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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개 국어 하면 뇌 ‘13년’ 젊어진다”…AI로 밝힌 뇌 노화 비밀 [달콤한 사이언스]

    “4개 국어 하면 뇌 ‘13년’ 젊어진다”…AI로 밝힌 뇌 노화 비밀 [달콤한 사이언스]

    나이 들수록 휴대전화를 놔둔 곳이 헷갈리고 사람 이름이 얼른 생각나지 않아 당황스러울 때가 잦아진다. 많은 사람이 그저 노화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영양제나 약물에 의존하지만 현재 의학 기술로 인지 기능 저하나 치매 발병을 늦출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수개월에 불과하다. 그런데 나이 들면 뇌가 굳어진다는 속설과 달리 ‘이것’은 뇌 노화를 최대 13년까지 늦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전 세계 뇌신경과학자들이 입을 모아 극찬하는 뇌의 안티에이징 비법은 외국어 학습이다. 스페인 바스크 인지·뇌·언어 연구센터, 칠레 아돌포 이바네즈대 라틴아메리칸 뇌 건강 연구소, 아르헨티나 산안드레스대 인지 신경과학 연구센터,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 뇌 보건 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두 개 이상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의 뇌는 한 개 언어만 사용하는 사람보다 훨씬 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구사하는 언어 수가 많을수록 뇌는 젊어지고 나이가 어릴 때 언어를 여러 개 배우면 뇌 노화 속도가 상당히 늦춰진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6~1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유럽 신경과학 연합 2026 연례 컨퍼런스’(FENS)에서 발표됐다. 인간의 뇌는 수십억 개의 신경세포(뉴런)로 이뤄져 있으며 이들은 서로 소통을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뇌 연결성이 떨어지고 결국 기억력과 사고의 속도가 감퇴하게 된다. 연구팀은 스페인어, 바스크어, 프랑스어, 영어 등 최대 4개 언어를 구사하는 스페인 바스크 지역 거주자 728명을 심층 분석했다. 이들은 뇌 세포가 활성화될 때 발생하는 미세 자기장으로 뇌 활동을 측정하는 뇌자도(MEG) 기술과 인공지능으로 다양한 나이대 사람들의 뇌 활동 데이터를 분석해 ‘뇌 노화 시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특정 나이대에서 정상적인 수준의 뇌 연결성이 어느 정도인지 밝혀냈다. 이어 이렇게 만든 뇌 노화 시계로 144명의 성인 남녀로 구성된 두 번째 집단의 뇌 연령을 측정하고 실제 나이와 비교했다. 연구 결과, 두 개의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단일 언어만 구사하는 사람보다 뇌가 평균 6년 정도 더 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 개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의 뇌는 7~8년, 네 개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의 뇌는 13년 정도 더 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더 많은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실제 나이를 바탕으로 추정되는 것보다 더 젊어 보이는 뇌를 갖는 경향을 보인다. 언어의 숫자뿐만 아니라 언어를 더 능숙하게 구사하는 능력과 이른 시기에 언어 학습을 시작하는 것도 뇌 노화의 지연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다중언어 구사 여부와 함께 언어 경험의 깊이와 지속 시간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루치아 아모루소 스페인 바스크 인지·뇌·언어 연구센터 박사는 “뇌 노화에는 흡연, 식단, 사회적 관계 등 다양한 요소가 관여하지만 뇌를 활성화하는 데 필요한 학습이 미치는 영향은 특히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2~4개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 뇌를 더 오래, 더 젊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고 일찍 시작할수록 더 좋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 야! 너두 외국어 잘할 수 있어… 뇌 속 ‘언어 지도’ 누구나 있다

    야! 너두 외국어 잘할 수 있어… 뇌 속 ‘언어 지도’ 누구나 있다

    심상 지도 하나에 여러 개념 저장특화된 뉴런 통해 구분해서 사용단어 의미 밀접하면 가까이 자리어휘 관계 그려내서 다른 말 적용 새해가 되면 ‘영어 정복’ 같은 외국어 공부를 다짐한다. 그러나 작심삼일로 끝나기 일쑤다. 그럴 때마다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은 따로 있나 봐’라면서 자기 위안을 하곤 한다. 그런데 실망할 필요는 없다. 뇌과학자들이 사람은 누구나 외국어를 잘할 수 있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미국 베일러의대 신경외과·신경과, 라이스대 전기 및 컴퓨터공학과 뇌공학연구단·생체공학과, 한국 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지능형정밀헬스케어 융합전공·뇌과학이미징연구단 공동 연구팀은 두 가지 언어를 쓰는 사람의 뇌를 살펴본 결과, 두 언어를 아우르는 하나의 ‘심상 지도’ 위에 개념을 저장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뇌는 언어마다 특화된 뉴런(신경세포)을 이용해 이 지도를 읽어냄으로써 두 언어를 또렷이 구분된 상태로 유지하면서도 매끄럽게 오가게 한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셀’ 6월 25일 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영어와 스페인어를 쓰는 이중언어 사용자 4명을 대상으로 뉴런 하나하나의 움직임까지 들여다보면서 단일 뉴런 수준에서 뇌의 움직임을 분석했다. 연구 참가자 4명은 모두 4세 무렵부터 두 언어를 습득해 똑같이 능숙하고 편안하게 구사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약물난치성 뇌전증을 앓고 있었고, 치료를 위해 뇌 해마 부위에 전극을 이식한 상태였다. 이에 따라 해마 활동을 직접 기록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영어와 스페인어로 듣고 읽고 대화하는 동안 뇌 활동을 기록하고 해마의 뉴런이 1초에 얼마나 자주 전기신호를 내보내는지를 의미하는 ‘발화율’을 계산했다. 그 결과, 같은 뜻의 단어를 서로 다른 언어로 듣거나 말할 때 똑같이 반응한 해마 뉴런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는 개별 뉴런 대부분이 특정 언어에 특화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대신 뇌는 언어를 담당하는 뉴런 집단으로 이뤄진 하나의 지도 위에 단어를 배치하되, 각 단어의 의미에 따라 자리를 정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개’나 ‘늑대’처럼 의미가 밀접한 단어들은 서로 가까이 놓였고 두 동물과 의미적으로 동떨어진 ‘포크’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 잡는다. 이런 지도 체계는 언어가 달라져도 일관되게 유지됐다. 연구팀은 두 언어가 같은 의미 지도를 얼마나 깊이 공유하는지 확인하고자 영어 의미 지도만으로 스페인어 단어가 지도상 어디에 놓일지를 예측해 봤다. 영어 지도에서 ‘개’라는 단어 주변에 어떤 개념이 이웃해 있는지 분석한 결과 스페인어 지도에서도 ‘개’의 위치를 정확하게 맞힐 수 있었다. 두 언어가 같은 지도를 쓰되 읽는 각도만 다르다는 뜻이다. 또 연구팀은 이번 발견을 100개가 넘는 언어를 이해하도록 훈련된 대형언어모델(LLM) ‘mBERT’와도 비교했다. 흥미롭게도 mBERT 역시 사람의 해마 구조처럼 여러 언어에 걸쳐 단어들 사이의 관계를 하나의 의미 지도 위에 펼쳐낸다는 점을 발견했다. 연구를 이끈 벤저민 헤이든 베일러의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뇌가 단어들 사이의 관계를 지도로 그려내고 나면 바로 그 동일한 관계를 다른 언어에도 적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누구나 이중언어, 나아가 삼중언어 사용자가 될 잠재력을 갖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 인간 뇌의 비밀 풀 ‘지도’

