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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배달라이더 판결 환영… 노동 현실 맞는 법·제도 마련 촉구”

    지난 3일 서울고등법원이 플랫폼 배달라이더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가운데,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이 공식 논평을 내고 사법부의 결단에 지지와 환영의 의사를 표명했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판결이 급변하는 노동 시장에서 플랫폼 종사자들의 법적 지위를 확립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유주동 노동부대표 논평 전문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3일 플랫폼 배달라이더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플랫폼 배달라이더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한 것은 변화한 노동시장의 현실을 반영한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다. 플랫폼이라는 계약 형식이나 외형이 아니라 실제 노동관계를 기준으로 노동자성을 인정한 이번 판결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리를 회복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오늘날 플랫폼 노동은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노동 형태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배달라이더, 대리운전기사, 택배기사, 돌봄노동자 등 수많은 노동자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하고 있지만, 상당수는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한 채 산업재해와 장시간 노동, 소득 불안정, 일방적인 계약 변경과 계약 해지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지만 노동을 보호하는 법과 제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번 판결은 노동자의 권리가 계약서의 명칭이나 플랫폼의 운영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없으며,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가 존재한다면 마땅히 노동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변화하는 노동환경 속에서도 노동기본권은 결코 후퇴해서는 안 되며, 새로운 산업과 기술 역시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토대 위에서 성장해야 한다. 그러나 노동자의 권리가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만 하나씩 인정되는 현실은 이제 끝나야 한다.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노동자가 수년간 소송을 감내해야 하는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다. 노동기본권은 개별 노동자의 희생으로 획득하는 권리가 아니라 국가가 법과 제도를 통해 당연히 보장해야 할 헌법적 권리다.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입법을 미뤄서는 안 된다. 노동자가 아니라는 점을 사용자가 입증하도록 하는 ‘노동자 추정제도’를 조속히 도입하고, 계약 형식과 고용 형태에 관계없이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하는 관련 법·제도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플랫폼 노동을 기존 제도의 예외로 둘 것이 아니라 새로운 노동 현실에 맞는 보호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다. 서울시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 서울은 전국에서 플랫폼 노동자가 가장 많이 활동하는 도시이며, 배달노동과 이동노동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지역이다. 시는 플랫폼 노동자의 안전과 권익 보호를 위한 정책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산업재해 예방과 안전교육, 휴게시설 확충, 노동상담과 권리구제 지원, 사회안전망 강화, 공정한 플랫폼 거래질서 확립 등 실질적인 정책을 보다 촘촘하게 추진해야 한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시가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한층 강화하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 또한 시의회 차원에서 관련 조례와 제도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해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를 비롯한 모든 일하는 시민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노동의 형태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지만 노동의 존엄과 노동자의 권리는 결코 변할 수 없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앞으로도 노동이 존중받는 서울, 일하는 시민이 안전하고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는 서울을 만들기 위해 노동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며 책임 있는 의정활동을 이어가겠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노동부대표 유주동
  • “12시간 일해도 4시간 인정…학습지 교사·대리기사도 최저보수를”

    “12시간 일해도 4시간 인정…학습지 교사·대리기사도 최저보수를”

    여민희 학습지노조 사무처장이창배 대리운전노조 위원장 인터뷰 “아침 10시 출근해 밤 10시 퇴근해도 인정되는 근로시간은 고작 4시간이에요.” 여민희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사무처장은 16일 학습지 교사들이 마주한 현실을 ‘공짜 노동’이란 단어로 요약했다. 학습지 교사들에겐 학생을 가르치는 것 외에도 회원관리, 홍보 활동 등 다양한 업무가 주어지지만 이러한 업무는 정작 이들이 받는 ‘수수료’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했다. 학습지 한 과목을 듣는 데 가입자가 내는 비용은 월 4만원 선. 여기서 학습지 교사들이 받는 금액은 평균 45% 수준으로, 과목당 한 달에 1만 8000원 정도를 버는 셈이다. 하루 10시간 넘게 일하며 100건의 수업을 해도 손에 쥐는 돈은 월 200만원이 채 안 된다. 회원 유지와 홍보를 위해 주는 회사 로고가 박힌 연필이나 아이들 선물도 직접 자비로 구매해서 준다. 일부 회사에선 실적을 내지 못한 교사들을 단체 대화방인 이른바 ‘빵 탈출방’에 넣어 실적을 압박하기도 한다. 여 사무처장은 “‘빵’은 실적이 없다는 뜻”이라며 “실적을 한 건이라도 올려야 그 방을 나갈 수 있다”고 토로했다. 대리기사 노조 “실질 시급 7000원대 부지기수” 대리운전 기사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이창배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은 “업체들은 손님을 태우고 운행을 시작해 종료 단추를 누를 때까지만 보상 시간으로 인정한다”고 지적했다. 15분 운행하는 1만 5000원짜리 콜 하나를 처리하는 데도 앞뒤 이동과 대기 등으로 꼬박 1시간이 걸려 실질 시급은 최저임금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위원장은 “순수 운행을 제외한 모든 대기 시간과 프로그램 사용료, 구독료, 보험료 등의 추가 비용은 대리기사들의 몫”이라며 “결국 실질 시급이 7000원대에 불과한 기사들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사측이 도입한 등급제가 대리기사들을 더 옥죈다는 의견도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 등 플랫폼 업체들은 점수와 콜 수에 따라 등급을 매겨 최고 등급 기사에게 배차 우선권을 준다. 이 위원장은 “등급을 유지하지 못하면 후순위로 밀려 콜을 잡을 수 없다 보니 기사들은 2인 1조로 팀을 짜서 가짜로 콜을 올리고 완료 처리하며 수수료를 사측에 바치는 ‘유령 콜’ 작업까지 벌인다”고 토로했다. “870만 특고 노동자 방치는 국가 직무유기”이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 보장이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라고 봤다. 이 위원장은 “적정 보수가 보장된다면 기사들이 다음 콜을 잡기 위해 전동 킥보드를 타고 도로 위를 미친 듯이 질주하거나 운행 중 위험하게 앱을 조작하다 사망하는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 사무처장 역시 “노동의 형태와 관계없이 일한 만큼 제 가치를 평가받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며 “최저임금은 업종별 차등 없이 적용되어야 하는 보편적인 기준”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현장의 변화가 법 개정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여 사무처장은 “1953년에 제정된 낡은 근로기준법 문구에 갇혀 870만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직무유기”라며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최저보수를 적용받는 성공적인 사례가 하나둘 생겨나 변화를 촉발하고, 최종적으로는 모든 일하는 사람의 노동자성이 인정되는 법 개정까지 다다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서울광장] 대폐업 시대, 일터기본법으로는 멈출 수 없다

