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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대통령 “수사·기소 분리 변화… ‘민생 경찰’ 요구에 응답해야”

    이 대통령 “수사·기소 분리 변화… ‘민생 경찰’ 요구에 응답해야”

    마약·스토킹 등 철저 수사·예방 당부작년 비상계엄 가담한 지도부 비판경찰국 폐지·국가경찰위 강화 의지남영동 대공분실 전시 공간도 방문국조실장 “무사안일” 감사관들 질타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자치경찰제의 단계적 확대, 수사·기소의 분리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 국민은 ‘경찰의 권한이 늘면 우리의 삶이 더 나아지느냐’고 묻고 있다”며 “이 질문에 우리 경찰이 더 진지하게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찰청에서 열린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사에서 “수사의 책임성과 공정성, 그리고 전문성과 신속성을 끊임없이 높여 가며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수사 체계를 꼭 확립해 주길 바란다”면서 이처럼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가 예정된 가운데 경찰을 향해 내실 있고 강도 높은 혁신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경찰이 ‘민생 경찰’, ‘스마트 경찰’, ‘민주 경찰’ 등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경찰의 중립성을 확보하며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를 지적하며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경찰 지휘부가 최고 권력자의 편에 서서 친위 쿠데타에 가담했다”며 “경찰국 폐지부터 국가경찰위원회의 권한과 위상을 높이는 일까지 국민을 섬기는 민주 경찰로의 도약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마약, 보이스피싱, 딥페이크 사이버 범죄 등의 고도화를 강조하면서 “국가 간 공조, 관계 기관 간의 협업을 강화해 범죄 대응 능력을 높이고 첨단 인공지능(AI) 기술을 범죄 예방과 치안 활동에 접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이 대통령은 현재는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남영동 대공분실의 전시 공간을 찾았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대공분실은 군부 독재 시절 경찰의 어두운 역사가 담긴 국가 폭력의 상징적 공간”이라며 “대통령이 경찰의 날 이곳을 찾은 데에는 다시는 이런 오욕의 역사가 되풀이되는 일 없이 진정한 민주 경찰,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의지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중앙행정기관 감사관 회의를 갖고 “일부 공직자들이 신뢰, 자율과 창의를 강조하는 분위기에 편승해 여전히 무사안일과 소극적 업무 행태를 보인다”고 질타했다. 윤 실장은 최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캄보디아 납치·감금 사건 등을 거론한 뒤 “무사안일은 독가스와 같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조용하게 조직을 망가뜨린다”며 “발본색원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 故박종철과 함께…오징어게임 ‘이 인물’, 자랑스러운 서울대인 선정

    故박종철과 함께…오징어게임 ‘이 인물’, 자랑스러운 서울대인 선정

    서울대학교가 제35회 ‘자랑스러운 서울대인’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13일 밝혔다. 대상은 고(故)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 고 박종철 열사, 그리고 황동혁 감독이다. 1972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 전 장관은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의장으로 군부독재에 맞섰던 민주화운동가다. 이후 정계에 진출해 15~17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참여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돼 기초생활보장 제도와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도입하기도 했다. 1984년 서울대 언어학과에 입학한 박종철 열사는 1987년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해 6월 민주항쟁과 군사독재 종식을 촉발한 상징적 인물로 평가된다. 서울대는 “박 열사가 남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가 오늘날까지 계승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는 2001년 박 열사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 이들과 함께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물은 황동혁 감독이다. 영화 ‘도가니’(2011), ‘수상한 그녀’(2014), ‘남한산성’(2017)을 연출했고, 2021년부터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냈다. 2022년에는 ‘오징어 게임’으로 미국 에미상 감독상을 받았다. 아시아 출신으로는 최초다. 서울대는 황 감독에 대해 “다양한 작품으로 사회적 책임과 대중성을 아우르는 독창적 성취를 보여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서울대는 1991년부터 사회 각계에 진출한 동문을 대상으로 ‘자랑스러운 서울대인’ 상을 시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고 김민기 학전 대표, 정영선 조경설계 서안 대표,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이 수상했다. 올해 수여식은 오는 14일 제79주년 서울대 개교기념식 행사에서 열린다.
  • 개관 미뤘던 창원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드디어 문 연다

    개관 미뤘던 창원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드디어 문 연다

    민주주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이 문을 연다. 경남 창원시는 오는 10일부터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시범 운영을 한다고 5일 밝혔다.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은 3.15의거, 부마민주항쟁, 6.10민주항쟁 등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보존하고자 건립됐다. 전당은 지상 3층 규모다. 1층은 커뮤니티 문화 공간으로 민주홀·빛의 계단·교육영상실 등이 있다. 2층은 다목적전시실·지역특화전시실·도서관으로, 3층은 상설전시실·아카이브·함께가는길 등으로 구성했다. 시범 운영 기간 다채로운 교육 프로그램과 문화행사도 이어진다. 10일 민주홀에서는 ‘민주주의와 건축’을 주제로 설계자 특강을 연다. 어린이 독서 프로그램 ‘책으로 배우는 작은 시민’, 서평 프로그램 ‘오늘의 문장, 내일의 나에게’, 업사이클링을 주제로 한 ‘새로운 가치를 담다’, 전시 연계 교육 ‘꼬마 탐험대! 전시실 탐험!!’ 등도 진행한다. 시는 6월 말까지 임시 운영 기간을 거치고 나서, 창원시민의 날인 7월 1일 정식 개관할 예정이다. 민주주의전당 운영(예약·시간)과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홈페이지(changwon.go.kr/k-democracy)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창원시 관계자는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은 시민들이 일상에서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문화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조성됐다”며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민주주의전당 건립은 2001년 출범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해방 이후 민주화운동을 총망라한 전당을 짓기로 하면서 추진됐다. 같은 해 제정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의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 및 운영’ 조항도 전당 건립을 뒷받침했다. 애초 2011년 건립 목표로 추진된 이 사업을 두고는 서울, 창원, 광주가 유치 경쟁을 벌였다. 광주(2007년), 창원(마산·2013)은 유치위원회를 구성해 경쟁에 뛰어들었고 서울 역시 옛 중앙정보부가 있던 서울시청 남산 별관을 리모델링해 한국민주주의전당을 짓기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합의하는 등 건립 의지를 표했다. 2013년 11월에는 서울·광주·마산에 삼각 축으로 전당을 건립하는 협약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3개 도시 간 이뤄졌지만 2015년 12월 사업회 이사회는 ‘정부 동의를 얻지 못했다’며 협약을 무효로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6.10항쟁 31주년 기념식에서 ‘옛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 민주인권기념관을 조성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전당 건립을 둘러싼 관심은 재점화했다. 광주는 민주인권기념관이 전당 역할을 하리라 보고 유치를 포기했고, 창원시는 유치위원회 등과 논의 끝에 ‘자체 추진’으로 방향을 바꿨다. 2019년 전당 건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시는 이후 3.15의거, 4.19혁명, 부마민주항쟁, 6.10항쟁이 창원(옛 마산 등)에서 일어났다는 점 등을 강조하며 민주주의전당 창원 건립 당위성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국회,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을 여러 차례 방문한 끝에 2020년 지방재정중앙투자심사 통과·국비 40% 지원이라는 결실을 봤다. 2021년 시는 옛 마산세관 건물과 해양수산부 소유 터를 등가 교환해 건립지를 확보했고, 전국 설계공모로 건축 작품을 선정하고 착공에 이르러 준공 결실을 봤다. 건립 사업비는 국비 121억원·도비 45억원을 포함해 388억원이다. 지난해 9월 시는 시정조정회의를 열고 가칭 민주주의전당으로 불렸던 전당 명칭을 ‘한국민주주의전당’으로 정했다. 이후 올 3월 창원시의회는 조례를 개정해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으로 재차 명칭을 변경, 확정했다.
  • 김혜지 서울시의원 “편향적 내용 검수 없는 ‘마을교과서’ 보급되지 말아야”

