지나친 염려로 인해 엉터리로 처방받은 약을 달고 사는 우스꽝스러운 주인공의 이야기다. 주인공 아르강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의사와 약에 대한 집착으로 급기야 자신의 건강을 위해 첫째 딸을 강제로 의사 가문과 결혼시키려고 한다. 영리한 하녀가 이를 막기 위해 꾀를 내면서 청춘의 애틋한 사랑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 작품은 특히 몰리에르가 1973년 직접 출연해 공연 도중 연기를 마치고 사망한 유작으로도 유명하다. 주인공 아르강을 통해 학설에만 치우친 의학과 의사집단을 날카롭게 비판한 작품인데 오늘날에도 여전히 통쾌한 메시지를 전한다. 몰리에르 특유의 유머 감성이 곳곳에 담긴 이 작품에서 배우들은 과장된 몸짓과 대사로 관객들의 웃음을 빵빵 터뜨렸다. 작은 공연장이었지만 커튼을 활용해 1막, 2막, 3막의 구분을 뒀고 막이 전환하는 사이에도 재미없게 두지 않으며 소극장 코미디의 매력을 제대로 뽐냈다. 몰리에르의 작품은 무엇보다 배우들이 웃긴 장면을 얼마나 잘 살려내는지가 중요한데 배우들이 능청스럽게 연기를 해내면서 작품의 묘미를 잘 살려냈다. 극단 야간비행이 선보인 ‘상상병 환자’는 지난달부터 시작된 ‘제7회 1번출구 연극제’ 공식 참가작이기도 하다. ‘세상친구’, ‘블루도그스’, ‘나한테 시집오지 않을래요?’, ‘부정’, ‘가족사진’에 이어 ‘상상병 환자’까지 공연을 마친 ‘1번출구 연극제’는 9~13일에 마지막 작품으로 ‘예외와 관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 로봇 배우 세우고 객석 열고…국립극단의 색다른 4월

    로봇 배우 세우고 객석 열고…국립극단의 색다른 4월

    국립극단이 연이은 실험적인 시도로 주목받는 행보를 펼치며 연극계에 새 지평을 열고 있다. 극단 역사에서도 길이 남을 4월이다. 이번 4월 국립극단이 올린 두 개의 작품은 나란히 공연계 화제의 중심에 섰다. 연극 ‘천 개의 파랑’은 국립극단 사상 최초의 로봇 배우를 세웠다는 점에서, 연극 ‘스카팽’은 관객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객석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28일 막을 내리는 ‘천 개의 파랑’은 2019년 출판된 천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한국 과학문학상 장편소설 부문 대상을 차지하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진보하는 기술 속에서 희미해지는 존재들을 올곧게 응시하는 이야기로 출간 직후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천 개의 파랑’은 소설에 나오는 로봇 배우 콜리가 연극 무대에 등장한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티켓 판매를 시작한 첫날 바로 매진을 달성할 정도로 인기가 남달랐다.흔히 어색하게 연기하는 배우에 대해 ‘로봇 연기’라고 하지만 콜리는 자연스러운 연기로 배우들과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로봇 연기’의 새로운 정의를 내렸다. 라이브 무대였지만 무대 뒤 오퍼레이터가 실시간으로 타이밍을 잘 맞춰준 덕에 만화 속 로봇처럼 흐름이 잘 이어졌다. 휴머노이드가 일상에 함께하는 시대상을 담은 이 작품은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보여주면서도 인간과 로봇이 따뜻하게 공존하는 상황을 그렸다. 잘나가는 경주마였지만 다리를 다친 투데이, 투데이의 기수였지만 마찬가지로 하반신을 다친 콜리, 어렸을 적 걸린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를 타는 은혜까지 사람과 동물, 로봇이 하나의 공통점으로 묶이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145㎝의 아담한 체구의 콜리는 브로콜리에서 따온 이름에 맞는 초록색 외형, 로봇에 어울리는 기계 음성이 공연 내내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단역 조연이 아니라 이야기의 중심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콜리는 보는 내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다. 공연을 앞두고 고장 나 일부 회차가 취소되는 사태도 있었지만 본무대에서는 사고 없이 엄청난 존재감을 뽐냈다. 아직은 만화 속 로봇처럼 스스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단계까진 아니었지만 로봇 같지 않게 작품에 이질감 없이 녹아들었다. 콜리의 활약은 앞으로 연극 무대에서 더 많은 로봇 배우의 등장을 기대하게 했다.국립극단 대표 희극 ‘스카팽’은 원래도 웃음을 참기 어려운 시끌벅적한 연극이지만 이번에는 관객들이 아예 더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전 회차 열린 객석으로 준비했다. 중간에 입장하고 퇴장하는 것도 가능하고 좌석 내에서 소리를 내거나 몸을 뒤척여 움직일 경우에도 제지를 최소화한다. 공연 중에도 부담 없이 오갈 수 있도록 객석 조명도 환하게 밝혔다. 갈수록 마니아층이 두터워져 관람 문화가 엄격해지는 공연계에서 관람 문턱을 낮추는 시도라는 점에서 돋보였다. ‘스카팽’은 프랑스어를 ‘몰리에르의 언어’라고 부를 정도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인 몰리에르가 말년에 집필한 ‘스카팽의 간계’를 원작으로 한다. 2019·2020·2022년에 이어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스카팽’은 배우가 모자란다며 솔직하게 고백하고 무대가 조금 난잡하다 싶으면 작가가 대뜸 개입해 극을 멈추고는 “연결해”라는 말을 능청스럽게 하는 등 곳곳에 웃음 폭탄을 숨겨뒀다. 대사로만 웃기려 들지 않고 행동까지 웃음을 유발하는데 마냥 허무맹랑한 웃음 유발을 넘어 번뜩이는 사회 풍자도 잊지 않는다. 연극을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연극의 매력에 푹 빠지게 하는 힘이 잔뜩 숨은 작품이다.“동시대의 언어를 입히지 않는다면 그것은 살아 있지 않은 박제된 연극”이라고 말한 임도완 연출이 현재 상황에 맞는 풍자를 더했다. 축구대표팀에서 벌어졌던 일을 풍자해 “공연 전날에 탁구 치지 마”라고 하고 입틀막 퇴장 장면과 윤석열 대통령의 행동을 따라 하는가 하면 이종섭 전 호주 대사를 빗대 “재판 안 받고 호주로 도주하고 싶다”고 말하는 등 동시대성을 극대화했다. 반전을 선사하는 출생의 비밀까지 얽혀 있어 막장 드라마를 뺨치지만 보통의 막장 드라마에는 없는 유쾌한 풍자가 작품의 격을 한층 높인다. 열린 객석으로 운영하지만 막상 그렇게 관람에 방해될 정도의 행동을 보이는 관객도 없다. 서로 편하게 웃으며 볼 수 있으니 관객들도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다. ‘스카팽’의 열린 객석 시도는 배려심이 점점 더 부족해져가는 사회에서 서로 조금 더 너그럽게 이해해줄 수 있는 마음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운다. 쉬는 시간 없이도 2시간이 훌쩍 지나는 ‘스카팽’은 5월 6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 사이비 교주에 빠진 아빠와 할머니…유쾌한 집안 구출 작전

