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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리, 호흡, 연주… 그저 만나게 할 뿐

    소리, 호흡, 연주… 그저 만나게 할 뿐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 기념“전통과 현대, 언어와 악기처럼서로 다른 기준 만나 음악 전달” 음악이 잔잔히 흐르는 공연장 안에 공조기 돌아가는 소리, 관객이 자리에 앉아 옷을 여미는 소리, 동반자와 속삭이는 소리가 뒤섞이며 공간은 점차 생동감을 얻는다. 한글과 알파벳 자음이 적힌 커다란 현수막이 천장에서 바닥을 타고 맞은편 천장으로 이어져 관객을 감싼다. 15㎝ 높이의 낮은 무대를 원형으로 둘러싼 방석과 의자에 앉은 관객은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거대한 미디어 아트의 일부가 된다. 오는 3~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하는 컨템퍼러리 시즌 ‘싱크 넥스트(Sync Next) 26’의 개막작 ‘바람만으로 모래만으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공연장 안 모든 존재가 지닌 소리의 질감이 만나는 무대다. 지난 2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해미 클레멘세비츠는 이번 공연을 두고 “전통과 현대, 언어와 악기의 질감처럼 서로 다른 기준이 만나 음악이라는 형태로 전달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출신 사운드 아티스트 클레멘세비츠는 ‘싱크 넥스트 25’에서 선보인 무용작 ‘핑크’와 서울시무용단 ‘스피드’의 음악으로 한국 관객을 만나왔지만, 그의 본령은 시각예술과 소리를 잇는 작업에 있다. 국립미술학교 마르세유 보자르(Beaux-Arts de Marseille)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2013년 한국에 와 설치미술과 작곡, 연주를 결합한 작업을 국공립 미술관과 백남준아트센터 등에서 선보여왔다. 이번 무대의 중심에는 클레멘세비츠와 해금 연주자 김예지, 옛 현악기 비올라 다모레를 켜는 프랑스의 올리비에 마랭이 있다. 김예지와 마랭은 2024년 처음 공연을 함께했고 지난해 클레멘세비츠가 이들의 공연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한불수교 140주년을 맞아 한국과 프랑스의 소리를 잇는 구상을 더해, ‘핑크’로 맺은 싱크 넥스트 25의 인연으로 세종문화회관에 다리를 놓았다. 클레멘세비츠의 작업 뿌리는 어린 시절에 있다. 화가였던 아버지가 1990년대 한국에서 전시를 열고 한글책과 전통음악 음반을 사 와 한국어에 호기심이 생겼다. 아홉 살 무렵엔 자기만의 알파벳을 만들어 썼던 그에게 한국어는 기호이자 소리이자 이미지로서 오랜 화두가 됐다. 원형의 스피커를 자음 ‘ㅇ’으로 삼고 모음을 덧댄 사운드 퍼포먼스 ‘OUI(위)-우이’(2022)에서 지속되는 소리 위에 악기 소리를 쌓아 음악을 빚어냈던 실험이 이번 공연으로 확장됐다. 같은 ‘우’라도 한국어와 프랑스어에서 미묘하게 갈라지는 모음, 그 음을 길게 뽑는 정가(조윤영)와 중세 성가(크리스티앙 플루아)의 선율 위로 해금·거문고(심은용)·비올라 다모레·드럼이 끼어든다. 다섯 챕터로 이뤄진 공연은 유럽 선율에 국악기를 포개고 동서양의 옛 목소리를 교차시킨다. 4장은 S씨어터의 공간 그 자체에서 태어났고, 5장은 그가 온전히 작곡해 여섯 연주자의 소리가 한데 울린다. 극장 구성도 흥미 요소다. 원형 객석 한가운데 십자 단상이 놓이고 거문고와 드럼이 한 축의 양 끝에서 정가와 중세 성가 가창자가 다른 축 끝에서 마주 본다. 스피커들은 관객 틈을 오가며 소리를 흩뜨린다. “이 공연이 어떤 의미를 전하려고 만들었느냐는 질문은 저한테는 참 어렵다”는 클레멘세비츠는 “계속 탐험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미술과 음악이라는 다른 전공, 이질적인 동서양 악기의 부딪힘은 진행형이다. “완성이란 결국 합의”라는 그가 좇는 것은 “이질적인 요소를 최대한 덜 이질적으로 느끼게 하는 만남”이다. 세종문화회관과 프랑스 국립 기메 동양박물관이 공동 제작한 작품은 ‘더 윈드 앤 샌드 투어-소닉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투어를 이어간다. 투어는 오는 7일 일민미술관에 이어 10월엔 파리 기메 박물관, 영국 런던 스톤네스트로 향한다. 공간마다 순서와 길이를 달리하며 완성하는 공연이 어떤 형태가 될지 S씨어터에서 처음 확인할 수 있다.
  • 반포한강공원 달빛광장서 ‘얼쑤’… 흥 넘친 서울국악축제

    반포한강공원 달빛광장서 ‘얼쑤’… 흥 넘친 서울국악축제

    지난 19일 밤 서울 반포한강공원 달빛광장의 어둠과 정적을 뚫고 전통 가락과 춤사위가 울려퍼졌다. 굵은 빗줄기도 아랑곳하지 않는 국악 명인과 청년 국악인, 동호인, 국악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열기로 제8회 서울국악축제는 한껏 달아올랐다. 메인 공연은 오후 8시부터 반포한강공원 달빛광장의 반포대교 동쪽 편에 마련된 무대에서 진행됐다. 김덕수패 사물놀이가 신명 나는 소리로 흥을 돋우며 공연 시작을 알렸다. 이어 전통 국악과 미디어 아트를 결합한 공연팀 ‘비손’의 무대와 남도 음악 거장인 이태백 명인의 아쟁 연주가 이어졌다. 뮤지컬 배우 출신으로 장르를 넘나드는 김소현·손준호 부부가 함께 무대에 올라 신곡인 ‘위(WE) 대한 아리랑’을 열창했다. 국악 비보잉 팀 ‘라스트릿 크루’는 거문고 6중주 곡 ‘도깨비불’에 맞춰 새로운 무대를 선보였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4인조 밴드 ‘카디’는 객석을 절정으로 이끌었다. 카디에는 서울대 국악과 출신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이 있어 록과 국악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은 우비를 입고 객석을 지키며 끝까지 공연을 즐겼다. 2019년 우리나라 전통음악을 알리고 시민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시작한 서울국악축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 ~2021년을 제외하고 모두 오프라인으로 진행됐다. 종로구 돈화문국악마당과 광화문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 등에서 진행됐던 축제는 넓은 공간에서 많은 시민을 만나기 위해 올해부터 반포한강공원으로 무대를 옮겼다. 메인 공연 전 반포대교 서쪽 편에서 진행된 ‘열린 무대’에서는 언남초등학교 학생으로 구성된 전통예술단이 풍물과 함께 행진을 하며 흥을 돋웠다. 부대 행사로 마련된 체험 부스에서는 가야금·장구·판소리 등 국악을 직접 배워 보는 ‘국악기 탐험대’, 미니 전통악기 만들기, 국악기 키링 만들기 등 다양한 ‘원데이 클래스’도 진행됐다. 시민들은 전통놀이 체험존에서 투호놀이, 비석치기, 대형 윷놀이 등을 해보며 축제를 즐겼다. 김태희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궂은 날씨에도 행사를 안전하고 즐겁게 즐겨 주신 시민들께 감사드린다”면서 “앞으로도 국악의 멋과 아름다움을 널리 알려 국악이 서울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핵심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K팝 인기 강남국악관현악단이 잇는다

