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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어머니와 짜장면

    [길섶에서] 어머니와 짜장면

    유행가 가사처럼 어머니는 정말로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다. 기억도 까마득한 코흘리개 시절 어머니의 손을 잡고 길을 걷다 중국집 앞을 지나치게 됐다. 참을 수 없이 매혹적인 짜장면 냄새에 어머니를 졸라 식당에 들어갔던 것 같다. 어머니는 짜장면을 한 그릇만 주문했다. 형편이 몹시 어려운 때였다. 짜장면을 정신없이 먹고 있는 나를 어머니는 그저 쳐다보고 있었다. 어머니도 그때는 젊은 나이였는데, 얼마나 짜장면이 먹고 싶었을까. 그 장면을 떠올리면 마음이 저린다. 어머니는 지금도 장성한 아들에게 뭔가를 먹이는 게 지상목표다. 식사 때마다 당신 그릇 속의 고기를 아들 그릇으로 옮길 기회를 호시탐탐 노린다. 그러지 마시라고 화도 내보지만, 어머니의 퍼주기는 악화일로다. 알량한 효도를 한답시고 어머니를 고급 중식당에 모시고 가기도 한다. 그래도 어릴 적 그 짜장면에 얽힌 사무침은 도무지 해소가 안 된다. 타임머신이 생긴다면, 옛날 그 중국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리고 내 앞에 놓인 짜장면의 절반을 어머니에게 덜어드리고 싶다.
  • 친부모에게 흉기 휘두른 10대 외국인 ‘구속’…父 사망·母 중태

    친부모에게 흉기 휘두른 10대 외국인 ‘구속’…父 사망·母 중태

    법원 “도주 우려” 구속 영장 발부 충남 천안에서 친아버지와 친어머니에게 흉기를 휘둘러 아버지를 숨지게 한 외국 국적의 아들 A(19)씨가 구속됐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박헌행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오후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23일 오전 1시 10분쯤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 한 아파트에서 40대 아버지 B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존속살인)를 받고 있다. A씨는 범행 뒤 119에 자신이 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렀다고 신고했다. B씨는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가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하며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끝내 숨졌다. 40대 어머니도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큰 상처를 입고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경찰은 현장에서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업 문제로 다투는 부모님을 말리는 과정에서 홧김에 흉기를 휘둘렀다. 당시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음주나 약물 운전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다”며 “A씨를 대상으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 10대 외국인, 친부모에게 흉기 휘둘러…父 사망·母 중태

    10대 외국인, 친부모에게 흉기 휘둘러…父 사망·母 중태

    23일 충남 천안에서 친아버지와 친어머니에게 흉기를 휘둘러 아버지를 숨지게 한 외국 국적의 10대 아들이 경찰에 현행범으로 긴급체포됐다. 천안동남경찰서는 존속살인 혐의로 A(19)군을 현행범으로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이날 오전 1시 10분쯤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 한 아파트에서 40대 아버지 B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가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하며 대학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끝내 숨졌다. 40대 어머니도 A군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큰 상처를 입고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대학생인 A군은 범행 뒤 119에 자신이 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렀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업 문제로 다투는 부모님을 말리는 과정에서 흉기를 휘둘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함께 거주하는 친형 등을 상대로 사건 동기 등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음주나 약물 운전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다”며 “A씨를 상대로 자세한 범행 동기 등을 조사 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남편 바꿔 만났다”…美 ‘스와핑 엄마들’ 4년 만에 폭로전 [핫이슈]

    “남편 바꿔 만났다”…美 ‘스와핑 엄마들’ 4년 만에 폭로전 [핫이슈]

    미국에서 이른바 ‘배우자 바꿔 만남’ 논란으로 화제를 모았던 여성 인플루언서들의 과거사가 4년 만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일부 부부가 서로 합의 아래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었던 일을 두고 옛 친구가 새 주장을 내놓자, 당사자와 전남편, 가족들까지 가세해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미국 연예매체 피플은 17일(현지시간) 디즈니 계열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몰몬교 주부들의 은밀한 사생활’ 출연자 테일러 프랭키 폴을 둘러싼 과거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고 보도했다. 폴은 미국 유타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여성 인플루언서 모임 ‘맘톡’(MomTok)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논란은 2022년 폴이 틱톡 라이브 방송에서 자신과 남편 테이트 폴을 포함한 일부 부부가 서로 합의 아래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친밀한 행동을 허용했다고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들은 일정한 선을 넘지 않는다는 나름의 합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폴은 이후 자신이 그 합의를 어겼다고 인정했고, 남편 테이트와 결국 이혼했다. 이 일은 온라인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고 이후 훌루가 제작한 ‘모먼 와이브스의 은밀한 삶’에서도 주요 소재로 다뤄졌다. “합의보다 불륜이 문제”…4년 만에 나온 새 주장최근 논란에 다시 불을 붙인 사람은 폴의 옛 친구 케나 기번스다. 기번스는 지난 14일 틱톡 영상을 통해 당시 문제의 핵심은 부부들이 합의 아래 다른 사람과 친밀하게 지냈다는 사실 자체보다 자신의 남편 브레이든 롤리와 폴 사이에서 별도의 관계가 이어졌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기번스는 자신 역시 당시 모임에 참여했던 사실과 잘못된 선택을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관계를 끝내달라고 요구한 뒤에도 폴과 당시 남편이 뒤에서 만남을 이어갔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폴은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그는 기번스가 당시 관계 중단을 요구한 적이 없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촬영한 영상과 사진, 문자메시지 화면 등을 공개하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려 했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면서 4년 전 일이 다시 온라인상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전남편·어머니까지 가세…옛 논란 다시 확산공방은 당사자들 사이에서 끝나지 않았다. 폴의 어머니 리앤 메이가 소셜미디어 댓글을 통해 기번스의 주장에 반박하면서 갈등은 가족들까지 번졌다. 메이는 당시 관계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폴의 전남편 테이트도 지난 16일 직접 반박 글을 올리며 오랜 침묵을 깼다. 피플은 테이트가 이번 논란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과거 이 모임에 참여했던 다른 인물들도 잇따라 의견을 내놓으면서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미란다 호프와 체이스 맥워터 등은 테이트의 주장에 힘을 싣고 폴의 어머니 발언을 비판했다. 2022년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했던 부부들의 사적인 관계가 4년이 지난 지금도 새 폭로와 반박을 낳으며 다시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 흥 넘치는 배구 소녀들 세계 6위! 김연경 떠난 여자배구 미래 밝혔다

    흥 넘치는 배구 소녀들 세계 6위! 김연경 떠난 여자배구 미래 밝혔다

    배구 소녀들이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실력을 뽐내며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를 밝혔다. 김연경의 은퇴 이후 침체기에 빠진 여자배구로서는 이들의 성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승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17세 이하(U-17) 여자배구 대표팀은 17일 칠레 산티아고 국립 스타디움 파크 코트에서 열린 2026 국제배구연맹(FIVB) U-17 세계선수권대회 5위 결정전에서 이탈리아에 1-3(20-25 26-24 20-25 14-25)으로 패했다. 비록 개막 전 목표로 삼았던 4강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4강에 근접한 성적을 내면서 긍정적인 성과를 얻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이 정도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5존 전승으로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고 16강에서 필리핀을 꺾으며 8강까지 올랐다. 비록 8강에서 세계적인 배구 강호 튀르키예에 일격을 당했지만 5~8위 순위 결정전에서 태국을 꺾으며 5위 결정전까지 올라왔다. 그야말로 깜짝 돌풍이었다. 김연경의 은퇴 이후 여자배구가 세계 무대에서 변방으로 빠르게 밀려났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들의 활약이 대단히 고무적이다. 적어도 같은 나이대의 선수들과의 경쟁에서는 결코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들이 향후 몇 년 안에 더 좋은 기량을 갖춰 잘 성장한다면 위기에 빠진 여자배구의세대교체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어린 선수들답게 득점 후 각양각색의 세리머니도 화제가 됐다. 손흥민의 세리머니를 따라 하는가 하면 서로를 향해 권총을 쏘는 시늉을 하는 등 세리머니로 전 세계 배구팬들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배구를 즐길 줄 아는 선수들의 모습이었다. 여러 선수 가운데 ‘리틀 김연경’으로 불리는 주장 손서연(선명여고)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손서연은 한국이 치른 9경기 중 휴식 차원에서 벤치에 주로 있었던 조별리그 알제리전을 제외하고 모든 경기에서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이번 이탈리아전과 알제리전을 빼고는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기록하며 대회 전체 득점 공동 2위에 올랐다. 손서연은 경기 후 “주변의 큰 관심과 ‘리틀 김연경’이라는 수식어가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그만큼 많은 분이 기대를 걸고 있다는 의미니까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더 성장해서 파이팅 넘치고 공격과 수비를 골고루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대표팀 선수들은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 추경호, 현직 시장 첫 위안부 기림의 날 참석…이용수 할머니 손 잡았다

