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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해서 마주친 버스만한 유령?…9m 길이 초희귀 ‘유령 해파리’ 발견 [핵잼 사이언스]

    심해서 마주친 버스만한 유령?…9m 길이 초희귀 ‘유령 해파리’ 발견 [핵잼 사이언스]

    아르헨티나의 심해에서 그간 인간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25종 이상의 새로운 해양 생물이 발견됐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BBC 등 외신은 미국의 비영리 연구단체인 슈미트 해양 연구소 등 공동연구팀이 아르헨티나 대륙붕을 따라 펼쳐진 놀라운 생물 다양성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심해를 탐사하는 소형 무인잠수정(ROV)으로 발견된 이 해양 생물 중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텔리아 칸디다 산호초를 비롯해 성게, 바다 달팽이, 말미잘 등 28종의 신종으로 추정되는 생물이 포함됐다. 또한 수심 3890m 심해에서 고래 사체도 발견됐는데, 그 주위에는 이를 먹기 위해 몰려든 상어, 문어, 게 등이 가득했다. 이에 관해 탐사 책임자인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 마리아 에밀리아 브라보 박사는 “아르헨티나 심해에서 이 정도의 생물 다양성을 보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쓰레기와 플라스틱 어망도 심해에서 발견됐는데, 놀랍게도 한국 스티커가 붙은 VHS 테이프도 나왔다. 특히 심해 생물 중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수심 240m에 갑자기 나타난 희귀한 ‘유령 해파리’(Stygiomedusa gigantea)였다. 사람에게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유령 해파리는 이름처럼 거대한 덩치와 기괴한 모습이 특징이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해파리는 몸을 펄럭거리며 서서히 헤엄쳐 가는데, 특히 9m에 달할 정도로 길게 뻗어있는 4개의 구완(Oral arm)이 인상적이다. 유령 해파리는 일반적인 촉수 대신 구완을 가지고 있는데, 용도는 먹이를 잡고 입으로 가져가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 해파리에 ‘유령’이라는 으스스한 이름이 붙은 이유는 반투명한 적황색 몸체가 물속에서 부드럽게 움직이고 소용돌이치는 모습이 정말 유령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유령 해파리는 1899년 처음 존재가 확인됐으며 대부분 어망에 걸려 죽어서 발견됐다. 이는 햇빛이 닿지 않는 심해에 살기 때문인데, 보통 수심 1000~4000m 사이의 미드나잇 존(Midnight Zone)에 서식하며 최대 6700m 깊이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곧 인간의 심해 탐사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해파리와 만나는 경우도 늘고 있는 셈이다. 브라보 박사는 “극한 환경에서 유령 해파리가 보여준 신비롭고 섬세한 모습은 정말 놀라웠다”면서 “유령 해파리는 작은 물고기를 포식자로부터 보호해주고, 물고기는 해파리의 기생충을 먹는데, 파타고니아 주변 심해에서 이러한 상호작용이 기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신진서, 中 왕싱하오에 불계승… 한국, 농심배 바둑 ‘6연패’ 1승 남았다

    신진서, 中 왕싱하오에 불계승… 한국, 농심배 바둑 ‘6연패’ 1승 남았다

    신진서 9단이 중국 최후의 기사를 무너뜨리며 농심배 6연패에 딱 한 걸음만 남겨뒀다. 신 9단은 5일 중국 선전 힐튼 푸톈 호텔에서 열린 제27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최종 라운드 13국에서 중국의 왕싱하오 9단에 174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이 승리로 신 9단은 농심배 20연승을 달렸고 중국은 꼴찌로 대회를 마쳤다. 초반 팽팽했던 균형은 80수 이후 왕싱하오 9단이 느슨한 수를 두면서 판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신 9단에 유리하게 흐르다 중반 실수가 잠시 나오기도 했지만 왕싱하오 9단이 신 9단의 실수를 응징하지 못하면서 역전에 실패했다. 승세가 기울자 왕싱하오 9단이 백대마를 공격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신 9단의 대처는 빈틈이 없었다. 격차가 더 벌어지자 결국 왕싱하오 9단은 돌을 던졌다. 이후 패배가 못내 아쉬운 듯 복기 과정에서 연신 옅은 신음을 내며 머리를 긁적였고 동료들과 한참을 복기한 후에야 신 9단에 가볍게 묵례하고 대국장을 떠났다. 복기가 끝난 뒤 신 9단을 기다렸던 중국 팬들이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으며 최강기사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신 9단은 이날 대국에 대해 “어려웠던 바둑이고 초반 연구는 아쉬웠지만 상대도 실수할 만한 장면이 많았다”면서 “나중에 서로 잘 뒀던 것 같은데 마지막에 상대 실수로 이겼다”고 평했다. 신 9단은 6일 같은 장소에서 일본의 1인자 이치리키 료 9단을 상대로 마지막 일전을 치른다. 역대 전적은 신 9단이 7승 무패로 압도적이다. 특히 신 9단은 2012년 입단 이후 일본 선수에게는 단 1패도 당하지 않고 44연승을 이어가는 중이라 분위기가 좋다. 신 9단은 “일본 선수들의 기력이 강해졌다는 걸 느끼고 있어서 남은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준비를 잘해보겠다”면서 “우승 자신은 있지만 뜻대로 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바둑 한판에 최선을 다하는 게 목표”라고 의지를 다졌다.
  • “혁신하고 혁신하라… 1등 삼성 TV, 中에 추월당한다” [CEO 人사이드]

    “혁신하고 혁신하라… 1등 삼성 TV, 中에 추월당한다” [CEO 人사이드]

