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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물연대, 참사 이틀 만에 BGF 측과 대화… 노동 입법은 표류

    화물연대, 참사 이틀 만에 BGF 측과 대화… 노동 입법은 표류

    BGF리테일 자회사 로지스와 교섭조합원 사망에 ‘긴급 대화’격 만남운전자 ‘살인 혐의’ 구속영장 청구근로자추정제 등 특고 입법 불투명 민주노총 화물연대와 CU 편의점을 운영하는 BGF 측이 교섭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지난 20일 화물연대 조합원이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는 집회 시위 현장에서 물류 트럭에 치여 사망하는 비극이 일어난 지 이틀 만이다. 그간 ‘직접 교섭 의무가 없다’던 BGF 측이 유감의 뜻을 밝히며 대화에 응한 만큼 노사가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사고 이후 ‘긴급 대화’ 성격의 만남이어서 노동조합법상 교섭으로 보기 어려워 갈등이 당장 봉합되기 어려울 거란 관측도 나온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와 BGF리테일의 물류 자회사 ‘BGF로지스’는 22일 고용노동부 진주지청에서 교섭 상견례를 진행했다. 조합원 사망사고 이후 양측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건 처음이다. 이번 대화는 김영훈 노동부 장관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적극 중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민재 BGF로지스 대표는 “시위 과정에서 사망한 조합원에 대해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며 유족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측은 “이제라도 사측이 교섭에 나온 건 긍정적”이라며 “실질적인 합의안이 도출되길 바란다”고 했다. 대화의 문은 열렸지만 현장 집회는 멈추지 않고 있다. 다만, 교섭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창원지검 진주지청은 집회 현장에서 2.5t 화물차를 몰다 화물연대 조합원 1명을 숨지게 하고 2명을 다치게 한 A씨에 대해 살인·특수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A씨는 당초 특수상해 혐의로 긴급체포됐으나 경찰 조사 결과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판단돼 살인 혐의가 추가됐다.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23일 열린다. 집회 과정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체포돼 영장이 청구된 조합원 2명 중 1명이 이날 구속됐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노동 사각지대에 내몰린 특수고용직(특고)의 노동권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노동 입법은 답보 상태에 빠졌다. 보수를 받고 일하는 모든 사람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일하는 사람의 권리 기본법’(일터 기본법)과 근로자성 입증 책임을 사용자에게 부여하는 ‘근로자추정제’(근로기준법 개정안)를 5월 1일 노동절에 맞춰 입법하겠다던 정부의 계획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 상임위에 회부됐지만 본격적인 심사가 진행되지 못하면서 23일 열리는 본회의 상정도 어렵게 됐다. 여당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굳이 강행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 노사 입장 얽히고설켜… ‘2년 제한’ 기간제법 개정 고차방정식

    노사 입장 얽히고설켜… ‘2년 제한’ 기간제법 개정 고차방정식

    범부처 TF ‘3년 이상 확대’ 검토“비정규직만 양산하는 결과 초래”1년 미만 계약직 추가 수당 주장기업, 비용 부담에 계약 회피 우려기간제 계약 갱신 횟수 제한 거론파견·도급 전환 ‘꼼수’ 횡행할 수도노동계 “사용 사유 엄격히 제한을”해석 둘러싸고 분쟁 커질 가능성한국어 강사 오모(34)씨는 반복되는 ‘기간제 지옥’에서 9년째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주요 대학 어학당과 외국인센터 등에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11개월까지 일하다 계약이 종료됐다. 2년을 넘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씨는 “계약직 2년을 초과해 무기계약직이 되기가 이렇게 힘들지 몰랐다”고 토로했다. 2년 넘게 고용 시 무기계약직(정규직) 전환을 의무화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법’(기간제법)이 ‘2년 고용 금지법’으로 악용된 대표적인 사례다. 기간제법은 계약직 노동자가 겪는 고용 불안정과 차별 대우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2년이라는 마지노선을 정해 평생 비정규직으로 부려 먹지 못하게 하려는 취지로 입법됐다. 하지만 고용주들은 정규직을 고용하는 부담을 피하려고 2년이 되기 직전에 새로운 노동자로 갈아 끼우는 꼼수를 부렸다. 2006년 기간제법 제정 당시 노동계는 이미 “근로자를 2년마다 해고할 수 있는 악법”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하지만 정부는 “2년간 숙련된 노동자를 교체하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신규 채용자에 대한 재교육 부담도 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는 경영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노동계의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노동계의 우려는 현실이 됐고 정부는 기간제법 도입 20년 만에 재설계 작업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는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제도 개선 논의를 위한 ‘실태조사’를 6월까지 마무리하고, 노사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최종 개선안을 연내에 도출할 계획이다. 최대 쟁점은 기간제법이 규정하는 ‘2년 제한’을 손질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단순히 2년을 3~4년으로 확대하면 고용이 더 안정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기간제의 ‘고용 단절’이 일시적으로 완화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출범한 ‘범부처 노동구조개혁 태스크포스(TF)’도 현재 2년인 기간제 사용 기간 제한을 3년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용 기간이 늘어나면 기간제를 합법적으로 더 오래 쓸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해 자칫 비정규직만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용자 측도 기간제 노동자를 법의 테두리 안에서 3~4년 쓸 수 있다면 정규직 고용을 늘릴 이유가 없어진다. 민주노총은 19일 “2년 제한을 완화해 4년으로 늘리는 방안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다가 무산됐다”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계약 기간 연장을 놓고 노사의 입장이 고차방정식처럼 얽히고설켜 있어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정부는 1년 미만 계약직에 대해 추가수당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 도입한 ‘공정수당’(임금의 5~10% 지급) 정책으로, 고용 불안을 임금으로 보전하는 장치다. 1년 미만 계약을 남용할수록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단기 ‘쪼개기 계약’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제도가 정교하게 설계되지 않으면 기업이 수당 부담을 피하려고 계약 자체를 회피하거나 용역·프리랜서 계약만 늘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기간제의 계약 갱신 횟수를 제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도입되면 짧게 계약하고 계속 돌려쓰는 고용 방식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 하지만 단기 채용이 꼭 필요한 업종의 인력 운용이 경직될 수 있고, 파견이나 도급 전환으로 제도를 우회하는 꼼수가 횡행할 우려도 있다. 사용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는 것도 기간제가 정규직 고용 회피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차단할 대책 중 하나다.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기간제 채용을 못 하게 해 정규직 고용을 늘리는 방안이다. 현재 노동계도 사용 사유를 제한하는 방향의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유가 복잡해지면 해석을 둘러싼 분쟁이 커질 수 있고, 전문 기술을 요구하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유연한 인력 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초단시간 근로자’를 기간제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보호 범위가 확대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고용 비용 상승에 따른 채용 기피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학계도 다양한 기간제 개편안을 내놓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3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존 2년 제한에 근로자가 원할 때 계약을 3년 연장하는 방안이다. 박 교수는 “3년 연장을 허용하면 사용자는 고용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고 근로자는 충분한 경력을 쌓을 수 있게 된다”면서 “단 기업이 기간제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해 근로조건에 차별을 없애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교수는 “기간제 2년 제한을 사람이 아닌 직책에 걸어 해당 일자리가 2년 이상 유지되면 정규직 전환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컨대 한 기업의 마케팅팀 내 ‘고객 데이터 분석’ 직책이 2년 이상 유지된다면 해당 직무 자체를 정규직만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하 교수는 “상시 필요한 일자리는 정규직을 채용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라면서 “까다로운 입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년 제한’ 조항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업주는 고용을 활발하게 하기 어렵고 기간제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지금은 비정규직 임금과 노동권 보장 방법을 고민할 때지 고용 자체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가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 50만원 벌면 32만원 수급비 깎여… 일해도 가난한 장애인

