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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는 나 몰라라 할 것”…소말리아 해적 다시 활개, 홍해 이어 아덴만도 ‘비상’ [핫이슈]

    “트럼프는 나 몰라라 할 것”…소말리아 해적 다시 활개, 홍해 이어 아덴만도 ‘비상’ [핫이슈]

    소말리아 해적이 이란 전쟁으로 관심이 쏠린 틈을 타 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해상 공급망에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텔레그래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27일(현지시간) “소말리아 해적이 지난 7일 어선 2척을 납치했다”며 “지난주에는 유조선을 포함해 피랍 선박 6척이 소말리아 푼틀란드 해안에 억류됐다. 이 중 2척은 지난 25일 석방됐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소말리아 해적들은 피랍 선박 한 척당 수백만 달러의 몸값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4월 피랍된 유조선 ‘MT Honour 25’의 경우 해적들은 선박과 승무원 석방 조건으로 300만 달러(한화 약 44억원)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소말리아 해적이 다시 활동을 시작한 배경에는 이란 전쟁이 있다. 소말리아 해적의 주무대인 ‘아프리카 뿔’ 인근을 순찰하던 서방의 군사력이 홍해와 걸프 해역으로 재배치되면서 경계망이 느슨해진 것이다. 현재 소말리아 해적은 지난 4월 납치한 100m 길이의 시멘트 운반선 MV스워드호를 모선으로 삼는 전술을 다시 활용하고 있다. 모선은 해적들의 해상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선박으로, 연료와 식량, 무기, 탄약은 물론 소형 고속보트까지 싣고 장기간 바다에 머물 수 있도록 한다. 해적들은 모선을 이용해 수백㎞ 떨어진 공해까지 이동한 뒤, 고속보트를 분리해 상선을 기습하고, 공격이 끝나면 다시 모선으로 복귀하는 방식으로 활동 범위를 크게 넓힌다. 이는 15년 전 소말리아 해적이 기승을 부리던 당시 썼던 전형적인 방식이다.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의 안보 위기로 국제 해군 전력이 분산된 틈을 이용해 다시 장거리 해적 활동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해운업계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푼틀란드주 안보 관계자들은 텔레그래프에 “해적들이 지역 부족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어 처벌이 매우 어렵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MV스워드호에 승선해 몸값을 협상했던 해적 주동자 중 1명이 지역 경찰에 체포됐지만, 이튿날 무장 부족원들이 그를 탈옥시키기 위해 가라카드시의 경찰서를 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소말리아 해적의 활동 중심지인 푼틀란드 해안 도시 자리반시의 경찰서장은 지난주 가라카드시 경찰서 습격범들에게 암살당했다. 소말리아 해적은 2005~2012년 1000건 이상의 공격을 저질렀지만 이후 다국적 해군의 순찰 등으로 90% 이상 감소한 바 있다. “연합군, 소말리아로 돌아가지 않을 것”전문가들은 소말리아 해적이 변화하는 지정학적 환경과 소말리아의 인도주의적 위기 속에서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미국 군사·안보 전문매체 워온더락스는 지난 8일 “소말리아 해군의 위협은 다시 시작됐지만 2011년 당시 해적 퇴치 모델을 그대로 재현할 수는 없다”면서 “나토는 영토 방어에 다시 집중하고 있고,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전략적 방향을 전환한 동시에 이란 전쟁의 여파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유럽 해군은 자산을 차출할 여력이 없다”며 “따라서 대응책은 외부 파트너들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지원을 받는 지역 기반의 구조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매체는 현재의 안보 환경을 고려할 때 대규모 다국적 연합이 주도하는 과거의 해적 퇴치 방식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다만 해적 행위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정보, 감시 및 정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정보 공유를 강화하며, 지역 당국과 주민들이 해적 행위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지역 기반의 안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힌 호르무즈, 불안한 홍해 이어 해적 활동까지현재 호르무즈 해협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사실상 재봉쇄 상태다. 여기에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무장단체인 후티 반군이 홍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연이어 선박들을 피격하면서 홍해도 더 이상 안전한 해상 통로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말리아 해적이 활동을 재개한 ‘아프리카의 뿔’ 인근의 아덴만은 홍해와 인도양을 연결하는 핵심 항로로,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컨테이너선과 원유·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벌크선 등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전략적 해상 교통로로 꼽힌다. 만약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긴장과 홍해의 후티 반군 공격, 아덴만의 해적 위협이 동시에 지속될 경우 선박들은 우회 항로를 선택하거나 무장 경비를 추가 고용해야 해 운송 비용과 보험료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을 더욱 키우고 에너지와 원자재, 소비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현재 홍해 상황은?미국과 이란이 서로를 겨냥한 공습을 중단하고 중재국을 통해 물밑 협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홍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후티 반군의 충돌로 혼란스러운 상태다. 최근에는 후티 반군이 홍해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통제를 시도한다는 예멘 정부의 주장도 나왔다.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외신에 따르면 아프라 알주바 예멘 외무장관 지명자는 27일 사우디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티는 호르무즈에서 이란이 사용하는 방식을 바브엘만데브에 적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후티가 상선 공격에 대한 국제사회의 미온적인 대응으로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예멘 정부는 어떠한 형태의 확전 시나리오에도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브엘만데브는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핵심 해상 통로다. 세계 교역량의 약 12%와 컨테이너 물동량의 4분의 1이 이곳을 통과한다. 알주바 지명자는 “예멘 정부가 후티 반군과의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를 원한다”면서도 “후티가 계속 압박한다면 확전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 서울 강서구 화곡6동 급경사길에 계단·열선 생겼다

    서울 강서구 화곡6동 급경사길에 계단·열선 생겼다

    서울 강서구가 화곡6동 교남학교 인근 급경사 도로에 계단과 열선 설치 공사를 마쳤다고 23일 밝혔다. 구에 따르면 이곳은 경사도가 25%에 달해 비가 오거나 겨울철 빙판길에 인근 주민이나 교남학교 학생들의 낙상 우려가 제기된 곳이다. 진교훈 강서구청장이 지난 3월 11일 현장 순찰 당시 주민 보행 불편과 낙상 사고 위험을 확인한 데 따라 개선 사업이 진행됐다. 당시 진 구청장은 “도로가 가파르고 높낮이 차이가 심해 주민 통행이 어렵다”면서 “계단 설치를 포함해 안심하고 다닐 방법을 신속하게 마련해달라”고 지시했다. 이에 구는 주민 안전 확보를 최우선으로 삼고 즉시 개선에 착수했다. 지난 5월 말 기존 경사로의 한쪽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폭 0.7~0.9m, 길이 14.0m, 높이 3.18m 규모의 계단 33개 설치를 마쳤다. 기습적인 강설이나 한파에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도로에 열선도 설치했다. 구는 이동 약자의 보행 환경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다. 앞서 지난해 서진학교 인근 흙길 구간에 폭 1.5m, 길이 100m의 목재 데크길을 조성하기도 했다. 등촌1동, 화곡본동 등에도 도로 열선이 설치돼 있다. 진 구청장은 “앞으로도 일상 속 크고 작은 보행 불편을 꼼꼼히 살피고, 안전한 생활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누구든 보이면 죽이려 했다”… 무차별 살인마 잡은 ‘한정판 운동화’ [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누구든 보이면 죽이려 했다”… 무차별 살인마 잡은 ‘한정판 운동화’ [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는 대한민국을 뒤흔든 주요 사건들을 통해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는 시리즈입니다. 과거의 기록을 되짚으며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고 정의와 안전의 가치를 깊이 있게 고찰하는 서울신문의 특화 기사입니다. 서울신문은 기사 내용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AI 음성을 이용해 기사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2010년 12월 5일 오전 6시 30분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어두운 새벽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아파트 입구에서 26세 청년 김모씨가 신원 미상의 남성에게 기습적인 흉기 공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 김씨는 사망하기 불과 두 달 전 초등학교 동창들과 컴퓨터 프로그래밍 사업을 창업한 건실한 청년이었다. 사건 발생 당일에도 사무실에서 밤샘 작업을 마친 뒤 귀가하는 길이었다. 사무실에서 자택까지 약 40분이 소요되는 거리를 홀로 걸어서 이동하고 있던 그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걷고 있었다. 당시 그의 품에는 신춘문예 접수처 주소가 적힌 쪽지가 들어 있었다. 그는 틈틈이 시를 쓰며 훗날 65세가 되면 자신의 이름으로 된 시집을 출간하겠다는 소박한 꿈을 품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집을 불과 100m 앞둔 아파트 입구 골목에서 참변이 발생했다. 흉기를 든 남성이 기척 없이 다가와 무방비 상태였던 김씨의 등과 허벅지, 옆구리 등을 마구잡이로 찔렀다. 치명상을 입은 김씨는 피를 흘리며 도주했고 범행 장소에서 약 200m 떨어진 성당 앞 대로변까지 필사적으로 달렸다. 쓰러진 그는 새벽 일찍 주일 미사를 준비하러 나온 성당 관계자에게 발견되자 신고를 요청했다. 김씨는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흉기가 갈비뼈 사이를 뚫고 들어가 폐를 직접 손상시킨 탓에 결국 과다 출혈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1770개의 렌즈와 한정판 운동화관할서는 강력팀을 총동원해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초기 경찰은 원한이나 치정에 의한 범죄에 무게를 두었다. 하지만 김씨의 휴대전화, 동업자의 SNS 기록 및 주변 지인들을 샅샅이 조사한 결과 그는 누구와도 갈등이나 시비에 휩싸인 적이 없는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였음이 확인됐다. 금융 거래 내역상의 금전 문제도 전혀 없었다. 수사팀에 남겨진 유일한 단서는 범행 장소 인근 아파트 경비실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뿐이었다. 영상을 정밀 분석한 결과 범인이 김씨를 공격하고 뒤쫓아가다 포기하고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14초에 불과했다. 범인은 김씨를 놓친 후 범행 장소로 돌아와 흉기를 들고 씩씩거리며 배회하는 등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범행 시각이 어두운 새벽이었고 겨울철이라 카메라 렌즈에 성에가 끼어 화질이 불량해 범인의 안면 식별은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영상 속에서 결정적인 흔적을 찾아냈다. 범인이 피해자를 쫓아가는 과정에서 뒤집어쓰고 있던 후드티 모자가 한 번 벗겨졌는데 이때 그의 헤어스타일이 삭발 형태라는 사실이 포착됐다. 또한 탐문 수사 과정에서 한 운동화 마니아 주민의 제보를 통해 범인이 신고 있던 신발이 고가에 거래되는 N사의 한정판 운동화라는 점이 파악됐다. 경찰은 피해자의 이동 경로와 인근의 CCTV 총 1770개를 확보하여 정밀 분석을 실시하고 6개 노선의 시내버스와 택시의 블랙박스 영상까지 전부 조사했으나 범인의 도주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범인이 택시나 대중교통을 이용한 흔적이 없다는 것은 곧 그가 범행 현장 인근 아파트 단지 내에 거주하는 주민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했다. 치밀한 전수 조사로 드러난 범인의 실체범인이 현장 주변 사각지대로 잠적했다는 결론에 도달한 수사팀은 이른바 ‘막고 푸기 수사’에 돌입했다. 형사들을 2인 1조로 편성하여 범인이 사라진 주변 아파트 단지의 모든 가구를 일일이 방문하며 전수 조사하는 고된 탐문 수사가 이어졌다. 수많은 가구를 확인하던 중 한 세대를 방문했을 때 수상한 정황이 포착됐다. 문을 열어준 할머니에게 20대 손자의 유무를 묻자 할머니는 “손자는 한 명뿐이고 지금 집에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문을 닫으려 하는 등 과민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대화를 시도하던 형사들은 현관문 옆 신발장에서 CCTV 영상으로 확인했던 N사의 한정판 운동화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즉각 해당 세대의 주민등록등본을 조회했고 할머니의 방어적인 진술과 달리 해당 가구에는 20대 남성 2명이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음 날 강력팀장과 함께 다시 해당 가구를 방문한 형사들은 동생의 양해를 구하고 집 안으로 진입했다. 굳게 닫혀 있던 방문을 열었을 때 방 안에는 CCTV 속 인상착의와 동일한 삭발 머리의 23세 남성 박모씨가 책상에 앉아 벽면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그가 응시하던 방 안의 벽과 노트에는 커다란 회오리 모양의 그림과 칼을 들고 있는 캐릭터의 낙서가 잔뜩 그려져 있었다. 체포 후 조사 과정 중 박씨는 이 회오리 그림에 대해 “자신이 회오리 가운데에 있고 자신을 둘러싼 원이 보호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끈 뒤 외부에서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사건 발생 11일 만인 12월 16일 그를 정식으로 체포했다. “가장 먼저 내 눈에 띄는 사람을 무조건 죽이겠다”박씨는 강남 8학군의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미국의 한 주립대학교 심리학과로 유학을 떠났던 학생이었다. 그러나 유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3학년에 중퇴한 뒤 한국으로 귀국했다. 귀국 후 그는 두문불출하며 하루 종일 격투 게임에만 몰두하는 은둔 생활을 이어갔다. 사건이 발생한 당일 새벽 온라인으로 격투 게임을 하던 박씨는 자신이 평소 싫어하던 캐릭터를 상대로 게임을 하다가 패배하자 극도의 분노를 느꼈다. 그는 “가장 먼저 내 눈에 띄는 사람을 무조건 죽이겠다”고 결심한 뒤 부엌에 있던 식칼을 들고 밖으로 나섰다. 일면식도 없는 무고한 청년을 표적으로 삼아 무차별적인 살인 행각을 벌인 것이다. 살인 직후 박씨가 보인 기이한 태도는 경악스러웠다. 도주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온 박씨는 화장실 세면대에서 피 묻은 흉기를 물로 씻어내다가 잘 지워지지 않자 주방 싱크대로 이동해 주방 세제로 칼을 깨끗이 씻어 다시 제자리에 두었다. 가족들은 참혹한 살인에 쓰인 사실을 모른 채 해당 흉기를 일상적인 요리에 사용했다. 심지어 박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죽이고 나서 마음이 더 편해졌다”, “피해자가 도망치지 않았다면 몇 번이고 더 찔렀을 것이다”라고 진술하며 일말의 반성조차 보이지 않았다. 최종 25년형 확정…26세에 멈춰버린 피해자와 가족들의 삶재판 과정에서 박씨의 변호인 측은 “피고인을 범죄자로 만든 우리 사회의 치열한 경쟁 시스템도 참작해 달라”며 어떻게든 형량을 줄이려 애썼다. 그러나 정작 피고인 본인은 이러한 변론이 무색할 만큼 타인의 고통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박씨는 피해자 유족에게 사과할 마음이 전혀 없다고 당당히 밝히며 “미국 유학에 실패하고 한국에 오면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게임 중독자가 되었을 뿐”이라며 뻔뻔하게 책임을 회피했다. 사법부는 사회로부터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행위의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하여 그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피고인과 검찰 모두 항소했으나 대법원에서 기각되어 최종 25년형이 확정됐다.
  • 아미 홀린 감천마을·광안리… BTS에 설레는 보랏빛 부산