    김혜지 서울시의원 “편향적 내용 검수 없는 ‘마을교과서’ 보급되지 말아야”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에서 의정 활동 중인 김혜지 의원(국민의힘·강동1)은 지난 18일 서울시의회 제327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마을교과서가 자율이라는 명분으로 검증 없는 교육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 보급 중단과 개선을 주문했다. 김 의원은 서울시교육청의 마을교과서가 객관성 및 중립성, 오류 및 검증 문제가 심각하다며 25개 자치구별로 초등학교 3학년과 중등학교에서 사회과 교과서의 보조교재로 사용되고 있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김 의원이 지적한 사례는 A 자치구 교재로 사회적경제의 장점을 집필하면서 시장경제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아 편향된 교육이 되고 있고 B 자치구 교재의 남영동 대공분실을 집필하면서는 불필요한 공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교과서임에도 소설과 같이 과장되게 표현한 점을 들었다. 또한 C 자치구 교재는 국립현충원의 독립유공자 묘소를 소개하다가 묘비명이 남성 중심이라며 페미니즘 갈등을 유발했고 6·25전쟁에 대해서는 한국전쟁, 6.25 한국전쟁 등의 검증되지 않은 용어를 사용하여 학생들에게 혼돈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보조 책자인 ‘평화통일교육 레시피’에서는 평화통일에 대한 내용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통일과 먼 전태일 기념관이 나오는 문제가 있고 남북 분단의 요인을 외세의 개입으로만 이뤄졌다고 하며 통일이 외세의 개입으로만 될 수 있다는 둥 주관적인 생각으로만 집필된 문제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보조 책자인 ‘중부걸리버 평화 탐험대’에서는 전쟁기념관의 규모를 비교하면서 6·25전쟁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만을 주입했고 법령에 의해 시행하는 해외파병을 폄하하는 부분도 지적했으며, 6·25전쟁에 불가피하게 학도의용군이 참전한 것을 UN아동권리협약과 비교해 의미를 퇴색시킨 문제점도 따졌다. 김 의원은 마을교과서의 내용적인 문제 외 지역사회를 교육하는 책자임에도 지역과는 연관성이 없는 제작자들이 과업에 참여했고 인쇄는 금액에 상관없이 5년간 전체가 수의계약으로 집행됐으며 권당 비용이 3300원에서 9259원까지 약 3배의 차이가 발생해 교재의 질적 차이가 나타나는 잘못이 있다고 했다. 끝으로 김 의원의 편향적인 마을교과서에 대한 다양한 지적에 대해 정근식 교육감은 마을교과서가 분권화돼있는 방식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교육청이 감독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지만 문제가 있는 것은 시정하고 질적인 우수성을 담보하기 위해 더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며 교육청 실무 책임자들과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답변했다.
  • [문화적 어린이]당신의 인권 감수성을 깨우는 8권의 그림책…바나나는 어떻게 ‘더 일찍’ 올 수 있었을까

    [문화적 어린이]당신의 인권 감수성을 깨우는 8권의 그림책…바나나는 어떻게 ‘더 일찍’ 올 수 있었을까

    ‘바나나가 일찍 도착하려면 택배 기사는 새벽에 출발해야 한다. 택배 기사가 새벽에 출발하려면 더 일찍 문을 연 주유소에 가야 한다. 주유소가 일찍 문을 열려면 주유소 직원은 더 일찍 지하철을 타야 한다.’ (그림책 ‘바나나가 더 일찍 오려면’ 일부) ‘사람들은 분홍 점에게 예쁘면 예쁠수록 좋다고 했어요. 파랑 점에게는 아주 못생기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했어요. 사람들의 말에 누가 더 마음이 불편할까요?’ (그림책 ‘두 점 이야기’ 일부) 차별과 불평등, 이주노동, 성역할, 폭력의 감수성 등 민주주의와 인권을 다룬 8권의 그림책이 찾아온다. 이른바 ‘민주인권그림책’이라 불리는 시리즈는 지난 5월 출간된 정진호 작가의 그림책 ‘바나나가 더 일찍 오려면’부터 오는 10월 출간 예정인 서현, 소복이, 한성민 작가의 ‘멋진 민주 단어 그림책’까지 이어진다. 시리즈의 시작은 올 하반기 서울 용산에 개관을 앞둔 민주화운동기념관의 전시 콘텐츠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과거 국가 폭력의 현장이었던 남영동 대공분실을 민주화운동과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인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조성하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수많은 사람을 탄압하고 고문했던 남영동 대공분실을 보존, 전시와 교육 시설을 마련해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시리즈의 기획과 저작 지원을 맡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비롯해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그림책으로 다뤄 온 권윤덕 그림책 작가에게 프로젝트의 감독을 부탁했다. 권 감독은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영철 전시 총감독이 앞으로 기념관에 특히 가족, 학생 등 단체관람 등이 많을 텐데 민주주의와 인권을 전달할 수 있는 예술 장르로 그림책이 좋겠다고 제안했다”며 “민주인권을 너무 작게 규정하지 말고 생각과 표현을 마음껏 자유롭게 펼쳐도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참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참여 작가는 권 감독을 필두로 그림책 연구자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프로젝트팀이 함께 결정했다. 권 감독은 “민주인권에 대한 주제에 관심이 있거나 그런 작업을 해온 작가를 선정했다”며 “진행 과정 역시 민주적으로 하고 싶었기 때문에 ‘소통이 잘 되는 작가’도 선정 기준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계절출판사와 협업으로 출간하는 시리즈는 모두 8권이다. 이중 5권이 이미 출간됐고 나머지 3권은 다음달 출간된다. 앞서 출간된 그림책을 살펴보면 민주주의와 인권의 의미를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일상 속에서 공감하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담아냈다. 먼저 정진호 작가의 그림책 ‘바나나가 더 일찍 오려면’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문장들은 ‘더 일찍’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정 작가는 최근 사계절 출판사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에서 가장 빨리 출발하는 8146버스가 출발 시간을 15분 앞당긴다는 기사와 댓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버스가 3시 50분에 출발하려면 버스 기사는 몇 시에 집에서 나와야 하는 걸까, 또 그 버스를 정비하는 사람은, 그 정비소는? 이렇게 생각에 꼬리를 물었던 게 이 책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장재은 작가는 ‘타오 씨 이야기’를 통해 이주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장 작가는 대구 성서공단을 직접 취재하며 일터의 풍경을 낱낱이 그렸다. 복잡한 기계와 날카로운 부품 조각이 널브러진 공장 내부, 미등록 외국인 단속 기간의 한산한 시장. 생생한 묘사와 더불어 칸의 흐름을 예민하게 연출해 인물의 생활 감정을 담아냈다. 권정민 작가는 ‘당신을 측정해 드립니다’를 통해 무엇이든 비교하고 수치화하게 만드는 ‘측정’의 본질에 주목해 독특한 형식의 그림책을 만들었다. 그림책에서 측정의 주인공은 고양이다. 고양이는 기초, 심화, 종합 단계에 맞춰 측정을 수행한다. 그림책을 읽을수록 고양이의 이야기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민주인권그림책 시리즈에 유일하게 해외 작가로 협업한 요안나 올레흐, 에드가르 봉크는 ‘두 점 이야기’를 통해 아주 오랫동안 묵은 성역할의 그릇된 인식을 짚어낸다. 이명애 작가의 ‘휘슬이 두 번 울릴 때까지’는 우리 안에 숨어 있던 폭력성이 드러나는 순간을 피구에 빗대어 그려 낸다. 당연하게 여기던 일을 다시 생각해 볼 여지를 마련한다. 다음달 3권의 민주인권그림책이 독자들을 찾아온다. 조원희 작가의 ‘호두와 사람’을 비롯해 3명의 작가가 함께한 ‘건축물의 기억’(오소리, 최경식, 홍지혜 작가), ‘멋진 민주 단어 그림책’(서현, 소복이, 한성민 작가)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권 감독은 “3명의 작가가 함께 하나의 그림책을 만드는 것은 정말 새로운 시도”라며 “(앞으로 나올 책들을 통해)6~7살 어린이들이 ‘엄마 나 연대할래’ 이런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도록, 아주 어릴 때부터 민주인권과 관련된 좋은 단어들을 품고 자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문화적 어린이’는… 어린이들이 마땅히 누려야할 문화(공연, 전시, 어린이책)에 대해 소개하고 나누는 자리입니다. 더 많은 어린이들이 높은 수준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안내하겠습니다.
  • [최여정의 아침 산책] 다빈치와 김수근의 나선계단

