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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인을 이해하는 첫 관문… 우리는 ‘호러’를 찾아간다

    타인을 이해하는 첫 관문… 우리는 ‘호러’를 찾아간다

    ‘좋은 호러’는 약자에게 서사 부여자신을 괴물로 만든 이에게 저항“진짜 공포는 현실 세계 안에 존재” 소설가 스티븐 킹은 그의 작품 ‘샤이닝’을 원작으로 한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샤이닝’을 무척 혐오했다. 킹은 주인공 잭 토런스를 복합적인 인물로 그려냈는데, 영화에선 그런 면모가 대거 삭제됐기 때문이다. 킹은 큐브릭의 ‘샤이닝’을 대중의 뇌리에서 잊히게 하고자 직접 각색한 미니시리즈 버전도 내놨다. 그러나 노력은 허사였다. 킹의 ‘샤이닝’과 큐브릭의 ‘샤이닝’ 모두 역사에 기념비적 작품으로 남았다. 1990년대 PC통신을 통해 한국에 장르소설을 보급한 개척자 듀나가 공포의 본질을 추적하는 신간 ‘공포의 문법’(어크로스)으로 돌아왔다. 킹과 큐브릭의 일화는 듀나가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최근 대중문화 콘텐츠의 대세가 된 호러의 서사구조를 분석한 에세이 15편이 책에 실렸다. 본명이나 나이는 물론 성별조차 철저히 감춘 채 ‘듀나’라는 필명과 토끼 아바타로만 자신을 드러내는 작가가 추구하는 문학관을 엿볼 수 있다. “많은 호러 이야기에서 주인공이나 화자는 (백인) 성인 남성인데, 이들은 대부분 시스템의 최강자 또는 포식자로 존재합니다. … 당연히 이들이 두려워하는 타자들은 현실 세계에서는 약자입니다. 죄 없고 힘없는 사람들을 죽여 놓고 그 사람들을 마녀라고 몰아붙이며 두려워하는 과정의 메커니즘이 호러 장르 전체에 퍼져 있는 것입니다.”(168쪽) 호러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를 타자화, 괴물화했던 인간 문명의 역사와 결을 같이 한다. 하지만 이런 논리에만 머물렀다면 호러는 결코 오늘날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좋은 호러’는 괴물이 된 약자에게 서사를 부여한다. 그리고 자신을 괴물로 만든 주체의 시선에 저항토록 한다. 그 저항을 보며 감상자는 그동안 당연시됐던 ‘정상성’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최근 호러의 양상이 다채로워지고 있다. 이것은 장르가 스스로 갱신하는 힘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조던 필을 필두로 한 흑인 호러 감독의 증가, 코랄리 파르자나 쥘리아 뒤쿠르노, 제니퍼 켄트와 같은 여성 호러 감독의 약진이 대표적이다. 듀나는 이에 대해 “공포는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첫 번째 관문입니다”(202쪽)라고 강조한다. 호러를 ‘즐길’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현실이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은 참혹하다. 호러 영화보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상황을 전하는 짤막한 뉴스가 훨씬 더 무섭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느끼지 못한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 진짜 공포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고, 그건 기껏해야 가짜 피와 특수 분장으로 단련된 호러 팬들이 감당할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라는 것을.”(54쪽)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횔덜린의 광기(조르조 아감벤 지음, 박문정 옮김, 현대문학) “횔덜린이 남긴 가르침은, 우리가 어떤 목적으로 창조되었든, 그것이 우리가 성공을 위해 만들어진 존재는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에게 부여된 운명은 실패하는 것이며, 모든 예술과 학문에서, 그리고 가장 본질적으로는 삶이라는 순수한 예술 안에서 실패하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 실패야말로,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우리가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성취다.” 신학적이고 철학적인 글쓰기로 문학인들을 매료하는 이탈리아 사상가 조르조 아감벤이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1770~1843)의 작품에서 독창적인 생각들을 건져 올린다. ‘빵과 포도주’로 유명한 광기와 착란의 시인 횔덜린을 지금 우리가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368쪽, 2만 2000원. 파란 캐리어 안에 든 것(듀나 지음, 퍼플레인) “원래 작가의 선택은 작가의 욕망과 취향으로 이루어지지만은 않습니다. 돈과 마감 기한을 주는 사람들의 영향력도 커요.” 얼굴도 이름도 모른다. ‘듀나’라는 이름은 그렇게 30년 넘는 세월 한국 SF소설의 최전선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 왔다. 듀나의 신작 소설집이다. 바이러스, 우주, 공룡 등 다채로운 소재를 ‘한국적인’ 방식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듀나다운’ 소설들이라고도 하겠다. 총 여섯 편의 소설이 실렸다. 지루할 틈은 없을 것이다. 여행지에 가져가려거든, 다른 책 한 권을 더 챙기시길. 금방 읽어 버릴 테니. 244쪽, 1만 7000원. 박치기 양(아우야요 글·그림, 책고래) “박치기 양과 삼총사는 나무 열매를 뿌렸어. 열매는 금세 싹이 나고 꽃이 피었지. 점점 자라더니 기다란 나무, 넓적한 나무, 동그란 나무로 변했어. 먹음직스러운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고, 솔솔 향기로운 냄새도 퍼졌어. 어느새 동물들이 찾아와 궁금한 얼굴로 박치기 양과 삼총사를 바라보았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단 들이받는 까칠한 박치기 양. 그런 박치기 양 곁에 친구들이 있을 리 없다. 이리저리 피해 다니기 바쁜 다른 동물들. 먹을 것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기쁨도 잠시, 박치기 양은 외로워졌다. 친구가 필요하다면 두 가지를 기억하라. 기다려야 한다는 것. 그리고 함께하는 기쁨을 알라는 것. 익살맞은 그림은 왜인지 사랑스럽다. 40쪽, 1만 5000원.
  • “한국어로 SF 상상 자연스러워져”

    “한국어로 SF 상상 자연스러워져”

    1994년 2월 11일. PC통신 ‘하이텔’에 짤막한 소설이 하나 올라온다. 제목은 ‘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 마침내 완성된 타임머신에 붙어 있던 나비는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바꿨을까. 본격적인 소설보다는 유쾌한 농담처럼 읽히는 이 이야기는 ‘한국 장르소설의 개척자’로 불리는 작가 듀나(Djuna)의 시작이기도 하다. 최근 그의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책 2권이 잇따라 출간됐다. 초기 단편집을 엮은 ‘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읻다)와 기존 작품을 손질한 ‘너네 아빠 어딨니?’(북스피어)다. 필명 외 본명과 나이 심지어 성별도 알려지지 않았다. 어쩌면 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강산이 세 번 바뀌었지만 그의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 듀나에게 20일 이메일을 보내 ‘앞으로도 정체를 공개하지 않을 작정인가’ 물었다. “제 정체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의 대답이었다. “30년간 완전히 다른 세계가 됐다. 한국어 사용자가 한국어로 SF적인 상상력을 펼치는 게 드물고 어색했었는데 말이다. 지금은 ‘우리’가 포함된 SF 세계가 당연하고 자연스러워졌다.” 국내 장르소설 작가들이 듀나에게 보내는 존경심은 대단하다. 장르소설 서적을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북스피어 김홍민 대표는 자신의 블로그에 ‘태초에 듀나가 있었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 대표는 “듀나는, 김대중 선생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고 전두환씨가 광주 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던 그해부터 각종 장르의 작품을 연재했다”고 썼다.듀나는 “통신망 출신 중에서도 저보다 먼저 활동한 작가가 있었지만 그 시기에 저만의 역할이 있었던 것 같다”며 “제가 판단할 일은 아니지만, 그게 지금 한국어로 된 SF의 성격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고 했다. “연습게임이었다. 작곡과 학생이 대위법 문제를 푸는 것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에 실린 표제작을 포함해 각 단편 끝에는 작가의 세세한 해설이 달렸다. 듀나는 그것을 ‘설명 또는 변명’이라고도 했다. 그는 “20여년 전 글들이고 대부분 아무런 야심 없이 쓰였다”며 “시대적 맥락과 통신망이라는 매체 안에서 의미를 가지는 글인 만큼 그걸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무엇보다 옛날의 저를 놀려먹고 싶었다”는 위트도 덧붙였다. “아바타로 쓰는 토끼(둥근 사진)는 별 의미가 없다. 트위터(일론 머스크 혼자만 X라고 부르는)에 가입했을 때 프로필 사진이 필요했고, ‘cute bunny’로 구글에 검색해서 토끼 사진을 하나 찾았다. 예전에는 돌고래를 썼었는데 토끼만큼 잘 붙지 않더라.” ‘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에 수록된 단편 중 3분의2 정도는 한국인을 주인공으로 한다. 듀나는 “당시에는 SF 장르의 주인공을 ‘백인 남성’으로 상상하는 게 자연스러웠는데 그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조건을 깨려고 했던 시도가 보인다는 점에서 이 책이 의미가 있겠다”고도 했다. 한국어로 된 SF가 어색하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거의 매일 작품이 쏟아지고 있다. 그는 현재를 이렇게 진단했다. “(한국 SF소설에) 계보가 생겼다는 것. 자신을 품은 SF 상상력이 당연해졌다는 게 중요하다. 이제 더이상 ‘한국어 SF’는 게토가 아니다. 이미 SF를 쓰는 것이 특별한 도전이 아닌 시대가 된 것 같다.”
  • 장르소설은 허깨비? 가짜라 더 아름다워[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장르소설은 허깨비? 가짜라 더 아름다워[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미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진짜보다는 가짜가 낫다. 천연 다이아몬드 원석과 세공된 인조 다이아몬드 중 아름다운 건 후자다. 생화보다 조화를 좋아했다는 김춘수 시인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소설가 위래(33)는 장르소설의 미학을 이렇게 압축했다. 여느 장르소설 작가처럼 그 역시 얼마간 베일에 싸여 있었다. 사진 촬영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인터뷰 기사에 캐릭터를 사용하길 희망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로테스크한 인형…. ‘위래’도 필명이다. ‘위아래’에서 ‘아’ 자를 뺀 것으로 별다른 의미는 없단다. 다소 낯설지만 요즘 장르소설 업계에서 이 정도 신비주의는 꽤 흔한 전략이다. “장르소설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장르마다 사정이 다르다. 영화·드라마 제작 지원도 많은데, 문제는 ‘영상화할 수 있는 소스를 제공하라는 요구다. 소설의 가치는 제작비를 상관하지 않는 자유로운 상상에 있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할 지면이 더 많아져야 한다.”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확인한 위래의 문장은 딱딱하기 그지없었다. 소설 속 문장도 그렇다. 톡 건드리면 부러질 듯 위태롭다. 하지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고 끝까지 파고든다. 소설은 본디 거짓의 예술. 장르소설은 그 거짓을 누구보다 집요하고 뻔뻔하게 밀어붙인다는 점에서 그의 문장과 직업은 퍽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작가의 브랜드는 창작물만으로도 담보할 수 있다. 창작 환경이 오프라인 위주일 땐 홍보를 위해서라도 작가를 드러냈다. 이젠 아니다. 불필요한 정보는 굳이 공개하지 않는다.” 웹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는 말보다는 작품으로 이야기하는 걸 즐기는 듯하다. 2010년 네이버 ‘오늘의문학’에 실린 ‘미궁에는 괴물이’로 첫 고료를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황금가지 출판사의 ‘종말문학 공모전’에 당선됐고 웹소설 ‘슬기로운 문명생활’은 웹툰으로도 연재 중이다. 오는 11일 단행본 ‘허깨비 신이 돌아오도다’(아작)도 출간된다. 사물의 공간과 기억을 들여다보는 ‘시공 감응’ 능력자들이 사람을 제물로 삼는 괴물들과 맞선다는 재밌는 상상력의 소설이다. “로저 젤라즈니는 내 소설의 기원이다. 이언 뱅크스가 보여 준 잔인함은 아직도 흉내 내는 중이고 차이나 미에빌의 기이함을 재현하려 한다. 망가진 캐릭터는 니시오 이신, 어두운 분위기는 오쓰이치, ‘이런 걸 써도 된다’는 긍정은 듀나에서 왔다. 김보영의 결말을 보고 ‘반전이 없으면 소설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졌다. 그리고 여전히 이영도가 보여 준 세계에서 소설을 쓴다.” 존경하는 작가가 누구인지 물었다. 위래는 국내외 걸출한 장르소설 거장을 여럿 호명했다. 하나같이 빛나는 고전을 써낸 이들이다. 그럼에도 문단은 이들의 작품이 과연 진지한 ‘문학성’을 갖췄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쉽사리 거두지 않는다. 장르문학의 예술성은 언제쯤 오롯이 인정받을 수 있을까. “장르성이 문학성을 해친다는 신화가 있다. 나는 이런 신화를 용인하지 않는다. 독자에겐 읽게끔, 작가에겐 쓰게끔 한다는 점에서 장르성은 문학성과 동등한 지위를 가진다. 그동안 장르성은 비평적으로 의미 있게 다뤄지지 못한 게 사실이다. 문학은 분명 문예 전반을 지칭하지만, 여전히 장르소설은 문학성이 모자란 것으로 취급되곤 한다. 문학성이라는 개념이 확장돼 앞으로 장르소설의 가치까지도 포섭해야 한다고 믿는다.”
  • 악인에게 부여한 서사는 그 자체로 악일까

