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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 업계 뒤흔든 ‘집단 성폭행’ 사건…“피해 여성 60명 이상” 美 발칵 [핫이슈]

    부동산 업계 뒤흔든 ‘집단 성폭행’ 사건…“피해 여성 60명 이상” 美 발칵 [핫이슈]

    미국 뉴욕 부동산 업계를 뒤흔든 ‘부동산 재벌 삼형제’ 성폭행 사건에서 법원이 결국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AP 통신 등 외신은 10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부동산 중개업자로 알려진 알렉산더 형제가 성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뉴욕 부동산 업계의 유명 인사인 알렉산더 형제(알론, 오렌, 탈)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십 명의 여성을 반복적으로 마약에 취하게 하고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아왔다. 기소장에 따르면 이들 삼형제는 사전에 철저히 계획된 방식으로 여성들을 유인한 뒤 성폭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값비싼 여행과 숙박 등의 유혹을 미끼로 삼았다. 여성들이 특정 장소에 도착하면 그곳에서 알렉산더 형제를 포함한 여러 남성이 피해 여성들을 강제로 성폭행했다. 그들은 사전에 성폭행을 위한 여행을 계획하고,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기 위해 미리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다. 여성들은 데이팅 앱이나 SNS를 통해 직접 연락을 받거나 파티 기획자를 통해 중개됐다. 알렉산더 형제와 관련한 기소장에는 “이들이 여성들을 강압적으로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했고 피해자들이 ‘멈춰 달라고 절규하는 등 명백한 요청’을 했지만 이를 무시한 채 범행을 이어갔다”고 명시됐다. 재판 과정에서 증언한 피해 여성들은 “알렉산더 형제의 성 관련 부적절한 행위는 뉴욕 부동산 업계에서 수년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면서 “형제가 건넨 술을 마신 뒤 약물에 취한 느낌이 들었고 이후 성폭행으로 이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변호인 측 “의뢰인의 재산 노린 거짓 주장”알렉산더 형제 측 변호인은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들이 이번 소송을 통해 돈을 벌려 한다. 일부 고소인들은 잘못된 기억을 주장한다”면서 “의뢰인들이 여러 여성을 만난 것은 인정하지만 모든 성관계는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변호인단의 주장을 반박하며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인 고소인 모두 부유한 사람들이다. 돈을 바란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증인으로 나선 한 여성 A씨는 자신이 17세였던 2017년 당시 삼형제 중 한 명인 알론 알렉산더에게 강간당했다고 밝히며 “나는 억만장자의 딸이다. 그들의 돈을 원하는 게 아니다. 그저 그들이 그 돈을 갖지 못하게 하고 싶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40세인 또 다른 여성은 “그들의 돈은 전혀 필요 없다. 알렉산더 형제가 나를 돈만 밝히는 여자, 협박꾼, 사기꾼이라고 부르는 것에 화가 났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가장 큰 엘리트 성범죄 스캔들”보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은 60명 이상, 재판에서 직접 증언에 나선 여성은 11명에 달한다. 증언에 나선 A씨 등 일부는 미성년자 시절 피해를 입었으며 삼형제의 범죄는 10년 이상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AP 통신은 “이번 판결은 부동산 업계의 거물인 더글러스 앨리먼에서 중개인으로 일하다 2022년 자신들의 부동산 회사인 ‘오피셜’을 차린 알렉산더 형제의 엄청난 몰락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알렉산더 형제의 성폭행·성매매 조직 사건은 이들이 체포된 2024년 이후 미국에서 가장 큰 엘리트 성범죄 스캔들로 평가된다. 알렉산더 형제는 마이애미 출신의 부유한 가족으로, 이 중 탈과 오렌은 유명 셀럽과 부유층을 상대로 뉴욕의 초고가 부동산 중개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또 다른 형제인 알론은 가족 보안 회사 임원으로 일했다. 이들은 뉴욕과 마이애미 상류층 파티 문화에서 유명 인플루언서와 같은 존재였다. 미 법무부는 이들 형제 사건을 언급하며 “부와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여성들을 착취했다”고 비판했다. 알렉산더 형제 사건과 관련한 최종 판결은 오는 8월 예정돼 있다. 현지 언론은 이들 형제가 최소 15년, 최대 종신형에 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1억 투자해도 누구는 감세 270만원, 누구는 432만원…국민성장펀드 과세 형평성 논란

    1억 투자해도 누구는 감세 270만원, 누구는 432만원…국민성장펀드 과세 형평성 논란

    국민성장펀드가 본격 가동을 시작한 가운데 ‘성장의 과실을 국민과 나누겠다’는 취지로 추진되는 국민참여형 펀드가 과세 형평성 논란에 휩싸였다. 소득 기준 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도록 설계했지만, 역설적으로 소득이 높을수록 실제 감면받는 세금이 더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3일 정부와 여당은 오는 6월 출시를 목표로 3년 이상 투자하면 소득공제 40%와 배당소득 9% 분리과세 혜택을 부여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첨단전략산업과 벤처기업에 개인 자금을 유도해 기업이 성장하면 그 이익을 국민과 공유하겠다는 취지다. 납입 한도는 1인당 최대 2억원이다. 논란의 출발점은 ‘소득공제’ 방식이다. 소득공제는 세금을 직접 깎아주지 않고, 세금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따라서 실제 줄어드는 세금 규모는 개인이 적용받는 세율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나라 소득세는 누진세 구조다. 소득이 높을수록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쉽게 말해 같은 금액을 공제받아도, 세율이 높은 사람일수록 줄어드는 세금이 더 많다. 과세표준이 비교적 낮은 중산층 구간은 15% 세율이, 그보다 높은 소득 구간은 24% 세율이 적용된다. 이 구조가 국민성장펀드에서도 그대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각각 1억원을 투자해 최대 공제액인 1800만원을 적용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세율이 15%인 구간에 있는 사람은 약 270만원의 세금이 줄어든다. 반면 24% 구간에 있는 사람은 약 432만원이 줄어든다. 같은 1억원을 투자했지만 감세액은 162만원 차이가 난다. 연봉의 10%를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연봉 5000만원인 사람은 500만원을 넣고 약 30만원 세금이 줄어들지만 연봉 1억원인 사람은 1000만원을 투자하고 약 96만원이 줄어든다. 같은 금액을 투자해도, 같은 비율로 투자해도 고소득 구간일수록 더 많은 세금 혜택을 받는 설계라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소득이나 나이 제한이 없어서 소득 없는 가족 명의의 분산 투자나 세대 간 자산 이전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최병권 수석전문위원은 “같은 투자에 대해 감세액이 달라지는 구조는 조세 형평성 원칙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소득 기준을 설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도 “투자액이나 소득 구간에 따라 공제 혜택을 차등화하는 방식을 고민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 고물가 탓에… 저소득층 적자에 허덕, 고소득층은 지갑 닫았다

    고물가 탓에… 저소득층 적자에 허덕, 고소득층은 지갑 닫았다

    물가 상승에 취약한 저소득층 5가구 중 3가구가 번 돈보다 쓴 돈이 많은 ‘적자 가구’로 나타났다. 반면 고소득층은 아예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적자 가구 비중이 오히려 줄었다. 빈자는 적자에 허덕이고, 부자는 돈을 쓰지 않으면서 경제의 선순환 고리가 끊겨버린 모습이다. 적자 가구란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많은 가구를 뜻한다. 국가데이터처는 최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에서 지난해 4분기 기준 적자 가구 비율이 25.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9년 4분기 26.2%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20년 23.3%로 낮아졌던 수치는 2021~2023년 24%대를 유지하다 2024년 23.9%로 소폭 하락한 이후 지난해 다시 1.1% 포인트 반등했다. 적자 가구의 비중은 저소득층이 압도적으로 컸다. 1분위(소득 하위 20%)의 적자 가구 비율은 58.7%로 전년보다 1.8% 포인트 확대되며 2년째 오름세를 이었다. 2분위는 22.4%로 1.3% 포인트, 3분위는 20.1%로 0.1% 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의 적자 가구 비율은 7.3%로 오히려 0.9% 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고소득층이 소득이 늘어난 것보다 소비지출을 더 줄였다는 의미다. 지난해 4분기 5분위의 평균소비성향(처분가능소득 중 소비지출 비율)은 54.6%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포인트 떨어졌다. 2021년 4분기 52.6%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평균소비성향 수치가 하락한 건 쓸 수 있는 돈이 있는 데도 쓰지 않았다는 의미다. 저소득층은 소득의 상당 부분을 필수 생계비 지출에 할애하기 때문에 물가 상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4분기 역성장(-0.3%)에 따른 소득 하락분을 메우기 위한 저소득층의 가계 부채가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부족한 소득을 대출로 충당하다 보니 적자 가구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고소득층의 소비 부진은 경기 둔화와 더불어 최근 주식 호황 등 금융경제 상황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득 5분위 가구의 지난해 월평균 명목 처분가능소득은 936만 1000원으로 전체 소득 분위 중 최대 폭인 5% 증가했다. 대기업 상여금 지급 등의 영향으로 근로소득이 8.7% 급증한 영향이다. 이런 상여금 같은 일시적 소득은 경기 불확실성이 클 때 소비보다 저축이나 자산 투자로 쏠리는 경향이 나타난다. 양 교수는 “고소득층은 소득이 늘면 추가 소비를 더 하는 ‘한계소비성향’이 다른 계층보다 낮다”면서 “남은 소득을 부동산 또는 주식투자 재원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런 소득 격차에 따른 소비 추세는 국민의 ‘주관적 불평등 인식’에도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조사 기준으로 사회적 분배가 개선됐는데도 국민의 92.4%는 여전히 “한국은 소득 격차가 크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사설] 법왜곡죄·재판소원제 강행 與… 위헌·혼란 책임질 수 있나

