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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혁당 재건위 무죄판결]유족들 배상 어떻게

    ‘인혁당 재건위 사건’이 무죄를 선고받음에 따라 재판이 진행 중인 비슷한 사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판결로 유신시대 이후의 시국·공안·간첩·시위 사건 등 이른바 ‘과거사 사건’의 재심 및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당장 유신정권이 인혁당 재건위의 배후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던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과 관련해 사법처리된 20여명도 이달안에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된 8명의 유족들은 지난해 11월 국가를 상대로 34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가족별 손해배상 청구액은 36억∼48억원이다. 피고측인 국가의 답변서가 제출되지 않아 현재 이 사건 재판은 첫 기일도 열리지 않은 상태다. 제주도에서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가석방된 강희철(50)씨와 신군부의 5·18광주민주화운동 탄압 실상을 전파했다는 이유로 중형이 선고된 ‘아람회’ 사건 당사자들이 각각 지난해 6월과 7월에 낸 재심청구는 현재 제주지법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또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14년간 복역하다 1998년 8·15 특사로 가석방된 이장형(76)씨, 위장간첩 ‘이수근 사건’에 연루돼 21년간 복역한 이씨의 처조카 배경옥(67)씨 경우는 법원에서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재판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잘못된 사형선고라고 발표한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 사건 등 과거 사법부의 판결 오류가 밝혀진 사건들의 재심청구도 있을 예정이다. 또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등 민사사건은 배상 청구시효가 지났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재심 선고일을 시효가 시작되는 날로 보지 않더라도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사건에서 시효를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판례가 축적돼 왔다. 김효섭 홍희경기자 newworld@seoul.co.kr
  • [인혁당 재건위 무죄판결] 6명 생존… 현역 변호사 없어

    1975년 4월 2차 인혁당 사건 관련자 8명에게 사형 확정판결을 내린대법원 판사는 13명으로 모두 팔순을 훌쩍 넘겼다. 이 가운데 6명이 생존해 있으나 변호사로 현역 활동을 하는 사람은 없다. 당시 대법원장이었던 민복기(92)씨는 일제 때 경성지법 판사를 지내 친일 법관으로 분류된다. 이 사건을 재판한 대법원 판사 가운데 이영섭(사망)·이일규(87)씨는 이후 대법원장을 지냈으며, 주재황(89)씨는 헌법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유일하게 1·2심의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는 소수의견을 냈던 이일규씨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혁당 사건의 경우 재판절차에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해 ‘이설’을 제기, 전원합의체까지 간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당시 대법원 판사였던 홍순엽·김영세·양병호·김윤행·민문기·이병호씨는 사망했다. 임항준(86)·안병수(87)·한환진(91)·이병호(81)씨도 대법원 판사로 이 사건 재판에 관여했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인혁당 재건위 무죄판결] “잘못된 역사 진실 규명 성숙해진 우리사회 실감”

    [인혁당 재건위 무죄판결] “잘못된 역사 진실 규명 성숙해진 우리사회 실감”

