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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한 100세를 위하여] 50대 58% “현재 삶에 불만족”

    [행복한 100세를 위하여] 50대 58% “현재 삶에 불만족”

    통계청은 지난해 “국내 50대 인구 741만명 가운데 73.8%인 547만명이 경제활동 인구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비정규직과 영세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등 50대 고용의 질은 악화되고 있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지난해 50대 1000명 대상 조사에서 58%가 현재 삶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지숭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퇴직 후 얻은 일에 대해 63.6%가 불만족 상태에 있다”면서 “이는 대개 기대보다 낮은 보수와 불안정하고 보람을 느낄 수 없는 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서 고령화 문제를 고민해 온 일본은 어떨까. 오학수 일본노동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은 2006년부터 정년 65세 연장을 준비해 올해 법제화시켰고, 고령 일자리 안정 정책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으로 55~59세 정규직 비율이 88.8%로 높게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60~64세에서는 정규직 비율이 23.9%로 낮아지지만 60세 이전의 일과 현재 일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58.4%에 달했다. 종사상 지위와 임금을 낮추는 대신 익숙한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는 긍정적인 측면이다. 정규직 비율이 16.7%인 65~69세 역시 정년 도달 전과 비슷한 일을 한다는 응답이 39.0%였다. 오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더욱 절박하게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면서 “정부의 정책적 대응과 함께 노사의 합의와 조율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생각나눔] ‘특허 괴물’ 닮아가는 EBS·교과서 업체

    [생각나눔] ‘특허 괴물’ 닮아가는 EBS·교과서 업체

    EBS 및 교과서 출판사와 문제집 출판사 및 인터넷 강의 업체 간 저작권 분쟁이 치열하다. EBS와 교과서 출판사는 “엄정한 저작권법 적용”을 주장하지만, 중소 문제집 출판사 등은 “국가가 EBS와 교과서 개발이 가능한 대형사에 독점적 이득을 보장해 주는 꼴”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EBS와 교과서 출판사의 저작권 보호 강화책을 두고 “특허괴물 같다”는 혹평도 나온다. 미리 특허를 확보해 침해 기업에 소송을 걸어 막대한 합의금을 받아내는 특허괴물에 빗대는 것은 EBS 연계 정책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고교 학습지 시장의 중소업체들이 저작권 분쟁으로 인해 폐업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부장 장재윤)는 교과서 출판사가 교과서 속 지문을 무단 인용해 문제집을 만든 업체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교과서는 공공재 성격을 갖지만, 수십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교과서 출판사의 저작권 또한 인정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2011년 서울중앙지법의 결정은 이번과 달랐다. 당시에는 교과서 업체가 교과서를 교재로 쓴 인터넷 강의 업체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그때 재판부는 “교과서를 활용한 온라인 강의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만, 완전히 금지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며 교과서의 공공재 성격을 한층 비중 있게 다뤘다. 교과서를 베낀 문제집이 저작권 분쟁 대상이 된 계기는 2010년 교과서 제도 개편 때 조성됐다. 정부가 직접 교과서를 만들던 국정교과서 제도에서 일정 평가만 통과하면 교과서를 낼 수 있게 한 검정교과서 제도로 바뀌면서부터다. 이때부터 교과서 연계 문제집 등을 판매하려던 교과서 출판사들이 다른 출판사에 ‘파이’를 내주지 않기 위해 저작권 강화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교육 당국과 정치인들이 ‘쉬운 수능’을 내세우며 각종 약속을 남발한 것도 분쟁을 키웠다. 2010년 교육부가 “EBS 교재 60여권에서 수능 70%를 출제하겠다”고 발표하고, 지난달 23일 박근혜 대통령이 “교과서 밖에서 시험을 내지 말라”고 지시하면서 EBS 교재와 교과서 학습으로 ‘쏠림 현상’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외면받은 다른 문제집 업체들이 EBS와 교과서 따라 하기를 감행하면서 저작권 분쟁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입시업체 관계자는 “중소업체가 교과서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교재 개발 능력 부족보다 유통 채널 부족 때문”이라면서 “이대로 가면 고교 학습지 시장에 대형업체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EBS가 사교육 난립을 막기 위해 저작권 단속을 한다는데, EBS도 공교육은 아니지 않으냐”고 꼬집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행복한 100세를 위하여] (2부) 일하는 노년을 꿈꾸다 ④ 은퇴 후 인생 2막 3인의 조언

