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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끝의 고백처럼 느리게… 신라의 봄밤을 거닐다[박상준의 문장 여행]

    손끝의 고백처럼 느리게… 신라의 봄밤을 거닐다[박상준의 문장 여행]

    작은 고분 ‘마총’ 찾아가는 길아득한 사랑의 시작이 떠올라오아르미술관 창문 너머 고분금관총 지나 봉황대까지 산책3월 대릉원의 밤은 목련 명소불같은 사랑의 계절 지나간 듯황남리고분군에선 평온하게어느 커다란 무덤 앞에서 당신이 내 손바닥을 펴더니 손끝을 세워 몇 개의 글자를 적어 보였다. 그러더니 다시 손바닥을 접어주었다. 나는 무엇이 적힌 줄도 모르면서 고개를 한참 끄덕였다. -‘그해 경주’(박준) 당신이 내 손바닥에 적은 건 사랑의 고백이었을까. 봄밤의 서정이었을까. 아니면 말로 할 수 없어 그려 나간 암호 같은 기호였을까. 그것이 무엇이든 손끝을 세워 점 하나를 찍는 순간 사랑은 시작되었을 것이다.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사는 이 도시에서, 커다란 무덤은 유구한 약속의 증표였으며 그 또한 하나의 점을 찍는 데서 출발했을 터이므로. ●사랑이 꽃피는 무덤가에서 제133호 고분 마총(馬塚)은 제일 작은 무덤이다. 경북 경주시에 가기 전, 지도 앱을 펼치고 손가락 끝으로 위치를 옮겨 다녔다. 노서동에서 노동동으로 황리단길을 건너 대릉원으로 가장 작은 고분을 찾으려 이름 없는 작은 원들을 살폈다. 점 하나라도 남기고 싶은 절박한 심정은 왜 꼭꼭 숨겨둔 사랑의 고백을 닮아 보이던지. 알고는 있다. 고분의 크기가 곧 권위다. 작은 무덤은 말석일 확률이 높다. 지도의 축척조차 표현하지 못한 너비가 있을 것이고, 그 터만 남아 한없이 초라해지기도 했을 것이다. 또 어떤 무덤은 이름조차 얻지 못한다. 고분에는 능(陵)이 있고, 총(塚)이 있고, 분(墳)이 있다. 능은 왕과 왕비의 무덤이다. 미추왕릉은 삼국유사에 그의 무덤이라 기록된 바다. 총은 유물이 있어 왕릉으로 추정하나 이름을 알 수 없는 무덤이다. 금관이 나와서 금관총이고 천마도가 나와서 천마총이라 부른다. 가치는 있으나 유물도 없고 주인도 모르는 큰 무덤은 분이다. 분의 근원을 알 수 있는 무언가가 나오면 총이 되고 능이 될 수도 있겠지. 그러니 실은 어느 것이 크고 어느 것이 작은 무덤인지 알 수 없다. 오늘은 그저 눈에 띈 가장 작은 것을 찾아 헤맬 따름이다. 왠지 그것이 ‘그해 경주’를 닮은 사랑의 깃대가 되어 줄 듯해서. 마총에 가려고 경주역에서 내려 버스를 탔다. 앞자리에는 젊은 연인이 앉았다. 버스는 황리단길까지 20분이 걸렸다. 그 짧은 동안에도 그들은 사소하게 다투고 서둘러 화해했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 남자는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사랑해.” 나는 왜 이토록 일상적인 사랑의 뒷자리에 앉아 있는가. 설레고 흔들리는 마음, 아무것도 모르면서 고개만 끄덕이게 하는 불안한 흔적들을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지난해 가을, 우연한 기회로 경주에서 박준 시인의 강연을 들었다. 그는 시를 느리고 모호하게 표현하는 문학이라 정의했다. 뜨거운 감정은 말로 전하기 힘들어, 뜨거운 채로 건네지면 상처를 남긴다. 그래서 에둘러 건네는 복잡한 마음은 부풀어 시가 된다. 그날 시인이 읽어준 시가 ‘그해 경주’였다. 시인의 육성을 들으며 문득 이 시가 생각나면 다시 경주를 찾아야지 하고 마음먹었다. 내게도 아득한 어느 날 당신이 손끝을 세워 써준 몇 개의 글자가 있을 테고, 접었던 손바닥을 스스로 펴보면 암호 같던 그 말들을 뒤늦게나마 알아챌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작은 고분과 명소가 된 미술관 마총은 노서리고분군 가장자리에 간신히 걸쳐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지름 11~14m, 높이 3.4m인 이 작은 무덤은 ‘고분’이란 말조차 버거워 보인다. 처음 연 지도에는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 작은 원이었다. 다른 지도에는 방문자 리뷰가 4건 있었는데 대체로 노서리고분군을 대신한 표시였다. 그나마 이름이 있고 안내판이 있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말뼈와 마구가 발견되어 붙은 마총은 얼마나 무심한 명명인가. 고분의 위용은 외려 이름 없는 134호 고분이 두드러진다. 남과 북의 두 기가 겹친 규모로 마총을 압도한다. 마총 곁에는 지난해 4월 1일 오아르미술관이 개관했다. 작은 고분 곁에 일어난 거짓말 같은 일. 오아르는 ‘오늘 만나는 아름다움’을 뜻한다. 유현준 건축가가 설계했다. 건축가의 명성 덕분인지 단숨에 경주의 명소로 떠올랐다. 고분과 접한 미술관 동쪽은 2층 전체가 거대한 창이다. 고분군의 풍경을 잔뜩 품어 안는다. 그래서 미술관을 소개하는 글에는 어김없이 ‘고분을 품은 미술관’ ‘왕릉 뷰’라는 수사가 따른다. 그때 고분과 왕릉에는 금관총과 봉황대 등 커다란 고분이 오르내린다. 마총은 미술관 가장 가까이에 있지만 슬며시 이름을 감춘다. 작은 봉분을 마주하려 미술관을 짓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문을 여는 건 고작 작은 열쇠 하나다. 미술관 1층은 카페와 전시장이 공존한다. 카페만 이용할 수도 있는데 다정한 시간을 원하는 연인들은 그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 그들이 1층에서 바라보는 건 어김없이 마총이다. 거대 고분군을 배경으로 소담하게 솟은 마총은 아래쪽 석재가 높이의 절반을 차지한다. 기단처럼 보이지만 봉분 안의 널길이나 돌방의 일부일 것이다. 본래의 크기는 인근에 있는 쌍상총(지름 17m, 높이 5m) 정도로 추정한다. 그러니 카페에서 보이는 마총의 서남쪽은 훼손된 형체, 시간이 지나 부서지고 무뎌진 자취다. 그 자리에서 ‘그해 경주’는 마총으로 인해 달리 읽힌다. 당신이 내 손바닥에 적은 말들은 어쩌면 접어 쥔 손안에서 모래시계처럼 흘러내려 이별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그해 경주’가 실린 산문집의 제목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난다)이다. 사랑이 지나간 후의 노래 같아서 책 속에는 ‘그해’로 남은 시가 유독 많다. ‘그해 인천’과 ‘그해 경주’가 첫 장을 열고 여수, 협재, 묵호, 행신, 삼척을 지나 ‘그해 연화리’라는 글로 닫힌다. 그해 경주에서, 시 속의 당신과 내가 나란히 앉아 바라보던 무덤은 혹여 마총 같은 자그마한 고분은 아니었을까. 다만 사랑했으므로 우리의 맹세는 그 무덤을 커다랗다고 믿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경주의 시간을 걷는 길 오아르미술관 2층에는 134호 고분의 정상부가 눈을 맞춘다. 마총은 보이지 않는다. 134호 고분은 하부가 절반쯤 사라진 높이로 주변의 고분과 부유한다. 창가로 한 걸음 다가가자 비로소 마총이 보인다. 한층 낮아진 고분 곁으로 손을 마주 쥔 연인들이 지난다. 그들에게는 이 모든 고분이 사랑의 배경이 될까. 마침 전시의 제목은 ‘잠시 더 행복하다’(2026년 3월 16일까지)다. 박서보, 야요이 쿠사마, 줄리안 오피 등의 작품을 본다. 시간을 겹겹으로 쌓아 그리는 박서보, 이우환과, 김문호 관장이 천진함에 반했다는 아야코 록카쿠가 세대를 넘나든다. 작품은 없지만 옥상은 잠시 더 행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소다. 계단식 전망대가 고분 위에 앉아 경주를 내려다보는 듯한 시점을 제공하는데, 봉분들은 파도처럼 넘실대고 능선 끝에서 기어이 경주 남산까지 가닿는다. 교촌마을의 한옥 또한 옹기종기하다. 천년 경주의 스펙트럼이 그 한 장면 안에 있다. 다시 부풀고 설레는 마음. 이런 황홀한 풍경을 같이 바라볼 때, 연인은 그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처음으로 손을 잡을지 모르겠다. 미술관을 나와서는 금관총을 지나 봉황대를 돌아본다. 그러고는 대릉원으로 옮겨간다. 오로지 고분만을 따라 걷는 산책이다. 지도 위에 무뚝뚝한 직선을 그으면 500~600m 남짓이지만 발끝을 세워 걸으니 누그러져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다. 이때만은 옛 무덤의 문을 두드리듯 능이나 총이라 이름 붙여진 고분의 사연을 물어도 좋겠다. 금관총은 봉분이 없다. 대신 돔을 덮어 유적 전시관으로 거듭났다. 신라의 고분은 어떻게 지어졌을까. 그 대답이 금관총 안에 고스란하다. 지난해 APEC 2025 정상회의 기간, 국립경주박물관은 신라 금관 여섯 점을 한데 전시해 주목받았다. 금관총은 처음 신라의 금관을 발견한 고분이다. 주막 주인이 언 땅을 파헤친 게 계기다. 2013년에는 ‘이사지왕’(爾斯智王)이란 이름을 새긴 고리자루큰칼이 출토되며 한 번 더 세상을 놀라게 했다. 봉황대는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다. 마총과 반대로 경주에서 가장 큰 고분이다. 지금은 엄두도 못 낼 일이지만 조선시대 문인들은 구릉인 줄 알고 올라 경주를 조망하는 시를 읊었다. 고목 아홉 그루가 사슴 뿔처럼 무덤을 장식한다. 보는 방향에 따라 조금씩 변화해 연인들은 자꾸만 무덤 주위를 맴돈다. ●봄밤 그리고 목련 대릉원은 봄밤의 다정한 산책에 적합하다. 노서리와 노동리고분군이 집들과 경계 없이 한데 어울린다면 미추왕릉, 천마총, 황남대총은 담장을 둘러 한층 은밀하다. 어둠에 묻힌 능은 서로의 능선이 엇갈리며 길을 만들고, 그 사이로 다정한 걸음을 낼 때 봄밤의 상큼한 기운을 물씬 풍긴다. 그 또한 밤의 무덤일 텐데 두렵지 않은 건 왜일까. 고분과 고분, 대나무숲과 연못 사이를 거닐 때는 도심마저 잊힌다. 손끝에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연인들은 3월 중순이 나을 수도 있겠다. 대릉원 황남대총 동쪽은 목련 한 그루가 유명하다. 박준 시인의 ‘그해 경주’를 사진으로 그려내면 이런 장면이 아닐까. 두 봉분 사이로 하얗게 핀 목련은 고분 위에 쓰인 연서인 듯 하다. 목련 앞에는 사진으로 추억하려는 이들이 늘 길게 늘어선다. 고분의 목련은 경주오릉도 뒤지지 않는다. 오릉은 ‘능’이니 그 이름의 주인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삼국사기는 신라 시조 박혁거세와 왕비 알영부인 그리고 후대 네 임금의 무덤이라 기록한다. 경주오릉 숭덕전 담장에는 여러 그루의 목련이 전각보다 높게 자란다. 잎도 나기 전에 꽃부터 피운 나무는 사랑에 비유하면 풋풋하여 풋사랑이다. 그래서 어느 날 후드득 꽃잎을 떨구는 것이려나. 대릉원과 오릉 사이에는 황남리고분군이 있다. 고분 사이에 키 큰 메타세쿼이아가 눈길을 끈다. 남쪽에는 테라로사 경주점이 있는데 한옥의 대청마루에서 그 전경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먼 데서 보는 황남리고분군은 지척의 노서동이나 품 안의 대릉원과는 또 다른 감흥을 안긴다. 불같은 사랑이 지나가고 평온한 시절의 연인을 보는 듯 하다. “손끝을 세워 몇 개의 글자를 적어” 보는 대신 발끝을 세워 나란하게 지나온 궤적들, 오므린 손바닥을 가만히 펴서 지난 ‘그해’의 시간들을 들여다본다. 사랑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셈할 수 없는 발견이었을 뿐, 간절한 것은 또 얼마나 오래 걸려 이곳으로 왔던가.
  • 신라 금관 오픈런 110일… 28만여명 경주 달궜다

