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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절 꼼짝마”…전문가도 못 찾는 미세한 차이 AI가 잡는다 [사이언스 브런치]

    “표절 꼼짝마”…전문가도 못 찾는 미세한 차이 AI가 잡는다 [사이언스 브런치]

    화가의 붓 터치, 소설가의 문장 구조, 연주자의 미세한 화성과 리듬의 변형 등 예술가들은 작품 속에 저마다 자신만의 흔적을 남긴다. 이를 예술가들이 무의식적으로 남기는 ‘지문’이라고 부른다. 재즈는 특정 연주자에게 고유한 작곡, 즉흥 연주, 연주 기법 등이 결합되기 때문에 애호가라고 하더라도 예술적 지문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이 예술의 영역으로만 알려진 창작과 즉흥 연주의 비밀을 데이터로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내놔 눈길을 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음악 및 과학 연구센터, 런던 퀸메리대 디지털 음악 연구센터 공동 연구팀은 녹음된 음원으로부터 개별 연주자들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게 해주는 음악적 지문을 식별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논쟁이 있는 예술 작품의 저작자를 판별하고 예술가의 스타일을 구분할 뿐만 아니라 문화유산이나 음악 교육에 있어서도 통찰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 결과는 인공지능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머신 러닝’ 8월 18일 자에 실렸다. 재즈 음악의 경우 작곡은 미리 쓰인 아이디어를, 즉흥 연주는 아이디어를 자발적으로 구체화하는 방식을, 연주는 다른 음악가들과 함께 물리적으로 실험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재즈 연주가 오디오 녹음 형태로 존재하고 녹음 환경이나 장비 유형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재즈에 대한 컴퓨터 분석은 그동안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에 연구팀은 빌 에번스, 오스카 피터슨, 델로니어스 몽크, 칙 코리아, 키스 자렛, 맥코이 타이너, 아마드 자말 등 유명 재즈 피아니스트 20명이 공연한 1629회의 연주회에서 발췌한 84시간 분량의 데이터셋으로 연주자를 식별하도록 지도학습 모델을 훈련시켰다. 녹음들은 음표가 연주되는 시점과 음높이를 보여주는 디지털 표현 방식인 ‘미디 피아노 롤’ 형식으로 변환됐다. 그 결과, 가장 성능이 뛰어난 모델은 94.4%의 정확도로 연주자를 식별해 냈고 멜로디, 화성, 리듬, 완급 등을 분리해 해석 가능성을 높인 모델은 91.3%의 정확도를 보였다. 각 요소를 개별적으로 테스트했을 때 화성이 가장 정확한 예측 결과를 제공했고 그다음으로 리듬, 멜로디였으며 완급으로 구분하는 것이 가장 부정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개발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분석하면 빌 에번스가 하행하는 장7도 또는 단7도 아르페지오를 빈번하게 사용한다는 점과 오스카 피터슨이 선율적 인클로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 등 기존 재즈 교과서의 분석과 정확히 일치하는 음악적 특징을 성공적으로 포착했다. 연구팀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 모델과 웹 애플리케이션을 공개하기도 했다. 연구를 이끈 휴 체스턴 케임브리지대 박사는 “이번 기술은 음악가들이 흔히 화성 진행, 리듬 구조, 선율적 모티브 등 연주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패턴이나 지문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 아기자기한 바위 비경을 품은 홍성 용봉산 [두시기행문]

    아기자기한 바위 비경을 품은 홍성 용봉산 [두시기행문]

    충청남도 홍성군 홍북읍과 예산군 경계에 아담하게 솟아 있는 용봉산(381m)은 바위가 빚어낸 화려하고 수려한 산세로 충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명산이다. 산의 모양이 용의 몸집에 호랑이의 머리를 닮았다고 하여 ‘용봉’(龍鳳)이라는 고결한 이름을 얻었다. 뾰족하게 솟아오른 기암괴석과 기괴한 바위 봉우리들이 마치 정교하게 빚어낸 조각품처럼 산 능선을 따라 이어지며, 아담한 체구 속에 거대한 산의 품격을 고스란히 담아내어 방문객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용봉산 산행의 묘미는 자연휴양림이나 용봉초등학교 등 아늑한 들머리에서 출발하여 아기자기한 암릉과 숲길을 거쳐 정상을 향해 오르는 여정에 있다. 산행 초입의 완만한 숲길을 지나 슬슬 능선으로 접어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방으로 시원하게 트인 조망과 함께 뼈대만 남은 듯 독특한 형상의 바위들이 등산객을 맞이한다. 험준한 고산 준봉처럼 거칠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바위틈을 헤치고 오르는 밧줄 구간과 암릉 타기는 소소한 스릴과 함께 온몸으로 산을 오르는 성취감을 안겨준다. 능선 위를 걷다 보면 발아래로 홍성의 너른 들판과 충남도청 내포신도시의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며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용봉산 정상부와 능선 구석구석을 누비는 동안 마주하게 되는 기묘한 바위 조각들과 문화유적들은 산행의 깊이를 더해주는 특별한 볼거리다. 자연이 수천 년의 세월 동안 다듬어낸 최영 장군 생가지 인근의 바위들과 미륵불을 비롯한 불교 유적들은, 험준한 바위산의 풍경에 인간의 오랜 역사와 묵직한 서사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한다. 땀 흘려 오른 정상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사방을 둘러보면, 충남의 평화로운 들판과 산세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잊지 못할 여운을 마음에 품게 된다. 산행의 여운을 깊이 갈무리하기에 좋은 주변 명소들은 용봉산의 매력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하산 후에는 인근의 유서 깊은 김좌진 장군 생가지나 한용운 선생 생가지 등을 거닐며 홍성의 깊은 역사적 발자취 남겨보는 것도 추천한다. 겹겹이 쌓인 선조들의 흔적과 고즈넉한 마을 풍경이 어우러진 이곳은 산행의 긴장감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기에 더할 나위 없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겨 홍성의 맑은 농촌 풍경이나 인근의 맛고을을 둘러보는 것도 여행의 깊이를 더해주는 좋은 방법이다. 용봉산이 위치한 홍성은 전국 최고 수준의 육질을 자랑하는 홍성한우 불고기는 부드러운 육즙으로 지친 기력을 든든하게 채워주고, 광천의 깊은 손맛이 담긴 토속 젓갈과 국밥은 혀끝을 감돌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 ‘한국의 지젤’이 선 그곳에서 온 왕자…전민철, 전막 ‘백조의 호수’ 데뷔

    ‘한국의 지젤’이 선 그곳에서 온 왕자…전민철, 전막 ‘백조의 호수’ 데뷔

    유니버설발레단·예술의전당, 8월 ‘백조의 호수’ 무대 유니버설발레단이 예술의전당과 손잡고 여름 무대에 클래식 발레 ‘백조의 호수’를 다시 올린다. 8월 14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지휘 김성진)의 라이브 연주로 총 11회 공연한다. ‘백조의 호수’는 지난해 회당 평균 객석 점유율 95.6%를 기록한 흥행작으로, 올해는 마린스키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전민철을 게스트 주역으로 초청했다. 6일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기자들과 만난 문훈숙(63) 단장은 ‘백조의 호수’를 “클래식 발레의 정수이자 발레단의 수준을 가늠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유니버설발레단에도 의미 있는 레퍼토리다. 1992년 당시 마린스키 예술감독이던 올레그 비노그라도프(89)와의 첫 협업으로 국내에 처음 선보인 작품이었고, 발레단이 러시아 정통 레퍼토리를 쌓아 올린 출발점이 됐다. 현재 마린스키는 마리우스 프티파와 레프 이바노프가 1895년 정립한 판본을 콘스탄틴 세르게예프(1910~1992)가 1950년에 개정한 버전을 올린다. 유니버설발레단이 공연하는 비노그라도프 버전은 호숫가 백조 장면과 무도회 장면은 정통 버전과 같고 1막 왕자의 생일 잔치와 결말 부분이 다르다. 문훈숙 “클래식 정수…세계 속 한국 무용수들 뿌듯”문 단장은 두 판본의 뿌리인 마린스키의 색을 또 다른 러시아 명문 발레단 볼쇼이와 비교하며 이해를 도왔다. “볼쇼이가 굵은 붓으로 웅장하게 그린다면, 마린스키는 그에 못지않게 장대하되 가는 붓으로 우아함과 섬세한 디테일을 살린다”고 설명했다. 1989년 동양인 최초로 마린스키(당시 명칭은 키로프) 무대에서 ‘지젤’을 췄던 문 단장은, 제자였던 전민철이 그 발레단의 정단원이 되어 돌아온 상황에 감회를 감추지 못했다. “1984년 발레단 창단 때만 해도 한국은 발레 불모지였다”는 그는 “강산이 네 번 바뀌는 사이 한국 발레가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며 감정이 북받친 듯 말끝을 흐렸다. 이어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34)과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수석무용수) 박세은(37)에 이어 마린스키 퍼스트 솔리스트 전민철(22)까지 언급하며 “세계 정상급 발레단에 입단해 주역 무용수가 되고 세계적인 스타로 탄생하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도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전민철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선화예고 시절부터 눈여겨봤다는 그는 마린스키행을 앞둔 전민철에게 ‘라 바야데르’와 ‘지젤’ 전막 주역을 맡겨 큰 무대의 경험을 먼저 쌓게 했다. 무대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배려였다. 전민철은 공연을 일주일 앞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무대를 기다린다”고 했다. 지난 1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으로는 삶 자체를 꼽았다. 연습실에 살다시피 하던 예전과 달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사유하고 영감을 채울 시간이 늘었고, 그 시간이 춤에 스몄다고 부연했다. 무대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연기였다. “가만히 서 있는 역할조차 감정을 몸으로 말하고 있었다”면서 동작이 아름답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도 했다. ‘백조의 호수’는 어릴 때부터 마린스키에서까지 그가 가장 아끼는 작품이다. “백조의 동작에 담긴 말과 왕자의 이야기가 해설 없이도 또렷이 읽힌다”는 그는 “재해석된 무대가 아무리 많아도 정통 클래식을 따라올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민철 “어떤 손동작으로 왕자를 전할까 가장 고민”첫 전막 지그프리드로 나서는 그는 자신의 역할을 “결혼을 할 나이가 됐지만 아직 그 변화를 낯설어하는 왕자”로 읽었다. 파티 한가운데서도 홀로 쓸쓸함에 잠기고 백조를 향한 마음도 사랑이기 이전에 연민에서 출발한다는 해석이다. 마린스키 버전이 백조를 구해내는 해피엔딩이라면, 이번 유니버설발레단 무대는 왕자가 백조를 잃는 비극으로 맺어 또 다른 여운을 남긴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이런 이야기를 어떤 손동작으로 설득력 있게 전할지 가장 집중하고 있다”면서 “마린스키에서 첫 시즌을 보내면서 습득한 경험들을 이번 한국 관객들에게 잘 보여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백조의 호수’는 여섯 커플이 오데트·오딜과 지그프리드를 나눠 맡는다. 홍향기는 전민철과 16·19일에, 이동탁과는 22일에 호흡을 맞춘다. 엘리자베타 체프라소바-이현준, 이유림-임선우, 전여진-이승민, 서혜원-유주형이 다양한 무대를 만든다.
  • 노을 강균성 “소중한 사람 만났다♥” 깜짝 결혼 발표