    악인에게 부여한 서사는 그 자체로 악일까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명제에서 출발한 9가지 쟁점창작물 속 빌런들 묘사 분석악을 소재로 삼은 작품 쓸 때공감이라는 강박 경계해야 최근 들어 잔혹 범죄들이 미디어에 자주 등장한다. 소셜미디어(SNS)에도 상상도 못 한 황당한 빌런(악당)들 이야기가 넘친다. 잔혹 범죄가 발생하면 언론들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선정적 보도에 열을 올린다. 심지어 범죄 전문가라는 이들까지도 본인의 전문 영역을 넘어서 서사를 부여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악인의 서사’(돌고래)는 이런 문제의식에 대해 소설가, 영화평론가, 문학평론가, 번역가, 영문학 연구자, 웹소설 작가, 비평가 등 9명의 전문가가 제시한 일종의 ‘악에 대한 서사 분석 보고서’다. 절대 악의 화신부터 악당이라고 부르기엔 모호한 빌런까지 수많은 소설, 영화, 드라마에서 이들이 어떻게 묘사되고 설명되는지와 문제는 무엇인지를 9가지 쟁점으로 철저히 분석했다. 저자들은 “문학 작품을 포함해 수많은 창작 서사는 인간의 복합성, 양가성, 윤리적 딜레마 등을 간접 체험하는 장소로 기능했다”면서 “이런 창작 서사의 입체성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전제한다. 이들은 악의 서사와 재현 문제를 엄격히 논하려면 간략한 한 문장의 선언보다는 상세하고 정연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저자들이 분석한 작품과 인물은 한국 드라마 ‘작은 아씨들’, 웹소설 ‘나 혼자만 레벨업’, 슈퍼 히어로물 ‘어벤져스’, 스릴러물 ‘양들의 침묵’, 정유정의 소설 ‘완전한 행복’, 셰익스피어 작품들, ‘레미제라블’, ‘죄와 벌’을 거쳐 논픽션 ‘H마트에서 울다’까지 시대와 장르를 넘나든다. 문학평론가 박혜진은 ‘악이 동굴에서 나올 때’라는 글에서 ‘공감’이 악에 대한 서사에 모순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공감은 이야기의 기본 속성이자 주요 덕목인데 악을 소재로 삼은 작품에서만큼은 작가와 독자 모두 악인에게 공감해서는 안 된다는 요구에 직면하면서 필연적 모순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악에 관해 서술할 때는 ‘공감’이라는 강박을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스터리 전문지 ‘미스테리아’ 편집장인 김용언은 ‘범죄의 기술(記述): 선정주의를 넘어선 범죄 논픽션’이라는 글을 통해 “악은 곳곳에 존재하고 우리는 매일 매순간 작은 악의 돌부리에 발이 걸려 비틀거린다”면서도 “악인에게 목소리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범죄자들에게도 그런 상황으로 내몰린 가슴 아픈 비밀의 이유가 있었다는 관대한 이해, 범죄 과정을 최대한 전달하겠다는 이유로 범죄자 일인칭 시점에서 피해자를 ‘사냥’하는 과정을 집요하게 표현하려는 태도 같은 것들이다”라고 지적했다. 책을 기획한 김지운 편집자는 “OTT 플랫폼 다양화로 서사 콘텐츠 향유가 전례 없이 일상화되고 SNS로 인해 현대인들은 이야기 홍수에 노출됐다”면서 “악인의 서사를 불매와 분서갱유 구실로 고착시키기보다는 ‘악인에 대한 서사’를 어떻게 바꾸고 바라봐야 할지 차분히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SF=男들의 영역’ 편견 깬 두 여자, 소외된 존재를 그린다

