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고요
    2026-09-15
    검색기록 지우기
  • 사과
    2026-09-1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2,789
  • ‘독설’ 이하늘마저 혀 내두른 한동훈의 ‘반전 대응’…“판 바꿀 줄 아네”

    ‘독설’ 이하늘마저 혀 내두른 한동훈의 ‘반전 대응’…“판 바꿀 줄 아네”

    그룹 DJ DOC의 멤버 이하늘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최근 온라인에서 연달아 화답을 주고받아 눈길을 끌고 있다. 이하늘이 한 의원을 향해 “판을 바꿀 줄 아는 똑똑하고 무서운 사람”이라며 높이 평가하자 한 의원은 이 발언 장면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하며 응수했다. 앞서 이하늘은 최근 유튜브 채널 ‘잡기왕 이하늘’을 통해 정치 상황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영상에서 “지금 더불어민주당 쪽에서 김민석 대표든 송영길이든 누가 나오더라도 한동훈한테 안 될 걸”이라며 한 의원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했다. 이어 한 의원을 두고 과거 ‘뚜껑’이라 부르며 비판했던 일을 떠올리고서는 “그동안 내가 한동훈더러 ‘뚜껑, 뚜껑’ 거리면서 엄청 놀렸는데 난 X된 것 같다. 나중에 한동훈이 되면 나 X될 거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 의원의 입지가 커질수록 자신의 처지가 난처해질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이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자 한 의원은 지난 13일 자신의 SNS에 이하늘의 발언 장면을 캡처해 올리며 “팬입니다ㅎ. 화이팅!”이라는 짧은 응원 글을 남겼다. 게시물에는 배경음악으로 DJ DOC의 대표곡 ‘DOC와 춤을’을 넣어 눈길을 끌었다. 이후 한 의원의 반응을 접한 이하늘은 차량 운전석에서 찍은 영상으로 재차 답했다. 이하늘은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웃으며 ‘팬입니다’라고 받아치니 할 말이 없어진다”며 “옛말에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딱 맞는다”고 말했다. 이어 “판을 바꿀 줄 아는 정말 똑똑하고 무서운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이하늘의 이 같은 평가에 다시 한 의원은 14일 해당 영상을 공유하며 “웃는 얼굴에도 침을 뱉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어쨌든 DJ DOC 화이팅”이라는 응원의 글을 남겼다.
  • 채신덕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제18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개막식 참석

    채신덕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제18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개막식 참석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채신덕 위원장(더불어민주당, 김포2)은 지난 10일 파주 출판도시 지지향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18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해 영화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축하하고, 다큐멘터리와 문화예술이 지닌 사회적 가치와 역할을 강조했다. 이번 일정은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추진한 도내 주요 문화·예술 분야 현장 방문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채 위원장은 상임위원들 및 영화제 관계자, 국내외 영화계 인사들과 개막식에 함께 참석해 현장 분위기를 면밀히 살피고 문화예술계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제18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9월 10일부터 16일까지 7일간 파주시와 고양특례시 일대에서 개최되며, 국내외 우수 다큐멘터리를 포함한 다채로운 작품과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과 소통한다. 올해 슬로건은 ‘평화는 침묵하지 않는다(Peace is not silent)’이다. 채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평화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고요한 상태가 아니라,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사라져가는 목소리를 기록하며 함께 살아갈 길을 찾는 적극적인 행동”이라며 영화제가 담고 있는 메시지에 공감을 표했다. 특히 DMZ가 분단과 대립의 상징을 넘어 평화와 생명, 공존과 미래를 이야기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문화가 있다​고 강조했다. 채 위원장은 “한 편의 영화가 세상을 당장 바꾸지는 못할지 모르지만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며 “움직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이면 결국 사회가 움직이고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영화제가 침묵했던 목소리에는 용기를, 멀어졌던 사람들에게는 연대를, 그리고 우리에게는 평화를 향한 새로운 시선을 선물하는 영화제가 되기를 바란다”며 “제18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힘찬 출발을 축하드리며, 이곳에서 시작된 이야기들이 더 멀리, 더 오래 울려 퍼지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 제주개발공사, ‘삼다수숲길 사운드워킹’으로 성평등의 길을 묻다

    제주개발공사, ‘삼다수숲길 사운드워킹’으로 성평등의 길을 묻다

    “잠시 눈을 감고, 새소리, 바람 소리에 집중해보세요.” 지난 12일 제주시 교래리 삼다수숲길. 참가자들이 걸음을 멈추고 숲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와 새소리,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가 고요한 숲길을 채웠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소리였다. 참가자들은 서로의 속도를 맞추며 천천히 숲길을 걸었다. 제주삼다수를 생산·유통하는 제주개발공사는 지난 12일, 13일 양일간 도민 100명을 대상으로 ‘평등한 숲길, 삼다수숲길 사운드워킹’을 총 4회 진행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제주도의 ‘2026년 성평등협의회 성평등 문화 특화사업’의 일환으로 기관 특성을 반영해 기획한 사업이다. 단순한 숲 체험이 아니라 가정과 숲, 일터에서 성평등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출발 전 참가자들에게는 또 하나의 과제가 주어졌다. 가정에서 성평등 교육 영상을 시청한 뒤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성평등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사전미션이었다. 집에서 한번 생각해보고, 숲에서는 직접 체감해보는 방식이다. 제주개발공사는 강의실에서 일방적으로 듣는 성평등 교육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제주도의 ‘2026년 성평등협의회 성평등 문화 특화사업’의 하나로, 공사의 특성인 제주 자연자원을 활용했다. 또한 지난 8일에는 현장에서 근무하는 여성 환경직 직원 10명을 대상으로 성장 지원 교육을 실시했다. 개인의 성향과 강점을 이해하는 자기 탐색과 정서 환기 프로그램을 통해 스트레스 관리와 자기돌봄 역량을 높이는 데 초점을 뒀다. 제주개발공사 관계자는 “우리 공사의 특성에 맞게 제주 자연 자원을 활용해 성평등이라는 주제를 보다 편안하게 경험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며 “앞으로도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개발공사는 이번 프로그램을 계기로 성평등 교육에만 머무르지 않고 가정과 일터, 지역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는 문화로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 ‘不敬 아닌 佛經’ 반야심경·전자음악 하나로… 한일 ‘힙 불교’ 이심전심

    ‘不敬 아닌 佛經’ 반야심경·전자음악 하나로… 한일 ‘힙 불교’ 이심전심

    힙합·록 접목해 불경 알리는 선승유튜브 구독 108만… 조회수 1억회“만사 받아들이고 상호 공존해야불교, 고요히 마음 바라보는 도구” 어떻게 가더라도 결국 ‘깨달음’에 이르면 된다. 그곳으로 가는 길이 즐겁고 흥겹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반야심경(般若心經)을 외는 승려의 목소리에 전자음악이 더해진다. 불경(佛經)에 대고 이러는 것이 불경(不敬)한가? 아니다. 독경 소리는 더욱 청청하게 울려 퍼진다. 다음달 30일 첫 내한 공연을 펼치는 일본인 승려 간호 야쿠시지를 서면으로 만났다. 일본 에히메현 이마바리시에 있는 절 가이젠지의 16대 부주지이자 선승(禪僧)인 그는 불경을 현대음악과 조화롭게 접목한 것으로 주목받는 세계적인 사운드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유튜브 구독자만 108만명, 그가 올린 음악 클립들은 현재 여러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청자와 만나고 있으며 누적 조회수는 1억회가 넘었다. 이 독창적인 ‘만남’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교토에서 수행하던 시절 매일 아침 4시 30분에 일어나 10명 정도 수행승과 함께 독경했습니다. 경전 위에 목소리가 겹칠 때 마음이 차분해지더라고요. 그 감각이 오래 남았고 수행이 끝난 후 ‘내가 직접 화음을 쌓아 그 감각을 재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단순한 호기심이었죠. 그렇게 코러스를 겹치고 기타와 퍼커션을 넣어 첫 편곡을 완성했습니다.” ‘반야심경 음악’으로 그가 관객을 만난 지 올해로 꼬박 10년이 된다. 누구나 이름은 들어봤지만 제대로 이해하기엔 난해하기 짝이 없는 반야심경이 간호 스님의 손을 거치며 다채롭게 변신한다. 전자음악, 힙합, 록 등과 결합하며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불자(佛子)는 물론 일상 속 평화와 구도를 원하는 모든 이에게 위로를 전했다. 월드투어를 겸해 열리는 이번 공연의 부제는 ‘조화의 원’이다. “지난 10년간 음악 활동은 저에게는 모두 수행이었습니다. 망설임도, 갈등도 있었고 제 마음에 여러 고집과 치우침이 있다는 걸 깨달았죠. 하지만 도망치거나 덮어둔다고 행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런 10년을 나타내는 말로 ‘원’(圓)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일을 받아들이며 자신과 계속 마주하는 것. 그리고 내가 모든 연결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아는 것.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공존하는 게 삶에서 중요한 것이죠.” 간호 스님의 공연은 국내 ‘힙불교’(힙한 불교) 열풍과도 맞닿으며 관심을 끌고 있다. 동시대 젊은 세대에게 불교는 고리타분한 종교가 아니다. 멋지게 즐길 수 있는 문화이자 삶을 풍요롭게 바꿔주는 다정한 철학이다. ‘전자음악 반야심경’도 힙불교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번뇌와 집착에서 벗어나는 길이 즐겁지 말라는 법은 없다. 역설적이지만, 괴롭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는 괴롭지 않을 수 있다. “최근 한국 드라마에서도 절이 나오는 장면이 늘어난 것 같더라고요. 한국의 젊은 세대에서 불교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마음의 안정을 찾거나 막연한 불안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물건과 정보가 넘쳐나고 생각이 앞서기 쉬운 시대입니다. 그 가운데 불교가 지닌 ‘고요함’의 이미지와 단지 자신의 마음(心)을 바라보는 시간이 새롭고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간호 스님의 공연은 불자만을 위한 것이 절대 아니다. 현대 사회의 치열한 갈등과 경쟁에 지친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와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불교는 하나의 종교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종교라는 틀을 넘어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신을 알아가는 도구로도 존재했으면 합니다. 음악이든 사찰이든 패션이든 무엇이든 입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 생긴다면, 그것만으로도 아주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 “범, 단군 신화의 개척자”… 잊힌 존재서 예술의 새 지평 열다