    노을 강균성 “소중한 사람 만났다♥” 깜짝 결혼 발표

    그룹 노을 강균성(45)이 10월 결혼한다. 3일 강균성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자필 편지로 결혼 소식을 전했다. 강균성은 “늘 고마운 노을빛(팬덤명) 여러분, 오랜 시간 함께하며 기쁠 때나 힘들 때나 늘 곁을 지켜주신 여러분 덕분에 저는 많은 사랑을 받으며 살아올 수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 여러분께 가장 먼저 전하고 싶은 소식이 있어 이렇게 글을 남긴다. 제가 평생을 함께 걸어가고 싶은 소중한 사람을 만나 10월 30일에 결혼하게 됐다”고 밝혔다. 강균성은 “이 소식을 전하는 순간이 조금은 떨리지만, 누구보다 먼저 여러분께 직접 말씀드리고 싶었다”며 “늘 변함없이 응원해 주시고, 제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따뜻한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고 축복해 주신다면 큰 힘이 될 것 같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강균성은 지난 2002년 4인조 보컬 그룹 노을로 데뷔했다. ‘붙잡고도’, ‘청혼’, ‘전부 너였다’ 등 다수 히트곡을 발표했다. 강균성은 재치 있는 입담으로 MBC ‘라디오스타’ 등 예능에서도 활약했다.
  • 이수지, 결국 직접 사과… ‘재선거 요구 조롱’ 논란 18일만 자필 사과문 올려

    이수지, 결국 직접 사과… ‘재선거 요구 조롱’ 논란 18일만 자필 사과문 올려

    “상처와 불편함 드려…책임감 갖겠다”‘핫이슈지’ 채널은 당분간 휴식기 예고 ‘진상 민원인’에 시달리는 공무원의 현실을 풍자했다가 예상치 못한 역풍을 맞은 코미디언 이수지(41)가 영상 공개 18일 만에 직접 사과했다. 이수지는 1일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올린 공지글에서 “이번 일로 많은 분께 실망과 불편을 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 또한 논란 이후 신속하고 올바르게 대처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충분한 재정비의 시간을 가진 뒤 더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다시 찾아뵙겠다”고 알렸다. 이에 따라 유치원 교사, 간호사 등 각종 직업의 고된 일상을 풍자하며 호평받은 ‘핫이슈지’ 채널은 당분간 휴식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수지는 이와 함께 자필 사과문을 공개했다. 그는 사과문에서 “최근 유튜브 ‘핫이슈지’ 채널에 업로드된 ‘진짜 극한직업 공무원’ 편으로 인해 불편함과 실망을 느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라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마음 상하셨을 분들께 빠르게 대처하고 사과드리지 못한 점 역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제 불찰이며 책임”이라며 “웃음을 만들겠다는 의도와 별개로, 결과적으로 누군가에게 상처와 불편함을 드렸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수지는 “청룡시리즈어워즈는 이번 일 이후 여러분 앞에 서는 첫 공식적인 자리였다”며 “많은 생각 속에 무대에 올랐지만, 그 자리에서 제 마음을 충분히 전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늦었지만 제 진심을 직접 전하고 싶어 이 글을 남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웃음을 드려야 하는 희극인으로서 더 신중했어야 했다. 제 연기와 콘텐츠가 누군가에게는 상처나 불쾌감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저 자신을 더욱 깊이 돌아보겠다. 더 신중한 자세와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많은 분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건강한 웃음을 전하는 희극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제 부족함으로 상처받고 실망하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14일 올라온 ‘공무원 김지영씨의 철밥통 지키기’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이수지는 오랜 수험 생활 끝에 공무원이 된 1년 차 김지영으로 분했다. 영상에는 공무원 김지영이 민원 창구에서 황당한 민원을 쏟아내고 무례하기까지 한 진상 민원인들로 인해 고통받는 모습이 담겼다. 그런데 영상 중 한 장면이 논란이 됐다. 김지영이 여러 민원인을 향해 “여기서 그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제지하는 장면에서 한 민원인이 “재선거! 재선거!”를 외치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을 본 일부 네티즌들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잠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봉쇄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시민들의 재선거 요구를 ‘악성 민원’으로 표현해 ‘조롱’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영상 아래에는 “재선거는 개그 소재가 아니다”, “국민 주권이 우습냐” 등 댓글이 빗발쳤다. 결국 논란 하루 만에 제작진은 “많은 분들께서 지적해 주신 장면은 특정 사안이나 정치적 입장을 전달하려는 의도로 사용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일은 출연진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며 영상 제작 과정에서 제작진이 세심하게 검토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라며 “출연진에게까지 불필요한 오해와 부담을 드리게 된 점 또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영상은 이후 삭제됐다.
  • ‘나솔’ 돌싱 커플, 결혼 6개월 만에 이혼 “헤어진 이유는…”

    ‘나솔’ 돌싱 커플, 결혼 6개월 만에 이혼 “헤어진 이유는…”

    SBS플러스·ENA ‘나는 솔로’ 돌싱(이혼 남녀) 기수인 28기 영자가 28기 영철과 결혼 6개월 만에 이혼했다. 28기 영자는 3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제가 연예인이나 공인은 아니지만, 개인적인 일에 대해 이렇게 글을 남기는 것이 맞는지 오랫동안 고민했다”라며 “다만 그동안 저를 아껴 주시고 걱정해 주신 분들께 현재의 상황을 말씀드리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해 조심스럽게 글을 남긴다”라고 썼다. 그는 이어 “저는 상대방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헤어졌다”라며 “혼인신고는 하지 않은 상태였으며, 함께하는 동안에도 생활과 경제적인 부분은 각자 부담해 왔기 때문에 별도로 정리해야 할 재산이나 금전적인 문제는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울러 관계 종료에 따른 개인적인 정리와 물품 전달 역시 모두 마친 상태다. 헤어짐의 과정과 이유에 대해서는 따로 말씀드리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는 지난 일보다 현재와 앞으로의 삶에 집중하여 좋은 모습으로 인사드리겠다”라고 덧붙였다. 28기 영자는 영철과 함께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방송된 ‘나는 솔로’ 돌싱 특집에 출연했다. 두 사람은 최종 커플에 성공한 후 지난 1월 결혼식을 올렸으나 최근 인스타그램 등을 토대로 파경설이 흘러나왔다. 영자는 영철과 함께한 데이트 사진뿐만 아니라 지난 1월 올렸던 결혼식 사진과 웨딩 촬영 사진도 전부 지웠다. 또한 영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언팔로우(친구 끊기)했다.
  • “좌절한 트럼프, 역대급 변덕”…결국 전쟁에 발목 잡힌 상황 [배틀라인]

    “좌절한 트럼프, 역대급 변덕”…결국 전쟁에 발목 잡힌 상황 [배틀라인]

    [배틀라인 3줄 요약]● 이란전 장기화로 미국의 전쟁 목표는 확대됐지만 확전·압박 지속·철수 가운데 어느 선택도 승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미 중부사령관은 제한 공습의 작전적 효용이 한계에 달했다고 판단했고, 방공 요격미사일 부족도 대규모 확전에 제동을 걸었다.● 국제법보다 자신의 판단을 앞세웠던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력의 한계와 전력 소모, 불투명한 출구전략에 막혀 정책을 거듭 뒤집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대외 권력을 제약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내 도덕성과 내 판단만이 나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겐 국제법이 필요 없다”고 했다. 미국도 국제법을 따라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덧붙이기는 했지만, 곧바로 “국제법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렸다”며 판단 권한을 자신에게 돌렸다. 이는 국제규범보다 미국의 힘과 대통령의 결단을 앞세우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러나 6개월여가 지난 지금 트럼프 대통령을 가로막는 것은 국제법이 아니라 전쟁의 작전적 한계와 줄어드는 요격미사일, 어느 쪽을 택해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출구전략이다. 5개월 가까이 이어진 이란전쟁에서 미국의 목표는 계속 불어났다. 이란의 핵무장 저지를 넘어 탄도미사일과 드론 전력 약화,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 통항 회복, 미군과 동맹국에 대한 공격 중단까지 겹쳤다. 핵시설을 타격해도 해상봉쇄가 풀리는 것은 아니고, 호르무즈 통항을 복원해도 이란의 핵·미사일 역량은 남는다. 목표는 넓어졌지만 이를 한꺼번에 달성할 군사·외교 수단은 찾지 못한 셈이다. 26일(현지시간)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전에 ‘갇힌’ 상태라며, 측근들 사이에서 그가 상당한 좌절감을 드러내고 평소보다도 더 종잡기 어려운 모습을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더 때려도 굴복 장담 못해…멈추면 ‘미완의 전쟁’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이란을 상대로 기존보다 훨씬 큰 규모의 공격을 검토했다. 발전소를 비롯한 핵심 기반시설까지 표적에 포함할 수 있다는 위협도 이어갔다. 그러나 24일 백악관에서 고위 참모와 군 수뇌부의 보고를 받은 뒤 호르무즈 해협 일대 공습을 일시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대규모 공격을 재개하면 이란의 군사시설과 해상 공격 전력에 추가 타격을 가할 수 있다. 다만 이란을 협상장으로 복귀시키거나 핵·미사일 역량을 결정적으로 무력화할지는 불분명하다. 발전소 등 민간 기능과 맞닿은 기반시설까지 타격할 경우 국제인도법 논란과 역내 확전 가능성, 미국 내 여론 부담도 커진다. 군사적 압박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대이란 해상봉쇄와 경제제재의 효과를 기다리는 방안도 있다. 그러나 수십년간 제재와 외교적 고립을 견뎌온 이란 체제가 단기간에 굴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압박이 길어질수록 미국도 작전비용과 무기 소모, 유가 상승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함께 떠안아야 한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선언하고 미군의 개입을 축소할 경우에는 핵 문제와 호르무즈 통항을 해결하지 못한 채 전쟁을 끝냈다는 비판이 남는다. 이란이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비밀리에 핵 개발을 재개한다면 전쟁의 명분도 훼손될 수 있다. 대규모 확전과 제한적 압박의 지속, 승리 선언 뒤 철수라는 세 선택지 모두 정치·군사적 비용이 만만치 않은 셈이다. 최근 정책의 진폭이 커진 배경을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성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딜레마는 추가로 공격할 능력은 남아 있지만, 그 공격이 미국이 설정한 복수의 전쟁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데 있다. “제한 공습 한계”…표적 소진은 전략적 승리 아냐대이란 작전을 지휘하는 현장 사령관도 현 수준의 제한 공습을 계속하는 데 회의적인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은 최근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백악관에 호르무즈 일대 제한 공습의 작전적 효용이 한계에 도달했다며 사실상 중단을 권고했다. 약 2주간 이어진 공습으로 이란의 선박 공격 능력이 상당 부분 약화됐고, 사전에 선정한 주요 표적도 대부분 타격됐다는 것이 쿠퍼 사령관의 평가였다. 같은 규모와 방식의 공습을 반복하더라도 추가로 얻을 수 있는 군사적 성과가 크지 않다는 의미다. 다만 쿠퍼 사령관이 전쟁의 종결이나 전면적인 군사행동 중단을 건의한 것은 아니다. 미군이 아직 공격하지 않은 표적을 제거하려면 제한 공습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규모의 작전을 재개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는 표적의 상당수가 소진됐다는 작전적 평가와 미국의 전략 목표 달성을 구분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란의 핵·미사일 역량과 호르무즈 봉쇄 수단이 제거된 것이 아니라, 현 수준의 공습만으로 거둘 수 있는 성과가 정점에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미국이 더 큰 결과를 원한다면 더 많은 전력과 탄약을 투입하고, 이란의 보복 확대와 미군 피해 가능성까지 감수해야 한다. 제한전의 효용은 줄었지만 전면전의 비용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확전 제동 건 美 방공 요격미사일 재고 부족공습 중단 결정에는 방공 요격미사일 재고 문제도 영향을 미쳤다.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추가 확전으로 요격탄 소모가 이어질 경우 중동에 배치된 미군과 동맹국의 방공태세가 약화될 수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퍼 사령관이 제한 공습의 낮아진 한계효용을 보고했다면, 케인 의장은 전쟁을 확대할 경우 미국의 방어 전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현 작전을 계속해도 성과가 제한적이고, 작전을 확대하면 방공망 유지에 필요한 탄약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이중 제약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압박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란전에서 소모된 주요 미사일 재고를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패트리엇과 사드(THAAD), 토마호크는 3년 이상, SM-3와 SM-6는 약 2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추산이다. 토마호크의 경우 생산기간을 고려하면 이란전 사용분 보충이 2030년 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공격용 순항미사일과 방어용 요격탄은 임무가 다르다. 그러나 제한된 생산설비와 긴 납기, 숙련인력 부족 때문에 단기간에 재고를 보충하기 어렵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미국이 중동에서 요격미사일을 계속 소모하면 인도·태평양과 유럽에 배분할 전력에도 부담이 생긴다. 특히 패트리엇과 사드, SM 계열 요격체계는 중국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서태평양 작전계획에서도 필요한 자산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다전구 동시대응 능력이 약화됐다고 판단할 경우 대만해협과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군사적 위험 감수 수준을 높일 수 있다. 이란전의 탄약 소모가 중동 밖의 억제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사우디 핵협정도 하루 만에 조건 변경군사적 선택지가 좁아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메시지도 일관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NYT가 대표적 사례로 든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원자력 협정이다. 미국은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한 협정을 내놓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만에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아브라함협정 가입을 조건으로 추가했다. 사우디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농축 권한을 지렛대로 이스라엘과의 수교까지 끌어내려 한 것이다. 사우디는 미국의 대이란 억제전략과 호르무즈 해상안보, 역내 방공협력 구축에 모두 필요한 핵심 파트너다. 그러나 비확산과 대이란 연대, 이스라엘·사우디 관계 정상화라는 서로 다른 목표를 하나의 협정에 묶으면서 합의의 전제도 하루 만에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예측 불가능성을 협상 자산으로 활용해왔다. 상대방이 미국의 다음 행동을 계산하지 못하게 만들어 양보를 끌어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전술적 모호성과 정책 목표의 불명확성은 구분해야 한다. 압박의 목적과 양보의 조건이 수시로 달라지면 협상 상대는 미국이 어떤 합의를 최종안으로 받아들일지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동맹국에도 미국의 확약과 안전보장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휴전 아닌 조건부 교전 중지…호르무즈 해법도 안갯속미국과 이란은 현재 상호 공격을 일단 멈춘 상태다. 미국은 13일 연속 이어진 대이란 공습을 중단했고, 이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공격하지 않는 동안 이란도 보복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양측이 정치적 합의에 따라 체결한 정식 휴전이라기보다 상대가 공격하지 않는 동안 교전을 중단하는 조건부 정지에 가깝다. 공격 중단의 조건과 지속기간, 합의 위반 시 대응 절차도 마련되지 않았다. 어느 한쪽이 상대의 군사행동을 공격 재개로 판단하면 곧바로 교전이 재개될 수 있는 불안정한 국면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공습 중단이 협상에 “약간의 공간”을 주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란과 오만도 선박의 안전한 통항을 보장할 새로운 호르무즈 해협 운영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그러나 ▲해협 봉쇄 해제와 통항 안전보장의 주체 ▲이란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 ▲미국의 핵 협상 재개 조건을 둘러싼 견해차는 여전하다. 오만 중재가 군사적 충돌을 잠시 늦추는 데 그칠지, 호르무즈 통항을 복원할 정치적 합의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군사행동 중단 소식에 국제유가는 하락했지만 해협 운항은 정상화되지 않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하루 통과 선박은 10척에도 미치지 못했고 해운사들도 우회 운항과 출항 보류를 이어갔다. 공습 중단이 에너지 수송로의 회복이나 전쟁 종식을 의미하지 않는 이유다. 선택지마다 붙은 계산서…냉혹한 현실 앞 변덕트럼프 대통령은 국제법보다 자신의 도덕성과 판단이 더 강한 제약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의 선택을 막아선 것은 훨씬 더 냉정한 전쟁의 조건이었다. 공격을 확대해도 이란의 굴복을 장담할 수 없고, 제한 공습을 이어가도 추가 성과는 줄어든다. 그 사이 방공 요격탄은 소진되고 미국의 다른 전구 억제력에도 부담이 쌓인다. 그렇다고 철수하면 호르무즈와 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전쟁이라는 정치적 책임이 남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변덕은 선택지가 많아서가 아니라 쓸 수 있는 선택지마다 대가가 붙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제법의 구속력을 자신의 판단 아래 두려 했던 대통령이 군사력의 한계와 확장된 전쟁 목표, 부족한 출구전략 사이에서 결정을 번복하고 있다.
  • 도심 속에 솟아오른 거대한 화강암, 북한산 [두시기행문]