    K팝 인기 강남국악관현악단이 잇는다

    서울 강남구는 우리 전통음악을 계승하고 국악의 대중화를 이끌기 위해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강남국악관현악단’을 창단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달 24일 오전 10시 강남씨어터에서 강남국악관현악단 창단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악단 운영은 강남문화재단이 맡는다. 최근 K팝을 비롯한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국악의 선율과 전통 악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구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국악을 주민과 국내외 관광객이 함께 즐기는 공연 콘텐츠로 확장할 계획이다. 특히, 개포동 국립국악중·고등학교와 삼성동 국가무형유산전수교육관 등 국악 교육·전승 기반에 코엑스, 강남스퀘어, 선정릉 등 문화·관광 거점을 연결해 지역 국악 생태계의 저변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강남국악관현악단은 만 39세 이하 청년 국악인을 중심으로 꾸렸다. 가야금·거문고·대금·피리·해금·아쟁·타악 등 7개 파트, 총 20명 규모로 운영한다. 청년 국악인에게 지속적인 연주 경험과 예술 활동 기회를 제공하고, 구민에게는 수준 높은 국악 공연을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한다. 악단은 앞으로 정기공연과 기획공연을 비롯해 코엑스, 강남스퀘어, 선정릉 등 주요 문화·관광 거점을 찾아가는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통 국악의 깊이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작품을 개발해 어린이부터 어르신, 외국인 관광객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K-POP·쇼핑·의료관광으로 대표되는 강남의 도시 브랜드에 전통문화의 품격을 더할 계획이다. 김종섭 강남문화재단 이사장은 “청년 국악인들이 역량을 마음껏 펼치고, 구민이 자주 찾을 수 있는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이도록 작품 개발과 공연 기획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조성명 구청장은 “강남국악관현악단 창단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국악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구민들이 일상 속에서 즐기는 살아 있는 문화로 발전시키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라며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품격 있는 글로벌 문화도시 강남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 “공예품 아니라 시대를 잇습니다”

    “공예품 아니라 시대를 잇습니다”

    ‘철제은입사 촛대’ 재현품 등 보수덕수궁 ‘장인의 손과 도구’ 특별전되살린 궁궐 집기 생애주기 초점 “내가 단순히 공예품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시대를 잇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일 덕수궁 즉조당에서 만난 신선이(53) 서울시 무형유산 입사장 이수자는 최근 ‘철제은입사 촛대’의 재현품을 보수하며 “전통을 전통답게 작업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촛대와 촛대 받침의 연결은 암나사와 수나사를 조이면 끝인데, 이 촛대 받침은 조그마한 구슬을 박아서 쉽게 분해되지 않도록 한 선조의 지혜가 숨어 있었다”며 “눈으로 볼 때와 달리 분리해 작업하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입사’는 금속 표면에 문양을 새긴 뒤 가느다란 은선을 끼워 넣는 전통 금속공예 기법이다. 정교한 손기술과 금속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만큼 궁궐에서는 촛대와 향로 등 격식 있는 기물에 즐겨 쓰였다. 신 이수자는 평범한 주부였다가 전통공예에 관심이 생기면서 20년 전 최교준 서울시 입사장 보유자의 제자가 됐다. 전통을 중시하는 가족 분위기도 영향을 끼쳤다. 그는 “삼촌은 거문고 이수자고 사촌은 도자기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그가 보수한 촛대 재현품은 스승인 최 보유자가 2017년 덕수궁관리소와 재단법인 아름지기, 에르메스의 지원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세 기관은 2015년부터 ‘궁궐 전각 내부 집기 재현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사업을 통해 탄생한 철제은입사 촛대, 백수백복도 병풍, 철제은입사 손화로 등은 궁중 생활에 대한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한다. 9~21일 덕수궁 즉조당에서 열리는 ‘장인의 손과 도구를 만나다’는 이런 재현 집기의 생애주기에 초점을 맞춘 특별전이다. 외부에 노출돼 있는 재현 집기 특성상 부식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각 분야 장인과 그 제자들이 보수에 나선 모습까지 전시를 통해 소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즉조당 내부 집기 11종 14점, 철제은입사 촛대와 일월오봉병의 보수 작업 과정 영상 3편, 전통 장인의 작업 도구 등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김택준 덕수궁관리소 학예연구사는 “스승이 만든 작품을 제자가 고치고 보수하면서 전통 기술과 장인 정신을 계승하는 뜻깊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신 이수자는 스승에게 배운 것을 다시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싶은 바람도 드러냈다. “제가 스승을 도와 유물을 재현하고 그 유물을 보수하면서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된 것처럼 입사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당연히 가르치고 싶어요. 전통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저의 사명이 아닐까요.”
  • 선비의 풍류가 흐르는 함양 농월정 [두시기행문]

    선비의 풍류가 흐르는 함양 농월정 [두시기행문]

    영남 선비문화의 자부심이 깃든 경남 함양에는 안의 삼동(安義 三洞)이라 불리는 절경이 있다. 그중에서도 화려한 자연의 미와 선비들의 고결한 정신이 가장 밀도 있게 응축된 곳을 꼽으라면 단연 화림동 계곡이다.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금천(金川)이 굽이치며 만든 여덟 개의 못과 여덟 개의 정자, 이른바 ‘8담 8정’의 정수라 불리는 농월정(弄月亭)이 그 중심에 서 있다. 안의면에서 국도 26호선을 따라 장수 방면으로 4㎞를 달리다 보면, 물길을 따라 옥빛 반석이 펼쳐진 아담한 마을에 닿는다. ‘달을 희롱하며 논다’는 그 이름처럼, 농월정은 예부터 함양을 찾은 시인과 묵객들이 반드시 거쳐 가야 했던 풍류의 성지였다. 2003년 예기치 못한 화재로 전소되는 아픔을 겪었으나, 다행히 정성 어린 복원 과정을 거쳐 현재는 다시금 고풍스러운 자태로 화림동의 물길을 굽어보고 있다. 농월정의 매력은 정자 그 자체보다 정자가 올라앉은 거대한 너럭바위, ‘월연암(月淵岩)’에서 시작된다. 크기를 가늠하기 힘든 이 광활한 암반 위로 미끄러지듯 흐르는 물줄기는 세월의 골을 깊게 패어 놓았다. 바위 양옆으로 늘어진 수양버들은 마치 천 줄기 실로 낚시질을 하는 듯하고, 울창한 송림 사이로 흐르는 바람 소리는 거문고 현을 퉁기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맑은 계류가 달빛을 머금어 금물결을 이루는 밤이면, 정자는 이름 그대로 달과 함께 너울거리는 한 폭의 동양화가 된다. 이곳은 단순히 경치를 즐기는 곳을 넘어, 선현들의 흔적을 찾는 보물찾기의 공간이기도 하다. 너럭바위 곳곳에는 옛 선비들이 새겨놓은 각자(刻字)들이 선명하다. 특히 ‘지족당장구지소’(知足堂杖屨之所, 박명부가 지팡이를 짚고 신발을 벗어 쉬던 곳)라는 글귀는 인조 때 도승지를 지낸 지족당 박명부가 관직을 물러나 이곳에서 느꼈던 안빈낙도의 삶을 웅변한다. 비록 예전의 시판이나 기문은 화마에 사라졌지만, 암반에 새겨진 그들의 문장은 물줄기와 함께 여전히 흐르고 있다. 여름철 농월정은 더욱 활기차다. 너럭바위 위 얕게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정자 그늘 아래에서 더위를 피하는 맛은 경험하지 못한 이가 상상하기 어렵다. 인근 야영장은 모래땅 위에 조성되어 배수가 잘되는 덕분에, 비 오는 날 텐트 속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운치를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농월정 인근 식당에서 맛보는 얼큰한 메기매운탕이나 우직한 손맛이 느껴지는 백숙은 이곳의 깊은 골짜기가 선사하는 고향의 맛이다.
  • “오케스트라로 빚은 ‘영산회상’… K클래식 전환점 될 것”