    추경호, 현직 시장 첫 위안부 기림의 날 참석…이용수 할머니 손 잡았다

    추경호 대구시장이 현직 시장 중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억 행사에 참석했다. 추 시장은 위안부 생존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 곁에서 행사가 끝날 때까지 함께하며 아픈 역사의 기억과 인권의 가치를 미래 세대에 전하겠다고 약속했다. 17일 대구시에 따르면 추 시장은 지난 14일 수성구 범어대성당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아 피해자의 명예 회복을 다짐하는 추모 음악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이 할머니를 비롯해 최봉태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이사장 및 관계자, 시민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은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1991년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8월 14일을 기억하고자 2017년 국가 기념일로 제정됐다. 추 시장의 참석에 이 할머니도 크게 반긴 것으로 알려졌다. 추 시장은 이 할머니의 손을 꼭 잡은 채 나란히 앉아 안부와 덕담을 나누며 행사장을 끝까지 지켰다. 행사에서는 ‘은빛메아리’와 ‘대구코랄’의 합창, 해금 독주 등 다양한 무대가 마련됐다. 추 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할머님들의 용기 있는 증언은 우리 사회가 아픈 역사를 마주하고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되찾기 위해 나아가는 중요한 출발점이 됐다”며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증언은 국내를 넘어 국제사회의 연대를 이끌어 냈고, 인권과 평화라는 보편적 가치를 일깨우는 이정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는 것은 과거에 머무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는 같은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와 평화로 나아가기 위함”이라며 “대구시도 시민 여러분과 함께 아픈 역사의 기억과 인권의 가치를 미래 세대에게 온전히 전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 “마지막까지 봉사”…‘의령 봉사왕’ 공도연 할머니, 남편과 영면

    “마지막까지 봉사”…‘의령 봉사왕’ 공도연 할머니, 남편과 영면

    “시신을 의대에 기증해라.” 평생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신의 것을 내어놓았던 ‘의령 봉사왕’ 고(故) 공도연 할머니가 남긴 유언이다. 의학교육과 연구를 위해 자기 몸까지 내놓은 공 할머니가 3년 가까운 시간을 거쳐 ‘마지막 봉사’를 마치고 영면에 들었다. 공 할머니와 남편 고(故) 박효진 씨는 지난 14일 진주시 안락공원에서 함께 화장됐다. 부부의 유골은 같은 날 경상국립대학교 의과대학 생명존중실에 나란히 안치됐다. 앞으로 30년간 이곳에 모셔진다. 공 할머니는 2023년 9월 13일 향년 82세로 세상을 떠났다. 유족들은 고인의 뜻에 따라 시신을 경상국립대 의과대학에 기증했다. 이후 의학교육과 연구에 활용된 뒤 화장에 이르기까지 3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남편 박 씨도 앞서 2022년 4월 세상을 떠나며 시신 기증 의사를 밝혔다. 박 씨의 시신은 경상국립대 의과대학에 보존돼 있었고, 이후 공 할머니도 같은 곳에 몸을 기증하면서 부부는 마지막 봉사까지 함께했다. 부부의 시신은 지난 7월 말까지 의대생 해부학 실습과 교수진의 임상 연구 등에 활용됐다. 강윤식 경상국립대 의과대학장은 “공도연 할머니가 의령에서 ‘봉사왕’으로 불릴 만큼 오랫동안 이웃을 위해 살아온 분이라고 들었다”며 “시신 기증은 의학교육과 의학 발전에 큰 힘이 되는 숭고한 나눔이자 그 자체로 엄청난 봉사”라고 말했다. 이어 “고인의 소중한 기증은 훌륭한 의료인을 길러내는 밑거름이 됐다”고 덧붙였다. 공 할머니의 장남 박해곤 씨는 “부모님을 떠나보낸 뒤에도 자식으로서 늘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며 “이제 두 분이 하실 일을 모두 마쳤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이면서도 마지막으로 보내드리는 것 같아 서운한 마음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정말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며 “오랫동안 어머니를 기억해준 군민들께도 감사드린다”고 했다. 장녀 박은숙 씨는 어머니의 봉사를 두고 “엄마에게 봉사는 삼시 세끼 자식 밥을 챙기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었다”며 “가족을 돌보듯 정말 많은 사람을 거두고 살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얼마 전 꿈에 엄마와 아버지가 깨끗한 옷을 입고 함께 나왔다”며 “돌아가시고 2년 넘게 차가운 병원에 계셨는데 이제 마지막 봉사까지 다 마치고 좋은 곳으로 가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마의 10%라도 닮고 싶다”며 “그것이 엄마의 뜻이라면 우리도 그렇게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공 할머니의 봉사 인생은 50년 넘게 이어졌다. 17살에 천막집으로 시집온 공 할머니는 이웃에게 밥을 얻어먹을 정도로 가난한 시절을 보냈다. 낮에는 남의 집 밭일과 봇짐 장사를 하고 밤에는 뜨개질해 팔며 살림을 일궜다. 형편이 나아진 30대부터는 본격적으로 지역사회 활동에 나섰다. 새마을부녀회장을 맡아 주민들과 농한기 소득 증대 사업을 벌였고, 사비를 들여 마을 간이상수도 설치와 지붕 개량 사업을 돕기도 했다. 마을 주민들은 공 할머니의 선행에 감사하는 뜻으로 1976년 송산국민학교에 ‘사랑의 어머니’ 동상을 세웠다. 1985년에는 의료시설이 없어 불편을 겪는 주민들을 위해 대지 225㎡를 직접 사 의령군에 기탁했다. 이 땅에는 송산보건진료소가 들어섰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명절마다 이웃돕기 성금을 기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의 소식을 들으면 쌈짓돈과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챙겨 나눴다. 이런 나눔은 해마다 이어졌다. 공 할머니는 오랜 세월 이어온 봉사의 순간들을 ‘봉사일기’에 기록했다. “가난해 보지 못한 사람은 가난의 아픔과 시련을 알지 못할 것입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잘살아 보겠다는 강한 신념이 있다면 반드시 방법이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없는 자의 비애감을 내 이웃들은 느끼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80세가 된 뒤에도 봉사는 멈추지 않았다. 35㎏의 작은 몸으로 손수레를 끌며 나물을 팔고 고물을 주워 번 돈까지 어려운 이웃에게 내놓았다. 선행과 사회공헌으로 받은 표창만 박정희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60여 차례에 이른다. 2020년에는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오태완 의령군수는 “공도연 할머니는 평생 이웃을 위한 나눔을 삶으로 보여주시고 마지막까지 봉사로 삶을 완성하신 분”이라며 “고인이 보여준 한결같은 이웃 사랑은 우리 사회가 오래 기억해야 할 참된 봉사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령군민과 함께 그 뜻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고 했다.
  • ‘친일파의 버려진 후손’ 고백한 가수…“이완용 통역관이었다”

    ‘친일파의 버려진 후손’ 고백한 가수…“이완용 통역관이었다”

    배우 하영(본명 안하영·33)이 증조부 안상호(1872~1927)의 ‘친일 의혹’에 대해 공식 사과한 가운데, 앞서 스스로 ‘친일파 후손’임을 고백한 밴드 ‘양반들’ 보컬 전범선(35)이 가문의 내력을 알게 된 뒤의 심경을 회고했다. 14일 가요계에 따르면 전범선은 전날 유튜브 채널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해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트라우마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지난 4월 유튜브 채널 ‘뮤지엄피’에 출연해 자신이 한국 최초의 신소설인 ‘혈의 누’의 작가이자 언론인, 친일반민족행위자인 이인직(1862~1916)의 5대손임을 밝혔다. 이인직은 대한제국 시기 일본 유학을 한 뒤 러일전쟁 당시 일본 해군 통역관을 맡았고, 이후 경술국치(1910년)를 전후해 이완용(1858~1926)의 통역관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친일 행적을 이어갔다. 대학 때까지 자신이 친일파 후손임을 몰랐다는 전범선은 고등학생 때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고, 강원 횡성군 소재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 아이비리그 중 한 곳인 다트머스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데 이어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역사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다트머스대 재학 시절 대한제국 시기와 일제강점기 한국에서 선교사와 독립운동가, 외교관 등으로 활동했던 호머 헐버트 박사에 대해 알게 됐고, 이후 귀국해 헐버트 박사 관련 활동을 하던 중 어머니로부터 가문의 내력을 알게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어머니, ‘친일파 후손’ 숨겨오셨다”“트라우마 극복하려 역사서 집필”그는 “어머니가 ‘역사 공부하는 건 알겠는데, 네 출신 성분을 알고나 해라’라며 내가 ‘친일파 후손’이라고 말씀하셨다”면서, “‘네 조상은 이인직’이라고 하셨다. 이인직은 ‘혈의 누’ 작가로 알고 있었는데, 친일파인 것까지는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어머니가 ‘그냥 친일파가 아니라 대단한 친일파였다. 이완용의 통역관이었다’라고 하셨다”면서 “나라를 팔아먹는 그 행위에서 통역을 했던 사람이 내 5대조부, 외할머니의 증조부였다”라고 말했다. 전범선은 “어머니는 그때까지 그런 이야기를 나에게 안 하셨다. 부끄러웠던 거다”라면서 어머니의 말씀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다만 친일파 후손으로서 떵떵거리면서 산 것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이인직은 조선인 아내를 버리고 일본인 여성과 재혼해 살다 1916년 경성(서울)에서 사망했는데, 조선인 아내의 후손인 탓이다. 그는 “이인직은 일본인 여성에 새장가를 들며 저희 가족을 사실상 버린 셈”이라며 “혜택을 누린 건 전혀 없다. 어머니도 숨기고 살아오셨다”라고 덧붙였다. 홍대 인디신에서 활동하던 전범선은 다트머스대 졸업 후 귀국해 2014년 밴드 ‘전범선과 양반들’을 결성했다. 2016년 ‘녹두장군’ 전봉준에게 영감을 받아 만든 앨범 ‘혁명가’가 호평을 받았고, 이듬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수록곡 ‘아래로부터의 혁명’이 ‘최우수 록 노래’ 부문을 수상했다. 현재는 밴드를 ‘양반들’로 재정비하고 활발히 활동 중이다. 자신의 전공을 살려 역사서(전범선의 한국사 테라피)도 저술했는데, 친일파 후손으로서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활동이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 기도, 나를 기다리는 쉼… 한 줌의 고요가 내려앉는다 [박상준의 문장 여행]