    도심 속에 솟아오른 거대한 화강암, 북한산 [두시기행문]

    서울의 북쪽 경계를 거대하게 두르고 있는 북한산(836.5m)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진산이자 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도심 속 국립공원이다. 수천 년의 세월 동안 비바람에 깎여 빚어진 하얀 화강암 봉우리들이 서울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솟아 있고, 그 거친 암벽 사이로는 짙고 깊은 숲이 어우러져 사계절 내내 수많은 이들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험준한 산세와 탁월한 조망을 동시에 품은 이곳은 산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언제나 가슴 뛰는 성지와 같다. 산행은 주로 북한산의 상징인 백운대를 향하는 코스가 가장 널리 사랑받는다. 우이동이나 북한산성 입구를 들머리 삼아 오르다 보면 완만한 숲길 끝에 거대한 암릉 구간이 나타나며 긴장감을 더한다. 손발을 모두 사용해 가파른 바위 벼랑을 오를수록 서울 시가지의 풍경이 점차 발아래로 아스라이 펼쳐진다. 특히 정상인 백운대에 서면 웅장하게 솟은 인수봉과 만경대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그 너머로 한강이 은빛으로 흘러가는 서울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시야를 가득 채운다. 거친 바위 바람을 맞으며 마주하는 이 탁 트인 해방감은 고된 산행의 보상으로 부족함이 없다. 여름철은 북한산자락의 시원한 계곡과 짙은 그늘이 더욱 반갑게 다가온다. 산행 초입에 마주하는 우이동 계곡이나 북한산성 계곡은 맑고 차가운 물줄기를 소리 내어 흘려보내며, 가파른 암릉을 오르며 땀을 흘린 이들에게 달콤한 쉼터를 내어준다. 웅장한 성곽을 따라 이어지는 숲길은 서늘한 바람을 품고 있어 걷는 이의 열기를 차분하게 식혀준다. 수직에 가까운 바위 구간과 철제 난간을 붙잡고 오르내리는 과정이 고되기도 하지만, 그 끝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발걸음마다 깊은 여운을 남긴다. 복잡한 도시의 소음을 비우고 오롯이 거대한 자연의 호흡에 집중하고 싶다면, 푸른 녹음이 깊어진 북한산의 암릉 위로 조용히 발걸음을 얹어볼 일이다. 북한산 산행 초입과 주변에 펼쳐지는 우이동 계곡과 북한산성 계곡은 맑고 차가운 물줄기를 흘려보내며 산행의 열기를 식히기에 완벽한 장소다. 오랜 역사 속에서 산을 지켜온 북한산성 옛길을 거닐거나, 국립공원박물관에 들러 산의 생태와 역사를 되짚어보는 것도 알찬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다. 여행의 마무리는 다채로운 먹거리가 기다리는 수유동이나 진관동 일대에서 소소한 활기를 채워보는 것도 좋다. 도심이랑 가까운 곳이다 보니 산행 후 먹거리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오리백숙이나 매콤칼칼한 두부전골 등 정갈한 밑반찬과 함께 한 상 가득 차려져 지친 활력을 채워준다. 또한 맑고 시원한 국물의 칼국수나 깔끔한 메밀막국수 역시 산행 전후로 속을 편안하게 달래주는 훌륭한 한 끼가 되어준다.
  • 거친 바위와 짙은 숲이 이끄는 길, 단양 도락산[두시기행문]

    거친 바위와 짙은 숲이 이끄는 길, 단양 도락산[두시기행문]

    단양의 월악산국립공원 자락에 묵묵히 솟아 있는 도락산은 높이 965m의 굵직한 바위산이다. 옛 선조가 깨달음을 얻는 데도 길이 있어야 하고 그 과정에 즐거움이 따라야 한다며 이름을 붙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만큼, 산행의 걸음마다 독특한 지형과 깊은 숲의 매력이 조화롭게 이어진다. 소백산과 월악산 사이에 길게 뻗어 내린 이 산은 화려한 암릉과 아기자기한 오르막이 얽혀 있어 산을 좋아하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산행은 주로 상선암 주차장을 들머리 삼아 제봉을 거쳐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를 택한다. 초입부터 가파른 흙길과 바윗길이 번갈아 나타나며 긴장감을 주는데, 거친 암벽을 손발로 짚으며 오를수록 사방으로 겹겹이 펼쳐지는 산그리메가 시야를 탁 트여준다. 특히 제봉을 지나 채운봉과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날카로운 바위 벼랑과 아슬아슬한 철계단이 어우러져 제법 짜릿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바위 틈새마다 모진 풍파를 견디며 꼿꼿하게 자리 잡은 소나무들은 그 자체로 운치 있는 풍경을 자아낸다. 태양의 열기가 대지를 뜨겁게 달구는 시기에는 도락산자락의 그늘과 물길이 더욱 반갑게 다가온다. 산행 초입에 맞닥뜨리는 선암계곡은 맑고 차가운 물줄기를 소리 내어 흘려보내며, 가파른 암릉을 오르며 땀을 흘린 이들에게 달콤한 쉼터를 내어준다. 울창한 나뭇잎들이 촘촘하게 터널을 이룬 숲길은 서늘한 바람을 품고 있어 걷는 이의 열기를 차분하게 식혀준다. 정상 부근의 너른 바위 평전에는 마르지 않는 작은 웅덩이가 고여 있어 산행의 소소한 풍경을 더한다. 이곳에 서면 황정산과 소백산 방면의 거대한 산줄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온몸을 감싸던 피로를 단숨에 씻어낸다. 수직에 가까운 바위 구간과 로프를 붙잡고 오르내리는 과정이 고되기도 하지만, 그 끝에서 마주하는 탁 트인 풍경은 발걸음마다 깊은 여운을 남긴다. 복잡한 생각을 비우고 오롯이 자연의 호흡에 집중하고 싶다면, 푸른 녹음이 깊어진 도락산의 암릉 위로 조용히 발걸음을 얹어볼 일이다. 거친 바위를 오르느라 지친 몸을 달래줄 향토 음식으로는 단양 특산물인 육쪽마늘을 듬뿍 넣어 육즙을 살린 마늘 떡갈비 정식이 제격이다. 청정 계곡에서 잡은 올갱이를 듬뿍 넣어 끓여낸 맑고 시원한 올갱이해장국 역시 산행 전후로 속을 편안하게 달래주는 훌륭한 한 끼가 되어준다. 편안하게 하루를 마무리할 숙박 시설도 다양하다. 단양읍내와 남한강 인근의 호텔과 리조트에서 쾌적한 휴식을 취하거나, 도락산 자락과 선암계곡 주변의 아늑한 펜션에서 청량한 물소리를 들으며 자연 친화적인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 “대원칙에 당내 이견 없어”…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길 가는 與