    “오케스트라로 빚은 ‘영산회상’… K클래식 전환점 될 것”

    “30년 전 학생들을 데리고 악단을 시작했을 때 꼭 우리 음악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영산회상’ 시범 연주를 하며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 조이오브스트링스 예술감독은 오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 올리는 ‘메타모르포시스(Metamorphosis): 영산회상’의 기획 의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예술감독은 1994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음악원 교수로 부임한 뒤 1997년 제자들과 함께 현악 앙상블 조이오브스트링스를 창단했다. 바로크·고전·낭만주의 서양음악뿐 아니라 수원 행궁 시리즈, 영화 OST 연주회 등 색다른 무대를 꾸준히 올려왔다. 30주년을 앞둔 올해 600년을 이어온 전통 기악합주곡 ‘영산회상’을 챔버 오케스트라의 언어로 재창작해 선보인다. 조선 전기 불교 성악곡을 기원으로 하는 ‘영산회상’은 17세기 이후 기악곡으로 변화했고 다양한 변주도 생겨났다. 거문고, 가야금, 해금, 대금 등 9곡이 매우 느리게 시작해 서서히 빨라지는 구조다. 이번 공연은 전승되는 현악영산회상, 관악영산회상, 평조회상 중 원형에 해당하는 현악영산회상을 줄기로 삼았다. ‘영산회상’ 재창작을 30주년 기념작으로 제안한 이왕준(명지의료재단 이사장) 후원회장은 11일 서울 종로구 송우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양 음악 흉내 같은 K클래식이 아닌 우리 음악이 무엇인지 고민할 시점”이라면서 “‘영산회상’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예술감독은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 30년의 역량을 바탕으로 한국 클래식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우리 음악의 가치를 세계에 확신시키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곡가 김인규는 ‘영산회상’의 모체가 원을 그리며 도는 승려들의 공불(供佛)을 모방했다고 전해지는 데서 ‘수행자의 여정’이라는 서사를 담고 “한 수행자를 비추는 영화적 상상력에 자연물과 사람의 이미지를 음악 곳곳에 녹였다”고 했다. 연주에는 현악기를 비롯해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등 서양 악기만 쓰인다. 소금은 플루트, 피리는 오보에나 트럼펫, 대금은 클라리넷, 거문고는 콘트라베이스로 대치된다. 정치용 지휘자가 이끄는 공연에선 ‘영산회상’과 함께 두 편의 창작곡을 연주한다. 홍난파가 1920년대 시도한 ‘선양합주’를 재해석한 ‘강강술래’(김인규 작곡), 독주 바이올린과 챔버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무아’(김준호 작곡)다. ‘무아’에선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이 협연한다.
  • 지금도 어딘가에 있을… 잔혹한 세상에 몸 던진 심청을 위한 진혼곡

    지금도 어딘가에 있을… 잔혹한 세상에 몸 던진 심청을 위한 진혼곡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 인당수에 몸을 던진 ‘효의 표상’ 심청은 21세기엔 심리학적으로 다시 읽힌다. 과도한 책임감, 착한 아이 콤플렉스, 왜곡된 희생 등 심청의 내면을 읽는 렌즈는 다르다. 국립창극단이 지난해 선보인 ‘심청’(요나 김 연출)이 심청에게 자신의 삶을 살라고 독려했다면, 오는 24·25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절창Ⅵ’은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영혼을 달래는 상징적 인물로 심청을 새롭게 불러낸다. 국립창극단이 2021년부터 이어온 ‘절창’은 판소리의 동시대성을 모색하는 시리즈다. ‘절창Ⅰ·Ⅱ’에 이어 이번 무대도 극작과 연출을 맡은 남인우는 “어딘가에 있을 현대 심청들을 위한 헌사”라고 소개했다. 독립운동가, 공장에서 가스에 질식해 숨진 19세 인턴 노동자 등 이름조차 제대로 불리지 못한 이들이 연상되는 문장과 노래가 등장하는 이유다. 진혼의 정서는 음악적 장치로도 구현된다. 거문고, 철현금, 운라, 피리 등으로 시나위를 펼치고, ‘북을 두리둥 두리둥’ 대목에서는 첼로와 루프스테이션이 빚어내는 선율 위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얹는다. 공연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화초타령’은 거친 풍파 속에서 소모되는 이들에게 꽃 한 송이를 건네는 마음을 담아 꾸몄다는 게 남 연출의 설명이다. 여섯 번째 무대에는 작품마다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온 최호성과 지난해 ‘심청’의 주역이었던 김우정이 주인공이다. 최호성은 지난해 제51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판소리 명창부에서 ‘심청가’ 중 인당수 대목으로 장원을 차지한 실력파다. 그는 이번 ‘절창Ⅵ’에서 “어찌 보면 무책임하고 인간적인 약점이 많은 인물”로 그려진 심봉사를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내고 싶다”고 했다. 김우정은 “원작 속 심청의 삶 자체에 집중하는 무대”라면서 “그래서 지난해에 비해 심청의 모습이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솔직히 말했다. ‘심청가’의 재해석과 더불어 소리통이 다른 남녀 소리꾼의 화합, 작품 속 종소리를 신호로 순식간에 심청과 심봉사, 곽씨부인, 뺑덕어멈을 넘나드는 장면은 이번 무대의 관람 포인트로 꼽힌다.
  • “파격? 내가 듣고 싶은 음악 쓰는 것, 그뿐”

    “파격? 내가 듣고 싶은 음악 쓰는 것, 그뿐”

