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포 죽전골목에 스민 詩心…나해철 시인 북콘서트
나주시 영산포의 100년 골목, 죽전(竹田)길에 시(詩)의 울림이 퍼진다.
오는 18일 금요일 오후 7시, 나주시 영산2길 23 1층에 자리한 ‘책방 타강’에서 나해철(羅海哲) 시인을 초청한 ‘타강 인문학 북콘서트’가 열린다. 영산강의 기억과 어머니, 그리고 우리말의 뿌리를 오래 천착해 온 시인의 육성을 가까이에서 듣는 자리다. 55아트센터와 책방 타강, 입체교육연구소가 공동 주관하며, 좌석은 선착순 30명으로 제한된다.
이번 무대는 나 시인의 신작 시집 『엄니 옴마 어무니 말씀』에 담긴 어머니의 의미를 조명하고, 시인이 간직해 온 고향 영산포의 옛 풍경과 미래 비전을 함께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17일 서울신문은 북콘서트에 앞서 나 시인을 만나 시집의 집필 배경과 어머니에 대한 사유, 영산포의 문화적 재탄생 방안을 들었다.
― 신작 시집 『엄니 옴마 어무니 말씀』을 펴낸 배경이 궁금하다.
“내 시 작업은 우리 사회의 아픔과 공동체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공동체의 의미를 깊이 곱씹었고, 하루 한 편씩 시를 써 시집 『영원한 죄 영원한 슬픔』으로 묶어냈다. 이후 관심은 공동체의 본래 정신과 가치로 뻗어 갔고, 그 연장선에서 신화시집 『물방울에서 신시(神市)까지』를 펴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우리말의 뿌리와 고대사에 눈을 돌리게 됐다. 산스크리트어를 비롯한 고대 언어와의 연관성에 주목해 탐구한 결실이 바로 이번 시집이다.”
― ‘어머니는 마고(麻姑)’라는 정의가 인상 깊다. 시인에게 어머니란 어떤 존재인가.
“우리 신화 속 마고 여신은 세계 만물을 창조한 존재다. 어머니가 나를 있게 하셨고, 내가 있음으로 해서 세계의 모든 물상(物象)이 존재한다. 나를 있게 하신 일이 곧 세계를 있게 하신 일이다. 나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어머니는 가장 오래된 종교의 대상이며, 생명을 낳고 세계를 열어 주는 근원적 존재다.”
― 고향 영산포에 대한 남다른 기억과 앞으로의 모습을 들려 달라.
“어린 시절 기억 속 영산포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포구에 배가 들고, 집 앞 또랑에서 미꾸라지와 붕어를 잡던 장면이 지금도 선연하다. 과거와 같은 교통·물류·산업 여건을 되돌리기 어려운 지금, 영산포는 문화산업에 새롭게 눈을 떠야 한다. 영산강의 자연 자원과 마한(馬韓)의 역사, 이 땅에 쌓여 온 이야기들을 문화 콘텐츠로 길어 올리고, 각지의 문화예술인을 불러들인다면 전남권을 대표하는 ‘문화마을’로 자라날 수 있다. 사람들이 다시 모여 기쁨을 나누는 마을이 되기를 꿈꾼다.”
이번 행사가 열리는 책방 타강은 영산포의 오래된 죽전골목 한 자락에 둥지를 틀고, 책과 문학·공연·지역의 이야기를 잇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꾸준히 이어 오고 있다.
책방 타강 홍은영 대표는 “영산포가 품은 영산강과 포구, 홍어, 마한의 역사, 오래된 골목과 사람들의 이야기 자체가 훌륭한 문화 콘텐츠”라며 “영산포 출신 나해철 시인의 문학을 통해 지역의 기억을 다시 발견하고, 책방 타강이 작지만 지속 가능한 문화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