    ‘인혁당 재건위’ 사건 재심에서 피고인 전원에 대한 무죄 선고를 이끌어낸 김형태 변호사는 “인혁당 유족들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에서도 ‘빨갱이’로 낙인 찍혀 어울리지 못하던 존재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무죄선고를 통해 ‘레드 콤플렉스’가 사라진 우리 사회가 과거 잘못된 역사의 진실을 규명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해진 게 실감난다.”며 환하게 웃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판결의 의미는. -피고인들은 그동안 이중의 지위를 갖고 있었다. 의문사위원회와 국정원 과거사위원회 등에서 이들에 대해 명예회복이 이뤄졌지만, 사법적으로는 여전히 내란음모를 꾸민 사형수들로 분류됐다. 이번 재심 판결은 이들이 사법적으로도 죄인이 아니라는 판결이다. ▶검찰이 아직 항소할 가능성을 버리지 않고 있는데. -역사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충분히 검토하고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검찰 입장을 이해한다.2005년 12월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진 뒤 검찰은 인혁당 사건에 대해 처벌보다는 진실 규명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실제로도 ‘공익의 대변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검찰이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를 포기하기를 기대한다. ▶민청학련 관련자들의 정·관계 진출이 활발하고, 인혁당도 전세계적인 반발 여론을 불렀던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심 선고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무엇인가. -재심 무죄 사건인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등과 달리 인혁당 재건위 재심 공판은 사실상 재판을 처음부터 다시 하는 작업이었다. 이 과정에서 과거에 잘못된 국가 명령을 집행했던 사람의 증언을 끌어내기가 어려웠다. 반면 일부 경찰관은 “자백을 받으라는 선까지 못받아내면, 유치장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며 조작을 암시하는 증언을 내놓았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에버랜드 공소장 진실공방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 항소심과 관련된 공소장 변경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적법한 절차를 통해 공소장을 추가했다는 법원측과 서면으로 공소장 변경을 요청받은 적이 없다는 검찰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해 12월7일 열린 에버랜드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불거졌다. 당시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전환사채 실권분 처리와 배임’에 관한 의견서(준비서면) 4∼6쪽에는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 허태학·박노빈씨가 CB 발행 단계부터 공모하거나 실권을 유도해서 이재용씨에게 CB를 저가배정,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러나 법원이 이 같은 내용을 기존 공소장에 추가하는 과정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다.●공소장 변경 전말은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5부 조희대 부장판사는 22일 일부 언론이 제기한 ‘공소장 임의 변경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조 부장판사에 따르면 결심공판 때 검찰이 낸 의견서에 대해 “이 같은 내용이 기존 공소장에 있느냐.”고 검찰과 변호인측에 물어본 결과, 검찰은 ‘있다’고 답변한 반면 변호인측은 ‘포함돼 있지않다고 본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변호인측에 4∼6쪽 부분을 공소장에 추가하자고 하자 변호인측이 “이의가 없다.’고 했고, 검찰 역시 같은 의견을 표명해 공소장에 추가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특히 형사소송법 298조(공소장의 변경) 2항에는 ‘법원은 심리의 경과에 비춰 상당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공소사실 또는 적용 법조의 추가 또는 변경을 요구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양측은 이후 법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울지검 이인규 3차장은 공소장 변경과 관련해 “서면으로는 없었다.”며 “법률상 문제 제기 여부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다음 공판에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공소장 변경이냐 추가냐 법원은 공소장에다 검찰이 제출한 의견서를 추가로 첨부한 것이기 때문에 검찰의 기존 공소장은 유효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검찰은 공소장을 변경했다고 법원으로부터 통보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부장판사는 “결심공판이 끝난 뒤 검사가 교환적 공소 변경(새로운 공소 사실로 변경하는 것)이 아닌지 문의하러 왔었는데, 공소 추가라는 말을 듣고 안심하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것을 몰랐다면 어떻게 재판부로 올라와 확인했겠느냐는 설명이다.●공소 추가, 누가 유리하나 법원은 검찰 의견서를 공소 추가로 인정하면 검찰이 유죄를 받아내기가 유리할텐데 이에 민감한 이유를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 내용을 공소 사실에 포함시키면 주주들이 대량 실권을 한 뒤 이재용씨 등이 자연스레 인수자로 나서게 됐다는 논리가 전개돼 검찰이 이씨 일가에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홍희경 임광욱기자 saloo@seoul.co.kr
  • ‘수용자 패션’도 산뜻하게

    ‘수용자 패션’도 산뜻하게

    교도소, 구치소 등의 수용자 복장이 밝고 산뜻한 색상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바뀐다. 교정행정 50년 만의 변화다. 법무부는 21일 수용자에게 지급되는 각종 의류의 품질과 색상, 디자인 등을 전면 개선해 올 하반기부터 교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패션 전문업체와 1년여 동안 공동 개발한 ‘수용자 패션’은 모두 20종으로 현재보다 편리하고 따뜻하게, 밝은 색상으로 바뀌는 게 특징이다. 색상은 현재 청색, 회색, 연두색 등 탁하고 어두운 색상에서 탈피해 브라운·베이지색 계열 등으로 바꿔 심리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했다. 디자인은 남녀 성별 특성과 신체구조를 감안, 허리에 고무밴딩 및 단추식 이중조절 장치를 추가해 착용감과 편리성을 강조했다. 형이 확정된 여자 수용자의 실내복(동복)은 현재 착용하고 있는 회색의 V자 쪽저리고형 디자인에서 경쾌한 분위기의 청록색 박스형 점퍼로 바뀐다. 지퍼와 솜누비안감을 가미해 보온성과 편리성이 한층 더해졌다. 남자 수용자 실내복(동복)은 기존보다 밝은 블루색 계열로 바뀐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의 경우 남자는 카키색(동복)으로, 여자는 연녹색계열로 밝아진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근거 부족 발언도 면책특권” 대법, 허태열의원 승소 확정

    대법원 2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이호철 국정상황실장(전 민정비서관)이 이른바 ‘썬앤문 95억원 제공설’에 자신이 연루돼 있다고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의혹을 제기한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허씨는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자금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수사 촉구를 위해 진위 여부를 정확하게 하지 못했거나 근거가 부족한 채로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면책특권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하지만 헌법에 보장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범위에 대해 “발언 내용이 직무와 아무 관련이 없거나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면책특권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규정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근거 부족 발언도 면책특권”