    기도, 나를 기다리는 쉼… 한 줌의 고요가 내려앉는다 [박상준의 문장 여행]

    한때는 쇼핑하듯 휴식을 찾아 헤맸다. 적지 않은 돈을 들여 홀로 여행을 떠나고, 요가 수업을 듣고, 템플스테이를 검색하고…그렇게 하고 있을 때면 마음이 든든했다. 이제야 제대로 쉬는 법을 알게 된 것 같기도 하고…그렇게 몇 년을 보내고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남이 차려준 고요를 받아먹기만 했지 혼자 고요 속에 머무는 방법은 몰랐다는 걸. 공백의 ‘휴식의 말들’ 중에서 휴식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쉼’을 뜻한다. 우리에겐 휴식이 필요한데 그게 참 어렵다. 일을 그만두고 오래도록 쉬는 것도 아니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기 위한 잠깐의 쉼이 이렇게나 소원한 일이어야 할까. 칠곡 왜관수도원의 침묵 가운데 홀로 스며 오늘의 고요를 배운다. ●고요를 기다리며 며칠 전 평창에 다녀왔다. 봉평 작은 책방은 90분 남짓 혼자만의 시간을 제공했는데, 책을 보고 커피를 마시다가 창밖으로 뜨거운 여름이 지나는 풍경을 침묵 속에 마주할 수 있을 듯했다. 물론 번번이 그렇지만 출장이어서 다음을 기약하다 돌아왔다. 그런 날의 목록이 먼지처럼 쌓인다. 다음에, 여유로울 때 여유롭게 누려야지 하고 미뤄둔 장소들. 하지만 여유로울 때는 굳이 여유를 찾을 까닭이 없다. 여유는 그것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 간절하다. 그래서 휴식이 필요하다. 우리가 여유라고 부르는 말은 실상 휴식의 다른 표현인 경우가 많다. 공백 작가는 ‘휴식의 말들’(유유)에서 휴식에 관한 100가지 문장과 자신의 휴식을 겹쳐본다. 이는 체력도 약하고 그렇다고 운동을 즐기는 것도 아닌데 감각은 예민해 누구보다 ‘쉽게 지치는 사람’인 작가가, 자신만의 휴식을 찾아 떠난 여정의 고백이기도 하다. 그는 수전 손택이 ‘다시 태어나다’에 기록한 “나는 혼자 있을 수 있기를, 그것이 단지 기다림이 아니라 내게 가치 있기를 바란다”라는 휴식의 말을 빌려 답을 대신한다. 기다림은 대상이 있지만 혼자 있을 때는 기다림의 객체와 주체가 모두 나 자신이다. 그때 기다림은 내 안에 한 줌의 고요가 가만히 내려앉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일상의 바깥에서 ‘피정’하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문화영성센터에서 피정으로 혼자 묵었다. 피정은 천주교 신자들이 일상 바깥에서 묵상이나 기도를 통해 자신을 살피는 일이다. 말은 삼가고 그러므로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글자 그대로 풀면 ‘고요 속으로 숨어드는 것(避靜)’일 테다. 불교의 템플스테이와 비슷한 개념이다. 미리 말하지만 나 역시 천주교 신자는 아니다. 더 솔직하자면 승효상 건축가가 지은 문화영성센터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는 사실에 끌렸다. 마침 그 공간이 경북 웰니스관광지이자 묵상의 수도원이고 일반인에게도 열려 있으니, 묵언까지는 아니어도 소리 없이 흐르는 침묵의 시간을 거닐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기도소의 어둠 안에서 ‘혼자 고요 속에 머무는 방법’을 조금은 깨칠 수 있었다. 문화영성센터는 4층 건물이다. 각 층의 방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아트리움의 중정과 접한다. 그리고 중정 위 다리를 몇 걸음 건너 곧장 기도소다. 센터에 묵어가는 누구나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장소다. 기도소는 자그마한 공간에 십자가가 없고 위쪽에 세로로 가늘고 긴 창 하나가 나 있어 빛이 내릴 따름이다. 그 한 줄기 빛의 창으로 인해 밤과 낮의 분위기가 다르다. 이른 아침에는 시간이 빛으로 차는 걸 보는 것만으로 충만하다. 밤에는 불을 켜지 않으면 어둠 가운데 머물게 되는데, 침묵은 그로 인해 한층 명료하다. 눈을 감은 채 숨을 고르며 마음의 잡념을 지워내고 나면 맑은 고요가 깃든다. 그리 다다른 고요 속에서 자신이 “서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한 뼘 더 넓어진 마음으로 스스로를 안아” 줄 수 있는 출발점이다. ●순례자가 지은 건축의 순례 문화영성센터는 1인실과 2인실로 이뤄져 있다. 1인실은 수도자의 방을 연상케 한다. ‘독방’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가구는 침대와 성경이 놓인 책상 정도다. 창은 동쪽으로 나 있어 아침 햇살이 옅은 커튼 너머로 비친다. 서랍에는 수도원의 일과표가 있다. 오전 5시에 일어나 독서기도와 아침기도로 시작해 오후 8시 끝기도(대침묵)로 끝나는 하루다. “온전한 마음으로 들어오라. 홀로 머물러라. 다른 사람이 되어 나가라.” 일과표 아래 적힌 성 알폰소 마리아 데 구리오리의 글은 수도의 의미를 부연한다. 단 하루로 ‘다른 사람’이 되길 원하는 건 욕심일 테지. 우선 혼자서 휴식하는 법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승효상 건축가는 ‘솔스케이프’(한밤의 빛)에서 건축이 가지는 서사를 읽어보라 권한다. 그는 수도원을 순례하고 ‘묵상’이라는 책을 쓴 이후 문화영성센터 설계를 의뢰받았다. 방이나 기도소에서 성 베네딕도의 계단을 따라 1층 중정으로 나아가는 걸음에서 순례를 시작한다. 팥배나무의 중정은 소담하지만 그윽한 정원이다. 콘크리트 건물 가운데 초록의 기운이 무성하다. 정원 북쪽에는 24시간 개방하는 경당이 있다. 12m 높이 경당은 또 하나의 커다란 ‘기도실’이다. 경당 가는 복도는 점점 낮아져 점점 땅으로 스미는 듯하다. 경당 4층 위쪽에 해당하는 옥상은 하늘성당이다. 숙소 북쪽에서 건물 바깥으로 나아가 다다른다.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여 자연스레 머리 위로 하늘을 인 자리다. 서쪽으로는 벽의 상층부가 네모나게 뚫려 있는데 그 너머에는 낙동강과 각산, 선석산, 영암산이 넘실댄다. 해 질 녘에는 노을이 아름답다. 그 시간에 첨탑 아래 무릎을 꿇자 지붕 위 작은 창들(성 베네딕토의 별자리)로부터 빛의 메아리가 번진다. 순간 기도란 종교적 행위를 떠나 고요의 기다림이기도 하다는 걸 알게 된다. 고요가 깃드는 여정을 명상이나 사색이라 부를 수도 있겠다. 그러니 이곳에 작은 순례의 길이 존재한다 해도 과장은 아닐 듯하다. ●홀리한 홀리데이 수도원은 본래 수도사들이 자급자족하며 기도하고 생활하는 장소다. 왜관수도원은 도시계획으로 도로가 나며 면적이 줄어들기는 했어도 여전한 공동체의 ‘마을’이다. 문화영성센터 동쪽은 옛 순심학원의 기숙사 건물로 쓰이던 마오로관이다. 지금은 강당, 명상실 등이 문화영성센터의 부속 건물 역할을 한다. 이 또한 승효상 건축가가 리모델링했다. 옛 건물의 목구조와 마룻바닥이 새로 옷을 입어 산뜻하다. 센터 건물과는 2층 통로로도 연결된다. 마오로관 옆은 스테인드글라스가 만들어지는 유리공예실, 수도원과 성당, 출판사, 목가구공장 등이 위치한다. 문화영성센터의 가구도 수도원 목공장에서 직접 만들었다. 남쪽에는 기념품의 집과 카페가 있는 수도자 쉼터가 있다. 수도원 성당 등은 누구에게나 개방하므로 피정을 목적하지 않아도 천천히 수도원을 산책하며 마음을 보살필 수 있다. 수도원의 구심은 구 왜관성당이다. 1928년에 지어졌으니 그 땅에 깃든 시간의 증언이다. 매주 일요일에는 왜관에 사는 필리핀 사람들이 영어 미사를 드린다. 내부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으므로 왜관 홀리 페스티벌(9월 4~6일)에 맞춰 방문해도 좋겠다. 홀리 페스티벌은 ‘Holy(신성한)한 곳에서 Holiday(휴일)’를 보내는 콘셉트의 축제다. 축제 기간 동안 왜관수도원은 음악과 미디어아트가 어울린 축제의 장으로 바뀐다. 야외에서는 라이브 콘서트가, 성당 내에서는 파이프오르간 연주가 열린다. 수도사와 함께하는 수도원 투어나, 하늘성당에서 열리는 미사도 축제의 일부다. 더위를 피해 늦은 휴가로 문화영성센터를 찾겠다면 이 시기가 알맞다. 가실성당에서도 열린다. 왜관성당은 가실성당의 공소에서 본당으로 승격했다. 가실성당이 어머니 성당인 셈이다. 지난 1923년에 지은 가실성당은 경상북도에서 가장 오래됐다. ‘가실(佳室)’의 뜻처럼 ‘아름다운 집’이다. 최근에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촬영지로 알려지며 많은 이들이 찾는다. 극 중 금명(아이유)의 결혼식을 촬영했다. 이맘때는 배롱나무꽃이 피어 드라마보다 화사하다. 또 성당 정면 우측 벽돌에는 ‘KELLY’라는 글자가 눈길을 끈다. 누가 새겼는지, 새긴 이의 이름인지 그리워한 이름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어찌 보면 성당을 훼손한 흔적일 뿐인데 그대로 놓아둔 마음이, 가실성당을 찾은 이들을 일일이 호명하여 축원처럼 다가온다. 성당 외벽에 KELLY가 있다면 내부는 에기노 바이너트라는 이름으로 기억된다. 그는 지난 2000년 가실성당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작업한 예술가다. 1945년 부비트랩 사고로 오른손을 잃은 이후에는 왼손만으로 작업한다. 가실성당은 내부를 개방해 그의 스테인드글라스 그림을 볼 수 있다. 다정함이 깃든 그림은 성당을 한층 친근하게 물들인다. 성당을 떠나기 전에는 주차장 옆 놀이터로 걸음을 옮긴다. 그네뿐인 자그마한 잔디밭은 독립 영화의 한 장면처럼 존재한다. ●칠곡의 행복한 ‘가시나들’ 몇 해 전부터 ‘칠곡’ 하면 ‘가시나들’이 따라붙는다. ‘칠곡 가시나들’은 다큐멘터리 영화 제목이다. 여든 살이 넘은 할머니들이 뒤늦게 한글을 배우고 글로 세상을 읽고 써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다큐멘터리에는 ‘칠곡 가시나들’의 일상이 봄의 쑥처럼 자라고, 여름 장맛비처럼 호쾌한데 그 동네가 바로 약목이다. 약목면 두만천 변에는 칠곡 가시나들 벽화거리가 펼쳐진다. 7구간으로 나눠 그린 벽화는 시화가 중심이다. 할머니들이 쓴 시와 그림은 어찌 보면 단출하다. 화려하고 북적대는 여행지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심심한 풍경이다. 그렇지만 한 편 한 편의 시는 할매들의 단단한 묵상이고 사색의 언어다. 처음 손잡던 날 ‘도둑질핸는 거보다 더 쿵덕거린다’던 강금연 할머니의 사랑, ‘짝대기 집고 다니도 행복하다’시는 박금분 할머니의 행복이 축복처럼 전해진다. 이들에게는 시를 쓰는 시간이 뒤늦게 찾은 휴식이었을까. 나는 그 가운데 김두선 할머니가 화투장 두드리며 쓴 시를 오늘 휴식의 말로 삼는다. ‘돈 따마 하드 사무까 / 마이 따바야 백원이다’ 칠곡가시나들 벽화거리 가까이는 약목시장이 있다. 벽화만큼이나 슴슴한 시장인데 그래서 각별하다. 시내를 쉬엄쉬엄 산책하는 건 또 어떻고. 장식 없고 가식 없는 시가는 느긋한 걸음을 이끈다. 칠곡에서 제일 오래됐다는 빵집에 들러서는 쌀 카스텔라를 하나 산다. 주인아주머니가 무려 설탕 꽈배기 반쪽을 턱 하니 시식하라고 건넨다. 한 손에 쌀 카스텔라를 들고 한 손에 꽈배기 반쪽을 들고 걷는다. 따가운 여름 햇살은 쉬이 수그러들지 않은 채인데, 휴식은 그늘에만 있지 않아서 손끝의 설탕이 달달하게 녹아든다.
  • [특파원 칼럼] 日고교야구와 ‘3F’