    신라 금관 오픈런 110일… 28만여명 경주 달궜다

    지난 22일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전시 마지막 날.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 입구에는 매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전시장 입구 주변에는 미처 티켓을 구하지 못해 멀찍이서 전시 일부라도 보려는 관람객들로 붐볐다. 신라 금관 6점을 104년 만에 한 자리에 모아 ‘금관 오픈런’(매장이나 전시가 열리자마자 달려가는 현상)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던 특별전이 28만 5401명의 관람객을 기록하며 마무리됐다. 경주박물관은 110일 동안 열렸던 전시에 하루 평균 2600명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특히 관람 인원을 30분 간격의 회차당 150명, 하루 2550명으로 제한했음에도 전 회차 매진을 기록했다. 특별전은 신라 금관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지 104년 만에 여섯 점의 신라 금관과 여섯 점의 금허리띠가 모두 한자리에 모인 사상 최초의 전시였기에 기획 단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개막 직전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복제품을 선물하면서 전세계에서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전시는 많은 기록과 이슈를 낳았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관람객이 몰리면서 애초 지난해 12월 14일까지 예정되었던 전시는 지난 22일까지 연장됐다. 경주박물관은 관람 환경과 전시품의 안전을 고려해 30분 간격의 회차제 관람과 온라인 사전 예약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또 경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신라 금관 경주존치 범국민운동연합’을 결성하고 신라 금관을 모두 경주에서 소장해야 한다는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식을 줄 모르는 인기에 박물관은 10년마다 주기적으로 금관 전시를 개최해 박물관의 브랜드 전시로 자리 잡도록 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금관 6점 중 황남대총 금관과 금령총 금관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서봉총 금관은 국립청주박물관으로 돌아갔다. 천마총 금관·교동 금관은 경주박물관 상설실에서 전시되며 금관총 금관은 경남 양산시립박물관에서 다음달 6일부터 열리는 ‘삽량(歃良), 위대한 양산’전에서 만날 수 있다. 금관총 금관은 5월과 9월에 프랑스 파리와 중국 상하이에서 신라 금관을 포함한 신라 특별전에 나설 예정이다. 윤상덕 경주박물관장은 “앞으로도 신라 문화의 정수를 담은 기획전을 국내외에 활발히 개최해 신라문화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신라 금관 6점 모두 경주에 있어야”…APEC 정상회의 계기 시민운동 점화 움직임

    “신라 금관 6점 모두 경주에 있어야”…APEC 정상회의 계기 시민운동 점화 움직임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모아 전시하는 신라 금관을 계속 경주에서 전시해야 한다는 경주시민 의견이 확산하고 있다. 12일 경북 경주시 등에 따르면 한 시민이 최근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신라금관은 경주에 있어야 합니다’란 청원글을 올린 뒤 시민 서명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 글은 “경주는 신라의 수도이자 금관 출토지로 ‘발굴지-전시장 일체형 보존 원칙’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도시”라며 “특별전 종료 이후에도 신라 금관이 경주에 머물 수 있도록 시와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협의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구글 폼을 통한 서명 참여가 이어지면서 동참 인원이 늘고 있다. 이경희 경주시의회 행정복지위원장은 “신라 금관 특별전을 계기로 금관을 경주에 두고 전시할 필요가 있고 최소한 1년에 한두 달이라도 모아서 전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며 “많은 시민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고 이를 위해 다양한 단체와 힘을 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주지역 청년단체나 문화단체도 신라 금관 상설 전시를 위한 운동에 나서기로 하고 구체적인 논의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박물관은 지난 2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경주박물관 신라역사관에서 신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인 금관과 금 허리띠 등 총 20점을 모은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을 열고 있다. 신라 금관 6점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금관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104년 만에 처음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천마총 금관 모형의 실제 유물도 만날 수 있다. 이 때문에 개장 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이른바 ‘오픈 런’이 이어지면서 박물관 측은 관람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신라 금관은 모두 6점이다. 이 중 금령총·황남대총에서 발견된 금관은 국립중앙박물관, 금관총·교동·천마총에서 발견된 금관은 국립경주박물관, 서봉총 금관은 국립청주박물관에서 평소 전시되고 있다.
  • “신라 금관 보러 왔는데…” 경주 유명 관광지 폐쇄에 발길 돌린 관광객들

    “신라 금관 보러 왔는데…” 경주 유명 관광지 폐쇄에 발길 돌린 관광객들

    “신라금관 특별전을 한다고 해서 서울에서 왔는데, 문이 닫혀 있어서 당황스럽네요.” 직장인 유모(37)씨는 31일 국립경주박물관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경찰과 통제로 굳게 닫힌 박물관 정문을 바라보던 유씨는 “지난 28일부터 특별전이 열린다고 해서 연차를 내고 방문했는데 정말 아쉽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간을 맞아 경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박물관과 불국사 등 유적들이 폐쇄된 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국내외 관광객들이 대거 몰리는 시기 통제 상황에 대한 홍보와 안내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추석 연휴 15만명이 찾았던 국립경주박물관은 앞서 지난 28일부터 ‘신라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을 열고 금관총 등 여섯 고분에서 출토된 금관을 처음으로 한자리에 전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시기 APEC 관련 행사가 진행되면서 오는 2일 이후로 급하게 일반관람 일정을 변경했다. 미국인 케니 댕(27)은 “경주 국립박물관에서 신라금관을 보고 보문단지도 가려 했는데 계획이 다 틀어졌다”며 “다른 장소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관광객 A는 “박물관을 보러 경주에 왔는데 일정을 바꿔야 할 것 같다”며 “역사적 관광지를 가려면 한국어를 배워야만 할 정도라 외국인들이 쉽게 관광 정보나 이동 정보를 알 수 있게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주월드’ 등 테마파크가 있는 보문단지와 불국사 등 대표 유적이 통제돼 불편을 겪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보문단지는 다음달 1일까지 시내버스 정류장이 폐쇄되는 등 전면 통제됐고, 불국사도 APEC 관련 행사로 인해 이날 오전까지 문을 닫았다. 경기 안산에서 관광을 위해 경주를 방문한 곽정은(45)씨는 “경호나 보안 문제가 있으니까 못 들어가는 것도 이해는 하지만 아쉽다”며 “APEC 이후 경주가 관광지로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여섯 신라 금관이 품은 황금 서사… APEC서 펼쳐진다

    여섯 신라 금관이 품은 황금 서사… APEC서 펼쳐진다

    104년 만에 사상 최초로 한자리에왕 외에도 왕비·왕족도 착용했을 듯‘황금의 나라’ 장엄한 아름다움 뽐내K컬처의 원형, 시공간 넘어 세계로 ‘황금의 나라’ 신라. 황금은 최고 권력의 상징이었으며 그중 금관은 신라의 표상과 같았다. 한국 고대문화의 정수이자 K컬처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찬란한 신라의 문화를 전 세계에 선보이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경주박물관이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박물관 개관 8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이다. 전시는 28일부터 12월 14일까지 열린다. 일반 공개는 새달 2일부터다. APEC 공식 문화 행사 중 하나인 이번 전시는 1921년 금관총 금관이 출토되며 신라 금관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지 104년 만에 그동안 발굴된 여섯 점이 사상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다는 의미가 있다. 여기에 신라 왕실의 위엄을 상징하는 여섯 점의 금 허리띠까지 곁들여 황금의 나라가 남긴 장엄한 미의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명한다. 이 밖에도 천마총 금귀걸이, 금팔찌, 금반지 등 모두 20점(국보 7점, 보물 7점 포함)의 황금 문화유산을 소개한다. 1000년의 역사를 가진 신라지만 금관은 6세기 불교문화가 자리잡기 직전까지 100여년 동안에만 만들어졌다. 마립간이라 불렸던 최고 통치자들은 황금으로 관과 허리띠를 만들어 권력과 위신을 강조했다. 금관이 왕의 전유물만은 아니었다. 왕비나 왕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금관도 있다. 전시의 문을 여는 것은 가장 오래된 교동 금관이다. 머리띠의 지름이 14.3㎝에 불과해 어린아이의 것으로 추정된다. ‘금관의 시초’답게 머리띠에 아무런 장식이 없고 두 줄의 둥근 달개(원형 장식)만 달린 것이 특징이다. 교동 금관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 금관은 나뭇가지 모양과 사슴뿔 모양의 세움 장식이 화려하다. 나뭇가지 모양은 하늘과 땅을 잇는 신성한 나무를, 사슴뿔과 새 모양 장식은 풍요와 초월적 권능을 의미한다. 좁은 문을 지나 금관의 방으로 들어가면 4개의 금관이 어두운 조명 아래 장엄하게 빛을 발한다. 먼저 금령총, 금관총, 서봉총 금관이 한쪽 벽면에 나란히 전시됐다. 주인은 각각 어린 왕자(금령총), 왕(금관총), 왕비(서봉총)로 추정된다. 이 금관들과 마주 보고 있는 금관이 왕비의 것으로 추정되는 황남대총 북분 금관이다. 신라 금관은 정형성을 띠면서도 주인에 따라 장식을 달리하기도 한다. 금령총 금관은 다른 금관에 비해 작고 곱은옥 장식이 없다. 서봉총 금관은 화려함이 돋보인다. 안쪽에 둥근 모자 모양을 만들고 그 위에 세 마리의 새를 표현했다. 드리개의 중심 고리는 굵은 고리이며 여기에 구멍을 뚫어 장식하고 달개를 단 점도 다른 금관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징이다. 마지막으로는 금관과 황금 장신구를 통해 죽음 너머까지 이어진 황금의 힘을 소개하는 천마총 금관을 만나 볼 수 있다. 윤상덕 경주박물관장은 “금관은 신라 왕권을 상징하는 정점이자 동아시아 고대 장신구 가운데서도 가장 독창적이고 완성도 높은 조형미를 지닌 걸작”이라고 강조했다.
  • 신라의 정신을 담아… K컬처의 오늘, 경주를 적시다