    [사설] 법왜곡죄·재판소원제 강행 與… 위헌·혼란 책임질 수 있나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의 반대 속에 법왜곡죄법(형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법왜곡죄는 판검사가 법을 왜곡해 적용할 경우 10년 이하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법왜곡 여부를 판단할 기준이 모호해 죄형법정주의와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그제 본회의 상정 직전 원안을 땜질한 수정안을 제출했다. 적용 대상을 형사사건으로 한정하고, 왜곡 행위의 정의도 구체화했다. 그럼에도 우려는 여전히 심각하다. 판검사들이 처벌의 위험 때문에 정권 눈치를 보게 되거나 수사·재판이 위축되는 등 사법부의 재판권과 수사기관의 독립성 훼손이 무엇보다 걱정스럽다. 그제 전국법원장회의에서도 “고소·고발이 남발되고 재판의 신속과 국민 기본권 보장에 역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 나왔다. 민주당은 야당의 반대에도 어제 잇따라 상정한 재판소원제 도입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도 오늘 강행 처리하기로 했다. 재판소원은 재판이 기본권을 침해했을 때 헌법재판소에 재판을 취소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사법권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 체제와 맞지 않는 사실상의 4심제라는 지적이 높다. 재판소원제가 국민의 권리 보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긍정론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소송 기간과 비용만 늘어나 권력도, 돈도 없는 일반 국민에게는 소송 지옥이 열릴 것이라는 우려가 훨씬 심각하다. 반복되는 재판으로 소송 당사자들은 고통받고, 법적 불안정으로 사회적 손실도 막대할 수 있다. 오죽하면 참여연대, 민변 등 정부에 우호적인 시민단체들까지 나서 졸속 처리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겠는가. 사법체계의 근간을 바꿀 중대한 법안을 숙의 과정도 없이 몰아쳐서는 그 후과가 얼마나 클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국민이 겪을 혼란과 피해의 책임은 두고두고 민주당이 멍에로 짊어져야 한다. 민주당은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상정할 계획이다. ‘사법개혁 3법’은 이재명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무력화하기 위한 사법 장악 의도라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법원장들은 3개 법안에 대해 “국민 피해가 우려되고 돌이키기 어려운 중대한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거듭 우려한다. 위헌 논란이 여전한 법왜곡죄는 청와대로 공이 넘어갔다. 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합리적 해법을 마련해 주길 기대한다. 그것이 대통령의 헌법수호 책무에 걸맞은 일이다. 재판소원제와 대법관 증원도 재판을 직접 담당하는 사법부 의견까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 독일, ‘법왜곡죄’ 한 해 1~2건… 소송 부추긴 판사 등 엄격 적용

    독일, ‘법왜곡죄’ 한 해 1~2건… 소송 부추긴 판사 등 엄격 적용

    일부러 기소 안 한 검사도 ‘유죄’여당은 ‘尹석방’ 지귀연 판사 겨냥법조계 “명백한 편파성 없인 무리”정권 따라 고소·고발 남발 우려도 법왜곡죄를 도입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26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실제 판검사들이 처벌된 독일 사례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 법왜곡죄의 모델이 된 독일의 경우 법왜곡죄로 유죄를 받는 예는 한 해 1~2건에 불과했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독일 연방대법원은 2024년 코로나19 사태 때 한 판사가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해제해 달라’며 제기된 소송에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판결에 대해 법왜곡죄를 인정, 징역 2년에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바이마르 지방법원 판사는 소송을 제기할 학부모를 직접 섭외하는 등 편파적으로 소송을 지휘하고 결론을 내렸다. 형사정책연구원이 2019년 발간한 ‘형사사법 분야의 법왜곡 방지를 위한 입법정책’ 자료에도 독일의 법왜곡죄 처벌 사례가 나온다. 한 판사가 질서구금 명령에 대한 즉시항고 사건을 맡았으나, 이틀 동안 의도적으로 사건을 처리하지 않아 항고인이 3일간 구금되는 결과를 초래해 법왜곡죄로 기소됐다. 이 판사는 지방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독일 연방대법원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프라이부르크 검찰청의 한 검사가 유죄판결을 받을 개연성과 증거가 충분한 피의자에 대해 공소 제기를 하지 않아 법왜곡죄 유죄가 확정된 사례도 있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검사도 법관처럼 법적으로 온전히 규율된 절차 속에서 결정해야 할 의무가 있다. 기소 중지나 기소 결정도 이에 해당된다”고 판결했다. 독일에서 법왜곡죄는 유명무실한 규정이었으나, 통일 이후 동독 지역의 법관 및 검사를 법왜곡죄로 처벌하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실제 기소 및 유죄 건수는 미미하지만 고소·고발이 쏟아졌다. 법안을 추진한 더불어민주당은 지귀연 부장판사의 윤석열 전 대통령 석방을 대표적인 ‘법왜곡’ 사례로 든다. 이에 대해 법조계 전문가들은 “법왜곡죄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관행과 달리 구속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했다고 해서 법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라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지 판사의 결정이 법 해석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그걸 의도적, 편파적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며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판례를 바꾸기도 하는데, 그런 걸 왜곡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독일의 기소법정주의와 달리 한국은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데, 검사의 재량을 인정하기 때문에 한국에 똑같이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최근 검찰에 항소, 상고 포기가 많은데 정권이 바뀌면 법왜곡죄를 내세워서 공격하는 일도 생길 것”이라면서 “지금도 판사, 검사, 경찰까지 수십명씩 직무유기나 직권남용으로 고소당하는 사례들이 많다. 그런 양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동아시아 최고 풍광 품은 ‘물의 나라’[서동철의 이야기가 있는 옛성]

    동아시아 최고 풍광 품은 ‘물의 나라’[서동철의 이야기가 있는 옛성]

    천하제일 명승지…군사 요충지 충남 보령이라면 누구나 대천해수욕장을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길이가 3.5㎞에 이르는 넓은 백사장은 대천을 일찍부터 서해안을 대표하는 휴양지로 명성을 날리게 했다. 보령은 서해를 방어하고 삼남에서 도성으로 가는 조운선을 보호하는 수군 사령부가 있던 고장이기도 하다. 오서산에서 발원한 광천천이 천수만으로 흘러드는 오천의 충청수영성이 그것이다. 군선 정박지 선소(船所)엔 이제 형형색색 낚싯배만 가득하다. 하지만 ‘천하제일의 명승’으로 불리며 숱한 시인 묵객을 불러들였던 영보정(永保亭)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광은 여전히 감동적이다. 역사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충청수영성과 오천항의 아름다움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장담한다. 보령을 찾는다면 충청수영성도 찾아보기를 권한다. 자연은 물론 역사와 문학의 즐거움도 함께 누리는 품격 높은 여행이 될 것이다. 조선시대 충청수영성의 모습은 규남 하백원의 ‘해유시화첩’으로 그 일단을 짐작할 수 있다. 화순 선비 하백원은 1842년 보령의 다섯 선비와 더불어 일대를 유람하고 그 감상을 시와 그림으로 남겼다. 시화첩을 펴면, 수영성 내부에는 영보정을 비롯한 건물이 들어차 있고 지금은 터만 남은 충청수영의 수호사찰 한산사(寒山寺)도 하구 너머에 보인다. 바다에는 몇 척의 배도 떠 있는데 거북선의 모습을 강조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규남은 수차의 일종인 자승차(自升車)를 고안하고, 당시 전라도관찰사 서유구에게 수리에 활용하도록 건의했다는 실학자다. 2015년 복원된 영보정에 오르면 수편의 제영시가 걸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누정 같은 곳에서 그 공간에 얽힌 이야기를 운문으로 짓는 것이 제영시다. 읍취헌 박은(1479~1504)의 ‘영후정자’(營後亭子)도 그중 하나다. 읍취헌은 갑자사화로 불과 25세의 나이에 목숨을 잃은 인물이다. 파직당하고 충청도 수군절도사였던 장인 신용개를 찾아 충청수영에서 열흘 남짓 머물 때 이 시를 지었다고 한다. 충청수영성과 주변의 풍광을 문학성 높게 표현한 작품으로 후세까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름다운 풍경들 詩로 남아 ‘영후정자’에는 수영성 주변을 택국(澤國·물의 나라)이라는 표현으로 운하의 고장인 중국 소주와 연결 짓는 대목이 보인다. 자연스럽게 당나라 시인 장계의 ‘풍교야박’(楓橋夜泊)에 나오는 ‘고소성 밖 한산사’(姑蘇城外寒山寺)라는 시구를 떠올리게 했다. 소주의 옛 이름이 고소(姑蘇)이고 고소성은 곧 소주의 고대 성곽을 가리킨다. 소주의 한산사는 지금도 명맥을 이어 오고 있다고 한다. 고소성은 이렇게 충청수영성의 별칭이 됐다. 옛 시인들은 수영성 앞바다도 소성강이라 불렀다. 수영성이 자리잡은 동네는 지금도 소성리다. 충청수영은 충청도수군절도사영의 줄임말이다. 충청도 수군의 총대장인 절도사가 있는 본부라는 뜻이다. 관할구역은 북쪽으로 아산만에서 남쪽으로 금강 하구 장항만에 이른다. 충청도 수역은 전라도와 경상도 평야 지대 세곡을 수도로 나르는 조운선의 중간 기착지에 해당한다. 고려 말 왜구가 횡행하자 육로 수송으로 돌아갔지만 세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자 조선은 조운을 재개했다. 왜구의 가장 중요한 약탈 대상인 조운선을 보호하려면 충청도 수군을 강화하는 것은 불가피했다. 외교 1번지…조선 수군의 핵심 기지 고려시대 왜구가 날뛸 수 있었던 것은 수군이 육군의 보조기능에 그쳤기 때문이다. 조선은 건국 초기부터 지역 사령관인 도절제사를 두면서 수군 강화 의지를 보였다. 수군도절제사는 세종시대 수군도안무처치사로 바뀌었다가 세조시대 수군절도사라는 이름으로 정착한다. 충청수영은 ‘연려실기술’(1776년) 기록 이후 본영과 함께 소근포진, 안흥진, 평신진, 마량진, 서천포의 5개 수군진으로 운영됐다. 소근포진과 안흥진은 태안, 평신진은 서산, 마량진과 서천포는 서천에 있었다. 충청도 서해안은 고대부터 선진문물이 중국으로부터 가장 먼저 들어오는 통로였다. 백제가 웅진(공주)에 이어 사비(부여)로 잇따라 천도하면서 보령지역 포구의 역할도 전과 달라졌을 것이다. 서해로 나가는 출구에 자리잡은 오늘날의 오천 대회이포도 국제항구로 역할을 했을 것으로 학계는 본다. 고려시대 거란의 방해로 송나라를 오가는 항로가 북로에서 남로로 옮겨지면서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대회이포 서쪽 고만도에는 송나라 사신을 접대하는 영빈관이 설치되기도 했다. 고려사에는 ‘삼별초가 고란도에 침입해 병선 6척을 불사르는 한편 선장(船匠)을 죽이고 조선관(造船官)인 홍주부사와 결성·남포 감무를 사로잡아 갔다’는 기록이 있다. 1272년(원종 13년)의 일이다. 고란도는 그 위치나 역할로 볼 때 고만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고만도는 국가적 외교 공간이자 핵심 수군 기지였다. 더불어 고만도가 국가적 차원의 조선소 역할도 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조선시대에도 안면도를 포함한 충청도 서해안의 소나무는 병선·조운선 및 궁궐 건축 재료로 특별히 보호됐다. 왜군 방어 해상 보루…배낚시 메카 조선왕조가 출범하자 태조는 1396년 고만도에 수군 첨사를 배치한 데 이어 곧 수군 사령 부를 대회이포로 옮긴다. 큰 바다가 가까운 고만도는 왜적이 대규모로 침입하면 방어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수군도안무처치사는 보령현 서쪽 대회이포에 머무른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충청수군 사령관을 당상관으로 임명한 것은 그 이전인 듯하다. 충청수군절도사는 조선 후기 삼도수군통제사와 삼도수군통어사의 지휘를 동시에 받는 독특한 위치에 있었다. 삼도수군통제사는 경상좌·우수군과 전라좌·우수군, 충청수군을, 삼도수군통어사는 경기수군과 황해수군, 충청수군을 총괄했다. 외적이 남쪽에서 침입하면 통제사, 북쪽에서 공격하면 통어사 지휘를 받는 것이 충청수군이었다. 임진왜란 당시 충청수사 최호가 이순신 장군에 이은 제2대 삼도수군통제사 원균의 명령에 따라 투입된 칠천량에서 전사한 것도 이런 수군 체계를 보여 준다. 조선과 왜의 관계가 비교적 안정된 이후 충청수영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조운선의 안전한 항해를 유도하는 것이었다. 조운선 관리 책임은 수군절도사의 참모인 우후에게 맡겨졌다. 우후는 1669년(현종 10년)부터 조운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3월부터 9월까지 아예 원산도에 상주했다. 우후에겐 세곡선을 호송하고 기상 변화에 따라 출입을 통제하는 한편 난파한 조운선의 곡식을 수습하는 역할도 주어졌다. 조운선을 통제한 관아의 흔적은 원산도의 가장 큰 포구인 진촌에 남아 있다. 19세기 들어 우후에게는 이양선을 경계하는 임무도 주어졌다. 원산도의 가장 높은 봉우리 오봉산에선 외적 침입을 신속하게 충청수영에 알리던 봉수대의 유구도 확인됐다. 진촌에는 수군 우후 최창호 등을 기리는 공덕비도 남아 있다. 대천과 원산도를 잇는 보령해저터널이 2021년 개통됨에 따라 조운선 통제와 이양선 경계의 현장을 찾아보는 것도 어렵지 않게 됐다. 오천항은 ‘배낚시의 메카’로도 불린다. 연중 다양한 어종이 잡히지만 4~5월 주꾸미 시즌과 9~10월 갑오징어 시즌에는 주변에 교통체증이 빚어질 만큼 많은 낚시객이 몰린다. 낚시를 즐기지 않더라도 오천항에선 다양한 제철 해산물을 만날 수 있다. 이번에도 잠수기 어업 본거지이기도 한 오천에서 갖가지 키조개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병인박해 순교 성지…5인 성인으로 충청수영성을 둘러보고 오천항의 맛을 즐겼다면 2㎞ 남짓 떨어진 갈매못 순교 성지를 방문하는 것이 순서다. 1866년 병인박해 당시 다블뤼 주교와 오메트로·위앵 신부, 황석두·장주기가 참수된 충청수영성의 형장이다. 충청도 내포지방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체포된 다블뤼 등은 한양으로 압송됐다. 이들을 굳이 충청수영성으로 데려가 처형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다양한 분석이 이뤄졌다. 그중 하나가 군문효수(軍門梟首)로 바다를 이용한 천주교와의 교섭을 경고하려 했다는 것이다. 다섯 순교자는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집전으로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 글·사진 서동철 논설위원
  • ‘사법 3법’ 성토한 법원장들… “대법관은 4명만 증원” 제안

