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태’ 1년] 논문조작 면죄부… 횡령혐의만 재판
“황우석 박사팀에 난자를 제공했지만, 대가는 없었습니다.” “피고인 이름이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 실렸죠.” “…네.” 성과주의, 연구윤리의 실종, 비민주적인 실험실 문화, 스타 학자에게 연구비 몰아주기…. 과학계의 치부를 모두 드러낸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은 잊혀진듯 하지만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 16일 열린 황 박사 등에 대한 6차 공판의 방청석은 꽉 차 있었고, 외신의 관심도 여전했다. 당사자들마다 할 말이 많은 것도 1년 전과 다르지 않다. 기여없이 논문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거나 생명윤리법을 어기며 환자들에게 난자를 ‘수거’한 의사들이 법정에서 “억울하다.”고 호소한다.“재판에 나오지 않고 제발 연구에 매진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황 박사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멈춘 것 같다.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가 실제 존재했다면, 논문 사진을 조작하고 데이터를 꾸며낸 자신들의 행위는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여전한 듯하다. 비슷한 시기 논문 조작이 발각된 도쿄대 다이라 가즈나리 교수팀이 학계에서 영구 퇴출된 일본의 사례와 비교된다. 이 사건을 4개월간 수사한 검찰은 김선종 연구원 등 6명을 기소했지만, 논문 조작은 혐의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생명윤리법 위반, 연구비 횡령 등의 혐의만 방어하면 관련자들의 숨이 트이는 ‘반쪽 재판’이 진행중인 셈이다. 학계의 징계 조치는 다분히 ‘정치적’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대 수의대팀에서 황 박사와 강성근 교수는 해임됐지만, 이병천 교수는 정직 3개월 처분을 잇따라서 두차례 받고 복직했다. 강 교수보다 연구비 횡령액이 더 많았지만, 복제개 ‘스너피’가 진짜였다는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 교수마저 그만두면 수의대에 산과(産科) 전문가가 모두 사라질 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심사 과정에 작용했다. 강 교수도 이 교수와의 형평성 문제를 내세우며 교육부에 소청심사를 청구, 정직 3개월 처분을 받고 교수 신분을 회복했다. 의대 교수 가운데 해임된 사람은 없다. 황 박사팀 대변인 안규리 교수는 2개월, 문신용 교수는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서울대 조사위원회와 검찰 모두 “논문 공저자인 이들이 논문 작성 과정에 많은 기여를 하지 않았고, 따라서 논문 조작을 몰랐다.”는 궤변으로 면죄부를 줬다.황 박사팀과 합동 연구를 폈던 한양대 라인 교수들도 대부분 연구를 다시 시작했다. 해부세포생물학과 윤현수 교수는 정직 3개월, 정형외과 박예수 교수는 견책, 의대 산부인과 황정혜 교수는 감봉 3개월을 받았다.1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보면 논문 조작 사태의 가장 큰 희생은 황우석 박사팀 연구원들이 치렀다. 논문 조작 풍토가 만연했지만 황 박사팀 연구원들의 손기술은 세계최고 수준이었다. 이를 인정받아 한양대 출신 연구원들은 곧 다른 줄기세포 연구팀으로 스카우트됐다. 하지만 황 박사의 몰락 뒤 서울대 출신 연구원들을 받아주는 곳은 국내에는 없었다. 결국 이들은 황 박사가 만든 연구팀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황 박사는 현재 충남 홍성 농장에서 키우던 무균돼지를 옮겨놓은 농장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연구실 3곳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치환 기술의 1인자로 꼽힌 K연구원 등 20여명의 서울대 출신 연구원들이 연구를 맡고 있다. 연구는 동물 복제에 제한될 뿐, 난자 사용 허가를 잃은 황 박사팀은 줄기세포 연구를 못한다. 동물복제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내도 국제적으로 연구 성과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그나마 이 연구원들을 뺀 사건 관련자들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모두 황 박사와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황정혜 한양대 교수는 “더 할말이 없다.”고 했다. 이병천 교수는 수사 때부터 황 박사와 거리를 뒀다.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은 새 연구를 모색하고 있다. 황 박사의 연락처는…이제 언론의 관심 밖에 있다.홍희경 윤설영기자 salo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