    [최여정의 아침 산책] 다빈치와 김수근의 나선계단

    “마침 사슴들의 짯짓기 철에 오셨네요.” 성큼성큼 앞서가던 숙소 안내인이 나를 돌아보더니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이른 저녁을 먹고는 까무룩 잠이 들었다. ‘또르르르륵, 또르르르르륵’ 뱃속을 울리며 끓어오르는 듯한 소리에 잠이 깼다. 동트기 전 숲은 신비로운 푸른 안개를 베일처럼 두르고 이방인을 유혹한다. 숲 사이 오솔길로 한 발을 내디디니 또다시 ‘또르르르르륵’, 이윽고 백여 마리가 일제히 응답하는 소리에 나무둥치가 진동한다. 프랑스 파리에서 두 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곳은 샹보르성. 울창한 숲 사이로 난 길을 한참이나 달리니 저 멀리 우아한 첨탑으로 장식한 성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난다. 샹보르성은 루브르 궁전, 베르사유 궁전과 함께 프랑스 3대 궁전으로 손꼽히지만 그 쓰임새가 달랐다. 파리의 관광명소이자 파리 외곽의 작은 마을에 지어진 베르사유 궁전은 태양왕 루이 14세가 루브르에서 이곳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권력의 중심지가 됐다. 하지만 샹보르성은 정치의 중심지 파리에서 서남쪽으로 240㎞나 떨어진 곳에 지어졌다. 무려 1700만 평에 이르는 요새 같은 숲을 달려야 도착하는 이곳은 왕의 사냥터였을 것이라 추측하지만 정확한 용도는 지금도 밝혀지지 않았다. 1515년 이탈리아 정벌을 마친 프랑수아 1세는 프랑스로 돌아와 이탈리아 건축양식을 도입한 전례 없는 규모의 성을 짓기로 결심한다. 성의 비범한 건축 디자인과 설계의 주인공은 프랑수아 1세가 모셔온 특별한 손님, 레오나르도 다빈치였다. 로마 성베드로성당을 연상시키는 이국적이고도 아름다운 성의 외관도 특별하지만, 사실 다빈치의 비밀스러운 설계는 따로 있다. 성의 중앙에 설치된 이중 나선계단이다. 서로 겹치면서 겉으로 내비치는데도 올라가고 내려가는 사람이 서로 보이지 않는 나선계단은 성의 가장 높은 탑의 테라스까지 이어진다. 음모와 모략이 넘쳐 나는 비밀스러운 왕궁에서 서로 마주치지 않는 계단은 사용자에게 꼭 필요한 획기적인 설계였을 것이다. ‘현대 건축의 버팀목’으로 추앙받는 1세대 건축가 김수근 역시 그가 설계한 많은 건축물에 나선계단을 남겨두었다. 훗날에야 김수근이 설계했다고 알려진 ‘고문공장’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도 나선계단이 있다. 1층에서 취조실이 있는 5층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계단이었다. 끌려온 피해자들은 두 눈이 가려진 채 양팔을 수사관들에게 붙들려 가파른 계단을 돌아돌아 올라가는 동안 극도의 불안감과 공포감에 휩싸였다. 그 장면은 연극 ‘미궁의 설계자’에서 그대로 재연된다. 김수근은 끝내 남영동 대공분실 건물 어디에도 자신의 이름을 남겨 놓지 않았다. 공연이 끝난 뒤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의 로비 뒷문이 열렸다. 김수근이 건축한 아르코예술극장에도 나선계단은 있었다. 고문 끝에 죽음에 이른 어느 대학생이 느꼈을 공포 대신 나는 어지럼을 느끼며 계단을 밟아 올랐다. 6월의 햇살이 쏟아지는 마로니에 공원 벤치에 앉아 붉은 벽돌의 극장을 바라본다. 건축은 사람을 담는다. 김수근은 진정 몰랐을까, 한 번 올라가면 내려올 수 없었던 대공분실의 그 나선계단을. 최여정 작가
  • 경찰청장, 박종철 열사 모친 빈소 조문 “과오 되풀이 않겠다”

    경찰청장, 박종철 열사 모친 빈소 조문 “과오 되풀이 않겠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18일 고 박종철 열사의 어머니 정차순씨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동성심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했다. 이날 윤 청장은 고인의 영정 앞에 국화를 놓고 명복을 빈 뒤 고인의 큰 아들이자 박 열사의 형 박종부씨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 조문 후 취재진과 만난 윤 청장은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고인의 영면을 기원한다”며 “경찰청장으로서 가슴 아픈 과오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 경찰의 경종이 되도록 하겠다. 우리 경찰도 고인과 고인의 아들이 염원하셨던 자유와 민주, 인권을 수호하는 당당한 경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열사는 서울대 언어학과에 다니던 1987년 1월 13일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 관련 주요 수배자를 파악하려던 경찰에 강제 연행돼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고문받다가 다음날 사망했다. 당시 경찰이 발표한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허위 조사 결과는 전 국민적인 공분을 사며 6·10 항쟁의 기폭제가 됐고, 박 열사의 아버지인 고 박정기씨가 아들의 유해를 뿌리며 “종철아! 잘 가그래이… 이 아부지는 아무 할 말이 없대이…”는 박 열사를 추모하는 구호가 됐다. 이날 빈소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오전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빈소에 다녀갔다. 그는 방명록에 ‘당신의 아들이 꿈꾸던 세상…. 국민이 주인인 세상, 자유와 민주가 맘껏 숨쉬는 세상, 거짓과 위선이 설치지 않고 가식이 없는 올바른 세상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겠습니다’라는 추모글을 남겼다. 정씨는 남편이 2018년 7월 세상을 떠난 후 부산 자택에서 홀로 지내다 건강이 악화해 2019년 이후 서울의 요양병원에 머물렀으며 향년 91세로 17일 오전 별세했다. 고인의 발인은 19일 오전 8시다. 유해는 서울시립승화원에서 화장된 후 모란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 “철아~ 깨어나라” 외쳤던 어머니, 아들 곁으로