    [특파원 칼럼] 日고교야구와 ‘3F’

    벚꽃 필 때 한 번, 매미 울 때 또 한 번. 일본은 해마다 두 번 고교야구 시즌을 맞는다. 올여름에도 지역 예선을 뚫은 49개 고교 야구팀이 효고현 니시노미야 고시엔구장에 모였다. 대대로 ‘성지’(聖地)로 불려온 구장이다. 서점에는 ‘고시엔 완벽가이드’ 같은 잡지까지 등장한다. 서툴어도 진심인 청춘에게 온 나라가 박수를 보내는 계절이다. “행운에도 교만하지 않고 불운에도 굴하지 않는다”. 고시엔의 정신을 상징하는 문구를 읊다보면 야구를 넘어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큰 울림이 전해진다. 이겼다고 우쭐하지 말고 졌다고 무너지지 말라는 격려 내지 당부. 승패보다 태도가 먼저라는 말이다. 이런 고시엔의 철학은 여기저기에서 드러난다. 일본고교야구연맹은 학생야구의 상징으로 ‘3F’를 내건다. 공정한 경기(Fair Play), 우정(Friendship), 투지(Fighting Spirit)를 뜻하는 말이다. 투지보다 우정이 먼저고, 공정이 이를 앞선다. 강한 선수 이전에 좋은 사람을 키우겠다는 선언이다. 전후 일본 학생야구가 교육의 장으로 다시 세워진 역사를 돌아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물론 현실은 이상만큼 단순하진 않다. 일본 학생 야구에서도 승리지상주의나 팀 내 폭력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발생한다. 그럼에도 일본 학생야구는 무엇을 지향하는지 숨기지 않는다. 대학과 고교야구를 관할하는 일본 학생야구협회는 헌법 격인 ‘학생야구헌장’에서 “학생야구는 일체의 폭력을 배제하고 어떠한 형태의 차별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경기장에서도 이 원칙은 엄격하게 적용된다. 상대를 조롱하는 야유는 제한된다. 과도한 세리머니도 금지한다. 2023년 봄 고시엔에서는 도호쿠고 선수가 상대 실책으로 출루한 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유행한 ‘후주 갈기’ 세리머니를 했다 주심 주의를 받았다. 연맹은 “퍼포먼스보다 플레이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길 바란다”고 했다. 상대의 실수 위에서 기뻐하는 법보다 경쟁의 품위를 지키라는 일침이다. 최근 한국 고교 야구의 ‘조롱 구호’가 논란이 됐다. 거센 비판이 일자 5·18민주화운동을 조롱한 배재고 야구부가 광주일고를 찾아 사과했다. 양교 선수들은 국립 5·18 묘지를 함께 참배해 고개를 숙였다. 괜찮다. 학생은 실수했으면 다시 배우면 된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학생체육 관련 자료에는 스포츠맨십, 인성교육, 학습권 보장 같은 말이 반복된다. 그러나 학생야구가 왜 존재하는지를 모두가 함께 외울 수 있는 한 문장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3F를 그대로 가져오자는 얘기가 아니다. 한국 학생 야구는 한국 학생 야구만의 언어가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단어가 아니다. 선수와 지도자, 학부모와 응원단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함께 공유할 철학이다. 우승기는 한 학교만 가져간다. 하지만 스포츠를 통해 배운 태도는 평생 남는다. 우리 학생야구에도 그런 문장이 하나쯤 필요하다. 명희진 도쿄 특파원
  •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 향한 거센 돌풍 만들 것”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 향한 거센 돌풍 만들 것”