    신라의 정신을 담아… K컬처의 오늘, 경주를 적시다

    “신(新)은 덕업이 날로 새로워진다는 뜻이고, 라(羅)는 사방을 망라한다는 뜻이니 이를 나라 이름으로 삼는 것이 마땅합니다.”(‘삼국사기’ 신라본기 권4) 서라벌, 사라, 사로, 신라 등으로 불리며 찬란한 문화를 널리 꽃피웠던 고대 국가. 1000년이란 시간을 존속하며 화려한 황금 문화를 융성한 신라의 고도(옛 도읍) 경주 전역이 온통 미술관, 박물관으로 변모한다. 오는 31일~11월 1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기념해 ‘K컬처’의 뿌리인 문화유산부터 한국 현대미술의 정수까지 우리 문화의 진면목을 세계에 선보이기 위해서다. 솔거미술관석가탑 재해석, 코리아 판타지…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솔거미술관과 우양미술관에서 ‘경주 APEC 한국미술 특별전’을 마련했다. APEC 주제어인 ‘우리가 만들어 가는 지속가능한 내일: 연결, 혁신, 번영’을 예술적 언어로 풀어 국제적 담론과 조응하는 한국 미술의 확장성을 확인하는 자리다. 신라 시대 화가였던 솔거의 이름을 따 2015년 문을 연 공립 솔거미술관에서는 ‘신라한향: 신라에서 펼쳐지는 한국의 향기’전을 통해 신라의 정신과 불교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내년 4월 26일까지 선보인다. 전시에는 수묵화의 거장 박대성 화백을 비롯해 송천 스님, 김민·박선민 작가 등이 참여했다. 김민 작가는 금박과 은박을 활용해 해와 달이 뜬 하늘 아래 놓인 석가탑, 다보탑의 형상을 표현해 냈다. 우주의 심연과 같은 검은 바탕은 전기석(電氣石)이라 불리는 투어말린을 갈아 넣어 보는 각도에 따라 반짝인다. 작품 앞에 검은 못을 놓아 작품의 형상이 수면에 비칠 수 있도록 했다. 박대성 화백은 너비 15m, 높이 5m에 달하는 거대한 수묵화 속에 백두산 천지부터 한라산 백록담까지 금수강산을 그려 넣은 ‘코리아 판타지’를 선보였다. 평소 대작을 많이 선보인 작가지만 이 작품이 그의 작품 중 가장 크다. 박 화백은 “히말라야, 알프스 다 가 봤지만 우리나라 금수강산이 최고”라며 “우리나라가 세계 모든 질서에서 상당한 위치에 가 있는 것을 돌이켜보면 이런 배경이 우리를 만들었다고 생각해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소개했다. 작품에는 단군왕검부터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고구려 사신도, 신라 천마도, 금강산과 해금강, 북두칠성 등이 담겼다. 작품의 맞은편에는 화백의 또 다른 작품 ‘반가사유상’(경북대 박물관 소장)이 걸려 있다. 상반신이 깨져 없어지고 하반신만 남은 ‘봉화 북지리 석조반가상’을 소재로 그렸다. 화백의 상상력이 상반신까지 완벽한 석조반가상을 빚어냈다. 박 화백은 “외과 수술보다 어려운 작업이었다”며 농담을 건넸다. 전통 불화 기법을 현대적 조형 언어로 확장한 작품 활동을 이어 오고 있는 송천 스님의 작품들과 폐유리를 재가공한 설치 작품을 통해 환경과 예술의 순환적 관계를 시각적으로 제시한 박선민 작가의 작품 ‘시간의 연결성’도 만날 수 있다. 박 작가는 신라 시대에 유리를 귀한 재료로 여겨 사리를 봉안하는 사리장엄구(舍利莊嚴具)로 사용한 것에 착안해 모두 250점의 유리병을 만들어 냈다. 우양미술관백남준 ‘파우스트’ 30년 만에 공개 1년여에 걸친 리모델링 뒤 다시 문을 연 우양미술관에서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을 소환한다. 다음달 30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백남준 : 휴머니티 인 더 서킷츠’ 전시에서는 소장품 12점을 공개한다. 백남준의 작품은 텔레비전, 로봇, 위성, 퍼포먼스 등 다매체적 장치를 통합하며 동양과 서양, 정신과 물질,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런 ‘유기적 회로’로서의 세계관은 APEC이 추구하는 포용 그리고 혁신과 연결된다. 특히 주요작인 ‘나의 파우스트-경제학’과 ‘나의 파우스트-영혼성’은 오랜 수리, 복원 과정을 거쳐 30여년 만에 공개돼 눈길을 끈다. 1989~1991년 사이 제작된 이 연작은 독일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고전을 바탕으로 자본, 윤리, 시간, 존재라는 주제를 동서양의 철학과 기술적 상상력 안에서 교차시킨다. 국립경주박물관신라 금관으로 보는 권력과 위신 백미는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오는 28일부터 12월 14일까지 열리는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시에서는 ‘황금의 나라’라고 불렸던 신라의 금관 6점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한다. 1921년 집터 수리 중 나온 금관총 금관부터 금령총(1924), 서봉총(1926), 교동고분(1972), 천마총(1973), 황남대총 북분(1974)에서 출토된 금관을 선보인다. 지금까지 발굴된 신라 금관 전체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최초의 기회라는 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자리에 모인 금관 6점은 개막 하루 전인 27일 언론에 공개된다. 이 밖에도 ‘왕릉뷰 미술관’으로 유명한 오아르미술관은 내년 3월 16일까지 소장품 기획전 ‘잠시 더 행복하다’를 선보인다. 단색화의 거장 이우환·박서보를 비롯해 유럽과 아시아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까지 폭넓게 아우르며 한국 현대미술의 성취와 국제 미술의 흐름을 함께 조망할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 공예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2025한국공예전 ‘미래유산’이 천군복합문화공간에서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열리며, 신라 어린 공주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쪽샘 44호분’에서는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축조 실험 설명회를 연다. 지난해부터 앞선 10년간의 조사·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다시 무덤을 쌓아 보는 축조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세계 고고학사적으로도 유일한 실험이기도 하다.
  • 신라금관 APEC ‘굿즈’, 케데헌 ‘뮷즈’ 넘어서나

    신라금관 APEC ‘굿즈’, 케데헌 ‘뮷즈’ 넘어서나

    신라금관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일으킨 ‘뮷즈(뮤지엄+굿즈) 열풍’에 올라탈 수 있을까. ‘천년고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겨냥한 굿즈가 나왔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오는 27~11월 1일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해 신라금관을 주제로 한 문화 상품을 개발, 1일 출시했다. 신라금관은 당대 황금 문화를 상징하는 대표 유산이다. 재단은 오는 28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개막하는 ‘신라금관 특별전’과 연계해 금관과 황금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한 부채, 머그잔, 책갈피 등 상품 17종을 개발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신라금관이 발견된 금관총을 모티브로 한 컵, 귀걸이, 팔찌 등을 볼 수 있다. 천마총·서봉총 금관을 담은 책갈피도 선보인다. 자체 개발한 천마총 금관 로브(robe·아래위가 붙어 하나로 된 길고 헐렁한 겉옷)도 함께 공개한다. 각 상품은 이날부터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경주박물관 상품관, 온라인 숍에서 판매에 들어갔다. 박물관 상품관에서 신제품을 포함해 3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는 배지를 증정하는 행사도 연다. 정용석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은 “앞으로도 문화유산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내 누구나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꾸준히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 독일 400년 역사 간직한 성에서 선보이는 한국문화 정수

    독일 400년 역사 간직한 성에서 선보이는 한국문화 정수

    국립중앙박물관 ‘백 가지 행복, 한국문화특별전’ 25년만 특별전이자 2017년 독일 전시 교환전 국립중앙박물관은 독일 드레스덴박물관연합(SKD)과 공동으로 독일 드레스덴 성에서 ‘백 가지 행복, 한국문화특별전’을 연다고 18일 밝혔다. 독일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한국문화 특별전은 25년 만이다. 전시 장소인 드레스덴 성(레지덴츠 궁)은 4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장소로 제2차 세계대전 때 폭격 피해를 입은 뒤 지금도 복원이 진행 중이다. 성의 2층 대의전실(948㎡)은 작센 문화의 황금기를 연 강건왕 아우구스트 2세(재위 1694~1733년)가 조성한 곳으로 바로크 건축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곳 9개의 방에서는 각각 주제를 나누어 한국 문화의 다양한 면모를 선보인다. ‘기쁨의 색채’에서는 한복이 가진 멋을, ‘풍요와 안식’에서는 토기에 나타난 삼국시대 사람들의 현세와 내세에서의 바람을, ‘신앙의 솜씨’와 ‘자비의 약속’에서는 고려, 조선시대로 이어지는 불교미술을, ‘비색의 아름다움’과 ‘절제와 품격’에서는 고려청자, 분청사기, 백자로 이어지는 우리 도자기의 미와 기술적 성취를 보여준다. 또 ‘찬란한 권위’, ‘용기와 기개’는 궁중 복식과 군사 복식・무기를, 끝으로 ‘행복한 삶’에서는 행복을 기원하는 뜻을 담은 병풍을 전시한다. 1층 신그린볼트박물관 특별전시관(55㎡)에서는 특별전 속 특별전으로, ‘황금의 나라, 신라’가 펼쳐진다. ‘녹색 금고’라는 뜻의 그린볼트는 아우구스트 2세가 자신의 애장품을 간직했던 공간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여러 시대에 걸쳐 제작된 185건 349점의 소장품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가야·신라의 ‘상형 토기’, 고려의 ‘금동아미타여래좌상’, ‘함평궁주방명 청동은입사향로’, ‘기린장식 청자향로’, 조선의 ‘달항아리’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품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국보 ‘금관총 금관과 금 허리띠’다. 금관총 금관과 금허리띠는 1962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예박물관에서 열린 ‘한국국보전’에 출품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1999년 독일 에센과 뮌헨에서 개최된 ‘한국 고대 왕국-무속, 불교, 유교’ 이후 25년 만의 한국 문화 특별전이다. 또 2017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왕이 사랑한 보물, 드레스덴박물관연합 명품전’의 교환 전시이기도 하다. SKD는 다수의 한국 문화유산을 소장하고 있는데, 그중 조선시대 병풍, 갑옷과 무기 등 10점을 함께 선보인다. 장수와 복을 기원하는 ‘백수백복도’ 자수 병풍은 이번 특별전 제목을 선정하는 데 영감을 줬다. 또한 ‘곽분양행락도’ 병풍 역시 행복한 삶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본래 낱장 상태로 보관해 왔던 것을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 지원해 국내에서 원형 복원을 마치고 돌아와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이기에 더 뜻깊다.
  • 세월의 흔적 향한 ‘남다른 시선’… 렌즈에 오롯이