    메가폰 잡은 해금 주자, 시구 읊는 연주자… 파격의 ‘믹스드 오케스트라’14세에 초연·국제 콩쿠르도 휩쓸어… “더 만족할 수 있는 작품 쓸 것” 일정한 박자로 되풀이되는 청량한 우드블록 소리 위로 거문고, 해금, 집박 같은 전통악기가 끼어든다. 해금 현을 튕기고 거문고 술대로 몸통을 긁는, 악기의 질감을 다각도로 활용하는 연주 방식이 이번에도 탁월하게 드러났다. 파이프오르간 자리에서 연주되는 두 대의 피리, 메가폰으로 노래하는 해금 연주자, 돌림노래처럼 시구를 읊는 연주자들까지, 작곡가 이하느리(20)의 신작 ‘ㅸㆆⅠ: 그 여자는 입을 벌리더니 무언가를 꺼내려는 듯 손을 집어넣는다’는 기존 국악 작법을 완전히 벗어난 파격 그 자체였다. 지난 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믹스드 오케스트라’는 전통 국악 레퍼토리와 스무 살 작곡가의 패기 있는 시도, 대중적인 비트박스가 한자리에 모여 국악의 확장을 증명했다. 공연에 앞서 만난 이하느리에게 작품 제목이 왜 이렇게 긴지 묻자 “일부러 길게 만들려 한 건 아니었다”며 웃었다. 곡을 쓰다가 들른 서점에서 표지가 마음에 들어 집어 든 김뉘연 시인의 ‘제3작품집’을 작품과 연결했다. “제 관심사와 재미가 우연한 시간대에 겹쳤다”는 그는 작품 제목에 로마자 ‘Ⅰ’을 붙인 이유도 “글자 모양이 어울릴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의미보다 감각, 개념보다 흥미가 먼저이지만 곡을 완성하는 과정만큼은 신중하다. 소리와 ‘소리 바깥의 영역’까지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악보 형태로 구체화할 확신이 설 때 비로소 곡을 쓰기 시작한다. 여기까지 6개월에서 1년까지 걸린다. “예전에 ‘소리가 머릿속에 떠다닌다’는 기사가 나간 적이 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라 여러 재료를 모아두었다가 적절한 작품에 활용하는 방식”이라고 부연했다. 네 살 때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우고 열 살 때 예술의전당 영재 아카데미에서 작곡을 공부한 이하느리는 열네 살 때 자신의 곡을 처음 무대에 올렸다. 당시 연주자가 피아니스트 임윤찬이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1학년 때인 2024년 11월 헝가리 버르토크 국제작곡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클래식과 국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기 시작했다. 주로 클래식 곡을 쓰다가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상주작곡가로 선정되며 국악으로 영역을 넓힌 그에게는 ‘신이 내린 작곡가’, ‘임윤찬이 극찬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는 “그런 표현을 쓴 기사가 빨리 내려갔으면 좋겠다”며 쑥스러운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 “곡을 완성한 직후 30분 정도는 (작품이) 괜찮아 보이는데 연습을 할수록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는 그는 지난해보다 타인의 시선에서 한결 자유로워졌다고 말한다. “작년에는 알게 모르게 눈치를 봤던 것 같아요. 이걸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면서요. 하지만 관객의 마음은 제가 조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니 점점 더 마음이 편해지고 있어요.” 이하느리는 세 개의 연작을 동시에 작업하고 있다. 옛 소련 모듈식 집을 보며 반복이라는 요소를 떠올려 시작한 ‘스터프’(Stuff) 시리즈, 소리의 다채로운 확장을 실험하는 ‘애즈 이프……’(As if) 시리즈다. 지난해 12월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스터프 3번: 이우환의 정원’을 선보였고, 지난 3월엔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바이올린 듀오를 위한 ‘애즈 이프……Ⅳ’를 연주했다. 다음 달 29일에는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두 번째 ‘ㅸㆆ’ 시리즈 곡인 ‘ㅸㆆⅡ: 그녀는 다른 영상들을 시험해 보다 필수적이고 보이지 않는’을 공연한다. 작곡가로서 목표를 묻자 신중하게 깊이 생각하더니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자기만족이요. 점점 더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쓰는 것, 그뿐입니다.”
  • 경복궁서 시간여행 떠날까, 창경궁서 궁중차 한잔 할까

    경복궁서 시간여행 떠날까, 창경궁서 궁중차 한잔 할까

    24일 경복궁 흥례문 광장서 개막제서울 5대 궁궐서 다양한 체험 마련 조선시대로 돌아가 경복궁을 돌아다니며 화원과 악공을 만나고 창경궁에선 정조대왕이 책을 읽으며 마시던 궁중차를 즐겨보면 어떨까.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국가유산진흥원과 함께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서울의 5대 궁궐(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경희궁)과 종묘에서 ‘2026 궁중문화축전’을 개최한다고 7일 밝혔다. 올해로 12회를 맞이하는 궁중문화축전은 고궁을 활용해 전통문화 콘텐츠를 선보이는 국가유산 축제로, 지난해(봄·가을 축제 합산)에는 역대 최다 인원인 137만여명이 방문했다. 축제에 앞서 24일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열리는 개막제는 지난해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예술총감독을 담당했던 양정웅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궁, 예술을 깨우다-하이퍼 팰리스’라는 주제로 랩과 강강술래, 국악 전자음악(EDM)과 결합한 한복 패션쇼, 미디어파사드와 국악이 어우러진 무대 등을 만날 수 있다. Mnet ‘스테이지 파이터’ 우승자인 최호종과 국가무형유산 거문고 산조 이수자 허윤정의 합동 무대, 댄서 아이키와 훅(HOOK)팀이 재해석한 봉산탈춤 등이 이어진다. 이번 궁중문화축전은 ‘궁, 예술을 깨우다’를 주제로 관람객이 공연 속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체험, 어린이·외국인 참여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경복궁에서는 조선시대로 돌아가 살아있는 궁을 재현하는 대규모 복합 프로그램인 ‘경복궁, 시간여행’(25~29일)이 펼쳐지며 창덕궁에서는 해설을 들으며 궁의 이른 아침의 정취를 느끼는 답사 프로그램 ‘아침 궁을 깨우다’(4월 28일~5월 3일), 야간에 창덕궁을 즐길 수 있는 ‘효명세자와 달의 춤’(28~30일)을 선보인다. 덕수궁에서는 고종이 즐긴 양탕국(커피) 시음과 스포츠 등 취미생활을 체험하고 특별 음악 공연으로 구성한 ‘황실취미회’(4월 25일~5월 3일)가 진행된다. 창경궁에서는 정조의 독서 공간이었던 영춘헌에서 독서를 하며 궁중차를 시음할 수 있는 ‘영춘헌, 봄의 서재’(4월 27일~5월 1일)가 운영된다. 경희궁에서는 ‘궁중문화축전 길놀이’(5월 1일)가 흥화문부터 숭정문까지 이어지며, 종묘에서는 종묘제례악을 야간에 볼 수 있는 ‘종묘제례악 야간공연’(28~30일)이 진행된다. 사전 예약이 필요한 프로그램은 티켓링크에서 8일부터 순차적으로 예약이 진행되며 외국인 대상 프로그램은 크리에이트립에서 예매 가능하다.
  • “봄이다, 궁궐가자”…경복궁서 화원과 놀고 창덕궁서 효명세자와 황후 탄신연 준비해볼까

    “봄이다, 궁궐가자”…경복궁서 화원과 놀고 창덕궁서 효명세자와 황후 탄신연 준비해볼까

    조선시대로 돌아가 경복궁을 돌아다니며 화원과 악공을 만나고 창덕궁에서 효명세자와 함께 순원황후 40세 탄신 맞이 연회를 준비해보면 어떨까.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국가유산진흥원과 함께 오는 25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서울의 5대 궁(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경희궁)과 종묘에서 ‘2026 궁중문화축전’을 개최한다고 7일 밝혔다. 올해로 12회를 맞이하는 궁중문화축전은 고궁을 활용해 전통문화 콘텐츠를 선보이는 국가유산 축제로, 지난해(봄·가을 축제 합산)에는 역대 최다 인원인 137만여 명이 방문했다. 축제에 앞서 24일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열리는 개막제는 지난해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예술총감독을 담당했던 양정웅 감독이 연출을 맡아 눈길을 끈다. ‘궁, 예술을 깨우다-하이퍼 팰리스’라는 주제로 랩과 강강술래, 국악 전자음악(EDM)과 결합한 한복 패션쇼, 미디어파사드와 국악이 어우러진 무대 등을 만날 수 있다. Mnet ‘스테이지 파이터’ 우승자인 최호종과 국가무형유산 거문고 산조 이수자 허윤정의 합동 무대, 댄서 아이키와 훅(HOOK)팀이 재해석한 봉산탈춤 등이 이어진다. 이번 궁중문화축전은 ‘궁, 예술을 깨우다’를 주제로 관람객이 공연 속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체험, 어린이·외국인 참여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경복궁에서는 조선시대로 돌아가 살아있는 궁을 재현하는 대규모 복합 프로그램인 ‘경복궁, 시간여행’(25~29일)이 펼쳐지며 창덕궁에서는 해설을 들으며 궁의 이른 아침의 정취를 느끼는 답사 프로그램 ‘아침 궁을 깨우다’(4월 28일~5월 3일)와 야간에 창덕궁을 즐길 수 있는 ‘효명세자와 달의 춤’(28~30일)을 선보인다. 덕수궁에서는 고종이 즐긴 양탕국(커피) 시음과 스포츠 등 취미생활을 체험하고 특별 음악 공연으로 구성한 ‘황실취미회’(4월 25일~5월 3일)가 진행된다. 창경궁에서는 정조의 독서 공간이었던 영춘헌에서 독서를 하며 궁중차를 시음할 수 있는 ‘영춘헌, 봄의 서재’(4월 27일~5월 1일)가 운영된다. 경희궁에서는 ‘궁중문화축전 길놀이’(5월 1일)가 흥화문부터 숭정문까지 이어지며, 종묘에서는 종묘제례악을 야간에 볼 수 있는 ‘종묘제례악 야간공연’(28~30일)이 진행된다. 사전 예약이 필요한 프로그램은 티켓링크에서 8일부터 순차적으로 예약이 진행되며 외국인 대상 프로그램은 크리에이트립에서 예매 가능하다.
  • 李대통령 “중동 위기 대응 방안 모색” 마크롱 “호르무즈 폭격 진정되게 해야”

