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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천지방법원장에 김용빈 판사

    대법원은 24일 김용빈(58·사법연수원 16기)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신임 춘천지방법원장에 임명했다. 김명수(58·15기) 춘천지법원장이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데 따른 후속 인사다. 경기 포천 출신인 김 신임 원장은 1990년 인천지법 판사로 임관한 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냈다. 소탈한 성품으로 선후배 법관 사이에 신망이 높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대법원장 권한 축소 소신… 사법 민주화 기대감

    대법원장 권한 축소 소신… 사법 민주화 기대감

    인사권 분산 등 내부 집중할 듯 “공정 재판 후순위 밀리나” 우려 법원 밖 신뢰 확보와 연결돼야진보·개혁 성향인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맡았던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명된 뒤 사법부 안팎에서는 사법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 후보자는 고법부장판사 제도 폐지, 대법원장의 법관 인사권 축소 등 ‘사법부 민주화’ 방안들을 지지해 왔다. 한편에선 김 후보자 주도로 법원 스스로 사법행정권 분산 개혁에 속도를 내느라, 법원 바깥의 주된 요구인 ‘공정한 재판’을 향한 개혁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판사들의 학술모임인 우리법연구회 등은 대법원장에게 사법행정권이 집중된 점을 줄곧 비판해 왔다. 대법원장은 법관 3000여명의 임명권과 승진·전보 권한을 갖고, 대법관 13명을 임명 제청하고, 헌법재판관·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중앙선거관리위원 3명씩에 대한 지명권을 행사한다.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장을 대법관 중 임명하는 권한도 지닌다. 대법원장에게 권한이 집중되기 때문에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사건을 심리해야 하는 판사들이 대법원장 의중에 휘둘린다는 게 비판의 골자다. 평소에는 소신대로 재판을 하더라도 판사 재임용 심사가 걸린 10년차 시기, 연수원 동기 중 3분의1만 통과하는 고법 부장판사 승진철 등에 판사들이 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 재판 배당권을 쥔 법원장 등 선배 법관의 눈치를 판사들이 본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 때문에 진보 성향 판사를 주축으로 법원 내에선 고법 부장 승진제 폐지, 판사 근무평가제도 개선, 대법원장 인사권 축소 등의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미 우리법연구회가 2005년 펴낸 논문집에도 관련 주장이 담겼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한발 더 나아가 지난 3월 학술대회에서 법원 내 주요 보직 분담을 법원장이 아닌 판사들 간 협의와 선거로 결정하고, 사법행정권이 집중된 법원행정처를 ‘전국법관대표회의’(판사회의)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같은 사법부 민주화 방안을 줄곧 공감해 왔기 때문에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이 된 뒤 스스로 먼저 권한을 내려놓는 ‘셀프 개혁’을 감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사법부 민주화를 이루면 자동적으로 재판 신뢰성이 확보될 것인지를 놓고 의구심도 표출되고 있다. 법원 바깥의 요구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식 판결 행태를 종식하는 데 쏠려 있는데, 정작 법원 내부에선 판사들의 재임용·승진 심사 완화에 개혁 역량이 모아지는 분위기를 경계하는 시각이다. 앞서 2009년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법원행정처 용역 보고서인 ‘한국민주주의와 사법부의 좌표’에서 법원 안팎의 사법개혁 목표에 대한 시각차를 비판한 바 있다. 최 교수는 보고서에서 “사법개혁이 법조인 당사자 집단 중심으로 수행되면, 법조인 집단들의 카르텔 구조를 해체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법관들이 스스로 사회로부터 단절된 최상층 엘리트 집단의 지위를 벗어나 스스로를 광범하게 사회와 연관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시외버스 타고 온 김명수 “난 31년간 재판만 한 사람”

    시외버스 타고 온 김명수 “난 31년간 재판만 한 사람”

    대법관 13명 중 9명 선배 지적에 “쉬운 일이면 아마 시작도 안 해” 딸·아들 판사… 사돈도 부장판사, 검사 사위에 변호사 며느리까지 차기 사법부 수장으로 지명된 김명수(58·사법연수원 15기) 대법원장 후보자는 22일 “31년 5개월 동안 법정에서 당사자와 호흡하며 재판만 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그 사람이 어떤 수준인지, 어떤 모습인지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이날 양승태(69·2기) 대법원장과 환담을 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찾은 김 후보자는 법원 안팎의 평가에 대해 “판사라 평판에 크게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는데 분에 넘치는 기대와 상당한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충분히 이해할 만한 내용”이라며 신중하게 대답했다. 김 후보자는 대법관 경험이 없는 데다 현직 13명 대법관 중 9명이 기수상 선배라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저도 불안하지만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으면 아마 시작을 안 했을 것”이라며 “더 열심히 해서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 등 현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청문회에 가서 일일이 할 이야기를 지금 모아서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답을 피했다. 재판연구관으로 대법원에서 3년간 일한 경험을 떠올리며 “오늘 기분은 남다르다”는 소회를 밝히고 “이 자리는 대법원장을 뵙고 청문이나 이후 절차에 관한 가르침을 받기 위한 것”이라면서 면담 자리로 향했다. 이날 김 후보자는 다음달 24일로 6년 임기가 끝나는 양 대법원장과 오후 5시까지 약 1시간 30분 동안 비공개로 만났다. 김 후보자는 조만간 법원행정처 지원을 받아 청문회 준비에 나설 예정이다. 청문회는 다음달 초쯤 이틀간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 후보자의 행보가 시선을 모았다. 춘천지법원장인 그는 수행원 없이 강원 춘천에서 강변 동서울터미널로 시외버스를 타고 온 뒤 지하철로 이동했다. 법원 관계자는 “대법원 방문이 춘천지법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관용차를 타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기준 김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은 2001년식 SM5를 포함해 8억 2165만원이다. 보유한 부동산은 없다. 지난해 초 지법원장으로 가면서 서울 명륜동 아파트를 4억 1400만원에 판 뒤 춘천지법 관사에서 거주했다. 김 후보자의 딸은 대구가정법원 김정운(34·38기) 판사이고, 사위는 연수원 동기인 이세종(35) 부산지검 검사다. 아들과 며느리도 각각 전주지법 김한철(31·42기) 판사, 강연수(30·44기) 변호사다. 강 변호사의 아버지는 강재철(59·13기) 대전지법 부장판사여서 가족 구성원만으로도 로펌을 차려도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법조인 가족’ 면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文임기 중 대법관 12명 교체… 진보로 무게중심 이동