    아미 홀린 감천마을·광안리… BTS에 설레는 보랏빛 부산

    웰컴센터 방문객 90%가 외국인정국·지민 벽화 앞 발길 이어져광안대교 드론 1000대 라이팅쇼바가지 없는 숙소·홈스테이 제공 “인도에서 부산까지 오는 데 36시간이 걸렸어요. 그래도 드디어 ‘완전체’ BTS를 볼 수 있어서 설레는 마음뿐이에요.” 방탄소년단(BTS)의 ‘월드투어 아리랑 인 부산’ 공연을 하루 앞둔 11일 오전 부산역에 마련된 ‘BTS 더 시티 부산 웰컴센터’에서 만난 티누(37)는 이렇게 말했다. 동행한 나쉬다(28)는 “웰컴센터에서 BTS의 노래를 듣고 따라 불렀다. 한국에 닷새 머물 예정인데 시작이 좋아 행복한 여행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웰컴센터 앞에는 문을 열기 전부터 100m는 족히 넘는 긴 줄이 형성됐다. 이곳은 부산 관광 안내와 BTS 공연, 관련 행사 정보, 짐 보관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곳이다. 피부색과 언어는 달라도 가방, 셔츠, 스카프 등 보랏빛 아이템으로 치장한 BTS 팬덤 ‘아미’들은 서로의 굿즈를 구경하거나 노래를 흥얼거리며 기다림마저 즐기는 모습이었다. 웰컴센터 관계자는 “방문자 80~90%가 외국인인데 가까운 중국, 일본은 물론이고 러시아나 남미 팬들도 많다. 공연이 가까워질수록 방문자가 늘면서 어제는 1만명이 넘게 찾아주셨는데 오늘은 몇 배는 더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공연이 다가오면서 부산 곳곳이 아미들로 북적인다. 유명 관광지인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에 있는 BTS 멤버 정국, 지민의 벽화 앞도 연신 셔터를 누르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페루에서 온 크리스티나(32)는 “부산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왔다. ‘최애’ 멤버인 지민의 아버지가 하는 카페에 다녀왔고 뷔가 산책했다는 부산시민공원에도 가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와 각 자치구는 도시 전체를 보랏빛 축제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서는 13일 오후 10시부터 드론 1000대와 광안대교 경관조명을 활용한 라이팅쇼가 진행된다. 부산진구 송상현광장에서는 이번 BTS 앨범 콘셉트 색상인 붉은색 조명을 활용한 ‘더 레드 모먼트 부산’이 진행된다. 해운대해수욕장에는 BTS 신곡인 ‘스윔’을 모티브로 한 대형 모래조각을 전시했고 14일까지 아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음악 행사도 연다. 공연을 앞두고 불거진 ‘바가지 숙박’으로 훼손된 도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도 활발하다. 종교계와 대학, 기업 등이 아미 1700여명이 무료 또는 저렴하게 머물 수 있도록 숙소를 제공했고 지역 26가구가 홈스테이에 참여했다. 홈스테이에 참여한 최용호(62)씨는 “부산은 6·25 때도 피난민에게 방을 내준 포용의 도시인데 바가지 기사를 보고 안타까웠다”며 “우리 집에 오기로 한 필리핀 손님들이 좋은 기억만 안고 돌아가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 “GPU 많을수록 더 행복”…젠슨 황·이해진, AI 팩토리 동맹 선언

    “GPU 많을수록 더 행복”…젠슨 황·이해진, AI 팩토리 동맹 선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8일 경기 성남 네이버 1784 사옥에서 만나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 동맹을 공식화했다. 양사는 2027년 55메가와트(MW) 규모 가동을 시작으로 장기적으로 기가와트(GW)급 초대형 AI 팩토리를 구축해 아시아·중동·유럽 시장에 진출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날 오후 3시50분쯤 네이버 사옥에 도착한 황 CEO는 몰려든 시민과 직원들을 향해 “아이 러브 유 가이즈”(I love you guys)라고 외치며 인사했다. 황 CEO는 곧바로 이 의장과 함께 네이버웹툰 대표작 ‘역대급 영지 설계사’ 작가들이 준비한 특별 이벤트에 참여했다. 작품 속 주인공이 “일과 행복을 모두 잡고 싶다”고 고민하자 이 의장은 최근 삼겹살 회동을 언급하며 “행복은 삼겹살, 일은 깻잎이다. 쌈 싸서 한 번에 드세요”라고 적었다. 이어 “일과 행복을 분리하지 않아도 한꺼번에 찾을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황 CEO는 말풍선에 “걱정 마라. 내겐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있다”(Don‘t worry, I have GPUs)라고 적은 뒤 “나는 GPU를 많이 가질수록 더 많이 일할 수 있고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이후 두 사람은 네이버 게임·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을 통해 생방송을 진행했다. 이번 만남의 핵심은 양사가 발표한 글로벌 AI 팩토리 프로젝트다. 네이버와 엔비디아는 이날 오전 GW급 초대형 AI 팩토리 구축을 위한 공동 사업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단순한 기술 협력을 넘어 글로벌 수요 발굴과 투자, 운영을 함께하는 통합 파트너십이다. 네이버는 사업의 성과와 리스크를 공동 부담하는 핵심 파트너로 참여한다. 양사는 2027년 상반기 55MW 규모 인프라 가동을 시작으로 같은 해 100MW, 2028년 200MW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는 GW급 AI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네이버에 따르면 1GW는 국내 최대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인 ‘각 세종’ 최대 용량의 약 4배 규모로 엔비디아 최신 GPU 수십만 장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황 CEO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네이버는 세계적인 클라우드 기업”이라며 “비교적 작은 국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AI와 클라우드 기술을 개발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네이버는 엔비디아의 초기 AI 슈퍼컴퓨터 고객이자 파트너였으며 한국 최초 AI 모델 개발 과정부터 함께 협력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네이버와의 협력 분야로 ▲네모트론(Nemotron) 연합을 통한 오픈 프런티어 AI 모델 개발 ▲초대형 AI 클라우드 및 AI 팩토리 구축 ▲로보틱스 협력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특히 “네이버는 이미 AI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구축 역량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우리의 협력은 이를 더욱 빠르게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SK그룹, LG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과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네이버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은 제조업, 중공업, 전자산업, 소프트웨어를 모두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킨 특별한 나라”라며 “그중에서도 네이버는 AI와 로보틱스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한국 산업의 초능력(superpower)”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장도 네이버의 강점으로 AI 인프라 운영 경험을 꼽았다. 그는 “우리는 GPU 기반 슈퍼컴퓨터를 매우 일찍 구축했고 아시아 최대 규모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왔다”며 “AI 팩토리를 하겠다는 회사가 아니라 이미 준비가 돼 있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황 CEO는 행사 말미에 서울대 학생들이 붙여준 별명을 소개하며 “이번 방문에서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앞으로 한국에 오면 저를 ‘K-젠슨’이라고 불러달라”며 “네이버 파이팅, 대한민국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이에 이 의장은 “앞으로 젠슨 황 CEO와 삼겹살을 먹게 된다면 평생 제가 계산하겠다”고 화답하며 양사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 출근합니다…느린 삶, 꿈의 섬으로

