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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의 고요한 관조, 지혜의 반야봉 [두시기행문]

    지리산의 고요한 관조, 지혜의 반야봉 [두시기행문]

    지리산의 거대한 능선이 남과 북으로 크게 굽이치는 곳, 그 중심에 해발 1732m의 반야봉이 묵묵히 솟아 있다. 주봉인 천왕봉(1915m)이 하늘을 받치는 기둥처럼 웅장한 위용을 자랑한다면, 반야봉은 그 곁에서 마치 깊은 수행에 든 구도자처럼 지리산의 광활한 산군을 온전히 관조하고 있다. 지리산의 3대 주봉이자 제2봉인 반야봉은 천왕봉과는 또 다른 차원의 고요와 깊은 사색의 공간으로 산객들을 이끈다. 반야봉이라는 이름에는 깊은 불교적 서사가 담겨 있다. ‘반야’(般若)는 산스크리트어로 지혜를 뜻하며, 세상의 도리를 깨닫는 근원적인 지혜를 의미한다. 전하는 설화에 따르면 옛날 지리산에 살던 반야라는 사람이 지혜를 얻기 위해 정성을 다해 기도했다는 이야기, 혹은 지리산의 산신인 천왕봉의 여신을 사모하던 반야라는 사냥꾼의 애달픈 전설이 얽혀 있다. 이름이 지닌 무게만큼이나 반야봉에 올라서면 세상의 소란함이 일순간 사라지고, 오직 나 자신과 대면하게 되는 맑은 지혜의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반야봉은 천왕봉의 화려함 뒤에 숨은, 지리산의 진정한 지혜를 상징하는 봉우리다. 누군가는 천왕봉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릴 때, 반야봉에 올라선 이는 굽이치는 산맥의 곡선을 바라보며 자연의 순리와 삶의 무게를 깊이 헤아린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오른 정상에서 마주하는 정적은 우리가 잊고 지냈던 스스로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지혜를 뜻하는 봉우리의 이름처럼 반야봉은 오늘도 묵묵히 구름 위에 서서 찾아오는 이들에게 삶을 통찰하는 맑은 시선을 선물하고 있다. 반야봉으로 향하는 길은 지리산의 속살을 가장 깊숙이 들여다보는 과정이다. 노고단에서 시작해 임걸령과 노루목을 지나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지리산 종주의 핵심 구간으로, 사계절 내내 변화무쌍한 풍경을 선사한다. 특히 여름철 산철쭉이 능선을 따라 붉게 번져나갈 때면 반야봉은 거대한 꽃의 섬으로 변모한다. 노루목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 보면 어느덧 발아래로 구름 바다가 일렁이며 지리산의 능선들이 섬처럼 떠다니는 신비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정상에 서서 바라보는 사방의 조망은 지리산이 왜 민족의 영산이라 불리는지, 그 광활한 기개와 깊이를 온몸으로 실감하게 한다. 산행 후 지리산 자락에서 맛보는 음식은 반야봉의 여운을 더욱 진하게 남긴다. 전북 남원시 산내면이나 전남 구례군 일대에서 맛보는 지리산 산나물 정식은 그야말로 자연의 선물이다. 맑은 계곡 물에서 자란 나물들이 내뿜는 향긋함은 산행으로 지친 몸을 달래기에 더할 나위 없다. 쌉싸름한 산채와 함께 곁들이는 따뜻한 밥 한 그릇은 험준한 산길을 묵묵히 걸어온 산객에게 꿀물과도 같다. 산 아래 고즈넉한 민박에서 하룻밤 묵으며 듣는 지리산의 밤바람 소리는 반야봉에서 얻은 평온을 일상의 공간으로 가져가는 특별한 징검다리가 되어준다.
  • “파출소 좀” 덜덜 떤 치매 어르신…고3 학생, 따뜻한 ‘꿀물’로 추위 녹였다

    “파출소 좀” 덜덜 떤 치매 어르신…고3 학생, 따뜻한 ‘꿀물’로 추위 녹였다

    길을 잃고 방황하던 치매 어르신을 도운 학생의 선행이 뒤늦게 알려지며 감동을 전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8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저희 할아버지 같아서요’ 잊지 못할 따뜻한 동행”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울산 문현고등학교 3학년 최준영군의 선행을 알렸다. 지난 3월 최군은 울산 동구의 한 공원 인근을 배회하던 할아버지와 마주쳤다. 최군은 “할아버지가 오셔서 제 팔을 잡으시더니 파출소로 데려가 줄 수 있냐고 물어보셨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할아버지의 부탁을 받은 최군은 파출소까지 함께 동행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함께 파출소로 향하던 중 할아버지가 추위에 떨고 계신 모습을 보게 됐다. 그는 “할아버지가 되게 오랫동안 걸으셨다고 했다”며 “손이 너무 차가우셔서 편의점에 같이 들어가서 꿀물을 사서 할아버지 손에 드렸다”고 밝혔다. 최군은 할아버지와 함께 약 1.5㎞ 거리의 지구대에 도착했다. 그가 도왔던 할아버지는 약 2시간 전 실종 신고가 들어온 상태였다. 치매를 앓고 있던 할아버지는 길을 잃고 정처 없이 거리를 떠돌았는데, 최 군의 도움을 받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경찰은 선행을 베푼 최군에게 직접 감사장을 전달하며 “실종 예방은 우리 모두의 시선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 재혼 앞둔 4050이 듣기 싫은 말…男 “파인 다이닝” vs 女 “아침밥”

    재혼 앞둔 4050이 듣기 싫은 말…男 “파인 다이닝” vs 女 “아침밥”

    재혼을 준비하는 4050 돌싱(돌아온 싱글)에게는 말 한마디가 결정적이다. 평균 재혼 연령이 남성 51.57세, 여성 47.14세인 만큼 서로의 생활 방식이 굳어진 탓에, 작은 요구나 표현 하나에도 호감이 크게 갈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재혼정보회사 온리유와 결혼정보업체 비에나래가 전국 재혼 희망 돌싱 남녀 514명(남녀 각 2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재혼 목적 교제 중, 어떤 말을 자주 들으면 재혼 의지가 꺾이느냐’는 질문에 남성 32.7%가 ‘파인 다이닝’을 골랐고, 이어 ‘명품 선물 사 달라(27.6%)’ ‘자녀 학비 지원(22.2%)’, ‘노부모 케어(12.1%)’ 순으로 응답했다. 여성은 38.9%가 ‘아침밥 해 달라’를 가장 비호감 표현으로 꼽았다. 이어 ‘노부모 케어(27.2%)’, ‘파인 다이닝(16.0%)’, ‘명품 선물(12.1%)’ 등의 순이었다. 온리유 손동규 대표는 “데이트비를 거의 지불하지 않는 여성이 기회만 나면 고급 식당을 요구하면 남성 입장에서는 ‘나를 호구로 보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맞벌이가 기본이 된 시대에 아침밥을 강요하는 남성은 꼰대로 보이고 재혼 의사가 바로 사라진다”고 말했다. ‘찌질해 보이는 언행’에서도 남녀는 서로 다른 항목을 골랐다. 남성은 31.1%가 “식사 후 계산하지 않고 꽁무니 빼기”를 1위로 꼽았다. 이어 “전 남편 험담하기(26.5%)”가 뒤를 이었다. 반면 여성은 “전처 험담하기(33.1%)” “데이트 중 전화만 붙잡고 있기(25.2%)” 순으로 나타났다. 이경 비에나래 총괄실장은 “특히 50대 이상 돌싱 여성들 중에는 데이트 비용을 남성에게 자연스럽게 미루는 경향이 있다”며 “이럴 때 남성들이 불만을 크게 느낀다”고 했다. 이어 “이혼 책임 비중이 높은 남성이 전 배우자 험담을 늘어놓으면 오히려 자기 변명처럼 들리며 여성 입장에선 지질하게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혼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현실적 장벽도 남녀가 달랐다. 온리유가 최근 재혼 희망 돌싱 532명을 조사한 결과 남성은 ‘경제력 미흡(35%)’을, 여성은 ‘비호감 외모(33.9%)’를 재혼 최대 장애물로 꼽았다. 남성은 이혼 과정에서 재산이 나뉜 뒤 경제적 여력이 약해진 점을 부담으로 느꼈고, 여성은 나이·출산·생활 여건 변화로 외모 자신감을 가장 크게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돌싱으로 살아가며 느끼는 공백 또한 서로 달랐다. 남성은 ‘꿀물이 필요할 때(33.1%)’ 아내의 빈자리를 월등히 크게 느꼈다. 숙취·몸살 같은 신체적 순간의 허기가 크게 작용한 셈이다. 반면 여성은 ‘무거운 화분 옮길 때(34.6%)’를 가장 많이 선택하며 현실적인 노동의 순간에서 배우자의 필요성을 체감한다고 답했다. 손동규 대표는 “남녀 모두 오랜 기간 ‘남자’ ‘여자’로 살아온 경험이 쌓여 있어서 재혼에서는 서로의 언행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며 “결혼 경험으로 쌓인 관점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는 태도가 재혼 성공의 관건이 된다”고 조언했다.
  • 男 혼밥 질릴 때, 女 화분 옮길 때…4050 돌싱 ‘재혼 생각’

    男 혼밥 질릴 때, 女 화분 옮길 때…4050 돌싱 ‘재혼 생각’