    과거 소니TV 꺾은 비결전사적 ‘LCD TV 일류화委’ 결성CES에 세계 첫 40인치 전시 성과先출시 後보완 ‘디지털 사고’ 전략벼랑 끝 위기의 K가전CES 중심부, 삼성 아닌 TCL 차지3년 내 中에 추격당할 심각한 상황TV서 선두 내주면 모바일도 꺾여기업 규제보다 경쟁력처벌법 아닌 예방법으로 바꿔야 주 52시간제 융통성 있게 운용을1년에 3000개 법 만드는 건 낭비스케일 달랐던 이건희 회장1990년대 초 해외연수 무용론에“삼성 나가도 한국인이니 괜찮다”사람 투자는 글로벌 삼성 밑거름삼성전자 TV를 세계 1위로 만든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 이승현 인팩코리아 대표가 걸어온 길은 도전의 연속이다. 전자부품업체를 이끄는 지금도 그는 연구와 개발을 멈추지 않는다. 지난 4일 인터뷰를 위해 찾은 사무실 책상에는 책 ‘다산의 문장들’이 손에 가장 잘 닿는 위치에 놓여 있었고, 회의용 탁자 위에는 외교 관련 서적이 있었다. 사진기자가 들고 있던 카메라를 유심히 바라보던 그는 대뜸 “요즘은 니콘이 좋아요? 소니가 좋아요?”라고 물었다. 시장 동향을 꼼꼼히 살피는 습관이 무의식처럼 몸에 배어 있는 듯했다. 이 대표에게 전자가전을 비롯한 산업 전반의 현주소와 돌파구를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본 주재원 시절 삼성전자가 소니를 꺾는데 일조했다고 들었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1999년 도쿄 아키하바라 전자상가에 갔는데, 삼성 제품이 눈에 보이지 않자 화를 내셨다. 삼성이 일본에 진출한 지 50여년 돼 가는데 아직도 이 정도냐는 지적이었다. 신규 사업팀장으로 발령받아 삼성을 최고 브랜드로 끌어올리기 위해 여기저기 아이디어를 구했다. 지금은 전자상거래가 일상이지만, 당시 전자상거래로 삼성 액정표기장치(LCD) 모니터를 팔아 성공을 거뒀다. 2000년 3월 런칭 세레모니를 했는데, ‘한국의 파워, 삼성의 위협’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언론 보도가 됐다.” -당시 일본 시장을 뛰어 넘은 핵심 무기는 뭐였나. “2001년 말, 2002년 초로 기억한다. 당시엔 LCD TV가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다. 일본의 한 방송국의 기술국장과 친해졌는데, 그가 전해 준 업계 정보를 종합해서 LCD의 가능성을 엿봤다. 당시 본사 윤종용 부회장에게 ‘LCD TV 세계 1등을 해보겠다. 전사적으로 힘을 모아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LCD TV 일류화 위원회’가 만들어졌고 모든 자원이 집중됐다. 이후 세계 최초로 40인치 LCD TV가 나왔고,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에서 난리가 났다. 삼성이 세계 넘버 원으로 점프를 한 계기다.” -당시 대일 차별화 전략은 뭐였나. “‘트라이 앤 에러(Try and error)’. 일본은 당시 완벽하지 않으면 시장에 내지 말자는 아날로그 사고였다. 우리는 디지털 사고다. 일단 먼저 시장에 내고 고객하고 접촉을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빨리 빨리 보완하자는 전략을 썼다.” -사실 지금도 TV 가전이 위기다. “CES 전시장의 중심을 센트럴 플레이스라고 부른다. 과거엔 소니가 그곳을 점령했었다. 그 다음에 삼성이 진입했다. 올해 행사에서는 중국의 TV업체 TCL이 차지했다. 자칫 잘못하면, 앞으로 3년 안에 리더십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 상황을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삼성전자 TV 사업부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새로운 각오로 혁신을 해야 한다.” -어떻게 돌파해야 하나.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생활화되는 시대에 어떤 TV를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할 것인지, 디스플레이가 없는 TV를 만들어낼 것인지 등 뼈를 깎는 노력으로 리더십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이 앞으로 3년 안에는 삼성을 추격하지 않겠는가. 벌써 세계 시장의 판도가 바뀌었다고 한다. 심각한 상황이다. TV 부문에서 추월을 당해버리면 삼성의 모바일 분야도 꺾이게 된다.” -경영인으로서 대한민국 경제 상황을 진단한다면. “지금 주식이 오르고 있지만, 일반 제조업은 (좋은 상황이) 아니다. 고환율은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지금은 반도체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만 재고가 소진되면 가격이 내려올 것이다. 중국과 미국의 사이가 좋아지게 되면 한국이 설 자리가 있겠는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설 자리가 있겠는가. 위험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조선업,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분야 등에서 활기를 띄어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도 생기고 삼성전자 등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는다.” -정부와 정치권 등은 어떻게 뒷받침해야 하는가. “우리 기업들이 자율성을 갖고 충분히 경쟁할 수 있도록 규제가 없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규제가 많다. 주 52시간제, 중대제 처벌법, 노란봉투법 등이 있다. 관리 책임자들이 마음 놓고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 순수한 개발에만 전력을 쏟아도 우리가 질 수 있는데, (각종 규제로 인해) 움츠러드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획기적으로 지원해야 세계 1등 제품이 많아진다.” -대표적인 규제는. “일단 법안을 너무 많이 만든다. 1년에 법을 3000개 만드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나중에 위헌이라고 나오는 법들도 있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 사회적 낭비가 된다. 법 하나에 공무원들도 숙지해야 하고 그 다음에 기업으로 다 내려온다. 악순환이다. 특히 ‘처벌법’이라는 이름으로 기업들을 옥죈다. 처벌법이 아닌 예방법으로 바꿔야 한다.” -또 다른 어려움은 없나. “52시간제 역시 마찬가지다. 제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요즘은 보통 8시간 이상 근무하지 않는다. 연봉 1억원이 넘는 분들에게는 시간 개념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현실성 있고, 또 융통성 있게 운용해야 한다. 기업들은 처벌을 당하지 않기 위해 로펌 등에 의뢰를 한다. 그래서 로펌들만 돈을 버는 구조다. 기업하시는 분들이 마음 편하게 상품 개발과 시장 경쟁력 제고를 위해 마음껏 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결국 제조업 분야의 건전한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경제가 산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고 한 이건희 회장에게 “회장님, 왜 마누라는 빼라고 하셨느냐”고 되물은 일화가 유명하다. “선대 이병철 회장님은 사람에 대한 투자를 많이 했다. 이건희 회장님은 세계를 보는 눈을 키우게 했다. 세계 무대에서 잠재력을 발산하라는 취지였다. 그런 차원에서 지역 전문가 제도 등을 운영했다. 이를 가까이서 보고 배운 것은 굉장한 행운이었다. 1990년대 초로 기억하는데 누군가가 해외 경험을 한 직원이 삼성을 그만두면 투자가 아닌 손해 아니냐고 했다. 이건희 회장이 ‘그럼 그 사람은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꼭 삼성을 다니지 않더라도 한국인이지 않는가. 괜찮다’고 했다.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이다. 또 과거 이건희 회장이 임원들을 모았을 때 일부 임원이 ‘삼성에 청춘을 다 바쳤다’고 하니, 이 회장은 ‘자네들은 청춘을 바쳤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목숨 걸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 일자리 문제, 특히 청년 창업이 쉽지 않다. “문제는 과연 꾸준하고 체계적으로 추진할 시스템이 만들어지느냐다. 앞서 문재인 정부도 규제 샌드박스를 추진해 기대를 모았는데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꾸준하게 이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젊은이들한테 상처만 주게 된다.” -2036년 하계 올림픽 유치 국내 후보지로 전북특별자치도가 선정됐지만, 서울올림픽 유치 추진 시민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서울은 이미 올림픽을 개최해봤기 때문에 (인프라가) 다 갖춰져 있다. 세계적인 큰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젊은층에게 비전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이 살아야 미래 세대도 살아난다.” ■이승현 대표 ▲1958년 전남 완도 출생 ▲울산과학대 기계공학과·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 경영학석사 ▲1986~1989년 삼성전자 감사팀장 등 ▲1992~2001년 삼성전자 일본주재 신규사업팀장 ▲2001~2006년 LCD TV 초대 PM그룹장 등 ▲2008년 1월~ ㈜인팩코리아 대표이사 ▲2017년 10월~2020년 2월 25·26대 한국외국기업협회 회장 ▲2021년 5월∼한국무역협회 부회장(비상근) ▲2023년 1월~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 조계사 신도회 총회장
  • 거미줄 내비, 197조원 날린다?… 구글맵 ‘평행선’

    거미줄 내비, 197조원 날린다?… 구글맵 ‘평행선’

    정부, 보안·데이터 유출 등 우려구글, 세금 내는 ‘국내 서버’ 난색업계 역차별·주도권 뺏길 가능성10년간 막대한 경제 손실 걱정도한국의 대미 투자와 미국의 관세 부과를 둘러싼 통상 갈등이 재발한 가운데 ‘고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구글은 5일 지도 반출을 요구하는 ‘보완 서류’를 국토지리정보원에 제출했다. 이들은 왜 이토록 ‘1대 5000’ 축척의 지도 반출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한국 정부는 왜 반대하는지 짚어봤다. Q. 구글은 왜 지도 반출을 요구하나. A. 한국을 찾는 외국인에게 ‘구글 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한국인은 외국에 나가면 구글 맵을 편하게 사용하지만, 외국인은 한국에서 구글 맵을 이용해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정부가 고정밀 지도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NTE)’에서 한국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위치 기반 데이터’를 꼽았다. Q. 다른 지도 앱을 사용하면 안 되나. A. 네이버와 카카오가 제공하는 국내 지도 서비스는 한국인에겐 편하지만 외국인에겐 불편하다. 외국에서 사용하는 구글맵과 비교해 지도 콘텐츠가 다국어로 번역되지 않고 주소 인식률도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구글맵은 70개 다국어 버전을 지원하고 인터페이스도 외국인에게 친숙하다. Q. 한국이 지도 반출을 우려하는 이유는. A. 군사 시설과 청와대 등 국가 보안 시설의 세부 위치와 구조가 전 세계에 공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북한과 대치 상황에 있어 고정밀 지도가 반출되면 국가 안보에 치명적일 수 있다. 구글 측은 안보 시설을 ‘블러’(흐림) 처리하겠다고 하지만 위성 사진과 결합하면 위치 특정이 얼마든지 가능해 정부는 지금껏 반출을 불허했다. 네이버·카카오 등 토종 플랫폼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반대라는 시선도 있다. 구글 측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이 지난해 관세협상 과정에서 이 고정밀 지도 반출 문제를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하고 압박한 것도 이 때문이다. Q. 지도 정보 서버 위치는 왜 논란인가. A. 우리 정부는 “정밀 지도를 쓰고 싶으면 서버를 한국에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간정보관리법상 정밀 지도 데이터는 국가 안보를 위해 국내에 서버를 둔 기업만 관리할 수 있다. 특히 외국 기업의 서버 즉, 사업장을 한국에 둬야 국내에서 올린 수익에 대한 법인세 부과도 가능하다. 현재 구글은 고정 사업장 격인 데이터센터가 국내에 없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구글은 “클라우드 기반의 글로벌 서비스여서 데이터를 전 세계 서버에 분산 저장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Q. 지도 반출은 누가 결정하나. A. 국토교통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방부·국가정보원·외교부·통일부·산업통상부·행정안전부 등이 참여하는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가 반출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 최근 한미 통상 갈등 해결과 ‘글로벌 스탠더드’를 앞세워 지도 반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협의체는 구글이 제출한 서류 등을 토대로 심사 후 반출 여부를 결정한다. 지금까지는 불허하거나 유보해 왔다. Q. 반출에 따른 경제 효과는. A. 분야에 따라 전망에 차이가 있다. 정진도 한국교원대 교수는 지난 3일 ‘고정밀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 연구 자료에서 “고정밀 지도가 국외로 이전되면 올해부터 2035년까지 10년간 최소 150조 6800억원에서 최대 197조 3800억원에 이르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 결과다. 구글이 지도·플랫폼·모빌리티·유통·인공지능(AI) 등 미래 공간정보 산업 전반의 주도권을 빼앗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관광레저학회는 ‘디지털 지도 서비스 규제 개선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결과’에서 “지도 반출을 허용하면 2년간 33조원의 경제적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이 사용하는 지도의 편의성 증대로 관광객이 더 늘어날 것에 초점을 맞춘 분석이다.
  • [마감 후] 연설이 남긴 것

