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홍인기
    2025-08-08
    검색기록 지우기
  • 문소영
    2025-08-0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399
  • [단독] ‘노조=파업’ 떠올리는 아이들… 4명 중 3명은 “그래도 노조 필요”

    [단독] ‘노조=파업’ 떠올리는 아이들… 4명 중 3명은 “그래도 노조 필요”

    10대들이 생각하는 노동과 노조“학생은 노동조합이라는 단어 자체를 얘기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사회가 금기시하고 있으니까요.” 서울의 한 특성화고에 다니는 박모(17)양은 23일 서울신문과의 심층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뭔가 불온하고 과격할 것 같은 조직. 노조 하면 단박에 떠오르는 인상이 부정적이라 터놓고 얘기하거나 고민하기 부담스럽다는 설명이다. 실제 서울신문이 전국 중·고교생과 학교 밖 청소년 등 57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청소년들은 노조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거나 투쟁적 이미지부터 떠오른다고 답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노조는 노동자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한 것이고 “합법적 파업이라면 불편함을 감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설문 응답자들은 ‘노동조합’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 ‘사람(노동자)’(136회)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노동자가 모여 만드는 모임’이라는 노조의 사전적 의미에 충실한 답변이다. 뒤이어 ‘권리’(48회)라는 긍정적인 뉘앙스의 단어도 보였지만 파업(37회), 시위(33회) 등이 떠오른다는 응답이 많았다. (노조에 대해) ‘모른다’(52회)고 답변한 응답자 비중도 컸다. 직접 만나 인터뷰한 10명의 청소년 중 다수도 “노조에 대해 잘 모르지만 갈등을 유발하고 싸우기만 하는 사람들이라는 어렴풋한 인상이 있다”고 털어놨다. 뉴스 등 미디어에서 자주 보고 들은 내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구동진(17)군은 “뉴스, 책에서 접한 노조에 대한 내용은 대부분 회사와 갈등하다가 파업했다는 얘기”라며 “나중에야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만들어진 게 노조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막연한 이미지와 달리 노조라는 조직 자체의 기능은 긍정적으로 이해했다. ‘노조가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물음에는 긍정 답변(매우 그렇다+그렇다)이 76.5%로 부정 답변(아니다+전혀 아니다·3.9%)보다 월등히 많았다. 또 ‘한국 노조가 노동자 권리신장에 기여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긍정 응답이 42.4%로 부정 응답 11.9%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다만, 절반 가까운 청소년(45.6%)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노조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파업을 바라보는 10대들의 온정적 시선도 확인됐다. 버스·지하철·학교 조리사 등이 파업할 때 “불편을 참을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절반가량(48.8%) 됐다. “이유 없는 파업은 없기에 합법적 파업이라면 사회적 관용이 필요하다”는 속내로 해석된다. 불편을 감내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은 32.5%였고 나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영준(18)군은 “아무래도 택시처럼 시민들의 일상에 피해를 주는 파업에만 관심을 갖게 된다”면서도 “어떤 파업이든 배경을 아는 게 중요하다. 다만 합법적인 선에서 파업하는 게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0대들은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어른들의 ‘갑질’을 경험하며 “학교에서 노동자의 권리 등을 가르쳐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노동인권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90.9%가 긍정 응답했다. 지금까지 노동인권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말한 10대는 61.8%였다. 학생들은 현재 학교에서 배우는 노동 교육이 관념적이어서 어렵다고 생각했다. 김군은 “아르바이트 실제 사례나 문제 해결법을 알려 주는 식으로 실질적인 내용을 가르쳐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업계고에 다니는 박모(17)양은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지만 기억에 남는 내용이 없다”며 “특성화고등학교연합회에서 배운 내용은 눈높이에 맞게 교육을 진행해서 꽤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노동인권 교육을 전면적으로 시행하기는 쉽지 않다. 송태수 한국기술교육대 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 “노동인권 교육이 필요하다고 하면 ‘파업을 가르친다’는 식으로 프레임을 씌운다”며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가르치겠다는 것인데도 노동을 하찮게 여기는 시각과 색깔론까지 더해져 제도권에서 교육하는 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10대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겪는 갑질과 임금 미지급, 부당해고 등 부조리한 행태를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하셨거나 목격한 사례 등이 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주고받기식 정치적 타협” “檢 독점 권한 축소에 기대”

    국회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묶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처리하기로 한 데 대해 검경은 상반된 입장을 내놓았다. 우선 검찰 내부에서는 “아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민의 기본권에 영향을 미치는 형사 사법 체계를 바꾸려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데, 이번 여야 4당 간 합의는 정치적 타협에 의해 ‘주고받기’식으로 결정된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경찰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축소하는 합의 내용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檢 “기소권 전면 허용 또는 불허해야”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23일 “아직 국회에서 법안이 확정되지 않았고, 그동안 검찰이 주장해 온 행정경찰·사법경찰 분리, 실효적 자치경찰제 시행 등은 논의도 안 되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에 대한 증거능력을 제한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도 “영상 녹화도 증거로 인정 못 받는 상황에서 사실 관계를 어떤 식으로 입증해야 되느냐”면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수처 신설에 대해서는 검찰은 크게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지만, 제한적 기소권을 허용한 것을 두고는 말이 많다. 한 검찰 관계자는 “판검사와 경찰 고위직(경무관 이상)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허용한 것은 전례가 없는 입법”이라면서 “기소권을 아예 주지 말거나 전면적으로 허용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 “검경 수사권 조정안 진일보해야” 경찰은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만큼 패스트트랙으로 처리된다면 다행”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수사권 조정에 관한 정부 합의문이 발표된 만큼 지금보다 진일보한 상태로 바뀌어야 한다”고 기대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공수처 설치로 수사권 조정의 동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지만 검찰의 독점적 권한을 깨기 위해선 꼭 필요하다”고 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단독] 미래 노동자 10대 노동을 ‘천시’하다

    [단독] 미래 노동자 10대 노동을 ‘천시’하다

    “노동자 아닌 근로자 되려고 공부”아이들은 다채로운 장래를 꿈꾸지만 큰 틀에서 미래는 결정돼 있다. 산업·고용 지형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면 10명 중 7명은 노동자로 살게 된다. 국내 경제활동인구 2800만명 가운데 노동자(임금근로자) 비율은 72.1%(2019만명)다. 청소년들은 ‘노동’을 어떻게 바라볼까. 서울신문이 10~23일 전국 중·고교생과 학교 밖 청소년 등 570명에게 물었더니 ‘노동=돈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몸 쓰는 고된 일’이라는 인식이 드러났다. 설문조사에서 청소년들에게 ‘노동자’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를 써 달라고 한 뒤 자주 언급된 단어를 분석했다. ‘일하는 사람’(282회), 돈을 받다(36회) 등 가치중립적인 표현을 제외하면 ‘힘들다’(110회), ‘막노동’(14회), ‘공사장’(11회), ‘노가다’(9회) 등의 단어를 많이 떠올렸다. 학교 밖 청소년인 박윤주(18)양은 “노동자는 생계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블루칼라 직군은 노동자로 본 반면 화이트칼라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인식도 강했다. 설문에서 한국표준직업대분류상 20개 직종을 제시하고 ‘노동자로 생각하는 직업을 모두 표기해 달라’고 했더니 건설현장 인부(90.4%), 배관공(78.8%), 마트 계산원(76.3%), 철도 기관사(70.0%) 등이 높은 선택률을 보였다. 반면 기업 임원(31.9%), 프로그래머(41.9%), 의사(45.4%), 교사(48.9%) 등은 노동자로 보지 않았다. 서울의 한 특성화고에 다니는 김모(19)군은 “상대적으로 지위가 높고 조금이라도 편히 돈을 벌면 근로자이고 어렵게 일하면서 적은 돈만 벌면 노동자라고 생각한다”면서 “노동자가 아닌 근로자가 되려고 공부한다”고 말했다. 실제 설문조사 응답자의 80.9%가 “‘노동자’보다 ‘근로자’라는 단어가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답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면 노동자로 보지 않는 것은 사회의 뿌리깊은 노동 천시 인식이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권리는 비교적 잘 알았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는 응답이 90.9%, 올해 최저임금(8350원)을 안다는 응답도 87.7%였다. ‘헌법이 정한 최소한의 노동조건이 지켜진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절반 이상(50.5%)이 부정적으로 답했다. 긍정 답변은 31.6%에 그쳤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10대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겪는 갑질과 임금 미지급, 부당해고 등 부조리한 행태를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하셨거나 목격한 사례 등이 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경찰, “윤지오 스마트워치 불통은 호출 버튼 짧게 눌렀기 때문”