    文임기 중 대법관 12명 교체… 진보로 무게중심 이동

    참여정부 이용훈 대법원장처럼 대법관 구성·판례 진보화될 듯 법원행정처 등 체계 대수술 예고 파격 발탁 인사가 사법개혁과 판결 변화로 이어질까. 양승태 대법원장(69·사법연수원 2기)보다 13기수 아래인 진보·개혁 성향의 김명수(58·15기) 춘천지법원장이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발탁된 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질문들이 뒤따르고 있다. 올해 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파문을 겪은 뒤 전국법관회의(판사회의)를 구성, 개혁을 요구해 온 사법부에선 개혁 향배에 촉각을 기울였다.김 후보자가 진보 성향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한 까닭에 보수 진영에선 김 후보자 발탁을 ‘코드 인사’로 폄하하는 반응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보수 성향 ‘양승태 대법원’과 180도 다른 변화가 예상된다는 점이 ‘김명수 대법원’에 대한 주목도를 키우고 있다. 지명된 당일 대법관을 거치지 않고 바로 지법원장에서 대법원장이 됐다는 ‘파격성’과 13명 대법관 중 9명이 김 후보자의 연수원 선배라는 ‘이례성’이 눈길을 끈 데 이어 김 후보자가 이끌 변화의 폭에 궁금증이 미친 셈이다. 특히 대법관 세대교체 혹은 성향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법관 13명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임명한 김재형(52·18기)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조재연(61·12기)·박정화(52·20기) 대법관을 임명했으며, 나머지 대법관 10명도 문 대통령 임기 내에 임명될 예정이다. 대법관 성향은 판례와 관련이 깊다. 이미 참여정부 시절과 임기가 겹쳤던 ‘이용훈 대법원’에서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지명했던 진보 성향 대법관들이 이른바 ‘독수리 5형제’를 이뤄 판례 다양화를 이끈 선례가 있다. ‘이용훈 대법원’은 과거사 재심을 적극 수용했고 업무상재해 범위를 넓히는 등 노동친화적 판례를 만들었다. 반면 이 전 대법원장 후임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양 대법원장은 ‘서울대·50대·남성 법관’ 일색으로 대법관을 지명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이는 과거사·노동 사건에서 보수적인 대법원 판례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법관 인사권을 쥔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관료화됐다는 비판을 받아 온 사법부 운영체제에도 대수술이 이뤄질 전망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 3월 판사회의에서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축소하려 하는 등 잘못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고, 법원행정처가 법관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 등을 검열했다는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서도 재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시외버스 타고 온 김명수 “난 31년간 재판만 한 사람”

    시외버스 타고 온 김명수 “난 31년간 재판만 한 사람”

    차기 사법부 수장으로 지명된 김명수(58·사법연수원 15기) 대법원장 후보자가 22일 “저는 31년 5개월 동안 법정에서 당사자와 호흡하며 재판만 했다”며 “어떤 수준인지, 어떤 모습인지 보여 주겠다”며 업무 수행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이날 양승태(69·2기) 대법원장과 환담을 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찾은 김 후보자는 법원 안팎의 평가에 대해 “저는 판사라서 제 평판에 크게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는데, 어제 저에 대해 분에 넘치는 기대와 상당한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충분히 이해될 만한 내용”이라며 신중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법원 역할의 중요성이나 대법원장의 위치에 비춰 충분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청문 절차를 통해 기대에 부응하고, 우려를 불식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는 대법관 경험이 없는 데다 현직 13명 대법관 중 9명이 기수상 선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저도 불안하지만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으면 아마 시작을 안 했을 것”이라며 “더 열심히 해서 기대에 부응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 등 현안에 대한 질문에는 “그런 부분은 나중에 청문 절차에서 상세하게 밝힐 것”이라며 “현안에 관해 나중에 청문회에 가서 일일이 할 이야기를 지금 모아서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대법원에서 3년간 재판연구관을 하면서 밤낮으로 일했었다. 오늘 기분은 남다르다”고 소회를 밝히고 “이 자리는 대법원장을 뵙고 청문이나 이후 절차에 관한 가르침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춘천지법원장인 김 후보자는 수행원 없이 강원도 춘천에서 강변 동서울터미널로 시외버스를 타고 온 뒤 지하철로 이동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법원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춘천지법 관용차가 있지만, 대법원 방문이 춘천지법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관용차를 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다음달 24일로 6년 임기가 끝나는 양 대법원장과 오후 5시까지 약 1시간 30분 동안 비공개로 면담했다.  김 후보자는 조만간 법원행정처 지원을 받아 청문회 준비에 나설 예정이다. 청문회는 다음달 초쯤 이틀간 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기준 김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은 2001년식 SM5를 포함해 8억 2165만원이었다. 보유 부동산은 없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판사 블랙리스트’ 인권법연구회 출신… 대법관 안 거쳐 ‘파격’

    ‘판사 블랙리스트’ 인권법연구회 출신… 대법관 안 거쳐 ‘파격’

