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20000호-앞으로의 대한매일 / 편집국장·수습기자 방담
대한매일은 지령 2만호를 맞아 김영만 편집국장과 지난 4월 입사한 새내기 수습기자 8명이 방담하는 시간을 가졌다.보도 책임자와 막내기자 간의 대화를 통해 신문환경의 변화를 짚어 보고 대한매일의 향후 제작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 보려는 기획.방담은 지난 7일 저녁 6시부터 8시30분까지 편집국 회의실에서 열렸다.편집국의 최고참기자와 신참기자들은 시대변화와 상관없이 ‘강한 것’에 대한 신문 본연의 감시기능은 더욱 중요해졌다면서 독자에게 두배 더 필요한 신문을 만들기로 다짐했다.
● 기자는 색다르고 두려운 직업…
- 김영만 국장 24년 전 입사한 이래 신문환경의 변화가 가장 큰 시기가 아닌가 싶어요.인터넷 포털사이트까지 뉴스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주도되는 취재환경의 변화도 커 보이고….개인적으론 인터넷신문 등장보다 더 위협적으로 보여요.그런 시기의 신문기자란 벤처사업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효섭 기자 기자가 되고 나니 무섭다고나 할까요.철없는 어린이가 쇠도리깨를 돌리는 그런기분입니다.내가 쓰는 기사를 수십,수백만 독자들이 본다는 것이 좋은 만큼 두렵기도 합니다.늘 긴장하고 있습니다.
- 홍희경 기자 취재를 할 때 정보를 주는 사람이 감추는 사람보다 훨씬 많더라고요.기자는 음지가 아니라 양지에서 정보를 얻는다고나 할까요.그러나 주는 정보만 받으니까 진실에서 멀어지고 일반인들의 아픔을 알 수 없다는 느낌이 듭니다.양지와 음지,보편성과 특수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가에 올챙이의 고민이 있습니다.
● 신문의 역할은 ‘어젠다 세팅’
- 김기용 기자 신문기자가 된 이후 자꾸 방송과 비교하게 됩니다.방송의 위력이 커져가는 반면,신문은 힘을 잃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방송이 대세라면 신문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저만 고민하나요?
- 이유종 기자 신문은 인터넷과 방송의 속보성을 따라갈 방법이 없습니다.요즘은 신문이 예전 월간지와 주간지의 영역을 많이 침범했습니다.주간지는 월간지를 침범하고요.신문이 속보와 심층보도 사이에서 어느 위치에 서느냐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 김 국장 사실심층보도 영역에서마저도 방송에 유리한 요인들이 더 많다고 봐야 할 겁니다.방송에 비해 전체적으로 신문이 약세에 있는 것이 분명해요.시대변화에 맞출 수 있는 신문사 내부의 마인드나 기술개발이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그러나 우스갯소리로 하는 거지만 신문 대신에 TV를 깔고 앉을 수는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차별화된 영역이 있는 거고 그걸 신문들이 찾고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 이효연 기자 저는 매체의 역할이 워낙 달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TV는 감성을 자극하고 신문은 논리에 호소하지 않습니까.인터넷 같은 뉴미디어가 나온다고 이전의 미디어를 모두 흡수하지는 못합니다.다만 신문이 죽어버린 속보성에 매달려서는 절대 안된다고 생각합니다.신문이 사회적 어젠다를 얼마나 열심히 만들 수 있느냐에 그 영향력이 달려 있다고 봅니다.
- 김 국장 의제 설정과 함께 분석기능이 더 요구될 겁니다.대부분의 독자는 신문이 배달되기 전에 이미 인터넷과 방송을 통해 뉴스를 알고 있어요.신문이 어디로 가야 할지 논쟁이 무의미한 거죠.
-김효섭 인터넷 포털 사이트조차도 단순한 뉴스 전달에 만족하지 않습니다.그들도 독자적인 사회적 어젠다 세팅을 하려 합니다.아직은 신문 기사를 받아서 만들고 있지만 능력이 축적되면 치고 나올 게 분명합니다.그렇기 때문에 신문은 심층보도는 물론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지 않을까 해요.
- 김 국장 신문사 편집국장들이 국원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부분입니다.그걸 잘 말해 줬습니다.