    인간 뇌의 비밀 풀 ‘지도’

    핵심 역할하는 ‘가바 억제성 뉴런’ 뇌세포 데이터 활용 ‘계통도’ 구축청소년기까지의 뇌세포 발달 확인조현병 등 치료법 개발에 도움 기대 의학자, 뇌과학자, 생물학자 등으로 구성된 대형 연구 컨소시엄이 지금까지 나온 것 중 가장 상세한 포유류 뇌 ‘발달 지도’ 초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미국 앨런뇌과학연구소와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대(UCSF) 의대 신경외과를 중심으로 30여개 대학과 연구기관으로 구성된 ‘뇌 이니셔티브 세포 지도 네트워크’(BICAN)는 인간과 포유류의 발달 중인 뇌에 대한 지도 초안을 과학 저널 ‘네이처’ 11월 6일 자에 6편의 논문으로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지도 초안은 단일 세포 및 공간 기술을 결합해 발달 중인 뇌세포 유형이 어떻게 출현하고 다양화하며 조직화하는지를 추적할 수 있게 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특정 신경 발달 및 정신 질환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 뇌는 인체의 중추신경계를 관장하는 가장 복잡하고 중요한 기관이며 수천 가지 서로 다른 세포로 구성된다. 성인 뇌 무게는 1.4~1.6㎏으로 전체 몸무게의 2~3%에 불과하다. 뇌는 신체가 휴식 상태일 때도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20~25%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아동·청소년의 15%가 인지, 의사소통, 행동, 정신 기능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신경발달장애의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최근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도 늘어나고 있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비교해 뇌 발달 초기 단계가 유독 길다. 따라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이 단계를 이해하는 것은 뇌 장애에 대한 이해와 치료에 필수적이다. 뇌세포는 발달 초기 단계에 급속히 변하기 때문에 연구가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 단일 세포 유전체학과 이미징 분야의 발전으로 인해 더 높은 해상도로 이런 역학을 포착할 수 있게 됐다. 우선 BICAN 연구팀은 생쥐의 뇌에서 ‘가바’(GABA) 억제성 신경세포(뉴런)로 불리는 특별한 뇌세포 집단에 초점을 맞췄다. GABA 억제성 뉴런은 뇌에서 브레이크 역할을 해 과도한 활동을 진정시키고 서로 다른 뇌 영역 간 원활한 소통을 돕는다. 사람의 경우는 이 뉴런들이 운동과 기억, 감정 조절에 이르기까지 모든 행동에 핵심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120만개 이상 뇌세포 데이터를 활용해 이 세포들이 어떻게 발달하고, 퍼져 나가며, 다른 하위 유형으로 분화하는지에 관한 ‘계통도’를 구축했다. 그 결과 GABA 억제성 뉴런들은 생성된 곳에서 계속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뇌 영역 전체를 가로질러 이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학습, 의사결정, 감정을 담당하는 뇌 영역에서 일부 뉴런이 생성 이후 오랫동안 발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동을 포함해 사람의 뇌는 스스로 재구성되는 기간이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더 길다는 점도 밝혀졌다. 또 다른 연구에서 연구팀은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뇌 영역인 시각 피질에 주목하고, 생쥐 뇌 발달 초기부터 청년기까지 77만개 이상의 개별 세포를 추적해 시각 피질 내 모든 세포 유형의 발달 경로 지도를 만들었다. 그 결과 뇌세포는 기존에 생각했던 것처럼 출생 직후나 유아기에 발달이 완료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기까지 지속적으로 형성되며 발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출생 이후의 경험이 뇌 발달을 촉진한다고 설명했다. 뇌가 오랫동안 회로를 구축하고 정교화하기 때문에 출생 후에도 발달장애 치료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를 이끈 홍쿠이 젱 앨런연구소 뇌과학 총괄 책임자는 “이번 연구 결과는 다양한 뇌세포 유형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출현하고 성숙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청사진을 제공한다”며 “발달 과정에서 중요한 유전자가 언제, 어디서 활성화되는지 이해함으로써 그 과정의 장애가 자폐 스펙트럼이나 조현병으로 이어지게 되는 메커니즘을 밝혀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먹방 아무나 할 수 없는 이유, 알고 보니 ‘○○’ 때문 [달콤한 사이언스]

    먹방 아무나 할 수 없는 이유, 알고 보니 ‘○○’ 때문 [달콤한 사이언스]

    요즘은 대중의 관심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요즘도 유튜브 동영상에서 주목받는 콘텐츠 중 하나는 ‘먹는 방송’, 소위 ‘먹방’이다. 먹방은 ‘Mukbang’이란 단어로 전 세계에 알려질 정도다. 요즘은 소식 먹방도 인기를 끌지만, 여전히 먹방하면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을 먹는 모습이다. 먹방의 인기는 ‘먹는다’라는 인간의 기본적 욕망을 자극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많은 사람은 ‘어떻게 저 많은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갖는다. 뱃속이 큰 것일까, 아니면 섭식과 관련된 뇌 회로가 다른 것일까. 뇌신경과학자들이 섭식을 중단하는 데 관여하는 뇌 영역과 세포까지 찾아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대(UCSF) 생리학과, 기초신경과학 연구소, 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고립로 꼬리핵’(cNTS)이라는 뇌 영역의 특정 신경세포가 섭식의 속도를 조절하고 종료한다고 10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11월 22일자에 실렸다. 기존에는 동물이 섭식을 중단하는 원인이 cNTS에 있는 프로락틴 방출 호르몬(PRLH)과 식욕 억제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를 생성하는 GCG 뉴런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결과들은 모두 실험동물이 마취되거나 잠든 상태에서 나온 것이다. 연구팀은 생쥐가 깨어 있는 동안 cNTS에 있는 단일 뉴런의 신호를 기록하는 방법을 활용해 다양한 고형식, 유동식을 먹이면서 뉴런의 반응을 살폈다. 연구 결과, 생쥐는 먹이를 먹기 시작한 몇 분 내에 GCG 뉴런의 활동이 증가했다. 공기를 위에 주입해도 같은 효과가 관찰돼, GCG 뉴런은 위의 팽창 정도로 섭취량을 파악하고 추적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레이저로 뉴런을 자극했을 때 생쥐들은 배가 부르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PRLH 뉴런은 위에 음식이 있을 때와 상관없이 입에 음식이 있는지에 반응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무엇이 PRLH 뉴런을 활성화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방, 설탕, 제로칼로리 감미료, 물을 생쥐에게 먹였다. 그 결과, 물을 제외하고 모든 물질이 PRLH 세포 활동을 촉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미각이 음식을 먹는 동안 섭식 뉴런을 활성화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말이다. 미각이 둔화된 생쥐는 섭식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PRLH 뉴런이 자극되면 생쥐는 먹이 섭취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 관찰됐다. 즉, GCG뉴런은 먹는 양, PRLH 뉴런은 먹는 속도를 조절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런 과정을 통해 인간의 섭식 행동과 장애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설명할 수 있으며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 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섭식 행위는 두 가지 경로로 진행된다고 추측했다. 한 가지 경로는 맛있으니 더 먹어야겠다는 신호이며, 다른 경로는 칼로리가 높으니 조금 천천히 먹으라고 명령한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재커리 나이트 UCSF 교수(화학생물학)는 “과식이나 폭식할 때는 섭식 행위를 조절하는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면서 “cNTS에는 약 20종의 뉴런이 있으며 뉴런 대부분의 기능을 명확히 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스위트홈’ 괴물 능력, 현실로?…스스로 상처 치유하는 인간세포 로봇 개발[핵잼 사이언스]