    사이비 교주에 빠진 아빠와 할머니…유쾌한 집안 구출 작전

    대책 없이 재밌다. 원래도 재밌는데 한국적이어서 더 재밌다. 웃고 떠들다 보면 2시간이 모자랄 정도지만 그 안에 스며든 위트와 풍자는 이 연극을 마냥 가볍게만 만들지 않는다. ‘위선자 탁선생’은 재미와 교훈이라는 연극의 기본과 본질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원작은 프랑스 극작가 몰리에르(1622~1673)가 1664년 발표한 ‘타르튀프’. 17세기 당시의 부패한 성직자들을 풍자하는 작품으로 타르튀프를 데려와 요즘 말로 하자면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내용이다. ‘위선자 탁 선생’은 ‘타르튀프’를 이 시대 한국 연극으로 바꿨다. 어느 평화로운 집안에 예수 뺨치는 선지자 같은 탁 선생이 있다. 은혜로운 탁 선생의 말씀에 홀딱 홀린 할머니(조소녀)와 아빠(오달제)는 탁 선생이라면 무조건 숭배하며 다른 가족들이 입도 뻥끗 못 하게 막는다. 위압적인 할머니와 아빠의 말씀이 지엄하니 별수 있나. 뒤에서 의심하고 욕하는 수밖에.등장부터 거룩하지만 탁 선생의 내면엔 욕망이 가득하다. 탁 선생은 엄마(나애자)를 몰래 좋아하고 둘만 있을 때 거침없이 욕망을 드러낸다. 할머니와 아빠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그의 추악한 실체를 파악하고 어떻게든 몰아내고자 한다. 요즘 같았으면 녹음과 폐쇄회로(CC)TV 등이 있겠지만 원작이 쓰이던 시기엔 당연히 없었다. 탁 선생의 위선을 까발리기 위해 나애자는 테이블을 가져와 남편보고 숨어서 들으라고 지시하고 탁 선생을 한껏 유혹한다. 탁 선생이 결국 걸려들고 아빠 역시 그의 실체를 알아버렸지만 이미 전 재산을 줘버렸으니 별도리가 없다. 작품 속 이야기지만 현실에서 사이비 종교에 빠져 전 재산을 홀라당 내준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쩐지 겹친다. 수백년 전의 연극이지만 동시대 연극으로 다가오는 것은 각색의 힘이다. 멀게는 김수영의 시 ‘껍데기는 가라’부터 시작해 가수 엄정화의 ‘몰라’ 가사가 대사로 등장하는 것은 물론 가깝게는 윤석열 대통령을 생각나게 하는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공정과 상식은 무너지지 않았다”는 대사에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도 등장한다. 오달제의 동생 오숙희가 화려한 랩을 선보이는 것은 잠시나마 연극이 아니라 랩 경연 프로그램을 보는듯한 기분도 든다.배우들의 연기 또한 일품. 경상도 사투리와 충청도 사투리의 맛을 잘 살렸고 작은 공연장에서 객석과 경계를 허물고 과감하게 오가는 것도 색다르다. 코미디 장르에 맞게 배우들이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어떻게든 재밌게 하려고 노력하는 게 보인다. 여기에 환상의 호흡으로 주고받는 티키타카는 작품의 매력을 한껏 살린다. ‘위선자 탁 선생’은 배우이자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대표인 김수로가 직접 운영하는 연극학교 10주년 기념 공연이다. 연극학교는 전국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는 예비 배우들에게 무대에 설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로 오디션을 거쳐 학생들을 선발한다. 김수로, 강성진, 박건형 등 베테랑 배우들과 함께 한국 연극계를 이끌어갈 신예 배우들의 조화가 돋보인다. 23일까지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만날 수 있다.
  • 소중한 걸 잊고 산 건 아니었나… 마음 아픈 그가 전하는 진심

    소중한 걸 잊고 산 건 아니었나… 마음 아픈 그가 전하는 진심

    “내 얘기를 들어줘요.” 횡설수설하지만 뭐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눈치다. 진지하게 듣자니 또 금방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됐다고 가버리려고 하니 간절한 눈빛이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그럼 어째야 할까 싶은데 갈팡질팡하는 그의 모습에는 함부로 외면할 수 없는 깊은 상처와 외로움이 가득하다. 연극 ‘엘리펀트송’은 춥지만, 추워서 더 따뜻한 마음이고픈 겨울이면 꼭 봐야 하는 연극이다. 크리스마스이브의 어느 병원을 배경으로 돌연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의사 로렌스의 행방을 찾기 위해 병원장 그린버그가 그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환자 마이클을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마음이 아픈 마이클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처럼 다가와 마음을 토닥여주는 작품이다. 긴급히 마이클을 찾아온 그린버그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대화를 시도하지만 마이클은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다. 진지하고 권위적인 그린버그가 어르고 위협해봐도 마이클에게 진실을 듣기가 쉽지 않다. 그린버그가 사라지고 마이클이 수간호사 피터슨과 함께 있을 때 달라지는 행동은 관객들도 혼란에 빠뜨린다.마이클이 늘어놓는 코끼리 이야기나 엄마 이야기는 마치 해독할 수 없는 암호 같다. 그러나 끈질긴 대화 끝에 마이클이 털어놓는 코끼리와 엄마 이야기는 그가 사랑만 받기에도 모자랄 나이에 겪은 상처였음을 알게 된다. 마이클에게 남은 평생의 트라우마는 그린버그는 물론 관객들의 마음까지 애처롭게 한다. 자신의 진료 기록을 보지 말 것, 초콜릿을 줄 것, 피터슨을 이 모든 상황에서 제외시킬 것을 요구하는 마이클의 규칙 속에 그린버그와 마이클의 대화가 긴장감 높게 전개된다. 서로가 알아내고 감추려고 했던 진실은 의외로 시시하고 사소하지만 그 진실이 공개되기까지 조금씩 용기를 내서 상처를 드러내고 마주하는 마이클의 이야기는 결코 시시하지도 사소하지도 않다. 마이클에게 필요했던 건 진정 어린 사랑과 관심 그리고 자신을 위해 울어줄 수 있는 마음이다. 마이클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사실 누구에게나 필요한 감정들이다. 겨우 마음을 연 마이클이 그린버그에게 진심을 꾹꾹 담아 “아이를 온 힘을 다해서 아낌없이 사랑해주세요”라고 당부하는 말은 그래서 더 가슴을 깊이 찌른다. 금쪽이 같았던 마이클의 진솔한 고백과 예상 못 한 결말에 훌쩍이는 관객들도 여럿이다.누군가를 위해 진심으로 울어줄 줄 알고 아낌없이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 바쁘고 정신없이 지내는 세상에서 ‘엘리펀트송’은 살아가는 일에 꼭 필요한 소중한 마음들을 깊이 일깨운다. 먹먹한 마음으로 공연장을 나서면 소중한 사람에게 괜한 말로 상처를 주진 않았는지, 필요할 때 곁을 못 지켜주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엘리펀트송’은 자비에 돌란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잘 알려졌다. 2004년 캐나다에서 첫선을 보인 후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세계 각지에서 공연되고 있다. 또한 프랑스의 토니상이라고 하는 ‘몰리에르 어워드’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덕에 겨울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연극으로 꼽힌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에서. 25일까지.
  • ‘햄릿’·‘활화산’…고전부터 창작신작까지, 다채로운 2024 국립극단