    경찰, “윤지오 스마트워치 불통은 호출 버튼 짧게 눌렀기 때문”

    윤씨,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주장 관련 조사숙소에선 출입자 등 범죄혐의점 발견 안돼‘장자연 리스트’의 목격자인 배우 윤지오(32)씨에게 제공된 비상호출 스마트워치가 불통이 된 이유는 윤씨의 작동법 미숙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윤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스마트워치 불통’에 대한 조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앞서 윤씨는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경찰 측에서 제공한 위치추적장치 겸 비상호출 스마트워치가 작동되지 않아 현재 신고 후 약 9시간 39분이 경과했다”며 “아직도 아무런 연락조차 되지 않는 무책임한 경찰 모습에 깊은 절망과 실망감을 뭐라 말하기조차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벽과 화장실 천장에서 의심스럽고 귀에 거슬리는 기계음이 들렸으며 출입문 잠금장치가 갑자기 고장 나 잠기지 않는 등 의심스러운 상황이 벌어져 오전 5시 55분부터 총 3차례 호출 버튼을 눌렀다고 설명했다. 윤씨의 청원은 하루 만에 청와대 답변 요건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경찰은 당시 윤씨의 숙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새 기기를 지급했다. 이후 윤씨의 숙소에 대한 점검과 스마트워치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를 조사해왔다. 경찰 조사 결과, 윤씨가 처음 2차례 호출 버튼을 누를 때는 호출이 발송되지 않을 정도로 짧게 눌러 상황이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워치는 1.5초 이상 버튼을 눌러야 긴급호출이 발송되고, 112신고가 접수된다. 또 마지막 3번째는 버튼을 정상적으로 눌렀지만, 동시에 전원버튼을 누르면서 112신고가 취소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윤씨가 주장한 벽과 화장실 천장에서 들리는 기계음, 출입문 잠금장치에 대한 점검에서도 출입자 등 범죄 혐의점은 없었다. 경찰은 숙소 복도 등 폐쇄회로(CC)TV 분석, 소음측정, 지문감식 등을 통해 윤씨의 신변기간동안 객실 출입자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전원버튼과 호출버튼을 같이 눌러도 긴급호출이 되도록 기능을 정비하겠다”며 “신변보호 대상자가 편히 일상생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경찰 152명 투입하고도… ‘유착 경찰’ 영장 청구 한 건도 없었다

    경찰 152명 투입하고도… ‘유착 경찰’ 영장 청구 한 건도 없었다

    ‘경찰총장’ 윤 총경 등 현직 8명 입건 아레나 실소유주 운영 추정 ‘아지트’ 미성년 출입 무마 브로커 영장도 기각 불법촬영 연예인 수사 가속도와 대조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에서 시작된 클럽·경찰 유착 수사가 주요 관계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등 고비마다 난관에 부딪히면서 답보 상태다. 가수 정준영(30·구속)의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사건이 집단성폭행(특수강간) 의혹으로까지 커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서울중앙지법은 21일 서울 강남 클럽의 미성년자 출입사건 무마 과정에서 클럽과 경찰 간 유착 고리 역할을 한 브로커 배모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18일 배씨를 긴급체포해 제3자뇌물취득 등 혐의로 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배씨는 2017년 12월 클럽 ‘아지트’에 미성년자가 출입했던 사건을 무마하고자 현직 경찰관 2명에게 각각 수백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이 클럽은 아레나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모(46)씨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석 달여간 진행된 클럽·경찰 유착 의혹으로 입건된 현직 경찰관은 8명이다. 클럽 아지트 사건으로 배씨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2명 외에 승리(29) 등에게 ‘경찰총장’으로 불렸던 윤모(49) 총경, 윤 총경의 부탁으로 수사 진행 상황을 알아봐 준 경찰관 2명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입건됐다. 2016년 정준영의 불법 동영상 사건을 담당했던 성동서 경찰관, 지난해 버닝썬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담당한 강남서 경찰관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됐다. 그러나 구속되거나 영장이 청구된 현직 경찰관이 단 한 명도 없다. 버닝썬과 강남서 유착 의혹과 관련해서는 버닝썬 이모(46) 공동대표가 전직 경찰관 강모(44·구속)씨 측에 전달했다는 2000만원의 행방을 여전히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강남서 경찰관 1명을 강씨에게 시세보다 싼 가격에 중고차를 매입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로 입건했다. 버닝썬 수사에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지능범죄수사대·사이버수사대 등 16개팀 152명이 투입됐고, 이 중 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관은 56명에 달한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단독] “숯불에 화상 입었는데 약 바르고 끝…산재는 얘기도 못 꺼내”

    [단독] “숯불에 화상 입었는데 약 바르고 끝…산재는 얘기도 못 꺼내”

    10대 산재 사고자의 69%가 비정규직 음식·숙박업 몰려… 배달사고 등 잦아 ‘교촌치킨’ 210건으로 사업장별 최다 근로공단 “사장 동의 없이도 산재 처리”“사장이 ‘2만원 줄 테니까 그냥 약 바르라’고 하더라구요.”대구의 한 고깃집에서 일하는 최연우(17·가명)군은 지난달 숯을 옮기던 중 떨어뜨려 팔과 다리에 2도 화상을 입고 손등이 찢어졌다. 당황하고 있으니 사장이 지폐를 줘 동네 약국에서 약을 사 발랐다. 최군은 나중에야 ‘산업재해로 신청하면 보상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전해 들었다. 그는 “산재 처리가 되는 줄 꿈에도 몰랐다”면서 “화상 흉터가 평생 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군처럼 음식점과 공장, 예식장, 미용실 등에서 일하다 다치는 청소년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서울신문이 21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과 함께 최근 3년간 정부에 접수된 산재 신청 승인건을 전부 분석해 보니 매년 1000여명(3년간 3025명)의 청소년(19세 미만)이 노동 현장에서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현실에선 훨씬 많은 10대 노동자들이 다치고도 권리를 모르거나 사장의 만류 탓에 제대로 된 치료·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눈에 띄는 건 ‘위험의 외주화’다. 힘들고 위험한 일을 고용 지위가 불안한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풍경은 10대 노동시장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업무 중 사고로 산재 승인을 받은 19세 미만 노동자를 전수 분석(고용 형태가 미분류된 19건 제외)해 보니 산재 사고자의 68.7%(2078건)가 비정규직으로 나타났다. 뷔페식당에서 일하다 지난해 9월 왼쪽 손에 2도 화상을 입은 김모(17)군이나 지난해 11월 치킨집에서 배달 일을 하다 두개골이 골절된 백모(18)군 모두 비정규직이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음식점이나 술집, 프랜차이즈 업체 일자리는 주로 대학생들이 차지하면서 10대들은 주말 웨딩홀, 전단지 배포 등 일용직이나 배달대행 등 플랫폼노동(스마트폰 앱 등을 매개로 제공하는 노무)을 한다”며 “산재 처리가 불가능한 특수고용 신분이 많다”고 말했다.업종별로는 음식·숙박업이 전체의 60.7%(1836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퀵서비스업(7.2%·218명), 도소매·소비자용품수리업(4.5%·135명), 육상화물취급업(1.8%·53명) 순이었다. 음식·숙박업에서는 10대 노동자들이 주로 조리 과정에서 화상을 입거나 서빙을 하다 뼈가 부러졌다. 음식·숙박업으로 분류된 치킨이나 피자, 중화요리 음식점에서 배달을 하다 사고를 당하는 10대도 많았다. 사업장별로는 배달 중심의 치킨업체가 많았다. 교촌치킨에서 일하다 다친 사례가 210건(프랜차이즈 업장 산재 포함)으로 최다였고 이랜드 외식사업부(72건), 굽네치킨(63건), 네네치킨(52건), BHC치킨(44건), 도미노피자(37건) 순이었다. 단일 사업장으로는 패밀리레스토랑 애슐리 등을 운영하는 이랜드 외식사업부에서 10대 산재가 가장 많았다. 교촌치킨 측은 “배달 건수가 많다 보니 다치는 일도 많은 것 같다”면서 “배달원들은 본사가 아닌 가맹점 소속이지만 산재보험을 들도록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법령을 개정해 5명 미만의 농·임(벌목업 제외)·어업 외 모든 사업에 대해 산재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소규모 개인 공사의 일용노동자나 편의점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노동자도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산재 얘기를 꺼내기 어렵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사장의 동의 없이도 근로복지공단으로 접수하면 산재 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해당 사업장이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면 사업주에게는 납부했어야 하는 보험료의 최대 5배까지 징수액이 부과되고 노동자는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10대 아르바이트 노동자나 현장 연수하는 특성화고 학생 등이 일하다가 겪는 갑질과 임금 미지급, 부당해고 등 부조리한 행태를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하셨거나 목격한 사례 등이 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단독] 10대 ‘티슈 노동자’ 밑바닥 청춘