    “범, 단군 신화의 개척자”… 잊힌 존재서 예술의 새 지평 열다

    수상 작가전 ‘범여인’ 신작 발표“마그마처럼 삶 개척한 여정 상상”동아시아 옛날 여성 서사에 주목대만 선보인 ‘번역된 도자기’ 소개343가지 서로 다른 조합 ‘달빛 왕관’“사랑에 빠진 작업인지 스스로 질문”단군신화 속 범은 곰과 함께 사람이 되기를 빌었지만 금기를 지키지 못해 실패한 존재로 여겨져 왔다. 컴컴한 동굴에서 빛을 향해 뛰쳐나간 호랑이는 그 후 어떻게 됐을까. 거대 서사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범은 정녕 실패자일 뿐일까. 버려지고 잊힌 존재들, 실패나 오류로 규정된 것들에서 전복을 엿보고 기꺼이 숨을 불어넣어 온 이수경(63) 작가가 지난 3일 ‘2026 호반미술상’을 거머쥐었다. 이 상은 수십 년간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하며 현대미술의 지평을 넓혀온 그에게 보내는 헌사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수상작가전 ‘아직, 이제는, 여전히’를 선보이고 있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호반미술상은 제가 미술가로 활동하며 처음 받는 상이라서 더욱 뜻깊어요. 이 수상을 계기로 전시까지 열게 된 점도 그렇고요. 전시에는 지난날에 대한 후회도 다가올 날의 두려움도 없이 모든 것이 다 괜찮은 지금 이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단군신화 속 잊힌 존재인 ‘범여인’을 소환해 신작 ‘달빛 왕관_다정한 자매들_범여인 이야기’를 선보인다. “중간에 동굴을 뛰쳐나간 범에 대한 호기심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천신의 규율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갔을 그 여정을 상상해 보게 됐죠. 제 안에서 마그마가 뿜어 나오듯 이 작품을 할 수 있게 이끌어주고 신화 속 삭제된 존재에 대한 새로운 서사를 펼칠 수 있게 해준 이번 상을 평생 기억할 것 같아요.” 작품은 지표면을 뚫고 나와 검게 엉켜 굳어버린 마그마처럼 솟아오른 형태다. 암석 같은 검은 덩어리 속에는 왕관의 파편과 동서양 서사에서 차용한 장식적 이미지들이 박혀 있다. 가장 아래는 한쪽 무릎을 세우고 양손으로 이 구조물을 지탱하고 있는 ‘범여인’이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작가는 신화, 설화, 민담처럼 오래된 이야기,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 서사에 주목해 왔다. “동아시아 여성 서사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특히 여성 설화에서 연약한 존재들이 엮어낸 시간의 금강석을 발견하곤 하죠. 바리데기 설화처럼 아주 오래된 이야기가 어느 순간 지금을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처럼 다가오는 거죠.” 이수경을 대표하는 ‘번역된 도자기’ 시리즈 역시 버려진 파편을 새롭게 탄생시킨다는 점에서 결을 같이한다. 장인들이 실패작이라며 깨버린 도자기 조각을 하나하나 이어 붙인 작품은 재생과 치유의 상징으로 읽힌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해 타이베이 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작품 ‘번역된 도자기_우리가 다시 만날 때’도 만날 수 있다. 전시 공간을 채운 가로 387㎝, 세로 275㎝ 규모의 작품에는 당나라 여인 기마상이 포함돼 있다. 작가는 “실크로드에 대한 동경에서 비롯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 밖에도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를 위해 제작된 크리스털 구슬을 꿰어 만든 걸개 형태의 작품 ‘무제’,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 20주년을 맞아 기획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그곳에 있었다_청계천2025’와 연관된 퍼포먼스 영상 작업 등도 만날 수 있다. 조각뿐 아니라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신작 ‘달빛 왕관’도 선보인다. 실시간 인터랙티브 영상 작업인 이 작품은 과거 작품 7점을 선별, 각각의 작품을 상층부, 중층부, 하층부로 구분해 343가지 서로 다른 조합이 나오도록 구성했다. 달의 위상 변화, 기상 데이터, 태양의 고도 등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데이터를 반영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30여 년간 새로움에 도전하며 화업을 이어온 그를 추동하는 질문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서슴없이 ‘사랑’이라고 답한다. “저는 늘 사랑에 빠진 상태로 작업을 하는 사람이에요. 사랑이 식어버린 것, 재미없는 것은 좋아하지 않죠. 작업할 때 ‘나는 지금 이 작업이 재미있는가’, ‘나는 지금 심각하게 사랑에 빠져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항상 질문합니다.”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 너무 애쓰지 마라… 골목이 건넨 다정한 쉼표[박상준의 문장 여행]

    너무 애쓰지 마라… 골목이 건넨 다정한 쉼표[박상준의 문장 여행]

    ‘“쓸데없이 애쓰지 않는다.내 한계를 받아들인다.내 페이스를 유지한다.뭐든 천천히, 꾸준히 해나간다.한 번에 한 걸음씩 옮기면어려울 것은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무리하지 않는 것이다.… 그 사실을 잊지 않는다.”한수희의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중 동인천을 여행했다. 한수희 작가가 동네 산책이라 부를 만한 골목을 걸었다. 동네 사람이 아닌 내게는 여행이라 부를 만큼 다채로웠다. 사람들이 살아낸 세월의 모습이 얼마나 대단하던지,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풍경이 얼마나 다정하던지. 무리하지 말아야지 생각하고는, 조금 무리하며 걸었다. ●무리하지 않는 산책 언젠가 어머니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너무 애쓰지 마.” 나는 어머니의 말에 이렇게 답했다. “어떻게 애쓰지 않고 살아요.” 애쓰지 않고 되는 일이 있던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 애쓰지 말자고 다짐한다. 그게 쉽지 않을 때 산책을 한다. 그리고 여유가 생기면 여행을 한다. 그동안 애쓴 나를 위한 선물이 아니라 ‘애쓰지 말자’를 잊지 않기 위해서. 이 또한 애쓰는 것일까. 한수희 작가는 동인천에 산다. 작가는 동네를 산책하고 단골 카페에서 작업을 하고 친구를 만나고, 때로는 동인천을 여행하는 소책자를 만들거나 가볼 만한 장소들을 틈틈이 인스타그램에 올린다.(한수희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터틀넥프레스)는 작가가 7년 전 안양에 살던 시절에 썼다. 대신 개정판(2026)에는 동인천의 한수희가 안양의 한수희를, 쉰을 바라보는 한수희가 갓 마흔이 되던 해의 한수희를 돌아보며 몇 마디를 덧붙인다. 내게는 그 덧말들이 현재의 작가가 그때의 자신에게 건네는 감사의 인사처럼 다가와 따스했다. 7년이 지난 지금, 작가는 ‘천천히 살자’는 목표를 세우고 여전히 무리하지 않으며 산다(그러려 애쓰는지도). 제대로, 충실히 살고 싶어서다. 이러나저러나 한 인생이니까. 나는 작가의 책을 읽고 작가의 동네인 동인천을 걷는다. 무리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산책 좋아하는 작가처럼 걷다 보면 조금은 덜 애쓰고 사는 법도 알게 되겠지 싶어서. 대신 “해치우듯 밀어내는” 여행 말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걷기로 한다. ●작고 여려 반짝이는 것들 동인천역에서 지하철을 내렸다. 동인천지하상가를 지나 지상으로 나온다. 홍예문과 자유공원까지 올랐다가 각국조계지 계단에서 캔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신포시장으로 내려오는, 작가가 추천한 ‘우리 동네 만끽 리스트’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그러고는 배다리헌책방거리와 작가가 애정하는 패치워크의 동양가배관에서 커피 한잔을 마셔야지 마음먹는다. 첫 진입로는 내리감리교회로 잡는다. 내동 성공회성당을 거쳐 홍예문까지 가야지. 큰길에서 벗어나기 전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작은 가게에 호기심이 인다. 과일도 있고, 도자기도 파는 듯하다. 안쪽에는 족자가 하나 걸려 있다. “어르신, 무슨 뜻인가요?” “나도 몰라.” 뜻을 몰라도 마주 보고 웃는다. 내리감리교회 옆으로 난 골목은 가파르다. 걸음은 저절로 느긋하다. 그럴수록 많은 게 보인다. 동네라고 느끼는 곳들의 특징들. 사람 사는 집이 있고 집 앞에 작은 화분들이 옹기종기하다. 길가에 들마루가 놓여 있고 그곳에는 꼭 동네 할머니 한둘이 꽃무늬 원피스 차림으로 도란도란하며 지나는 이웃에게 말을 건다. 동인천도 다르지 않다. “어디 좋은 데 가?” “어디 좋은 데 가지!” 그런 장면들은 스치듯 지나쳐도 자꾸만 뇌리에 남아, 나는 홍예문 가는 길에 이름 모를 꽃이나 낡은 간판, 태양초를 널어 말리는 풍경 앞에서 멈춘다. 그리고 자꾸 고개를 숙인다. 땅 위의 작은 꽃들과 눈 맞추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 ●쉼터가 된 전망 좋은 집들 높은 홍예문 위에서는 반대로 기다란 길을 내려다본다. ‘홍예’는 교통의 편의를 위해 산을 가로질러 낸 통로치고는 지나치게 예쁜 이름이다. 홍예문부터 자유공원까지는 느슨한 구간이다. 좌측은 내항이 내려다보이는 카페들이, 우측은 ‘어린이헌장기념비’ 같은 옛날 공원의 흔적이 남은 숲이다. 서쪽에서 살금살금 갈바람이 불어온다. 그제야 계절의 기온이 손가락 한 마디만큼은 내려갔다는 걸 깨닫는다. 자유공원은 1888년에 조성한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공원이다. 각 나라의 조계지가 있던 개항 초기라 첫 이름은 각국공원이었다. 광복을 맞은 해 만국공원이 되었고 지난 1957년부터는 자유공원이라 불린다. 공원이 있기 전에는 응봉산(69m)이었다. 각국공원이 되고 나서 동네 사람들은 오포산이라고도 불렀다. 매일 정오마다 공포를 쏘아 시간을 알렸기 때문이다. 공원의 산책로는 키 큰 나무가 하늘을 가린다. 오늘은 외국인 여행객 두 사람이 나란히 걷고 막 걸음마 뗀 아기가 아장아장 막아선다. 자유의 풍경들, 공원은 한참을 지나 비로소 동네 공원이 되어 간다. 자유공원 광장 남쪽 아래는 옛집들이 여행자의 눈길을 끈다. 동네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산책길의 풍경이다. 하지만 여행자에게는 산책을 여행으로 만드는 장소들이다. 제물포구락부는 1891년에 러시아 건축가 사바틴이 지은 2층 양옥이다. ‘구락부’는 외국인의 사교장을 뜻하는 일본어 ‘쿠라부(Club)’를 한자식으로 표기한 단어다. 사교장답게 중심의 바 테이블이 눈길을 끈다. 인천시민愛집은 옛 일본식 주택 터에 1961년 지은 한옥이다. 2001년까지 인천시장 17명이 관사로 사용했다. 이웃한 이음 1977은 1977년에 김수근 건축가가 지은 벽돌 주택이다. 일제강점기 정미소의 벽돌과 전돌 등으로 마감했다. 세 집을 넘나들며 100년 동인천 건축의 변천사를 보는 건 흥미롭다. 형태도 구조도 모두 다른 집은 인천항이 보이는 전망 좋은 자리라는 점만은 공통이다. 그러니 부와 명예가 아니고서는 살 수 없는 집이었을 거다. 여행자와 시민들의 쉼터가 된 현재는 이들 집에서 긴 시간을 보낸다 해도 누구 하나 뭐라 하지 않는다. 간간이 몇몇의 방문객이 소란스러워도 그럴수록 그들이 머무는 시간은 짧아서 금세 고요가 찾아든다. 신경 쓰이지 않을 즈음에는 이 넉넉한 집에 주인이 된 듯하다. ●비밀의 정원에서 세 집 가운데 인천시민愛집은 정원이 화사하다. 옛 일본식 주택이 간직하던 정원이다. 개량한옥은 종이 문 대신 유리 문을 달았다. 창밖으로 햇살에 반짝이는 초록들이 눈부시다. 나뭇가지 사이를 총총히 넘나다니는 새들도 보인다. 그때마다 잎사귀가 살랑살랑 계절의 샘 위에 찻잔처럼 흔들리는데 정원이 부르는 것이다. 정원은 남쪽 경사지에 아담하다. 알고 보니 그쪽이 정문이다. 뒤편 제물포구락부에서 들어와서 알아채지 못했다. 정원 사이로 몸을 숨긴 호젓한 계단은 벌써부터 아름다운 단풍을 기대케 한다. 그 풍경에 반해 참지 못하고 카메라를 꺼낸다. ‘가을에 꼭 다시 와야겠네’라고 혼잣말하며. 일단 카메라를 꺼내니 찍고 싶은 장면이 많다. 괜스레 들떠서 허둥지둥, 그러다가 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발가락이 심하게 아려 촐싹댄다. 이놈의 욕심이란. 천천히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산책하기로 다짐한 지 서너 시간이 지났으려나. 무리하지 않는 선은 이런 순간들이 얼마나 반복되어야 생겨나는 것일까. 정원 경계석에 앉아 숨을 고른다. 고개를 드니 하늘이 둥글다. 정말 단풍이 들면 아름답겠다. 오늘의 ‘상처’를 기억해 여유로운 가을 나들이를 한 번 더 계획해야지. 대문을 지나 바깥으로 나와서는 걸음의 속도를 늦춰 걷는다. 발가락이 아프니 그럴 수밖에. 각국조계지 계단에서는 한 번 더 쉬어간다. 조계지는 개항장의 각 나라가 치외법권을 누리던 지역이다. 이 평범한 골목의 계단이 각국 열강의 경계였다는 게 좀체 믿기지 않는다. 그 사이 시간은 어느새 점심을 넘어섰다. 무리하지 않으며 느리게 돌아보자 마음먹었지만 실은 또 욕심이 앞섰던 게 분명하다. 한수희 작가의 ‘우리 동네 만끽 리스트’에 있던 중국집, 전가복에 들러 짬뽕밥 한 그릇을 주문해 꼭꼭 씹어 먹는다. 이곳의 짬뽕밥은 공깃밥 대신 볶음밥이 나온다. 짬뽕은 붉은데 과하게 맵지 않고 감칠맛이 난다. ●여름을 쉬는 과잣집 동인천 산책의 마무리는 인천 최초의 상설시장 신포시장이다. 시장 입구 닭강정 맛집은 이미 사람들로 붐빈다. 점포 앞에서 갓 튀겨낸 치킨에 양념을 쓱쓱 비벼 파니 모두가 주목한다. 시장에는 숯불에 구운 김이나 에그타르트도 맛있다. 정말 놓치지 말아야 할 숨은 맛집은 또 있다. 한수희 작가의 표현을 빌리면 “맛과 품질에 타협하지 않기 위해” 여름을 쉬는 신포과자점이 휴가를 끝내고 드디어 문을 열었다. 10㎡(약 3평) 남짓한 과자점은 반세기 넘게 상투과자 등 10여 종의 생과자를 구워 판다. 생과자는 습기에 약해 여름에는 금세 눅눅해지므로 장사를 쉰다. 저울에 한 근을 달아 파는데 거짓 없는 땀의 무게다. 한수희 작가는 이런 이들을 “마음속의 스승들”이라 했다. ‘머털도사’ 같은 사람들, 계절을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 세상의 속도보다 조금 느리게 사는 사람들. 신포시장을 나와서는 동인천역으로 복귀한다. 그전에 기어이 토니커피하우스에 들러 한수희 작가의 동네 만끽 리스트를 마무리한다. 천천히 내린 드립커피와 호박파이 하나를 앞에 두고서, 배다리마을과 패치워크는 단풍 든 가을에 찾았을 때 들러야지 하며. 물론 급행 지하철 시간에 맞춰 뛰쳐나오는 길에 다시 한번 스스로의 모자람을 확인하고 말았지만. “텀블러 두고 가셨어요.” 카페 바리스타가 문 앞까지 급하게 쫓아와 나를 배웅한다. 아차차! 그가 건넨 텀블러를 받고 인사하며 ‘서두르지 않는 선’은 없을까 생각한다. 한 번에 한 걸음씩 옮기면 어려울 것은 없다, 고 한수희 작가는 말했지만.
  • “로버트 드니로 대신 최민식 보여주고 싶었다”…영화 ‘인턴’ 최민식[인터뷰]