    ‘햄릿’·‘활화산’…고전부터 창작신작까지, 다채로운 2024 국립극단

    국립극단은 올해 ‘스카팽’, ‘햄릿’, ‘활화산’ 등의 기대작 12편으로 관객과 만난다. 25일 올해 작품 라인업을 발표한 국립극단은 “고전, 레퍼토리, 근현대극, 창작신작, 해외신작 등 대중성과 작품성을 갖춘 작품들을 균형감 있게 안배했다”고 설명했다. 극작가 정진새가 각색한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7월에 공연된다. 2020년 햄릿 역할에 배우 이봉련을 캐스팅하면서 화제를 모았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극장을 통해서만 몇 차례 공개되며 관객들의 애를 끓게 했다. 실제로 국립극단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다이렉트메시지(DM)로 ‘햄릿’을 다시 공연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프랑스 극작가 몰리에르 원작으로 임도완이 각색하고 연출한 연극 ‘스카팽’은 2019년 초연 당시 주요 연극상을 휩쓸며 매 공연 매진 행렬을 기록한 바 있다. 오는 4월 5년 만에 돌아오는 ‘스카팽’은 공연 중 관객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객석을 열어 두는 ‘열린객석’으로 관람할 수 있다.5월에는 차범석의 ‘활화산’이 무대에 오른다. 1974년 국립극단 대극장에서 초연됐던 작품으로 당시 ‘한국 연극의 거인’으로 불렸던 이해랑이 연출했다. 50년 만에 선보이는 ‘활화산’은 국단 그린피그의 상임연출인 윤한솔 한예종 연극원 교수가 맡았다. 올해는 차범석 극작가의 탄생 100주년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천선란 작가의 동명 SF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연극 ‘천 개의 파랑’이 4월 공연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창작공감: 연출’을 통해 개발된 김연민의 신작도 공연을 예정하고 있다. 제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인구 감소로 폐쇄조치가 내려진 소멸 지역에 전기 공급이 중단된다는 설정으로 이야기가 시작한다고 한다. 차범석희곡상 수상작 ‘간과 강’(9월), ‘창작공감: 작가’를 통해 발굴된 ‘은의 혀’(8월) 등도 준비돼 있다. 오현실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 직무대행은 “국립극단은 2024년에도 다채로운 층위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도록 라인업의 균형 감각을 유지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사업적 측면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3대 혁신 전략 중 ‘국민의 문화향유 환경 혁신’을 위해 지방 공연을 다각화하고 정부 기조와 발맞추고자 한다. ‘최고의 예술, 모두의 문화’ 위해 보다 폭넓은 국민 및 예술가와 함께 하는 국립극단이 되겠다.”고 전했다.
  • 1400만 인류 구하고 자살 택한 천재 수학자의 삶

    1400만 인류 구하고 자살 택한 천재 수학자의 삶

    2차 세계대전은 어떻게 끝나게 됐을까. 전쟁이 끝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이 남자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의 이름은 앨런 튜링(1912~1954). 천재 수학자이자 현대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튜링은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이 사용했던 난공불락의 암호기인 ‘에니그마’를 해독한 주역이다. 독일군은 1차 대전 때 암호체계가 뚫려 연합군에 농락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충격받고는 훨씬 어려운 암호기인 ‘에니그마’를 만들어 2차 대전에 활용했다. 튜링은 독일군이 모르게 ‘에니그마’의 벽을 뚫었고 덕분에 세계대전이 2년 정도 단축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가 구한 인류도 1400만명으로 추산된다. 전설과도 같은 영웅의 삶은 어땠을까. 지난 25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막을 내린 ‘튜링머신’은 튜링의 삶을 조명한 연극이다. 남다른 특성을 지닌 천재가 아닌 누구나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조명했다. 1952년 어느 날, 절도 사건을 신고하기 위해 튜링이 경찰서를 찾는 장면으로 극은 시작된다. 수사관 로스는 말투도 행동도 수상한 튜링을 보며 소련 스파이로 의심하며 과거를 캐묻는다. 튜링의 기억이 현재와 과거를 엮어가면서 극이 전개된다. 어린 시절 친구와 체스를 뒀던 기억, 동성애자였던 그가 호텔 서버로 일하는 아널드 머레이를 만나 사랑에 빠진 모습 등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더듬거리는 말투와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행동 탓에 튜링은 사회와 잘 어울리지 못하고 소외된다. 드러내지 않고 홀로 견뎠을 슬픔의 정서는 어떤 이유로든 누군가로부터 배제당하는 아픔을 겪었을 관객들의 마음을 깊이 찌른다.튜링은 1938년 암호를 푸는 작업에 투입된다. 거듭된 실패에 자신을 데려온 체스 선수 휴 알렉산더마저 포기하고 떠나지만 튜링은 풀리지 않는 문제를 붙잡아야 하는 고통 속에서도 끝까지 도전한다. 결국 1942년 암호를 해독하는 데 성공하지만 독일군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느라 당장 드러내지 않고 지속되는 희생에 눈 감는다. 이야기를 들은 로스 수사관은 친형이 1943년 죽었다며 튜링에게 분노를 쏟아낸다. 전쟁의 비극이 그 시대를 살아간 누구에게나 닥쳤음을 보여주는 장면은 오늘날에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아픔을 상기시킨다. 타고난 두뇌가 전쟁이라는 막대한 일에 휩쓸리게 했지만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지, 지구는 어떻게 프로그래밍 됐는지를 궁금해하는 튜링의 모습은 한없이 순수하다. 수학자로서 명료하게 세상을 이해하고 싶었던 이에게 세상은 복잡한 결정을 요구했고 동성애자였던 그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다. 화학적 거세형을 받고도 견뎠던 튜링은 결국 자살을 택한다. 작품에서 튜링은 청산가리가 묻은 사과를 먹고 죽는 것으로 묘사된다. 훗날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지만 많은 이가 사과를 한 입 베어 문 애플의 로고가 튜링을 추모하는 의미라고 생각했다.‘튜링머신’은 프랑스에서 작가이자 배우로도 활동하는 브누아 솔레스의 작품으로 프랑스 연극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꼽히는 몰리에르 어워즈에서 최우수 작가, 최우수 희극인, 최우수 남우주연상,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이번이 한국 초연이다. 2인극인 데다 튜링이 설계했던 기계와 피보나치수열 등을 연상시키는 4면 무대가 소극장 작품의 매력을 한껏 살렸다. 작품 속 물건들이 어떤 상황에 사용되는 물건인지 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신유청 연출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지향점을 잃지 않고 저항했던 그의 삶에 대해서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는 그 한 사람 덕분에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느꼈다”면서 “살아있는 내내 고독하고 외로웠지만 다른 이들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고 그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삼을 줄 아는 사람을 생각할 수 있기를 바라며 작품을 만들었다. 부디 관객들의 마음에 이 의도가 진심으로 다가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튜링은 말한다. “형사님은 운이 좋아요. 말썽 없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게 말이죠”라고. 평범하고 짧은 대사지만 그의 특별한 삶을 농축한 울림이 있다. 로스는 그런 튜링에게 “박사님을 만난 게 제일 행운”이라며 감사함을 표한다. 당시에 범죄자였던 튜링은 사후 성소수자 인권이 수면에 떠오르고 잘못된 인식들이 바뀌기 시작하며 2013년 12월 24일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받은 엘리자베스 2세의 권한으로 특별사면을 받았다. 생전 인류를 구하기 위해 헌신했지만 세상은 사후 69년 만에 그를 용서했다.
  • ‘29년 만의 우승’ LG ‘29% 할인’ 화끈하게 쏜다