    50만원 벌면 32만원 수급비 깎여… 일해도 가난한 장애인

    작년 생계급여 감액 규모 10% 증가소득 늘면 복지 줄어 사회 진출 ‘머뭇’“일 그만두면 세상과 단절되는 느낌”‘비장애인 차명 취업’ 편법 노동 유발 뇌병변 장애인 김길영(58)씨는 지난해 서울 노원구의 한 장애인 시설에서 하루 3시간씩 청소 일을 했다. 한 달 급여는 50만원. 그러나 이 월급은 결과적으로 온전히 김씨의 손에 쥐어지지 않았다. 일을 시작하면서 기초생활수급비 82만원 중 32만원이 줄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일하면서 보람을 느끼지만 일을 많이 할수록 수급비가 깎이는 걸 감수해야 한다”며 “그렇다고 일을 그만두면 세상과 완전히 단절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근로소득이 늘수록 생계급여가 그만큼 줄어드는 제도 탓에 장애인이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힘든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처럼 근로 유인을 저해하는 복지 구조가 장애인의 사회 진출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소득이 있는 생계급여 수급 장애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 대비 2.7% 증가했지만 생계급여 감액분도 10.4% 늘었다. 지난해 장애인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인 92만 1004원 중 절반 이상(56.3%)인 51만 8128원이 생계 급여에서 깎였다. 근로소득이 월 50만원 미만이 안 되는 장애인은 근로소득 대비 생계급여 감액 비율이 94.1%에 달했다. 일을 해도 손에 쥐는 돈이 거의 늘지 않는 구조다. 이 같은 구조는 편법 노동을 낳기도 한다. 장애인 이모(66)씨는 과거 장애인단체 사무직으로 일할 때 비장애인 동생 명의로 근무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본인 이름으로 취업 사실이 등록되면 수급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는 “주변에도 이런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장애인들은 노동이 단순한 생계 유지를 넘어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김경나(66)씨는 “최저시급도 못 받는 장애인이 많지만 장애인들은 사회에 나가 사람을 만나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토로했다. 입법조사처는 소득이 발생하면 생계급여가 즉각 삭감되는 구조가 장애인의 근로 의욕을 꺾고 빈곤의 악순환을 고착화한다고 지적했다. 또 근로소득 증가로 의료급여 수급 자격을 상실하면 의료비 본인 부담금이 급격히 늘어나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정용제 국회입법조사관은 “의료비 부담이 번 돈보다 커지는 구조에서 오히려 빈곤 상태를 유지하려는 선택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짚었다. 프랑스의 경우 취업 초기 6개월 동안 장애인 수당을 전액 지급하고, 이후에도 소득에 비례해 수당을 점진적으로 줄여 충격을 완화한다. 미국은 장애인이 근로소득 증가로 현금 수당이 끊겨도 필수 의료보장 자격을 유지한다.
  • [기고] 직능개발·국가기술자격 재설계할 때

    [기고] 직능개발·국가기술자격 재설계할 때

    우리 사회는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비율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국민 총부양비가 2022년 41.8명에서 2042년 81.8명으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인구구조의 변화에 발맞춰 각 연령층에 대한 국가기술자격제도 중심의 맞춤형 지원을 통해 청년이 기술자격을 취득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직업교육훈련과 노동시장을 연결하는 가교로서의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의 발전과 디지털화는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이에 대응해 직업능력개발체계를 바꿔 빠른 기술 변화에 적합하도록 자격제도 운용 방식을 혁신하고 모듈형 자격 등 새로운 형식의 자격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자격검정 방식인 과정평가형으로의 전면적 전환이 필요하다. 직업교육훈련과 자격제도의 근간이 되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의 개발과 개선에서도 변화하는 기술에 맞춰 신속하게 AI를 이용한 혁신적 개발·개선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국가기술자격이 AI·디지털 전환 시대의 현장 기술 변화를 신속히 담아내도록 개편할 필요가 절실하다. 현재 운영 중인 국가기술자격의 등급 체계는 1998년 변경 후 28년간 기술의 변화와 산업구조의 변화 등을 수용하지 못하고 정체돼 있다. 운영되는 자격들을 들여다보면 자격기본법은 교육부, 국가기술자격법은 고용노동부, 기타 자격 관련 법률은 해당 부처 소관으로 각각의 법률과 관리 주체에 있어서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운영되는 자격들의 사회적 통용성 역시 명확히 확보하지 못한 실정에서 자격의 검정 방법 역시 국제적 방식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교육부와 산업혁신기술부 2개 부처에서 관장하지만, 어느 한 개의 기관에 속하지 않고 영국 의회의 독립적인 산하기관으로 영국 직업교육훈련기관의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호주의 직업능력품질원(ASQA)은 호주 교육과학부의 산하기관으로서 정부, 교육생, 고용주에게 직업교육훈련의 품질을 보증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교육부의 평생국과 노동부의 직능국 등 관련 부처 및 관련 기관들의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자격의 시장 작동성을 강화하며 독립적 품질 관리가 가능한 구조로 변화해야 한다. 다행히 노동부는 국가기술자격 취득자의 기술과 융합할 수 있는 새로운 직무 역량을 습득하면 이를 기존 자격증에 표시해 최신 직무 역량을 반영하는 ‘플러스 자격’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검정형과 달리 응시 자격이 없는 과정 평가형 국가기술자격을 확대해 청년층의 산업기사 이상 국가기술자격 취득을 장려하고 마이스터고, 폴리텍, 전문대학 등 정규 교육훈련기관의 과정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자격검정 고도화를 위해 ‘접수→시험→채점→자격증 발급’ 등 전체 과정에 AI 기술을 활용해 평가 효율화 및 응시자 편의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시험 응시를 희망하는 국민이 학과·경력 응시 자격 등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AI 분석 기반의 정보 제공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의 제도 정비 및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이를 시작으로 직업능력개발정책과 국가기술자격이 청년층, 중장년층 모두에게 기술 변화에 대응하며 국민 개개인의 역량을 향상하고 국가 핵심 생산 인력 양성으로 이어지는 디딤돌이 되기를 희망한다. 이승 대림대 메카트로닉스과 교수
  • [사설] ‘진짜 사장’ 몰리니 金총리 “노봉법 보완”… 민간이 더 절실

    [사설] ‘진짜 사장’ 몰리니 金총리 “노봉법 보완”… 민간이 더 절실

    김민석 국무총리가 그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과 관련해 “정부의 사용자성을, 책임을 어디까지 갈 것이냐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보완돼야 할 사항”이라고 했다. 법이 시행된 뒤 정부가 보완을 주문한 것은 처음이다. 최근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 공공 부문을 상대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쏟아지면서 장관, 총리, 심지어 대통령을 향해 “진짜 사장 나와라”라는 요구가 봇물을 이루는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노봉법 시행 한 달째인 지난 10일 기준으로 1012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은 372개 원청 사업자 가운데 공공 부문은 156곳(41.9%)에 이른다. 당초 고용노동부는 ‘법률이나 국회가 의결한 예산에서 정해진 근로조건 등 관련 사항을 집행하는 경우’에는 정부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해석 지침을 내놨다. 그럼에도 지방노동위에서 국세청, 한국전력공사, 자산관리공사 등 공공 부문의 사용자성이 잇따라 인정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은 “사용자성이 인정됐다고 해서 임금을 올려 주거나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청 노조와 만나되 노조가 의무 아닌 의제를 제시하면 기업들이 거부해도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교섭 의제 중 하나라도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파업 등 쟁의행위로 이어지고, 그 피해가 국민에게 미칠 수 있다. 원청을 상대로 하청 노조가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면서 발생한 혼란은 공공 부문에 그치지 않는다. 하청 노조들이 ‘산업안전’ 등 비교적 사용자성을 인정받기 쉬운 의제를 앞세워 원청 기업을 교섭 테이블로 불러낸 뒤 임금·복지 문제를 연계함으로써 협상이 교착될 수 있다고 기업들은 우려한다. 장기적 노사 쟁의로 전체 공정이 지연되고 수억원씩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탁상공론식 졸속 입법의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한 해결책 마련에는 공공·민간 가릴 이유가 없다.
  • [이순녀 칼럼] ‘노동 보호’의 역설, 기간제법만의 문제일까

