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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객석의 소년이 발레리노로…최태지·윤혜진·이영철이 보여준 발레의 유산

    객석의 소년이 발레리노로…최태지·윤혜진·이영철이 보여준 발레의 유산

    무대 위에 덩그러니 놓인 발레 바. 한 무용수가 걸어 나와 그 옆에서 몸을 풀었다. 카미유 생상스(1835~1921)가 작곡한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가 잔잔히 흐르는 동안 윤혜진(46)은 천천히 어깨를 돌리고 팔을 들어 올리다가 다리를 뻗으며 몸을 열었다. 그가 춤을 준비하는 시간 위로 최태지 전 국립발레단장의 내레이션이 얹혔다. “늘 멀리서 가장 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다”는 그는 “가장 완벽했던 무대보다 다시 용기를 내 이 연습실에 온 네 모습을 보는 게 그 어떤 공연보다 아름답고 기대된다”고 애정을 담아 읽어 내려갔다. 지난 8일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에서 열린 ‘최태지의 발레 오픈 리허설I 를르베: 다시, 무대 위로’의 첫 장면이다. 무용 특화 공연장을 표방해 온 강동아트센터가 개관 15주년을 맞아 마련한 자리다. 지난해 김주원 국립발레단장과 무용수 강경호·이은원·이현준 등이 함께한 무대로 가능성을 확인했다. 올해는 8일 윤혜진과 11월 14일 차진엽(48·국립현대무용단장) 두 회차에 걸쳐 준비했다. 연출을 맡은 최 전 단장의 기획 의도는 분명했다. “인공지능(AI)으로 정보를 바로 접할 수 있는 시대에 AI가 보여줄 수 없는 백스테이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발뒤꿈치를 들어 올리는 기본 동작이자 ‘다시 들어 올리다’라는 의미를 가진 ‘를르베’는 이날 무대의 부제를 그대로 설명한다. 윤혜진에게 이번 공연은 2014년 이후 처음 토슈즈를 신는 자리였다. 애초 토크만 하기로 했던 계획은 준비 과정에서 “작품도 해야지”로 바뀌었고, 그가 마지막 소속 무용단이었던 몬테카를로 발레단에서 만난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 예술감독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 ‘도베 라 루나’ 공연을 허락받았다. 현역의 몸을 되찾기 위해 개인 운동과 발레 클래스, 달리기를 병행했다. “50세를 앞두고 왜 이걸 해야 하나 싶다가도, 거울 속 라인이 달라지는 순간 울컥했다”는 고백은 무대의 전제였다. 무대 위 대화는 최태지 전 단장 시절 국립발레단의 유산을 그대로 보여줬다. 단장과 준단원으로 만난 두 사람이 국립발레단 시절을 되짚는 동안, 한국 발레가 통과해 온 한 시기의 지형도가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정통 클래식을 지키면서도 마이요의 신선한 해석을 입은 드라마 발레 ‘신데렐라’와 ‘로미오와 줄리엣’을 들여왔고, 대형 발레작 ‘스파르타쿠스’까지 시도했던 시간. 그때 쌓아 둔 목록은 지금도 국립발레단의 자산으로 남아 있다. 최 전 단장의 혹독한 지도, 이영철(48) 국립발레단 발레마스터와 ‘신데렐라’, ‘스파르타쿠스’를 공연하다 벌어진 무대 실수 등 다양한 일화들은 객석을 여러 번 웃겼지만 웃음의 끝은 늘 같은 자리를 가리켰다. 오케스트라까지 참여한 무대 리허설 도중 최 전 단장이 객석에서 마이크를 잡고 윤혜진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올림머리가 덜렁거리는 것이 보이니 다시 만지고 오라는 지시였다. 사소해 보이는 요구가 켜켜이 쌓여 단체의 기준선이 된다는 것, 예술감독의 완벽주의가 곧 발레단의 수준이 된다는 것을 선명하게 설명했다. 프로그램 구성도 촘촘했다. 이영철 발레마스터의 신작 ‘소성’은 고려청자가 가마의 시간을 견디고서야 완성되듯 무용수 역시 고통을 통과하며 만들어진다는 은유를 몸에 실었다. 마젠타 색상 조명이 청자의 비색과 겹치며 강렬한 남색과 보랏빛으로 일렁이다 끝에 이르러 옥색에 가까운 빛으로 가라앉는 색의 변화는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린 무용수들이 채운 ‘젠자노의 꽃 축제’ 파드되(유은수·이시환), ‘라 바야데르’ 감자티 바리에이션(김지영), ‘파키타’ 왈츠 바리에이션(김서윤), ‘탈리스만’ 바리에이션(박상욱), ‘실비아’ 바리에이션(김예담), ‘고집쟁이 딸’ 파드되(조희원·이은수)가 이어지면서 무대에는 신선한 에너지가 퍼졌다. 이날의 무게중심은 마지막 ‘도베 라 루나’에 있었다. 알렉산드르 스크랴빈(1872~1915)의 음악 위에 마이요가 새긴 2인무는 세 사람의 인연이 만나는 교차점이기도 하다. 윤혜진은 마이요의 ‘신데렐라’를 계기로 몬테카를로에 갔고, 안재용(34) 몬테카를로 발레단 수석무용수는 국립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발레의 꿈을 품었다. 한 사람의 선택이 다음 세대의 출발점이 되는 과정을 무대가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윤혜진이 이 작품의 기억을 더듬으며 연습한 시간, “가슴에 마이요를 품고” 귀국한 안재용이 달라진 버전을 짚어 주는 시간을 몸으로 풀어내 준 꼭지는 이 기획의 또 다른 강점이었다. 난해하다는 이유로 멀어지기 쉬운 현대 발레 작품에 관객이 다가서게 하는 확실한 방식이다. 객석에 감동이 퍼진 건 마지막 내레이션에서였다. 첫머리 최 전 단장의 애정 담긴 목소리에 대한 윤혜진의 화답이 이어지면서 객석 곳곳에선 조용한 훌쩍임이 퍼졌다. “춤을 추면서 가장 많이 배운 것은 기술이 아니라 버티는 마음이었다”, “믿음이 다시 춤을 추게 만들었다”, “단장님과 함께한 시간은 춤을 배운 시간을 넘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되묻는 시간이었다”는 말은 예술인이 무대에 서기까지 감당해야 하는 시간을 아는 이라면, 다시 세상으로 걸어 나오는 무게를 아는 이에게도 모두 공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무르익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 이 무대는 11월 14일 차진엽이 ‘원형하는 몸’을 토대로 ‘정성’과 ‘돌봄’을 풀어낼 두 번째 이야기를 기다려지게 한다.
  • HDC랩스, 독자 AI ‘모티프 3’ 기반 AI 운영 Copilot 개발 착수…AI Ops 시장 공략

    HDC랩스, 독자 AI ‘모티프 3’ 기반 AI 운영 Copilot 개발 착수…AI Ops 시장 공략

    - Splunk와 AI Agent 결합… 장애 분석부터 대응까지 운영 자동화 구현- 금융권 데이터센터를 시작으로 스마트빌딩·AIoT 플랫폼 등 적용 범위 확대 HDC랩스(대표이사 이준형)가 국가 프로젝트로 진행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모티프(Motif) 3(beta)’를 활용해 AI Agent 기반 ‘AI 운영 Copilot’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고 밝혔다. ‘AI 운영 코파일럿’은 서버 및 보안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원인 파악 및 대응 가이드를 운영자에게 제시하는 솔루션이다. HDC랩스는 머신 데이터(비정형 데이터) 분석·시각화 플랫폼인 스플렁크(Splunk)와 AI 에이전트를 결합해 장애 탐지, 원인 분석, 대응 방안 제안은 물론 반복적인 운영 업무까지 자동화하는 차세대 AI Ops(AI Operations)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개발에 앞서 HDC랩스는 AI 운영 코파일럿의 실제 환경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자체 성능 평가를 진행했다. 사용자가 일상적인 한국어로 입력한 질문을 스플렁크 전용 검색 명령어인 SPL(Search Processing Language)로 얼마나 정확하게 변환하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동일한 한국어 질의 200문항을 대상으로 ▲문법 정확성 ▲실제 실행 가능 여부 ▲질문 의도와의 일치도 ▲보안 안전성 등 4개 항목을 평가한 결과, 단발 응답 기준 ChatGPT 기반 루나서비스와 딥시크 최신 모델은 각각 약 85점을 기록했다. 반면 모티프 3(beta)에 HDC랩스의 자체 최적화 기술을 적용한 모델은 87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평가 항목은 2026년 8월 기준 HDC랩스 내부 기준에 따라 실제 스플렁크 환경에서 진행됐으며, 생성된 SPL이 오류 없이 실행되는지 여부를 중점 검증했다. AI 운영 Copilot은 기존 운영 방식과 달리 로그 데이터를 실시간 추적해 시스템 상태(CPU·메모리 이상, DDoS 공격 가능성 등)를 자연어로 안내하고 필요한 조치 방안을 제안한다. 향후에는 자연어 질의를 SPL로 변환하는 기능을 넘어 장애 원인 분석(Root Cause Analysis), 이상 징후 탐지, 보안 위협 예측, 운영 보고서 작성, ITSM 티켓 생성, 운영 절차(Runbook) 실행, 승인 기반 자동 조치 등 반복 업무를 단계적으로 자동화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파트너사와 협력해 금융권 데이터센터 및 기업 전산센터를 시작으로 스마트빌딩, AIoT 플랫폼, AI CCTV 통합관제, 제조·산업 인프라 분야로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갑자기 아이 아플 때 ‘1주 육아휴직’…방학·휴교 때도 가능