    대법원 2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이호철 국정상황실장(전 민정비서관)이 이른바 ‘썬앤문 95억원 제공설’에 자신이 연루돼 있다고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의혹을 제기한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허씨는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자금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수사 촉구를 위해 진위 여부를 정확하게 하지 못했거나 근거가 부족한 채로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 면책특권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하지만 헌법에 보장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범위에 대해 “발언 내용이 직무와 아무 관련이 없거나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면책특권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규정했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공판중심주의 재판’ 현직검사 강력비판

    현직 부장검사가 박사학위 논문을 통해 사법부의 공판중심주의와 일련의 영장기각 사태를 정면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 차동언 부장검사는 19일 동국대 대학원에 제출한 ‘공판중심주의 확립을 위한 전문법칙의 재정립’ 논문에서 “공판중심주의를 실현할 인적·물질적 토대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명분에 사로잡혀 공판중심주의를 도입할 경우 혼선을 빚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법원이 피의자가 법정에서 동의하지 않을 경우 검찰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서는 “가능한 한 모든 증거를 법정에 못내게 하는 법원의 태도는 공판중심주의의 기본원칙을 망각한 행위”라면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수사를 보장하고, 그 과정에서 획득한 증거는 법정에 제출돼야 한다.”고 했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한국인 되면 시각장애인 돕는 일 할래요”

    “컴퓨터가 좋아요. 한국 사람이 되면 더 열심히 배워서 저같은 시각 장애인들을 돕는 일을 할래요.” 중국 동포 이진니(24·여)씨는 17일 치른 귀화 필기시험에서 90점을 맞았다.60점을 넘으면 합격인데, 최상위권에 들었다. 이씨 덕분에 귀화시험에 처음 도입된 점자 필기시험은 산뜻한 출발을 하게 됐다. 법무부는 이씨와 같은 시각 장애인 외에도 청각 장애인과 지체 장애인 등 다른 장애인 귀화 신청자도 시험을 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씨가 1996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어머니 정명희(50)씨를 따라 입국한 것은 2005년 10월.10여년간 어머니와 떨어져 중국에서 시각 장애인 학교를 다닌 그에게 한국 생활은 낯설기만 했다. 어머니는 그런 딸을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있는 한국시각장애인 복지관 기숙사로 보냈다. 이씨는 중국에서 시각장애인 1급 판정을 받았다. 세살 때 병치레를 한 뒤 시력을 잃어 어슴프레 빛만 보일 정도다. 그나마 언제 실명이 될지 몰라 눈가리개를 착용하고 걷는 연습도 한다. “중국에서는 중학교 과정까지밖에 못다녔어요. 한국에서 공부도 하고, 컴퓨터도 해야 하고…. 하고 싶은 게 많으니까 훈련도 재밌어요.” 재활훈련과 컴퓨터 외에도 이씨는 점자공부, 한국 역사 공부를 하며 어느새 어머니의 바람대로 강하고 똘똘한 아가씨가 돼 있었다. 귀화해 한국인이 되는 방법도 이씨 스스로 찾았다. 귀화신청을 한 뒤 법무부 국적난민과에 연락해 시각 장애인이라고 밝히며, 시험을 볼 수 있는지 물었다. 법무부가 한국시각장애인협회 도움을 얻어 점자로 시험을 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하자 시험공부를 시작했다. “넉달 동안 한국 역사를 배우고 답안지를 깨끗이 쓰는 법도 배웠어요. 한글을 만든 왕이 ‘새종대왕’인지 ‘세종대왕’인지 익히느라 힘들었어요.” 이씨는 “그래도 시험 덕분에 점자 실력이 많이 늘었다.”며 웃었다. 낙천적인 성격의 이씨는 한국에 온 뒤 친구를 많이 사귀었다. 장래희망도 안마사에서 사회 복지사로 바꾸었다. “귀화시험 준비를 하면서 ‘내가 살 나라에 대해 모르는게 많구나.’라고 생각했어요.‘남대문’이 뭔지,‘이순신’이 누군지 몰랐던 게 부끄러워요. 시험에 합격했어도 더 공부해야겠어요.”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판사 석궁테러’ 파문] 사법 불신 ‘해코지’ 심각

