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N% 성과급’ 사실상 고정… 임금경영 악화 땐 월급 반납할 건가” [최광숙의 Inside]
전 산업계 파장… ‘뉴 노멀’ 가능성영업익 나눠 갖자는 건 이해 안 돼원칙 안 맞고 선례 찾기 쉽지 않아‘노란봉투법’ 시행 영향 노조 촉발성과급, 개인·부문·기업 전체 성과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산정해야주주 배당 이전에 지급하면 안 돼사회 기금·국민배당 지속 불가능해외 빅테크들 성과급 주식 기반이사회 검토·주총 의결 의무화 등성과급 결정 견제 장치 마련하고쟁의 대상 여부 법률적 판단 필요SK하이닉스·삼성전자발 ‘영업이익의 N% 성과급’ 논란이 산업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노사갈등을 넘어 노노갈등, 공정성 논란 등으로 일파만파 한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현 한국ESG기준원) 원장을 지낸 기업지배구조 전문가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기업의 영업이익을 주주 배당 이전에 나누겠다는 건 주식회사 제도의 근본 토대인 주주의 잔여이익청구권을 침해하고, 건전한 기업경영 상식에도 어긋난다”며 “직원 성과급에 대한 정교한 지급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봉법, ‘성과급도 쟁의대상’ 주장 불러
-영업이익의 N% 성과급 문제가 자동차 등 산업계 전반으로 파업 전선이 확산되고 있다.
“두 회사가 선례를 만들었기 때문에 전 산업계로 확대될 가능성 매우 크다. 앞으로 뉴 노멀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영성과가 예상외로 좋으면 노조가 추가 요구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성과급 지급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우리 기업도 오래 전부터 ‘보너스’ 라는 이름으로 성과급을 지급했다. 지금 문제 되는 것은 성과급을 쟁의대상으로 삼고, 영업이익의 몇 %라는 식으로 성과급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성과급이 쟁의대상이 된 것은 노란봉투법이 촉발한 것 아닌가.
“노란봉투법(노조법 제2·3조 개정) 시행으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까지 쟁의대상이 확대되었는데, 그 내용이 모호하다. 일반적으로 정리해고·구조조정·사업통폐합 등을 의미한다고 해석되지만, 노조는 성과급도 포함된다며 쟁의대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측은 쟁의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개인적으로 성과급은 쟁의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 성과급은 쟁의대상이 아닌가.
“성과급 지급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성과급은 일반적으로 회사가 경영계획 등에서 정한 매출, 수익 등의 경영상의 목표를 초과 달성 했을 때 지급되는 것이다.”
-영업이익의 N% 성과급이 왜 문제인가.
“그런 식으로 지급하면 문제가 많다. 영업이익은 미래 먹거리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나 이자비용 등을 제외하기 전의 회사 이익이다.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내지 못하는 회사들이 많은데, 영업이익을 미리 나눠 가지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성과급의 재원은 영업이익이 아닌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FCF)’의 일부여야 한다. 잉여현금흐름은 회사 매출에서 노동자의 임금·원재료비·이자 등 금융비용, 기타 영업외 비용 그리고 회사가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투자액 등을 제외하고 남은 돈이다. 말 그대로 남는 돈이다.”
-성과금의 재원이 되는 잉여현금흐름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주식회사이론을 보면 잉여현금흐름은 주주의 몫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래서 잉여금처분계산서를 주주총회에서 의결하고 있는 것이다. 공급자는 원재료비, 노동자는 임금, 채권자는 이자로 자기 몫을 먼저 가져간다. 주주는 이렇게 다 공제하고 남은 이익이나 손실에 대해 마지막으로 가져가는 잔여이익청구권을 가진다. 주주는 앞서서 자기 몫을 가져가는 다른 이해관계자들과는 달리 위험을 감당하면서 남은 잔여이익이나 손실에 대한 모든 권리와 책임을 지는 것이다.”
-주주의 권리가 무시되는 것은 아닌가.
“주식회사 및 자본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 주주는 모든 리스크를 떠안는 반면, 근로자는 회사의 영업 손실이 난다고 손실을 분담하지 않는다. 노조는 사측과 근로 계약을 통해 이미 연봉을 챙겨놓았다. 회사가 어렵다고 월급을 안 받는게 아니다. 그런데 주주에 이익이 배당되기 전에 노조원이 회사의 성과급을 사실상 ‘선배당’ 형태로 가져가는 것은 자본주의 원칙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주식회사 제도의 근본 원칙을 제공하는 계약이론에도 어긋난다. 세계적으로도 선례를 찾기 쉽지 않다.”
●과도한 성과급, 노사·노노갈등 부추겨
-‘N% 성과급’이 통상적인 성과급과 무엇이 다른가.
“‘N% 성과급’ 방식은 성과가 좋고 나쁜 것을 따지지 않고 일정 부분을 무조적 고정적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성과급이 아니다. 고정 성과급은 사실상 임금이 되는 것이다.”
-그럼 성과급은 어떻게 정해야 하나.