    ‘스위트홈’ 괴물 능력, 현실로?…스스로 상처 치유하는 인간세포 로봇 개발[핵잼 사이언스]

    표면에 난 상처를 스스로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간 유래 다세포 로봇이 개발돼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미국 터프츠대와 하버드대 비스 연구소 공동 연구진이 성인의 인간 세포를 활용해 개발한 다세포 로봇 ‘앤트로봇’(Anthroboys)은 30~500㎛(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의 작은 크기로, 유전자의 변형 없이 인간의 단일 세포를 키워 만들어졌다. 앤트로봇은 실험실에서 자란 인간 뉴런(신경세포)의 표면을 따라 직선 또는 원을 그리며 다양한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다. 특히 앤트로봇의 집합체는 세포층의 일부가 긁힌 것(상처)을 인식하고, 세포 성장을 촉진해 긁힌 틈을 메우기도 했다.연구진은 이러한 기능이 상처를 치료하는 치유 효과와 같으며, 상처를 치유하는 효과를 보이는 앤트로봇의 집합체는 ‘슈퍼봇’이라고 명명했다. 슈퍼봇의 발견은 환자의 재생과 치유, 질병 치료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환자 본인에게서 채취한 뉴런을 이용해 다세포 로봇과 슈퍼봇을 제작해 치료에 도입한다면, 면역 반응을 유발하지 않아 별도의 면역 억제제가 필요하지 않다. 또 생체 내에서 분해되는데 45~60일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몸에 빠르게 재흡수 되고, 실험실 외부로 유출되더라도 번식이 어려워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도 적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구축한 세포 집합체(슈퍼봇)가 손상 부위를 가로지르며 뉴런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라면서 “앞으로 치유 메커니즘의 작동 과정을 살펴보면서 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앞서 연구에 참여한 마이클 레빈 터프츠대 생물학과 교수 연구진은 미국 버몬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 연구진과 공동 연구를 통해 개구리의 배아 세포를 이용한 다세포 로봇인 ‘제노봇’(Xenobots)을 개발한 바 있다. 당시 제노봇은 스스로 통로를 탐색하고 자료를 수집하거나, 복제와 치유 등의 능력을 선보였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공개된 앤트로봇은 양서류 배아가 아닌 성인 인간의 세포를 활용해 한층 더 고차원적인 결과를 이끌어 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최신호에 실렸다.
  • 사람의 뇌처럼 학습하는 메모리 나왔다

    사람의 뇌처럼 학습하는 메모리 나왔다

    국내 연구진이 사람의 뇌처럼 학습하고 인지할 수 있는 메모리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연구팀은 100㎚(나노미터) 두께의 단일 소자에서 사람 뇌의 뉴런과 시냅스를 동시에 모사하는 뉴로모픽 메모리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뉴런은 뇌 신경계를 이루는 기본적 단위세포이며 시냅스는 뉴런들끼리 신호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 접합 부위이다. 사람의 뇌는 뉴런 1000억 개, 시냅스 100조 개가 복잡한 네트워크로 이뤄져 있다. 사람의 뇌는 이들 둘의 상호관계를 통해 기능과 구조가 외부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변한다. 많은 컴퓨터 과학자나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사람의 뇌를 흉내 내려고 하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뉴로모픽 소자는 기존 컴퓨터로는 구현할 수 없는 사람처럼 고도의 뇌 인지 기능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CMOS 집적회로와 비휘발성 메모리를 이용하고 있지만 뉴런과 시냅스 기능을 분리해 모사하기 때문에 사람의 뇌처럼 작동하기 힘들다.이에 연구팀은 휘발성 소자로 뉴런을, 비휘발성 상변화 메모리 소자로 시냅스를 모사해 단기 및 장기기억이 공존하는 단일 뉴로모픽 소자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특히 이번에 개발한 소자는 외부 신호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적응하는 가소성도 구현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건재 카이스트 교수는 “사람은 뉴런과 시냅스 상호작용으로 기억, 학습, 인지 기능을 발현하는 만큼 인공지능 개발에서도 사람처럼 이 둘을 통합해 모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뇌를 역설계하는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혈액 한 방울로 희귀유전질환 50개 잡아낸다

    혈액 한 방울로 희귀유전질환 50개 잡아낸다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혈액검사만으로 모든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피 한 방울로 많은 질병을 한 번에 진단하는 기술은 의과학 및 공학 분야의 최종 목표 가운데 하나다. 입자물리학에서 우주의 근본 물질과 그들의 상호작용을 하나의 방정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통일장이론을 찾으려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엘리자베스 홈스가 한때 ‘여성 스티브 잡스’로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의과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찾아 헤맸던 성배를 발견한 것처럼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스탠퍼드대 화학과를 중퇴한 홈스는 2003년 바이오벤처 테라노스를 설립해 혈액 한 방울로 200가지 이상의 질병을 한 번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2015년 기업 가치가 90억 달러(약 11조원)까지 뛰었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이 이 진단 기술이 조작됐다는 걸 폭로하면서 테라노스는 2018년 문을 닫았다. 혁신의 아이콘에서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고 사기꾼으로 몰락한 홈스는 지난 1월 캘리포니아 산호세 지방법원에서 11건 사기 혐의 가운데 4건을 유죄로 평결받았다.실체가 없었던 홈스의 기술과는 달리 호주, 영국, 이스라엘 등 3개국 18개 연구기관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DNA 스캔 한 번으로 50개 이상의 유전질환을 찾아내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기존 DNA 검사 기술은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지만 이번 기술은 단 몇 시간 만에 유전질환 여부를 진단해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에는 호주 가번 의학연구소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의대, 시드니대 뇌·마음연구센터, 영국 런던대(UCL) 퀸 스퀘어 신경학연구소와 런던 국립 신경학·신경외과병원, 이스라엘 라빈 메디컬센터 유전학연구소 등이 참여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2월 5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나노포어 기술을 활용했다. 나노포어는 나노미터(㎚, 1㎚=10억분의1m) 크기의 미세한 구멍을 말한다. 나노포어가 가득한 얇은 막을 만들고 여기에 분자를 통과시키면서 전기를 흘리면 분자의 종류에 따라 나노포어를 통과할 때 전기신호가 달라진다. 이를 분석하면 분자의 크기와 종류를 알 수 있다. DNA나 RNA를 구성하는 염기 4종류 아데닌(A), 시토신(C), 구아닌(G), 티민(T) 역시 나노포어를 통과하면서 다른 전류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이를 통해 염기서열을 파악할 수 있다.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혈액에서 추출한 단일 DNA 샘플을 나노포어 기술로 분석해 비정상 유전자를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 이를 통해 헌팅턴병, 취약X증후군, 조기 발병 소뇌 운동실조, 근긴장성이영양증, 소아대뇌전증, 운동뉴런질환을 포함해 50개가량의 희귀 유전질환을 한 번에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기술은 임상시험을 거쳐 빠르면 2년, 늦어도 5년 내에 실제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를 주도한 호주 가번 의학연구소 임상 게노믹스센터 이라 데브슨 박사는 “난치성 유전 질환은 한 사람의 유전자에서 비정상적 DNA 염기서열이 반복되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쉽지 않았다”며 “이번 기술은 희귀성 유전 질환을 좀더 쉽게 발견하도록 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 방에 걷는다”…28억원 기적의 치료제, 영국선 930만원인 이유[이슈픽]