    [행복한 100세를 위하여] (2부) 일하는 노년을 꿈꾸다 ④ 은퇴 후 인생 2막 3인의 조언

    영국의 사회학자 피터 라스렛은 사람의 인생을 1기부터 4기까지로 나눴다. 1기(0~25세)는 교육의 시기, 2기(25~60세)는 가정과 직장 의무의 시기, 3기(60~90세·은퇴 후 노년기)는 자기 성취의 시기, 4기(90세 이후 임종까지)는 타인의 도움을 받는 시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은퇴자들은 3기를 살고 있다. 제2의 직업을 찾고 남은 인생을 더 보람 있게 살아야 하는 시기다. 하지만 일상에 쫓기는 대다수 사람들은 눈앞에 닥친 은퇴에 막막할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서 은퇴로 새 삶을 시작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만나보자. “젊었을 때는 직장일도 했는데 아이 3명 낳고 키우느라 그만둘 수밖에 없었죠. 이제 아이들도 자라고 남은 인생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뭐라도 배우자는 생각에 나오게 됐어요.” 지난 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의 한 오피스텔. 배경령(53·여)씨는 이곳 ‘아름다운 인생학교’에서 매주 사진 수업을 듣는다. 배씨와 함께 수업을 듣던 김현(61·여)씨도 열혈 수강생이다. 김씨는 “노후가 길어지면서 뭘 하고 살지 고민이 늘고 삶이 무료해진다”면서 “학교에서 또래와 함께 고민을 나누고 노후를 위한 다양한 공부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곳의 설립자이자 교장인 백만기(62)씨는 은퇴 이후의 생을 어떻게 디자인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의 롤모델이다. 백씨는 금융회사 임원을 지내다 정년을 몇년 앞둔 53세 때 사표를 쓰고 나왔다. 그후 지역방송국인 분당 FM방송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국립암센터에서 6개월간 호스피스 교육을 받기도 했다. 은퇴 이후의 활동과 금융권에서 쌓은 경험 등을 바탕으로 블로그 ‘백만기의 아름다운 은퇴연구소’를 운영해 파워 블로거로 이름을 날리다 올해부터 은퇴자들의 인생 2막을 설계하기 위한 공간인 ‘아름다운 인생학교’를 열었다. “마흔 살이 됐을 때 딱 쉰 살까지만 일하고 회사를 그만둘 생각이었어요. 그 덕에 10년이란 긴 준비기간을 확보했지요.” 그 기간 동안 백씨는 그림, 커피 등 다양한 공부를 했다. 그는 수입을 위해 무조건 창업에 나선다든지 반드시 어딘가에 소속돼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조언했다. 특히 남의 말만 듣고 시작한 생계형 창업은 대부분 실패한다고 했다. “언제 은퇴할 것인지,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그것을 위해 뭘 배울지를 미리 고민해야 합니다.” ‘맥아더스쿨’의 교장 정은상(59)씨도 은퇴 이후 어딘가에 다시 소속돼 월급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라고 조언했다. 1999년 직장을 그만둔 정씨는 2년 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다양한 홍보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맥아더스쿨을 세웠다. ‘5060세대를 위한 소셜비즈 코치 멘토링 프로젝트’란 알쏭달쏭한 말이 맥아더스쿨의 지향점이다. “처음부터 맥아더스쿨 같은 것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어요. 흥미 있는 일을 찾아 배우다 보니 그게 새 직업으로 연결된 것일뿐이지요.” 정씨는 “혼자서 SNS를 배우다가 한두 명에게 이걸 통해 홍보하는 법을 알려 줬더니 점점 입소문을 탔다”면서 “현재 80여명이 맥아더스쿨을 통해 SNS 홍보 방식을 배우면서 점점 (사업이)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에 다닐 때 은퇴 이후 삶에 대해 미리 준비하진 못했다고 했다. “상당수의 직장인들이 막상 은퇴하면 당장 뭘 해야 할지 당황할 수 있는데 은퇴 후 1년은 스스로의 거품을 빼는 시기입니다. 이때 너무 욕심 부리지 말고 이것저것 공부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찾는 게 중요합니다.” 정종백(60)씨는 KT에서 퇴직한 뒤 1년 교육기간을 포함해 4년째 숲 생태해설가로 활동 중이다. 그는 “만일 이 직업이 돈을 많이 버는 일이라면, 젊은이에게 치여서 우리에게까지 일할 기회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두 번째 직업에 대해 좋은 점을 열거했다. 평소 좋아하던 등산 취미를 살릴 수 있는 일이라 좋고, 귀엽기만 한 유치원생들에게 ‘스타 할아버지’가 되니 좋고, 나무와 꽃뿐 아니라 곤충과 흙까지 끝없이 배워야 하는 과정이 힘들지만 좋단다. 심지어 보수가 100만원이 채 안 되기 때문에 청년층과 일자리 경쟁을 안 해도 돼서 좋다고 했다. 2008년 정년을 못 채우고 직장을 떠날 때 정씨는 이렇게 긍정적이지 못했다. 당시의 섭섭함은 지금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정씨는 “조직의 생리를 이해하지 않고 사람을 미워했다면 그 섭섭함을 평생 지워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섭섭함을 넘어서자 새 일이 보였다. 사실 두 번째 직업은 첫 번째 일터이던 KT에서의 경험 덕분에 발견할 수 있었다. KT 내 산악회 간부로 주말마다 동료들과 산과 들을 찾았기 때문에 숲 생태해설가에 도전할 수 있었다. “퇴직 뒤 준비로 대부분 재무준비만 생각하는데, 취미개발과 사내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초중고 ‘電電긍긍’

    초중고 ‘電電긍긍’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전국 1058개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7.9%가 지난해 전기료 인상으로 인해 학교의 냉·난방 가동시간과 횟수를 조정했다고 응답했다고 26일 공개했다. 교총은 지난달 15일부터 한 달 동안 ‘교육용 전기료 등 공공요금 실태’를 조사했다. 학교 공공요금에서 전기료 비율이 절반 이상인 학교는 67.5%이고, 응답자의 거의 대부분인 95.6%는 전기료 인상으로 학교운영에 부담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72.2%는 다른 학교 운영비를 축소해 전기료 인상분을 충당했다고 답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지난겨울 두꺼운 점퍼에 목도리까지 한 채 수업을 하다가 학생들의 항의가 거세져 난방을 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의 한 중학교 교사는 “그나마 한낮에는 전기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정부 방침 때문에 오전에만 잠깐 에어컨을 켜고 공부했다”고 전했다. 올해 예산에 전기료 인상분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학교는 26.3%인 반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학교는 9.3%에 불과했다. 학교의 전기료 부담을 덜기 위해 교육용 전기요금을 일정수준 이하로 내리는 내용의 법률개정에는 63.4%가 동의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서울교육청 “SAT 문제 유출학원 영구 퇴출”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문제 유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일부 학원이 ‘인기 학원’으로 등극하는 기현상이 일어나자 서울시교육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교육청은 문제를 유출한 학원의 영구 퇴출 내용을 담은 ‘SAT 교습학원 정상화 대책’을 26일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검찰 수사 전까지 새로운 SAT 교습과정 운영학원의 등록을 제한하고, 문제 유출 의혹을 사는 학원 12곳을 집중 점검키로 했다. 무등록 학원은 폐쇄 조치하고, 입구에 불법시설임을 알리는 게시문을 붙이기로 했다. 문제를 일으킨 학원이 설립자 명의나 위치만 바꿔 재등록하는 행위도 금지할 계획이다. SAT 학원 성수기인 6~8월에는 전체 학원을 대상으로 특별 점검을 한다. 서울시에 등록된 SAT 강습 학원은 63곳으로 강남에 몰려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문제 유출 혐의가 드러나면 수사의뢰를 할 것이고, 과도한 교습비를 받은 학원은 세무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SAT 학원장들을 상대로 문제 유출에 개입하지 않고,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형사처벌을 감수한다는 각서도 받는다. 하지만 시교육청의 조치들이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각서의 법률적 효력이 크지 않은 데다, 문제가 된 학원들이 다른 사람 명의로 학원을 재개설했을 때 적발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앞서 2007년 1월 SAT 문제 유출로 한국 응시자 900명의 성적이 취소된 데 이어 올해 들어 문제유출 의혹이 다시 제기되자 SAT 주관사인 칼리지보드는 한국 내 5월과 6월 시험을 취소했다. 한편 칼리지보드는 지난 25일 일부 한국 학생들에게 보안상 이유로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SAT 시험을 볼 수 없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미국교육평가원(ETS) 코리아 관계자는 “이메일을 받은 학생은 국내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응시할 수 없다”면서 “다만 다음번 시험은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고, 취소 결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 주관사 측에 연락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입학 내정자 미리 낙점… 채점 조작·규정 무시 등 치밀한 비리