    李대통령 “중동 위기 대응 방안 모색” 마크롱 “호르무즈 폭격 진정되게 해야”

    이재명 대통령은 3일 한국을 국빈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국제사회 책임 있는 일원으로 급변하는 국제 환경 속에서 생기고 있는 여러 가지 글로벌 이슈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마크롱 대통령과 확대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확대회담은 예정보다 40분 가량 늦게 시작됐는데, 앞서 소인수회담에서 관련 논의가 길어졌기 때문이라고 이 대통령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중동전쟁 여파가 국제질서를 흔들고 있다”며 “인명 피해가 확산되고 있고 세계 경제와 에너지 분야에 대한 파장도 날로 확산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오늘 회담을 통해 중동 지역의 조속한 평화 회복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지혜를 모으고 위기 대응을 위한 공동 협력 방안을 모색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께서는 올해 프랑스가 주최하는 G7 정상회의에 정식 초청해주셨다. 초청을 감사한 마음으로 수락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G7 정상회의에서 이뤄질 글로벌 거시경제 불균형 해소와 국제 파트너십 개혁 방안 모색을 위한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며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공동 번영을 제약하는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선진국과 개도국의 동반 성장에 기여할 가능한 해법을 함께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님의 이번 방한은 양국이 쌓아온 140년 간의 신뢰와 우정의 토대 위에서 양국 관계의 미래 비전을 만들어갈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양국 관계가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는 점에서 이번 방한은 더욱 의미 있는 이정표로 남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저희가 140주년을 기념하고 있는데 한국과 프랑스 간 파트너십을 격상시킬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방위 분야를 포함해서 우리 관계를 전략적으로 더 강화하고, 중동 사태에서는 상황을 안정시킬 수 있는 역할을 우리가 할 수 있겠다”며 “호르무즈를 포함해 여러 가지 폭격, 폭력이 진정될 수 있도록 해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경제 분야에서도 우주, 방위 등 여러 전략적 분야에서 협력을 하고 있다”며 “인공지능, 양자, 반도체 등 구체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사항이 다양하다. 농식품 분야에서도 더 많은 협력을 할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문화 협력과 관련해선, 전날 두 정상 부부가 친교 행사에서 거문고에 현대음악을 접목시킨 박다울 거문고 연주가의 공연을 감상한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가 우정의 관계를 가진 분야로 음악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음악이나 문화는 프랑스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라며 “문화 협력이 이미 상당히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 李 “프랑스 혁명 국민주권 이상 한국의 ‘빛의 혁명’에서 재확인”

    李 “프랑스 혁명 국민주권 이상 한국의 ‘빛의 혁명’에서 재확인”

    이재명 대통령은 2일 “프랑스 혁명에서 비롯된 국민주권의 이상은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 과정 속에 강력한 울림을 만들어냈다”며 “최근 평화적 ‘빛의 혁명’에서도 국민의 주권이 재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국빈 방한에 맞춰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양국 사회를 이어 준 연결고리는 ‘민주주의’ 가치에 뿌리를 둔다”며 “한국의 지적·정치적 전통은 장 자크 루소와 몽테스키외 같은 사상가들의 영향을 받아왔고, 자유와 권력 분립에 대한 이들의 사유는 현대 민주주의 제도 형성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의 신뢰는 공동의 가치 위에 세워졌고, 전략적 협력을 통해 강화됐으며, 국민 간의 일상적인 교류 속에서 더 풍성해지고 있다”며 “프랑스와 한국의 우정은 단순히 기념해야 할 유산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심화시켜야 할 파트너십”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 관계에 대해 “외교, 산업, 기술, 문화 교류를 아우르는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성장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양국의 협력은 보다 심화한 전략적 조율로 나아가야 한다”고 적었다. 이 대통령 부부는 공식 일정에 앞서 이날 저녁 청와대 상춘재에서 마크롱 대통령 부부와 친교 만찬을 함께 했다.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한 마크롱 대통령 부부는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 들러 프랑스 한국전 참전기념비에 헌화한 뒤 상춘재로 이동했다. 친교 만찬에선 한식·양식 미슐랭 스타를 각각 보유한 손종원 셰프가 한식과 프랑스 요리가 함께하는 메뉴를 선보였다. 전통악기인 거문고에 현대음악을 접목한 박다울 연주가의 공연도 열렸다. 이 대통령 부부는 1886년 프랑스와의 수교를 기념하며 고종 황제가 사디 카르노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반화(받침 위에 각종 보석으로 만든 장식품)를 재해석한 ‘고종 반화 오마주’를 선물로 건넸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작품 속 복숭아꽃은 행운·번영·풍요 기원 등을 의미하며, 한불 수교의 새로운 시작과 양국의 영원한 번영을 기원하는 마음과 닿아있다”고 설명했다.
  • 마크롱, 25살 연상 부인과 이번엔 ‘다정히’…한국 도착 [포착]

    마크롱, 25살 연상 부인과 이번엔 ‘다정히’…한국 도착 [포착]

    에마뉘엘 마크롱(48) 프랑스 대통령이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아 2일 한국을 방문했다. 프랑스 대통령으로서는 11년 만의 방한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브리지트 마크롱(72) 여사와 함께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한국땅을 밟았다. 마크롱 대통령 부부는 서울공항에 착륙한 전용기에서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내려왔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 부부는 지난해 5월 동남아시아 순방 당시 베트남 하노이 국제공항에 도착한 전용기에서 브리지트 여사가 마크롱 대통령의 얼굴을 강하게 밀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불화설에 휩싸인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에 대해 “아내와 장난을 친 것”이라고 해명했고, 엘리제궁 역시 “두 사람 사이의 친밀한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같은해 7월 영국 국빈 방문 당시에는 브리지트 여사가 마크롱 대통령이 에스코트를 위해 내민 손을 거부하는 장면이 노출돼 불화설은 계속됐다. 이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부활절 오찬 행사에서서 “나는 아내에게 학대당하는 프랑스의 마크롱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턱에 맞은 상처에서 아직 회복 중인 상태였다”라고 비아냥거리며 이란 전쟁을 지원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프랑스 한국전 참전기념비 헌화李대통령, 마크롱과 국빈만찬손종원 셰프 韓佛 결합 메뉴 준비영부인에 BTS 사인앨범 선물정상회담·MOU 서명식 등 예정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방문해 프랑스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 부부를 청와대 상춘재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한다. 만찬에는 넷플릭스 프로그램 ‘흑백요리사2’에 출연해 인기를 끈 손종원 셰프가 직접 한식과 프랑스 요리를 결합한 6종의 메뉴를 선보인다. 프랑스가 ‘와인의 나라’로 불리는 점을 감안해 화이트·레드 와인과 전통주가 1종씩 만찬주로 준비됐으며 연주자 박다울의 거문고 공연도 열린다. 이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는 양국의 수교 140주년을 상징하는 ‘고종 반화(盤花) 오마주’ 공예품을 선물로 준비했다. 고종 반화는 고종 황제가 1886년 프랑스와 수교를 기념하며 당시 사디 카르노 대통령에게 선물한 분재 공예품으로, 각종 보석으로 만든 꽃과 잎을 나무에 단 형태다. 특히 K팝 팬으로 알려진 영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에게는 방탄소년단(BTS)과 스트레이키즈, 지드래곤 등 프랑스 현지에 잘 알려진 한국 아티스트의 사인 앨범과, 한국 도자 기술로 만든 양식기 세트를 선물한다. 이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비롯한 환영식, 조약·양해각서(MOU) 서명식 등 공식 일정은 3일 열린다.
  • 李대통령, 佛마크롱과 친교만찬…손종원 요리에 거문고 공연까지

