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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회 뒤 천사, 환경미화원 30명을 아십니까

    집회 뒤 천사, 환경미화원 30명을 아십니까

    “그래도 성숙한 시민의식 덕에 길바닥에 쓰레기가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바쁘긴 해도 (집회 초기에 비해) 손이 덜 가는 편이에요.”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및 태극기 집회 현장에서 만난 서울시 365 청결기동대 소속 환경미화원 김모(61)씨는 바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오는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 가운데 이날 광화문광장과 시청광장 등에는 많은 인파가 몰려 자리를 가득 메웠다. 오후 4시에 출근한 30명의 환경미화원들은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오후 7시 30분쯤 청와대 및 헌법재판소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하면서 광화문광장 일대가 비자, 곳곳에 설치한 쓰레기 수거대를 해체하고, 수거대에 걸려있던 마대자루 안의 쓰레기를 정리했다. 환경미화원들이 쓰레기를 쓸어 담기 시작하자 남아 있던 시민들은 들고 있던 쓰레기를 봉투에 모았다. 또 환경미화원들과 함께 쓰레기 수거대의 마대자루를 들어 옮겼다. 환경미화원들이 미처 쓰레기를 쓸어담기 전에 주워 건네는 시민들도 꽤 있었다. 청와대 방면 행진 도중 쓰레기를 줍던 이귀남(58)씨는 “항상 정리하는건 아니고 시간이 날때만 한다”며 쑥스러워 했다. 김씨는 집회가 완전히 끝나고 참석했던 모든 사람들이 돌아가면 곳곳에 분류해 둔 쓰레기봉투를 차에 싣는 작업을 한다고 전했다. 김씨는 “집회 종료시간에 따라 퇴근시간이 달라지지만 요즘에는 보통 10시쯤이면 모든 작업이 끝납니다. 사실 집회 후 깨끗한 광장이 유지되는 건 우리가 청소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민들이 그만큼 쓰레기를 버리지 않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연단선 ‘헌재 불복종’, 시민들 “그래도 헌재 판단 존중해야”

    연단선 ‘헌재 불복종’, 시민들 “그래도 헌재 판단 존중해야”

    오는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 가운데 4일 마지막 세대결이 될 수 있는 촛불집회 및 태극기집회가 서울 광화문 광장 및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오후 6시부터 2시간 가량을 양측이 500m도 안 되는 거리에서 탄핵 찬반을 외쳤고, 간혹 서로를 비난했고, 양측 모두 총력전을 펼치면서 격앙된 분위기도 연출됐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연단에서는 헌재의 결정에 대해 불복하겠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양측 집회에 참석한 많은 이들이 헌재의 판단을 존중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16차 태극기 집회를 주최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은 500만명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또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자체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헌재가 ‘기각’이 아닌 ‘각하’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석한 대통령 변호인단 김평우 변호사는 “탄핵 소추장은 재판할 가치도 없는 쓰레기 종잇장에 불과하니 즉시 찢어서 버려야 하고, 그것을 법적으로 각하라고 한다”며 헌재의 판결에 불복할 뜻을 내비췄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도 “탄핵이 인용된다면, 3·1절에 맹세한 것처럼 순국선열이 태극기에 피를 뿌리며 죽었던 그날처럼 여러분이 주체 세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태극기집회에 참석한 문모(68)씨는 “헌재도 정신이 박혔다면 당연히 기각이나 각하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법과 원칙의 판단이 그렇다면 어느 정도는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모(62)씨는 “탄핵 인용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지만 인용되더라도 인정해야 하지 않겠나. 태극기 집회에 나온 참가자도 전체는 아니어도 상당수가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대한문을 출발해 을지로입구, 명동, 한국은행 로터리 등을 거쳐 다시 대한문까지 행진했고 8시쯤 집회를 마무리했다. 오후 5시 30분부터 열린 제19차 범국민행동 ‘박근혜 없는 3월, 그래야 봄이다!’에서 만난 시민들도 헌재의 결정에 따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모(61)씨는 “탄핵이 될 것 같지만 만약 안 되더라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물론 탄핵이 기각되면 다시 집회에 참석하겠지만 그래도 평화적으로 내 뜻을 펼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집회를 주최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가 끝나고 헌재의 최종 판결만을 남겨놓고 있다”며 “여지없는 탄핵인용과 파면결정이 헌재의 역사적 소명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고 주장했다. 6시쯤 시작된 본집회에서는 시민 자유발언, 촛불소등, 레드카드 퍼포먼스, 탄핵인용을 위한 공동결의문 낭독 등이 있었다. 또 청운동길·효자동길·삼청동길, 삼청동 총리관저, 헌법재판소 등으로 행진했다. 앞서 오후 1시부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대회 등 30여개의 사전행사도 열렸다. 한편, 경찰은 경비병력 199개 중대, 1만 5900명의 병력을 투입하고 차벽으로 양측간 직접 대면을 막았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서울포토] 촛불집회,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추모하는 구명조끼 304벌

    [서울포토] 촛불집회,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추모하는 구명조끼 304벌

    촛불집회가 열린 4일 서울 지하철역 광화문역 5번 출구에 세월호 사고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 304명을 추모하기 위한 구명조끼 304벌이 놓여져 있다. 조끼에는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 싶어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라고 적힌 노란 풍선이 매달려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촛불집회 vs 맞불집회 탄핵 결정 전 마지막 총력전