    입학 내정자 미리 낙점… 채점 조작·규정 무시 등 치밀한 비리

    영어캠프와 학부모 면담을 통한 입시 전 입학 적격자 내부 선정, 입학 적격자 합격을 위한 채점 조작, 특별전형 탈락으로 자격이 박탈된 수험생의 일반전형 재응시…. 국제중의 조직적인 입시 비리는 광범위하고 치밀하게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입학 내정자 명단을 미리 만들고,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비경제적 사회적배려대상자로 영훈국제중에 입학할 수 있었던 사례 등이 단순히 제도의 허점 때문이 아니라 치밀한 조작 계획에 따라 파생된 결과물이었던 셈이다. 부정 입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학교법인 관계자 11명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됐지만 이로 인해 올해 신입생의 입학이 당장 취소되지는 않는다고 시교육청이 밝혔다. 20일 서울시교육청의 영훈학원 및 대원학원과 소속 학교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입시는 미리 낙점된 학생을 뽑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영훈·대원국제중은 입학전형 서류 심사 때 지원자 이름과 수험번호 등 인적 사항을 가리지 않아 ‘누구의 아들’인지 마음만 먹으면 알 수 있게 했다. 대원국제중은 특별전형인 차세대리더전형에 지원하면 일반전형에 재응시할 수 없는 규정을 무시했다. 올해 입학생 중 특별전형 탈락자 20명 전원이 일반전형에 재응시해 5명이 최종 합격했다. 영훈국제중은 입학전형 채점을 조작했다. 중학교 입시생인 초등학교 6학년생 대상 여름 영어캠프에서 ‘입학 적격자’와 ‘입학 부적격자’를 추려냈다. 비경제적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에서는 입학 부적격자의 점수를 깎아서 적격자를 합격시키는 수법을 써 3명을 부정 입학시켰다. 조승현 시교육청 감사관은 “비경제적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에서 일부 학생이 주관적 영역 만점을 받고도 합격권인 16위 안에 들지 못하자 다른 지원자의 점수를 깎아 이들을 합격시켰다”고 말했다. 이 전형을 통과한 이 부회장의 아들과 관련해 조 감사관은 “특정인 정보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시교육청은 검찰 수사를 지켜본 뒤 부정 입학에 대한 처벌 여부나 수위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조 감사관은 “검찰 수사에서 성적 조작과 금품 수수 등에 대한 전모가 밝혀지면 해당 학생은 입학 취소 등 학칙에 따라 조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입학 취소 조치가 당장 이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범행을 주도한 교감 등이 누군가를 붙이기 위한 성적 조작은 없었다고 진술해 입학 취소 학생을 특정하기 어렵다”면서 “대원국제중 일반전형에 재응시한 학생들은 당시 학교 방침을 따른 것이어서 학생들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감사 과정에서 영훈국제중의 2011~2013년 신입생 입학전형 개인별 채점표가 폐기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측이 감사에 앞서 관련 자료를 일부러 폐기했다는 의혹과 함께 부실 감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남규 전국교직원연합 서울지부장은 “국제중 비리의 핵심이 편입학, 뒷돈 입학 비리인데 시교육청 감사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형태 서울시 교육위원은 “대원국제중 의혹에 대해서는 더 부실하게 감사가 이뤄졌다”면서 “대원국제중이 문용린 교육감 선거를 도와줬기 때문에 시교육청이 노골적으로 감싸는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20년동안 어둠 속에서 웅크려 살던 아이 미술관에 갑니다, 김은정 선생님 손잡고

    20년동안 어둠 속에서 웅크려 살던 아이 미술관에 갑니다, 김은정 선생님 손잡고

    10년 전 처음 만난 스물두 살 청년의 등은 굽어 있었다. 눈이 안 보이고, 외마디 비명을 제외하곤 말을 못했다. 일어나 걷지도 못했다. 두 눈이 완전히 안 보이는 시각장애인 청년은 무려 스무해 동안 방 안에서 화석처럼 웅크려 지냈다. 뼈와 장기는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위로 쏠린 채 퇴화했다. 강원도 유일 시각장애인 학교인 춘천시 우두동 명진학교에서 청년을 발견, 2년 동안 보살폈지만 그는 일어서지 못했다. 희생정신이 남다른 특수교사들마저 더딘 성장에 낙담할 무렵 청년은 김은정(작은 44) 교사를 만났다. 손과 발을 뻗쳐 닿는 곳이 세상의 전부였던 청년에게 새 세상이 열렸다. 청년은 김 교사와 함께 일어서고, 걸음을 떼며 굳어버린 근육이 찢어질 듯한 고통을 견뎌냈다. 100m를 걷는 데 40분이 넘게 걸렸지만, 김 교사는 청년의 손을 놓지 않았다. 올해 서른 두살인 청년은 이제 내년 졸업을 준비 중이다. 배울 시기를 놓친 탓에 여전히 말은 못하지만, 지금은 김 교사의 말을 알아듣는다. 기쁠 때 환한 표정을 지으며 환호할 줄 알고, 싫은 일에 괴성을 내며 거부할 수 있게 됐다. 김 교사는 20일 “가끔씩 ‘엄마’라는 말을 하거나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 같을 때가 있다”고 했다. 청년이 정말 옹알이하듯 말을 배우고 있는 것인지, 헬렌켈러의 스승인 ‘설리번 선생님’ 역할을 해 온 김 교사가 착각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오는 2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대한민국 스승상 대상(홍조근정훈장)을 받는 김 교사는 20년 간 명진학교에서 중도·중복 시각장애 학생을 가르쳤다. 중도 시각장애인은 장애정도가 중증인 상태를 말하고, 중복 시각장애인은 눈이 안 보이는 동시에 다운증후군·뇌병변 등 다른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을 이른다. 신체적인 부분뿐 아니라 심리적 보살핌이 절실한 학생들이다. 김 교사는 학생들을 미술관으로, 도서관으로 이끌어내며 적극적으로 이들이 사회와 소통할 수 있게 유도했다. 겨울방학이 되면 이 학교 학생 10여명은 김 교사와 함께 기차나 전철을 타고 서울까지 이동해 용산구 이태원 삼성리움미술관이나 여의도 국회도서관을 찾았다.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고 점자책·오디오북으로 도서관을 만들고, 강당에서 학생들과 영화관을 보다보니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문화 욕구가 커졌고 내친김에 미술관을 찾게 됐다고 귀띔했다. 김 교사는 “미국에 가지 않아도 미국에 대해 배우고 미국 여행을 좋아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들도 그림을 감상하고 좋아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올해 2회째인 대한민국 스승상 수상자로는 김 교사와 함께 ▲유아부 배미양 충남 성남초병설유치원 교사 ▲초등부 한상준 인천 연평초 교사, 이선녀 강원 반곡초 교사, 이완국 제주 애월초더럭분교장 교사 ▲중등부 김효상 부산 대광발명과학고 교사, 김상기 전북 삼례공고 교사, 이한복 충남 당진중대호지분교장 교감, 이영욱 경남 웅상고 교사 ▲대학부 이성범 서울 가톨릭대 교수 등 10명이 선정됐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7개월째 엔저에 中 성장둔화 ‘새 복병’… 韓, 출구가 안 보인다