    오후 9시쯤 퇴근했는데 집이 깜깜했다. 현관문을 열쇠로 열고 안방문 손잡이를 돌리는데 ‘헉’하는 소리가 들렸다. 도둑인가 싶어 얼른 불을 켜자 방구석에 부인이 어린아이 둘을 끼고 울고 있다.“당신에게 조사받은 사람이라며 낮에 전화가 왔다. 집을 알고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간부가 평검사 시절 겪은 일이다. 재판에 불만을 품어 법조인을 테러하는 일은 법치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일이다. 하지만 범죄를 다루는 직업인 데다 이들의 결정에 여러 이해관계가 좌우되다 보니 판·검사에게 해코지를 하려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이 지검의 또 다른 간부도 평검사 시절 검사실로 온 전화에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딸이 ○○국민학교 다니죠. 검사님, 조심하세요.” 익명의 전화 한통 때문이었다. 80년대 후반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형사재판 1심 선고에 불복한 한 중년 여성이 항소했다. 재판부는 항소 이유서를 보더니 그 자리에서 항소를 기각하고는 “이런 걸로 항소를 합니까.”라며 핀잔을 줬다. 여성은 “내겐 일생이 걸린 문젠데, 어떻게 그런 말을…. 판사를 못하게 하겠다.”며 옷을 홀딱 벗어버렸다. 재판부는 도망치듯 퇴정했다. 법원의 권위가 너무 높아 국민 위에 군림했던 시절 얘기다. 최근에는 당사자들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는 쪽으로 공판 진행방식이 바뀌고 있지만, 재판부가 아무리 말을 끝까지 들어주려고 노력해도 패소한 측에서는 억울하기 마련이다. 증거입증이 충분하지 못해도 판·검사가 알아줬으면 하는 게 사람 마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한 김웅 검사는 민사재판에 불복, 법조타운에서 ‘1인시위’를 하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한 60대 노인을 네댓 차례 불러 그저 사연을 들어줬다. 노인은 “사건처리가 안 돼도 내 얘길 들어줬으니 여한이 없다.”며 시위를 멈추고 자신이 낸 맞고소도 취하했다. 법원과 검찰이 자세를 바꿔가며 진정한 권위를 쌓아가는 이런 사례는 아직 흔하지는 않다. 오히려 판·검사라는 이유만으로 공분의 대상이 되거나 익명의 협박을 받는 일도 있다. 90년대 중반 독신으로 혼자 자취하는 남자 검사 집 거실에 칼이 꽂혀 있었던 적이 있다. 수사 결과 범인은 단순절도범이었고 집안에 훔쳐갈 게 없자 칼을 꽂아두고 간 해프닝성 사건이었지만 검사들은 가슴이 철렁했다. 몇몇 판·검사가 익명의 소포로 칼을 받았다는 소문도 떠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판·검사들도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칼을 보내는 사람들은 수사를 받기 전에 법원과 검찰에 막연한 적대감을 가진 분들일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판사테러는 21세기 로빈후드”?

    “판사테러는 21세기 로빈후드”?

    ‘고법 부장판사 석궁 테러’ 사건을 놓고 네티즌 사이에서 테러를 가한 김명호(50)씨를 영웅화하려는 이상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16일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의 네티즌 댓글은 일방적으로 테러를 가한 김씨를 옹호하거나 사법부를 비난하는 발언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댓글의 80∼90%가 김씨를 옹호하고 있다. 심지어 상당수가 김씨의 테러를 정당화하거나 동정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기회로 불신을 자초한 스스로를 되돌아 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도 네티즌들의 반응이 조작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포털사이트 다음 네티즌 청원에는 ‘석궁 사건 교수님을 선처해 달라.’ 등 3곳의 게시판이 만들어져 구명 서명작업이 시작됐다. 각 게시판마다 1000명 이상이 서명에 동참했다. 네이버의 한 네티즌이 ‘김 교수에 대해 구명운동을 하자.’는 글을 올리자 40여명이 동참했다. 법원 앞 촛불시위를 제안하는 글도 있었다.‘21세기 로빈후드’,‘국민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준 열사’,‘용감한 시민’ 등의 표현도 눈에 띄었다. 아이디 ‘hk7090’은 “오죽하면 그렇게 했겠느냐.(사법부가) 권력만 누리고 힘없는 국민들만 등치고,‘유전무죄 무전유죄’만 집행했지.”라며 질타했다. 테러를 비난하는 글도 있었다. 한 네티즌이 ‘판사 테러를 옹호하는 사람은 뭐냐.’라는 글을 올리자 반박 댓글이 줄을 이었다. 아이디 ‘yanghun82’는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면 항소를 해야지, 판사를 죽이려고 석궁을 쏘다니 민주사회에서 그것도 교수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야만스러운 짓을 할 수 있는가.”라며 개탄했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최근 발생한 법조인 관련 사건들이 정당성을 잃게 만드는 데 영향을 미쳤을 수 있고, 특히 법조인들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면서 “네티즌들은 법이나 정부에서 정당성을 찾아야 하는데 이를 찾을 수 없어 빚어진 총체적인 혼란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이성식 교수는 “권력에 불만을 갖고 있는 대중들은 공격을 한 김 교수도 부교수 시절 더 높은 사람들에 의해 억울하게 당했다고 여겨 권력에 대한 도전에 공감을 표시하는 것”이라면서 “즉흥적인 판단에 의존하는 네티즌들이 김 교수에 대해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연민의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수사와 재판 관련 시민단체 등이 조직적으로 댓글을 주도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증거가 부족해 자신이 옳지만 재판에 진 뒤 불리함을 보지 못한 채 재판과 고소를 반복하며 ‘사법의 수렁’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명호씨 역시 재판과정에서 어떤 억울한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 원한을 판사 개인에게 푼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홍희경 이재훈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귀화 크게 늘고 있다