    출근합니다…느린 삶, 꿈의 섬으로

    ‘워케이션의 섬’ 삽시도갯벌·낚시 등 체험 콘텐츠진너머 해변 ‘분가루’ 모래해식동굴·풀등도 볼거리‘개신교 시발점’ 고대도선교사 귀츨라프 흔적 빼곡해안가 뱅부여·선바위 눈길충남 보령시 삽시도는 ‘꿈의 섬’이다. 최소한 도시에 사는 직장인에겐 그렇다. 물리적 거리나 천혜의 환경 때문은 아니다. 직장인에게 ‘복음’(福音)이나 다름없는 ‘워케이션의 섬’이라서다. 요즘 자주 입길에 오르내리긴 해도, 워케이션이 사실 입 밖에 내기 쉬운 단어는 아니다. 평범한 직장인에겐 언감생심인 경우가 많다. 그래도 섬으로 가는 꿈이야 꿀 수 있지 않은가. 장삼이사라도 말이다. 이번 여정은 서해의 작은 섬 ‘삽시도+고대도’다. 작은 섬의 느린 리듬을 따라가며, 일과 쉼 모두를 또렷하게 붙잡는 게 목표다. ●화살 꽂은 활처럼 생긴 삽시도 보령시에는 섬이 많다. 15개의 유인도와 90개가 넘는 무인도가 보석처럼 흩뿌려져 있다. 삽시도와 고대도는 그중 꽤 알려진 곳이다. 두 섬은 여객선 항로가 같다. 이웃한 장고도까지 포함해 형제섬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삽시도(揷矢島)는 화살(矢)을 꽂은(揷) 활처럼 생겼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대천항에서 13㎞쯤 떨어져 있다. 면적은 3.8㎢에 불과할 만큼 작다. 한나절만 자분자분 걸으면 섬 구석구석을 죄다 들여다볼 수 있다. 섬은 작아도 해수욕 즐기기 좋은 해변은 네 곳이나 된다. 섬 전체가 천혜의 해수욕장과 다름없다. 그 이야기는 잠시 뒤에. 우선 ‘워케이션의 섬’부터 살피자. 워케이션은 일을 뜻하는 영어 ‘워크’와 휴가란 뜻의 ‘베케이션’을 합친 조어다. 숙박과 공유 오피스, 농어촌 체험 등을 함께 즐기는 새로운 형태의 여행법이다. 몇 해 전부터 국내 여러 공공 기관에서 워케이션에 적지 않은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지역 관광 활성화, 소비 진작 등 여러 부수 효과를 겨냥한 조치다. 여행 비용이 절감되니, 참여자 입장에서도 좋은 기회다. 삽시도는 ‘워케이션 충남’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섬이다. 주 콘텐츠는 ‘체험’이다. 어촌계를 중심으로 갯벌 체험, 항구·갯바위 낚시, 둘레길 트레킹, 공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워케이션이 진행되려면 공급자와 체험자 모두 갖춰야 할 게 있다. 공급자는 숙박과 공유 오피스 확보가 필수다. 특히 요즘 출시되는 워케이션 상품의 경우 공유 오피스 환경에 무척 신경을 쓴다. 체험자는 ‘일’로 왔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재직증명서, 체험 증빙 사진 등을 제출해야 한다. 삽시도 어촌체험휴양마을의 공유 오피스는 28석 규모다. 술뚱선착장 바로 옆이다. 섬에서 가장 번듯한 건물에서 개인 업무는 물론 팀 단위로 활용할 수 있게 조성됐다. 임미자 휴양마을 사무장은 “창밖 풍경이 일상의 리듬을 바꿔주고, 섬의 고요가 일의 속도를 정돈해 준다”며 자랑이다. 숙소는 어촌마을의 생활감이 남아 있는 민박형과 도회지풍의 펜션형으로 나뉜다. 업무 공간과의 거리는 멀지 않다. 다니기 편하도록 체험자에게 자전거가 제공된다. 대부분 걸어서 닿을 수 있는 거리지만, 그래도 한적한 갯마을 도로를 자전거로 천천히 내달리는 맛이 각별하다. 이제 섬이 가진 풍경을 이야기할 차례다. 가장 인상적인 건 고운 모래 해변이다. 작은 섬인데도 규모가 큰 해변이 네 곳이나 된다. 거멀너머와 진너머, 밤섬, 수루미 해변이다. 섬 외곽은 대부분 모래 해변이라 봐도 무방하다. 가장 너른 밤섬 해변은 밤섬 선착장부터 술뚱 선착장까지, 길이가 3.5㎞에 이른다. 동쪽으로 바다가 펼쳐지니 삽시도의 ‘일출 카페’ 구실을 한다. ‘노을 맛집’이라고 할 수 있는 진너머 해수욕장은 삽시도 해변의 진수라 할 만하다. 길이는 1㎞ 정도인데, 썰물 때는 폭이 100m까지 넓어진다. 그 너른 해변이 전부 고운 모래다. 과장 좀 보태 여성들이 화장할 때 쓰는 분가루와 닮았다. 백사장의 경사도 완만해 날물 때는 한참을 걸어야 바다에 닿는다. 아이나 어르신이 함께한 가족 놀이터로 제격이다. 저물녘, 진너머 해변이 오렌지빛으로 물들 때면 천상계의 풍경이 펼쳐진다. 수루미 해변, 거멀너머 해변 등 규모가 큰 해변을 제치고 늘 삽시도 인기 1위를 차지하는 이유다. 면삽지는 삽시도에서 첫손 꼽히는 명소다. 진너머 해변 끝자락과 맞닿은 자그마한 무인도다. 들물 때는 뚝 떨어져 혼자 있다가 날물 때 모래톱을 통해 삽시도와 연결된다. 조석 간만의 차가 적은 조금 때는 들물이 들어도 오갈 수 있다. 면삽지의 깎아지른 절벽 아래에는 작은 해식동굴이 있다. 그 안에 맑고 시원한 약수가 솟는 샘터가 있다. 예전엔 ‘물망터’라 불렸는데, 요즘은 별다른 이름 없이 샘터, 샘물 등으로 불린다. 섬에 기근이 들어도 ‘물망터’엔 물이 마를 날이 없다고 한다. 음력 칠월칠석날에 여자들이 물망터 샘물을 마시면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풀등도 볼 수 있다. 썰물 때 드러나는 바닷속 모래톱이다. 모래섬이 많은 경기도 섬에선 풀치라 불린다. 물이 빠지면 자연스레 풀등까지 오갈 수 있다. 섬사람들에겐 일상이겠으나 외지인들에겐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풍경이다. ●마을 지붕이 온통 주황색인 고대도 이제 고대도로 넘어간다. 어딘가 고추냉이처럼 청량하면서도 알싸한 느낌을 주는 작은 섬이다. 삽시도에서 당일치기 여정으로 다녀올 수 있다. 대천항에서 오는 아침 배를 타고 고대도에 갔다가 늦은 오후 배를 타고 삽시도로 돌아오면 된다. 동남아 여행지에 비유하면 일종의 ‘호핑 투어’라 할 수 있겠다. 고대도는 사실 태안군의 안면도와 가깝다. 3㎞쯤 떨어져 있다. 한데 행정구역은 4.5㎞ 떨어진 보령시 삽시도리에 속해 있다. 면적은 0.9㎢, 섬 둘레라야 4㎞쯤 되는 작은 섬이다. 마을 지붕이 모두 주황색으로 물들어 있어서 첫인상이 강렬하다. 고대도는 한자로 ‘古代島’라 쓴다. 이름처럼 섬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지 1000년이 넘는다고 한다. 고대도의 가장 큰 자랑은 ‘한국 개신교의 시발점’이란 것이다. 하나님이 사랑하는 섬이란 뜻에서 고대도 선착장에 ‘God愛島’라는 조형물도 세웠다. 이 섬을 처음 밟은 개신교 선교사는 독일 출신의 카를 귀츨라프(1803~1851)다. 1832년 7월 하순에 영국 동인도 회사의 상선 로드 암허스트호를 타고 고대도를 방문해 20일 정도 머물며 선교 활동을 벌인 것으로 기록돼 있다. 감자 재배법, 포도주 양조법 등을 알려주고 한글 읽는 법을 배워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의 사역을 기리는 기념관이 2층 규모로 마련돼 있다. 고대도에서 가장 큰 건물이다. 기념공원, 교회, 기념비, 로드 암허스트호 조형물 등 귀츨라프와 연관된 기념 공간도 섬 전체에 빼곡하다. 그가 상륙한 7월이면 칼 귀츨라프의 날 기념식, 국제영화제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이쯤 되면 거의 고대도의 영웅이다. 하지만 한국 개신교단에선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한국 최대 개신교 단체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관계자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다. 그가 조선 땅을 밟은 건 통상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이를 거절당하자 한 달도 못 되는 짧은 체류 기간을 뒤로하고 곧바로 일본으로 떠났다. 귀츨라프 이전에도 영국 탐사선을 통해 조선과 개신교가 마주하는 장면은 종종 연출됐다. 1816년엔 영국 해군 장교인 바실 홀이 충남 서천군 마량진에 정박하며 성경을 전달하기도 했다. 한교총이 인정하는 공식 한국 개신교의 역사는 미국 호러스 언더우드와 헨리 아펜젤러 선교사 부부가 인천 제물포항에 상륙한 1885년 시작됐다. 귀츨라프보다 53년이나 늦긴 해도, 조선이 정식으로 문을 연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 이후 젊은 선교사들이 미국 북장로회(언더우드)와 북감리회(아펜젤러)를 통해 입국한 것이 조선 선교의 시초라는 설명이다. 고대도 트레킹길은 선착장 우측에 있다. 방파제 끝의 빨간 등대를 들렀다 나와, 해안도로를 따라 조금 걸으면 대나무 숲 사이로 뻗어가는 입구가 나온다. 마을에서 남쪽 해안의 끝머리에 있는 선바위까지는 1.6㎞ 남짓이다. 그 사이에 ‘뱅부여’가 있다. 들물 때 들어온 물고기를 날물 때 잡는 ‘독살’과 비슷하다. 독살이 인위적으로 설치한 것이라면 뱅부여는 자연이 만든 ‘천연 독살’이다. 날물 때면 바닷속에 작은 바다 호수가 생기는 독특한 풍광과 마주할 수 있다. 해안 끝자락의 선바위는 높이가 7~8m 정도다. 어부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바위다. 고기잡이를 나갈 때마다 무사 항해를 빌며 머리를 조아린다. 이 일대에 귀츨라프 기념비, 로드 암허스트호 조형물 등이 세워져 있다. ■ 여행수첩 -워케이션은 기본적으로 참여자 1인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삽시도의 경우 여러 공공기관에서 지원받아 2박 3일까지 참가비가 3만원으로 저렴하다. 동반자의 식사와 체험 비용은 별도다. 해변에서 유리 조각을 수거해 오면 실내 체험비를 20% 할인한다. 조개껍데기, 유목 등 해양쓰레기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공예 프로그램에 쓰인다. 워케이션 충남 프로그램은 주중 1박 2일부터 최대 4박 5일까지 신청할 수 있다. 공휴일, 주말, 성수기(7~8월)엔 신청할 수 없다. -삽시도 워케이션을 위한 공유 오피스는 어촌체험휴양마을 건물 안에 마련됐다. 숙소는 버디하우스 펜션, 어촌체험휴양마을 등 4곳에서 운영 중이다. 참가 신청은 워케이션 운영 업체인 ‘더휴일’ 누리집에서 받는다. 여러 곳에서 재정 지원을 받는 만큼 재직증명서와 증빙 사진 등 체험 전후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버디하우스 펜션은 김태연 사진작가가 운영한다. 건물 안팎이 유목, 폐어구 등 해양쓰레기를 업사이클링한 작품으로 장식됐다. 김 작가가 촬영한 삽시도의 빼어난 사진들은 개인전 ‘삽시도, 수많은 날들 중 하루’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보령문화의전당, 대천항 터미널 등에서 6월 30일까지 열린다. -대천여객선터미널에서 삽시도, 고대도까지는 카페리가 평일 하루 3회 운항한다. 피서철에는 증편된다. 대천에서 삽시도까지는 약 40분 걸린다. 삽시도에서는 물때에 따라 술뚱, 밤섬선착장을 번갈아 이용한다. 섬에는 마을버스가 배 시간에 맞춰 운행한다. 자동차를 배에 싣고 갈 수 있지만, 활용도가 높지 않다. 섬에 편의점은 없다. 필요한 물품은 미리 사 가야 한다. 고대도에는 식당도 없다. -충남도와 보령시는 섬비엔날레를 2027년 4~5월에 원산도, 고대도 등 보령 관내의 섬에서 연다. 국내 처음 시도되는 섬과 예술을 결합한 행사다. 단순한 섬 속 예술행사를 넘어 국내외 관광객의 체류 여행까지 도모하겠다는 장기 프로젝트다.
  • 정원오 “용산 1만가구 공급” vs 오세훈 “시간만 더 걸릴 것” [서울시장 공약대해부]