    갑자기 아이 아플 때 ‘1주 육아휴직’…방학·휴교 때도 가능

    갑자기 아이가 아프거나 학교·어린이집이 문을 닫으면 당일부터 1주 또는 2주간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된다. 방학 중 돌봄이 필요할 때도 단기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11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남녀고용평등법·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단기 육아휴직 제도는 오는 20일부터 시행된다. 단기 육아휴직은 자녀가 다니는 학교나 어린이집의 휴교·휴원·방학, 질병·사고에 따른 입원, 감염병으로 인한 격리나 등교 중지 때 사용할 수 있다. 기간은 1주 또는 2주 단위이며 연 1회 쓸 수 있다. 자녀가 여러 명이면 자녀별로 각각 연 1회 사용이 가능하다. 갑작스러운 휴원·휴교나 입원 등 긴급한 사유가 발생하면 당일부터 휴직을 시작할 수 있다. 다만 방학을 이유로 사용할 때는 30일 전에 신청해야 하며 휴직 기간 전체가 방학 기간에 포함돼야 한다. 하루나 사흘처럼 일 단위로 나눠 사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단기 육아휴직 기간에도 육아휴직 급여가 지급된다. 기존 육아휴직 급여를 기준으로 7일 또는 14일분을 환산해 지급한다. 사용 기간은 근로자에게 허용된 전체 육아휴직 기간에서 차감되지만 현행 3회인 육아휴직 분할 사용 횟수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다음 달 18일부터는 임신 중인 배우자를 돌보기 위한 남성 근로자의 육아휴직도 허용된다. 지금까지 남성 근로자는 자녀가 태어난 뒤에만 육아휴직을 쓸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배우자에게 유산이나 조산 등 건강상 위험이 있으면 출산 전에도 사용할 수 있다. 휴직 시작 예정일 7일 전까지 신청하면 된다. 배우자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기간도 길어진다. 남성 근로자는 출산 예정일 50일 전부터 출산 후 120일까지 20일의 배우자 출산전후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배우자가 유산하거나 사산한 경우에는 최대 5일간 휴가를 쓸 수 있는 제도도 신설된다. 유산·사산한 날부터 20일 안에 신청해야 하며 최초 3일은 유급이다. 우선지원 대상 기업 근로자는 유급휴가 기간에 대해 통상임금의 100%를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도 줄어든다. 지금까지 사업주는 14일 이상 구인했는데도 대체 인력을 채용하지 못하면 단축근무를 허용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다음 달 18일부터 이 조항이 삭제된다. 다만 근로시간을 나눠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거나 정상적인 사업 운영에 중대한 지장이 있다는 사실을 사업주가 입증하면 단축근무를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
  • 김정관 장관 “中, 자정까지 일해…주 52시간제 손봐야”

    김정관 장관 “中, 자정까지 일해…주 52시간제 손봐야”

    “中 경쟁 첨단산업 근로시간 손봐야” “일하겠다는 의지 강제로 막아선 안돼” “美, 쿠팡을 농산물 수출 채널로 생각” 과잉생산 美 301조 조사 이달 말 발표 김영훈 노동 장관 “예외 없이도 이익”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6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등이 들어설 메가특구에 ‘주 52시간제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52시간 예외 주장이 과잉됐다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입장과 대립하면서 부처 엇박자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일하겠다는 젊은 사람들의 의지를 제도가 강제로 막아서는 안 된다”며 메가특구 내 주 52시간제 특례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주 52시간제 이슈는 우리의 가장 큰 경쟁 상대인 중국과 비교해야 한다”며 사기업 재직 시절 중국 출장 당시 들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중국 충칭의 한 정보통신(IT) 기업이 ‘996’(오전 9시 출근·오후 9시 퇴근·주 6일 근무) 제도를 도입하려 하자 종업원들이 ‘그렇게 일해서 다른 기업과 어떻게 경쟁하겠느냐’며 반발해 결국 밤 12시까지 일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김 장관은 “중국 내부 경쟁은 정말 엄청나다”며 “중국 노동자들도 회사가 성장해야 본인이 월급을 받아 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가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에 대해서 걱정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열심히 일해서 성취하겠다는 사람들의 의욕과 의지를 제도가 꺾어서는 안 된다”며 “연구개발(R&D) 분야는 물론 스타트업을 비롯한 첨단산업 전반에서 근로시간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첨단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근로 시간 규제를 완화하자는 논리다. 하지만 주 52시간제는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도입된 제도인 만큼 중국의 장시간 근무를 한국 노동시장에 적용해야 할 근거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833시간으로 OECD 평균 1736시간보다 97시간 많은 상황이다. 전날 김영훈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52시간제 적용을 받고 있다며 “예외 없이도 지금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다. 우리가 다 따라잡히고 그런 건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이어 “(주 52시간제 예외 허용 등이) 마치 빠지면 안 되는 것처럼 너무 과잉돼서 건강한 토론을 어렵게 만든다”며 “사실관계에 기초해 합리적 대안을 찾으면 된다”고도 했다. 그는 “양대 노총이 대통령 면담과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으니 노동계와 충분히 소통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기업 노조 성과급 확대 요구에“회사주인은 주주, 주총 동의 얻어야”김정관 장관은 반도체 기업 노조의 성과급 확대 요구에 대해서도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도록 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회사의 주인은 주주이며 주주와 투자자의 이해가 가장 먼저 우선할 때 우리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며 “주주와 투자자의 이익을 무시하는 기업에 누가 투자하고 주주가 되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 피해는 결국 경영진과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며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인센티브 구조에는 반대한다. 최소한 이사회나 주주총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자본시장법과 상법 개정 의견을 관계 부처에 제기해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정관 장관은 한미 통상 이슈로 떠오른 쿠팡 사태와 관련해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 쿠팡을 ‘농산물 수출 채널’로서 한미 무역수지 적자를 완화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 장관은 “많은 미국 정치인이 쿠팡 덕분에 미국의 농산물·수산물·축산물들이 한국에 수입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에 대해 ‘한국 사람들 대부분은 쿠팡이 싼 인근의 중국산을 수입한다고 이해하지, 미국산을 (수입)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 이슈의 본질은 한국 성인의 80% 가까운 정보가 유출되고 그것을 몇 달 동안 몰랐다는 점”이라며 “미국 정치인들에게 ‘미국 성인의 80% 정보가 외국에 유출됐는데 제대로 신고하거나 법적 절차를 밟지 않은 기업을 미국은 어떻게 대할 것 같냐’고 반문하면 대부분 수긍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한국 정부가 쿠팡을 미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차별하고 불이익을 줬다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겠느냐”며 “쿠팡 이슈가 한미 동맹이라는 기초나 기반을 흔들 만큼 한미 동맹이 옅은 수준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김 장관은 과잉생산 관련 미국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가 “이달 말 안에 발표될 것으로 본다”며 한미 통상 당국 간에는 지난해 무역 합의에서 정한 15% 상한선에 대해 컨센서스(합의)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다만 15%는 궁극적 목표는 아니며 경쟁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수준이 목표”라고 부연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24일부터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수입을 문제 삼아 무역법 301조를 적용, 주요 교역국에 10~12.5%의 이른바 ‘강제노동 관세’를 새로 부과했다. 한국에도 12.5%의 관세가 적용됐다. “CPTPP 가입 안하는 게 더 이상해”“한일 비즈니스 코드 맞아…충분히 논의”김 장관은 이와 함께 체결이 사실상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의미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에 대해 “가입을 안 한다는 게 더 이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기업의 활동 영역은 할 수 있으면 넓혀야 하고, 어떤 형태든지 우리가 해외시장을 통해 성장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걸림돌과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우리 농산물과 수산물에 대한 애로사항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논의하고 허심탄회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최선을 다해 국익 차원에서 지혜롭게 판단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는 사기업에 재직 당시 일본 종합상사를 경험해봤다며 “아시아에서 시장 경제, 민주주의, 자유무역 통상에 서로 이해하고 같이 발전해왔던 나라가 한일이고 서로 어떻게 사업해야할 지 비즈니스 코드가 맞다”며 “많은 기업들이 이런 경험을 축적하면서 발전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적·외교적 이슈 때문에 주저하게 되는데 앞으로의 방향은 할 수 있다면 경제 영토를 같이 쓰고 함께 넓혀 나가는 게 우리나라가 잘 되는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메가 FTA인 CPTPP에는 2024년 영국 가입 이후 일본·멕시코·호주·뉴질랜드·캐나다·싱가포르·베트남·말레이시아·브루나이·칠레·페루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과 양자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는 일본과 멕시코뿐이다. CPTPP는 인구 약 5억 8000만명,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이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 4일 이 대통령 주재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아세안, 멕시코 등 신규 시장을 확보하고 K콘텐츠, 소비재 수출을 가속하도록 CPTPP 가입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 과정에서 농어업계와 국회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 산업장관 “CPTPP 가입 검토…농어업계 의견 충분히 수렴”