    귀화 크게 늘고 있다

    해외동포와 외국인 등 국내 국적을 취득하려는 귀화자가 크게 늘고 있다. 국내 국적취득 요건이 완화되면서 국내로 들어와 살겠다는 해외동포 1세대는 물론 2·3세들의 의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는 데 따른 현상이다. 외국인들의 국내 국적 취득도 전보다 활성화되고 있다. ●中동포등 신청 급증… ‘돌아오는 시대´로 이 때문에 이들에 대한 생활 및 교육 등 사후 관리가 강화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특히 귀화 신청자가 급증하면서 이들을 담당하는 직원이 턱없이 부족해 인원을 늘리는 방안이 적극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법무부에 따르면 2005년 귀화 신청자는 1만 9565명으로 2004년(1만 859명)보다 60%가량 늘었다. 지난해 1∼6월에는 1만 21명이었다.2000년에는 638명이던 것이 2001년 4066명,2002년 3709명,2003년 6696명으로 늘다가 2004년부터 1만명을 넘어섰다. 신청자가 급증하는 만큼 허가자도 늘었다.2000년 귀화 허가자는 200명에 불과했으나,2001년 724명,2002년 2972명,2003년 5986명,2004년 7261명,2005년 1만 2299명 등으로 크게 늘었다. ●사후관리 강화등 제도보완 시급 귀화자 대부분은 중국인(해외동포)으로,2005년의 경우 전체 귀화자의 85.7%인 1만 543명이었다. 필리핀 출신이 747명, 베트남 365명, 몽골 103명, 우즈베키스탄 76명, 파키스탄과 태국이 각각 66명과 62명이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일반 귀화자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귀화 신청·허가자들을 돕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법무부 고위 관계자는 “밖으로 나가던 시대에서 이제는 돌아오는 시대로 역류하고 있는 현상은 그만큼 나라가 발전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들이 국적을 취득한 뒤 제대로 살 수 있고, 자녀들을 공부시킬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늘어나는 귀화자] “애국가 밤새워 외웠는데 한국인 되기 어렵네요”

    [늘어나는 귀화자] “애국가 밤새워 외웠는데 한국인 되기 어렵네요”