    [단독] 10대 ‘티슈 노동자’ 밑바닥 청춘

    알바 청소년 절반 임금체불·욕설 등 피해…노동인권 사각지대에10대도 건물주를 꿈꾸는 나라에서 노동의 가치를 말하는 건 민망한 일이 됐다. 아이들은 경험을 통해 노동의 비루함을 배운다. 전국 20만 4000명의 청소년이 아르바이트 등의 형태로 일(만 15세 이상 19세 미만·지난 3월 기준)하고 있지만 일부 업주들에겐 뽑아 쓰고 버리면 그뿐인 만만한 존재다. 10대 스스로 “티슈 같은 인생”이라고 자조하는 이유다. 서울신문은 ‘10대 노동 리포트: 나는 티슈 노동자입니다’ 시리즈를 격일로 연재한다. 공장과 음식점, 거리에서 일하는 10대 노동자가 일상적으로 겪는 노동권 침해를 고발한다. 또 노동에 대한 청소년들의 인식을 살펴보고 노동을 혐오하는 시선을 뛰어넘을 대안도 찾는다. 첫 회에서는 청소년 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의 살벌한 광경을 살펴봤다.매일 2.7명, 한 해 1000여명의 10대 노동자가 일터에서 다친다. 서울신문이 21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과 함께 정부 공식 문서를 분석해 발견한 청소년 노동 현장의 살풍경이다. 분석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2016~2018년)간 업무 중 사고를 당해 산재 승인을 받은 19세 미만 노동자는 3025명이었다. 산재를 당한 10대들의 68.7%는 비정규직이었고, 업종별로는 음식·숙박업(1836명·60.7%)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나마 제도를 알아 공식 보상받은 10대의 수만 이 정도다. 현실에서는 몇 배 많은 청소년들이 일하다 다치고도 제대로 된 보상조차 받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산재 중 21~42%가량이 은폐된다. 온갖 위법 행위와 갑질을 겪은 10대 노동자는 더 흔하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서울교육청의 ‘노동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내 중·고교생의 15.9%는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으며, 알바를 한 적이 있는 청소년의 절반(47.8%)은 노동인권을 침해당했다. 37.1%는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았고, 임금 체불(15.1%),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 지급(12.4%), 초과근무수당 미지급(16.1%), 주휴수당 미지급(13.4%), 손님으로부터 욕설 및 폭언(17.9%) 등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10대들이 가장 많이 일하는 업종은 뷔페·웨딩홀 안내·서빙(46.4%), 음식점·패스트푸드점(41.0%), 전단지 돌리기(24.8%)였다. 편의점, 음식점, 주유소 등이 청소년 노동자의 전통적 일자리였지만 고용난 탓에 이마저도 20대와 중장년 알바생에게 빼앗겼고, 더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의 일터로 밀려났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웨딩홀 뷔페나 배달 대행업체 등에서 10대를 개인사업자 형태로 고용하는 꼼수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을 ‘유령 노동자’로 고용해 보호법령이나 제도를 교묘히 피하려는 것이다. 10대 노동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달갑지 않다. ‘공부해야지 무슨 알바냐’, ‘자리 주는 것만으로 감지덕지해야지’라는 인식은 청년 노동자들을 착취와 위험으로 몰아넣는다. 이원희 노무사는 “10대들이 주로 일하는 소규모(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도 일부만 적용된다”고 말했다. 송하민 청소년유니온 위원장은 “10대들은 ‘근로 계약서 쓰고, 최저임금만 줘도 꿈의 일자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서울신문은 10대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겪는 갑질과 임금 미지급, 부당해고 등 부조리한 행태를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하셨거나 목격한 사례 등이 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최저임금?주휴수당?휴게시간?… 세상에 나쁜 사장님은 많다