    산업장관 “CPTPP 가입 검토…농어업계 의견 충분히 수렴”

    멕시코·일본과 FTA 체결 효과 해외 경제 영토 확장…美 조선·원자력 협력 전쟁 후 중동 고부가 플랜트 수주 박차 인도에 한국 기업 전용 산단 조성 中과 FTA 서비스 투자 후속 협상 타결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4일 시장 다변화와 공급망 기반 강화를 위해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검토하면서 농민 등 이해관계자와 적극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아세안, 멕시코 등 신규 시장을 확보하고 K콘텐츠, 소비재 수출을 가속하도록 CPTPP 가입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농어업계와 국회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덧붙였다. 산업부는 CPTPP를 체결할 경우 멕시코와 신규 FTA 체결 효과, 일본·아세안과는 더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CPTPP는 당초 미국이 주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었으나 2017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일자리를 해외로 빼앗는 협정”이라고 비판하며 탈퇴한 뒤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11개국이 조항을 일부 수정해 2018년 출범시켰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메가 FTA인 CPTPP에는 2024년 영국 가입 이후 일본·멕시코·호주·뉴질랜드·캐나다·싱가포르·베트남·말레이시아·브루나이·칠레·페루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과 양자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는 일본과 멕시코뿐이다. CPTPP는 인구 약 5억 8000만명,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이다. 한국은 그동안 가입을 추진해 왔지만 국내 농축산업계의 시장 잠식 우려와 일본 등 기존 회원국과의 협의 지연 등으로 아직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CPTPP를 2021년 한 번 추진했었고 이후로도 관계부처와 이해관계자 의견을 들어가면서 가입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사전브리핑에서 “CPTPP 가입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자통상체제가 무너지고 통상 환경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만큼 산업부는 CPTPP 가입 추진의 필요성을 관계 부처에 말하고 있고 현재 부처 간 협의를 심도 있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산업부의 하반기 정책 목표 중 하나로 ‘해외 경제영토 확장’을 제시했다. 한미 관세 합의에 따른 전략적 대미 투자를 기반으로 미국과는 조선·원자력 등 전략산업 협력을 본격화하고 남미 국가들과는 핵심 광물 협력을 강화한다. 김 장관은 “금번 (이 대통령) 남미 순방은 사실 산업부 업무를 위해서 순방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에 맞는 성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중국과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 투자 후속 협상을 타결하고, 인도에는 한국 기업 전용 산업단지 신설을 추진한다. 유럽연합(EU)과는 에너지·자동차·방산 등 ‘한-EU 경쟁력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협력을 본격화하고, 중동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등 현지 기업과 제조업 인공지능 대전환(M.AX) 협력 확대와 고부가 플랜트 수주 등 전쟁 이후 새로운 협력 기회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몽골과는 CEPA를 통한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현지 유통·소비재 진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일본과도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스와프 등 공급망과 핵심 광물 안보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 세계의 K별들 돌아온다… 8월 발레 극장 설렘 경보

    세계의 K별들 돌아온다… 8월 발레 극장 설렘 경보

    한 무용수를 위해 맞춤 제작한 작품에는 각별함이 있다. 몸의 쓰임과 감정 연기까지 살핀 안무가가 애정으로 빚어낸 결과라 그렇다. 지난주말 서울 예술의전당과 나루아트센터에서는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무용수를 위한 세계 초연작이 나란히 무대를 채웠다. 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내린 ‘우리 시대 에투알 2026’은 파리오페라발레(POB) 에투알(수석무용수) 박세은의 큐레이션에 이탈리아 라스칼라발레단 에투알 니콜레타 마니, 미국 뉴욕시티발레 수석무용수 타일러 펙 등이 합류한 무대다. 문을 연 ‘달빛’은 POB 전 에투알이자 안무가인 장 기욤 바르가 박세은에게 헌정한 솔로 무용작으로, 클로드 드뷔시의 음악에 피아니스트 손정범이 라이브로 함께했다. 박세은이 “숨을 쉬면서 편안하게 출 수 있는 춤”이라 소개한 대로, 테크닉 대신 음악의 결을 따라간 솔로는 뒤이은 화려한 파드되들과 온도 차를 선명하게 만들었다. ‘호두까기 인형’과 ‘백조의 호수’, ‘춤 모음곡’에 ‘라바야데르’로 이어지면서 정교하면서도 우아한 발놀림의 프랑스, 테크닉의 기준이자 드라마의 정석인 이탈리아, 속도와 음악성을 앞세운 미국 신고전주의라는 세계 발레의 세 축을 한 무대에서 견줄 수 있었다. 나루아트센터에서 열린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에선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발레단 세컨드 솔리스트 정서현이 ‘원 플러스 원’을 초연했다. 그를 가장 잘 아는 같은 발레단 리허설 디렉터 겸 안무가 허용순은 토슈즈를 벗은 정서현의 표현력이 어디까지 뻗는지를 경쾌하게 드러냈다. 두 공연으로 시작한 8월, 발레의 밀도는 한층 높아진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선 서울시발레단 창단 2주년 기념작 ‘죽음과 소녀’(14~16일)가 오른다. 한 주제로 두 작품을 묶은 더블빌로, 올해 초연 200주년을 맞은 프란츠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를 공통분모 삼아 크리스티안 슈푹의 ‘일곱 번째 파랑’(아시아 초연)과 알렉산더 에크만의 ‘선인장’을 교차한다. 젬퍼오퍼발레단 수석무용수 강효정이 주역을, 취리히발레단 솔리스트 임수정이 특별 출연을 맡는다. 같은 날 유니버설발레단과 예술의전당이 공동 기획한 ‘백조의 호수’가 막을 올린다.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음악에 마리우스 프티파·레프 이바노프의 안무를 얹은 정통 판본으로, 11회에 여섯 커플이 오페라극장을 장식한다. 마린스키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전민철이 16·19일 객원 주역으로 홍향기와 짝을 이룬다. 21~23일엔 한예종 무용원 개원 30주년 기념 공연 ‘리: 무브 에라(RE : MOVE ERA)’가 해오름극장에서 이어진다. ‘백조의 호수’를 마친 전민철이 마린스키 선배이자 수석무용수 김기민과 나란히 선다. 모나코 몬테카를로 수석무용수 안재용, 워싱턴발레단 이은원,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솔리스트 한성우·박선미도 재학생과 함께한다. 현대무용과 한국 창작춤으로 채운 22~23일 무대까지, 예약 서버를 마비시킬 만큼 관심이 쏠렸다. 안재용은 앞서 8일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에 선다. 개관 15주년 기획 ‘최태지의 발레 오픈 리허설-를르베: 다시, 무대 위로’에서 국립발레단을 거쳐 같은 발레단에서 뛴 윤혜진과 몬테카를로의 대표 레퍼토리 ‘도베 라 루나’를 춘다. 한국발레협회 ‘K발레월드’는 예년보다 한 달 앞당겨 25~30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린다.
  • K-푸드로 할랄시장 공략하는 식품업계, 허영인 회장이 이끄는 파리바게뜨도 가세

    K-푸드로 할랄시장 공략하는 식품업계, 허영인 회장이 이끄는 파리바게뜨도 가세

    전 세계 무슬림 인구가 약 20억 명에 달하고 글로벌 할랄 식품 시장 규모가 2조 달러에 이르는 가운데, 국내 식품 기업들의 할랄 시장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할랄(Halal)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허용된 제품을 의미하며, 원재료부터 생산·유통 전 과정에서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단순한 종교적 기준을 넘어 엄격한 위생과 품질을 보증하는 프리미엄 인증으로 인식되면서 K-푸드 기업들의 해외 영토 확장을 위한 필수 전략 요소로 떠올랐다. 파리바게뜨는 최근 인도네시아 할랄제품보증청(BPJPH)으로부터 자카르타·수라바야·메단 등 현지 23개 전 매장에 대한 할랄 인증을 완료했다. 이에 앞서 올해 2월에는 싱가포르 이슬람종교위원회(MUIS)로부터 싱가포르 전 매장에 대한 할랄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이번 인증은 일부 제품이 아닌 빵·페이스트리·케이크·음료 등 전 메뉴를 대상으로 원재료 공급망부터 생산, 매장 운영까지 전 과정이 할랄 기준을 충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허영인 회장은 지난해 연간 최대 1억 개의 베이커리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파리바게뜨 제빵공장을 말레이시아 조호르주에 구축하며 동남아 시장 공략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파리바게뜨는 조호르 생산센터를 동남아 할랄 시장 공략의 거점으로 육성해 글로벌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삼립의 밀가루 생산·가공 공장인 세종 센터도 2022년 말레이시아 이슬람개발부 산하 공식 할랄 인증기관인 자킴(JAKIM)으로부터 밀가루 생산 라인에 대한 할랄(Halal)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라면 및 외식 업계의 할랄 영토 확장도 이어지고 있다. 삼양식품은 대표 제품인 불닭볶음면 등에 대해 한국이슬람중앙회(KMF)와 인도네시아 이슬람 성직자협의회(MUI) 등 주요 할랄 인증을 취득하며 동남아시아와 중동 시장 진출 기반을 다졌다. 이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UAE 등 무슬림 인구가 많은 국가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으며, 중동 지역 매출은 2024년 약 500억 원에서 2025년 약 660억 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BBQ 역시 최근 할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무슬림 국가인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축적한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브루나이 현지 외식기업 KB COMPANY SDN BHD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다. BBQ는 이번 계약을 바탕으로 수도권 주요 상업지구인 베리비 지역에 캐주얼 다이닝 형태의 1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이후 브루나이 국제공항 인근 상권과 고급 주거지 및 관광·레저 시설이 밀집한 제루동 지역으로 출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무슬림 인구 증가와 함께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주요 이슬람권 국가에서 식품 중심의 할랄 인증 요건이 강화되면서 할랄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할랄 인증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따로 또 같이 사는 ‘소확행 가족’