    7개월째 엔저에 中 성장둔화 ‘새 복병’… 韓, 출구가 안 보인다

    일본의 초강력 ‘엔저(円低) 공습’으로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중국의 성장 둔화가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한층 더 끌어내릴 복병으로 등장했다. 일본의 상승세와 중국의 하락세가 양쪽에서 동시에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주며 ‘한·중·일 경제 삼국지’를 새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4년 7개월 만에 엔 환율이 달러당 102엔을 넘어서는 등 선진국이 용인한 엔저는 거스르기 어려운 대세로 굳어져 가고 있다. 중국의 성장 둔화도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올해 중국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면서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평균 8.0%에서 7.8%로 하향조정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5일 보도하기도 했다. 7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일본의 엔저 정책은 우리 경제 곳곳에 생채기를 내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지난해 9월 자산매입 기금을 10조엔 증액하는 추가 금융완화 조치를 내놓으며 엔저 공세를 시작했다. 산업통계 제공 회사인 CEIC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 1분기까지 일본 기업의 달러 표시 수출품 단가는 평균 5.0% 인하된 것으로 집계했다. 품목별로 철강(1차) -10.6%, 화학 -9.8%, 섬유 -9.2%, 전기·전자제품 -8.2%, 일반기계·자동차 -3.0% 등의 단가 인하가 이뤄졌다. 올 들어 달러 강세로 한국 수출품의 달러 표시 단가도 하락했지만 5개월간 인하율은 고작 0.5%에 불과했다. 결국 세계시장에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일본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한 셈이다. 원·엔 환율이 1% 떨어지면 한국의 연간 수출액이 0.18%씩 감소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중·일 3국의 경제관계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샌드위치론’이 지금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2007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일본은 달아나고 중국은 쫓아와 한국이 이들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라고 말하며 위기의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던 이 회장이 지난해 초에는 “일본은 힘 빠지고 중국은 멀었다”며 샌드위치론의 폐기를 선언했다. 일본의 장기불황과 지식·소프트웨어 산업을 통한 대중국 기술우위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전자업계를 중심으로 또다시 ‘샌드위치론’이 부각되고 있다. 일본 가전업체들이 엔저를 등에 업고 반격에 나선 데다 중국 업체들도 기술력을 키워 추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과 중국의 경제 기조에 따라 한국의 성장률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다시 제기되는 이유는 샌드위치 이론으로 설명하기엔 복잡해진 3국의 경제 연관성 때문이다. 일본 엔저가 한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듯 중국의 성장 둔화도 국내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한국으로서는 ‘설상가상’인 셈이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는 1992년 3.5%에서 2011년 24.1%로 증가했다.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품목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가공돼 다시 수출되고 있다. 한국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실적은 중국이 선진국으로 수출하는 실적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이런 경향은 증시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한국 증시는 세계 증시 흐름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주요 국가 대부분이 상승했지만 코스피만 하락한 ‘디커플링’ 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상하이 증시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조윤남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유럽·일본 증시와 다르게 한국 증시가 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과는 닮은꼴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의 성장 둔화 조짐은 심상치 않다. 지난달 중국의 고정투자 전년비 누적 증가율은 20.6%로 3월(20.9%)보다 0.3% 포인트 하락했다. 지난달까지 누적 산업생산 증가율도 9.4%로 3월(9.5%)보다 0.1% 포인트 하락했다. 김유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수요 부족으로 중국의 수출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한국의 대중 수출 실적도 덩달아 악화됐다”고 우려했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중·일 분업 관계가 최근 급격하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경제에 불리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만큼 적절한 대응 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엔저 가속화 파장] 엔저 틈탄 ‘엔화자금 유입’ 시작됐나

    일본의 낮은 금리와 엔저(円低)로 고금리 국가에 엔화 자금을 투자해 금리 차익과 환 차익을 얻으려는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 확산 우려가 번지고 있다. 특정 국가에 서서히 유입됐다가 일시에 빠져나가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해당 국가의 금융시장을 교란시키고 각국의 환율 변동성을 키우는 위험 요인으로 여겨져 왔다. 최근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엔을 넘으며 엔저가 빠르게 진행돼 국내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 엔화 자금이 유입됐는지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특히 엔화자금 이동 추이를 놓고 일본 재무성과 우리 금융당국의 자료에서 일치하지 않는 대목이 발견됐다. 13일 일본 재무성은 일본 투자자들이 지난 2월과 3월 한국 시장에서 주식·채권을 순매수, 282억엔(약 3082억원)이 한국에 유입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7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2월과 3월 일본 투자자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470억원을 순매도하고 채권 시장에서 280억원을 순매수했다. 증권(주식+채권)시장을 통해 국내에 유입되기보다 빠져나간 돈이 더 많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통계만 봐서는 엔·캐리 트레이드 유입이 시작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외국인직접투자(FDI)도 올 들어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분기 FDI가 지난해 1분기보다 44.7% 증가했지만, 일본에서의 FDI는 34.9% 감소했다”면서 “지난해 일본측 투자가 45억 달러로 전년보다 98% 급증한 데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과거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할 때에도 일본계 자금은 선진국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국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고 일본과 한국의 신용등급이 비슷해져 과거보다 엔화 자금 유입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엔저 가속화 파장] 국제적 용인·서구 경기회복 기대가 ‘엔저’ 부추긴다

    [엔저 가속화 파장] 국제적 용인·서구 경기회복 기대가 ‘엔저’ 부추긴다

    지난 9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달러당 100엔이 뚫린 뒤 엔·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다. 13일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02엔을 돌파하기도 했다. 102엔을 넘기는 2008년 10월 21일 이후 4년 7개월 만이다. 심리적 저항선인 100엔이 뚫리면서 엔화가치 하락(엔저)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아베 신조 정권이 출범하면서 엔저를 주요 내용으로 한 ‘아베노믹스’를 발표했지만, 올해 2분기 달러당 100엔이 실현될 거라고 본 투자은행(IB)는 없었다. 실제 미국 다우존스사가 지난해 말 세계 주요 외환거래 은행 15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2분기 달러당 100엔 전망은 없었다. 모건스탠리가 달러당 100엔을 예상했지만, 연말까지 서서히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었다. 예상보다 빠른 엔저의 이유에는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 정책이란 일본 내부적 요인뿐 아니라 글로벌 투자환경이 엔저에 맞게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우선 외교적 측면에서 엔저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지난 주말 영국 에일즈베리에서 폐막한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담 합의문은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엔저에 대한 지적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외교무대에서 엔저가 용인되면서 지난달 G20 회담을 전후해 엔·달러환율은 달러당 99엔을 넘어섰고, G7 회담 이후에는 100엔을 넘어 질주했다. 두 번째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2001~2006년 엔저 정책을 편 결과 국내총생산(GDP)이 늘고,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일본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수가 늘어나는 등 최근과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었다”면서 “하지만 2007년 미국발 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와 유럽발 재정위기로 일본은 장기불황에서 벗어나겠다는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원유값이 안정세를 보이는 것도 엔저를 돕고 있다. 박승영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을 활용하지 못하는 일본은 에너지를 전량 수입해야 하는 상태인데, 엔저로 인해 에너지 수입비용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셰일가스 개발, 미국 원유재고 증가 등의 이유로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보여 일본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지난해 2~4월 배럴당 100달러가 넘던 서부텍사스중질유는 최근 80~90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행복한 100세를 위하여] 日 달군 ‘보이지 않는 가족’ 韓 고령화 문제 극복 힌트