    “한 방에 걷는다”…28억원 기적의 치료제, 영국선 930만원인 이유[이슈픽]

    희귀병을 앓는 자녀를 둔 엄마의 사연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글을 쓴 A씨는 척수성근위축증(SMA)을 앓고 있는 12개월 여아를 둔 엄마라고 밝혔다. 1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따르면 A씨는 최근 ‘근육병 아기들이 세계 유일한 유전자 치료제를 맞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올렸다. 척수성근위축증은 퇴행성 신경질환의 하나로,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희귀 난치성 근육병이다. 생존운동뉴런1(SMN1) 유전자가 돌연변이 등으로 기능을 하지 못해 발생하며, 세계적으로 신생아 1만명 당 1명꼴로 나타난다. “SMA, 두 돌 전에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병” A씨는 “SMA는 두 돌 전에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병”이라며 “딸아이는 태어난 직후에 증상이 있었고 진단은 3개월쯤에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다행히 치료제(스핀라자)를 빨리 맞을 수 있게 되었지만 진행 속도가 빨라 예후를 지켜봐야 된다고 말씀하셨다. 현재는 목을 가누지 못하고 앉아 있을 수도 없어 누워만 생활한다. 119 부르는 건 일상이 됐고, 호흡도 불안정해 호흡기를 착용 중”이라며 “근처 병원에서는 딸아이가 희귀병을 앓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받아 주지 않고 열이 펄펄 끓어도, 호흡이 불안정해도 3시간 거리에 있는 병원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했다.그는 ‘스핀라자’가 현재 SMA의 유일한 치료제라고 언급했다. 스핀라자는 결함된 유전자를 보완시켜 더 나빠지지 않도록 유지해준다. 하지만 A씨는 “스핀라자는 2주마다 4회에 걸쳐 투여하고 이후 4개월마다 꾸준히 평생 투여 받아야 한다”면서 “현재 희귀병이라는 말이 무색할만큼 근육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 아이들의 간절한 바람이 하늘에 닿았는지 드디어 국내에도 ‘졸겐스마’라는 완치에 가까운 치료제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세계서 가장 비싼약 ‘졸겐스마’, 기적의 치료제로 불려 청원인이 언급한 ‘졸겐스마’(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는 SMA 환자에게 정맥으로 단회 투여하는 치료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5월 이를 첨단바이오의약품으로 허가했다. 다만 주사제 치료 가격은 180만 파운드(한화 약 28억 3037만원)로 세계 최고가 단일 치료제로 알려졌다. A씨는 “‘졸겐스마’는 원샷 치료제라고도 불린다. 앉지도 못하던 아기가 서고 걷는 효과를 보였고, 정상적인 생활을 기대할 정도로 약효가 뛰어난 치료제이지만 비용이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면서 “돈이 없어 맞고 싶어도 못 맞는 아이들이 없도록 보험 적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더 늦기 전에 우리 아이들에게 기회가 올 수 있게 도와달라”며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우리 아이들, 한창 꿈을 꾸며 앞으로 나아갈 우리 아이들이 꿈을 잃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덧붙였다.“세계서 가장 비싼 약” 맞고 살아난 영국 신생아 노바티스의 졸겐스마는 지난 2019년 미국에서 투약 허가를 받았으며, 이후 전 세계 40여개 국에서 쓰이고 있다. 미국, 영국 등 국가에서는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어 한화 약 930만원 정도의 치료비를 내고 투약할 수 있다. 지난 6월, 영국에서 희귀병을 앓고 있는 생후 5개월 아기 아서가 ‘졸겐스마’ 치료제를 투여받았다. 예정일보다 6주나 빨리 태어난 아서는, 지난달 초 팔다리가 늘어지고 머리를 가누지 못하는 등의 이상 증상을 보였다. 부모는 급히 병원으로 데려갔고, SMA라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아서는 영국 최초로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가 제조한 SMA 치료제 ‘졸겐스마’를 맞을 수 있게 됐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가 이 약을 승인했기 때문이다.아서의 아버지 리스 모건(31)은 “아서가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그리고 첫 번째 환자가 되었는 때,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며 “지난 몇 주 동안은 엄청난 소용돌이였다. 우리 가족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 지 알게 된 만큼, 많은 걱정으로 가득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직도 미래가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이것은 아서에게 줄 수 있는 가능한 최고의 기회를 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노바티스 측은 “졸겐스마의 1회 복용량은 SMA의 진행을 멈추기에 충분하고 아기들이 앉고 기고 걸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장기간 받는 치료보다 훨씬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국민 건강보험료 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국내에서도 건강보험 적용을 요구하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국민 건강보험료 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더불어 다른 중증 질환과 형평성 문제도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 가천대 송호섭 교수팀 과기부 ‘융합의학 기반구축 연구지원사업’ 선정