    ‘사법 3법’ 성토한 법원장들… “대법관은 4명만 증원” 제안

    임시회의 소집… 43명이 5시간 토론“대법관 증원 가능한 인원 우선 4명”법왜곡죄엔 “국민 기본권 보장 역행”재판소원 도입도 사회적 손실 우려“숙의 과정에 사법부 의견 반영해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이 본회의 처리를 앞둔 가운데 전국 법원장들이 25일 한자리에 모여 유감을 표명했다. 다만 대법관 증원에 대해서는 현 상황에서 가능한 범위인 4인 증원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법원장들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박영재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임시회의를 열고 “사법제도의 근본적 개편은 돌이키기 어려운 중대한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면서 “사법부와 사회 각계의 우려 표명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공론화와 제도 개편의 부작용에 대한 숙의 없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현 상황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기관과 전문가를 아우르는 협의체를 통해 바람직한 사법제도 개편 방안에 대한 폭넓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특히 대법관 증원에 대해 “단기간 내 증원은 사실심 부실화 등 부작용으로 인해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우려가 있다”면서 4명 증원을 추진하자고 했다. 법원 관계자는 “전원합의체와 소부 재판부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최대한 가능한 숫자가 4명”이라면서 “‘4인 증원을 일단 해보고 소화가 된다면 추가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의견이 공감을 얻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12명을 증원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법왜곡죄 신설을 두고는 범죄 구성요건이 추상적이어서 처벌 범위가 확대될 수 있는 점, 처벌 조항으로 고소·고발 남발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점 등을 비판했다. 법원장들은 “재판의 신속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소원에 대해서는 재판 확정의 실질적 지연, 법적 불안정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법원, 헌법재판소, 국회, 정부 등 관계 기관과 이해관계인이 참여하는 폭넓은 논의와 조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처장은 모두 발언에서 “사법제도 개편 3법은 법원의 본질적 역할과 기능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뿐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숙의 과정에서 재판을 직접 담당하는 사법부의 의견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23일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라면서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법원행정처장이 소집한 이번 법원장회의에는 법원행정처 차장과 각급 법원장 등 총 43명이 참석해 오후 2시부터4시간 45분가량 진행됐다.
  • 오늘 전국 법원장 모여 ‘사법개혁 3법’ 의견 모은다

    전국 법원장들이 25일 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에 대해 의견을 모은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여러 차례 숙의를 요청한 만큼 해당 법안에 대한 강한 우려의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행정처는 25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전국법원장회의를 연다고 24일 밝혔다. 구체적인 안건은 공지되지 않았지만, 사법개혁 3법에 대한 각급 법원의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법원장회의는 의장인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을 포함해 대법원을 제외한 전국 각급 법원의 법원장과 사법연수원장, 사법정책연구원장 등이 모이는 고위 법관회의체다. 이번 회의는 정기 회의가 아닌 현안 논의를 위한 임시회의로, 법원이 긴급하게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사법부는 민주당 주도의 사법개혁에 대해 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왔다. 조 대법원장은 전날 출근길에 “헌법 개정 사항에 해당할 수 있는 중대한 내용이다.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라면서 공론화를 통한 토론 과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국법원장회의는 지난해 9월 임시회의에서 사법부가 참여하는 공론화 절차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같은 해 12월 정기회의 뒤에는 법왜곡죄 등에 대해 위헌 소지가 크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무엇보다 법왜곡죄에 대한 우려가 크다. 법원 관계자는 “법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에 대한 고소·고발이 남발될 것이고 의미 있는 판결이라도 기존의 법리와 다른 새로운 판단을 내놓지 않는 위축 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 법 왜곡 기준 모호해 과잉 입법 vs ‘의도적 해석’ 한정 땐 바람직

    법 왜곡 기준 모호해 과잉 입법 vs ‘의도적 해석’ 한정 땐 바람직

    형법상 ‘명확성 원칙’이 쟁점특정 판결 고소·고발로 혼란 야기수사만 받아도 사법부 위축 우려소극적 법리 해석의 원인 될 수도‘모태’ 독일서도 기소율 낮아사법부 압박 수단 악용 우려에도자정 유도 위한 도입 필요성 주장‘실제 직권남용 적용 한계’ 이유도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예고한 가운데 조희대 대법원장은 23일 “이번 법안들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생긴 이래 8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사법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인만큼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법왜곡죄’ 도입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 위헌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법 왜곡의 기준이 모호한데다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크고, 사법부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제기되서다. 이에 결국 형법상 ‘명확성의 원칙’이 법안 당위성을 가를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법왜곡죄 도입을 위한 형법 개정안은 재판·수사 과정에서 판검사가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해석·적용하거나 위법한 증거를 사용하는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및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처벌을 하는 내용이 골자다. 민주당은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법왜곡죄의 모태가 된 독일의 법왜곡죄는 법관, 그밖의 공무원이 법을 왜곡해 당사자 일방에게 유리·불리하게 만든 경우 성립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나치에 부역한 판사들을 처벌하기 위해 도입됐다. 독일의 경우 ‘고의’로 ‘중대한’ 경우에만 죄가 성립되는데, 단순한 실수나 오판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독일 사법통계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7년까지 16년 간 법왜곡죄로 재판에 넘겨진 사례는 모두 73건으로, 기소율은 1% 수준이다. 유죄 판결은 56건, 자유형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3건에 불과했다. 서울신문은 이날 법왜곡죄와 관련해 5명의 국내 대표적인 법학자들과 법조인들의 의견을 들었다. 법왜곡죄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독일과 한국의 사법 환경 및 법체계가 다르고, 궁극적으로 법관의 재판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한 데 반해, 독일은 ‘기소법정주의’를 채택한다. 한국의 경우 검사가 기소 여부와 관련된 재량이 많이 부여된 현실에서 법왜곡죄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종국엔 처벌이 안 되더라도 법왜곡죄로 수사를 받게 되는 상황 만으로도 사법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면서 “법왜곡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생기면 법관들이 적극적인 법리 해석을 하려는 시도 자체를 안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일의 경우 실제 이를 적용하는 사례는 거의 없고 강력한 처벌보다는 상징성이 강한 제도로 기능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 뒤늦게 법왜곡죄를 신설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중형으로 처벌하도록 한다는 것은 법관에 대한 압박의 의도로 느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현행 법체계에선 국민의 적극적인 권리 구제를 위해 하급심 판결이 상급심에서 파기되거나 뒤집히는 경우도 있는데, 법왜곡죄가 도입되면 상급심 법관들이 하급심 법관들을 보호하기 위해 판결을 깨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도 “법 해석과 판결은 본질적으로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내포하는데, 이를 처벌한다면 재판의 자유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라면서 “헌법이 보장한 사법권 독립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직권남용죄 등 현행 법규 체계에서도 의도된 법 왜곡을 규제할 수 있는데도 법왜곡죄를 도입하는 것은 과잉입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 형법에는 우리와 달리 직권남용죄가 없다. 조재현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도 직권남용과 함께 의도적인 법 왜곡 및 남용이 확인될 경우 공직자에 대한 탄핵 소추가가능하다”면서 “뭐든지 형사처벌로 해결하려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사법부의 자정 작용을 유도하기 위해 법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권남용죄의 적용 범위를 매우 좁게 해석하는 국내 법환경에서 현실적으로 법관에게 적용이 어렵기 때문에 법왜곡죄 도입이 불가피하다”면서 “법관은 재판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에 구속되기 때문에 이를 올바로 따르지 않았을 경우에 대한 처벌조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모든 공직자는 헌법 법률을 준수할 헌법상 의무가 있고, 이를 위반하면 명백한 범죄”라면서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해석하는 경우에 한해 처벌할 수 있다고 적용 범위를 지정하면 명확성의 원칙을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한 달 사이 두 남자와 결혼한 ‘유부녀’…황당한 ‘3중 혼인’ 사건 [여기는 중국]