    세월의 흔적 향한 ‘남다른 시선’… 렌즈에 오롯이

    천장에 매단 백자·바닥 누인 금관 등새로운 관심 유도하는 큐레이션 눈길 화면 위로 구멍이 뚫린 철모 사진. 잠시 묵상에 빠지다 보면 소슬한 카메라 셔터 소리가 다시 현실을 바라보게 한다. 이어지는 화면엔 녹슨 반합, 구겨진 전투화가 잿빛 배경 속에 무심히 놓여 있다. 이어서 등장한 누군가의 어머니. 전쟁에 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걸까. 주름이 깊은 노모는 긴 묵주를 손에서 놓지 못한 채 카메라를 응시한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구본창: 사물의 초상’ 전시를 열어 작가의 주요 사물 연작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작가 구본창(71)이 지닌 사물에 대한 남다른 시선과 관람객의 새로운 시선을 유도하는 큐레이션이 어우러진 전시다. 입구의 어두운 길을 따라 들어가면 전쟁의 참상을 담은 사진을 영상화한 작품 ‘비무장지대 DMZ’를 만날 수 있다. 사진 화면이 넘어갈 때마다 들리는 셔터 소리가 전시장에 울려 퍼진다. 어둠 속을 지나면 ‘백자 연작’이 펼쳐진다. 해외로 유출된 백자를 사진으로나마 고국에 가져오고 싶었던 작가의 마음이 담긴 작품이다. 족자 형태로 10m 높이의 전시장 천장에 매달린 작품은 백자에 담긴 영혼이 내려오는 듯한 극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일본과 미국, 영국, 프랑스 등 해외 박물관이 소장한 14점의 백자를 5.5m 길이의 천에 담았다. 반대로 ‘황금 연작’은 전시장 바닥에 누워 있다. 유물을 발굴하듯 작품을 바닥의 대형 라이트 박스에 담아 고귀함과 찬란함을 극대화했다. 황금 연작은 경주 금령총, 천마총, 금관총 등에서 발굴된 신라의 황금 유물을 촬영한 것으로 당시의 섬세한 미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영상 작품인 ‘코리아 판타지’는 이번 전시에서 최초 공개됐다. 우리나라 4대 고궁의 단청을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했다. 이번 전시의 진면목은 일상 속 사물 사진에 있다. 닳고 닳은 비누를 찍은 ‘비누 연작’부터 커틀러리가 담겼던 상자 내부를 촬영한 ‘오브제 연작’까지 사물에 대한 작가만의 남다른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 포스터에 실린 빨간 컵은 그가 일본 여행 중 한 음식점에서 발견한 것이다. 주문받을 때마다 사용하는 빨간 색연필을 꽂아 두던 투명 컵에 색연필 자국으로 인한 빨간 점들이 하나둘 찍히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최근 서울신문과 만난 작가는 “마음을 건드리는 사물과 우연히 만나게 되면 기필코 구입해 온다”며 “‘탈 연작’의 배경이 된 얼룩지고 해진 천은 지방의 한 공사 현장에서 흙을 덮어 두던 것을 사들였고 ‘오브제 연작’의 빈 상자는 외국 벼룩시장에서 다른 사람과 동시에 집어들어 결국 못 샀지만, 빌려 촬영하고 국제우편으로 돌려주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낡고 오래된 물건들에 묻은 손때와 세월의 흔적을 사랑하고 관찰하는 것, 그리고 그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전시장 끝에서는 우리나라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한강을 비롯해 배우 안성기, 최민식, 고 강수연까지 작가가 그동안 촬영했던 예술인들의 초상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3월 30일까지.
  • 포항경주공항 이용하면 경주지역 사적지 ‘반값’ 혜택

    포항경주공항 이용하면 경주지역 사적지 ‘반값’ 혜택

    포항경주공항 이용객을 대상으로 경북 경주지역 사적지 방문 시 50% 관람료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15일 경주시는 한국공항공사 포항경주공항, ㈜진에어와 포항경주공항 이용 확대와 경주 관광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이같은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번 업무협약으로 경주지역 사적지 등 9곳을 방문할 때 포항경주공항 이용 항공권을 제시하면 탑승일 포함 3일 동안 관람료 반값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할인이 적용되는 곳은 포석정, 김유신장군묘, 무열왕릉, 오릉, 동궁과월지, 천마총, 황룡사 역사문화관, 금관총 및 신라고분정보센터, 동궁원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이번 관람료 감면 혜택으로 지역 관광 및 경제 활성화에 큰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경주공항은 지난 2022년 7월 지방공항 활성화 및 경주 관광객 유치 증대를 위해 포항공항에서 명칭을 변경했다. 운항노선은 김포 1회 왕복, 제주 2회 왕복 편성돼 있고, 공항주차장을 무료 개방하고 있다. 또한 경주시민과 관광객을 위해 보문단지와 공항을 오가는 시내버스가 하루 3회 왕복 운행 중이다.
  • 경주 신라문화제 예술·문화제로 나눠 연다

    경주 신라문화제 예술·문화제로 나눠 연다

    경북 경주시를 대표하는 문화예술축제인 신라문화제가 오는 28일 신라예술제를 시작으로 닻을 올린다. 경주시는 제51회 신라문화제를 28~29일 이틀 간 경주 예술의 전당에서 펼쳐지는 신라예술제와 다음달 11~13일 대릉원 일대에서 열리는 신라문화제로 이원화해 개최한다고 24일 밝혔다. 시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성공개최 기원을 담아 양질의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역 예술인의 화합 한마당인 신라예술제는 한국예총 경주지회가 주관해 수준 높은 지역 예술을 선보인다. 28일 오후 7시 열리는 개막식에는 일본 오이타현의 문화교류 공연을 시작으로 드론라이트쇼와 주제 공연인 ‘신라의 빛’이 차례로 펼쳐진다. 플리마켓, 전통놀이 체험, 예술피아노 등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신라문화제는 안전을 고려해 올해 개막식을 기존 월정교 수상 객석 대신 대릉원에서 다음달 11일 개최한다. 개막식에서 열리는 ‘신라복 판타지 패션쇼’는 슈퍼모델 100인의 신라복쇼와 함께 미디어아트, 라이트쇼, 드론 등을 결합한 멀티미디어쇼로 진행된다. 축제와 함께 신라문화제 기간에만 즐길 수 있는 야시장인 ‘달빛난장’이 봉황대 광장과 금관총 일원에서 펼쳐진다. 올해 처음 신설하는 금관총 일원 푸드트럭존에서는 분식, 부대찌개, 제육볶음, 케밥, 양꼬치 등을 판매한다. 쾌적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게 총 3개 구역에 190개 테이블을 마련할 예정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APEC 정상회의 유치를 위해 성원해준 모든 시민에게 문화·예술로 보답하고자 수준 높은 콘텐츠로 준비했다”며 “신라문화제에 와서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을 가득 담아 가길 바란다”고 했다.
  • 경주서 둘레돌 없는 ‘돌무지덧널무덤’ 첫 발견

    경주서 둘레돌 없는 ‘돌무지덧널무덤’ 첫 발견

    4~6세기 신라 왕족과 귀족의 무덤이 모여 있는 경주 대릉원 일원 쪽샘지구 유적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적이 없는 새로운 유형의 돌무지덧널무덤이 발견됐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26일 “쪽샘유적 내 14개 지구 중 J지구에서 발견된 무덤 2기가 덧널, 돌무지, 봉토, 둘레돌로 구성된 기존 돌무지덧널무덤과 달리 둘레돌이 없는 독특한 구조로 확인됐다”며 “국내에서 처음 나온 유형”이라고 밝혔다. 돌무지덧널무덤은 무덤 중앙에 덧널을 놓고 주변에 돌무지를 쌓은 뒤 흙을 덮은 신라의 독특한 무덤 구조다. 황남대총·천마총·금관총 등이 대표적인 돌무지덧널무덤이다. 봉분 가장자리에 돌을 쌓아 무덤을 표시하거나 봉분을 보호하는 둘레돌은 신라 돌무지덧널무덤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진다. 연구소는 “신라 무덤 구조의 다양성과 장례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라고 했다. 무덤 2기는 황남대총과 같이 남쪽과 북쪽에 나란히 무덤을 조성하고 지름 13m의 봉분을 쌓은 구조다. 남쪽에 먼저 만든 무덤(J171호)은 무덤 주인과 껴묻거리를 하나의 덧널 안에 넣는 단곽식, 나중에 만든 북쪽 무덤(J172호)은 무덤 주인을 넣은 으뜸덧널(주곽) 외에 껴묻거리만 넣는 딸린덧널(부곽)을 함께 만드는 주·부곽식으로 축조됐다.대릉원 고분군에서 처음 확인되는 유물들도 출토됐다. J172호 부곽에서는 꽃잎 모양을 반복적으로 새긴 뚜껑과 다리에 세 줄로 구멍을 뚫은 삼단 투창 굽다리접시가 나왔다. 고대 신분을 과시하는 유물인 말갖춤도 발견됐다. 볼록렌즈형의 금동제 장식과 철에 은을 입힌 테두리가 결합한 띠꾸미개는 출토 사례가 거의 없는 희귀 자료다.
  • 경주 쪽샘유적서 새로운 유형의 돌무지덧널무덤 나왔다