    촛불집회 vs 맞불집회 탄핵 결정 전 마지막 총력전

    오는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 가운데 4일 마지막 세대결이 될수 있는 촛불집회 및 태극기집회가 서울 광화문 광장 및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오후 2시부터 열린 태극기집회에 이어 오후 6시 촛불집회가 막을 올리면서 본격적으로 총력전이 시작됐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저녁 5시 30분쯤 연세대·고려대 86학번 합창단의 공연을 시작으로 제19차 범국민행동 ‘박근혜 없는 3월, 그래야 봄이다!’를 개최했다. 퇴진행동 측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가 끝나고 헌재의 최종 판결만을 남겨놓고 있다”며 “여지없는 탄핵인용과 파면결정이 헌재의 역사적 소명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시민 신영훈(39)씨는 “탄핵 전 마지막 촛불이 될수도 있다고 해서 나왔다. 물론 탄핵이 인용되서 다같이 광장에 다시 나올 것이라 믿는다”며 “이렇게 무능력하고 나라를 분열시키는 참 나쁜 대통령은 당연히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모(35)씨는 “남편이 매주 촛불집회에 나왔는데 오늘은 13개월 된 아기와 함께 나왔다”며 “보수 측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사회 혼란이 온다던데 우리 시민들은 충분히 성숙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생각을 충분히 민주적으로 표출하고 안정적으로 대선도 치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6시쯤 시작된 본집회에서는 시민 자유발언, 촛불소등, 레드카드 퍼포먼스, 탄핵인용을 위한 공동결의문 낭독 등이 계속됐다. 또 청운동길·효자동길·삼청동길, 삼청동 총리관저, 헌법재판소 등으로 행진한다. 앞서 오후 1시부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대회 등 30여개의 사전행사도 열렸다. 이날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16차 태극기 집회에도 많은 인파(주최측 주장 500만명)가 운집했다. 집회를 주최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자체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헌재가 ‘기각’이 아닌 ‘각하’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최모(72)씨는 “최순실이 잘못한 게 맞지만, 박 대통령과 연관됐는지는 법이 판단하는 것”이라며 “특검도 사주 받았고 종북 좌파이기 때문에 특검의 수사 결과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포에서 왔다는 정모(45)씨는 “세번째 나왔는데 촛불집회는 완전히 통진당 세력”이라며 “촛불로 탄핵되면 정국이 불안해서 누가 대통령 하겠나. 탄핵은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모(68)씨는 “헌재가 기각이나 각하하지 않을 경우 계속 집회에 나와 부당함을 호소해야 한다”며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 입장을 밝혔다. 이날 집회에도 서석구, 김평우 변호사 등 대통령 측 변호인과 자유한국당 조원진·김진태·윤상현·박대출 의원 등이 나왔다. 김 변호사는 “탄핵 소추장은 재판할 가치도 없는 쓰레기 종잇장에 불과하니 즉시 찢어서 버려야 하고, 그것을 법적으로 각하라고 한다”고 소리쳤다. 참가자들은 대한문을 출발해 을지로입구, 명동, 한국은행 로터리 등을 거쳐 다시 대한문까지 행진했다. 한편, 경찰은 경비병력 199개 중대, 1만 5900명의 병력을 투입하고 차벽으로 양측간 직접 대면을 막았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탄기국 “2회 연속 500만명 참여”…계속되는 참석 인원 논란

    탄기국 “2회 연속 500만명 참여”…계속되는 참석 인원 논란

    16차 태극기집회를 주최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이 지난 1일에 이어 2회 연속 500만명 이상이 운집했다고 주장하면서 참석 인원 부풀리기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촛불집회도 지난해말 광화문 광장 인근에 150만명 이상이 모였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현재 참석 인원에 대한 정치적인 논란에 불을 지피지 않겠다며, 참석 인원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4일 탄기국 관계자는 “삼일절에 열린 15차 집회에 500만명이 참석했는데 4일에는 이보다 많은 인원이 모였기 때문에 500만명 이상이 참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모두가 한마음으로 탄핵 각하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고모(56)씨는 “집회에 참석하려고 부산에서 올라왔는데 500만명까지는 아니어도 200만명은 온 것 같다”며 “적어도 촛불집회보다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통상 자신의 생각과 믿음을 공고하게 만들고 싶어 집회의 인원을 과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집회 참석 인원의 과장은 인지부조화와 편향을 공고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있는 그대로 믿기 보다 원하는 방향대로 믿는만큼 과장해서 보고, 그것이 사실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공식적으로 “동시참가 인원을 추산하는 경찰과 달리 집회 주최 측은 오고 가는 사람들을 모두 합한 연인원으로 참가인원을 추산한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500만명이 참석하려면 서울 인구(1020만 4057명)의 절반이 나와야 한다”며 “지난해 연말 촛불집회의 인원도 과장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경찰의 페르미 추정법은 집회 참가자가 3.3㎡(1평)당 앉으면 5~6명, 서 있으면 9~10명이 모일 수 있다고 가정하고 이를 면적과 곱해 참여자 수를 추정한다. 집회 인원 논란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사람의 수가 오바마 전 대통령 때보다 적다는 분석을 두고 찬반 양측이 논쟁을 벌인 바 있다. 계속되는 참석 인원 논란이 언론 탓이라고 생각하는 시민도 있었다. 촛불집회부터 경찰의 발표보다 주최측의 주장에 무게를 두면서 집회의 내용보다 참여 인원이 세력을 대표하게 됐다는 것이다. 참석 인원 수를 통한 세대결이 헌재의 법적 판결에는 영향을 줄 수 있겠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엇갈렸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서울포토] 태극기 집회 현장서 파는 ‘애국 HAT 캔디’

    [서울포토] 태극기 집회 현장서 파는 ‘애국 HAT 캔디’

    4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16차 태극기 집회에는 많은 인파가 운집했다. 이날 집회 현장에 간식 등을 파는 상인들도 많이 나왔다. ‘애국 HAT 캔디’라는 제품을 팔기도 했다. ‘백만인의 모임 후원 애국 HAT 캔디’라고 적힌 광고 현수막에는 독소에 대항하는 천연약초 추출물이 들어 있다고 써 있었다. Y대 의과대학에서 니코틴 제고 및 산화스트레스 제거, 다이옥신 제거에 대한 임상실험을 완료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탄핵 선고 전 마지막 태극기집회될까…총동원령에 인파 운집