    “대원칙에 당내 이견 없어”…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길 가는 與

    한병도 “검사는 수사하지 않는다”공소청 출범 전 반발 장기화 차단최영중 통신 영장 반려한 檢 질타윤호중 “법무부, 감찰 지시해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2일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수사 기소 분리의) 대원칙에는 당내에 어떠한 이견도 없다”며 완전 폐지 원칙을 재확인했다. 최근 당내에서도 보완수사권 존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졌지만 기존 방침대로 형사소송법 개정을 마무리 짓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이르면 다음 주중 처리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대행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혁에는 언제나 저항이 따른다. 작은 빈틈이라도 남긴다면 과거로 돌아가려는 힘도 작동한다”며 “여기서 멈추거나 타협한다면 검찰청의 간판만 공소청으로 바뀔 뿐 검찰 권력의 본질은 그대로 남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검사는 수사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검찰개혁의 출발점이자 완성”이라며 “이 대원칙에는 당내에 어떠한 이견도 없다”고 강조했다.한 대행의 발언은 최근 당내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지도부의 의중은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전날 정책의원총회 등을 열어 당 안팎의 의견 수렴을 이어왔다. 특히 홍기원 의원 등이 보완수사권 일부 존치를 골자로 한 형소법 개정안을 별도로 발의하는 등 이견이 커지는 모습이었다. 이에 오는 10월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을 앞두고 논란이 장기화하면 부정적 여론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조기 결론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7월 국회 처리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인 시점은 논의한 바 없다”면서도 “다만 조속한 결론을 내려야겠다는 기조다. 그런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당론 채택과 관련해선 “당론 채택은 수정안이 마련되면 얼마든지 총의를 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법안심사제1소위를 열고 민주당 홍기원 의원과 서영교 의원,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가 각각 추가 발의한 형소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검토했다. 1소위 위원장인 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내일 법안심사1소위를 개최해서 종합심사를 이어 나갈 예정”이라며 “개정안별 쟁점 심사를 계속할 수 있게 해서 대안 조문 마련에 중점을 두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진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를 받는 최영중 전 충북 청주시의원 통신영장 반려 등과 관련한 긴급현안질의가 진행됐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영장 반려에 대해 “저는 법무부에서도 검찰에 대해서 감찰 지시를 해야 한다고 본다”며 “검사 출신 지역위원장의 비호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윤 장관은 “경찰도 마찬가지”라며 “필요하다면 경찰청의 직접 감찰을 지시할 의사도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 [김동완의 오늘의 운세] 2026년 7월 17일

    [김동완의 오늘의 운세] 2026년 7월 17일

    쥐 36년생 : 편안한 기운이 하루를 감싼다. 48년생 : 모든 일이 무난히 풀리겠다. 60년생 : 가족의 뜻을 먼저 살펴라. 72년생 : 재물과 명예가 함께 따르겠다. 84년생 : 운이 점점 좋아지는 하루다. 96년생 : 몸과 마음을 편히 쉬게 하라. 소 37년생 :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다. 49년생 : 주변의 호감을 얻게 되겠다. 61년생 : 약속 지연이나 지출을 조심하라. 73년생 : 기대보다 많은 이득이 생긴다. 85년생 : 도와주는 운이 있어 기쁜 일이 있다. 97년생 : 움직일 일이 생기겠다. 호랑이 38년생 : 바른 태도가 주변의 모범이 된다. 50년생 : 주위 사람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다. 62년생 : 참고 기다리면 길운이 온다. 74년생 : 여유 있게 준비하면 실수가 없다. 86년생 : 도움 줄 사람이 가까이 있겠다. 98년생 : 새로운 시작을 찾아보라. 토끼 39년생 : 쉬어가야 기운이 회복된다. 51년생 : 몸과 마음에 휴식이 필요하다. 63년생 : 컨디션 조절에 힘써야 한다. 75년생 : 주변과 의논하면 일이 풀린다. 87년생 : 생기가 넘치고 행운이 따른다. 99년생 : 참고 견디면 웃는 날이 온다. 용 40년생 : 욕심을 줄이면 마음이 편하다. 52년생 : 지나친 욕심은 금물이다. 64년생 : 가정에 마음을 쓰는 것이 좋다. 76년생 : 순서대로 진행해야 실수가 없다. 88년생 : 신용을 철저히 지켜라. 00년생 : 분수에 맞게 생활하라. 뱀 41년생 : 마음을 가라앉히면 길이 보인다. 53년생 : 뜻대로 되지 않아 괴로울 수 있다. 65년생 : 때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 77년생 : 믿을 만한 사람에게 의논하라. 89년생 : 새로운 변화의 길목에 서 있다. 01년생 : 작은 일도 세심히 살펴라. 말 42년생 : 무리한 부탁은 피하는 것이 좋다. 54년생 : 지금은 남보다 내 일을 먼저 챙겨라. 66년생 : 아랫사람의 도움으로 해결된다. 78년생 : 한발 물러서면 행운이 있다. 90년생 : 욕심을 버리면 즐거움이 생긴다. 02년생 : 만사가 귀찮고 힘들 수 있다. 양 43년생 : 뜻밖의 기쁨이 찾아온다. 55년생 : 생각지도 못한 행운을 얻는다. 67년생 : 조금만 참고 기다려라. 79년생 : 단호하게 결정하는 게 좋다. 91년생 : 즐거운 일이 생기겠다. 03년생 : 몸가짐을 조심해야 하는 날이다. 원숭이 44년생 : 집안에 반가운 일이 생긴다. 56년생 : 이름을 알릴 만한 일이 있겠다. 68년생 :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는다. 80년생 : 가족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92년생 : 솔직하게 말하면 유리하다. 04년생 : 진심을 보이면 관계가 좋아진다. 닭 45년생 : 남과 자신을 비교하지 마라. 57년생 : 즐거운 일이 생기겠다. 69년생 : 자기 뜻대로 움직여도 좋다. 81년생 : 분위기 파악을 잘해야 한다. 93년생 : 성공의 지름길은 노력뿐이다. 05년생 : 성실하면 좋은 결과가 따른다. 개 46년생 : 건강 문제에 유의해야 한다. 58년생 : 활력이 넘치는 하루다. 70년생 : 가정에서 기쁜 일이 생긴다. 82년생 : 계획대로 운이 상승한다. 94년생 : 때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 06년생 : 서두르지 않으면 기회가 온다. 돼지 47년생 : 신수가 편안하고 태평하다. 59년생 : 적지만 소득이 있어 기쁘다. 71년생 : 생활이 점차 안정되어 간다. 83년생 : 주변에서 능력을 인정받겠다. 95년생 : 새 일을 시작하면 수익이 따른다. 07년생 : 자신 있게 시작해도 좋다.
  • 바다거북과 붉은 노을… 하와이가 내게로 왔다

    바다거북과 붉은 노을… 하와이가 내게로 왔다

    시간을 늦추는 섬, 마우이거대한 바위처럼 엎드린 바다거북머물고 싶은 야자수 해변·금빛 노을 산불에도 변함없는 바다·화산 숨결에너지 넘치는 섬, 오아후개발·도시화에도 자연 보전은 철칙태양의 서커스·카카오 과수원 체험도심·태평양 품은 레아히 풍경 압권 바다거북이 열댓 마리가 모래사장 위에 거대한 바위처럼 엎드려 있다. 무리 사이로 작은 바다거북 한 마리가 천천히 모래 위를 기어오른다. 태평양 너머로 붉은 석양이 번지고, 노을빛이 거북들의 단단한 등껍질을 감싸는 순간 하와이 마우이섬 북쪽 호오키파 해변은 거대한 자연극장으로 변한다. 등껍질에 붙은 해조류와 기생생물을 햇볕에 말리고 떼어내기 위한 자연스러운 생태 활동이다. 여행자의 눈에는 마우이를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장면으로 남는다. 바다거북이 머무는 호오키파 해변을 뒤로하면 마우이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면적 약 1883㎢의 마우이는 제주도(약 1847㎢)보다 조금 큰 하와이 제도에서 두 번째로 큰 섬으로, 바다와 화산, 농촌 풍경이 어우러진 섬이다. 북쪽 해안에서 자연의 생명력을 만났다면, 서쪽 카아나팔리 해변에서는 천천히 흐르는 휴식의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카아나팔리 해변은 카훌루이 공항에서 차로 약 45분 거리다. 카아나팔리 해변에서 맞는 아침은 창을 열면 먼저 들려오는 것이 파도 소리이고, 발코니 너머로는 야자수가 늘어선 해변과 수평선 너머 몰로카이섬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여행의 중심은 많은 일정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눈앞의 풍경을 오래 바라보는 시간에 있다. 에릭 프랭컴 더 웨스틴 마우이 리조트 앤 스파 마케팅 총괄이사는 “일정을 채우기보다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며 “천천히 쉬는 것이 마우이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마우이는 단순한 휴양지라는 말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화산이 빚어낸 대지, 바다와 함께 살아온 문화, 변치 않는 풍경을 오래 바라보게 만드는 여유가 이 섬에는 있다. 이곳에서의 여행은 새로운 장소를 소비하는 일이 아니라, 함께한 사람과 오래 간직할 장면을 만들어가는 시간에 가깝다. 마우이에서 관광업에 종사하는 김연주 윤스택시 대표는 “사이가 좋지 않던 사람들도 며칠 머무르다 보면 관계를 회복해서 나간다”고 전했다. 2023년 8월 발생한 대형 산불은 마우이의 시간을 잠시 멈춰 세웠다. 옛 하와이 왕국의 수도이자 19세기 태평양 포경 산업의 중심지였던 역사 도시 라하이나를 삼키며 섬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러나 마우이는 복구와 재건의 시간을 지나며 다시 여행자를 맞이하고 있다. 카아나팔리 해변 주변 리조트와 상점에는 다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로사 하와이 관광청 한국사무소 과장은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마우이를 찾는 관광객이 다시 늘어나는 것을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우이를 가장 깊게 느끼는 방법은 시선을 낮추고 바닷속 세계를 마주하는 것이다. 마알라에아 항구 옆에 자리한 마우이 오션 센터는 하와이 해양 생태계를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다. 1998년 문을 연 이곳은 하와이 해양 생태계 보전과 교육을 위해 조성된 시설로, 상어와 가오리, 형형색색의 열대어가 살아가는 바닷속 세계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어둠이 내려앉은 혹등고래 전시관에서는 거대한 돔 스크린을 통해 실제 바닷속을 옮겨놓은 듯한 4D 영상이 펼쳐진다. 천장과 벽면을 타고 울려 퍼지는 고래의 울음소리가 공간을 채우면 관람객은 잠시 마우이 앞바다로 들어온 듯한 경험을 한다. 티아라 오션 센터 교육 총괄이사는 “고래들이 매년 겨울 알래스카에서 수천 킬로미터를 헤엄쳐 이 마우이 바다로 내려온다”고 설명했다. 마우이의 서사는 푸른 바다에서 끝나지 않고 거대한 화산의 대지로 이어진다. 하와이어로 ‘태양의 집’이라는 뜻의 해발 3055m 할레아칼라 화산의 경사면을 따라 올라가면 풍경은 몇 차례 변화를 거듭한다. 야자수는 사라지고 붉은 화산 토양과 초록빛 목초지가 펼쳐진다. 렌터카로 올라갈 경우 기온 변화가 크니 가벼운 방풍 재킷을 챙기는 것이 좋다. 해발 500~1000m 고지에 자리한 쿨라 업컨트리는 하와이 하면 떠오르는 해변과는 전혀 다른, 서늘하고 목가적인 풍경을 품은 지역이다. 비옥한 화산 토양과 서늘한 기후 덕분에 다양한 농업이 이어진다. 쿨라 업컨트리의 한 농장인 ‘푸에오 농장’을 운영하는 린다 러브는 붉은 흙을 가리키며 “화산이 만들어낸 이 땅에서 우리는 자연의 흐름을 따라 농사를 짓는다”고 말했다. 이 대지 위에서 만난 특별한 맛은 오스트레일리아 핑거라임이다. 초록색 가죽 같은 껍질에 손가락만 한 크기의 투박한 열매를 반으로 가르자, 투명한 알갱이가 쏟아져 나왔다. 혀끝에 올리고 입안에서 굴리자 알갱이가 톡톡 터지며 라임 특유의 상쾌한 산미가 퍼졌다. 함께 맛본 시원한 코코넛 워터와 코코넛 젤리는 화산 지대 농장이 선사하는 또 다른 자연의 맛이다. 저녁은 드넓은 파인애플 밭 한가운데 자리한 오래된 상점, ‘할리이마일레 제너럴 스토어’에서 이어진다. 빛바랜 간판과 나무 외벽이 남아 있는 이곳은 겉보기에는 소박한 시골 잡화점이지만, 하와이 음식 문화의 변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다. 1990년대 초 하와이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해산물, 육류를 적극 활용해 지역의 개성을 살린 요리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일었고, 이른바 ‘하와이 리저널 퀴진’의 중심 공간으로 이름을 알렸다. 카아나팔리 해변의 복합문화공간 ‘웨일러스 빌리지’는 마우이의 또 다른 활기찬 모습이다. 럭셔리 브랜드부터 하와이 감성이 담긴 부티크 등 100여개 매장이 입점해 있는 이곳은 단순한 쇼핑몰을 넘어, 광장 한쪽에서 우쿨렐레 강습이 열리고 훌라 공연이 펼쳐지는 문화의 장이다. 바닷가에 자리 잡은 오션프론트 레스토랑 ‘훌라 그릴’에서는 미식의 향연이 펼쳐진다. 대표 디저트인 마카다미아 넛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쿠키 크러스트를 조합한 ‘훌라 파이’를 맛보는 동안, 창밖의 바다는 식사의 풍경까지 여행의 일부로 만든다. 해가 완전히 저물면 카아나팔리의 밤은 축제의 열기로 물든다. 해변 무대에서 펼쳐지는 ‘드럼스 오브 더 퍼시픽 루아우’에서는 하와이 전통 축제의 리듬이 이어진다. 쿵. 쿵. 쿵. 육중한 북소리와 함께 횃불이 밝혀지고, 무용수들은 훌라를 통해 바람과 파도,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어지는 불쇼는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하 화덕 이무에서 오랜 시간 익힌 전통 돼지고기 요리 ‘칼루아 피그’까지 더해지면, 음악과 음식, 춤이 어우러진 하와이식 밤 풍경이 완성된다. 공연이 절정에 이르면 관객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며 무대와 하나가 된다. 파도 소리와 불빛, 전통 음악이 어우러진 카아나팔리의 밤은 마우이에서 만나는 또 하나의 로맨틱한 순간으로 남는다. 마우이에서 시간의 속도를 늦추는 법을 배웠다면, 오아후섬에 도착하는 순간 하와이는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마우이 카훌루이 공항에서 비행기로 약 40분이면 닿는 이 섬은 자연 속 휴식이 중심인 마우이와 달리 도시의 활력과 문화의 에너지가 공존하는 곳이다. 고층 빌딩과 쇼핑몰, 레스토랑이 밀집한 호놀룰루는 하와이의 경제·문화 중심지다. 나단 정엽 리 한국하와이 마이스 팀장은 “오아후는 마우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현대적이고 역동적인 섬”이라며 “하지만 개발과 도시화 속에서도 자연 보전 원칙만큼은 엄격하게 지켜온 곳”이라고 설명했다. 오아후 북쪽에 자리한 카마나누이 과수원에서는 하와이의 또 다른 농업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카카오 나무 사이를 걷다 보면 나뭇가지에 럭비공 모양으로 매달린 카카오 열매가 눈에 들어온다. 농장 가이드 켈시가 잘 익은 열매를 반으로 가르자, 안쪽에는 하얀 과육에 둘러싸인 카카오 씨앗이 모습을 드러냈다. 쌉싸름한 초콜릿 맛을 예상했지만, 입안에 퍼진 것은 망고를 닮은 새콤달콤한 열대 과일의 향이었다. 이곳은 카카오 재배부터 발효, 건조, 로스팅, 초콜릿 제작까지 이어지는 ‘팜(농장) 투 초콜릿’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농장이다. 와이키키에서는 하와이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새로운 무대가 펼쳐진다. 세계적인 서커스 예술단 태양의 서커스가 하와이에 선보인 상설 공연 ‘아우아나’다. 하와이어로 ‘새로운 여정을 떠나다’라는 의미를 담은 이 공연은 섬의 신화와 역사를 단순히 재현하는 대신, 공중 곡예와 퍼포먼스, 라이브 음악, 전통 훌라를 결합해 하와이 문화를 현대적인 예술로 풀어낸다. 공중으로 솟구치는 곡예사의 움직임과 무대를 가르는 음악이 이어지는 순간, 하와이의 오래된 이야기는 눈앞의 생생한 장면으로 되살아난다. 오아후 남동부 해안에 우뚝 솟은 레아히(다이아몬드 헤드)는 약 30만년 전 화산 폭발로 형성된 응회구로, 하와이를 대표하는 화산 지형이다.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약 1시간 안팎이면 충분하지만, 마지막 전망대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걸어 올라온 시간 이상의 여운을 남긴다. 가파른 계단과 터널을 지나 정상에 서면 와이키키 해변과 호놀룰루 도심, 끝없이 펼쳐진 태평양이 한눈에 들어온다. 19세기에는 군사 요충지로 활용됐던 이곳은 이제 여행자들이 하와이의 자연과 도시 풍경을 동시에 만나는 장소가 됐다. 특히 아침 햇살이 바다를 비추는 순간이나 해 질 무렵 붉게 물드는 능선은 오아후에서 만나는 가장 인상적인 풍경 중 하나다. 며칠 동안 마우이와 오아후를 오가며 만난 하와이는 풍경 그 자체보다, 그 앞에 오래 머물게 하는 힘을 가진 곳이었다. 화산이 빚은 대지와 바다, 원주민 문화가 어우러진 두 섬은 바쁜 일상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눈앞의 순간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석양이 내려앉은 호오키파 해변에서 바다거북 무리 사이를 천천히 걸어 나오던 어린 거북의 모습은 그 여정을 오래 기억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자연이 만든 풍경과 사람이 이어온 문화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어우러진 하와이는 오래도록 기억되는 로맨틱한 섬이다.
  • 죽은 자가 마지막까지 쥐고 있던 것 [으른들의 미술사]