    경주 쪽샘유적서 새로운 유형의 돌무지덧널무덤 나왔다

    봉분 보호용 둘레돌 없는 무덤 2기 첫 확인 신라무덤 다양성, 장례문화 이해 중요 단서 삼단투창 굽다리접시, 말갖춤 등 희귀 유물4~6세기 신라 왕족과 귀족의 무덤이 모여 있는 경주 대릉원 일원 쪽샘지구 유적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적이 없는 새로운 유형의 돌무지덧널무덤이 발견됐다. 신라 무덤 구조의 다양성과 장례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로 주목된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26일 “쪽샘유적 내 14개 지구 중 J지구에서 발견된 무덤 2기가 덧널, 돌무지, 봉토, 둘레돌로 구성된 기존 돌무지덧널무덤과 달리 둘레돌이 없는 독특한 구조로 확인됐다”면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온 유형”이라고 밝혔다. 돌무지덧널무덤은 무덤 중앙에 덧널을 놓고 주변에 돌무지를 쌓은 뒤 흙을 덮은 신라의 독특한 무덤 구조다. 황남대총·천마총·금관총 등이 대표적인 돌무지덧널무덤이다. 봉분 가장자리에 돌을 쌓아 무덤을 표시하거나 봉분을 보호하는 둘레돌은 신라 돌무지덧널무덤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진다. 무덤 2기는 황남대총과 같이 남쪽과 북쪽에 나란히 무덤을 조성하고 지름 13m의 봉분을 쌓은 구조다. 남쪽에 먼저 만든 무덤(J171호)은 무덤 주인과 껴묻거리를 하나의 덧널 안에 넣는 단곽식(單槨式), 나중에 만든 북쪽 무덤(J172호)은 무덤 주인을 넣은 으뜸덧널(주곽) 외에 껴묻거리만 넣는 딸린덧널(부곽)을 함께 만드는 주·부곽식(主·副槨式)으로 축조됐다.대릉원 고분군에서 처음 확인되는 유물들도 다수 출토됐다. J172호 부곽에서는 꽃잎 모양을 반복적으로 새긴 뚜껑과 다리에 세 줄로 구멍을 뚫은 굽다리접시가 나왔다. 신라의 왕경 외곽 또는 주변 지역에서 만든 토기로 추정된다. 말갖춤 말안장, 발걸이, 띠드리개, 띠꾸미개 등으로 구성된 온전한 말갖춤 1식이 큰 항아리 위에 놓인 모습도 확인됐다. 볼록렌즈형의 금동제 장식과 철에 은을 입힌 테두리가 결합한 띠꾸미개는 출토 사례가 거의 없는 희귀 자료로, 고대 신분을 과시하는 유물인 말갖춤 연구에 도움을 줄 것으로 연구소는 기대했다. 경주 쪽샘지구는 축구장 16개 면적과 맞먹는 대규모 유적으로, 2007년부터 발굴조사를 진행해 현재까지 1300기가 넘는 무덤이 확인됐다. 연구소는 27일 발굴조사 성과와 출토유물을 공개하는 현장설명회를 개최한다. 별도 신청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 경주의 오월, 책며들다… 창 안의 고도, 빠져들다 [박상준의 書行(서행)]

    경주의 오월, 책며들다… 창 안의 고도, 빠져들다 [박상준의 書行(서행)]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천년서고는 오월에 찾아야 한다. 서가의 창으로 ‘늦봄이나 초여름에 새로 나온 잎의 푸른빛’이 비치는데 휘황하다 못해 찬란하다. 불과 한두 해 전만 해도 찾는 이 없던 박물관 외진 자리의 수장고는, 이제 쉼을 찾는 관람객이 도란도란 둘러앉아 독서의 광합성을 즐기는 곳이 됐다. 초록 잎이 아느작대는, 사르르 한 오후의 햇살을 누리며, ‘신록의 계절’이란 이런 것이군 하며.●외져서 한갓진 ‘천년의 서고’ 신라천년서고는 국립경주박물관의 도서관이다. 박물관 서별관을 활용했다. 원래 서별관은 박물관 업무 공간이었다. 마지막 임무가 수장고였다. 그래서 박물관 중심에서 한 걸음 떨어진 외진 구역에 있다. 지금은 오히려 그 한갓진 자리가 매력이다.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천년서고에 가기 위해서는 박물관의 주요 전시관을 두루 지나야 한다. 정문으로 들어서 야트막한 동산을 끼고 돌자 본관 격인 신라역사관이 나타난다. 반대편은 불국사 다보탑과 석가탑 복제품이 있는 박물관 중정이다. 그 주변으로 월지관, 신라미술관 같은 또 다른 전시관과 야외 전시물이 위치한다. 사이사이로 웃자란 나무와 식물이 화창하다. 박물관과 같이 나이 먹었다면 50년 가까운 푸름이겠다. 물론 아직 신라천년서고는 보이지 않는다. 월지관 뒤편으로 한두 층 정도 높이를 낮춘 땅에 비껴 숨어 있는 까닭이다. 신라천년서고 가는 길을 두루뭉술하게라도 읊는 이유는 초록이 황홀하니 찬찬히 음미하며 걷고, 또 한편으로는 전시관 한 곳이라도 들렀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눈에 띄는 유물이 하나라도 있다면 신라천년서고에서 분명 반짝이는 책 한 권을 만날 수 있다. 그 책의 인연을 발견하는 동안 나른하게 스미는 햇살과 창밖으로 서성이는 신록이 더해져 추억이 되고, 그 장면과 장면이 모여 우리의 역사가 될 것이다. 역사란 인류와 사회 변천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연혁이기도 할 테니까. 신라천년서고를 값지게 즐기는 방법이다. ●닫힌 수장고에서 열린 도서관으로 신라천년서고의 외관은 의외로 덤덤하다. 신라역사관을 닮았지만 누가 지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물론 요즘 도서관 건물의 화려함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내부는 반전이다. 국내 실내디자인상을 대표하는 골든스케일베스트어워드 수상이 거저 주어졌을까. 신라천년서고의 리모델링은 김현대, 김수경 건축가가 맡았다. 외관은 그대로 두고 주로 내부를 디자인했다. 우선 옛 수장고의 기능을 지웠다. 안에서 밖을 넉넉히 볼 수 있도록 창을 늘렸고 천장을 걷어 층고를 높였다. 지붕부는 한옥 구조를 복원해 고풍스럽다. 반면 조명은 과하지 않게 내려 자연광과 부드럽게 섞인다. 기품과 안온함이 동시에 깃들어 있다.안으로 들어서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석등이다. 뒤편 창 너머로는 댓잎이 반짝인다. 대숲 사이로는 월지관으로 향하는 돌계단이 나 있다. 석등은 국보나 보물로 지정될 만큼 대단한 유물은 아니다. 그렇지만 신라천년서고의 맞이 공간에 서니 위풍 있고 당당하다. 박물관 야외 고선사지 삼층석탑 옆에 초라하게 있던 시절은 아득한 기억이다. 책은 시대를 밝힌 불빛이란 의미일 텐데, 도서관의 침묵을 흔들어 기분 좋은 긴장을 만든다. ●책 안에 경주의 역사가 오롯이 석등이 신라천년서고의 첫인상이라면 오른쪽 전시서가는 첫인사다. 표지가 보이도록 전시한 책들은 전국 국립박물관들의 도록이다. 국립공주박물관 ‘무령왕릉 50년 1971~2021’(2021. 9~2022. 3)부터 국립중앙박물관 ‘메소포타미아, 저 기록의 땅’(2022. 7~2024. 1)까지 스물네 권의 도록이다. 2~3년 상간 우리 국립박물관이 관심 가진 전시 주제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가운데 2022년에 있었던 국립경주박물관의 ‘낭산, 도리천 가는 길’의 전시 도록을 편다. 낭산은 경주 남산의 오타가 아니다. ‘신들이 노니는 숲’이라 해서 ‘신유림’(神遊林)이라 했던 산이다. 선덕여왕은 생전에 자신을 도리천에 묻어 달라고 유언했다. 신하들이 어디냐 물으니 ‘낭산 남쪽’이라 했다. 바로 그 낭산이다. 도록에는 ‘신라인들은 힘든 일이 있으면 낭산을 찾았다’고 나온다. 전시관에서 본 유물 가운데 낭산의 것이 있었나 기억을 더듬는다. 그러고는 휴대전화 지도 앱을 열어 낭산을 표시한다. 박물관에서 불과 2㎞ 거리다. 막 지나온 경주 여행이 신라천년서고에서 다시 시작된다.맞은편 ‘북큐레이션’ 방 역시 국립경주박물관만의 개성이다. 대표적인 큐레이션은 국립경주박물관의 전시다. 특별전 주제와 연결 고리를 가진 책들을 전시 큐레이터와 도서관 사서가 협의해 선정한다. 다음 특별전은 오는 7월 16일 시작하는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 70주년, 기억과 연결’전이다. 가족 여름휴가로 기대해 봐도 좋겠다. 큐레이션 방에 놓인 낡은 책상도 시선을 끈다. 관사에서 쓰던 가구와 문구류로 국립경주박물관 사람들의 역사인 셈이다.●근엄하지 않아 ‘눕독’ 북큐레이션 방을 나오자 정면 끝에 큰 세로 창이 벽을 대신한다. 시선은 창밖의 수묵당과 고청지의 소나무까지 단숨에 내달려 활짝 열린다. 머리 위로는 전통 한옥의 보와 동자주, 서까래 등이 고스란한데 이를 받치고 있는 건 콘크리트 기둥이다. 전통적인데 현대적이다. 서가는 그 좌우로 도열하며 창밖 풍경을 고조한다. 안과 밖을 연결하며 확장하는 힘이 세다. 두 건축가가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의 서가 구조를 떠올려 설계했다는 말이 이해된다. 풍경에 빼앗긴 넋을 수습하고 서가의 책들을 살핀다. 신라천년서고는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아카이브 한 10만여권 가운데 1만여권을 선별했다. 신라와 경주를 다룬 책들과 국립경주박물관 발간 도서 그리고 도서목록의 절반이 넘는 6000여권의 전시도록이다. 그래서 여느 도서관과 달리 서가 분류에 도록과 지역 박물관 등을 포함한다. 그렇다고 근엄한 도서관이라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신라천년서고 소개 글에 빠지지 않는 단어가 ‘눕독’(누워서 하는 독서)이다. 음료 반입과 가벼운 대화도 막지 않는다. 물론 실제로 누워서 독서할 수 있는 곳이 있지는 않다. 소파에 절반쯤 몸을 기댄 채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 충분하다.●푸르러 취하는 오월의 창가 그럼에도 이곳은 도서관. 책 여행을 빼놓을 수 없겠다. 오늘의 ‘읽만책’(읽다만 책)을 찾아 신라천년서고가 자랑하는 도록의 서가 사이를 거닌다. 역시나 크고 두꺼운, 만만하지 않은 제목의 책들은 선뜻 꺼내 들게 되지 않는다. 다행히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방에서 인상 깊게 조우했던 ‘반가사유상’(강우방, 민음사)이 보인다. ‘반가사유상’은 두 반가사유상을 세밀하게 클로즈업한 사진집에 가깝다. 덕분에 금관의 해와 달 문양, 뜻밖에도 아이 같은 개구진 표정, 심지어 두 반가사유상의 콧대 높이가 꽤나 다르다는 것을 발견한다. 멀리서 보던 것을 세세하게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즐거움, 그게 도록을 읽는 재미의 하나란 걸 뒤늦게 깨닫는다. 이번에는 작정하고 독서에 몰입한다. 소파에 기대 오른쪽 다리를 왼편 무릎 위에 걸치고 턱을 괸다. ‘조선의 소반’(국립전주박물관)과 ‘미물지생’(국립춘천박물관)의 조충도를 넘기는 동안 오월의 시간은 유유히 흐른다. 창밖으로는 햇살 아래 아지랑이처럼 느리게 걷는 연인들이 보이고 그들 곁으로 들뜬 초록이 파도친다. 마침 유리창 위로 이내 얼굴의 푸근한 미소가 번지는데 그게 반가사유상을 닮았다 하면 지나친 자아도취려나? 경주가 간직한 신라의 시간은 유독 깊고 천년서고의 시간은 홀로 느리게 흘러간다.●와우~! 여기가 ‘국립’이라고? 신라천년서고를 나와서 다시 국립경주박물관을 서성인다. 국립경주박물관의 전시관들은 공간 탐구 관점에서 봐도 흥미롭다. 신라역사관은 고 이희태 건축가가 1975년 설계했다. 상부는 황룡사구층목탑, 하부는 경복궁 경회루의 재해석이다. 콘크리트 기초 위에 한옥 지붕을 이고 처마 끝을 살짝 들어 올렸다. 주변으로는 열주가 건물을 두른다. 당시로는 고도 경주와 결을 맞추려는 최선이었겠다. 신라역사관의 실내 로비 등은 다음 세대 디자이너 양태오(태오양 스튜디오)가 2019년 바통을 이어 리모델링했다. 그는 ‘아키텍처럴 다이제스트’와 ‘바이 디자인’이 꼽은 세계 100대 디자이너(스튜디오)다. 로비와 진열장 틀 밖으로 나온 유물들, 신라의 장신구를 차용한 조명, 통로와 유리벽 너머로 품은 정원과 남산의 풍경은 기존 국립박물관의 문법을 기분 좋게 깨뜨린다. 월지관 또한 눈여겨봐야 한다. 동궁과 월지에서 발견한 유물을 주제별로 전시하는데 건축가 김수근이 1982년에 설계했다. 외관은 전통창고에서 착안했다. 골목을 산책하듯 이어지는 관람로가 흥미롭다. 아쉽게도 환경 개선을 위해 휴관 중(2025년 3월까지)이지만 외관을 장식한 전벽돌과 목재만으로 그 색깔을 드러낸다.●국보 신종과 석탑과 기이한 팽나무 건물에만 마음을 빼앗길까. 국립경주박물관은 야외가 넓고 옥외전시가 알차다. 가장 잘 알려진 문화재가 ‘에밀레종’으로 불리는 성덕대왕신종(국보)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이 현재 위치에 새로 개관하며 성덕대왕신을 이전해 왔는데 그해 경주에서 가장 큰 행사의 하나였다. 경덕왕이 아버지 성덕대왕을 기려 만든 종으로 혜공왕 때(771년)에 이르러 완성했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종 가운데 가장 크다. 종에 새긴 비천상이 세밀하고 아름답다. 성덕대왕신종은 박물관 입구에서 가깝고 종각 아래 있어 눈에 띈다. 반면 고선사지 삼층석탑(국보)은 신라미술관 남쪽에 치우쳐 지나치기 쉽다. 고선사는 원효대사가 머물던 사찰이다. 덕동댐 건설로 인해 물에 잠기게 되며 탑을 옮겨 왔다. 통일신라의 대표적인 석탑 형태로 그 생김이 단정하면서도 경쾌하다. 경주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국보)과도 닮았다. 박물관 야외 쉼터를 찾는다면 신라역사관 중정 쪽의 벤치가 좋다. 월지관 쪽에서 바라보면 건물에 등을 대고 자란 팽나무가 장관이다. 슬슬 고목의 태가 나는 팽나무는 기어이 지붕 위로 잔가지를 뻗었다. 맞은편으로는 비록 복제한 것이긴 해도 잘 빚은 다보탑과 석가탑이 우뚝 서 있다. 동남쪽 멀리 능선이 어리는데 저기 어디 즈음이 신라천년서고 도록에서 본 낭산이겠구나 싶다. ●일상이 역사요, 예술인 고도 신라천년보고는 박물관 중정에서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둔 개방형 수장고다. 영남권 유물을 보관하는 시설로 로비전시실과 전시수장고 등은 내부 관람이 가능하다. 전시수장고 진열장에는 신라 토기와 기와, 그릇의 파편이 빼곡하다. 그 일부는 신라천년서고가 수장고이던 시절의 유물이 수장, 전시돼 있다. 신라천년서고가 도서관이 되기 전 모습을 어림짐작할 수 있다. 수장 전시품은 QR코드가 세부 정보를 제공하는데 그보다 유물의 여정을 함께한다는 느낌으로 부담 없이 관람하는 게 좋다. 땅에서 나온 유물이 복원돼 가는 여정의 정류장인 셈이다. 국립경주박물관 인근에는 동궁과 월지, 첨성대, 계림 등이 유명하다. 모두 걸어서 오갈 만하다. 노동리고분군은 약 3㎞ 떨어진 거리다. 시내 길가에 봉황대, 금관총 등의 고분이 있어 이채롭다. 일상의 고도 경주를 체감한다.조금 결이 다른 여행지를 원할 때는 보문관광단지의 솔거미술관을 추천한다. 한국 수묵화의 거장 박대성 화백의 기증 작품 중심으로 꾸린 미술관이다. 경주엑스포대공원 내 경사진 땅에 기대선 건물은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했다. 전시실 벽의 일부가 창이라 작품과 더불어 아평지 연못, 경주타워 등이 보인다. 미술관 전시는 박대성 화백의 상설전과 다양한 주제의 기획전으로 나뉜다. 박대성 화백은 어릴 때 왼손을 다쳐 오른손만으로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그의 수묵화는 국경과 시대를 넘나든다. 몇 해 전 전시실에서 아이가 작품을 훼손했는데 ‘아무 문제도 삼지 말라’고 한 일화 역시 유명하다. 오는 6월 16일까지는 ‘소산수묵: 개방과 포용’이란 제목으로 ‘코리아 판타지’, ‘천년배산’ 등을 전시한다. 미술관둘레길을 따라 걸으며 김구림, 이강소 등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각별한 즐거움이다. [여행수첩] 경주 신라천년서고 ●오전 10시~ 오후 6시(월~금), 주말 및 공휴일 휴관 ●누리집 gyeongju.museum.go.kr (054)740-7630.
  • 키 130㎝·10세 내외의 신라 공주, 장신구로 ‘꽃단장’