    李대통령, 佛마크롱과 친교만찬…손종원 요리에 거문고 공연까지

    이재명 대통령 부부는 2일 국빈 방한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와 친교 만찬을 갖는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이 대통령 부부는 이날 저녁 공식 일정에 앞서 마크롱 대통령 부부와 친교 만찬을 진행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의 방한은 2015년 올랑드 전 대통령 방한 이후 11년 만의 프랑스 대통령 방한이다. 이 대통령과는 세 번째 만남이다. 이날 오후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한 마크롱 대통령 부부는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을 찾아 프랑스 한국전 참전기념비에 헌화한 뒤 상춘재로 이동했다. 친교 만찬에선 한식·양식 미슐랭 스타를 각각 보유한 손종원 셰프가 한식과 프랑스 요리가 함께하는 메뉴를 선보인다. 만찬 말미에는 전통악기인 거문고에 현대음악을 접목한 박다울 연주가의 공연도 열린다. 강 수석대변인은 “6개의 디쉬로 구성된 만찬은 양국의 화합과 우정을 담았다”며 “와인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프랑스를 위해 만찬과 함께 곁들일 화이트·레드 와인 각 1종, 전통주 1종을 만찬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부부는 1886년 프랑스와의 수교를 기념하며 고종 황제가 사디 카르노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반화(받침 위에 각종 보석으로 만든 장식품)를 재해석한 ‘고종 반화 오마주’를 선물로 건넬 예정이다. 브리지트 여사에게는 고난도 도자기 기술을 적용한 양식기 세트와 함께 K팝에 높은 애정을 가진 여사를 위한 방탄소년단(BTS), 스트레이 키즈, 지드래곤 등 유명 가수들의 사인 CD 등을 선물로 준비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작품 속 복숭아꽃은 행운·번영·풍요 기원 등을 의미하며, 한불 수교의 새로운 시작과 양국의 영원한 번영을 기원하는 마음과 닿아있다”고 설명했다.
  • 사진·대담·연주로 따라가는 명인의 삶…돈화문국악당 ‘일소당 음악회’

    사진·대담·연주로 따라가는 명인의 삶…돈화문국악당 ‘일소당 음악회’

    서울돈화문국악당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첫 기획공연으로 마련한 ‘일소당 음악회’를 오는 2월 4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악당에서 연다. ‘일소당 음악회’는 서울돈화문국악당 인근에 있었던 국악 공연장 ‘일소당(佾韶堂)’을 모티브로 한 토크 콘서트로, 이번에는 아쟁-가야금-거문고로 대변되는 현(絃)악기의 세계를 만난다. 2월 4일에는 우리 음악의 전반을 아우른 종합 예술인 이태백을 조명한다. 국내 최초의 아쟁 전공자이자 아쟁 박사 1호인 그는 서울시무형문화재 제39호 아쟁산조 이수자이기도 하다. 다방면의 무형유산을 섭렵한 예술 인생 60년의 여정을 무대에서 선보인다. 7일에는 국가무형유산 가야금산조 및 병창 보유자 문재숙이 관객을 만난다. 어린 시절 악기를 접한 그는 김죽파 명인을 만나 17년간 사사하며 연주로 삶의 시간을 쌓아왔다. 이번 공연에서는 한 사람의 연주자로서 걸어온 삶과 음악을 진솔하게 전한다. 11일에는 거문고와 함께 한길을 걸어온 국가무형유산 거문고산조 예능보유자 이재화가 무대에 오른다. 초등학교 담임교사의 추천으로 국악사 양성소에 입학한 그는 남다른 노력과 성실함으로 백낙준에서 한갑득으로 이어진 거문고산조의 정통을 계승했다. 거문고 외길 인생에 담긴 음악과 삶의 이야기가 무대에서 펼쳐진다. 14일 민요의 교과서라 불리는 국가무형유산 경기민요 예능보유자 이춘희가 음악회의 대미를 장식한다. 어린 시절 라디오를 통해 소리를 접한 뒤 소리의 길에 들어선 그는 이번 공연에서 오랜 세월 지켜온 변함없는 목소리와 소리를 향한 태도를 담담히 들려준다. ‘일소당 음악회’ 티켓은 전석 2만원이다. 말띠년 출생자는 4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예매와 자세한 공연 정보는 서울돈화문국악당 누리집(www.sdtt.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대구 남쪽을 지키는 장중한 산세, 비슬산

    대구 남쪽을 지키는 장중한 산세, 비슬산

    대구광역시 달성군 가창면·유가면·옥포면과 경상북도 청도군 각북면에 걸쳐 있는 비슬산은 해발 1083.4m로 대구 남부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대구 분지의 남쪽 경계를 이루는 비슬산괴 가운데 최고봉으로, 1986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되며 지역을 대표하는 자연 명소로 자리 잡았다. 비슬산의 주능선은 북쪽 천왕봉에서 대견봉, 조화봉, 관기봉으로 이어지며, 1000m 안팎의 봉우리들이 연속해 장중한 산세를 이룬다. 슬산이라는 이름은 오래된 기록 속에서 여러 모습으로 등장한다. 삼국유사에는 포산으로 기록돼 있으며 소슬산이라고도 불렸다. 소슬산은 인도의 범어에서 유래한 말로, 신라시대 인도의 승려가 이곳을 찾아와 인도식 발음으로 ‘비슬’이라 부르며 이름이 붙었다는 전승이 전해진다. 산의 형상이 거문고를 닮았다는 설과, 수목이 울창해 ‘나무가 많은 산’이라는 의미의 포산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함께 전해지며 비슬산의 이름에는 자연과 상징이 겹겹이 쌓여 있다. 대구 도심과 멀지 않은 곳에서 만나는 깊은 자연과 긴 역사. 비슬산은 오르는 순간보다 내려오는 길에 더 많은 이야기를 남기는 산이다. 자연과 문화, 계절이 겹겹이 쌓인 이 산은 오늘도 대구 남쪽에서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슬산의 가장 화려한 계절은 단연 봄이다. 대견봉과 월광봉 사이 고위 침식면에는 광활한 진달래 군락이 형성돼 있으며, 매년 4월이면 비슬산 참꽃 문화제가 열린다. 산자락 전체를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 풍경 속에서 공연과 체험 행사, 지역 먹거리 장터가 어우러져 축제의 분위기를 더한다. 또한 정상인 천왕봉에 위치한 정자 인근으로 가을철 아름다운 억새군락도 만날 수 있다. 등산 코스는 유가사 코스 외에도 비슬산 자연휴양림 코스, 청도 각북면 방면 코스 등 다양해 체력과 일정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여름에는 계곡과 숲이 시원함을 선사하고, 가을에는 단풍과 억새가 능선을 물들이며, 겨울에는 설경과 얼음 동산이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요즘 같은 온도차가 심한 계절에는 아름다운 운해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비슬산 쪽 유가사 방면에서 시작되는 산행은 비교적 완만해 초보자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으며, 유가사는 비슬산 산행의 대표적인 출발점이자 쉼터다. 고즈넉한 사찰 마당을 지나 숲길로 접어들면 점차 시야가 열리고, 능선부에 이르러서는 대구 분지와 청도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대견봉과 조화봉 일대에서는 천연기념물 제435호로 지정된 비슬산 암괴류를 만날 수 있다. 거대한 바위들이 계곡을 따라 흘러내린 듯 이어지는 장면은 이 산이 품은 오랜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곳곳에 자리한 토르와 단애, 다각형 균열 바위들은 산행의 피로를 잊게 하는 자연 전시관과도 같다. 산행을 마친 뒤에는 인근의 먹거리와 숙소가 여행의 여운을 잇는다. 현풍읍 일대에서는 소고기국밥과 한우 요리가 유명하고, 가창면에는 참숯불구이와 토속 백반집들이 즐비하다. 청도 방면으로 내려가면 미나리 삼겹살과 한재 미나리 요리를 맛볼 수 있어 산행객들의 발길이 잦다. 숙소로는 비슬산 자연휴양림의 숲속 숙소와 달성군 일대 펜션, 청도 한옥형 숙소 등이 있어 하루 여유를 두고 머물기에도 좋다.
  • 대구 남쪽을 지키는 장중한 산세, 비슬산 [두시기행문]