    시험 3분전.“첨성대를 만든 사람이 누구죠?”파키스탄인 돌루 시이드(37)씨의 질문에 기자는 “신라 시대 석공이 아닐까요.”라며 궁색한 대답을 했다.“이것봐. 한국 사람들도 잘 모른다니까….”타박하면서도 시이드씨의 손은 예상 문제지를 뒤적였다. ●“3번밖에 기회 없는데…”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정부과천청사 안내동 지하에는 귀화시험이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귀화신청을 냈다. 한번에 100명을 웃도는 귀화신청자들이 필기시험을 치른 뒤 합격하면 면접시험을 본다. 지난 10일의 시험장에도 80여명이 모여 시험을 봤다. 귀화신청자 대부분은 중국동포 2∼3세대. 부모를 따라 한국 국적을 얻기 위해 시험을 본 것이다. 오전 10시30분. 시험장에 들어가는 자녀들을 배웅하기 위해 부모들은 문앞까지 몰렸다. 자녀들이 시험장 안에서 주관식·객관식 문제(20문항)의 답을 찾는 20분이 부모들에게는 20년처럼 느껴진다. 다들 처음 본 사이지만, 금방 서로를 격려한다. “애국가를 밤새워 외웠는데 잘 쓸 수 있겠죠.”“우리 애는 한국말이 서툴러요. 그래도 세종대왕이랑 이순신은 외웠는데….”“3번밖에 기회가 없으니 이번에 떨어지면 큰일이에요.” 시험장 안에 있는 신청자들은 모두 긴장한다. 우리말로 된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 옆 응시자가 손을 번쩍 들고 감독관에게 질문하는 동안에도 신청자들은 시험지에만 집중했다. 책상 오른쪽 위에는 외국인등록증이 놓여 있다. 시험에 합격하면 외국인등록증은 없어지고 주민등록증 수여와 함께 부모의 호적에 오른다. ●“군대 가야 한다면 가겠습니다.” 신청자들의 편의를 위해 30분 동안의 즉석 채점이 끝나고 필기시험 합격자가 발표된다. 이날 합격률은 52%로 60% 정도 되는 평소 합격률보다 낮았다. 탈락자들은 한국말과 중국말을 섞어가며 복받치는 감정을 토해냈다. 부모들이 항의하지만,“애국가는 다 맞았다는데요.”라는 말이 전부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의 면접시험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치른다. 한국에서 ‘가족’을 이룰 수 있는지 종합 검토를 하는 절차다. 중국에서 1년 전쯤 입국해 국내 인터넷 바이크 동호회에도 가입한 안용철(23)씨는 면접관 앞으로 가자 시킨 사람도 없는데 쓰고 있던 모자를 얼른 벗었다. 면접관이 “애국가 문제를 많이 틀렸다.”고 지적하자 얼굴이 붉어진다. 20대 남성 귀화 신청자에게 빠지지 않는 질문이 군입대에 관한 것이다. 면접관은 “국내 법령이 바뀌어 귀화자들도 모두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게 될 수도 있는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대부분은 “그렇다면 가겠다.”“의무도 중요하다.”고 대답한다.“지금 대답을 기록해 두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라도 하면 부모들도 “국민이 되면 의무를 다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나선다. 중국군으로 5년 동안 복무했던 최광욱(24)씨는 “중국군 경력도 있고 중국이 지금보다 발전할 가능성도 높은데, 중국 국적을 포기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망설임없이 “네.”라고 했다. 사실 귀화 신청자보다 더 긴장하는 사람들은 부모들이다. 한국에서 미용 학원에 다니고 있는 김려화(23·여)씨는 10년 전에 한국인과 결혼한 어머니를 따라 한국에 왔다. 그동안 태어난 동생도 처음 봤다. 면접관이 “90년대 초반에 들어와 지금까지 이렇게 성실하게 사시니 보기 좋습니다.”라고 말을 건네자 “아이를 데려오는데 10년이나 걸렸네요.”라며 아버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김철명(26)씨도 김려화씨와 같은 이유로 어머니와 10년을 떨어져 지냈다. 면접관이 “어린 마음에 원망스럽지는 않았나요.”라고 조심스럽게 묻자 김씨는 “원망할 처지가 못됩니다.”라며 어머니의 손을 꼭 쥐었다.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을 모두 통과한 신청자들은 보름에서 한달이 지나면 최종 통보를 받는다. 면접에서 불합격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다시 한번 면접을 볼 수 있다. 이날 돌루씨 등 시험을 본 파키스탄인 6명은 아쉽게도 모두 필기시험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들은 한국에서 5년 이상 산 외국인들이다. 돌루씨가 마지막까지 궁금해 한 예상문제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첨성대는 신라 선덕여왕 시절에 만들어졌다.”면서 “하지만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출제되지 않는다.”고 귀띔하며 아쉬워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고법 부장판사 석궁 피습

    고법 부장판사 석궁 피습

    현직 부장판사가 판결 결과에 불만을 품은 소송 당사자인 전직 대학교수로부터 석궁으로 피습당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15일 법원과 경찰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2부 박홍우(55) 부장판사가 이날 오후 6시33분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서 전직 서울 모 대학 수학과 교수 김명호(50)씨가 쏜 석궁에 왼쪽 복부 아랫부분을 맞아 병원으로 실려갔다. 박 부장판사는 퇴근길에 아파트 1층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 2층 계단에 숨어 있던 김씨가 부르는 소리에 위를 쳐다보다 1m 앞까지 다가온 김씨가 쏜 석궁에 맞았다.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김씨가 ‘박 판사를 위협하고 항소심 기각 이유를 따지기 위해 6개월 전에 종로 인근에서 산 석궁을 들고 다가갔지만 박 판사가 가방으로 밀어 서로 승강이를 벌이다 발사됐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장판사는 서울의료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다음 밤늦게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져 입원했다. 서울의료원 신준섭 응급센터장은 “왼쪽 복부 아래쪽에 지름 8㎜, 깊이 2㎝ 정도의 상처가 났는데 다행히 복강을 뚫지 않아 장기 손상은 없었다.1주일 이상 안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운전기사 문모씨와 아파트 경비원 김덕환씨의 신고로 현장에서 김씨를 붙잡아 자세한 범행 동기 등을 수사하고 있다. 김씨는 1995년 이 대학 본고사 채점위원으로 활동했다가 “학교가 한 문제를 잘못 출제했다.”고 입시 오류 의혹을 제기, 학교측과 마찰을 빚었다. 그후 재임용에서 탈락하자 법원에 복직을 요구하는 교수지위확인 소송을 냈으나 1심에 이어 지난 12일 서울고법 항소심에서도 패소하자 판결에 불만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경찰에서 “합법적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판사들과 사법부가 무시해 억울한 점을 알리려 했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이날 밤 장윤기 처장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 사법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 행위로 보고 재발 방지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정상명 검찰총장도 “법관의 재판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초유의 사태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며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철저히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홍희경 이재훈기자 saloo@seoul.co.kr
  • [늘어나는 귀화자] 시험문제와 오답들