    정원오 “용산 1만가구 공급” vs 오세훈 “시간만 더 걸릴 것” [서울시장 공약대해부]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 계획 51조원 투입 마이스 시설 건설 추진정 “운영권 민간에 넘겨 99년 임대”오 “SH 기반시설 조성 후 민간 개발”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세계유산 경관 훼손 우려 갈등 격화정 “유네스코와 영향평가 조속 협의” 오 “종묘 100m 밖… 평가 대상 아냐”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세운4구역 개발을 둘러싼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입장은 확연히 갈린다. 단순히 두 곳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4년, 도시개발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이 쏠린다. 여의도공원의 2배인 45만 6099㎡(약 13만평)의 철도정비창 땅에 51조원을 투입해 100층 안팎의 랜드마크 빌딩과 전시·컨벤션, 호텔과 같은 마이스(MICE) 시설을 조성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태동한 건 2007년 서울시와 땅 주인 한국철도공사가 공동 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주목받은 이 사업은 2008년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난항을 겪은 끝에 2013년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가 오 후보가 재보궐로 시정에 복귀한 이후인 2024년 다시 궤도에 올랐다. 정 후보는 오 후보의 전략 부재로 개발이 늦어졌고, 지금도 ‘오세훈 방식’으론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지난 8일 “오 후보가 시장을 4번 할 동안 왜 이렇게 내버려 두셨나. 다섯 번째 시장 도전을 앞두고 겨우 첫 삽을 떴다”고 비판했다. 반면 오 후보는 박원순 시장 때 사업이 멈춰 섰고 이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고 반박한다. 정 후보가 책임을 묻는 데 대해서는 “문재인·박원순 10년 동안 멈춰 서 있던 것은 언급하지 않는 적반하장에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이곳에 주택 1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서도 팽팽하게 맞섰다. 정 후보는 ‘직주근접 도시’ 측면에서 1만 가구를 공급하더라도 국제업무지구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구체적인 수치는 당선 이후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오 후보는 “닭장 아파트 강요”라고 비판한다. 그는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순항 중이었는데, 난데없이 공급 대책을 세운다는 명분으로 애초 6000가구로 합의했던 규모를 1만 가구로 늘려 2년 순연되도록 만든 것이 이재명 정부”라고 주장했다. 공급을 늘린다고 해도 8000가구가 최대치라는 입장이다. 개발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정 후보는 뉴욕의 허드슨야드와 여의도 IFC처럼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운영권만 민간에 넘겨 99년 장기 임대하는 ‘토지경영관리기법’을 제시했다. 그는 “기업과 연구소가 단기 회수 압박 없이 30~50년 이상 안정적으로 투자하고 정주하는 환경을 보장하겠다”면서 “한번 팔고 끝내는 개발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로 경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오 후보는 코레일과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나서 도로와 공원, 문화시설, 주차장 등 기반 시설을 조성하고 이후 민간이 개별 필지를 개발하는 방식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쟁점은 세운지구 재개발이다. 2004년 시작된 이 사업은 22년간 착공도 못한 채 토지보상비용과 금융 비용 등 누적 사업비만 8000억원에 이른다. 인접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의 존재 때문이다. 애초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최고 71.9ꏭ의 건물만 올릴 수 있도록 기준이 정해졌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서울시는 고시 변경을 통해 최고 141.9m 높이의 건물을 올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이후 정부를 대표해 총대를 멘 국가유산청과 서울시, SH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종묘의 가치 보존과 낙후한 도심의 개발의 교집합을 찾기 위한 진단부터 엇갈린다. 정 후보는 공론화와 절차적 정당성이 빠진 무리한 행정으로 규정한다. 그는 “세운4구역은 이미 합의가 끝나 착공만 남은 상태였는데 오 후보가 취임한 이후 다시 논의를 시작해 지난해 고층 개발을 발표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오 후보는 71.9m의 높이 제한으론 사업성이 없으며 박원순 체제의 보존 일변도 정책으로 낙후된 채 방치됐다고 진단한다. 해법도 다르다. 정 후보는 애초 기준대로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토지주 입장에서는 오 후보 취임 이후 건물 사업성이 더 높아질 수 있으니 4년을 기다린 건데, 보장 없이 1~2년 더 기다리라 하면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라며 “빠르게 영향평가를 받을 수 있게 정부, 유네스코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세운4구역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인 종묘 경계 100m 바깥에 위치해 유산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란 게 오 후보의 생각이다. 그는 “평가는 시가 동의하면 되는 일이 아니며 사업 주체는 토지주 협의체”라며 “평가를 하면 3년도 5년도 걸릴 수도 있는데 그건 용납 못 한다는 이유로 (토지주들이) 반대했다. 국가유산청에 대한 불신이 너무 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거 직후 논의를 재개해 평가를 빠르게 하는 걸 전제로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중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농부가 아내에게 바친 사랑의 선물 ‘나무로 그린 기타’ [여기는 남미]

    농부가 아내에게 바친 사랑의 선물 ‘나무로 그린 기타’ [여기는 남미]

    남편이 일찍 세상을 떠난 아내를 위해 밭을 도화지 삼아 ‘나무’로 그린 기타가 화제다. 아르헨티나 언론은 15일(현지시간) “나무 기타의 주인공 부부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아들 4명이 여전히 기타 숲을 정성껏 돌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들 중 1명인 이그나시오 우레타는 “똑같은 색의 나무가 단 1그루도 없지만 자라면서 서로 어울려 예전보다 더 멋진 기타를 그려내는 것 같다”면서 “비가 내린 후에는 특히 아름다워 부모님이 더욱 그리워진다”고 밝혔다. 이색적인 나무 기타는 아르헨티나 코르도바 남부의 유명한 팜파스 평원에 위치해 있다. 25헥타르 땅에 나무 7000여 그루를 심어 기타를 그려냈다. 나무로 그린 기타의 길이는 약 1100m에 달한다. 밀과 대두 등을 경작하는 밭이 나무 기타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배경까지 정성껏 칠한 한 폭의 그림 같다. 나무 기타를 조성한 주인공은 2019년 7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농부 페드로 마르틴 우레타다. 그는 1970년대 말 아들들과 함께 기타 모양의 숲을 조성하기 위해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땅에 그린 기타 그림에 따라 나무를 심는 데만 꼬박 5년이 걸렸다고 한다. 기타를 그리는 데 주로 사용된 나무는 사계절 푸른 캘리포니아 사이프러스다. 여섯 개의 기타 줄은 유칼립투스로 구분했고 브리지 부분은 파인 사이프러스로 표현했다. 우레타는 나무 기타를 그리기로 작정하고 조경사들을 만나 문의했지만 프로젝트를 맡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가 직접 땅에 기타 그림을 그리고 아들들과 함께 나무를 심기 시작한 이유다. 아들들은 “아버지가 비행기를 타고 공중에서 기타 그림을 내려다본 적은 없다”면서 “지금 생각해 봐도 어떻게 이렇게 기타를 잘 그리셨는지 놀라울 뿐”이라고 전했다. 고소공포증이 있어 비행기를 탄 적이 없는 우레타는 생전에 자신이 조성한 기타 나무를 공중에서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농부 우레타는 왜 뜬금없이 나무로 기타를 그리겠다고 나섰을까. 나무 기타는 우레타가 일찍 세상을 떠난 아내를 잊지 못해 아내에게 바치는 사랑의 선물이었다. 우레타의 아내 그라시엘라는 다섯째를 임신 중이던 1977년 25세 젊은 나이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동맥류였다. 유난히 기타를 좋아했던 아내 그라시엘라는 생전에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기타 모양으로 숲을 꾸며봤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아내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아내와 다섯째 복중 태아를 한꺼번에 잃은 우레타는 아내의 꿈을 이뤄주겠다면서 나무 기타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아들들은 “처음에 나무를 심었을 때는 여러 번 나무들이 죽어 실패했었다”면서 “아버지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무를 심으셨고 그 결과가 지금의 아름다운 기타 나무”라고 밝혔다. 이어 “기타 나무는 부모님이 남겨주신 소중한 유산”이라면서 “앞으로도 더욱 정성을 다해 기타 나무를 돌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 100m 10초에 주파… 中로봇, 우사인 볼트만큼 빨랐다

    100m 10초에 주파… 中로봇, 우사인 볼트만큼 빨랐다

    중국이 로봇산업 발전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 중국 업체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100m 달리기에서 초속 10m가 넘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기록한 최고 빠른 수준이다. 13일 중국 로봇업체 유니트리(위수커지)는 소셜미디어 계정에 지난 11일 자사 휴머노이드 로봇 H1 모델이 육상 경기장 트랙에서 달리는 모습을 공개했다. 유니트리 측은 “측정 장비에 오차가 있을 수 있지만 최대 속도는 초속 10m 정도”라며 다리 길이 80㎝에 무게 62㎏의 일반인과 비슷한 체형인 휴머노이드가 세계 챔피언의 속도로 달렸다고 소개했다. 영상 속 측정 장비에는 초속 10.1m가 기록됐다. 자메이카 육상 선수인 우사인 볼트가 2009년 100m 달리기 세계기록(9.58초)을 세웠을 당시 속도는 초속 10.44m 정도로, 해당 기록과 맞먹는 수준이라는게 해당 업체의 설명이다. 달리기 속도는 휴머노이드 성능을 측정할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기준 중 하나로 평가된다. 앞서 왕싱싱 유니트리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안에 휴머노이드의 100m 달리기 기록이 볼트의 세계 기록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중국 로봇기업들은 단거리뿐만 아니라 장거리 달리기 분야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서는 오는 19일 열릴 제2회 휴머노이드 하프 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11일 밤부터 12일 새벽까지 70여개 팀이 참가한 도로 주행 연습이 공개적으로 진행되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고 신경보 등이 전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은 미중 기술 경쟁이 격화 속에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을 통해 향후 5년간 인공지능(AI)·휴머노이드 등 과학기술 자립·자강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힌 상태다.
  • 삼척 동해 비경 360도 파노라마 감상