    가천대 송호섭 교수팀 과기부 ‘융합의학 기반구축 연구지원사업’ 선정

    가천대학교는 한의과대학 송호섭교수팀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융합의학 기반구축 연구지원사업’에 선정됐다고 31일 밝혔다. 연구팀은 올해부터 2024년까지 총 43억 30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융합적 접근을 통한 뇌졸중 한의치료기술의 도출, 기전규명과 표준화, 뇌영상 기반 뇌졸중 한의치료기술의 의학적 검증, 뇌졸중의 한의치료기술에 대한 생체 신호 기반 예후 모니터링 기술 개발 연구 등을 추진한다. 이번 사업은 한의학의 과학화와 표준화를 위한 융합연구에 앞장서온 송교수와 본초학 전공자인 이동헌 교수 등 가천대 한의대 연구진이 침, 한약 등 한의치료기술 연구를 기획하였으며 의과대학 장근아 교수, 전자공학과 김영준 교수 등 타 학과 교수들과 함께 융합연구팀을 구성해 착수했다. 한의대 송호섭, 강기성, 김창업, 김송이, 황지혜, 신명숙, 이동헌 교수, 의대 장근아, 이영배, 백현만교수, 약대 최지웅 교수, IT융합대학 전자공학과 김영준, 조성보, 유호천교수 등이 참여한다. 뇌졸중은 오랫동안 한방의존도가 높은 질환으로 메타분석 논문 등에서 한의치료기술이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연구팀은 EEG(뇌파도검사), EMG(근전도검사) 등의 생체신호와 MRI(자기공명영상촬영), SPECT(단일광자방사형컴퓨터단층촬영)등의 뉴런 이미지 모니터링을 통한 한의치료기술 선정, 진단 및 치료라는 융합적 접근방법을 이용하여 기존 한의치료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송호섭 교수는 “본 연구는 융합의학 기반 플랫폼 구축, 뇌졸중 치료기술 개발과 웨어러블 모니터링을 통한 언택트 의료기술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연구 단계에서 그치지 않고 개발된 한의치료기술이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한·양방 협력을 통한 환자 본위의 융합의학 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죽은 폐 살리고 정자 세포 만들고… 현실로 다가온 ‘실험실 생명 창조’

    죽은 폐 살리고 정자 세포 만들고… 현실로 다가온 ‘실험실 생명 창조’

    200년 전 메리 셸리가 쓴 소설 ‘프랑켄슈타인-근대의 프로테메우스’는 스위스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시체를 이용해 244㎝의 인조인간을 만들어 생명을 불어넣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셸리는 전기분해 기술, 자연발생실험 같은 당시 최첨단 과학기술을 소재로 활용했지만 사람과 똑같은 인조인간을 만든다는 생각은 공상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최근 생물학과 생체공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프랑켄슈타인까지는 아니지만 실험실에서 신경세포나 생식세포를 만들고 기능을 상실한 폐를 되살리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의생명공학과, 컬럼비아대 의대, 밴더빌트대 의대, 스티븐슨 기술연구소, 서던캘리포니아대 의대, 스탠퍼드대 의대 공동연구팀은 이식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된 폐를 돼지의 순환계에 연결해 회복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의생명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 7월 14일자에 발표했다. 폐 손상이 심각해 기능을 잃게 되면 폐 이식을 고려하게 되지만 이식용 장기를 구하기 쉽지 않다. 이식을 위해 기증된 폐는 쉽게 손상돼 70~80%는 폐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계장치를 연결해 이식용 폐의 기능을 되살리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소생 확률은 낮은 편이다. 이에 연구팀은 이식 불가 판정을 받은 사람의 폐 5개를 기증받아 마취한 돼지의 순환계와 24시간 연결한 뒤 관찰했다. 돼지의 피가 폐로 전달되도록 하고 인공호흡장치를 연결해 산소 공급을 하는 한편 면역거부반응을 막기 위한 면역억제제도 투여했다. 그 결과 적출 뒤 시간이 오래 지나 괴사가 시작돼 상당 부분이 하얗게 변한 폐가 건강한 핑크색을 띠고 정상적으로 산소를 전달하는 등 기능 회복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면역거부반응에 대한 대책을 포함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현재 수준만으로도 환자에게 이식하기 충분한 상태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또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신경질환·뇌졸중연구소(NINDS) 연구팀은 ‘정크 DNA’ 중 하나인 레트로바이러스가 신경 줄기세포의 분화를 좌우하고 신경세포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NAS’ 7월 13일자에 발표했다. 레트로바이러스는 네안데르탈인 때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와 유전자처럼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DNA의 약 8%를 차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바이러스 역할을 못 하는 비활성화된 상태여서 ‘정크 DNA’ 중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연구팀은 실험실 연구를 통해 레트로바이러스 중 12번, 19번 염색체에 새겨진 HERV-K가 활성화될 경우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근위축측삭경화증이 유발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남녀에게서 추출한 혈액세포로 인체의 다양한 세포로 분화될 수 있는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든 뒤 신경줄기세포로 분화시켰다. 연구팀은 신경줄기세포 표면에 HERV-K 유전자가 활성화되도록 한 뒤 관찰한 결과 신경세포(뉴런)로 분화되지 못하고 HERV-K 유전자를 억제시키면 줄기세포가 쉽게 뉴런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UCSD) 의대 산부인과·재생과학과·비뇨기과·유전체의학연구소, 피츠버그대 의대 여성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사람의 정원줄기세포(SSC)를 시험관에서 배양하는 방법을 찾아내 국제학술지 ‘PNAS’ 7월 13일자에 발표했다. SSC는 남성의 고환 내에 존재하는 줄기세포로 일생 증식하면서 일정 수를 유지하면서 일부가 생식세포로 분화돼 정자를 만든다. 분화 기능에 이상이 있으면 남성 불임이나 무정자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불임치료를 위해 SSC를 추출해 시험관에서 배양시켜 정자로 분화시키는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정자로 분화하기 전 단계인 SSC조차 체외 배양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단일세포 유전자 발현 분석’이라는 첨단 기술로 인간 SSC의 특성을 파악해 세포분열과 생존에 관여하는 AKT 경로를 억제할 경우 실험실에서 가장 잘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연구팀은 고환에서 추출한 30개 이상의 세포 샘플로 실험한 결과 2~4주 동안 안정적으로 SSC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질 좋은 정자로 분화시키는 기술을 개발해 불임 수술에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계획이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꿀벌의 완벽한 비행…‘벌 뇌의 비밀’ 밝히다 (연구)

    꿀벌의 완벽한 비행…‘벌 뇌의 비밀’ 밝히다 (연구)

    꿀벌이 선보이는 오차 없는 비행을 가능하게 한 ‘뇌의 비밀’이 밝혀졌다. 영국 인디펜던트 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에딘버러대학과 스웨덴 룬드대학 공동연구팀은 꿀벌의 두뇌에 정보를 전달하는 뉴런이 방향과 거리의 변화를 기억하고 꿀벌이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벌집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발견했다. 꿀벌들은 그들의 시야를 사용하여 비행하지만, 다시 벌집으로 돌아올 때, 쌀알보다 작은 크기의 벌들의 두뇌에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공동연구팀은 연구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신호에 이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공동연구팀은 야행성 열대우림 벌의 뇌를 연구 관찰했다. 그들은 꿀벌의 머리에 작은 전극을 부착하여 신경 기능을 모니터링했다. 곤충들이 앞으로 날아갈 때 또는 회전할 때 보이는 가상 현실 시뮬레이션을 관찰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곤충의 뇌에서 ‘중심복합체’라고 불리는 속도와 방향을 감지하는 뉴런을 발견했다. 이 중심복합체는 개미, 꿀벌 등의 비행 시스템을 제어한다. 이와 함께 꿀벌 뇌에 대한 현미경 관찰 연구를 진행한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꿀벌 뇌의 신경 세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했으며, 꿀벌의 두뇌에 대한 상세한 컴퓨터 모델을 개발하는 데 사용됐다. 에딘버러대학 정보학부 바바라 웹 교수는 “이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신경 세포들 사이를 연결하는 ‘스파게티’와 같은 컴퓨터 모델링이 꿀벌의 위치를 ​​추적하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밝혀낸 점”이라면서 “단일 뉴런 수준에서의 이러한 복잡한 행동을 이해하는 것은 뇌 기능 과학에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이 연구를 토대로 GPS나 값비싼 컴퓨터 시스템을 필요로하지 않는 자율 로봇에서의 새로운 탐색 알고리즘 개발을 이끌어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빛으로 ‘신경세포’ 되살린다…실험 성공 - 커런트 바이올로지