    “제주도 명산으로, 남한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를 갖고 있는 산은?” 귀화 신청자들이 가장 어려워한 질문이다. 신청자들은 ‘지리산’이나 ‘설악산’ 등 가 본 적이 있거나 귀에 익은 산 이름을 댔다. 최정용(37)씨는 면접에서도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은 설악산”이라고 우겼다. 면접관이 짐짓 “제주도는 가봤어요?”라고 유도하자, 최씨는 “제일 남쪽에 있잖아요. 아!”라며 무릎을 탁 쳤다. 이 문제를 틀린 김려화(23·여)씨는 “시험을 보고 나서 어머니가 ‘한번 구경 오세요’라는 뜻으로 산 높이가 1950m’라고 설명해 줬다.”면서 “올해는 제주도 한라산을 가보고, 다음에는 고향 옌볜에서 가깝지만 못가 본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며 웃었다. 출제자 입장에서는 점수를 주기 위해 낸 문제도 우리말에 서툰 귀화 신청자들에게는 함정이 된다. 이번 시험에서는 동물 사진을 보여주고 이름을 쓰는 문제가 그랬다.‘닭’과 ‘돼지’가 정답이었지만,‘달’,‘되지’ 등 맞춤법을 틀린 답들이 눈에 띄었다.‘기린’을 묻는 질문에는 영어로 기린을 말하는 ‘지라프(giraffe)’를 잘못 써 ‘지라퐈’라고 쓰거나,‘반말’‘긴 목 사슴’ 등의 오답이 나왔다. 신임 유엔사무총장을 묻는 문제에서도 ‘반기문’이 아닌 ‘노무현’‘한명숙’을 고르는 신청자들이 많았다. 면접관이 틀린 부분을 지적하며 “한명숙씨가 누군지 아세요?”라고 묻자 “1945년 이전 사람인가요.”라고 되묻는 신청자도 있었다. 문제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운 수험생도 많다. 파키스탄인 야곱 에메드(39)씨는 부사어 빈칸 채우기에서 실수를 했다. ‘월급을 한달에 ( ) 받습니까.’‘그 회사는 일년에 ( ) 휴가를 줍니까.’라는 예시문을 주고 괄호 안에 들어갈 말 ‘얼마나-며칠이나’를 찾는 객관식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야곱씨는 보기를 선택하지 않고 괄호 안에 각각 ‘백오십만원’,‘십일 정도’라고 적어 넣어 오답 처리됐다. 동포이지만 이국에서 자란 신청자들에게 우리 역사와 사회는 낯설기만 하다.“만주를 차지해 우리 역사상 가장 큰 땅을 가졌던 국가”를 묻는 주관식 문제에서 신청자 한명은 ‘고조선 또는 고구려’라고 답란을 채웠다. 면접관도 답지를 보고 “아주 틀린 답은 아니네요.”라며 미소짓고는 그 자리에서 두 고대 국가의 차이를 설명해줬다. 같은 질문에 ‘청나라’‘북한’‘동북3성’이라고 답한 신청자들도 있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늘어나는 귀화자] 귀화신청자들 바람·법무부 입장