    한 달 사이 두 남자와 결혼한 ‘유부녀’…황당한 ‘3중 혼인’ 사건 [여기는 중국]

    중국 상하이에서 남편이 있는 여성이 한 달 사이 두 남성과 각각 결혼식을 올린 이른바 3중 혼인 사건이 알려졌다. 피해 남성들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달 초 중국 국영방송 CCTV12에서 소개된 이번 사건의 중심에는 상하이에 거주하는 여성 린환환이 있다. 2024년 말 산둥 출신 자오신과 저장성에 거주하는 사업가 리원룽이 각각 경찰에 신고를 접수했다. 두 사람 모두 아내를 혼인 사기로 고소한 것이다. 서로 아무런 접점이 없던 두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두 남성이 ‘아내’라고 부른 여성이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더 충격적인 사실도 드러났다. 두 남성이 자신의 아이로 알고 있던 자녀는 법적으로 배우자인 청웨이의 아이였다. 린환환은 이미 그와 혼인신고를 마친 상태였다. 2021년 10월 린환환은 온라인으로 만난 자오신과 그의 고향인 산둥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신부의 부모는 참석하지 않았고 친구 한 명만 동행했다. 한 달 뒤 그는 또 다른 남성 리원룽과 저장성에서 다시 결혼식을 치렀다. 자오신은 2021년 베이징에서 근무하던 중 온라인 채팅을 통해 린환환을 알게 됐다. 상하이에서 애견숍을 운영한다는 그녀와 빠르게 연인이 됐고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상하이로 이주했다. 그러나 린환환이 잦은 출장으로 집을 비우면서 두 사람은 사실상 주말부부처럼 지냈다. 그해 6월 린환환은 임신했다며 결혼을 재촉했다. 양가 부모가 만나 혼사를 논의했고 결혼식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혼인신고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자신이 신용불량자라 남편에게 불이익이 갈 수 있다며 차일피일 미뤘다. 양가 부모는 두 사람의 관계가 좋아 보인다는 이유로 이를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미혼모도 출생신고가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워 혼인신고 없이도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리원룽 역시 2021년 6월 린환환을 알게 됐다. 숙박업에 종사하던 그는 린환환보다 10살 이상 연상이었지만 두 사람은 빠르게 가까워졌고 결혼을 전제로 교제했다. 예비 시부모는 여성에게 8만 8000위안(약 1650만원)의 예단까지 건넸다. 그러나 이쪽에서도 혼인신고는 계속 미뤄졌다. 수사 결과 린환환은 두 남성 사이를 오가던 시점에 이미 2017년 제3의 남성 청웨이와 혼인신고를 한 상태였다. 친부모의 결혼 압박을 피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비슷한 처지의 남성을 찾아 형식적으로 혼인신고만 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의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기로 했지만 2023년 둘 사이에서 딸이 태어났다. 자유로운 결혼생활에 싫증이 난 린환환은 온라인을 통해 새로운 상대를 찾았다. 자오신과 동거하던 중 한 차례 유산을 겪었지만 이를 알리지 않고 다른 사람의 임신 진단서를 내려받아 임신한 것처럼 꾸몄다. 이후 경제력이 더 나은 리원룽에게 마음이 기울었고 자오신에게는 이별을 통보했다. 더 대담한 수법도 있었다. 그는 친부모 대신 배우를 고용해 양가 상견례 자리에 각각 다른 인물을 부모로 내세웠다. 결국 이 가짜 부모가 사건의 실마리가 됐다. 리원룽은 린환환이 보낸 아이 영상에서 들린 남성의 목소리가 자신이 만났던 장인의 목소리와 다르다는 점을 알아챘다. 자오신 역시 의심을 품었다. 린환환은 헤어진 뒤 아들을 낳았다고 했지만 실제로 데려온 아이는 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가 또래보다 작아 건강이 좋지 않은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검찰은 린환환이 임신을 조작하고 기존 혼인 사실을 숨긴 채 남성들로부터 금전을 받아냈다고 보고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린환환은 단순한 혼외 관계였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국인민공안대학 법학원 교수는 “중대한 사실을 은폐해 상대가 혼인을 전제로 재산을 건넸다면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짜 부모로 나선 배우들이 범행을 공모했는지 여부도 쟁점으로 남았다. 사건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드라마 작가도 이렇게는 못 쓴다”, “현실이 막장 드라마를 이겼다”, “연기대상감”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일부는 여성의 외모를 거론하며 “어떻게 세 남자를 동시에 만났느냐”고 조롱했다. 또 “이래서 결혼 전 신원 조회를 한다”, “이제는 장거리 연애가 무섭다”며 결혼 제도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 ‘툭툭’ 남도의 굴 익는 소리… ‘영혼의 맛’ 보러 장흥 가세