    삼척 동해 비경 360도 파노라마 감상

    강원 삼척 새천년도로에 들어선 해상스카이워크가 25일 공식 개장했다. 삼척시는 이날 해상스카이워크 준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해상스카이워크는 절벽에서 바다로 길게 뻗어나간 U자 형태의 전망시설로 길이가 100m에 이른다. 시야가 탁 트여 동해 비경을 360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 바닥은 투명유리여서 77m 아래에 있는 수면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입장료는 무료다. 해상스카이워크는 내진설계 1등급이 적용됐고 염분에 강한 자재로 이뤄져 지진과 해풍에 견딜 수 있다. 2021년부터 도비 포함 105억원이 투입됐다. 시는 방문객 편의를 위해 주차장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달 중 공사에 들어가 연내 완공한다. 해상스카이워크 근처에 있는 비치조각공원 내 산책로를 정비하고 나무를 심는 등 리모델링 공사도 추진한다. 김진석 시 관광개발과장은 “지난달 말 임시 개장한 뒤 한 달 동안 관광객이 대거 몰려왔다”며 “기존 공간으로는 부족해 주차장을 확충한다”고 설명했다. 해상스카이워크가 놓인 새천년도로는 삼척 해변에서 삼척항까지 4.6㎞를 잇는 해안도로로 2006년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으로 선정했다.
  • 서천갯벌과 곰솔숲이 빚어낸 생명의 풍경, 서천 장항송림

    서천갯벌과 곰솔숲이 빚어낸 생명의 풍경, 서천 장항송림

    충청남도 서천군 갯벌은 금강이 서해로 흘러드는 하구에 자리한 지역으로 넓은 갯벌과 해안 생태계가 잘 보존된 곳이다. 이곳 서천갯벌은 금강에서 유입된 퇴적물이 가장 먼저 쌓이는 지점에 형성된 갯벌로, 영양염류가 풍부해 생산성이 매우 높다. 특히 평균 기초생산량이 연속유산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며, 철새의 주요 먹이가 되는 저서생물의 성장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는 매년 약 110여 종의 물새와 연간 누적 90만 마리에 달하는 개체가 찾아온다. IUCN 적색목록 23종이 관찰되며, 멸종위급종인 넓적부리도요의 국내 최대 서식지이기도 하다. 금강에서 유입되는 풍부한 영양염류는 약 180여 종에 달하는 대형저서동물을 키워내고 이들이 다시 철새들의 생명을 지탱한다하여 ‘철새들의 식탁’이라 불린다. 썰물이 시작되면 끝없이 펼쳐진 펄 위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맨발로 갯벌을 걷는 이들이다. 한 방문객은 발가락 사이로 스며드는 갯흙의 촉감을 이야기하며 웃는다. 아이들은 조개껍데기를 줍고, 어른들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흙의 촉감과 바람, 그리고 철새의 울음이 어우러지며 몸과 마음이 동시에 이완된다. 갯벌을 지나 해안사구 뒤편으로 들어서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장항 송림리의 솔바람 곰솔숲이다. 해안 사구를 보호하기 위해 인공 조림된 숲이지만, 지금은 수령 40~50년에 이르는 아름드리 곰솔 약 13만 그루가 숲을 이루며 장엄한 경관을 만들어낸다. 길이 1.8㎞, 폭 100m에 이르는 숲은 바닷모래를 붙잡아주고, 거센 해풍으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방풍림 역할을 해왔다. 곰솔숲을 걷다 보면 솔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바람 소리가 겹쳐지며 해안 특유의 청량함을 전한다. 이 숲은 한때 사라질 위기를 겪기도 했다. 1980년 군장국가공단 조성 계획 속에서 개발의 대상으로 놓였으나, 지역은 결국 갯벌과 숲을 선택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그 선택 덕분에 지금 우리는 원형에 가까운 생태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장항 곰솔숲 산책길에서는 여름 끝자락인 8월에서 9월 사이, 보랏빛 맥문동이 숲길을 따라 피어난다. 짙은 초록의 곰솔 숲 아래 낮게 퍼지는 맥문동 꽃은 은은한 색감으로 운치를 더하며, 해송의 솔향과 어우러져 한층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곰솔숲과 맞닿은 장항송림산림욕장에는 또 하나의 명소가 있다. 높이 15m, 길이 약 250m에 이르는 스카이워크다. 바로 기벌포해전전망대로 서천 장항 일대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역사·전망 공간이다. ‘기벌포해전’은 백제 부흥군과 나·당 연합군이 맞붙었던 중요한 해전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일대가 그 격전지로 전해진다. 전망대에 오르면 금강 하구와 서해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장항의 해안선과 갯벌 풍경이 함께 들어온다. 단순한 조망 시설을 넘어, 서천 바다에 깃든 역사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장소로 의미를 더한다. 특히 해 질 무렵, 붉게 물든 노을이 바다와 숲 위로 번질 때면 풍경은 한층 극적으로 변한다. 장항송림과 서천 갯벌 인근에는 여행의 여운을 이어갈 숙소와 맛집도 다양하다. 장항 시내와 금강하구 주변에는 접근성이 좋은 호텔과 펜션, 조용한 분위기의 소규모 숙박시설이 자리해 있어 바다 산책 후 편안한 휴식을 취하기 좋다. 식당들은 서해안의 신선한 해산물을 활용한 매운탕과 백반, 해장국 등 향토 음식이 중심을 이루며, 소박하지만 정겨운 맛으로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 서천갯벌과 곰솔숲이 빚어낸 생명의 풍경, 서천 장항송림 [두시기행문]

    서천갯벌과 곰솔숲이 빚어낸 생명의 풍경, 서천 장항송림 [두시기행문]

    충청남도 서천군 갯벌은 금강이 서해로 흘러드는 하구에 자리한 지역으로 넓은 갯벌과 해안 생태계가 잘 보존된 곳이다. 이곳 서천갯벌은 금강에서 유입된 퇴적물이 가장 먼저 쌓이는 지점에 형성된 갯벌로, 영양염류가 풍부해 생산성이 매우 높다. 특히 평균 기초생산량이 연속유산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며, 철새의 주요 먹이가 되는 저서생물의 성장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는 매년 약 110여 종의 물새와 연간 누적 90만 마리에 달하는 개체가 찾아온다. IUCN 적색목록 23종이 관찰되며, 멸종위급종인 넓적부리도요의 국내 최대 서식지이기도 하다. 금강에서 유입되는 풍부한 영양염류는 약 180여 종에 달하는 대형저서동물을 키워내고 이들이 다시 철새들의 생명을 지탱한다하여 ‘철새들의 식탁’이라 불린다. 썰물이 시작되면 끝없이 펼쳐진 펄 위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맨발로 갯벌을 걷는 이들이다. 한 방문객은 발가락 사이로 스며드는 갯흙의 촉감을 이야기하며 웃는다. 아이들은 조개껍데기를 줍고, 어른들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흙의 촉감과 바람, 그리고 철새의 울음이 어우러지며 몸과 마음이 동시에 이완된다. 갯벌을 지나 해안사구 뒤편으로 들어서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장항 송림리의 솔바람 곰솔숲이다. 해안 사구를 보호하기 위해 인공 조림된 숲이지만, 지금은 수령 40~50년에 이르는 아름드리 곰솔 약 13만 그루가 숲을 이루며 장엄한 경관을 만들어낸다. 길이 1.8㎞, 폭 100m에 이르는 숲은 바닷모래를 붙잡아주고, 거센 해풍으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방풍림 역할을 해왔다. 곰솔숲을 걷다 보면 솔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바람 소리가 겹쳐지며 해안 특유의 청량함을 전한다. 이 숲은 한때 사라질 위기를 겪기도 했다. 1980년 군장국가공단 조성 계획 속에서 개발의 대상으로 놓였으나, 지역은 결국 갯벌과 숲을 선택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그 선택 덕분에 지금 우리는 원형에 가까운 생태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장항 곰솔숲 산책길에서는 여름 끝자락인 8월에서 9월 사이, 보랏빛 맥문동이 숲길을 따라 피어난다. 짙은 초록의 곰솔 숲 아래 낮게 퍼지는 맥문동 꽃은 은은한 색감으로 운치를 더하며, 해송의 솔향과 어우러져 한층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곰솔숲과 맞닿은 장항송림산림욕장에는 또 하나의 명소가 있다. 높이 15m, 길이 약 250m에 이르는 스카이워크다. 바로 기벌포해전전망대로 서천 장항 일대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역사·전망 공간이다. ‘기벌포해전’은 백제 부흥군과 나·당 연합군이 맞붙었던 중요한 해전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일대가 그 격전지로 전해진다. 전망대에 오르면 금강 하구와 서해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장항의 해안선과 갯벌 풍경이 함께 들어온다. 단순한 조망 시설을 넘어, 서천 바다에 깃든 역사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장소로 의미를 더한다. 특히 해 질 무렵, 붉게 물든 노을이 바다와 숲 위로 번질 때면 풍경은 한층 극적으로 변한다. 장항송림과 서천 갯벌 인근에는 여행의 여운을 이어갈 숙소와 맛집도 다양하다. 장항 시내와 금강하구 주변에는 접근성이 좋은 호텔과 펜션, 조용한 분위기의 소규모 숙박시설이 자리해 있어 바다 산책 후 편안한 휴식을 취하기 좋다. 식당들은 서해안의 신선한 해산물을 활용한 매운탕과 백반, 해장국 등 향토 음식이 중심을 이루며, 소박하지만 정겨운 맛으로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 드디어 물속으로…대만 최초 제작 ‘하이쿤 잠수함’ 100m 잠수 성공 [밀리터리+]

    드디어 물속으로…대만 최초 제작 ‘하이쿤 잠수함’ 100m 잠수 성공 [밀리터리+]