    “로버트 드니로 대신 최민식 보여주고 싶었다”…영화 ‘인턴’ 최민식[인터뷰]

    “제가 로버트 드니로를 어떻게 똑같이 따라 하겠습니까. 차별화를 둬야 했죠. 세련된 서양 남자의 아우라보다 한국 아저씨 분위기를 좀 더 살려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배우 최민식(64)은 영화 ‘인턴’ 리메이크판 제의가 들어왔을 당시를 떠올렸다. “리메이크작이다 보니 비교될 게 뻔했고, 솔직히 부담스러웠다”면서도 “한편으론 ‘내가 뭘 겁내나’ 싶더라. 그냥 유쾌하게 한번 풀어보자 생각하니 걱정이 사라졌다”고 했다. 16일 개봉하는 영화 ‘인턴’은 37년 다니던 직장에서 은퇴해 노년을 보내던 기호가 패션 스타트업 ‘우투투’에 실버 인턴으로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기호는 3년 만에 매출 100억원을 넘기면서 업계 다크호스로 떠오른 우투투 CEO 선우(한소희)의 직속 인턴 직원으로 배정된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세대와 직위가 다른 기호와 선우의 우정을 그렸다. 세계적인 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주연한 2015년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가 원작이다. 원작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지만 다른 부분이 몇 곳 있다. 예컨대 원작에서 줄스(앤 해서웨이)가 어머니에게 보낸 이메일을 지우기 위해 벤(로버트 드니로)을 비롯한 직원들이 나서는 장면은 갑질을 일삼는 인플루언서의 카톡 메시지를 지우는 식으로 일부 장면에서 변화를 줬다. 담백한 분위기의 원작에 비해 리메이크판은 상당히 유쾌하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민식은 “영화 촬영 전 ‘물’을 떠올렸다”고 밝혔다. “물이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세모난 그릇에 담기면 세모, 네모난 그릇에 담기면 네모가 되자고. 같이 어울리자, 후배들과 재밌게 놀자는 마음으로 들어갔어요. 예컨대 주성(김요한)이와 핸드셰이크 하는 장면은 즉석에서 배운 겁니다. 처음엔 잘 못했는데, 어느 순간 죽이 착착 맞더라고요. 아마 영화 속 기호도 그랬을 겁니다.” 원작과 비슷하게 가던 영화는 후반부에 급격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기호가 선우를 딸처럼 여기면서 대화하는 장면에서는 배우 최민식의 진가를 볼 수 있다. 기호의 캐릭터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꼰대’ 같은 대사를 ‘꼰대스럽지 않게’ 보여준다. 최민식은 “연출한 김도영 감독에게 ‘내가 대본을 조금 바꿔볼 테니 한소희 배우에게는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한소희가 실제로 놀라는 장면이 영화에 그대로 담겼다. 제가 원하던 바로 그 장면”이라고 소개했다. 최민식은 선우 역을 맡은 한소희의 열정을 높이 샀다. “배우는 표현하고야 말겠다는 절실함이 있어야 하는데, 촬영하다 보니 ‘한소희가 이 작품에 목숨 걸었구나’ 생각이 들더라. ‘나도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생각이 들었을 정도”라고 했다. 김 감독에 대해서는 “배우 출신이다 보니 배우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잘할 수 있게 판을 깔아줘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영화 속 최민식의 변신은 또 다른 볼거리다. 청바지에 트렌치코트를 입은 세련된 모습으로 시작해 영화 내내 단정한 정장을 입고 중후함을 선보인다. “작품을 위해 몸무게를 많이 줄였다. 부단하게 운동하고 식이요법도 철저히 병행했는데, 사실은 건강을 위해서”라고 귀띔했다. 센 역할을 주로 맡았던 과거작을 돌아보면 이번 역은 그야말로 ‘변신’이다. “‘인턴’을 하기로 한 뒤엔 생활 자체가 나도 모르게 기호처럼 유해졌다”고 밝힌 그는 “전작 ‘카지노’를 할 때는 최무식으로 한동안 살았다. 특히 ‘악마를 보았다’(2010)의 살인마 장경철을 했을 때는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번 영화는 맛보기일 뿐”이라고 웃었다. “이미지가 고정되는 건 배우로선 사실 그리 좋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인턴’은 나름대로 도전이었습니다. 새로운 세상에 들어가는 것이랄까요. 여태까지와 다른 옷을 입으면 굉장히 묘한 쾌감이 있습니다. 거기까지 가는 노력은 고통스럽지만, 새로운 역을 도전하는 게 배우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로버트 드니로 형님은 이제 노년이지만, 저는 그래도 아직 청년”이라고 밝힌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역을 더 하고 싶다”는 의욕도 내비쳤다. “사람에 대해, 관계에 대해 알 만한 나이가 된 것 같다. 이제 역할 표현에 자신이 좀 생겼다”면서 “우리 영화판이 제 나이대 배우를 효율적으로 써먹질 못해 안타깝다. ‘묵은지 최민식’을 좀 더 써줬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나이가 드니 배우로서의 욕심이 점점 더 생깁니다. 더 참여하고 더 만져보고 더 냄새 맡고 싶어요. 배우가 무슨 다른 목표가 있겠습니까. 죽을 때까지 좋은 작품 하는 게 바로 목표죠.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완성도 있는 영화 계속하는 게 바로 배우 최민식의 목표입니다.”
  • 상처 품은 이들에 건네는 삶의 위로