    빛으로 ‘신경세포’ 되살린다…실험 성공 - 커런트 바이올로지

    우리 몸의 신경기관(신경계)은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유지된다. 하지만 이런 기관에서 자극이나 흥분을 전달하는 최소 단위 신경 세포인 ‘뉴런’은 외상이나 질병, 환경적 손상이라는 외부 요인으로 주요 기능을 상실하고 재생하는 능력마저 제한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독일 뮌헨 헬름홀츠 센터 산하 감각생물학과 기관형성 연구소의 에르난 로페스-시어 박사팀이 제브라피시(zebrafish)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손상된 뇌 신경회로의 재생을 촉진하는데 성공했다고 미국 과학전문 매체 사이언스데일리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제브라피시는 실험모델로 쥐만큼 많이 쓰이는 열대어를 말한다. 이번 연구의 성공 요인은 세포막에 박혀 있는 효소로 알려진 ‘아데닐산고리화효소’(adenylyl cyclase)에 의해 생산되는 전달 분자인 ‘고리형 아데노신인산’(고리형 AMP, cAMP)에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을 위해 청색광(블루 라이트)에 의해 발현하는 아데닐산고리화효소라는 특정 효소를 사용했다. 청색광 사용으로 효소가 나오는 세포에서 변환하는 고리형 AMP의 분비량을 정확하게 조절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어류의 경우 옆줄과 뇌를 이어주는 미주신경의 분자인 ‘체측신경’(lateralis)이 아직 발달돼 있지 않은 제브라피시의 유생(larvae)을 대상으로 이런 복구 시스템을 실험했다. 이번 연구에서 주저자로 참여한 얀 시아오 박사과정 연구원은 “청색광을 빛으로 활성시킬 수 있는 ‘아데닐산고리화효소’를 분비하는 신경세포에 비췄을 때 뉴런의 재생 효과가 극적으로 상승했다”면서 “빛 자극을 준 신경 말단은 복구율이 5%밖에 안된 무자극 대조군보다 많은 30%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즉, 이들 과학자는 청색광을 사용해 고리형AMP라는 것을 극적으로 늘려 신경회로의 재생을 자극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이기도 한 로페스-시어 박사는 “광 유전학 기술(Optogenetics)은 혁신을 일으킨 신경 생물학 분야로, 이미 뉴런의 전기적 활동을 수정하는데 사용되고 있다”면서 “그런데 동물 전체의 복잡한 신경회로를 복구하는 방법을 처음 보여준 이번 결과는 빛을 사용해 원격으로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사는 이번 결과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는 “결과는 초기 단계이다”면서 “이제 우리는 이런 결과가 제프라피시에서 단일 뉴런보다 더 복잡한 신경회로를 가진 고등동물을 대상으로 가능한지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연구진은 앞으로 이 기술을 사용해 당뇨병이나 다른 질병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신경 병증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셀’(Cell) 자매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신호(11월 16일자)에 게재됐다. 사진=독일 뮌헨 헬름홀츠 센터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와우! 과학] 사람이 닭보다 똑똑한 이유는 ’작은 단백질 조각’

    [와우! 과학] 사람이 닭보다 똑똑한 이유는 ’작은 단백질 조각’

    멍청한 사람을 비유할 때 흔히 ‘닭대가리’라는 표현을 쓴다. 이 표현은 닭의 지능이 사람보다 낮다는 사실을 내포한다. 실제 닭의 지능지수(IQ)는 5~10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 때문에 닭보다 높은 지능을 가질 수 있을까? 최근 캐나다 토론토대학 연구진은 사람이 수많은 척추동물 중 가장 큰 뇌를 가질 수 있었던 이유를 연구한 결과, 매우 작은 단백질 조각이 뇌세포를 만드는 뉴런의 진화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까지 도마뱀이나 개구리, 조류 등 일부 척추동물에 비해 포유류가 훨씬 더 뛰어난 두뇌를 가진 이유는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 비슷한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3억 5000만 년 전부터 포유류의 뇌는 타 척추동물에 비해 빠르게 진화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정답은 ‘선택적 이어맞추기’(alternative splicing, AS)라는 과정에 있다. 선택적 이어맞추기란 DNA로부터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세포가 분열하며 유전자가 복사될 때 전령핵산(mRNA)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선택적 이어맞추기(AS) 과정을 통해 하나의 유전자에서 불필요한 부분이 제거되고 새롭고 다양한 mRNA(DNA의 유전 정보를 단백질에 변환하는 역할을 하는 매개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 선택적 이어맞추기 과정에서는 하나의 단일한 유전자에서 1개 이상의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유전자의 능력에 따라 단백질의 개수는 더욱 늘어나고 다양해질 수 있다. 또 활발한 유전자 및 단백질 생성과정은 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사람과 닭 뇌의 형태학적(크기나 모양) 변화를 유발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가 닭이나 개구리 등 다른 척추동물보다 더 다양한 유전자를 가질 수 있게 한 계기가 됐다. 연구를 이끈 토론토대학의 벤자민 블렌코위 박사는 “이번 연구는 선택적 이어맞추기와 관련한 정보의 ‘방산의 일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 과정은 뇌뿐만 아니라 우리 몸 전반적인 것에 관여한다”면서 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세게 최고권위의 과학저널인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사람이 닭보다 똑똑한 이유 찾았다

    사람이 닭보다 똑똑한 이유 찾았다

    멍청한 사람을 비유할 때 흔히 ‘닭대가리’라는 표현을 쓴다. 이 표현은 닭의 지능이 사람보다 낮다는 사실을 내포한다. 실제 닭의 지능지수(IQ)는 5~10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 때문에 닭보다 높은 지능을 가질 수 있을까? 최근 캐나다 토론토대학 연구진은 사람이 수많은 척추동물 중 가장 큰 뇌를 가질 수 있었던 이유를 연구한 결과, 매우 작은 단백질 조각이 뇌세포를 만드는 뉴런의 진화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까지 도마뱀이나 개구리, 조류 등 일부 척추동물에 비해 포유류가 훨씬 더 뛰어난 두뇌를 가진 이유는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 비슷한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3억 5000만 년 전부터 포유류의 뇌는 타 척추동물에 비해 빠르게 진화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정답은 ‘선택적 이어맞추기’(alternative splicing, AS)라는 과정에 있다. 선택적 이어맞추기란 DNA로부터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세포가 분열하며 유전자가 복사될 때 전령핵산(mRNA)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선택적 이어맞추기(AS) 과정을 통해 하나의 유전자에서 불필요한 부분이 제거되고 새롭고 다양한 mRNA(DNA의 유전 정보를 단백질에 변환하는 역할을 하는 매개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 선택적 이어맞추기 과정에서는 하나의 단일한 유전자에서 1개 이상의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유전자의 능력에 따라 단백질의 개수는 더욱 늘어나고 다양해질 수 있다. 또 활발한 유전자 및 단백질 생성과정은 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사람과 닭 뇌의 형태학적(크기나 모양) 변화를 유발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가 닭이나 개구리 등 다른 척추동물보다 더 다양한 유전자를 가질 수 있게 한 계기가 됐다. 연구를 이끈 토론토대학의 벤자민 블렌코위 박사는 “이번 연구는 선택적 이어맞추기와 관련한 정보의 ‘방산의 일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 과정은 뇌뿐만 아니라 우리 몸 전반적인 것에 관여한다”면서 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세게 최고권위의 과학저널인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그로턴 R&D센터는