    탄핵 선고 전 마지막 태극기집회될까…총동원령에 인파 운집

    이르면 오는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선고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4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16차 태극기 집회에는 많은 인파가 운집했다. 집회를 주최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자체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헌재가 ‘기각’이 아닌 ‘각하’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최모(72)씨는 “최순실이 잘못한 게 맞지만, 박 대통령과 연관됐는지는 법이 판단하는 것”이라며 “특검도 사주 받았고 종북 좌파이기 때문에 특검의 수사 결과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포에서 왔다는 정모(45)씨는 “세번째 나왔는데 촛불집회는 완전히 통진당 세력”이라며 “촛불로 탄핵되면 정국이 불안해서 누가 대통령 하겠나. 탄핵은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모(68)씨는 “헌재가 기각이나 각하하지 않을 경우 계속 집회에 나와 부당함을 호소해야 한다”며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 입장을 밝혔다. 이날 집회에도 서석구, 김평우 변호사 등 대통령 측 변호인과 자유한국당 조원진·김진태·윤상현·박대출 의원 등이 나왔다. 김 변호사는 “탄핵 소추장은 재판할 가치도 없는 쓰레기 종잇장에 불과하니 즉시 찢어서 버려야 하고, 그것을 법적으로 각하라고 한다”고 소리쳤다. 참가자들은 대한문을 출발해 을지로입구, 명동, 한국은행 로터리 등을 거쳐 다시 대한문까지 행진했다. 촛불집회는 대한문에서 약 500m 떨어진 광화문 광장에서 오후 5시 30분 시작한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19번째로 개최하는 이날 촛불집회는 ‘박근혜 없는 3월, 그래야 봄이다! 헌재 탄핵 인용! 박근혜 구속! 황교안 퇴진!’을 주제로 헌재에 탄핵 인용을 촉구한다. 오후 7시 30분부터는 청와대, 삼청동 국무총리공관, 헌법재판소 등의 방면으로 행진한다. 경찰은 경비병력 199개 중대, 1만 5900명의 병력을 투입하고 차벽으로 양측간 직접 대면을 막았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낮엔 태극기·밤엔 촛불 靑까지 행진 세대결… 긴장의 광화문

    낮엔 태극기·밤엔 촛불 靑까지 행진 세대결… 긴장의 광화문

    제98주년 3·1절인 1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대규모 찬반 집회가 광화문광장과 세종로, 태평로 등을 가득 메운 가운데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개최됐다. 탄핵 반대 태극기집회에 500만명(주최 측 주장), 탄핵 촉구 촛불집회에 30만명(주최 측 주장)이 몰려나오면서 세종로와 태평로, 종로 일대는 이들이 외치는 구호와 함성으로 가득했다.오전 11시 동화면세점 앞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 등 보수 개신교 단체가 구국기도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태극기집회와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기도회에 참여한 대다수가 태극기를 들고 있었고 기도 내용 역시 보수단체의 주장과 비슷한 맥락이었다. 같은 시간 태극기를 든 일부 시민이 세월호 유가족 천막이 있는 광장을 향해 고성을 지르자 경찰이 이들을 쫓아내거나 제지했다. 인천에서 온 박모(67)씨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몇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광장에 저런 걸 방치해 놓고 있냐”고 비판했다. 정오부터는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옛터 앞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주최하는 1272회 정기 수요집회가 열렸다. 집회에는 김복동, 이용수, 이옥선, 길원옥 할머니 등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등 1200명이 참석했다. 한국염 정대협 공동대표는 “오늘이 3·1절이라서 ‘대한 독립만세’를 외쳐야 하지만 현재 태극기가 잘못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오가 지나자 경찰이 광화문광장 주변을 차벽으로 둘러쌌다. 오후 2시부터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제15차 태극기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50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고, 집회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헌법재판소 재판 과정이 불공정하다고 비난했다. 성조기와 태극기를 함께 들고 있던 최모(78)씨는 “대통령이 큰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 헌재가 제대로 재판하지 않고 마음대로 진행하고 있다”며 “나라가 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에서 온 성모(70)씨는 “촛불집회에서 ‘이석기를 석방하라’는 구호가 나오고 대통령을 과도하게 희화하는 것을 보면서 이건 잘못됐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4시 30분부터 청와대 방면으로 5개 행로를 통해 행진을 시작했다. 오후 4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 사전집회가 열렸던 터라 양측의 충돌이 우려됐으나 경찰이 차벽을 설치해 세종대로가 아닌 뒤편 골목들로 행진을 유도하면서 큰 충돌은 없었다. 오후 5시부터는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주최하는 ‘박근혜 구속 만세! 탄핵인용 만세! 박근혜 퇴진 18차 범국민행동의 날’ 본집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연단에 서 시민들과 아리랑을 불렀다. 최상인(32)씨는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이 경찰이나 일반 시민들에게 시비를 거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며 “헌재가 하루빨리 현명한 판단을 내려 혼란이 수습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촛불집회에 15번 참가했다는 김희수(70)씨는 “지난해 가을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가 열렸는데 태극기집회를 광장 인근까지 와서 한다는 것은 억지”라고 비판했다. 태극기집회는 오후 6시에 종료됐지만 일부 참가자가 6시 30분까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마무리집회를 하면서 광화문광장의 촛불집회 참가자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6시 40분부터 차벽이 서 있던 율곡로까지 행진을 시작했고 8시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라는 노래를 부르며 행사를 종료했다. 이날 오전 독립유공자유족회 등 120여개 단체가 참여한 ‘3·1절 민족공동행사준비위원회’가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탄핵 찬반을 떠나 오늘만이라도 정쟁을 중단하자. 그것이 3·1정신을 이어받는 길”이라고 호소했으나 곧바로 탄핵 찬반 집회의 거센 목청에 묻히고 말았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탄핵 정국 갈등의 상징… 3·1절 ‘태극기 딜레마’