    ‘SF=男들의 영역’ 편견 깬 두 여자, 소외된 존재를 그린다

    한국 작가 최초로 미국 SF 웹진 ‘클락스월드’에 단편 소설을 발표하고, 미국 최대 출판그룹 하퍼콜린스와 판권을 계약한 소설가. 1만 부도 팔리기 쉽지 않다는 요즘, 첫 소설집(‘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20만 부 돌파를 목전에 둔 작가. ‘SF의 불모지’라던 한국에서 움튼 김보영·김초엽 작가의 현재다. 이들은 2004년(김보영), 2017년(김초엽) 데뷔 이래 지난해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SF 전성시대’를 견인하는 여성 작가들이다. 전직 게임 시나리오 작가 및 기획자(김보영), 포스텍에서 생화학 석사 학위를 받은 과학도(김초엽)라는 정체성에서도 이들이 걸어온 결연한 길이 느껴진다. 먼저 가고 따라가다 이제는 함께 가는 두 작가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근황이 궁금합니다. 코로나19로 ‘SF적인 시국’에 어떻게 지냈나요. 김보영 사실 소설가는 가장 타격을 덜 입은 직종이라, 지금 고생하시는 분들 생각하면 뭐라고 할 말이 없어요. 제 일상은 변화가 없고 강원도 집(평창)에서 계속 쓰고 있어요. 서울에서 사소한 일로 부르는 일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게 없어져서 오히려 작업할 시간이 늘어 편한 게 있어요. 김초엽 동료 작가 중에 강연 많이 하시는 분들은 타격이 크더라고요. 저도 주위 상황을 보면서 마음이 안 좋았고요. 원래 카페나 공용 작업실에서 글을 쓰다가 지난해 하반기에 원룸을 구해서 작업실로 쓰고 있어요.-한국 SF 문학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두 분인데요. 처음 SF를 만난 순간을 떠올려 본다면요. 김초엽 어렸을 때 과학에 빠졌는데 과학 논픽션 작가들이 SF를 레퍼런스로 많이 다루더라고요. 한국 SF 소설을 접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 배명훈 작가의 ‘타워’가 처음이었어요. 제가 SF 소설에 갖고 있던 생각처럼 진지하거나 심각하지 않고 유쾌하더라고요. 그 무렵 세계 천문의 해 기념으로 나온 앤솔러지 ‘백만광년의 고독’에서 김보영 작가님 작품도 보게 됐어요.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를 보고 완전 감동받았죠. 김보영 너무 감동이네요. 눈물 날 거 같아(웃음). 제가 어릴 때는 한국에 SF라는 명칭을 단 책이 거의 나오지 않았고, 인터넷도 없었어요. 그런데 초등학교 들어가니 방학숙제로 과학도서 독후감이 있더라고요. 서점에 가 보니 매대 근처에 ‘SF’라고 쓰인 책이 몇 권 있었어요. 해문사에서 나온 아동용 SF 시리즈였는데 그 책을 사서 독후감을 냈더니 선생님이 받아 주더라고요. 어느 시점부터 그 책들이 다른 책에 비해 미친 듯이 재밌었어요. 생각해 보면 사실 그 이전부터 저는 환상 소설을 좋아했어요.-SF를 직접 쓰게 된 건요. 김초엽 그건 훨씬 더 나중이었어요. 재밌게 읽다가 학교(포스텍)에서 SF를 다루는 수업을 들었어요. 그때 ‘나 SF 좋아했었지’라는 생각이 되살아났고요. 교내 공모전도 몇 번 열렸었는데 그게 소설을 직접 써 보는 계기가 됐어요. 김보영 어릴 때부터 썼는데, 어른들에게 보여 줄 용도로 동화를 쓰고 아무도 안 보여 줄 용도로 SF를 썼어요. 사실 저는 우리가 어릴 때 접하는 작품이 다 기본적으로 환상이나 SF라고 생각해요. 한국에서는 SF와 판타지가 확연하게 두 언어인데, 사실은 중국에서도 ‘과환’이라고 하죠. 우리는 휴고상을 SF에 주는 상으로 인식하는데 ‘해리포터’도 휴고상을 탔어요. 그래도 왜 판타지가 아니라 SF를 쓰느냐면 현대의 환상은 과학이니까요. 제 안에서 나오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소설을 썼을 때 SF였어요. -김보영 작가님은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였고, 김초엽 작가님은 생화학을 전공한 과학도입니다. 둘 다 한국에서는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지는데 SF도 기실 그런 측면이 있죠. 지나온 시간을 회상해 본다면요. 김초엽 제가 대학 다니던 때가 페미니즘 리부트 시기와 겹쳐서…. 제 또래 여학생들은 대부분 페미니즘 전사로 거듭났어요. 막상 작가가 되니까 여기는 생각보다 괜찮더라고요. 아무래도 여성들이 많은 분야이기도 하고 ‘미투’ 등 성폭력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이 일어난 이후에 작가로 데뷔해서 그런 거 같아요. 오히려 이공계 대학에 있을 때 차별을 많이 겪었죠. 여학생은 공대의 꽃, ‘아름이’ 취급하는 분위기가 강해서 사소하게는 조별 과제를 할 때도 여성은 떨어뜨려 배치하는 식의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았고요. 학내에 성폭력 사건이 많아도 화제가 잘 안 됐어요. 김보영 회사에서 게임 기획자 여럿 중에 혼자 여자였는데, 다른 기획자보다 네 배를 일해도 승진은 안 되고 월급도 안 오르더군요. 회사가 커지고 다들 이사가 됐는데 저 혼자만 대리 직급이더라고요. 게임에 들어가는 텍스트 전부를 저 혼자 썼는데도…. 그래도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열 배를 하면 팀장이 되고, 내 게임도 만들 날이 오리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어요. 그런데 내가 남보다 열 배를 할 만큼 게임을 사랑하나 생각해 봤는데 그건 아닌 거예요. 그때 다 내려놨던 것 같아요. 소설을 쓰면 돈은 못 벌어도 혼자 하는 일이니 내 성취가 오롯이 내 것이 되기는 할 것 같았어요. 하지만 성별 차별을 인식하는 것은 복잡한 문제예요. 내가 모든 것을 다 잘했다는 확신을 하고, 그런 확신을 하는 내가 정신이 멀쩡한 사람인지 점검하고, 그래서 온전한 자기 확신 속에서 내가 차별받을 조건을 다 제해서 남은 것이 없는데도 상황이 기이하다 싶으면, 그때 비로소 성별을 생각하게 돼요. 차별은 내가 가진 모든 것에서 오니까요. SF를 남성의 영역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말하자면 온라인 서점 알라딘이 독자 성비를 공개하고 있거든요. 독서 인구의 80%가 여성이고, 그중에서 SF는 남성이 약간 많은 장르이긴 해도 여전히 웬만한 책이 여자 7 남자 3 수준이에요.(알라딘 통계 기준 2010~2020 SF 여성 독자의 비중은 63.2%.) 다른 분야에 비해 약간 남자가 많다는 이유로 SF를 남성의 영역으로 속여 왔던 거죠. -그에 못지않게 ‘한국은 SF의 불모지’라는 말도 클리셰에 가까워요. 실제 김보영 작가님은 2004년 데뷔 후 첫 단편집을 내려고 했을 때 출판사로부터 “한 번도 국내 작가의 단독 SF 단편집을 출간한 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면서요. 김보영 그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 SF를 출간할 수 있다는 기대는 한 점도 없었어요. 듀나(1997년부터 SF 소설집을 출간한 ‘얼굴 없는’ 작가)는 있었는데 듀나는 듀나인 거죠. 그래서 인터넷에 올리는 것으로 만족하자고 생각했는데 그해 공모전(2004년 제1회 과학기술 창작문예 중편소설 부문)에서 당선이 됐어요. 사실 기반 없이 공모전만 생긴 거여서 책을 낼 수 있는 출판사도 없었어요. 그래도 공모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실감을 한 게 어쨌든 작가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들이 살려고 뭐든 해서 지금의 환경을 만들었던 거 같아요. 사실 저는 SF가 아닌 다른 것을 하려고 했지만 써지지가 않았어요. SF가 제게는 소설의 원형적인 형태였으니까요. 뭐가 안 되는 것도 무언가가 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초엽 저도 데뷔하고 나서 SF 지면이 거의 없다는 게 고민이었어요. 한정된 SF 지면이었지만 기회가 주어져 책을 빨리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당시 한국문학 분위기가 바뀌어서 예전에는 SF를 싣지 않았을 법한 곳에서 지면을 준다든지, 순문학을 출간하던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단행본 계약을 하기도 했죠. 한국 문학계도 예전보다는 재밌고 잘 읽히는 이야기들을 선호하면서 독자 친화적인 환경으로 바뀌지 않았나 싶고요. 그러면서도 가볍게만 보지 않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분위기가 있는 게, 제 활동 시기랑 맞아떨어졌던 거 같아요. 김보영 사실은 김초엽이 분위기를 바꾸고 문을 연 것이 크지요. 그래서 이후의 작가들도, 실은 이전의 작가인 저도 그 열린 문으로 갈 수 있었고요. 그 점에서 참 고맙죠. 두 작가가 만드는 SF 세상에서는 지금껏 조명되지 않았던 존재가 서사의 중심에 선다. 사이보그의 몸을 한 여성 우주인과 할머니 과학자(김초엽), ‘합성신체’를 통해 성전환이 가능해진 사회, 사람의 몸에 들어간 인공지능(김보영) 등이 그렇다. 광활한 우주에 백인 남성이 등장해 때려 부수는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SF의 전부가 아님을 알게 한다. -두 분의 소설은 소외된 존재를 향합니다. 여성 서사에 대한 조명도 두드러지고요. 그래서인지 한국의 SF는 ‘올바른 장르’라는 느낌이 드는데요. 김초엽 SF가 그러한 장르적 특성을 갖고 있다기보다는 독자들의 선택에 의해서 추려진 거 같아요. 사실 SF라고 해서 윤리적이진 않아요. 예전 SF 작품들 보면 백인 남성을 기준으로 제국주의적인 면모가 많이 드러나죠. 현대로 넘어오면서 다양성을 더욱 추구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리얼리즘 문학에 비해서는 작가의 사상이 좀더 선명하게 구현되는 장르예요. 현실에 비해 차별을 재현하더라도 선택적으로 보여 줄 수 있으니까요. 한국의 SF가 그렇다기보다는 동시대 SF가 다양성을 추구한다고 생각하고요.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는 게 어떤 소설에 윤리적이라는 프레임이 붙어버리면 무결함에 대한 강요가 될 수 있어요. 비판받을 지점이 있다 하더라도 사회적 맥락에서 읽혀야 하고요. 지금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독자들이 지친 게 있다 보니 이 작품이 ‘클린하다’, ‘여성 서사다’라고 말씀하시는 경향이 있죠. 김보영 셰릴 빈트(SF 학술지 ‘과학소설연구’ 편집장)가 쓴 ‘에스에프 에스프리’라는 비평서에서 ‘SF는 세 종류가 있다’고 해요. 흔히 생각하는 스페이스 오페라처럼 모험을 떠나는 작품, 미래 세상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작품, 새로운 윤리나 철학을 실험하는 작품이 있다고요. 셋은 굉장히 다른데 모두 SF로 묶이고 있다는 말로 책이 시작되는데요. 한국에는 이들이 전부 다 균형 있게 들어오지 않아서 일률적으로 보이는 듯해요. 사실 지금은 종류별로 다양하게 나오고 있고 독자들이 선호하는 작품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말하자면 지금 한국 독자들이 저 세 SF 중에서 세 번째를 선호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 거죠. 어쨌든 한국 SF의 초창기에 듀나가 있었고 저도 있었고요. 정세랑·김초엽·천선란·문목하 작가 같은 분들이 계셔서 ‘이 역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봐요. 그런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요.
  • 분노했다, 어긋난 윤리… 강해졌다, 저력의 여풍… 탄생했다, 코로나 문학