    [이순녀 칼럼] ‘노동 보호’의 역설, 기간제법만의 문제일까

    정부가 기간제법 개편 논의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6월까지 실태조사를 진행한 뒤 전문가 포럼과 사회적 대화를 거쳐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기간제법은 기간제·단시간 노동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와 남용 행위를 규제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 약자를 보호하고자 2007년 7월 도입됐다. 5인 이상 사업장에서 기간제 노동자가 만 2년 근무하면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의무 전환하는 조항이 핵심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한 달 사이 세 차례나 기간제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난달 1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1기 출범 토론회에서 “‘2년 지나면 정규직화해라’ 말은 좋은데 전부 1년 11개월짜리 (고용)해 놓고 2년 안 넘긴다. 3, 4년 했으면 좋겠는데 (법 조항이) 오히려 장애가 된다”면서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이달 9일 국민경제자문회의와 10일 민주노총 간담회에서도 “상시 고용 전환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법인데 ‘2년 이상 고용금지법’이 돼 버렸다”며 현실적인 대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제도가 고용 불안의 부메랑으로 돌아온 기간제법의 역설은 누구나 알고 있는 해묵은 과제다. 2년이 되기 전에 고용 계약을 해지하는 편법이 보편적 관행으로 굳어지면서 기간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율은 2024년 말 기준 8.6%에 그쳤다. 지난 정부들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기간제 사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개정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사용 사유 제한 없이 기간만 연장하는 것은 비정규직을 오히려 양산할 뿐이라는 노동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는 사용 사유 제한과 예외 축소 등의 방향을 제시했지만 입법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노동자, 사용자, 정부가 모두 법의 허점과 부작용을 알면서도 첨예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20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을 반복해 온 셈이다. ‘실용 정부’를 표방한 이 대통령이 보수·진보 정권 모두 풀지 못한 난제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궁금하다. 경영계의 요구대로 사용 기간만 늘린다면 ‘4년 이상 고용금지법’으로 이름만 바뀔 뿐이다. 노동계의 주장대로 고용 안정성을 강화하면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이로 인해 신규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사용자와 노동자가 각자의 이해만 앞세우지 말고, 사회적 대화의 장에서 합리적인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 정부가 중심을 잡고 양쪽을 설득해 대타협의 성과를 이끌어 내길 바란다. 이제라도 정부가 기간제법 개정에 속도를 내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5월 1일 노동절에 맞춰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과 노동자 추정제(근로기준법 개정안)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 등 비임금노동자를 위한 법이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아 임금계약, 휴식권 등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이들을 별도의 법으로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노동자 추정제는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 노동자인지 분쟁이 있을 때 지금처럼 노동자가 스스로 입증하는 방식 대신 사용자에게 반증 책임을 지우는 제도다. 정부가 ‘패키지 입법’으로 추진하는 이 법안들은 기간제법과 마찬가지로 노사 양측의 반발을 사고 있다. 노동계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에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의심스럽고, 오히려 플랫폼과 프리랜서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고착화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경영계는 노동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인건비 부담과 소송 리스크가 커질 것을 우려한다. 아예 프리랜서와 특수고용 계약을 줄이는 ‘프리랜서 고용 기피법’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간제법 사례를 볼 때 단순한 기우로 치부하기 어렵다.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가 되레 노동자의 처우를 악화시키고 일자리를 위축시키는 역설은 이제 끝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입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데드라인을 정해 두고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졸속 입법은 반드시 후과를 낳는다. 시행 한 달 만에 국무총리가 보완 가능성을 시사한 노란봉투법이 그 반면교사다. 이순녀 수석논설위원
  • [사설] “진짜 사장은 기획처”… 우려 그대로 현실, ‘노봉법’ 혼란

    [사설] “진짜 사장은 기획처”… 우려 그대로 현실, ‘노봉법’ 혼란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도 안 돼 ‘진짜 사장 찾기’를 둘러싼 분쟁과 혼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어제 세종시 정부청사 기획예산처 앞에서는 공무직 노동자 3000여명이 “소속 부처는 껍데기, 예산과 임금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기획처가 직접 교섭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지난 2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4개 공공기관을 용역 하청 노동자의 실질적 사용자로 처음 인정했다. 정부 조직과 기업 원·하청 할 것 없이 노동위원회 판단을 구하는 사건들이 줄을 잇는다. 지난달 10일 법 시행 이후 지난주까지 공공 부문 교섭 신청만 해도 151건이다. 분쟁은 속수무책 누적될 공산이 크다.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은 사용자성부터 다퉈야 한다. 원청은 별도 교섭을 요청하는 하청 노조 수만큼 개별 교섭 테이블을 열어야 한다. 교섭 테이블에 앉아도 임금·수당 등 의제마다 원청의 지배력 범위를 놓고 충돌한다. 매 단계에서 합의가 불발되면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에 이어 행정소송으로 이어지는 3단계 불복 절차가 따른다. 이처럼 교섭 단계마다 잠복한 지연·분쟁 요인은 경영 부담으로 직결된다. 중소 원청에 소송 비용은 기업의 존폐를 가르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하청 노조가 쟁의행위에 나설 경우 사용자성이 인정된 원청이 대체근로 금지 조항에 묶여 사실상 생산 중단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역으로 원청이 사용자성을 피하려 작업 지시와 안전 관리 관여를 줄이는 방향으로 계약 구조를 바꾸면 오히려 하청 노동자 보호가 약화될 수 있다. 명확한 기준 없이 모든 판단을 개별 노동위원회의 사안으로 떠넘기는 지금의 방식은 노사 모두를 끝없는 소모전으로 내몰 뿐이다. 법적 불확실성 축소와 분쟁 비용 억제를 위해 정부는 해석 지침을 신속히 정비하고, 국회는 보완 입법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하청 노동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 [사설] “진짜 사장은 기획처”… 우려 그대로 현실, ‘노봉법’ 혼란

    [사설] “진짜 사장은 기획처”… 우려 그대로 현실, ‘노봉법’ 혼란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도 안 돼 ‘진짜 사장 찾기’를 둘러싼 분쟁과 혼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어제 세종시 정부청사 기획예산처 앞에서는 공무직 노동자 3000여명이 “소속 부처는 껍데기, 예산과 임금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기획처가 직접 교섭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지난 2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4개 공공기관을 용역 하청 노동자의 실질적 사용자로 처음 인정했다. 정부 조직과 기업 원·하청 할 것 없이 노동위원회 판단을 구하는 사건들이 줄을 잇는다. 지난달 10일 법 시행 이후 지난주까지 공공 부문 교섭 신청만 해도 151건이다. 분쟁은 속수무책 누적될 공산이 크다.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은 사용자성부터 다퉈야 한다. 원청은 별도 교섭을 요청하는 하청 노조 수만큼 개별 교섭 테이블을 열어야 한다. 교섭 테이블에 앉아도 임금·수당 등 의제마다 원청의 지배력 범위를 놓고 충돌한다. 매 단계에서 합의가 불발되면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에 이어 행정소송으로 이어지는 3단계 불복 절차가 따른다. 이처럼 교섭 단계마다 잠복한 지연·분쟁 요인은 경영 부담으로 직결된다. 중소 원청에 소송 비용은 기업의 존폐를 가르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하청 노조가 쟁의행위에 나설 경우 사용자성이 인정된 원청이 대체근로 금지 조항에 묶여 사실상 생산 중단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역으로 원청이 사용자성을 피하려 작업 지시와 안전 관리 관여를 줄이는 방향으로 계약 구조를 바꾸면 오히려 하청 노동자 보호가 약화될 수 있다. 명확한 기준 없이 모든 판단을 개별 노동위원회의 사안으로 떠넘기는 지금의 방식은 노사 모두를 끝없는 소모전으로 내몰 뿐이다. 법적 불확실성 축소와 분쟁 비용 억제를 위해 정부는 해석 지침을 신속히 정비하고, 국회는 보완 입법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하청 노동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 [사설] 7개월 만의 여야정 회담… 중동 위기 대응 협치 발판 되게