    탄핵 정국 갈등의 상징… 3·1절 ‘태극기 딜레마’

    지자체, 게양행사·행진 고민 촛불, 노란 리본 태극기로 맞불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세력이 태극기를 집회의 상징으로 내세운 데 대해 탄핵 촉구 진영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국가 통합의 상징이어야 할 태극기가 분열의 표상이 되고 있다. 촛불집회 측은 태극기가 정치적으로 오용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태극기집회 측은 나라를 위한 애국심의 표현이라고 맞서는 상황이다. 이른바 ‘태극기 이니셔티브’가 논란이 되면서 촛불집회 측은 3·1절인 1일 18차 집회에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매단 태극기를 달고 맞불을 놓는다는 방침이다. 태극기와 관련된 시민단체 등은 자주독립, 자유, 주권, 평화, 화합, 단결을 상징하는 태극기가 분열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인식될까 우려했다. 광복회는 지난 27일 “독립운동의 상징인 태극기에 구호를 새기거나 시위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태극기의 신성함을 해치는 행위”라며 “국민 분열을 야기시키는 데 태극기가 사용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사단법인 태극기달기 나라사랑본부 관계자는 “태극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가뜩이나 국경일에 태극기를 게양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부정적인 인식까지 퍼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태극기는 그간 항일운동, 자주독립, 자유, 통합의 가치를 상징했는데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그 본연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신문이 28일 소셜메트릭스 인사이트를 통해 1개월간(1월 28일~2월 27일) 태극기가 언급된 인터넷 게시물 38만 3199건을 분석한 결과, 가장 연관성이 높은 단어는 ‘집회’였고 박근혜 대통령, 촛불 순이었다. 태극기의 원의미상 연관어로 꼽히는 국민과 대한민국은 4, 5위에 그쳤다. 긍정·부정 연관어의 경우 ‘폭행’이 1위였고 빨갱이, 국정농단, 요구하다, 가짜, 몸살 앓다, 분노 등의 순이었다. 긍정어는 10위 안에 없었다. 태극기에 대해 항일운동이나 애국심보다 집회가 더 많이 연상되면서 3·1절이면 대대적으로 태극기 달기 행사를 여는 지자체들은 고민에 빠졌다. 서울 강북구 관계자는 “해마다 국경일이면 해 왔던 태극기 달기 행사인데, 올해는 행사 주체나 이유에 대해 문의하거나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잦다”며 “일일이 취지를 설명하면서 주민들을 이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구 관계자는 “공개적으로 태극기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며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독립운동을 기념하는 3·1절에 관공서가 국기를 게양하는 것은 정부 훈령으로 정해진 만큼 태극기를 거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강남구 역시 별다른 민원이 제기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3·1절에는 태극기 문양을 새긴 머그컵을 출시하거나 대형 태극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이벤트, 매장 화면에 나오는 태극기 영상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 사은품을 증정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행사가 있었지만 올해는 관련 마케팅이 사라졌다. 태극기 머그컵을 내놓았던 업체는 이번에는 무궁화를 새긴 텀블러로 대체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생각나눔] 학원 내 교재 판매 규제 풀릴까

    [생각나눔] 학원 내 교재 판매 규제 풀릴까

    2011년 도입된 ‘학원 내 교재 판매 금지’ 규제가 6년 만에 중소기업을 위한 규제 개혁방안으로 검토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점에 가야만 교재를 구입할 수 있어 학생 및 학부모의 불편이 크다는 주장과 학원이 교제 판매를 통해 폭리를 얻거나 무분별하게 짜깁기 교재를 만들 것이라는 입장이 팽팽하다.27일 학원법에 따르면 학원에서 징수 가능한 경비는 모의고사비, 재료비, 피복비, 급식비, 기숙사비, 차량비까지다. 교재비는 받을 수 없다. 학원이 교재를 판매하려면 서점업 등록을 하고, 학원 출입구 외 별도의 출입구를 마련해야 한다. 학원에서 자체 제작한 교재나 프린트물은 교습행위의 일부로 별도의 교재비를 받을 수 없다. 이런 규제가 생긴 이유는 당시 학원이 교재를 도매가(정가의 75% 수준)로 사들여 정가에 판매하면서 큰 마진을 챙기거나 시중 문제집을 짜깁기해 교재를 만들어 내면서 저작권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학원들 “서점업 등록땐 마진 못 남겨” 문제는 학생과 학부모의 불편이다. 중학생 자녀를 둔 서모(42·여)씨는 “학원 근처에 서점이 없어 아이 학원 교재를 사러 큰 서점까지 가야 한다”며 “학원에서 책을 대량 구매해 재판매하는 것도 안 된다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보습학원 원장은 “학원이 교재를 팔기 위해 서점업 등록만 하면 되지, 별도의 출입문까지 마련하라는 건 아예 서점을 차리라는 것과 같은 지나친 규제”라며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불편만 가져오기 때문에 당연히 개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원총연합회 관계자는 “이전과 달리 정식으로 서점업으로 등록하고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학원 안에서 필요한 교재만 판매하겠다는 취지”라며 “이렇게 할 경우 교재비로 마진을 남길 수 없어 탈세 가능성이 적고, 교재를 공급하는 총판과의 유착 우려도 없다”고 주장했다. ●“짜깁기·고가 교재 판칠 것” 우려도 하지만 서점들은 가뜩이나 장사가 안 돼 힘든데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했다. 서점조합연합회 관계자는 “편의 제공도 중요하지만 학원의 교재 판매를 금지했던 취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며 “송인서적 부도 등으로 출판유통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학원이 서점업 등록을 하고 교재를 팔겠다는 건 업종 간 상생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학원이 교재를 직접 팔 경우 과도하게 가격을 높여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영세서점과의 연관성 등을 감안해 우선 다른 부처들과 협의를 마치고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안위 보장 못 하겠다” “나라도 아니다” 브레이크 없는 극단… 자정능력 필요