    [서울광장] 대폐업 시대, 일터기본법으로는 멈출 수 없다

    2024년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100만 8282명. 1995년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으며 ‘대(大)폐업 시대’임을 알렸는데, 이후로도 폐업률은 9%에 이르며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자영업자 비중은 2005년 26.9%에서 2015년 21.5%, 2025년 19.5%로 20년 새 7% 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5.6%나 일본의 9.5%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매우 빠른 속도로 자영업 비중이 줄고 있다. ‘창업’이라고 읽지만 사실 자영업은 퇴직한 중장년과 미취업 청년들이 직업 생활을 이어 가기 위한 마지막 선택지에 가까웠다. 국회 미래연구원의 지난해 자영업 실태조사를 보면 자영업자 전체의 34.8%가 창업 동기로 ‘취업 어려움과 실직’을 꼽았다. 60대의 응답은 46.8%까지 올라갔다. 이렇게 떠밀려서 창업을 하면 주당 50시간 넘게 일하면서도 기대했던 월 수익의 절반도 못 버는 경우가 허다한데, 폐업 또한 쉽지 않은 게 자영업이다. 시설비와 운영자금 대출이 고스란히 남아 폐업 후 갚을 방법이 없으니 적자를 내면서도 버티는 ‘한계 자영업자’가 쌓여 간다. 100만이라는 숫자에는 그렇게 끝까지 버티다 무너진 한계 자영업자들이 포함돼 있다. 그러니 지금의 폐업을 자영업 구조조정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다만 그 출발은 숫자를 정확히 읽는 데서 시작된다. 100만은 지역별·세대별로 성격이 다른 여러 위기를 합산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문 닫은 자영업자는 대체로 비싼 임대료와 경쟁에 진 경우다. 매출은 비수도권보다 높아도 재료비·임차료 부담이 커서 영업이익은 오히려 낮고, 평균 1억 8000만원에 이르는 부채를 떠안는다. 경기·인천 신도시는 또 다르다. 신축 상가에 은퇴 세대의 카페와 편의점이 우르르 들어섰지만 가족이 모두 매달려도 기대한 순익을 못 남기기 일쑤다. 그래도 수도권에서는 폐업 후 배달 라이더나 빌딩 관리직이라도 찾을 수 있다. 전국 플랫폼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어서다. 비수도권은 더 복잡하다. 속초·제주 같은 관광지역 자영업은 관광객 수와 연동된다. 내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2024년 제주의 자영업 폐업률은 10.2%로 상승폭이 전국에서 가장 가팔랐다. 같은 해 말 속초 중앙시장 공실률은 41%에 달했다. 인구 소멸 지역의 통계는 겉보기와 정반대로 읽어야 한다. 2024년 경북(16.9%)·전남(16.5%)의 자영업자 비율은 서울(8.5%)의 두 배이지만, 자영업이 활발해서가 아니라 임금근로 일자리가 없어 반사적으로 높아진 숫자다. 취직할 회사도 공장도 없으니 떠나지 못한 이들은 작은 가게라도 차리며 버틴다. 이들이 폐업하면 선택지는 재창업이나 돌봄 일자리, 지자체 공공근로 정도다. 이처럼 100만 폐업 시대 자영업 노동의 성격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같은 사람이 가게를 운영하는 사용자였다가 폐업한 뒤 플랫폼에 매여 일하는 근로자로 바뀌곤 한다. 가게를 직접 운영하는 사람이 직원을 고용한 사용자인 동시에 자신이 고용한 직원보다 길게 일하는 노동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애초에 임금근로자처럼 노사가 명확하게 분류되는 게 아니라 자영업 안에서 업종과 처지에 따라 사용자성과 노동자성이 수시로 뒤섞이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일터 권리보장 기본법(일터기본법)은 근로자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에게 공정한 계약을 체결할 권리를 보장하고 4대 보험 적용도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역설적으로 이 법은 사용자성이 우위에 있는 자영업자에게 더 가혹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 때 그러했듯 노동자 쪽 보호를 강화하는 비용을 사용자성 자영업자가 또 떠안을 수 있다. 자영업자라는 직역에 혼재한 노동자성과 사용자성의 모호한 경계를 칼로 자르듯 갈라 노동자성이 짙은 쪽에만 우산을 씌워 준 게 최근의 노동정책이었다면, 노동자성을 공인하는 우비까지 입혀 주겠다는 게 일터기본법이다. 그렇다면 이 법은 폭우 속에 맨몸으로 선 사용자성 자영업자, 100만 폐업의 대열에 선 이들을 가진 자는 더 받고 없는 자는 그마저 빼앗기는 ‘마태 효과’의 산증인으로 만들게 될지도 모른다. 홍희경 논설위원
  • 노동절 서울 도심 메운 양대노총… “여전히 많은 노동자 일터에”

    노동절 서울 도심 메운 양대노총… “여전히 많은 노동자 일터에”

    노동 단체들이 1일 노동절을 맞아 서울 도심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노동권 확대를 주장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대로 일대에서 ‘제136주년 세계노동절 기념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65세 정년 연장 지금 당장 응답하라”, “무분별한 인공지능(AI) 도입 반대”, “노동자 권리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노동을 근로라는 말로 바꿔 희생을 강요했던 시간을 지나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섰다”면서 “노동절이 법정공휴일이 됐지만 많은 노동자는 오늘도 일터에 있다. 학생들을 위해서 누군가는 여전히 쉬는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AI 확산은 일자리를 바꾸고 있고 기후 위기와 산업전환은 일하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는 변화 자체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노동이 배제된 변화를 거부한다”며 “노동이 배제되지 않고 함께 논의하고 함께 결정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자리에는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자와 추미애 경기지사 후보자가 참석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이날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2026 세계 노동절대회’를 열고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등을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원청교섭·노동기본권 쟁취’, ‘반전·평화 사회대개혁’ 등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거리를 메웠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절이 이름을 되찾기까지 63년이 걸렸다”면서 “마냥 기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오지는 못했다. 이 시간에도 불타버린 공장에서 쫓겨난 옵티칼 노동자, 해고된 세종호텔 노동자 등이 복직을 위해 투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사회는 국제 질서의 변화와 AI 도입에 따라 거대한 전환에 직면해 있다”며 “노동자에게 노동 기본권을 법과 제도로 보장하고, 노동조합으로 단결해서 자본의 공세에 맞설 수 있도록 힘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언론노조, 건설노조 등 가맹 산별노조들은 서울시청과 종각역, 안국역 등 도심 곳곳에서 사전대회를 한 뒤 본대회에 합류했다. 본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1만명, 경찰 비공식 추산 8000명이 모였다.
  • 민주노총 전북본부 노동기본권 보장 촉구