    미국 코네티컷주 뉴런던에 있는 그로턴 R&D센터는 화이자의 주요 신약 개발을 앞서 이끄는 연구의 사령탑이다. 이곳은 1946년 화이자가 페니실린 생산을 위해 당시 미 해군용지를 단돈 1달러에 매입, 1959년 최초로 의학연구만을 위한 센터를 설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화이자에 소속된 수많은 과학자와 연구원들은 신약 개발에 관한 모든 정보와 기술·방법·구성요소 등을 이곳으로부터 제공받고 있다. 화이자의 이름으로 개발된 수많은 ‘명약’들이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인 ‘CP-690,550’을 비롯, 비소세포성 폐암 등에 연구되고 있는 단세포군항체인 ‘CP-751,871’, 항생제 지스로맥스, 항우울제 졸로프트, 항불안제 자낙스, 경구용 금연치료제 챔픽스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이곳에서 일하는 연구인력은 4000여명으로, 단일 연구기관으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 한국화가 송수남씨(이세기의 인물탐구:34)

    ◎화폭에 시정 가득… “시인같은 화가”/수묵현대판화 개척… 「남천산수」는 독보적 경지/유연하면서도 예리한 운필로 화력 30년 빛내/가장 한국적인 소재에 집착… “동서양 넘나드는 화격” 꿈꿔 남천은 시인같은 화가다.그는 그림으로 시를 쓰는 시인이다.그의 그림만 봐도 알 수 있다.먼산 먼강 안개 서린 먼동,잔잔한 금강이며 섬진강 얼어붙은 겨울산하까지도 그의 그림속에는 교교한 시정이 담겨있다.공간에 뜬 몇개의 산이 담묵 농묵으로 꿈결같은 원근을 이루거나 또는 보석처럼 빛나는 수묵채색일 때도 아름다운 여백을 살려 화면전체에 서정시가 흐르는 듯한 향수를 품고 있다. 그가 쓰는 먹은 모든 색의 출발이자 모든 색깔을 포함한 색채다.어둠이 흩뿌리는 혼묵,비내리는 잿빛하늘의 회묵일지라도 단순한 검은색인가 하면 전혀 검은 색깔이 아닌 현묘 심묘의 먹색일색이다.그는 눈부시게 하얀 백지위에서 먹으로 백색을 백답게 살리고 먹색을 가장 먹답게 표현할 줄 아는 화가다. 색깔과 색깔을 배합해서 얻어지는 효과와는 달리 물과 먹의 비율은그 농도를 계산할 수는 없으나 모필이 한지에 닿는 순간의 유연성과 날카롭고 경쾌한 선조,그 번짐이 내는 의외의 조형에 흠뻑 빠져든듯 그는 지난 수년간 수묵을 매재로 하는 긴 실험과 모색의 시기를 거쳐왔다. 그리고 수묵추상 발색산수 동양화판화에서 다시 발묵산수로 이어지는 그의 수묵작업은 이제 포만과 방출의 단계를 통과하여 그만의 독자적인 「남천산수」를 이루고 있음을 인정받고 있다. ○충격던진 첫 개인전 그의 이런 실험정신은 그가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할 때도 일관되게 지켜지던 그만의 방법이다. 이대입구 신촌 하숙집 골방에 틀어앉아 낙엽이란 낙엽은 모조리 주워다가 수북하게 쌓아놓고는 이를 화면에 이리저리 꼬아 붙이는 나뭇잎 콜라주,켄트지에 유화 한지에 수채화등 그가 무엇을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를 스스로 모색하고 타진한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때의 「높지도 낮지도 않은 고향의 뒷동산」과 「강언덕 버들개지 꽃샘바람에 한바탕 춤추고 나면 온산은 진달래가 물들어」샤갈과 드가를 변주한 듯한 영롱한 색채는 그가 범상치않은 화가로 탄생될 것을 그의 주변에 일찍이 예감시켰다. 화력 30년의 화가로서나 대학교수로서나 그는 이제 중진의 위치다. 그러나 스승의 문하에서 스승의 화풍을 이어받은 다른 화가들과는 달리 혼자서 자신의 세계를 암중모색으로 성취한 편에 속한다.이에대해 그 자신도 「누구에게 배운 적도 영향을 받은 바도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초기 「한국화」전이란 타이틀로 그가 첫 개인전을 열었을 때는 한지와 먹,탑이나 기와지붕등 동양화재료와 한국적 테마를 택하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의 동양화에서의 설채와 운필을 벗어나 서양추상화를 보는듯한 충격을 던졌다. 원로미술평론가 이경성씨는 『시류에 영합하지 않은 송수남 한국화는 새로운 공간예술을 실천한 예로서 70년대 화단에서 독보적인 위치로 우뚝 설것임』을 다짐했었다. 70년대후반 실경산수가 한창 붐 일때도 그의 산은 진채표현의 중량감을 과시하여 적묵산수의 특징을 강조했고 담백한 여운을 느끼게 하는 수묵과는 달리 강렬한 발색산수에서 중성적 느낌을 안겨주는 다채로운 채색과분방한 화풍을 구사해 보였다. 야트막한 구릉과 하천을 부드러운 선과 극도로 절제된 간결한 구성으로 암시하는가 하면 상상을 초월하리만큼 거대한 산봉은 휘염의 범람인듯 화면을 압도하기도 한다. 그곳에는 시의 빛과도 같은 섬세한 장식이 둥우리를 틀고 우뚝한 삼각형,묵취와 묵광,산정에서 갑자기 솟아오른 빨갛고 동그랗고 자그마한 해만으로 먹구름같은 화면에 눈시린 청량감을 뿌렸다. ○동양화서 추상 시도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동양화가로서는 드물게 「산」을 주제로한 판화를 제작,목판·석판·실크스크린·모노타입등 4종류를 찍어 수묵화의 수묵현대판화로서의 새로운 화경을 열었고 88년 「자연과 도시」전도 빼놓을수 없는 탁발한 전시로 손꼽힌다. 굵거나 묽은 선으로써 시작과 끝을 흐려뜨리면서 드로잉적인 필선과 발묵의 번짐으로 독특한 도시의 서정을 구현,울창한 잡목숲과도 같은 어지러운 도시의 여러 풍경을 특징적으로 묘사해 냈다. 도시나 산하외에 그가 즐겨 그리는 미루나무는 먹으로 화면을 가득채운 동양화의 현대추상을 시도한 선시리즈와 고향으로 가는듯한 휴식을 살린 첨단과 향수의 두면을 대비적으로 선보여주고 있다. 붓끝에 힘을 주어 사군자를 치는듯한 한계를 자유하여 그는 이제 모필만이 갖는 유연성으로 동서양을 넘나드는 그만의 화격을 이루는것이 꿈이다. 남천으로서는 어느구석에도 그 겉모습에선 화가의 티는 찾아볼 수 없다. 아마도 그런 「티」는 그에게는 지난 시절의 치기일지도 모른다.