    분노했다, 어긋난 윤리… 강해졌다, 저력의 여풍… 탄생했다, 코로나 문학

    2020년의 한국문학은 그 어느 때보다도 새 시대의 문단, 창작 윤리를 치열하게 질문했다. 여성 작가들의 강세가 여전한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을 문학에 담는 작가들의 노력이 보였다.●이상문학상·김봉곤 사태, 문학 윤리를 묻다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로 연초마다 문학 애독자들을 설레게 했던 이상문학상이 일으킨 사태의 파장은 길었다. 우수상 수상 예정자였던 김금희·최은영·이기호 작가가 저작권 양도에 문제 제기를 하며 수상을 거부해 불거졌고, 이후 전년도 대상 수상자인 윤이형 작가의 절필 소식이 알려졌다. 작가·시인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문학사상사_업무_거부’ 운동을 벌이며 사태가 커졌다.7월에는 사적 대화를 소설에 무단으로 인용, 사생활 침해 논란을 낳은 김봉곤(35) 작가의 책이 전량 회수 및 환불 조치에 들어갔다. 김 작가는 이 작품으로 수상한 제11회 젊은작가상을 반납했다. 이를 기점으로 ‘오토 픽션’(자전 소설)에서 실제와 허구는 어디까지 구현돼야 하는가를 놓고 논의가 일기도 했다. 출판·창작 윤리에 대한 활발한 문제제기는 세대교체의 한 흐름이라는 게 문학계의 평가다. 노태훈 문학평론가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문학을 신비화한 예술로 보기보다는 계약에 따라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는 행위라는 인식들이 퍼져 있다”며 “관행적인 부조리를 더는 이어 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젊은 여성작가 강세… 청소년 소설 인기 상승 지난해 문학계를 이끈 장르가 에세이였다면, 올해는 소설이었다. 이달 교보문고가 발표한 2020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 내에 소설 분야만 17종이 포함됐다. 특히 한국소설과 청소년소설의 반향이 두드러졌다.한국소설의 약진은 젊은 여성 작가들이 견인했다. 정세랑 작가는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선보인 ‘보건교사 안은영’(민음사)을 비롯해 교보문고의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30위 내에 3종을 올렸다. ‘영 어덜트 소설’(청소년과 어른이 함께 보는 소설)의 대표로 자리매김한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창비), 신예 이미예 작가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은 청소년, 성인 독자 모두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청소년들의 개학이 미뤄지고, 학원도 휴원하면서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도 이들 소설의 판매고를 올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특히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전자책으로 먼저 출간됐다 종이책으로도 나온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20만 부 이상 출고되며 신예 작가의 저력을 보여 줬다. ●이 시대를 선명하게 담은 ‘코로나 문학’ 코로나19는 작가들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쳐 이른바 ‘코로나 문학’을 낳았다. 코로나19를 소재로 한 소설 앤솔러지, 기획 시집, 수필집들의 출간이 이어진 것이다. ‘여기서 끝나야 시작되는 여행인지 몰라’(알마)와 ‘혼자서는 무섭지만’(보스토크프레스)은 코로나19로 위축된 일상을 살아가는 작가들의 작품집이다. 시인과 소설가, 에세이스트, 그림 작가, 사진작가 등 다양한 필진이 참여해 감정 교류를 시도했다. 코로나19가 보여 주는 사회 모순을 고발하는 소설 앤솔러지로 젊은 여성 작가 네 명(조수경, 김유담, 박서련, 송지현)이 써내려간 ‘쓰지 않을 이야기’(아르테)도 있다. 김초엽, 듀나, 배명훈 등 SF(과학소설) 작가들은 전염병을 소재로 미래 사회를 떠올린 앤솔러지 ‘팬데믹: 여섯 개의 세계’(문학과지성사)를 쓰기도 했다. 18개국 56명의 시인들도 코로나19 극복을 노래하며 프로젝트 시집 ‘지구에서 스테이’(앤드)를 펴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침방울 튀는 발음 ‘ㅊㅋㅌㅍ’…22세기 한국에선 사라졌다?

    침방울 튀는 발음 ‘ㅊㅋㅌㅍ’…22세기 한국에선 사라졌다?

    쓰지 않을 이야기/조수경 외 3인/아르테/208쪽/1만 1000원팬데믹/김초엽 외 5인/문학과지성사/196쪽/1만 3000원전 세계 인류를 유례없는 공포와 혼란에 빠뜨린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진단한 책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설은 현실을 왜곡, 확장시킴으로써 더욱 다층적으로 드러내는 장르다. 서로가 서로의 숙주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상존하는 세상에서, 10명의 작가들이 빚어낸 단편소설 앤솔러지 2권은 시대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한다.아르테가 출간한 ‘쓰지 않을 이야기’는 보다 ‘지금, 여기’에 집중했다. 젊은 작가 네 명(조수경, 김유담, 박서련, 송지현)의 시선으로 전 세계를 뒤덮은 전염병이 보여 주는 사회의 모순을 고발한다. 조수경 작가의 소설 ‘그토록 푸른’은 코로나 시대, 가장 취약한 노동 현장의 얘기다. 여행사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퇴직한 31세 여성 주소영은 새벽배송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손과 발끝에 감도는 푸른빛으로부터 시작되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기, 소영도 자신의 몸에서 이상징후를 발견하지만 냉동고에 들어가기 전, 문진표에는 번번이 ‘아니오’를 체크한다. 전염병보다 더 무서운 게 원룸 월세, 카드 이용 대금 명세서 같은 현실적인 고민들이기 때문이다. 위험 속에서도 생계를 위해 거짓을 택하는 노동자와 한 개인을 극한으로 몰고 가는 팬데믹 시대 사회경제 시스템의 모습이 씁쓸하다. 책은 팬데믹과 ‘n번방 사건’ 같은 사회적 재난을 병치시켜 함께 보여 주기도 한다. 김유담 작가의 소설 ‘특별재난지역’의 주인공은 코로나 사태 초기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던 경북 청도의 60대 여성 이남이다. 이남은 요양병원에 모신 아흔두 살 아버지를 통해 코로나19 재난을, 이혼한 아들이 맡긴 초등학생 손녀를 통해 미성년자 성착취라는 사회적 재난을 동시에 경험한다. 한 팔로는 아버지의 유골함을 부여잡고, 한 팔로는 손녀의 어깨를 감싼 이남에게서 환난 속에서도 피어나는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진다.문학과지성사가 펴낸 ‘팬데믹’은 SF적인 상상력이 돋보인다. 김초엽, 듀나, 정소연, 김이환, 배명훈, 이종산 SF 소설가 6인이 참여했다. ‘멸망’, ‘전염’, ’뉴 노멀’이라는 세 가지 장으로 구성된 책은 각각 멸망의 순간에도 끝내 사랑하고 꿈꾸는 자들, 전염과 확진 속 계층별 생존 불평등 문제, 전염병이 물러가고 새로운 관습과 질서가 자리잡은 100여년 이후를 그린다. 그중 ‘뉴 노멀’ 장에 쓰인 배명훈 작가의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는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소설은 발음하다 보면 침이 튀기 마련인 우리말의 거센소리와 된소리 일부가 없어진 22세기의 한국을 배경으로 한다. 비말로 감염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변화이리라는 게 쉽게 짐작이 간다. 격리실습 코스를 이수 중인 역사학과 대학원생 ‘나’는 ‘ㅊㅋㅌㅍ´을 자유자재로 말하고, 경기장에 침을 뱉는 2020년의 야구선수들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한다. 작가는 ‘나’의 입을 빌려 팬데믹 속 2020년은 혐오가 재생산되던 시기이며, 바로 앞 시기와 아주 짧은 시간 간격을 두고 거리를 두는 시대임을 역설한다. 마스크를 쓰지 않던 2019년의 삶을 2020년에는 비위생적으로 여기고, 2021년에는 그보다 첨예한 기준이 생기는 식이다. 소설도 받침을 제외한 ‘ㅊㅋㅌㅍㄲㄸㅃㅆㅉ’이 모두 예사소리로 처리돼 읽을 때 독특한 재미를 준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또 다른 나…내 안에 괴물이 산다

    또 다른 나…내 안에 괴물이 산다

    몬스터/손원평 외 9인 지음/한겨레출판/각 200쪽/각 1만 3000원세계 영화사를 다시 쓴 영화 ‘기생충’은 ‘계급 전쟁 속 괴물이 된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개봉 전부터 로테르담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러브콜이 쏟아지는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돈 가방을 좇아 괴물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두 영화의 사례를 빌려 요즘 영화의 성공 공식을 거칠게 요약하면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 괴물이 되는 과정을 핍진하게 그리는 데 있는 것 같다. 각박한 현실 속 조커 같은 ‘빌런’(악당)이 대세인 것처럼 ‘괴물이라도 괜찮아’ 정도의 정서가 우리 기저에 깔려 있는 것 아닐까.‘몬스터’는 각각 ‘한낮의 그림자’, ‘한밤의 목소리’라는 부제가 붙은 소설집이다. 평범한 일상 속 어딘가 낯익은 주인공을 통해 나도 몰랐던 내 안의 괴물을 발견하는 작품들로 채워진 ‘한낮의 그림자’와 자신의 괴물 같은 욕망을 꺼내는 인물들을 통해 인간과 사회의 본질적 탐구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한밤의 목소리’로 나뉜다. 지난해 하반기 ‘밀리의서재’에서 오리지널 시리즈로 연재됐던 작가 10인의 작품을 테마 소설집 두 권으로 묶었다. ‘한낮의 그림자’에 실린 최근 절필을 선언한 윤이형 작가의 소설 ‘드릴, 폭포, 열병’을 보자. 모임에서 횡령을 했다고 지목받은 혜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윤경은 혜서의 절친한 친구이면서도 혜서의 잘잘못을 정확히 따져 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인물이다. ‘드릴, 폭포, 열병’은 혜서의 사망 이후 또 한번 입을 열려는 윤경에 대한 ‘나’의 입막음이다. 한 생명의 죽음으로 인해 어차피 또 다른 희생양을 찾기에 급급한 게 여론이라면 ‘침묵으로서 책임질 용기’(84쪽)를 내야 하며, 다시 나서려는 윤경의 행동은 ‘가해망상’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 한마디를 하기 위해 이구아수폭포에서 피부가 코끼리 살갗처럼 변한다는 열병에 걸렸다는 불안이 퍼지면서 사소한 증상도 ‘코끼리열병’으로 인식했던 지난날, 누수의 원인을 알 수 없는데도 계속되는 이웃들의 민원에 집 안 여기저기 드릴을 들이대야 했던 시절들을 열거하는 ‘나’. 결국은 ‘두려움 앞에선 모두가 평등’(53쪽)하다며 윤경에게 침묵할 것을 종용한다.‘한밤의 목소리’에서 마주하는 몬스터의 모습은 좀더 가시적이다. 손아람 작가의 ‘킹 메이커’는 상대 후보의 룸살롱 출입 동영상을 손에 넣고 단박에 승리를 거머쥔 선거 컨설턴트 ‘영경’의 이야기다. 영경의 고객이었던 문지학 후보와 상대 후보였던 유재성의 차이는 룸살롱 출입 유무가 아니라 상대의 네거티브 이슈를 손에 쥐었을 때 터뜨리는 사람이냐, 아니냐의 문제였다. 선거 승리로 도취돼야 마땅했던 그날 영경은 뜻밖의 인물에게서 만나자는 전갈을 받는다. 괴물에 패배한 자 스스로 괴물이 되리니. 김동식, 듀나, 곽재식 등 이른바 장르문학 작가들이 대거 참여한 ‘한밤의 목소리’는 영화 시나리오를 읽는 듯한 생생함이 특징이다. ‘몬스터’에서 각 소설의 뒤에는 작가들이 생각한 몬스터가 정의돼 있다. ‘영화 속 괴물도 괴물은 아닌 것 같다. 사람을 괴물이라고 표현하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최진영), ‘인간에게 망각이란 것이 어쩔 수 없다지만, 가끔은 망각이 모든 괴물들의 변호사처럼 느껴집니다’(김동식)라는 말처럼 결국은 자신의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어떤 것으로 수렴된다.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도 수련해야 하는 것이 사람이라고 하면, ‘나는 괴물이오, 어쩌다 사람’이라고 말하는 게 보다 맞는 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안의 몬스터를 더 예민하게 인식하는 데 이 책 두 권이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여성·퀴어·SF… 펜에 스민 다양성