    민주노총 전북본부 노동기본권 보장 촉구

    63년 만에 법정공휴일로 선정된 노동절을 맞아 민주노총 전북본부가 1일 민주당 전북도당 앞에서 ‘2026 세계노동절대회’를 열었다. 이날 대회에는 노동자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열사 정신 계승’,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 쟁취’ 등의 구호를 외치며 노동기본권 보장을 촉구했다. 이날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이번 대회는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노동자들의 요구를 분명히 밝히는 자리”라며 “원청 교섭 실현과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전북에서도 원청 교섭 요구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 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전북도와 14개 시군, 기업 등은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며 “전북지역 모든 원청 사용자는 교섭 회피를 중단하고 즉각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본문 이미지 - 민주노총 전북본부가 1일 오후 2시께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앞에서 '2026 세계노동절대회'를 진행하고 있다.2026.5.1/뉴스1 문채연 기자 이민경 민주노총 전북본부장은 “노동조합을 하고 나서야 내가 노동자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며 “모든 노동자가 노동자로 인정받고 진짜 사장이 책임지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 ‘특고’ 못 지킨 노란봉투법… 노동부 ‘CU 화물연대 사태’ 선 긋기에 노동계 분노

    ‘특고’ 못 지킨 노란봉투법… 노동부 ‘CU 화물연대 사태’ 선 긋기에 노동계 분노

    BGF리테일에 교섭을 요구하던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50대 조합원이 전날 사고로 사망하면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특수고용직(특고) 노동자를 외면했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원하청 교섭 문제를 넘어선 상황”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노동계는 특고·플랫폼 노동자의 원청 교섭권에 대한 논쟁이 정리되지 않아 결국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전날 화물연대가 BGF리테일과 교섭을 촉구하는 과정에서 2.5t 화물차에 치여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사고와 관련해 “소상공인, 개인사업자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위에 있는 분들이 단결해 대화를 요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밝혔다. 화물연대 조합원을 사실상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규정한 셈이다. 노조는 강하게 반박했다. 공공운수노조는 21일 성명을 내고 “노동부가 여전히 협소한 노동자성 인식을 고수하고 있다”며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다단계 하청 구조 올가미에 갇혀 장시간 운송과 저운임에 시달려 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고 투쟁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화물차 기사는 개인사업자이면서도 특정 기업의 업무를 수행하는 특고 종사자다. 하지만 BGF리테일은 기사들이 외부 운송사와 개별로 계약했다는 이유로 직접 교섭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노란봉투법이 이런 모호한 계약 구조와 지위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면서 갈등이 증폭됐고,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노동자 지위와 무관하게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교섭에 나서야 하지만, 현행 지침은 자회사와 하청 중심으로 설계돼 특고는 배제돼 있다”며 “특고 교섭에 관한 명확한 지침을 마련하지 않으면 유사한 분쟁과 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 제정 과정에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 추정 조항’이 빠진 결과”라며 정부와 사측의 책임을 제기하고 총력 투쟁을 예고했다. BGF리테일은 입장문을 통해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인께 깊은 애도와 유족에 대한 심심한 위로를 표하며, 회사도 예상치 못한 이번 일로 인해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며 “원청인 BGF로지스 대표가 현장에 내려가 사태 수습 등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 프리랜서 등 870만명도 ‘노동자’로 보호

    프리랜서 등 870만명도 ‘노동자’로 보호

    정부가 870만명에 이르는 특수고용직·플랫폼 종사자·프리랜서 등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하는 ‘노동자 추정제’를 도입한다. 일하는 모든 사람의 노동 기본권을 보장하는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제정도 추진한다. 급변하는 산업 구조와 노동 환경 속에서 사각지대에 방치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권리 밖 노동 보호를 위한 패키지 입법’을 노동절인 5월 1일을 목표로 추진한다고 20일 밝혔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이재명 정부 1호 노동법안’이라고 강조해 온 법이다. 노동자 추정제는 민사상 분쟁이 발생했을 때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일을 한 사람을 일단 노동자로 간주하는 제도다. 현재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대리운전 기사 등 특수고용직·프리랜서는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닌 ‘권리 밖 노동자’로 머물러 있다. 2024년 사망한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씨도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을 적용받지 못해 큰 논란이 됐다. 지금까지 특수고용직·프리랜서가 임금이나 퇴직금을 사업주에게 청구하려면 스스로 노동자란 사실을 입증해야 했다. 앞으로 노동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입증 책임이 사업주에게로 넘어간다.  프리랜서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것도 해고만큼 어려워지는 것이다. 예컨대 특수고용직·플랫폼 종사자가 최저임금이나 퇴직금 분쟁에 나설 때 해당 고용주를 위해 일을 했다는 사실만 증명하면 노동자 요건을 인정받는다. 노사 간 진정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업주는 노동자성 증명에 필요한 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이를 거부하면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렇게 되면 배달라이더를 비롯한 플랫폼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4대 보험, 퇴직금, 주휴수당 등을 적용받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같은 맥락에서 일하는 사람의 권리 기본법 입법도 본격화한다. 기본법은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다른 사람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으면 일단 ‘일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자영업자가 아닌 모든 사람이 포함되며, 특히 노동자 추정제를 통해 노동자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까지 포괄한다. 사업주는 균등 처우, 성희롱·괴롭힘 금지, 안전·건강, 사회보험·모성 보험 등 사회보장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산업계는 노동자 권리 보호라는 긍정적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장 혼란을 이유로 정부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임금 체불 시 사업주가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구조상 법 개정으로 노동자 추정 범위가 넓어지면 사용자의 형사 책임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노무 제공자를 모두 노동자로 추정하는 건 형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한다”면서 “업주가 고용을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향후 특수고용직의 노동자성 입증을 둘러싼 노사 간 분쟁이 급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배달 플랫폼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한 명의 노동자가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등 여러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업계 특성상 사용자를 특정하기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사업자의 노동자성 입증 책임에 따른 비용 부담이 결국 자영업자나 소비자에게 전가돼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저임금, 퇴직금, 주휴수당, 4대 보험 등 그동안 부담하지 않던 부분에 대한 금액 지출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라이더 고용에 대한 부담은 결국 배달비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근로기준법 체계가 아닌 별도의 법으로 관리하는 방식은 (특수고용직의) 차별적 지위를 고착화할 뿐”이라면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정의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민주노총 만난 정청래 “단계적 정년 연장, 국정과제에 상당 반영”

    민주노총 만난 정청래 “단계적 정년 연장, 국정과제에 상당 반영”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방문해 65세 정년 연장에 대해 “단계적 연장 방안이 정부의 국정 과제에 상당히 반영돼 있다”고 밝혔다. 양대 노총이 정년 연장 ‘연내 입법’을 촉구한 다음날 바로 민주노총을 찾아 정년 연장 등 친노동정책 추진에 대한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정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열린 민주노총·민주당 정책협의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께도 분명히 말씀드릴 것은 이재명 정부는 좀 다를 것”이라며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이재명 정부의 가장 강력한 지지 세력이며 민주당의 영원한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산업재해 없는 노동 현장을 계속 강조하며 국정의 주요 목표로 잡고 있다”고 했다. 또 “법정 정년 65세를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일 역시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에 이미 상당히 반영돼 있다”고 밝혔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년 연장에 대해 “오늘 당장 출생률이 반등하더라도 향후 20년간은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정년 연장으로 노후 빈곤을 해소하고, 청년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서 희망을 주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민주노총의 목표이며 동시에 이재명 정부, 민주당의 목표”라면서 “대표적인 예가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노동자들인데,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일터 권리 보장을 위한 기본법 제정’과 ‘노동자 추정 제도 도입’은 이미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로 채택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 잘 처리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확대, 교원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도 꼭 필요한 입법 과제라고 언급했다. 양 위원장도 노동자 작업중지권,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초기업 교섭, 5인 미만 사업장으로의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등을 “가장 중요한 노동 현안”으로 꼽으면서 “노동자를 위해 입법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했다. 민주노총은 이 자리에서 한미 관세 협상을 ‘미국의 조공 강요’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양 위원장은 “계엄·내란에 맞서 거리에서 싸웠듯 조공을 강요하고 자주권을 위협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맞서는 국회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대표는 “트럼프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애국심이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 무대 사고로 ‘하반신 마비’…젊은 성악가 끝내 숨졌다