    따로 또 같이 사는 ‘소확행 가족’

    “오늘은 세 사람이 집에 있습니다.” 제주시 도남동 공유주택 ‘미로헌’(美老軒) 창가에는 작은 인형 다섯 개가 놓여 있다. 인형이 창밖을 향하면 외출 중, 집 안을 향하면 집에 있다는 뜻이다. 전화 한 통 없이도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이 집만의 신호다. 최근 에세이 ‘나이 60, 생판 남들과 산다’를 펴낸 조선희(64)씨는 30일 서울신문과 만나 혈연도, 지연도, 학연도 없는 다섯 명이 함께 사는 미로헌 공동체를 ‘무연고 우연 가족’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1인 가구가 늘면서 혈연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선택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미로헌은 그 가능성을 먼저 살아 보는 작은 실험”이라고 말했다. 신문기자였던 그는 1999년 남편과 함께 제주로 내려와 감귤 농사를 시작했지만 2008년 남편과 사별하며 홀로 남았다. 이후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일하다 정년퇴임하던 무렵 유방암 진단까지 받았다. 방사선 치료를 마치고 제주로 돌아온 날은 2022년 12월 28일, 공교롭게도 남편의 기일이었다. 그는 “그날부터 다섯 명(애칭 써니, 수, 루나, 마루와 비누 부부)의 공유 생활이 시작됐다”고 돌이켰다. “함께 살아 보자”는 과거 교생 실습 시절 제자의 제안에 50~60대 5명이 뭉치게 됐다. 미로헌은 일반적인 셰어하우스와 다르다. 거실과 주방은 함께 쓰지만 방에서는 각자 삶을 유지한다. 식사 당번도 없고 함께하고 싶을 때만 어울린다. 공동생활 유지를 위한 규칙도 있다. 매달 셋째 주 토요일에는 반드시 회의를 하고 쓰레기 배출과 마당 관리, 공동 물품 구매, 방역 등은 나눠 맡는다. 조씨는 이를 “독거의 자유는 지키고 동거의 안전은 더한 삶”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처음엔 덜 외롭겠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살아 보니 가족이 확장되는 즐거움이 있더라”며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커뮤니티 케어”라고 말했다. 암 치료를 받는 동안 함께 사는 사람들이 병원에 동행했고 공항까지 데려다줬다. 몸이 아플 때는 죽을 끓여 주고 늦은 아침까지 방문이 열리지 않으면 먼저 안부를 묻는 돌봄을 경험했다. 조씨는 “앞으로는 친구, 이웃 등 함께 늙어 가는 사람들이 가족이 될 수 있다”며 “초고령사회에 필요한 것은 돈만이 아니라 관계를 만드는 상상력”이라고 강조했다.
  • 동거냐 독거냐 고민하던 중… 생판 모르는 남들과 사는 5명의 ‘조립식 가족’

    동거냐 독거냐 고민하던 중… 생판 모르는 남들과 사는 5명의 ‘조립식 가족’

    “오늘은 세 사람이 집에 있습니다.” 제주시 도남동 공유주택 ‘미로헌(美老軒)’의 파란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작은 한옥을 닮은 중정이 먼저 반긴다. 현관문을 밀면 곧바로 공유 부엌이 나온다. 일반 주택과는 사뭇 다른 구조다. 창가에는 손바닥만 한 인형 다섯 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인형이 창밖을 바라보면 외출 중, 집 안을 향하면 집에 있다는 뜻이다. 굳이 전화를 걸지 않아도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이 집만의 신호다. 최근 에세이 ‘나이 60, 생판 남들과 산다’를 펴낸 조선희(64) 전 제주문화예술재단 경영기획본부장은 이들을 “무연고 우연 가족”이라고 소개했다. 이곳에는 혈연도, 지연도, 학연도 없는 (애칭) 수, 루나, 마루와 비누(부부 사이)와 함께 산다. 저자만 빼고 모두 50대다. 작가 김하나씨는 이들을 ‘조립식 가족’이라 불렀다. 조 씨는 “혼자 늙는 것이 당연한 시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가족이 아니어도 함께 나이 드는 방법을 먼저 살아보는 작은 사회 실험을 4년째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조 씨는 원래 신문기자였다. 그런데 느닷없이 1999년 남편과 함께 제주 서귀포시 토산리로 내려와 무농약 감귤농사를 하며 제주살이가 시작됐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남편은 2006년 암 판정을 받았고,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귤밭을 지켰지만 결국 2008년 세상을 떠났다. 마흔일곱, 너무 이른 나이에 홀로 남았다. 순탄치만은 아닌 인생이었다. 제주를 떠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의 손길이 그를 붙잡았다. 서귀포신문기자로 근무하다 이후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13년간 일하며 정년을 맞았다. 제주 출신이 아니어서 비주류(아웃사이더)였던 그는 ‘주류(인사이더)’는 될 수 없으니 ‘싸가지 있는 아웃사이더’가 되자는 마음으로 제주살이에 빠졌다. 그러나 정년을 앞둔 2022년 또 한 번 시련이 찾아왔다. 유방암 진단이었다. 그는 “암 진단을 받고 일상이 멈추었다”면서 “졸지에 ‘아만자’가 되었다”고 웃었다. ‘아만자’는 암 환자를 잘못 들은데서 비롯한 말이란다. 환자들이 암에 걸린 자신을 마치 남처럼 부를 때 쓰는 표현인 셈이다. 공교롭게도 암 치료는 미로헌을 짓던 시기와 겹쳤다. 2022년 12월 28일 서울에서 치료를 마치고 제주로 돌아온 날은 남편의 기일이었다. 5명이 공유의 삶을 시작한는 순간이기도 했다. 미로헌은 흔히 떠올리는 공유주택(셰어하우스)와는 다르다. 현관과 거실, 주방은 함께 쓰지만 각자의 방에서는 독립적으로 생활한다. 식사도 각자 해결한다. 당번도 없다. 함께 있고 싶을 때만 함께한다. 그는 이같은 삶을 “독거의 자유는 그대로, 동거의 안전은 더한 삶”이라고 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이젠 자식들도 홀로 된 엄마를 걱정하지 않게 됐다. 제주에 올 때마다 다른 입주자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그는 “처음엔 덜 외롭겠다고만 생각했는데 살아보니 가족이 확장되는 즐거움이 있더라”면서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라고 말했다. 암 치료를 받는 동안 함께 사는 사람들이 병원에 동행했고 공항까지 데려다줬다. 몸이 아플 때는 죽을 끓여주고, 늦은 아침까지 방문이 열리지 않으면 먼저 안부를 묻는 돌봄을 경험했다. 가족은 서로에게 당연함을 기대하지만 이들 5인은 소소한 것까지 감사해 하는 ‘소확행’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공동생활이 오래 유지되는 숨은 비결은 철저한 규칙에 있다고 했다. 매달 셋째 주 토요일에는 반드시 회의를 하고, 쓰레기 배출과 마당 관리, 공동물품 구매, 방역 등 모든 역할을 나눠 맡는다. 일정도 공유 애플리케이션으로 서로 공개한다. 갈등을 줄이는 비결도 의외로 단순하다. 사생활은 지나치게 묻지 않는다. 가족사나 과거를 캐묻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간섭보다 존중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오히려 남들과 함께 살면서 자신이 더 성숙해졌다”며 “가족에게는 쉽게 짜증을 낼 수 있지만 남에게는 그렇지 않잖아요. 건강한 긴장이 사람을 꼰대가 되지 않게 한다”고 웃었다. 그가 미로헌에서 실험하고 있는 삶은 단순한 공동주택이 아니라, 초고령사회가 맞닥뜨린 ‘어떻게 함께 늙어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그는 “우리 사회는 아직 가족을 혈연으로만 생각하지만 앞으로는 친구도, 이웃도 함께 늙어가는 사람들이 가족이 될 수 있다”며 “초고령사회에 필요한 것은 돈만이 아니라 관계를 만드는 상상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아직도 가족은 혈연가족만을 떠올리는데 1인 가족이 늘면서 다양한 형태의 가족과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면서 “공유주택 미로헌은 그 가능성을 먼저 살아보는 작은 실험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혹시라도 향후 집을 떠나고 싶어질 때는 어떻게 하는 거냐는 질문에 “누군가가 공유주택의 삶을 끝내게 될 경우 집을 처분하기로 했다. 다만 10년마다 공동체를 유지할지, 아니면 새로운 방식을 찾을지 함께 결정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노인’은 어르신이 아니라 ‘선배 시민’이라며 “권리만큼 책임도 함께 지는 어른으로 나이 들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제주는 우리 사회의 선배이자 시민인 노인이 선배시민으로서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고, 후배시민과 소통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선배시민 지원에 관한 조례도 있단다. 그는 “함께 산다는 것은 의존이 아니라 서로의 안전망이 되어주는 일”이라며 “결국 행복한 노후를 만드는 것은 집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사람들과의 관계”라고 했다. 그는 출판기념 북토크를 오는 31일 오후 4시 제주문학관 4층 대강당에서 연다.
  • 시진핑, 인도 코앞에 J-20 깔았다…스텔스기 집결한 이유 [밀리터리+]

