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퍼·롤리·저지 vs 오타니·야마모토·이마나가… 진짜 ‘월드 시리즈’다
미국이 야구 종주국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작심하고 최정예 부대 결성에 나섰다. 그간 국제 대회 출전과 성과라는 ‘명예’보다는 연봉과 직결되는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를 더 중시했던 정상급 선수들도 이번에는 국가대표 차출을 자원하고 나섰다. 미국이 작심하고 도전에 나섰지만 지난 대회 우승국 일본 역시 만만치 않은 이름들로 수성에 나서면서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승부를 예고했다.
2026년 3월 미국과 일본, 푸에르토리코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가 각각 개막하는 가운데 24일(한국시간) MLB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뛰는 간판타자 브라이스 하퍼(①)가 대표팀 승선 사실을 알렸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15살 때 처음 가슴에 성조기를 달았는데 그때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며 “내년 WBC에 미국 대표로 출전하는 것을 발표하게 돼 매우 기쁘다”라고 썼다.
2015년과 2021년 내셔널리그(NL)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던 하퍼는 올해 정규시즌 초반 손목 부상으로 한 달 가량 결장하고도 132경기 타율 0.261 27홈런 75타점을 기록했다.
하퍼의 합류로 미국 대표팀은 리그 전체 홈런왕(60개) 포수 칼 롤리(②·시애틀 매리너스), NL 홈런(56개)·타점왕(132점) 카일 슈워버(필라델피아),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AL) MVP 에런 저지(③·뉴욕 양키스)로 이어지는 역대 가장 강력한 타선을 꾸리게 됐다.
선발 마운드에는 올 시즌 양대 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태릭 스쿠벌(디트로이트 타이거스)과 폴 스킨스(피츠버그 파이리츠)가 WBC 출전을 확정 지었다. 스쿠벌은 정규 13승 평균자책점 2.21을 기록했고 10승의 스킨스는 강타자가 즐비한 빅리그에서 유일한 1점대(1.97)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이에 맞서는 일본은 올해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주역인 오타니 쇼헤이(④)와 시리즈에서 홀로 3승을 거두는 초인적인 투구를 뽐낸 야마모토 요시노부(⑤)가 일찌감치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대표팀에는 이마나가 쇼타(⑥·시카고 컵스), 센가 코다이(뉴욕 메츠), 스가노 도모유키(볼티모어 오리올스) 등 빅리거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다만, 다저스의 일본인 3인방 가운데 한 명인 사사키 로키는 올해 한 차례 어깨 부상과 장기 재활을 거친 탓에 WBC 참가가 불발됐다.
한편 일본, 대만, 호주, 체코와 함께 C조에 편성된 한국은 애초 20대 초중반의 새 얼굴들로 대표팀을 꾸렸으나, 빅리그를 경험한 류현진(한화 이글스)과 ‘불혹의 홀드왕’ 노경은(SSG 랜더스) 등 베테랑들이 최근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