    죽은 자가 마지막까지 쥐고 있던 것 [으른들의 미술사]

    ●혁명가의 손 ‘마라의 죽음’은 1793년 프랑스 혁명기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1748~1825)가 혁명 지도자 장 폴 마라의 죽음을 기리며 제작한 작품이다. 작품은 마라가 욕조에서 암살된 직후의 장면을 보여준다. 마라는 왜 목욕 중에 살해당하 것일까. 마라는 평소 피부 질환으로 치료를 겸해 목욕 중이었다. 젊은 여성 샤를로트 코르데는 마라가 반길 반혁명주의자들에 관한 정보를 가져왔다고 둘러대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마라의 비서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샤를로트는 품 안에 숨겨온 칼을 꺼내 들었다.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화면에는 욕조, 나무 상자와 편지, 깃펜 등이 함께 배치돼 그의 생전 생활 모습을 나타낸다. 또한 손잡이가 있는 칼도 배치되어 있어 그의 사망 원인을 직접 드러내고 있다. 한 인간의 죽음에서 가장 늦게까지 생의 흔적을 붙들고 있는 것은 얼굴이 아니라 손이다. 욕조에 기댄 몸은 이미 힘을 잃었지만, 왼손은 한 장의 쪽지를 쥐고 있고 아래로 늘어진 오른손은 여전히 펜을 쥐고 있다. 축 늘어진 마라의 팔은 피에타 속 그리스도의 팔을 연상시킨다. 두 작품 모두 힘없이 떨어진 팔을 통해 죽음 이후의 정적과 숭고함을 강조한다. 다비드는 마라를 단순한 희생자가 아니라, 혁명을 위해 헌신한 순교자처럼 보이도록 했다. ●쥐고 있는 쪽지의 의미 마라의 손에 들린 쪽지는 단순한 소품이 아니다. 실제로 마라는 암살 직전까지 시민들의 청원과 편지를 읽고 답하는 일을 이어갔다. 다비드는 이 기록을 바탕으로, 그가 마지막 순간에도 공적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음을 강조한다. 다비드는 그가 현장을 방문했을 때 본 소품을 기억해냈고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지워버렸다.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상상으로 그려 넣었다. 간이 책상에는 실제 살인 현장에는 없었던 상상의 소품들이 놓여 있다. 쪽지와 지폐였다. 쪽지에는 “조국을 지키다 죽은 한 남자의 남겨진 아이들과 아내에게 전해달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이 내용은 완전한 허구로서 마라가 죽음 직전까지 국민만을 생각하고 있었음을 알리는 장치였다. 마라의 마지막 무대는 이렇게 있어야 할 것과 없어야 할 것 그리고 있었으면 하는 것들이 섞여 있다. ●기록하는 몸으로서의 손 마라의 죽음에서 마라의 왼손은 쪽지를 단단히 쥔 채 멈춰 있다. 여기서 손은 단순히 편지를 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혁명의 이상을 끝까지 붙잡고 있는 상징으로 작동한다. 또한 힘없이 떨어진 듯 보이지만, 그 손이 쥐고 있는 깃펜은 오히려 더욱 단단하다. 다비드는 “나는 내 친구 마라가 국민을 위해 글을 쓰고 있는 모습으로 보여주기를 바랐다”고 말한 바 있다. 다비드는 마라의 죽음을 비극적 사건으로만 처리하지 않고, 그를 ‘행동하는 존재’로 남겨뒀다. 죽음 이후에도 마라의 손은 말을 멈추지 않는다. 그는 피부 질환으로 욕조에 몸을 담근 상태에서도 시민들의 청원을 읽고, 깃펜으로 답을 적는 일을 이어가던 인물이었다. 화면에는 글쓰기를 암시하는 도구가 함께 놓여 있고 여전히 오른손으로 깃펜을 들고 있어 뭔가를 기록하려 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행위는 칼날과 함께 중단되었다. 깃펜을 쥔 채 멈춘 손은 끝내 완성되지 못한 문장을 품고, 여전히 다음 말을 기다리는 듯 남아 있다. 미켈란젤로 조각에서 이상화된 손이 신체의 균형을 위한 요소였다면, 이 작품에서의 손은 이야기의 핵심이다. 쪽지와 깃펜을 쥔 채 멈춰버린 손은 글쓰기와 기록의 행위를 중단된 상태로 남긴다. 이는 곧 미완의 문장, 계속되어야 할 역사로 읽힌다. 결국 이 그림에서 가장 강하게 살아 있는 것은 얼굴이 아니라, 여전히 의미를 붙들고 있는 손이다.
  • [단독] 계곡 불법시설 0.2%만 강제철거…“이번 여름만” 버티는 상인들 [강 기자의 세종실록]

    [단독] 계곡 불법시설 0.2%만 강제철거…“이번 여름만” 버티는 상인들 [강 기자의 세종실록]