    무대 사고로 ‘하반신 마비’…젊은 성악가 끝내 숨졌다

    2023년 3월 세종문화회관 오페라 리허설 중 무대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성악가 안영재(30)씨가 지난 21일 오전 4시 심정지로 숨졌다. 안영재씨는 2023년 3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오페라 ‘마술피리’ 리허설에 코러스로 참여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구토와 어지럼증을 호소한 안씨는 병원에서 ‘외상에 의한 척수 손상’ 진단을 받았다. 이후 보행이 불가능해져 휠체어에 의지해야 했고, 성악가에게 생명과도 같은 발성과 호흡 능력마저 잃었다. 산재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프리랜서 예술인 안씨는 프리랜서 신분이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했고, 산재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수억원에 달하는 병원비는 전액 본인 부담이었다. 결국 장기간 복용한 통증 치료약 부작용으로 투병 2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정부는 2012년 예술인 복지법과 산재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해 예술인의 산재보험 임의가입을 허용했다. 하지만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고 의무가입이 아니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개인 예술인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2021년 3.5%에서 2024년 2%로 오히려 감소했다. 프리랜서 예술인의 산재보험 신청률은 7.3%에 불과하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정확한 사고 경위와 책임 소재 등을 밝히기 위해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안씨는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었으나 판결을 보지 못하고 숨졌다.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는 24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술인의 노동과 생명은 그 어떤 산업 종사자와도 다르지 않다”며 “예술인 산재보험을 의무화하고 고인의 노동자성을 인정해 산재보험을 적용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산업안전보건법과 공연법에 공연예술인 사고 예방을 위한 관리 규정을 보완하고, 범부처 차원의 조사위원회를 꾸려 이번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럽한국예술인협회(KANE)는 성명서를 통해 “2년 넘게 고통 속에서 회복을 위해 노력해 온 고인이 끝내 우리 곁을 떠났다”며 애도를 표했다.
  • “故오요안나 두 번 죽여”… MBC, 사망 1주기에 기상캐스터 폐지 발표

    “故오요안나 두 번 죽여”… MBC, 사망 1주기에 기상캐스터 폐지 발표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 사망 1주기를 맞은 15일 MBC가 기상캐스터 제도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오씨를 두 번 죽이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MBC는 이날 31년 동안 유지해온 기상캐스터 제도를 폐지하고 정규직 ‘기상기후 전문가’ 제도를 신설하는 안을 공개했다. 기상기후 전문가는 향후 전문적인 기상·기후 정보를 취재하고 콘텐츠를 제작해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MBC는 올 연말 또는 내년 초에 기상기후 전문가를 새로 뽑기 위한 일반 공개채용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자격 요건은 기상·기후·환경 관련 전공자 또는 자격증 소지자, 관련 업계 5년 이상 경력자다. 기존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도 지원할 수 있다. 이번 제도 개편은 오씨의 사망 1주기에 맞춰 발표돼 논란이 예상된다. 고인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가 지난해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부터 3개월간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고인에 대한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고용부는 고인이 프리랜서임에도 명확한 서열과 위계질서가 존재했고, 선배들의 개인적 감정에서 비롯된 불필요한 발언들이 있었으며 사회 통념상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행위가 반복됐다고도 지적했다. 다만 고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법상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로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날 저녁 서울 마포구 MBC 앞에선 시민단체 ‘엔딩크레딧’과 ‘직장갑질119’가 오씨의 추모문화제를 열었다. 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은 오씨의 영정 앞에 헌화하고 안형준 MBC 사장의 대국민 사과와 기상캐스터 정규직 전환을 촉구했다. 유족과 단체는 이날 발표된 MBC의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제도 폐지에 대해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짓밟는 행위”라며 “오씨의 노동자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기상캐스터들이 공채 경쟁에서 떨어지면 해고당하는 안”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8일부터 MBC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오씨의 어머니 장연미씨는 “MBC는 프리랜서 계약을 했다는 이유로 (딸을)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해주지 않았고,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아무 때나 쓰고 버렸다”며 “제2의 요안나를 막기 위해 모든 노동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응급실 또 멈추기 전에…‘필수의료 공백 방지법’ 외친 환자단체