    [마감 후] 연설이 남긴 것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으나 올해 들어 세계 외교 무대에서 가장 돋보였던 사람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아닐까. 전 세계를 상대로 각종 ‘무기’를 휘두르며 연일 광포함을 드러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훅’을 제대로 날렸으니 말이다.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은 말 그대로 ‘트럼프 성토장’이었다. 유럽 각국 정상들은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어떻게 해서든 차지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국주의적 야망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여러 나라의 격한 성토 속 다보스 포럼 연단에 오른 카니 총리는 직접 작성한 연설문을 차분하게 읽어 내려가며 트럼프의 ‘트’ 자도 언급하지 않고 그를 직격했다. 카니 총리의 연설을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다. ‘우리는 강대국 간 경쟁 시대에 살고 있다.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는 무너졌다. 강대국에 아첨하면 안전할 거라는 생각은 버려라. 그들은 언제 어떤 무기를 들이밀며 들이닥칠지 모른다. 현실을 직시하고 실용적인 자세를 취하라.’ 그가 말한 ‘실용적인 자세’란 캐나다와 유럽 그리고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의 민주주의 국가들을 포함한 중견국들이 공동의 가치와 이익을 바탕으로 해 사안별로 서로 다른 효과적인 연합체를 구성해 협력하는 것이다. 일부 외신은 카니 총리의 연설이 국제 질서의 위기를 정면으로 응시한 용기 있는 진단이었다며 극찬했다. 관세와 영토를 무기로 협박을 일삼는 미국 앞에서 방황하는 세계 지도자들에게 처음으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고도 호평했다. 물론 비판도 뒤따랐다. 현실적인 대안이 아닌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과연 중견국의 연대가 가능한지, 강대국의 우산 아래에서 벗어나는 게 가능한지 의문도 제기됐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그런데도 이 연설이 시사하는 바는 가볍지 않다. 카니 총리 연설의 방점은 ‘반(反) 트럼프’가 아니라 ‘중견국의 생존’에 찍혀 있다. 카니 총리는 당장 중견국의 ‘홀로서기’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손잡고 ‘제3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 존중, 지속 가능한 발전, 주권 및 각국의 영토 보전 등 국제법의 기본 원칙을 수호하되 에너지, 식량, 핵심 광물, 금융, 공급망 분야 등에서 실질적인 협력망을 구축해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중견국 간 다자주의를 구축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각국이 보유한 자원, 정치적 의지, 각종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탓이다. 하지만 경제·군사적 영향력을 무기화하는 강대국의 압박에 맞서 협상력을 키우고, 타격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이 동의할 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한 언행은 그의 재임 기간 계속되리라 예측할 수 있는 만큼 중견국은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 카니 총리는 연설에서 “테이블에 앉지 못하면 결국 메뉴에 오른다”고 했다. 중견국들이 능동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강대국의 패권 다툼 속에 결국 그들의 허기를 채울 ‘먹잇감’이 되고 말 것이라는 일갈이다. 힘이 정의를 압도하는 시대일수록 테이블을 지키려는 자들의 연대는 필연적이다. 물론 중견국 연대의 목표가 약소국을 배제한 ‘그들만의 리그’, ‘또 다른 강대국’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약소국의 권익까지 대변하는 역할을 자처해야 비로소 강대국의 일방주의에 균열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조희선 국제부 기자(차장급)
  • 인공지능 길, 너도 나도 흔들림 없이… ‘AI 동반자’ 서초 [현장 행정]

    인공지능 길, 너도 나도 흔들림 없이… ‘AI 동반자’ 서초 [현장 행정]

    “이제 시작 단계이지만 앞으로 저희가 입주해 있는 서초AICT 우수기업센터와 서울AI허브 메인센터 입주 업체의 교류를 통해 분명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출퇴근 물론 기업들 활발한 교류 지원책 지난달 26일 오전, ‘서초AICT(AI+ICT) 우수기업센터’에서 출발한 ‘인공지능(AI) 특구버스’ 안에서 만난 우종영 한국로보틱스 대표는 “AI 특구버스가 업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처럼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날부터 운행을 시작한 ‘AI 특구버스’는 서울 서초구가 서초AICT 우수기업센터와 서울AI허브 메인센터 등 양재 AI특구 일대의 직장인들의 이동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 출·퇴근은 물론 일대 AI 관련 기업들이 활발하게 교류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이동 수단이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평일 7시부터 밤 11시까지 운행되며 출퇴근 시간에는 15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특구 내 AI 관련 기업 종사자는 전용 앱을 통해 탑승권을 발급받아 무료 이용할 수 있다. 서초AICT 우수기업센터에서 서울AI허브 메인센터로 이동하려면 버스나 마을버스를 한 번 갈아타야 하지만 AI 특구버스를 이용하면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이날 서초AICT 우수기업센터 입주 기업의 직원들과 함께 버스에 올라 서초AICT 우수기업센터에서 하이브랜드 정류장까지 함께 탔다. 우 대표가 전 구청장에게 “안 그래도 앞으로 주변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야 할 일이 많은데 이런 버스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하자 전 구청장은 “더 많은 AI 스타트업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열심히 돕겠다”고 화답했다. 버스에 함께 탄 도강호 디지털메딕 대표는 “주변 AI 기업은 물론 대학·연구기관 등 산학연 교류와 네트워킹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입주를 시작한 서초AICT 우수기업센터의 입주 기업들이 더 늘어나면 버스 이용자도 늘어날 것으로 구는 기대하고 있다. ●교통이 곧 혁신 인프라… 경쟁력 강화 밑거름 AI 특구버스는 서초AICT 우수기업센터를 기점으로 하이브랜드→희경빌딩→양재시민의숲역→서울AI허브 메인센터(회차) 5개 정류장을 왕복한다. 전성수 구청장은 “AI 특구버스는 ‘교통이 곧 혁신 인프라’란 관점에서 특구 안에 있는 기업과 인재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AI 특구버스가 기술과 인재, 정보가 빠르게 순환하는 양재AI 특구 경쟁력을 강화할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 생활문화 거점 확장… 금천 ‘독산센터 별마루’ 조성

    생활문화 거점 확장… 금천 ‘독산센터 별마루’ 조성

    서울 금천구는 오는 11일 생활문화공간 ‘독산생활문화센터 별마루’(별마루) 개관식을 열고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고 5일 밝혔다. 기존 시흥권역에서만 운영되던 ‘생활문화공간 어울샘’과 연계해 독산권역에 새롭게 생활문화공간을 조성한 것이다. 별마루는 독산동 문성고개 지명에서 따온 순우리말 이름으로, 일상 속 생활문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 별마루는 금천구가족문화센터 2층에 총면적 217.22㎡ 규모로 조성됐다. 미술과 공예 체험형 생활문화 활동이 가능한 개방형 공간인 ‘마주침 공간’, 합창이나 악기 연주 등 동아리 활동이 가능한 ‘견우별’과 ‘직녀별’ 등이 있다. 개관 기념행사인 ‘별마루 집들이’는 11일 오후 3시 열린다. 금천구에서 활동하는 ‘국제청소년합창단’의 축하공연, 별의 이미지를 활용한 소품 제작 퍼포먼스 등이 예정돼 있다. 같은 날 별마루 외에도 1인가구지원센터, 공동육아나눔터 등을 갖춘 금천구가족문화센터도 함께 개관한다. 이후 별마루는 시범운영 기간을 거쳐 운영된다. 운영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대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능하며, 주말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생활문화 활동을 원하는 금천구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유성훈 구청장은 “시흥권역에 이어 독산권역까지 생활문화가 확장되는 중요한 거점이 될 것”이라며 “주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생활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청년 돕는 도봉

    청년 돕는 도봉

    서울 도봉구는 취업 준비 과정에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을 위해 전문 심리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5일 밝혔다. 단순 취업 상담을 넘어 과학적 심리 검사를 통해 스트레스와 불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프로그램은 기질 및 성격검사(TCI), 다면적 인성검사(MMPI-2)로 구성되며, 검사 결과를 토대로 전문 상담가가 50분간 1대1 맞춤 상담을 제공한다. 상담은 9일부터 6월 30일까지 매주 월·화·수요일 운영된다. 월요일은 오후 6시와 7시, 화요일은 오전 10시·11시·낮 12시, 수요일은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네 차례 진행된다. 상담은 ‘위드힐 정신건강연구소’에서 진행되며, 비대면 상담도 병행한다. 대상은 도봉구에 거주하는 19~45세 취업 준비 청년(도봉구 청년 기준) 140명이다. 신청은 검사일 기준 2개월 전부터 5일 전까지 도봉구 청년 취업 지원센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할 수 있다. 오언석 구청장은 “도봉구 청년들이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자존감을 회복해 본인에게 적합한 취업 방향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이토록 위태롭고 황홀한 달콤함이여