    재혼을 꿈꾸는 4050 돌싱(돌아온 싱글)들이 일상 속 사소한 순간에 배우자의 빈자리를 가장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평균 재혼 연령은 남성 51.57세, 여성 47.14세다. 24일 재혼정보회사 온리-유가 결혼정보업체 비에나래와 공동으로 17일부터 23일까지 전국의 재혼 희망 돌싱 남녀 5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상생활 중 배우자가 없어 아쉽게 느껴질 때’를 묻는 질문에 남성과 여성의 답변이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남성 응답자의 33.1%는 ‘꿀물이 필요할 때’를 1순위로 꼽았다. 몸살이나 숙취로 힘들 때 아내가 타주던 꿀물이 그리워진다는 것이다. 이어 혼밥 질릴 때(29.3%), 친지 경조사 방문 시(19.4%), 등이 가려울 때(12.5%) 순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34.6%가 ‘화분 옮길 때’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무거운 화분이나 가구를 옮길 때 남편의 힘이 절실하다는 응답이다. 이어 친지 경조사 방문 시(27.8%), 꿀물 필요할 때(17.5%), 혼밥 질릴 때(14.5%) 순이었다. 손동규 온리-유 대표는 “배우자와 함께 살 때는 전혀 불편함을 못 느끼던 사항이 이혼하고 혼자 살다보면 힘들고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돌싱으로 살면서 재혼의 필요성을 절감할 때’를 묻는 질문에서도 남녀 간 차이가 확연했다. 남성은 ‘위로받고 싶을 때’(34.2%)와 ‘노부모 뵐 때’(26.6%)를 가장 많이 꼽았다. 여성은 ‘노후가 막막할 때’(28.5%)와 ‘호구지책으로 일할 때’(25.1%)를 1, 2위로 선택했다. 남자는 돈, 여자는 외모…재혼의 장애물 재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남녀 모두 각자의 걸림돌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리유가 23일 전국 재혼 희망 돌싱 남녀 5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남성은 ‘경제력 미흡’(35%)을, 여성은 ‘비호감 외모’(33.9%)를 재혼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았다. 남성의 경우 이혼 후 재산 분할로 경제력이 약해진 상황이 재혼에 부담이 되고 있다. 남성은 ‘자가 구입·확대’(26.7%)를 경제적으로 가장 큰 문제로 지목했으며, 노후 대책(24.4%), 주거비 부담(19.2%)이 뒤를 이었다. 여성은 나이, 출산, 여유 없는 생활 등으로 외모 자신감이 떨어진 것을 가장 큰 고민으로 안고 있다. 2024년 기준 여성 평균 재혼 연령은 47.14세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주거비 부담’(28.6%)을 1순위로 꼽았고, 생활비 조달(21.4%), 노후 대책(18.8%)이 뒤를 이었다. 외모와 관련해서는 남성은 노안(26.3%), 여성은 이목구비(28.2%)를 가장 큰 핸디캡으로 선택했다. 이어 남녀 모두 비만을 2순위로 꼽았다. 지난해 기준 평균 재혼 연령은 남성 51.57세, 여성 47.14세다. 재혼 전문 정보회사 관계자는 “이혼을 겪은 남성들은 전 배우자에게 절반에 가까운 재산을 분배했기 때문에 재혼 상대 여성이 원하는 수준의 경제력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며 “재혼 대상 여성들은 연령, 자녀 출산, 여유 없는 생활 등으로 인해 남성들이 희망하는 외모 수준에 미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 “단 한입에 사망” 충격…몸에 좋은 꿀? ○○에겐 ‘독’

    “단 한입에 사망” 충격…몸에 좋은 꿀? ○○에겐 ‘독’

    “시부모님이 아직 돌도 안된 아기한테 감기 걸렸다고 꿀물을 먹이셨는데 어쩌죠?” “아기 변비에 꿀이 좋다고 해서 꿀을 요거트에 섞어서 줄까 하는데 언제부터 가능할까요?” 가족들이 꿀물이나 꿀차를 마시다 아기에게까지 먹였다며 발을 동동 구르는 엄마의 사연은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티에 꾸준히 올라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후 12개월 미만의 영아에게는 꿀을 절대 먹여서는 안 된다.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혈액 순환과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체내 유입된 균을 제거하는 등 건강에 이롭다고 알려진 꿀을 12개월 미만의 영아가 먹을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최근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미국의 뇌 건강 전문가 바이빙 천 박사는 최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꿀은 건강한 음식처럼 보이지만 ‘보툴리누스균’(Clostridium botulinum)이라는 위험한 세균 포자를 함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상 속 천 박사는 “성인과 어린이의 장은 이 세균 포자를 대부분 이겨낼 수 있지만, 영아는 그렇지 못하다”며 “이 포자가 독소를 생성해 ‘영아 보툴리누스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부모들은 이 같은 사실을 잘 모른다”며 “단 한 스푼의 꿀이 아이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아 보툴리누스증은 1세 미만의 아기 장내에서 보툴리누스균이 발아해 신경독소를 생성하면서 발생하는 감염 질환이다. 해당 질환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으며, 신경계와 호흡근을 마비시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영아 보툴리누스증의 초기 증상은 변비, 젖을 제대로 빠는 힘이 약해지는 것, 울음소리가 힘이 없어지는 것 등이다. 성인이나 어린이의 장내에는 다양한 미생물이 있어 세균 포자의 성장을 억제하지만, 영아는 장내 환경이 미성숙해 감염 위험이 크다. 보툴리누스균이 생성하는 독소는 현재까지 알려진 독소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단 몇 나노그램(nanogram, 10억분의 1그램)만으로도 사람을 마비시킬 수 있으며, 의료적 개입이 늦을 경우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생꿀뿐만 아니라 꿀이 소량이라도 들어간 전통 간식, 조청, 일부 과자 등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정에서 만든 죽이나 이유식에 꿀을 단맛 첨가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생후 12개월 이전에는 절대로 권장되지 않는다. 또한 물에 타놓은 분유나 먹다 남은 우유는 세균에 쉽게 오염될 수 있으므로 아기에게 주어서는 안 된다. 분유는 먹이기 직전에 한번 먹을 양 만큼 타서 먹이고, 아기가 먹다 남은 우유는 버리는 것이 좋다.
  • 인류 구한 꿀벌을 위협한 인류, ‘벌’ 받지 않을 행동할 때

    인류 구한 꿀벌을 위협한 인류, ‘벌’ 받지 않을 행동할 때

    비바람이 몰아치던 고대의 여름날, 벌집 하나가 땅에 떨어졌다. 꿀이 저장돼 있던 부분으로 빗물이 들어와 섞이고 희석됐다. 비가 그친 뒤 희석된 꿀물은 태양열에 발효되기 시작했다. 공기 중에 있던 박테리아와 효모 덕에 발효는 한층 빠르게 진행됐다. 어느 날 인류의 조상이라 할 직립 인간이 우연히 그 앞을 지나다 맛을 보게 됐다. 그는 약간 달곰하면서도 시큼한 그러니까 기분 좋은 발포성 음료의 맛이 마음에 들었다. 기분 좋은 상태가 된 선(先) 인류는 이후 가죽 부대나 나무껍질 등의 재료로 만든 용기에 발효 꿀물을 담그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탁월한 문화적 산물은 이후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문명으로 퍼졌다. 고고학계에선 거의 모든 대륙에서 이 가장 오래된 발효 음료의 흔적을 찾아냈다. 중국 허난성 자후 마을의 신석기 시대 무덤에선 꿀을 기초로 만든 발효 음식의 흔적을 발견했는데 무려 8000~9000년 전의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인간이 벌과 만난 건 아주 오래전이다. 꿀과 꿀벌은 언제 어디서나 존중받았다. 이집트 파라오부터 근대 왕족까지 가문을 상징하는 문장(紋章)으로 꿀벌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꿀벌은 환경 보호 차원에서 보호해야 할 대상이 됐다. 인류의 진화 과정에 늘 동행해 온 꿀벌의 운명이 어쩌다 이렇게 위태로워졌을까. ‘꿀벌은 인간보다 강하다’는 꿀벌의 기원과 사회적·의학적·종교적 역할, 상징성, 멸종 방지 대책 등을 아우른 인문서다. 꿀의 공급자로서 벌이 인류에게 가져다준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광범위하게 고찰한다. 현대 사회로 접어들며 꿀벌은 위기를 맞고 있다. 벌이 좋아하는 꽃의 감소,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이종 교배의 남발 등으로 인해서다. 음식 역사가인 저자는 숱한 멸종 위기를 잘 극복해 온 벌들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그리고 인간을 구한 꿀벌을 이제 우리가 보호하고 살리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뭔지 광범위하게 살핀다.
  • 사회적 문화 전파… 사람 말고 꿀벌·침팬지도 합니다