    상처 품은 이들에 건네는 삶의 위로

    세상과 갈라놓은 낙인 같은 숨구멍고립된 존재의 감정 색채 통해 전달 선홍빛 상처로 숨 쉬는 소년이 있다. 흉터처럼 벌어진 목의 아가미는 그를 세상과 갈라놓은 낙인인 동시에 타인의 상처를 마주하게 하는 숨구멍이다. 짙고 고요한 물속으로 침잠하는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아가미’는 고립된 존재들이 서로에게 닿는 과정을 환상적인 색채로 섬세하게 묘사한다. 구병모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아가미’가 9일 개봉한다. 안재훈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어린 시절 사고로 물에 빠진 뒤 아가미가 생긴 소년 곤(정해인 분)의 이야기다. 곤은 다리에서 사고를 당한 직장인 해류(이청아 분)를 구하고, 해류는 자신을 구한 낯선 존재의 비밀에 다가간다. 안 감독은 지난달 26일 열린 언론 시사회에서 “원작의 비극적인 이야기와 아름다운 한국어 문체를 애니메이션의 언어로 옮기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곤에게 물은 공포의 근원이지만, 검고 깊은 물속에서 아가미와 오색 비늘은 그를 규정하는 새로운 상징이 된다. 영화는 물결의 반짝임보다 짙은 푸른빛과 가라앉은 움직임을 택한다. 물은 곤이 있는 그대로 숨 쉴 수 있는 공간이면서도 그를 세상의 외곽에 머물게 한 경계다. 곤과 강하(강하늘 분)의 관계는 영화가 상처를 다루는 방식을 압축해 보여준다. 강하는 곤을 거칠게 대하고, 강바닥에서 돈이 될 물건을 찾아오게 한다. 때로는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겉으로는 곤을 통제하고 괴롭히는 인물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행동에는 곤의 비밀이 세상에 드러날지 모른다는 불안, 그리고 그를 지키려는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인물들의 감정 표현은 절제돼 있다. 시선을 피하고, 말끝을 흐리고, 침묵한다. 안 감독은 시사회에서 “캐릭터뿐 아니라 동작을 통해서도 한국 사람은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반응할까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안 감독은 “이 작품이 지구나 세상을 구하지는 못하더라도 한 사람 정도는 스스로의 삶을 구할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물속의 상처를 숨구멍으로 바꾼 곤의 이야기는 그렇게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다가간다.
  • “내면을 바라보라”… 프리드리히가 건네는 침묵의 위로 [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내면을 바라보라”… 프리드리히가 건네는 침묵의 위로 [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자연 앞에서 느끼는 두려움·경외감바다 앞 수도승, 미미한 존재 실감고독은 자신을 되찾는 특별한 시간그림 속 인물 뒷모습은 ‘공감’ 형성자연·우주에 신이 존재한다는 철학변치 않는 신앙과 희망 곳곳에 암시인공지능(AI)과 알고리즘이 세상을 이끄는 초효율성의 시대다. 질문을 던지면 단 몇 초 만에 답이 돌아오고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끊임없는 알림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의 뇌는 쉽게 지치고 내면의 목소리는 점점 희미해진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생각의 스위치를 잠시 끄고 온전한 자신을 되찾고 싶다면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어 다비트 프리드리히(1774~1840)의 작품 앞에 서 보길 권한다. 그의 화폭에 담긴 침묵의 언어는 조용히 일깨워 준다. 진정한 성장이란 쉼없이 앞만 보며 달려갈 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소음에 귀를 닫고 내면을 바라보는 순간에 비로소 시작된다는 것을 말이다. 첫 번째 명언: “화가는 자기 앞에 있는 것뿐만 아니라 자기 내면에서 보는 것도 그려야 한다. 만일 내면에서 아무것도 볼 수 없다면 앞에 있는 것을 그리는 일도 그만두는 게 낫다.” 참으로 단호한 말이다. 프리드리히는 왜 화가에게 눈앞의 풍경보다 먼저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라고 했을까. 대상을 사진처럼 완벽하게 재현해 내는 뛰어난 기술이 있다 한들 그 안에 화가가 느낀 감정과 성찰이 담겨 있지 않다면 그림은 생명력을 잃은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감동하지 못할 바엔 차라리 붓을 꺾어 버리겠다는 그의 결연한 예술관은 다음 명언으로도 이어진다. “육체의 눈을 감으라. 그러면 마음의 눈으로 먼저 당신의 그림을 보게 될 것이다.” 눈에 보이는 물질세계 너머에서 영혼의 본질과 영원성을 찾으려 했던 프리드리히의 철학은 실제 캔버스 위에서 어떻게 펼쳐졌을까. 그의 대표작 ‘바닷가의 수도승’①(도판 1) 앞으로 함께 다가가 보자. 이 작품은 19세기 말에 제작되었지만 놀라울 만큼 현대적이다. 가로로 길게 펼쳐진 텅 빈 모래사장, 무겁게 일렁이는 짙푸른 바다, 화면 대부분을 뒤덮은 회색빛 하늘이 강렬한 3면 분할 구도를 이루고 있다. 지금이야 무척 간결하고 세련돼 보이지만 극도로 절제되고 대담한 구성은 당시에는 충격적인 시도였다. 전통적인 풍경화를 떠올려 보자. 대개 화면 양옆에는 커다란 나무나 바위가 배치되어 있다. 그것들은 창틀이나 무대의 막처럼 풍경의 경계를 만들어 주고 관람객이 자연을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시선을 화면 안에 붙잡아 두는 역할을 했다. 프리드리히는 우리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던 틀을 과감하게 걷어냈다. 보호막이 사라지자 그림 속 풍경은 캔버스의 경계를 뚫고 우주 공간처럼 끝없이 확장된다. 우리는 더이상 멀리 떨어져 그림을 바라보는 수동적인 구경꾼이 아니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얼굴을 세차게 스치고 사방이 탁 트인 해변 한가운데에 홀로 던져진 기분이 든다.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설산이나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몰아치는 폭풍 앞에 서 있다고 상상해 보자. 거대한 자연 앞에서 한없이 두렵고 무력해지면서도 동시에 가슴 깊은 곳에서 경외감이 솟아오른다. 공포와 감탄이 뒤섞이며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 듯한 강렬한 떨림, 이것이 바로 철학에서 말하는 숭고다. 프리드리히는 자연을 보여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관람객을 화면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게 하고 광대한 자연 앞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경외감을 온몸으로 체험하게 한다. 이제 시선을 화면 아래쪽으로 내려보면 카푸친 수도회의 옷을 입은 수도승이 홀로 바다를 마주하고 서 있다. 그는 왜 쓸쓸한 해변에 홀로 서 있는 것일까. 프리드리히는 아무런 답도 들려주지 않는다. 다만 무한한 세계를 마주한 인간의 뒷모습을 침묵 속에 세워 놓았을 뿐이다. 광활하고 압도적인 대자연과 하나의 작은 점처럼 묘사된 수도승의 크기 차이는 인간이 얼마나 미미하고 유한한 존재인지를 실감하게 한다. 프리드리히가 선보인 단순한 색면 분할과 대담한 여백은 현대미술의 거장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특히 20세기 색면추상화의 대표작가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구체적인 형상을 지우고 거대한 색면만으로 관람자를 명상의 세계로 이끈다는 점에서 두 화가는 서로 맞닿아 있다. 두 번째 명언: “자연을 온전히 느끼고 사색하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프리드리히는 완벽한 고요 속에 홀로 머무를 때 자연이 건네는 침묵의 언어를 온전히 알아들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에게 고독은 세상의 소음을 잠시 내려놓고 자연과 영적으로 교감하며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되찾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러한 그의 철학을 보여 주는 일화가 있다. 1821년 프리드리히는 오랜 친구인 러시아의 시인 바실리 주콥스키로부터 스위스로 함께 여행을 떠나자는 제안을 받았다. 장엄한 알프스의 풍경을 함께 감상하자는 다정한 권유였지만 그는 거절하며 이런 취지의 답장을 보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온전히 몰입하고 구름과 바위와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진정한 내가 될 수 있습니다. 고독은 자연과의 소통에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는 말뿐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는 독일 작센의 깊은 숲 우테발더 그룬트로 들어가 일주일 동안 사람을 만나지 않은 채 홀로 머물렀다고 전해진다. 오직 고독 속에서 대자연과 완벽한 합일을 이루고자 했던 그의 태도는 걸작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②(도판 2)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짙은 녹색 코트를 입은 한 남자가 지팡이를 짚고 가파른 바위 꼭대기에 홀로 위태롭게 서 있다. 그의 발아래로는 새하얀 안개와 구름이 거대한 파도처럼 굽이치며 요동치고 있다. 그는 험난한 산행 끝에 정상에 오른 승리자일까, 아니면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삶의 갈림길 앞에 선 방랑자일까? 이 그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남자가 우리를 등지고 서 있다는 사실이다.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지금 무엇을 느끼는지 알 수 없다. 바로 그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남자의 어깨 너머로 눈길을 옮겨 그가 바라보는 안개 바다를 함께 내려다보며 바위 끝에 서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프리드리히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화가 카를 구스타프 카루스는 뒷모습이 관람자를 그림 속 인물의 자리에 서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프리드리히가 즐겨 사용한 뒷모습 기법, 즉 뤼켄피구어는 관람자의 감정을 깊숙이 끌어당겨 그림 속 인물의 고독에 동화되게 만드는 강력한 공감의 장치였던 것이다. 세 번째 명언 : “신성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심지어 모래알 하나에까지 깃들어 있다.” 이 문장 속에는 그의 예술을 지배했던 핵심 철학인 자연과 우주 만물 안에 신이 존재한다는 범신론이 담겨 있다. 독실한 루터교 신자였던 그는 이 사상을 깊이 받아들여 대자연과 신, 인간의 영혼이 하나로 연결된 낭만주의적 예술관을 꽃피웠다. 그런데 그의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자연의 경이로움 이면에 고요와 쓸쓸함, 나아가 서늘한 죽음의 기운마저 느껴진다. 그 감정의 뿌리를 따라가다 보면 프리드리히가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야 했던 어린 시절의 비극과 마주하게 된다. 1774년 북독일의 해안 도시 그라이프스발트의 엄격한 루터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감당하기 힘든 상실의 고통을 연이어 겪었다. 일곱 살에 어머니를 잃고 그 뒤로 두 명의 누이마저 병으로 떠나보냈다. 가장 참담한 사건은 그가 열세 살이 되던 겨울에 일어났다. 얼어붙은 강 위에서 동생과 스케이트를 타던 중 프리드리히가 그만 얼음 밑으로 빠졌다. 그때 동생이 그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졌고 자신은 살아났지만 동생은 차가운 물 속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날 이후 극심한 상실감과 살아남은 자가 짊어져야 할 죄책감은 평생 그의 삶을 짓눌렀고 그의 예술을 관통하는 주제가 되었다. 고통의 그림자를 안고 살던 그는 스물네 살이 되던 1798년 자신의 운명을 바꿀 도시 드레스덴으로 이주하게 된다. 당시 드레스덴은 시인과 화가, 철학자들이 모여 인간의 감정과 자연, 영혼의 세계를 뜨겁게 논하던 낭만주의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었다. 드레스덴에서 그는 낭만주의의 핵심 인물들과 교류하며 자신의 예술관을 더욱 단단하게 벼려 낸다. 특히 “자연은 보이는 정신이며 정신은 보이지 않는 자연이다”라고 선언했던 철학자 셸링의 사상은 프리드리히의 화폭에 결정적인 숨결을 불어넣어 주었다. 성장기의 상처와 독실한 기독교 신앙, 낭만주의 철학이 하나의 결정체로 응축된 걸작이 ‘교회가 있는 겨울 풍경’③(도판 3)이다. 화면을 바라보면 온통 흰 눈으로 뒤덮인 삭막한 겨울 풍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보통 예술작품에서 겨울은 죽음을 상징하지만 프리드리히는 황량한 겨울 한가운데 희망의 씨앗을 심어두었다. 화면 앞쪽을 자세히 살피면 한 남자가 눈 덮인 바위에 기대어 두 손을 모은 채 기도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 옆 눈밭에는 두 개의 목발이 버려진 듯 놓여 있다. 목발은 그가 불편한 몸으로 살아왔음을 암시하는 도구이며 동시에 그가 세속에서 평생 짊어져야 했던 무거운 짐을 마침내 내려놓았다는 표식이기도 하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전나무 사이로 예수의 십자가상이 고요히 서 있다. 십자가 형태의 전나무는 저 멀리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고딕 교회의 첨탑과 서로 닮아 있다. 십자가와 교회가 보이지 않는 길로 이어지며 고통받는 인간의 영혼을 현실에서 천상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전나무 역시 중요한 상징이다. 혹독한 겨울에도 푸른빛을 잃지 않는 전나무는 죽음을 넘어 이어지는 영원한 생명과 변치 않는 신앙, 다시 찾아올 희망을 암시한다. 오늘날 우리는 프리드리히의 작품에 깊이 위로받고 있지만 정작 그의 생애 끝자락은 참으로 고단하고 외로웠다. 눈에 보이는 현실과 자본만을 좇던 시대의 거센 흐름 속에서 보이지 않는 영혼과 신성을 그린 그의 작품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병과 가난까지 겹치면서 그는 쓸쓸한 말년을 보내야 했다. 사후 그의 작품은 다시 주목받았지만 독일 민족주의 이미지로 해석되어 나치의 문화 선전에 이용되는 불행도 겪었다. 하지만 위대한 예술은 긴 침묵 속에서도 스스로 깨어나는 법이다. 철저한 고립 속에서 그는 이런 묵직한 말을 남겼다. “나는 시대의 유행이 내 신념에 반할 때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주위에 고치를 틀 것이다. 시간만이 그것이 찬란한 나비일지 아니면 구더기일지 보여 줄 것이다.” 결국 시간은 프리드리히의 편이었다. 오늘날 그는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되살아났다. 그가 스스로를 감쌌던 캄캄한 침묵의 고치는 마침내 찬란한 나비의 날개가 되었다. 이제 끝으로 ‘떠오르거나 지는 해 앞의 여인’④(도판 4) 앞에 잠시 서 보자. 두 팔을 벌려 찬란한 태양 빛을 맞이하는 여인의 뒷모습을 응시하는 순간 우리는 신성한 빛과 하나되는 기쁨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그 순간 우리 안에서 조용히 날갯짓을 시작하는 햇살처럼 눈부신 나비 한 마리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
  • 침대 없이 ‘잠’을 무대에 올리다…시몬스의 참신한 예술 실험