    ‘툭툭’ 남도의 굴 익는 소리… ‘영혼의 맛’ 보러 장흥 가세

    아차 싶었다. 찬바람 끝에서 벌써 매서운 기운이 사라져 가는데, 여태 굴구이를 입에도 못 댔다니. 그러고 보니 꼬막, 낙지 역시 마수걸이도 못했다. 겨울 식도락의 정수, 영혼의 맛, 굴을 찾아 부랴부랴 남도 끝자락 전남 장흥군으로 간다. 보통은 맛집 순례부터 나서지만 이번 장흥 여정은 예외다. 장동면의 안중근의사추모역사관부터 찾는다. 두 해 전에 새로 조성됐다. 관련 소식은 듣고 있었지만 이제야 찾는 게 송구해 먼저 안 의사께 인사부터 올리기로 했다. 안중근(1879~1910) 의사는 황해도 해주 사람이다. 장흥과는 전혀 연고가 없다. 그런데도 장동면 해동사(海東祠)에선 전국에서 유일하게 안 의사를 배향하고 기일에 맞춰 제사도 지낸다. 사당에서 지역 연고가 없는 인물을 배향하는 게 처음 보는 일은 아니지만, 다른 성씨의 문중에서 직계 조상을 모시듯 예를 다하는 건 드문 경우다. 서울신문은 이에 얽힌 사연을 앞서 여러 차례 전했다. 관련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안 의사의 위패를 모신 해동사는 1955년에 안홍천이란 지역 유지가 세웠다. 안 의사는 순흥 안씨, 안홍천은 죽산 안씨다. 죽산 안씨가 순흥 안씨 가계에서 갈라져 나왔다고는 하나, 사실 ‘이웃사촌’보다 먼, 남이나 다를 바 없는 사이다. 한데 안홍천은 안 의사의 후손이 국내에 없어 제사조차 지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사재를 털어 죽산 안씨 사당인 만수사(萬壽祠) 바로 위에 안 의사 사당을 조성했다. 해동사가 문을 열던 날, 해외에 거주하는 안 의사의 후손들이 영정과 위패를 봉안하면서 명실상부한 안 의사 사당이 됐다. 지금도 죽산 안씨 문중에서 매년 음력 3월에 시제를 올린다. 겨울철 알도 맛도 배가 되는 석화… 용산 vs 관산 ‘양대 산맥’ 조정래 ‘태백산맥’에 나온 참꼬막… 수라상에 오를 만큼 진미 바닷물·민물 섞인 기수역서 자란 매생이… 내저마을 최고봉추모역사관은 해동사 아래 별도 부지에 조성됐다. 추모관, 조형물, 애국 탐방로, 추모공원 등으로 구성됐다. 추모관 내부는 ‘빛의 울림’, ‘꺼지지 않은 불꽃’ 등 6개의 전시실로 이뤄졌다. 장흥군은 앞으로도 이 일대에 안 의사 추모 공간을 꾸준히 늘려갈 계획이다. 이제 남도 ‘맛의 방주’ 장흥 갯가로 나간다. 굴구이를 찾아서다. 자신의 생각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머리를 조종하는 기생충에 감염된 ‘좀비 개미’처럼 용산면 남포마을로 향한다. 뇌세포는 온통 굴구이 뿐이다. 오로지 굴구이 맛만으로도 뇌의 용량은 버겁다. 꽤 오래전, 장흥 출장 때도 그랬다. 다른 업무로 출발이 늦어졌고, 장흥에 이른 건 ‘현지 시간’으로 모두 잠들 무렵인 밤 9시 언저리였다. 도시에선 이제 겨우 2차를 가네 마네 하는 시간이었지만 갯마을에선 진작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지금도 당시 모습이 어제처럼 선연하다. 사방이 괴괴한 가운데 가게 문을 열고 나온 한 아주머니가 ‘좀비 개미’ 레이더에 포착됐다. 불문곡직 다가가 굴구이를 내달라 청했다. 아주머니는 ‘대략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선선히 가게 문을 열었다. 쫄쫄 굶은 기색이 역력한 이방인을 몰아낼 순 없었던 거다. 석화(石花)라고 했다. 돌에 붙은 꽃. 바닷가 펄 속 돌멩이에 붙어 있던 굴 종자가 겨울이 깊어져 갈수록 몸피를 확 키우는데 그게 꽃을 닮았다고 해서 이토록 낭만적인 이름이 붙었다. 한데 생김새가 불퉁스럽다. 꽃에 견주자니 도무지 언감생심이다. 반어법인가. 껍질 크기가 건장한 사내 주먹 가웃이나 되는 녀석도 있다. 허균의 1611년 작 ‘도문대작’에도 등장하는 걸 보면, ‘석화’란 어쩌면 우리 선조들이 굴의 맛에 얹은 상찬의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장흥의 맛은 대체로 직선적이다. 에두르는 법이 없다. 조미의 힘보다, 재료 본연의 맛을 더 높게 치는 듯하다. 장흥에서 굴구이로 이름난 곳은 용산면 남포마을과 관산읍 죽청마을 두 곳이다. 장흥 토박이 안병진(62)씨는 용산에서 먼저 시작했다고 전했다. 두 지역 간 거리는 멀지 않지만 먹는 방식은 다소 다르다. 현지인조차 두 지역에 대한 호불호가 갈린다. 용산 쪽은 직화에 굽는 방식을 선호하는 편이다. 쫀쫀하게 익은 굴을 소주와 함께 목으로 털어 넣는다. 박력 넘치는 맛이다. 하지만 자연산 굴이라 알도 잔 편이고, 짠맛도 강하다. 다소 쓴맛도 감돈다. 굴 껍데기에는 펄이 묻어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도 용산 쪽을 선호하는 이들의 생각은 확고하다. 맛도 좋거니와 펄을 조금 먹는 것 정도는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석화가 자라는 곳은 남포마을 앞 기수역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몸을 섞는 곳. 남포마을 어촌계원들만 들어갈 수 있는 비밀 장소다. 석화를 채취할 수 있는 기간은 짧다. 굴 식용이 가능한 11월 말쯤에 문을 열고 3월쯤 닫는다. ‘사리’ 때처럼, 현지 표현으로 ‘물이 아주 많이 써는(썰물)’ 기간에만 작업할 수 있다. 썰물 전에 배를 가져가 대 놓고 캐낸 석화를 배에 옮긴 뒤, 밀물 때 다시 배를 가져 나오는 식이다. 관산 쪽은 주로 종패를 넣어 키운 양식 굴을 쓴다. 펄에서 채취한 굴에 비해 알도 크고 모양도 예쁘다. 당연히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게 이 일대 주민들의 생각이다. 직화보다는 커다란 무쇠 불판에 올려 굽는 게 보편적이다. 맛은 한결 정돈된 편이다. 투박하지 않고 정갈하다. 장흥 읍내 몇몇 가게에서 내는 굴찜과 비슷하다. 요즘 용산 쪽에서도 무쇠 불판에 굽는 집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아무래도 도시인의 입맛에 맞춘 변화가 아닐까 싶다. 사실 굴구이는 추억의 맛이 절반이다. 드럼통에 군고구마 식으로 구워 먹던 굴구이는 이제 기억 너머로 사라지는 모양새다. 남도 사람들은 맛에 관한 한 완벽을 추구하는 듯하다. 오래전 득량만의 한 여성 어민에게 들은 꼬막 이야기가 지금도 선연하다. 요즘은 듣기조차 힘든 ‘시집살이’가 흔하던 시절, 애써 삶은 꼬막이 입맛에 맞지 않으면 시어머니는 곧바로 마당에 내팽개쳤다고 한다. 그만큼 꼬막 삶기가 갯마을에서 중시되던 일상의 요리였다고 볼 여지도 조금은 있겠다. 사실 꼬막 삶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현지에서처럼 꽉 찬 맛을 실현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초콜릿 빛깔 영롱한 속살이 부드럽게 톡 터질 때의 그 자연의 맛은 무엇과도 비교 불가다. 이 맛을 기대하던 이에게 싱겁고 무미건조한 꼬막의 살이 전해졌을 때 엄습하는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꼬막은 참꼬막, 새꼬막, 피꼬막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임금님 수라상에 오를 만큼 귀한 대접을 받은 건 물론 참꼬막이다. 그만큼 값도 비싸다. 장흥 읍내 토요시장에서조차 1㎏에 3만 5000원을 웃돈다. 어민이 뻘배에 싣고 온 참꼬막을 현장에서 그물망째 싸게 사는 건 이제 옛일이 됐다. 요즘은 대도시의 거상들이 갯벌을 통째 입도선매해서 참꼬막을 유통한다. 누운 소도 벌떡 세우는 낙지… 어판장에서 싱싱한 맛 그대로 건강 앞세운 ‘참살이’ 관광상품… 마음건강치유센터 가 볼 만안중근 의사 위패 모신 해동사·동학혁명기념관도 필수 코스참꼬막과 새꼬막은 같은 돌조갯과이지만 맛도 모양도 퍽 다르다. 보통 껍질의 주름(방사륵)으로 구분한다. 참꼬막은 17~18개, 새꼬막은 두 배 가까운 30~34개의 주름살이 있다. 무엇보다 맛의 차이가 크다. 새꼬막이 고소하고 정갈한 맛을 가졌다고는 하나, 소설가 조정래가 대하소설 ‘태백산맥’에서 “간간하면서 쫄깃쫄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다고 표현한 참꼬막의 맛과는 비교하기 어렵다. 매생잇국 이야기도 애잔하다. 며느리가 들여온 시어머니의 아침상. 매생잇국이 놓여 있다. 매생이는 팔팔 끓여도 김이 나지 않는다. 며느리가 시침 뚝 떼고 있는 사이, 시어머니가 한술 떠 입에 넣자마자 입천장을 확 데고 만다. 이처럼 며느리는 한 풀고, 술꾼들은 꼬인 아침 속을 푸는 게 매생이다. 매생이는 12~2월 아주 추운 겨울에 잠깐 나타나 담백한 제 몸맛을 알려 주고는 금세 사라진다. 그러니까 지금은 매생이가 거의 끝물이다. 장흥 매생이는 대덕읍 내저마을에서 난 것을 으뜸으로 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매생이 양식이 시작됐다는 곳이다. 매생이는 파도가 잦아지는 굽은 곳, 바닷물과 민물이 몸을 섞는 기수역에서 잘 자란다. 항아리 형태의 내저마을 앞바다는 이 같은 조건의 최적지로 꼽힌다. 내저마을 앞의 둥근 만 전체가 매생이 양식발로 가득하다. 비슷해 보여도 진자리와 마른자리의 구분이 엄연하다. 좋은 자리는 만의 가운데다. 해서 마을 주민들은 해마다 양식발 놓는 자리를 번갈아 옮긴다. 이웃한 지방자치단체들에도 물론 매생이 양식장은 있다. 하지만 “바닷물에 잠겼다 빠지기를 반복하며 익어가는 곳은 장흥 내저마을뿐”이라는 게 이 지역 사람들의 주장이다. 맛도 장흥산이 독보적이라는데, 글쎄 이는 여행자들이 판단할 몫이겠다. 내저마을 인근 대덕시장에 매생이죽, 떡국 등을 내는 집들이 많다. 드러누운 소도 벌떡 일으켜 세운다는 낙지도 제철이다. 장흥은 우리나라 낙지 생산 1번지다. 회진면 대리의 수산물어판장에서 매일 아침 8시쯤 경매가 이뤄진다. 초고추장만 사 가면 그 자리에서 싱싱한 낙지를 맛볼 수 있다. 토요시장에서도 싱싱한 놈으로 살 수 있다. 해마다 설, 한가위 등 명절 전에는 구매 가격이 일정 액수를 넘을 경우 지역상품권으로 돌려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혜택이 꽤 쏠쏠하다. 요즘 장흥군이 부쩍 공을 들이는 관광 분야가 ‘참살이’, 이른바 웰니스다. 장흥의 랜드마크인 편백숲 우드랜드 말고도 건강 콘텐츠를 지향하는 공간이 꽤 늘었다. 안양면 마음건강치유센터는 지난해 전남도 우수웰니스관광지로 선정된 곳이다. 원광대 장흥통합의료병원 2층에 조성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울, 불안, 스트레스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설립됐다. 한의학 기반의 체험형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읍내엔 장흥힐링테라피센터가 있다. 자연, 약초, 전통을 기반으로 한 치유 체험 공간이다.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도 이용할 수 있다. 장흥 끝자락인 삼산리 정남진 전망대(126타워) 인근엔 대중스타조각공원이 조성됐다. 전망대에서 맞는 해돋이 풍경도 장관이다. 읍내 외곽의 동학농민혁명기념관도 필수 방문 코스다. 동학혁명 4대 전적지 중 하나이자 최대·최후 격전지였던 석대들 일대에 조성됐다. 팬데믹 시기에 문을 열어 아직 입소문이 덜 났을 뿐, 볼거리가 꽤 있다.
  • [영상] ‘370억 자산’ 102세 아버지 결혼하자…병원 앞 쟁탈전, 혼인 유효할까 [핫이슈]

    [영상] ‘370억 자산’ 102세 아버지 결혼하자…병원 앞 쟁탈전, 혼인 유효할까 [핫이슈]

    대만에서 102세 자산가를 둘러싼 병원 앞 몸싸움 영상이 온라인에서 다시 확산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휠체어에 앉은 고령 남성을 가족들이 둘러싸 순식간에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가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납치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과 대만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3일 타이베이 중산구의 한 병원 앞에서 벌어졌다. 102세 왕모씨가 68세 간병인 라이모씨의 도움을 받아 진료를 마치고 나오자, 현장에서 기다리던 자녀와 며느리, 손주 등 10여명이 몰려들었다. 가족들은 라이씨를 밀쳐내고 휠체어를 붙잡은 채 왕씨를 데려가려 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갔고 라이씨는 다쳐 치료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을 정리했으며 왕씨는 결국 가족들과 함께 이동했다. ◆ ‘370억 자산’…결혼 직후 90억대 이전 갈등의 불씨는 혼인신고였다. 왕씨는 지난달 5일 라이씨와 혼인신고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자녀들은 성년후견인 선임 절차를 진행하던 중 뒤늦게 이를 알게 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과거 부동산 중개업에 종사하며 토지와 건물 등을 포함해 7억~8억 대만달러(약 325억~370억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 측은 혼인신고 직후 토지 7필지와 보험금 등 약 2억 대만달러(약 92억원)가 라이씨와 그의 자녀 앞으로 이전됐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자녀들은 “아버지는 인지 능력이 저하된 상태였다”며 “정상적인 판단에 따른 결혼이 아니다”라고 반발하고 있다. ◆ “합법 혼인” vs “의사능력 의문”…법정 판단으로 반면 라이씨 측은 “혼인은 합법적으로 이뤄졌으며 강제성은 없었다”고 맞섰다. 그는 가족을 폭행·모욕 혐의로 고소하고 접근금지 명령도 신청한 상태다. 혼인신고를 접수한 관할 행정기관은 “왕씨가 당시 질문에 응답했고, 절차상 하자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만 법상 성년자는 나이와 관계없이 법적 능력이 인정되면 혼인이 가능하다. 결국 이번 분쟁의 핵심은 혼인 당시 왕씨의 판단 능력이 유효했는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가족 측은 혼인 무효 소송과 자산 이전 취소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며, 라이씨 역시 법정에서 혼인의 정당성을 입증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고령자의 혼인이나 재산 처분을 둘러싸고 가족과 간병인 사이에 분쟁이 벌어진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인지능력 저하 여부가 쟁점이 되는 경우 혼인 무효나 증여 취소 소송으로 이어지는 일이 반복됐다. 법조계에서는 고령자라 하더라도 당시 의사능력이 인정되면 혼인은 유효하다는 점에서 결국 의료 기록과 판단 능력 입증이 판결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단독] “엉빠따 한 대에 2만원”… ‘맷값 장사’ 선 넘은 폭력 생중계