    문재인에 테러 첩보 나돌고 헌재 이어 특검도 신변보호 ‘이정미 살해’ 글 20대 수사 “헌재 결정, 법적으로 불복 못해” “청사진 없는 선전선동 안 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둘러싸고 극단으로 치닫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25일 열린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에선 탄핵 찬반 주장을 넘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라는, 민주 질서를 지탱할 최후 보루마저 배격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났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든 기각하든 그 어느 쪽도 자신들의 뜻에 반하는 결정에 승복할 기미는 찾아볼 수 없었다. 유력 대선주자를 비롯해 여야 정치인들이 다수 이들 집회에 가세했지만 이들의 입에서도 헌재 결정에 승복하자는 발언은 나오질 않았다. 외려 헌재를 압박하고 반대 진영을 비난함으로써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편 가르기에만 공을 들였다. 헌재의 최종변론(27일)을 이틀 앞둔 데다 추위도 물러가면서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탄핵 촉구 촛불집회는 107만명, 서울광장에 열린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는 300만명이 모였다고 각각 주최측이 주장했다. 추산 인원이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많지만 육안으로 보기에도 양측의 집회 인원은 올해 들어 최대치였다. 집회에선 극단적인 주장이 쏟아졌다. 헌재 재판관·특별검사 등 주요 인사에 대한 테러 위협도 제기됐다. 탄핵 반대 태극기집회에 나선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과 강일원 탄핵심판 주심에 대해 “헌정 전체를 탄핵하려 한다”며 “(우리는) 당신들의 안위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3일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박사모 온라인 카페에 올렸던 최모(25)씨는 자수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수사를 받았다. 그는 “이정미만 사라지면 탄핵 기각 아니냐”는 제목 글을 통해 “이정미가 판결 전에 사라져야 한다. 나는 이제 살 만큼 살았으니 나라를 구할 수만 있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날 양측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도 격앙된 분위기였다. 태극기집회가 열린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만난 한모(70)씨는 “취임 4주년이면 국민에게 축하를 받아야 할 날인데 혼자 유폐됐다. 언론과 고영태 일당의 농간 때문에 나라가 위태롭다”며 “탄핵은 말도 안 되고 계엄령을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촛불집회가 열린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이모(52)씨는 “오늘로 13번째 참여하는데 탄핵이 분명 인용될 거라고 생각한다. 안 되면 나라도 아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헌재 재판관에 대한 신변 보호에 이어 이날부터 특별검사 및 특별검사보 등에 대해서도 주거지 및 사무실에 대해 전담 경찰관을 배치해 특별신변보호에 나섰다. 양측의 극단적 대결 양상에 대해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 결정은 단심이며 법적으로 불복은 있을 수 없다”며 “만약 헌재 결정을 계속해서 폄훼한다면 반민주적이고 반법치주의적인 행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 결정 이후에 혼란이 있을 텐데 승복하는 것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본이며, 원칙에 어긋날 정도로 과도하다면 표현이나 집회의 자유도 제한해야 한다”며 “또 헌재는 꿋꿋하고 의연하게 사태를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헌재 결정 이후 곧바로 이어지는 대선 레이스에서 각 후보들이 탄핵 찬반이나 성향에 따라 선전 선동을 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나 시민사회의 자정능력이 발휘돼 청사진 없는 선전 선동에 좌우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탄핵 결정에 승복할 사람은 집회 참가자가 아니라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이며 그걸로 끝이다”며 “불복하는 사람들이 어디로 갈지 모르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다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면 엄격하게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배움 열망이 일군 ‘9번째 학사모’

    배움 열망이 일군 ‘9번째 학사모’

    “9번째 학위를 받고 올해부터 환경보건학과에서 10번째 학위에 도전합니다.”한국방송통신대 무역학과를 졸업하는 손판철(55)씨는 “대학에서 배운 다양한 지식을 직장에서 활용할 수 있고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며 “환경보건학은 은퇴 이후 삶을 고려한 선택”이라고 22일 말했다.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품질경영 관련 업무를 하는 손씨는 1982년 방송대 행정학과를 시작으로 법학, 경제, 경영, 교육, 청소년교육, 일본학, 미디어영상학 학위를 취득했다. 이날 무역학과를 졸업하면서 9번째 학사 학위를 취득해 방송통신대 최다 학위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진행된 방송대 학위수여식에는 손씨를 비롯해 학부생 1만 4929명, 대학원생 209명이 참석해 졸업장을 받았다. 지체장애 2급인 감형세(64)씨는 청소년교육과 학위를 취득해 큰 박수를 받았다. 최고령 졸업생인 중어중문학과 정재현(80)씨와 최연소 졸업생인 청소년교육과 김정현(20)씨도 이날 졸업의 기쁨을 나눴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이별 통보한 연인 살해 50대 남성 징역 20년

    헤어지자는 여자 친구에게 앙심을 품고 산성 물질을 끼얹어 살해한 50대 남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김양섭)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모(52)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해 11월 약 1년간 교제한 고모(44)씨가 이별을 고하자 고씨가 일하는 서울 은평구의 한 요양병원 주차장을 찾아 퇴근하던 고씨를 폭행한 뒤, 세탁소에서 녹물 제거용으로 쓰이는 불산 약 200㎖를 얼굴과 목 부위에 부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는 고씨의 이별 통보에 ‘죽을 줄 알라’고 협박했고, 고씨가 이를 경찰에 신고하자 앙심을 품고 고씨를 살해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협박하고 폭행한 데다 보복 목적으로 잔혹하게 살해했다”면서 “초범이지만 죄질이 매우 나쁘고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한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17년 학교 경비원 아저씨의 ‘공감 축사’