    [행복한 100세를 위하여] 日 달군 ‘보이지 않는 가족’ 韓 고령화 문제 극복 힌트

    2010년 일본 NHK방송은 혼자 살다가 혼자 죽는다는 내용의 ‘무연(無緣) 사회’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방송은 큰 반향을 일으켰고 ‘무연 사회’는 신조어로 자리 잡았다. 죽은 지 한참 뒤에 발견되는 ‘고독사’란 단어도 이때 생겼다. 3년이 지난 지금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일본에서는 여전히 노인들이 홀로 또는 부부끼리 둘이 살지만 고독사 문제는 다소 나아졌다. 자녀 세대가 근처에 살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보이지 않는 가족’(Invisible family)이란 트렌드가 새로 생겨난 덕분이다. 함께 살지 않으니 서로 간섭받지 않으면서도 고령의 부모가 아플 때 자녀 세대가 돌봐 주고, 손자손녀를 봐 줘야 할 때는 부모 세대가 도움을 준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12일 ‘10대 키워드로 보는 초고령사회 일본’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일본의 키워드를 읽으면 미래의 대처법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보고서를 쓴 류재광 연구원은 “예컨대 ‘보이지 않는 가족’의 증가로 시니어 세대가 7~8인승 차량을 구입해 손주들과 여행을 가는 등 관련 소비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유니버설 디자인’과 ‘비영리단체’(NPO·Non Profit Organization), ‘노년학’의 발달에도 주목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몸이 불편한 노인이 편하게 거동할 수 있도록 보도블록 턱을 없애는 등 건물부터 사회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디자인을 바꾼 것을 뜻한다. 일본 노인들은 NPO에도 적극 참여해 봉사와 여가 활동을 즐긴다. 60대 이상 종사자가 있는 시민단체가 전체의 55.7%나 될 정도다. 무연 사회에 갇혔던 일본 노인들이 다시 사회로 나오게 된 배경에는 건강과 재력의 뒷받침이 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07년 기준으로 간병 없이 혼자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인 ‘건강수명’을 국제 비교한 결과 일본이 76세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는 스위스(75세), 독일(73세), 영국(72세) 등이 이었다. 우리나라는 71세로 일본보다 5년이나 뒤처진다. 건강수명에 맞춰 일본에서는 65~74세 노인과 75세 노인을 분리해 ‘접근’하는 것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75세 이상을 ‘후기 고령자’로 부르며 이들에게 맞는 맞춤형 간병·부양·보호 정책을 편다. 건강한 노인이 아픈 노인을 돌보는 ‘노()-노() 케어’가 발달한 것도 일본만의 특징이다. 올 4월부터는 정년도 65세로 연장됐다. 류 연구원은 “우리보다 20여년 앞서 고령사회를 맞은 일본은 꾸준한 처방을 통해 진화한 초고령사회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길게 내다보고 연금을 재정비하는 등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행복한 100세를 위하여] 활기찬 노년을 꿈꾸다 ② 은퇴 크레바스를 넘어라

    [행복한 100세를 위하여] 활기찬 노년을 꿈꾸다 ② 은퇴 크레바스를 넘어라

    #1 “두 달 전 2명, 3주 전 7명, 이번 주엔 9명…” 서울 강남의 한 요가 교실 결석자 수다. 매주 토요일 오전 수업인데 갈수록 결석이 늘고 있다. “주말 아침 남편과 싸우느니 운동하러 나오겠다”며 의지를 불태우던 ‘열혈’ 주부들이 발길을 옮겨간 곳은 예식장이다. 경험 삼아 주방 보조를 해 본 2명의 입소문을 듣고 몇몇이 주말 예식장 아르바이트에 따라 나섰다. 평소 밥을 먹을 때도 서로 돈을 내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티가 전혀 없던 주부들인지라 젊은 요가 강사는 이해가 안 됐다. 그런 강사를 주부들은 오히려 이해하지 못하겠단다. “남편이 은퇴한 뒤에도 카드 결제날짜는 그대로인데 월급날 아무 것도 안 들어오는 게 얼마나 무서운 줄 알아? 우리라도 벌지 않으면 큰 일 날 것 같단 말이야.” #2 금융회사에 다니는 올해 48세의 A 부장. 대학 졸업반 딸은 대학원 진학을 선언하더니 이제 영국 유학을 보내달란다. 누나와 3살 터울인 아들은 약학전문대학원을 가겠단다. 은퇴 전까지 아들 학비 4년만 더 뒷바라지하면 조금씩 저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계획이 흔들렸다. 그렇다고 딸 유학조차 못보내는 아버지가 되고 싶지는 않다. 몇 해 전 ‘로또 광풍’에도 둔감했던 그였지만 퇴근 길에 연금복권 한 장을 샀다. #3 올 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고령화와 고용정책’ 보고서에서 2011년 기준 한국의 실질 은퇴연령이 71.4세, 여성 69.9세라고 발표했다. 조사대상국 가운데 멕시코(남성 71.5세, 여성 70.1세) 다음으로 가장 높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1%나 되는 ‘초고령사회’ 일본(남성 69.4세, 여성 66.7세)보다도 높다. 역으로 서울시복지재단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평균 연령은 52.6세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축에 속했다. 바꿔 말하면 제대로 된 일자리에서는 일찍 밀려나고 생계 등을 위해 일흔이 넘어서까지 일을 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왜 퇴직하고서도 20년 가까이 여러 돈벌이를 전전하는 것일까. 박지숭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퇴직 시점부터 연금을 받기까지의 ‘크레바스(틈새) 기간’이 7~8년이나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이나 유럽은 1~2년에 불과하다. 박 연구원은 “ 공적연금을 받기까지의 크레바스 기간이 다른 나라에 비해 길고 가혹하기 때문에 고령자들이 생계형 일자리로 내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7~8년의 은퇴 크레바스 기간이 전체 노후 생활의 질을 좌우한다고 입을 모은다. 당장 급하다고 은퇴자금을 ‘까먹으면’ 이를 불려 얻을 수익이 없어지거나 줄어들기 때문이다. 남성의 경우 71.4세가 되어서야 생계를 위한 돈벌이에 마침표를 찍는다는 통계현실은 ‘크레바스 기간의 자산 지키기 및 불리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는 주택연금, 농지연금, 다리를 놓는다는 뜻의 가교(架橋)연금 등이 있다. 특히 주택연금과 농지연금은 부동산 자산을 많이 보유한 베이비붐(1955~1963년) 세대에 적합한 투자상품으로 분류된다. 올해 초 출시된 가교연금은 연금을 지급받는 시기와 액수를 조절, 소득이 적을 때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새롬 우리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영국의 퇴직연금 제도는 55세 이후부터 받을 수 있고 75세 이후부터는 의무적으로 인출하도록 돼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소득 공백기 동안 연금을 받으면서 동시에 자산 증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층 구조’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지만 720만명에 이르는 베이비부머의 은퇴 준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다. 그러다보니 50대 자영업자 수가 전체 자영업자의 3분의1을 차지하고 50대 여성 고용률(57.0%)이 20대 여성(56.5%)을 앞지르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요즘 50~60대의 체력과 건강은 젊은 사람 못지 않은 만큼 퇴직 후 재취업 등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것도 크레바스를 극복할 좋은 대안이지만 문제는 재취업 일자리의 질이 열악하다는 데 있다. 강순희 경기대 대학원 직업학과 교수는 “재취업 시장에서는 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고충이 저학력자보다 크다”면서 “대졸 이상 지식이 필요한 재취업 일자리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용어클릭] ■크레바스(Crevasse) 은퇴 시점부터 공적 연금을 받기까지의 소득 공백기. 우리나라는 통상 55~58세에 정년퇴직하는 반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은 60~61세에 받는다. 원래는 빙하 사이에 깊게 갈라진 틈을 가리킨다.
  • [행복한 100세를 위하여] 노후준비지표 진단 고령자 은행 등 노크