    최저임금?주휴수당?휴게시간?… 세상에 나쁜 사장님은 많다

    10대 알바생 5명 관찰기국내 구직시장은 ‘전쟁터’다. 그만큼 살벌하다는 얘기다. 치열한 각축장에서 10대만큼 만만한 존재도 없다. 서울교육청·여성가족부 등의 조사를 보면 10대 청소년 10명 중 2명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이 중 30% 이상은 임금체불, 산업재해, 저임금 등 노동권을 침해받는다. 노동하는 10대가 맞닥뜨린 현실은 정말 시궁창일까. 서울신문은 직접 확인하고자 현재 일하고 있거나 일자리를 구하는 10대 5명과 협업해 이들의 일상을 관찰, 기록했다. 기간은 3월 28일부터 4월 18일까지 3주간이다. 또 노동 전문가 3명에게서 이들이 인지하지 못한 채 겪은 부조리는 없었는지 분석했다. 현실은 어땠을까. 일지 형식으로 재구성했다.#김현우 - 공부 포기했어?… 도돌이표 같은 질문 3월 28일 “왜 여기서 고기를 굽고 있어. 공부는 포기했어?” 반주를 걸친 손님이 도돌이표 같은 질문을 또 던졌다. 처음엔 화가 났지만 이젠 그러려니 한다. 경북 구미에 사는 김현우(18·가명)군은 학교를 마치면 곧장 가게로 향했다. 인문계고에 다니는 현우가 알바를 시작한 건 애견미용학원 비용을 보태기 위해서다. 하교 시간은 오후 6시. 가게까지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 터라 숨 돌릴 틈도 없다. 같은 시간 친구들 대부분은 학원으로 향한다. 가게에 도착해 손님 수대로 반찬을 세팅하고, 쉴 새 없이 그릇을 나르다 보면 퇴근시간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후 6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다.<전문가 조언①> 3월 29일 ‘금요일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현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평소보다 두 배는 많은 손님이 몰리기에 사장님은 웃지만, 알바생에겐 마(魔)의 요일이다. 그래도 이 고깃집 업주는 자애로운 편이다. 금요일엔 현우보다 한 살 어린 알바생을 1명 더 쓴다. 10개 남짓한 테이블을 치우고, 반찬을 담고, 고기 자르는 손놀림이 빨라진다. 다음주 월요일까지 내야 하는 학교 수행평가 따윈 생각할 틈이 없다. 근로계약서도 쓰고, 시급 8350원에 주휴수당까지 꼬박꼬박 챙겨 주는 이만한 알바 자리는 찾기 어렵다.② 주말마다 웨딩홀 뷔페를 다시 전전하긴 싫다. #이기문 - 80군데 연락해 어렵게 구한 주말 알바 3월 31일 광주에 사는 이기문(18·가명)군은 오전 10시 출근해 세숫대야만 한 기름통 3개에 튀김용 기름을 가득 채웠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기문이는 여행 자금을 모을 목적으로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한다. 오전 11시가 되자 팔 토시를 끼고, 얼굴에는 기름이 튈까 봐 알로에크림을 바른 채 기름통에 냉동 돈가스 135개를 넣고 튀겼다. 이곳에 오기 전 기문이는 80군데 넘는 가게에 연락을 돌려야 했다. 어렵게 구한 알바 자리다. 석 달간 정들었던 이곳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매주 토·일요일마다 하루 7시간씩 근무하기로 하고 일을 시작했지만, 손님이 줄면서 지금은 하루 4시간 일한다. #박지연 - 주휴수당 안 주려고 퇴근시간 꼼수 4월 1일 광주의 한 국숫집에서 일하는 박지연(16·가명)양은 월급을 받아들고는 한참을 생각했다. 지난 2주간 일한 시간과 시급을 곱해보니 몇만원이 비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용기 내 “월급을 좀 덜 주신 것 같아요”라고 물었다. 사장은 “수습기간이라 처음 한 달은 시급 8000원이야”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③ 4월 2일 ‘망하지 않을 만큼만 장사가 됐으면 좋겠다.’ 학교를 마치고 오후 6시 가게로 출근한 지연이는 고되게 일하다 이 생각이 들었다. 장사가 잘되든, 안 되든 통장에 꽂히는 최저임금 수준 급여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 식당의 전천후 일꾼이다. 반찬을 내어 가고, 주문받고 나서 그 내역을 포스기에 입력하고, 주방에 알린다. 덮밥 주문이면 밥을 퍼서 주방으로 전달하고, 덮밥 위 재료가 완성된 뒤에는 깨나 김가루 토핑을 뿌려 손님 상으로 가져가는 것도 지연이의 몫이다. 손님이 식사를 마치면 테이블도 치운다. 4월 4일 ‘주휴수당은 받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연이는 “저는 그거 자격이 안 돼요”라고 했다. 지연이는 일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근로계약서를 썼다. 근로계약서에는 퇴근시간이 오후 8시 30분~9시라고 돼 있다. 공식마감이 오후 8시 30분이고 뒷정리를 하면 9시쯤 끝나는데 사장은 지연이를 오후 8시 40분쯤에 보낼 때도 있다. 지연이는 “3시간씩 5일 일하면 주 15시간이 되기 때문에 사장이 일주일 1~2일은 일찍 보내려 한다”고 했다. 10~15분씩 더 일해도 출퇴근카드에 적혀 있는 퇴근시간은 8시 30분이다.④ 4월 5일 지난 주말 돈가스 가게를 그만둔 기문이는 일주일째 알바 사이트를 뒤지고 있다. “저희는 시급 6000원이에요. 그 이상은 못줘요.” 그나마 시급이라도 알려주는 이 편의점은 친절한 편이다. 공고에 ‘시급은 협의’라고 써 놓고는 막상 전화하면 협의가 아니라 통보하는 가게가 적지 않다.⑤ “이번 가게에서는 밥 먹는 시간을 30분 정도는 줬으면 좋겠어요.” 기문이가 내건 다음 알바의 조건에 주변 친구들은 “눈이 너무 높다”고 말했다.⑥ #김원우 - 용역업체 수수료 떼면 최저임금 안돼 4월 7일 김원우(18·가명)군은 지난 주말부터 일주일째 20군데 넘는 가게에 문자를 보냈다. 1년 전 학교를 그만둔 원우는 알바로 월세와 생활비를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웨딩홀 뷔페, 전단지, 택배 상하차 등 웬만한 아르바이트는 모두 섭렵했다. 원우는 “하루 8시간 일할 수 있고, 딱 최저임금만 받으면 된다”고 했다. 원우는 하루짜리 알바라도 하려고 웨딩홀 뷔페 알바 용역업체 사이트에 신청서를 냈다. 4월 9일 전날 밤늦게 용역업체에서 ‘4월 9일 오전 10시까지 OO호텔로 올 것’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오전 10시에 호텔에 도착하니 뷔페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지부터 묻는다. 원우는 “몇 번 일한 적이 있다”고 했고, 곧장 유니폼을 입고 연회장에서 식기와 냅킨을 테이블 위에 놓는 일을 시작했다.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연회장 음식을 서빙하고, 다시 빈 그릇을 수거한다. 길었던 행사가 끝나니 다시 이전의 연회장 모습으로 되돌리는 작업이 시작됐다. 오후 6시 30분. 예정됐던 시간보다 30분이 초과됐지만, 일당은 8시간만 계산된다. 손목이 저리고, 발바닥은 불이 난 듯 화끈거리지만,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알바다. 시급 9000원짜리는 흔치 않다. #최보연 - 주유소 출근 3일간은 한 푼도 못 받아 4월 11일 최보연(17·가명)군이 8개월 넘게 일한 주유소를 그만둔지는 한 달 정도 지났다. 보연이는 일하던 주유소 사장을 노동청에 신고할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보연이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 5시간씩 일했지만,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다. 또 첫 출근날부터 3일간은 아예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교육과 실습이라는 명목에서다.⑦ 4월 12일 보연이는 올해 초 학교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주휴수당 말을 꺼내면 잘릴까 봐 사장에게 당장 말을 하지는 못했다. 받아야 할 것을 받지 못해 아까웠다. 일을 그만두고 최근 주유소 사장에게 문자를 보냈지만, 사장은 “네가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는 답장만 보내고, 연락이 없다. 신고를 하자니 절차가 복잡할까 두렵다. 당연히 근로계약서는 쓰지 않았다. 4월 13일 원우는 운 좋게도 웨딩홀 뷔페 알바를 다시 구했다. 하는 일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예식장 뷔페는 일반 행사 때와 달리 날라야 하는 접시가 압도적으로 많다. 오전 9시 출근해 모두 4번의 예식을 치르고 나면 어느덧 오후 6시다. 400석 규모의 뷔페에서 7명이 일했는데, 이 정도면 알바생을 꽤 많이 쓴 편이다. 일당은 최저임금에 딱 맞춘 6만 6800원. 여기서 용역업체가 2300원(임금의 3.3%)을 수수료로 떼고 원우에게는 6만 4500원이 입금된다. 결과적으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 셈이다. 4월 15일 원우는 여전히 구직 중이다. 몇 군데에서 연락이 왔지만 조건이 맞지 않았다. ‘수습 3개월간 시급의 90%만 지급’, ‘학생은 시급 7500원’ 등 대부분 10대라는 이유로 돈을 적게 주는 경우가 많았다. 원우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근로계약서를 쓰고, 최저임금을 준다. 동네 작은 규모의 가게는 ‘근로계약서’라는 단어조차 꺼낼 수 없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알바 자리는 대학생들의 몫이 된 지 오래다. 그래서 원우는 하루라도 빨리 스무 살이 되고 싶다. 시급은 큰 차이가 없지만, 술집이나 호프집에서도 일할 수 있게 되면 야간에도 일할 수 있고, 알바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4월 18일 지난 3주간 원우는 웨딩홀 뷔페 등 하루짜리 알바만 3번 했다.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자리는 결국 구하지 못했다. 수습기간 한 달이 지난 지연이는 이제 최저임금을 받는다. 기문이는 30곳 넘게 전화를 돌린 끝에 이틀 전 면접을 보고 이날부터 피자집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번 피자집은 최저임금을 준다고 한다. 보연이는 노동청에 사장을 신고했다. 노동청 공무원이 불러서 나갔는데 사장도 나와 있었다고 한다. 보연이는 “사장을 직접 마주해야 해서 당황했다”며 “돈을 일부 돌려받았지만 사장과 분리해 조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우는 평소처럼 일을 한 뒤 업주와 회식을 했다. 현우는 “최저임금도, 근로계약서를 쓰는 것도 지금 사장님이 말해 줘 알게 됐다”면서 “세상에 나쁜 사장님만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어떻게 관찰했나 서울신문은 성인인 기자가 직접 체험할 수 없는 청소년 주요 구직 업종의 노동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기사에 등장하는 10대 5명(고교생 3명·학교 밖 청소년 2명)과 협업했다. 10대 섭외에는 특성화고연합회, 청소년 유니온, 특성화고노동조합, 알바노조,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 하자센터, 즐거운교육상상 등 청소년 단체와 각 지역의 청소년노동인권센터, 교육청,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의 도움을 받았다. 10대 노동자 5명이 매일 업무 전후 전화와 메신저, 페이스북 메시지 등을 통해 전해 주는 업무 일지를 토대로 현실을 파악했다. 정리된 일지를 토대로 노동 전문가 3명(송태수 한국기술교육대 고용노동연수원 교수,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이원희 노무사)에게 위법성 여부 등을 자문받았다. 아직도 노동현장에 있는 10대들에게 불이익이 갈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모두 익명 표기했다. ●제보 부탁드립니다서울신문은 10대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겪는 갑질과 임금 미지급, 부당해고 등 부조리한 행태를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하셨거나 목격한 사례 등이 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단독]배달하다가, 닭 튀기다가 다치는 치킨집 알바들…교촌치킨 산재 1위