    17년 학교 경비원 아저씨의 ‘공감 축사’

    “여러분이 교문을 들어설 때부터 지켜봤는데 이렇게 사회로 첫걸음을 내딛는 자리에서 축하를 보낼 수 있어 기쁩니다. 말도 못할 혼란을 겪고 있는 사회에서 홀로서기가 힘들겠지만, 차곡차곡 쌓아가면 될 거라고 믿습니다.”16일 오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졸업식 연단에서 마이크를 잡은 이는 학교경비 김창진(73)씨였다. 그는 17년째 이 학교 건물의 경비를 맡고 있지만 연단에서 많은 학생들에게 마음을 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씨는 짧은 축하인사 속에 기성세대가 청년들에게 강조하는 ‘미래’, ‘꿈’, ‘열정’ 대신 미안함과 진심이 담긴 응원을 담았다. 긴장한 김씨가 말을 더듬거나 실수하자 그의 말을 경청하던 졸업생들은 “아저씨 파이팅”, “멋있어요”라고 외치며 용기를 북돋웠다. 학생들을 배려한 듯 3분도 채 되지 않는 축사가 끝나자 김근상 이사장, 이정구 총장을 비롯한 모든 참석자들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연단에서 내려온 김씨의 손은 땀으로 흥건했다. “그냥 세상살이에 대해 말해주고 싶었는데 잘 전달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익숙한 얼굴들이 학교를 떠나는 게 아쉽습니다.” 김씨는 1997년 외환위기 때 직장을 그만두고 2000년부터 이 대학의 경비를 시작했다. 17년간 학생들을 보면서 이 친구들이 우리 사회의 희망이라고 생각했다. “혼란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우리 같은 노인보다 이제 막 사회로 첫걸음을 내딛는 아이들에게 있지 않겠습니까.” 이날 졸업식에는 김씨를 비롯해 학교의 미화와 경비를 담당하는 직원 23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졸업식에서 학교 측에 발전기금 2000만원을 전달했다. 김씨는 “회식자리에서 누군가 먼저 ‘우리가 그래도 학교 덕분에 먹고사는데 어려운 시기에 힘이 되어주자’고 이야기를 꺼냈고, 실천에 옮긴 것일 뿐”이라고 쑥스러워했다. 졸업생 김선영씨는 답사를 통해 “여러 사람의 도움이 모여 무사히 학교를 다니고 졸업할 수 있었다”며 “부모님과 교수님, 그리고 학교 경비와 미화를 책임지시며 이 자리에 계신 분들 덕분”이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前 국회의원 아들 채용비리…檢, 금감원 부원장 소환조사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박승대)는 지난해 10월 불거진 금융감독원 ‘변호사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김수일 금감원 부원장을 소환 조사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사건은 2016년 10월 언론보도와 국정감사 등을 통해 불거졌다. 당시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감원이 2014년 변호사 채용 시 직장 근무경력은 물론 실무수습 경력도 없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 A씨를 이례적으로 채용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내부 감찰을 통해 당시 총무국장이었던 이상구 전 부원장보가 이 과정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A씨는 최수현 전 금감원장과 행정고시 동기인 전 국회의원의 아들이다. 이날 검찰 조사에서 김 부원장은 관련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 단체인 대한법조인협회 소속 변호사 106명은 지난달 2일 최 전 원장과 이 전 부원장보, 김 부원장 등 4명을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항문 속 금괴 476㎏ 인천공항 밀수 신기록

    항문 속 금괴 476㎏ 인천공항 밀수 신기록

    인천공항을 오가는 여객기를 통해 243억원 상당(476㎏)의 금괴를 밀수한 일당이 세관에 덜미를 잡혔다. 2001년 인천공항이 개항한 이래 가장 큰 규모다.인천 본부세관은 16일 금괴를 밀수한 혐의(관세법 위반)로 민모(39)씨 등 9명을 검거해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5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2년간 금괴 415㎏(시가 214억원)를 중국 옌타이(煙臺)로부터 밀수입했다. 또 이들은 한국과 일본 간 금 시세 차익을 노려 들어온 금괴 중 61㎏(시가 29억원)을 일본으로 몰래 수출했다. 밀수조직원들은 적게는 30차례, 많게는 101차례에 걸쳐 항문 속에 금괴를 은닉하는 수법을 이용해 중국에서 금괴를 들여왔다. 항문에 숨기기 쉽게끔 금괴는 약 200g씩 나누고, 각각을 타원형 알약 모양으로 만들었다. 이들은 한 번에 5~6개 정도의 금괴(1~1.2㎏)를 몸 안에 넣은 채 국내로 들여왔다. 이들은 여행사 대표나 보험 설계사 등 중국을 자주 드나드는 일반 관광객은 물론 자신의 형제와 부모까지 범행에 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에 가담한 사람에게는 알약 모양의 금괴 하나당 10만원으로 계산해 1회당 50만~60만원의 운반비를 지급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폐지 줍는 할머니들 속여 1억여원 뜯어낸 60대女

    함바식당 계약을 빌미로 할머니들을 속여 노령연금은 물론 폐지를 주워 모은 돈까지 뜯어낸 사기범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제모(64·여)씨를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제씨는 2008년 6월부터 2015년 6월까지 공사 현장 함바식당 계약금과 운영자금을 빌려주면 원금과 함께 매달 식당 이익금을 주겠다고 속여 6명에게 1억 38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제씨는 과거 함바집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남편이 대기업 건설사에 다닌다”며 건설업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처럼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는 일정한 거처 없이 지인들 집을 옮겨다니며 생활한 제씨는 이러한 방법으로 돈을 가로채 잠적했다가 지난 10일 경찰에 검거됐다. 제씨에게 당한 피해자들은 대부분 나이 지긋한 여성이었다. 조모(75)씨의 경우 노령연금과 폐지를 주워 모은 돈까지 모두 제씨에게 건넸다. 또 제씨가 사용할 휴대전화를 개통해 주고, 자신의 집을 제씨의 서류상 주소지로 제공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할머니들에게 뜯어낸 돈 대부분은 생활비로 탕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터무니없는 고수익을 보장해 준다고 접근하면 사기 피해를 볼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골목 뜨고 주민 떠나기까지… 6년도 안 걸린다