    사회적 문화 전파… 사람 말고 꿀벌·침팬지도 합니다

    문화는 한 사회의 개체가 습득하는 모든 능력과 습관을 포함하는 복합적 총체로 사회적으로 학습돼 시간이 지나도 지속된다. 지금까지 문화는 인간 고유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대표적인 사회적 동물인 꿀벌, 인간과 가장 가까운 유인원인 침팬지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문화 전파가 가능하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영국 퀸메리대 생명과학·행동과학부, 셰필드대 생명과학부, 신경과학연구소,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 공동 연구팀은 꿀벌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기가 배운 새로운 행동을 다른 꿀벌에게 전파한다는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3월 7일자에 발표했다. 꿀벌은 사회적 학습을 통해 끈 당기기, 공 굴리기 같은 평소 하지 않는 행동을 습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곤충이다. 연구팀은 꿀벌이 군집 내 다른 꿀벌로부터 복잡한 행동을 배울 수 있는지 조사하기 위한 실험을 설계했다. 실험 상자는 꿀벌이 장애물을 피한 뒤 뚜껑을 밀어 열어야 달콤한 꿀물을 얻을 수 있는 2단계 퍼즐로 구성됐다. 훈련받지 않은 꿀벌들은 여러 번 시도했지만 상자를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연구팀은 꿀벌 몇 마리를 골라 훈련해 과제를 완수하도록 했다. 훈련 성공까지는 약 이틀이 걸렸으며 1단계인 장애물 회피 과정 통과를 위해서도 보상이 필요했다. 이후 훈련받지 않은 꿀벌과 훈련받은 꿀벌을 한 곳에 넣고 관찰했다. 그 결과, 훈련받지 않은 꿀벌은 훈련받은 꿀벌에게 통과 기술을 배워 보상 없이 1단계를 통과하고 2단계까지 통과하는 것이 관찰됐다.그런가 하면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 동물학회,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 공동 연구팀은 침팬지들이 서로를 관찰함으로써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역시 누적적 문화 진화가 인간 고유의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인간 행동’ 3월 7일자에 게재됐다. 침팬지 문화를 설명하기 위한 이론으로 ‘잠재적 해결 영역’(ZLS) 가설이 있다. ZLS는 한 집단의 여러 개체가 독립적으로 비슷한 문화적 행동을 재창조하면서 하나의 문화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견과류 깨기 같은 문화적 행동을 개별적으로 개발해 발전시키는 것에서 관찰된다. 연구팀은 잠비아에 있는 침팬지 66마리를 두 집단으로 나눠 ZLS 가설을 검증했다. 침팬지에게 먹이 보상을 얻기 위한 3단계 퍼즐 상자를 풀도록 했다. 숲에서 나무 공을 가져와서, 상자 안의 서랍을 당겨 열어 놓고, 공을 넣어야 한다. 처음 3개월 동안 침팬지들은 상자를 여는 데 필요한 기술을 발달하지 못했다. 그다음 연구팀은 각 그룹에서 침팬지 한 마리에게 3단계 퍼즐을 풀도록 훈련한 뒤 그룹으로 되돌려 보내 3개월 동안 다시 관찰했다. 그 결과 두 그룹 모두에서 14마리의 침팬지가 상자 여는 능력을 습득한 것을 확인했다. 행동 생태학 분야 세계적 석학으로 이번 꿀벌 연구를 이끈 라르스 치트카 퀸메리대 교수는 “지금까지 인간에게만 있는 것으로 여겨졌던 복잡한 수준의 행동을 꿀벌도 사회적 방법으로 학습할 수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치트카 교수는 “동물들도 인간처럼 사회적 학습은 물론 문화 전파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번 연구들은 시사점이 크다”고 덧붙였다.
  • “취객에 꿀물까지 타줘야 합니까”…‘취객 방치’ 유죄에 경찰들 뿔났다

    “취객에 꿀물까지 타줘야 합니까”…‘취객 방치’ 유죄에 경찰들 뿔났다

    한파 속 술에 취한 60대 남성이 집 앞에서 방치돼 숨진 사건과 관련해 남성을 집 앞까지 데려다줬던 경찰관들이 벌금형을 선고받자 경찰 내부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술 취한 시민에 대한 보호조치를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는지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경찰관에게만 책임을 지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서울 강북경찰서 소속 A경사와 B경장에게 각각 벌금 500만원과 4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들은 2022년 11월 30일 오전 1시 28분쯤 술에 취해 길가에 누워있던 60대 남성 C씨를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다세대 주택 문 앞까지 데려다줬다. 이들은 C씨를 집 앞 야외 계단 앞에 앉혀놓고 집 안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지 않은 채 현장에서 철수했다. C씨는 6시간 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서울에는 한파 경보가 발령돼 최저 기온은 영하 8.1도를 기록했다. A경사와 B경장은 C씨가 저체온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됐다. 피해자 유족은 두 경찰관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냈지만, 검찰은 지난해 9월 이들을 약식 기소했다. 이러한 판결 내용이 지난 14일 알려진 이후 경찰 내부 게시판에는 지휘부에 대책 마련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법원이 일선 치안 현장의 고충을 세심하게 고민하지 않고 현실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기계적 판결’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파출소에서 주취자 신고 처리를 많이 경험했다는 한 경찰관은 “신고받고 가면 자기가 알아서 갈 테니 신경 쓰지 말라며 비틀비틀 걸어가는 것을 보고 현장 조치를 마무리하는 게 통상적”이라며 “(이번 사건의) 경찰관은 주취자를 다세대 주택까지 데리고 갔으나 정확한 호실을 몰라 대문 안 계단에 놓고 귀소했다. 통상적인 주취자 처리였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경찰청은 말단 직원들에게 무한책임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경찰관은 댓글에서 “주취자 본인이 괜찮다고 하면서 귀가한 것을 왜 경찰에게 책임 지우나. 아주 나쁜 판결의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우리가 그들의 집에 강제로 들어가 꿀물까지 손수 타 줘야 하느냐”, “주취자를 어디까지 모셔다드려야 업무상 과실치사를 면할 수 있나”, “앞으로는 주취자 집에 안방까지 가서 이불 덮어주고 물도 떠다 주고 나와야 한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르면 경찰관은 술에 취해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 등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 문제는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보호 조치가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해선 특별한 규정이나 지침이 없다는 것이다. 경찰 내부에서 원망 섞인 목소리가 나오자 윤희근 경찰청장은 전날 주재한 주간업무 회의에서 “청장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다양한 지원 방법을 강구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음을 실감한다. 법무와 감찰, 범죄 예방을 포함한 관련 기능에 부족한 점이 없는지 논의해달라”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주취자 보호법 4건이 6개월 넘게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돼있다. 주취자 처벌법 1건은 2021년 4월 발의돼 3년 가까이 계류 상태다. 주취자 보호법의 주요 내용은 경찰, 소방 당국, 지자체 및 의료기관 등 유관기관이 역할을 분담해 주취자를 보호하는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각 지자체에 주취자 구호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일부 담겼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문제가 터질 때만 관심을 갖지 말고 지속적인 법 개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과 소방 당국이 서로 주취자 이송 문제를 두고 ‘핑퐁’하며 넘기는 건 잠깐 그 문제에 관심을 갖는 정치 문제이기도 하다”며 “문제가 불거졌을 때만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현장 목소리를 듣고 정확한 규정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내 뱃살 늘리는 酒여! 새해 피할 수 없다면 공복 피하고 딱 4잔만