    여성·퀴어·SF… 펜에 스민 다양성

    대부분 문학상 수상자 여성 돌풍 여전 장르 문학도 약진… ‘K문학 위상 높여’올 한 해 문학계는 ‘다사다난’보다는 ‘다이내믹’에 가까웠다. 한림원에 번진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로 한 해를 거른 노벨문학상은 두 명의 수상자(올가 토카르추크·페터 한트케)를 배출했다. 한국에서는 김혜순 시인이 그리핀 시문학상을 수상, 차기 노벨문학상 수상 전망을 높였다. 변방의 서자 취급을 받던 SF 등의 장르 문학은 대세로 떠올랐고, 여성 작가를 필두로 한 페미니즘과 퀴어 서사는 여전한 힘을 발휘했다. ●후보도 수상자도 여성… 여성 작가 초강세 올해 트위터에서 돌았던 ‘짤’ 중 하나. ‘김승옥문학상 수상자’라는 코멘트 아래 쭉 이어지는 7명의 사진은 모두 여성이었다. 대상을 받은 윤성희 작가를 비롯해 우수상 수상자인 권여선, 편혜영, 조해진, 황정은, 최은미, 김금희 모두 여성인 까닭이다. 올해 13회째를 맞은 김유정문학상도 사정은 비슷했다. 수상자 편혜영 작가를 비롯해 후보 작가들(김금희, 김사과, 김혜진, 이주란, 조남주, 최은미) 모두 여성이었다. 동인문학상(최수철)을 제외하고 이상문학상(윤이형), 현대문학상(박민정) 등 주요 문학상도 여성들에게 돌아갔다. 박혜진 문학평론가는 “최근 사회에 던지는 윤리적인 질문 자체가 문학 미학을 구성하는 중요 요소가 됐다”며 “젠더나 퀴어, 장애인 같은 소수자 서사를 다루는 데 여성 작가들이 사회에 더욱 직접적으로 질문하는 ‘첨단의 윤리’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페미니즘·퀴어 서사의 진화 여성 작가들의 활약으로 ‘82년생 김지영’(민음사)이 쏘아 올린 페미니즘 소설 붐은 올해도 계속됐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리타 메이 브라운 등 외국 유명 페미니스트 소설가들의 작품이 번역 출간되는가 하면 국내 여러 작가가 참여한 앤솔로지 발간이 이어졌다. 퀴어 문학에서는 박상영이라는 걸출한 신예의 탄생이 주목받았다. 지난해 출간한 첫 소설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문학동네)로 주목받았던 박상영은 두 번째 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창비)으로는 6개월간 4만 5000부를 찍었다. 성에 대한 자유분방한 묘사가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퀴어 서사를 넘어 청년 세대의 사랑과 상실,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한다는 평을 받는다. ●신성의 등장, 무크지 창간… SF 문학의 약진 웹소설 플랫폼의 성장과 함께 SF, 판타지, 무협, 로맨스, 추리 등을 포괄하는 장르 문학이 크게 각광받았다. 그중에서도 SF의 활약은 눈부셨다. 포스텍에서 생화학 석사 학위를 받은 김초엽 작가의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은 출간 6개월 만에 3만 3000부를 찍어 신예 작가로는 이례적인 관심을 받았다. 김보영 작가는 미국 최대 출판그룹 ‘하퍼콜린스’에 중·단편 소설 3편의 번역 출간권을 판매, 한국 SF 최초로 영미권 주요 출판시장에 진출했다. 한편 지난달에는 SF 전문 무크지 ‘오늘의 SF’(아르테)가 창간돼 SF 문학을 비평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고호관, 듀나, 정세랑, 정소연 등 SF 문학의 최전선에 있는 작가들이 편집위원을 맡았다. 복도훈(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문학평론가는 “AI나 인류세, 환경 문제에 이르기까지 SF적인 상상이 우리 삶의 중요 기제가 됐다”며 “최근의 SF 붐은 밑바닥부터 실력을 다져 온 작가들과 팬덤, 출판사들까지 오래된 노력이 ‘빅뱅’처럼 폭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로 뻗어가는 K문학의 힘 한국에서 130만부를 찍은 ‘82년생 김지영’은 올해까지 19개국에 수출, ‘K문학’의 위상을 드높였다. 중국에서만 18만부, 일본에선 15만부가 인쇄되는 등 비슷한 사회 환경의 동아시아에서 특히 인기를 끌었다. 아시아를 넘어 북미, 유럽에서도 한국 문학에 대한 열띤 관심이 이어졌다. 지난 6월 김혜순 시인은 캐나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그리핀 시문학상을 한국 작가로는 처음 수상했다. 9월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국제도서전은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낭독회를 들으려는 사람들로 붐볐고, 그즈음 스웨덴 문예지 ‘10TAL’은 한국문학 특집호를 발간했다. 외국으로 번역 출간되는 한국문학을 지원하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올 한 해 출판 지원 종수는 26개 언어권 151종이었다. 2010년 15개 언어권, 53종의 책을 번역 출간한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인터뷰] “문학에 장르간 우열은 없다”…‘장르문학 산책’ 저자 조성면

    [인터뷰] “문학에 장르간 우열은 없다”…‘장르문학 산책’ 저자 조성면

    과학소설(SF), 추리소설, 스릴러, 판타지, 호러, 미스터리 등 장르문학 작품들이 서점가에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인기에 비해 장르문학에 대해 분석하고 비평한 책은 많지 않았다. 최근 장르문학에 대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용어로 분석·비평한 ‘장르문학 산책’(소명출판)이 출판됐다. 이 책은 문학평론가 조성면(53·문학박사) 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팀장이 한국 근대문학 100년 동안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주요 작품에 대한 짧은 평론 111편을 모은 책이다. 저자를 만나 장르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장르문학 전반을 폭넓게 다룬 평론집으로는 처음인데. -장르문학은 실체적이고 중요한 문화현상인데 평단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못했다. 또 독자들이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안내서, 대중적인 비평도 없었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지식과 정보가 넘치는 정보 홍수시대지만 정작 장르문학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풀어줄 전문적 안내서, 교양서가 없었기에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것 같다. →장르문학이라는 말은 아직 생소한데. -장르문학이란 특별한 설명이 없어도 장르를 알 수 있는 작품들, 가령 추리소설, 무협소설, 판타지, SF처럼 자기정체성과 특징이 뚜렷한 대중적 장르의 문학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대상을 어떻게 지칭하고 호명하는가는 이에 대한 평가와 태도를 반영한다. 장르문학이란 말을 선택한 것은 장르문학을 무조건 폄훼하는 기존의 선입관과 편견에서 벗어나 이를 새로운 관점과 맥락에서 살펴보자는 제안이면서 동시에 심미적 객관성이랄까 비평적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순문학 또는 본격문학과 대중문학을 나누고 차별하는 문단의 오랜 관습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용어를 사용한다고 하면서 내세운 장르문학이란 말도 결국 본격문학과 장르문학이라는 구별을 만들어내는 자기모순을 피할 수 없다고 보는데. - 맞다. 자기모순이다. 결과적으로 두 문학을 구별하는 이항대립 구도도 그대로다. 그러나 이는 장르문학을 새로운 관점에서 살펴보기 위한 불가피한 이자대립, 다른 말로 생산적 이항대립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다르다. 이를 ‘장르문학의 딜레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본격문학과 대중문학을 나누는 문학장의 오랜 관습에서 벗어나자고 주장하면서도 이 차별적 구조를 그대로 반복하는 모순에 빠져있는 것 같지만, 용어의 출발선과 지향이 다르다. 장르문학을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하고 발견하기 위해 생겨나는 대립구도, 이 부득이한 반복적 재현을 ‘장르문학의 딜레마’라 할 수 있다. 예컨대 지금부터 말하지 말자고 제안하는 사람이 먼저 말하게 되는 제안자의 딜레마와 같은 것이다. →‘장르문학 산책’에 실린 111편의 다양한 주제의 글들이 흥미롭다. 보르헤스의 소설과 장자와 ‘아바타’나 ‘인셉션’과 연관성을 찾아낸 대목이나 ‘만다라’와 헤르만 헤세의 소설의 상호텍스트성을 언급하고 있는 것도 그렇다. 특히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와 정비석, 윤치호로부터 시작된 톨스토이의 한국 수용사, 이광수의 작품과의 관련을 밝힌 것은 톡특한 분석이다. 원래 전공은 무엇인가. - 전공은 한국 근·현대소설이다. 카프 문학, 프로문학을 연구하여 석사학위를 받았다. 박사과정 때 주제를 바꿔 김내성의 탐정소설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탐정소설, 추리소설 연구로 박사를 받은 것 아마 국내에서 처음일 것이다. 또 장르판타지를 다뤄 우여곡절 끝에 평론가로 등단한 것도 처음일 것이다. →경력이 다양한데. -대학에서 강의교수, 대우교수, 연구교수 등을 역임했고 지금은 문화행정가가 되어 수원문화재단에서 근무하고 있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직장인이 된 것도, 장르문학을 연구하고 비평하게 된 것도 어쩌면 운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동서남북을 횡단하는 방대함과 전문성이 흥미로웠다. 동서양의 고전과 장르문학은 물론 만화, 게임, 영화, 삼국지에 북한의 대중문학과 일본의 번역소설들까지 골고루 다룬 것은 처음 본다. 이 다양한 주제를 꿰뚫는 방법론이랄까 관점은 무엇인가. -관점이나 방법이랄 것은 없고, 몇 가지 전제와 기준이 있다. 장르문학도 문학이며 인문학적 성찰의 대상이라는 것, 그것이 인간의 욕망과 시대의 본질을 반영하고 재현하는 문화사회학적인 거울이라는 것, 삶에 지친 우리를 위로해주는 반려문학이라는 것 그리고 자기 자신과 세계를 성찰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공부거리라는 것이다. ‘매트릭스’, ‘아바타’, ‘인셉션’ 같은 영화를 보면 ‘장자’의 세계관, 선불교적 요소가 있다. 이들 영화를 보면서 문득 “인생이란 꿈속에서 꿈을 꾸는 나는 도대체 누구이며, 나를 나라고 인식하는 그것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라는 문장을 쓰게 됐다. 프랙탈 구조를 방불케 하는 장르문학의 반복성과 강렬한 재미 그러나 순식간에 망각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장르문학의 속절없음을 지켜보면서 문득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는 ‘전도서’의 말씀, 솔로문의 인생론도 생각났다. →독자들을 위해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새로운 작품을 접할 때마다 매번 달라지는데, ‘장르문학 산책’에서 다룬 작품들이 바로 앤솔로지다. 그냥 떠오르는 순서대로 말씀드리면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톨킨의 ‘반지의 제왕’, 어슐러 르귄의 ‘어둠의 왼손’,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삼국지’, 해리 케멀먼의 ‘9마일은 너무 멀다’ 등을, 국내 작가로 김내성 · 듀나 · 배명훈 · 이광수 · 김광주 · 이영도 등의 작가들에 주목해달라고 하고 싶다. →끝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든 작품을 편견 없이 읽고 편하게 즐겨보시라는 말을 하고 싶다. 문학에서 장르간의 우열은 없다. 그저 작품의 좋고 나쁨이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그것은 읽어보면 누구나 다 안다. 모든 구별과 차별은 담론들이 만들어낸 지식의 체계일 뿐이다. 장르문학을 통해서 고급독자로 나간 분들도 많고, 유명작가가 된 사례도 많다. 생각의 크기만큼 생각이 커지고, 생각이 열린 만큼 수용할 수 있다. 다 마음먹고 생각하기 나름 아닌가.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철학, 종교, 뇌과학 등 이론들이 많고 많지만, 행복한 삶이나 문명사적 과제는 결국 마음의 문제로 귀결된다. 마음의 문제를 뺀 그 어떤 정치철학, 변혁이론, 미학도 완전치 않다. 마음의 세계를 잘 이해하고 활용해서 장르문학도 즐기고 행복한 삶을 누리시길 바란다.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 발칙한 여자의 현란한 경험 자랑