    이토록 위태롭고 황홀한 달콤함이여

    폐허 속 남은 것들에 관한 질문들‘나’와 ‘너’ 사이 미묘한 감정 그려내“단맛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 갈망거스를 수 없는 찰나의 순간 기억” 입에 넣는 즉시 밀려오는 짜릿함. 그러나 길게 지속되진 않는다. ‘달콤함’은 찰나의 감각이다. 우리가 끊임없이 달콤한 것을 찾아 나서는 이유일 것이다. 모든 게 녹아내리는 세계에서 우리는 달콤함을 붙들 수 있을까. 무너짐 속에서도 형태를 잃지 않고 단단히 유지하고 있는 달콤함이 있다면, 그것을 무어라고 불러야 할까. 소설가 주이현(26)의 첫 단편집 ‘녹지 않는 슈가 크래프트와 블루의 도시’에 수록된 작품 다섯 편을 읽으며 부질없는 감각의 난장(亂場)으로 침잠한다. “이후 율은 말라붙은 생크림 속에서, 손바닥 절반만 한 크기의 설탕 인형 하나를 끄집어냈다. 흰 원피스를 입고 등에 날개를 매단 채 오른손에 별 모양 지팡이를 들고 있던 그것은, 엉망이 된 케이크 속에서 유일하게 원래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물체처럼 보였다.”(‘녹지 않는 슈가 크래프트와 블루의 도시’) 표제작 ‘녹지 않는 슈가 크래프트와 블루의 도시’는 모든 게 무너져 내린 폐허 속에서 남은 것과 남은 자에 관해 질문한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인 P시에서 루와 주안, 율, 키코 네 사람의 일상이 느릿하게 전개된다. 만남과 이별 사이에 걸쳐진 관계. 언어와 침묵 사이에 존재하는 소통. 소설은 네 인물을 통해 ‘나’와 ‘너’ 사이에 있는 미묘한 마음의 문제를 건드린다. 다만 어느 하나의 입장을 택하지는 않는다. 세상을 처음 배우는 어린아이처럼 여러 문제를 늘어놓고 그것의 단면만 골똘히 들여다본다. 그러다 갑자기 도시의 땅 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공룡의 발걸음 소리 같기도, 종말이 다가오는 소리 같기도 하다. 도시는 무너지고 이야기는 그것의 잔해를 더듬는다. 하나둘씩 P시를 떠나는데, 율만 그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왜 아직 여기에 있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작가가 독자에게 질문 같기도 하다. 모든 게 줄줄 흘러내리는 처참한 멸망 속에서 당신들은 도대체 무엇을 붙잡고 있느냐고. “그 애의 곁에서, 나는 나를 백지처럼 깨끗이 비울 수 있었어. 그 애의 완벽한 그림자가 될 수 있었어.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그 애가 이미 했던 말의 메아리거나, 곧 하게 될 말의 이른 기척이나 다름없었어. 나는 제로. 제로로 존재하였어.”(‘보아’) ‘너’에게서 ‘나’를 완전히 떼어낼 수 있는가. 그리하여 ‘너’를 말하지 않고 ‘나’를 말할 수 있는가. 단편 ‘보아’는 형이상학적 근원으로서 ‘너와 나’의 문제를 시적(詩的)으로 추적하는 작품이다. 오롯이 혼자 존재하는 ‘나’는 환상에 불과하다. 우리의 욕망과 기억을 끊임없이 거스르다 보면 최초의 ‘너’가 있다. ‘너’를 향한 끊임없는 동경과 열망으로 ‘나’는 추동된다. 따라서 ‘너’를 떼어낸 ‘나’는 무(無), 즉 “제로”다. 이걸 깨달은 ‘나’는 “세상이 망해가고 있다”며 한탄하는 어느 아저씨의 말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 “아저씨. 뭐가 망해간다는 거야. 세상은 망할 수가 없는데. 세상은 없는데. 내가 태어나던 순간의 세상과 지금의 세상은 너무나 동일하게 없는 곳인데.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주이현은 2022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짧은 호흡의 도도한 문장으로 묵시록의 이미지를 탁월하게 직조해 낸다. 표제작(슈가)뿐만 아니라 ‘한밤의 스키틀즈’, ‘몬 몬 캔디’ 등 ‘달콤한 것’이 책을 지배하고 있다. 작가에게 물었다. 달콤함은 무엇일까. 무엇이길래 우리는 이 부질없는 것에 이토록 목매는가. “달콤함을 향한 이끌림은 우리가 태어나 가지게 되는 가장 원초적인 갈망이다. 거부하고 싶어도 우리의 몸은 결국 주기적으로 단 것을 취할 수밖에 없게끔 설계돼 있다. 생존과 직결돼 있으면서도 그 맛이 너무 중독적이어서 어느 순간 반대로 우리의 생명을 위협해 오기도 하고. 달콤함을 떠올릴 때마다 불가능한, 위태로운, 동시에 몹시 황홀하고 눈부신, 그래서 또 한번 내일을 살아갈 수 있게끔 해주는 찰나의 순간들을 기억하게 되는 건 아마 그런 이유에서인 듯하다.”
  • [책꽂이]

    [책꽂이]

    너섬객잔(박윤수 지음, 하움출판사) 민주당과 국민의힘, 여당과 야당을 모두 경험한 국회 보좌진이 정치 현장을 떠나며 남긴 생생한 여의도 정치 현장 이야기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계기로 저자는 분노와 냉소를 지나 “정치란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이르게 된다. 그 나름의 답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냈다. 여의도는 오래전 ‘너섬’이라 불렸다. 쓸모없다 여겨졌던 모래섬에서 출발한 여의도는 수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정치의 중심이 됐다. 그 위에 세워진 국회는 옛날 길 위의 ‘객잔’과 같다. 저자는 정치인과 보좌진, 기자들이 각자의 이유로 잠시 머물다 떠나는 거처인 국회 안에서 마주한 정치의 현실과 인간의 모습을 기록했다. 204쪽, 1만 8000원. 경계선 지우기(남승원 지음, 칼라박스) 오늘날 문학이 어디까지 현실을 사유할 수 있는가를 가장 첨예한 사회적 경계 위에서 다시 묻는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 문학평론가의 평론집이다. 저자는 노동자 계급, 민중, 시민이라는 이름은 파편화된 노동과 불안정한 삶의 조건 속에서 점차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어 이주노동자와 저임금·저숙련으로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인 노동자 계층을 가리키는 ‘프레카리아트’, 불안정한 청년 세대와 같은 ‘경계 위의 존재들’에 주목한다. 노동과 공간, 도시와 국가, 시민권과 배제의 문제를 문학적 서사와 결합해 읽어내는 방식은 문학이 단순한 재현을 넘어 사회적 감각을 재구성하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240쪽, 2만 5000원. 혁신은 왜 실패하는가(박종성 지음, 세종서적)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15년 동안 현장에서 수많은 실패를 목격해온 저자는 혁신이 실패하는 이유를 개인이나 조직의 무능이 아닌, 누구나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착각에서 찾으며 이를 ‘메타 착각’이라 정의한다. 성공담이 아닌 실패의 해부에 집중한 이 책은 기존 혁신 담론이 회피해온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다룬다. 저자는 혁신 실패의 원인과 문제점을 분석해 프로젝트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다. 또 기술의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짚어준다. 488쪽, 2만 3000원.
  • “기억력 좋고 빠른 AI 판사 환영” “가치 판단은 사람 판사의 몫” [AI의 습격-법전 대신 알고리즘]

    “기억력 좋고 빠른 AI 판사 환영” “가치 판단은 사람 판사의 몫” [AI의 습격-법전 대신 알고리즘]