    내 뱃살 늘리는 酒여! 새해 피할 수 없다면 공복 피하고 딱 4잔만

    새해를 맞아 야무지게 ‘건강 프로젝트’를 세우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술을 마셔야 할 순간들이 온다. 술자리를 피할 수 없다면 음주 전후 어떻게 해야 건강을 덜 해칠 수 있는지 살펴봤다. 질병관리청의 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76.9%는 ‘음주자’다. 1회 평균 음주량이 남성 7잔 이상, 여성 5잔 이상이다. 주 2회 이상 술을 마시는 고위험 음주율은 남성 21.3%, 여성 7.0%에 이른다. 이현웅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술은 양날의 칼 같아서 잘 이용하면 분위기를 좋게 하고 스트레스를 푸는 역할을 하지만 지나치면 몸과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며 올바른 음주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음 뒤 졸린 이유, 멈추라는 뇌의 신호 술이 몸에 들어오면 주성분인 에탄올이 효소(알코올탈수소효소·ADH)에 의해 아세트알데하이드를 거쳐 물과 탄산가스로 분해돼 몸 밖으로 배출된다. 건강한 간이 한 잔의 알코올을 처리하는 데 약 60~90분이 소요된다.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제때 분해되지 않으면 머리가 아프고 얼굴이 빨개지며 맥박과 호흡이 빨라진다. 술을 많이 마시면 졸린 이유는 뇌에서 술을 더이상 마시면 안 된다는 신호를 보내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필름이 끊긴다’는 블랙아웃은 알코올성 치매의 위험 신호다. 작동하는 컴퓨터 전원을 갑자기 뽑아 버리는 일이 반복되면 컴퓨터가 망가지듯 뇌도 손상을 입는다. 임재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65세 미만 치매의 10%가 알코올성 치매”라면서 “블랙아웃으로 뇌가 반복적 손상을 입으면 알코올성 치매가 올 수 있다. 술만 마시면 충동적·폭력적으로 바뀌는 사람은 전두엽 손상에 따른 알코올성 치매일 수 있는 만큼 금주와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음으로 인한 간 질환은 증상이 거의 없다. 유수종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은 어지간히 나빠지기 전까지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서 “알코올 간질환은 남성의 경우 여성형 유방, 가슴에 거미 모양의 붉은 반점, 황달, 배에 물이 차는 복수가 나타날 수 있고 심하면 간경변 합병증으로 토혈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살 찔까봐 안주는 적게 먹는다?공복 땐 위에서 알코올 100% 흡수 자주 마실수록 주량이 늘어난다?술 분해효소는 유전적으로 결정조금씩 자주보다 한번 폭음이 낫다?과음 땐 다량 독성물질 노출 위험음주 뒤 라면·짬뽕 국물로 해장?맵고 짠 음식은 소화기에 악영향 ●대장암 발병률, 비음주자의 최대 3배 술은 구강과 식도를 거쳐 위장, 소장에서 흡수되는데 공복 술은 위장의 상피점막세포를 자극해 탈수 현상과 염증을 일으킴으로써 따가운 느낌을 준다. 심하면 위궤양으로 이어진다. 특히 알코올은 소장에서 흡수돼야 할 필수아미노산, 지방산, 비타민·미네랄의 흡수를 막는다. 원인 모를 복통과 설사, 변비 증세를 보이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이나 대장암을 유발하기도 한다. 김범진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과음하면 위 점막에 이어 대장 점막까지 손상해 설사를 일으키거나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대장암 발병률도 비음주자보다 1.5~3배 높은 것으로 보고돼 있다”고 말했다. 과음은 과도한 췌장액 분비를 유발해 췌장 세포를 손상하는 ‘급성 췌장염’이나 혈액순환 장애로 뼈가 무너져 내리는 ‘무혈성 골괴사’를 일으킬 수도 있다. 김철호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술은 혈관 내 지방을 쌓이게 하고 대퇴골두에 피가 통하지 않게 만들어 무혈성 괴사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걸을 때 사타구니 통증이 있거나 양반다리하기가 힘들다면 의심해 봐야 한다. 음주를 많이 하는 20~30대 남성에게도 나타난다”고 밝혔다. 자주 마실수록 주량이 늘어난다는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 이 교수는 “아무리 노력해도 체내 알코올 분해 효소는 유전적으로 결정돼 있기 때문에 과욕을 부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음주 전 달걀·치즈, 안주는 과일·더덕 간에 부담을 덜 주면서 술을 마시려면 공복 술을 피해야 한다. 김범진 교수는 “‘채우고 피하고’가 중요하다. 음주 전 가벼운 식사로 배를 채우는 게 좋은데 공복일 땐 알코올이 위에서 100% 흡수되지만 음식물이 있을 땐 최대 50%까지 흡수율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음주 전 달걀과 치즈, 아스파라거스, 우유, 두부, 생선류, 고기류를 먹어 두면 좋다. 안주로는 과일, 채소, 주꾸미, 더덕 등이 좋다. 김 교수는 “알코올은 흡수되면 포만감을 방해하기 때문에 술자리에선 실제 먹는 양보다 더 많이 먹게 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음주 다음날 허기가 느껴지는 건 알코올이 포도당 합성을 방해해 혈당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적정 음주량은 1일 4잔 이내, 일주일에 2번 이내다. 65세 남성의 경우 40g(포도주 2잔, 소주 반병), 여성과 65세 이상 남성은 20g(소주 2잔 이하)이 적당량이다. 혼술은 과음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2~3일간 휴주기를 두는 편이 좋다. 유 교수는 “‘조금씩 자주’보다 ‘한번에 폭음’을 할 경우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다량의 독성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두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분들은 선천적으로 알코올 분해효소가 적을 가능성이 높고 인슐린 저항성, 대사 증후군, 암 발생 가능성도 높아 금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형준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2시간 기준으로 남성은 5잔 이상, 여성은 4잔 이상이면 폭음에 해당한다”면서 “일주일 2회 이상 마시면 간이 손상될 우려가 있다. 한번 망가진 간세포는 회복될 때까지 적어도 72시간이 걸리고 회복 전 또 마시면 재생이 어렵다”고 말했다. ●오이·꿀물 숙취 도움… 당일 목욕 금지 음주 후 라면, 짬뽕, 뼈해장국 등 맵고 짠 음식 섭취는 소화기관에 악영향을 준다. 콩나물국이나 북어해장국, 선지가 술독을 푸는 데 도움이 된다. 오이는 수분과 엽록소·비타민C, 칼륨이 풍부해 숙취 해소에 좋다. 수분 흡수를 돕는 전해질 음료나 술로 떨어진 당을 보충할 수 있는 꿀물도 도움이 된다. 음주 당일에는 탈수가 심해질 수 있어 목욕을 자제해야 한다. 음주 후 술을 깨기 위해 억지로 토하는 습관성 구토는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한다. 또 위와 식도가 만나는 부위가 찢어져 출혈이 일어나는 ‘말로리 와이즈 증후군’을 야기해 심하면 사망할 수 있다. 음주 중 흡연도 피하는 게 상책이다. 김범진 교수는 “니코틴은 알코올에 잘 용해돼 술 마실 때 담배를 피우면 더 빨리 취한다”면서 “담배 내 각종 유해물질과 발암물질도 알코올로 저항력이 감소된 몸을 공격하고 대장암 위험을 20% 높인다”고 경고했다.
  • [황성기 칼럼] 중대선거구가 최선은 아니지만/논설고문

    [황성기 칼럼] 중대선거구가 최선은 아니지만/논설고문

    2013년 가을 무렵 일본 도쿄에서 만난 고노 요헤이 전 중의원 의장은 필자에게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일본의 소선거구제는 실패했다. 내가 주도했지만 선거제도 개편을 후회한다.” 한국에선 위안부의 인정과 사죄를 담은 ‘고노 담화’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고노 전 의장이다. 하지만 일본에선 국회의원 14선에 부총리, 외무상, 관방장관을 거쳐 자민당 총재까지 경험하고도 총리 자리에 못 오른 비운의 정치인으로 더 유명하다. 고노는 자민당 총재이던 1994년 비자민당 연립정권의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와의 담판 끝에 중대선거구제를 소선거구제로 바꾸는 정치개혁법안을 통과시킨다. 일본 ‘소선거구제의 아버지’라고 부를 만한 고노 전 의장의 ‘후회’는 그래서 더욱 인상에 남았다. 한국에서는 일본의 중대선거구제가 실패하고 소선거구제가 마치 잘 운영되는 듯 정치인들이 얘기하지만 실상은 다른 것이다. 일본 파벌 정치를 청산하는 명분으로 도입했던 소선거구제는 거대 자민당 독주의 정체된 정치 구조를 공고히 했다. 거품경제의 구조조정 과정이었던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20년이 되고 ‘잃어버린 30년’까지 늘어난 것은 정치에 기인한 탓이 크다. 자민당의 독주가 시작된 1955년의 이른바 ‘55년 체제’ 이후 68년간 딱 두 번의 정권교체를 빼놓고는 자민당이 어떤 식으로든 권력을 놓은 적이 없다. 지금은 공명당과의 연립으로 중의원, 참의원 모두 개헌이 가능한 절대다수당이 됐다. 중대선거구를 극복하기 위한 선거제도 개편이라지만 고노의 회고에 따르면 당시 자민당은 소선거구에 찬성하는 ‘개혁파’와 반대하는 ‘수구파’의 대립으로 당이 쪼개질 위기에 있었다. 고육지책으로 소선구제 이행을 당 총재가 결단한다. 결과는 정반대. 국회나 자민당에서 소수파가 설 자리가 적어졌다. 자민당 내 진보파, 비둘기파의 입지가 좁아진 반면 강경 우파의 힘만 커졌다. 공천권을 쥔 당 지도부의 권력도 비대해졌다. 아베 신조의 8년 9개월 집권, 일본 정치의 우향우가 소선거구제 폐해의 상징이다. 정치의 물이 고이면서 혁신이 사라지고 정체가 커졌다. 식민지배를 했던 한국과 대만에 임금이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등 여러 분야에서 역전당하고 쇠퇴를 겪으면서도 반전의 계기를 잡지 못하는 일본이다. 그 모든 퇴행의 원인이 소선거구제에 있다고 하긴 어려워도 영향이 깊게 드리운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던진 중대선거구제가 목하 논의 중이다. 하지만 선거법 개정 시한인 4월 초까지 양당이 합의를 이뤄 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영남과 호남에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기득권 국회의원들이 꿀물이 흐르는 자리를 내놓아야 할 선거제도 개혁에 찬동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대로 놔두면 일본 자민당의 독주처럼 두 거대 여야의 생산성 낮은 정권 교체극이 고착화할 게 뻔하다. ‘개딸’ 같은 팬덤 정치의 심화, 양당의 극단적 대립, 저질·혐오의 확대재생산이 대한민국 정치의 종말처리장에 쌓일 것이다. 소선거구제가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판명된 이상은 고쳐야 한다.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되 비례대표를 늘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자는 안, 영호남과 수도권에서 먼저 중대선거구를 혼용하자는 안까지 처방은 백화제방처럼 줄을 잇는다. 핵심은 사표를 줄이고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 아닌 제3, 제4의 세력도 국회에 들어가 민의를 대변할 수 있는 한국형 선거제도를 만들라는 것이다. 중대선거구가 다수당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맞다. 복수 공천으로 거대 정당의 싹쓸이가 재현될 수 있으니 치밀하게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중대선거구제가 최선은 아니지만 일본 같은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35년 된 제도를 혁파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와 있다.
  • 논란 유튜버들 “보고싶다”며 돌아오는 ‘6개월 법칙’

    논란 유튜버들 “보고싶다”며 돌아오는 ‘6개월 법칙’