“성과급은 개인 성과 및 부문 성과, 기업 전체의 성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기업 전체의 성과는 경쟁 기업에 비해 얼마나 많은 초과 이익을 달성했는지 준거 기준에 따라야 한다. 일 못하는 사람과 잘하는 사람, 성과를 낸 부문이나 그렇지 않은 부문을 구별하지 않고, 또 경쟁기업과 비교해 좋은 성과를 냈는지 관계없이 같은 성과급을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성과급을 놓고 삼성전자에서 노노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의 반도체(DS) 부문이 막대한 이익을 내는 것은 반도체 부문이 어려울 때 가전이나 휴대폰 등 완제품(DX) 부문이 번 돈으로 반도체 사업에 투자를 한 것이 기여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데 반도체 부문이 돈을 많이 번다고 다른 부문의 기여를 인정하지 않고 성과를 독식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삼성전자 부문별 성과급 갈등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사내의 엄청난 성과급 격차를 줄이려면, 성과급 결정요소 중 기업 전체 성과의 비중을 높이고 부문별 성과의 비중을 낮추는 방식을 적용하면 된다. 그러면 반도체 부문이 올해 성과급을 다른 부문보다 더 많이 가져가도 다른 부문도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노노갈등을 줄이고 불공정 시비도 차단할 수 있다. 현 방식은 부문별 비중이 너무 높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지급은 국민이 봐도 수긍하기 어렵다.
“삼성전자 비반도체 부문 직원들도 소외감을 느낄 뿐 아니라, 이런 성과급을 지급하는게 사실상 불가능한 중소기업 근로자를 비롯한 다른 직장인들도 발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성과급 액수를 봐도 우리 사회가 수용할 만한 수준을 벗어나는데 노조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여 사회적 갈등·분열을 일으키는 것 같아 걱정이다.”
-일각에서 반도체 초과이윤을 사회적 기금으로 운용하자는 주장도 한다.
“기업의 초과이윤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부터가 모호하다. 만약 영업이익을 초과이윤으로 생각한다면 기업의 영업이익 N%를 근로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온 국민에게 나눠주자는 식의 사회적 기금이나 국민배당금 마련도 마찬가지다. 초과이윤을 초과세수로 정의한다면 초과세수를 어떻게 사용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주식 기반·장기 인센티브 체계 마련해야
-외국기업의 보상 체계는 어떤가.
”해외 기업들도 성과급을 지급한다. 하지만 미국 빅테크 등은 영업이익의 몇 %가 아니라 철처하게 개인 및 부문과 기업전체 성과에 연동시킨다. 정교한 개인성과 평가 시스템은 당연히 존재하고, 기업성과는 주로 주가에 연동한다. 성과급도 주로 주식기반으로 지급한다.“
-주식으로 성과급을 주는 이유는.
“구글, 메타, 아마존, 엔비디아 등 빅테크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벤처기업들은 스톡옵션 등을 많이 사용한다. 이러한 주식기반 보상은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과 직원들의 인센티브를 연동시키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몇 년 동안 팔 수 없는 주식을 성과급으로 지급함으로써, 그 기간 동안 회사에 재직하면서 주가가 올라가도록 열심히 일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의 성과급 지급 방식은.
“대기업들은 나름의 성과급제도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주먹구구식이다. 직원들 보상제도에 대한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 주식기반 보상, 장기 인센티브 등 글로벌 보상체계에 맞게 더 정교한 성과급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과도한 성과급 논란이 기업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은.
“한두 개 기업에 그치지 않고 전 산업적으로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을 가져가는 성과급이 확산된다면 공표되는 기업 이익은 당연히 줄고, 설비와 R&D 투자 재원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기업과 사회가 분열되고 한국 경제 전체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성과급 논란에 정부가 나섰는데.
“성과급 합의 체결 시 이사회 검토 및 의결과 주주총회 결의를 의무화하는 등 견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성과급 지급의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도 필요한 조치다. 상법이나 자본시장법 개정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만큼 회사 정관을 고치거나 정부 시행령 개정을 통해 통제 장치를 마련해 성과급 논란을 조기에 잠재워야 한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대기업의 대주주인 국민연금도 목소리를 내야하지 않나.
“국민연금 입장에서 보면 주주 배당 이전에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주주 이익에 반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주총에서 성과급 지급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야 한다. 과도한 성과급 문제가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면 결국 국민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
-앞으로도 성과급 논란이 계속 된다면.
“영업익의 N% 성과급이 노사 간 쟁의대상인지 법률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법률적 판단을 받지 않을 경우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논란을 거듭하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치도 대법원 판결로 최종 매듭지어졌다. 과도한 성과급 논란도 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 보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조명현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와 프랑스 그랑제꼴 에섹(Essec)을 졸업하고, 미국 코널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기업거버넌스 분야의 대표적 학자로,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원장, 국제기업지배구조연대(ICGN) 이사, 대통령실 국민경제자문위원회 전문위원, 미국 밴더빌트대 교수 등을 지내며 정부 및 국회 자문을 통해 기업거버넌스 정책 수립에 참여했다. 현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및 한국거래소 기업밸류업자문단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광숙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