    키 130㎝·10세 내외의 신라 공주, 장신구로 ‘꽃단장’

    약 1500년 전 세상을 떠난 신라 공주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비단벌레 날개 장식으로 꾸민 말다래와 무덤 주인의 것으로 여겨지는 머리카락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4일 경북 경주 서라벌문화회관에서 쪽샘 44호분 발굴 성과를 공개했다. 쪽샘 유적은 4~6세기 신라 왕족과 귀족이 묻힌 무덤으로 2007년부터 조사가 이뤄졌다. 44호분의 경우 2014년 5월부터 정밀 발굴조사에 나서 지난달 1350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조사 결과 총 780점의 유물이 출토됐다.비단벌레 날개 가장자리에 금동 테두리를 단 장식품은 2020년 발굴조사 당시 주인공의 머리맡에 마련된 부장 공간에서 수백점이 나왔다. 정확한 용도를 모르다가 오랜 분석 끝에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말다래(말 탄 사람 다리에 흙이 튀지 않도록 안장 밑에 늘어뜨리는 판)로 확인됐다. 이날 발굴단 복장을 하고 나선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비단벌레 딱지날개를 이용한 유물들은 황남대총, 금관총 등 신라 고분 가운데서도 최고 등급의 무덤에서만 확인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말다래는 천마총, 금령총, 금관총에서 나왔는데 모두 천마도가 중심이 됐다. 44호분 말다래는 처음 확인된 형식”이라고 설명했다.금동관 주변에서 나온 5㎝ 폭의 유기물 다발은 정밀 분석 결과 사람의 머리카락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인태 학예연구사는 “동물과 사람의 머리카락은 완전히 다르다. 44호분은 사람 모발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실물 자료로 이렇게 나오는 것은 처음이라 굉장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금동관에서는 세 가지 색실을 사용한 직물인 삼색경금(三色經錦)도 확인됐다. 금동 신발에서는 산양 털로 만든 모직물 성분도 나왔다. 삼국시대 …직물 자료로는 처음 발굴된 것이라 직물 연구사에도 중요한 유물로 평가받고 있다.무덤의 주인은 키 130㎝ 정도, 10세 내외의 신라 최상위 계층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물들도 대부분 주인의 신장에 맞게 아기자기한 것이 특징이다. 연구소는 보존 처리를 마친 유물을 오는 12일까지 발굴관에서 관람객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 신라 공주의 마지막 가는 길… 영롱한 비단벌레 날개 달고 훨훨