    대만 최초의 자체 제작 잠수함이 드디어 잠수에 성공하는 기쁨을 맛봤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대만 주요 일간지 자유시보는 잠수함 하이쿤(海鯤·SS-711)이 전날 50m 잠수 시험에 이어 이날 수심 100m까지 잠수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이날 국제조선공사(CSBC)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바닷속으로 들어간 하이쿤함과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함교가 선명하게 확인된다. 이에 대해 대만 민진당 왕팅위 의원은 “하이쿤함이 첫 번째와 두 번째 수중 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밝혔으며 현지 네티즌도 “감동적인 장면이자 대만의 자부심”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이쿤함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 대만이 야심 차게 개발한 비대칭 전력의 정점이다. 수십 년 동안 대만은 신형 잠수함을 구매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중국의 외교적 압력으로 인해 어려워지자 방향을 돌려 자체 개발에 나섰다. 하이쿤함은 디젤-전기 추진 방식으로 길이 80m, 배수량 2500~3000톤이며, 미국 록히드마틴사에서 제작한 어뢰와 전투 장비 등을 탑재했다. 실제 대만의 노력은 결실을 보아 2023년 9월 28일 하이쿤함의 진수식이 CSBC 가오슝 공장에서 열렸다. 그러나 하이쿤함이 현재 단계에 오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록히드마틴 등 여러 국가의 기술이 섞인 복합 시스템 통합으로 인한 혼란과 2024년 9월 해상 시험 중에는 엔진 파이프라인 파열로 고장이 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6월에는 유압 시스템이 고장 나면서 X자형 함미 방향타가 작동 불능 상태가 돼 승조원들이 수동으로 조종해 돌아오기도 했다. 앞서 대만 언론은 “대만 국방부는 잠수함 인도를 애초 계획보다 약 7개월 늦은 오는 6월로 목표하고 있다”면서 “지연의 주된 원인은 통합 플랫폼 관리 시스템의 문제로 초기에는 다른 탑재 센서 시스템과의 연동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외국 엔지니어들의 지원으로 기술적 문제가 해결됐다”고 전했으나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하이쿤함은 우리나라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개발한 어뢰 발사관 상세 설계 기술과 제작 도면 등 기밀 파일 유출 문제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기술을 빼돌린 해군 중령 출신인 방산업체 대표는 정부 허가 없이 설계 도면을 대만에 넘기고 인력 취업을 알선한 혐의로 기소돼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 ‘걷고·보고·체험하는’ 통영항…128m 보행교 들어선다

    ‘걷고·보고·체험하는’ 통영항…128m 보행교 들어선다

    바다를 가로질러 통영 도심을 잇는 보행 전용 다리가 들어선다. 바다 조망은 물론 스릴 체험까지 가능한 관광 인프라로, 통영항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통영시는 오는 21일 오후 2시 미수동 연필등대 일원에서 ‘통영항 오션뷰케이션 조성사업’ 기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한다고 19일 밝혔다. 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2023년 말 확정한 ‘남부권 광역관광 개발계획’에 반영됐다. 통영항의 수려한 해양 경관을 활용한 체류·체험형 관광 공간 조성이 핵심이다. 시는 국비와 도비, 시비 등 총 194억원을 투입해 2027년 하반기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시설은 미수동과 도천동을 연결하는 길이 128m의 보도 전용 주교량과 스카이워크, 익스트림 클라이밍이다. 시민과 관광객은 차량 통행이 없는 다리를 걸으며 통영항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다리 곡선 구간에는 바닥 일부를 투명 강화유리로 시공한 스카이워크(138m)가 설치된다. 유리 바닥 아래로 배가 오가는 모습을 그대로 내려다볼 수 있어 색다른 체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리 상부 아치 형태로 조성되는 익스트림 클라이밍(100m) 시설에서는 안전 장비를 착용한 채 수면 위 수십 미터 높이에서 오르내리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지상에서 다리로 바로 접근할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와 진입 계단도 함께 설치된다. 현재 미수동과 도천동을 오가려면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해저터널이나 충무교·통영대교를 이용해야 한다. 다리가 완공되면 보행 이동 동선이 크게 단축되고 통영항 경관을 즐기며 이동할 수 있는 새로운 관광 동선이 만들어진다. 시는 야간 경관 조명도 야간관광 특화도시 사업과 연계해 조성할 계획이다. 통영 항구 경관과 어우러지는 조명 연출을 통해 낮과 밤 모두 즐길 수 있는 명품 전망 공간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사업을 추진하고자 시는 지난해 2월 기본계획·타당성 조사 용역을 마쳤다. 같은 해 6월에는 기본·실시설계에 착수해 해양이용협의와 해상교통안전진단,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 등 관련 절차를 모두 완료했다. 통영시는 오션뷰케이션 조성이 인근 해저터널과 착량묘, 김춘수 유품전시관 등 역사·문화 자원과 연계돼 관광객 체류 시간과 지역 상권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 통영시 관계자는 “통영항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관광 인프라를 구축해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며 “공사 과정에서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상권 살겠네, 시위는 걱정”… 청와대 옆 동네 ‘기대반 우려반’ [다시 청와대]

    “상권 살겠네, 시위는 걱정”… 청와대 옆 동네 ‘기대반 우려반’ [다시 청와대]

    靑 개방 이후 서서히 관광객 줄어“손님 늘어 활기” “치안 더 좋을 듯”통행·촬영 제한에 50m마다 경비“지금 고즈넉한 풍경 그리워질 것” “대통령실이 청와대로 돌아오면 식당이 간만에 활기를 띨 것 같습니다. 덕분에 한시름 놨죠.” 3년 7개월 만에 이뤄지는 대통령실의 청와대 복귀를 앞두고 청와대가 있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효자동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반가움을 드러냈다. 청와대 근무 인력이 함께 돌아오면 주변 상권도 되살아날 수 있어서다. 다만 집회·시위로 인한 소음과 혼잡이 늘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10일 삼청동·효자동 일대 거리는 흐린 날씨 탓인지 한산했다. 가끔 청와대 정문 앞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이 눈에 띄었다. 청와대 정문 쪽은 이미 통행이 제한됐고, 약 50m 간격으로 경찰 경비 인력이 배치돼 있었다. ‘국가보안시설로 사진·영상 촬영을 금지한다’는 안내판도 세워졌다. 효자동에서 5년째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광재(62)씨는 “청와대나 근처에서 일하는 경찰관이나 근무자가 늘 것 같아 지난 8월부터 이분들을 위한 아침 식사 메뉴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효자동에서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60대 김모씨는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가고 청와대가 시민에게 개방된 후 초기 반년 정도는 관광객이 많았지만 이후엔 발길이 줄어들었다”며 “대통령이 청와대로 돌아오면 매출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청와대 관람객은 2022년 278만명에서 2023년 207만명, 지난해엔 191만명으로 감소했다. 삼청동에서 7년째 거주 중인 이모(53)씨는 “대통령이 보안이 더 확실한 청와대로 돌아오는 게 맞다고 본다”며 “예전처럼 골목마다 경찰이 배치되면 치안도 더 안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전처럼 대규모 집회·시위가 열릴까 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주민 이창식(62)씨는 “청와대 사랑채 앞 텐트 시위로 밤낮없이 소란스러웠던 예전으로 돌아갈 것 같다”고 걱정했다. 청와대 일대를 담당하는 종로경찰서에 접수된 집회·시위 건수를 보면 용산으로 이전하기 전인 2021년 4666건에서 2023년 4167건으로 10% 이상 줄었다. 이날 여자친구와 함께 청와대를 찾은 대학생 김모(22)씨는 “두 달에 한 번은 이곳을 찾았는데 시끄러워지면 자주 오지 않을 것 같다”며 “삼청동의 고즈넉한 풍경이 그리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엔 과격 시위가 줄어드는 추세다. 여기에 여당이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 옥외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법이 통과되면 주민 불편이 예전만큼 심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상권 살아날까 기대…텐트 시위는 걱정”…청와대 복귀에 엇갈린 반응

    “상권 살아날까 기대…텐트 시위는 걱정”…청와대 복귀에 엇갈린 반응

    “대통령실이 청와대로 돌아오면 식당이 간만에 활기를 띨 것 같습니다. 덕분에 한시름 놨죠.” 3년 7개월 만에 이뤄지는 대통령실의 청와대 복귀를 앞두고 청와대가 있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효자동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반가움을 드러냈다. 청와대 근무 인력이 함께 돌아오면 주변 상권도 되살아날 수 있어서다. 다만 집회·시위로 인한 소음과 혼잡이 늘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10일 삼청동·효자동 일대 거리는 흐린 날씨 탓인지 한산했다. 가끔 청와대 정문 앞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이 눈에 띄었다. 청와대 정문 쪽은 이미 통행이 제한됐고, 약 50m 간격으로 경찰 경비 인력이 배치돼 있었다. ‘국가보안시설로 사진·영상 촬영을 금지한다’는 안내판도 세워졌다. 효자동에서 5년째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광재(62)씨는 “청와대나 근처에서 일하는 경찰관이나 근무자가 늘 것 같아 지난 8월부터 이분들을 위한 아침 식사 메뉴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효자동에서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60대 김모씨는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가고 청와대가 시민에게 개방된 후 초기 반년 정도는 관광객이 많았지만 이후엔 발길이 줄어들었다”며 “대통령이 청와대로 돌아오면 매출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청와대 관람객은 2022년 278만명에서 2023년 207만명, 지난해엔 191만명으로 감소했다. 삼청동에서 7년째 거주 중인 이모(53)씨는 “대통령이 보안이 더 확실한 청와대로 돌아오는 게 맞다고 본다”며 “예전처럼 골목마다 경찰이 배치되면 치안도 더 안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전처럼 대규모 집회·시위가 열릴까 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주민 이창식(62)씨는 “청와대 사랑채 앞 텐트 시위로 밤낮없이 소란스러웠던 예전으로 돌아갈 것 같다”고 걱정했다. 청와대 일대를 담당하는 종로경찰서에 접수된 집회·시위 건수를 보면 용산으로 이전하기 전인 2021년 4666건에서 2023년 4167건으로 10% 이상 줄었다. 이날 여자친구와 함께 청와대를 찾은 대학생 김모(22)씨는 “두 달에 한 번은 이곳을 찾았는데 시끄러워지면 자주 오지 않을 것 같다”며 “삼청동의 고즈넉한 풍경이 그리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엔 과격 시위가 줄어드는 추세다. 여기에 여당이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 옥외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법이 통과되면 주민 불편이 예전만큼 심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숨길 틔운 남산자락숲길… 꿈길 펼칠 새 스카이라인[민선8기 이 사업]

    숨길 틔운 남산자락숲길… 꿈길 펼칠 새 스카이라인[민선8기 이 사업]