    “철아~ 깨어나라” 외쳤던 어머니, 아들 곁으로

    전두환 정권 당시 경찰의 고문으로 숨져 6·10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고 박종철 열사의 어머니 정차순(91)씨가 17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정씨는 박 열사를 먼저 떠나보낸 지 37년 만에 아들 곁으로 가게 됐다. 유족 등에 따르면 정씨는 이날 오전 서울 강동구에 있는 한 요양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정씨는 남편인 박정기씨가 2018년 먼저 세상을 떠난 뒤 부산에서 홀로 지내다가 2020년쯤부터 서울의 요양병원에서 지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들의 죽음 이후 전국 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 참여하는 등 민주화 운동에 헌신하는 남편을 옆에서 묵묵히 도우며 정씨도 뜻을 함께했다. 박 열사의 친형 종부(66)씨는 “어머니는 특별한 유언 없이 웃으며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다”면서 “아들 옆으로 간다고 생각하셔서 그랬던 것 같다”고 전했다. 박 열사는 서울대 언어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7년 1월 31일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 관련 주요 수배자를 파악하려던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 서울 용산구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받은 박 열사는 강제 연행된 다음날 숨졌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발표하는 등 고문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전두환 정권을 무너트린 6·10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가족들과 함께 경찰의 사건 조작에 맞서 진상 규명을 요구하던 정씨는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추모식에 가려다가 부산역에서 경찰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이후 정씨가 딸과 함께 부산의 한 사찰에서 “철아, 이 종소리를 듣고 깨어나라”고 외치며 끊임없이 종을 치던 모습은 당시 민주화 항쟁의 힘을 결집하는 요인이 됐다. 아들의 시신을 붙들고 “내 아들이 대체 왜 죽었소? 못돼서 죽었소? 똑똑하면 다 못된 거요?”라고 외친 독백은 아직도 회자된다. 박종철기념사업회는 “정 여사는 박 열사가 고문당하던 남영동 대공분실이 인권의 메카로 거듭나기를 염원해 왔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에서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발인은 19일 오전 8시, 장지는 박 열사의 가묘가 있는 서울시립승화원 모란공원이다.
  • ‘6월 항쟁 촉발’ 고 박종철 열사 어머니 정차순씨 별세

    ‘6월 항쟁 촉발’ 고 박종철 열사 어머니 정차순씨 별세

    전두환 정권 시절 경찰의 고문으로 숨진 사실이 드러나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고 박종철 열사의 어머니 정차순씨가 17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91세. 유족 등에 따르면 정씨는 이날 오전 5시 20분쯤 서울 강동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정씨는 박 열사의 아버지이자 남편인 박정기씨가 2018년 먼저 세상을 떠난 후 부산의 자택에서 홀로 지내다 건강이 악화해 2019년부터 요양병원에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열사의 형인 박종부(66)씨는 연합뉴스에 “어머니가 특별한 유언 없이 빙긋이 웃으시며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다”면서 “아들 옆으로 간다고 생각하셔서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박 열사는 서울대 언어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7년 1월 13일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 주요 수배자를 파악하려던 경찰에 강제 연행돼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고문받다가 다음날 사망했다. 당시 경찰은 박 열사의 죽음에 대해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며 사인을 단순 쇼크사로 위장한 허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 열사의 죽음과 경찰의 은폐 시도는 6·10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2018년 7월 89세를 일기로 별세한 아버지 박정기씨는 아들의 죽음 이후 이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 참여하는 등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다. 정씨는 그런 박씨를 옆에서 묵묵히 도우며 뜻을 함께했다. 빈소는 서울강동성심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됐다. 유족으로는 종부(66)씨와 박 열사의 누나인 은숙(62)씨가 있다. 발인은 19일 오전 8시, 장지는 서울시립승화원 후 모란공원이다.
  • [황비웅의 열린 시선] “이준석 신당 성공하기 어려워” “관료들 ‘3無’ 해야 尹정부 성공”/논설위원