    시진핑, 인도 코앞에 J-20 깔았다…스텔스기 집결한 이유 [밀리터리+]

    중국이 인도와 맞닿은 서부 전선의 공군기지 두 곳에 최신예 J-20 스텔스 전투기 최소 11대를 배치한 정황이 상업위성 사진에 포착됐다. 중국은 최근 J-20 전력을 빠르게 늘리는 동시에 대만해협과 동중국해를 넘어 인도와 맞닿은 서부 전선으로 운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의 라팔 전투기와 S-400 방공망을 둘러싼 공중전력 경쟁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27일(현지시간) 인도 NDTV가 미국 우주정보업체 밴터(Vantor·옛 맥사 인텔리전스)의 상업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 사이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허톈 공군기지와 티베트자치구 담슝 공군기지에서 J-20 총 11대가 확인됐다. 중국군은 배치 목적이나 체류 기간을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9일 촬영한 허톈 기지 사진에는 J-20 7대가 활주로 주변에 나란히 서 있다. 허톈 기지는 인도 라다크의 레에서 북동쪽으로 약 389㎞, 인도 공군의 다울라트베그올디 기지에서는 약 245㎞ 떨어져 있다. 공개된 상업위성 사진을 기준으로 인도 방면 중국 기지에서 한꺼번에 확인된 J-20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다. 담슝 기지에서도 J-20 4대가 포착됐다. 라싸 관할 지역에 있는 이 기지는 인도 아루나찰프라데시 타왕에서 북서쪽으로 약 344㎞ 떨어져 있다. 중국이 라다크와 아루나찰프라데시를 마주 보는 서로 다른 두 전선에 스텔스기를 분산한 셈이다. 고지대 기지서 11대 포착…상시 운용 능력 과시했나 이번 배치가 주목받는 이유는 중국 공군이 고지대 기지에서도 J-20을 반복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히말라야 일대 공군기지는 해발고도가 높고 공기 밀도가 낮아 전투기가 이륙할 때 연료와 무장 탑재량에 제약을 받는다. 중국은 활주로를 확장하고 격납고와 방공시설을 보강하는 한편 공중급유 능력을 키워 이런 약점을 줄여왔다. 두 기지는 운용 조건도 다르다. 허톈은 티베트 고원 기지보다 해발고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전투기가 더 많은 연료와 무장을 싣고 이륙하기에 유리하다. 반면 담슝은 고지대라는 제약 때문에 장기 주둔보다는 단기 전개와 고원 적응훈련, 유사시 분산 운용을 위한 전진 거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인도 전투기 조종사 출신 사미르 조시는 NDTV에 허톈과 담슝에서 확인된 J-20 배치가 “인도를 겨냥한 고지대 기지의 5세대 전투기 운용이 단순한 과시를 넘어 일상적인 임무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인도 공군이 스텔스 탐지 센서와 통합방공망, 원거리 타격 능력을 서둘러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위성사진만으로 전투기들의 작전 준비 상태나 체류 기간, 실제 임무까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단기 훈련을 위해 전개했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두 기지에서 J-20이 동시에 포착됐다는 사실은 중국이 유사시 인도 북부의 여러 전선에 스텔스 전력을 신속히 분산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라팔보다 조기경보기 노리나…승부는 ‘전투망 대 전투망’ J-20의 위협은 인도 라팔 전투기와의 일대일 공중전에만 머물지 않는다. 군사전문매체 아미 레코그니션은 J-20이 장거리 공대공미사일과 낮은 레이더 반사 특성을 활용해 인도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공중급유기 등 고가치 지원기를 압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 지원기가 위협을 피해 후방으로 물러나면 인도 전투기의 탐지 범위와 체공 시간, 작전 반경도 함께 줄어든다. 적은 수의 J-20 편대만으로도 인도 공군 전체의 운용 방식을 흔들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승부를 J-20과 라팔의 기체 성능만으로 판단하기도 어렵다. 중국은 지상 레이더와 조기경보기, 위성, 전자정보체계, 데이터링크를 연결해 J-20에 외부 표적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인도 역시 라팔과 Su-30MKI, S-400, 지상 레이더를 하나의 탐지·교전망으로 묶어 대응해야 한다. 인도는 이 전력 공백을 단기간에 메우기 어렵다. 독자 개발 중인 5세대 스텔스 전투기 AMCA(첨단 중형 전투기) 사업은 2025년 5월에야 민간기업 참여형 개발 모델을 승인받았으며, 실제 전력화는 2030년대 이후로 예상된다. 그때까지 인도는 라팔과 Su-30MKI, S-400을 조기경보기와 지상 레이더에 촘촘히 연결해 J-20에 대응해야 한다. 아미 레코그니션은 인도가 AMCA를 확보할 때까지 저주파·다중기지 레이더와 수동형 센서, 적외선 탐지장비, 공중조기경보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번 배치의 핵심은 J-20 11대라는 숫자 자체보다 중국이 서부와 동부의 서로 다른 히말라야 전선에 스텔스 전력을 신속히 나눠 투입할 능력을 보여줬다는 데 있다.
  • ‘백조 왕자’부터 ‘극장의 마법사’까지…강동아트센터에서 채우는 8월

    ‘백조 왕자’부터 ‘극장의 마법사’까지…강동아트센터에서 채우는 8월

    강동문화재단이 가족 관객을 위한 공연과 전시로 8월의 극장을 채운다. 8월 8일 서울 강동구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에서 ‘최태지의 발레 오픈 리허설’ 첫 번째 무대로 ‘를르베(Relevé): 다시, 무대 위로’가 오후 3시와 6시 두 차례 열린다. 시연과 토크를 곁들여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예술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기획으로 지난해 첫선을 보인 공연은 전석 매진되며 큰 관심을 끌었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를 지낸 발레리나 윤혜진이 첫 게스트로 나선다. 윤혜진은 몬테카를로 발레단 안재용과 장크리스토프 마이요의 ‘도베 라 루나’를 선보이고, 국립발레단 이영철·조연재, 전 스페인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이은수가 이영철이 안무한‘소성(燒成)’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8·9일 대극장 한강에선 와이즈발레단 ‘백조 왕자’를 공연한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화를 옮긴 국내 창작 초연으로, 마녀의 저주로 백조가 된 여섯 오빠를 구하려 침묵의 맹세를 지키는 막내 엘리제의 이야기다. 가족애와 희생, 용기를 발레의 움직임으로 풀어내고 프란츠 슈베르트의 현악 5중주, 중세 유럽풍 무대와 의상을 더했다. 양일 오후 3시에 공연하며, 48개월 이상 관람 가능하다. 독립운동가 박덕배의 시간을 따라가는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연극 ‘세기의 사나이’가 14일 오후 7시 30분, 15일 오후 3시에 대극장 한강에 오른다. 3·1운동부터 한국전쟁까지 훑는 작품으로, 웹툰을 넘기는 듯한 만화적 상상력이 특징이다. 2018년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초연했고 2026년 제4회 서울예술상 연극 부문 스팍 포커스상을 받았다. 21~23일 소극장 드림에서는 접근성 뮤지컬 ‘극장의 마법사’를 초연한다. 갈라파고스 거북이를 이야기하며 감동을 준 ‘해리엇’에 이어 두 번째로 제작한 접근성 공연이자, 강동아트센터 곳곳을 누비며 극장을 이해하도록 한 ‘극장의 도로시’ 세계관을 잇는 스핀오프다. 신인 배우 도로시가 조명·음향·영상 등 극장의 ‘마법사’들을 만나는 여정을 수어통역과 한글 자막, 음성해설로 전달한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무장애 문화향유 활성화 지원사업 선정작이다. 22·23일 오후 5시 대극장 한강에서는 주소연 음악감독의 첫 단독 콘서트 ‘주소연의 디어 마이 뮤직(Dear My Music)’이 열린다. ‘어쩌면 해피엔딩’, ‘번지점프를 하다’, ‘키다리 아저씨’ 등의 넘버를 11인조 오케스트라와 밴드 편성으로 들려준다. 정욱진, 유주혜, 홍지희, 신재범, 이봄소리 등 뮤지컬 스타들이 게스트로 나선다. 이탈리아 그림책 작가 쥬세뻬 비탈레의 ‘동물의 세계’ 전시는 23일까지 아트랑에서 열린다. 원화와 드로잉, 조형물에 미디어아트와 참여형 프로그램을 더했다. 작품들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강동문화재단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뇌졸중 감소, 韓수명 12년 늘렸다