    객관성·투명성·처리 속도 높일 것 기억력·일 처리 능력 못 따라잡아 인간은 지혜로운 처리 고심 집중보조 도구 이상 역할 못 할 것주어진 규칙·정의 안에서만 기능 인간의 분쟁 해결은 인간이 해야범죄 판단·전문 작성에 일부 활용미국, AI로 재범 위험 예측해 도움페루, 가정사건 대조·초안 작성도 “흉악한 사형수는 길고 긴 재판 대신 인공지능(AI)에게 간편한 재판을 받습니다.” 인간이 아닌 AI 판사가 유무죄를 판결한다면 더 빠르고 합리적일까. 지난 4일 개봉한 영화 ‘노 머시: 90분’은 AI 사법 시스템에 대한 상상을 구현하면서 극 중 AI 판사 ‘매독스’를 통해 이같은 질문을 던진다. 인간의 오류를 보완하는 장치로 AI 재판이 도입된 영화 속 미래 법정에는 재판부, 변호인, 증인, 방청객이 모두 자취를 감췄다. AI 스크린 앞에 앉은 살인 용의자 ‘레이븐’만이 홀로 재판 시간 90분 뒤 사형이 자동 집행되기 전에 AI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뒤지며 무죄를 증명하려 고군분투할 뿐이다. AI 사법 시스템이 장악한 법정은 머지않은 미래에 실제로 우리 눈앞에 펼쳐질지도 모른다. 사법부의 판결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때면 여론과 정치권에서는 편견 없는 AI 판사 도입에 대한 요구를 강하게 제기하기도 한다. 사법부의 업무 폭증과 인력 부족 문제도 사법 체계에 AI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AI가 법관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AI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판결 과정의 객관성·투명성·처리 속도 등을 높일 수 있고, 민감한 사안에 대한 재판부 결단 회피 등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판사 출신 정재민 JM파트너스 변호사는 “기억력이 좋고 일을 빨리 처리하는 유능한 판사도 능력 면에서는 인공지능을 따라갈 수가 없다”면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인간 판사는 지혜로운 사건 처리에 대한 고민처럼 본질적인 핵심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재판에서 진 사람들은 종종 판사의 성향이나 기록을 제대로 봤을까 의심을 한다”면서 “인공지능이 보조적 기능을 한다면 이런 재판부 불신의 문제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AI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입장에서는 AI 역시 인간이 만든 것이므로, 보조 도구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선을 긋는다. 김유환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AI가 공정하다는 것 역시 AI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주어진 규칙과 정의 안에서 기능하는 AI는 문제를 재정의하거나 비판하는 능력이 없으므로 판사를 대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AGI(범용인공지능), ASI(초인공지능) 시대가 된다면 대체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개발자들의 꿈의 목표일 뿐”이라면서 “인간 분쟁의 해결은 결국 인간의 가치 판단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법부가 인공지능위원회를 운영하고 사법인공지능심의관을 신설하며 AI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려는 것처럼, 해외 각국의 사법부에서도 AI 사법 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지난해 9월 발간한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거버넌스: 사법행정과 사법 접근성에서의 AI’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 국가에서는 재판 관련 문서 요약 및 비실명화, 자동 녹취 등 사법 행정을 보조하는 정도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국가에서는 사법 판단에 AI가 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존재한다. 미국의 재범 가능성 평가 알고리즘 ‘콤파스’(COMPAS)가 대표적이다. 콤파스는 피고인의 재범 위험을 AI가 예측해 법원이 보석·선고·가석방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 페루는 2023년 6월 법원의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에 대한 판단을 돕는 ‘아마우타 프로’(Amauta Pro) 시스템 도입을 본격화했다. 아마우타는 당사자 또는 관련 사건을 대조해 찾고 결정문 초안을 작성하는 등의 작업을 사람 대신 수행하고, 시간을 기존 3시간에서 40초로 단축했다. 2019년 세계 최초로 ‘AI 판사’를 도입한다고 해서 이슈를 끌었던 에스토니아는 2022년 정부 공식 발표에서 “인간 판사를 대체할 인공지능 로봇 판사를 개발하지 않는다. 법원의 업무량을 줄일 수 있는 ICT 수단을 계속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 장동혁 “먼저 직 걸고 사퇴 요구하라”… 오세훈 “실망스럽다”

    장동혁 “먼저 직 걸고 사퇴 요구하라”… 오세훈 “실망스럽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5일 “내일(6일)까지 당 대표직에 대한 사퇴·재신임 요구가 있다면 이를 받아들이겠다”며 “다만 그런 요구를 하는 국회의원이나 단체장도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이후 자신을 향해 사퇴를 요구한 친한(친한동훈)계와 오세훈 서울시장을 겨냥한 발언이다. 장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정치는 변명하거나 지적하는 자리가 아니라, 자기가 말한 것에 대해서 책임지는 자리”라며 “요구가 있다면 곧바로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하겠다. 재신임 받지 못하면 대표직도 내려놓고, 의원직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앞서 친한계 의원 16명과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한 전 대표의 제명 의결 직후 공개적으로 장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한 전 대표의 ‘당게(당원 게시판)’ 사건에 대해서 장 대표는 “이제 수사의 단계로 넘어갔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서, 원내 의원 일부나 광역단체장이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윤리위나 최고위의 결정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사퇴를 요구하거나 재신임을 요구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오 시장은 “참 실망스럽다”고 반응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계엄 반성을 지도부 입장과 노선으로 채택해주길 바랐는데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걸라는 것은 공인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다”고 말했다. 친한계는 반발했다. 한 전 대표의 복심으로 통하는 한지아 의원은 페이스북에 “사퇴 요구에 대한 답이 아니라 사퇴하지 않기 위한 조건을 만든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친한계 원외 스피커인 신지호 전 전략부총장은 “장동혁은 더 이상 민주주의자가 아니다. 오늘부로 파쇼 등극이다”라고 썼다. 한편 국민의힘은 논란이 일었던 지방선거 경선 반영 비율을 현행 당심 50%·민심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애초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은 당심 70% 확대, 장 대표는 지역별 차등 방안을 제시했으나 당헌·당규 개정특위가 현행 유지로 결론 내렸다. 국민의힘은 이번 지방선거부터 인구 50만(2022년 선거 때는 100만 이상) 이상 자치구에 대해선 시도당이 아닌 중앙당이 단체장 공천을 하기로 했다. 서울 강서구청장·강남구청장·송파구청장, 경기 수원시장·화성시장, 충북 청주시장 등 총 23곳이다. 이와 함께 정기 당무 감사 결과 전국 212곳 당협위원회 중 ‘하위 평가’를 받은 37곳 원외당협위원장에 대해선 ‘개별 경고’를 하기로 했다. 당무 감사를 통한 ‘친한계 물갈이’ 관측도 나왔으나 교체를 보류했다.
  • ‘국가연구자’ 키우고, 軍 대체복무 늘린다 [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국가연구자’ 키우고, 軍 대체복무 늘린다 [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李 “軍복무, 첨단기술 익힐 기회로 체제 개편… 실패한 연구도 자산화”매년 20명 선정해 1억씩 연구 지원대체복무 대신 ‘연구부대’도 검토 이재명 대통령은 5일 과학기술 인재 육성을 위해 국가연구자 제도를 도입하고 과학기술 분야 대체복무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에서 과학기술 인재 확보 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인재 유출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자 대대적인 제도 개선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 대통령과학장학생과 국제올림피아드 수상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가장학금 제도는 김대중 대통령이 처음 만들었다고 하는데, 앞으로는 이 국가장학 제도뿐만 아니라 국가연구자 제도까지 도입해서 평생을 과학기술 연구에 종사하면서도 자랑스럽고 명예롭게 살 수 있는 길을 열어 보려 한다”고 약속했다. 국가연구자 제도는 정부가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를 매년 20명 선정해 연 1억원 연구활동 지원금을 제공하는 방안이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1월 이공계 지원책 중 하나로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과학기술을 존중하고, 과학기술에 투자하고, 과학기술자들이 인정받는 사회라야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과학기술 분야 대체복무 확대도 현재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대체복무 대신에 연구부대를 두는 아이디어도 제안했다. 이와 관련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은 C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중소기업이나 학교만 갈 수 있는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정부출연연구기관이나 글로벌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들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덧붙여 이 대통령은 “군대 자체를 좀 대대적으로 바꿔 볼 생각”이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군대에서 복무하는 시간이 청춘을 낭비하고 시간을 때우는 안타까운 시간이 아니라, 그 기회에 첨단 무기 체계나 장비, 첨단 기술을 익힐 수 있는 시간이 되도록 하려고 체제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 연구에 실패해도 용인하는 ‘실패할 자유’ 역시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실패의 자산화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며 “현장에서는 ‘말로만 할 가능성이 있다’고 의구심을 가지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재 해외 유출 문제와 관련해선 “국가적으로도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해외 인재 환류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대통령과학장학생으로 선정된 학부생 및 석박사과정생 205명과 국제올림피아드에서 수상한 중고교생 35명 등이 참석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방 우대 정책을 강조하며 국가 조달 분야에 대한 지방 가산점 제도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또 공공기관 지방 이전 시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직원들이 구내식당 대신 밖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밥값을 지원하는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7일 개막하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대해선 “너무 관심도가 떨어져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우리 선수들이 국민들의 뜨거운 응원과 관심 속에 세계 속에서 실력을 겨룰 수 있도록 대회 홍보도 많이 신경 써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공개된 전국지표조사(NBS·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 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에 대해 ‘잘한 조치’라는 응답이 61%로 집계됐다. ‘잘못한 조치’라는 답은 27%, ‘모름·무응답’은 12%였다. 같은 기간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긍정 평가한 응답자는 직전 조사보다 4% 포인트 오른 63%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1주 차 조사(65%)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가 다가오며 고가 1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기사를 공유하면서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기요?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주거용이 아니면 그것도 안 하는 것이 이익일 것”이라고 밝혔다.
  • 민주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안 돼… 요구권만 허용”

    민주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안 돼… 요구권만 허용”