    1990년 윤관 이후 첫 50대 48년 만에 대법관 경력도 없어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지명한 김명수(58·사법연수원 15기) 대법원장 후보자는 법원 내 개혁적인 목소리를 이끌어 왔다. 평소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사법부 개혁에 강한 소신을 피력해 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사법 개혁을 지휘할 적임자로 평가된다. 법원 내에선 전국법관대표회의(판사회의)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사법개혁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지나치게 파격적인 기수 파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법조계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참여정부 시절 진보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우리법연구회가 해산된 이듬해인 2011년 후신 격으로 설립된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초대 회장을 맡았다. 전국 판사 3000여명의 16%인 480여명이 회원인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올해 초 대법원 법원행정처로부터 학술대회 축소 외압을 받은 단체다. 이 외압 사건 조사 과정에서 이른바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사적인 활동을 검열했다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문이 불거졌고, 이후 전국 판사들의 대의기구인 ‘전국법관대표회의’(판사회의)가 신설됐다. 김 후보자는 지난 3월 이 사태가 촉발된 직후 대법원이 소집한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 참석해 법원행정처가 사태를 축소하려 하는 등 잘못된 대응을 하고 있다며 쓴소리를 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 회장 시절 김 후보자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와 함께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학술대회를 열기도 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한인섭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장 등 현 정부 검찰·사법 개혁을 주도하는 이들이 역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장이다. 김 후보자는 현 양승태(69·2기) 대법원장보다 13기수 아래라는 점과 대법관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됐다는 점에서 ‘파격 발탁’으로 보는 기류가 강하다. 사법부 초창기인 초대 김병로 대법원장, 3·4대 조진만 대법원장을 제외하면 대법관(옛 대법원 판사) 경력이 없는 대법원장 임명은 약 48년 만에 처음이다. 1990년 58세로 취임한 12대 윤관 전 대법원장 이후 첫 50대 지명으로, 현재 대법원 체제에서 김 후보자보다 기수가 높은 11~14기 대법관이 9명에 이른다. 당초 대법원장으로 유력했던 박시환(64·12기) 전 대법관, 여성인 전수안(65·8기) 전 대법관이 완강하게 고사 의사를 밝히며 ‘현직 법관 중 발탁’이 감행됐다는 후문이다. ‘파격 발탁’이 전대미문의 사법개혁, 판례 변화를 이끌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대법원장은 법관 인사권, 사법정책, 대법원 판결 등에 영향을 미친다. 또 대법원장은 대법관 임명 제청권, 헌법재판관과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지명권을 지닌다. 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 과정을 거쳐 대법원장으로 취임하면, 판사회의가 요구 중인 사법부 블랙리스트 재조사를 수용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대법원 판례 변경 등을 위해 소집되는 전원합의체의 합의를 주재하는 역할도 김 후보자가 맡을 예정이다. 다만 김 후보자와 판사회의가 그동안 줄곧 사법부의 관료화, 대법원장에 집중된 법원행정권 등을 ‘적폐’로 지목해 왔던 점이 부메랑이 될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자의 대법원에 요구하는 우선 과제로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도 폐지, 법원행정처 역할 축소 등 ‘사법 민주화’가 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사법연수원 동기 중 3분의2가량이 탈락하는 고법 부장판사 승진 제도, 대법원장이 대법관 중 임명하는 법원행정처장을 통한 법관 인사 등은 사법부 관료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혀왔다. 현재 14명의 대법관 중 김 후보자보다 연수원 기수가 높은 대법관이 9명에 이르는 점 역시 김 후보자가 사법개혁 주도권을 쥐는 데 장애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연수원 동기가 검찰총장·검사장 인사에서 발탁되면 기수 전체가 줄줄이 퇴진하는 검찰과 다르게 법원에서는 법원장급 인사들의 용퇴가 당장 가시화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20기 대법관’이 탄생할 정도로 법원이 ‘파격 인사’에 익숙한데다 ‘평생법관제’를 정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법원장들과 고법 부장판사들에겐 내년 1월 2명, 8월 3명, 11월 1명 등 6명의 신임 대법관 발탁 기회도 남아 있다. 김 후보자는 재판에서 개혁적인 성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고법에서 근무하던 2015년 삼성 에버랜드가 직원 개인정보를 외부 이메일로 전송했다는 이유로 금속노조 삼성지회 부지회장을 해고하자 김 후보자는 “지나치게 가혹한 제재”라며 해고 무효 판결을 했다. 김 후보자는 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정지 신청 사건에서도 “쟁점이 많으니 항소심 판결 선고 전까지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을 정지해야 한다”며 전교조 손을 들어줬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새 대법원장 ‘진보’ 김명수…사법부 대대적 개혁 시작

    새 대법원장 ‘진보’ 김명수…사법부 대대적 개혁 시작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에 김명수(58·사법연수원 15기) 춘천지법원장을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다음달 퇴임하는 양승태(69·2기) 대법원장의 사법연수원 13기수 후배인데다 대표적인 진보 성향의 판사 출신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가 향후 사법부에 커다란 개혁을 예고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후보자는 법관 독립에 대한 소신을 갖고 사법행정의 민주화를 선도해 실행했고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법부를 구현해 국민에 대한 봉사와 신뢰를 증진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 국제인권법연구회의 기틀을 다진 초대 회장으로 국제연합이 펴낸 인권편람 번역서를 펴내고 인권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인권을 구현하려 많은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부산 출신으로 부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특히 진보 성향 판사들이 만든 연구단체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그 후신의 성격이 강한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냈다. 박 대변인은 현직 지방법원장 지명이 ‘파격 인사’라는 지적에 대해 “관행을 뛰어넘는 파격이 새 정부다운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과 김 후보자의 인연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후보자의 지명이 대통령의 사법개혁 의지가 반영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더 좋은 후보자를 찾기 위한 고뇌가 깊었던 것은 사실이고 김 후보자 같은 분을 지명한 것이 그렇게 해석돼도 무방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과하면 다음달 24일로 임기 만료되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뒤를 잇게 된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국정원 댓글’ 광폭수사… 횡령·직권남용까지 겨눈다