    골목 뜨고 주민 떠나기까지… 6년도 안 걸린다

    “2년 전부터 동네가 북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수해가 일어나고 못사는 동네라는 이미지가 사라져서 좋긴 합니다. 하지만 임대료가 빠르게 올라 쫓겨날까 걱정이에요.”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포은로(망원시장 인근)에서 만난 서모(52·여)씨는 옷가게 재계약을 앞두고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지난해 상가 임대료는 3.3㎡(1평)당 10만 3090원으로 2015년보다 21.1% 올랐다.이곳은 상권이 번창해 임대료가 치솟고 기존 상인이나 원주민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조짐이 보이는 곳이다. 홍대·상수동 등 옆 동네에서 비싼 임대료를 피해 온 예술가와 사업가들이 이곳에 카페·공방·작업실·음식점 등을 열고 있다. 평일 오후 2시가 지났지만 사람들은 10평 남짓한 작은 식당과 카페 앞에 줄을 서 순서를 기다렸다. 망원시장 초입에는 빽다방·맘스터치 등 프랜차이즈가 입점했고, 골목에서는 건물의 리모델링이나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주거시설이나 미용실, 목욕탕, 세탁소, 슈퍼마켓 등 생활근린상점이 쫓겨나는 전형적인 현상도 보인다.●목욕탕 등 근린상점↓음식점·카페↑ 1984년 신촌에서 처음 감지된 현상은 지금까지 14개 지역에서 나타났다. 이 중 8곳이 2010년대에 발생했다. 박진아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팀의 ‘상업용도 변화 측면에서 본 서울시의 상업 젠트리피케이션 속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해 이미 진행된 곳은 11개였다. 박 교수는 망원동, 영등포구 문래동, 종로구 이화동을 현재 초입 단계이며 향후 심화가 우려되는 지역으로 꼽았다. 음식점과 카페가 급증하는 반면 생활근린상점은 줄어드는 정도로 젠트리피케이션 시작점을 파악했을 때 서대문구 신촌이 1984~1986년으로 가장 빨랐고 종로구 대학로(1985~1987년), 강남구 압구정 로데오(1990~1992년) 순이었다. 2000년대에는 종로구 삼청동, 마포구 홍대앞, 강남구 가로수길 등이 뒤를 이었고 2010년대에는 용산구 경리단길, 종로구 서촌, 마포구 연남동, 용산구 해방촌, 성동구 성수동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났다. 초입 단계 3곳까지 합하면 14곳 중 57.1%(8곳)가 2010년 이후에 집중돼 있다. 최근 들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예전보다 빠른 속도로 동네를 변형시킨다. 박 교수는 “홍대나 대학로가 20여년에 걸쳐 상업화가 진행됐다면 최근에는 그 속도가 5~6년으로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며 “정책을 펼치기도 전에 부작용이 커져 버릴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실제 망원동은 초기 단계이지만 세입자들이 서대문구 명지대 앞, 지하철 6호선과 연결된 은평구 응암역·새절역 등으로 떠나는 상황이다. 2014년 홍대를 떠나 망원동으로 미술 작업실을 옮겼다는 최모(33)씨는 “두 달 뒤가 재계약인데 건물주가 월 임대료를 45만원에서 60만원으로 올린다고 했다”며 “응암역 쪽으로 작업실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10년간 부동산 중개소를 운영한 서모(42)씨는 “권리금을 받는 점포도 생겼고, 임대료를 20~30% 정도 올린 곳도 꽤 있다”며 “하지만 건물주들은 수십년간 낙후된 곳이 이제서야 주목받기 시작했기 때문에 반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급격한 생활근린상점의 쇠퇴는 거주자의 불편으로 돌아온다. 종로구 서촌의 경우 2011년부터 2년간 근린상점이 14.7% 줄었고 서양식 음식점은 41.4%, 카페 및 베이커리는 72.2% 늘었다. 2009년 서촌에 이사 온 우모(32)씨는 “동네의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살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세탁소나 슈퍼마켓을 찾기 위해 20분 넘게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젠트리피케이션 지역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내놓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임대료의 급격한 상승, 임대상인 및 전월세 거주민의 이전, 동네 문화의 변형과 같은 부작용이 문제지만 오랜 기간 살아온 원주민들의 개발이익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남은 개발되고 낙후된 동네는 그대로 살란 말이냐’는 불만이 대표적이다. ●용산 ‘T자 골목’ 임대료 동결 등 상생 소위 ‘뜨는 동네’에 상업시설이 들어서고 임대료가 오르는 현상을 인위적으로 막기는 어렵지만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상생 시도’들도 있다. 용산구 이태원의 ‘T자 골목’은 20~30년 된 미장원, 슈퍼, 세탁소와 막 들어선 고급 부티크, 카페, 서양음식점의 상인들이 모여 공생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11월에는 이태원 해방촌의 건물·토지 소유주 44명과 임차인 46명 전원이 향후 임대료를 6년간 동결하는 상생협약을 맺었다. 서울시도 건물주에게 리모델링비(3000만원)를 주는 대신 임대료 상승 폭을 제한하는 ‘장기안심상가’를 운영한다. 남기범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거주민이 사라지면 상업 공간만 남게 되며 결국 동네 자체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대안을 실험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초등생 엄마는 2월부터 육아휴직 ‘눈치 전쟁’