    [단독] “엉빠따 한 대에 2만원”… ‘맷값 장사’ 선 넘은 폭력 생중계

    폭력 도구·맞는 부위 가격표 붙여수위 올라갈수록 후원금액 상승채팅창엔 ‘더 세게 더 많이 때려라’당사자끼리 합의 땐 ‘미처벌’ 악용이용정지 등 제재 조치는 1% 수준“청소년 모방 범죄 우려… 단속 필요” “후원 감사합니다! 엉빠따(야구 방망이로 엉덩이를 맞는 것)는 1회당 2만 2000원입니다.” 지난 17일 오후 한 성인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 ‘맞방’(맞는 방송)을 검색하자 20여 개의 실시간 라이브 방송이 나왔다. 가장 인기가 많은 방송은 동시 시청자가 1000명을 넘겼다. 방송 화면에는 맞는 부위와 때리는 도구가 마치 식당 가격표처럼 안내돼 있었다. 당구 큐대나 야구 방망이처럼 구타 도구의 강도가 강해질수록 후원 금액은 올라갔다. 진행자들은 가슴이나 성기 등 급소를 때리기도 했다. 채팅창에는 ‘더 세게 때려라’, ‘더 맞아야 된다’는 반응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인터넷 방송에서 폭력을 대가로 후원금을 받는 이른바 ‘맞방’이 하나의 사업 모델처럼 자리 잡고 있다. 후원금에 따라 폭력이 위험한 수위까지 올라가는 데다 청소년들도 쉽게 접할 수 있어 제재가 필요해 보이지만, 폭행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형사 처벌이 어려운 실정이다. 18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동거 중이던 연인과 함께 맞방을 진행했던 A(30)씨를 절도 혐의로 수사 중이다. A씨는 지난해 말 연인 B(35)씨에게 ‘용돈벌이’를 이유로 맞방을 제안했다. 두 사람은 합의하에 방송을 시작했지만, 폭력 수위가 점점 높아지면서 참다못한 B씨가 방송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자 A씨는 1억 5000만원의 위약금을 요구하다가 B씨를 함께 살던 집에서 내쫓았다. 보증금 등을 돌려받지 못한 B씨는 A씨를 지난 2일 강남서에 절도죄로 고소했다. 전문가들은 맞방에서 한쪽이 거부하거나 다쳐도 신고를 제때 하지 못해 더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신중권 법무법인 거산 변호사는 “(B씨처럼) 하기 싫다는 의사를 표시했는데 계속했다면 강요죄가 될 수 있지만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폭행의 강도가 심해져 상해로 이어져도 서로 합의한 채로 방송을 했다는 점에서 제때 신고를 못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인천에선 20대 진행자가 방송 중 흉기를 휘둘렀다가 다른 출연자에게 상해를 입혀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인터넷 방송 수위가 높아지면서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도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2022년 272건이었던 인터넷 실시간 개인방송 심의 건수는 2023년 1077건, 2024년 3231건으로 3년 새 12배가량 불었다. 그러나 이 중 이용정지·해지 등 실제 시정요구가 이뤄진 건 2024년 43건으로 1.3%에 그쳤다. 문제는 이러한 인터넷 개인방송을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점이다. 실시간 방송은 성인인증을 해야 볼 수 있지만, 이를 편집한 영상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제약 없이 소비할 수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명예교수는 “맞방 같은 방송은 폭력을 조장하거나 모방 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며 “폭력적인 영상 매체가 청소년들에게 검열되지 않고 보여지고, 이것으로 돈을 버는 식의 콘텐츠에 대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체통 따윈 잊고 냠냠쩝쩝… 조선시대 ‘허’슐랭 가이드

    체통 따윈 잊고 냠냠쩝쩝… 조선시대 ‘허’슐랭 가이드

    ‘홍길동전’ 쓴 허균의 음식 평론집젓갈·웅어 등 귀양지 먹거리 품평 “2월이면 이 지역 사람들은 이슬을 맞으며 새벽같이 나가 막 돋아난 방풍 싹을 따서 해를 보지 못하게 한다. 곱게 찧은 쌀로 죽을 끓이는데, 반쯤 익었을 때 방풍 싹을 넣는다.…사기 주발에 옮겨 담았다가 반쯤 식으면 그것을 먹는다. 달콤한 향기가 입에 가득해 사흘이 지나도 스러지지 않는다.” 먹방(먹는 방송) 속 출연자가 앞에 놓인 음식 한 숟갈을 뜬 다음 묘사하는 것 같다. ‘홍길동전’ 작가인 허균이 415년 전 쓴 음식 평론집 ‘도문대작’(屠門大嚼) 속 ‘방풍죽’에 대한 설명이다. ‘엄근진’(엄숙·근엄·진지) 이미지로 똘똘 뭉친 조선시대 선비가 쓴 글이라는 게 뜻밖이라고 생각할 독자가 적지 않겠다. ‘도문대작’은 ‘푸줏간을 바라보며 입을 크게 벌려 고기를 씹는 시늉을 한다’는 뜻이다. 제목만 봐서는 도무지 양반의 체통이 느껴지지 않는다. 도문대작은 허균이 과거시험 부정에 연루돼 파직되고 유배 간 함열(지금의 전북 익산시)에서 쓴 작품이다. 밥상에 겨가 섞인 밥과 상한 생선, 푸성귀가 겨우 올라올 정도였던 귀양지에서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것들을 떠올리며 먹거리 품평을 한 것이다. 김풍기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국내 대표적인 허균 연구자다. 단순히 도문대작만 번역한 것이 아니라 자기 음식 추억과 결부해 풀어내 더 흥미롭다. 책을 읽다 보면 허균이야말로 진정한 미식가였다는 생각이 든다. 허균은 곰 발바닥 요리에 대해 “삶아서 익히는 것을 적절히 하지 못하면 제맛이 나지 않는다. 회양의 요리가 가장 좋고, 의주, 희천이 그다음이다”라고 했고, 사슴 꼬리 절임인 ‘엄록미’에 대해서는 “사슴 꼬리의 털을 깨끗이 깎아내고 뼈를 발라낸 공간에 소금을 넣고 동전을 넣은 뒤 그 구멍에 막대기를 끼워 바람에 건조한다”고 설명했다. ‘고등어 내장으로 만든 젓갈’, ‘코가 뻥 뚫리는 산갓김치의 매콤한 맛’, ‘고소한 봄을 불러오는 생선 웅어’, ‘부드러움과 바다 향으로 즐기는 감태’, ‘햇감과 햇밤이 들어간 찰떡의 맛’ 등 소제목들만 봐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허균이 쩝쩝대며 입맛을 다셨던 음식을 한번 먹어보고 싶다.
  • [단독] 국제학교 재학생 최대 25% 급감…  빨간불 켜진 ‘제주 영어교육도시’

    [단독] 국제학교 재학생 최대 25% 급감…  빨간불 켜진 ‘제주 영어교육도시’

    학령인구 감소·비인가 학교 확산1년 새 국제학교 4곳 482명 줄어“직항 확대 등 정주여건 개선해야” 제주 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들이 학생 수 급감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1년 사이 재학생이 10% 넘게 줄면서 ‘유학 대체 모델’로 불리던 영어교육도시의 지속가능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11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 4곳의 재학생은 2024년 4613명에서 2025년 4131명으로 10.4% 감소했다. 특히 브랭섬홀 아시아(BHA)는 1189명에서 886명으로 25.5% 급감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한국국제학교 제주(KIS)는 1060명에서 988명으로 6.8%, 노스런던컬리지에잇스쿨 제주(NLCS)는 1305명에서 1282명으로 1.8%,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 제주(SJA)는 1059명에서 975명으로 7.9% 줄었다. 교사 수 역시 NLCS 14.1%, BHA 15.9%, SJA 13.6% 감소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 10일 국제학교장 간담회를 직접 주재했다. 국제학교는 영어교육도시의 핵심 인프라다.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글로벌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의뢰한 분석에 따르면 국제학교는 연간 약 2958억원의 소득 창출과 2만 5540명 취업 유발 효과를 낸다. 2011년 이후 유학수지 개선 효과도 1조 4165억원에 달한다. 국제학교 개교 이후 서귀포시 대정읍 인구도 증가세로 전환됐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빠르게 식고 있다. 국제학교 측은 학령인구 감소와 전국 200여개 비인가 국제학교 확산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비인가 국제학교는 국내 학력은 인정되지 않지만 해외 대학 진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을 유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레어 리 BHA 총교장은 “비인가 학교의 운영으로 인가 학교에서 학생들이 빠져나가고 있다”며 도와 중앙정부에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국제학교 졸업생 학부모 A씨는 “학령인구 감소, 교육 선택 다양화, 해외 유학 회귀가 맞물린 결과”라며 “최근에는 해외 명문학교 진학을 위해 떠나거나 가족과 떨어지기 싫어 육지 학교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짚었다. 이런 흐름 속에 영어교육도시 다섯 번째 국제학교로 2028년 8월 개교 예정인 미국 풀턴 사이언스 아카데미 애서튼(FSAA)이 반등 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FSAA는 순수 민간자본으로 설립되는 첫 국제학교로 학생 1354명 규모다. 한 교육 전문가는 “재학생 상당수가 고소득층 자녀인 만큼 의료·여가시설과 제주~인천 직항 확대 등 정주여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교사에게 성폭행당해 아들까지”…30년 만의 신고, 결론은 [핫이슈]