    증언 35주년 맞아 500여명 참석“전쟁 없도록 세계 시민들 뭉쳐야”박필근·이용수 할머니 영상 소회 “여러분이 기억해 주시고, 더운 날에도 나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김학순(1924~1997) 할머니가 최초로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한 지 35주년이 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기림의 날)을 이틀 앞두고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정의기억연대는 12일 소녀상이 설치된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세계 10개국 222개 단체와 함께 기림의 날 맞이 제14차 ‘세계연대집회’를 개최했다. 기림의 날은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의 피해 사실 최초 증언을 기리는 날로, 2017년 위안부피해자법이 개정되면서 이듬해부터 국가기념일이 됐다. 30도를 넘는 더위에도 주최 측 추산 500여명이 참여한 이날 세계연대집회는 ‘평화돌풍’을 주제로 진행됐다. 평화로운 세상을 바라는 피해자들과 시민의 마음이 뭉쳐 평화로 나아간다는 취지다. 현장에는 청소년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시민이 찾았다. 역사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김진형(22)씨는 “세월이 더 흐른 뒤에는 역사를 위해 어떤 움직임을 이어 가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며 “이런 움직임이 반복되면 훗날 뭐라도 바뀔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용은(51)씨는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는 점이 답답하지만,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이 높아진 것은 피해자들과 연대자들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피해 생존자인 박필근(98)·이용수(98) 할머니는 영상을 통해 소회를 밝혔다. 박 할머니는 “나라(일본)한테 배상과 사과를 받고 싶다”면서 “(집회에) 많이 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도 “여러분 앞에 건강하게 설 수 있는 건 다 여러분 덕분”이라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선민·정춘생·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 김종훈 진보당 대표, 권영국 정의당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도 참석했다.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이 굳세게 싸우며 만들어낸 평화의 바람을 이어받아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향한 거센 돌풍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
  • “1만 7000㎞ 밖 자녀 대신 부모 찾아갑니다”…1년간 산길 200번 달린 中 ‘효심 배달부’ [여기는 중국]

    “1만 7000㎞ 밖 자녀 대신 부모 찾아갑니다”…1년간 산길 200번 달린 中 ‘효심 배달부’ [여기는 중국]

    중국의 한 남성이 고향을 떠난 자녀들을 대신해 산속에 홀로 남은 부모를 찾아다니며 ‘효심 배달부’ 역할을 하고 있다. 11일 중국 지우파이신문에 따르면 후베이성 이창시 즈추진에 사는 톈루이(39)는 지난해부터 타지에서 생활하는 자녀들의 부탁을 받아 산골의 부모를 찾아가고 있다. 그가 1년여 동안 산간 마을을 찾은 횟수만 200차례가 넘는다. 가장 먼 곳에서 의뢰한 사람은 고향에서 약 1만 7000㎞ 떨어진 볼리비아에 사는 여성이었다. 고향을 한 번 찾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자 톈루이에게 부모의 안부를 살펴달라고 부탁했다. 톈루이는 자녀의 이름을 말하며 방문한 이유를 설명하고, 준비해 간 쌀과 밀가루, 의약품, 케이크 등을 전달한다. 자녀의 이름을 들은 노인들은 뜻밖의 방문에 놀라면서도 반가움을 감추지 못한다. 기쁨에 눈물을 흘리거나 돌아가는 톈루이의 손을 붙잡는 이들도 있다. 90대에 홀로 사는 한 할머니도 톈루이가 찾아오자 환한 웃음으로 그를 맞았다. 톈루이는 “노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물건 자체가 아니다”며 “자녀가 자신을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과 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산에 남은 부모와 도시로 떠난 자녀들즈추진은 도심에서 약 100㎞ 떨어진 산간 지역이다. 산이 높고 길이 가파른 탓에 지역 청년의 80~90%가 일자리를 찾아 외지로 떠났고, 고향에는 노인들만 남은 집이 많다. 과거 농촌 택배 일을 했던 톈루이는 산에 남은 부모와 도시로 떠난 자녀들이 서로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 노인들은 직접 기른 돼지로 만든 음식을 포장해 자녀에게 보냈다. 외지의 자녀들은 일이 바쁘고 고향이 멀어 수년째 집에 가지 못한다며 부모를 걱정했다. 톈루이는 “부모와 자녀 모두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높은 산과 먼 거리가 가로막고 있었다”며 “내가 중간에서 자녀 대신 부모를 찾아뵙고 필요한 물건을 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의뢰가 들어오면 먼저 노인이 사는 마을과 방문 목적을 확인한다.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방문인지, 평소 복용하는 약이나 식료품을 전달하기 위한 것인지 등을 파악한 뒤 이동 거리를 계산한다. 가까운 곳은 비용을 받지 않는다. 수 킬로미터에서 100㎞가 넘는 산길을 달려야 할 때도 실제 사용한 기름값만 받는다. 물건이 적으면 오토바이를 타고, 짐이 많거나 길이 험하면 차를 이용한다. 출발 전에는 자녀가 부탁한 혈압약과 우유, 쌀, 밀가루, 케이크 등을 직접 구입해 금액을 확인한다. 노인에게는 방문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자녀를 통해 부모가 집에 있는 시간만 확인한 뒤 예고 없이 찾아간다. 생일을 맞은 노인에게는 케이크만 건네고 돌아서지 않는다. 함께 촛불을 끄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른 뒤 한동안 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이 모습은 영상으로 촬영해 멀리 있는 자녀에게 보내준다. 톈루이는 “외지에 사는 자녀 대부분은 부모와 사이가 좋지만 거리와 생업 때문에 자주 고향을 찾지 못한다”며 “영상통화나 전화도 도움이 되지만 직접 만나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산길을 오가는 일이 늘 안전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폭우가 쏟아진 날에는 산사태와 토석류 위험이 도사리는 길을 지나야 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비가 더욱 거세져 20㎞ 넘게 우회하기도 했다. 아내는 그가 산에 갈 때마다 “가게 걱정은 하지 말고 천천히 운전하라”고 당부한다. 산간 마을을 찾는 동안 아내는 혼자 슈퍼마켓을 지킨다. 부모와 자녀들도 그의 일을 이해하고 응원해 주고 있다. 톈 씨는 자신과 같은 일을 해보고 싶다는 사람도 반긴다. 창양과 인근 우펑현은 지역이 넓어 혼자 힘으로 모든 마을을 찾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는 경쟁자가 아니라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이라며 “한두 번 돕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험한 산길을 계속 오가며 노인과 외지 자녀를 세심하게 살피려면 꾸준히 이어갈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멀리 떨어진 자녀의 마음이 부모에게 닿도록 다리가 될 수 있다면 산길을 오가는 수고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며 “처음 시작했을 때의 마음을 잃지 않고 계속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오지헌 “아버지는 ‘한국사 일타강사’…90년대에 월 5000만원 벌어”

    오지헌 “아버지는 ‘한국사 일타강사’…90년대에 월 5000만원 벌어”

    개그맨 오지헌이 ‘한국사 일타강사’였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해 겪어야 했던 어린 시절의 아픔을 털어놨다. 9일 방송된 MBN 예능 프로그램 ‘당신이 아픈 사이’에 출연한 그는 어린 시절부터 데뷔에 이르기까지 인생 역경을 고백해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날 방송에서 오지헌은 부유했던 유년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아버지가 90년대 초반에 한국사 일타강사로 이름을 날렸다”며 “5개의 교실을 하나로 합친 대형 강의실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업을 진행했다”고 당시 아버지 강의의 인기를 설명했다. 이어 “당시 압구정동 아파트 한 채 가격이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 수준일 때 아버지의 한 달 수입이 무려 5000만 원에 달했다”고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오지헌은 마당과 개인 수영장이 딸린 100평대 저택에서 거주했으며, 전담 운전기사가 따로 있을 정도로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밝혔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가 곧 행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는 “부잣집 아들로 남부럽지 않게 살았을 것 같지만 사실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아버지는 가정보다 일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가정적인 삶을 원했던 어머니와의 갈등은 골이 깊어졌다. 끊이지 않는 부부 싸움 끝에 부모님은 오지헌이 고등학교 3학년 때 결국 이혼을 선택했다. 어머니가 집을 떠난 후 아버지와 단둘이 남겨진 그는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렸다. 오지헌은 “원래 성적이 나쁘지 않은 편이었는데, 아버지는 학원 강사로서 수많은 최상위권 학생들을 보아 왔기 때문에 나를 대할 때 의도치 않게 비교하는 말들을 하셨다”며 “아버지가 날 무시하려던 것은 아니었겠지만 당시의 나에게는 그 말들이 큰 상처로 다가와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회상했다. 수능 시험을 마친 뒤 집을 나와 마주한 어머니의 현실은 예상외였다. 이혼 당시 돈 한 푼 없이 집을 나와 이모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던 어머니는 경제적으로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었다. 오지헌은 “어머니도 경제 활동을 하시던 분이 아니라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상황이었다”며 “나를 돌봐줄 여유가 없어서 결국 기숙형 재수 학원에 들어가 1년간 홀로 버텨야 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악착같이 일해 모은 돈으로 교육비를 뒷바라지했다. 어머니의 헌신 덕분에 오지헌은 우여곡절 끝에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대학 입학 후에는 등록금과 생활비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했다. 그러던 중 1000만 원의 상금이 걸린 성대모사 대회가 열렸고, 학비를 벌겠다는 일념으로 참가한 대회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이후 오지헌은 2003년 KBS 공채 개그맨 시험에 합격하며 연예계에 데뷔해 개성 넘치는 외모와 타고난 재치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한편 아버지와 한동안 절연 상태로 지냈던 그는 할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야 8년 만에 재회할 수 있었다. 그는 아내의 설득과 조언 덕분에 아버지와 다시 마음의 문을 열고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오지헌은 “사회생활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직접 겪어 보니 아버지의 삶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다”며 “나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나름의 방식으로 치열하게 살았던 것임을 한 아이의 아빠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고 아버지를 이해했다.
  • “혼자 사시는 어머니가 에어컨을 절대 안 트십니다” 폭염에 어쩌나 [사연잇슈]