    [황비웅의 열린 시선] “이준석 신당 성공하기 어려워” “관료들 ‘3無’ 해야 尹정부 성공”/논설위원

    李 창당해도 몇 석이나 확보할까與 험지출마론, 충분한 설득 필요‘메가서울’ 서울·경기 협의 나서야정부, 행정구역 개편 청사진 먼저 대통령 민생 현장 방문 아주 잘해‘민심’ 어디에 있는지 스스로 알 것‘한국민주주의재단’으로 바꿀 것민주유공자법 정기국회 통과 노력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신당 창당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커지고 있고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친윤(친윤석열)계의 불출마·험지 출마론을 띄워 희생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띄운 ‘김포시 서울 편입’ 논의로 모처럼 여야 간 정책 경쟁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분위기다. 지난 7월 취임한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만나 총선 정국 전반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이 이사장은 과거 군사독재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하다 5차례에 걸쳐 10년 6개월간 옥고를 치르고 고문을 당하는 등 민주화운동 진영에서 큰 역할을 했다. 이후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으로 불리며 이명박(MB)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이 됐다. ‘MB 정권의 2인자’라는 수식어도 따라다녔다. 국회의원 5선 출신인 그의 정치적 역할은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경기도 의왕의 사업회 본사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가진 뒤 정국 상황 변화에 맞춰 전화로 추가 문답을 진행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시끌시끌합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는 발언을 했는데 가능할까요. “신당 창당은 할 수 있겠지만 현재 양당 구조 속에서 지금 창당을 해서 성공하기는 어려워요. 창당을 할 수 있는 기간이야 있고, 법과 절차에 따라서 하면 되긴 하겠죠. 하지만 지금 창당해서 내년 총선에서 몇 석이나 확보할 수 있을까요. 원내교섭단체가 되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는 어렵지요.”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대통령과 가까운 분들(친윤 핵심)의 불출마·험지 출마론을 요구했습니다. “정치라는 건 내가 이 말을 하면 당사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를 염두에 둬야 합니다. 영남에서 국회의원 오래 했다고 서울로 출마한다고 하면 서울 사람들이 찍어 줄까요. 또 서울 당협위원장들은 얼마나 기분이 나쁠까요. 그건 출마자들 위주로 생각하는 것이지, 표를 찍어 주는 국민 위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죠. 선거 출마 문제는 본인들에게는 생사가 걸려 있는 문제잖아요. 당사자들과도 충분히 얘기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한 거예요.” -용산 대통령실 참모들이나 스타 장관들의 총선 출마설도 나오고 있는데요. “예전부터 여당은 공직자들이 인재풀이고, 야당은 재야 운동가들이 인재풀이었어요. 지금은 재야 민주화운동 하는 사람은 없으니 정치에 흡입될 수 있는 인재풀이 뻔한 거예요. 그러니까 검사, 판사, 경찰, 군인 출신 등 고위공직자들이 선거 때만 되면 인재풀이 될 수밖에 없어요.”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메가 서울’ 구상을 발표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찬반이 있을 수 있는데, 김포가 경기도잖아요. 옛날로 말하면 영토를 조정하는 거잖아요. 서울이 경기도와 좀 충분히 협의를 하고 결정적으로 무리가 없도록 하고 난 다음에 김포의 의견을 구해도 늦지 않죠. 그리고 정부가 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청사진을 먼저 제시해야죠. 광역단체와 기초단체를 통폐합한다든지 전국 행정부 개편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뒤에 김포를 서울에 편입한다는 내용을 발표했으면 좋았을 거라고 봅니다.” 화제를 돌려 윤석열 정부의 인사, 국정기조 변화 등에 대해 물었다. -윤석열 정부가 최근 장관 인사를 놓고 논란이 많았습니다. 앞으로의 인사는 어떠해야 할까요. “국민에게 공감 가는 인사를 하는 것이 지도자의 덕목 가운데 하나죠. 지도자의 덕목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국민을 위해서 정치를 하는 것인데, 국민이 공감 가는 인사를 해서 임명한 사람들이 일을 잘하도록 해야죠.”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정부가 성공하려면 대통령의 리더십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에게 임명장 받은 관리들이 정말 잘해야 됩니다. 관리들이 잘해서 윤석열 정부 참 잘했다는 평가를 들어야지 대통령 혼자서는 잘하기가 쉽지 않아요.” -어떻게 잘해야 될까요. “우선 제일 중요한 게 청렴해야 되고, 부패 안 해야 되는 거죠. 그다음엔 직권남용하지 말아야 되고, 민원을 미루지 말아야 됩니다. 공장 하나 짓는데도 통상 한 달이면 끝날 것을 6개월 이상 끈다든지 이런 건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지요. 민생이라는 건 공직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대통령 스스로 민생 현장을 방문하고, 장관들에게도 민생 현장으로 가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그건 아주 잘하시는 거예요. 대통령 본인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실패하고 많이 느끼셨을 것 아닙니까. 민심의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 대통령 스스로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관련해서 국민의힘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인은 뭐라고 보십니까. “선거를 하면 우선 후보자가 동정을 받아야 돼요. 김태우 후보가 사면 복권되자마자 출마한다고 하니까 권력에만 잘 보이면 되나 하는 거부감이 있었죠. 두 번째는 선거운동을 중앙당이 나서서 했는데 국민들은 힘자랑하는 걸 싫어합니다. 김 후보가 나 혼자 선거운동하겠다고 하고 골목골목 다니면서 주민들을 만났어야죠. 대통령 선거처럼 하니까 대통령에게까지 그 여파가 가버린 겁니다.” 이 이사장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서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국제적으로 널리 알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향후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민주화운동 기념사업은 무엇이 있을까요.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법이나 정관에 세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첫째는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또 정신을 계승하고, 그걸 통해서 민주주의를 또 발전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우선 첫 번째 과제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라는 명칭인데 시민단체 명칭 같아서 바꾸려고 합니다. 법을 고쳐서 한국민주주의재단으로 바꾸는 것이 올해 과제입니다. 다음으로는 용산에 민주인권기념관을 짓고 있는데, 우리 법에는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돼 있어요. 이것도 법대로 명칭을 고쳐야 해요. 세 번째로는 사업회 위치가 의왕인데 다시 예전 민주화운동을 탄압했던 치안본부 대공분실이 있는 남영동으로 가거나 옛 중앙정보부 자리인 남산으로 가는 과제가 있습니다. 남산 자리는 서울시가 유스호스텔로 쓰고 있어 장기과제로 협의 중입니다.”-지난 7월 국회 정무위 소위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민주유공자법이 이후 진척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제안하신 민주유공자법 중재안은 진척이 있는지요. “제가 낸 중재안은 민주유공자법의 대상을 사망자로만 하자는 겁니다. 중재안에 대해 민주화운동 유가족들도 동의를 하고 유가족협회에서도 그렇게 반대를 안 하는 것 같아요. 이번 정기 국회에서 마무리하기 위해서 다시 한번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재오 이사장은 ▲1945년생 경북 영양 ▲영양고 ▲중앙대 경제학과 ▲고려대 교육대학원 석사 ▲전민련 조국통일 위원장 ▲민중당 사무총장 ▲15·16·17· 18·19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원내총무·사무총장·원내대표·최고위원 ▲17대 대선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부위원장 ▲17대 대선 인수위 한반도대운하TF 상임고문 ▲국민권익위원장 ▲특임장관 ▲늘푸른한국당 공동대표·대선후보 ▲국민의힘 상임고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 “부당한 권력과 천재, 남영동 그곳의 역사 그렸죠”

    “부당한 권력과 천재, 남영동 그곳의 역사 그렸죠”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벌어져 민주화운동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이 설계한 건축물로 유명하다. 천재 건축가가 쓰임에 무척이나 ‘적합하게’ 지은 이 건물은 씁쓸한 한국 역사의 한 장면이기도 하다. ●김수근이 설계한 대공분실 이야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에 선정된 연극 ‘미궁의 설계자’는 남영동 대공분실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지난 8일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에서 만난 안경모(53) 연출과 김민정(49) 작가는 “남영동 대공분실을 김수근 건축가가 지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충격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오는 17~26일 ‘미궁의 설계자’를 공연하는 아르코예술극장 역시 김수근의 작품이다. 소극장 공연이라 남영동 대공분실을 무대세트로 다 구현할 순 없지만 관객들은 같은 인물이 설계한 아르코예술극장을 통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안 연출은 “남영동 대공분실과 관련한 김수근의 기록이 구체화돼 있지 않지만 아르코예술극장의 건축적 질감을 통해 섬뜩한 경험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1975·1986·2020년 세 주인공 등장 남영동 대공분실을 설계한 신호의 1975년, 이곳에 끌려와 고문당한 경수의 1986년, 민주인권기념관이 된 대공분실에 카메라를 들고 나타난 나은의 2020년까지, 관객들은 인물과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남영동 대공분실을 각자만의 시선으로 보게 된다. 이제는 점점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지만 천재가 부당한 권력을 위해 일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생생하게 증언하는 공간으로서 의미를 품는다. 두 사람이 이 작품을 통해 소망하는 것도 이런 지점이다. ●“과거 반성하고 책임지는 시간 갖길” 안 연출은 “어떻게 과거를 반성하고 책임질 수 있을까, 이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며 우리 사회의 다른 역사적 사건에도 켜켜이 쌓인 문제”라며 “이 작품으로 그 의미와 질문을 확장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 작가는 “관객들도 우리에게 이런 역사가 있었구나 되새길 수 있을 것 같아 작품을 쓰게 됐다”면서 “공과를 어떻게 인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지 반성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수면 공간 통해 권력·경제 불평등 볼 수 있어”