    문재인 정부 첫 검찰 인사로 새 진용을 갖춘 서울중앙지검이 17일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정치 개입 사건 재수사팀 구성 논의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검찰은 다음 주중 최근 새롭게 드러난 국정원의 외부 조력자, 즉 민간인 댓글부대에 대한 수사에 본격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현 정부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에서 최근 두 차례에 걸쳐 민간인 댓글부대 30개팀의 활동 자료, 한층 구체화된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 발언 자료를 확보해 검토 중이다. 2013년 원 전 원장을 기소할 때 적용한 국정원법 및 선거법 위반 혐의를 보강하는 수준을 넘어 원 전 원장이 국정원 간부들에게 각종 현안 개입을 지시하는 정황 자료를 확보했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검찰은 자료를 추려 원 전 원장 재판에 추가 증거를 제출하고, 30일로 예정된 선고일을 미루기 위해 법원에 변론재개를 신청할지 다음 주중 정할 방침이다. 다만 검찰의 대체적인 관심은 마무리 수순인 원 전 원장 재판 ‘공소 유지’보다 2009~2012년 국정원 안에서 벌어진 광범위한 여론 조작과 정치 개입 실체에 대한 ‘수사’ 쪽에 기울어져 있는 분위기다. 원 전 원장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예정대로 30일 받고, 새 수사팀은 재수사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민간인 댓글부대 팀장 30여명에 대한 수사 의뢰를 권고하고, 이들 팀장 30여명에 국정원 전직 직원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 지지 외곽단체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댓글부대에 투입된 민간인 연인원이 3500여명으로 추정되면서 재수사는 2013년에 비해 연루자와 범죄 금액이 큰 ‘광폭수사’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13년 수사 당시 ‘빙산의 일각’처럼 민간인 댓글부대 팀장 이모씨의 활동이 드러난 바 있는데, 당시 이씨는 월 300만원이란 적지 않은 보수를 지급받았다. 이미 원 전 원장 등 국정원 간부들에 대한 유죄가 확정된 뒤 이뤄질 재수사 과정은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당장 2013년 원 전 원장 등에게 적용됐던 선거법 위반 혐의는 ‘선거일로부터 6개월’인 공소시효를 훌쩍 넘겼다. 민간인 댓글부대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처벌하려면 이들과 국정원 직원 간 공모 관계 입증이 필수적이다. ‘시간’이 국정원 재수사의 장애물이라면, ‘규모’는 재수사에 동력을 불어넣을 요소다. 민간인 댓글부대 규모가 파악됨에 따라 국정원이 수백억원의 예산을 민간인 댓글부대에 보상했다는 의혹과 원 전 원장의 지시 내용이 구체화되면서 국정원 간부들이 진보 교육감에게 교사 징계 압박을 넣거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기고 이 전 대통령 국정홍보에 적극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인 댓글부대에 국정원 예산을 전용한 부분을 횡령죄로, 국정원이 정부 현안에 압력을 행사한 대목을 국정원법의 직권남용죄로 처벌하는 방안까지 수사를 확대할 사정이 생겼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국정원 前직원 ‘여론 조작 민간인 그룹’ 팀장으로 활동

    檢 ‘SNS 문건’ 작성 경위도 확보 원세훈 선거 개입 지시 ‘실마리’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재수사가 임박한 가운데 당시 민간인 신분으로 여론조작 활동을 한 팀장 중 3명이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 일원인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이들은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밝혀내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검찰 수사의뢰를 검토하는 30명의 팀장 명단에 포함됐다.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다면, 국정원 심리전단과 양지회 소속 팀장 간 공모 관계 규명이 첫 번째 규명 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검찰은 전날 국정원 적폐청산 TF 측으로부터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사이버 외곽팀 활동 내역과 민간인 팀장 정보에 더해 SNS 문건 작성 경위에 관한 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각종 선거 개입을 지시한 정황을 확인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여겨져왔다. 서울중앙지검이 확보한 자료에는 ‘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등의 문건을 이첩받았는데, 이 문건은 과거 ‘디도스(DDos) 특검팀’이 청와대 보고 문건을 유출한 전직 행정관을 수사할 때 확보했던 자료다. 검찰은 당시 수사 과정에서 이 자료를 확보했다가 청와대에 다시 돌려준 것으로 알려져왔다. ‘SNS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문건은 2011년 10월 4일 국정원이 “SNS를 국정홍보에 활용하라”는 청와대 회의 내용을 전달받은 뒤 8일 청와대에 보고한 문건이다. SNS 팔로워수를 늘리는 법 등 실행 방식이 문건 내용을 이룬다. 원 전 원장은 이후 심리전단에 SNS 대응팀 강화를 지시, 1개팀 35명이 증원됐다. 여기에 더해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원 전 원장의 SNS 강화 관련 구체적인 지시 내용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해당 자료의 내용과 위법성 여부를 검토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SNS 활용 등의 논의가 국정원 내부 뿐 아니라 청와대에서도 이뤄졌거나, 최소한 국정원이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보고한 정황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 원 전 원장과 국정원 간부들은 국정원법 위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당시 정권 수뇌부에 대한 처벌은 이뤄진 적이 없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靑, 새 대법원장 17~18일 지명할 듯…‘유력’ 박시환·‘첫 여성’ 전수안 거론

    靑, 새 대법원장 17~18일 지명할 듯…‘유력’ 박시환·‘첫 여성’ 전수안 거론

    양승태 대법원장 임기가 다음달 24일로 만료됨에 따라 청와대가 이르면 이번 주중 후임 대법원장을 지명할 전망이다. 박시환(64·사법연수원 12기) 전 대법관 지명이 유력한 가운데 전수안(65·8기) 전 대법관이 첫 여성 대법원장으로 지명될 가능성도 점쳐진다.청와대는 오는 17일이나 18일쯤 대법원장 후보자를 지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인사청문회, 임명동의 절차를 밟으려면 20일 이상이 필요해서다. 앞서 양 대법원장은 2011년 8월 1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전임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2005년 8월 18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보자로 지명했다. 후보자가 지명되면 청와대가 21~23일쯤 국회에 임명동의 요청서를 보내고, 국회는 인사청문회 뒤 다음달 중순쯤 임명동의안 처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된다.현재 인하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 중인 개혁 성향의 박 전 대법관이 가장 유력한 대법원장 후보로 분류된다.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들의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낸 박 전 대법관은 2차례 사법파동 주역이었다. 1988년 당시 김용철 대법원장 유임에 반대해 판사 300여명이 연판장을 돌릴 때 참여했고, 지법 부장판사였던 2003년 서열 위주 대법관 인선에 반대하며 사표를 냈다. 박 전 대법관은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대리인단으로 참여했고, 이듬해 대법관이 됐다. 박 전 대법관보다 1년 늦은 2006년 사상 두 번째 여성 대법관이 됐던 전 전 대법관이 대법원장으로 지명된다면 최초 여성 대법원장이 된다. 2012년 퇴임사에서 전 전 대법관은 사형제 폐지와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반대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인해 전국법관회의(판사회의)가 개최되는 사법개혁 전환기여서 법원 내 신망이 높은 이인복(61·11기)·박병대(60·12기) 전 대법관과 김용덕(60·11기) 현 대법관도 새 대법원장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재야에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출신으로 참여정부에서 사법개혁추진위원회 기획추진단장을 지낸 김선수(56·17기) 법무법인 시민 대표변호사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대법 ‘사법행정권 남용’ 이규진 감봉 4개월 징계