    명품 가품 논란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유명 뷰티 크리에이터인 프리지아(송지아)가 5개월 만에 유튜브 활동을 재개했다. 송지아는 183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에 일상 브이로그 영상을 올렸다. 송지아는 “프링이(구독자) 너무 보고 싶어서 쉬는 동안 프링이들에게 온 DM(쪽지)다 읽었다”라며 “소소하게 수다 떠는 게 그리웠는데 용기가 없어서 프링이 카톡방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송지아는 최근 이사를 했고, 유화를 배우고 있다며 “엄마가 없을 때는 밖에서 먹거나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는데 집밥이 너무 그리웠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코로나19에 걸렸었다. 2주 정도는 목이 심각하게 아팠다. 원래 따뜻한 차를 안 먹는데 차 끓여 먹고 꿀물을 타서 마시곤 했다”고 전했다. 송지아는 “저의 소소한 일상들을 보여드렸는데 어땠는지 모르겠다. 너무 반가웠다. 또 만나자. 영상 봐줘서 고맙다”라며 복귀를 알렸다. 송지아는 넷플릭스 ‘솔로지옥’에 출연하며 유명세를 얻었다. 지난 1월 ‘명품 가품 의혹’에 휩싸이며 활동을 중단했다.‘방역 논란’ 영국남자도 6개월만 복귀 유튜브 채널 영국남자를 운영하는 조쉬 또한 아내인 국가비와 함께 6개월 만에 복귀했다. 조쉬와 국가비는 지난해 10월 자가격리 기간 도중 지인을 불러 생일파티를 하고, 해당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올려 방역법을 어긴 혐의를 받았다. 두 사람은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았다는 탈세 의혹도 받았다. 마포구 보건소는 국가비의 자가격리 위반 여부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검찰은 지난 1월 국가비에 대해 기소유예(혐의는 인정되나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것) 처분을 내렸다. 조쉬는 자가격리 위반은 큰 잘못이라며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되돌려, 당연히 그래야 했던 것처럼 격리 원칙을 지키며 그 날을 보냈을 것”이라며 “위험을 감수하고 한국의 안전과 환대를 당연히 여겨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한국 문화를 공유하는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했다.“수익 창출 자격 박탈”…6개월 법칙 구글 정책에 따르면 일정 기간 영상과 커뮤니티 글 등 계정의 활동이 없는 경우 고지없이 계정을 회수할 수 있다. 유튜브는 “채널이 6개월 이상 비활성 상태이거나 커뮤니티 게시물이 업로드 또는 게시되지 않은 경우 재량에 따라 채널의 수익 창출 자격을 박탈한 권리를 보유한다”고 설명한다. 조회수 수익만 한달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이들 채널의 수익 창출 제한은 경제적으로 치명적일 수 있다. 실제로 뒷광고 논란으로 자숙을 이어갔던 유튜버들 대부분이 6개월 안에 복귀했다. 유튜브는 수익 창출 자격을 박탈해도 동영상 업로드를 제한하지는 않는다. 복귀 이후 30일간 꾸준한 활동을 이어나간 뒤 수익 창출을 재신청하면 유튜브가 이를 심사한다. 유튜브는 “파트너 프로그램 참여가 정지된 채널은 30일 후 프로그램 가입을 다시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열린세상] 질문에서 질문으로/김하늘 라이스앤컴퍼니 대표

    [열린세상] 질문에서 질문으로/김하늘 라이스앤컴퍼니 대표

    몇 년간 사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있다. “왜 젊은 여성이 쌀에 뛰어들었냐”는 물음이다. 내가 집중했던 것은 쌀이었으나 많은 사람들이 집중했던 건 ‘젊은 여성’이었다. 여기서 내가 선택한 것은 젊음도 아니고 여성도 아니다. 그저 쌀일 뿐. 내가 보는 것과 사람들이 보는 것은 달랐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했고 사람들은 듣고 싶은 것을 들었다. 하고 싶은 말이 듣고 싶은 말이 되는 순간을 기다려 왔다. 많은 반응과 강요와 질문이 나에게 머물렀다. 첫 번째, 반응. 3년 전 지방의 작은 단위농협 조합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에서 장장 4시간을 달려갔다. 조합장의 환대를 받으며 해당 사업 담당자와 함께 무리없이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한참 사업 설명에 열중하고 있는 도중 갑자기 조합장이 사업 담당자를 밖으로 내보내는 것 아닌가. 그러고는 꿀물 한 병을 벌컥벌컥 삼키더니 물었다. “젊은 여자가 결혼도 했으면 애를 가져야지, 뭣하러 쌀을 한답시고 이 시골까지 왔대요?” 그 만남을 만들기까지 걸렸던 시간과 에너지 등 모든 비용이 필름처럼 스쳐갔다. 기운이 빠졌다. 두 번째, 강요. 나는 페이스북 헤비 유저다. 싸이월드 다이어리와 사진첩을 오가며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했던 습관을 그대로 페이스북으로 옮겨 왔다.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과 깊은 사유를 구경하고 공감하고 배우는 것을 즐긴다. 그런데 딱 하나 거르거나 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정체성 정치(질)’이다. “하늘님은 젊은 여성 사업가인데, 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지 않죠?” 꽤 자주 받는 질문이다. 하지만 답하지 않는다. 나는 여성이라서 혹은 페미니스트가 되기 위해서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쌀 사업을 하는 어느 개인이다. 물론 쌀문화를 한층 더 다양하고 심도 있게 개선하고 전파하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있다. 이것은 누군가에게 원대하게 들릴 수 있으며, 나름의 자긍심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자긍심에 목표를 두지 않는다. 이는 나를 경제적 정의에서 멀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정체성 정치의 주도자들은 타협이나 협상에는 관심이 없다. 세상엔 다면적, 다각적 수많은 눈금들이 존재하지만 그들은 ‘All or Nothing’ 전부 아니면 전무를 원한다. 물음표만 찍는다고 질문이 되지 않는다. 물음도 때로 강요가 되는 법이다. “너를 내세워야 네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해!” 참 많이 들었다. 매우 동의한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는데 남들 박수를 받는 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타인의 요구에 나를 맞추기만 하면 그 끝은 결국 공허일 것이다. 적잖은 SNS 유명인사들의 속내가 그러하듯. 애초 추구했던 방향과 가치에서는 한참 멀어진다. 그 밖에도 갖가지 강요가 있었다. 뭘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려웠다. 하지 않음으로써 조금은 성장했다 느낀다. 그리고 세 번째, 질문. “밥은 먹었어?”라는 사사롭고 익숙한 일상의 질문. 이 질문엔 나이도 성별도 없다. 이 질문을 시작으로 안부뿐만 아니라 취향, 세계관 등을 묻고 답하는 날이 오리라. 그렇게 쌓인 문화는 반드시 나를, 공동체를, 세상을 다시 보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이 시대의 우리가 놓치고 있는, 안부가 필요한 이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물꼬 같은 질문이리라. 나부터 정체성과 시선의 프레임에서 벗어나려 한다. ‘하지 않음’에 대한 정당화도 내려놓으려 한다. 젊은 여성이 아닌 한 사람의 기업가로서 사회 문제들을 해결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체성 정치가들이나 하는 ‘정당화 이론 세우기’ 대신 쌀을 통해 일상과 사유를 공유하고 질문하고 답할 것이다. 공동이라는 집단의 지식과 취향 그리고 꿈을 이야기할 것이다.
  • 손담비♥이규혁 웨딩화보 최초 공개, 애정 뚝뚝 꿀물 부부

    손담비♥이규혁 웨딩화보 최초 공개, 애정 뚝뚝 꿀물 부부

    가수 겸 배우 손담비(38)와 스피드 스케이팅 전 국가대표 이규혁(43) 감독의 웨딩 화보가 공개됐다. 24일 엘르 코리아는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손담비, 이규혁의 웨딩 화보 컷 여러 장을 올렸다. 엘르 코리아는 "오월의 신부가 되는 배우 손담비가 예비 신랑인 스피드 스케이팅 이규혁 감독과 함께 달달한 모습을 선보였다. 두 사람의 연결 고리가 되었던 스케이트장을 배경으로 강추위에도 멋진 웨딩촬영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은 두 사람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 일회용으로 쓰고 버린 어른들… 아들은 고작 열여덟이었습니다