    불법 영업시설 행정대집행 3건뿐 9만건 중 자진 정비 1.4만건…14% 원상회복 명령 3.6만건… 99명 고발 “행정대집행 유예하라” 민원 빗발 절차상 두 달 소요…‘버티면 수익’ 판단 ‘한철 장사’보다 법 공정성 우위 보여줘야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 대표 치적으로 내세웠던 하천·계곡 불법 점용시설 정비를 지난해 12월 전국적으로 확대시켰지만 좀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6월 말까지 평상 등 불법 영업 시설 정비를 완료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시한을 넘겼습니다. 한 달 넘게 자진 신고·철거 기간(5월 20일~6월 30일)을 부여했음에도 일부 업주들이 버티기에 나섰기 때문인데요. 정부는 예고대로 이달부터 공권력을 동원한 행정대집행을 본격화했지만 실제 철거율은 0.2%에 그쳤습니다. 공공자원인 하천과 계곡을 사유지처럼 점유한 채 평상과 그늘막을 설치한 뒤 자릿세를 받거나 식당 영업을 하며 여름 휴가철 한철 장사를 하는 불법 영업은 해마다 반복되는 고질적 병폐입니다. 자연을 즐기러 온 시민들이 누려야 할 공공 공간이 일부 업주의 사적 이익 수단으로 변질된 데다, 집중호우 때는 하천의 물 흐름을 방해해 침수 위험을 키우는 등 안전까지 위협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은 올해 2월 국무회의에서 “하천·계곡 내 불법 점용시설 실태를 전면 재조사하고, 누락이 확인되면 해당 지방정부를 엄중 문책하겠다”고 경고한 데 이어 5월에는 합리적인 정비 기준을 마련하되 불법 영업에는 엄정 대응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에 소하천을 담당하는 행안부는 ‘하천·계곡 불법시설 정비지원단’을 신설하고, 국가·지방하천과 공원을 맡은 기후에너지환경부, 계곡을 관리하는 산림청, 농업용 배수로(구거)를 담당하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250명 규모의 정부 합동감찰반을 꾸려 대대적인 정비에 착수했습니다. 또 인력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에는 불법 시설 철거를 위해 재난안전특별교부세 200억원을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달까지만 하겠다”, “이번 여름만 장사하고 철거하겠다”며 성수기 영업을 이유로 버티는 불법 영업이 여전했습니다. 행안부 담당 부서에도 “올여름 장사만 하게 해 달라”며 행정대집행을 미뤄 달라는 민원 전화가 빗발쳤습니다. 서울신문이 14일 행안부 등 관계 부처를 통해 하천·계곡 불법시설 정비 현황을 확인한 결과, 전체 불법시설 약 9만건 가운데 자진 정비된 것은 1만 3000건으로 정비율은 14%에 불과했습니다. 정부는 자진 철거 계도 기간을 운영하고 자진 철거 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자발적인 정비를 유도했지만, 전체의 86%는 여전히 철거하거나 시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3만 6000건은 원상회복 명령이 내려졌고, 2만건은 자진 철거를 요구하는 구두 계고를 받은 상태입니다. 끝까지 자진 철거를 거부해 행정대집행으로 강제 철거된 불법 시설은 202건으로, 전체의 0.3%에 그쳤습니다. 특히 사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불법 영업시설의 정비는 더욱 더뎠습니다. 전체 3193건 가운데 절반가량만 자진 철거했고, 원상회복 명령을 받고도 불응한 1500건 중 실제 행정대집행이 이뤄진 사례는 단 3건(0.2%)뿐이었다. 전남 나주 영산강 1곳과 충남 천안 마검천 2곳에서만 강제 철거가 집행됐습니다. 지난달까지 정비를 마치겠다던 불법 영업시설 1400여건이 여전히 남아 있는 셈입니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자진 철거 요청부터 원상회복 명령, 행정대집행에 이르기까지 법적 절차를 밟는 데 통상 2~3개월이 걸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달부터 행정대집행 절차에 착수하기 위해 관련 공문도 발송했지만, 사유재산을 강제로 철거하는 데 따른 법적 부담과 현장 충돌 가능성 등을 고려해 실제 집행에는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입니다. 행안부 관계자는 “자진 시정을 유도하는 구두계고를 시작으로 1·2차 원상회복 명령과 1·2차 행정대집행 계고를 거쳐 실제 강제 철거에 이르기까지 법적으로 최소 57일이 소요된다”며 “주말과 공휴일 등을 고려하면 기간은 더 길어진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장에서 철거 대상자의 저항이나 반발이 심할 경우 안전사고로 이어질 우려도 있어 행정대집행을 신속하게 집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60~70년대부터 명맥을 이어온 대구·경북의 명소인 팔공산 기도터입니다. 이곳은 민간이 국·공유지를 무단 점유한 채 운영해 온 곳으로, 수능 합격 등을 기원하는 방문객들이 초를 구입해 기도하는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초 판매와 굿 등 종교 행위가 사실상 개인의 수익사업으로 운영되면서 일반 탐방객들의 이용을 제한하고 불편을 초래해 왔다는 점입니다. 행안부 관계자는 “시설물 자진 철거를 요청하자 무속인협회가 두 차례나 국립공원사무소를 항의 방문했다”며 “수십 년간 운영됐다는 이유만으로 국·공유지에서 개인의 불법 수익 활동을 허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이 기도터는 대구시와 산림청, 국립공원공단이 협업해 설득과 협의를 이어간 끝에 지난 5월 22일 자진 철거됐습니다. 불법 시설에는 평상과 그늘막 등 불법 영업시설뿐 아니라 허가받지 않은 농막 등 가설건축물과 불법 경작도 포함됩니다. 이 가운데 약 7000건은 철거가 유예됐습니다. 하천 기능이나 안전에 지장을 주지 않는 가설건축물은 올해 12월까지, 불법 경작은 수확기까지 한시적으로 철거를 미뤘습니다. 이와 별도로 소송이 진행 중이거나 경계 측량이 필요한 시설물 등 1만여건은 ‘기타’로 분류돼 관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아 있는 불법 시설은 7~8월에도 정비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법적 절차를 생략하거나 서둘러 강제 철거에 나섰다가 되레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소송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행안부 관계자는 “평상 등은 비교적 신속하게 철거할 수 있지만 건축물은 절차와 시간이 훨씬 더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부처별로 관리 구역이 나뉘어 있어 강제 철거 과정에서 기관 간 협업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상인들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름 성수기인 7~8월 장사를 마칠 때까지는 당장 강제 철거를 당하지 않고 버틸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입니다. 이 대통령과 윤호중 행안부 장관도 하천·계곡 현장을 수차례 찾아 “올여름 본격적인 휴가철 전에 국민 다수가 이용하는 음식점·민박·캠핑장 등 상행위 시설부터 우선 정비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정부는 휴가철 이전 정비를 공언했지만, 현장에서는 ‘여름 장사는 끝낼 수 있다’는 기대가 여전히 통하고 있는 셈입니다. 정부는 자진 철거에 응하지 않을 경우 변상금 부과와 이행강제금, 형사 고발 등의 조치를 하고 있지만 변상금이 수십만원 수준에 그쳐 억지력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재 정부는 원상복구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99명을 경찰에 고발한 상태입니다.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계고나 이행기간 부여 없이 곧바로 행정대집행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원상복구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최대 10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연 2회 부과하는 내용으로 하천법과 소하천정비법도 개정했습니다. 그러나 하천법은 오는 9월, 소하천정비법은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올여름 불법 영업 단속에는 사실상 적용되지 않습니다. 변상금 대신 과징금을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지만 입법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결국 정비가 지연돼 불법 점용을 끝내지 못한다면 국민 불편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버티면 여름 특수를 놓치지 않는다’는 상인들의 계산이 현재로서는 통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정부도 이런 사정을 알지만 두 달 이상 걸리는 행정대집행 절차와 법적 한계 탓에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은 하천과 계곡을 온전히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공공자원을 불법으로 점유해도 여름 장사만 버티면 된다는 잘못된 학습효과를 남긴다면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같은 일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습니다. 법은 지키는 사람이 손해를 보고 버티는 사람이 이익을 얻는 순간 신뢰를 잃습니다. 하천과 계곡은 특정인의 영업장이나 일부의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쉼터인 공공재입니다. 정부가 지켜야 할 것은 단순한 철거 일정이 아니라 법 앞의 공정성과 공공자원의 공공성입니다. 이번 여름 정부는 ‘한철 장사’보다 법의 원칙이 앞선다는 사실을 결과로 증명해야 합니다. ‘버티면 이긴다’는 선례가 아니라 ‘불법은 반드시 바로잡힌다’는 원칙을 남기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그것이 국민에게 공공자원을 온전히 돌려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강 기자의 세종실록’은 대한민국 행정의 수도 세종시에서 생산되는 정부 정책과 관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생생하게 보도하는 코너입니다. 세종시에 포진한 각 정부부처가 내놓는 모든 정책이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고, 오늘의 행정이 내일의 역사가 된다는 관점으로 ‘세종 현대사(現代史)’를 기록하겠습니다.
  • “죽어가는 표정에서 희열을 느꼈다”… 평범한 회사원의 탈을 쓴 연쇄살인마 [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죽어가는 표정에서 희열을 느꼈다”… 평범한 회사원의 탈을 쓴 연쇄살인마 [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는 대한민국을 뒤흔든 주요 사건들을 통해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는 시리즈입니다. 과거의 기록을 되짚으며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고 정의와 안전의 가치를 깊이 있게 고찰하는 서울신문의 특화 기사입니다. 서울신문은 기사 내용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AI 음성을 이용해 기사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악마는 특별한 얼굴을 하지 않는다. 살인은 그에게 일상이었고 타인의 고통은 유희에 불과했다. 2006년 여름, 경기도 안양과 군포 일대에서 단 46일 동안 20대 여성 3명이 연쇄적으로 납치돼 참혹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수사망을 비웃듯 잔혹한 사냥을 하듯 범행을 이어간 연쇄살인마의 정체는 놀랍게도 전과 하나 없는 26세의 평범한 회사원 김윤철이었다. 주변 동료들에게 성실함을 인정받고 상견례까지 마친 예비 신랑이 끔찍한 포식자로 돌변한 이 사건은 세상을 씻을 수 없는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친절한 미소 뒤에 감춘 악마의 발톱2006년 5월 15일 밤 11시 50분경, 경기도 안양시에서 22세의 여성 직장인 강 모 씨(가명)가 귀가를 위해 횡단보도에 서 있었다. 김윤철은 자신의 흰색 쏘렌토 차량을 몰고 다가가 편의점의 위치를 묻는 등 깍듯하고 친절한 태도로 접근했다. 호감형 외모와 평범한 직장인의 옷차림에 경계심을 푼 피해자는 “같은 방향이니 태워주겠다”는 말에 차에 오르고 말았다. 하지만 차량이 인적이 드문 곳으로 향하자 위협을 느낀 피해자는 남자친구와 112에 다급히 전화를 시도했지만 끝내 구조받지 못했다. 김윤철은 미리 준비한 흉기로 피해자를 위협해 차 안에서 성폭행했다. 이후 나일론 끈으로 손발을 결박하고 피해자의 속옷을 벗겨 입에 재갈을 물린 뒤 얼굴 전체를 박스 테이프로 칭칭 감아 잔혹하게 질식사시켰다. 범행 5일 뒤인 5월 20일 새벽, 군포 금정역 인근의 좁은 담벼락 사이에서 불에 타다 만 참혹한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 발견을 우려한 김윤철이 몰래 기름을 붓고 불을 질러 증거 인멸을 시도한 것이다. 경찰은 실종된 피해자의 신용카드로 284만 원이 인출된 사실을 확인하고 산본역의 현금인출기(ATM)로 달려갔으나 범인의 모습을 담았어야 할 CCTV는 렌즈만 달린 가짜 ‘깡통 기기’였다. 진화하는 범행 방식과 소름 끼치는 ‘투명 테이프’경찰의 추적을 비웃기라도 하듯 김윤철의 범행은 갈수록 대담해지고 잔혹해졌다. 6월 9일 밤 그는 산본역 인근에서 귀가하던 20세 여대생을 차에 태웠다.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누며 문자를 보여주는 등 교감을 나누는 듯했으나 피해자가 차에서 내리려 하자 돌변하여 흉기로 위협하고 성폭행한 뒤 살해했다. 이어 7월 1일 밤 11시경에는 군포 산본동에서 귀가하던 27세 여성을 강제로 낚아채듯 차에 밀어 넣고 납치해 목숨을 앗아갔다. 전문가들을 경악하게 한 것은 그의 살해 방식이었다. 김윤철은 일반적인 테이프가 아닌 ‘투명 테이프’를 사용해 피해자들의 얼굴을 감았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일그러지는 피해자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두 눈으로 지켜보며 쾌락을 느끼기 위해서였다. 범행 이후 이어간 그의 평범한 일상은 더욱 엽기적이었다. 김윤철은 첫 번째 피해자의 카드로 인출한 돈 중 100만 원을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에게 용돈으로 건넸으며 두 번째 피해자에게서 강취한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여자친구와 민속촌 데이트를 즐기며 셀카를 남겼다. 이 카메라는 회사로 가져가 동료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심지어 세 번째 피해자의 명품 가방마저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태연하게 선물하는 등 그는 살인의 흔적을 전리품 삼아 자신의 일상 속에 아무렇지 않게 흩뿌렸다. “범인은 반드시 다시 온다”… 경찰의 덫에 걸린 악마자칫 장기 미제로 빠질 수 있었던 연쇄 살인의 고리를 끊어낸 것은 경찰의 끈질긴 집념과 ‘촉’이었다. 수사팀은 첫 번째 범행 당시 작동하지 않았던 산본역의 깡통 CCTV를 주목했다. “현금인출기에 CCTV가 없다는 사실을 안 범인은 십중팔구 이곳을 다시 찾을 것이다.”라고 예측한 경찰은 실제 작동하는 진품 CCTV를 설치했다. 형사들의 직감은 정확히 적중했다. 세 번째 범행 직후인 7월 3일, 김윤철은 피해자의 신용카드를 들고 자신만만하게 다시 그 현금인출기를 찾았고 새로 설치된 CCTV 렌즈에 그의 선명한 얼굴이 그대로 찍히고 말았다. 경찰은 이 사진을 들고 인근 주민센터를 돌며 탐문했고 한 공익요원이 “내 고등학교 동창”이라며 김윤철의 신원을 특정해 냈다. 경찰은 CCTV 동선을 역추적해 그의 아파트 주차장을 급습했다. 7월 4일 새벽 흰색 SUV를 몰고 나타난 김윤철을 긴급 체포했다. 형사들이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며 수갑을 채우자 그는 찢어진 눈을 동그랗게 뜨며 “제가 왜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저도 꿈이 경찰입니다”라며 뻔뻔한 연기를 펼쳤다. “죽어갈 때 말로 표현 못 할 희열을 느꼈다“체포 직후 김윤철은 1천만 원가량의 카드 빚과 차량 할부금 등 ‘돈’ 때문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그의 자택 컴퓨터에서는 여성을 결박하고 가학적으로 성행위를 하는 불법 영상물 수십 편이 쏟아져 나왔다. 추궁이 이어지자 김윤철은 마침내 섬뜩한 본심을 드러냈다. 그는 “두 번째 피해자를 죽일 때 그 여성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희열을 느꼈다”고 자백했다. 나아가 “내가 안 잡혔으면 한 달에 한두 명은 꼭 더 죽였을 것”이라며 살인 자체에 중독되어 가던 쾌락 살인마의 민낯을 여과 없이 내보였다. 잔인한 수법으로 세 명의 무고한 생명을 쾌락의 도구로 삼았음에도 2007년 대법원은 김윤철에게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전과가 없고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어 교화의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유가족은 물론 대중은 이 솜방망이 처벌에 분노하며 법원의 판단을 규탄했다. 타인의 숨통이 끊어지는 순간을 즐기며 미소 짓던 이 평범한 회사원은 지금도 교도소 안에서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 가까워지는 잉여 인간의 시대… ‘인간적 유토피아’를 찾아서