    대법원은 9일 법관 징계위원회를 열고 일선 판사들의 사법개혁 관련 학술대회를 연기·축소하라는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의혹으로 징계에 회부된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인 이규진(55·사법연수원 18기) 고법 부장판사에게 감봉 4개월의 징계를 내렸다고 10일 밝혔다. 감봉 조처를 받으면 월급의 3분의1이 삭감 지급된다. 판사는 헌법에서 법관의 지위를 보장하기 때문에 파면, 해임 징계는 없다. 앞서 4월 24일 대법원은 이 전 상임위원에겐 사실상 직무정지인 무보직 ‘사법연구’ 인사 조치를 취했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지난 3월 판사 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집행부에 학술대회 축소 압박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의혹 규명을 위해 꾸려진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는 이 전 상임위원이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전 상임위원이 판사들의 행적을 기록한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와 연관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조사위는 블랙리스트는 사실상 없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결론에 판사들이 반발, 전국판사회의가 구성돼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를 요구하는 중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헌법재판관 후보에 이유정 이대 교수

    헌법재판관 후보에 이유정 이대 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인 이유정(49·사법연수원 23기)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를 지명했다.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 후보자는 여성·노동·아동·인권,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 등을 위해 헌신해 온 인권 변호사”라면서 “호주제 폐지, 인터넷 실명제,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 다수의 헌법 소송을 대리하며 공권력 견제와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 1월 말 퇴임한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 후임으로 지명됐다. 이 후보자가 국회 임명동의 과정을 거쳐 재판관으로 취임하면 박 전 소장 퇴임 이후 6개월 이상 지속된 헌법재판소의 ‘8인 체제’도 막을 내린다. 앞서 취임한 이선애 재판관에 이어 이 후보자가 합류하면 여성 헌법재판관은 2명이 된다. 이화여대 법학과 86학번인 이 후보자는 ‘운동권’ 출신으로 대학 시절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된 친구의 변호사를 구하는 과정에서 민변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94년부터 검사로 2년 재직하다 변호사가 됐다. 민변 여성인권위원장,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 등을 맡았고 2003년 호주제 폐지를 위한 법무부 가족법 개정위원회에 참여했다. 대법원 확정판결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돼 ‘사법살인’으로 불리는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인혁당) 사건 재심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이 후보자는 법무법인 원 소속이다. 참여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인 강금실 변호사가 재직 중인 로펌이다. 이 후보자는 이 로펌이 만든 공익사단법인 ‘선’ 소속으로 이른바 기지국 수사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을 대리 중이다. 2015년 세월호 유가족 편에 서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했고, ‘땅콩 회항’ 사건 피해자인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을 대리했다. 이 후보자는 또 롯데 신격호 총괄회장 한정후견, 최태원 SK 회장과 홍상수 영화감독 이혼소송 업무에도 관여했다. 이 후보자 발탁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고위 판검사 출신인 다른 재판관들보다 헌법재판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한편 헌재소장 공석 사태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19일 문 대통령이 김이수(64·9기) 소장 권한대행을 소장으로 지명했지만 인준을 위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석 달 가까이 표류하고 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세기의 재판’ 삼성 결심 공판] 朴특검 “승계 위한 뇌물 혐의 입증”… 삼성 측 “승계 프레임 씌워”

    [‘세기의 재판’ 삼성 결심 공판] 朴특검 “승계 위한 뇌물 혐의 입증”… 삼성 측 “승계 프레임 씌워”

    박영수 특별검사는 7일 직접 법정에 출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삼성 간 뇌물 혐의가 입증됐다”고 단언했다. 반면 삼성 측은 “마치 국가보안법 사건처럼 (특검의) 추측만으로 공소장이 이뤄졌다”고 반발했다. 박 특검이 “3세 승계를 위해 (삼성이) 정경유착 고리를 강하게 형성했다”고 지적하자 삼성 측은 “특검이 사업구조 개편을 ‘승계 작업’이란 프레임으로 만들었다”고 반박했다.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특검과 삼성의 입장은 지난 53차례 공판에서 그랬듯 평행선을 달렸다. 특검의 구형 절차와 삼성 측 최후변론은 90분 가까이 이어졌다. 특검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와병으로 인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필요성(2014년 5월)→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 독대에서의 정경유착 합의(9월)→삼성전자 자금으로 최순실씨 모녀 지원(2015년 8월 이후)’ 구도를 제시한 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현안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신규 순환출자고리 해소 문제, (해외펀드) 엘리엇 대책 방안 마련 등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이 실제 도움을 준 사실까지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삼성 측 송우철 변호사는 “특검이 법적 논증에 눈감은 채 ‘대중에 호소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반박했다. 삼성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요구에 따라 정유라씨 승마 지원,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등에 수백억원대 지원을 했지만 최씨 일가 때문에 지원 성격이 변질됐으며, 삼성이 로비의 일환으로 지원했다는 것은 특검의 일방적 주장이라는 논리다. 송 변호사는 “승마 지원은 박 전 대통령의 요청 때문이 아니라 최씨의 강요 내지 공갈에 의한 것”이라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혐의를 부인했다.또 이번 사건을 특검이 ‘에버랜드 사건부터 이어져 온 삼성의 편법 승계에 종지부를 찍는 사건’이라고 명명했던 점을 들춰낸 뒤 송 변호사는 “사건 당사자도 다른 20년 전 사건과의 연계는 논점 일탈이고, 연좌제를 연상시킨다”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최씨의 독일 회사인 코어스포츠에 삼성전자가 78억여원을 보내며 성립된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혐의에 대해서도 양측은 명확한 시각차를 내비쳤다. 삼성 측은 “승마 유망주를 위한 합법적 용역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특검은 “범행 당시부터 사후에 문제가 될 것에 대비하는 경향이 확인된다”면서 “당시 계약이 불법이란 점을 삼성이 미리 알고 만들어 둔 뇌물 혐의 은폐 장치”라고 평가했다. 양측은 지난 수사·공판 과정에서의 말 바꾸기를 서로 지적하며 신경전을 펴기도 했다. 특검은 “피고인들의 주장이 수사·재판 과정에서 여러 차례 번복됐다”며 “이 부회장 범행 은폐를 위해 이들이 지속적으로 허위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으로 송 변호사는 “특검이 기소 내용의 모순점을 외면하다 최근 52차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영재센터 관련 봉투를 직접 전달했다는 부분을 삭제하는 등 무리한 주장을 이어 갔다”고 주장했다. 한편 법조계 안팎에서는 오는 25일 열리는 이 부회장 1심 선고가 박 전 대통령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등을 인정한다면 혜택을 입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역시 유죄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대법원, 영장없이 취득한 증거로 붙잡은 마약상 무죄