    “수면 공간 통해 권력·경제 불평등 볼 수 있어”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나의 잠’에선 전시장 곳곳 사각형으로 붙은 색색의 마스킹테이프가 눈에 띈다. 색깔도 크기도 다양한 테이프는 복도 바닥과 계단 등 전시장 구석구석을 네모나게 구획하며 이 공간의 의미를 상상하게 한다. 그래픽디자인 작업을 주로 선보이는 스튜디오 하프 보틀의 설치 작품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잠잘 땅이 필요한가?’ 얘기다. 이 네모는 누구를 위한 공간일까. 관람 내내 갸우뚱했던 고개는 전시장 막바지에 이르러 끄덕임으로 바뀐다. 바로 사람들이 잠을 자는 공간을 실제 크기대로 가져온 것이다. 기획전 ‘나의 잠’은 총 19개 팀(개인) 작가가 참여해 일상 행위인 잠에 주목한다. 그중 스튜디오 하프 보틀의 조현익 작가는 일반적인 회화나 조각 대신 수면 공간의 사회학을 선보인다. 최근 서울신문과 만난 조 작가는 “동시대인들이 자는 공간의 크기를 통계적으로 도식화하고, 각각이 속한 계급과 그 권력의 차이를 시각화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조 작가가 만들고 현재 혼자 운영하는 스튜디오 하프 보틀은 사회 각종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전국 투표 전도’ 등을 만들었다.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관련 정보를 글과 인포그래픽으로 제작한 책이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개인 서사 외에 수면과 관련한 다양한 관점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잠과 관련한 여러 통계를 찾아보던 중 특정한 장소에서 잠을 자야만 하거나 극한 상황에서도 잘 수밖에 없는 공간의 특수성에 주목했다. 색깔 테이프로 나눠 놓은 전시장의 공간은 총 16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의 파업 농성용 구조물부터 알리바바에서 판매되는 소형 난민보트, 대판 판형 신문지 6장, 구 남영동 대공분실 조사실 내 의자, 아폴로 11호 달 착륙선 이글의 승무원실 등이 포함됐다. 조 작가는 “잠을 자는 공간은 가장 편안하고 안전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수면 공간을 통해 이 사회에 존재하는 자본·정치·위계에 따른 권력과 경제적 불평등의 차이를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에선 관객이 자신이 자는 공간과 타인의 수면 조건을 보며 연관성을 찾고 공감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건축도면처럼 추상적으로 놓인 선 사이를 거닐며 관객은 수면 공간에 얽힌 맥락까지 함께 읽을 수 있는 셈이다. 전시는 오는 9월 12일까지.
  • ‘민주화 헌신’ 이을호 전 민청련 부위원장 별세

    1980년대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다 고문 피해를 본 이을호 전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8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치료를 받던 중 26일 오전 10시 41분 지병으로 별세했다. 67세. 1955년 전북 부안에서 태어난 고인은 전주고를 수석 졸업한 뒤 1974년 서울대 사회계열로 입학했다가 철학과로 전과했다. 1977년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돼 투옥 생활을 했다. 졸업 이후 출판업에 종사하다가 1983년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주도한 민주화 운동단체 민청련 창립에 참여한 뒤 기획실장, 정책실장, 상임위 부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민청련 정책실장이었던 1984년 4월 내부 세미나 주제발표에서 당시 운동권의 운동론을 CDR(시민민주혁명론), NDR(민족민주혁명론), PDR(민중민주혁명론) 등 세 가지로 정리해서 ‘C·N·P 논쟁’에 불을 붙인 것으로 유명하다. 1985년 민청련 활동으로 김 전 의장에 이어 검거돼 남영동 대공분실을 거쳐 남산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에서 혹독한 고문을 겪었다. 이후 후유증으로 정신질환이 발병해 정신병원에 유치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이후 질환이 재발을 반복하면서 본인과 가족이 장기간 고통을 겪었다. 민청련 탄압 이후 1986년 구국학생연맹(구학련)을 시작으로 운동권이 본격적으로 급진화되며 NL(민족해방)·PD(민중민주) 사회구성체 논쟁이 벌어졌다. 2018년 우석대 김근태연구소 부소장에 취임해 세계철학사 번역서를 내기도 했다. 추모식은 27일 오후 6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호실, 발인은 28일 오전 7시. 장지는 경기 마석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 묘역이다. (02)2072-2011.
  • 군홧발에 짓밟힌 민주주의, 끝내 사과는 없었다

    군홧발에 짓밟힌 민주주의, 끝내 사과는 없었다

    행정안전부, 국가장 예우 여부 검토역사적 과오 사과 표명 없어 국가장 쉽지 않을 듯군사 반란으로 정권을 손에 넣은 ‘전두환 신군부’는 시민들의 들끓는 민주화 요구를 군홧발로 잔인하게 짓밟았다. 국민들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이후 ‘서울의 봄’의 계속 될 것으로 봤지만 이는 얼마 가지 못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 사후 정치 과도기적 상황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이라고 빗댔다. 1980년 2월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등 소위 3김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였다. 많은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의 사망으로 유신독재가 무너져 곧 민주화가 이뤄지고 김대중 또는 김영삼이 대통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소한 당시 여당이었던 공화당 김종필 총재나 최규하 대통령이 상당 기간 정권을 이끌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날 ‘3김 회동’에서 김 전 국무총리는 ‘춘래불사춘’이라는 묘한 말을 남겼다. 불길한 예감은 맞아떨어졌다. 전두환·노태우·정호용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는 석 달도 되지 않아 광주 유혈진압을 통해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렸다. 1980년 5월 18일 새벽 2시 전남대와 조선대 등 이 지역 대학에 계엄군이 투입되면서 시작된 ‘5.18 유혈진압’은 9일 뒤인 27일 새벽 4시55분 계엄군의 전남도청 접수로 ‘악몽의 10일’에 종지부를 찍는다. 이 열흘의 기억은 훗날 전두환 정권의 반민주적 철권통치를 종식하는 민주화운동의 원동력이 된다.전 전 대통령은 1980년 9월 1일 장충체육관에서 간접 선거를 통해 대한민국 제11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후 1981년 1월 창당된 민주정의당의 총재가 됐고, 개정된 헌법에 따라 그해 3월 역시 체육관 간선제를 통해 제12대 대통령에 올랐다. ‘신군부 독재’ 5공화국의 시작이었다. 전두환 정권은 이후 야간통행 금지 조치 해제와 학원 두발·복장 자율화 등을 시행하며 정권에 반발하는 세력에 대한 유화 정책에 주력했다. 스크린(Screen)·스포츠(Sports)·섹스(Sex)를 일컫는 ‘3S 정책’은 신군부 정권의 대표적 우민화(愚民化) 정책이었다. 아울러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새 질서를 확립한다는 목적하에 삼청교육대를 창설했으나 공포 정치를 펼치기 위해 범법자들의 인권을 유린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민주화 운동에 대한 탄압 또한 지속했다. 정치인은 물론 재야인사, 학생에 이르기까지 ‘반정부 활동’을 한 것으로 의심되면 가차 없이 잡아들여 고문을 자행했다.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은 1985년 9월 국가보안법 등 위반 혐의로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강제감금·고문을 당한 사실을 폭로하고 수사를 요구했으나 묵살당하기도 했다.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던 그는 2011년 12월 30일 세상을 떠났다. 민주화 운동 세력에 대한 폭력상은 정권 말기인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통해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경찰은 1987년 1월 14일 서울대 언어학과 학생이던 박종철 군을 불법 체포한 뒤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하다 사망케 했다. 당시 내무부 치안본부장은 사건의 진실을 알고도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며 사인을 ‘단순 쇼크사’로 은폐했다.5개월 뒤인 6월 9일 연세대학교 정문 앞. 1000여 명의 학생들이 대정부 시위를 벌이던 중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이던 이한열 군이 경찰에 쏜 최루탄에 맞아 사망 위험에 처한 사실이 알려졌고 이는 6·10 민주항쟁을 부르는 도화선이 됐다. 학생, 회사원 할 것 없이 전국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호헌 철폐’와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했다. 앞서 ‘4·13 호헌조치’를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거부했던 전 전 대통령은 전국적으로 일어난 시위에 무릎을 꿇고 만다. 그해 6월 29일. 여당인 민주정의당 노태우 대선 후보는 ‘6·29 선언’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5공화국의 종식을 알리는 선언이었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군대를 다시 동원해 반정부 시위대 진압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신의 치적이었던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던 데다 민주화 요구를 수용하라는 미국의 압박 등에 결국 물러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전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과 함께 12·12 군사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이라는 큰 역사적 과오를 짊어지고 있지만, 노 전 대통령과 달리 사과 표명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적반하장격의 발언으로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이후 2003년 방송 인터뷰를 통해 “광주는 총기를 들고 일어난 하나의 폭동”이라고 발언하는 등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선고받은 추징금 2205억원을 완납하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이 이날 사망하면서 그의 장례 절차에도 관심이 쏠리지만 ‘국가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역사적 궤적을 살다 지난달 별세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가장으로 치러진 전례가 있지만, 전 씨의 경우 과거의 과오에 대해 나름의 반성의 뜻을 표한 노 전 대통령과 다른 행보를 보여온 만큼 장례와 관련한 예우도 다를 가능성이 크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전 씨의 사망 소식을 확인한 직후 국가장 등 예우 대상이 될지 여부에 대한 검토에 돌입했다. 국가장법은 2조에서 전·현직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인이 사망시 국가장을 치르도록 하고 있다. 중대 범죄를 저질렀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법의 목적을 담은 1조는 “이 법은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서거(逝去)한 경우”라는 표현을 썼다. ‘국가·사회에 현저한 공훈’이 있거나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을 국가장의 대상자로 적시하고 있는 것이다.국가장법은 국가장 여부의 결정 절차에 대해 ‘유족 등의 의견을 고려해 행정안전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회의의 심의를 마친 후 대통령이 결정한다’고 적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노 전 대통령 사망 때는 고심 끝에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는 예우를 하기로 하면서 비판 여론을 고려해 정부 차원의 분향소를 차리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에 조기 게양을 독려하지 않았다. 전 씨는 법이 정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 대상이 아니기도 하다.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7조)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하지 않는다고 적고 있다. 특별사면 조치로 석방되긴 했지만 이런 ‘결격 사유’를 해소할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전 씨의 반성 없는 행보에 여권 등 정치권은 물론 정부 내에서도 지난달 노 전 대통령의 장례 때부터 이미 전 씨의 국가장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나왔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달 28일 CBS라디오에 나와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 국가장이나 국립묘지 안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 ”노 전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은 완전히 다른 케이스“라고 말한 바 있다.
  • “세계의 진보 정권이 실패… 부패·무능·분파주의 때문”