    [사설] 7개월 만의 여야정 회담… 중동 위기 대응 협치 발판 되게

    이재명 대통령이 내일 청와대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과 함께 ‘여야정 민생경제 협의체 회담’을 개최한다.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청와대에서 만나는 것은 7개월 만이다. 지난 2월 청와대 오찬은 불과 1시간 전 장 대표의 급작스러운 불참 통보로 무산됐다.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국내외적으로 당면한 현안들에 하루 하루가 중요한 시기다. 이런 비상시국에 여야정 수뇌부가 7개월 만에야 머리를 맞댄다는 사실 자체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국익만을 생각하며 허심탄회하게 지혜를 모아야 하는 까닭이다. 무엇보다 이란 전쟁의 여파로 고유가·고물가·고환율 등 경제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일본 선박은 파나마 국적인 점을 내세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한다. 호르무즈에 갇힌 우리 선박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외교적 아이디어를 총동원해야 한다. 이란이 홍해의 길목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추가 봉쇄할 가능성을 시사한 터여서 원유 수급은 더 어려워질 공산이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등 동맹국들이 이란과의 전쟁에 비협조적이었다는 점을 들어 대놓고 불만을 표출했다. 트럼프 방식의 돌발 청구서가 날아들 우려가 높아졌다. 안 그래도 미국의 관세 및 통상 압박이 철강, 농산물, 디지털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 시점이다.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로 인한 부작용도 진지하게 논의돼야 한다. 지난 2일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노조도 원청 사측과 직접 교섭할 수 있다는 지방노동위원회의 첫 판단이 나왔다.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가 폭증할 것에 대한 초당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여당이 일방 주도한 ‘검찰 개혁’ 입법 이후 검사 엑소더스로 일반 민생 사건이 속수무책 지연되는 상황도 여간 심각하지 않다. 개헌 논의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참여 없이 진행되는 현실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 김관영 전격 제명에 또 등장한 ‘ABC론’… 與 “읍참관영” 혁신당 “출마자격 없어”

    김관영 전격 제명에 또 등장한 ‘ABC론’… 與 “읍참관영” 혁신당 “출마자격 없어”

    현직 지사이자 여론조사 1위를 달리던 김관영 전북지사가 하루 만에 전격 제명되면서 2일 정치권에서는 ‘ABC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김 지사와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 사임을 번복했던 안호영 위원장은 경선을 위해 다시 위원장직을 내려놨다. 이동훈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한 방송에서 “김 지사가 사실은 옛날에 국민의당 안철수계 출신이고 바른미래당 거쳐서 다시 복당하신, 유시민 작가가 흔히 얘기하는 전형적인 B그룹”이라며 “‘역시 비주류는 이렇게 빨리빨리 처리하는구나’라는 의견을 내는 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여권 지지층을 A(가치 중심), B(이익 중심), C(A와 B의 혼합) 등 세 그룹으로 나눈 유 작가의 분류법을 두고 당내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는데, 이번엔 김 지사 전격 제명에 ABC론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김 지사의 제명을 ‘큰 목적을 위해 아끼는 사람을 버린다’는 뜻의 읍참마속에 빗대 ‘읍참관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영진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정청래 지도부가 아주 엄중하게 판단을 한 것 같다. 한마디로 ‘읍참관영’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정치권에선 김 지사가 민주당 경선 후보 자격을 박탈당했지만 무소속 출마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본다. 김 지사는 페이스북에 “당은 저를 광야로 내쳤지만 저는 도민에 대한 책무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차분히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에 조국혁신당은 김 지사를 향해 “이 상황에 대해 책임을 지고 출마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안 위원장은 기후노동위 전체회의에서 위원장 사임서 제출 사실을 알린 뒤 기자회견을 열고 “준비된 도지사 안호영이 책임지겠다”며 경선 참여 의사를 밝혔다. 안 위원장은 취재진이 ‘불출마에서 경선 참여로 선회한 이유’를 묻자 “긴급하게 국회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입법 처리로 상임위원장직을 유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금융지주 회장 3연임 금지 법제화 시동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집권 구조를 제한하는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가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정치권도 입법으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는 흐름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금지하고 임원 겸직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금융지주 대표이사의 연임을 1회로 제한해 총 임기를 최대 6년으로 묶는 데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연임 횟수에 대한 제한이 없어 은행장과 계열사 대표를 거쳐 금융지주 회장으로 이어지는 장기집권 구조가 가능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임원 겸직 금지도 주요 내용이다. 현재는 이해상충 우려가 적다는 이유로 금융지주회사와 여신전문금융회사 상근임원이 자회사 임직원을 겸직할 수 있도록 예외가 허용돼 있지만, 개정안은 해당 조항을 삭제해 권한과 책임의 경계를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다. 신 의원은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집권과 이해상충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내부통제와 건전성을 말할 수 없다”며 “시장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제도로 바로잡는 것은 관치가 아니라 국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채용비리, 친인척 특혜, 부당대출 등 금융권에서 반복된 사건의 배경으로 지배구조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지주 회장 선출 과정을 점검하고 있으며, 금융위원회도 금감원 등과 함께 지배구조 선진화 TF를 꾸려 개선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과도한 규제가 경영 자율성과 전문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주주 판단에 맡길 사안을 법으로 임기까지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금융사 대비 경쟁력 저하와 장기 전략의 연속성 약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 ‘최대 20일’ 출산휴가 간 아빠… 일 대신한 동료에 지원금 준다

    ‘최대 20일’ 출산휴가 간 아빠… 일 대신한 동료에 지원금 준다

    오는 7월부터 20일간의 배우자 출산휴가를 떠난 남자 동료의 업무를 대신하면 ‘업무 분담 지원금’을 받게 된다. 예비 아빠들은 출산휴가를 눈치 보지 않고 마음 편하게 쓸 수 있고, 동료들은 추가 노동에 대한 보상을 받게 돼 업무 효율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고용보험법과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5월 6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현재 업무 분담 지원금은 육아휴직을 낸 동료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활용하는 동료의 업무를 대신한 노동자에 한해 지원되고 있다. 육아휴직 한 동료의 업무를 ‘백업’하면 월 최대 60만원, 단축 근로 중인 동료의 업무를 대신하면 최대 20만원을 받는다. 정부는 동료가 ‘배우자 출산휴가’를 썼을 때도 업무 분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다. 사업주가 직원에게 수당을 먼저 지급한 뒤 정부가 보전하는 방식이다. 대상 사업장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지원금 규모는 노동부 장관 고시로 정해질 예정이다. 업무 분담자가 여러 명이면 금액을 나눠 갖게 된다. 노동부는 육아휴직 급여 조정 기준을 기존 월 단위에서 휴직 기간에 비례해 적용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고용위기 지역 거주자를 6개월 넘게 채용할 때 임금 일부를 지원하는 지역고용촉진지원금은 지원금 지급의 기준이 되는 조업 시작 신고 기한을 1년 6개월 이내에서 6개월로 단축해 빠른 고용과 조업을 유도한다. 채용 예정자와 구직자에게만 주던 직업훈련 수당은 중소기업 재직자와 외국인 노동자까지 대상을 확대한다. 이로써 재직자도 주말 등을 이용해 수당을 받으며 직무 역량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 [사설] 특사경까지 검사 지휘권 폐지… 빈대 잡으려다 민생 잡을라

    [사설] 특사경까지 검사 지휘권 폐지… 빈대 잡으려다 민생 잡을라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검사 지휘 조항을 삭제하도록 정부에 지시했다. 여당 내 강경파 달래기 조치로 풀이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검찰개혁 2단계가 마무리됐다”며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법안을 내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법안을 뜯어보면 과연 민생에 이로울지 의문을 접기 어렵다. 우리나라 특사경 제도는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방대하다. 환경·식품·노동·관세·산림·철도·공원·출입국·보훈에 이르기까지 50여개 분야에 2만여명이 활동한다. 이들은 수사 전문가로 별도 채용된 인력이 아니라 검사장이 지명하는 일반 행정공무원이다. 지금까지는 수사 개시 단계에서의 법리 판단, 영장 청구 적법성 검토, 과잉 수사 제어 기능을 검찰 지휘로 수행하며 법리적 공백을 메워 왔다. 검사의 특사경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면 세 가지 경고등이 동시에 켜진다. 첫째, 환경·노동·금융 당국 같은 규제기관이 행정 목적을 위해 피규제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수사권을 남용하는 과잉 수사의 위험이다. 둘째, 법리 판단 안전망 없이 수사를 진행하다 증거 수집 오류와 절차 위반으로 사법적 처벌을 못 하게 되는 부실 수사의 위험이다. 셋째, 역량 한계로 사실관계 규명이 표류하는 수사 지연의 위험이다. 이미 중대재해 사건에선 특사경인 근로감독관의 송치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가 되풀이돼 2년 이상 질질 끄는 수사가 속출하고 있다. 특사경은 수사 종결권도 없어 검찰에 사건을 전건 송치해야 한다. 검사 지휘가 사라지면 수사는 특사경이, 종결은 검찰이 하는 구조에서 둘을 잇던 고리마저 끊어진다. 수사와 종결 사이 법리적 책임 주체가 실종되는 셈이다. 결국 특사경 지휘 조항을 삭제하려면 수사 종결권·인지 수사권·영장 청구 절차 등 연결된 제도들도 줄줄이 손질해야 현장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검찰권 남용을 손보려다가 민생 현장에 피멍이 들 수 있다. 집권당이 강행하는 개혁 입법들이 지금 하나같이 민생은 뒷전이다.
  • [서울신문·삼성 공동 캠페인] “청년이 정책 전 과정 참여해야” “지역에서 미래 꿈꾸게 하자”