    싱가포르, 일본, 한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기대수명이 가장 긴 나라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 30년 동안 한국인의 기대수명 증가폭은 11.7년으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경희대, 연세대 등 한국 연구진을 중심으로 전 세계 과학자 857명이 참여한 대규모 국제 공동 연구팀은 아시아 34개국을 대상으로 1990년부터 2023년까지 각종 보건 지표가 기대수명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한국, 일본, 싱가포르, 브루나이 등 아시아·태평양 고소득 지역 4개국의 평균 기대수명이 84.1세로 가장 길었다. 이 지역의 여성 기대수명은 87.1세로 남성 81.0세보다 6.1세 더 길었다.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 23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아시아 34개국을 중앙아시아, 동아시아, 아시아태평양 고소득국,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5개 권역으로 나눈 뒤 292개 사망 원인과 88개 위험 요인을 성별, 나이, 연도, 지역별로 나눠 분석했다. 또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2019년을 기준점으로 삼아 1990~2023년, 1990~2019년, 2019~2023년 세 구간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한국인 기대수명은 1990년 71.7세에서 2023년 83.4세로 11.7년 증가했다. 싱가포르가 85.4세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으로 일본이 84.1세로 한국인 기대수명은 아시아 지역 3위로 조사됐다. 한국 여성은 76.0세에서 86.1세로, 한국 남성은 67.5세에서 80.6세로 증가해 남녀 기대수명 격차는 8.5년에서 5.5년으로 감소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을 가장 크게 늘린 요인은 뇌졸중 사망 감소로 조사됐다. 뇌졸중 사망 감소는 기대수명을 3.59년 늘렸으며 이는 전체 증가분의 30%에 해당한다. 아시아 지역 전반적으로도 지난 30년 동안 기대수명은 상승했다. 한국과 일본 같은 고소득 지역에서는 심혈관 질환에 대한 첨단 의학 기술 발전과 체계적인 치료 접근성이 수명 연장을 주도했고 저소득 국가가 밀집한 남·동아시아에서는 영유아 백신 보급, 식수·위생 시설 개선이 수명 상승을 견인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 “네덜란드까지 날아갔다”…日 축구대표 주장과 ‘CM 여왕’ 결혼설

    “네덜란드까지 날아갔다”…日 축구대표 주장과 ‘CM 여왕’ 결혼설

    일본의 ‘CM 여왕’으로 불리는 배우 가와구치 하루나(31)와 일본 축구대표팀 주장 이타쿠라 고(29)의 열애설에 이어 결혼설까지 불거졌다. 일본 주간문춘은 18일 두 사람이 지난해부터 진지하게 교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가와구치와 이타쿠라가 일본에서 드라이브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가와구치는 교제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타쿠라를 만나기 위해 네덜란드까지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가와구치의 지인은 주간문춘에 “가와구치가 이타쿠라를 만나기 위해 네덜란드에 갔다”고 말했다. 일본 매체 스포니치아넥스는 19일 두 사람이 약 1년간의 교제 끝에 결혼을 결심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양측이 교제나 결혼 계획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주간문춘은 가와구치의 소속사와 이타쿠라의 매니지먼트사에 열애설에 관한 사실 확인을 요청했으나 정해진 기한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타쿠라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일본 대표팀의 주장을 맡은 핵심 수비수다. 지난해 8월 네덜란드 명문 구단 아약스로 이적해 활동하고 있다. 가와구치는 일본 나가사키현 출신의 인기 배우로 드라마 ‘사일런트’ NHK 대하드라마 ‘기린이 온다’ 등에 출연했다. 특히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 연속 일본 TV 광고 모델 기용 회사 수 1위를 차지하며 ‘CM 여왕’으로 불리고 있다. 2026년 상반기 조사에서도 단독 1위에 올랐다.
  • “11세 소녀 성폭행·살해”…하루 80건 신고되는 인도의 민낯 [핫이슈]

    “11세 소녀 성폭행·살해”…하루 80건 신고되는 인도의 민낯 [핫이슈]

    인도에서 친구의 생일파티에 간 11세 소녀가 성폭력 피해를 입고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도에서 반복되는 여성·아동 대상 범죄와 경찰 대응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 동부 서벵골주 바루이푸르에 사는 11세 소녀는 지난 4일 저녁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않았다. 가족과 주민들은 소녀를 찾아 나섰고, 다음 날 인근 연못에서 숨진 소녀를 발견했다. 현지 경찰은 소녀가 여러 남성에게 납치돼 성폭력 피해를 입은 뒤 유기된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용의자 4명을 체포했다. 또 다른 용의자 1명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무기를 빼앗으려 했다는 이유로 총격을 받고 숨졌다고 당국은 밝혔다. 피해자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인도법은 성폭력 피해자와 유족을 보호하기 위해 이들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 공개를 금지한다. 소녀의 아버지는 로이터에 “며칠째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족과 이웃들은 실종 신고 직후 경찰이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다며 대응이 늦었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대응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내부 보고서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루 80건 넘게 신고…아동 대상 범죄도 증가인도 국가범죄기록국에 따르면 2024년 경찰에 신고된 성폭력 사건은 2만9536건으로, 하루 평균 80건이 넘는다. 시민단체들은 피해자 비난과 사회적 낙인 때문에 신고하지 않는 사례까지 고려하면 실제 피해는 더 많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동 대상 성범죄도 늘었다. 인도 아동 성범죄 보호법에 따라 접수된 사건은 2024년 6만9191건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최근 한 달 동안에도 어린이 대상 사건이 잇따랐다. 라자스탄주에서는 12세 소녀가 나흘 동안 여러 장소로 끌려다니다 구조됐고, 뉴델리 인근 가지아바드에서는 7세 소녀가 피해를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인도는 2012년 뉴델리 여대생 집단 성폭력·살해 사건 이후 관련 법률을 강화하고 특별법원을 도입했다. 그러나 사건 수는 뚜렷하게 줄지 않았다. 특별법원 목표 2600곳 중 755곳만 설치인도 정부는 2026년까지 성범죄 사건을 전담할 신속처리 특별법원 2600곳을 설치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설치된 법원은 755곳에 그쳤다. 이 가운데 아동 사건 전담 법원은 410곳이다. 전문가들은 뿌리 깊은 여성 차별과 경찰 인력 부족, 장기간 이어지는 재판이 범죄를 막지 못하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성폭력 방지법 제정에 참여한 변호사 카루나 난디는 “지역사회에서 인식을 바꾸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성평등에 대한 이해를 갖춘 경찰과 판사를 선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경찰이 용의자를 현장에서 사살하는 이른바 ‘즉결 처분’을 지지하는 여론도 나오지만, 인권단체들은 정식 수사와 재판 절차를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야한 영상 많이 보는 사람, 더 우울했다”…장기 추적 결과 [라이프+]

    “야한 영상 많이 보는 사람, 더 우울했다”…장기 추적 결과 [라이프+]