    [단독]배달하다가, 닭 튀기다가 다치는 치킨집 알바들…교촌치킨 산재 1위

    서울신문·이정미 의원실 입수, 분석업체 측 “배달 건수 많아 부상 많은 듯”10대들이 많이 일하는 치킨, 피자 매장 등에서 화상, 골절 등 산재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이 21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 분석한 근로복지공단의 2016~2018년 청소년 노동자(19세 미만) 산재 승인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음식·숙박업에서 일하다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10대 노동자는 1836명이었다. 퀵서비스업(218명), 도소매·소비자용품수리업(135명) 등 다른 직군보다 월등히 많은 수치다. 사업장별로 보면 배달 위주로 운영하는 치킨 매장에서 사고가 많았다. 프렌차이즈 업체 중 교촌치킨에서 일하다 다친 사례가 210건(가맹 업장 산재 포함)으로 최다였고 이랜드파크 외식사업부(72건), 굽네치킨(63건), 네네치킨(52건), BHC치킨(44건), 도미노피자(37건) 순으로 많았다. 단일 사업장으로는 패밀리레스토랑 애슐리 등을 운영하는 이랜드파크 외식사업부에서 10대 산재가 가장 많았다. 산재 승인 사례를 보면 배달 중 오토바이가 넘어져 골절당하거나 기름에 닭 등을 튀기다가 화상입는 10대 노동자가 많았다. 경기도에 있는 한 교촌치킨 매장에서 일하던 A군은 지난해 코뼈가 부러져 산재 승인을 받았다. 또 같은해 광주의 한 굽네치킨 매장에서 일했던 B군도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또 이랜드파크 외식사업부 본점에서 일하던 C양은 2017년 오른팔에 2도 화상을 입었고,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던 D군도 2018년 오른팔에 화상을 입어 산재 승인을 받았다. 교촌치킨 측은 “배달 건수가 많다 보니 다치는 일도 많은 것 같다”면서 “배달원들은 본사가 아닌 가맹점 소속이지만 산재보험을 들도록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 일을 하는 10대 라이더들은 “피크타임인 저녁 시간에는 배달이 몰려 서두르다 보면 사고로 이어지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잡은 배달 건수대로 돈을 주는 배달앱들과 계약해 일하는 라이더들이 많다. 한 10대 배달원은 “음식이 식으면 손님이 배상 요구를 할 수 있어서 늘 마음이 급하다”면서 “배달 일감이 늘 일정하지는 않다 보니 주문 콜이 많을 때는 무리하게 잡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콜’은 곧 돈… 19살 지훈이는 오늘도 목숨 걸고 달린다▶일회용으로 쓰고 버린 어른들… 아들은 고작 열여덟이었습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10대 아르바이트 노동자나 현장 연수하는 특성화고 학생 등이 일하다가 겪는 갑질과 임금 미지급, 부당해고 등 부조리한 행태를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하셨거나 목격한 사례 등이 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전직 경찰청장 ‘박근혜 정부 불법사찰 연루’ 혐의로 입건

    전직 경찰청장 ‘박근혜 정부 불법사찰 연루’ 혐의로 입건

    청와대 파견 근무 때 불법 정보수집 관여 혐의정보경찰의 불법사찰·정치관여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전직 경찰청장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 ‘영포빌딩 특별수사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정보경찰의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해 A 전 경찰청장을 입건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전 청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파견 근무를 하면서 경찰의 불법적인 정보 수집과 보고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A 전 청장이 청와대 근무 당시 정보 경찰의 불법적인 활동에 개입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이명박 정부 당시 정보 경찰의 불법사찰 정황이 담긴 보고 문건이 영포빌딩에서 발견되자 특별수사단을 꾸려 수사에 나섰다. 이와 별개로 검찰도 박 전 대통령 시절 경찰청 정보국이 정치인 등을 불법 사찰하거나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하려 한 정황을 포착하고 경찰청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 중이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일반음식점이라더니 클럽 ‘제2몽키뮤지엄’ 적발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29) 등이 운영한 서울 강남의 힙합 바 ‘몽키뮤지엄’과 같은 수법으로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고는 클럽처럼 운영한 업소 13곳이 적발됐다. 경찰청은 2월부터 이달까지 전국의 대형 유흥업소 불법행위를 집중단속한 결과, 267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3명을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에 단속된 업소 65곳 가운데 13곳은 구청에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고 클럽처럼 특수 조명시설과 무대를 설치해 손님들이 춤을 출 수 있게 운영하는 등 변칙 영업을 한 혐의를 받는다. 대전에서 적발된 한 업소의 경우, 월 매출이 1억원이 넘는 곳도 있었다. 유흥주점에 부과되는 세금은 일반음식점의 2배 이상이라 변칙영업을 하는 곳이 적지 않다. 나머지 52곳은 손님들이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신 뒤 같은 건물 또는 인근에 위치한 호텔로 이동해 성매매를 할 수 있도록 알선한 혐의로 적발됐다. 전체 입건자 중 업주가 103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성매매 여성 92명, 종업원 48명, 성매수 남성 23명, 건물주 1명 순으로 입건됐다. 특히 서울경찰청은 이달 초 서울 송파구에서 유흥업소 3곳을 운영하면서 인근 호텔과 연계해 성매매를 알선한 업주 A씨 등 13명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대마초를 압수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 유흥업소 영업부장 B씨가 사물함에 숨겨 둔 대마초를 발견해 B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이 업소 직원 2명도 마약류 검사에서 대마 양성반응이 나와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청은 다음달 24일까지 변칙영업, 성매매 알선 등 유흥업소 운영 전반에 대한 집중단속을 이어 갈 방침이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경사노위 “단협 유효기간 연장… 파업 시 직장 점거 규제”

    경사노위 “단협 유효기간 연장… 파업 시 직장 점거 규제”

    ILO 협약 비준 관련 경영계 요구 수용 ‘쟁의 기간 중 대체근로 금지’ 현행 유지 ‘부당노동행위 처벌 삭제’ 추가 논의 예정 민노총 “탄압 빌미” 경총 “방어권 필요”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공익위원들이 현행 2년인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최대 3년으로 연장하고 파업 시 직장점거 규제를 권고했다. 경영계 요구사안을 수용한 권고안에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재계도 권고안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둘러싼 교착 국면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15일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가 발표한 공익위원 권고안에 따르면 사회 각계각층 인사로 구성된 공익위원 7명은 단체교섭과 쟁의행위 제도 개선을 위해 “단체협약 유효기간의 상한을 3년으로 연장할 것”과 “ILO 기준에 부합하도록 직장점거를 규제할 것”을 제시했다. 박수근 개선위원장은 “ILO 기준으로 검토하면 단협 유효기간이 지나치게 짧고 교섭 비용이 많이 든다. 유효기간 연장이 노사분규 안정에 바람직하다고 봤다”며 “직장점거도 ILO 기준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노동계, 재계 등 당사자들이 참여한 개선위원회에서 합의가 사실상 결렬된 상황에서 나온 공익위원안은 사회적 합의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경사노위 운영위를 거쳐 국회에 제출되면 향후 입법 과정 등에서 참고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공익위원안은 정부와 국회의 ILO 핵심협약 비준과 행정·입법 조치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단협 유효기간 연장과 직장점거 규제는 ILO 핵심협약 비준 논의 과정에서 재계가 줄곧 요구해 왔던 사안이다. 공익위원들은 그러나 파업 시 대체근로 인정과 관련해서는 “쟁의 기간 대체근로 금지는 ILO 기준이나 헌법의 취지를 고려해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소수의견으로 대체고용의 포괄적 금지규정은 삭제하고 파견근로자의 대체고용 금지만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권고안에 명시됐다. 재계의 또 다른 요구사안인 부당노동행위 처벌 조항 삭제에 대해서는 “쟁의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조항 등과 함께 노동관계법에 규정된 전체적인 형사처벌 제도의 정비라는 관점에서 올 7월까지 추가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권고안에는 지난해 11월 공익위원들이 발표한 해고자·실업자 노조 가입 허용, 공무원·교원의 노조 가입 허용, 노조가입 공무원 직급 제한 삭제, 노조 아님 통보제도 삭제 등 단결권 강화에 대한 내용이 그대로 포함됐다. 재계에서는 반대하는 내용들이다. 이번 권고안을 놓고 노동계와 재계 반응은 엇갈렸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단협 유효기간 연장은 사용자에게 노조의 정당한 교섭과 투쟁을 탄압할 빌미를 주는 내용”이라며 “특히 직장점거 규제나 소수의견으로 적시된 쟁의기간 중 대체고용 허용 등은 사용자의 노조 공격권을 대폭 늘려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경총은 “단결권 확대와 관련한 ILO 핵심협약 비준은 생산활동 방어 차원의 대체근로 허용, 부당 노동행위 제도 개선과 반드시 연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황하나 마약 혐의 사건’ 부실 수사 경찰들 대기발령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1)씨의 과거 마약 혐의 사건을 부실 수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경찰관들이 대기발령 됐다. 서울경찰청은 11일 “2015년 종로경찰서에서 황씨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 2명을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는 2015년 11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A씨와 함께 입건됐다. 황씨는 2015년 9월 서울 강남 모처에서 A씨에게 필로폰 0.5g을 건네고 함께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종로서는 황씨를 부르지도 않은 채 2017년 6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는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반면 A씨는 기소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이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유명 기업 창업주 외손녀인 점을 고려해 경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부실수사가 확인돼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수사 과정 등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고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 마약수사대는 12일 황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할 예정이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학계 “독립운동 서훈, 이념 아닌 1945년 광복 기준으로 평가해야”