    발칙한 여자의 현란한 경험 자랑

    네이버에 ‘리타 메이 브라운’을 치면 촌철살인 사이다 명언들이 주욱 뜬다. ‘행복의 열쇠 중 하나는 나쁜 기억이다’, ‘같은 짓을 되풀이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 착란이다’ 등. ‘루비프루트 정글’은 자신이 말하는 대로 살았던 미국의 여성 작가이자 페미니스트 활동가, 영화감독, 레즈비언인 브라운의 자전 소설이다. 주인공 몰리는 1960년대 미국의 보수적인 마을 펜실베이니아에서 성장한 발칙한 소녀다. 그는 자신을 ‘후레자식’이라 놀리는 아이들에게 똥을 먹이고 자신의 성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촌 리로이에게 “나는 네가 그냥 ‘리로이 덴먼’이라고 생각해”라고 얘기해 준다. 가부장제가 요구하는 여성성을 강요하는 양어머니 캐리를 향해서는 “엄마는 남자랑 결혼했어도 돈 없잖아”라고 응대한다.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대학에서도 퇴출당하지만 ‘부치’(Butch, 남성 역할을 하는 레즈비언)와 ‘펨’(Femme, 여성 역할을 하는 레즈비언)으로 역할을 나누는 레즈비언 커뮤니티에도 속하지 못한다. 몰리는 유색인종, 계급, 레즈비언을 배제한 백인 중산층 여성 중심의 페미니즘을 비판해 페미니즘을 분열시킨다는 비난을 받았던 브라운 자신과 다름없다. 책은 브라운이 여성 성기에 대한 찬사로 바친 ‘루비프루트 정글’이라는 제목처럼 울창하고 풍요로운 소설이다. 세상의 잣대로 ‘착하지는 않지만’ 결코 ‘틀리지’ 않았으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타인을 받아들이는 진정한 휴머니스트의 모험기이기 때문이다. ‘추천의 글’에 듀나 작가도 이렇게 적었다. ‘나를 매료했던 것은 금기를 깨는 선정성이 아니라 그런 선정적인 모험담을 현란하게 풀어내는 주인공이 여자라는 사실이었다. 길을 떠나는 여자, 수많은 연인들과 나눈 현란한 경험을 자랑하는 여자.’(7쪽) ‘명언 제조기’ 브라운답게 따로 적어 두고 싶은 글귀들이 가득한 것도 책의 마력이다. “사람들이 날 좋아하든 말든 상관없어. 사람들은 다 멍청하다고. 난 그렇게 생각해. 내가 나를 좋아하느냐는 상관 있지. (중략) 내가 날 좋아하지 않으면, 나는 아무도 좋아할 수 없다. 끝.”(60쪽) 1973년에 처음 발간된 책은 2015년까지 누적 판매량 100만부를 기록했고 브라운은 수십 년간 퀴어 문학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27회 람다 문학상을 받았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미래를 그리는 SF소설 더이상 공상이 아니다

    미래를 그리는 SF소설 더이상 공상이 아니다

    #SF 전문 출판사 아작의 박동준 마케터는 신간이 나올 때마다 언론사를 직접 찾아다닌다. 출판 담당 기자를 만나 책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언론사에서 SF소설, 장르소설은 소개를 잘 안 했거든요. 직접 가면 측은지심에서라도 한 줄 써주실 거 같아서….”‘공상과학’, ‘장르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설움받던 한국 SF소설의 위상이 달라졌다. 주요 작가들의 단편선이 쏟아지는 한편 지난달 출간된 ‘토피아 단편선’(전 2권·요다)은 한국 SF소설 사상 처음으로 대형 서점 사이트(알라딘)의 소설 분야 주간 종합 1위를 차지했다. 1990년대 PC통신이 주 무대였던 시절부터 쌓아온 역량이 발화함과 동시에 SF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가 한몫했다는 평가다. 토피아 단편선은 출간 일주일 만에 1500세트(3000부)가 판매됐다. 평균 1쇄에 500부쯤 찍는 출판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과학전공 작가 중심의 SF 단편집을 표방하는 토피아 단편선은 10명의 SF 작가가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중 하나의 세계관을 택해 다가올 미래 사회를 그렸다. ‘한국 괴물 백과’를 펴낸 곽재식, 주물공장에서 일한 경력으로 관심을 모았던 김동식, 생화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김초엽 작가 등이 참여했다. 도은숙 요다 편집팀장은 “난도 높은 과학 소재를 깊이 있게 다룸으로써 허황된 이야기를 뜻하는 ‘공상과학소설’이라는 용어가 틀렸으며, 실은 있을 법하고 충분히 가능한 미래를 그린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SF·판타지·추리물을 주로 다루는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대표 중단편선도 지난달 말 단행본으로 출간됐다(‘아직은 끝이 아니야’·아작). 2003년 창간 이후 ‘거울’은 문집을 자체적으로 발간했지만, 출판사를 통해 정식 출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비슷한 시기 국내 최초 SF 평론집인 ‘SF는 공상하지 않는다’(은행나무)도 나왔다.이러한 붐에 대해 전문가들은 장르문학 진영에서 쌓아 왔던 역량이 지난해와 올해를 지나며 폭발한 결과라고 말한다. 1990년대 PC통신 시절부터 활약했던 작가들은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하며 웹소설을 넘어 지면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SF 작가 및 영화평론가로 잘 알려진 듀나, 2004~2006년 한국과학문예재단 주관의 과학기술창작문예 공모전을 통해 배출된 김창규·김보영·배명훈 작가 등이 1세대 작가군을 이룬다. 전체 출판 시장은 하향세인 반면 SF 쪽에서는 3~5년 새 그래비티북스, 아작, 동아시아의 허블 등 전문 출판사들이 생겨나 이들의 글을 부지런히 지면에 옮겼다. 2016년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 이후 달라진 사회적 관심도 한몫했다. SF 연구자인 이지용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대국 이후 정부와 관계 기관에서는 ‘인공지능에 관한 이야기가 SF에 있지 않을까’라는 문의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SF가 더이상 공상이 아니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 이후 부천판타스틱영화제 등에 SF 작가들이 서기도 하고 관련 세미나도 자주 열렸다. ‘부산행’, ‘마블 시리즈’ 같은 국내외 SF 영화의 흥행이 독자층을 넓히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이어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한국SF협회 같은 단체들이 창립돼 작가들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세계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라는 점에서 한국 SF소설의 전망은 밝다.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제작 중인 ‘보건교사 안은영’처럼 만화·영화 등 다른 장르로의 변주도 용이하다. 정소연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대표는 “과학소설은 자연과학뿐 아니라 사회과학도 모두 포괄한다”며 “페미니즘 같은 이슈들에 대해 사회과학적 담론이 이미 반영이 돼 있기 때문에 독자들 입장에서 불편하지 않은 소설, 올바른 소설로 더욱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장르문학 간 위계 구분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SF는 공상하지 않는다’를 쓴 복도훈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젊은 세대로 내려올수록 박민규·윤이형·정세랑 작가처럼 장르·본격 나누지 않고 쓰는 작가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위계 구분을 없애 본격문학 쪽에서도 SF 작품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비평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장강명 외 7인 지음, 황금가지 펴냄) 장강명, 듀나, 구병모 등 인기작가 8인이 선보이는 슈퍼히어로 단편집. 신라 시대부터 가까운 미래까지 시대와 장르를 넘나들며 슈퍼히어로라는 소재를 한국적 정서와 결합해 폭발적인 상상력을 선보인다. 2015년 출간된 ‘이웃집 슈퍼히어로’에 이은 두 번째 슈퍼히어로 단편집이다. 320쪽. 1만 3000원.개성상인의 탄생(허성관 지음, 만권당 펴냄) 2005년 개성상인의 후예 박영진씨 가문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복식부기 장부가 발견됐다. 이 장부를 통해 전통 회계의 탁월함과 조선시대에 이미 자본주의적으로 사고하고 실천한 개성상인들의 현대적 경영 기법을 고찰했다. 260쪽. 1만 6000원.되돌아보고 쓰다(안진걸 지음, 북콤마 펴냄)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가장 많은 민·형사 기소를 당한 것으로 알려진 저자가 20여년 광장에서 살아온 삶을 써내려 갔다. ‘당분간, 어쩌면 영원히 국민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게 집회·시위 기획자로 살아온 저자의 판단이다. 288쪽. 1만 4500원.인듀어(알렉스 허친슨 지음, 다산초당 펴냄) 인간의 한계를 깨는 지구력의 힘을 심리학과 과학의 시선으로 탐구한 교양서. 국가대표 육상선수 출신의 물리학자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저자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10년간 수백명의 학자와 운동 선수를 인터뷰했다. 그는 지구력의 한계를 밀어붙이는 원리를 이해하면 운동 선수뿐 아니라 일반인도 생활에서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한다. 504쪽. 1만 9800원.제국의 품격(박지향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영국사 권위자 박지향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가 정년퇴임을 앞두고 그간의 연구를 집대성했다. 제국주의라는 이념에 매몰돼 진가가 가려져 있던 영제국의 경영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자유와 그로 인한 경제적 번영, 문명화에 대한 사명감이 영제국을 전무후무한 강대국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364쪽. 2만 5000원.초격차(권오현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삼성반도체를 세계 1위로 도약시킨 ‘샐러리맨의 신화’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의 리더십을 담은 책. 평범한 연구원으로 입사해 회장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현장에서 고뇌하고 탐구한 결과로서 얻어낸 경영 철칙과 지혜를 담았다. 336쪽. 1만 8000원.
  • 더위에 지칠 때 해변보다 쿨한 책장 속 피서지

