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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망각하는 AI

    [길섶에서] 망각하는 AI

    소설가 김애란은 얼마 전 TV 대담 프로그램에서 인간과 인공지능(AI)의 결정적 차이로 ‘망설임’을 꼽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어떤 질문에도 척척 답을 내놓는 AI와 달리 상대의 감정과 상황을 헤아려 말을 아끼거나 삼키는 머뭇거림이야말로 인간 고유의 품위이고 미덕이라는 작가의 통찰에 많은 이들이 깊이 공감했다. 망각 역시 인간에게는 있고 AI에게는 없는 것 중 하나다. ‘망각의 동물’이라 불릴 만큼 사람은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흐릿해진다. 오래되거나 고통스러운 기억은 아예 지워지기도 한다. 인간의 한계이면서 동시에 생존을 위한 강점이다. 방대한 데이터 수집에 집중해 온 AI 업계에서 최근 ‘망각하는 AI’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기업 기밀 같은 민감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삭제하는 기술이다. 모든 것을 긁어모아 기억하는 AI의 위험을 통제하려는 시도다. 머지않아 인간과 AI의 차이점 목록에서 망각이 사라질지 모를 일이다. AI가 망설임마저 터득하는 날이 올까. 부디 내가 사는 동안에는 그런 일이 없기를. 이순녀 수석논설위원
  • 망각은 축복, 머리보다 몸… 당신이 알던 뇌를 뒤집다

    망각은 축복, 머리보다 몸… 당신이 알던 뇌를 뒤집다

    인간의 지적 능력과 신체 활동을 관장하는 중추 기관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가장 먼저 ‘뇌’를 떠올리게 된다. 사람들은 대부분 뇌의 능력을 극대화해 더 많은 기억력을 갖게 되면 살아가는 데 더 편리하고, 우리의 나머지 몸은 지능을 담당하는 뇌를 감싸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믿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통념에 반론을 제기한 책 두 권이 동시에 나와 눈길을 끈다. 정신의학자인 스콧 A 스몰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우리는 왜 잊어야 할까’를 통해 뇌의 한계처럼 여겨진 ‘망각’이 오히려 인체에 이롭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 섣불리 치매를 염려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는 현대인의 ‘기억 강박’이 불러온 환상통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기억을 잘하던 뇌에 갑자기 문제가 생겨 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뇌에 ‘망각하기 위한 도구’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입증하고자 인간이 망각하는 능력을 잃었을 때 어떤 일을 겪는지 보여 준다. 우선 자폐증 환자들은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뛰어난 암기 능력을 보이기도 하지만, 세부 사항을 기억하고 잊어버리지 않는 능력 탓에 고통을 겪는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끊임없이 변하는데 자폐증 환자들은 늘 기억 그대로의 세상에 머물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목구비를 하나하나 따로 인식할 뿐 얼굴 전체를 통합해 보지 못하는 안면인식장애도 세부 사항을 잊고 일반화하는 능력이 없어서 생긴다. 얼굴 전체를 인식하며 일반화할 수 있을 만큼의 정보만 뇌에 저장되도록 하려면 망각이 필요하다. 끝없이 변하는 세상에서는 기억과 망각의 균형을 이룬 사람만이 적응해 나갈 수 있다. 졸업 앨범을 뒤적거리다 학창 시절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의 사진을 보더라도 불쾌한 감정은 예전 같지 않다. 하지만 정상적 망각 과정을 거치지 못한다면 공포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인간이 잠을 자는 이유도 잊기 위해서다. 미래의 기억을 받아들이도록 새로 단장하는 것과 같다. 결국 망각은 우리 머리를 비워 창의성을 발휘하게 하는 ‘축복’이라고 저자는 말한다.이 밖에 영국 비즈니스 인류학자 사이먼 로버츠는 ‘뇌가 아니라 몸이다’에서 인간의 지적 능력은 뇌뿐 아니라 몸에서도 발현된다고 주장한다. 뇌를 신성시하고 지능의 핵심으로 여기는 통념에 도전하는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경구에서 보듯 인류는 지식을 정신을 작용시킬 때 얻을 수 있다고 여겨 왔다. 즉 뇌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활동을 지식의 습득이라고 생각한 것이다.하지만 저자는 우리 몸도 타당하게 데이터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강력한 도구라고 믿는다. 우리 몸이 체화하는 지식은 관찰, 연습, 즉흥성, 공감, 보유의 다섯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우리는 왜 잊어야 할까 스콧 A 스몰 지음/하윤숙 옮김 북트리거/284쪽/1만 7500원특히 문화 안에서 행동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자전거 타기를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 일단 완전하게 습득하면 생각할 필요가 없고 편안하게 느끼며, 상황이 바뀔 때도 본능적으로 적응할 수 있기 때문에 몸이 중추적 역할을 한다. 마찬가지로 배우가 대사를 외울 때도 앉아서 암기하는 것보다 그 대사를 연기함으로써 더 쉽게 외울 수 있다. 저자는 인간이 자율주행자동차를 만들기 어려운 이유로 도로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에 대응하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보행자와 다른 차량 등이 뒤섞인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운전자는 다른 운전자와 시선을 맞추고 신호를 보내는 등 즉흥성을 발휘할 수 있지만 기계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뇌가 아니라 몸이다 사이먼 로버츠 지음/조은경 옮김 소소의책/312쪽/1만 8000원결국 우리가 우리 몸에 보유한 지식은 우리의 감각 기억과도 연관돼 있으며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기억하려 할 때 몸과 뇌는 동등한 파트너로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두 책을 되짚어 보면 결국 우리가 타고난 기억과 망각, 몸으로 체화된 지식을 모두 신뢰하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사는 지름길임을 알게 된다. 기계가 따라할 수 없는, 인간만이 해낼 수 있는 영역도 많으니 인간으로서의 삶을 충분히 즐기면 되지 않을까.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기억법’ 열쇠 찾는 뇌과학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기억법’ 열쇠 찾는 뇌과학