    야한 영상을 자주 보는 사람일수록 우울 증상도 높은 경향이 장기간 이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연구진은 영상 시청이 우울감을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독일 뮌헨 연방군대학교 심리학연구소의 로빈 엥겔하르트 박사 연구팀은 미국 성인 2806명을 약 2년간 추적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9일 국제학술지 ‘정신의학 연구’(Psychiatry Research)에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진은 미국 인구 구성을 반영해 참가자를 모집했다. 평균 연령은 51세였고 여성은 전체의 53%를 차지했다. 참가자들은 2022년 3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약 6개월 간격으로 모두 다섯 차례 설문에 답했다. 연구진은 야한 영상 시청 빈도와 최근 2주간 느낀 우울감, 무기력감 등을 반복해서 측정했다. 2년간 다섯 차례 조사…연령·성별과 무관분석 결과 야한 영상을 자주 본 참가자들은 조사 시점마다 상대적으로 높은 우울 증상을 보고했다. 이 같은 연관성은 연령과 성별, 음란물에 대한 도덕적 거부감을 고려한 뒤에도 유지됐다. 연구팀은 두 현상의 관계가 일시적인 기분 변화보다 사람 간의 장기적 차이에서 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평소 야한 영상을 많이 보는 사람이 대체로 우울 증상도 높았다는 의미다. 반면 특정 시점에 영상 시청량이 늘었다고 해서 6개월 뒤 우울 증상이 뚜렷하게 심해지지는 않았다. 우울감이 높아진 뒤 다음 조사에서 영상 시청이 증가하는 흐름도 확인하지 못했다. 연구를 이끈 엥겔하르트 박사는 “미국 성인 집단에서 시청 빈도와 우울 증상이 함께 높게 나타났지만 어느 쪽이 원인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영상 때문에 우울해졌다” 단정 못 해연구진은 외로움이나 스트레스, 부정적 감정을 자주 느끼는 성향 같은 제3의 요인이 두 현상에 함께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우울한 기분을 달래려고 영상을 찾을 수도 있고, 두 행동이 서로 다른 원인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참가자의 자기보고에 의존했다는 한계도 있다. 우울 증상은 최근 2주, 영상 시청은 최근 1년을 기준으로 물어 측정 기간도 달랐다. 또 6개월 간격의 조사로는 하루나 일주일 안에 나타나는 빠른 변화를 포착하기 어렵다. 연구진은 앞으로 일별·주별로 시청 습관과 기분 변화를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결과는 야한 영상을 많이 보는 사람이 더 우울해지는 경향을 보여줄 뿐, 시청 자체가 우울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뜻은 아니다.
  • 새만금에 초고속 국제 해저광케이블 ‘육양국’ 들어선다

    새만금에 초고속 국제 해저광케이블 ‘육양국’ 들어선다

    새만금에 국제 해저광케이블과 국내 통신망을 연결하는 ‘육양국(Cable Landing Station)’이 구축된다. 육양국은 국제 해저광케이블을 육상으로 인입하여 국내 통신망·데이터 인프라와 접속시키는 시설이다. 새만금개발청은 전북도, 군산시, 한국농어촌공사와 함께 새만금 국가산업단지 내 ‘육양국’ 건립을 위해 드림라인㈜와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협약에 따라 드림라인㈜는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340억원을 투자해 국제 해저광케이블 육양국을 구축할 계획이다. 사업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대만, 한국, 일본을 연결하는 총연장 8900㎞ 규모의 ‘AUG East(Asia United Gateway East) 해저광케이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해저광케이블 육양국은 새만금 국가산단 2공구 내에 건설된다. 2027년 1월에 착공해 2029년부터 본격적인 글로벌 통신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새만금이 글로벌 데이터산업의 거점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국내 해저광케이블 육양국은 부산과 거제 등 남해안 지역에 집중돼 있다. 새만금 국가산단에 육양국이 구축되면 서해안 국제 통신망 거점이 마련돼 국가 통신망의 안정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대한민국 3대 메가프로젝트 중 하나인 ‘새만금 대규모 AI 데이터센터(AIDC)’ 조성의 핵심 기반시설 역할을 해 첨단 데이터센터와 글로벌 ICT 기업 유치 등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성요 새만금개발청장은 “이번 협약으로 새만금이 단순 제조 산단을 넘어 세계를 향한 글로벌 디지털 통신 관문으로 도약하게 됐다”면서 “현대차그룹 등 첨단기업과 연계한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기반 신산업 생태계 조성의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준 군산시장은 “육양국 투자협약은 새만금 AI 밸리 조성과 글로벌 디지털 인프라 확충의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새만금이 글로벌 데이터 관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 난임·시험관 시술 관리 앱 ‘페어오라’, 유저 2천 명 돌파

    난임·시험관 시술 관리 앱 ‘페어오라’, 유저 2천 명 돌파

    루나바이오닉(대표 김지연)이 개발한 난임·시험관 시술 관리 앱 ‘페어오라(Pairora)’가 앱스토어 출시 이후 사용자 2000여명을 확보하며 초기 시장 안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페어오라는 시험관 시술 과정에서 필요한 복약 일정, 주사 시간, 병원 방문 일정, 시술 기록 등을 하나의 앱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다. 일반적으로 난임 시술 과정에서는 병원 진료뿐만 아니라 가정 내에서의 정확한 복약 및 주사 관리가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그러나 기존에는 환자들이 병원 안내문, 메모장, 달력, 개인 알람 등을 개별적으로 활용해 각자 방식으로 일정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일정이 복잡하고 약물의 종류가 다양할수록 투약 누락이나 시간 착오 등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적지 않았다. 페어오라는 이러한 관리 편의성을 보완하기 위해 난임 시술 전 과정을 부부가 함께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아내가 일정이나 투약 여부를 앱에 입력하면 연동된 남편의 계정으로도 알림이 전송된다. 이를 통해 복약·주사·병원 일정이 다가올 때 부부가 함께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연결 플랫폼을 지향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페어오라는 부부를 위한 난임 시술 일정 관리를 중심으로 주사 및 복용 알림, 기록 보관함, 데이터 관리, 개인정보 보호 기능 등을 주요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복잡한 주사 종류와 투약 용량, 병원 방문 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전용 대시보드를 배치해 사용자의 오인 가능성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울러 사용자는 앱 내에서 시술 주차별 진행 상황과 과거 기록을 상시 확인할 수 있어, 반복되는 시술 과정에서도 본인의 치료 이력을 보다 체계적으로 누적·관리할 수 있다.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조치도 포함됐다. 난임 시술 정보가 민감한 개인 건강정보에 해당하는 만큼, 기록에 대한 접근 범위를 철저히 페어링(연동)된 부부 계정 간으로만 제한해 외부 유출 우려를 낮췄다. 현재 페어오라는 iOS 앱스토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 중인 가운데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 출시도 앞두고 있다. 루나바이오닉은 앱스토어 출시 이후 확보한 2000여명의 사용자 기반을 토대로 서비스 고도화와 시장 확대를 이어갈 계획이다. 김지연 루나바이오닉 대표는 “난임 시술 관리는 오랫동안 개인이 알아서 감당해야 하는 병원 밖 복약 관리의 사각지대였다”라며 “페어오라가 이 시장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나아가 난임 시술 관리의 대명사가 되도록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 “증시 폭락 때 물려줬는데 세금이 더 나왔어요”…모르면 당하는 ‘주식 증여’ [세테크]

    “증시 폭락 때 물려줬는데 세금이 더 나왔어요”…모르면 당하는 ‘주식 증여’ [세테크]