    수사 당국이 국제 항공택배를 뜯어 마약을 찾아내 마약상을 기소했지만, 대법원은 압수수색 영장 없이 당국이 취득한 마약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고 마약상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강제수사를 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의 ‘영장주의’를 적용, 마약을 들여온 정황이 확인된 피의자를 방면한 판결이다. 검찰은 2011년 6월 멕시코발 항공택배 중 필로폰이 숨겨진 화물이 있다는 첩보와 함께 운송장 번호를 입수했다. 택배가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세관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은 화물 포장을 뜯어 필로폰을 찾아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대체 화물을 발송하는 방식으로 최종 수령인인 A(50)씨를 체포했고, 2009년 12월부터 1년 7개월 동안 필로폰을 7차례 반입한 여죄를 찾아 기소했다. 재판이 시작되자 증거인 마약을 확보한 경위가 적법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법원은 특사경이 특정 화물을 뜯고, 이렇게 찾은 필로폰을 검찰에 임의제출하는 과정을 전후해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적이 없다는데 주목했다. 1, 2심은 결국 영장 없이 마약을 확보한 과정이 적법하지 않았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31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특정한 수출입 물품을 개봉해 검사하고 취득하려면, 사전 또는 사후에 영장을 받아야 한다”면서 “영장 없이 압수한 필로폰은 적법한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통관검사 절차에서 세관의 물품 개봉, 성분분석은 영장 없이 가능한 행정처분이지만, 특사경으로서 세관이 범죄를 염두에 두고 특정 화물을 조사하려면 영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변화와 탐색 사이…경찰청 찾은 검찰총장

    변화와 탐색 사이…경찰청 찾은 검찰총장

    15분 환담… “검·경, 동반자·협업관계” 국민 위한 개혁으로 이어질지 주목 檢 직접 수사권 유지 명분 포석 시각도 문무일 검찰총장이 28일 경찰청을 전격 방문해 이철성 경찰청장과 만났다. 1948년 검찰 창설 이래 처음 생긴 일이다. 그동안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하면 경찰청장이 대검찰청을 찾아 인사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직계 관계는 아니지만 현행 형사사법체계상 검찰이 경찰의 수사 지휘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검·경 수사권 조정이 최근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벌어진 이례적인 일이라 관심이 집중됐다. 검·경 관계자는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면담이 상견례 차원에서 이뤄졌고, 수사권 조정 논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25일 취임한 문 총장이 이튿날 이 청장과 통화하다 경찰청 방문 의사를 밝혔고, 전날 경찰청장 비서실을 통해 방문 일정을 조율하는 수순에 따라 만남이 성사됐다는 설명이다. 문 총장도 이 청장과 15분 정도 환담을 나눈 뒤 기자들과 만나 “(수사권 조정과 같은) 법률문제는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이고 저희는 국민을 위해서 협업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를 잠깐 했다”고 말했다. 문 총장을 배웅 나온 이 청장 역시 “(문 총장과) 국민을 위해 검·경이 협업하자는 덕담을 나눴다”고 했다. 관행을 깬 경찰청 방문은 문 총장이 내보였던 ‘권위적인 검찰 문화를 솔선해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문 총장은 취임식에서 “권위적인 문화를 바꾸고, 검찰을 투명하고 열린 조직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 총장은 또 사법경찰, 법원, 변호사 등 검찰 주변과 협력하는 ‘동반자론’을 펴 왔다. 이날 방문 중 문 총장은 “검찰과 경찰은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국가공동체를 수호하는 동반자이고 협업관계”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 앞서 문 총장이 검찰의 직접 수사권 유지를 위한 명분쌓기에 나섰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수사권 조정 관여 그룹인 경찰, 변호사, 법원 등과의 스킨십을 미리 강화해 논의가 본격화됐을 때 검찰이 ‘동반자’를 넘어 ‘조율자’ 역할을 맡을 포석을 다지는 전략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장관급인 총장이 차관급인 청장에게 손을 내밀며 한껏 낮은 자세를 연출한 것만으로 검찰에 덧씌워진 ‘무소불위 권력’의 이미지가 일부 희석되는 효과도 가능하다. 앞서 윤석렬 서울중앙지검장도 지난 7일 이찬희 서울변호사회 회장을 서울중앙지검 청사 집무실로 초대한 뒤, 검찰의 또 다른 ‘동반자’인 변호사에게 영장 발부 여부를 즉시 안내하는 서비스를 도입해 달라는 서울변회 제안을 수용한 바 있다. 두 수장은 덕담을 나눴지만 검·경 간 허니문 분위기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당장 이날 대표적인 수사권 독립론자인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이 계급정년 종료 직전 치안감으로 승진, 경찰에 남을 수 있게 됐다. 경찰 내 수사권 조정 전열은 유지된다는 얘기다. 이 청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라는 수사·기소 완전분리 방안을 제시했다. 문 총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수사권 없이 기소할 수 없다”며 수사·기소 분리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실형 받은 김기춘… ‘공범’ 기소 박근혜 운명은