    “애국가 가사를 다 외웠는데 왜 떨어졌나요.”“이렇게 하면 우리 애는 100번 봐도 떨어져요. 부모와 같은 나라 사람으로 사는 게 이렇게 힘들어서야….” 필기시험에서 떨어진 부모들의 항변이다. 중국에서 학교를 나와 가뜩이나 한국말과 역사가 낯선 동포 2∼3세들인데, 시험에 대비해 공부할 방법도 찾을 수 없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귀화시험 신청자들은 최근 발간된 수험서에 의존하거나 여행사 등에서 뽑아준 예상문제를 달달 외우는 식으로 공부를 한다. 문제 단어를 조금만 바꿔도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틀린 답을 적는 경우가 많아지자, 부모들은 문제은행을 만들어 공개해 달라고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법무부 입장은 다르다. 귀화시험은 단순한 요식행위가 아니라 나라에 대한 신념을 바꾸는 중요한 의식이라는 것이다. 또 귀화시험이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 자격을 정당하게 부여하기 위한 시험으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법무부 관계자는 “20문항 가운데 애국가 가사 채워넣기 문제가 4문제인데, 이것도 못푸는 신청자들이 있다.”면서 “노력해도 안된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한국 국적을 갖고 이 땅에서 살기 위해 이 나라에 대해 알기 위한 노력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귀화시험과 절차는 나라마다 제각각이지만,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던 서구에서도 절차가 까다로워지는 추세다. 유럽 국가들은 쏟아지는 이슬람 국가 이민자들에 대한 견제를 위해 귀화 시험을 새롭게 치르거나 사상 등을 평가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독일은 헤센주와 바이에른주 등 일부 주에서 실시하던 귀화시험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헤센주 시민권 시험에는 “1895년 의학진단법을 발명한 물리학자는 누구인가”라는 어려운 문제부터 “9·11 테러는 테러리스트의 소행인가, 자유 투사들의 투쟁인가.”라는 사상 검증형 질문까지 나온다. 네덜란드는 남성 동성애자와 누드해변 등이 담긴 105분짜리 영화를 보는 참을성이 있어야 시민권을 받을 수 있다. 영국의 시민권 시험에서 출제되는 지역방언, 법률, 영국 국교회 등에 대한 문제도 난이도가 높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시민권 획득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 이민국(USCIS)이 지난해 공개한 시민권 시험 예시문항에는 “3권분립 제도의 의미”“독립선언서에 담긴 사상” 등의 문제가 포함됐다. 호주도 지난해부터 시민권 신청자를 상대로 영어와 호주 역사 시험을 신설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군산지원 비리 판사 서울서 변호사 활동

    지역 유지에게서 골프접대 등 향응을 받고 관련 사건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 물러났던 전 군산지원 판사 3명 가운데 1명이 서울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변호사협회는 11일 “전 전주지법 군산지원 판사 A씨가 지난해 12월 신청한 서울변호사회 등록 변경을 신청해 받아들였다.”고 밝혔다.A씨는 현재 서울 영등포구의 한 법무법인에서 활동 중이며, 함께 옷을 벗은 판사 2명도 인천과 광주에서 각각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A씨는 지난해 6월 전주지방변회에 등록했다가 지난해 10월 서울변회에 소속 변경등록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한 바 있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게임기 영등위 통과 개입 與의원 보좌관 수뢰 포착

    사행성 게임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8일 심의 통과 청탁과 함께 게임기 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열린우리당 모 의원의 보좌관 K씨에 대해 수사 중이다. K씨는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 통과 청탁을 받고 게임기 ‘씨엔조이’ 제조업체인 블루오션코리아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경품용 상품권 업체 대표 곽모씨로부터 8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블루오션코리아의 실소유주 박모씨와 게임기 업계 브로커 이모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신병 확보에 나섰다. 한편 검찰은 영등위 심의 과정에서 게임물 12건의 심사 순서를 앞당겨 주고 ‘급행료’ 명목으로 업자들에게 1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브로커 이모(45)씨를 구속했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李대법원장 “속인 일 없다” 변협 “신고누락 납득 어렵다”

    李대법원장 “속인 일 없다” 변협 “신고누락 납득 어렵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4일 변호사 시절의 세금탈루 의혹과 관련,“(신앙인으로서) 속인 일이 없다.”며 고의 탈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변협측은 ‘단순 실수’라는 이 대법원장의 주장에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네티즌들도 이 대법원장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세무사가 실수할 가능성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대법원장쯤 되는 공직자는 무한 검증해줘도 좋지만 모두 의혹을 제기하니 개인적으로는 섭섭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10원이라도 탈세했다면 대법원장직을 그만두겠다.”고 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는 “그때까지는 세금신고 누락 사실을 몰랐다.”며 거취에 변동이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계 자본인 골드만삭스가 내부정보를 이용해 채권을 매입하려고 설립한 세나 인베스트먼트를 변호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이 대법원장은 “3번이나 수임 의뢰를 거절했지만,IMF 사태를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내 법조계가 외국자본을 차별한다는 말을 듣는 게 국가에 유익하지 않다는 생각에 사건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2004년 이 대법원장의 세금신고를 맡았던 박상설 세무사는 “세금 누락은 전적으로 내 실수”라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는 논평을 통해 “신고 누락이라는 변명을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국민은 물론 대다수 변호사가 볼 때 과연 이같은 거액의 신고 누락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만일 탈세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국가 지도자로서 언행일치의 모범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의사회, MBC ‘나쁜여자’ 방송금지 가처분

    서울시의사회는 MBC 일일 드라마 ‘나쁜 여자 착한 여자’에 대해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4일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서울시의사회측은 이 드라마가 각자 가정이 있는 남녀 의사의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으며,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개원의사들의 현실과는 달리 마치 의사가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직업인 양 호도하고 있다며 소 제기 배경을 밝혔다. 서울시의사회 경만호 회장은 “의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 드라마의 선정성에 놀랐다.”며 “의사의 명예를 지키고 정신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법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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