    ‘29년 만의 우승’ LG ‘29% 할인’ 화끈하게 쏜다

    예상대로 29%였다. 29년 만에 숙원을 푼 야구단의 우승을 기념하기 위해 LG 계열사들이 29% 통 큰 할인에 돌입한다. LG전자는 LG 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념해 가전제품 할인 및 경품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16일 밝혔다. 오는 21일 오전 10시부터 온라인 브랜드숍에서 특정 행사 모델을 대상으로 한정 수량을 29% 할인 판매한다. 18일부터 소진 시까지 LG 트윈스 우승 엠블럼을 디지털 인쇄해 특별 제작한 무선티비 ‘스탠바이미 고’ 한정판을 온라인 브랜드숍에서 판매한다. 우승 축하 인증 이벤트도 연다. LG전자 온라인 브랜드숍에서 한국시리즈 우승 엠블럼 이미지를 내려받아 소셜미디어(SNS)에 축하 메시지, 해시태그와 함께 올린 뒤 응모하면 총 3000명에게 커피 쿠폰을 제공할 예정이다. 전국 LG베스트샵 지점의 행사 포스터 앞에서 인증샷을 촬영해 SNS에 올리면 3500명을 추첨해 LG 스탠바이미 고, LG 엑스붐 360, LG트윈스 유광 점퍼, 커피 쿠폰 등을 선물한다. 이밖에 온라인 브랜드숍 회원 가입 후 룰렛 이벤트에 참여하면 매일 290명에게 LG 그램, 틔운 미니, 29만원 할인 쿠폰, 2만 9000원 멤버십 포인트 등을 지급하는 이벤트도 마련했다.LG생활건강은 ‘LG윈윈페스티벌’을 개최한다. 각 브랜드의 대표 제품들을 소비자가에서 71% 할인된 ‘29%’ 가격에 판매하는 파격적인 할인 행사다. LG유플러스는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 1년 무료 이용권, 한정판 굿즈, VOD 할인 등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멤버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티빙 등 OTT를 1년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이용권과 굿주를 선물한다. 참여를 원하는 고객은 오는 17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되는 프로모션 기간 내 멤버스 앱을 통해 응모할 수 있다. 데이터커머스 플랫폼인 ‘U+콕’에서는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27일까지 29일 동안 매일 선착순 1000명 고객에게 10% 할인쿠폰을 증정한다. 12월 한 달간 LG전자와 LG생활건강 등 LG 계열사의 제품을 2900원·2만 9000원·29만원에 한정 판매하는 ‘트윈스 프라이데이’ 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LG아트센터 서울은 공연 티켓 29%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Club ARC with 안테나’, 연극 ‘튜링머신’ 2편의 공연 티켓에 대한 할인을 제공한다. 오는 25일까지 U+스테이지에서 공연하는 ‘튜링머신’은 영국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전기를 무대화한 작품으로 2019년 프랑스 몰리에르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등 4관왕에 올랐다. 12월 6~17일 선보이는 ‘Club ARC with 안테나’는 전시, 바(Bar), 콘서트가 결합된 독특한 공연이다.
  • 드럼을 통해 세상을 향하는 소년의 이야기 ‘온 더 비트’

    드럼을 통해 세상을 향하는 소년의 이야기 ‘온 더 비트’

    리듬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소년이 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이 소년은 농구공 튀는 소리와 도마를 두드리는 칼질 소리에서 리듬을 찾고, 선생님이 뺨을 때릴 때마저 소리의 타이밍이 얼마나 잘 맞아떨어졌는지를 따진다. 이 특별한 소년의 이름은 아드리앙. 자폐 스펙트럼을 가졌다. “드럼이 진짜 엄청난 이유는요. 악기가 없어도 드럼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거예요.” 무대 위에 드럼과 배우가 전부인 1인극 ‘온 더 비트’는 아드리앙이 드럼을 통해 세상과 마주하는 이야기다. 남들에게 무시당하고 상처가 많은 아드리앙은 어느 날 꿈에 그리던 드럼을 갖게 된다. 세제통을 두드리며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던 소년에게 드럼은 진짜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는 매개체가 된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세계관을 확장해가던 아드리앙은 그러나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가기가 만만치 않은 현실에 부닥치게 된다. 어엿한 드럼 연주자임에도 아드리앙을 무시하는 눈길은 여전하고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에 아드리앙은 혼란을 겪는다.다른 악기가 없어도 연주를 할 수 있는 드럼은 다른 사람 없이도 온전해지려는 아드리앙을 닮았다. 관객들은 여러 시련과 좌절에도 살아갈 용기를 내고 자기 꿈을 향해 나아가는 아드리앙을 보며 꺾이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온 더 비트’는 프랑스 배우 세드릭 샤퓌가 직접 대본을 써서 2003년 초연했고, 프랑스 전역에서 1000회 이상 공연하며 누적 관객 30만명 이상을 기록했다. 2016년 몰리에르 1인극상 후보에 올랐고 2021년 오프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최고의 1인극상을 수상했다. 한국은 지난해 초연에 이어 5개월 만에 돌아왔다. 단출한 무대 구성에 배우 혼자 11명의 인물을 연기하는 작품이라 그만큼 인물의 목소리와 감정에 깊이 몰입하게 된다. 마이클 잭슨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음악과 함께 드럼 연주를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지난 1월 제7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윤나무(38)와 함께 강기둥(36)이 초연에 이어 앙코르 공연도 주연을 맡았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티오엠에서 25일까지.
  • 아찔한데 웃긴 밀회… 몰리에르의 매력 가득한 ‘타르튀프’

    아찔한데 웃긴 밀회… 몰리에르의 매력 가득한 ‘타르튀프’

    욕망에 충실한 남녀가 아찔한 장면을 만드는 찰나, 관객들의 침이 꼴깍 넘어가는 정적을 깨고 훼방꾼이 나타난다. 자칫하면 19금 연극이 될 뻔한 순간에 극의 흐름이 깨져 아쉬울 법도 하지만 상상도 못 한 등장 방식에 관객들의 폭소가 이어진다. 어떻게든 관객들을 웃기려고 작정한 극작가 몰리에르의 매력이다. ‘타르튀프’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극작가 몰리에르가 1664년 발표한 작품이다. 신실한 성직자로 위장한 타르튀프가 그를 맹신한 부르주아 오르공의 가정을 파탄 내는 이야기를 통해 당시 종교인의 위선을 비판했다. 타르튀프가 오르공의 아내 엘미르를 유혹하는 장면이 작품의 하이라이트인데, 은밀한 관계가 절정에 이르려는 순간 몰리에르가 다른 인물을 통해 흐름을 끊는 재치가 일품이다. 19금이 될 뻔한 장면에 코미디를 제대로 엮었다.인간의 욕망과 위선이라는 철학적인 주제를 가지고도 관객들을 쥐락펴락하는 ‘타르튀프’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진행 중인 ‘엔톡 라이브 플러스’를 통해 볼 수 있다. ‘엔톡 라이브 플러스’는 해외 유명 연극을 해오름극장에서 영상으로 관람하는 프로그램으로 연극을 영화처럼 감상하는 매력을 뽐낸다. 해외 극장 공연을 상연하다 보니 비행기 푯값이 비싼 시대에 앉아서 해외여행을 떠난 기분도 든다. 17세 이상 관람 가능한 ‘타르튀프’는 오는 3월 3일에 한 차례 더 볼 기회가 있다. ‘타르튀프’ 이외에도 영국 국립극장의 ‘시련’, 네덜란드 인터내셔널시어터 암스테르담의 ‘더 닥터’도 상영 중이다. 지난해 9월 선보였던 ‘타르튀프’와 달리 나머지 두 작품은 모두 이번에 처음 소개된다. ‘시련’은 작년 11월까지 영국 국립극장에서 초연된 최신작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극작가 아서 밀러의 동명 희곡이 원작이다. 집단 광기가 개인과 사회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생생히 그려냈다. 24일 첫 상영을 마쳤고 3월 1일과 5일에도 관람할 수 있다. ‘더 닥터’는 문학계의 프로이트라 불리는 오스트라의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였던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희곡 ‘베른하르디 교수’를 재해석한 연극이다. 작품은 임신중절 후유증으로 죽어가는 소녀에게 병자성사를 하려는 신부와 원칙을 지키기 위해 이를 가로막는 의사의 대립으로 시작된다. 종교와 과학을 대변하는 이들의 논쟁을 통해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도 지켜져야 할 인간의 존엄성을 탐구한다. 26일에 먼저 선보였고 3월 2일과 4일에도 볼 수 있다.
  • 해오름극장서 즐기는 유럽의 핫한 공연 ‘엔톡 라이브 플러스’