    침대 없이 ‘잠’을 무대에 올리다…시몬스의 참신한 예술 실험

    3일 오후 서울 성수동 ‘시몬스 갤러리 성수’의 문이 열리면 공간을 소개하는 팸플릿 대신 식기 오브제가 손에 쥐어진다.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곳곳에서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다. 고요하고 유연하며, 때론 탄력적이거나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각각 반복되다 하나의 호흡으로 뭉친다. 무용수들의 신체가 살아 숨 쉬는 거대한 유기체를 이루며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수면 전문 브랜드 시몬스가 선보인 ‘더 브레스 비포 인스퍼레이션(The Breath Before Inspiration)’은 미디어 아트와 공간, 현대 무용, 음악, 미식을 하나의 경험으로 엮은 예술 프로젝트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 이머시브 공연(Immersive Theatre)으로 장르를 넘고 감각을 확장했다. 5일까지 하루 두 차례(오후 2시·5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아시아 최대 규모 아트페어(미술장터) ‘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춘 기획이자 최상위 컬렉션 ‘뷰티레스트 블랙’을 이루는 개념을 풀어낸 시간이다. ‘침대 없는 침대 광고’, ‘침대 없는 팝업스토어’ 등 독특한 브랜드 홍보를 추구해온 시몬스는 이번에도 매트리스를 전시하는 대신 “좋은 잠은 사람에게 무엇을 남기는가”라는 질문을 공간과 신체, 음악, 영상, 미식의 언어로 펼쳤다. 여정은 ‘현실(Reality)’에서 출발해 ‘입구(Entrance)’와 ‘꿈(Dream)’을 거쳐 ‘깨어남(Awakening)’으로 돌아오는 네 단계다. 입구에서 만나는 시연자들은이 ‘숨결(Breath)’을 매개로 깊은 잠의 세계로 관객을 이끈다. 꿈의 차원에서 반복되는 네 개의 움직임은 ‘고요(Stillness)’, ‘유연(Flexibility)’, ‘회복탄력(Resilience)’, ‘구조(Structure)’로, 깊은 수면을 완성하는 조건들이다. 끝과 시작이 없는 루프형 구조는 잠든 사이에도 멈추지 않는 호흡과 신체의 순환을 시각화한다. 관객은 장면 사이를 돌아다니며 작품의 일부가 된다. 절정은 네 요소가 한 공간에 모여 하나의 호흡으로 동기화되는 메인 퍼포먼스다. 매트리스를 ‘깊은 수면을 지지하며 끊임없이 호흡하는 존재’로 다시 읽어낸 장면이다. 꿈은 미각으로 이어진다. 관객은 꿈의 장면을 담은 3D 그래픽 영상 앞에서 파인 다이닝 아뮤즈 부쉬(고급 식당의 전체요리) 4종을 맛본다. 입구에서 받아 든 식기 오브제의 쓰임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3년 연속 아시아 최고의 바 2위에 오른 ‘제스트’의 칵테일 페어링과 코펜하겐 미슐랭 3스타 ‘노마’ 출신 변종인 셰프의 특별 메뉴가 감각의 범위를 향과 미각까지 넓힌다. 마지막은 현실로 돌아오는 시간이다. 관객은 한 소년과 피아노를 마주한다. 소년이 건반을 누르는 순간 꿈속에서 채워진 영감이 현실의 언어로 바뀐다. 아직 무엇도 완성하지 않은 소년의 첫 음은 가능성 그 자체다. 음악감독은 영화 ‘발레리나’와 ‘프로젝트Y’의 음악을 맡았던 그레이(GRAY)가 맡았고, 리브미 컴퍼니 최용수 대표와 빌리티 강석경 대표가 공동 연출했다. 퍼포먼스는 움트의 김비안 감독이 풀어냈다. 프로젝트의 지향점은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1875~1961)의 말에 있다. “밖을 바라보는 자는 꿈을 꾸지만, 내면을 바라보는 자는 비로소 깨어난다.” 깊은 숙면의 끝에서 마주하는 내면의 영감, 그것이 사흘간 성수동에 펼쳐지는 숨결의 정체다. 김민수 시몬스 대표는 “뷰티레스트 블랙이 선물하는 숙면은 일상에 영감을 채우고, 그 영감으로 시작된 하루는 하나의 예술로 승화한다”면서 “앞으로도 독창적인 방식으로 고객과 깊이 소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민주 프리즈 아시아 VIP&사업개발 총괄 이사는 “이번 시도는 그 자체로도 대단하지만, 작품 수준 자체도 높다”면서 “국가의 문화예술력 강화와 예술저변을 확대하는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행보”라고 소개했다.
  • 비가 와야 만날 수 있는 숨은 비경, 서귀포 엉또폭포 [두시기행문]

    비가 와야 만날 수 있는 숨은 비경, 서귀포 엉또폭포 [두시기행문]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의 깊숙한 숲속에 자리 잡은 엉또폭포는 평상시에는 바위 틈새만 살짝 드러낼 뿐 물 한 방울 보기 힘든 신비로운 곳이다. ‘엉’은 제주 방언으로 굴을 뜻하고, ‘또’는 작은 입구를 이르는 말로, 거대한 붉은 기암절벽의 굴속에서 쏟아지는 폭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연중 아무 때나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많은 비가 내린 직후에만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기 때문에,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행운의 폭포’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하며 제주 올레길 7-1코스이자 서귀포 70경 중 하나이다. 짙은 녹음이 우거지고 때때로 거센 빗줄기가 지나가는 여름날, 수풀 사이를 헤치고 마주하는 엉또폭포의 풍경은 그 자체로 특별한 설렘을 안겨준다. 엉또폭포 탐방의 묘미는 울창한 귤밭과 숲길을 지나 완만한 산책로를 따라 폭포를 향해 걸어가는 데 있다. 초입의 아늑한 길을 벗어나 폭포에 가까워질수록 귓가를 때리는 거칠고 우렁찬 물소리가 먼저 여행객을 맞이한다. 마침내 눈앞에 다다르면, 50여 미터에 달하는 아찔한 절벽 위에서 쏟아지는 은빛 물줄기가 짙푸른 숲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쏟아지는 물보라가 여름날의 뜨거운 공기를 단숨에 식혀주고, 사방으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특히 엉또폭포 주변의 숲길과 전망대 구석구석을 거니는 시간은 고요한 사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폭포로 향하는 길목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무인 카페에서 차 한 잔을 마시거나, 비 갠 뒤 산뜻하게 씻긴 숲속의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도 엉또폭포의 매력이다. 거친 폭포 소리를 뒤로하고 완만한 산책로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차분한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엉또폭포 인근으로 아기자기한 감성 카페들이 모여 있는 수모루 거리나 고즈넉한 중문 1동의 마을 길을 거닐거나, 맑고 투명한 바다가 펼쳐지는 가까운 해안가로 발걸음을 옮겨 차분하게 사색에 잠기는 것을 추천한다. 잔잔하게 이어지는 주변의 풍경들은 여행의 흥분을 부드럽게 감싸 안아준다. 또한 제주의 별미인 몸국이나 고기국수, 혹은 매콤칼칼한 갈치조림도 맛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푹 끓여낸 진하고 따뜻한 국물 요리는, 여름날의 습한 공기와 빗속 산책으로 지친 몸을 속 깊이 보듬어준다.
  • 유리지공예상에 이태훈의 ‘안개 속…’