    누구나 쉽게 남산 자락을 일상 가까이에서 즐길 순 없을까. 노후된 저층 주거지를 남산과 조화롭게 재단장할 복안은 없을까. 서울 중구의 두 가지 큰 고민이 이번 민선 8기에 해결됐다. 끊어졌던 숲을 잇는 완만한 ‘남산자락숲길’을 만들고, 30년 만에 남산 주변 고도제한 완화를 이끌어내면서다. 중구는 남산의 자연과 도시가 공존하는 생활 환경을 만들어가며 주민들의 일상에는 힐링을, 도시에는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장애물 없는 5.14㎞ 데크길개통 1년 만에 힐링 핫플로 다음달 말 전 구간 개통 1주년을 맞는 남산자락숲길은 총길이 5.14㎞에 달하는 무장애 친화 숲길이다. 어느새 여러 기록을 세웠다. 월평균 5만 8000명이 찾는 중구 대표 힐링 명소가 됐고, 지난해엔 ‘중구민이 꼽은 가장 힘이 돼준 정책’ 1위에 올랐다. 흥행의 비결은 중구 전역을 15분 안에 자연과 만날 수 있는 ‘숲세권’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완만한 목재 데크길과 흙길을 따라 산책하며 우거진 숲과 서울 도심의 전망을 만끽할 수 있다. 과거 남산의 일부였지만, 건물이나 도로 등으로 단절됐던 무학봉, 대현산, 금호산, 매봉산을 하나의 숲길로 연결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남산자락숲길이라는 아이디어는 길의 시작점이기도 한 무학봉근린공원에서 출발했다. 이 공원은 2021년부터 무장애 데크길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는데, 주민들의 높은 호응을 본 김길성 중구청장이 남산자락숲길을 추진했다고 한다. 구비 없이 전액 국비와 시비로 길을 만들었다. 자연을 최대한 보존한 것도 이 길의 매력으로 꼽힌다. 기존 나무를 살리고, 벚나무나 잣나무 등 나무나 꽃, 풀 등 6만주도 새롭게 심었다. 데크가 지면보다 높게 설치돼 계절마다 달라지는 나뭇가지와 이파리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접근성을 높인 세심한 설계도 돋보인다. 무학봉근린공원 등 5개의 주요 출입로 외에도 주택가 곳곳에 16개 진출입로를 만들었다. 지하철 6개역에서도 도보로 찾을 수 있는 거리다. 주민들은 더 이상 멀리 돌아가지 않고도 숲을 찾을 수 있다. 지난 9월부터 무료공공셔틀 ‘내편중구버스’ 5개 노선도 입구 6곳을 경유한다. 숲길이지만 유아차나 휠체어 이용자, 노약자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 경사도를 낮추기 위해 일부 구간은 ‘갈지(之)자’ 모양으로 길이 이어져서다. 계단이나 턱도 최소화했다. 남녀노소 맞춤 51개 코스사계절 비수기 없는 명소가파른 언덕길에 사는 교통약자를 위한 서울시 최초 모노레일도 지난해 2월 이곳에 생겼다. 바로 신당현대아파트에서 산책로 입구인 대현산배수지공원까지 100m를 3~4분에 연결하는 모노레일이다. 청구동 마을마당부터 남산자락숲길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도 2027년 들어선다. 이처럼 높은 접근성 덕분에 남산자락숲길은 비수기가 없다. 한겨울에도 도심 가까이에서 설경을 감상하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밤에는 도심 야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남산자락숲길을 즐기는 51가지 코스 ‘남산이음’ 지도도 참고할 만하다. 등산 초보자나 명동을 찾은 외국인, 가족, 다산성곽역사길 등 맞춤형 코스를 담았다. 곤충과 친해질 수 있는 유아숲체험장이나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 숲 해설가와 탐방 프로그램 등도 인기다. 중구는 남산자락숲길과 남산순환로를 잇는 녹지연결로(생태통로)도 추진 중이다. 반얀트리 호텔을 넘어 국립극장까지 길을 연결해 남산과 접근성을 한층 높일 계획이다. 또한 지난해 남산 고도제한이 완화되면서 남산자락길에서 내려다보는 스카이라인도 차츰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30년간 고도지구에 묶인 남산 자락 일대는 낙후된 환경을 개선하기 쉽지 않았다. 건물 89%는 20년이 넘었고, 30년 이상 노후된 건물도 60%에 달한다. ‘숙원’ 남산 고도제한도 풀려삶의 질 높이고 도심엔 활기민선 8기는 과학적인 시뮬레이션을 도입하고 주민들과 긴밀히 소통한 끝에 중구의 오랜 숙원사업을 이뤄냈다. 중구는 당초 고도제한이 없던 곳이나 남산이 가려진 지역을 찾고, 과학적 시뮬레이션을 바탕으로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건물 높이를 분석했다. 여의도에서 데이터를 다뤘던 김 구청장의 경험이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돌파구가 된 셈이다. 회현동, 명동, 장충동, 필동, 다산동 등 5개 동 일대의 일반주거지역은 기존 12~20m에서 16~28m로, 준주거지역은 20m에서 32~40m로 고도제한이 완화됐다. 특히 지하철 반경 250m 이내나 소파로와 성곽길 인근 정비사업은 최고 15층까지 높일 수 있게 되면서 신당9구역 재개발사업은 기존 315가구에서 500가구 이상으로 가구 수가 늘어나게 됐다. 중구는 주민들이 고도제한 완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이번달부터 정비 사업에 관심 있는 5개 동 주민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골목길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뉴빌리지’, ‘휴먼타운 2.0’ 등 후속사업 등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김 구청장은 “남산 고도제한 완화가 중구 도시의 가치를 높였다면, 남산자락숲길은 주민의 일상의 품격을 한층 끌어올렸다”며 “남산을 품은 도시 중구에 산다는 자부심이 높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시간을 겹쳐 쌓은 이름과 궤적, 도시의 편지가 되었다[박상준의 여행 서간(書簡)]

    시간을 겹쳐 쌓은 이름과 궤적, 도시의 편지가 되었다[박상준의 여행 서간(書簡)]

    신당동 오드쓰북(Odd’s book)에 있습니다. 서너 평 남짓의 무인 책방을 온전히 차지한 채입니다. 조금 전에는 쌀가게 앞에서 24절기가 적힌 큰 글씨 달력을 봤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다가 입동이 지난 지 열흘이 넘었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니 소설(小雪)을 앞둔 오늘은 쌀알 같은 눈이 내려도 이상하지 않겠지요. 겨울의 문턱에서 당신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어쩌면 다음 편지는 크리스마스카드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겹겹이 서울의 시간 책방 창밖으로 11월의 풍경이 스쳐 갑니다. 사람들은 조금 더 단단한 복장으로 거리를 지납니다. 그럼에도 이곳만의 생기와 활력이 있습니다. 신당동은 몇 해 전부터 ‘힙(Hip)당동’이라 불리기 시작했지요. 1950~1960년대에는 서울 최대 양곡시장이 있던 동네고요. 신당역에서 내려 옛 양곡창고를 개조한 베이커리 카페 아포테케리와 심세정 골목을 거쳐 왔습니다. 예전에는 쌀가마니를 이고 오가는 청년들이 있었겠습니다. 그 가운데는 복흥상회의 청년 점원 정주영도 있었을 테고요. 현대그룹의 출발점이 이곳이겠습니다. 새로운 명소들도 신당동의 시간을 잇습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요리하는 돌아이’로 나왔던 윤남노 셰프의 디핀과 점집의 외관을 한 주신당, 알곤이칼국수가 일품인 하니칼국수 등이지요. 그 또한 동네의 이야기를 품습니다. 칵테일바 주신당은 광희문과 연결 짓습니다. 광희문은 동대문과 남대문 사이에 세운 남소문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시체가 드나드는 문이라고 해 시구문이라 불렀습니다. 그래서 신당(神堂)이 많았고요. 그 이름이 신당(新堂)으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렀지요. 하니칼국수는 근처에 원조홍두깨칼국수가 있어 그리 이름 지었다 하네요. 얼마 전 봤던 애니메이션 ‘나쁜 계집애: 달려라 하니’가 떠오르네요. 시간을 겹쳐 쌓은 이름과 궤적들이 도시의 편지 같아 좋습니다. 그 풍경을 완성하는 건 생활일 테지요. 신당동이 ‘힙당동’이라 불리는 건 쌀가게와 서울중앙시장과 카페와 바들이 한데 어울려서일 겁니다. 오드쓰북은 그 틈새에 수줍은 듯 자리합니다. 3층 건물의 1층과 2층을 쓰는 소담한 책방으로 무인 예약제 서점입니다. 1시간 또는 2시간 단위로 한 팀이 한 층의 공간을 빌려 쓸 수 있습니다. 1층 ‘기록의 방’은 책상에 앉아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며 머물기 알맞습니다. 2층 ‘비밀서재’는 빈백과 러그가 있는 좌식의 아늑한 다락 같습니다. 계단을 사이에 두고 문으로 닫혀 있으니 둘은 같은 건물 안에 있는 또 다른 공간인 셈입니다.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에는 잠시 유인 책방이 되기도 합니다. 독서 모임이 열려 1시간 남짓 책을 읽고 떠오른 생각을 나누지요. 구매하고 싶은 책은 키오스크를 통해 살 수 있습니다. 안쪽에는 작은 ‘미니 바’ 냉장고가 있어 음료 한 잔을 꺼내 먹을 수 있고요. 카페 사이 소담한 무인 책방1층 쓰거나 읽는 기록의 방2층 좌식의 아늑한 다락방 ●오롯이 머무는 장소 오드쓰북은 건축을 전공한 김혜원, 오지희씨가 열었습니다. 두 사람은 켜켜이 쌓인 신당동의 시간을 좋아했지요. 가구점이 있던 지금의 자리를 처음 마주하고는 유난히 마음이 갔다고 해요. ‘여기서 시작해도 괜찮아’라고 말해 주는 듯했다지요. 그들의 분위기와 속도를 닮은 ‘이상하고 낯선’(odd) 책방은 그렇게 태어났습니다. 책을 매개로 하고 자기 안의 목소리를 조용히 들을 수 있는 ‘머무는 장소’ 말입니다. 오드쓰북이 무인이라는 형태와 예약제라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도 그런 까닭일 테지요. 실은 저 역시 고동색 건물 한 귀퉁이로 번지는 노란 조명을 보고 무작정 전화를 걸었습니다. 책방의 한 칸을 딱 1시간 만이라도 가져 보고 싶었습니다. 어떤 날은 카페의 소란을 피해 고요히 나만을 마주하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더구나 커피 한 잔 정도의 비용으로 이 작은 책방을 홀로 가질 수 있다니요. 다행히 시간이 허락돼 ‘바빠서 놓쳤던 감정, 미뤄 뒀던 생각 혹은 잠깐의 멍’을 누리게 됐습니다. 먼저 ‘기록하는 서점, 오드쓰북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며 써 나간 책방지기의 초대장을 읽습니다. 형식적인 안내가 아니라 손글씨로 쓴 편지여서 푸근합니다. 공간을 사용하는 법이 꼼꼼하게 적힌 비밀지도 같은 글도 읽습니다. 무인이지만 기분 좋은 환대가 느껴지는 건 이 같은 촘촘한 안내와 곳곳에 적힌 작은 질문들 그리고 먼저 다녀가며 거기에 화답한 이들 때문일 겁니다. 책방답게 큐레이션 서가도 눈길을 끕니다. 11월의 주제는 ‘빛과 그림자’입니다. 김뉘연 시인의 ‘이것을 아주 분명하게’, 한강 작가의 ‘빛과 실’(이상 문학과지성사) 그리고 앤드루 포터의 단편소설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문학동네)이 차례로 놓여 있습니다. 저는 김뉘연 시인의 시 ‘커다란 여분’을 읽고는 창가의 필사 책상에 앉습니다. 필사 책상엔 오드쓰북을 찾은 이들이 릴레이로 써 나가는 필사 노트가 있습니다. 저는 그들의 일부가 돼 한 장의 글을 써 나갑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전하는 편지를 이어 갑니다. 어떤 말을 쓸까 하는데 쌀가게에 붙어 있던 달력이 떠오릅니다. 입동의 소식으로 시작합니다. 예전에는 입동 전 또는 직후에 김장을 해야 제맛이 난다고 했다지요. 이맘때면 집안이 분주했던 기억이 납니다. 또 신당동에는 싸전이 있었고 저는 쌀가게를 지나와 옛 가구점이던 책방에 있다 적습니다. 막 지은 고슬고슬한 밥에 대해 그리고 책이 마음의 양식이라면 이 작은 서재는 또 하나의 ‘싸전’이겠다 씁니다. 고동색 건물에 노란 조명1~2시간 홀로 누리는 책방릴레이 필사 등 소통·공감 ●신당(神堂)이 신당(新堂)으로 그러는 사이 한 해의 끝처럼 해가 뉘엿합니다. 쓸쓸하게 저물어 가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저는 누군가와 함께 있는 양합니다. 먼저 다녀간 이들의 글과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질문들 덕분입니다. 서로의 마음을 나눈 고민 노트도 읽습니다. 누군가가 건넨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서로에게 답이 되고 때로는 공감이 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모인 다정한 마음들이 작은 노트 안에 편지처럼, 곳간에 곡식처럼 차곡차곡 쌓여 갑니다. 김혜원씨와 오지희씨는 이를 ‘레터스 투 오드’(letters to Odd)의 작은 출발이라고 덧붙입니다.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편지를 남기면 또 다른 누군가가 답장을 하는 방식이지요. 편지일 수 있고 댓글 같은 짧은 응원일 수도 있는 말들, 얼굴은 모르지만 편지를 통해 서로의 숨결을 나누는 행위겠습니다. 오드쓰북이 말하는 느슨하고 조용한 연결이겠습니다. 책방을 나오기 전에는 입구에 있던 작은 상자의 제목이 ‘우편함’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아챕니다. 먼저 다녀간 이들이 남긴 책 리뷰와 글들이 쌓여 있습니다. 글을 쓴 노란색 종이는 ‘영수증 종이’입니다. 먹지라고 하지요. 겹친 종이 위에 글을 쓰면 마치 복사한 듯 아래쪽 종이에 같은 글이 눌려 쓰입니다. 한 장은 자신이 가져가고 한 장의 종이는 이곳에 남겨 둔 것입니다. 갑갑한 도시에서 잠시 숨표가 필요했던 이들은 이 작은 서재에서 홀로 또는 같이 책을 읽으며 마음의 체온이 올라가는 경험을 했나 봅니다. 저는 왠지 그들을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 듯합니다. 그들이 머물던 시간에 저의 시간이 더해진 때문이겠지요. 오드쓰북을 나와서는 옛 싸전 거리에 서서 잠시 뒤를 돌아봅니다. 간판에 적힌 선언 같은 글귀가 그제야 눈에 들어옵니다. ‘다이브 인투 디 워즈 앤드 필 더 커넥션’(dive into the words and feel the connection) ‘책과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연결됨을 느껴 보자’는 의미가 아닐까요. 이곳은 분명 무인 책방인데 신당동 싸전의 시끌벅적한 옛 풍경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이 동네는 지금도 그러합니다. 비로소 신당(神堂)이 신당(新堂)으로 바뀐 이유를 알겠습니다. ●편지를 카페로 만들면 오드쓰북에서 100m 거리에는 서울중앙시장이 있습니다. 서울 3대 시장 중 하나라 불리는 재래시장입니다. 신당동에 들렀다면 서울중앙시장을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가수 성시경의 유튜브 ‘먹을텐데’에 나왔던 옥경이네 건생선, 어묵과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산전 등 생활의 시장과 젊은 맛집이 뒤섞여 ‘힙당동’을 느껴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길이지요. 그에 앞서는 편지와 엽서 그리고 외국 고서의 페이지로 장식한 카페 메일룸이 눈길을 끕니다. 이들은 신당과 중앙시장에 ‘설렘’을 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했다고 해요. 제일 먼저 편지를 떠올렸고 우체국과 편지를 콘셉트로 한 카페를 열었습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판타지 소설의 우체국 문이 열린 듯합니다. 주문과 입구 또한 예사롭지 않습니다. 어디로 들어가야 할까 주춤합니다. 우편함을 밀자 문이 열립니다. 주문 후에는 진동벨과 번호 열쇠가 주어집니다. 또 한 번 궁금증을 자아내죠. 진동벨이 울리자 용도를 알겠습니다. 해당 번호의 우편함을 열고는 음료를 꺼내는 형식입니다. 누군가 내게 보낸 편지함을 여는 듯한 설렘이 있죠. 2층 역시 유럽의 우체국에 온 듯해요. 월별로 나뉜 우편 구분함이 있고 칸마다 놓인 오래된 편지 묶음과 소포들이 오브제 역할을 해요. 편지를 보내러 간 옛 우체국에서 나의 차례를 기다리며 커피 한잔을 마시는 기분이랄까요. 3층과 5층 그리고 루프탑에는 2층과 다른 분위기의 자리가 있어요. 모던한 공간들입니다. 5층은 한적해서 좋아요. 햇볕 드는 창가에서 신당동 풍경을 내려다보며 커피를 마시거나 편지 한 장을 써 나가기 좋겠습니다. 서울 3대 시장 서울중앙시장젊은 맛집·카페 ‘힙당동’ 부상뮤지컬 펍 ‘쇼플릭스’도 눈길 ●떡볶이보다 화끈한 신당동 뮤지컬 당신이 신당동을 찾는다면 해가 지고 나서는 쇼플릭스에 가도 좋을 듯해요. 신당동에 양곡창고를 개조한 카페만 있는 건 아닙니다. 쇼플릭스는 옛 양곡창고에 꾸린 뮤지컬 펍이지요. 가운데 ‘T’자형의 무대가 있고 주변으로 테이블이 놓여 있는 복층 구조입니다. 그 자체로 뮤지컬 무대 같아요. 이곳에서는 매시 정각이면 ‘짠’ 하고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지요. 술과 음식을 가져다주던 직원들이 무대에 올라 뮤지컬의 한 장면을 연출합니다. 오늘은 뮤지컬 ‘킹키부츠’의 스코어 ‘레이즈 유 업’(Raise you up)이 들려오네요. 곧 옛 양곡가게 안은 객석의 박수와 환호로 들썩입니다. 펍의 직원인 줄 알았던 그들이 사실은 뮤지컬 배우였어요. 아직은 이름이 덜 알려진 배우들입니다만 되레 그 열정이 무대를 한층 값지게 합니다. 무엇보다 맘껏 소리 지르고 따라 부를 수 있다는 게 쇼플릭스만의 장점이에요. 공연장의 뮤지컬과 달리 환호하지 않는 게 오히려 실례가 됩니다. 뮤지컬 스코어를 따라 부를 수 있다면 더욱 좋겠죠. 그렇다고 뮤지컬 마니아만 즐겨 찾는 곳이라고 오해하지는 마세요. 연령도 다양하고 성비도 다양해요.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으니 배우들의 노래가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죠. 겨울 초입의 얼었던 몸과 마음이 뜨겁게 녹아내립니다. ●오드쓰북 -오전 7시~오전 1시, 연중무휴(예약제), www.instagram.com/oddsbook
  • [마감 후] 황리단길 가기 100m 전