    대구 남쪽을 지키는 장중한 산세, 비슬산 [두시기행문]

    대구광역시 달성군 가창면·유가면·옥포면과 경상북도 청도군 각북면에 걸쳐 있는 비슬산은 해발 1083.4m로 대구 남부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대구 분지의 남쪽 경계를 이루는 비슬산괴 가운데 최고봉으로, 1986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되며 지역을 대표하는 자연 명소로 자리 잡았다. 비슬산의 주능선은 북쪽 천왕봉에서 대견봉, 조화봉, 관기봉으로 이어지며, 1000m 안팎의 봉우리들이 연속해 장중한 산세를 이룬다. 슬산이라는 이름은 오래된 기록 속에서 여러 모습으로 등장한다. 삼국유사에는 포산으로 기록돼 있으며 소슬산이라고도 불렸다. 소슬산은 인도의 범어에서 유래한 말로, 신라시대 인도의 승려가 이곳을 찾아와 인도식 발음으로 ‘비슬’이라 부르며 이름이 붙었다는 전승이 전해진다. 산의 형상이 거문고를 닮았다는 설과, 수목이 울창해 ‘나무가 많은 산’이라는 의미의 포산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함께 전해지며 비슬산의 이름에는 자연과 상징이 겹겹이 쌓여 있다. 대구 도심과 멀지 않은 곳에서 만나는 깊은 자연과 긴 역사. 비슬산은 오르는 순간보다 내려오는 길에 더 많은 이야기를 남기는 산이다. 자연과 문화, 계절이 겹겹이 쌓인 이 산은 오늘도 대구 남쪽에서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슬산의 가장 화려한 계절은 단연 봄이다. 대견봉과 월광봉 사이 고위 침식면에는 광활한 진달래 군락이 형성돼 있으며, 매년 4월이면 비슬산 참꽃 문화제가 열린다. 산자락 전체를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 풍경 속에서 공연과 체험 행사, 지역 먹거리 장터가 어우러져 축제의 분위기를 더한다. 또한 정상인 천왕봉에 위치한 정자 인근으로 가을철 아름다운 억새군락도 만날 수 있다. 등산 코스는 유가사 코스 외에도 비슬산 자연휴양림 코스, 청도 각북면 방면 코스 등 다양해 체력과 일정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여름에는 계곡과 숲이 시원함을 선사하고, 가을에는 단풍과 억새가 능선을 물들이며, 겨울에는 설경과 얼음 동산이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요즘 같은 온도차가 심한 계절에는 아름다운 운해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비슬산 쪽 유가사 방면에서 시작되는 산행은 비교적 완만해 초보자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으며, 유가사는 비슬산 산행의 대표적인 출발점이자 쉼터다. 고즈넉한 사찰 마당을 지나 숲길로 접어들면 점차 시야가 열리고, 능선부에 이르러서는 대구 분지와 청도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대견봉과 조화봉 일대에서는 천연기념물 제435호로 지정된 비슬산 암괴류를 만날 수 있다. 거대한 바위들이 계곡을 따라 흘러내린 듯 이어지는 장면은 이 산이 품은 오랜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곳곳에 자리한 토르와 단애, 다각형 균열 바위들은 산행의 피로를 잊게 하는 자연 전시관과도 같다. 산행을 마친 뒤에는 인근의 먹거리와 숙소가 여행의 여운을 잇는다. 현풍읍 일대에서는 소고기국밥과 한우 요리가 유명하고, 가창면에는 참숯불구이와 토속 백반집들이 즐비하다. 청도 방면으로 내려가면 미나리 삼겹살과 한재 미나리 요리를 맛볼 수 있어 산행객들의 발길이 잦다. 숙소로는 비슬산 자연휴양림의 숲속 숙소와 달성군 일대 펜션, 청도 한옥형 숙소 등이 있어 하루 여유를 두고 머물기에도 좋다.
  • [씨줄날줄] 진도의 예인 집안

    [씨줄날줄] 진도의 예인 집안

    씻김굿, 다시래기, 남도들노래가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는 등 전남 진도가 민속예술의 보고로 자리매김한 것은 무업(巫業) 세습과 관계가 깊다. 무당이라는 가업을 대대손손 물려주는 이 지역의 전통에 따라 후세로 내려갈수록 자연스럽게 굿에 필요한 노래, 연주, 춤에 세련미가 더해졌다. 고립된 섬이라는 물리적 환경 또한 개성을 축적하는 배경이 됐을 것이다. 국가유산청이 ‘올해의 국가무형유산 이수자’ 5명을 뽑았다. 이수자란 국가가 인정한 국가무형유산의 공식 전승 후계자를 말한다. 진도를 언급한 것은 의례·의식 분야의 씻김굿 이수자 양용은의 이름이 반가웠기 때문이다. 그는 진도씻김굿 보유자였던 박병천의 며느리로 1999년 씻김굿에 입문한 무당이다. 양용은의 남편은 박병천의 아들인 진도씻김굿 전승교육사 박성훈이다. 진도 예능을 대표하는 밀양 박씨의 전통은 박성훈의 4대조 박덕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덕인은 진도에 유배됐던 한말의 문인이자 관료인 정만조의 ‘소리꾼 박덕인에게 부쳐’라는 한시에 ‘노래 춤 가야금 퉁소에 능한 인물’로 묘사됐다. 박덕인의 아들이 대금산조의 명인으로 ‘박젓대’라고도 불린 박종기다. 진도씻김굿 보유자였던 김대례는 외손녀가 된다. 박덕인의 동생 덕춘의 손자는 판소리, 산조, 병창에 능했다는 동준이다. 동준의 딸 보아와 옥진은 여성국극을 주도했고 아들 대성은 아쟁산조의 명인이었다. 보아의 남편은 거문고산조의 대가 한갑득이다. 두 사람의 외손녀 김성녀는 ‘마당놀이의 대모’로 진도 예술 전통을 잇는다. 국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이름이 귀에 익은 예술가들이 많을 것이다. 실제로 박씨 집안을 빼 놓으면 진도 예술사는 물론 한국 전통 예술사도 서술이 불가능하다. 앞선 5대조 박헌영도 세습 무격(巫覡)이었다. 양용은과 박성훈의 두 아들도 씻김굿을 이어 가고 있다. 이런 진도의 전통, 집안의 전통이 앞으로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 2026년 세종문화회관 키워드는 “재미·전율·감동”

    2026년 세종문화회관 키워드는 “재미·전율·감동”