    응급실 또 멈추기 전에…‘필수의료 공백 방지법’ 외친 환자단체

    “2020년 필수의료 공백을 막는 의료법이 통과됐다면, 지난해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는 없었을 겁니다. 환자들이 가장 시급히 바라는 법은 바로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입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10개 단체가 참여한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 섰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른바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상황에서,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은 이미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해당 법안은 2020년 11월, 의사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벌였을 당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가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업무개시명령’ 절차를 건너뛰고 곧바로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패스트트랙’이 핵심이다. 22대 국회에서도 몇몇 의원이 유사한 법안을 준비했지만 실제 발의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최혜영 전 의원의 법안을 적정한 기준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우려가 있는 경우’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명령을 어기면 1년 이하 면허정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금고형 이상을 받으면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문제는 업무개시명령 송달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2020년과 지난해 전공의 집단행동 당시에도 상당수 전공의가 휴대전화를 꺼 놓고 연락을 차단하는 ‘블랙아웃’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에 따라 당시 발의된 개정안은 필수의료 분야만 업무개시명령 절차를 생략하고, 곧바로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은 필수의료의 범위를 ‘응급의료, 중환자 치료, 분만, 수술, 투석 및 이에 필요한 마취·진단 검사’ 등으로 명시했다. 의료인의 집단행동에 따른 필수진료 유지 문제는 노조법 적용과도 연결된다. 의료인에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적용되면, 파업 상황에서도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생명과 직결된 분야에 최소 인력을 남겨두게 할 수 있다. 실제로 보건의료노조에 속한 간호사들은 파업 중에도 응급·중환자실·분만 등 필수의료 분야에 인력을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원의는 자영업자에 가까워 노동자로 보기 어렵고, 병원에 고용된 전공의나 봉직의는 노조가 없어 노조법을 적용하기가 애매한 상황이다. 전공의와 봉직의의 ‘노동자성’을 제도적으로 폭넓게 인정할 경우, 집단행동에 대비한 최소한의 법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의료계에 줄 선물보다 국민과 환자 안전을 위한 재발 방지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복귀 조건으로 학사일정 유연화나 수련시간 단축을 수용할 경우, ‘버티면 이긴다’는 의료계의 왜곡된 신호만 강화할 것”이라며, “그 피해는 결국 국민과 환자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 “中企 처우 개선하고 대기업 과실 나눠야… 직무형 임금제 검토”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中企 처우 개선하고 대기업 과실 나눠야… 직무형 임금제 검토”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시장·정책 실패 맞물린 노동시장사회적 연대 통해 공정·공생 유도비정규직 처우·고용 두텁게 보장임금 체계도 연공 → 성과형 개편대기업·정규직 ‘이동 사다리’ 마련성장동력 위해 ‘유연 안정성’ 필요경제민주화를 규정한 87년 체제와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대기업·중견·중소기업의 수직 구조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1차 노동시장(대기업·정규직)과 2차 노동시장(비정규직) 사이엔 신분제 사회만큼 뛰어넘기 힘든 벽이 세워졌다. 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는 그나마 취약한 법·제도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성장 과실이 불균형하게 분배되는 ‘시장의 실패’와 규제 및 보호가 제한적으로 작동하는 ‘정책의 실패’가 맞물린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과제를 짚어 봤다. 종업원 300인 이상 대기업의 대졸 초임 연봉이 2023년 기준 평균 5001만원이다. 올해 최저임금을 연봉으로 환산하면 2500만원 정도다. 대졸이라도 대기업에서 첫발을 내디딘 청년과 최저임금을 받는 청년 간에는 2배의 격차가 있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 비중도 2000년에는 65%였는데 2023년에 53.6%로 낮아졌다. 일상의 불평등도 깊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수준으로 일하거나 하청공장에서 일하면 경쟁에서 도태된 청년으로 낙인찍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갈등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진보·보수 간 갈등에 이어 정규직·비정규직 간 갈등이 두 번째로 많다. 해법은 1·2차 노동시장 격차의 해소·완화에 있다. 국가와 자본을 압박해 2차 노동시장의 처우를 끌어올리는 것이 첫 번째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2차 노동시장의 고용과 처우를 지금보다 두텁게 보장하고 이를 위해 1차 노동시장이 연대의 손을 내밀도록 하는 방법이 가능하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10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대기업 집중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이 잘 되지 않아 생긴 경제력 격차가 대기업 쏠림, 중소기업 기피 현상을 낳았다”면서 “중소기업이 우수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중기의 노동 조건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공정한 생태계 안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생할 수 있도록 정부가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상임이사는 사회적 연대와 대타협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한 상임이사는 “2020년부터 대기업들이 임금 인상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소기업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하고 있는 것”이라며 “초과 이윤이 발생하면 하청업체나 사회에 나누는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규모가 큰 노동조합이 앞서서 대타협을 끌어낼 수 있도록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를 해체하고 맡은 일의 가치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직무형’ 임금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공서열제에선 생산성과 관계없이 오래 다니기만 하면 급여가 늘어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커진 사용자들이 신규 채용을 줄일 가능성이 생긴다. 역량이 뛰어난 청년의 급여가 고연차 직원보다 적다 보니 청년들이 초임 연봉이 높은 기업으로 몰린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금 체계를 연공형에서 직무형·성과형으로 개편하면 저성과자의 연봉이 낮아져 자발적 퇴사를 유도할 수 있다”면서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유능한 인재를 스카우트할 여유가 생기고, 중소기업에서도 성과에 따른 보수를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범정부 차원의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되 해고를 보다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금처럼 고용이 경직된 구조에서는 성장 동력이 잠식될 수 있는 만큼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측면에서다. 직무 능력과 생산성에 맞게 임금을 책정하면 기업 입장에서도 보상 체계가 유리하고,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것이 근로자에게도 유리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동시장이 경직되면 대·중견기업이 사람을 뽑지 않아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업무가 과중되는 등 기존 근로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더이상 노동시장의 안정성만 주장할 게 아니라 유연성을 함께 높이는 ‘유연 안정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노동 약자에 대한 보호는 강화돼야 한다.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프리랜서로 일하다 언제든지 정규직으로 들어올 수 있는 수평적 구조로 돼 있는 외국과 달리 한국은 수직적인 구조로 돼 있어 벽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양한 경력을 쌓고 정규직 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노동시장이 유연하게 열려야 한다”고 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의 노동 조건 향상도 과제다. 이 교수는 “고용 안전망 밖에 있는 특고가 늘어난다는 건 빈곤층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의미”라면서 “특고가 일반 노동자냐 아니냐 학술적인 논쟁은 그만하고, 그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해 주는 등 고용 안전망 안으로 데리고 들어와야 그들의 노동이 경제 활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희 교수는 “특고 플랫폼에 단체 교섭을 허용해 그들의 노동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뉴진스 하니 근로자 아니다”…직장 내 괴롭힘 민원 종결