    일회용으로 쓰고 버린 어른들… 아들은 고작 열여덟이었습니다

    특성화고 다니던 아이 잃은 두 아버지두 아버지가 있다. 50대 가장인 둘은 세상의 전부 같던 고교생 아들을 하루아침에 잃었다. 특성화고에 다니던 아들들은 각각 생수 공장과 뷔페식 식당에서 일하다 숨졌다. 두 아버지는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고 믿으며 지켜 주지 못한 자신의 무능을 탓한다. 해마다 2만~3만명의 특성화고 학생들이 현장실습 명목으로 사업장에 투입된다. 10대 노동자를 부품 취급하는 현장의 둔감함이 변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반복될 비극이다. 아들을 먼저 보낸 아버지는 자책하며 수개월째 같은 질문을 던져 본다. 제대로 교육을 받았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회사 사장이나 동료, 상사, 교사 중 한 명이라도 ‘이건 학생이 할 일이 아니야’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집안 형편이 넉넉해 ‘장학금 준다’는 말에 특성화고 입학을 덜컥 결정하지 않아도 됐다면 아이는 죽지 않았을까. 지난 15일 제주도 양지공원 제2추모관 116실. 이상영(56)씨는 아들 민호군의 사진을 한 번 보고, 땅을 한 번 보고, 허공을 바라보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민호는 현장실습생으로 생수 공장에서 일하다 적재기계 벨트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2017년 11월, 고3인 18살 때 일이다. 민호군이 봉안된 자리에는 민호군 친척 형이 놓아둔 꿀물 음료 한 병이 있었다. 냉장고에 가득 넣어 두면 하루도 안 지나 없어질 정도로, 민호는 이 음료를 좋아했다. 아들을 위해 냉장고에 음료를 채우던 아버지의 즐거움은 사라졌다. 이씨는 “아이가 먼저 갔는데 무슨 기쁨이나 희망이 있겠느냐”고 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사고 이후 민호군이 일했던 업체를 특별감독했다. 근로기준법 등 위반 사안 680건이 적발됐다. 이 업체에는 민호군을 포함해 현장실습생 6명이 일했다. 민호군은 어른들도 위험해서 피하는 기계를 홀로 다루다 목숨을 잃었다. 이씨는 “옆구리를 기계 쇠기둥에 찍히는 등 사망 전 이미 2번이나 사고를 당했다”며 “당시 공장장에게 ‘한 사람만 더 붙여 달라’고 말했지만 회사 측은 ‘걱정하지 말라’며 계속 혼자 근무시켰다”고 말했다. 경험이 가장 없는 현장 실습생에게 사업장 안에서 가장 위험한 일을 맡겨 놓은 것이다. 업체와 맺은 ‘현장실습 표준협약서’는 허울뿐이었다. 문서상 실습 시간을 하루 7시간 이내로 제한했지만 실제로는 10시간 넘게 일했다. 이씨는 “협약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휴지조각에 불과했다”고 말했다.김용만(58)씨도 2016년 5월 특성화고에 다녔던 아들을 잃었다. 지난 9일 경기 안양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씨는 약부터 챙겨 먹었다. 김씨는 아들 동균군이 떠난 뒤 우울증 약을 복용한다. 그는 “차라리 내 팔이 하나 잘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식 잃은 고통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전공한 동균군은 2015년 12월 프랜차이즈 식당으로 현장실습을 나갔다. 아버지는 아이를 함부로 부리는 상황에 대해 들은 뒤 좌절했다. 동균군은 이곳에서 ‘오전 마감 벌칙’을 자주 섰다. 김씨는 “오전 11시 출근인데 2시간 일찍 출근해 재료 준비를 해야 했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자정 무렵이었다”고 말했다. 현장실습 표준협약서는 이곳에서도 무용지물이었다. 동균군은 무엇이 불법인지조차 몰랐다. 다섯 달 동안 아이의 몸무게는 70㎏에서 45㎏으로 줄었다. 2016년 5월 경찰로부터 전화가 왔다. “경기 광주시에서 아드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유서도 없었다. 김씨는 이유를 알기 위해 친구들을 만났다. 사내 벌칙 탓에 고통받았고, 현장실습을 그만두고 학교로 돌아가면 ‘그것도 못 참느냐’라는 비아냥과 꾸중을 들을까 봐 걱정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동균군의 장례식장에는 학교 관계자 누구도 오지 않았다. 김씨는 부당한 노동시간과 업무지시, 괴롭힘, 욕설, 폭언 등을 학생들이 거부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노동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직업계고에서는 노동·인권 교육이 필수 교육과목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현장에서 부딪히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진짜 교육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와 이씨는 올해 초부터 현장실습생 유가족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유가족 모임은 오는 25일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와 함께 간담회를 열고 현장실습 제도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인터뷰를 마칠 때쯤 아버지 김씨가 남긴 바람은 단 하나였다. “평생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부모들이 더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글 사진 제주·안양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서울신문은 10대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겪는 갑질과 임금 미지급, 부당해고 등 부조리한 행태를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하셨거나 목격한 사례 등이 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일회용으로 쓰고 버린 어른들… 아들은 고작 열여덟이었습니다

    일회용으로 쓰고 버린 어른들… 아들은 고작 열여덟이었습니다

    특성화고 다니던 아이 잃은 두 아버지두 아버지가 있다. 50대 가장인 둘은 세상의 전부 같던 고교생 아들을 하루아침에 잃었다. 특성화고에 다니던 아들들은 각각 생수 공장과 뷔페식 식당에서 일하다 숨졌다. 두 아버지는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고 믿으며 지켜 주지 못한 자신의 무능을 탓한다. 해마다 2만~3만명의 특성화고 학생들이 현장실습 명목으로 사업장에 투입된다. 10대 노동자를 부품 취급하는 현장의 둔감함이 변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반복될 비극이다. 아들을 먼저 보낸 아버지는 자책하며 수개월째 같은 질문을 던져 본다. 제대로 교육을 받았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회사 사장이나 동료, 상사, 교사 중 한 명이라도 ‘이건 학생이 할 일이 아니야’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집안 형편이 넉넉해 ‘장학금 준다’는 말에 특성화고 입학을 덜컥 결정하지 않아도 됐다면 아이는 죽지 않았을까. 지난 15일 제주도 양지공원 제2추모관 116실. 이상영(56)씨는 아들 민호군의 사진을 한 번 보고, 땅을 한 번 보고, 허공을 바라보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민호는 현장실습생으로 생수 공장에서 일하다 적재기계 벨트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2017년 11월, 고3인 18살 때 일이다. 민호군이 봉안된 자리에는 민호군 친척 형이 놓아둔 꿀물 음료 한 병이 있었다. 냉장고에 가득 넣어 두면 하루도 안 지나 없어질 정도로, 민호는 이 음료를 좋아했다. 아들을 위해 냉장고에 음료를 채우던 아버지의 즐거움은 사라졌다. 이씨는 “아이가 먼저 갔는데 무슨 기쁨이나 희망이 있겠느냐”고 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사고 이후 민호군이 일했던 업체를 특별감독했다. 근로기준법 등 위반 사안 680건이 적발됐다. 이 업체에는 민호군을 포함해 현장실습생 6명이 일했다. 민호군은 어른들도 위험해서 피하는 기계를 홀로 다루다 목숨을 잃었다. 이씨는 “옆구리를 기계 쇠기둥에 찍히는 등 사망 전 이미 2번이나 사고를 당했다”며 “당시 공장장에게 ‘한 사람만 더 붙여 달라’고 말했지만 회사 측은 ‘걱정하지 말라’며 계속 혼자 근무시켰다”고 말했다. 경험이 가장 없는 현장 실습생에게 사업장 안에서 가장 위험한 일을 맡겨 놓은 것이다. 업체와 맺은 ‘현장실습 표준협약서’는 허울뿐이었다. 문서상 실습 시간을 하루 7시간 이내로 제한했지만 실제로는 10시간 넘게 일했다. 이씨는 “협약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휴지조각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김용만(58)씨도 2016년 5월 특성화고에 다녔던 아들을 잃었다. 지난 9일 경기 안양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씨는 약부터 챙겨 먹었다. 김씨는 아들 동균군이 떠난 뒤 우울증 약을 복용한다. 그는 “차라리 내 팔이 하나 잘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식 잃은 고통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전공한 동균군은 2015년 12월 프랜차이즈 식당으로 현장실습을 나갔다. 아버지는 아이를 함부로 부리는 상황에 대해 들은 뒤 좌절했다. 동균군은 이곳에서 ‘오전 마감 벌칙’을 자주 섰다. 김씨는 “오전 11시 출근인데 2시간 일찍 출근해 재료 준비를 해야 했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자정 무렵이었다”고 말했다. 현장실습 표준협약서는 이곳에서도 무용지물이었다. 동균군은 무엇이 불법인지조차 몰랐다. 다섯 달 동안 아이의 몸무게는 70㎏에서 45㎏으로 줄었다. 2016년 5월 경찰로부터 전화가 왔다. “경기 광주시에서 아드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유서도 없었다. 김씨는 이유를 알기 위해 친구들을 만났다. 사내 벌칙 탓에 고통받았고, 현장실습을 그만두고 학교로 돌아가면 ‘그것도 못 참느냐’라는 비아냥과 꾸중을 들을까 봐 걱정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동균군의 장례식장에는 학교 관계자 누구도 오지 않았다. 김씨는 부당한 노동시간과 업무지시, 괴롭힘, 욕설, 폭언 등을 학생들이 거부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노동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직업계고에서는 노동·인권 교육이 필수 교육과목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현장에서 부딪히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진짜 교육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와 이씨는 올해 초부터 현장실습생 유가족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유가족 모임은 오는 25일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와 함께 간담회를 열고 현장실습 제도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인터뷰를 마칠 때쯤 아버지 김씨가 남긴 바람은 단 하나였다. “평생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부모들이 더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글 사진 제주·안양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서울신문은 10대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겪는 갑질과 임금 미지급, 부당해고 등 부조리한 행태를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하셨거나 목격한 사례 등이 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세종로의 아침] 흑백TV 속 김일, 세상으로 나오다/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흑백TV 속 김일, 세상으로 나오다/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목멱산 꼭대기 팔각정을 오르내리던 ‘남산삭도(케이블카)’를 머리에 얹고 살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3호 터널이 뚫린 그 자리, 무성한 아카시아 숲을 헤치고 남산 허리까지 한달음에 올랐다. 쏟아지는 땀, 타들어 가던 목을 시원한 약수로 식히고 빨간 샐비어를 따 꿀물을 빨던 ‘국민학생’ 때다.저녁 8시, 산그늘이 6층짜리 시민아파트를 집어삼킬 즈음에도 아이들은 여전히 아파트 복도를 몰려다녔다. 목적지는 1층에서 유일하게 ‘텔레비전’을 갖고 있던 104호 김 아무개집. 현관 앞 복도에 옹기종기 앉아 시선을 멀찌감치 안방 구석에 맞춘다. 독수리인지 뭔지 모를 양각이 새겨진 커다란 틀 속에서 천규덕과 김일이 한 조가 돼 ‘괘씸하고도 나쁜’ 일본 선수들을 상대로 태그매치를 벌인다. TV 수상기는 당시 시민아파트 꼬맹이들의 로망이었다. 어머니, 할머니가 즐겨 보시던 ‘전설의 고향’만큼이나 인기있던 프로는 단연 레슬링이었다. 천규덕의 득달같은 가라테촙이 일본 선수의 목에 꽂히면 꼬맹이들은 따라서 공중제비를 돌았다. 일본 선수의 깨물기 반칙에 머리가 터져 붕대를 칭칭 동여맨 김일의 박치기가 한 번, 두 번, 세 번까지 터지면 채널 쟁탈전 끝에 뒤로 물러나 앉은 할머니까지 거들며 복도가 떠나갈 듯 만세를 불러댔다. 넉넉하지 않고 고단했지만 흥겨운 남산 자락 서울의 한 동네 서민들의 여름 저녁 풍경이었다. ‘말죽거리 잔혹사’를 만들었던 영화감독 유하의 시에 등장하는 자이언트 바바, 안토니오 이노키, 김일, 천규덕 등 프로레슬러의 이름은 적어도 60년생들에게는 ‘추억’의 다른 이름이다. 같은 2004년 개봉한 또 다른 영화 ‘역도산’은 한국 레슬링의 스승으로 알려진 한국명 김신락을 다뤘는데, 여기에서 ‘박치기왕’ 김일은 후반부에 잠깐 나왔을 뿐이었다. 그랬던 김일이 2018년 12월이 돼서야 우리에게 다시 찾아왔다. 대한체육회가 5일 제7차 스포츠영웅 선정위원회에서 6명의 후보 가운데 김일과 김진호(56·한체대 교수·양궁)를 최종 선정해 발표했다. 두 사람은 선정위원회와 심사기자단의 업적평가(70%)와 국민지지도 조사(30%)를 통해 2차에 걸친 심사 끝에 후보에 올랐고, 선정위원 3분의2의 찬성으로 스포츠 영웅이 됐다. 김일이 선정된 것은 파격적이다. 그는 손기정을 비롯해 양정모, 차범근, 김연아 등 한국 체육을 대표하는 이들과 달리 엘리트의 범주에 속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프로레슬링은 쇼’라는 폭로 이후 꾸준히 후보에 올랐지만 최종 심사에서 매번 탈락했다. 그러나 올해는 국민지지도 조사에서 최고 지지를 받았고, 선정위원회 및 심사기자단의 정량·정성 평가에서도 고득점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선수는 아니었지만 넉넉지 못하고 늘 어스름 저녁 같았던 1960~70년대를 살았던 서민들에게 삶의 비상구를 열어 주고 애환을 달래 준 진정한 영웅이었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김일은 지난 2006년 10월, 13년 동안 누워 있던 서울 중계동 을지병원 한 병실에서 77세로 눈을 감았다. 그의 태그매치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남산 꼬맹이들이 아직도 그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cbk91065@seoul.co.kr
  • ‘효리네 민박2’ 이효리-윤아, 환상 자매 호흡 ‘손님 만족도 최고’