    신라 공주의 마지막 가는 길… 영롱한 비단벌레 날개 달고 훨훨

    초록빛 비단벌레 날개 장식이 예쁘게 달린 말다래, 정성을 들인 작은 금귀걸이, 반짝반짝 빛났을 금동신발과 금·은 팔찌와 반지…. 신라 공주의 마지막 가는 길에는 작고 예쁜 것만 가득했다. 쪽샘 44호분에서 나온 유물들을 보노라면 사랑스러운 어린 소녀를 보내는 안타까운 마음이 1500년의 세월을 건너 고스란히 전해오는 듯하다. 2014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1350일간의 발굴 조사를 마친 경주 쪽샘 44호분이 그간 숨겼던 이야기를 드러냈다. 쪽샘 유적은 4~6세기 신라 왕족과 귀족이 묻힌 무덤으로 44호분에서는 총 780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4일 경북 경주 서라벌문화회관에서 진행한 시사회에서는 대장정을 마친 발굴 성과들을 볼 수 있었다. 2020년 발굴조사 당시 무덤 주인의 머리맡에 마련된 부장 공간에서는 비단벌레 날개 가장자리에 금동 테두리를 단 장식품 수백점이 나왔다. 그간 용도를 정확히 몰랐다가 오랜 분석 끝에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말다래(말 탄 사람 다리에 흙이 튀지 않도록 안장 밑에 늘어뜨리는 판)였음이 확인됐다.이날 발굴단 복장을 하고 나선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비단벌레 딱지날개를 이용한 유물들은 황남대총, 금관총 등 신라 고분 가운데서도 최고 등급의 무덤에서만 확인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말다래는 천마총, 금령총, 금관총에서 나왔는데 모두 천마도가 중심이 됐다. 44호분 말다래는 처음 확인된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신라인들의 장례문화를 보면 죽은 이가 저세상으로 가는 길에 말과 날개를 많이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날개 달린 말을 그린 천마도가 대표적이다. 쪽샘 비단벌레 날개로 말다래를 장식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현재 비단벌레는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지만 신라 시대에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단벌레 날개 장식은 금동판에 비단벌레 딱지날개 2매를 겹쳐 올리고 그 위에 둘레 가장자리를 장식하는 금동판을 올린 후 실로 고정해 제작했다. 중심부를 둘러싸고 4점의 장식이 결합해 꽃잎 모양을 구성했고, 이런 꽃잎 모양 50개가 말다래에 각각 부착돼 당시 찬란했던 신라 공예 기술을 보여주고 있었다. 원본은 세월과 함께 빛이 바랬지만 재현품을 통해 제작 당시의 찬란함을 감상할 수 있었다. 연구소는 2020년 유물 발굴 당시 무덤 주인의 키를 150㎝ 전후로 봤으나 유물들을 분석하면서 키가 더 작고 어린 여성일 것으로 판단했다. 나이는 10살 전후로 본다. 심현철 특별연구원은 “출토된 유물을 수습하기 전이라 당시 상황으로 추정했는데 유물을 수습해 정확한 규격을 확인했다”면서 “10세 소녀인 것은 적극적인 자료가 나오지 않아 추정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요즘 10세 여아 크기가 133~135㎝ 정도이고 고대라서 그거보단 조금 작은 정도로 추정했다”고 말했다.금동관 주변에서 나온 5㎝ 폭의 유기물 다발은 정밀 분석 결과 사람의 머리카락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인태 학예연구사는 “동물과 사람의 머리카락은 완전히 다르다. 44호분은 사람 모발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실물 자료로 이렇게 나오는 것은 처음이라 굉장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정밀조사 결과 1㎝ 내외 두께로 모발을 모아 직물로 감거나 장식한 것으로 봤다. 이는 고대인의 머리꾸밈새를 복원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어린 공주의 무덤답게 유물들도 아기자기하고 예쁜 것이 특징이다. 금귀걸이는 여러 유물 중에서도 가장 보존 상태가 좋아 귀걸이를 달았을 모습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한다. 금동관의 경우는 신라 어린 왕자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금령총에서 출토된 유물보다도 작다. 금동관에서는 홍색(꼭두서니 염색), 자색(자초 염색), 황색(원료 미상) 3가지의 색실을 사용해 무늬를 나타낸 직물인 삼색경금(三色經錦)도 확인됐다. 삼색경금은 숙련된 기술과 시간이 필요해 최상위계층 고분에서만 확인된다. 또한 금동신발에서는 가죽, 견직물, 산양털로 만든 모직물도 확인됐다. 삼국시대 직물 자료로는 처음 발굴된 것이라 직물 연구사에도 중요한 유물로 평가받는다.연구소는 장례 당시 4명 이상이 순장됐을 것으로 봤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에서 순장 풍습은 502년 금지됐다. 이 무덤은 그 이전의 곳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이번 조사발굴 성과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진들이 모여 분석해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보존과학, 의류직물학, 토목공학, 지질학 등 여러 분야가 협업해 보다 정밀한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연구소는 12일까지 쪽샘유적발굴관에서 보존 처리를 마친 유물을 출토 당시의 모습으로 재현해 공개할 예정이다.
  • 신라 무덤서 머리카락 다발… “키 130㎝ 10살 공주가 주인”

    신라 무덤서 머리카락 다발… “키 130㎝ 10살 공주가 주인”

    1500년 전 신라고분 돌무지덧널무덤10년 발굴…무덤 주인 공주로 드러나삼색경금과 비단벌레 장식 등 부장품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10년 가까이 발굴조사를 벌여온 경주 쪽샘지구 신라고분 44호 돌무지덧널무덤의 주인은 키 130㎝, 10살 전후 나이의 공주로 파악됐다. 부장품과 머리카락 뭉치 등을 확인한 결과다. 2020년 11월 경주 쪽샘지구 44호 무덤 금동관 주변에서 발견된 5㎝ 폭의 유기물 다발은 분석 결과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파악됐다. 삼국시대 유적에서 사람의 머리카락이 나온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와 함께 유기물 다발을 감싸고 있는 직물흔이 발견됐는데, 형태학적 특징과 맵핑 분석을 통해 모발의 특징인 황(S) 성분이 검출됐다. 머리카락 감싼 직물 형태로 여러 가닥을 한데 묶은 머리 꾸밈새를 추정할 수 있었다. 유기물 다발 주변에 두개골 조각과 부장품 분석 등을 종합한 결과 무덤 주인공은 키 130㎝ 내외, 나이 10세 전후의 신라 왕실 여성으로 추정됐다. 금동관에서는 3가지 색의 실을 사용한 직물인 삼색경금(三色經錦)도 확인됐다. 삼국시대 직물로는 실물이 확인된 첫 사례라 앞으로 중요한 연구 자료로 쓰일 전망이다. 이 무덤에서는 황남대총, 금관총 등 최상급 무덤에서만 그 존재가 확인된 비단벌레 장식이 수십점이나 쏟아지기도 했다. 1500년 전 어린 공주와 함께 묻힌 비단벌레 장식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독특한 형태로도 이목을 끌었다. 발견된 비단벌레 장식은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죽제(竹製) 직물 말다래의 일부로 확인됐다. 말다래는 말을 탄 사람의 다리에 흙이 튀지 않도록 안장 아래에 늘어뜨리는 판으로 쪽샘 44호 무덤 속 말다래는 대나무 살을 엮어 가로 80㎝, 세로 50㎝ 크기의 바탕 틀을 만든 뒤 직물을 여러 겹 덧댔다. 그 위에는 비단벌레 딱지날개로 만든 꽃잎 모양 장식을 올렸다. 동그란 장식을 가운데 두고 위아래 좌우에 비단벌레 장식 4점을 더한 식이다. 문화재청과 연구소는 이날 서라벌문화회관에서 연구·조사 성과를 정리하는 행사를 열어 44호 무덤에서 나온 유물과 이를 복원한 재현품을 함께 선보인다. 보존 처리를 마친 유물은 오는 12일까지 쪽샘유적발굴관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 [기고] 토우로 살펴보는 신라사회/김재홍 국민대 한국사학과 교수

    [기고] 토우로 살펴보는 신라사회/김재홍 국민대 한국사학과 교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이라는 제목으로 상형토기와 토우장식토기를 주제로 한 특별전을 열고 있다. 채 10㎝도 되지 않는 작은 인형이지만 웃고 우는 다양한 표정, 사랑을 나누는 남녀, 춤추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개구리를 물고 있는 뱀, 달리는 말 등 표현도 무척 다양하다. 신라인의 하루하루 일상을 전하며, 지금은 한반도에 존재하지 않는 개미핥기나 가마우지를 보면서 신기해하기도 한다. 이 토우는 1926년 5월 경주 황남동에서 기차역 공사에 필요한 흙을 퍼내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발굴조사는 시도하지도 않았고, 각종 토기에서 떨어진 채로 급하게 수습됐다. 긴목 항아리, 뚜껑 등에 붙어 있었을 토우는 그 원형을 잃어버렸다. 역설적이게도 이 때문에 토우의 예술성과 장식성이 주목받게 됐다. 또한 토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높은 상징성과 함축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신라인들이 무덤을 만들고 장례 치르는 과정에서 다양한 서사를 토우에 표현했던 것이다. 토기가 만들어진 시기는 5세기 후반에서 6세기 전반이다. 신라사에서 가장 역동적인 마립간(당시의 왕호) 시기이다. 이 시기에 황남대총 북분, 금관총, 서봉총, 금령총, 천마총 등 대형 적석목곽묘가 조성됐으며 금관도 다수 발견됐다. 금관총에서 찾은 유물 중에는 ‘이사지왕’(尒斯智王)이라는 왕명이 새겨진 장식대도도 있었다. 지증왕 이전에 이미 왕호로 마립간과 더불어 왕이 사용되고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큰 돌무지덧널무덤에는 금 장신구를 비롯한 화려한 부장품이 많이 묻혔지만, 작은 무덤에는 토우로 장식된 토기가 묻히기도 했다. 신라 사회가 크게 변화하는 와중에 장례 의식에는 사회 질서가 반영됐다. 이를 해석하고 복원할 수 있는 중요 자료가 바로 토우이다. 토우에는 유달리 새의 깃털을 단 인물, 새의 가면을 쓴 사람이 말을 타고 가거나 걸어가는 형상이 많이 표현돼 있다. 이 시기 마립간의 부인 이름은 아류(阿類), 아로(阿老) 등이 많으며 박혁거세의 부인인 알영과도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모두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고 죽은 이의 영혼을 천상 세계로 인도하는 여사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새(鳥)와 관련된 인명도 있었는데, 박제상의 처인 치술부인과 지증마립간의 어머니인 조생부인이다. 고대 사회에서 새는 조상의 혼을 하늘로 인도하는 존재이자 곡물을 나르는 곡령신(穀靈神)을 의미한다. 하늘에 제사 드리는 사제는 새의 복장을 하고 제의를 주관하며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고 죽은 이의 영혼을 천상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 모습이 토우에 남아 있다. 눈을 크게 떠야 잘 보이는 작은 토우이지만 전시실 공간을 꽉 채운 듯이 늘어서 있는 토우를 보면서 신라 사회를 좀더 풍요롭게 해석·복원할 수 있는 뜻깊은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 국립마한역사센터 고대 마한 심장에 나주 ‘100년 노력’

    국립마한역사센터 고대 마한 심장에 나주 ‘100년 노력’