    실험참가자 회상시 동일부분 활성 특정 세포 자극 개별기억 분석까지 새해가 시작되면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거나 못다 이룬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결심합니다. 사실 지난해를 되돌아 본다고 해서 365일 일어난 모든 사건들을 기억해내지는 못합니다. 어떤 기억은 방금 일어났던 일처럼 또렷하지만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까맣게 잊는 경우가 더 많지요.같은 상황을 겪은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같은 상황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거나 전혀 다른 기억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어 당황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뇌과학과 제니스 첸 박사는 사람들에게 영국 BBC에서 방송한 인기 드라마 ‘셜록’ 시즌1의 한 에피소드를 함께 보도록 한 뒤 특정한 장면을 회상해 설명하는 실험을 해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실험 결과, 사람들마다 똑같은 장면을 다르게 기억하고 해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첸 박사는 실험 대상자들이 기억을 되살리며 설명하는 동안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했는데 서로 다른 기억과 해석을 내놓기는 하지만 똑같은 영역이 비슷하게 활성화된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최근 10년간 신경과학 분야와 영상진단 기술이 발달하면서 개별 기억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다른 기억들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기본 법칙을 밝히려는 시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성과도 거두고 있지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는 지난 10일자에 이 같은 기억 연구의 동향에 대해 자세한 분석 기사를 실었습니다. 네이처에 따르면 지금까지 연구는 기억과 관련된 뇌의 위치나 일반적인 기억 형성 메커니즘을 찾는 데 집중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하나’의 개별 기억을 추적하는 연구가 붐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흔히 기억이란 정보를 단순히 모아놓는 주머니나 저장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렇지만 기억은 뇌의 한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 고도의 분산과 융합 과정이라고 합니다. 개별 사건들이 뉴런을 자극시켜 비슷한 기억들을 불러내 융합되면서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고 강화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기억 하나만을 ‘콕’ 집어서 추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빛으로 특정 신경세포만 자극해 연구할 수 있는 광유전학 기술과 영상진단 및 인공지능(AI)을 통한 분석기술이 발전하면서 개별 기억만 골라내 분석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하나의 기억이 어떻게 상호작용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지까지 추적할 수 있다고도 하네요. 이렇듯 뇌과학의 발달과 기억의 비밀이 하나하나 풀려가면서 나이가 들거나 질병을 앓았을 때 왜 기억력이 떨어지는지, 범죄 수사과정에서 증인의 기억이 어떻게 왜곡되는지도 밝혀낼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학습 효율을 높이고 기억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겠지요.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신경심리학자 알렉산드르 루리야 박사가 만난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는 남자’ 솔로몬 셰레셰브스키의 삶을 보면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 결코 축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망각하는 능력이 없어 과거의 현실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졌던 셰레셰브스키는 몽상에 빠져 살다가 결국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학생이나 기억하는 것보다는 잊는 것이 많아지는 나이대의 사람들에게는 그런 무한한 기억력이 부럽기는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적당히 기억하고 적당히 잊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edmondy@seoul.co.kr
  • “오세훈·김문수 당무회의 참석 결론”

    한나라당이 당 소속 시도지사들을 최고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당의 공식회의에 참석해 발언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이 같은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27일 공고하고 오는 30일 전국위원회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표면적으로는 당정청 소통과 함께 시·도와의 소통을 강화한다는 취지이지만 이 같은 내용이 결정되기까지 한 차례 논란을 빚었다.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 등이 중앙정치에서 보폭을 넓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특히 친박근혜계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잠재적 주자들을 키우기 위한 ‘차기 주자 육성 프로젝트’라는 부정적 시각이 강했다. ●친박계 서병수 의원 “책임성 망각” 친박계 서병수 최고위원은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무직 공무원으로서의 지위와 의무는 존중돼야 마땅하다.”면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서 최고위원은 특히 “일부에서 본격적인 대권 레이스에 앞선 흥행성공을 위해서는 잠재적 대권주자의 무한경쟁이 절실하다는 이유로 당무회의 참석을 주장하고 있는데 당무회의가 정치적인 논쟁으로 소모된다는 것은 정책정당으로서의 책임성을 망각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권후보는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자기 역할에 집중하고 성과를 만들어내서 그것이 해당지역 주민들과 국민들로부터 먼저 사랑을 받는 것이 우선”이라고도 일침을 가했다. ●정두언 의원 “당력키우려는 취지일 뿐” 이러한 내용의 당헌 개정안은 지난 20일 정두언 최고위원이 제안했고 그 자리에서 다른 참석자들도 동의해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서 최고위원과 홍준표 최고위원은 불참한 상태였고, 이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또 정 최고위원이 지난 7·14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내걸은 공약이기도 했다. 정 최고위원은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당 자산을 활용해서 당력을 키우자는 취지였다.”면서 “결과적으로 대권주자를 키우는 효과가 있으면 더 좋은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큰 정치인은 누구나 견제를 받기 마련이고 그것이 박 전 대표에게도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사무총장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결과적으로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분들이 당무회의에 나와 잘 활용하는 것은 본인들의 몫”이라면서 “경쟁은 무제한, 다다익선이라야 하며 박 전 대표도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치열한 다자경쟁 구도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서 마찰이 생기자 결국 안 대표와 원 사무총장에게 결정을 위임하기로 했고, 오후 서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 요청으로’라는 전제를 붙인 수정안을 제시해 최종 결정됐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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