    더위에 지칠 때 해변보다 쿨한 책장 속 피서지

    출판계에서는 여름이 ‘소설 읽기 좋은 계절’로 꼽힙니다. 햇빛은 뜨겁고 습도는 높고 불쾌지수 역시 만만치 않으니 바깥보다는 역시 실내에서 쉬는 게 편하죠. 이럴 때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오락거리는 책이 아닐까요. 모름지기 후텁지근한 여름철엔 생각지 못한 상상의 세계를 유영하거나 범죄의 실마리를 푸는 재미가 있는 장르문학이 제격입니다. 국내에서 추리소설과 SF소설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 8명에게 평소 흥미롭게 읽었던 작품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독특한 상상력과 기막힌 반전을 담은 소설집 ‘회색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등으로 지난해 화제를 모은 김동식(가나다순) 작가, 지난해 SF소설 ‘에셔의 손’으로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을 받은 김백상 작가, 2015년 창간된 장르문학 전문잡지 ‘미스테리아’의 김용언 편집장, 다양한 장르문학을 소개하는 출판사 북스피어의 김홍민 대표, 미스터리 전문 웹사이트 ‘하우미스터리닷컴’(www.howmystery.com) 운영자 윤영천씨,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에 다수의 단편을 공개해 많은 호평을 받은 SF계의 떠오르는 신인 이산화 작가, 2009년 문을 연 국내 유일의 SF&판타지도서관의 전홍식 관장, 출판사 동아시아의 과학문학 브랜드 ‘허블’의 조유나 팀장 등 8명이 고른 책 8권은 소재와 주제 모두 각양각색입니다. 다음 페이지를 빨리 넘겨 보고 싶을 정도로 푹 빠질 수 있는 책을 만나 새로운 쾌감을 맛보시길 기원합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영화보다 재미있게 시간 ‘순삭’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현대문학)나는 평생 읽은 책이 10권도 안 된다. 뿐만 아니라 내 주변에도 책을 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런 환경이었기 때문에 책에 대한 편견이 강했다. 보면 잠 오는 것, 똑똑한 사람들만 보는 것. 그런 나의 편견을 깨 준 책이 바로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다. 책이 영화보다 더 재미있을 줄이야. 내 인생에서 책을, 그것도 앉은 자리에서 꼼짝도 안 하고 끝까지 보는 일이 생길 줄이야. 감상은 세 개로 끝낸다. 흡입력, 인간 본성, 반전. 김동식 작가6개의 추리 6명의 범인 당신의 선택 앤서니 버클리의 ‘독 초콜릿 사건’(엘릭시르)독이 든 초콜릿을 먹고 누군가 죽는다. 모호한 사건에 고민하던 경감은 ‘범죄 연구회’에 비공식적으로 사건을 의뢰하는데…. 변호사, 극작가, 추리소설가, 소설가, 범죄 애호가 그리고 범죄 연구회 회장은 사건을 조사한 후 저마다의 추리 쇼를 펼친다. 여섯 개의 추리가 가리킨 여섯 명의 범인. 놀랍게도 작가는 이 모두를 아우른 정답을 하나 더 준비해 놓고 독자에게 묻는다. “어떤 게 마음에 들어?” 윤영천 하우미스터리닷컴 운영자지구 말고 어떤 별로 가서 살까 듀나·김보영·배명훈·장강명의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한겨레출판사)휴가철엔 이 지긋지긋한 지구를 좀 떠나 보자.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는 한국 SF작가 네 사람이 각자 태양계의 천체 하나씩을 골라 배경으로 쓴 단편 모음이다. 전부 시스템에 맞서는 개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금성에선 기업, 화성에선 정부, 토성의 위성 타이탄으로 향하는 우주선 안에선 편견,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에선 ‘아버지’와 싸운다. 과연 SF의 매력은 미래를 무기로 한 현실과의 투쟁이다. 이산화 작가올 여름휴가 외계 우주선 타고 떠나요 아서 클라크의 ‘라마와의 랑데부’(아작)올여름 조금 색다른 피서를 떠나 보자. 태양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외계 우주선 내부 탐사. ‘라마’라고 명명된 이 인공구조물은 길이 50㎞에 반지름 20㎞인 원기둥 모양이다. 이미 다녀온 여행자로서 살짝 귀띔하자면 지구 표면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경이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런 세계를 구축한 라마인(人)에 대해 상상하다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으로 회귀하게 된다. 한여름 더위를 잊게 만들기 충분한, 짜릿한 랑데부다. 김백상 작가고서 펼치자 튀어 나오는 기이한 세상 아시베 다쿠의 ‘기담을 파는 가게’(현대문학)나는 헌책방 ‘덕후’다. 요즘 헌책방이라고 하면 체인화되어 어떤 책이든 검색되는 대형 헌책방들을 많이 떠올릴 텐데 그런 헌책방 말고 그야말로 예전 청계천에 늘어서 있던, 도무지 무슨 책이 있는지 하나하나 들여다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그런 헌책방을 찾아다니는 의미의 ‘덕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 “헌책방에 얽힌 기이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책 소개를 보면 읽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기담을 파는 가게’는 헌책방 서가에 잠들어 있던 고서를 펼쳐 본 후 갖가지 기이한 일과 맞닥뜨리게 되는 남자에 관한 소설이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정상인 듯 정상 아닌 삶의 동력 엘리자베스 문의 ‘어둠의 속도’(북스피어)나의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SF작가는 김초엽이다. 김초엽 작가가 그랬다. ‘어둠의 속도’ 참 좋다고. 인간에게 장애라 불리는 것들이 모두 치료 가능해진 근미래가 배경이다. 소설은 묻는다. ‘결핍’ 혹은 ‘비정상’이라고 정의되는 것들은 반드시 이겨 내거나 벗어나야 할 대상인가. 누군가의 ‘정상’을 모두에게 강요할 수 있는가. 여기에 이 소설의 멋짐이 있다. 고통으로 보이는 것이 어떤 이에겐 삶의 동력일 수 있으니까. 여름밤은 길어서 타자를 상상하기에 딱 좋은 시간, 그래서 이 소설을 추천한다. 조유나 허블 팀장사소함 품은 거대한 비극 서늘한 비애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의 ‘저체온증’(엘릭시르)우울증에 걸렸던 여인의 자살, 몇십년 전에 실종된 젊은 대학생…. 경찰이 더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듯한 상황에서, 형사 에를렌뒤르는 개인적인 수사를 시작한다. ‘저체온증’은 이처럼 범죄로 보이지도 않았던 ‘사소한’ 사건들에서 출발해, 뜻하지 않은 거대한 비극 앞에 남겨진 이들이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지극히 아름답게 탐구한다. 제목 그대로 ‘저체온증’에 걸린 것처럼 내내 서늘한 비애에 잠겨 단숨에 읽어 내려가게 된다. 김용언 미스테리아 편집장미래 추방 형벌일까 기회일까 로버트 하인라인의 ‘여름으로 가는 문’(시공사)“겨울이 되면 피트는 여름으로 가는 문을 찾는다.” 로버트 하인라인의 ‘여름으로 가는 문’은 한 청년과 고양이에 관한 사랑스러운 이야기다. 친구의 배신으로 모든 것을 잃고 30년 뒤 미래로 추방된 주인공이 새로운 운명을 펼쳐 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엮어 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주인공이 좌절하지 않고 ‘주변의 도움도 함께 받아’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고, 수수께끼가 풀려나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어떤 역경 속에서도 희망은 남아 있다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이 포근하게 전해진다.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 뭉치니 뜨네!

    뭉치니 뜨네!