    ‘효리네 민박2’ 이효리-윤아, 환상 자매 호흡 ‘손님 만족도 최고’

    JTBC ‘효리네 민박2’에서 이효리와 소녀시대 윤아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손님들을 살뜰히 챙겼다.어느덧 봄 영업 3일 차를 맞이한 이효리와 윤아는 아침부터 손님들을 챙기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조식으로 수제비를 만들기 위해 능숙한 솜씨로 밀가루 반죽부터 숙성까지 마친 이효리는 뒤이어 출근한 윤아와 함께 수제비를 뜯어 넣으며 손발을 맞췄다. 꽃샘추위로 쌀쌀한 날씨였지만, 이효리와 윤아가 만든 수제비로 손님들은 아침부터 배를 든든히 채울 수 있었다. 이날 저녁, 이효리와 윤아는 노천탕 체험을 원하는 손님들을 위해 노천탕 정비에 나섰다. 비가 오는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우비를 챙겨 입은 뒤 노천탕을 청소했다. 청소를 하는 동안 이효리와 윤아는 장난을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손님들과 노천탕에 함께 들어가게 된 이효리와 윤아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도 하고, 함께 농담을 나누는 등 손님들과 친밀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이효리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이는 손님을 위해 꿀물을 타 주며 손님들의 건강까지 꼼꼼히 챙겼다.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손님들을 챙긴 이효리와 윤아의 모습은 오는 5월 6일 일요일 밤 9시에 방송되는 JTBC ‘효리네 민박2’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이현정 기자의 소리통] 어떻게들 살고 계십니까?

    [이현정 기자의 소리통] 어떻게들 살고 계십니까?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로부터 자살자 유가족 수기 심사에 참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담당 서기관은 A4 용지 500장 분량의 묵직한 원고를 건네며 “보는 데 힘이 들 거예요”라고 했다. 처음엔 단순히 양이 많아 그런 줄 알았다. “에이, 이 정도 보는 게 뭐가 힘들다고?.” 되레 서기관에게 핀잔을 주고선 후딱 끝낼 요량으로 채점표까지 만들어 놓고 첫 장을 넘겼다. 그리고 2시간 뒤 둘은 복도에서 다시 만났다. 하도 울어 눈이 벌겋게 충혈된 기자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혀를 차며 꿀물을 들고 나온 서기관. 한 사람의 일생과 죽음, 남겨진 가족의 고통이 송곳처럼 박힌 500장 원고는 도무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웠고, 온몸이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치는 듯해 다음 장을 넘기기가 두려웠다. 애초 채점이란 가당치 않은 얘기였다. 남편을 잃은 유가족은 ‘분노와 상실감, 배신감으로 힘겨운 매일매일을 맞이하며 아침에 눈을 뜨지 말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고 적었고, 또 다른 유가족은 ‘몸과 마음이 말라가 슬픔마저 얼음처럼 차가워졌다’고 했다.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슬픔에 감히 점수를 매길 수 없어 심사인단은 심사를 포기했다. 대신 의견을 모아 원고를 추렸고,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이를 모아 ‘어떻게들 살고 계십니까?’란 제목의 수기집을 냈다. 오늘과 내일이 다르지 않고, 무관심과 체념이 일상이 된 출구 없는 시대에 안녕을 묻는 책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자살률 부동의 1위,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28.7명. 이 무미건조한 숫자가 의미하는 통계적 심각성 뒤엔 매년 1만 4000명을 죽음으로 내모는 음습한 사회와 하루에도 몇 번씩 죽음과 삶을 넘나드는 유가족들의 피멍 든 가슴이 있다. 자살 시도자는 자살 사망자의 최소 40배 이상이며, 이로 인해 영향을 받는 가족이나 친구는 자살 시도자 1명당 6명이다. 자살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는 사이 우울이 도미노처럼 한국 사회에 번지고 있다. 자살예방 사업 확대가 무엇보다 시급하지만, 19일 발표되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100대 과제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자리 창출, 노인 복지 확대 등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한 정책으로 어둡고 긴 터널의 출구를 만들되 희망을 잃고 벼랑에 선 이들의 손을 당장 잡아 줄 정책이 필요한데도 말이다. 켜켜이 쌓인 삶의 퇴적층만큼 죽음의 사연은 헤아릴 수 없고, 지역마다 형태와 규모도 다르다. 이를 뭉뚱그려 천편일률적으로, 단발성으로 지원해선 자살률을 낮출 수 없다. 일본은 투자를 확대해 유형별, 지역별 맞춤형 자살예방 정책을 편 결과 자살률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아도 장기적 계획을 갖고 꾸준히 투자해 결국 생명의 존엄함을 지켜 냈다. 일본의 자살예방 예산은 3000여억원(2013년 기준), 우리 복지부의 자살예방 예산은 99억원이다. 낳는 것엔 국력을 쏟고 있지만, 지키는 것엔 인색하다. 한두 명도 아닌 수만 명이 목숨을 던진다면 이는 구조화된 죽음이다. 안녕할 수 없는 오늘, 다시 국가의 역할을 묻는다.
  • [메디컬 인사이드] 송년회 폭음은 ‘腸폭탄’…믿을 건 안주뿐