    “혼자 사시는 어머니가 에어컨을 절대 안 트십니다” 폭염에 어쩌나 [사연잇슈]

    전국 곳곳에서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혼자 살고 있는 어머니가 에어컨을 절대 안 틀어 고민이라는 사연이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혼자 계신 어머니가 에어컨을 절대 안 트십니다’라는 제목의 고민 사연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저는 서울에 살고 있고, 어머니는 지방에 홀로 살고 계신다”고 운을 뗐다. A씨는 “어머니는 에어컨을 절대 안 틀고 시원한 건물만 찾아다니신다”며 “그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지만 그러지 말라고 아무리 얘기를 해도 말을 안 들으시니 싫은 소리를 안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오늘은 일요일이라 건물들이 다 문을 닫아서 가실 곳이 없으신지 은행 ATM기 앞에 계신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그래서 어머니께 에어컨 아무리 틀어도 10만원도 안 나오는 거 왜 그러시냐고 화를 내고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너무 속상하다. 찢어지게 가난한 것도 아닌데 어머니는 저런 걸 너무 아끼신다. 그리고 아무리 얘기를 해도 절대 듣지 않으신다. 어머니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하소연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우리 집도 똑같다”, “지인 어머니도 80대이신데 이 더위에도 무조건 밖으로 나가신다”, “나이 드신 분들 중에서 그런 분들이 꽤 계신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에 한 누리꾼은 “어르신들 보면 그런 분들 많다. 이래저래 물어보면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집에 있는 게 갑갑해서 싫다고 하시더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부모님 댁에 홈 캠을 달아두고 휴대전화 원격 조종으로 에어컨을 대신 켜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 7~8월 4인 가구당 평균 7만 7760원 나와450kWh 초과시 누진제 적용…월 10만원 육박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4인 가구의 7~8월 평균 전력 사용량인 419kWh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한국의 전기요금은 7만 7760원으로 비교 대상인 전체 7개국 중 가장 저렴했다. 다만 절대적인 전기요금 수준은 저렴하지만 주택용 전기요금에는 누진제가 적용돼 일정 사용량을 넘으면 요금 증가 폭이 커질 수 있다. 현재 7~8월 주택용 전력 요금 체계는 ‘300kWh 이하’(1kWh당 120원), ‘300kWh 초과 450kWh 이하’(214.6원), ‘450kWh 초과’(307.3원)의 3단계로 나눠 구간이 높아질수록 요금이 늘어난다. 기본요금도 300kWh 이하일 땐 910원으로 가장 낮지만, 300kWh를 넘으면 1600원으로 오른다. 450kWh를 초과하면 7300원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냉방기기 사용으로 사용량 구간이 달라지면 전기요금이 가파르게 증가할 수 있다. 특히 월 사용량이 450kWh를 초과해 3단계 구간에 진입하면 월 전기요금은 10만원에 육박하게 된다. 한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의 냉방 수요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매우 저렴한 전기요금 수준을 유지해 소비자들의 요금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에어컨 사용이 늘어 월 사용량이 450kWh를 초과하면 3단계 요금 단가와 기본요금이 함께 적용돼 요금 증가 폭이 커지는 만큼 전력 다소비 가구는 에어컨 사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루 온열질환자 108명에 달해…사망자 16명수도권 43% 폭염중대경보…충청에도 첫 발령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일 하루에만 전국의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가 108명에 달했다. 올해 5월 15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집계된 누적 온열질환자는 2025명, 사망자는 16명이다. 지난 3일에도 피해가 이어져 전북 완주에서는 오토바이를 수리하던 80대가 온열질환으로 쓰러져 숨졌고, 충남 보령과 서산, 천안 등에서도 밭일이나 야외 작업을 하던 60~80대 어르신들이 잇따라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기 양주시에서는 배달하던 50대 오토바이 기사가 열탈진으로 쓰러졌으며, 대전과 홍성 등에서는 에어컨이 없는 집 안에서 고열을 버티던 고령자들이 구조됐다. 강원에서도 8일 연속 열대야 속에 누적 온열질환자가 92명(사망 2명)에 달했다. 이에 기상청은 지난 5일 오전 10시 경기 광명·연천·포천·가평·남양주·의왕·화성·양평동부·양평서부와 충남 청양, 인천남부에 폭염중대경보를 추가로 발령했다. 이번에 발령된 폭염중대경보는 오전 11시 발효된다. 충청에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것은 처음이다. 서울 전역 등 기존에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지고 해제되지 않은 지역을 합치면 수도권 육상 기상특보 구역 46곳 가운데 43%인 20곳에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상황이 됐다. 나머지 26개 구역엔 폭염경보가 발효 중이다. 폭염중대경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인 상황이 이틀 이상 지속한 지역에서 최고 체감온도가 38도 이상이거나 최고기온이 39도 이상인 상황이 하루 이상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면 발령된다. 건강한 사람도 위협할 수준의 더위가 나타난다는 경고인 만큼, 정말 필요한 경우 외에는 야외 활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 “나도 도움받고 살았으니”…물에 빠진 아이 구한 65세, 포상금까지 나눴다

    “나도 도움받고 살았으니”…물에 빠진 아이 구한 65세, 포상금까지 나눴다

    수심 3m가 넘는 호수에 빠진 19개월 아이를 구한 60대 남성이 의인상 포상금 일부까지 취약계층 아동을 위해 기부했다. 5일 경기 의왕시에 따르면 청계동 주민이자 시 기간제 근로자인 김경호(65)씨는 지난 5월 1일 오후 7시 10분께 백운호수 둘레길에서 배전반 점검 작업을 하던 중 물에 무언가 빠지는 소리를 들었다. 곧바로 호수 쪽으로 달려간 김씨는 데크길 아래에서 19개월 된 여자아이가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아이의 아버지로 보이는 남성도 물에 뛰어든 상태였다. 김씨는 신고 있던 작업화를 벗어 던지고 호수로 뛰어들었다. 주변 사람들은 김씨의 나이를 걱정해 만류했지만, 아이가 어두운 물속으로 가라앉는 모습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한다. 김씨는 “그때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며 “인형 같은 아이가 가라앉는데 아무리 두려워도 차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아이를 향해 헤엄쳐 간 김씨는 호수 바닥까지 가라앉은 아이를 발견했다. 그는 “물속에서 아이를 봤을 때 ‘할아버지, 나 좀 살려주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구조 과정에서 김씨는 다리에 쥐가 나고 물을 여러 차례 마시는 등 자신도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마지막 힘을 다해 약 15분 만에 아이를 물 밖으로 건져 올렸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 구조대원은 김씨에게 “저희가 해야 할 일을 대신 해주셨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구조된 아이의 어머니도 열흘쯤 뒤 김씨가 일하는 곳을 찾아와 직접 감사 인사를 건넸다. 김씨의 용감한 행동이 알려지자 LG복지재단은 지난달 그에게 살신성인 부문 ‘LG 의인상’을 수여하고 포상금을 지급했다. 김씨의 선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포상금 일부를 지역 취약계층 아동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청계동 주민센터에 기부했다. 기부금은 지역 내 취약계층 3가구에 전달됐다. 특히 김씨는 의왕시 기간제 근로자로 근무하고 있으며 계약 종료를 앞둬 자신의 형편도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나도 살아오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기부를 자연스럽게 생각했다”며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친구 데려오면 180만원”…병력 급한 푸틴, 거리서 男 끌고갔다 [밀리터리+]