    재판부 “예술계 지원 배제 부분 朴대통령 공범 인정하기엔 부족”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하게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27일 실형이 선고되면서 같은 혐의 공범으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유죄 인정 여부가 주목된다. 박 전 대통령은 블랙리스트 작성, 문화체육관광부 1·2급 공무원에 대한 사직 강요 등의 혐의 공범으로 기소돼 다른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는 블랙리스트 작성·관리를 지시한 혐의와 관련해 김 전 실장에게는 징역 3년을,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언뜻 보면 서로 엇갈린 판단을 내린 것 같지만 재판부는 일관되게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지시 혐의를 유죄로 봤다. 다만 조 전 수석은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지시 과정에 연루된 정황을 찾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에 무죄 판단을 내렸을 뿐이다. 재판부마다 독립적으로 판단을 하게 되지만 일단 1심 법원에서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혐의를 유죄로 판단함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받는 재판에서도 블랙리스트 작성을 유죄로 보는 법리적 판단을 내릴 여지를 추론할 수 있다. 단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특검이 박 전 대통령의 개입·지시 정황을 얼마나 규명해 내는지가 관건이다. 이날 선고한 재판부는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부분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공범으로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선을 그어 둔 상태다. 한편 재판부는 노태강(문체부 2차관) 당시 문체부 체육국장(2급)의 사직을 강요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며, 박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봤다. 박 전 대통령이 2013년 8월 전국승마대회 편파 판정 의혹을 조사한 노 전 국장 등에 대해 “참 나쁜 사람, 인사 조치하라”고 지시했고, 김 전 장관 등은 박 전 대통령 지시를 받고 노 전 국장에게 사직을 종용했다고 재판부는 판시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블랙리스트’ 김기춘·조윤선 오늘 1심 선고

    ‘문화·체육계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1심 선고가 27일 결정된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피고인 중 청와대 고위직에 대한 첫 번째 법원 판단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주도 혐의는 박근혜(65·구속 기소) 전 대통령에게도 적용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밖에 문체부 인사에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 심리로 총 35차례 진행된 김 전 실장 등에 대한 공판엔 청와대와 문체부 등 50여명의 관계자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실장은 “특정 문화인에 대한 보조금 축소 배제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진 정책적 판단”이라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조 전 장관 측도 “블랙리스트가 사회적 논란거리가 될 수 있지만, 형사재판 대상이 될 범죄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반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블랙리스트는 국가를 분열시키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려 놓으려 한 범죄 행위”라며 김 전 실장에게 징역 7년, 조 전 장관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이들에 대한 1심 선고의 관전 포인트는 김 전 실장 등이 유죄 판결을 받을지, 재판부가 블랙리스트 관련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할지 등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오늘의 눈] 검찰, 봄날은 갔다/홍희경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검찰, 봄날은 갔다/홍희경 사회부 기자

    정·관계 비리, 연예인 추문, 각종 투자정보들. ‘정치검사’는 사회이슈를 덮을 때 평소 묵혀두던 이 서류를 빼든다. 영화 ‘더 킹’ 속 검찰 모습이다. ‘소수의 정치검사가 있고, 묵묵히 공복으로 일하는 검사가 대부분’이라고 애써 구별하던 세계관이 백미였던, 그 영화다. 이 ‘정치검사는 소수’라는 프레임의 파급력이 꽤 세다. 최근 “정권에 줄 선 극소수 정치검사에게 문제가 있을 뿐 대다수 검사들은 초연하게 정의를 지키려고 노력해 왔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진단은 영화 속 대사를 닮았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영화 속 공복으로 묘사된) 형사부 검사에 대한 불이익 금지’를 천명하는 것으로 개혁 의지를 인정받았다. 과오 있는 검사는 사회의 암 덩어리이며, 청산해야 한다. 하지만 외과수술하듯 폐부를 도려내면서 검찰을 정의로운 결사체로 만들 단계는 지났다. 오히려 정치검사가 떠난 자리에 온 공복이 ‘정치검사 꿈나무’가 될 공산이 크다. 정치검사는 전 세계 유례없이 막강한 한국의 검찰권력이 만들어낸 부산물 성격 또한 지니기 때문이다. 주요 국 중 한국 검찰만 양손에 떡을 쥐고 있다. 수사·기소권(기소 독점)과 기소 여부를 자체 결정하는(기소 편의) 권한이다. 검찰을 향한 불신은 검찰권 남용이 수십년 켜켜이 쌓인 결과다. 변호사에게 벤츠를 받고, 기업에서 주식을 받고, 대공 사건을 조작하고, 퇴임한 선배를 전관으로 예우한 검사들이 있었다. 이것을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검찰의 문제로 투영해 보는 이유는 검찰이 해야 할 수사를 외면하고, 기소 여부를 거래하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임의로 재단하는 방식으로 수사해도 괜찮은 독점적 권한을 쥐었다는 데 기인한다. 실망하고 분노한 여론은 검찰에 수술이 아니라 생태계 자체의 변화를 요구한다. 늘 그래 왔듯이 검찰은 이번 개혁 논의 앞에서도 저항할 태세다. 문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으며 문 총장이 읊은 한시를 두고 말이 많다. 자신은 “바르게 잘하겠다는 의미“라고 했지만, 일각에선 “사정이 다 다르니 기다려달라는 말 아니냐“고 해석하기도 한다. ‘4월의 하늘’을 말한 그의 한시에 마침 4월 무렵이 배경인 영화 ‘봄날은 간다’ 속 이별 장면이 생각났다. 새 정부가 “(남용하던 수사권과) 헤어지자”고, 촛불민심이 “(권력엔 관대하던 검찰권과) 헤어지자”고 하는데 정작 검찰은 “내가 잘하겠다”고 반복하는 이 상황이 당혹스럽다. 아마 영화 속에선 “헤어지자”던 되풀이를 멈추고 그저 돌아서 가버렸던 것 같다. 서로를 신뢰하던 그때 “라면 먹고 갈래요?”라며 살뜰하게 물었던 그 연인이 말이다. saloo@seoul.co.kr
  • “국정농단, 국민 알 권리 보장”… 피고 얼굴 안 찍어 인권 보호