    “교사에게 성폭행당해 아들까지”…30년 만의 신고, 결론은 [핫이슈]

    중학생 시절 교사와 원치 않은 관계로 임신과 출산을 했다고 주장한 여성의 신고가 약 30년 만에 접수됐지만, 중국 경찰은 공소시효 경과와 증거 부족을 이유로 형사 처벌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중국 매체 펑몐신원은 10일 후베이성 샹양시 경찰이 여성 천모씨(가명)에게 이 같은 내용의 ‘형사 재검토 결정서’를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결정서에는 교사 가오모씨(가명)와의 성관계 사실은 확인됐지만, 강간이나 출산, 아동 유괴 범죄는 입증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담겼다. 보도에 따르면 천씨는 1995년 중학교 2학년 재학 당시 교사였던 가오씨와의 원치 않은 관계로 임신했다고 주장했다. 이듬해 남자아이를 낳았고 교사가 아이를 데려간 뒤 사망했다고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나이가 어려서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고 이후 학교를 마친 뒤 외지로 나가 생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오씨와 약 2년간 교제하다가 1998년 결별했으며 각자 가정을 꾸린 뒤에는 연락이 끊겼다고 전했다. 그러다 2025년 “아이의 생존 가능성이 떠올랐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도 아이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시점으로부터 약 30년이 지난 뒤 고소가 이뤄진 셈이다. 당시 만 16세 미만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여성의 나이는 40대 중반 안팎으로 추정된다. 가오씨는 매체 인터뷰에서 여성의 주장을 부인했다. 그는 “학생 시절에는 교류가 거의 없었고 졸업 후 연인 관계가 됐다”며 “연애 기간 중 성관계는 있었지만 범죄에 해당하는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현재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서로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 경찰 “성관계는 확인…강간·유괴는 입증 안 돼” 천씨는 2025년 10월 강간과 사기, 아동 유괴 혐의로 고소했지만, 현지 경찰은 범죄 사실이 확인되지 않고 공소시효도 지났다는 이유로 입건하지 않았다. 이후 재검토를 거친 샹양시 공안국은 올해 2월 4일 결정서를 통해 “두 사람 사이 성관계는 확인되지만 강간을 구성할 요소는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출산이나 아동 유괴 사실 역시 증거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설령 여성의 주장 일부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형사상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기 때문에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두 사람은 모두 혈액 표본을 채취해 전국 실종자 DNA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한 상태다. 여성은 “1996년생으로 오른쪽 귀에 결손이 있는 남성을 찾고 있다”고 밝혔고, 남성은 “허위 주장으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법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 국내도 반복된 논쟁…“뒤늦은 신고, 처벌 한계” 이처럼 사건 발생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신고가 이뤄지면서 처벌이 어려워지는 사례는 국내에서도 반복돼 왔다. 한국에서도 과거 교사나 코치 등에게 원치 않은 관계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하며 성인이 된 뒤 뒤늦게 고소하는 사건이 있었지만, 당시 법 기준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진 경우가 적지 않았다. 성관계 사실은 인정되더라도 강압 여부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 처벌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도 있어 피해자가 뒤늦게 목소리를 낼 경우 법적 구제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 “형사 성공보수 사라져 결국 부작용… 착수금 오르고 불성실 변호사 생겨”

    “형사 성공보수 사라져 결국 부작용… 착수금 오르고 불성실 변호사 생겨”

    검경과 유사하게 조사할 수 있도록변호사 디스커버리제 도입 추진의뢰인과의 비밀유지권 입법 찬성 김기원(41·변호사시험 5회) 서울변호사회 수석부회장은 최근 변호사의 형사 성공보수를 인정한 판결에 대해 “형사 성공보수를 일률적이고 절대적으로 무효로 보면서 국민과 변호사 모두에게 피해가 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세미나를 개최하고 교수들의 의견서를 받아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날 수 있도록 서울변회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 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형사 성공보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15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3부(부장 최성수·임은하·김용두)는 지난달 23일 법무법인 위가 의뢰인을 상대로 낸 약정금 소송 항소심에서 “형사 성공보수 약정은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서울변회에서 형사성공보수 소송 지원 대리인단을 이끌었다. 김 부회장은 “형사 성공보수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착수금이 올라가고,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일부 변호사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며 “과거 청년 변호사들은 착수금을 적게 받는 대신 사건 결과에 따라 보수를 받았는데 그런 기회조차 사라졌고, 오히려 전관이 더 많이 선임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유지권(ACP)을 도입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비밀유지 ‘의무’만 있던 변호사에게 비밀을 지킬 ‘권리’가 생기는 것으로, 1년 뒤 시행된다. 김 부회장은 “의뢰인이 변호사를 믿고 말하지 못하고, 방어하기 위해서 변호사를 선임했는데 (로펌 압수수색 등으로) 오히려 약점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사내 변호사도 경영 업무가 아닌 순수한 법률자문과 관련된 것이라면 보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변회는 형사 성공보수, 비밀유지권 도입 외에도 변호사의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영미법계 국가에서 일반화된 디스커버리제도는 일명 ‘증거개시제도’로, 변호사에게 사실 조사권을 부여한다. 한국의 경우 형사와 민사 소송 모두 판사가 사실 조사를 지휘하지만,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면 변호사가 경찰·검찰과 유사하게 조사를 할 수 있다. 김 부회장은 “한국은 형사 고소·고발이 과도하게 많은데, 변호사에게 사건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게 되면 사건 해결이 용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 소상공인 살린다… 2조 7000억 역대급 금융 지원

    서울, 소상공인 살린다… 2조 7000억 역대급 금융 지원

    K자형 양극화에 4대 계층 챙기기안심통장·로컬브랜드 상권 육성 등8개 핵심 과제 총 2조 8000억 투입 서울시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약 2조 8000억원을 투입한다. 특히 이 가운데 2조 7000억원을 소상공인 경영 안정을 위한 정책자금으로 지원한다. 시는 9일 경제 불황의 충격을 가장 먼저 받는 4대 계층(소상공인·골목상권·소비자·취약노동자)을 우선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2026년 민생경제 활력 더보탬’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K자형 양극화가 구조적으로 굳어지고 있다”며 “소상공인, 골목상권, 소비자, 취약노동자까지 약한 고리들이 끊어지지 않도록 정책 안전망을 더 촘촘하고 단단하게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K자형 양극화’는 코로나19 이후 고학력·고소득 노동자는 경제 침체에서 빠르게 회복하는 반면 저학력·저소득 노동자는 더 침체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시는 총 2조 7906억원을 투입해 4대 분야 8개 핵심 과제와 25개 세부 사업을 추진한다. 이 중 소상공인 금융 지원을 위해 중소기업 육성자금을 역대 최대 수준(2021년 제외)인 2조 7000억원을 공급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전국 최초로 출시한 생계형 자영업자 전용 마이너스 통장 ‘안심통장’ 지원 규모를 4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확대하고, ‘희망동행자금’(대환대출) 상환 기간도 5년에서 7년으로 늘린다. 시는 329억원을 투입해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의 경쟁력도 키운다. 잠재력을 갖춘 골목상권을 지역 대표 명소로 키우는 ‘로컬브랜드 상권 육성사업’은 올해 4곳을 추가 선정(광희동중앙아시아 거리·마곡미술길·건대입구 청춘대로·노량진만나로)해 총 10곳을 육성·지원한다. 장바구니 부담을 줄이고 안전한 소비 생활을 지원하는 데에도 147억원을 투입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착한가격업소’를 1962곳에서 2500곳으로 늘리고, 가격 급등·소비 집중 시기 대형마트와 함께 할인 행사도 한다.
  • 1명이 5년간 1600건 고소 공세… 송사에 업무 마비된 복지부

    ‘5년간 1600건.’ 한 개인의 반복 고소에 보건복지부 전·현직 공무원 23명이 피고소 대상에 올랐다. 사건은 전국 수십 곳의 경찰서와 지방검찰청, 산하 지청에 흩어져 접수됐다. 같은 내용의 고소가 이어지면서 정책 업무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복지부는 피부미용사 A씨가 2022년 5월부터 최근까지 건강정책 담당 공무원들을 의료법·특허법 위반(직권남용) 혐의로 1600차례 고소했다고 8일 밝혔다. 국·과장과 실무자는 물론 이미 퇴직한 장·차관과 실장급 인사까지 포함됐다. A씨는 “돌이나 대나무를 활용한 피부 관리가 무면허 의료 행위인데도 복지부가 이를 규제하지 않고 묵인·허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내가 보유한 피부 관리 관련 특허권을 인정해주면 형사고소를 취하하겠다”며 ‘거래’를 요구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의료기기나 의약품을 사용하지 않는 피부 관리는 법상 피부미용업 범위에 해당해 의료행위로 보기 어렵고 특허를 침해한 사실도 없다는 입장이다. 수사기관의 판단도 복지부와 같았다. 지금까지 1000여건을 불송치 또는 불기소로 종결했다. 그런데도 A씨는 고소를 멈추지 않았다. 현재 수사 또는 검토 중인 고소 사건만 600여건에 이른다. 복지부 관계자는 “여러 기관에 나눠 고소하다 보니 고소인 본인도 어디에 무슨 내용의 고소장을 냈는지 기억하지 못할 정도”라며 “우리는 모든 사건을 하나하나 대응해야 해 업무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반복되는 고소 대응에 직원 스트레스가 커졌고 감사 부서 업무까지 크게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A씨의 ‘고소 파동’으로 한 실장급 공무원은 최근 명예퇴직하면서 수당을 제때 받지 못했다. 수사 중인 사건이 남아 있으면 불송치나 불기소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명예퇴직수당 지급이 보류되기 때문이다. 업무 과정에서 민원인이나 이해관계자와의 갈등이 곧바로 소송으로 번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복지부의 한 과장급 공무원은 “합성니코틴을 법적 담배 범주에 포함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난해에만 6건의 소송을 당했다”며 “정책을 검토하는 동시에 경찰서를 들락거려야 했다”고 토로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고소 남용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인의 반복 고소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한편 직원 보호와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위한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모종린의 문화로 읽는 AI시대] ‘AI 도시’ 샌프란시스코, 어떤 삶이 만들어지고 있나