    해오름극장서 즐기는 유럽의 핫한 공연 ‘엔톡 라이브 플러스’

    국립극장이 해외 공연을 영상으로 만나는 ‘엔톡 라이브 플러스’를 선보인다. 오는 24일부터 3월 5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진행하는 ‘엔톡 라이브 플러스’는 국립극장이 유럽 각지의 극장 및 배급사와 손잡고 세계 최정상급 화제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에는 영국 국립극장의 ‘시련’, 네덜란드 인터내셔널시어터 암스테르담의 ‘더 닥터’, 프랑스 국립극장인 코메디 프랑세즈의 ‘타르튀프’를 준비했다. ‘시련’과 ‘더 닥터’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고 ‘타르튀프’는 지난해 9월에 이어 재상영이다.‘시련’은 작년 11월까지 영국 국립극장에서 초연된 최신작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극작가 아서 밀러의 동명 희곡이 원작이다. 집단 광기가 개인과 사회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생생히 그려냈다. 2월 24일, 3월 1일, 3월 5일 총 3회 상영한다. 첫 상영 당시 감각적인 연출과 세련된 무대 미학으로 호평받은 ‘타르튀프’는 지난해 몰리에르 탄생 400주년을 기념해 1664년 초연 이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오리지널 버전을 복원한 작품이다. 성직자로 위장한 타르튀프가 그를 맹신한 부르주아 오르공의 가정을 파탄 내는 이야기를 통해 당시 종교인의 위선과 인간의 맹목적인 믿음을 비판한다. 2월 25일, 3월 3일 총 2회 상영한다.‘더 닥터’는 문학계의 프로이트라 불리는 오스트라의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였던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희곡 ‘베른하르디 교수’를 재해석한 연극이다. 작품은 임신중절 후유증으로 죽어가는 소녀에게 병자성사를 하려는 신부와 원칙을 지키기 위해 이를 가로막는 의사의 대립으로 시작된다. 종교와 과학을 대변하는 이들의 논쟁을 통해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도 지켜져야 할 인간의 존엄성을 탐구한다. 2월 26일, 3월 2일, 3월 4일 3회 상영한다.
  • 17세기+21세기 풍자 ‘스카팽’ 작정하고 웃기러 왔다

    17세기+21세기 풍자 ‘스카팽’ 작정하고 웃기러 왔다

    배우가 모자라다며 솔직하게 고백하는 연극이 있다. 무대가 조금 난잡하다 싶으면 작가가 대뜸 개입해 극을 멈추고는 “연결해”라는 말을 능청스럽게 한다. 대사로만 웃기려 들지 않고 행동까지 웃음을 유발하는데, 마냥 허무맹랑한 웃음 유발을 넘어 번뜩이는 사회 풍자도 잊지 않는다. 쉬는 시간 없이 두 시간이나 이어지지만 ‘스카팽’은 연극을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연극의 매력에 푹 빠지게 하는 힘이 곳곳에 숨어 있다. 세계적 극작가 몰리에르(1622 ~1673) 탄생 400주년을 맞아 국립극단이 이달 25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스카팽’을 공연한다. 프랑스어를 ‘몰리에르의 언어’라고 부를 정도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몰리에르가 말년에 집필한 ‘스카팽의 간계’가 원작이다. 2019, 2020년에 이어 세 번째 공연이다. 상류층 부모인 아르강뜨와 제롱뜨가 자기들끼리 자녀의 결혼을 정한다. 제롱뜨의 아들 레앙드르와 아르강뜨의 아들 옥따브는 부모가 정한 결혼이 아닌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 짓궂지만 미워할 수 없는 스카팽이 이들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재치를 발휘한다. 반전을 선사하는 출생의 비밀까지 얽혀 있어 막장 드라마를 뺨치지만 보통의 막장 드라마에는 없는 상류층에 대한 유쾌한 풍자가 작품의 격을 한층 높인다.국립극단판 ‘스카팽’은 몰리에르의 원작과는 조금 다르다. 우선 몰리에르가 캐릭터로 등장해 극에 개입한다. 한국에서 몰리에르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 고안하게 됐는데, 감초 같은 역할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현수막까지 들고 배우가 모자라다는 걸 대대적으로 알리며 몰리에르가 스카프 한 장 달랑 두르고 순식간에 다른 캐릭터로 변신하는 모습은 원작에도 없는 웃음 폭탄 장치다. ‘땅콩 회항’, ‘멤버 유지’ 등 한국인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는 원작의 풍자를 한국식으로 치환한다. 몰리에르 역시 당대 상류층에 대한 풍자로 협박과 비난을 많이 받았지만 그럼에도 그 민낯을 보여 주면서 서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임도완(63) 연출은 “동시대의 언어를 입히지 않는다면 그것은 살아 있지 않은 박제된 연극”이라며 “‘몰리에르가 이 시대에 있었다면’을 가정하고 현 사회의 문제를 작품 곳곳에 양념 치듯 담아냈다”고 말했다. 21세기 관객들에게 익숙한 현대음악과 음향효과는 작품의 재미를 확장하는 극적인 장치인 동시에 17세기 작품을 오늘날의 것으로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스카팽’의 진정한 매력은 무장애 공연에서 더 두드러졌다. 수어 통역자들이 단순히 통역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극의 캐릭터로서 함께 움직이고 호흡하는데, 이들마저 틈틈이 웃음을 유발해 ‘진짜 작정하고 웃기려고 연극을 만들었구나’를 깨닫게 한다. 임 연출은 “작품이 코미디여서 수어 통역자들과 함께해야 희극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고 더 활성화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면서 “예산이 많이 들어 일반 극단에서는 엄두를 낼 수 없지만 국립이라 가능했다. 배리어프리(무장애)의 새로운 형태를 시도했다는 자긍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 10년 전 알프스에서 영국 일가족 살해한 용의자 체포