    유리지공예상에 이태훈의 ‘안개 속…’

    서울시는 ‘제2회 서울시 유리지공예상’에 이태훈(43) 작가의 ‘안개 속 푸른 밤의 녹턴’이 선정됐다고 31일 밝혔다. 수상작은 푸른 밤의 고요한 풍경을 서정적으로 담아낸 구 형태의 작품이다. 고온에서 녹인 유리에 공기를 불어넣는 블로잉 기법을 활용해 시간의 흔적을 녹여냈다. 유리지공예상은 우리나라 현대공예 1세대 작가인 유리지(1945~2013)의 뜻을 잇기 위해 2023년 제정됐다. 유족이 서울공예박물관에 30년간 총 9억원의 공예상 운영 기금을 후원하는 민관 협력 방식이다. 이날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수상자에게 서울시장 명의 상장과 상패가 수여됐다. 유리지공예관은 이 작가에게 3개월간 프랑스 파리시가 운영하는 국제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 ‘시테 데자르’ 참여 및 개인전 개최를 지원한다. 수상작을 포함한 결선 진출작은 1일부터 10월 11일까지 서울공예박물관에 전시된다. 작가의 작업실을 찾아가는 ‘체크인 공방’이나 공예 강좌, 가을밤 전시 산책 등 프로그램도 예정돼 있다.
  • 옥순봉·구담봉과 어깨를 나란히 한 비경, 여름날의 가은산 [두시기행문]

    옥순봉·구담봉과 어깨를 나란히 한 비경, 여름날의 가은산 [두시기행문]

    충청북도 제천시 수산면에 자리 잡고 있는 가은산(575m)은 해발 고도가 아주 높지는 않으나 거대한 충주호의 쪽빛 물결을 사방으로 조망할 수 있는 환상적인 조망권과 아기자기한 암릉의 비경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명산이다. 옛적에 이 산에 은거하던 가은이라는 선인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전설을 품은 이곳은 옥순봉과 구담봉 등 단양·제천의 내로라하는 절경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고유의 산세를 뽐낸다. 짙푸른 녹음이 절정에 달하고 시원한 호수 바람이 간절해지는 여름날, 묵묵히 발걸음을 옮겨 마주하는 가은산의 풍경은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차분한 휴식을 건네준다. 가은산 산행의 묘미는 옥순대교 인근이나 상천리 등 아늑한 들머리에서 출발해 울창한 숲길과 아기자기한 바위 능선을 거쳐 정상을 향해 고도를 높여가는 길에 있다. 산행 초입의 완만한 숲길을 지나 슬슬 바위 구간으로 접어들면 사방으로 시원하게 트인 조망과 함께 독특한 형상의 기암괴석들이 등산객을 맞이한다. 험준한 고산 준봉처럼 거칠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바위 틈을 헤치고 오르는 밧줄 구간과 암릉 타기는 여름날의 굵은 땀방울과 함께 산행의 재미를 더해준다. 능선 위를 걷다 보면 발아래로 드넓게 펼쳐진 충주호의 눈부신 수면과 첩첩이 쌓인 산군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특히 가은산 산행 중 만나는 가장 독보적인 하이라이트는 단연 기이한 형상의 새바위다. 오랜 세월 비바람이 빚어낸 거대한 바위가 마치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듯 생동감 넘치는 새의 모양을 하고 있어 발걸음을 멈추고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새바위 주변의 벼랑 끝에 서서 바라보는 충주호의 풍경은 자연의 신비로움을 오롯이 느끼게 해주는 특별한 볼거리다. 땀 흘려 오른 길목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새바위와 어우러진 주변을 둘러보면 호수와 바위가 만들어낸 고요한 풍광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산행의 여운을 차분히 갈무리하기에 좋은 주변 명소들은 가은산의 매력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하산 후에는 인근의 ‘옥순대교’ 주변 호반길을 거닐거나 맑은 물길을 품은 청풍호반의 고즈넉한 산책로를 찾아 조용히 사색에 잠기는 것을 추천한다. 물길을 따라 넌지시 이어지는 잔잔한 풍경들은 산행의 긴장감을 부드럽게 감싸 안아준다.
  • ‘서울시 유리지공예상’에 이태훈 작가 ‘안개 속 푸른 밤의 녹턴’

    ‘서울시 유리지공예상’에 이태훈 작가 ‘안개 속 푸른 밤의 녹턴’

    서울시는 ‘제2회 서울시 유리지공예상’으로 이태훈(43) 작가의 ‘안개 속 푸른 밤의 녹턴’이 선정됐다고 31일 밝혔다. 수상작은 푸른 밤의 고요한 풍경을 서정적으로 담아낸 구 형태의 작품이다. 고온에서 녹인 유리에 공기를 불어넣는 블로잉 기법을 활용해 시간의 흔적을 녹여냈다. 유리지공예상은 우리나라 현대공예 1세대 작가인 유리지(1945~2013)의 뜻을 잇기 위해 2023년 제정됐다. 유족이 서울공예박물관에 30년간 총 9억원의 공예상 운영 기금을 후원하는 민관 협력 방식이다. 이날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수상자에게 서울시장 명의 상장과 상패가 수여됐다. 유리지공예관은 이 작가에게 3개월간 프랑스 파리시가 운영하는 국제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 ‘시테 데자르’ 참여 및 개인전 개최를 지원한다. 수상작을 포함한 결선 진출작은 1일부터 10월 11일까지 서울공예박물관에 전시된다. 작가의 작업실을 찾아가는 ‘체크인 공방’이나 공예 강좌, 가을밤 전시 산책 등 프로그램도 예정돼 있다. 전시와 프로그램은 무료로 운영된다. 민수홍 시 문화본부장은 “우수한 작가를 지원해 서울 공예문화의 경쟁력과 국제적 위상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 ‘비움과 쉼’…경기관광공사, ‘비움 여행지’ 6곳 추천

    ‘비움과 쉼’…경기관광공사, ‘비움 여행지’ 6곳 추천

    엊그제만 해도 유례없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는데, 벌써 선선한 바람과 함께 사색에 잠기기 좋은 9월이 다가오고 있다. 경기관광공사가 멀리 떠나지 않아도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고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 6곳을 추천했다. 몸과 마음에 잠시 쉼표가 필요한 날, 복잡한 일상을 비워내고 온전한 평온으로 채우기 좋은 곳이다. [수원 남수헌] 8월 정식 운영을 시작한 ‘남수헌(南水軒)’은 전통 한옥의 단아한 미학에 현대적인 편의를 더한 한옥 체험형 복합문화공간이다. ‘남수’와 ‘헌’을 결합해 이름 붙여졌으며, 수원화성 성곽길 인근에 자리해 한옥의 정취와 수원화성의 풍경을 함께 만날 수 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골목을 사이에 두고 안채, 사랑채, 별당채가 정갈하게 펼쳐져 마치 작은 한옥마을에 들어선 듯한 풍경을 선사한다. 중정을 품은 마당과 나무 한 그루, 처마 밑으로 스며드는 햇살이 어우러져 한옥 특유의 고요하고 단정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총 12개의 한옥 객실은 객실 유형에 따라 다실과 마당을 갖추고 있으며, 일부 객실에서는 프라이빗 온탕도 즐길 수 있다. 1층에는 갤러리카페 ‘오스수원’과 한옥 라이브러리가 마련돼 숙박객뿐 아니라 일반 방문객도 이용할 수 있다. 전시와 차, 책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수원화성 성곽길을 걷다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다. [포천 국립수목원] 광릉숲 중심부에 자리한 포천 국립수목원은 550여 년의 세월 동안 자연 그대로 보전되어 온 생태계의 보고다. 1468년 조선 세조의 능림으로 지정된 이래 철저히 보호받아 온 온대 북부지역의 대표적인 천연림으로, 그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내부에는 산림박물관, 산림생물표본관,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 등 전문 연구·전시 시설과 함께 다채로운 생태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다. 하늘을 찌를 듯 곧게 솟은 ‘전나무 숲길’과 고요한 물결이 드리운 ‘육림호’ 산책로는 울창한 숲의 정취를 만끽하며 천천히 걸어보기에 좋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과 싱그러운 숲의 향기를 느끼며 일상의 번잡함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다. [가평 잣향기푸른숲] 축령산과 서리산 자락 해발 450~600m에 자리한 가평 잣향기푸른숲은 울창한 잣나무 숲길을 걸으며 자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산림치유 공간이다. 수령 80년 이상의 잣나무림이 국내 최대 규모로 분포하고 있어, 숲에 들어서는 순간 하늘 높이 곧게 뻗은 푸른 나무들이 웅장한 풍경을 연출한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과 싱그러운 숲의 향기를 느끼며 도심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잠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다. 완만한 경사의 무장애 나눔길을 비롯해 다양한 숲길이 조성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숲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산책로 곳곳에는 평상과 벤치 등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 걷다가 잠시 쉬어가며 바람 소리와 새소리 등 숲의 자연을 가까이에서 느끼기 좋다. 또한 숲체험과 산림치유 프로그램, 목공체험 등 다양한 산림복지 프로그램이 운영되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화성 매향리평화기념관] 화성 매향리평화기념관은 반세기 넘게 미군 폭격훈련장으로 사용됐던 매향리의 역사를 기록하고 평화의 가치를 전하는 역사·문화 공간이다. 1950년대 쿠니사격장이 들어선 이후 주민들은 오랜 시간 폭격의 굉음과 불발탄의 위험 속에서 살아야 했으며, 주민들의 노력 끝에 2005년 사격장이 폐쇄됐다.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기념관은 붉은 벽돌과 자연광이 어우러진 차분한 공간으로,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에서 쿠니사격장의 역사와 주민들의 삶, 평화를 되찾기 위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옛 쿠니사격장 존치건축물에도 당시의 흔적이 남아 있다. [부천 자연생태공원] 지하철 7호선 까치울역 인근에 위치한 부천 자연생태공원은 도심 속에서 수목원과 식물원, 자연생태박물관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자연생태 휴식공간이다. 공원 내 부천무릉도원수목원에는 1,000종의 식물이 식재돼 있으며 암석원, 약용식물원, 명상원, 하늘호수 등 다양한 테마 공간이 이어진다. 약 2km 길이의 무장애 데크길 ‘누구나숲길’이 조성돼 있어 누구나 편안하게 숲을 거닐 수 있으며, 유리 온실로 조성된 부천식물원에서는 날씨와 계절에 관계없이 다양한 식물을 관람할 수 있다. 해가 지면 공원은 빛과 미디어아트가 어우러진 야간 관광명소로 변신한다. 야간 관광 콘텐츠 ‘부천 루미나래 도화몽’은 약 1.5km의 수목원 산책로와 데크 숲길을 따라 12개 콘텐츠로 펼쳐진다. 조명과 영상이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낮에는 초록빛 수목원을 산책하고 밤에는 빛과 미디어아트로 물든 숲을 거닐며 서로 다른 매력의 자연을 즐길 수 있다. [의정부 직동근린공원] 의정부 도심에 있는 직동근린공원은 울창한 숲과 산책로가 어우러진 대표적인 도심 속 녹색 쉼터다. 도심과 바로 맞닿아 있으면서도 공원 안으로 들어서면 수목과 산책로가 이어져 한층 여유로운 숲 산책을 즐길 수 있다. 공원은 칸타빌라정원, 청파원, 힐빙정원, 피크닉정원 등 4개 테마 공간으로 구성돼 계절마다 다채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축구장을 비롯한 다목적 체육시설과 어린이 야외체험장, 야외공연장 등을 갖추고 있으며, 곳곳에 정자와 숲속 쉼터가 마련돼 있어 산책 중 잠시 머물며 휴식하기도 좋다. 공원 산책로는 북한산국립공원 사패산 일대의 안골계곡까지 이어진다. 울창한 나무 사이를 따라 걸으며 도심 가까이에서 호젓한 숲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다.
  • 범죄율 전국 1위라고요?… 위성곤 제주지사 “관광객 고려하지 않은 착시현상”