    “뉴진스 하니 근로자 아니다”…직장 내 괴롭힘 민원 종결

    걸그룹 뉴진스 멤버 팜하니(하니)가 하이브 내에서 ‘따돌림’을 당했다는 신고와 관련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을 적용할 수 없게 됐다.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은 뉴진스 팬들이 뉴진스 멤버 하니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지난 9월 고용노동부에 제기한 민원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려워 행정 종결했다고 밝혔다. 하니는 지난달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소속사의 따돌림 문제를 증언한 바 있다. 사건을 조사한 서부지청은 “하니의 활동과 업무가 전속매니지먼트 계약에 따라 이뤄져 사용·종속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활동에 있어 자유롭게 의사를 개진하거나 동의하에 행해지고 서로 대등한 계약 당사자의 지위에서 각자의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는 관계라며 사측의 지휘·감독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노동 당국은 일반 직원에게 적용되는 회사 취업규칙 등 사내 규범·제도나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고 일정한 근무 시간이나 근무 장소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또 출퇴근 시간을 정할 수가 없다는 점, 연예 활동에 필요한 비용 등의 공동 부담 및 세금을 각자 부담,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낸 점 등도 지적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9년 9월 연예인 전속계약의 성질을 민법상 위임계약 또는 위임과 비슷한 무명계약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그동안 연예인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제기됐지만 법원뿐 아니라 정부도 연예인을 근로자보다 기획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활동하는 ‘예외 대상자’로 분류하고 있다. 근로기준법(76조 2항)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고 이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하니의 국정감사 참고인 출석 이후 정치권에서 아티스트의 ‘노동자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제도 보완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보완책이 마련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 없어야” vs “최임위 권한 밖”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 없어야” vs “최임위 권한 밖”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를 앞두고 노사 간 신경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최저임금 심의 법정 시한(6월 27일)이 임박한 가운데 업종별 구분 적용과 특수형태근로(특고)·플랫폼 종사자 최저임금 적용, 수준 논의 등 쟁점이 많아 험난한 일정을 예고했다.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원회 3차 전원회의는 모두 발언부터 노동계가 요구한 특고·플랫폼종사자 등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논의가 최임위 심의 대상인지를 놓고 노사가 정면충돌했다. 노동계는 지난달 21일 1차 회의부터 최저임금법 5조 3항에 따른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논의를 요구해왔다. 5조 3항은 ‘임금이 통상적으로 도급제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형태로 정해져 있는 경우로서 시간급 최저임금을 정하기가 적당하지 않으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노동시장 저변 확대로 특고·플랫폼 노동자 비율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수백만 명의 노동자가 임금을 비롯한 최소 수준의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 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을 약속했듯 최임위가 이들을 최저임금 제도로 보호할 수 있는 선제적 조치가 이뤄질 시기”라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보험설계사와 화물운송 기사, 배달 라이더 등 특고·플랫폼 노동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이들에 대한 노동자성 인정도 늘고 있다”라면서 “하루 벌어 하루 살기 바쁜 노동자가 언제까지 법원을 쫓아다니며 노동자성을 인정받아야 하고, 그 사례가 얼마나 쌓여야 논의를 시작하겠느냐”라고 지적했다. 경영계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심의 요청한 내용도 아니고 최임위의 권한이 아니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특정 도급 형태의 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서는 필요성 인정이 전제조건이며, 그 인정 주체는 정부”라며 “최임위가 먼저 인정하고 거기에 맞춰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별도의 최저임금을 정한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영계는 업종별 구분(차등) 적용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임금 지급 주체로서 지급 능력 취약 사용자의 상황을 고려해 구분 적용이 실현되어야 최저임금 미만율이 낮아진다”라며 “근로자들이 혜택을 보고 노동시장 밖의 외부자들도 취업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노사는 최임위 심의 과정 공개를 놓고도 이견을 드러냈다.
  • [데스크 시각] 어땠을까

    [데스크 시각] 어땠을까

    ‘어땠을까’란 가정을 떠올린다면 그 일이나 관계는 상당히 틀어진 뒤다. 그래도 완전한 파국은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되기에 복기해 보려 한다. 의대 정원 증원과 의사 집단행동 얘기다. 흉부외과, 외과, 신경외과 전공의들은 최저 시급보다 조금 더 받고 주 80시간씩 4~5년을 견뎌 낸다. 2015년 ‘전공의 특별법’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주 88시간 이상 일했다. 극한 직업이다. 살인적 트레이닝을 끝낸 일부는 소명 의식을 품고 부와 명예, 권력 같은 보상은 바라지 않는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 나오는 ‘선생님’이 될지도 모른다(서울대 의대 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신문광고 제목은 “저희가 ‘낭만닥터’가 될 수 없는 이유”였다. 광고는 ‘의대 증원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의사를 ‘악’으로 몰아세우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에 김사부가 될 수 없다’고 했다. 환자를 두고 떠난 제자들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의식 흐름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전공의 1만 2000여명이 의사면허 3개월 정지, 취소까지 감수하고 사직서를 던진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했던 수련 과정을 보상받을 수 있는, 성공한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 자영업자’의 미래를 꿈꾸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2000명 증원을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이 47%, ‘증원 규모와 시기를 조정한 중재안을 마련해야 한다’가 41%였다. 88%가 찬성이다. 세계 어디에도 의사수를 늘린다고 의사가 진료를 거부하는 나라는 없다. 말기 암과 희귀병, 투석 환자, 응급실과 분만실마저 말미를 주지 않고 비우는 일은 더 없다. 히포크라테스까지 소환하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직업윤리란 게 있다면 그러지 말아야 했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치명적 ‘오진’이라면 대한의사협회 대신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응급실 등에 필수 인력을 남긴 채 ‘대안’을 마련해 협의에 나섰다면 어땠을까. 정부가 일방통행으로 밀어붙인다면 ‘마지노선’을 정해 두고 최후통첩을 했다면 어땠을까. 교수들도 제자를 보호하기 전에 환자부터 생각하고 중재에 나섰더라면 어땠을까. 그들만의 논리에 갇혀 대화하는 법조차 잊은 사람 취급을 받진 않았을 것이다. 국민도 귀 기울였을지 모른다. 밥그릇 걱정에서 나온 집단행동이란 지탄도 받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종합병원이 자신들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유지되면서 갖게 된 ‘노동자성’을 지렛대 삼아 미래 이익을 지키려고만 했다. ‘응급실 뺑뺑이’나 ‘소아과 오픈런’은 현실이다. 이번에도 정부가 밀리면 필수·지역 의료체계 붕괴는 시간문제인 것도 사실이다. 다만 총선 두 달여를 남기고 선전포고하듯 2000명 증원안을 발표하고 대학 배정까지 일사천리로 끝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역대 정부는 의료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조하면서도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한 지원은 방기했다. 건강보험 말곤 한 게 없다. 원가 이하 진료비는 손댈 생각을 안 했고, 의사 수련과 시설 투자도 민간이 알아서 하라고 했다. 이번에도 ‘알맹이’가 빠진 필수·지역의료 패키지와 2000명 증원 계획을 툭 던져 놓고 의사들이 들고일어서자 뒤늦게 디테일을 채우고 있다. ‘개문발차’가 따로 없다. 2035년까지 의사 1만 5000명이 부족하다는 시뮬레이션이 2000명 증원의 근거다. 첫해부터 현재 정원의 65% 증원을 고집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증가를 우리보다 먼저 겪은 일본은 2008년 의대 증원을 결정하고 첫해 2.2% 늘렸다. 임상 교수 등 교육 인프라를 갖추는 게 그만큼 어려워서다. 늘어나는 의사가 필수의료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유인책인 필수의료 패키지의 신뢰도를 높였다면 또 어땠을까. 의정(醫政)은 서로를 탓하고 믿지 못한다. 대치가 길어지면 피해자는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이다. 사람이 죽어 나가면 돌이킬 수 없다. 이젠 정말 시간이 없다. 임일영 세종취재본부 부장
  • [단독] ‘일당 공란’ 백지계약서 사인… 뿌리 깊은 하도급에 피눈물