    “친구 데려오면 180만원”…병력 급한 푸틴, 거리서 男 끌고갔다 [밀리터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할 병력을 확보하려고 남성들을 거리에서 붙잡거나 폭행과 체포 위협으로 계약서 서명을 강요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자원입대자가 줄자 일부 지역은 모집 대상자를 데려온 사람에게 약 180만원의 포상금까지 내걸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변호사와 인권활동가, 목격자들을 인용해 러시아 군 모집관들이 소도시를 중심으로 강압적인 계약병 모집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모집관들은 거리나 직장 앞에서 남성을 붙잡거나 신원 확인을 내세워 경찰서로 불러낸 뒤 군 모집소로 데려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러시아 제도는 계약병 모집을 자발적 선택으로 규정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도 모집 과정에 가담한다고 관계자들은 주장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계약병에게 현지 연봉을 웃도는 거액을 제시했다. 그러나 러시아군 내부 가혹행위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 능력 강화가 알려지면서 지원자는 줄고 있다. 짧게는 전선 배치 후 수분이나 수일 만에 숨질 수 있다는 공포도 확산했다. 신원 확인한다며 경찰서 호출…폭행 뒤 계약서 강요 남서부 펜자 지역 주민 블라디슬라프 레오니도프는 지난 5월 지인이 몇 시간 동안 연락이 끊긴 뒤 군 모집소에서 그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개인정보를 확인한다며 해당 남성을 경찰서로 불렀다. 현장에 대기하던 모집관 2명은 그를 군 모집소로 데려가 간과 신장 부위를 때렸다고 레오니도프는 주장했다. 그는 남성이 신체검사를 받으러 이동하기 직전 개입해 데리고 나왔다. 펜자에서는 사복 차림 남성들이 탄 군용 차량을 여성들이 막아서는 영상도 퍼졌다. 영상 속 여성들은 울면서 “때리고 강요했다”고 외쳤다. 러시아 당국은 강제 입대 의혹을 부인했다. 펜자 내무부는 단속이 우크라이나 전쟁 투입과 무관하다며 관련 영상을 허위 정보로 규정했다. 또 이를 유포하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강제 모집 실태를 다큐멘터리로 알린 블로거 스타니슬라프 모로조프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접촉한 가족들 가운데 상당수가 경찰의 협박 때문에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경찰이 마약을 몰래 넣어 현장에서 체포하겠다고 위협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친구 데려오면 180만원”…총선 뒤 2차 동원령 가능성 일부 지역은 제3자가 모집 대상자를 군 사무소로 데려오면 10만 루블, 약 180만원을 지급한다. 펜자의 주거용 건물에는 “친구를 모집소에 데려오고 10만 루블을 받으라”는 광고도 붙었다. 비슷한 제도는 타타르스탄과 아무르·야로슬라블 지역, 칼루가·보로네시·아르한겔스크 등에서도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활동가들은 자발적 지원자가 줄수록 당국이 더 강한 압박을 가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매달 약 3만∼4만 명의 사상자를 내는 것으로 군사 분석가들은 추산한다. 미국 당국자들은 최근 모집 확대가 일부 병력을 충원했지만 전황을 뒤집을 만큼 충분하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크렘린궁은 추가 동원 가능성도 저울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오는 9월 20일 총선 이후 2차 강제 동원에 나설 수 있다고 관측했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 9월 예비군과 군 경험자를 중심으로 부분 동원령을 내렸다. 추가 동원에서는 경험과 전투 의지가 부족한 남성까지 전선으로 보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새 동원령은 러시아 내부의 반발을 키울 수 있다. 러시아 예비역 장교 드미트리 로긴은 WSJ에 “무기를 받는 순간 나를 동원한 사람들을 쏠 것”이라고 말했다.
  • 근태 불량 직원 해고했더니…“우리 아들한테 기회 달라고요!” 항의 전화 왔다

    근태 불량 직원 해고했더니…“우리 아들한테 기회 달라고요!” 항의 전화 왔다

    미국에서 성인 자녀의 취업과 직장 생활까지 부모가 대신 나서서 참견하는 이른바 ‘헬리콥터 부모’ 현상이 떠올라 논란이 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헬리콥터 부모들이 성인이 된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 자녀의 입사 지원부터 해고 대응, 성과 평가 항의에 이르기까지 전면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헬리콥터 부모란 자녀의 주변을 마치 헬리콥터처럼 맴돌면서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는 부모를 말한다. 알래스카주 페어뱅크스의 인력 파견 업체 최고운영책임자(COO) 스티븐 클라크는 최근 24세 남성 직원을 해고하는 데 두 번의 ‘절차’를 거쳐야 했다. 해당 직원은 건설 현장으로 출근한 첫 주에 네 번이나 지각하거나 아예 출근하지 않았다. 이에 클라크는 직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그러나 몇 시간 후 해고를 통보한 직원의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다가 거절당하자 언성을 높이며 항의했다. 이에 클라크는 “이건 회사와 당신 아들 사이의 문제”라며 “그는 (성인) 직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자녀가 왜 취업을 못 했는지 묻는 부모들의 전화를 수없이 받아왔다며 “처음 그런 일이 있었을 때는 정말 경악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또 시작이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화상 면접이나 채용 행사에서도 부모의 개입이 잇따르고 있다. 인사 담당자들은 직원과의 화상 회의 면접이나 복리후생 협상 등 까다로운 대화가 오가는 통화 도중 부모가 화면 밖에서 몰래 앉아 답변을 조언하거나 관여하는 모습을 목격한다고 전했다. 부모가 채용 담당자에게 전화해 자녀의 지원서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가 하면, 취업 박람회에 딸의 이력서를 들고 찾아와 구직 의사를 전한 어머니도 있었다. 직장에 들어간 후에도 부모의 입김은 계속된다. 한 하드웨어 유통 기업의 인사 책임자는 지난해 성과 평가에서 기대했던 결과를 받지 못한 Z세대 직원의 어머니로부터 그 이유를 설명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그럴 땐 ‘자녀에게 회사와 직접 얘기하라고 권유하라’고 안내한 뒤 자녀와의 직접 소통을 유도한다”고 전했다. 부모가 자녀를 대신해 건강보험 옵션을 문의하거나, 성인 자녀의 병가 전화를 대신 걸어주는 사례도 있다. 실제로 미 온라인 이력서 플랫폼 ‘제티’(Zety)가 Z세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0%가 취업 면접에 부모와 함께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인사 관리자들은 부모의 과도한 개입이 지원자의 독립성 부족을 드러내며, 채용 후에도 회사와의 소통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Z세대 당사자들 역시 이런 현상이 반갑지는 않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폴 브랜슨(22)은 부모의 불안은 이해한다면서도 “이런 경향은 우리 세대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만들어내면서 우리 세대에게 정말 상처를 남겼다”고 전했다.
  • 다큐 통념 깬 평범한 일상… 강렬한 색채와 유머로 폭로하다

    다큐 통념 깬 평범한 일상… 강렬한 색채와 유머로 폭로하다

    위트 있는 시선·독창적 시각 화법현대인 욕망·취향 예리하게 담아“일상에도 역사 있다는 것 보여줘”마지막 휴양지 등 14개 연작 전시 쨍한 파란색 비치 타월과 독특한 모양의 선탠용 보안경, 앙 다문 입술에 얇게 바른 빨간 립스틱이 완벽한 시각적 대비를 이룬다.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터뜨린 플래시는 중년 여성의 번들거리는 피부와 목, 손목, 귀에 찬 금붙이의 화려함을 도드라지게 만든다. 1997년 스페인 베니도름. 휴양지의 강렬한 햇빛 아래서 일광욕을 즐기는 인물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마틴 파(1952~ 2025)의 사진에는 특유의 유머와 관찰력이 녹아 있다. 현대 사진의 거장으로 다큐멘터리 사진의 흐름을 이끌어온 국제 사진가 집단인 매그넘 포토스의 구성원이기도 했던 그의 전시가 서울 도봉구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전시에는 14개의 대표 연작을 아우르는 사진 500여점을 선보인다. 그가 컬러 필름을 사용한 최초의 시리즈인 ‘마지막 휴양지’부터 남한과 북한의 모습을 담은 시리즈까지 포함돼 있다. 파는 대중과 거리가 있던 다큐멘터리 사진을 대중 가까이 데려다 놓은 작가다. 기존 매그넘 작가들이 전쟁, 난민 등 엄숙하고 숭고한 순간을 찰나의 흑백 사진으로 담아냈다면 파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속물성을 강렬한 색채로 유머러스하게 폭로한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평범하고 촌스러운 일상과 소비문화, 관광이 그의 주요 관심사였다. 전통적 다큐멘터리 사진에 위트 있는 시선과 독창적 시각 화법을 도입한 그는 현대 사진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시를 맞아 최근 방한한 안드레아 홀스헤르 매그넘 포토스 글로벌 컬처 디렉터는 “1980년대 후반 파가 매그넘 후보로 지명됐을 때 매그넘 내부에서 역사상 가장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며 “다큐멘터리 사진에 대한 기존 통념에 도전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역사가 전쟁이나 정치적 사건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전시에 소개된 ‘작은 세계’, ‘마지막 휴양지’ 등의 시리즈는 현대인이 지닌 욕망, 취향, 소비와 행동 방식을 예리하게 담아낸다. ‘마지막 휴양지’는 그가 1983년부터 1985년까지 3년에 걸쳐 영국 리버풀의 뉴브라이턴의 휴양지 풍경을 기록한 작업이다. 대표적 휴양지였던 공간은 20세기 초부터 쇠락하기 시작해 노후화된 시설과 산업폐기물, 중장비, 쓰레기가 즐비한 장소가 됐다. 주차된 중장비 바로 앞에 수건을 깔고 누워 일광욕을 즐기거나 넘쳐나는 쓰레기 옆 벤치에서 음식을 즐기고 있는 리버풀 서민의 휴가를 적나라하게 포착했다. 1998~2007년 촬영된 ‘남한’ 시리즈와 1997년 그가 패키지여행을 통해 북한 평양을 방문했을 때 촬영한 ‘북한’ 시리즈도 만날 수 있다. 남한 연작에서 그는 서울의 남대문시장, 대형마트, 에버랜드 등의 풍경을 통해 한국 사회의 급속한 경제 성장과 그에 수반된 소비문화를 드러낸다. 북한 연작에서는 김일성 동상 앞에서 참배하는 시민들의 모습과 어린아이와 시장 노인 등의 모습을 통해 북한 사회의 정치적 특수성과 일상성을 동시에 담아냈다. 마틴 파의 사진책 90권도 함께 만날 수 있는 섹션도 마련됐다. 이 공간은 사진가를 넘어 편집자이자 출판인, 컬렉터였던 그의 또 다른 면모를 조명한다. 희귀 초판본, 작가 서명본까지 관람객이 만지며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2024년부터 작가와 전시 준비를 해 온 만큼 미술관은 이번 전시에서 마틴 파의 새로운 서울 커미션(주문 제작)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파의 건강 악화와 별세로 서울 촬영은 없던 일이 됐고 영영 그 작품을 볼 수 없게 됐다. 대신 ‘위 아 마틴 파’(우리는 마틴 파다)라는 제목처럼 우리 모두 그가 돼 오늘날 이미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한 번쯤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는 10월 18일까지.
  • 故서희원 전 남편 “유산 3분의 1은 구준엽 몫” 입장 발표