    [메디컬 인사이드] 송년회 폭음은 ‘腸폭탄’…믿을 건 안주뿐

    음주 전 달걀·우유·생선 등이 좋고치킨·삼겹살 등 기름진 음식 피해야하루 1잔 마셔도 식도암 30% 증가과음 후 꿀물 마시면 수분·당 보충 본격적인 송년회 시즌을 맞아 괴로움을 호소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습니다. 과음하고 다음날 출근했다가 화장실을 들락날락하기도 합니다. ‘술을 많이 먹으면 간(肝)이 탈 난다’고들 하지만 실제로는 ‘장’(腸)도 만만치 않은 내상을 입기 때문입니다. 18일 전문가들을 만나 ‘음주 전·후 장 건강 지키는 법’을 들어봤습니다. ‘술 마실 때 음식을 같이 먹어야 한다’는 말들을 많이 하지만 실제 회식 자리에서는 실천하기가 어렵습니다. ‘음식을 많이 먹으면 술을 많이 마시지 못한다’며 음주 초반에 안주를 덜 먹기도 합니다. 이는 소화기 건강에 매우 치명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김범진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날 인터뷰에서 숙취를 예방하고 간에 무리를 주지 않는 음주법에 대해 ‘채우고’와 ‘피하고’를 강조했습니다. 김 교수는 “음주 전 가벼운 식사로 배를 채우는 것이 좋다”며 “공복일 때 알코올은 위에서 100% 흡수되지만 음식물이 있을 때는 최대 50%까지 흡수율이 떨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알코올 섭취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미리 속을 든든하게 채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알코올만 들이켜면 다음날 허기가 져 더 많은 음식을 먹게 되고, 이는 비만 위험을 높입니다. 김 교수는 “알코올이 포도당 합성을 방해해 혈당이 떨어지고 또다시 음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술 마시면 담즙 분비 줄어 음식물 흡수력 저하 과음한 뒤 나타나는 설사 증상은 의학용어로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고 합니다. 복통·변비 증세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는 소화기능과 관계가 있습니다. 김 교수는 “술에 있는 알코올은 담낭에서 분비돼 지방의 소화를 돕는 담즙 분비를 감소시키고 음식물의 장내 흡수율을 떨어뜨린다”고 설명했습니다. 과음 다음날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복통을 느끼며 화장실을 찾는 이유입니다. 이항락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알코올이 위 점막과 대장 점막을 직접 손상시키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있는 환자는 술을 계속 먹으면 증상이 더 심해지기 때문에 무조건 음주량을 줄여야 합니다. 음주 전에 섭취하면 장 건강에 좋은 음식은 달걀, 치즈, 아스파라거스, 우유, 두부, 적당량의 생선류 등이고 안주로 먹으면 좋은 음식은 과일과 채소, 주꾸미, 더덕 등입니다. 물을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치즈, 견과류, 밀가루로 만든 빵도 알코올 흡수를 늦추지만, 많이 먹으면 비만을 일으키기 때문에 적당량을 먹어야 합니다. 치킨이나 삼겹살 등의 기름진 음식은 가급적 피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김 교수는 “알코올이 몸에 들어가면 간에서 지방 분해는 억제하고 오히려 합성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대사가 바뀐다”며 “술을 많이 마실수록 더 많은 기름진 음식을 원하게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피할 수 없다면 도수가 낮은 술을 마셔야 합니다. 도수가 높은 위스키는 알코올 흡수 속도가 빠르기 때문입니다. 옆 사람과 끊임없이 대화해 술잔에 손을 대는 횟수를 줄이고, 호흡을 통해 폐에서 알코올 일부가 대사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따질 것 다 따지면서 어떻게 술을 마시냐’고 항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암 예방 수칙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암을 예방하려면 하루 1잔의 술도 마시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루 1잔의 음주로도 소화기와 관련된 구강암 발생 위험은 17%, 식도암 30%, 간암 8%, 대장암은 7% 증가한다고 합니다. 이 교수는 “미국 보스턴대 메디컬센터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 평균 50g(소주 1병) 미만의 알코올을 매일 섭취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21%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라면·짬뽕 등 매운 해장국은 소화기에 악영향 위암의 전 단계로 불리는 ‘장상피화생’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영향이 가장 크지만 일부는 음주로도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장상피화생은 위 점막의 상피세포가 장 점막의 상피세포 형태로 변하는 것입니다. 우리 몸이 소화액을 분비하지 못하는 세포를 필요 없는 것으로 판단해 그 자리에 대신 장 세포가 자라게 하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위가 지치고 늙어 제기능을 못하는 자리를 다른 세포가 차지하는 셈”이라며 “장상피화생 환자는 위암 발생 위험도가 10~20배 높기 때문에 금주는 필수”라고 지적했습니다. 결론은 암을 예방하려면 아예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겁니다. 아니면 최대한 음주량을 줄여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 한다면 음주 뒤 장 건강을 지키는 행동수칙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산 과다와 알코올로 인한 속 쓰림 증상을 중화시키기 위해 음식을 먹게 됩니다. 술을 마시면 위식도 괄약근 압력이 떨어져 구토감이 들지만 음식을 먹으면 괄약근 압력이 정상화돼 구토감이 사라집니다. 하지만 짠 음식을 먹으면 속이 더 불편해집니다. 김 교수는 “특히 사람들이 선호하는 라면은 위험한 해장음식 중 하나”라며 “라면 특유의 맵고 짠 맛이 알코올로 손상된 위 점막에 자극을 주고 각종 첨가물은 알코올 해독으로 바쁜 간에 더 큰 짐을 얹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짬뽕이나 매운 해장국도 마찬가지로 소화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술 마시며 담배 피우면 알코올 분해력 떨어져 과음을 했을 때 가장 좋은 것은 물입니다. 전문가들은 수분 흡수를 돕는 전해질 음료나 알코올로 인해 떨어진 당을 보충하는 꿀물을 권합니다. 아스파라긴산이 듬뿍 함유된 콩나물국이나 간을 보호해 주는 ‘메티오닌’이 들어 있는 북어해장국 등 맑은 국과 밥을 함께 먹는 것도 좋습니다. 선지는 철분과 단백질이 풍부해 술독을 풀어주는 데 안성맞춤입니다. 비타민도 숙취 해소에 좋은데 감, 오이, 당근, 귤 등의 채소와 과일에 많습니다. 특히 오이는 칼륨과 수분이 풍부해 음주 시 배설되는 칼륨을 보충해 주는 좋은 식품입니다. 술을 마시면서 흡연하는 것도 주의해야 합니다. 이 교수는 “음주 시 담배를 피우면 간에서 알코올을 처리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또 위나 장 점막 재생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어 가급적 흡연과 과음을 동시에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전기 없이 촛불로… 개성 ‘농경사회’ 돌아가나

    전기 없이 촛불로… 개성 ‘농경사회’ 돌아가나

    가족 포함 30만여 주민들 생계 막막 공단 생기기전엔 농업으로 먹고 살아국가 식량 배급 언제까지 갈지 미지수인근 황해도 등지 협동농장 지원 유력中·러 등 해외로 인력 송출도 힘들 듯 개성공단 폐쇄로 졸지에 ‘실업자’가 된 데다 전기와 수돗물까지 끊긴 개성지역 주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개성공단이 생기기 전 개성에는 원래 10만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다. 여기에 개성공단이 만들어지면서 평양과 황해도 인근 지역에서 당국의 지시로 이주해온 근로자들과 그들의 가족 등 20만여명이 더해져 현재 개성지역에는 30만여명의 주민이 산다. 우리 정부가 지난 11일 개성지역 전기와 수돗물을 차단함에 따라 개성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거의 ‘원시 농경사회’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추측된다. 이제 암흑천지가 된 개성의 주민들은 옛날처럼 촛불로 밤을 밝힐 수밖에 없게 됐다. 다만 공단이 있을 때도 가정 난방은 석탄, 나무와 같은 화석연료를 썼기 때문에 단전과 상관없이 추운 겨울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식수 문제도 그럭저럭 해결할 수 있을 듯하다. 공단이 있을 때도 북한 당국에서 수돗물을 정해진 시간에만 한정적으로 공급해왔고, 그래서 각 가정은 예전처럼 우물이나 ‘쫄장’으로 불리는 손관정(파이프에 손으로 수압을 가하면 지하수를 끌어올릴수 있는 기구)을 병행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생계 수단이다. 공단이 생기기 전 개성지역은 농업으로 근근이 먹고살던 곳이어서 다른 직업을 찾기가 어렵다. 당분간 국가의 식량 배급을 기대하겠지만 그마저도 가능할지 미지수다. 우선 거론되는 것은 다가오는 농번기를 맞아 개성과 가까운 황해도 등지로의 협동농장 지원이 가장 유력하다. 평양 등 다른 지역 출신 등 일부는 고향으로 돌려보내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북한의 산업이 변변치 않은 상황에서 이들을 받아줄 여건이 있는 곳을 찾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특히 개성공단에서 남한 자본주의의 ‘달콤한 꿀물’을 먹던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흘러들어가 남과 북의 수준 차이를 비교해 떠드는 것도 사상 통제에 노심초사하는 북한 당국으로서는 고민일 것이다. 일부에서는 중국과 러시아 등 해외로의 인력 송출을 거론하고 있지만, 해외로 보내기 위해서는 개개인에 대한 당국의 깐깐한 신상조사와 해당국의 허가만 해도 몇 달이 걸릴 것이기에 당분간 마땅한 해법은 없어 보인다. 개성공단이 들어서기 이전의 개성은 수도인 평양과 멀리 떨어진 곳이고, 남북군사분계선을 가까이 하고 있기에 북한 입장에서는 산업단지로 키울 수가 없었다. 그렇다 보니 농사 외에 주민들이 생계를 꾸려가기가 어려운 곳이 됐다. 그러다가 대량 아사자가 발생한 1997년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문화재 도굴이 ‘성업’했다. 고려조 500년간 도읍이었던 ‘송악’이 바로 지금의 개성이다. 최근 고려의 궁궐터였던 ‘만월대’에서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로 평가받은 독일의 구텐베르크 활자보다 한 세기 앞서는 금속활자가 출토되는 등 개성은 현재도 유적들이 많이 나오는 곳이다. 1997년 당시 개성에서는 현지인은 물론 각지에서 모여든 도굴꾼들이 무덤과 유적들을 찾아다니며 돈이 되는 물건들은 모두 훔쳤다. 이들은 훔친 물건을 평양을 거쳐 중국에 내다 팔아 돈을 챙겼는데 팔린 골동품 상당수가 한국에 흘러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골동품이 돈이 된다는 소문이 돌자 가짜 골동품을 만들어 팔아먹는 일당도 등장했다. 당국이 도굴꾼 단속에 나섰지만 단속하고 지키는 사람보다 훔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관료들마저도 이들을 묵인하고 잇속을 나누는 데 혈안이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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