    [서울신문·삼성 공동 캠페인] “청년이 정책 전 과정 참여해야” “지역에서 미래 꿈꾸게 하자”

    ‘지속가능 청년 정책’ 제언 쏟아져주거·일자리·지역 불균형이 원인단순 복지·보조금 제공 단계 넘어정주 여건 등 구조적 문제 개선을정책 수혜자 넘어 동반자인 ‘청년’AI시대 생존할 좋은 일자리 확보창업 기반 될 초기 시도부터 지원실효성 있는 청년 체감 정책 강조 11일 서울신문과 삼성이 공동으로 주최한 ‘청년, 지역의 내일을 만들다’ 캠페인 좌담회가 열린 국회 의원회관 2층 제3세미나실. 이 자리에서는 청년의 지역 활동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한 다양한 제언들이 쏟아졌다. 김성수 서울신문 사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현장의 경험과 각계의 전문성이 어우러진 의견들은 청년 정책과 사회적 책임 활동이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는 든든한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사에서 “청년들이 어디에 살든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여건과 구조를 함께 만들어 가는 일이 중요하다”며 “정책의 설계 단계부터 집행, 평가에 이르기까지 청년이 직접 참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는 지난해보다 두 걸음 전진하는 포럼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빈집을 고쳤지만 청년은 오지 않았다’는 제목의 서울신문 기사를 봤다”며 “단순히 낡은 집을 청소하고 페인트칠한다고 해서 청년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주 여건과 삶의 기반이 없으면 청년이 지역에서 일하고 결혼하고 삶을 꾸리려 하지 않는다”며 “이번 캠페인이 이런 구조적인 문제 해결의 전환점을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도 축사에서 “청년들은 주거비와 일자리 불안, 지역 불균형 등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인사권과 재정권까지 포함하는 연방제 수준의 지역균형발전이 이뤄져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아무리 좋은 정책이 있어도 청년의 삶터인 지역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죽은 정책”이라며 “청년의 목소리가 입법과 예산이라는 구체적인 결과로 이어지도록 국회에서 ‘실행’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축사를 보내 “청년이 어느 곳에서든 꿈을 키우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대하고 시급한 시대적 과제”라며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스스로 미래의 길을 찾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도 축사를 통해 “청년과 지역의 문제는 서로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 함께 풀어야 할 하나의 과제”라면서 “청년이 지역에서 일하고, 생활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 지역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계와 학계, 시민단체, 기업 등 각계가 참여한 이번 좌담회에서는 청년 정책을 실행으로 옮기기 위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들이 제시됐다. 홍지민 서울신문 부국장의 진행으로 1시간 20여분 간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발언에 나선 민병덕 의원은 “청년들이 기성세대의 마음에 조금 들지 않더라도 그들 내부에서 나온 이야기를 계속 들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내적인 힘과 자신감을 기르기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5%에 해당하는 고립 청년을 사회로 이끌어내기 위해 책을 읽고 토론에 참여하면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안준상 함께만드는세상(사회연대은행) 상임이사도 청년들의 주체성을 강조했다. 그는 “청년들이 보조금에 의존하는 단계를 넘어서 지역 순환 경제의 주체이자 생산자로 서야 된다”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도전하는 청년 리스크와 실패 경험을 인정해주는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청년들이 활동하는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김홍락 삼성물산 사회공헌단장 겸 상무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이 있다. ‘청년, 지역의 내일을 만들다’라는 주제에서 말하는 현장은 결국 청년들이 중심이 되는 현장”이라면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들과 소통하고,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로드맵을 갖고 기업 차원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상임이사도 “이 캠페인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정책이) 현장에 뿌리를 내릴 필요가 있다”면서 러시아의 19세기 브나로드 운동(농촌계몽운동)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이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서울신문과 사회연대은행, 삼성에서 적극 지원하면 지방에 정착하고자 하는 하나의 흐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사회 흐름 속 청년의 역할도 강조됐다. 이성녕 삼성생명 사회공헌단장 겸 상무는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고, 그 중심에 AI가 있다”면서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 지역이 어떻게 좋은 일자리를 확보하고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을지 각계각층의 아이디어를 모아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청년들의 지역살이에 대한 고민과 해법을 모색했다. 그는 농가주택 리모델링 사업을 하는 일본의 파나소닉 센터를 예로 들며 “수도권으로 인구가 들어오는 악순환을 끊고 (청년들을) 지방으로 초대하는 대전환이 필요하다”면서 “농어촌의 빈집 리모델링을 삼성에서 하면 어떨까 한다”고 제안했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평택의 사례를 들며 정책의 현장체감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평택시의 한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대표적인 청년 거점공간인 ‘청년쉼,표’의 인지도는 22% 수준이고 실제 이용 경험이 있는 청년은 6% 안팎에 그친다”면서 “청년정책의 화두는 실천에 있다는 점에서 (이 캠페인은) 시의적절하고, 하나의 정책이라도 청년들에게 닿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은 2018년부터 시작된 청년마을 사업(현재 51개)을 소개하며 “행안부는 청년에게 필요한 금전적·재정적 지원 뿐아니라 네트워크 기회, 공동체와의 관계 속에서 정착하거나 성장할 수 있는 기반과 토대 등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청년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는 단순히 일자리, 주거 부족 때문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지역에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구조가 안 되기 때문”이라면서 “청년을 단순 수혜자나 정책 대상이 아니라 지역 변화를 주도하는 동반자가 되도록 정책을 설계하고 있고, 오늘 나온 내용을 잘 반영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은 지역에서 청년이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라면서 “청년의 직간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주요사안에 대해 청년들의 의사가 실질적으로 관철될 수 있도록 주체로서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란아 한국시민사회지원조직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아울러 “지역으로 간 청년은 대부분 대표가 되고, 청년에 대한 지원 정책은 대부분 ‘창업’에 집중된다”면서 “창업의 기반이 되는 초기 비즈니스 모델의 실험과 시도를 안정적으로 단계적으로 지원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서울광장] 대통령일 땐 모른다, 권력의 오래된 각본