    “수사권 인정 땐 檢개혁 목적 퇴색”의총서 결론… 정부 수정안에 ‘주목’ 더불어민주당은 5일 검찰개혁을 통해 신설되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대신 보완수사요구권만 부여키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앞서 ‘예외적 필요성’을 언급했으나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고수한 것이다. 정부안과 달리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조직도 일원화하고 직접 수사 범위도 대폭 축소키로 하면서 추후 정부에서 어떤 수정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이날 1시간여간 진행된 정책 의총 결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공소청·중수청 설치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 관련 의견을 주중에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김한규 원내정책수석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여부는 토론 끝에 이를 주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김 수석은 “당내에선 그동안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보완수사권이 없어도 실제로 (수사의) 미진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그러나 여러 의원의 의견은 보완수사권을 인정하면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라는 당초 목적이 퇴색되는 측면이 있다는 쪽이었다”고 설명했다. 보완수사권에 대해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청와대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완수사를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수석은 “만약 어려움이 있다면 시행 과정에서 다시 보완하는 방안을 택하더라도 일단은 보완수사권 없이 보완수사요구권으로 당 입장을 정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많은 분들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미진한 수사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소청에서 다른 수사기관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했다. 민주당은 중수청의 수사 인력 구조도 일원화하기로 했다. 당초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중수청 인력 구조를 변호사 자격을 가진 수사사법관과 일반 전문수사관으로 나누는 이원화된 형태였다. 이를 두고 여권 강성 지지층에선 사실상 지금의 검찰 구조와 다르지 않다는 반발이 제기됐다. 중수청의 직접 수사 범위도 정부안보다 대폭 줄이기로 했다. 앞서 정부의 입법예고안에서는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마약, 내란·외환 등 국가보호, 사이버 등 9가지 범죄가 중수청 수사 범위에 포함됐다. 김 수석은 “대형참사, 공직자, 선거 범죄 3가지에 대해서는 제외하는 게 낫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검찰총장을 실질적으로 공소청장으로 호칭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요청하기로 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정책 의원총회에서 “정부에서 입법예고안을 냈지만 결국은 삼권분립에 의해 최종 의사 결정은 국회에서, 본회의에서 하는 것”이라며 “국회가 중심이 되어야 하고 국회가 주도적으로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되겠다는 사명감을 우리 모두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같이 큰 방향을 정한 뒤 세부 내용은 정부에서 준비하도록 할 방침이다. 김 수석은 “정부가 계획했던 대로 조직설치법 두 법안을 처리하고 추후에 정부가 형사정책 방안과 구체적인 형사소송법 개정 세부 내용을 준비할 수 있도록 큰 방향의 의견만 전달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측에서도 당 의견을 신속하게 이해하고 이를 반영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정부안에 당 요구 사항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법안이 제출되고 나서 관련 상임위에서 논의하면서 충분한 당정 협의를 다시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정부 수정안이 제출되는 대로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 중수청·공소청 설치법 입법 절차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김 수석은 “정부가 수정안을 제출하는 경우에는 정부가 원하는 대로 2월 중 늦어도 3월 초까지는 통과시켜야만 7월에 공소청이 출범할 수 있다는 데드라인을 갖고 있어서 정부안이 오면 국회 논의 과정은 길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 대한전선,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토털 솔루션 공개

    대한전선,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토털 솔루션 공개

    대한전선은 4일부터 사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내 대표 전기산업 전시회 ‘일렉스 코리아 2026’에 참가한다고 밝혔다. 일렉스 코리아는 송배전·발전 기자재와 신재생 에너지 관련 솔루션을 전시하는 행사로 220개 국내외 기업이 참여했다. 대한전선은 이번 전시에서 ‘서해에서 세계로, 대한전선이 새로운 에너지 길을 연결합니다’라는 주제로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와 해상풍력에 대응 가능한 토털 솔루션을 공개했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에 투입 가능한 525kV급 HVDC 해저케이블 시제품과 설계부터 제조, 운송, 시공 및 엔지니어링, 유지보수에 이르는 해저케이블의 전체 밸류체인 수행 역량도 소개했다. 국내 유일의 해상풍력용 CLV 포설선인 팔로스호 모형과 현재 도입을 검토 중인 HVDC 해저케이블 전용 CLV 포설선에 대한 자료도 공개했다. 또 640kV HVDC 및 400kV급 HVAC 해저케이블 생산 역량을 갖출 해저 2공장에 대한 전시도 마련했다. 송종민 대한전선 부회장은 “턴키 설루션 역량을 바탕으로 해외 HVDC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글로벌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 [씨줄날줄] 16세 선거권

    [씨줄날줄] 16세 선거권

    대한민국 정부 수립 당시 21세였던 선거 연령은 1960년 민법상 성인 기준인 만 20세로 처음 하향 조정됐다. 이후 45년 만인 2005년 만 19세로 낮춰졌고, 2019년 만 18세로 재조정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청소년이 정당에 가입해 정치 활동에 나설 수 있는 나이는 이보다 낮다. 2022년 정당법 개정으로 당원 가입 하한이 18세에서 16세로 내려갔다. 같은 시기에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 등의 피선거권이 만 25세에서 18세로 하향 조정됨에 따라 청소년 참정권 확대 및 정당 공천 18세 출마자들의 길을 실질적으로 터 주려는 조치였다. 그러나 정당 활동은 할 수 있는데 투표는 못 하는 16~17세의 모순이 부각되면서 ‘16세 선거권’ 도입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교육과 입시, 노동, 기후위기 등 핵심 의제 당사자인 10대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할 필요가 있으며 조기 정치 참여 경험이 민주시민 의식을 높인다고 강조한다. 반면 독립적 판단보다 주변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은 청소년 시기의 특성을 고려해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이번 지방선거부터 선거 연령을 16세로 낮추는 방안을 정치개혁특위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장 대표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으며, 사회적 판단력에 있어 성인들에게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16세 선거권’은 지금까지 주로 진보 진영 의제였다. 교육감 선거에서부터 도입하자는 제안을 할 때마다 보수 정당은 ‘교실의 정치화’ 우려를 이유로 반대해 왔다. 장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보수·진보 교원단체와 학부모가 협의체를 구성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원칙을 확립하겠다”고 했다. 얼마 전까지 교육부의 초중고교 대상 선거 교육을 두고도 ‘이념 편향’을 비판했던 당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의아할 뿐이다. 이순녀 수석논설위원
  • [데스크 시각] 서울 아파트값 누가 올렸나

    [데스크 시각] 서울 아파트값 누가 올렸나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대선 이후 불과 2~3개월 만에 강남과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수억원씩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 정부와 여당은 바짝 긴장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초강수라는 평가를 받은 ‘10.15 대책’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지난해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효과는 있었다. 대책 이후 서울 주택 시장에서는 거래가 끊기고 상승세도 주춤해졌다. 하지만 길지 않았다. 서울 아파트값은 추위와 함께 다시 뜀박질을 시작했다. 부동산 정책으로 이미 두 차례 정권을 넘겨준 여당 입장에서는 무조건 막아야 했다. 다시 대책을 내놓았다. 이른바 ‘영끌 공급’으로 불리는 ‘1·29 주택 공급 대책’이다. 대책의 골자는 2030년까지 약 6만 가구를 서울과 경기도에 공급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장 반응은 “서울에 땅이 없군”이다. 규제와 공급에도 크게 반응이 없자 대통령이 나섰다. 이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에 올해 5월 9일까지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버티는 것보다 파는 것이, 늦게 파는 것보다 일찍 파는 것이 유리할 것”,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음을 곧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3일에는 “상식적이며 번영하는 나라를 위해 망국적 부동산 투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잡겠다”면서 “협박 엄포가 아니라, 모두를 위해 필요하고 유용한 일이어서 권고 드리는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 탈출 기회”라며 규제 강화의 뜻을 명확히 했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현재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의 원인이 과연 ‘다주택자일까’라는 의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한 이후 다주택자가 주택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있어서다. 두 가지 통계를 보자. 먼저 국가데이터처 주택 소유 통계다. 통계를 보면 수도권 다주택자 비중은 2019년 15.6%를 기록한 뒤 계속 하락해 2024년 13.9%로 낮아졌다. 이는 2015년(14.3%) 이후 10년 만의 최저치다. 특히 3주택 이상은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2300여명 감소했다. 2주택자는 같은 기간 79만 6165명에서 83만 6735명으로 약 4만명 늘었지만, 전체 주택 소유자 증가와 비교하면 비중이 줄었다. 두 번째 통계는 비서울 거주자의 서울 아파트 구매 건수다. 한국부동산원의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 매매 현황을 보면 지난해 1~10월 서울 외 지역 거주자의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1만 7113건으로 2024년 같은 기간 1만 1523건보다 50% 가까이 늘었다. 지방에서 돈을 싸 들고 서울 아파트를 사러 오고 있다는 뜻이다. 이 두 가지 통계를 보면 다주택자가 현재 서울 아파트값을, 강남 집값을 천정부지로 뛰게 했을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서울 밖에서 들어오는 자금이 서울 아파트값을 올렸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 같다. 유력 용의자는 다주택자가 아닌 정부의 ‘똘똘한 한 채’ 정책일 수 있다. 그렇다면 서울 아파트를 사는 지방 사람들을 꾸짖어야 할까. 모두가 아파트를 딱 1채만 사야 한다면 가격이 방어되면서 앞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는 곳을 사는 것이 합리적이다. 부산시민도 광주시민도 대전시민도 대구시민도 모두 서울 아파트를, 특히 강남 아파트를 사는 것이 시장의 규칙에 맞는 합리적 판단이다. 그 결과 서울 아파트 수요는 넘쳐나고, 지방 주택 가격은 지하를 파고 있다. 결국 바꿔야 하는 것은 ‘게임의 법칙’이다. 주택 보유에 대한 과세 기준을 가구수가 아닌 총액으로 바꾸고, 다주택자에게는 주택 소유로 얻는 소득에 맞춰 적절한 세금을 부담하게 하고, 임대료 인상 제한 등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주택정책이 지켜야 할 가장 큰 원칙은 ‘다주택자 규제’라는 수단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주거 안정’이라는 목표 달성이다. 방법을 바꾸는 것을 두려워 말자. 김동현 사회2부 차장
  • [사설] 규제 허물어 기업 혁신 판 깔아 주는 것, 청년 일자리 해법