    학계 “독립운동 서훈, 이념 아닌 1945년 광복 기준으로 평가해야”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올해 우리 사회의 이념 논쟁에 불을 붙인 인물이 있다. 약산 김원봉(1898~1958)이다. 학계에서는 ‘재평가와 복권이 이뤄져야 할 독립운동가 1순위’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수주의자들은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인물을 복권할 수 없다’, ‘김일성도 반일투쟁을 했다는데 그에게도 훈장을 줘야 하느냐’며 극단적 거부 반응을 보인다.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들은 한반도가 분단되기 전 항일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이들을 평가하는 지금 우리는 분단의 결과물인 ‘이념’을 잣대로 들이댄다.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서 늘 배제돼 온 사회주의자들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논쟁거리다.●김원봉, 항일투쟁 업적에도 월북해 논란 “공산당 활동을 하고 월북한 김원봉을 독립유공자로 서훈하겠다고 한다. ‘뼛속까지 빨갱이’였던 이를 서훈하겠다는 이 정부가 원하는 게 무엇이겠나.” 지난달 26일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원봉의 독립유공자 서훈 수여 가능성을 언급하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보인 반응이다. 피 처장은 ‘김원봉을 국가보훈 대상자로 서훈할 것인가’라는 정태옥 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의견을 수렴 중이며 (서훈 수여) 가능성은 있다”고 답했다. 이어 “지금 기준으로는 (서훈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가 (북한과) 평화와 번영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북한 정권에 기여했다고 해서 (서훈 수여를) 검토하지 말라고 하는 부분은 (적절하지 않다). 북한과 6·25전쟁을 치렀지만 그런 부분은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한국당은 피 처장의 발언을 문제삼아 해임결의안을 추진 중이다. 사회주의 독립운동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원봉은 1919년 의열단을 꾸려 조선총독·일본군·친일파 등을 암살하고, 조선총독부와 동양척식주식회사 등 주요 기관에 폭탄을 투척하는 등 무장 항일투쟁의 선봉에 섰다. 영화 ‘암살’, ‘밀정’ 등에서 의열단장으로 등장한 인물이다. 일제는 김원봉을 “재외 반일 조선인의 거두”라고 표현하며 두려워했다. 하지만 이런 업적에도 그는 아직도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해방 뒤 월북 행적 때문이다. 1947년 김원봉은 극우주의자들에게 살해 위협을 받자 남조선노동당 지도자 박헌영(1900~1955)과 함께 북한으로 갔다.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해 국가검열상(검찰총장)에 임명됐고 노동상(노동부 장관)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지냈다. 1958년 숙청될 때까지 북한에서 최고위직으로 활동했다. 사회주의자인 이동휘(1873~1935)와 한위건(1896~1937), 김두봉(1889~?)도 업적에 비해 저평가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분단 특수성 이유 사회주의자 대부분 저평가 한위건은 1919년 3·1운동 당시 서울 파고다공원에서 학생대표로 독립선언문을 낭독한 뒤 중국 상하이로 건너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내무위원과 함경도 의원을 지냈다. 1920년 일본 유학 당시 독립군 자금 모집 사건에 연루돼 검거됐고 이듬해 조선유학생회 주최로 만세 시위 운동을 시도하기도 했다. 1930년 중국 공산당에 입당하면서 독립운동사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2005년 좌파 독립운동가에 대해 재평가가 이뤄져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다. 장규식 중앙대 사학과 교수는 “3·1운동 초기 학생 조직을 만드는 산파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동휘는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참여해 군무총장, 국무총리를 지냈다. 1907년 강화도 전등사에서 의병을 일으키려다 체포됐고, 안창호(1878~1938) 등과 신민회를 조직해 항일운동 전면에 나섰다. 1911년 조선총독부가 신민회를 탄압하기 위해 조작한 ‘105인 사건’으로 감옥살이를 하다가 풀려나 1913년 시베리아·북간도 지역으로 망명했다. 이곳에서 일본군과 싸우기 위한 무관 양성에 앞장섰고 아시아 최초의 사회주의 정당인 한인사회당을 조직했다. 박한용 전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은 “1995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된 이동휘는 독립을 위해 무장 투쟁으로 일제에 맞서야 한다는 신념이 강했다”며 “그의 활동에 비해 우리 교과서에서도 언급이 적다보니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조선어사전 ‘말모이’ 편찬을 진행한 한글학자 김두봉은 1919년 3·1운동에 참여한 뒤 대한민국 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의원을 지냈다. 1940년대 중국 옌안의 조선독립동맹 주석을 맡는 등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광복 이후 북한에서 조선신민당을 조직했고 북한 정권에서 최고인민회 상임위원장과 김일성대 초대 총장을 지냈다. 그는 김원봉과 마찬가지로 1958년 모든 지위를 박탈당하고 중노동을 하다가 1960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옥진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김구나 유관순, 안중근, 윤봉길은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안다. 하지만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들은 대부분 잘 모른다. 분단 상황이라는 특수성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한성 민족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사회주의계열 인물들이 독립운동사에서 큰 역할을 했지만 분단 상황 때문에 제대로 부각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 주의 택한 것은 독립운동 위한 한 방법” 사회주의자들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일제에 맞섰지만 지금도 남한과 북한 모두에서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김원봉과 김두봉은 현행법에선 독립유공자가 될 수 없다. 단순히 사회주의 활동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들은 한반도를 소위 ‘붉은 국가’로 만들고자 치밀한 계획을 갖고 항일투쟁을 한 것일까. 이에 대한 학계의 의견은 대체로 회의적이다. 이들이 사회주의를 택한 것은 조국 독립의 숙원을 이루기 위한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로 보는 것이 정확한 평가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공산주의 운동의 선구자로 불리는 이동휘조차도 “난 공산주의가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인물”이라고 고백했다. 익명을 요구한 역사학자는 “일제 침략 시기에 우리 젊은이들에게는 사회주의 사상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제국주의 폭압에 맞서는 대안 이념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우리 독립운동가 상당수가 사회주의자였던 것에는 이런 사정이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연안파는 6·25전쟁 뒤 김일성이 중심인 빨치산파에 의해 북한 지도부에서 완전히 축출돼 남북한 양측에서 ‘잊힌 존재’가 됐다. 연안파는 중국 옌안 지역을 중심으로 항일투쟁을 하다가 해방 뒤 입북한 조선의용대 출신 세력을 뜻한다. 조선의용대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진영에서 치열하게 조국 광복을 위해 싸웠고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조직이다. 일부는 임정과 손잡고 한국광복군에 참여했고 나머지는 ‘조선의용군’으로 이름을 바꿔 중국 건국에 있어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해방 뒤 남쪽에선 좌파로 몰려 박해당했고, 북쪽에선 김일성 독재에 반대하다가 사라졌다. 우리부터라도 ‘비운의 독립군’으로 불리는 이들의 업적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광복 이전 독립운동 했다면 유공자로 봐야” 역사학계에서는 1948년 이후 남북을 가른 이념이 아니라 1945년 8월 광복 당시 행위를 기준으로 역사적 인물을 평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지난 1월 국가보훈처 자문기구로 활동한 보훈혁신위원회가 “1945년 8월 15일 이전 독립운동을 했다면 독립유공자로 봐야 한다”는 권고도 같은 맥락이다. 임경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후대에 만들어진 이념이라는 기준보다는 역사적 사실 자체에 맞춰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념이나 사상에 관계없이 1945년을 기준으로 독립운동을 한 사람이라면 그에 합당한 제대로 된 평가를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단독]한 번 걸려도, 스무 번 걸려도 7만원…이런 과태료 정당한가요