    광주시와 전남도, 전북도, 충남도 등 광역자치단체 4곳이 문화재청에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유치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경쟁이 시작됐다. 문화재청은 영산강 유역을 중심으로 고대 문화를 꽃피운 마한의 역사를 복원하고 관광문화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를 설립한다. 그동안 ‘고대 마한의 수도’를 자처했던 전남 나주시는 지난달 17일 도에 센터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6일 밝혔다. 나주가 가진 마한의 역사성과 상징성, 당위성을 신청서에 담았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나주를 빼놓고 영산강 유역 마한의 역사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나주는 마한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를 나주에 유치하는 것은 마한 역사의 실체를 규명하고 정립하려고 노력한 나주 시민들의 노력과 성과의 마침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한 역사 실리콘밸리 나주나주는 ‘내륙의 바다’ 역할을 한 영산강의 물길을 통해 바다와 육지를 연결한 고대 문명 교류의 거점이자 독자적인 문화를 꽃피웠던 마한의 핵심 지역으로 손꼽힌다. 실제로 나주는 국보 295호 ①금동관을 비롯해 보물 ②금동신발과 같은 마한 관련 지위와 권세를 나타내는 금은 장식 위세품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지역이다.특히 마한 문화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다수의 대형 옹관고분, 그중에서도 국내에서 가장 큰 3.28m의 옹관(왕곡면 마산 화정일 1호구분 출토 옹관)이 2008년 발굴됐다. 옹관을 제조했던 옹관 가마 유적도 나주 오량동에 있다. 옹관 가마는 마한 시대에 옹관을 생산하고 유통했던 생생한 유적이다. 이 때문에 나주는 ‘마한의 실리콘밸리’로 손색이 없다. 2021년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가 영산강 유역 마한역사문화권 12개 지방자치단체별 관련 유적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총 2567개 유적 가운데 나주시에만 403개가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독보적으로 많다.●마한 복원사업 주도 100년 마한 관련 역사성도 남다르다. 나주의 마한사 복원 최초 기록은 100년을 넘게 거슬러 올라간다. 1917년 조선총독부 고적조사단에서 발굴한 반남 신촌리 고분 9호분에서 금동관, 금동신발을 비롯한 지배층의 위세품이 다량으로 출토됐다. 공주 무령왕릉, 경주 금관총의 발굴조차 이뤄지지 않았던 때 한반도 내 최상위 지배자의 상징인 금동관이 나주에서 처음 발굴돼 의미가 크다. 정부는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시대 국가와 공존했던 가야역사문화의 역사적 중요성을 뒤늦게 알고 국정과제로 채택해 체계적인 복원·정비를 추진했다. ‘잃어버린 역사’로 등한시했던 마한역사문화를 2020년에 제정된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에 포함했다. 그렇게 되기까지 나주시의 숨은 노력이 작용했다. 어느 지역보다 역사적 정체성을 확립하려고 마한사 복원사업을 추진했고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나주시는 1988년 반남고분 종합조사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잃어버렸던 마한사 조사와 연구를 사실상 주도했다. 특히 국립나주박물관과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등 나주에 모여 있는 국립 학술연구조사 기관과 협업해 성과를 거뒀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은 1996년 영산강 유역 다시면 복암리고분 3호분을 발굴·조사했다. 그 결과 유례없는 일명 ‘아파트형 고분’ 형태의 다양한 묘제를 발굴해 냈다. ●마한 새로운 100년 불굴의 도전 나주시는 2016년 다시면 복암리고분 3호분의 크기와 구조를 국내 최초 1대1 비율로 복원해 놓은 복암리 고분전시관을 설립했다. 2002년에는 옹관을 제조했던 옹관 가마를 발견했다.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유적을 발굴·조사하고 70기의 옹관 가마와 각종 유구를 출토했다. 옹관 제작에 관한 궁금증도 이때 풀렸다. 옹관 재현 프로젝트를 통해 실험 고고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는 나주시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정촌 고분을 발굴·조사했다. 2014년 정촌 고분에서는 완전한 형태의 용머리 장식 금동신발 한 쌍이 금동관 편과 함께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같은 나주시의 노력은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를 유치해야 하는 당위성과 연결된다.●‘잃어버린 역사’ 재정비 최적지 반남 신촌리 9호분에서 출토된 금동관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80년 만인 1997년 국보 제295호로 지정됐다. 나주시는 금동관 출토 100주년인 2017년 국립나주박물관과 함께 특별전 ‘신촌리 금동관, 그 시대를 만나다’를 연 데 이어 ‘나주 신촌리 금동관의 재조명’을 주제로 국제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하며 나주에서 출토된 마한 시대 금동관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조명했다. 나주시는 검인정 교과서에 3~4줄 설명에 그쳤던 마한 역사를 재조명하기 위해 2015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마한 역사 교과서를 발간했다. 여기에 마한문화제(6회)와 마한 관련 학술대회(14회)를 열고 마한 유적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등재를 준비하는 등 지금도 마한 역사를 규명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이렇듯 나주는 마한사 복원 노력의 흔적과 정책적 성과가 있어 다른 지역과 차별되는 독보적인 지역이다. 나주시는 대표 축제인 마한문화제를 개최해 2000년 전 영산강 유역에 융성했던 고대 마한의 역사·문화 중심지임을 알리고 있다. 시는 오는 10월 국립나주박물관 일원에서 ‘제7회 대한민국 마한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윤 시장은 “마한문화제가 역사문화관광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며 “잔칫집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함께 즐기고 힐링하는 모두의 축제가 되도록 다양하고 알찬 프로그램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 나주 마한을 탐(探)하다 “국립마한역사센터 유치 나섰다”

    나주 마한을 탐(探)하다 “국립마한역사센터 유치 나섰다”

    광주시와 전남도, 전북도, 충남도 등 광역자치단체 4곳이 문화재청에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유치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경쟁이 시작됐다. 문화재청은 영산강 유역을 중심으로 고대 문화를 꽃피운 마한역사를 복원하고 관광문화자원으로 활용하려고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를 설립한다. 그동안 ‘고대 마한의 수도’임을 주창했던 전남 나주시는 지난달 17일 도에 센터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6일 밝혔다. 나주가 가진 마한의 역사성과 상징성, 당위성을 신청서에 담았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나주를 빼놓고 영산강 유역 마한 역사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나주는 마한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를 나주에 유치하는 것은 마한 역사의 실체를 규명하고 정립하려고 노력한 나주시민들의 노력과 성과에 마침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한역사 실리콘밸리 나주나주는 ‘내륙의 바다’ 역할을 한 영산강 물길을 통해 바다와 육지를 연결하는 고대 문명 교류의 거점이자 독자적인 문화를 꽃피웠던 마한의 핵심 지역으로 손꼽힌다. 실제로 나주는 국보 295호 금동관을 비롯해 보물 금동신발과 같은 마한 관련 지위와 권세를 나타내는 금은 장식 위세품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지역이다. 특히 마한문화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다수의 대형 옹관고분, 그중에서도 국내에서 가장 큰 3.28m의 옹관(왕곡면 마산 화정일 1호구분 출토 옹관)이 지난 2008년 발굴됐다. 옹관을 제조했던 옹관 가마 유적도 나주 오량동에 있다. 옹관 가마는 마한시대에 옹관을 생산하고 유통했던 생생한 유적이다. 이 때문에 나주는 ‘마한의 실리콘밸리’로 손색이 없다. 2021년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가 영산강 유역 마한역사문화권 12개 지자체별 관련 유적알 총괄한 결과 총 2567가지 중 나주시에만 403가지가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독보적으로 많다. ● 마한 복원사업 주도 100년 마한 관련 역사성도 남다르다. 나주의 마한사 복원 최초 기록은 100년을 넘게 거슬러 올라간다. 1917년 조선총독부 고적조사단에서 발굴한 반남 신촌리 고분 9호분에서 금동관, 금동신발을 비롯한 지배층의 위세품이 다량으로 출토됐다. 이 시기에는 공주 무령왕릉, 경주 금관총의 발굴조차 이뤄지지 않은 때로 한반도 내 최상위 지배자의 상징인 금동관이 나주에서 처음 발굴돼 의미가 크다.정부가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시대 국가와 공존했던 가야역사문화의 역사적 중요성을 뒤늦게 알고 국정과제로 채택해 체계적인 복원·정비를 추진했다. ‘잃어버린 역사’로 등한시했던 마한역사문화를 2020년에 제정된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에 포함했다. 그렇게 되기까지 나주시의 숨은 노력이 작용했다. 어느 지역보다 역사적 정체성을 확립하려고 마한사 복원사업을 추진했고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나주시는 1988년 반남고분 종합조사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잃어버렸던 마한역사 조사와 연구를 사실상 주도했다. 특히 국립나주박물관과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등 나주에 모여 있는 국립 학술연구조사 기관과 협업, 성과를 거뒀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1996년 영산강 유역 다시면 복암리고분 3호분을 발굴·조사했다. 그 결과 유례없는 일명 ‘아파트형 고분’ 형태의 다양한 묘제를 발굴해냈다. 나주시는 2016년 다시면 복암리고분 3호분의 크기와 구조를 국내 최초 1대1 비율로 복원해놓은 복암리 고분전시관을 설립했다. 2002년에는 옹관을 제조했던 옹관 가마를 발견했다.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유적을 발굴, 조사하고 70기의 옹관 가마와 각종 유구를 출토했다. 옹관 제작에 관한 궁금증도 이때 풀렸다. 옹관 재현 프로젝트를 통해 실험 고고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 2013년부터 2016년에는 나주시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정촌고분을 발굴·조사했다. 2014년 정촌 고분에서는 완전한 형태의 용머리 장식 금동신발 한쌍이 금동관 편과 함께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같은 나주시의 노력은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를 유치해야 하는 당위성과 연결된다. ● ‘잃어버린 역사’ 재정비 최적지 반남 신촌리 9호분에서 출토된 금동관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80년 만인 1997년 국보 제295호로 지정됐다. 나주시는 금동관 출토 100주년인 2017년 국립나주박물관과 함께 특별전 ‘신촌리 금동관, 그 시대를 만나다’를 연 데 이어 ‘나주 신촌리 금동관의 재조명’을 주제로 국제 학술심포지엄 개최하며 나주에서 출토된 마한시대 금동관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조명했다. 나주시는 검인정 교과서에 3~4줄 설명에 그쳤던 마한역사를 재조명하기 위해 2015년 전국에서 처음 마한역사 교과서를 발간했다. 여기에 마한문화제(6회)와 마한 관련 학술대회(14회)를 열고 마한유적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등재 준비 등 지금도 마한역사 규명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이렇듯 나주는 마한사 복원 노력의 흔적과 정책적 성과가 있어 다른 지역과 차별되는 독보적인 지역이다. 나주시는 대표축제인 마한문화제를 개최해 2000년 전 영산강 유역에 융성했던 고대 마한 역사·문화 중심지임을 알리고 있다. 시는 오는 10월 국립나주박물관 일원에서 ‘제7회 2023년 대한민국 마한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윤 시장은 “마한문화제가 역사문화관광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며 “잔칫집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함께 즐기고 힐링하는 모두의 축제가 되도록 다양하고 알찬 프로그램을 준비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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