    [사설] 규제 허물어 기업 혁신 판 깔아 주는 것, 청년 일자리 해법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국내 10대 그룹 총수들과 함께 ‘청년 일자리와 지방 투자 확대’ 간담회를 열었다. 이 대통령은 청년 채용 확대를 각별히 당부했고, 기업들은 올해 5만 1600명 채용 계획을 밝혔다. 이 가운데 66%가 경력이 아닌 신입 채용으로 청년 일자리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5년간 약 270조원의 지방 투자와 함께 청년 교육프로그램·스타트업 지원 강화 방안도 논의됐다. 청년 일자리 확대는 여러 말이 필요 없는 국가적 과제다. 대통령이 이를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주요 그룹 총수들이 화답한 자리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훈훈한 장면을 연출한 것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 기업의 채용 약속이 실현되려면 정부가 먼저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세대별로 엇갈리는 고용지표는 왜 청년 일자리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지난해 고용률은 62.9%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나 이는 60세 이상 취업자가 34만 5000명 증가한 덕분이었다. 정작 20대 취업자는 17만명이나 감소했다. 전체 고용이 늘어났어도 청년층은 되레 밀려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20~30대 ‘쉬었음’ 청년은 71만 7000명으로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였다. ‘쉬었음’ 청년들 중 대졸 이상 고학력자 비중은 48%로 3년 새 9% 포인트나 급증했다. 채용 구조 변화는 청년을 점점 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고 있다. 대기업들이 공채보다 수시·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면서 청년들의 구직 문은 더 좁아졌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2023년에도 여전히 10.9%에 불과했다. 이직 사다리가 무너져 첫 직장이 평생 직업 경로를 좌우하므로 원하는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는 취업을 미루는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고학력 ‘쉬었음’ 청년 급증은 이런 시스템의 문제가 빚은 결과다. 간담회에서 지적됐듯 청년 실업은 지역경제와도 맞물려 있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방은 인구 감소와 소멸 위기에 직면했다. 이 대통령이 지적했듯 수도권 과밀은 “경쟁력을 높이는 게 아니라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소”가 되었다. 그럼에도 역대 정부들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같은 거대 과제에 치여 이같이 선결해야 할 문제에 집중하지 못했다. 71만 ‘쉬었음’ 청년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도깨비방망이는 없다. 정부든 기업이든 당장 실천할 과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규제를 과감히 완화해 기업이 투자 및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지방 투자 인센티브를 높이며, 중소기업 근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이런 실질적 변화들이야말로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드는 개혁의 동력이 된다.
  • [박진 칼럼] 광역시·도 통합, 이렇게 하자

    [박진 칼럼] 광역시·도 통합, 이렇게 하자

    대전·충남, 광주·전남,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의 통합이 추진 중이다. 정부도 통합에 대한 지원으로 최대 20조원 재정 지원, 특별시 위상 부여, 공공기관 이전 우대 등을 발표했다. 광역시·도 통합은 지방정부의 규모경제를 달성해 자치권 확대의 기반이 되며 소지역 간 분절적 발전 노력을 극복하고 수도권에 대항하는 거점을 형성하는 효과가 있다. 어떤 방식으로 통합을 해야 할까. 충남·대전을 예로 들어 통합의 두 대안을 알아 보자. 1안은 대전광역시를 기초단체인 특례시로 만드는 방법이다. 현재 수원, 고양, 용인, 창원이 특례시다. 과거의 충청남도 대전시로 돌아가는 셈이다. 대전의 종합 도시행정이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대전이 기초단체가 되면서 구청장이 선출직에서 시장 임명직으로 바뀌고 구의회는 사라진다. 대신 현재의 구의원들은 특례시 의원으로 변신하고 대전광역시의원은 충남·대전통합특별시 의원이 된다. 2안은 대전을 없애면서 대전의 5개 자치구를 기초시 5개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대전시청의 권한이 대부분 통합 광역정부에 이양된다. 대전시의회는 없어지지만 시의원들은 충남·대전통합특별시 의원으로 변신한다. 5개 기초단체 간 총괄·조정은 원칙적으로 통합 광역단체장이 수행한다. 통합광역 정부의 재정력은 1안보다 2안이 더 클 것이다. 현행 대전광역시의 세수가 통합 광역단체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두 대안 중 선택 기준은 행정 효율성, 민주성, 거점 형성이다. 행정 효율성에선 대전시가 존속하는 1안이 더 낫다. 현재 광역시는 구청에 비해 훨씬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 구청보다 대전시의 행정이 더 중요하다면 대전시를 살려 두는 것이 순리다. 2안에선 대전시가 사라지므로 대전의 종합 도시행정이 약화될 것이다. 그렇다고 통합 광역단체장을 돕는 임명직 대전시장을 두는 것은 실효성은 없으면서 옥상옥 구조를 만들 우려가 크다. 민주성에선 두 대안의 차이가 별로 없다. 2안이 구청장과 구의원 선거를 유지해 민주성이 나아 보이지만 1안에서도 대전특례시 의원 숫자를 대폭 늘려 작은 단위까지 주민의 뜻을 대표하도록 하면 민주성이 보완된다. 인구 123만명의 수원특례시 의원이 37명인 점을 감안하면 인구 144만명의 대전특례시 의원은 현행 22명에서 최소 2배는 늘릴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현재 구의원 총수인 63명에 못 미치는 점은 있다. 1안에선 구청장 선거가 없긴 하지만 임명직 구청장을 둔 수원시민이 구청장을 뽑는 지금의 대전시민에 비해 덜 민주적인 도시에서 산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대전특례시 의원 숫자만 늘린다면 민주성에 있어 두 대안의 차이는 크지 않다. 그래도 민주성이 마음에 걸린다면 대전특례시 의회에 상임위원회 외에 구청별 위원회를 별도로 두어 의원이 상임위와 구청별 위원회에 중복 소속되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 구청별 위원회는 일부 안건에 대한 심의만 수행하도록 하면 비효율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거점 형성을 위해선 1안이 낫다. 수도권에 대항할 후보는 당연 광역시인데 2안에서는 대전이 사라지면서 거점의 구심력이 흩어질 것이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려면 서울과 경쟁할 수 있는 비수도권 대도시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전남·광주특별시는 광주시를 중심으로 뭉쳐 전남·광주의 인구를 수도권으로부터 지켜내야 한다. 일단 광주시가 살아나면 그 온기가 전남·광주 내 기초단체에 퍼지게 될 것이다. 광주시 인구를 다른 기초단체로 분산시키는 데에 주력하면 전남·광주 전체가 수도권에 인구를 내어 주게 된다. 그런데 성사 가능성은 2안이 높아 보인다. 2안에선 대전시장 선거가 없어지는 반면 1안에선 5개 구청장 선거가 불필요해지며 현행 구의원 중 상당수가 대전특례시 의원으로 가는 자리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행 논의도 2안으로 가는 분위기다. 광역시·도 통합이 된다면 1안이든 2안이든 찬성이다. 그러나 1안이 행정효율성, 거점 형성 측면에서 2안보다 우월하고 민주성에선 2안과 별 차이가 없다. 종합적으로 볼 때 대전을 특례시로 전환하는 1안이 국익에 더 부합한다고 본다. 쉬운 길보다는 바람직한 길로 갔으면 한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영산강을 허리에 두른 채 ‘뿌리 깊은 고을’ 지켰다[서동철의 이야기가 있는 옛성]

    영산강을 허리에 두른 채 ‘뿌리 깊은 고을’ 지켰다[서동철의 이야기가 있는 옛성]