    [단독] ‘일당 공란’ 백지계약서 사인… 뿌리 깊은 하도급에 피눈물

    #1. 지난 1일 마루 시공 노동자 김건형(61·가명)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대구의 한 아파트 마루 시공 현장에서 관리자가 내민 근로계약서가 급여 공란인 ‘백지 계약서’였기 때문이다. 김씨는 서명을 거부했지만 관리자는 “고용노동부에서 조사 나오면 골치 아프니까 형식적으로라도 적어야 한다”고 말했다. #2. 이성현(45·가명)씨는 지난 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마루 시공 현장에서 지난해 최저임금(9160원)이 적힌 근로계약서를 받았다. 이씨가 계약서를 받은 건 공사가 마무리될 때쯤에서였다. 이씨가 사인을 거부하자 관리자는 “임금을 받으려면 사인해야 한다”고 했다. 두 사례 모두 노동부의 현장감독을 통해 위법성이 확인됐다.마루 시공 현장에서 불법 근로계약서를 체결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26일 파악됐다. 노동부도 현장 감독에 나섰지만 불법 하도급 구조 탓에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게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권리찾기유니온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불법 근로계약을 체결한 마루 시공 현장은 6곳(서울, 부산, 대구, 인천, 김해 등)이다. 불법 근로계약 유형은 ▲일급 등 수당이 공란으로 남아 있는 백지 계약서 ▲최저임금 미달 ▲4대 보험 미적용 ▲임금지급일 미지정 등이다.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은 “6곳 이외에도 불법 근로계약을 강요하는 업체가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도 현장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으나 구두 경고 외에는 현실적인 조치가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노동부는 서울과 대구 현장을 방문해 계약서의 문제점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노동부가 문제를 지적하자 현장 관리자는 “회사 노무사 자문을 받아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겠다”고 했지만 계약서는 여전히 바뀌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정식으로 진정이 들어오지 않으면 대처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이 정식으로 진정을 넣지 못한 배경에는 마루 시공 현장의 불법 하도급 구조가 있다. 현행법상 근로계약서는 업무를 지시하는 사용자와 그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 사이에서만 체결이 가능하다. 그런데 마루 시공 현장은 사용자인 마루 회사와 노동자 사이에 불법 하도급 업체가 있어, 법적인 사용자성과 노동자성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고 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자들이 불법계약서로 진정을 내면 마루 회사의 사용자성이 부인될 확률이 높다”면서 “그러면 마루 회사는 법적 책임에서 빠져나가게 된다”고 말했다. 불법 하도급 업체가 불법계약서 체결을 거부하는 노동자에게 다음 일자리를 주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일도 만연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우영 마루노조 지부장은 “마루 시공 현장은 시공 기간이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로 짧아 하도급 업체가 노동자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일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신고라도 하면 한 달 반 뒤에 다음 계약을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과 교수는 “불법 하도급을 단속한다고 하는데 행정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정부와 노조가 손을 잡고 여러 불법적 요소를 근절하기 위해 나선다면 노동자들도 마음 편하게 신고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사회복무요원 “갑질 만연···근로자로 인정해야” 노동절 앞두고 곳곳서 집회

    사회복무요원 “갑질 만연···근로자로 인정해야” 노동절 앞두고 곳곳서 집회

    제133주년 노동자의 날을 하루 앞둔 30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법외노조인 사회복무요원 노조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제1회 사회복무요원 노동자의 날’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복무요원들의 복무 환경 실태 조사를 3주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갑질과 괴롭힘에 무력하게 노출돼 있는 사회복무요원의 권리를 지키겠다”며 병무청에 교섭을 요구했다. 노조가 긴급제보센터를 운영하며 받은 제보에 따르면 사회복무요원 A씨는 복무 중 3개월 간 정신과 치료와 우울증 진단을 받은 뒤 복무기관 재지정을 요청했다. 그러자 담당 복무지도관은 A씨를 불러 다른 사회복무요원이 증빙자료로 제출한 자해 사진을 보여주며 “세 번이나 (자해를) 한 사회복무요원도 있다. 질병이 악화됐다고 해서 복무기관 재지정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증상이 심해지자 A씨는 재차 복무기관 재지정을 요청했지만 복무지도관은 A씨의 요청을 거절하며 “나중에 (재지정이) 필요하면 국민 신문고에 요청하라”고 말했다. 이처럼 노조 측은 사회복무요원의 고충 처리를 담당하는 복무지도관조차 사회복무요원의 인권을 보호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하은성 노무사는 “현행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 사회복무요원은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적용되지 않아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병역법을 개정해 ‘복무 중 괴롭힘 금지’ 조항을 신설하는 등 사회복무요원을 갑질과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지난해 3월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에 ‘사회복무요원노조’의 설립신고서를 제출했으나 의정부지청은 “사회복무요원은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서 직무상 행위는 공무수행으로 보고 공무원에 준하는 공적 지위를 가지므로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며 신고를 반려했다. 이에 노조 측은 지난해 6월 서울행정법원에 의정부지청의 노조 설립 신고 반려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노조는 “사회복무요원의 근무 형태는 기관장의 지휘·감독을 받고 근무시간과 장소가 정해진 출퇴근을 하는 등 법원이 제시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요소들을 충족하므로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경우 임금노동자가 아니라서 노조를 결성하지 못하다가 최근 대법원이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며 “노동자를 임금노동자로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사법적 판단이 나오고 있는 만큼 사회복무요원 역시 넓은 노동자성에 포함된다는 판결이 나오면 행정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주노조는 이날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서 ‘2023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를 열고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라고 외쳤다. 이주노조는 사업주가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전 산업에 걸쳐 이주노동자를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산업재해, 임금 착취 등 이주노동자의 차별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정책은 없다고 꼬집었다. 우다야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절에도 쉴 수가 없어 오늘 노동절 집회를 한다”며 “한국 사회에서 앞으로 늘어날 이주노동자들에게도 같은 사람, 같은 노동자로서 동등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삼각지역까지 행진한 후 대통령실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 일터서 낙인 찍힌 노동자가 본 ‘일할 자격’

    일터서 낙인 찍힌 노동자가 본 ‘일할 자격’

    오늘도 지각하지 않으려 뜀박질한 당신, 젊은가? 건강한가? 외모는 괜찮은가? 성실한가? 의지는 강한가? 생활은 안정적인가? 친구나 동료와의 관계는 원만한가? 최종 학력은 평균 이상인가? 전문적인 기술이나 지식을 갖고 있는가? 늘 자신을 진단한다. 일터에서 ‘정상 노동자’로 거뜬히 버텨 온 당신도 언젠가 ‘게으르고 불안정하며 늙고 의지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힐지 모른다. ‘노동자 쓰러지다’ 등 여러 르포를 통해 노동하는 이들의 삶과 투쟁을 기록해 온 저자는 사회에서 통용되는 ‘노동자성’에서 미끄러졌거나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 책을 썼다. 책 표지가 독특하다. 푸른색으로는 일터에서 요구되는 긍정적 가치들을, 흰색으로는 부정적 가치들을 새겼는데 모두 형용사다. 첫 장은 성실하지 않은 청년들의 분투를 담는다. ‘좋은 일자리’의 조건과 질서 안에서만 의미를 갖는 ‘성실’이란 가치, ‘불안’이란 감정이 일의 세계를 어떻게 작동시키는지 살펴본다. 둘째 장은 ‘그러게 누가 낳으랬느냐’는 타박과 ‘모자란 엄마’란 자책을 오가는 여성들을 다룬다. 셋째 장은 약봉지를 흔들며 걸어간 직장에서 힘겨운 하루를 버티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넷째 장에선 80대 노인을 돌보는 60대 재가요양 보호사들을 소개한다. 만 61세가 된 이들이 일하지 않고는 살아갈 도리가 없는 사회를 해부한다. 저자는 다섯째 장에서 소개하는 여성들을 만나기가 가장 힘겨웠다고 털어놓았다. 뚱뚱한 몸이 자기 관리의 실패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살아 숨 쉬는 몸’을 바라보자고 주장한다. 마지막 여섯째 장은 ‘군대보다 편하니까’. 어딘가 아프고 손상됐다는 이유로 병역 4급 판정을 받고 공익요원으로 일하는 청년들을 그린다. 취약한 이들이 소환되는 더 취약한 일터의 현실을 짚는다. 저자는 ‘나는 좋은 노동자일까’라고 자신을 검열하는 질문에서 벗어나 ‘일터의 정상성은 무엇을 향해 있는가’, ‘우리는 언제나 자격을 따지지 않고 일터에 설 수 있을까’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 박용진 “공정위, 노조활동 개입 금지해야” 입법 추진