    초등생 엄마는 2월부터 육아휴직 ‘눈치 전쟁’

    “인근 지역 점장 2명이 동시에 육아휴직을 낸다고 하니 상사가 괘씸하다고 했습니다. 여자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를 보살피려면 방법이 없어요. 그래도 둘 다 휴직이 돼서 다행입니다.”프랜차이즈업체의 여성 점장 이모(37)씨는 육아휴직이 결정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주 휴직원을 내기 직전까지 한 달이나 눈치작전을 벌이며 마음을 졸였기 때문이다. 멀지 않은 점포의 동료 점장도 육아휴직을 낸다는 소식을 들은 터라 불안감은 더욱 컸다. 아니나 다를까 상사는 곱지 않은 시선과 불편한 마음을 고스란히 내비치기도 했다. “보통 지역마다 1명씩 육아휴직을 갑니다. 가까운 지역 점장이 육아휴직을 낸다니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다행히 상관이 둘 다 휴직 처리를 해주었지만 아마 1년 후에 돌아와서는 점장 자리로 못 갈 겁니다.” 육아휴직 신청자들의 사내 눈치전쟁이 한창이다. 통상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둔 부모들은 새 학기 시작에 맞춰 3~4월쯤 회사에 육아휴직을 신청한다. 2월 중하순은 육아휴직 신청을 위한 사전조사 기간인 셈이다. 물론 법적으로 아이가 만 8세 이하라면 육아휴직을 할 수 있지만, 복직 이후를 감안하면 상관의 눈치나 대체 인력 여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1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만 6세(초등학교 입학 연령) 이상 자녀를 돌보려 육아휴직을 낸 경우는 2014년 5643명에서 지난해 7993명으로 2년 만에 41.6%가 급증했다. 전체 육아휴직자 중 비중도 2014년 7.3%에서 지난해 8.9%로 늘었다. 또 지난해 초등학생 자녀를 둔 육아휴직자 7993명 중 22.1%(1763명)는 4월부터, 11.7%(933명)는 5월부터 육아휴직 급여를 받았다. 육아휴직 신청 1개월 후 휴직급여가 나오기 때문에 3~4월 신청자가 전체의 33.8%에 이르는 셈이다. 육아휴직은 법적 제도지만 휴직자는 사내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가 지난해 9월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일·가정 양립제도를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로 68.8%가 ‘직장 내 분위기’를 꼽았다. 서모(38·여)씨는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에 맞춰 남아 있는 육아휴직 가능 기간(3개월)을 사용하려고 하는데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두 번째 휴직이니 책임감이 없다고 뒷말이 나올까 봐 걱정”이라는 것이다. 유통업체에 다니는 이모(35·여)씨는 “휴직 이야기를 꺼냈다가 상사에게 ‘가뜩이나 사람 없는데 다 큰 아이 때문에 휴직을 해야겠느냐’는 말만 들었다”고 답답해했다.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직장맘들의 육아휴직에 대한 상담이 하루 평균 10건 이상 접수되고 있다”며 “신학기가 다가오면서 휴직 가능 여부와 기간 등을 묻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육아휴직에 대한 요구는 많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환경에 놓인 직장인들이 대다수다. 중소기업 직원들에게 육아휴직은 생각도 하지 못하는 ‘먼나라 얘기’다. 최모(36·여)씨는 “첫째 아이를 낳고 출산·육아휴직으로 3달 정도만 쉬고 바로 출근했는데도 눈치를 봐야 했다”며 “첫째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지만, 휴직을 요청했다가는 그냥 회사를 나가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모(40)씨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급식당번, 교통봉사, 담임 교사 상담 등 ‘공포의 3·4월’을 지내야 하고 맞벌이 부모의 아이를 따돌리는 것 같은 느낌도 받게 된다”며 “학부모가 참여하지 않아도 내 아이가 차별받지 않는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네팔 사미승, 동대 불교대 첫 외국인 수석 졸업

    네팔 사미승, 동대 불교대 첫 외국인 수석 졸업

    불교 호기심에 한국 와서 출가 조계종·은사 지원해 학업 마쳐30대 네팔인이 동국대 불교대학의 첫 외국인 수석 졸업자가 됐다. 동국대는 2013년 외국인 전형으로 불교학 전공에 입문한 네팔인 크리스나(34)가 오는 16일 불교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다고 밝혔다. 크리스나는 다음달 구족계(具足戒·비구와 비구니가 지켜야 할 계율)를 받고 정식 스님(비구)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나는 2011년 불교를 공부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네팔은 석가모니의 탄생지 룸비니가 위치한 나라지만, 전체 인구의 80%는 힌두교를 믿는다. 불교신자는 10% 정도에 불과하다. 고등학교 영어 교사였던 크리스나는 석가모니의 생애를 다룬 책을 읽고 불교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한국행을 택했다. 그는 사미계(沙彌戒)를 받고 출가해 자재 스님이라는 법명도 받았다. 사미계는 출가를 했지만 스님이 되지 않은 ‘사미’들이 지켜야 할 계율을 일컫는다. 이후 2013년 동국대에 입학한 크리스나는 재학 스님들의 기숙사인 백상원에서 4년간 생활하면서 수행을 이어 갔다. 전문용어와 한자가 많아 스마트폰을 끼고 다녔고, 길거리 간판에서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일일이 검색했다. 부유하지 않은 형편에 그가 한국 유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의 지원 덕분이었다. 등록금의 70%는 조계종이, 나머지 30%와 생활비는 은사인 광주 무등산 문빈정사 주지 법선 스님이 보조했다. 크리스나는 곧 서울대 인류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한다. “비종교인도 쉽게 납득할 수 있는 불교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시각의 폭을 넓히고자 인류학을 선택했습니다. 가능하다면 영국 옥스퍼드나 미국 하버드의 박사 과정에 진학하고 싶습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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