    “국정농단, 국민 알 권리 보장”… 피고 얼굴 안 찍어 인권 보호

    大法 “공공의 이익에 맞아야” 연예인 사건 같은 ‘여론 관심’ 중계방송 허용 근거는 안 돼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결국 1·2심 재판 생중계 허용이란 대법원의 결정을 이끌어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이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자 대법원은 25일 “국민의 알 권리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중계가 허용돼야 한다”는 요구를 전격 수용했다.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생중계를 본 대중들이 ‘왜 법원 판결은 중계되지 않는가’라는 단순 의문을 가졌던 것과 달리 대법원 내 논의 절차는 신중하게 이뤄졌다. 피고인 인권이 침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 재판의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했기 때문이다.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는 지난 5월 전국 판사 2900여명을 대상으로 재판 중계방송에 대한 찬반 설문조사도 벌여 의견을 들었다. 응답자 1013명 중 67.8%(687명)가 ‘재판장 허가에 따라 재판 일부·전부를 중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후에도 지난 20일 대법관 회의에서 재판 공개 범위, 방식 등에 대한 토론을 벌였고, 이 회의에서 결론이 나지 않자 닷새 뒤인 이날 다시 회의를 열어 재판 중계가 가능하도록 대법원 규칙을 바꾸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 중계 허용 원칙은 섰지만, 매우 제한된 범위에서 중계가 이뤄질 전망이다. 당초 검사의 구형과 피고인의 최후변론이 진행되는 결심 공판을 공개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법원은 ‘판결 선고일’로 재판 중계 날짜를 한정 지었다. 피고인의 최후변론 태도 등에 따라 여론 지형이 바뀌고, 이것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비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판결 선고일 재판중계 방송을 할 때에도 피고인의 모습은 촬영하지 않고 재판부만 촬영하는 등 재판장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했다. ‘공공의 이익’이라는 단서를 대법원은 거듭 강조했는데, 연예인 재판처럼 단순히 여론의 관심이 높다는 것이 중계방송을 허용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특히 대법원은 “재판중계 방송은 피고인이 동의할 때 한해 허가할 수 있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 매우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엔 피고인 동의가 없어도 재판 중계를 허가할 수 있다”고 새 대법원 규칙에 명시했다. 올해 안에 선고 예정인 국정 농단 사건에 이 규칙을 대입해 보면, 박 전 대통령이나 이 부회장이 재판 중계에 반대하더라도 재판장이 재판 중계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하면 중계를 강행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이런 예방 장치에도 불구하고 재판 중계가 피고인의 사생활 침해나 사법의 공정성 훼손으로 이어지는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TV 중계를 의식한 변호인이나 방청객이 돌출 행동을 하거나 재판을 ‘TV쇼’처럼 만들 불안 요소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 법원 관계자는 “생방송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돌출 변수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방송 사고의 위험보다 국민의 알 권리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 대법원 규칙 변경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미국, 스코틀랜드에서는 재판 중계를 허용하는 사례가 많다. 사법부의 신뢰를 높이는 동시에 법 질서 교육 측면에서도 재판 장면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게 효과적이란 판단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1986년 앨라배마주와 워싱턴주가 법정에서 TV 방송을 허가하는 규칙을 채택했고, 1990년대 이후엔 미국 대부분의 주 법원이 공개 구두변론에 대한 TV·인터넷 중계를 허용했다. 영국 스코틀랜드 법원은 1992년부터 재판 중계를 허용하고 있다. 2009년 10월 창설된 영국 대법원도 전용 웹사이트를 통한 재판 생중계를 지원한다. 독일은 녹음·촬영을 통한 재판 중계를 허용하지 않는다. 일본은 재판 사진 촬영, 녹음, 방송을 모두 법원 허가 대상으로 규정해 뒀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법무부 고위직 민간 개방… ‘검찰총장의 민정실’ 범정 대수술

    법무실장에 이용구 변호사 물망… 쇄신 물결에 후속인사 영향 주목 문재인 정부 첫 검찰총장인 문무일(56·사법연수원 18기) 총장의 취임식이 25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렸다. 이날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범정)의 역할에 변화를 가하는 ‘리빌딩’(조직 재편성) 구상이 공개됐다. 법무부에서 검사장만 맡던 기획 조정실장, 법무 실장, 범죄예방 정책국장을 민간에 개방하는 내용의 입법예고도 단행됐다. 문 총장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하루 만에 펼쳐진 법무부 탈검찰화, 검찰 직제개편 양상이 새 정부 검찰개혁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정부 출범 뒤부터 검찰총장 임명 전까지 이미 새 정부의 ‘원 포인트 검찰개혁’은 진행돼 왔다. 지난 5월 법무부·검찰 고위 간부가 연루된 이른바 ‘돈봉투 만찬 사건’을 기폭제 삼아 법무·검찰 빅4 인사를 단행했다. 봉욱(52·19기) 대검 차장, 이금로(52·20기) 법무부 차관, 박균택(51·21기) 법무부 검찰국장, 윤석열(57·23기) 서울중앙지검장을 줄줄이 발탁하면서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 이어 문 총장까지 법무·검찰 수뇌부 진용이 구축되면서 다음 수순으로 예상된 제도적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는 ‘법무부 탈검찰화’를 명문화한 조치다. 대통령령인 법무부 직제 규정에 따르면 법무부 실·국장 자리 8개 중 검사 인사를 관장하는 검찰국장과 기획조정실장, 법무실장, 범죄예방정책국장은 검사 몫이다. 앞으로는 이 자리를 검사뿐 아니라 민간인과 일반직 공무원도 맡을 수 있게 했다. 이미 후임 법무실장으로 진보 성향 법조인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원 판사 출신인 이용구(53·23기) 변호사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법무부 고위직 보임 자격 확대는 후속 검찰 인사에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법무부에 채워야 할 검사장직이 줄면서 인사 운용의 폭이 넓어지는 측면 때문이다. 윤 지검장 발탁을 위해 고검장급이던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사장급으로 바꾸는 파격이 재현될 가능성, 공안·특수통의 후선 배치 등 검사장뿐 아니라 일선 지검 간부급 인사에도 광범위한 쇄신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단 검찰 내 전 정권 지우기 징후는 대검 범정 조직개편 움직임에서 드러났다. 범정 소속 수사관 40여명은 검찰직원 정기인사일인 오는 31일을 기해 원소속 검찰청으로 복귀한다. ‘검찰총장의 민정수석실’로 불리는 범정 인력 물갈이가 예고된 셈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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