    [단독]한 번 걸려도, 스무 번 걸려도 7만원…이런 과태료 정당한가요

    과속 등으로 인한 사망자 年 4185명 年 5회 이상 적발된 사람 수만 명 달해 윤창호법 등 위험 운전 경각심도 높아져 “10명 중 6명 과태료 인상·차등 필요”과속, 중앙선침범 등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교통법규 위반 행위에 대해 과태료나 범칙금을 차등 부과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상습적으로 위반했을수록, 소득이 높을수록 더 많은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상습 위반자에게 고액의 과태료·벌칙금을 물리는 안은 전문가와 시민 모두 반기는 것으로 나타나 도입 가능성이 엿보인다. 9일 경찰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실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최근 범칙금 등 인상 타당성을 따져보기 위해 ‘위반자 특성에 따른 교통 범칙금·과태료 차등부과 방안’ 정책연구용역을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연구 보고서를 바탕으로 이번 달 국회 토론회 등 여론을 수렴해 정책 방향을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이 이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시민 다수는 과속 등을 상습적으로 한 난폭운전자에 무거운 과태료나 범칙금을 물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구진이 성인 남녀 105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상습 고위험 교통법규 위반자에 대한 효과적 관리방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복수응답)고 물었더니 669명(63.2%)은 범칙금·과태료의 차등 부과라고 답했다. 또 속도위반 범칙금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62.2%였다. 신호위반과 중앙선 침범 범칙금 인상을 지지한 비율은 73.7%였다. 액수는 지금보다 최대 1만원 정도 올려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신호·지시위반 범칙금(승용차 기준)은 6만원, 과태료는 7만원이고, 속도위반 범칙금은 3만~12만원, 과태료는 4만~13만원이다. 속도위반은 제한속도에 비해 얼마나 더 과속했는지에 따라 부과액이 달라지지만 자주 위반했다고 과태료를 더 물리지는 않는다. 교통법규 위반으로 인한 사망자는 2017년 기준 4185명에 달한다. 전문가들도 차등 부과가 필요하다고 봤다. 연구진과 인터뷰한 교통 전문가 8명 모두 상습위반자에게 가중 부과하는 것을 찬성했다. 소득을 기준으로 과태료를 달리 부과하는 안에는 3분의2가 찬성했고 나머지는 반대했다. 찬성 측은 “현행 수준의 범칙금으로는 고소득자에 대한 처벌 효과가 별로 없다”는 근거를 들었고, 반대 측은 “소득 파악이 어렵고, 위반자의 소득은 낮지만 부모가 고소득자인 경우 기준이 애매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범칙금 차등부과제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에도 추진됐다. 하지만 “부족한 세수를 채우려는 꼼수 아니냐”고 의심하는 여론과 국회를 설득하지 못해 무산됐다. 하지만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윤창호법’이 국민 지지 속에 통과되는 등 난폭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졌기에 차등 부과제 도입 가능성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경찰청 분석에 따르면 최근 5년(2017년 기준) 사이 교통법규를 1번 위반한 운전자의 100명당 인적사고를 낸 횟수는 7회였지만, 10회 위반 운전자 100명당 인적사고 횟수는 15.6회였다. 상습 위반자를 강력하게 통제해야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단독]한번 걸려도, 스무 번 걸려도 7만원…이런 과태료 정당한가요

    [단독]한번 걸려도, 스무 번 걸려도 7만원…이런 과태료 정당한가요

    경찰,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 차등 검토과속 등으로 인한 사망자 연 4185명年 5회 이상 적발된 사람 수만 명 달해윤창호법 등 위험 운전 경각심도 높아져“10명 중 6명 과태료 인상·차등 필요”과속, 중앙선침범 등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교통법규 위반 행위에 대해 과태료나 범칙금을 차등 부과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상습적으로 위반했을수록, 소득이 높을수록 더 많은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상습 위반자에게 고액의 과태료·벌칙금을 물리는 안은 전문가와 시민 모두 반기는 것으로 나타나 도입 가능성이 엿보인다. 9일 경찰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실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최근 범칙금 등 인상 타당성을 따져보기 위해 ‘위반자 특성에 따른 교통 범칙금·과태료 차등부과 방안’ 정책연구용역을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연구 보고서를 바탕으로 이번 달 국회 토론회 등 여론을 수렴해 정책 방향을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이 이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시민 다수는 과속 등을 상습적으로 한 난폭운전자에 무거운 과태료나 범칙금을 물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구진이 성인 남녀 105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상습 고위험 교통법규 위반자에 대한 효과적 관리방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복수응답)고 물었더니 669명(63.2%)은 범칙금·과태료의 차등 부과라고 답했다. 또 속도위반 범칙금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62.2%였다. 신호위반과 중앙선 침범 범칙금 인상을 지지한 비율은 73.7%였다. 액수는 지금보다 최대 1만원 정도 올려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신호·지시위반 범칙금(승용차 기준)은 6만원, 과태료는 7만원이고, 속도위반 범칙금은 3만~12만원, 과태료는 4만~13만원이다. 속도위반은 제한속도에 비해 얼마나 더 과속했는지에 따라 부과액이 달라지지만 자주 위반했다고 과태료를 더 물리지는 않는다. 교통법규 위반으로 인한 사망자는 2017년 기준 4185명에 달한다.전문가들도 차등 부과가 필요하다고 봤다. 연구진과 인터뷰한 교통 전문가 8명 모두 상습위반자에게 가중 부과하는 것을 찬성했다. 소득을 기준으로 과태료를 달리 부과하는 안에는 3분의2가 찬성했고 나머지는 반대했다. 찬성 측은 “현행 수준의 범칙금으로는 고소득자에 대한 처벌 효과가 별로 없다”는 근거를 들었고, 반대 측은 “소득 파악이 어렵고, 위반자의 소득은 낮지만 부모가 고소득자인 경우 기준이 애매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범칙금 차등부과제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에도 추진됐다. 하지만 “부족한 세수를 채우려는 꼼수 아니냐”고 의심하는 여론과 국회를 설득하지 못해 무산됐다. 하지만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윤창호법’이 국민 지지 속에 통과되는 등 난폭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졌기에 차등 부과제 도입 가능성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경찰청 분석에 따르면 최근 5년(2017년 기준) 사이 교통법규를 1번 위반한 운전자의 100명당 인적사고를 낸 횟수는 7회였지만, 10회 위반 운전자 100명당 인적사고 횟수는 15.6회였다. 상습 위반자를 강력하게 통제해야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정부 신속대응·서로 돕는 주민… 조금은 더 안전한 사회가 됐다”

    “정부 신속대응·서로 돕는 주민… 조금은 더 안전한 사회가 됐다”