    [행복한 100세를 위하여] 노후준비지표 진단 고령자 은행 등 노크

    모든 준비의 시작은 진단이지만, 퇴직자들은 진단 받기를 꺼린다. 낙제점을 받을 것 같은 막연한 공포 때문이다. 진단이 안 되었으니 은퇴에 대한 걱정은 늘어도 준비는 늘 부족한 악순환의 연속이다. 황원경 KB골든라이프연구센터장은 “베이비부머(50~58세) 200명을 조사한 결과, 은퇴 대응 정보를 미디어에서 구하는 경우가 52%이고 은퇴 교육을 받은 이는 6%에 불과했다”면서 “하지만 미디어는 일반적인 대책을 일러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각자 자신의 처지에 맞는 노후 대비법을 장만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진단’을 마음 먹었다면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활용해 간단히 시작해 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 함께 만든 ‘노후준비지표’를 공단 홈페이지(www.nps.or.kr)나 스마트폰 앱으로 이용할 수 있다. 퇴직자들을 위한 재취업 교육과 일자리 주선 프로그램도 있다. 시니어클럽·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 등은 맞춤형 노인 일자리를 주선하거나 직업교육을 실시한다. ▲몸이 불편한 노인을 노인이 돌보는 ‘노(老)-노(老) 케어’ ▲젊은 시절 경험을 살려 일할 수 있는 ‘고령자 인재은행’ ▲개발도상국에서 전문성을 살려 일할 수 있도록 한 ‘개도국 전문가 파견’ 프로그램 등이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하는 ‘50+ 새일터 적응 지원’ 프로그램과 정부 지원 직업훈련인 ‘내일배움카드’ 등은 퇴직자들의 교육과 훈련에 초점을 맞췄다. ‘인생 후반 리스크’를 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혜령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재취업도 중요하지만 재정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노후 리스크에 걸려들지 않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인생 후반 리스크로 김 연구원은 ▲섣부른 은퇴 창업 ▲금융 사기 ▲중대 질병 ▲황혼 이혼 ▲성인자녀 부양 등을 꼽았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韓銀 7개월 만에 전격 금리 인하] “추경·금리인하 ‘시너지 효과’… 경기회복 기대”

    [韓銀 7개월 만에 전격 금리 인하] “추경·금리인하 ‘시너지 효과’… 경기회복 기대”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깜짝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정부는 쌍수를 들고 반겼다. 금통위 회의 직전까지도 동결 가능성이 높았던 탓에 정부는 인하 소식이 전해지자 가슴을 쓸어내렸다. 시장은 추가 금리 인하 여부를 놓고 공방이 치열하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 인하가 투자 등의 효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연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를 내리는 것 자체보다 앞으로 효과를 어떻게 낼지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금리 인하 효과가 기업에 잘 전달되는 매개체 역할이 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도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한은이)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 소식이 전해지자 코스피 시장에서 닷새 연속 주식을 팔아치우던 외국인은 매수 기조로 전환, 1350억원대 주식을 순매수했다. 덕분에 지수는 1979.45까지 오르며 1980선 회복을 넘보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전일 대비 0.02% 포인트 하락한 연 2.84%를 기록했다. 다만 3년물 금리는 전날과 동일한 2.55%에 머물렀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3년물 금리는 이미 기준금리 인하 기대분이 반영돼 있어 추가로 떨어지지 않았다”면서 “유럽중앙은행(ECB)과 호주 중앙은행 등이 추가 금리 인하를 감행할 여지가 충분한 만큼 시장은 하반기에 추가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지만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리 인하가 추경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정부와 보조를 맞춰나갈 가능성이 크다”며 “오는 7∼8월 중 추가로 금리가 인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도 하반기로 갈수록 상승세를 보일 것이기 때문에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경제 블로그] “살얼음판 장세 ‘류현진처럼’ 투자하라”

    “류현진처럼 투자하라.”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원이 9일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에서 활약 중인 류현진에 빗대 최근 국내 증시 대처법을 설명했다. 올해 1~4월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5조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건설·조선·해운업을 중심으로 주요 기업 실적도 부진하다. 이런 틈새에서 외국인과 기관에 치이는 개미 투자자들에게 건네는 조언이다. 그는 투수가 아닌 ‘타자 류현진’에 주목했다. 한국 프로야구와 달리 지명타자 제도가 없어 투수도 타석에 서야 하는 내셔널리그에서 류현진은 지금까지 2할대 타율을 터트렸다. 이 연구원은 “타석에 들어선 류현진은 끝이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변화구는 철저하게 기다리고, 직선으로 날아오는 직구에만 포인트를 집중했다”고 분석했다.이어 “정보와 경험이 부족한 개미 투자자라면 화학·철강·조선·건설 등 크게 떨어진 주식이 반등할 가능성에 베팅하기보다는 실적이 좋은 정보통신(IT) 대표주와 소비재 업종을 중심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설·조선업종 등은 글로벌 환율 전쟁, 외국인 매도 심리, 중국과의 경쟁 환경 등 변수가 많아 아직 공 끝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개인들은 투자를 자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연구원은 “야구와 주식은 비슷한 점이 많다”면서 “우리 팀이 10대2 정도로 대승을 거두고 있다면 직구든 변화구이든 큰 스윙을 할 수 있지만, 한 점 차 아슬아슬한 승부 중이라면 공 하나하나에 신중해야 한다”며 지금의 증시가 ‘살얼음판 장세’임을 환기시켰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경제 블로그] “증시 살얼음판 장세 ‘류현진처럼’ 투자하라”