- 이효연 입사 이후 3개월 동안 사회부에서 출고한 기사를 분석해 봤습니다.4월부터 6월까지 신문에 게재된 270건 가운데 단순 뉴스가 70%,하나의 사건을 깊이 다룬 심층보도가 27%,현장 르포가 1% 정도예요.1면에 반영된 사회부 기사는 5%였는데,심층보도는 거의 없고 대부분 단순뉴스입니다.6월12일자에 보도한 ‘가정 강·절도의 원인은 카드빚 때문’이라는 기사 등은 매우 훌륭한 사회적 의제가 됐다고 봅니다.그러나 고급인력 해외유출 등 많은 분석 기사들이 정치 기사 등에 묻혀 빛을 보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 이효용 기자 우리 신문은 비교적 ‘방향성’이나특정 ‘성향’,‘사상성’에서 자유로운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정부지 노릇 40여년의 그늘이 있긴 하지만,지금은 사주가 장악한 몇몇 언론사들보다 훨씬 몸이 가벼운 것 아닌가요.그런 만큼 무언가에 구애받지 않고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내는 과감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기자 하기 힘든 세상
- 김 국장 그동안 기자들이 누려왔던 취재 편의들이 대부분 사라졌어요.9월에 기자실이 브리핑룸으로 전환되면서 마지막 취재 편의라 할 공무원들과의 접촉도 어려워지고 있어요.그건 사실 마지막 남았던 기자들의 특권이기도 했습니다.앞으로는 정책 생산 부서가 아니라 정책이 집행되는 현장,그리고 정책 수요자들을 취재해 이를 정책 공급자들에게 확인하는 순의 취재 패턴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 이효연 특권을 누리려고 기자가 되는 것은 잘못이죠.기자들은 아직도 술을 많이 마십니다.이제는 술 마실 시간에 일 더하고 공부하고,여가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 김기용 대한매일에 들어와 보니 새로운 언론환경에 적응하고 좋은 신문 만들기 위해선배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그러나 기자들이 노력하는 데 비해 시스템이 받쳐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 국장 언론계 전반의 문화와도 관련된 것입니다.그동안 신문사가 갖고 있던 문제 가운데 하나는 구성원들이 언론사의 권위만 내세우고 언론기업으로서의 ‘경영’문제를 간과했다는 것입니다.대학 총장도 학문적 깊이보다는 경영능력을 먼저 보고 뽑는 시대가 됐잖아요..대한매일이 재계 출신 전문경영인을 새 사장으로 영입한 것은 그런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부족
- 나길회 기자 언론이란 것이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하는 것인데,사실은 신문사 내부의 커뮤니케이션도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김영완씨 사건 같이 여러가지 문제가 얽힌 사건을 취재하다 보니 정치·경제·사회부 등 각 부간의 정보교류와 협력이 부족한 것이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 유지혜 기자 기자들만큼 자기 영역 개념이 확실한 집단이 있을까요.예를 들어 대통령이 교육 문제를 얘기하면 정치부의 청와대 출입기자가 기사를 씁니다.교육 문제는 사회부 교육 담당 기자가 쓰는 것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요?그리고 자기가 맡지 않은 다른 분야의 취재 상황도 늘 애정을 갖고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내가 기사 쓰는데 참고도 하고,나의 시각과 다르면 토론도 해보고….그러면서 더 나은 방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나길회 개인적으로 우리 신문에서 여성면을 없애야 한다고 봅니다.여성 문제 그 자체가 사회 문제이니까 사회면에 다뤄야겠죠.
● 부 제도와 팀 제도의 조화
- 김효섭 최근 늘어나는 전문기자라는 제도가 그런 차원에서 맹점을 갖고 있어요.정보의 공유를 얘기하지만 자기 출입처는 자기만이 계속 맡겠다는 이중적 모습도 나타납니다.따라서 현재의 조직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김 국장 신문은 좋은 기사를 실어야 하지만 동시에 매일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합니다.매일매일 지면을 차질 없이 만드는 데는 전통적 부서 방식이 좋죠.부분적으로 팀제를 도입해 특수임무를 가졌다가 없어지면 해체하는 방식이 필요하기도 합니다.나는 당분간 팀제보다는 어느 부에 속해 있건 관련 출입처간에 혹은,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특정기사를 공동으로 예고하고 취재하는 수십개의 ‘기사동아리’를 띄울까 해요.동아리마다 기사를 예고케 하고 필요한 취재비를 지원하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 홍희경 신문은 독자보다 한 발이 아닌 반 발만 앞서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독자를 이끌어가면서도 반드시 뒤를 살펴야 한다고 봐요.시스템이 바뀌어야 하지만 조금씩 변해야 하고,기자 개인이 열심히 취재하고,또 회사 내에서 데스크들이 부서의 벽을 넘어 조율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 김 국장 ‘목숨의 위협을 느끼면서’ 취재해야만 좋은 기사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이미 공개된 정보를 분석·가공하는 역할이 더욱 중요할 수도 있어요.우리 신문은 공공정책에 특화된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민주화되고 선진화될수록 통치권력의 힘은 약해질지 몰라요.하지만 정책과 예산의 기능은 오히려 더 커지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권력에 대한 감시보다 오히려 정책과 예산에 대한 감시가 더 필요한지도 모르고,그런점에서 대한매일의 특화분야는 시대를 앞질러가는 미래 지향성을 갖고 있습니다.앞으로 그 부분에 대해 역량을 더 집중할 생각입니다.
정리 이도운 이두걸기자 da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