    [서울광장] 대통령일 땐 모른다, 권력의 오래된 각본

    어떤 자리는 그 자리의 사람을 유독 크고 빛나게 만든다. 그 사실은 그가 자리를 떠나야만 드러난다. 퇴임 후 작아진 모습을 보고서야 자리가 사람을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깨달음은 늘 뒤늦게 오기에 실수가 반복된다. 재임 중 대통령이 행하는 말과 행동에 집중하느라 권력 그 자체가 사람을 흥분시키고 중독시키며 결국 과잉 행동으로 이끈다는 작동 방식을 놓친다. 정치의 절반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임기 동안 위임된 권력은 위로 솟은 포물선을 그린다. 초기에는 빌린 물건마냥 조심스럽다. 그러다 어느 순간 권력이 곧 ‘나’인 듯 느껴진다. 임기 후반기가 되면 내려놓아야 하는 시점에 맞닥뜨린다. 그 하강 국면을 레임덕이라 부른다. 상승 국면을 칭하는 용어는 없으나 권력의 성쇠를 여러 차례 지켜본 이들은 공감한다. 권력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자신의 주기를 지켜 작동한다. 심지어 서로 상극인 윤석열과 이재명조차 그 곡선 위에서 비슷한 경로의 행태를 보일 정도다. 최고 권력자가 권력을 빌린 것처럼 대할 때는 통합, 실용, 소통 같은 말이 자주 들린다. 막상 임기 동안의 권력이 어떤 색깔인지는 이런 단어를 쓰는 빈도가 줄어들 때 드러난다. 권력이 내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해 권력에 중독되는 시점부터 언어가 바뀐다. ‘할 수 있다’가 ‘해야 한다’는 당위로, ‘해야 한다’가 ‘나만 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바뀔 때가 임계점이다. 여소야대 정부의 윤석열 전 대통령은 행정력을 활용한 ‘작은 성공’들로 임기 초반 상승 곡선을 채웠다.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양곡관리법 거부권, 각종 카르텔 타파 정책 등의 논리를 설명해 가며 국정의 자신감을 축적했다. 강수가 통하자 칼끝이 바뀌기 시작했다. 권력에 익숙해질수록 자기 오류 가능성에 대한 경계도 줄었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재정준칙 원칙은 손댈 수 없고, ‘주 69시간’ 노동개혁 발표에 쏟아진 역풍을 예상조차 못 하는 정부가 되었다. 도어스테핑은 61회 만에 중단했지만, 취임 170일째 비상경제민생회의는 돌연 80분 전체를 생중계했다. ‘나는 열심히 하는데 몰라 주는 게 문제’라는 인식을 보여 주는 무대였다. 확신이 깊어질수록 대통령 지시는 점점 세목으로 내려갔고, 설명은 줄었다. 청소년에게 술을 판 자영업자 처벌 유예, 킥보드 헬멧 미착용 처벌 같은 즉흥 지시에 이어 의대 2000명 증원까지 일방적으로 발표됐다. 단독 입법이 가능한 의회 의석을 확보한 이재명 대통령의 시작은 달랐다. 취임 직후 대미 관세협상이라는 악재를 장관과 기업을 총동원한 숙의형 접근으로 돌파했다. 코스피 5000을 이뤄낸 뒤엔 ‘이재명은 할 수 있다’는 확신이 권력 발동의 근간이 됐다. 자신감은 날카로운 언어들을 등장시켰다. 이 대통령의 소셜미디어(SNS)에서 다주택자는 마귀, 농지 소유 도시민은 투기 세력으로 묘사됐다. 생중계되는 국무회의와 업무보고는 대통령이 누구를 질타하는지 전 국민에게 보여 주는 무대가 됐다. 지시가 세목으로 향하는 양상도 판박이다. 탈모약 급여화에서 환단고기 연구, 촉법소년 연령까지 다양한 의제가 대통령 발언으로 시작됐다. 만기친람은 권력이 자신의 손에 있다는 효능감을 가장 선명하게 확인시키는 통치 방식이기도 하다. 익숙한 권력의 경로가 걱정스러운 것은 그 파괴적인 끝을 이미 봤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인공지능(AI) 강국 선언은 전임 정부의 이차전지 육성처럼 구호가 역량을 앞서고 있다. ‘명청 갈등’과 ‘뉴이재명’ 세력은 이준석 축출과 친윤 재편을 연상시킨다. 여당 내 공소취소 의원모임 결성은 지난 정부 검찰이 윤 전 대통령 검증 보도를 한 기자들을 압수수색한 선례와 닮았다. 구호가 역량을 앞선 국정과제는 주가는 부양했지만 산업 경쟁력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여권 내 권력 재편은 정부 성과보다 개인의 안위에 정치 자원을 집중시켜 ‘업적 없는 정부’를 만들었다. 대통령의 과거를 재구성하는 시도는 국가기관의 기능을 낭비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권력의 상승기엔 하강을 대비하기 어렵다. 밀어올리는 힘에 취해 권력이 쓰는 각본대로 떠밀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시간이다. 홍희경 논설위원
  • “노란봉투법, 불법 근원 없애고 손배·투쟁 악순환 고리 끊는 법”

    “노란봉투법, 불법 근원 없애고 손배·투쟁 악순환 고리 끊는 법”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3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진행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10일 시행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불법 파업에 면죄부를 주는 법이라는 시선에 대해 “불법의 근원을 없애고 과도한 손해배상과 극한 투쟁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보수를 받고 일하는 모든 사람을 근로자로 간주하고, 법적 분쟁 시 근로자성 입증 책임을 고용주에게 넘기는 ‘근로자 추정제’가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옥죄는 ‘사형선고’라는 지적에 대해선 “모든 특수고용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다는 건 오해”라고 했다. 70만명을 돌파한 ‘쉬었음 청년’ 대책으로는 “일자리를 만들어 경험을 제공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 장관과 일문일답. 노란봉투법 핵심은 ‘대화 제도화’간접고용 확산 막는 효과 있을 것시행하며 보완, 완성도 높이겠다소상공인들 ‘근로자 추정제’ 오해모든 특고 노동자들 인정 아니야플랫폼 노동자 보호 개별법 계획70만명 넘은 ‘쉬었음 청년’ 대책정부 부처별로 일 경험 기회 준비대기업과 연계 인턴십 일자리도주 4.5일제 임금 삭감 없이 추진양적 투입으로 생산성 시대 끝나일터 혁신, AI 쓸 수 있는 사람으로-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노사 갈등이 커질 거란 우려가 크다. “노사 관계에서 갈등은 기본값이다. 나쁜 의미의 갈등은 아니다. 첨예한 이해관계를 대화와 타협이라는 선순환 구조로 만들어 가는 것이 제도 설계의 핵심이다. 국제노동기구(ILO)에 가서 ‘대화 자체가 목적이다’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아무 결론도 없는 무의미한 대화를 왜 하느냐고 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대화를 수단으로 삼는다는 불신이 오히려 대화를 어렵게 한다. 노란봉투법의 가장 큰 의미는 대화를 제도화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해 격차를 해소하고 신뢰를 쌓다 보면 비정규직의 간접 고용이 확산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경영계와 노동계의 불만을 반박한다면. “경영계는 수천 수백개 하청 노조와 1년 내내 교섭만 해야 한다고 걱정한다. 격화한 글로벌 경제 속에서 그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하청 노조도 그렇게 조직률이 높지 않다. 수백개씩 되지 않는다. ‘내가 사용자인지 아닌지 알아야 교섭하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니냐’고 해서 매뉴얼을 만들었고, 쟁의 범위와 관련해 ‘사업 경영상 연결 안 된 게 어딨느냐’고 해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했다. 노동계는 왜 창구를 단일화하느냐고 한다. 창구 단일화가 소수 노조의 교섭권을 박탈하는 데 악용돼 온 경험에 비춰볼 때 한편으로 이해가 된다. ‘그동안 법 없어도 자율 교섭 잘해 왔는데 왜 중앙노동위원회가 교섭 상대인지를 결정하게 하느냐’는 불만도 있다. 모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일반화할 수는 없다.” -추가 개정이나 보완될 여지가 있나.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없다. 시행령을 재입법 예고한 것도 흔치 않은 일이었다. 예측 가능한 모든 가능성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었는데, 그럼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러면 또 합리적인 의견을 수용해 제도의 완성도를 높여나가겠다.”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놓고도 자영업자의 우려가 크다. “870만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모두에게 근로자성을 부여한다는 건 오해다. 명백하게 ‘가짜 3.3 계약’을 맺고 근로계약서가 사업계약서로 뒤바뀐 사람이 대상이다. 물론 임금을 줄 능력이 안 되는 소상공인이 많다. 임금 지불 능력이 없는 소상공인에 대해선 정부가 지원책을 만들 수도 있다. 자영업자가 지불 능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떻게 을들의 전쟁을 하도록 두겠나. 근로자성을 입증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출퇴근 기록만 있으면 된다. 입증 책임만 근로자에서 사용자로 전환되는 것이다.” -노동계는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로 인정받게 해달라고 하는데. “현행 근로기준법은 기술 발전에 따라 특수하게 생기는 업종까지 포함해 보호하기가 어렵다. 전통적인 고용 관계로는 해석이 불가능한 노동자가 출연하고 있고 사용자를 특정할 수 없는 노동자가 나오고 있어서다. 또 스스로 프리랜서로 남길 원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다양한 고용 관계로 일하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일터 기본법)을 만들려는 것이다. 과태료 500만원 선에서 해결이 되냐는 문제 제기도 있는데 맞는 말이다. 다만 기본법은 말 그대로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일터 기본법이 통과되면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를 실효성 있게 보호하기 위한 개별법도 연내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퇴근 후 카톡 금지법’ 현실화 가능할까. “대통령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다. 근로시간 이후에 상급자가 통신망을 통해 업무 지시를 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실근로시간 단축 지원법에 명문화할 예정이다. 내년 시행을 목표로 입법을 추진할 생각이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잘 보장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쪽으로 제도를 안착시키기로 노사정이 합의했다. 제재가 아니라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실제 노동시간 단축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주 4.5일제 법제화를 비롯해 법정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지만 어마어마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법정 근로시간을 단축하지 않고 2030년까지 연간 실근로시간 1700시간대를 안착시키려면 사업장의 근로시간 격차를 해소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주 4.5일제, 임금 삭감 없이 가능한가. “임금 삭감 없이 주 4.5일제를 실현하는 기업에 직원 1명당 20만~60만원씩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기업 실태를 보니 주로 점심시간을 2시간으로 정하거나 퇴근을 1시간 일찍 하는 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장담하건대 주 4.5일제를 한번 경험해 보면 그 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장기적으로는 재정 지원 없이도 안착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양적 투입으로 생산성이 결정되는 시대는 끝났다. 장시간 저임금 체제는 경제 성장기에는 가능한 모델일지 몰라도 지금은 질적인 노동력을 투입해야 할 때다.” -생산성 유지에 AI가 대안이 되나. “AI 도입이 가능한 곳과 불가능한 곳을 구분해야 한다. 그러려면 일터 혁신이 필요하다. 안 해도 될 일을 굳이 근로 시간을 늘려가며 하는 기업에서 그 일을 AI가 대체할 수 있다면 정부가 AI 활용을 지원할 수 있다. 그러면 근로 시간이 단축된다. 모든 기업에 일률적으로 AI를 도입하긴 어렵다. 다만 콘텐츠 분야 같은 창의적인 일을 하는 곳이라면 도입이 수월하다. 또 일하는 모든 사람이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직무 교육할 것이다. 그래서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AI를 쓸 수 있는 사람으로 대체되도록 해야 한다. 결국에는 노동시간을 주 30~35시간으로 낮추고 일자리를 서로 나누는 모델로 가야 한다.” -포괄임금제 폐지 추진은 순탄한가. “‘공짜 야근’을 초래하는 포괄임금제를 없애야 하는데, 근로 시간 산정이 근본적으로 어려운 업종이 있다. 오남용 방지법이 입법되기 전까지 기획 감독을 최대한 많이 하겠다. 출퇴근 시간을 특정할 수 있는 곳은 포괄임금제를 적용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근로 시간을 대략 계산해 업무량이 늘어났을 때 추가 수당을 주지 않으면 임금체불로 간주할 생각이다.” -‘쉬었음 청년’ 대책은 무엇인가. “재정경제부를 중심으로 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부가 정부 합동으로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부처별로 일자리가 필요한 곳을 찾아 쉬었음 청년을 고용해 일 경험의 기회를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부는 대지급금 회수를 안내하는 일자리를 검토 중이다. 임금이나 퇴직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에게 사업주 대신 정부가 돈을 주고, 사업주로부터 변제금을 회수하고 있는데 회수율이 30% 정도다. 회수율도 높이고 들어온 수입으로 월급도 줄 수 있어 일석이조다. 또 대기업과 연계해 쉬었음 청년을 위한 인턴십 일자리를 만들 것이다.“ -은둔·고립 청년 일자리 대책은. “쉬었음 청년의 미취업이 장기화하면 은둔·고립 상태로 넘어간다. 그들에게 ‘일자리가 있으니 나와보라’라고 해선 안 된다. 명절 때 ‘너 언제 결혼하냐’ 같은 잔소리로 들린다. 은둔·고립 청년에게는 놀기 삼아 사회로 나와서 뭐든지 해 보자고 해야 한다. 우선 지역에 있는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고용복지플러스센터로 나오도록 할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비슷한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하고, 그걸 계기로 사회생활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도록 하겠다.” -노사정이 합의한 ‘퇴직연금 기금화’ 연내 입법에는 문제없나. “기금 운용 주체와 방식 등 쟁점인 부분은 과제로 남아 있지만, 방향성에 합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당정 협의를 통해 국회의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연내 관련 법이 개정될 것으로 기대한다. 퇴직연금의 ‘중도 인출’은 금지할 수가 없다. 국민연금은 공적 자금으로 세금이 투입되지만, 퇴직연금은 후불 임금 성격의 사적 자금이다. 연금으로 받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강조해 기금화를 유도할 것이다.” -장기 적립을 유도하려면 수익률이 높아야 하는데. “안정성과 수익률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느냐가 관건이다. 정부는 여력이 안 되는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어떻게 운용할지, 어떤 상품을 고를지 선택권을 열어뒀기 때문에 자연히 수익률이 높은 쪽으로 자금이 모여 규모의 경제가 이뤄질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이 운용사로 들어올지는 정해진 바 없다.”
  • “퇴근 후 카톡 금지 지키면 인센티브”