    나주는 고려와 조선 시대를 관통하며 줄곧 호남을 대표하는 도시의 하나였다. 나주는 내륙도시이면서 동시에 해양도시라는 독특한 성격을 가진 고을이기도 했다. 영산강이 나주를 풍요롭게 만든 것이다. 일찍이 마한이 영산강 유역 평야지대를 배경으로 발전했음을 보여 주는 반남고분군도 이 고장의 깊은 역사를 증명한다. 이제 ‘나주읍성 살아 있는 박물관 도시 만들기’로 그 진면목이 살아나고 있어 반갑다. 동점문, 영금문, 남고문, 북망문 등 나주성의 4대문이 모두 제모습을 찾았다. 자연스러운 질감을 연출하는 읍성의 석물들이 뿌리가 깊은 고을의 분위기를 제대로 보여 준다. 나주는 홍어와 곰탕의 고장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나주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곰탕을 먹는 것이었다. 나주관아 객사인 금성관 주변엔 솜씨 좋은 곰탕집이 몰려 있다. 역사관광도시로 나주가 ‘버킷 리스트’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다. ●한양과 지형 닮아 ‘소경’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나주는 그 지형이 한양과 닮아 예부터 소경(小京)이라 불렀다’고 했다. 영산강을 한강, 금성산을 북한산에 대입한다면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위성사진으로 실제 지형지물을 보여 주는 ‘구글 어스’를 열면 나주성은 절묘한 입지에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산강이 북동쪽에서 흘러들어 읍성을 휘감으며 남서쪽으로 흘러나간다. 나주성의 진산인 해발 450m의 금성산과 그 줄기는 서쪽과 북쪽으로 읍성을 감싸고 있다. 나주성을 이 자리에 지은 것도 천혜의 방어력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행정구역의 이름이자 지역의 정체성인 전라도(全羅道)라는 이름은 고려 현종 9년(1018)에 처음 생겼다. 모르는 사람이 없듯이 전라도는 전주(全州)와 나주(羅州)에서 한 글자씩 따온 땅이름이다. 그런데 통일신라 시대만 해도 이 지역에선 무주(武州), 곧 지금의 광주가 9주의 하나로 중시됐다. 나주가 대표성을 가진 고을로 발돋움한 이유가 궁금하다. 나주읍성의 동문인 동점문은 일제강점기 훼철됐다가 2006년 복원됐다. 문루에는 정도전의 ‘등나주동루유부로서’(登羅州東樓諭父老書)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나주 동루에 올라 지역 어르신들에게 드리는 글’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정도전은 알려진 대로 조선의 개국 공신이지만 1362년(공민왕 11년) 문과에 급제하며 고려 조정에서 먼저 벼슬을 했다. 다음과 같이 시작하는 정도전의 글은 나주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도전의 언사(言事)가 재상에게 거슬러 회진현으로 추방되어 왔다. 나주의 속현인 회진현에 가려면 나주를 거쳐야 하는 만큼 동루에 오르게 됐다. 발걸음을 옮기며 사방을 살펴보니 산천이 아름답고 인물이 많은 고장으로 풍요로워 많은 백성이 모여 사는 남방 일대의 큰 항구다. 나주가 주(州)가 된 것은 국초(고려 초기)로 또 공로가 있는 고장이었다.’ 나주, 고려·조선시대 호남 대표 도시마한도 영산강 평야 자리 잡고 발전내륙과 해양도시 특성 동시에 지녀정도전 “산천 아름답고 인물이 많아”이 글에서도 ‘남방 일대의 큰 항구’라는 대목이 눈에 띈다. 나주는 1981년 영산강 하굿둑이 완공되며 바다로 나가는 길이 막혔다. 하지만 나주는 홍어거리가 있는 영산포의 존재에서 알 수 있듯이 전라도 남부의 대표적인 항구도시였다. 흑산도 홍어로 홍어거리가 생겼을 만큼 서남해안 수산물이 나주에 모였고 다시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수운이 퇴조하고 육운이 득세하면서 물류 수송로와 기지로 영산강과 나주는 힘을 잃었다. 영산강이라는 물길의 이름과 영산포라는 땅이름을 두고도 학계에서는 흑산도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고려사에는 ‘흑산도 사람이 뭍에 나와 남포 강변에 터를 잡으면서 영산현이라 불렀다. 1363년(공민왕 12년) 군으로 승격했다’는 대목이 보인다. 남포는 나주성이 멀지 않은 영산강 북안 포구를 가리킨다. ‘영산’이라는 명칭이 역사책에 처음 등장한 사례라고 한다. 영산강이라는 이름도 여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흑산현이 아니라 영산현이라고 한 것도 과거 흑산도가 영산도라고 불렸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나주성, 동남쪽은 남산의 능선 활용서북쪽은 금성산이 둘러싸고 있어 동점문 등 4대 문 모두 제모습 찾아첨단 기술과 공존하는 역사 도시로●후삼국 쟁투 때 태조 왕건 손 들어줘 나주의 농업 생산력이 뛰어났던 것은 일찌감치 마한 세력이 자리잡았던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나주는 해양 교역과 어업의 핵심기지이기도 했으니 당연히 일대의 경제권을 장악했을 것이다. 나주는 고려왕조가 창업하는 과정에도 크게 힘을 보탰기에 지역 발전이 가속화됐다. 정도전은 앞의 글에서 ‘우리 고려 태조가 삼한을 아우를 때 모든 고을이 평정됐는데 오직 후백제만이 항복하지 않았다. 이때 나주 사람들은 역(逆)과 순(順)을 밝게 인식하고 솔선해 찾아와 귀부했다. 태조는 후백제를 취하는 데 나주 사람들의 힘이 컸으므로 친히 이 고을에 납시어 목(牧)으로 승격시키고 남쪽 여러 고을을 통솔하게 했다’고 적었다. 나주가 후삼국의 쟁투 과정에서 고려 태조 왕건의 손을 들어 준 전설이 담긴 유적이 완사천(浣紗泉)이다. 영산대교로 가는 나주시청 앞 길가에 자리잡고 있다. 왕건이 물긷는 여인에게 물 한 그릇을 청하자 버들잎을 띄워 주었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왕건이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니 곧 장화왕후 오씨다. 오씨가 낳은 아들이 고려의 제2대 왕 혜종이다. 왕건은 장화왕후를 위해 흥룡사를 지었는데 최근 절터가 확인됐다. 국립나주박물관에 있는 높이 3.3m의 당당한 나주 서성문 안 석등은 흥룡사에 세워졌던 것이라고 한다. ●나주목사 김계희, 대대적 확대·정비 나주성은 사실상의 평지성이다. 다만 동점문과 남고문 사이 동남쪽 일부는 해발 42m 남산의 능선을 활용해 성벽을 쌓았다. 읍성이 언제 처음 지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방어 목적을 가진 읍성의 필요성은 일찍부터 부각됐을 것이다. 나주성의 존재는 1237년(고종 24년) 고려사에 처음 등장한다. 열전에 ‘김경손이 1237년 전라도지휘사로 부임했는데 초적 이연년 형제가 주변 무뢰배를 모아 나주성을 포위했다’는 대목이다. 조선 시대가 되면 태종실록에 1404년(태종 4년) ‘나주와 보성에 성을 쌓았다’는 기사가 보인다. 1451년(문종 1년)에는 ‘나주목 읍성은 내부 민호가 많아 성터를 다시 7000척으로 고쳐 정했다’고 했다. 당시 읍성을 대대적으로 확대·정비한 사람이 나주목사 김계희다.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나주성 복원도 그가 완성한 둘레 3.7㎞ 읍성을 근거로 한다. 하지만 나주성이 제모습을 찾으려면 갈 길이 멀다. 관아 터는 아직 공터로 남아 있고 성벽도 대부분 복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관아 터는 연차적으로 복원하되 성벽은 상징성을 되찾는 수준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제강점기 훼철된 이후 성벽이 있던 자리엔 건물이 들어찼다. 주민의 생활권을 당장 갈라놓을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읍성에서 영산포에 가려면 영산대교를 건너야 한다. 40곳 남짓한 전문식당이 몰려 있는 홍어거리는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는 나주 명물이다. 5월이면 ‘영산포홍어축제’도 열린다. 홍어거리에 내걸린 ‘가슴 후비는 어울림의 한 판이자 입안에 꽉 찬, 이 야만적인 충만감. 머릿속에 일곱 무지개가 떠올랐다’는 작가 문순태의 ‘홍어 삼합’에 눈길이 간다. 나주성 복원을 비롯한 역사도시 만들기 사업은 흔히 나주혁신도시라 불리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빛가람’으로 옛 도심의 공동화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옛 도심은 역사문화, 혁신도시는 첨단기술로 역할을 분담하는 토대가 마련됐다. 개발 압력에 시달리는 다른 고도(古都)와 달리 역사도시로 가꿔가는 데 오히려 좋은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그럴수록 나주혁신도시가 ‘에너지산업 중심의 산학연 클러스터’라는 조성 목적에 걸맞게 하루빨리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마침 혁신도시의 한국에너지공과대(KENTECH)가 2026년 대입 정시에서 뜨거운 경쟁률을 기록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혁신도시의 성공은 나주 옛 도심을 수준 높은 문화도시로 가꿔 가는 경제적 기반도 제공할 것이다. 글·사진 서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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