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맞는車’ 미리 운전해보고 산다
맛을 봐야 맛을 안다고 했다. 몇백원짜리 물건을 사도 맛보기를 주는 세상에 많게는 1년 벌이가 몽땅 들어가는 차를 사면서 직접 몰아보는 것은 당연한 소비자의 권리다. 최근 들어 소비자들도 과거처럼 외관, 인테리어, 제원, 가격 등에만 의존해 차를 사기보다는 시승을 통해 차를 직접 느껴 본 뒤 장만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자동차 업계도 이런 흐름에 맞춰 다양한 시승체험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비용도 많이 들고 해서 아직 소비자들의 요구수준에 비해 실제 제공기회는 제한적이다.
●GM대우 시승체험 고객 54%가 車 구매
시승에서 가장 앞서가는 곳은 GM대우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2004년 11월부터 상시 시승센터를 운용하고 있다. 현재 서울(2곳), 인천, 안양, 대전, 전주, 광주, 대구, 울산, 부산 등 총 10곳에서 센터를 운용 중이다. 모든 차종을 연중무휴로 소비자가 원할 때 타볼 수 있다. 올 1월 말까지 6만 5020명(월 평균 2500여명)이 시승을 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54%의 시승자가 차량을 샀다.
시승자 중 여성비율이 36%였고 20∼30대가 전체의 64%를 차지했다. 대우차판매 이강수 부장은 6일 “고객이 직접 품질을 체험해 보고 차를 구입하는 경향이 매우 강해졌다.”면서 “고객서비스 확대차원에서 올해 말까지 고객시승센터를 24곳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추첨 시승·주말 렌털
현대차는 상시 시승센터는 없고 추첨 등을 통해 시승자를 선발하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현재 쏘나타, 그랜저, 투싼, 베라크루즈 각 25대의 주말·주중 무료 시승행사와 최근 출시된 베르나 엘레강스 주말 렌털 행사를 하고있다. 또 렉서스, 혼다 어코드를 자사 차량과 비교할 수 있는 행사도 진행중이다. 기아차도 로체 어드밴스 출시를 기념해 240대 무료 시승행사를 하고있다. 쏘렌토 19대, 오피러스 12대 무료 시승 행사도 갖고 있다.
●르노삼성 전국 10곳서 SM7 시승 이벤트
르노삼성차는 현재 전국 10개 지역 본부를 중심으로 SM7 시승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차량의 타깃 고객에 맞는 이벤트와 연계한 시승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쌍용차는 5월 한달간 전국 영업소에서 뉴카이런 시승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시승에 참여해 시승 느낌을 적는 설문에 참여하면 추첨을 통해 2525명에게 노트북, 공기청정기, 닌텐도 DS, 영화예매권 등의 경품을 준다.
●수입차업계도 ‘이벤트성 행사´ 경쟁
수입자동차 업계도 다양한 시승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한국도요타자동차는 9일까지 홈페이지(www.lexus.co.kr) 방문자를 대상으로 지난해 출시한 최초의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렉서스 RX400h 시승행사를 연다.
GM코리아는 캐딜락, 사브 등 판매차량에 대해 상시 시승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지난 3월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소비자들을 상대로 ‘볼보 고객 시승 투어’를 열어 C30,S80,XC90,C70 등 주력차량에 대한 시승 기회를 제공했다.BMW코리아와 폴크스바겐도 올 3월 전국 주요 전시장에서 각각 뉴3시리즈·Z4쿠페 등과 디젤엔진 TDI 장착 전 차종을 타볼 수 있는 행사를 열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건설업계가 모델하우스를 운용하는 것처럼 자동차 업계의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차를 직접 타보게 함으로써 차량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데 가장 큰 목적이 있다.”면서 “이런 업계의 전략이 시승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맞물리면서 상시 시승과 이벤트성 시승 등이 앞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시승시 점검 포인트
누구에게나 절세가인인 사람이 없는 것처럼 차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평가를 받는 차라도 자기에게 안 맞으면 그건 남의 얘기일 뿐이다. 시승 때 어떤 점에 유념해야 할까.
차에 오르기 전 전체적인 외관을 살펴본다. 차를 최대한 ‘얼짱’ 각도에서 찍어놓은 카탈로그의 이미지와 실물에서 풍기는 느낌은 사뭇 다를 수 있다. 운전석에 오르면 얼마나 내 몸에 맞는지를 살핀다. 운전대를 돌리는 데 불편함은 없는지, 각종 스위치를 비롯한 다양한 장치들을 편하게 작동할 수 있는지, 시트는 편안한지, 시야는 넉넉한지 등을 점검한다. 모르는 장치가 있다면 옆 자리에 동승한 영업사원에게 열심히 물어봐야 한다.
엔진은 시동이 자연스럽게 걸리는지, 소리가 너무 무겁거나 가볍지는 않은지, 고르지 못한 소리를 내는지 등을 따져본다. 도로에 나가서는 동력성능과 주행안정성에 집중한다. 가속 능력을 살펴볼 때에는 차량 출발과 동시에 가속페달을 3분의2 정도 밟아 얼마나 잘 뻗어나가는지 확인한다.
코너링은 S자 코스처럼 구불구불한 도로에서 30∼60㎞ 속도로 달릴 때의 느낌으로 판단한다. 핸들의 감각은 어떤지, 타이어가 민첩하게 반응하는지, 소음은 어느 정도인지, 쏠림 현상은 없는지를 느껴본다. 주행거리 2∼4㎞ 거리를 시속 60∼100㎞로 달려보고 엔진 소리, 바람 소리, 타이어 구르는 소리, 핸들 떨림, 브레이크, 클러치, 기어작동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6일 “자동차에 대한 평가는 객관적인 척도에 의존하기보다는 자기 감성과 감각에 따르는 것이 좋다.”면서 “스스로 편하게 느껴지는 차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