    범죄율 전국 1위라고요?… 위성곤 제주지사 “관광객 고려하지 않은 착시현상”

    위성곤 제주도지사가 최근 실종사건을 계기로 제주 지역의 치안 불안이 커지는 것과 관련해 “제주는 제가 볼 때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범죄 취약지역이 적지 않은 만큼 폐쇄회로(CC)TV와 조명시설을 확충하고 야간 순찰을 강화하는 등 안전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위 지사는 2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전화 인터뷰에서 “물론 범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역이 넓다 보니 안전하지 않은 공간들도 많다”면서도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얘기(가짜뉴스)들이 너무 많이 돌아서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제주에서는 30대 여성 장모씨가 실종 신고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실종자 4명이 잇따라 숨진 사실이 확인되면서 제주 치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발표된 ‘2025 한국의 사회지표’에서 2024년 제주지역 인구 10만명당 범죄 발생 건수가 4540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는 통계가 다시 주목받았다. 제주지역은 2015년 5980건을 기록한 이후 10년째 인구 10만명당 범죄 발생 건수가 전국 1위다. 위 지사는 이 같은 통계에 대해 관광객을 포함한 ‘생활인구’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주는 66만명 정도가 사는 공간인데 관광객의 하루 체류 일수를 계산하면 생활인구로는 82만명 정도가 거주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그런 기준으로 보면 인구 10만명당 범죄 비율이 전국 평균을 상회하긴 하지만 아주 높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범죄 증가에 대해서도 관광객 증가 폭과 비교하면 범죄 증가율은 높지 않다는 입장이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제주에서 형사사건으로 입건된 외국인 피의자는 2021년 505명에서 2024년 610명으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위 지사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2024년 기준 191만명, 지난해에는 224만명까지 늘었다”며 “외국인 관광객 증가율에 비해서 범죄 증가율은 낮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 지사는 장씨 사건을 계기로 안전 취약지역에 대한 관리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도 어두운 농장길이었다”며 “그런 공간에 CCTV를 확대하고 조도도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간 순찰도 강화하고 휴대전화 불통 지역의 문제를 개선해 안전을 확보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장기 실종사건 등에 대비한 영상 확보 여건도 강화한다. 영상 보존기간을 현행 30일에서 60일 이상으로 연장하는 방안과 추가 재원 확보를 위해 정부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도는 실종이나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경찰과 소방, 해경, 행정기관이 초기부터 공동 대응하고 의용소방대와 주민자치경찰대 등 민간 자원까지 신속하게 연계하는 대응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올레길 안전지킴이를 확대하고 1인 관광객을 위한 안전관리 방안도 마련한다. CCTV와 조명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국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모니터링을 강화해 제주에 대한 허위·왜곡 정보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위 지사는 특히 장씨 실종사건의 처리 과정에 대해서는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실종사건이 왜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며 “다시는 한 사람의 판단으로 사건이 부실하게 처리되거나 종결되지 않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촘촘히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고요의 옷장(박사랑 지음, 북다) 살아서 울어 주는 사람이 되는 것. 마음껏 슬퍼하는 것. 울다가 울다가 가끔은 웃는 것. 그리고 일상을 사는 것. ‘스크류바’, ‘안녕, 나를 마중하러 왔어’ 등 사람의 삶을 깊이 있게 관찰하며 흔들리는 마음을 매만지는 이야기를 써 왔던 소설가 박사랑의 신작 장편소설. 청소년을 위한 소설로, 작가는 ‘나 대신 살아 주는 나’라는 독특한 상상력을 펼쳐 보인다. 고등학생 요진은 어느 날 집에서 옷장 안에 보지 못했던 흰 니트를 발견한다. 그 니트를 입는 순간 요진 앞에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또 다른 나’가 나타난다. 요진은 하기 싫은 일, 어려운 일, 피하고 싶은 일을 ‘또 다른 요진’에게 맡긴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괜찮은 걸까. 236쪽, 1만 4500원. 아이의 얼굴(윤구병 지음, 신영희 그림, 보리) 내가 만난 그 애는 천 개의 얼굴을 지니고 있었다. 그 얼굴에서는 햇살이 쏟아지고, 달빛이 어리고, 새싹이 움트고, 바람소리가 들리고, 파도가 일렁이고, 새들이 지저귀고, 불길이 피어오르고, 흙냄새가 풍겨 나왔다. 그것은 살아 있는 어린애 얼굴의 원형 바로 그것이었다. 철학자 윤구병이 1979년 발표했던 단편동화 ‘아이의 얼굴’이 47년 만에 마침내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도시 아파트 공터에서 모닥불을 피우는 아이와 한 어른의 만남을 통해 아이는 무엇을 배워야 잘 살 수 있는지, 많이 배우는 게 정말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힘이 되는지 등을 묻는다. 학원에서 선행 학습을 하며 남보다 앞서 나가기만을 강요받는 아이들이 정말 스스로의 두 다리로 이 땅에 설 수 있을까. 72쪽, 1만 4000원. 이벤트(이희영 지음, 창비) 걱정을 키우는 대신 그 걱정을 견딜 힘을 키운다는 건, 단순히 육체적인 단련만은 아닐 것이다. 내 몸을 들어 올릴 힘이 있다면, 좌절에 빠진 마음도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을 테니까. 번아웃 끝에 서울을 떠난 슬목은 소나무 숲이 에워싼 한옥 호텔 ‘담야’에 취직했다. 손님 맞춤 이벤트를 열어 주는 기획으로 어렵사리 프러포즈 사연을 받았는데, 정작 청혼을 받은 남자의 반응이 이상하다. 현실의 벽에 부딪힌 커플의 사연이 드러나고 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확인하면서 이벤트는 따뜻하게 마무리됐다. 이즈음 슬목은 과거의 온기를 떠올리게 할 이상한 현상을 경험한다. 8년 전 ‘페인트’를 읽고 자라 이제 사회의 파도를 건너는 독자들에게 작가는 잠시 쉬어 가도 좋다는 다정한 응원을 건넨다. 296쪽, 1만 6000원.
  • [나태주의 풀꽃 편지] 이제는 멈추고 싶다

    [나태주의 풀꽃 편지] 이제는 멈추고 싶다

    2025년은 나에게 특별한 한 해였다. 우선은 소원하던 풀꽃문학관 신관이 완공된 해였다. 건평 300평, 지하 1층, 지상 2층의 현대식 건물. 70억원을 들여 지은 건물이다. 공주시에서 지었지만 중앙정부 국토교통부와 충청남도의 돈이 공주시의 돈과 함께 어울려 지어진 건물이다. 나름대로 외형이 아름답고 특별할뿐더러 내부 구성도 심플과 여유를 고려해서 완성했다. 주인보다는 사용자 중심으로 모든 걸 배려하려고 애썼다. 그러므로 이 또한 만족하는 바이다. 그렇게 개관한 것이 지난해 7월 28일. 가슴에 묵직하니 안겨 오는 감회가 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시 전집을 새롭게 출간했다. 지금까지 출간한 시집 53권에다가 동시집, 시조집, 소년시집, 낙수 시집까지 챙겨서 만든 시 전집이었다. 그렇게 해서 12권의 시 전집이다. 대개, 문학관과 문학 전집은 문인이 세상을 뜬 다음에 뒷사람들이 추모하는 마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상례인데 나는 그만 그 두 가지를 나 스스로 해버리고 말았다. 조금은 반칙이고 억지스러운 일이다. 그러면 나는 왜 이렇게 나의 일을 나 스스로 해야만 했을까? 아무래도 나 스스로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믿음직스럽다는 생각에서 그랬을 것이고 또 내가 세상에서 사라진 뒤 아무도 나의 일을 챙겨서 해줄 것 같지 않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그야말로 이것은 소심증에서 나온 결과요 나 자신 마이너라는 의식에서 나온 행위였을 것이다. 버킷리스트였다 그럴까. 나는 그 두 가지를 정말로 내 손으로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 두 가지를 완성한 다음 나의 마음은 시원한 쾌감도 아니고 보람이나 성취감도 아니고 아련한 허무감 같은 것이었다. 이제는 어찌한다? 그런 망연한 심정이 가슴을 눌렀다. 그래서 나는 한사코 아프리카 탄자니아 여행을 결행했다. 현지에 머무는 시간 일주일. 그래도 나에게는 무언가 새로운 감회가 일고 나름대로 각성 같은 것이 찾아왔다. 그러면서 마음속에 하나의 문장이 떠올랐다. 그것은 ‘이제는 멈추고 싶다’란 것이었다. 흔히들 마음을 비우라는 말들을 한다. 그러나 나 같은 범인은 절대로 마음을 비우지 못한다. 더 나아가 마음을 비우면 죽은 목숨이라고까지 생각한다. 나의 소견으로는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거나 허위에 가깝다. 어찌 살아서 숨 쉬는 사람이 마음을 비울 수 있단 말인가? 다만 마음을 비우는 대신 마음을 내려놓거나 줄이거나 버리는 일이 단계적으로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조차 어렵다면 ‘마음을 정리한다’가 있을 수 있겠다. 이 가운데서도 나의 입장, 나의 능력으로서는 ‘마음을 정리한다’가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정말로 요즘은 마음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살려고 애를 쓰고 있다. 크든 작든 무언가 정리하려면 먼저 움직이지 말고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고요해져야 한다. 그래서 우리 풀꽃문학관의 운영 방침도 ‘멈추고 바라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조금 더 있다가 돌아가자’이다. 오늘의 한국인들은 그러한 과정과 체험이 절실하게 필요한 것 같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 풀꽃문학관 방문객들은 설명하지 않고 안내하지 않아도 그렇게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나에게 있었다. 타인을 향해서는 ‘멈추고 바라보고 느끼고 생각하라’고 말하면서도 본인은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이거야말로 모순 가운데 모순 아닌가. 남의 눈에 든 티는 보면서 제 눈에 든 들보는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 아닌가! 정말로 지금이라도 멈추고 싶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깡그리 그만두겠다는 배짱은 아니다. 좀더 조심스럽게 살고 싶고 정성껏 살고 싶다는 말의 다른 표현을 이렇게 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말씀 가운데 간디의 이런 말이 있다. ‘내일 죽을 사람처럼 살고 영원히 죽지 않을 사람처럼 배우라.’ 하지만 대개의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사람처럼 사는 것이 아닌가. 제발 내가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뜻에서 나는 간디의 말을 내 방식대로 고쳐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내일 죽을 사람처럼 살고 영원히 죽지 않을 사람처럼 사랑하라.’ 나태주 시인
  • [르포] 그녀가 사라진 그곳에 가보니… “영화 ‘살인의 추억’ 처럼 가로등도 인적도 없이 캄캄”