    “올 한 해 여러 공연과 행사를 열면서 세종문화회관을 극장으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재미있는 공간으로 접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이상의 전율과 감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많은 문화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2026 세종문화회관 사업 설명회’에서 안호상 사장은 내년 사업의 방향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어 “인공지능(AI)과 넷플릭스와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답이고, 그 핵심은 한국의 예술가, 즉 창작자와 퍼포머(실연자)”라면서 “K컬처 허브, 경험하는 극장, 시민이 만드는 극장으로서 프로그램을 선보이겠다”고 덧붙였다. 내년 세종문화회관이 준비한 작품은 총 27편(226회 공연)으로, 산하 예술단별 레퍼토리 17편과 신작 10편(예술단 8편, 기획·공동주최 2편)이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대표 공연인 ‘믹스드 오케스트라 26’(4월 16일)으로 전통과 현대의 융합을 시도하고, 상주 작곡가 이하느리의 신작을 연주한다. 실내악을 기반으로 한 ‘일노래’(7월 3일)는 노동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김홍도의 회화에서 영감을 받은 시리즈 ‘신풍류전’(9월 4일)은 음악과 시각적 상상력을 결합해 친밀한 국악으로서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서울시무용단은 올해 초연한 ‘스피드’(5월 1~3일)를 더 확장된 규모로 다시 올리고, 서울굿을 모티브로 한 창작 신작 ‘무감서기’(9월 10~13일)를 준비했다. ‘무감서기’는 한국 전통 굿 중 서울에 남은 굿으로, 마지막 뒤풀이 부분이다. 윤혜정 서울시무용단장은 “‘무감서기’로서 진정한 복을 받는다고 한다. 더불어 관객에게 위로와 치유를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음악은 작곡가 이하느리가 맡았고, ‘스테이지 파이터’의 기무간이 조안무로서 참여하고 출연도 한다. 서울시오페라단이 40년 만에 선보이는 주세페 베르디의 대작 ‘나부코’(4월 9~12일)도 눈에 띈다. 성서 속 바빌로니아 왕국의 거대한 서사를 담은 작품으로, 자유와 신념을 노래하는 장엄한 합창과 극적인 전개를 압도적인 무대로 보여준다. 양준모, 서선영, 최지은, 전승현, 임채준 등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이 출연할 예정이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은 “전 세계가 사랑하는 명장면인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통해 모두가 함께하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었다”면서 “마치 오페라판 ‘왕좌의 게임’을 보는 듯한 즐거움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발레단이 준비한 더블빌(하나의 접점으로 연결된 두 개 작품) 공연은 더욱 화제성이 짙다. 세계적 안무가 샤론 에얄·가이 베하르의 ‘재키’와 요한 잉거의 ‘블리스’(3월 14~21일), 슈베르트 음악으로 풀어낸 크리스티안 슈푹과 알렉산더 에크만의 ‘죽음과 소녀’(8월 15~16일)를 선보인다. 안무가 강효형과 거문고 연주가 박다울이 협업한 한국 창작 발레 ‘대나무 숲에서’(5월 15~17일)도 관심을 끈다. 고인이 된 거장 안무가 한스 판 마넨의 미학을 집약한 ‘올 포 한스 판 마넨’(11월 19~22일)에선 올해 공연한 ‘캄머발레’와 ‘5 탱고스’, ‘그로세 푸게’까지 엮어 컨템포러리 발레의 스펙트럼을 확장할 예정이다. 서울시합창단의 ‘카르미나 부라나’(5월 21일)도 주목할 만하다. 합창단 단원들이 다시 올리고 싶은 공연으로 첫손 꼽은 작품이다. 20세기 합창 명곡에 합창단의 깊고 풍부한 하모니를 얹고, 창작 발레 ‘갓’으로 알려진 윤별발레컴퍼니가 가세하면서 운명과 인간 내면의 희로애락을 펼쳐놓는다. 서울시극단은 빅데이터 시대의 정보 권력과 여론 조작을 다룬 ‘빅 마더’(3월 30~4월 26일), 한국 사회의 욕망과 집단 심리를 해부하는 ‘아.파.트.’(10월 24~11월 14일)를 무대에 올린다. 아울러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 뮤지컬 ‘더 트라이브’(6월 9~27일)과 ‘크리스마스 캐럴’(12월 1~27일), 공동주최 신작인 영국 심리 스릴러 연극 ‘와스프’(WASP·3월 8일~4월 26일)와 재일 극작가 정의신의 대표작 ‘스미레 미용실’(9월 12일~10월 3일)이 무대에 오른다.
  • “고대 제천의식·전통 굿의 서사… 다양한 악기로 신명나게 풀어냈죠”

    “고대 제천의식·전통 굿의 서사… 다양한 악기로 신명나게 풀어냈죠”

    2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선보여이고운 ‘무천’… 집단의식 재해석 김현섭 ‘대안주’… 굿의 정서 담아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창단 60년 만에 처음 위촉한 상주작곡가의 신작이 오는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넥스트 레벨’ 무대에 오른다. 국악관현악과 다양한 소리의 결합을 시도한 믹스드(Mixed) 오케스트라 프로젝트로 이고운(36)은 ‘무천’(舞天)을, 김현섭(34)은 ‘대안주’(大按酒)를 각각 선보인다. ‘무천’은 고대 제천의식을 주제로 하늘에 제사를 올리던 집단의식을 현대의 관현악 어법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지난 1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이고운은 “‘우리 음악은 어디서 왔을까’라는 호기심을 늘 갖고 있었다”면서 “춤을 추며 하늘에 염원하는 우리의 독특한 고대 제의(祭儀)를 작곡가의 상상력으로 풀었다”고 소개했다. ‘대안주’는 과거 양반집에서나 가능했던 한양굿을 중심에 두고 굿판의 장면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김현섭은 어릴 적 외할머니와 갔던 굿판을 떠올리며 “무당의 으스스함, 복을 비는 따스함, 악사의 연주가 어우러지며 점점 하나의 음악이 되는 절정의 순간까지 굿의 서사와 정서를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무당인 친구에게서 자료 도움을 받고 굿판을 ‘참관’할 기회도 얻었다는 그는 “전통 굿은 누군가의 복을 비는 소리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올해 4회차를 맞는 믹스드 오케스트라에서 서양악기, 전자음향 등 다양한 소리의 결합을 시도해 왔다. 이번 ‘무천’은 비올라, 첼로, 호른, 튜바 등 서양의 현악기와 금관악기를 적극 활용한다. 이고운은 “서양악기는 소리가 정제된 반면 국악기는 음을 한 번 낸 뒤에 떨거나 흔드는 시김새로 소리를 만들어 간다. 이 두 개가 섞였을 때 새로운 미감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여러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대안주’에선 편종, 편경 같은 쉽게 쓰지 못하는 악기도 활용한다. 김현섭은 “대학 시절부터 편종과 편경을 써보는 게 꿈이었다”면서 행복감을 드러냈다. 종과 판이 여러 개 달린 편종과 편경은 옮길 때마다 해체와 조립, 조율을 해야 한다. 주로 굿에 쓰는 광징도 등장한다. 공연은 젊은 국악 작곡가들의 오랜 열망을 실현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선후배인 이들은 “학생 때 ‘내가 비용을 내도 되니까 내 악보로 관현악단 연주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입을 모았다. “연주되지 않은 악보는 그림 그린 종이일 뿐”이라는 둘은 “국악관현악단 단원들도 연습 때 적극적으로 연주 방법을 묻고 표현해 주니 너무나 영광스럽고 고맙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승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장의 지휘로 신작과 함께 창작 국악관현악 초기 대표작인 지영희 명인의 ‘만춘곡’(1939), 김정승 서울대 교수가 협연하는 단소 협주곡인 ‘수상곡’,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이 협연하는 장석진의 ‘액시엄’(Axiom)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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