    가까워지는 잉여 인간의 시대… ‘인간적 유토피아’를 찾아서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는 평생 먹고 살 재산이 있었지만 검소하게 생활하면서 죽을 때까지 예술에 매진했다. 만약 인공지능(AI)이 인간의 모든 노동을 대체하고 완벽한 풍요를 가져다주면, 인류는 미켈란젤로처럼 살 수 있을까. 세계적인 철학자 닉 보스트롬의 신작 ‘딥 유토피아’는 이런 문제를 고민한다. AI를 넘어서는 초지능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면 우리는 배부른 돼지가 될지, 아니면 검소한 미켈란젤로처럼 될지를 논한다. 이 실존적 질문을 3명의 청강생이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친근하게 풀어냈다. 그러려면 우선 인류의 지난 역사를 되돌아봐야 한다. 그동안 자본은 늘 노동의 가치를 높이는 ‘순보완재’였다. 인구가 2배 늘어나는 데 수만 년이 걸리던 수렵 채집 시대를 지나 산업화 이후 단 30년 만에 인구가 급증한 폭발적 성장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AI 혁명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자본이 노동을 완전히 대체하는 시나리오를 유력하게 제시한다. 기계가 모든 일을 더 적은 비용으로 처리하고, 인간은 노동시장에서 ‘퇴출’ 당한다. 노동이 사라진 낙원에서 인간이 마주할 진짜 적은 다름 아닌 심각한 지루함과 무기력이다. 저자는 이를 러시아 문학에 등장하는 ‘잉여 인간’에 빗댄다. 푸시킨이나 투르게네프 소설 속 지식인들처럼 뛰어난 능력을 갖췄지만 제 역할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잉여 인간’의 비극이 인류 전체의 숙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AI가 인간의 모든 영역을 집어삼킬 수 있을지에 대해 물음표를 남긴다. 지각력, 도덕적 지위, 연대감 등이 자동화의 장애물이다. 인간이 외적 결과물뿐 아니라 주체의 ‘내적 경험’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AI는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완벽한 인공 대체자가 존재하더라도 상대방과 쌓아온 고유한 역사와 신의를 원하기 때문이다. 결국 대체 불가능한 가치는 이렇게 남는다. 이 단계에 이르면 기존의 교육 패러다임 역시 완전히 뒤바뀌어야 한다. 저자는 청소년을 ‘산업 생산의 도구’로 길러내던 방식에서 벗어나, 여유와 명상을 즐기고 삶의 가치를 탐색하는 문화적 유토피아에 적합한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강생들이 강연 이후 축제 현장으로 걸어 들어가는 마지막 모습에 이런 주장이 그대로 담겼다. 디스토피아를 깨부수고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거창한 철학적 담론이 아니라, 여름 밤의 축제를 즐긴 경험 그 자체다.
  • 액션은 종횡무진…유머는 적재적소…서사는 오리무중

    액션은 종횡무진…유머는 적재적소…서사는 오리무중

    읍내·숲·고속도로의 ‘횡종횡’ 액션작정하고 몰아치는 속도감 압권인물들 개성·황정민 ‘말맛’ 돋보여“액션 장면마다 서사 넣었다”지만불친절한 전개·신파적인 사연에전체 이야기 짜임새 다소 아쉬워 듣도 보도 못한 괴물과 쫓고 쫓기는 사투가 펼쳐진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서 시계를 보니 어느새 2시간 30분이 훌쩍 지났다. 나홍진 감독이 작정하고 액션 영화를 만들면 이렇게 된다. 사람 홀리는 재주는 여전하다. 올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으면서 화제가 된 나 감독 영화 ‘호프’가 오는 15일 개봉한다. ‘추격자’(2008), ‘황해’(2010), ‘곡성’(2016)으로 매번 마니아층을 쌓아온 나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제작비가 한국 영화 사상 최대에 가까운 5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작품성을 중요시하는 칸에 초청돼 완성도가 검증됐다는 점에서 기대치도 한껏 높였다.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첫선을 보인 ‘호프’는 1970년대 후반 민통선 인근 호포항을 배경으로 마을 주민과 외계인들의 사투를 그렸다. 출장소장인 범석(황정민)은 동네 청년들에게서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는다. 범석은 논두렁 길에 죽은 황소의 사체를 보고 시베리아 호랑이 정도로만 짐작한다. 그러나 이내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읍내가 처참하게 파괴된 모습을 보고 ‘이 세상 것이 아닌’ 무언가임을 직감한다. 범석의 얼굴에서 웃음기도 사라지고, 순경인 성애(정호연), 사냥꾼 성기(조인성) 일당과 함께 본격적인 사냥에 나선다. 호랑이, 사슴, 늑대 등을 연상케 하는 외계인과의 사투를 풀어내는 건 ‘총’이다. 몸집 크기가 3m가 넘고, 톱으로도 잘 썰리지 않는 피부의 외계인에게 맞설 유일한 무기다. 범석과 주민들이 총을 들고 집단으로 사냥에 나서지만 막강한 외계인의 무력 앞에 오히려 사냥을 당한다. 순찰차를 타고 앞뒤로 오가며 외계인과 맞붙는 읍내, 말을 타고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하며 숨바꼭질을 벌이는 숲, 그리고 말과 차가 한복판을 내달리는 고속도로 등 ‘횡-종-횡’으로 액션이 이어진다. 외계인의 묵직함과 속도감이 화면에 그대로 전달된다. 외계인은 집 한 채를 손쉽게 박살 내고, 숲속 나무들을 거침없이 넘어뜨리며 달려든다. 인물의 행적을 따라가는 카메라 촬영, 밀도 높은 배경 음악도 화면을 더욱 진득하게 만든다. 액션 장면 중간중간 터지는 황정민 배우 특유의 ‘말맛’ 코미디가 적재적소에 들어있다. 활기차지만 4차원 성격인 성애, 한량이지만 한 방이 있는 성기, 그리고 감초 역의 해술(임현식)까지 등장인물 어느 하나 버릴 게 없다. 액션을 극도로 밀어붙인 만큼 전체적인 서사 비중이 약한 건 다소 아쉽다. 외계인에 대한 오해에서 사건이 벌어졌다는 걸 나중에 알려준다. 이와 관련한 후반 막판 몰아치는 외계인들의 신파 같은 사연은 뜬금없이 느껴진다. 전작 ‘곡성’처럼 ‘관객이 알아서 해석해야 하는’ 불친절한 내용들이 찜찜한 뒷맛을 남긴다. 기자간담회에서도 관련한 지적이 나왔다. 나 감독은 이에 대해 “영화를 오디오와 비디오로 이해하는 관객이 있고, 텍스트로 이해하는 관객이 있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전작들에 비해 비주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도다. 그러면서도 “액션 장면마다 서사를 넣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영화가 끝난 뒤 장면을 하나하나 곱씹어보면, 의도가 다분한 지점이 여럿 있다. 사냥감에서 사냥꾼으로 전환하는 장면이나, 단순한 오해가 불러 일으킨 끔찍한 결과 등을 돌아보게 된다. 제대로 감상하려면,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n차 관람’이 필수다. 나 감독은 제목 ‘호프’와 관련해 “제목을 먼저 생각하고 이와 발음이 유사한 ‘호포’항을 무대로 이야기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외계인과의 사투에서 조그만 희망을 건져낸다는 주제의식에서 이야기가 출발한 셈이다. ‘호프’는 한국 영화 하반기 최대 기대작이다. 다만 손익분기점까지 가려면 적어도 천만은 넘어서야 한다.
  • 쾌락과 나락의 소용돌이, 이 남자의 끝은…