    “세계의 진보 정권이 실패… 부패·무능·분파주의 때문”

    “전 세계 모든 진보 정권이 실패했습니다. 부패, 무능, 분파주의, 이 3가지를 극복하질 못 하면 진보가 보수가 되고, 사이비 진보도 되는 겁니다.” 문학평론가이자 2009년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했던 임헌영(80) 민족문제연구소장은 쓴소리를 쏟아냈다. 13일 서울 서소문로 복합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열린 ‘문학의 길 역사의 광장’(한길사) 출간 기자간담회 자리였다. ‘진보 지식인의 근대사’라 불러도 과하지 않은 임 소장에게 문재인 정권에 대한 평가를 요청하자, 그는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진보를 내세웠던 운동권들에 대한 따끔한 충고를 건넸다. 그는 1966년 ‘현대문학’에서 평론가로 등단한 이후 줄곧 독재 시절과 맞서 왔다. 1974년 ‘문인 61인 개헌지지성명’에 서명한 뒤 1·8 긴급조치로 보안사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았다. 1979년에는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준비위원회 사건에 연루돼 남영동 대공분실로 연행됐다. 특히 임 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서빙고 보안사 분실터 기초석 발굴 사실을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두 차례 투옥 후 민주화운동을 알차게 추진하고자 역사문제연구소를 세운다. 이어 1987년 ‘역사비평’ 창간, 그리고 2009년에는 근현대사를 반성하는 기록인 ‘친일인명사전’을 출간했다. 이번 책은 임 소장 개인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도 그가 바라본 근대사, 정치사회사, 민주화와 통일운동사, 그리고 문학 이야기를 복합적으로 엮었다. 평론가인 유성호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가 13개월 동안 대담하고 이를 풀어냈다. 700여쪽의 책에서 거론하는 인물만 500명이 넘는다. 책 뒤편에 현대사 주요 사건들에 대한 별도 색인을 두었을 정도다.유 교수는 “자연인 임헌영의 자서전적인 생애를 씨줄로, 수많은 사건과 인물과 기억이 날줄로 노출되는 형식”이라며 “임 소장의 생애에 대한 책이기도 하고 한국 근대사에 대한 해석으로도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근현대사를 다루지만 재밌는 개인사가 가득하고, 일인칭의 고백적 어투로 쓴 터라 읽을 맛도 있다”고 부연했다. 임 소장은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누구보다 젊은이들에게 가닿길 바랐다. 그는 “빈부격차만 큰 것이 아니라 역사의식에 대한 격차도 커졌는데, 그게 더 무서운 일”이라며 “모든 민주주의가 진보해야 한다. 보수가 진보하면 미래가 될 수도 있고, 진보도 썩거나 무능하고 편 가르기를 하면 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격차를 줄이는 데 올바른 정치를 선택할 줄 아는 국민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이번 책을 통해 강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 [데스크 시각] 남영동 대공분실을 기억하는 방법/강국진 정책뉴스부 차장