    “소방차들이 일제히 불이 난 곳으로 달려가는 모습이나 주민들이 서로 도우면서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조금은 더 안전한 사회가 되지 않았나 생각했어요.” 8일 전재영 2·18 안전문화재단 사무국장은 강원 고성·속초·강릉 등 동해안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 대응 과정을 보고 “과거의 사고를 기억해 앞으로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전 사무국장은 2003년 2월 18일 발생한 대구지하철 참사로 아내와 딸을 잃었다. 당시 지적장애인이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가스라이터로 휘발유에 불을 붙였고, 좌석에 불길이 옮겨붙으며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가 난 상황이 전파되지 않아 불이 난 전동차 맞은편 선로로 또 다른 전동차가 진입하면서 불이 옮겨붙었다. 참사로 192명이 목숨을 잃었고 151명이 다쳤다. 대구지하철 참사는 화재 경보 미확인, 적절한 재난방제 조치 미실시 등 미흡한 대처로 인명 피해가 커진 대표적인 인재(人災)로 꼽힌다. 지난 4~6일 강원 동해안 일대를 휩쓴 산불도 인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 강풍으로 초기 진화에 실패했고 주유소와 같은 2차 피해가 일어날 수 있는 시설이 많은 데다 여행객이 모인 리조트, 몸이 불편한 환자들이 모여 있는 병원이 불길의 길목에 있었다. 전 사무국장은 “강원 산불은 강풍이라는 악조건에서도 소방관과 시민들이 현명하게 대응했다”며 “인명 피해가 크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지하철 참사를 언급하며 “아내와 딸의 죽음이 떠올라 가슴 아프지만, 참사를 기억하지 않으면 또다시 같은 사고가 발생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 논리에 밀려 안전은 늘 뒷전이던 과거보다는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오병환 4·16재단 이사는 “대한민국이 세월호 참사 이후에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승무원과 교사들은 학생들을 구조하기 위해 애썼지만 정작 선장은 배를 버리고 도망가기 바빴다. 또 재난대응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없었다고 볼 정도로 정부는 허둥댔다. 오 이사는 “이번 산불에서 공무원들이 빠르게 대응해 시민들을 대피시켰고 화재진압이나 구조 조치도 신속하게 이뤄졌다”며 “사고 상황이든 자연재해 상황이든 생명을 존중하는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 충남연구원 재난안전연구센터장은 “정부 기관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효율적으로 공조하는 모습을 국민들이 확인했으니 안심하고 위로받았을 것”이라며 “아직 성숙한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전처럼 사고나 천재(天災)가 인재로 커지는 형편없는 대응 체계에선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버닝썬 두 달… ‘경찰 유착’ 사라지고 동영상만 남았다

    버닝썬 두 달… ‘경찰 유착’ 사라지고 동영상만 남았다

    유착 증거 못잡아 ‘제 식구 감싸기’ 우려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에서 시작된 각종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두 달 넘게 진행되고 있지만 클럽과 경찰 유착 의혹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드러난 증거가 뚜렷해 연예인들이 줄줄이 소환되고 있는 가수 정준영(30·구속)의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사건과는 대조적이다. 7일 경찰에 따르면 버닝썬 관련 유착 의혹으로 입건된 현직 경찰관 수는 5명이다. 1월 30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사건을 맡았지만 가장 큰 공분을 샀던 경찰 유착은 명확한 증거를 잡지 못했다. 승리(본명 이승현·29)와 유모(34) 유리홀딩스 대표 등이 ‘경찰총장’으로 불렀던 윤모(49) 총경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입건됐다. 윤 총경은 승리와 유리홀딩스 유 대표가 2016년 7월 강남에 차린 술집 ‘몽키뮤지엄’에 대해 식품위생법 위반 신고가 들어오자 수사 진행 상황을 알아봐 준 것으로 확인됐다. 윤 총경의 부탁으로 사건을 알아봐 준 경찰관 2명도 같은 혐의로 입건됐다. 윤 총경은 유 대표로부터 빅뱅 콘서트 티켓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추가 적용됐다. 이들 외에 입건된 경찰관은 2016년 정준영의 불법 동영상 사건을 담당했던 성동서 경찰관 A씨, 지난해 버닝썬 미성년자 출입사건을 담당한 강남서 경찰관 B씨다. 두 사람은 모두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경찰은 사건 처리 과정이 적절치 않다고 보고 이들을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금품이 전달됐다거나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사실은 밝히지 못하고 있다. 버닝썬과 강남서 유착 의혹과 관련해서는 버닝썬 이모(46) 공동대표가 전직 경찰관 강모(44·구속)씨 측에 전달했다는 2000만원의 행방을 여전히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유착 의혹 해소가 지지부진하며 경찰 안팎에서는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과 경찰 수사 역량에 대한 비판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152명이 투입됐지만 그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화마의 상처…보금자리 잃은 동물들

    화마의 상처…보금자리 잃은 동물들

    무너진 축사 앞에서 망연자실한 소들부상당한 강아지들 거리 곳곳에 보여4일과 5일 고성·속초·강릉·동해·인제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최악의 강원 산불은 지역 주민들에게 큰 상처와 피해를 안겼다. 전체 피해 면적은 여의도 면적(290㏊)보다 크고, 축구장(7140㎡)의 735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또 주택 135채, 창고 7채, 비닐하우스 9동, 부속건물 20여동(5일 오후 3시 기준) 등도 불에 탔다. 피해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화마 탓에 보금자리를 잃은 건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서울신문 취재진이 둘러본 화재 현장 곳곳에는 불구덩이 속에 살아남은 소들과 집을 잃고 거리를 헤매는 개 등이 눈에 띄었다. 동물들은 크게 놀란듯 눈망울만 껌뻑거리며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이번 산불의 발화지점이었던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의 한 주택 앞에서 화상을 입은 강아지가 목이 마른듯 바닥에 고인 물로 목을 축이고 있다. ▲ 5일 오전 전날 속초시 장사동의 한 마을에서 만난 강아지는 불길에 발을 그을렸다. 하얀 털은 연기 탓에 곳곳이 검게 변해 있었다.●동물단체 “6일 피해 동물 치료” 동물단체들은 화재 피해를 입은 동물들을 도와야 한다며 나섰다. 동물자유연대는 5일 “강원 지역 산불로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에게도 큰 피해가 발생했다”며 “소셜미디어(SNS) 등에도 화재로 생명을 잃거나 상해를 입은 동물들의 사진이 올라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피해가 컸던 고성군 토성면 이장단과 지방자치단체 보호소와 연락해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농림축산부에 수의사 파견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6일에는 자원봉사자 및 강원도 수의사회 의료진과 현장을 찾아 피해 동물들을 치료할 계획이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모든 생명은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면서 “그런데도 재난 상황에서 동물들은 보호 매뉴얼도 없이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구호 활동을 펼치는 한편 피해 동물 지원프로그램을 개설해 산불로 화상을 입은 동물들의 치료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전날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SNS상에는 “키우던 동물들을 데리고 대피하기 어렵다면 목줄이나 울타리라도 풀어 달라”는 내용의 게시물들이 올라왔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교사 10명 중 9명, 체계적인 노동교육 필요

    교사 10명 중 9명, 체계적인 노동교육 필요

    노동존중사회 실현 위해선 교육에 노동의 목소리 담겨야경사노위 개최 토론회서 전문가들 한 목소리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해선 노동인권 교육이 강화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토론회에서는 교사 10명 중 9명은 최저임금이나 주휴수당 등 노동 관련 사안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5일 오후 경사노위가 주최한 ‘노동존중사회 구현을 촉진하기 위한 노동인권교육 강화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국 17개 시도 326개 학교 교사들을 상대로 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학교에서 노동인권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94.8%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재 노동·인권교육을 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특성화고 교사들만 95.0%가 실시했다고 답했다. 일반고(59.0%), 중학교(46.0%), 초등학교(42.0%)는 관련 교육을 하고 있는 경우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어 노동인권교육을 진행하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표준화돼 있는 교재가 없는 것’(71.5%·중복응답)이 꼽혔다. 설문 결과를 발표한 정 부연구위원은 토론회에서 “간헐적이고 임시적인 교육이 아니라 노동인권을 독립적인 교과목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 하위차원으로의 교육 내용에서도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에 참여한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노동인권교육·지원법을 제정해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노동인권교육검정제’ 도입으로 노동·인권교육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말한 노동인권교육·지원법에는 ▲노동 인권 교육·지원의 기본 개념 ▲고용노동부·지방자치단체·사업주의 노동 인권 교육 책무 ▲전문강사 인력을 유지·운영하는 노동인권센터 구축 ▲사업주의 노동 인권 교육 지원 시스템 구축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국내 노동 인권 교육은 지난해 10월 기준 67개 기관에서 211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교육을 총괄하는 중앙 기구는 없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부족해 지속성과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전명훈 서울시교육청 노동인권전문관은 “노동인권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중앙부처 협의 틀 속에서 지역별 상황에 맞는 민관네트워크 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달용 교육부 중등직업교육정책과장도 “법령 제정, 노동인권교육원 설립 등을 통해 국가 차원의 학교 노동인권 성취기준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토대로 학교는 관련 교과 또는 독립교과에 학생 발달 단계에 따른 성취기준을 편성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사를 통해 “국회에 계류 중인 ‘노동인권교육 활성화 법’과 체계적인 교육지원을 위한 관련 기관(한국고용노동교육원) 설치에 관한 법을 신속히 처리하겠다”며 “노동 교육과 경제 교육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도 “노동인권 교육을 통해 올바르고 균형적인 시각으로 노사관계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