문학과 철학에 빠져 세상을 온통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니힐리스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이른바 가난이면 가난, 슬픔이면 슬픔, 외로움이면 외로움이었던 회오리가 한바탕 지난후 거추장스러운 껍질을 훨훨 벗고 「평범」과 「무심」을 과장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굵은테 안경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 그런거지 세상이란 그런거지」털털 웃으면서 술잔을 기울이는 그를 바라보노라면 지난 날이 흔적없이 허무하게 느껴진다는 수류운공이 떠오른다. ○단체활동 개입 안해 그러나 그는 여전히 어눌하고 치밀하지 못하여 지난 90년 한 신문사가 주는 예술대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상을 제정해주신 신문사에 감사한다」는 인사말을 여러차례 연습까지 해놓고는 막상 단상에 올라 다른 신문사 이름을 들먹이며 중언부언하는 바람에 관계자와 좌중을 난처하게 했었다. 또 두주불사로 학생들과 어울려 춤을 추고 사심없이 놀다가도 갑자기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 『한국적이란 무엇일까.중국하면 도가 떠오르고 인도하면 명상이 떠오르듯이 「한국」하면 뭐가 먼저 생각나지?』심각하게 추궁하여 주위를 당혹케하기 일쑤다.이런 한국적인데 대한 집착은 75년 스웨덴 스톡홀름국립박물관 초대전이후 수십차례의 세계미술전에 참가하면서 생긴 징후다. 그는 전북 전주에서 농가 송대석씨의 3남매중 외아들.조부가 쓰던 먹과 벼루가 있는 환경에서 자라나 일찍이 그림에 재능을 보였고 그의 소원은 언제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을 성취하는 일이었다.소원대로 지금은 서교동 그의 집에 마련된 80여평의 드넓은 화실에서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고 바로 이를 이루기 위해 그는 끝없이 노력해왔다고 할 수 있다.가족은 부인 백명희교수(이대사대학장·54)와 1남2녀.그림을 그리는 자녀는 없다. 화가친구보다는 옛날 신촌하숙방에서 함께 뒹굴던 소설가 이제하 시인 강위석 등과 즐겨 어울리고 80년대 수묵화운동을 함께 했던 후배 제자들이 있지만 화단에서의 단체활동등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 화가로 유명하다. 사람들은 남천을 소탈하고 소박하다고 말한다.대체로 자신의 일에만 충실할뿐 그는 만사에 서툴고 머뭇거리는 형이다. 그러나 가까이 화단일부에서 그의 후배들이 말하는 남천은 뚝심과 정열,실험정신이 투철하여 기왕에 있어온 타성을 묵살하고 언제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도전적 욕망이 꿈틀대는 야심파다.또는 감정이 격하고 제스처가 명확하며 일을 벌이면 끝장을 내고 한번 눈밖에 난 사람은 끝끝내 돌아보지않는 독선적인 면이 지나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림의 완성을 설계 어느것이나 화가로서 인간으로서 그가 지닌 일면일 것이다.사람이 나이들면 환경과 시대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듯이 아마도 남천 역시 그런 여러 측면을 복합적으로 지닐 수도 있다.그래선지 그는 다른 예술과는 달리 미술은 음악처럼 세계도전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서슴없이 긍정한다.그리고 한때 지나치게 탐닉했던 화려한 색채를 단순하게 저버린것이 아니라 이를 오채의 먹으로 종합한다는 의지다. 그는 결국 시와 철학으로 살찌운 마음속에다 그의 수많은 붓들을 담가두었다가 어느날 하얀 한지위에 먹만의 조형으로 세계화단에 발돋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그는 그림의 완성,그의 그림의 끝을 알고있는 이시대 소중한 화가의 한사람임에 틀림없다. □연보 ▲1938년 전북 전주출생 ▲전주중앙국교 서중­공고졸업 ▲1956년 홍대 서양화과 입학 ▲군복무후 1961년 동양화과로 전과 ▲1963년 홍대 졸업 ▲1962년 국전입선후 신광여고­이대부고교사 ▲1967년 제9회 동경국제비엔날레 출품(동경) ▲1969년 송수남 「한국화」전(신문회관화랑) ▲1970년 인도 트리엔날레 출품(뉴델리) ▲1972년 한국현대작가7인전(샌프란시스코 아시아재단화랑) ▲1973년 송수남 개인전(신세계화랑) ▲1973년 상파울루 국제비엔날레(상파울루)한국 동양화10인전(동경) ▲1974년 양지화랑 초대개인전 ▲1974년 현대 화랑 기획전(현대화랑)현대한국동양화전(나고야) ▲1975년 스웨덴 스톡홀름국립박물관 초대개인전 ▲1976년 한국현대 동양화대전(국립현대미술관) ▲1977년 한국 미술대상 초대전(국립현대미술관) ▲1978년 맥향화랑 초대전 ▲1978년 뉴욕 한국화랑 초대개인전 ▲1978년 한국미술20연 동향전(국립현대미술관) ▲1979년 한국미술­오늘의 방법전(문예진흥원 미술회관) ▲1980년 하와이대 한국학센터 개관기념 초대전 ▲1981년 백상미술대전 한국현대작가 드로잉전(뉴욕 브루클린미술관) ▲1983년 송수남전(현대화랑) ▲1983년 초대 송수남 개인전(뉴런던 코네티컷대,뉴욕브루클린대 시카고 스코키시립미술관) ▲1984년 송수남 개인전(뉴욕 한국문화원) ▲1985년 송수남 판화전(조선화랑) ▲1986년 한국화,오늘과 내일 전망(워커힐미술관) ▲1986년 한국화 100연전(호암갤러리) ▲1986년 동양화 초대전(강남현대화랑) ▲1986년 송수남 초대전(부산진화랑) ▲1988년 자연과 도시전(동산방화랑) ▲1989년 남천 판화전(청작미술관)해마다 국립현대미술관 주관 현대미술초대전,한국의자연전,서울미술대전,현대작가초대전 등 단체전 수회출품 동아미술제심사위원,문예진흥원 미술대전심사위원,운영위원 역임〔현재〕서울 미술대전 운영위원,서울시 예술위원,홍대교수(홍대박물관장) 중앙예술대상수상 「수묵화」「동양화」「자연과 도시」「남천사군자(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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