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행정] 성동구 ‘희망근로 자리찾기’
“희망은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등불입니다. 저보다 더 어려운데도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살피며 새로운 삶의 활력을 찾았습니다.”
성동구 성수1동 ‘방과후 공부방’에서 학습지도를 하고 있는 김천근(48)씨는 희망근로 덕분에 사는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잇단 사업 실패와 실직으로 삶의 벼랑 끝에 있던 김씨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희망근로를 신청했다. 성동구는 비교적 고학력자인 김씨에게 단순한 정비사업이 아닌 동네 학생 가르치는 일을 맡겼다. 수천명에 이르는 희망근로 신청자들을 분류, 적재적소 배치 원칙을 지키고 있는 성동구의 창의행정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7일 성동구에 따르면 지난 6월1일부터 희망근로 신청자 1500여명의 적성과 소질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 가장 알맞은 일자리를 찾아주는 ‘희망근로 자리찾기’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성동구의 희망근로는 단순히 ‘시간 때우고 눈먼 돈 받기’가 아니라 보람과 긍지를 갖고 일할 수 있는 일자리로 탈바꿈했다.
●이호조청장 “일자리가 삶의 희망” 강조
이호조 구청장은 “일자리가 바로 삶의 희망”이라면서 “스스로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삶의 보람을 느끼고 경제적으로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새로운 사업을 발굴, 주민들의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성동구는 희망근로 지원자를 UCC나 컴퓨터 강사뿐 아니라 세금체납을 전화로 알려주는 텔레서비스, 자전거를 고쳐주는 희망 자전거, 인터넷 방송국 리포터, 방과후 공부방 교사, 독서실 도우미 등 다양한 분야에 배치했다.
컴퓨터나 동영상에 익숙한 20~30대는 UCC제작 분야나 컴퓨터 강사, 인터넷 방송국 제작지원 인력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동영상에 관심이 많다는 김모(29)씨는 “구의 재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을 동영상으로 담고 있다.”면서 “내가 찍은 동영상이 몇 십년 후에 소중한 지역 자료로 활용된다고 생각하니 책임감도 생기고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자격증 소지자들 공부방에 투입
대학졸업자와 교사자격증 등 각종 자격증을 소지한 신청자는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현재 17개 동에서 진행하고 있는 방과후 공부방에 투입됐다. 또 지역 학교 38곳에 190여명을 배치했다. 소질과 능력에 따라 학습준비 도우미, 통학로 안전지도, 방과후학습 보조강사 및 환경정비 등으로 일자리를 나눴다. 성수초등학교 관계자는 “그동안 부족했던 도서대출과 반환도서의 정리 등에 희망근로가 지원되면서 학교도서관이 한결 깨끗해졌다.”며 반겼다.
성동구는 각 사업부서 담당자들이 일주일에 두번씩 모여 통합회의를 한다. 이들은 고용보험 지원관계, 구인구직정보 교환 등 인터넷 정보에 취약한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전병권 사회복지과장은 “어려운 재정여건에도 올해 102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주민들에게 희망을 찾아 주고 있다.”면서 “이들이 희망근로에 머물지 않고 안정된 직장을 찾을 수 있도록 소질과 적성 개발은 물론 취업정보 제공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