    “류현진처럼 투자하라.”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원이 9일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에서 활약 중인 류현진에 빗대 최근 국내 증시 대처법을 설명했다. 올해 1~4월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5조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건설·조선·해운업을 중심으로 주요 기업 실적도 부진하다. 이런 틈새에서 외국인과 기관에 치이는 개미 투자자들에게 건네는 조언이다. 그는 투수가 아닌 ‘타자 류현진’에 주목했다. 한국 프로야구와 달리 지명타자 제도가 없어 투수도 타석에 서야 하는 내셔널리그에서 류현진은 지금까지 2할대 타율을 터트렸다. 이 연구원은 “타석에 들어선 류현진은 끝이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변화구는 철저하게 기다리고, 직선으로 날아오는 직구에만 포인트를 집중했다”고 분석했다.이어 “정보와 경험이 부족한 개미 투자자라면 화학·철강·조선·건설 등 크게 떨어진 주식이 반등할 가능성에 베팅하기보다는 실적이 좋은 정보통신(IT) 대표주와 소비재 업종을 중심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설·조선업종 등은 글로벌 환율 전쟁, 외국인 매도 심리, 중국과의 경쟁 환경 등 변수가 많아 아직 공 끝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개인들은 투자를 자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연구원은 “야구와 주식은 비슷한 점이 많다”면서 “우리 팀이 10대2 정도로 대승을 거두고 있다면 직구든 변화구이든 큰 스윙을 할 수 있지만, 한 점 차 아슬아슬한 승부 중이라면 공 하나하나에 신중해야 한다”며 지금의 증시가 ‘살얼음판 장세’임을 환기시켰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연초대비 3.67%↓… 외국인 53억달러 순매도

    연초대비 3.67%↓… 외국인 53억달러 순매도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세계 주요 증시는 활황인데 국내 증시는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8일 연초 대비 36.41%나 올랐다.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7일(현지시간)까지 14.90% 올랐다. 하지만 코스피지수는 지금까지 3.67% 떨어졌다. 국제 증시 활황에도 8일 2.10포인트(0.11%) 올라 1956.45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결정적인 이유는 외국인이다. 올 들어 4월까지 외국인은 일본 증시에서 675억 달러어치 주식을 순매수(산 주식이 판 주식보다 많은 것)했다. 반면 우리나라 증시에서는 53억 달러를 순매도했다. 한국을 뺀 신흥 아시아국가(타이완·인도·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에서 136억 달러를 순매수한 점을 감안하면 유독 한국 주식만 팔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으로 불거진 대북리스크 ▲새 정부 출범 지연으로 인한 1분기 경제정책 공백 ▲한국은행과 시장의 소통부재 등 증시에 불리한 상황이 이어져 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엔저(円低)와 지난달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양적완화 유지 방침은 우리 증시에 큰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조성준 NH농협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자금이 양적완화 정책을 펴는 나라로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엔저는 증시에 장기 악재가 될 수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역대 한국 기업의 이익 규모가 비약적으로 향상된 시기가 외환위기 직후와 2005~2007년 중국 고성장 국면, 2009~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등 3차례 있었다”면서 “두 번째 시기를 빼면 고환율 덕분에 기업 이익이 급증했고, 국내 증시의 저평가도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엔고 시절 국내 증시는 일본 증시보다 선방했다. 우리가 고환율 정책을 폈던 2008~2009년 2년간 코스피 하락폭은 -11.30%다. 일본 닛케이225 하락폭인 -31.1%보다 덜했다.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변동성으로 환 리스크가 커지는 것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진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혔다. 원래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주가 상승분에 더해 환차익까지 거둘 수 있어 ‘원화 강세=증시 상승’이 나타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엔화 약세가 겹친 데다 외환변동성이 커지자 외국인들이 환 리스크 증가를 우려, 국내 증시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과장은 “북한 리스크가 다소 완화됐지만 지정학적 특성상 완전히 해소될 수 없다는 점은 외환시장의 여전한 불안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美 경기 성장? 둔화?… 경제지표 엇갈려

    美 경기 성장? 둔화?… 경제지표 엇갈려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를 바꿔 쓰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섣불리 낙관론을 펴지 못하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고용지표와 집값은 호조세다. 지난달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은 16만 5000명 늘었다. 시장 예상치(14만명)를 웃돌았다. 이에 따라 지난달 실업률은 7.5%다. 전달보다 0.1% 포인트 떨어져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08년 12월(7.4%) 이후 가장 낮다. 주요 20대 도시의 집값을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 케이스 실러 지수는 지난 2월 1년 전보다 9.3% 상승했다. 2006년 5월(10.1%)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고다. 2007년 하반기부터 얼어붙었던 주택시장에 임대사업자 등 민간 수요가 서서히 형성되는 신호로 풀이됐다. 이에 따라 지난 3일 뉴욕 다우존스는 장중 1만 5000선을 넘어서는 등 사상 최고인 1만 4973.96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표를 뜯어보면 미국의 경기회복을 단언하기에 부족하다고 설명한다. 미국 경제가 장기침체를 겪으면서 기준 자체가 열악해졌기 때문이다. 채현기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신규 고용이 예상보다 늘어나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경제활동참가율이 낮고 장기 실업자가 많은 수준”이라면서 “고용시장의 회복 강도가 강하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실업률 하락이 긍정적이지만, 이는 고용이 늘었다는 신호인 동시에 오랜 불황에 일자리 찾기를 포기한 구직단념자가 늘어난 탓도 있다는 얘기다. 제조업을 비롯한 실물경제지표가 부진한 것도 미국의 경기회복을 점치기 어렵게 한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가 집계하는 서비스업지수는 지난달 53.1로 전달(54.4)보다 떨어졌다. 시장 예상(54.0)은 물론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낮다. 앞서 발표된 제조업지수는 50.7로 올들어 최저다. 1분기 경제성장률도 전기 대비 2.5%(연율 기준)로 시장 기대(3.0%)에 못 미쳤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 3년처럼 연초 회복되다가 봄·여름에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춘곤증세’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국의 대미 수출 등이 빠르게 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소비자들, 대형마트 규제 뒤 전통시장으로 옮겨갔다