    박용진 “공정위, 노조활동 개입 금지해야” 입법 추진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6일 공정거래법 개정안 관련 토론회를 열고 공정위원회가 ‘노동탄압’을 한다고 질타했다. 민주당은 화물연대 노동자들에게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설파해온 만큼,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공정위의 노조 개입을 방지’하는 입법 작업에 본격 착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박성준·소병철, 무소속 양정숙 의원 및 새로운사회의원경제연구모임, 정치플랫폼 포레스트 등과 공동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공정위의 노동조합 활동 개입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리고 이를 막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검토하자는 취지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정무위원장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과 정무위 소속 이용우 민주당 의원 등도 참석해 축사를 했다. 박 의원은 토론회 인사말에서 “최근 윤석열 정부 들어서 극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두 번 봤다. 장애인단체와 노동조합에 대해서다”라고 운을 뗀 뒤, “사회적약자와 사회적약자 단체의 목소리를 반사회적인 것처럼 만들어서 지지율이 조금 나아질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공정거래법 소관으로 접수된 사건이 110건인데 딱 한 건이 고발됐다. 화물연대 사건”이라며 “공정위가 앞장서서 해괴한 일을 하니까 민주당 의원들이 얼마나 황당했겠나.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법을 제출했다”고 전했다.백 의원도 “대법원에서도 화물연대의 노동자성을 인정했고 그런 상황에서 대기업을 규제하고 공정이라는 형태의 거래를 관장해야 할 공정위에서 사회적 약자인 화물연대를 고발한 건 이례적”이라면서 정무위에서 이를 막을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우 의원은 “오늘 주제 중에 제일 중요한 부분이 ‘독립 자영업자의 노동자성을 어떻게 판별할 것이냐’인데, 임금·지휘감독은 원청에게 있어서 그 노동자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 해석들을 팽개치고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기업 배상 판결은 심각한 문제”라며 화물차 운전자 등의 지위 문제를 꼬집었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소속 변호사는 ‘공정위 조사의 법률적 문제와 공정거래법 개정의 필요성’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화물연대본부 파업에 대한 공정위 개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유엔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상 노동자에게는 공정거래법이 아닌 노동관계법의 적용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어지는 발제에서 유럽연합의 ‘1인 자영업자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단체협약에 대해서는 경쟁법을 적용하지 않는 사례를 분석하고 플랫폼 노동자와 같은 위장 자영업자는 경쟁법(사업자 적용 법안)에서 적용 제외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지난달 말 헌법과 노조법에 따른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노동조합법에 따라 ‘근로자’로 인정되는 사람들은 공정거래법상 ‘사업자’의 범위에서 제외하고, 근로자의 권리를 두텁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말 화물연대 노조를 노동조합이 아닌 사업자단체로 규정하며 조사했다. 화물연대 노조가 조합원들은 특수고용노동자이기 때문에 ‘사업자’ 지위로 공정거래법 적용을 받을 수 없다고 반발하자, 공정위는 지난달 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 경영계 “파업 만능주의에 면죄부”… 노동계 “하청, 노동 3권 보장”

    경영계 “파업 만능주의에 면죄부”… 노동계 “하청, 노동 3권 보장”

    근로·사용자 범위 놓고 입장 첨예경영계 “불법 파업 부추겨” 우려노동계 “하청노동자, 원청과 교섭원청 책임 강화로 노동쟁의 축소” 노동계의 숙원 사업인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문턱을 넘자 정부와 경영계는 일제히 “파업 만능주의를 조장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나의 법안을 놓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무차별적인 손해배상 청구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는 주장과 파업의 일상화로 인해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 개정안은 원청이 하청 업체를 비롯한 간접고용 노동자들과도 직접 교섭에 나설 수 있도록 하고, 노조의 쟁의행위 때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노사정은 우선 노조법이 적용되는 근로자와 사용자의 범위를 넓히는 것을 두고 전혀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노동계는 “하청 노동자도 노조를 구성해 원청과 직접 임금과 근로시간 등에 대해 교섭할 수 있게 된다”며 “이들에 대한 노동 3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청·특수고용 노동자는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어렵고 노조법에 따른 노조를 구성하기도 쉽지 않다. 단체교섭 같은 노동자의 기본권을 잃어버린 이들은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예컨대 법이 통과되면 대우조선해양이나 하이트진로처럼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았던 원청에도 교섭 의무가 부여된다. 노동계는 “법이 시행되면 파업으로 치닫기 전 노사 교섭으로 노동쟁의가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김혜진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사용자와의 대화 창구가 마련되지 않아 조합원 동의를 얻고 ‘무노동 무임금’을 감내하더라도 최후의 수단으로 파업을 택하는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하청 노동자의 노동 조건을 결정하는 원청의 책임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와 경영계의 입장은 정반대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노란봉투법이 노사 갈등을 확산시킬 우려가 매우 크다”고 했다. 경영계도 노조가 많아지면서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원청 입장에서는 수십 개의 노조와 교섭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파업 등 노동쟁의 때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에 제한을 두는 내용에 대해서도 첨예한 의견 차이를 보인다. 경영계는 “현행 노조법에도 합법 파업은 기업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며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면죄부를 준다”고 주장한다. 이 법을 두고 민법상 과실 책임의 원칙,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하는 법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반면 노동계는 현행 노조법에 따라 합법 파업으로 인정받는 사례는 현실적으로 드물고, 손해배상 청구가 노동자를 탄압하는 수단이 됐다고 주장한다. 또 폭력과 파괴 행위에 의한 파업은 노란봉투법에서도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 만큼 ‘파업 봐주기 법’이 되기는 어렵다는 점도 강조한다. 노조법과 판례에서 정하는 요건을 보면 단체교섭의 주체가 되는 노사가 근로 조건 개선에 한해 조합원 투표 등의 절차를 거쳐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룬 상태에서 파업해야 합법으로 인정된다. 정리해고에 반대한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이나 하청 노동자가 원청에 대화를 요구하는 파업은 대부분 불법으로 간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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