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유턴에 환영·반발…한지붕 두토끼 딜레마
조국 “1% 이익만 지켜” 연일 비판반도체 특수 등 분배 목소리 커져
정부가 성장에 방점을 찍은 예산안을 내놓고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 축소안을 폐지하는 등 세제 개편을 후퇴시키자 진보 진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정 지지율이 30%대로 하락한 가운데 민심 회복을 위해 내놓은 안에 전통 지지층이 ‘개혁 후퇴’라고 반발하며 청와대의 고민도 깊어진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일 엑스(X)에 성장을 중요시한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할 수밖에 없다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안타깝지만 지금은 전 정권이 만든 성장보릿고개라 일단 성장 회복에 더 주력해야 한다. 그렇다고 복지를 후퇴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지속적 성장을 회복하지 못하고 0% 성장에 급기야 마이너스 성장으로 가게 되면 양극화는 더 확대되고 심지어 복지 축소가 이어질 수도 있다”며 “‘성장 포기 복지 확대’는 있을 수 없고 ‘성장 복지 동시 확대’는 이상적이나 비현실적이며 부득이하게 현재는 성장에 집중해 파이를 키울 때라고 본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이 양극화에 대응할 재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오자 이같이 설명했다. 진보 진영에서 강조해 온 복지 확대의 지속성을 위해서도 지금은 성장에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다고 직접 설득에 나선 것이다.
류덕현 청와대 재정기획보좌관도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경제가) 나아진 대가로 소득세나 증권거래세, 소비세 등 세수 여건이 상당히 좋게 가고 있는 것이 이렇게 큰 규모의 재정을 생각할 수 있는 배경”이라며 예산안의 기본 구상을 설명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대폭 후퇴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의결하자 진보 진영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을 자처해 왔지만 이번 결정으로 민주당과 정부가 지킨 것은 상위 1%의 이익”이라며 “상위 1%의 반발에 후퇴했고 시장에 ‘버티면 결국 물러난다’는 믿음만 강화해 줬다”고 비판했다.
진보당 의원단도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대기업에는 세액공제와 재정 지원, 전력·용수·부지 특혜를 쏟아부으면서도 그 성과를 하청·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나눌 법적 장치는 외면하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미래대응기금으로 재원을 쌓아 놓을 게 아니라 노동자, 농민, 소상공인은 물론 청년 일자리와 주거, 간병비, 기초연금 등 국민 삶을 직접 개선하는 분야에 적극적으로 재정을 써야 한다”며 성장산업 지원과 함께 성과를 분배할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부동산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에 민심이 악화되면서 이 대통령은 재정경제부와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를 포함한 개각을 단행했다. 또 경제 사령탑인 김용범 정책실장도 사퇴했다. 두 달 가까이 하락한 지지율의 반등 계기를 만들기 위해 경제 라인을 전면 물갈이한 것이다. 심상찮은 민심에 여당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부동산 세 부담을 더 완화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에 이번에는 집토끼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진보 진영의 마음을 달랠 방법이 마땅찮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 등 신임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왼쪽을 너무 챙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조국혁신당 이혜민 의원을 AI미래기획수석으로 발탁했다. 진보 진영 민심을 잡기 위한 조치였지만 용 후보자 지명은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킨 상황이다.
실제로 리얼미터 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진보 성향 응답자 가운데 이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8월 1주 63.7%, 2주 59.1%, 3주 55.3%, 4주 53.3%로 하락 추세다. 오히려 중도층 답변자는 45.3%, 43.4%, 44.6%, 41.4%로 상대적으로 하락 추세가 크지 않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 내 지지자가 과거와 달리 친명, 친문, 친청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이들을 모두 만족시키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