    소비자들, 대형마트 규제 뒤 전통시장으로 옮겨갔다

    월 2회 의무휴일제 지정 등 정부의 대형마트 규제 정책이 전통시장 활성화로 이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형마트를 규제해도 전통시장의 매출 부진이 여전하다는 기존 체인스토어협회 연구와 정반대 결과이다. 주하연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2일 ‘대형마트 규제에 의한 소비자 구매행동 연구결과’에서 “서울과 수도권 지역 소비자 패널 687가구를 조사한 결과 규제로 인해 대형마트 식품 구매액이 줄어든 만큼 전통시장 구매액이 늘었다”고 밝혔다. 단, 상권 밀집지역인 전통시장 구매액이 증가했을 뿐 골목에 흩어져 있는 소형 슈퍼마켓에서의 구매는 늘지 않고 오히려 줄었다. 주 교수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오는 9일 경기 수원 농촌진흥청에서 열리는 ‘2013 농식품 소비 트렌드 발표회’에서 상세히 공개할 계획이다. 주 교수는 의무휴일 도입 논란 등으로 인해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가장 높았고, 규제 강도도 가장 셌던 지난해 5~6월 농식품 구입액을 1년 전인 2011년 5~6월과 비교했다. 조사 기간 1년 새 월 평균 대형마트 구입액은 10만 834원에서 8만 2639원으로 1만 8195원(18.04%) 줄었다. 같은 기간 전통시장 구입액은 5만 4726원에서 6만 3759원으로 9033원(16.51%) 늘었다. 유통 대기업이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에서의 구입액은 29.87%, 동네 야채가게·정육점·편의점 등 전문점 구입액은 16.30% 늘었다. 대형마트와 함께 유일하게 구입액이 줄어든 점포는 소형 슈퍼마켓으로 구입액이 19.92% 감소했다. 주 교수는 “대형마트 영업 규제 뒤 전통시장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옮겨갔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면서 “대형마트 업체가 운영하는 SSM이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는 모습도 포착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SSM 확대 정책으로 진정한 골목상권인 소형 슈퍼마켓 구입액이 줄었지만, 전문점 구입액이 늘어난 데 주목해야 한다”면서 “대형마트 영업규제로 인해 유통의 전문화·다양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정규직 전환, 민간기업은 앞서 가는데 공공기관은 ‘뒷짐’ 비판

    정규직 전환, 민간기업은 앞서 가는데 공공기관은 ‘뒷짐’ 비판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일이 있어도 임기 안에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만큼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비정규직 확산은 단순한 고용 불안을 넘어 사회 안정성을 해치고 계층 갈등, 내수 부진 등의 복합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이에 따라 민간 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은 속속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은 상대적으로 ‘만만디’다. ‘민(民)만 몰아세우고 관(官)은 뒷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일 기획재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최근 SK그룹은 5800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사원의 정규직 전환을 밝혔다. 한화그룹도 지난 1월 비정규직 5000명 가운데 2043명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뒤 지난 3월 정규직 전환 작업을 모두 마무리했다. 현대차그룹은 6500명의 사내 하청 근로자 가운데 3500명을 2016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신세계 이마트는 4월 1일자로 상품 진열 도급사원 91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지난 1일에도 의류 전문 판매사원 1675명을 추가로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같은 날 신세계백화점 비정규직 직원 500여명도 정규직이 됐다. 롯데마트 또한 지난 3월 신선·조리 전문 도급사원 1600명을 정규 사원으로 고용했다. 정규직 전환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 증가에 있다. SK그룹의 정규직 전환에는 한 해 약 200억원 안팎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대신, 고용 안정성 향상으로 인해 소속감이 강해지고 생산성이 올라가는 장점도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달 정규직으로 전환한 9100명의 근무 상태를 한 달 동안 분석한 결과 월평균 15%(1500여명)를 웃돌던 퇴직률이 전환 이후 1.7% 수준(160여명)으로 떨어졌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금융권은 이미 2000년대 말부터 정규직화를 서둘러 왔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335명, 올해 1132명의 창구 직원, 전화상담원, 사무지원 등 기간제 근로자를 만 59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창구 직원 69명과 전문계약직 직원 35명 등 모두 104명을 정규직(일반직)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학교 등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은 총 24만 9614명이다. 이 중 중앙부처 등만 따지면 2만 74명이고 지방자치단체에는 4만 9349명의 비정규직이 근무하고 있다. 정부가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은 모두 6만 9423명으로, 공공부문의 27.8%를 차지했다. 파견·용역 노동자는 제외한 규모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8월 기준으로 46개 중앙행정기관의 비정규직 근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기간제, 단시간 등을 포함해 비정규직이 모두 4125명으로 가장 많았다.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가 1849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비정규직 관련 주무 부처인 고용부가 1549명으로 중앙행정기관 중 세 번째로 많은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었다. 지방자치단체 가운데서는 서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1577명의 비정규직이 근무하고 있다. 경남과 강원이 각각 505명으로 뒤를 이었고 경기(502명), 부산(487명), 경북(446명) 순이다.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똑같은 비정규직이 아니다. 기간제냐, 시간제냐에 따라 달라지고 1년 이상 근속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처우가 달라진다. 전체 공공부문 기간제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171만원인 반면 시간제 근로자는 평균 81만원이다. 1년 이상 근속한 경우 상여금과 복지포인트도 발생한다. 예컨대 지식경제부를 보면 기간제 근로자는 135만원의 평균 임금을 받지만 시간제 근로자는 67만원을 받는다. 또 전체 비정규직 4125명 중 2577명만 상여금을 받았다. 1년 이상 근속하는 비율이 60%를 약간 웃도는 수준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지방정부는 사정이 더 열악하다. 17개 광역단체 중 광주, 대전, 경기, 강원, 전북, 제주를 제외한 11개 시·도는 아예 상여금 혜택을 받은 비정규직이 한 명도 없을 정도로 근속 기간이 짧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공공기관 중에서는 한국전력이 전체 직원 1만 9350명 중 279명을 계약직으로 쓰고 있다. 2007년 461명을 정규직화했지만 대체근로자 등이 남아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2007년에 206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전체 직원 6520명 중 비정규직은 338명이다. 코레일은 2007년부터 188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본사 직원은 모두 정규직이다. 하지만 코레일테크 등 6개 계열사에 2000여명의 비정규직이 근무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600여명의 비정규직을 2009년부터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현재 비정규직으로 남아 있는 300여명에 대해서도 상시 근무 필요 인력으로 판단되면 정규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법률상 정규직으로 분류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우선 전환한 뒤 정원에 포함되는 정규직은 단계적으로 늘려 갈 방침이다. 일부 지자체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시도하고 있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이 지난해 공약대로 비정규직 직원 6231명을 단계적으로 정규직,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뒤 정규직 전환 절차를 밟고 있다. 인천시도 2015년까지 비정규직 1131명을 정규직으로 돌린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노사 간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규직 전환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금재호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공기관은 기존 정규직에 대한 고용 보호와 임금 수준이 너무 높은 만큼 정규직 근로자가 기득권을 나누지 않으면 비정규직이 양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정규직 노조도 임금 등을 양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정규직과 더불어 확대되고 있는 파견·용역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정부가 큰 틀에서 제시하는 등 정규직 전환의 원칙과 방향을 서둘러 내놔 민간 부문에서의 정규직 전환을 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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