    10년 전 알프스에서 영국 일가족 살해한 용의자 체포

     프랑스 경찰이 지난 2012년 9월 알프스 산자락의 유명 호수 근처에서 끔찍한 총격 사체로 발견된 영국인 일가족 살해 사건 용의자로 한 남성을 12일(현지시간) 샹베리에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용의자는 현지 경찰이 불과 석달 전에 범행 현장을 재구성했을 때 증인으로 나서 경관들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했던 인물이었다고 현지 매체 디지털 저널 닷컴이 전했다.  10년 전 그 가을에 동부 안시 호수 근처 주차장에 주차한 차 속에서 이라크에서 태어난 영국인 사드 알힐리(당시 50)와 그의 아내 이크발(당시 47), 장모 수하일라 알알라프(당시 74), 그리고 근처를 지나던 사이클 선수 실뱅 몰리에르(당시 45)가 참변을 당했다. 총알은 희생된 각자에게 상당히 여러 발씩 퍼부어졌다.  이 가족이 피격 당했을 때 차 속에 7세와 4세 두 딸도 함께 타고 있었는데 맏딸 자나이브는 총알에 맞은 데다 구타까지 당해 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둘째 딸 지나는 다치지 않았지만, 범인이 총기를 난사하는 동안 어머니의 다리 아래 숨어 있었기 때문에 수사에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았다.  두 딸은 나중에 새로운 이름을 얻어 지내고 있으며 2020년에 다시 경찰로부터 피해자 조사를 받기도 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프랑스와 영국 수사당국은 9년 넘게 수사를 진행해 왔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답답해 하던 프랑스 경찰은 가족끼리 다투다 벌어진 일이라거나 인공위성 엔지니어인 사드의 일 때문에 벌어진 변이란 식의 여러 가설을 내놓았다.  이 사건과 관련해 체포된 사람도 상당수였지만 누구도 기소되지 않았다. 다만 몰리에르는 이 가족과 관계 없이 그저 운이 나빠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용의자의 나이와 성별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하지만 지역 일간지 르 다우피네 리베레는 경찰이 2년 반 넘게 탐문해 용의선에 올라왔던 인물이며 사건 현장 근처에서 목격된 의문의 모터사이클리스트였다가 2015년에 무죄가 확인됐다.  지방검사 리네 본넷은 AFP 통신이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응답을 거부하면서도 그 인물이 석달 전 사건 재구성에 참여하기 위해 사건 현장에 돌아온 4명의 증인 중 한 명이었다고 확인해줬다. 아울러 구금 기간을 연장해 앞으로 24시간을 더 심문해 기소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 연극도 OTT시대… ‘수어·감독판’ 옵션 골라 보기

    연극도 OTT시대… ‘수어·감독판’ 옵션 골라 보기

    “무대 오른쪽에서 웨이브 진 머리의 중세시대 복장을 한 몰리에르가 책상 앞에 앉아서 잉크에 꽂혀 있던 깃펜을 든다.” 무대 위 배우의 움직임이 생생한 목소리로 전달된다. 무대가 어떤 모양과 색으로 꾸며졌는지, 공간을 채우는 음악을 큰북과 작은북이 연주하고 있다는 것도 속도에 맞춰 알려 준다. 국립극단이 지난 1일부터 문을 연 온라인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스카팽’의 화면해설 버전이다.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과 용산구 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 판에 이은 국립극단의 네 번째 극장인 온라인극장에서는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스카팽’, ‘X의 비극’, ‘파우스트 엔딩’,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등 5개 작품이 공연되고 있다. 이 가운데 ‘스카팽’은 배리어프리 공연으로 수어통역과 화면해설 버전이 더해져 세 가지 옵션으로, ‘조씨고아…’는 장면 전환이 빠르고 배우들을 자주 클로즈업해서 보여 주는 다중시점과 연출 시점에서 무대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디렉터스컷 두 가지 버전으로 볼 수 있다. 김광보 예술감독은 “많은 예산과 인력이 필요해 매번 배리어프리 버전을 제공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온라인극장에서 보완할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민간 극단이나 지역극장의 우수한 공연을 영상콘텐츠로 소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연극단체에서 자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작품을 상영하는 것은 국립극단이 처음이다. “공연은 라이브로 봐야 제맛”이라는 데는 창작진이나 관객들 모두 이견이 없지만 코로나19 이후 빨라진 온라인 공연에 대한 실험은 나름대로 호응을 얻고 있다. 국립극단이 지난 2월 온라인으로 선보인 ‘햄릿’은 4회 동안 7000명 가까이 봤다. 이 가운데 590명이 후원 관객이었다. 2회 온라인 공연한 ‘스카팽’도 2000여명(후원 관객 150명)이 봤다. 이번 온라인극장은 개관 일주일 만에 1000여명이 관람권을 구입해 공연을 봤다. 관람료는 작품당 9900원으로 첫 주만 6600원으로 할인했으나 이후에도 꾸준히 관객이 늘고 있다.
  • 디렉터스컷·배리어프리 버전…OTT로 다양하게 즐기는 연극

    디렉터스컷·배리어프리 버전…OTT로 다양하게 즐기는 연극

    “무대 오른쪽에서 웨이브 진 머리의 중세시대 복장을 한 몰리에르가 책상 앞에 앉아서 잉크에 꽂혀 있던 깃펜을 든다.”무대 위 배우의 움직임이 생생한 목소리로 전달된다. 무대가 어떤 모양과 색으로 꾸며졌는지, 공간을 채우는 음악을 큰북과 작은북이 연주하고 있다는 것도 속도에 맞춰 알려 준다. 국립극단이 지난 1일부터 문을 연 온라인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스카팽’의 화면해설 버전이다.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과 용산구 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 판에 이은 국립극단의 네 번째 극장인 온라인극장에서는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스카팽’, ‘X의 비극’, ‘파우스트 엔딩’,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등 5개 작품이 공연되고 있다. 이 가운데 ‘스카팽’은 배리어프리 공연으로 수어통역과 화면해설 버전이 더해져 세 가지 옵션으로, ‘조씨고아…’는 장면 전환이 빠르고 배우들을 자주 클로즈업해서 보여 주는 다중시점과 연출 시점에서 무대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디렉터스컷 두 가지 버전으로 볼 수 있다.김광보 예술감독은 “많은 예산과 인력이 필요해 매번 배리어프리 버전을 제공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온라인극장에서 보완할 수 있다”면서 “수도권 외 지역에서도 국립극단 공연을 소개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민간 극단이나 지역극장의 우수한 공연을 영상콘텐츠로 소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제시스템 등을 갖춰 외국어 버전으로 공연 영상을 제공하는 방안도 내다볼 수 있다. 국내 연극단체에서 자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작품을 상영하는 것은 국립극단이 처음이다. “공연은 라이브로 봐야 제맛”이라는 데는 창작진이나 관객들 모두 이견이 없지만 코로나19 이후 빨라진 온라인 공연에 대한 실험은 나름대로 호응을 얻고 있다. 국립극단이 지난 2월 온라인으로 선보인 ‘햄릿’은 4회 동안 7000명 가까이 봤다. 이 가운데 590명이 유료 관객이었다. 2회 온라인 공연한 ‘스카팽’도 2000여명(유료 관객 150명)이 봤다. 이번 온라인극장은 개관 일주일 만에 1000여명이 관람권을 구입해 공연을 봤다. 관람료는 작품당 9900원으로 첫 주만 6600원으로 할인했으나 이후에도 꾸준히 관객이 늘고 있다. 관람료를 구매한 관객은 1명당 전자기기 3대를 등록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주일간 연극을 즐길 수 있다. 저작권 문제로 화면을 캡처하거나 녹화하는 시도가 이뤄질 경우엔 영상이 중단된다.
  • 국내 스크린서 만나는 ‘아비뇽 페스티벌’