    [데스크 시각] 남영동 대공분실을 기억하는 방법/강국진 정책뉴스부 차장

    지인한테서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가 고문을 받았던 경험담을 들은 적이 있다. 1980년대 초 학생운동 지도부였고, 지금은 지역에서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는 그는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고통 속에서도 오로지 “동지들이 피신할 시간은 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또 버텼다고 했다. 담담하게 말하는 속에서도 그가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많은 이들이 남영동 대공분실이 인적 드문 숲속이나 외진 곳에 있을 거라고 짐작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지하철 남영역에서 보면 휘황찬란한 조명을 뽐내는 러브호텔에 둘러싸인 칙칙한 벽돌 건물이 보인다. 누군가 얘기해 주기 전에는 이 건물이 한때 불법구금과 고문으로 악명을 떨쳤던 옛 남영동 대공분실이라는 것을 짐작하기도 쉽지 않다. 16년 전인 2005년 8월 남영동 대공분실 르포를 쓴 적이 있다. 대공분실 취재기로는 처음이어서 지금도 무척 기억에 남는다. 이 건물은 여러모로 독특했다.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받다가 사망했던 곳이 509호 조사실이었는데, 5층에는 모두 16개 조사실이 있다. 얼핏 보면 18개이지만 사실 2개는 비밀계단으로 이어진다. 나선형 계단과 계속 나타나는 출입문 때문에 조사를 받는 사람은 자신이 몇 층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김수근은 공포와 고립감을 극한까지 밀어붙이겠다는 목표를 위해 창문 크기나 출입문 위치까지도 세심하게 배치했다.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제34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과 함께 민주인권기념관 착공식이 열렸다. 이곳을 시민에게 되돌려주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생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데 싫어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불편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원형이 훼손되는 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테니스장이 있던 곳에 기념관을 세우니 원형 훼손이 아니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테니스장 역시 보존해야 할 원형이다. 사람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게 직업인 이들은 7층 무도장과 야외 테니스장에서 체력을 단련하고 여유를 즐겼다. 테니스장은 국가폭력을 위한 유기적인 일부였다. 민주인권기념관은 기억을 위한 공간이다. 하지만 정작 민주인권기념관을 기억하는 방식 때문에 더 불편해졌다. 기념관 홈페이지에는 “2005년 8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남영동 대공분실 ‘민주인권교육센터’ 활용계획 경찰청에 제안”이라고 돼 있다. 마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시종일관 열심히 노력한 성과라도 되는 듯 강조하는 것 같다. 이건 남영동 대공분실을 국민에게 되돌리자는 운동을 기획하고 노력했던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인권연대와 대한성공회 주축으로 ‘남영동 대공분실을 국민에게’ 캠페인을 시작했던 게 2005년 6월이었다. 당시 경찰청은 남영동 대공분실을 경찰회관으로 만드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지만 캠페인 취지를 전해 듣고는 무척 신속하게 제안을 받아들였다. 7월에는 남영동 대공분실을 인권기념관으로 바꾼다며 공동기자회견도 했고, 10월에는 대공분실 앞마당에서 인권경찰 비전 선포식까지 했다. 그 뒤로 오랫동안 당초 계획이 표류하는 동안 기념사업회는 무얼 하고 있었는지 묻고 싶다. 2018년 경찰청은 남영동 대공분실을 기념사업회로 이관했다. 앞으로 민주인권기념관을 세우고 운영하는 건 기념사업회 몫이다. 사업회를 둘러싼 각종 난맥상에 더해 새로운 관변단체로 빠르게 변신하는 모습에 질려 관심을 아예 끊어 버린 처지에 이제 와서 이러니 저리니 참견할 생각은 없다. 그저 한 가지는 꼭 얘기하고 싶다. 민주인권기념관이 기념해야 할 대상은 ‘민주주의’와 ‘인권’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아니라. betulo@seoul.co.kr
  • 박종철 열사 숨진 대공분실 509호… 文 “이곳에 민주·인권 기둥 세워야”

    박종철 열사 숨진 대공분실 509호… 文 “이곳에 민주·인권 기둥 세워야”

    6월 항쟁 34주년을 맞은 10일 서울 용산구 옛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에 박종철 열사의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 509호는 박 열사가 경찰 고문을 받다 숨진 조사실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인권기념관 착공과 관련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6월의 뜨거웠던 광장을 회상하면서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민주주의를 성숙하게 실천하고 계신 국민들께 한없는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며 “남영동 대공분실에 민주·인권의 기둥을 우뚝 세워 다시는 국가폭력이 이 나라에 들어서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문 대통령은 “젊고 푸른 꽃들이 진 자리에 맺힌 민주주의의 열매가 참으로 가슴 아리게 다가온다”며 “많은 분들의 희생 위에서 민주주의를 누리게 됐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박종철 열사 숨진 대공분실 509호… 文 “이곳에 민주·인권 기둥 세워야”

    박종철 열사 숨진 대공분실 509호… 文 “이곳에 민주·인권 기둥 세워야”

    6월 항쟁 34주년을 맞은 10일 서울 용산구 옛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에 박종철 열사의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 509호는 박 열사가 경찰 고문을 받다 숨진 조사실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인권기념관 착공과 관련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6월의 뜨거웠던 광장을 회상하면서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민주주의를 성숙하게 실천하고 계신 국민들께 한없는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며 “남영동 대공분실에 민주·인권의 기둥을 우뚝 세워 다시는 국가폭력이 이 나라에 들어서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문 대통령은 “젊고 푸른 꽃들이 진 자리에 맺힌 민주주의의 열매가 참으로 가슴 아리게 다가온다”며 “많은 분들의 희생 위에서 민주주의를 누리게 됐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文 “남영동 대공분실에 민주 기둥 우뚝…국가폭력 못 들어설 것”

    文 “남영동 대공분실에 민주 기둥 우뚝…국가폭력 못 들어설 것”

    6·10 항쟁에 “미래세대 계승할 고귀한 자산”“많은 희생 위에 민주주의 결코 잊어선 안돼”대공분실서 87년 박종철 열사 물고문 사망“독립·호국·민주 유공자들께 예우 다할 것”문재인 대통령은 6·10 민주항쟁 34주년을 맞은 10일 민주인권기념관 착공과 관련해 “남영동 대공분실에 민주·인권의 기둥을 우뚝 세워 다시는 국가폭력이 이 나라에 들어서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6·10 민주항쟁의 정신은 미래세대로 계승돼야 할 고귀한 자산”이라면서 “많은 분들의 희생 위에서 민주주의를 누리게 됐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젊은 꽃들 진 자리 맺힌 민주주의 열매”“참으로 가슴 아리다” 문 대통령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1987년 1월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숨졌던 옛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 자리에 민주인권기념관이 들어선다고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34년 전 6월의 광장에서 함께한 시민들을 떠올린 뒤 “젊고 푸른 꽃들이 진 자리에 맺힌 민주주의의 열매가 참으로 가슴 아리게 다가온다”면서 “전국 곳곳에서 하나가 돼 외친 함성은 민주주의를 열었고, 이제 민주주의는 정치의 영역을 넘어 경제·생활 속에서 더욱 크게 자라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민주주의를 성숙하게 실천하고 계신 국민들께 한없는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해 처음으로 민주주의 유공자를 발굴해 훈포장을 전수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정기 포상으로 확대했다고 소개하고 “독립·호국·민주 유공자들께 예우를 다하고 그 이름을 자랑스럽게 기억하겠다”고 말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오늘 6월 항쟁 기념식… 계훈제·강경대·김근태 국민훈장

    오늘 6월 항쟁 기념식… 계훈제·강경대·김근태 국민훈장

    6·10민주항쟁 정신을 기리는 제34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이 10일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개최된다. 9일 행정안전부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따르면 기념식 주제는 ‘민주주의 바람 되어, 역사에서 일상으로’다. 행안부 관계자는 “올해는 지방자치 부활 30주년이 되는 해로서 6·10민주항쟁을 통해 되찾아온 민주주의가 바람과 같이 생활 곳곳에서 펼쳐지기를 바라는 국민 모두의 염원을 담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기념식은 1987년 6·10민주항쟁부터 내년 민주인권기념관 착공까지의 모습을 담은 개막 영상 상영을 시작으로 민주발전유공자 포상, 기념사, 민주인권기념관 착공 의례 순으로 진행된다. 기념식에서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공이 큰 유공자 29명에게 포상을 수여한다. 국민훈장(모란장) 25명, 국민포장 3명, 대통령 표창 1명 등이다. 국민훈장을 받는 사람은 고 계훈제(왼쪽)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고문, 고 강경대(가운데) 명지대학생, 고 김근태(오른쪽)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초대의장 등이다. 이번 기념식에선 민주인권기념관 착공식도 함께 열린다. 과거 인권 탄압의 상징이었던 대공분실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교육의 장으로 재탄생하는 민주인권기념관은 총사업비 약 420억원을 들여 기존 건물 리모델링과 신축 공사를 통해 교육·전시공간 등으로 마련해 2023년 6월 개관할 예정이다. 기념관은 기존 건물과 부지의 역사성을 살려 중앙정원, 치유의 길, 지하 전시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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