    “퇴근 후 카톡 금지 지키면 인센티브”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근로시간 외에 업무상 연락을 금지하는 일명 ‘퇴근 후 카톡 금지법’과 관련해 “위반하는 사업장을 제재하는 것이 아니라 잘 지키는 사업장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하기로 노사정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입법은 연내, 시행은 내년으로 못박았다. 노동자의 업무시간 외 ‘연결되지 않을 권리’ 보장을 통한 실근로시간 단축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다. 김 장관은 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근로시간 이후 위계에 의한 업무 지시를 제재하는 건 ‘실근로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주 4.5일제를 법제화하면 간단한데 그러면 너무 큰 사회적 비용이 든다”면서 “노사 합의로 잘 이행한 기업을 지원해 주는 방향으로 가야 실제 노동시간이 단축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실근로시간 단축 지원법’(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국가·지자체가 실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는 사업주에 대해 비용 지원, 세제·재정 지원, 설비·기술 지원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장관은 “내년 시행을 목표로 입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퇴근한 직원에게 업무  연락을 하지 않는 문화가 자리잡은 기업은 이르면 내년부터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혜택과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노동부는 실근로시간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700시간대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 노동계 “약해” 경영계 “과해”… 李정부 노동법 1호 법안 뭐길래[이슈 인사이드]

    노동계 “약해” 경영계 “과해”… 李정부 노동법 1호 법안 뭐길래[이슈 인사이드]