    [마감 후] 황리단길 가기 100m 전

    경북 경주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황리단길을 찾는다. 지난 1일까지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도 세계의 정상과 각국 관계자들이 쇼핑하거나 산책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APEC 기간 내내 경주 시내에서 사람이 가장 많은 곳이었다. 저녁 시간에는 행인들의 어깨가 부딪칠 정도였다. 반면 황리단길을 약 100m만 벗어나도 거리에 썰렁한 기운이 감돌았다. 주말인데도 원도심 일대인 ‘금리단길’은 문을 닫은 상점이 많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선물했다는 황남빵 가게만 북적일 뿐이었다. 대부분의 방문객은 차로 빵만 사서 돌아갔다. 전통시장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시장 나름대로 영어 안내문과 메뉴판을 마련하고 외국 관광객을 맞을 채비까지 한 모습이었지만, 평소보다 손님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가득했다. 교통 통제 때문에 현지인들마저 발걸음을 줄인 여파였다. 텅 빈 골목을 나서며 두 가지 걱정이 들었다. 하나는 황리단길로 편중된 관광 수요가 다른 곳으로 확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리단길에서 만난 한 음식점 직원은 “APEC 기간 오히려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여기는 가족끼리 한두 명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가 많은데 걱정”이라고 했다. “황리단길 근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는데 여긴 효과를 모르겠다”는 자영업자가 대부분이었다. 또 다른 걱정 하나는 황리단길의 획일화였다. 비슷비슷한 길거리 음식점과 카페, 상점이 이어지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매장이 늘어서 있어서다. 일부 관광객 사이에선 “다른 지역 상점가와 비슷하다”거나 “굳이 한 번 더 오지는 않을 것 같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거기가 거기 같다’는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하면 관광객 재방문은 감소하고, 주변 상권이나 관광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방문객이 많아 보이지만 지역경제 활성화로는 연결되지 않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임대료 상승과 동종업종 난립, 주민과 기존 상인의 이탈 같은 ‘젠트리피케이션’도 발생하게 된다. ‘~리단길’의 모태가 된 서울 경리단길이 대표적이다. 경리단길은 유명세를 얻은 뒤 외부 자본이 유입되고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2016년 이후 폐업이 늘어나기 시작해 쇠퇴의 길을 걸었다. 경리단길을 따라 우후죽순 생겨난 전국 ‘리단길’들도 이런 경로에서 자유롭지 않아 보인다. 한국관광공사가 2021년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리단길’ 명칭을 쓰는 곳은 전국에 30여곳이지만 고유의 특색이나 정체성이 꾸준히 유지되는 곳은 많지 않다. “카페와 맛집을 중심으로 한번 가볼 만하지만 지역 정체성이 부족하다.” 한국관광공사 보고서가 황리단길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한국의 어떤 역사 도시보다 정체성이 강한 경주에 뼈아픈 분석이다. 경주 시민이 여러 불편을 감수하고 APEC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장기적 관점의 정책을 세워 이런 비판을 뒤집길 바란다. 김지예 사회부 기자
  • 전남도, 여수공항 활주로 연장과 부정기 국제선 운항 건의

    전남도, 여수공항 활주로 연장과 부정기 국제선 운항 건의

    전남도가 여수공항 활주로 연장과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기간, 부정기 국제선 운항 허가를 정부에 건의했다. 전남도는 28일 여수공항 활주로를 현재 2100m에서 2800m로 연장하는 내용을 국가 계획에 반영하고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기간 중 부정기 국제선 운항 허가를 지원할 것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남해안 남중권의 핵심 시설인 여수공항은 활주로 길이가 전국 공항 중 두 번째로 짧고, 방위각시설(둔덕) 높이는 4m로 가장 높아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항공기 운항 기종이 제한되고, 기상 악화 시 결항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공항 운영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전남도는 공항 이용 불안 해소와 안전한 운항환경 조성을 위해 제7차 공항개발 종합계획(2026~2030년)에 활주로 연장을 반영해 줄 것을 건의했다. 또 방위각시설 개선과 종단 안전 구역 확보, 조류 탐지레이더 설치 등 항행안전시설 개선도 요청했다. 올해 말까지 방위각시설 개선을 마치고,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은 208m에서 240m로 확대하고 2026년까지 조류 탐지레이더를 설치해 조류 충돌 위험을 예방하는 등 운항 안전성도 강화할 계획이다.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성공 개최를 위한 부정기 국제선 운항 허가도 건의했다. 일본·중국 등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한시적 노선을 개설해 외국인 방문객의 이동 편의를 제공하고, 국제행사로서 위상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여수공항을 남해안남중권 관광과 산업을 아우르는 대표공항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활주로 연장과 안전성 강화가 필요하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여수공항을 안전한 공항으로 만들어 여수세계섬박람회의 성공 개최와 지역 발전을 견인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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