    [르포] 그녀가 사라진 그곳에 가보니… “영화 ‘살인의 추억’ 처럼 가로등도 인적도 없이 캄캄”

    제주의 낮과 밤은 다르지만, 그곳의 낮과 밤은 너무 달랐다. 26일 오후 9시쯤 찾은 제주시 한림읍의 한 카나리아야자수 농장. 초등학교 인근 샛길을 따라 들어서자 2차선 도로 옆으로 펼쳐진 야자수밭은 말 그대로 사물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했다. 현장에서 마주한 야자수숲 도로는 가로등 하나 없어 인적조차 없는 곳이었다. 정말 그녀가 그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그보다 더 외지고 은밀한 카나리아야자숲 안으로 들어갔던 것일까. 비닐하우스와 밭이 이어졌고 주변에는 띄엄띄엄 한두 채의 집만 보이는 곳이었다. 늦은 밤 차량 통행도 거의 없었다. 시신이 발견된 장소 앞에는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었고 낯선 승용차 한 대가 헤드라이트를 켜놓은 채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그 불빛마저 사라진다면 주변은 암흑천지유튜브(https://youtu.be/chdFcZI9L3A) 네이버(https://tv.naver.com/v/104842013)였다. 주민들의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밤이 되면 굉장히 어두워 사람이 걸어 다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차량도 헤드라이트가 없으면 다니기 어려운 곳”이라는 설명이 현장에서 그대로 실감났다. 서울신문 영상팀이 인터뷰한 주민 허모씨도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밭에 물을 주려고 하루에도 몇 차례 오가는 곳인데 장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저 나무에서 그랬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장모(37)씨는 바로 그곳에서 발견됐다.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104일 만인 지난 24일이었다. 경찰은 집중 수색 과정에서 야자수숲 안쪽까지 들어갔고, 야자수에 끈이 묶인 채 앉아 있는 듯한 자세의 장씨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매듭과 끈이 묶인 높이 등은 현재 정밀 감식 중이다. 경찰은 주변 야자수 낙엽에서도 크게 흐트러지거나 밟힌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현재까지 저항이나 다툼을 보여주는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타살 혐의점이 낮다고 보는 이유다. 하지만 현장을 직접 찾아보니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 장씨가 실종된 이후 104일 만에 발견된 장소가 평소 두려워하던 곳이라는 점은 유족과 주민들에게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더욱이 장기숙소에서 그곳까지 직선 외길로 가는 길(약 400여m)은 여성 혼자 다닐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마치 영화 ‘살인의 추억’처럼 가로등 하나없는 허허벌판이었다. 반면 대로변으로 돌아가면 20~30분은 족히 걸릴 거리였다. 장씨의 아버지도 “딸이 남자친구에게 ‘야자수농장은 무섭다’, ‘가기 싫은 곳’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쪽으로는 전혀 가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라며 “딸은 평소 무서움을 많이 탔는데 거기에 갔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전날 “경찰로부터 딸의 목뼈와 관련해 설명을 들었다”며 “뼈 사이에 약한 부분이 있는데 그게 당겨지면서 부러졌다고 얘기하더라”고 전했다. 경찰이 장씨가 스스로 숨졌다는 취지로 설명했다는 것이다. 27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감정서에는 장씨의 머리뼈와 목뼈, 몸통 등에서는 특이 골절이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남아 있던 목뿔뼈(설골)에서 골절이 확인됐지만, 부패가 심하고 일부 백골화가 진행돼 해당 골절이 외상이나 질식에 따른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고 사후 부패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감정했다. 특히 특이 골절이 발견되지 않았고 설골 골절 역시 발생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만큼, 정확한 사망 경위와 타살 여부는 추가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외부 전문가들은 카나리아야자수의 구조상 혼자 줄을 걸고 매듭을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아직 경찰 감식으로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무엇보다 장씨가 왜 이곳으로 갔는지가 풀리지 않고 있다. 경찰은 장씨가 실종 신고 전인 지난 5월 12일 밤부터 13일 새벽 사이 숙소를 나와 야자수농장으로 이동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농장은 장씨가 장기 투숙했던 숙소에서 불과 400m가량 떨어져 차량(시속 40㎞ 속도)으로 약 3분 거리였다. 장씨의 실종 신고는 허위로 종결됐고 초기 수색 기회도 사라졌다. 경찰의 늦장대응과 실종 관리체계에 대한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이날 국민들에게 세차례나 고개 숙인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결과를 숨김없이 공개하고, 도내 모든 실종사건을 전면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실종 대응 시스템과 인력·절차를 전면 점검하고 2·3중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최근 올레길을 직접 돌아보면서 폐쇄회로(CC)TV가 부족한 곳을 확인했다”며 “도심지 골목길의 가로등과 비상벨 등도 다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SNS를 통한 장씨 사건 관련 신상정보 유포에 대해서는 “법리를 검토해 방송통신위원회 의뢰 여부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성곤 제주지사도 유관기관 회의를 통해 해안가와 올레길 등 위험지역에 AI 기반 CCTV를 확충하고, AI CCTV 보급률을 현재 58%에서 2030년 75%까지 높이기로 했다. 78명의 관제요원이 24시간 실시간 감시하는 체계도 강화한다. 특히 장기 실종에 대비해 공공 CCTV 영상 보존기간을 현행 30일에서 60일 이상으로 연장하고 저장장치 용량도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피아니스트 이지영, 음악책방 특별 시리즈 《오늘, 베토벤을 만나러 갑니다》 8월 28일 대학로에서 개최

    피아니스트 이지영, 음악책방 특별 시리즈 《오늘, 베토벤을 만나러 갑니다》 8월 28일 대학로에서 개최

    원두 60알의 아침 리추얼부터 〈월광〉·〈템페스트〉 실황 연주까지, 이지영의 시선으로 다시 읽는 베토벤 피아니스트이자 문화예술기획자로 활동 중인 이지영이 오는 8월 28일(금) 오후 7시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베토벤의 삶과 음악 세계를 조명하는 특별 콘서트 《오늘, 베토벤을 만나러 갑니다》를 무대에 올린다. 이지영이 기획 및 진행을 맡고 있는 북콘서트 시리즈 〈이지영의 음악책방〉은 올해 1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가의집과 공동 기획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10회의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하반기 들어서는 거의 매달 2~3회씩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으며,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임현정을 비롯해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나, 황진이〉 등의 원작 소설가 김탁환, MBC PD를 내려놓고 방송가와 출판계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김민식 작가 등을 초대 게스트로 맞아 ‘음악과 책, 인문학이 있는 시간’이라는 부제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 무대는 40년간 피아노를 연주해 왔고 그중 20년을 피아니스트로 활동해 온 이지영이, 오랜 시간 베토벤을 연습하고 연주하며 들여다본 그의 삶에서 발견한 새로운 관점의 베토벤을 이야기하고 연주하는 자리다. 음악은 기술이 아니라 숨이며, 숨은 곧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오랜 명상을 통해 더욱 깊이 느끼게 된 그가 바라보는 베토벤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다. 원두 60알의 리추얼, 혁명가, 그리고 리더 — 이지영이 읽는 베토벤 이지영은 이번 콘서트에서 세 가지 키워드로 베토벤의 삶을 조명한다. 매일 아침 정확히 원두 60알을 세어 커피를 내렸다고 전해지는 그의 엄격한 리추얼에서는 잡념을 떨치고 현재에 머무는 태도를, 시대의 압박에 맞서 자신만의 음악 어법을 밀어붙인 모습에서는 혁명가로서의 결단을, 청각 장애라는 고통을 삶의 주체로서 끌어안아 음악으로 승화시킨 과정에서는 진정한 리더십을 읽어낸다. 이지영은 이를 “리더십이란 타인을 이끄는 힘이기 전에,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도 자기 삶의 방향키를 놓지 않는 힘”이라고 설명한다. 실황 연주와 영상이 어우러지는 80분의 여정 프로그램 〈소리 너머의 숨을 찾아서〉는 숨-고요-운명-몰입-완성의 다섯 단계로 구성된다. 이지영의 피아노 실황으로 〈월광〉, 〈전원〉, 〈비창〉, 〈템페스트〉 소나타가 연주되며, 베토벤이 그려낸 인간의 운명과 자연의 숨결을 담은 교향곡 5번 〈운명〉과 6번 〈전원〉은 영상으로 감상한다. 80분간 이어지는 이 여정은 관객이 베토벤의 음악을 통해 자신의 호흡과 리듬을 되돌아보도록 이끈다. 이지영은 “음악은 단순한 손끝의 기교가 아니라 결국 삶의 호흡”이라며 “베토벤을 연주할수록 그 역시 평생 음악을 통해 자기 자신을 치열하게 마주했던 인물임을 확인하게 됐다. 이번 무대는 귀로 듣는 연주를 넘어 가슴으로 베토벤을 깊이 만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서 『마흔에 다시 만난 베토벤』의 저자이자 이지영음악연구소(LCM)를 이끄는 이지영은 클래식 연주와 인문·철학적 대담을 결합한 복합 문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본 공연의 관람 신청 및 상세 정보는 공식 안내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