    [모종린의 문화로 읽는 AI시대] ‘AI 도시’ 샌프란시스코, 어떤 삶이 만들어지고 있나

    도시로 온 테크 라이프스타일테크기업, 자기기술 적용 도시로 이동일·삶 도시 전체로 확장… 동네가 일터재택근무 강화, AI가 핵심도구로 작용도심 생활→동네 중심의 삶으로 이동테크 라이프스타일의 그림자창업자 중심의 강력한 통제 정당화일·삶 경계 허무는 극단적 노동 전환테크 종사자 동네 임대료·집값 급등구도심은 공실 늘고 우범지대 전락현재 테크산업·바람직한 미래반정부·반권위 표방하던 테크 문화국가권력과 결합, 배타적으로 변모개인 자유 중심 기술 사회 실현 과정우리가 지지·선택하는 삶의 방식 중요 인공지능 도시란 무엇인가? 흔히 두 가지 답이 제시된다. 첫째, AI 산업이 집중된 도시. 둘째, AI 기술로 교통·에너지·치안을 관리하는 스마트 시티. 이 기준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명백한 AI 도시다. 세계 AI 산업을 선도하고, 거리를 달리는 웨이모 자율주행 택시가 기술 적용의 선진성을 증명한다. 그러나 AI 도시를 이렇게 정의하는 것은 본질을 놓친다. 증기기관이 도시를 바꾼 핵심은 공장이 아니라 노동과 주거의 분리였고, 자동차가 도시를 재편한 이유는 도로 기술이 아니라 교외 도시의 탄생 때문이었다. 기술이 도시를 바꾸는 것은 산업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만들어 내는 삶의 질 때문이다. 따라서 AI 도시를 이해하는 핵심 질문은 AI가 어떤 산업과 시스템을 만드는가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사는 도시를 만들어 내고 있는가다. 샌프란시스코는 이 질문에 가장 먼저 답을 보여 주는 도시다. 이 도시는 AI 이전부터 테크 라이프스타일의 실험장이었고 지금도 AI 시대의 현재형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테크’는 도시를 선택의 공간으로 바꿔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산업 분류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테크는 더 이상 기업 이름이나 산업 섹터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람들이 어디서 일하고, 어떻게 이동하며, 무엇을 소유하지 않기로 선택하는지로 드러난다. 20세기 자본주의의 표준적 삶의 모델은 은행가였다. 금융을 중심으로 한 이 삶은 도심 오피스, 정장, 출퇴근, 자동차 소유, 안정된 경력 경로를 전제로 했다. 도시는 이 삶의 방식을 지원하기 위해 중심업무지구(CBD)를 중심으로 조직됐고 질서와 위계는 도시의 미덕이었다. 테크 엘리트는 이 모델을 전복하기보다 다른 규칙을 제안했다. 위험을 관리하는 금융과 달리 테크는 불확실성을 실험하는 산업이었다. 그 결과 테크 라이프스타일의 핵심은 소유보다 접근, 안정성보다 유연성, 위계보다 자율성이 됐다. 은행가 라이프스타일이 도시를 ‘관리의 공간’으로 만들었다면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도시를 ‘선택의 공간’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초기의 하이테크 산업은 도시적이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까지 테크 산업의 중심은 실리콘밸리의 교외 캠퍼스였다. 자동차 이동, 넓은 대지, 사내에서 완결되는 일과 놀이. 이 시기의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여전히 교외형이었다. 전환점은 2010년대 초반이다. 개인과 개인, 소비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부상과 함께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들은 자신의 기술이 적용되는 도시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기업의 이전은 곧 삶의 방식의 이전이었다. 일과 삶은 회사 안이 아니라 도시 전체로 확장됐고 카페와 공원, 코워킹 스페이스와 동네가 새로운 일터가 됐다. 이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 장면이 2012년 마크 저커버그의 샌프란시스코 이주다. 그는 돌로레스 하이츠 지역에 주택을 구입하며 도시 생활을 시작했다. 테크 엘리트의 삶의 무대가 폐쇄된 교외 캠퍼스가 아니라 도시의 공공 공간과 동네로 이동했음을 보여 주는 사건이었다. 이후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더욱 강한 도시적 특성을 띠기 시작했다. 공유경제의 확산과 함께 자동차 소유를 거부하고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고 이동의 자유보다 이동하지 않을 자유, 즉 동네 안에서 삶이 완결되는 구조가 중요해졌다. ●재택근무·디지털 노마드, 동네로 회귀 이러한 동네 중심 삶의 방식은 2020년 이후 재택근무의 구조화로 더욱 강화됐다. 팬데믹은 원격근무를 일시적 대안이 아니라 기본값으로 만들었고, AI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도구로 작동했다. 중요한 변화는 단순히 ‘집에서 일한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도심 오피스로의 출퇴근이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직장 위치가 아니라 살고 싶은 동네를 기준으로 거주지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 일하던 테크 노동자들은 미션 디스트릭트, 헤이즈밸리는 물론 오클랜드, 버클리, 심지어 샌타크루즈 같은 교외 소도시로 분산됐다. 이는 교외화가 아니라 동네의 재발견이었다. 디지털 노마드의 확산 역시 유사한 효과를 가져왔다. 디지털 노마드는 특정 회사나 도시에 고정되지 않은 채 일하는 삶의 방식이다. AI 도구의 발전은 개인이 혼자서도 고부가가치 노동을 수행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고 이는 디지털 노마드를 소수의 예외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가능한 삶의 형태로 전환시켰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반드시 ‘떠도는 삶’만을 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많은 이들은 몇 달은 다른 도시나 국가에서, 몇 달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생활하며 이동과 정착을 반복한다. 그리고 이들이 돌아오는 곳은 도심 오피스가 아니라 동네다. 카페에서 일하고, 공원을 산책하며, 동네 식당에서 식사하는 일상. 디지털 노마드에게 중요한 것은 이동의 자유가 아니라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질 높은 동네의 존재였다. 재택근무든 디지털 노마드든, AI 시대의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한다. 도심 오피스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 동네 중심의 삶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플랫폼과 AI 산업이 샌프란시스코의 준공업 지역 SoMa(South of Market)에 집중되면서 미션 디스트릭트, 헤이즈밸리 같은 주거 지역이 새로운 테크 라이프스타일의 거점으로 부상한 것도, 벌링게임, 산마테오 같은 소도시들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과거 실리콘밸리의 고립된 캠퍼스가 아니라 일·여가·주거가 근거리에 모인 완결된 동네를 추구한다. ●권위주의 탓 테크 라이프스타일 변질 그러나 AI 시대 삶의 방식에는 어두운 이면이 존재한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회자되는 ‘파운더 모드’(Founder Mode)는 창업자 중심의 강력한 통제를 정당화한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후 대량 해고와 극단적 업무 강도가 보여 주듯 자율과 유연성을 표방하던 테크 문화는 권위주의적 기업 운영으로 선회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곳곳의 해커 하우스(Hacker House)는 이를 공간적으로 드러낸다. 좁은 방에 2층 침대를 넣고 장시간 노동에 몰두하는 이 공간에서,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은 일과 삶의 경계를 허무는 극단적 노동으로 전환된다. 이러한 변화는 테크 엘리트들의 주거 방식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뉴욕타임스는 2024년 8월 메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팰로앨토의 부유층 주거지 크레센트파크에서 지난 14년간 약 1억 1000만 달러를 들여 인근 주택 11채를 매입해 대규모 사유지 단지를 조성한 과정을 상세히 보도했다. 끊임없는 공사 소음, 교통 차단, 감시 카메라 설치, 주차 공간 잠식은 이웃 주민들의 일상을 침해했고 일부 주택을 사립학교로 전환하면서 공공 공간의 사유화 논란이 불거졌다. 주민들은 시 정부가 저커버그에게 특혜를 주었다고 비판했지만, 긴 공사와 강력한 보안은 계속되고 있다. 2012년 저커버그가 샌프란시스코 돌로레스 하이츠 주택 구매 시 보여 주었던 개방성과는 반대로 팰로앨토에서는 배타적 요새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테크 붐이 샌프란시스코 양극화 유발 동시에 테크 붐은 샌프란시스코의 도시 구조 자체를 양극화시켰다. 테크 종사자들이 선호하는 미션디스트릭트, SoMa, 헤이즈밸리의 임대료와 주택 가격은 급등했다. 반면 과거 도심의 중심이었던 유니언스퀘어와 마켓스트리트는 재택근무 확산으로 오피스 공실률이 치솟으며 우범지대로 전락했다. AI와 테크 라이프스타일이 만들어 낸 도시는 고소득 테크 노동자를 위한 창조적 동네와 그들이 떠난 후 방치된 구도심으로 분리되고 있다. 선택의 자유를 강조하는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그 선택에서 배제된 이들에게는 배제의 논리로 작동한다. 이 모든 변화의 배경에는 테크 산업과 국가 권력의 결합이 있다. AI, 반도체, 우주, 국방 기술이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팔란티어, 앤듀릴 같은 국방 기술 기업이 실리콘밸리 중심부로 들어왔다. 반정부·반권위를 표방하던 테크 문화는 이제 안보와 통제의 언어를 적극 수용한다. 군산복합체는 플랫폼 기업과 AI 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개방을 상징하던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배타성과 차단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미래는 기술 아닌 우리의 선택에 달려 AI 도시를 산업 집적지나 스마트 시티 기술로만 정의한다면,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친다. 도시를 바꾸는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만들어 내는 삶의 질이다. 샌프란시스코가 AI 도시로서 의미를 갖는 이유는 오픈AI나 앤스로픽 본사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AI 기술이 실제로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 사는 곳, 이동 패턴, 소유 태도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가 보여 주는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모순적이다. 권위주의적 기업 문화, 극단적 노동, 요새화된 주거, 양극화된 도시가 한 측면이라면 동네 중심의 삶, 소유가 아닌 접근, 이동의 자유는 다른 측면이다. 후자는 1970년대 이후 실리콘밸리가 추구해 온 개인 자유 중심 기술 사회가 도시에서 실현되는 과정이다. 히피 운동과 해커 윤리에서 출발한 테크 문화의 본질-위계보다 자율성, 소유보다 접근, 통제보다 선택-은 AI를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열릴 가능성을 보여 준다. 중요한 것은 이 가능성이 아직 닫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샌프란시스코는 두 방향의 테크 라이프스타일이 경합하는 도시다. 결국 AI 도시의 미래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지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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