    페미니즘 소설집 ‘현남 오빠에게’백남기 농민 사건 다룬 ‘무엇이…’유명작가 공동 작업… 판매 ‘쑥’ 출판계에 공동 집필 바람이 불고 있다. 여러 명이 글을 쓰기 때문에 집필 기간을 줄일 수 있고 유명 작가들이 참여해 판매에도 탄력을 받기 때문이다.이런 책은 특별한 사건이나 사회적 현상 이후 출판사가 알맞은 저자를 섭외해 만드는 사례가 주를 이룬다. 페미니즘 소설집 ‘현남 오빠에게’(다산북스)가 대표적이다. ’82년생 김지영’(민음사)으로 주목받은 조남주 작가를 비롯한 7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9일 다산북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출간한 뒤 두 달여 만에 3만부를 넘겼다. 책을 기획한 다산북스 정민교 편집자는 “페미니즘 관련한 소설집을 구상하다 지난해 5월 강남역 근처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사건을 계기로 이를 구체화했다. 당시 막 인기를 끌던 ‘82년생 김지영’의 조 작가를 비롯해 여러 작가를 섭외했다”고 말했다. 한 작가가 장편소설을 내려면 평균 1년 이상 걸리지만, 여러 작가가 짧은 소설을 쓰면서 집필 기간이 3개월 남짓이어서 기획부터 출간까지 1년도 안 걸렸다. 정 편집자는 “페미니즘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사회 화두여서 당분간 인기를 끌 것”이라 내다봤다.이번 달 출간한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낮은산) 역시 주목받는 협업물이다. 강남순 교수, 인권활동가 류은숙, 작가 홍세화를 비롯해 비정규직 강사, 문화평론가, 활동가, 학자, 정치인 등 8명의 글을 모았다. 필자들이 워낙 유명한 까닭에 출간 직후부터 언론사 논평을 비롯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책은 강설애 낮은산 편집자가 2015년 11월 발생한 백남기 농민 사건을 계기로 기획했다. 강 편집자는 “사건 이후 우리 사회를 돌아봐야 한다는 고민을 했다. 이를 깊이 있게 써줄 작가를 섭외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했다. 다만 여러 작가를 섭외하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강 편집자는 “문학 작품에 비해 인문·사회 쪽 작가들은 워낙 바빠 글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면서 “작가들 협업물이 쉬워 보이지만, 위험 요인도 많고 실패하는 사례도 꽤 된다”고 설명했다. 작가들의 자발적인 연대 움직임도 거세다. 국내 공상과학(SF) 작가들로 구성된 첫 공식 단체인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가 지난 4일 창립한 것도 이런 흐름이다. 김창규·듀나·정보라 등 현재 작가 31명이 합류했다. 정소연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대표는 “뿔뿔이 흩어져 있는 SF 작가들의 교류를 활발히 하고 SF 장르 저변을 넓히는 게 우선 목표”라면서 “앞으로 워크숍을 비롯해 여러 활동을 해 나갈 예정이다. 작가들의 연대를 통한 공동 작업물도 나올 것”이라고 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지구 밖에서 미래의 탐욕을 보다

    지구 밖에서 미래의 탐욕을 보다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듀나·김보영·배명훈·장강명 지음/한겨레출판/306쪽/1만 3000원우주를 탐험하고 인공지능(AI) 로봇이 인간과 공존하는 시대에도 차별과 억압, 통제는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듀나, 김보영, 배명훈, 장강명 작가가 태양계 행성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라는 공통된 설정으로 공상과학소설(SF)집을 내놨다. SF 형식을 빌렸을 뿐 과학적 상상보다는 지구 밖에서 바라본 현재 우리의 모습을 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첫 번째 이야기 ‘당신은 뜨거운 별에’(장강명)는 금성 탐사에 파견된 천재 과학자 어머니 유진과 딸 마리가 우주탐사 다큐멘터리 쇼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마리는 대기업의 후원을 받아 수년간 금성 탐사를 해 온 어머니로부터 구해 달라는 암호의 메시지를 받게 된다. AI 로봇이 육체적 활동을 대신하는 금성 탐사선에서는 인간의 자유의지가 허용되지 않는다.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속임수도 마다하지 않는 대기업과 미디어의 횡포 속에서 유진과 마리는 탐사선을 벗어나 자유의지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휴가 기간 중 화성 식민지 청사를 지키던 여성 공무원이 갑자기 발생한 비상 상황에 혼자 대응하는 ‘외합절 휴가’(배명훈), 타이탄으로 구조를 떠난 우주선이라는 고립 공간 속에서 갈등과 폭력이 벌어지는 상황을 AI의 시점에서 묘사한 ‘얼마나 닮았는가’(김보영), AI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어느 날 낯선 여자가 아이들에게 찾아오며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 ‘두 번째 유모’(듀나) 등 장소만 달라질 뿐 네 편의 소설은 모두 부조리한 사회시스템과 거대 권력에 맞서는 개인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궤를 같이하고 있다. 소설 속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하지만 작가들이 전달하려는 진짜 메시지는 제목에 있다.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1970년대 페미니즘 SF의 주인공 ‘제임스 팁트리’ 단편집 국내 첫선

    1970년대 페미니즘 SF의 주인공 ‘제임스 팁트리’ 단편집 국내 첫선

    1970년대 미국 공상과학소설(SF) 팬들 사이에선 ‘팁트리 쇼크’가 화제였다. 주인공은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1915~1987). 1968년 등장한 그는 성, 자아, 환경, 인간성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며 1970년대 SF계의 주요 문학상을 모두 휩쓸었다. 팬들에게 그는 당연히 남성 작가였다. 이름뿐 아니라 여성에 대한 통찰력,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남성적 톤의 필력 때문이었다. 친구들과도 편지로만 소통할 정도로 신분을 감춰온 작가의 정체가 드러난 건 1976년이었다. 팁트리가 그해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언급한 편지를 토대로 부고를 찾아낸 이들이 있었다. 부고의 주인공은 앨리스 브래들리 셸든이란 딸 하나만 두고 있었다. 그 여성이 바로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란 필명을 앞세워 SF팬들을 사로잡은 작가였다. 그는 이후 “남자라면 덜 눈에 띄리라 생각했다”며 남성의 가면을 썼던 이유를 설명했다. 여성 작가라는 커밍아웃도 충격이었지만 죽음은 더 극적이었다. 알츠하이머로 눈이 먼 남편을 산탄총으로 쏴 죽이고 자살하는 것으로 삶을 끝맺었기 때문이다. 작가뿐 아니라 화가, 예술비평가, 공군 조종사, 미 중앙정보국(CIA) 정보원 등 흥미로운 이력을 한 생애에 뀄던 그의 작품을 모은 책이 국내에서 처음 출간됐다. 두 권짜리 단편선집 ‘체체파리의 비법’(원제: Her Smoke Rose Up Forever·아작)의 첫 권으로 1969년부터 1980년까지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라쿠나 셸던이란 필명으로 발표했던 그의 중단편 7편이 실렸다. 국내에서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SF작가 겸 영화평론가 듀나는 책의 서두에 ‘추천의 글’로 작가에 대한 정보와 찬사를 함께 펼쳐놨다. 수년 전부터 출판사 사람들에게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단편집을 낼 생각이 없느냐’고 물어왔다는 듀나는 그의 작품에 대해 “단순히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놀랄 만큼) 통찰력이 있음을 넘어서서 당대를 사는 여성의 분노와 고통과 두려움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삶을 탐험하고, 질문하며, 열렬히 이해해보려 하는, 파괴적이지 않은 탐구심. 나는 그 정신이 우리 모두의 핵심이라 본다”고 말했던 작가의 심연과 교감할 수 있는 서사들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적조 유발 미세조류 이용해 바이오디젤 생산비 낮춘다

    적조 유발 미세조류 이용해 바이오디젤 생산비 낮춘다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이 적조현상을 유발하는 유해성 미세조류를 이용해 ‘바이오디젤’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 제주캠퍼스 석·박사 통합 과정에 재학 중인 조기철 씨는 적조 플랑크톤을 이용해 바이오디젤 생산과정을 줄임으로써 생산 비용을 현재보다 20~30%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조씨는 적조를 일으키고 굴, 바지락 같은 어패류에 독성을 유발하는 유해 미세조류인 ‘헤테로캅사 서큘라리스쿠아마’가 적혈구 세포를 녹인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이 미세조류를 바이오디젤을 생산할 수 있는 식물플랑크톤인 ‘듀나리엘라 살리나’와 섞을 경우 식물플랑크톤의 세포벽을 쉽게 녹여 바이오연료 수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실제로 이 기술을 이용하면 바이오연료 수확량은 5.6배 증가하고 생산 비용은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금주 개봉작] 영화 ‘키스 오브 뱀파이어’ 메인 예고편

    [금주 개봉작] 영화 ‘키스 오브 뱀파이어’ 메인 예고편

    영화 ‘키스 오브 뱀파이어’가 오는 23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메인 예고편을 공개했다. ‘키스 오브 뱀파이어’는 사랑에 빠진 뱀파이어 듀나와 본능에 충실한 동생 미미, 이 두 자매와 한 남자를 둘러싼 뱀파이어 세계를 그린 잔혹 로맨스다. 영화를 연출한 산 카사베츠 감독은 존 카사베츠 감독과 배우 제나 로우랜즈의 딸이라는 사실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존 카사베츠 감독은 연기부터 각본, 연출까지 다재다능한 영화인으로 미국 독립영화계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제나 로우랜즈 역시 ‘노트북’, ‘스켈리톤 키’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한 여배우다. 이번에 공개된 예고편은 사랑하는 여인 듀나를 위해 뱀파이어로 거듭난 아올로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화려한 뱀파이어들의 사교 모임에 이어 듀나의 동생 미미가 등장하면서 묘한 불안감을 형성시킨다. 이후 클럽에서 만난 남자와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는 미미, 그리고 듀나 커플의 모습이 교차하며 이야기는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이처럼 ‘키스 오브 뱀파이어’의 메인 예고편은 팽팽한 긴장감과 감각적인 영상으로 성인판 뱀파이어 영화의 탄생을 알리며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매혹적인 스토리에 걸맞게 다양한 매력을 지난 여배우들의 출연도 눈길을 끈다. 먼저 주인공 ‘듀나’ 역은 프랑스 여배우 조세핀 드 라 바움이 맡았다. ‘쟈니 잉글리쉬2: 네버다이’와 ‘원 데이’ 등을 통해 얼굴을 알린 그녀는 이번 작품에서 사랑에 빠진 뱀파이어로 변신했다. 동생 ‘미미’ 역은 영화 ‘팻 걸’로 데뷔한 록산느 메스퀴다가 맡았다. 두 자매에 이어 사교계의 안주인이자 유명 여배우 역에는 샤넬의 뮤즈로 유명한 프랑스 여배우 아나 무글라리스가 출연해 영화에 무게감을 더한다. 제1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부문에 공식 초청된 ‘키스 오브 뱀파이어’는 오는 2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청소년 관람불가. 상영시간 97분. 사진 영상=수키픽쳐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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