    프랑스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을 국내 공연장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다. LG아트센터는 28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공연된 작품 5편을 서울 LG아트센터 대형 스크린으로 상영한다. 필름 버전의 아비뇽 페스티벌 공개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상영작은 샤우뷔네 베를린의 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의 대표작 ‘햄릿’과 벨기에 출신 세계적인 안무가 안 테레사와 로사스 무용단의 ‘체세나’, 2013년부터 아비뇽 페스티벌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연출가 올리비에 피의 ‘리어왕’, 프랑스 연극계에 떠오르는 신예 연출가 토마스 졸리의 ‘티에스테스’, 몰리에르상과 유럽연극상 수상자인 극작가 겸 연출가 조엘 폼라의 ‘콜드룸’ 등이다. 특히 ‘햄릿’, ‘체세나’, ‘리어왕’, ‘티에스테스’는 페스티벌의 상징인 아비뇽 교황청 안뜰 무대 ‘쿠르 도뇌르’(명예의 뜰)에서 펼쳐지는 공연이어서 더욱 실감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아비뇽 페스티벌은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연 축제로 꼽힌다. 매년 7월 약 3주간 열리는 동안 약 50만명이 아비뇽을 방문한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취소됐고 올해 열릴지도 불투명하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노마드·치매 아버지… 활자로 만나는 ‘미나리 라이벌’

    노마드·치매 아버지… 활자로 만나는 ‘미나리 라이벌’

    25일(현지시간) 열리는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후보에 오른 영화의 원작이 잇달아 번역 출간되고 있다. 영화와 원작을 비교하며 서로의 재미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노마드랜드… 금융위기가 망친 삶 엘리 출판사는 최근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로 유력한 영화 ‘노매드랜드’ 원작 논픽션 ‘노마드랜드’를 출간했다. 미국 저널리스트 제시카 브루더가 3년간 2만 4140㎞를 다니며 차를 집 삼아 거리를 유랑하는 ‘노마드’들을 밀착 취재했고, 2008년 금융위기가 이들의 삶을 어떻게 무너뜨렸는지 분석했다. 저자는 영화 주연인 ‘펀’(프랜시스 맥도먼드 분)처럼 상승하는 집세와 저임금에 시달리다 거리의 삶을 택한 노년 여성 린다 메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그려 냈다. 이들 노마드는 국유림의 캠프장 관리직부터 아마존 물류창고 노동자까지 거리를 유랑하며 일한다.특히 “많은 산업국가들이 독일을 따라 노령연금을 부분적인 형태로 채택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 철저한 개인주의자들의 나라는, 꾸물거렸다”(112쪽)에서 보듯 영화보다 직설적으로 취약한 미국 사회안전망의 치부를 꼬집는다. 저자가 취재하는 도중 만난 인물 린다 메이, 밥 웰스, 스왱키 등은 실제 영화에도 출연했다.●아버지… “난 누구지” 불안한 심리 출판사 지만지드라마는 영화 ‘더 파더’의 원작 희곡 ‘아버지’를 국내 최초로 출간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극작가 플로리앙 젤레르가 2012년에 쓴 ‘아버지’는 2014년 브리가디에상과 몰리에르상 등을 받았다.연극 ‘아버지’는 영화와 마찬가지로 치매에 걸린 아버지의 불안한 심리를 해부한 심리 탐사극이다. 주인공 앙드레가 “내가 누구지” 하고 묻기 전까지, 무엇이 진실이고 허상인지 모를 혼돈 속을 관객도 똑같이 헤매게 된다. 다만 배경이 영국 런던 대신 프랑스 파리라는 점이 차이다. 영화에선 앤서니 홉킨스가 치매를 앓는 아버지로 등장하지만, 연극에서는 영국의 케네스 크래넘, 미국의 프랭크 랜젤라 등이 주연을 맡았다. 2016년에는 한국에서 박근형 배우가 40년 만에 명동예술극장 무대에서 열연했다. 당시 박근형 배우는 “재밌는 극본 때문에 단숨에 역할을 승낙했다”며 진실성이 묻어나는 역할과 동서양 구분 없이 모두가 공감할 주제를 작품의 매력으로 꼽았다.허희 문학평론가 겸 영화 칼럼니스트는 “영화를 먼저 보고 원작을 찾아봤을 때 영화에서 함축적으로 묘사돼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던 감정을 채워 넣을 수 있는 재미가 있다”며 “원작이 있다고 영화의 창의성이 훼손되는 것은 아닌 만큼 이를 얼마나 잘 구현해 냈느냐가 오스카 수상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홍석경의 문화읽기] 스스로를 돌아보는 눈

    [홍석경의 문화읽기] 스스로를 돌아보는 눈

    언제 왔는지 모르는 2020년이 벌써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의 마지막 칼럼에서 다루지 않을 수 없는 소재를 방탄소년단이 팡파르를 울리며 전해왔다. 불과 세 달 전에 ‘다이너마이트’로 미국의 대중음악 차트 빌보드 핫100의 1위를 차지했는데 이번에 발간된 한국어 앨범의 대표곡으로 다시 이 차트의 1위에 올랐고 이 앨범의 전곡이 순위에 들었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상을 타면서 유명해진 “미국은 로컬”이라는 말이 사실이고, 미국 대중음악 시장에서의 성공이 글로벌 스타인 BTS에게는 성공의 전부가 아닌 일부일 뿐이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의미에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그동안 BTS의 노래들이 미국에서 큰 사랑을 받아 왔으나 여전히 인기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영어노래 ‘다이너마이트’가 발매 첫주에 1위에 오르자 BTS의 미국 팬들은 일종의 모순을 느꼈을 것이다. 그동안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군소언어로 소통하는 BTS에 대한 지원과 연대가 언어와 상관없는 음악을 통한 소통이라고 믿어 온 팬들에게 여전히 영어가 중요하다는 반대증거가 됐기 때문이다. 어떤 상업적 포장 없이 비싼 가격으로 판매된 이번 앨범은 방탄 멤버들이 가장 많이 참여해서 팬데믹 상황의 일상에서 느끼는 답답함과 우울, 무기력을 이겨 내기 위한 성찰 등을 소소하게 표현한 노래들이다. 이 모두가 ‘다이너마이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서정적인 한국어로 돼 있다. 미국의 방탄 팬들은 이러한 내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남다른 성공의 의지도 보이지 않고 그저 BTS를 느낄 수 있는 이 한국어 앨범을 크게 성공시키고 싶었을 것이다. 그 결과는 해외 언론이 차곡차곡 정리해서 발표했듯 독보적인 것이 됐다. BTS의 역사적인 행보를 함께 만들어 가는 미국과 전 세계의 팬들이 이들의 성공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듯, 한국 대중문화의 성공을 대하는 국내의 시선 또한 우리가 스스로를 보는 생각을 드러내기에 흥미롭다. 한국의 아미들은 방탄의 성공을 보도하는 한국 언론이 소극적이거나 때로는 비판적이라고 호소하고, 실제 BTS의 전례 없는 기록들에 대한 외국 언론의 해설과 의미 부여를 마지못해 따라가는 소극적인 기사와 해설이 나오고 있을 뿐이다. 몇 년에 걸친 이 정도의 성공이라면 중요 언론이 심층취재로 다룰 만한 문화계 핫 뉴스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왜 그렇지 못할까. 나는 한국 언론과 지식인의 이런 태도가 팬들의 지적처럼 언론과 엔터테인먼트 업계 내부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동시대 한국인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선과 관련돼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대하며 모델로 삼았던 나라에서 주민으로서 오래 살았던 경험에 비추면, 대한민국은 이제 매우 잘사는 나라이고 시민들의 교육, 문화, 지적 수준 또한 상대적으로 균질한 놀라울 만큼 잘 발전된 나라이다. 국내에서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여러 정치경제적 갈등과 남북 분단 상황이 우리의 현재를 거리를 두고 볼 수 있는 여유를 주지 못할 뿐, 한국은 이제 세계 속에서 다른 나라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많은 분야에서 선도하거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위치에 있다. 한국인은 이러한 한국의 빠른 발전과 새로운 위상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소위 “국뽕”이라고 비판되는 과도한 해석에 기반한 과잉 민족주의와 내화된 식민주의로 귀결되는 차가운 자조 사이에서 아직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적인 위치를 찾지 못한 듯하다. 이것은 정치, 경제, 문화 전 영역에서 발견되는데 방탄의 성공을 보는 언론의 시선도 아직 이러한 난점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최근의 책 속에서 나는 영어가 셰익스피어의 언어이고 불어가 몰리에르의 언어라면 한국어는 BTS의 언어가 됐다고 썼다. 이것은 BTS 텍스트의 문학성을 넘어 동시대와의 공감능력과 영향력을 고려한 표현이다. 밥 딜런에게 노벨문학상이 수여될 만큼 문화의 위계와 경계가 얇아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헬조선이기만 하지 않고 세계 속 청년들의 꿈의 대상이 될 만큼 좋은 점을 많이 지녔다. 방탄소년단은 이러한 대한민국의 현재를 영광스럽게 증언하고 있는 평범하고 특별하고 자랑스러운 청년들이다.
  • [달콤한 사이언스] ‘희대의 바람둥이’ 이야기 쓴 몰리에르 대필의혹 분석해보니…