    노동자 권리 규정 ‘총론’ 기본법실질적 보호 제공 ‘각론’ 추정제라이더 등 법 사각지대의 노동자권리 강화 위한 상호보완 두 법안노동계 “둘 다 실효성 미흡” 반대경영계 “추정제, 소송 부담” 반발 ‘친노동 정부’를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는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일터 기본법) 제정과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배달 라이더 등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의 권리를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한 정책 드라이브다. 올해 5월 1일 노동절을 입법 데드라인으로 정할 정도로 자신감도 상당하다. 그런데 이 ‘1호 노동법안’이 별안간 ‘노동계 반대’라는 복병을 만났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일터 기본법’과 ‘노동자 추정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노동계는 왜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에 반대하는지 22일 살펴봤다. Q. ‘일터 기본법’은 무엇을 규정하나. A. 누군가를 위해 일을 하고 돈을 받는 모든 사람을 ‘일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고용 형태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모든 노동자의 헌법상 기본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은 일터에서 평등한 대우를 받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고, 괴롭힘을 당하지 않고, 공정한 계약을 체결하고, 적정한 보수를 받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해고되지 않고, 일과 개인 생활의 조화를 보장받는다. 다만 선언적인 ‘기본법’이어서 강제력은 약하다.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정도만 부과된다. Q. ‘근로자 추정제’는 어떤 제도인가. A. 노동 분쟁에서 노무를 제공한 사람의 ‘근로자성’(근로자 요건)을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가 입증하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다. 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노동자도 노무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추정한다. 현재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비임금 노동자 870만명을 보호하려는 조치다. 배달 라이더·택배 노동자·대리운전 기사·캐디·학습지 교사 등이 해당된다. 이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고용주는 근로기준법상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최저임금 보장, 퇴직금 지급, 4대 보험 적용 등이다. 책임을 피하려면 고용한 사람이 직접 근로자가 아님을 밝혀야 한다. Q. 정부가 동시에 추진하는 이유는. A. ‘권리 밖 노동자’를 포괄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다. 일터 기본법이 큰 틀에서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과 지원 체계를 규정하는 ‘총론’이라면, 근로자 추정제는 노동 분쟁에서 실질적인 보호를 제공하는 ‘각론’에 해당한다. 당장 일터 기본법만으로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어렵지만, 근로자 추정제가 함께 도입되면 기존 근로기준법상 강력한 의무를 부여할 수 있다. 따라서 두 법은 상호 보완적인 성격을 띤다. Q. 경영계 반응은 어떤가. A. 일터 기본법 입법은 대체로 수용하는 분위기다. 다만 근로자 추정제 도입에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근로자성을 입증할 책임이 사업주에게로 넘어가면 각종 민사 소송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 최저임금 보장·퇴직금 지급·4대 보험 지원·연 15일 이상 연차 보장 등 근로기준법상 의무 이행이 확대되면 인건비 부담이 커지게 된다. 이런 배경에서 소상공인연합회는 “실질적인 계약과 관계없이 일단 근로자로 간주하고 이를 반박할 책임을 영세한 소상공인에게 지우는 것”이라며 “법률적 대응 능력이 약한 소상공인은 복잡한 근로자성 입증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허비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와 각종 플랫폼 업계는 “인건비 증가로 고용 절벽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Q. 노동계는 환영하나. A. 예상과 달리 입법에 반대하고 나섰다. 노동계는 일터 기본법에 대해 “근로기준법 밖에 있고, 강제성이 없고, 후속 입법도 미지수여서 미흡하다”고 주장한다. 근로자 추정제에 대해선 “민사 소송에 한정돼 있고, 평상시에는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고 법적 분쟁이 일어나야만 작동하기 때문에 사후 구제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민주노총은 “현재 플랫폼 노동자들은 실효성이 크지 않은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정부의 노동자 추정 패키지 법안을 원하지 않는다”며 재논의를 촉구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고용주가 근로 계약서도 없으니 근로자가 아니라고 우기면 그만”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Q. 앞으로 입법 절차는. A. 일터 기본법 제정안과 근로자 추정제 도입안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모두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0일 두 법안에 대한 토론회를 진행하는 등 입법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특히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근로자 추정제 입법안에 대해 “인건비 부담이 가중돼 소비자 물가 인상으로 이어지고, 신규 투자와 고용이 위축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기업의 손발을 묶으면 일자리는 당연히 줄어든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울 수는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물론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순 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1호 노동법안에 ‘반쪽짜리 입법’이란 꼬리표가 붙는 건 부담이다. 그러면 법이 시행돼도 사회적 갈등이 커져 동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 ‘산재 사망 반복 땐 영업익 5% 과징금’ 의결… 경영계 “비현실적 제재”

    ‘산재 사망 반복 땐 영업익 5% 과징금’ 의결… 경영계 “비현실적 제재”

    산업재해로 연간 3명 이상 근로자가 사망한 기업에는 영업이익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12일 여당 주도로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경영계는 “비현실적인 경제제재”라며 반발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고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처리에 반발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해당 법안엔 안전·보건 조치를 위반해 1년간 근로자 3명 이상이 사망할 경우 영업이익의 5%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았다. 공공기관 등 영업이익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30억원 미만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건설사는 고용노동부가 관계부처에 등록말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신설했다. 등록말소 처분을 받은 건설사는 신규 사업·수주·하도급 등 모든 영업 활동이 불가능해진다. 올해 도입된 ‘안전일터 신고 포상금 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사업주의 작업 중지 의무 강화와 노동자의 작업 중지 요구권을 확대하는 내용도 이번 법안에 담았다. 표결에 불참한 기후노동위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입장문을 내고 “여야 간 어떠한 협의도 없이 고용노동법안소위를 기습적으로 소집해 입법독주를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경영계는 제재 수준이 과도하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규모 사업장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부과될 수 있고 중소기업의 경우 기업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미 경영자를 형사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중임에도 추가로 과징금제도를 신설하는 것은 중복 제재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산재 감소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근로자의 작업 중지 요구권을 확대하는 내용에 대해선 “기준이 모호해 작업 중지 범위를 둘러싼 노사다툼 및 법적 분쟁이 증가하는 등 현장 혼란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또 사후 처벌보다는 사전예방 대책 마련에 힘써 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제언했다.
  • [데스크 시각] 지금의 1년과 5년 전 1년은 다르다

    [데스크 시각] 지금의 1년과 5년 전 1년은 다르다

    지난달 말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반도체특별법은 1년 전 통과됐어야 했다. 그런데 연구개발(R&D) 직군의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넣을지 말지에 발목 잡혀 1년을 허비했다. 지난 1년은 5년 전, 10년 전 1년과는 차원이 다르다. ‘삐끗’하면 1년 뒤처지는 게 아니라 세대를 통째로 놓칠 수 있는데도 국회에서는 그런 위기감을 느낄 수 없었다. 그 1년은 막대한 자금과 정책적 지원을 무기로 무섭게 따라붙는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조금이라도 벌릴 마지막 기회였을 수 있다. 그럼에도 입법 지연과 관련해 책임지는 이가 없다. 업계라도 이 기막힌 현실에 쓴소리를 해야 했다. 그러나 경제단체와 반도체 산업계는 기다렸다는 듯 환영 입장을 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측은 지난해 2월 국회 토론회에서 “시간을 기준으로 R&D를 하면 성과가 나기 쉽지 않다”고 주장했는데, 이번 입장문에서는 주 52시간 예외 조항이 빠진 데 대한 아쉬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반도체 산업의 혁신 성장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보내 준 국회와 정부에 감사드린다”는 입장문은 국회가 반성할 기회조차 차단해 버렸다. 세계는 기술 전쟁에 한창인데 ‘당내 싸움’에 매몰된 국회는 법안 처리가 뒷전이다 보니 참다못한 대통령이 국회의 입법 지연을 몇 차례나 문제 삼았다.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다른 나라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바로 뒤처지는 엄중한 현실”이라는 대통령의 지난 10일 국무회의 발언은 그간의 입법 관행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경고에 가까웠다. 기술이 외교·안보와 산업의 중심이 되는 기정학적 시대에 걸맞게 입법 우선순위도 재정렬이 필요하지만 여당은 검찰개혁, 사법개혁의 굴레에 갇혀 미래를 대비하는 입법에는 손도 못 대는 형국이다. AI의 일자리 침공으로 선망의 직업이었던 변호사·의사·회계사 등 전문직도 위협받고 있다. 신입 변호사·회계사 여러 명이 하던 일을 생성형 AI가 대체하면서 변호사·회계사 채용 수요가 줄고 있는 현상은 시작일 뿐이다.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리걸테크 정책 토론회’에서 최이선 한국인공지능진흥협회 변호사는 “잃어버린 시간은 자본으로도 살 수 없다”고 했다. 또 글로벌 리걸테크 시장은 이미 거대한 ‘시간의 복리’ 게임에 돌입했다고 했다. AI 성능이 더 좋아질수록 AI의 발전 속도가 가팔라져 한번 격차가 벌어지면 그걸 만회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당장 필요한 건 완벽한 법을 만들기 위한 공방이 아니라 혁신 기업들이 법적 불확실성 없이 달릴 수 있는 최소한의 트랙을 깔아 주는 ‘입법적 결단’이라는 게 최 변호사의 주장이다. 기업용 AI 서비스 ‘클로드 코워크’로 소프트웨어(SW) 기반 빅테크 기업들을 초긴장시킨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지난달 “AI가 가져올 노동시장 변화가 과거 기술에 비해 훨씬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2만 자 분량의 에세이를 블로그에 올린 아모데이는 “지난 2년 동안 AI 모델은 단 한 줄의 코드조차 제대로 작성하지 못하는 수준에서 거의 모든 코드를 작성하는 수준으로 발전했고, 머지않아 SW 엔지니어의 모든 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지어 전설적인 프로그래머들도 점점 더 자신을 ‘뒤처졌다’(behind)고 표현한다”는 게 아모데이의 전언이다. 이 엄청난 AI 발전 속도에 발맞추려면 국회에도 체질 변화가 필요하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여당이 ‘압도적 입법 속도전’으로 화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노동시장 전반에 대한 개편부터 재교육, 사회안전망 구축에 이르기까지 선제적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기존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속도보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속도가 더 빠를 수 있게 입법적 뒷받침을 하는 것도 국회 몫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그냥 늦은 게 아니고 이미 끝난 거다. 김헌주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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