    쾌락과 나락의 소용돌이, 이 남자의 끝은…

    헝가리 어느 동네, 임대주택 단지에 이사 온 열다섯 살 이슈트반은 친구들과 섞이지 못했다. 옆집 중년 유부녀와 관계를 맺으며 첫 경험을 했고, 곧 사망 사건에 휘말려 소년원에 갔다. 군에 입대해 이라크에 파병됐다가 영국 런던으로 흘러들어 어느 부호의 경호 운전기사로 일했다. 고용주의 아내와 불륜 관계에 있다 고용주가 사망하면서 그 아내의 새 남편이 됐다. 벤틀리를 몰고 롤렉스를 차는 상류층의 삶을 살다가 아내와 둘째 아들을 모두 잃는 비극을 겪으며 그의 삶은 나락을 향한다. 다시 어릴 적 동네로 돌아온 그에게 늙은 육체만 남았다. 그러나 그는 다시 살아간다. 데이비드 솔로이의 ‘살’(FLESH)은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예술, 거기에 딸려 오는 모든 고통에 관한 하나의 논고”라는 평을 받은 ‘2025 부커상’ 수상작이다. “페이지의 여백을 잘 활용한 소설”이라는 표현처럼 한국어 번역본에서도 확실히 빈 공간이 많다. 이슈트반의 말은 대체로 “네”, “그래”, “몰라요”, “글쎄요” 같이 짧다. 적극적으로 말을 시작하거나 묻는 일도 거의 없다. 성적 욕망, 폭력, 전쟁, 이민, 신분 상승까지 많은 ‘육체적 경험’에서 느낀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않는다. 독자가 그의 감정을 추측하고 직조해야 한다. 빈 페이지 후에 “그런 일이 일어나면 뭘 해야 하는지 모른다/ 충격이 너무 커서/ 그는 그냥 의자에 앉아 있는다/ 밤새 거기 앉아 있는다”(421쪽)라는 문장만이 적힌 페이지를 만나면 이슈트반의 엄청난 슬픔이 느껴진다. 이 소설이 가진 독특함이다. ‘유럽의 어느 남자’인 이슈트반으로부터 과거 오랫동안 여성을 다뤄온 방식을 읽을 수 있다. 욕망의 대상이 되면서도 존중받지 못했던, 때로는 신분 상승의 통로로 그렸던 ‘육체의 관계’가 이슈트반에게 투영됐다. 그저 운명에 순응하고 반응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통념도 비워냈다. 임대주택에서 살던 소년이 상류층에 편입되는 계층 이동은 자수성가처럼 보이나, 의지와 노력이라는 요소는 그 안에 두지 않았다. 솔로이는 이 남자에게 엄청난 비극을 안기면서도 쓰러지게 하지도, 구원하지도 않는다. 그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게 한다. 남자는 그곳에서 조금 다른 사람이 돼 한 발 내디딜 뿐이다. 그런데 그 미미한 변화가 오랜 여운을 남긴다.
  • ‘참교육’보다 잔혹한 현실… 시멘트 아래 묻힌 15세 소녀의 절규, 김해 여고생 암매장 살인 [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참교육’보다 잔혹한 현실… 시멘트 아래 묻힌 15세 소녀의 절규, 김해 여고생 암매장 살인 [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는 대한민국을 뒤흔든 주요 사건들을 통해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는 시리즈입니다. 과거의 기록을 되짚으며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고 정의와 안전의 가치를 깊이 있게 고찰하는 서울신문의 특화 기사입니다. 서울신문은 기사 내용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AI 음성을 이용해 기사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최근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참교육’은 날이 갈수록 교묘하고 잔인하게 진화하는 학교 내외의 청소년 범죄를 정면으로 조명한다. 극 중 가해자들은 약자를 무참히 유린하지만 결국 압도적인 물리력과 통쾌한 징벌 체계에 의해 처절하게 응징당하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그러나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현실의 범죄는 드라마 작가의 상상력을 가볍게 뛰어넘을 만큼 참혹하며 그 결말 역시 통쾌한 복수극과는 거리가 멀다. ‘드라마보다 더한 현실’이라는 수식어조차 부족할 만큼 인간의 가장 밑바닥 악의를 보여준 실제 사건이 있다. 과거 일본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1988년 ‘여고생 콘크리트 살인사건’과 너무나도 닮아 있는 2014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김해 여고생 암매장 살인 사건’이다. 벗어날 수 없는 덫, ‘가출팸’이라는 지옥의 시작비극의 서막은 2014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15세 윤모 양은 타 지역에서 경남 김해로 전학을 온 상태였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으나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며 겉돌고 있었다. 외로움에 시달리던 윤 양은 SNS를 통해 알게 된 남성에게 위로를 받다 가출을 결심했고 부산의 한 여관에 머물게 된다. 하지만 이는 윤 양을 범죄의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한 철저한 덫이었다. 그곳에는 20대 남성 3명과 윤 양 또래의 10대 여학생 4명으로 구성된 이른바 ‘가출팸’ 일당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윤 양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한 뒤 지속적인 폭행과 협박으로 성매매를 강요하기 시작했다. 윤 양은 울산 등지의 모텔에 감금된 채 하루 평균 3회 이상 강제 성매매에 내몰렸고 가해자들은 윤 양을 착취해 벌어들인 수익을 자신들의 유흥비와 생활비로 탕진했다. 그러던 중 딸을 애타게 찾던 윤 양의 아버지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는 사실을 일당이 알게 됐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올 것을 우려한 가해자들은 처벌을 피하기 위해 윤 양에게 “가출 기간 동안 성매매를 한 사실을 절대 발설하지 않겠다”는 강압적인 다짐을 받아낸 뒤 집으로 돌려보냈다. 일상화된 폭력과 유흥거리로 전락한 인간의 존엄성천만다행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비극의 사슬은 끊어지지 않았다. 가해자들은 윤 양이 지인과 아버지에게 감금 및 성매매 강요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자신들의 범행이 탄로 날 것을 우려한 이들은 앙심을 품고 윤 양의 뒤를 밟았고 교회에서 윤 양을 대낮에 또다시 강제로 납치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다시 끌려간 윤 양에게 가해진 보복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악랄했다. 이들이 윤 양에게 가한 폭력과 가혹행위는 단지 입을 막거나 겁을 주기 위한 목적을 넘어 타인의 고통 자체를 일종의 ‘놀이’로 즐기는 기형적인 양상을 띠었다. 일당은 번갈아 가며 윤 양을 무자비하게 집단 구타했으며 가학적인 방식으로 음주를 강요했다. 또한 폭행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윤 양의 신체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해를 입히는 등 비인간적인 고문이 연일 이어졌다. 아픈 윤 양에게 동행한 여학생들과 강제로 싸움을 붙이는 등 폭력은 완전히 그들의 유흥거리로 전락해 있었다. 보름 가까이 이어진 무자비한 구타와 가혹행위, 굶주림으로 인해 윤 양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사망하기 2~3일 전부터는 식도 기능마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이온 음료조차 제대로 삼키지 못하는 참혹한 상태에 이르렀다. 결국 2014년 4월 10일, 지속적인 폭행으로 인한 탈수와 쇼크를 이기지 못한 15세의 어린 소녀는 급성 심장정지로 짧고 고통스러웠던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냉혈한 시신 은폐와 브레이크 없는 연쇄 강력 범죄윤 양이 숨을 거두자 가해자들은 일말의 슬픔이나 죄책감을 느끼기는커녕 곧바로 치밀한 시신 유기 및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 이들은 윤 양이 사망한 직후 경남 창녕의 한 과수원으로 이동해 시신을 암매장하기로 공모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시신이 발각되더라도 수사기관이 신원을 확인할 수 없도록 시신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잔혹성을 보였다. 그러나 봄철 과수원 작업으로 인해 암매장 사실이 들통날 것을 우려한 이들은 시신을 다시 파내어 인근 야산으로 옮겼다. 나아가 시신의 부패 냄새를 차단하고 흔적을 영원히 지우기 위해 미리 준비해 간 시멘트를 시신 위에 쏟아붓고 흙으로 덮어 완벽한 은폐를 시도했다. 시신을 암매장한 후에도 이들 가출팸 일당의 폭주는 브레이크 없이 이어졌다. 윤 양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은폐한 지 불과 열흘도 지나지 않은 2014년 4월 이들은 활동 무대를 대전으로 옮겨 또 다른 강력 범죄를 저질렀다. 이번에도 역시 10대 여학생을 미끼로 내세워 조건만남을 가장해 40대 남성을 모텔로 유인했다. 애초에 금품 갈취가 목적이었던 가해자들은 남성을 집단 폭행해 숨지게 한 뒤 피해자의 금품을 훔쳐 달아나는 강도살인 범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이들의 범죄 행각은 결국 꼬리가 밟혔다. 대전 살인 사건의 폭행 장면이 CCTV에 담겼고 시신 유기 현장 주변을 배회하던 일당은 잠복 중이던 경찰에 의해 전원 체포되었다. 이후 경찰의 치밀한 수사와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대전 사건의 가해자들이 김해 윤 양 실종 사건과 동일한 일당임이 밝혀졌고 차갑게 굳어 있던 윤 양의 시신이 마침내 세상 밖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사법부의 판결…그 형량은 15세 소녀의 목숨값으로 합당했는가?법정에 선 7명의 가해자에게는 살인, 강도살인, 사체유기 등 입에 담기조차 힘든 22개의 다수 중범죄 혐의가 적용되었다. 수사 과정과 법정에서 이들은 범행의 주도권을 두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비겁한 태도를 보였다. 기나긴 법정 공방 끝에 2015년 12월 대법원을 통해 최종 형량이 확정되었다. 재판부는 이들의 행위가 타인의 고통을 마치 놀이처럼 즐긴 점에 비추어 살인의 고의성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성인 가해 남성 중 주범 2명에게는 무기징역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30년 부착이 확정되었고 다른 공범 1명에게는 징역 35년이라는 중형이 내려졌다. 국민적 이목이 쏠렸던 것은 윤 양과 또래이면서도 끔찍한 가혹행위와 사체 유기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10대 여학생들에 대한 처벌 수준이었다. 법원은 이들에게 장기 9년~단기 6년 등의 징역형을 확정했다. 그러나 법의 잣대로 내려진 이 판결을 두고 우리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과연 이 형량이 15세 소녀가 수십 일간 겪어야 했던 지옥 같은 고통과 강제된 죽음의 무게에 비례하는 ‘합당한 처벌’인가? 가해 여학생들은 소년범으로서의 형을 받았으나 이들 대부분은 이미 형기를 마치고 사회로 복귀한 상태다. 범죄자가 형기를 채웠다는 것은 법률적 절차의 종료를 의미할 뿐 억울하게 죽어간 피해자와 평생 가슴에 자식을 묻어야 하는 유가족의 피눈물 앞에서는 한없이 가볍고 무력한 죗값으로 다가온다. 진짜 ‘참교육’이 향해야 할 곳윤 양 사건이 뼈아픈 이유는 벼랑 끝에 몰린 청소년들을 보호해야 할 사회적 안전망과 수사 시스템이 얼마나 무기력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 양의 아버지가 초기에 다급하게 실종 신고를 했을 때 수사기관이 이를 단순 가출로 가볍게 여기지 않고 골든타임 내에 적극적인 개입을 했더라면 참극은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드라마 ‘참교육’ 속 악인들은 영웅에 의해 통쾌하게 부서지지만 현실의 시스템은 언제나 완벽한 처벌을 담보하지 못한다. 무참히 파괴된 피해자의 영원한 부재와 남은 생을 살아가는 가해자들의 일상이 버젓이 공존하는 것이 우리가 마주한 비정한 현실이다. 우리가 이토록 참혹한 사건을 외면하지 않고 그 흔적을 집요하게 복기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진정한 ‘참교육’이란 픽션 속 사적 제재에 열광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가출 청소년들을 먹잇감으로 삼는 범죄의 고리를 사전에 차단하고 아이들을 끝까지 보호할 수 있는 촘촘한 사회적 감시망을 구축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참혹한 범죄의 흔적 위에서 우리 사회 전체가 반드시 이뤄내야 할 진짜 ‘참교육’일 것이다.
  • 해변서 꼭 껴안고 누운 두 남녀…공효진♥케빈오였다 [포착]

    해변서 꼭 껴안고 누운 두 남녀…공효진♥케빈오였다 [포착]

    배우 공효진이 남편 케빈오의 신곡 뮤직비디오에 특별 출연했다. 케빈오는 23일 오후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신곡 ‘마이 걸(My Girl)’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영상은 황량한 바닷가에 홀로 선 케빈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적막한 풍경 속에서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보이던 그는 이내 해변을 자유롭게 거니는 한 여성을 발견한다. 흰 원피스를 입은 여성은 바람을 따라 춤을 추듯 움직이며 해변을 누빈다. 반면 케빈오는 모래사장에 그려진 새 그림 곁에 웅크린 채 외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영상 후반부가 되면서 해당 인물이 공효진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엔딩 장면에서는 케빈오와 공효진이 나란히 손을 맞잡고 모래사장에 누워 있는 모습이 담겼다. 카메라가 점차 멀어지고, 두 사람이 집 모양이 그려진 해변 위에 누워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한편 공효진과 케빈오는 2022년 미국 뉴욕에서 비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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