    [달콤한 사이언스] ‘희대의 바람둥이’ 이야기 쓴 몰리에르 대필의혹 분석해보니…

    “영국에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몰리에르가 있다.” 프랑스 극작가 몰리에르(1622~1673)는 ‘동쥐앙’ ‘타르튀프’ ‘인간혐오자’ 등 성격희극으로 유명하다. 물론 셰익스피어가 누리는 대중성에서는 다소 뒤떨어지지만 셰익스피어가 영문학에서 차지하는 위치만큼 몰리에르가 불문학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확고하다. 그런데 100년 전인 1919년 프랑스 시인 피에르 루이(Pierre Louys)는 몰리에르가 인생 대부분을 배우로 지냈으며 40세를 전후해 갑자기 걸작을 내놓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루이는 몰리에르와 같은 시기에 살았던 또 다른 유명 극작가이자 교육수준이 훨씬 뛰어난 피에르 코르네유(1602~1684)가 대필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는 의심을 제기했다. 더구나 몰리에르가 서명한 원고가 아직까지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의심은 점점 커질 수 밖에 없었다. 마치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실제로는 케임브리지대 장학생 출신의 크리스토퍼 말로에 의해 쓰여졌다는 주장과 비슷한 의심이다. 이에 프랑스 컴퓨터과학자들과 전산언어학자들이 몰리에르의 작품 대필에 대한 의혹의 진실을 찾기 위해 나섰다. 프랑스 파리-디드로대, 파리과학인문대학, 국립고문서학교(Ecole nationale des chartes) 공동연구팀은 전산 언어학적 분석을 통해 피에르 코르네유와 몰리에르의 작품을 정밀분석한 결과를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 11월 28일자에 발표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몰리에르 작품은 전부 몰리에르 스스로 쓴 것”이다. 1919년 몰리에르의 대필 의혹이 처음 제기된 뒤 2001년 프랑스 그르노블 알프스대학 언어학자들이 몰리에르와 코르네유 작품들을 분석한 결과 두 작가의 단어 선택이 상당부분 겹친다는 연구결과를 ‘계량언어학 저널’에 발표하면서 이 같은 대필의혹은 사실에 가까워지는 분위기였다.이번에 연구팀은 2001년 분석과 달리 몰리에르와 코르네유 뿐만 아니라 동시대에 활동했던 다른 10명의 극작가들의 작품을 단어와 문장별로 분절해 컴퓨터를 이용해 언어적 특징을 분석비교했다. 이전 연구와 달리 단순히 어휘의 일치 뿐만 아니라 단어들을 연결해주고 관계를 설정하는 접속사나 관사 같은 기능적 단어들의 빈도까지 분석했다. 또 작가별 선호하는 문법 구조, 사람들이 글을 쓸 때 무의식적으로 활용하는 언어적 패턴도 살펴봤다. 그 결과 몰리에르와 코르네유 뿐만 아니라 동시대 극작가들 모두 비슷한 단어들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즐겨쓰는 문법구조, 접속사, 단어의 위치가 전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활용한 분석 프로그램은 언어적 특성이 비슷한 작품들끼리 함께 분류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는데 몰리에르의 작품을 코르네유가 대필했다면 몰리에르와 코르네유가 한 범주로 묶여야 하는데 전산언어학적 분석 결과 전혀 다른 범주에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플로리안 샤피로 파리-디드로대 교수(응용수학·계량언어학)는 “이번 연구는 몰리에르는 그 만의 독특하고 식별 가능한 언어를 구사한다는 언어학자들의 의견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것”이라며 “몰리에르가 프랑스를 대표하는 극작가로 일부에서 주장하는 대필 의혹을 완전히 벗어버렸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울산문예회관, 유명 연극·무용·뮤지컬 공연

    울산문화예술회관이 유명한 연·무용·뮤지컬을 잇달아 공연한다. 울산문화예술회관은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으로 연극 ‘톡톡’, 국립현대무용단 ‘극’, 뮤지컬 ‘빨� � 등 3가지 공연을 연달아 무대에 올린다고 9일 밝혔다.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울산시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관하는 사업이다. 첫 공연 연극 ‘톡톡’은 오는 12일과 13일 울산문예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다. 이 작품은 2006년 프랑스 최고 연극상인 몰리에르상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2016년 대학로에서 초연돼 객석 점유율 95%를 기록한 인기작이다. 각기 다른 강박증 환자 6명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작품이다. 스트레스가 일상이 된 현대인들에게 웃음과 위로를 전달한다. 오는 11월 2일에는 국립현대무용단 ‘쓰리볼레로’가 대공연장 무대에 오른다. ‘쓰리볼레로’는 2018 울산문화예술회관 국립예술단체 초청 시리즈 마지막 작품이다.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를 현재 무용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안무가 김보람·김설진·김용걸이 각자 다른 해석으로 표현하는 작품이다. 2017년 국립현대무용단이 선보인 작품 중 가장 화려하고 대중적인 작품이다. 마지막 무대인 김용걸 ‘볼레로’에서는 울산시립교향악단 80인조 연주와 광주 시립발레단 30여 명이 출연해 압도적인 스케일의 무대를 선보인다. 오는 11월 30일과 12월 1일 소공연장에서는 뮤지컬 ‘빨� ?� 오른다. 이 작품은 12년간 꾸준히 공연 중인 한국 대표 창작 뮤지컬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피어나는 희망과 사랑을 주제로 전 연령대에서 사랑받는 유쾌한 힐링 뮤지컬이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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