    최근 국내 증시를 비롯해 미국 증시도 변동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코스피는 하루에 10% 안팎의 진폭을 보이고 있는데요. 일부 수익을 본 투자자라면 자녀에게 ‘알짜 주식’을 증여하고 싶은 마음도 들겁니다. 열두 번째 ‘국세청이 알려주지 않는 세테크’는 이번 증시 변동성을 기회 삼아 ‘부의 이전’을 생각하는 자산가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준비했습니다. 바로 주식 증여입니다. 장단점뿐 아니라 주의사항 등을 일문일답(Q&A)으로 정리했습니다. Q. 주가 폭락한 날에 맞춰 주식을 증여했는데, 왜 세금이 더 나오는 건가요. A. “주식을 넘긴 당일 하루의 주가는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주식을 증여한 날 이전 2개월과 증여한 날 이후 2개월을 합친 총 4개월 동안의 평균 종가가 기준입니다. 만약 주식 증여 이후 2개월간 종가가 다시 올라 전고점을 넘으면 세금 역시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Q. 엔비디아나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외 주식이 똑같이 적용되나요. A. “그렇습니다. 간혹 해외 주식에만 적용되는 특별 규정으로 오해하는 자산가들이 많지만, 앞뒤 2개월씩 총 4개월의 평균 종가로 세금을 매기는 건 같습니다.” Q. 시장 변동성이 클 때 자산가들이 증여를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증여 취소라는 안전장치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주가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폭이 넓어진다는 뜻입니다. 주가가 폭락한 날 일단 자녀에게 증여해 놓고 두 달간 주가 추이를 지켜봅니다. 주가가 바닥을 기면 낮아진 평균 종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내고, 주가가 폭등하면 증여를 취소하면 됩니다. 밑져야 본전인 셈이죠. 변동성이 클수록 싸게 증여할 기회가 생기는 겁니다.” Q. 반도체 주식은 이미 오를 대로 올랐는데 증여해도 될까요. A. “향후 더 크게 오를 우량주라면 오히려 ‘오늘이 가장 싼 가격’일 수 있습니다. AI나 반도체처럼 장기 우상향이 확실한 종목은 지금 고점에서 세금을 내더라도 미래의 상승분을 자녀에게 세금 없이 넘겨줄 수 있습니다. 또 최고점에 증여를 선택했어도 앞뒤 2개월씩 평균 종가로 계산하는 만큼 실제 세금은 이보다 낮게 나옵니다.” Q. 주식 증여 때 세금은 얼마나 나올까요. A. “자녀에게 준 주식 총액에서 성인 자녀 5000만원(미성년 자녀 2000만원)의 면제 한도를 우선 빼줍니다. 그리고 ‘남은 돈’에 따라 세율을 달리 적용해 계산합니다. 남은 돈이 1억원 이하면 10%를 떼지만, 금액이 커질수록 계단식으로 올라가서 30억원을 초과하면 최고 세율이 50%로 치솟습니다. 예컨대 부모 계좌의 원금 1억원이 주가 폭등으로 총 2억원이 됐고, 성인 자녀에게 증여한다고 가정합시다. 국세청은 원금이 얼마이든, 증여하는 시점의 주식 평가액 2억원을 보고 과세합니다. 우선 성인 자녀 면제 한도인 5000만원을 뺍니다. 이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기준선인 과세 표준은 1억 5000만원이 됩니다. 여기서 1억원까지는 세율 10%가 붙고, 1억원을 초과한 나머지 5000만원에 대해선 세율 20%가 적용됩니다. 각 1000만원을 더하면 증여세는 총 2000만원입니다.” Q. 면제 한도인 5000만원을 자녀 계좌에 넣어주고 부모가 대신 주식을 굴려주면, 그 투자 수익은 세금 없이 자녀 돈이 되나요. A. “그렇습니다. 단, 입금 후 바로 국세청에 증여 신고를 해둬야 합니다. 많은 부모가 5000만원까지는 세금이 안 나오니 신고를 안 하고 자녀 계좌에서 주식을 굴리는데요. 예컨대 원금 5000만원이 부모의 성공적인 주식 투자로 훗날 5억원이 됐다고 칩시다. 증여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세청은 원금 5000만원이 아닌 주식 투자로 불어난 5억원을 증여한 것으로 보고 과세합니다. 반면 자녀 계좌에 5000만원을 입금하자마자 증여 신고를 했다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집니다. 수익률 500%, 1000%가 나오더라도 불어난 모든 수익은 자녀의 자산으로 인정됩니다. 다만 부모가 대리 운용할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자녀 계좌에서 임의로 돈을 빼서 쓰면 ‘차명계좌’로 의심받을 수 있습니다. 또 단타 매매를 반복하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부모의 기여분만큼 증여세가 추징될 수 있습니다. 장기 우량주에 묻어두는 게 안전합니다.” Q. 미국 주식을 물려줄 땐 환율과 시차도 검토해야 한다던데. A. “미국 주식의 증여일은 ‘신청한 날’이 아니라 자녀 계좌에 주식이 ‘들어온 날’입니다. 당장 오늘 밤에 증여하더라도 국내 증권사와 한국예탁결제원의 업무 처리에 따라 최종 들어온 날은 하루나 이틀 뒤여서 당초 계획했던 ‘폭락일 증여’가 어긋날 수 있습니다. 환율에 따라 세금 규모도 달라집니다. 국세청은 4개월 동안 미국 종가의 평균액을 구한 뒤, 주식을 넘겨받은 증여일의 환율을 곱해 최종 증여액을 정합니다. 주식을 넘겨받은 당일에 환율이 급등했다면 세금도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Q. 증여 이후 주가가 폭등해 세금 감당이 안 된다면 어떻게 하나요. A. “증여 취소를 선택하면 됩니다. 상속·증여세법상 상장주식은 증여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에 취소하면 증여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봅니다. 처음 넘겨줬던 똑같은 종목의 주식 수 그대로 부모 계좌로 다시 돌려주면 됩니다. 돈이 아니라 주식 수 기준입니다. 다만 자녀가 증여받은 주식을 단 1주라도 중간에 매도했다면 법적으로 취소가 불가능하니 주의해야 합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면 주식을 증여한 날로부터 정확히 2개월이 지난 시점에 국세청 홈택스의 ‘상속·증여재산 스스로 평가하기’ 서비스를 통해 평균 종가를 조회할 수 있습니다. 이를 확인한 뒤 증여세를 신고할지, 취소할지를 결정하면 됩니다.”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네모 코끼리 전시회(이안 지음, 한연진 그림, 사계절) “엄마가/ 요/ 오늘부터 열두 살이니까/ 요/ 오늘부터는 꼬박꼬박 존댓말 쓰라고 해서/ 요/ …엄마도 원래 열두 살 때부터 할머니께/ 요/ 꼬박꼬박 존댓말 썼어/ 요?/ 근데 얼마 전에/ 요/ 마흔아홉살인 엄마가 일흔아홉 살인 할머니께/ 요/ 엄만 왜 아직도 내 말 안 듣고 이 추위에 보일러 안 돌려/ 엄마 땜에 내가 아주 속상해 죽어/ 왜 그렇게 전화했어/ 요?” 읽다 보면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어린이가 무심히 쓰는 말 속에서 리듬을 찾아 우리말을 쌓고 반복하거나 생략하는 변주로, 익숙한 일상을 낯설고 매력적인 놀이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이 특별한 동시 전시회에서 말과 글의 신비를 만나면서 마침내 동심이 가진 나를 만나게 하는 즐거운 성찰을 끌어낸다. 124쪽, 1만 4000원. 이자만큼 성실하게(이소호 지음, 교유서가) “그러니까 순수 예술이 널 보니까 밥을 먹여주지는 않겠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원래 배움이 짧고 신념만 곧은 술 취한 새끼는 지금 설득하는 게 아니다. 또렷한 정신으로 내 문장으로 뭉개주리라. 벼리며 눈앞의 소주를 연거푸 들이켰다.” 등단 12년 차 시인 수진이 자본주의 한복판에서 우아하고도 처절하게 파산하는 과정을 그렸다. 생계를 위해 진 빚이 낳은 이자를 감당하려 역설적으로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해야 하는, 씁쓸하기 그지없는 현실을 유쾌한 블랙코미디로 펼쳤다. 실소와 냉소를 오가는 날카로운 문체로 사기와 실패가 인격 결함이 아니라 자본의 속성이라는 걸 폭로하는 책은 구조적 모순을 응시하는 대담한 오답 노트라 할 만하다. 236쪽, 1만 6000원. 시부야의 초급반(남궁인 지음, 문학동네) “막 동이 튼 후지산이 보였다. 몇 번 보았다고 벌써 배경화면을 보듯 시큰둥해졌다. 풍광을 보고 탄성이 나오는 것은 하루나 이틀까지만이다.…탄성을 지르기 위해서는 다른 경치를 보러 떠나야만 한다. 적당한 행복을 느끼려면 끝없이 계획을 세우고 몸을 움직여야만 한다. 눕지 않고 몸을 움직여서 낯선 방에 가야 하는, 그것 또한 인생의 굴레일 것이다.” 응급의학과 의사이자 에세이스트인 남궁인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다 훌쩍 일본 도쿄로 떠났다. 겨울 휴가를 털어 2주짜리 ‘초급반 유학생’이 돼 낮에는 서툰 일본어를 배우고 오후에는 ‘고독한 미식가’가 되어 이국의 맛을 탐하며 밤에는 맥주 한 잔에 외로움을 달랜다. 낯선 언어와 문화 속을 배회하며 얻는 기묘한 해방감을 일기처럼 풀어낸 글은 독자에게 신선한 대리 만족과 웃음, 따스한 위로를 함께 선사한다. 268쪽, 1만 6800원.
  • [사설] 美, 첨단 AI 수출 잇단 통제… 독자 기술력 더 중요해졌다

    [사설] 美, 첨단 AI 수출 잇단 통제… 독자 기술력 더 중요해졌다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최첨단 인공지능(AI) 모델에 대한 통제 조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오픈AI는 지난 26일 차세대 AI 모델인 ‘GPT-5.6’의 솔, 테라, 루나 세 가지 제품을 공개하면서 ‘정부와 공유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에 한해 우선적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공개 즉시 누구에게나 배포될 수 있었던 AI 모델들이 이제는 미 정부의 승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 필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서명한 행정명령 때문이다. AI 기업은 새 모델 공개에 앞서 최대 30일 전에 정부에 자료를 제출해 보안 취약성 등을 검토받고, 출시 시기와 우선 접근 파트너 선정에도 정부의 협의와 승인을 거쳐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2일 앤트로픽의 최상위 AI 모델 ‘미토스5’와 ‘페이블5’에 외국 국적자가 접근하는 것을 전면 차단하는 수출 통제 지침을 내렸다. 중국과 러시아 등의 군사·정보기관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보호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수출 통제 시행 2주 만에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100여개 기업과 기관에 한해 ‘미토스5’의 사용을 승인하는 서한을 앤트로픽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앤트로픽의 글로벌 AI 보안 협력 체제인 ‘프로젝트 글래스윙’에 참여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은 명단에서 빠졌다. 미국의 이런 조치는 특정 국가와 기업에 핵심 AI 기술을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태롭고 취약한 일인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자국 언어와 데이터,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독자적 모델 즉 ‘소버린 AI’를 구축하는 것 말고는 대응책이 없다. 이는 기술 자립을 넘어 데이터 주권과 정책 자율성,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지키는 길이다. 주요국들은 이미 자국 중심의 AI 생태계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 정부도 AI 주권을 강조하고 있지만 진척은 더디다. AI 국가전략의 양대 축인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과 국가AI위원회 상근부위원장 자리의 공석 사태부터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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