    故서희원 전 남편 “유산 3분의 1은 구준엽 몫” 입장 발표

    대만 배우 고(故) 쉬시위안(徐熙媛·서희원)의 전 남편 왕샤오페이(汪小菲·왕소비)가 고인의 유산 상속 분할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서희원은 중국 사업가 왕소비와 이혼한 뒤 한국 가수 구준엽과 2022년 재혼했으나 지난해 2월 급성 폐렴으로 숨졌다. 8일(현지시간) 대만 현지 매체 ET투데이 등에 따르면 왕소비 측 대리인은 최근 불거진 유산 상속 논란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앞서 한 대만 매체는 서희원이 생전에 거주했던 타이베이 신이구의 고급 아파트 주택 담보 대출을 왕소비가 계속 상환하고 있으며, 현재 구준엽은 이를 상속받을 의사가 없다고 보도했다. 또한 서희원의 어머니도 유산을 받지 못했다면서 “집에서 쫓겨나게 될 것 같다”고 주장한 바 있다. 왕소비 측은 “두 미성년 자녀의 상속권을 보호하기 위해 법원에 특별대리인 선임을 신청했다”며 “현재 법원이 지정한 변호사가 유산 분할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희원과 왕소비 사이에는 초등생 남매가 있다. 왕소비 측은 “서희원의 두 미성년 자녀가 유산의 3분의 2를 상속한다”며 “이를 관리하기 위한 전용 신탁계좌를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현 배우자인 구준엽의 상속 지분에 대해서도 왕소비 측은 “구준엽이 법적으로 물려받게 되는 3분의 1의 유산은 본인의 의사 및 자금 집행 계획에 따라 처분될 예정이며, 이에 대한 선택을 전적으로 존중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구준엽은 서희원이 사망한 뒤 “유산은 생전 희원이가 피땀 흘려 모아놓은 것이기에 저에 대한 권한은 장모께 드릴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 제기된 타이베이 자택의 경매 위기설과 부동산 대출금 미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왕소비 측은 자녀들이 짊어져야 할 주택담보대출 상환금을 대신 납부해오고 있다며 “현재 해당 부동산이 경매에 넘어갈 상황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서희원의 모친이 집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한 적 없다”며 “두 자녀와 계속 거주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분별한 억측과 가짜뉴스가 유가족에게 정신적 고통을 안기고 있다며 “확인되지 않은 보도와 추측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현지 언론은 서희원이 생전 소유했던 국립미술관 부지와 펜트하우스를 비롯해 전 남편과의 이혼 과정에서 확보한 재산 등을 합산하면 전체 유산 규모가 최소 10억 대만달러(약 4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편 서희원은 2011년 왕소비와 결혼해 두 자녀를 뒀으나 2021년 이혼했다. 이후 과거 연인이었던 구준엽과 20여년 만에 재회해 2022년 3월 재혼했다. 그러나 서희원은 일본 가족 여행 중 독감에 따른 폐렴 증세가 악화해 지난해 2월 2일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서희원이 세상을 떠난 뒤 구준엽은 대만에서 서희원의 동생 쉬시디(서희제), 모친 등과 가깝게 지내며 아내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매체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살이 빠진 모습으로 아내의 무덤가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진 등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자아낸 바 있다.
  • “우리 애가 쑥스러움이 많아서”…소개팅男 엄마가 ‘애프터’ 신청했습니다 [이슈픽]

    “우리 애가 쑥스러움이 많아서”…소개팅男 엄마가 ‘애프터’ 신청했습니다 [이슈픽]

    한 여성이 소개팅 후 상대 남성의 어머니로부터 “아들을 한 번 더 만나달라”는 연락을 받은 사연을 공개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소개팅남 엄마한테 카톡 왔는데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아빠 친구분을 통해 선 보는 느낌으로 소개팅을 했다”면서 “상대방이 외모나 스펙이 너무 괜찮아서 왜 30대 후반까지 결혼을 안 했는지 의문일 정도였다”고 운을 뗐다. 그는 “실제로 만나 보니 그렇게 이상한 분도 아니었고 무난했다. 예의 있고 대화도 부드럽게 흘러갔다”면서 “저에게 과분한 분이었지만 이성적인 끌림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만남 후 연락이 없길래 이대로 끝난 줄 알았다”고 밝혔다. A씨는 “그런데 어제 갑자기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충격”이라며 그 내용을 소개했다. 메시지에는 ‘○○이 엄마예요. 우리 애가 쑥스러움이 많아서 연락을 못 하기에 제가 대신 연락드려요’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A씨는 “그 카톡을 통해 왜 소개팅남이 지금까지 결혼을 못 하고 혼자였는지 이유를 한순간에 깨닫게 됐다”면서 “소개팅남이 저를 무척 마음에 들어 했는데 만났을 때 제 반응이 미적지근했다는 이유로 연락을 못 하고 있어서 한 번 더 만날 날을 잡자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정중하게 거절의 답장을 드렸는데 한번만 더 생각해 보라고 설득을 하시더라. 전화하려고 하시는 걸 제가 회사에 있다고 간신히 거절했다”면서 “‘어디가 마음에 안 든 거냐. 요즘 세상에 이런 남자 찾기 어렵다. 한 번 더 보는 게 예의지 않냐’는 식으로 몇번에 걸쳐 연락을 더 주고받다가 제가 불편하다고 돌려 말하니 겨우 저를 놔주셨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직도 어처구니가 없는데 혹시 선은 원래 부모님이 이렇게 직접 나서서 연락하는 경우도 있느냐”면서 “그분께 너무 무례하게 군 건가 싶으면서도 기분이 나쁘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늦게까지 남아 있는 건 다 이유가 있었다”, “남자도 문제지만 그걸 대신 해주는 어머니도 문제다”, “청혼도 엄마가 대신 해줄 판”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녀 입시를 넘어 취업·결혼도 밀착 케어하는 부모들 자녀들의 주위를 헬리콥터처럼 맴돌며 입시와 친구 관계 등 모든 일에 관여하는 이른바 ‘헬리콥터맘’은 미성년 자녀를 넘어 성인이 된 이후의 삶까지 과도하게 개입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바 있다. 대학 교수에게 전화해 “자녀의 학점을 왜 그렇게 줬느냐”고 따지는가 하면, 겨울 산악 행군 훈련을 받은 아들과 통화한 엄마가 “겨울에 산을 올라가는 게 말이 되느냐”며 군부대 간부에게 전화를 건 일도 있었다. 회사의 경우 “왜 우리 자녀가 입사 시험에 탈락했느냐”는 항의 전화가 오는 것은 다반사고, 사직서를 대신 내주는 부모도 있다. 헬리콥터맘은 입시와 취업을 넘어 A씨가 겪은 경우처럼 자녀의 결혼에까지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결혼정보업체들은 ‘자녀결혼전략 설명회’, ‘자녀 결혼 간담회’ 등을 열고 부모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한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결혼 적령기의 당사자가 직접 가입을 문의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최근에는 자녀를 대신해 부모가 먼저 나서서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일부 헬리콥터맘은 만남을 성사시키는 차원을 넘어, 자녀가 만난 상대방에게 교제를 독려하는 사례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회학 교수는 “우리나라 어머니들은 지금까지 아이들의 출생, 입시, 취업까지 관여하며 ‘내 자식만은 성공시키겠다’는 생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며 “이제 한발 더 나아가 우리 사회 계급 재생산의 마지막 관문인 결혼에까지 영향을 미치려는 것이 헬리콥터맘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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