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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상희
    2025-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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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 대선 릴레이 시론(11)] 이번 대선의 직무유기/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2007 대선 릴레이 시론(11)] 이번 대선의 직무유기/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 있다. 정의롭지 못한 권력을 법으로 치장할 때 으레 사용하는 언술이다. 그래서 이 말은 군사정권 이래 국민윤리의 한복판을 차지해 왔고, 국가인권위원회 등이 교과서에서 삭제할 것을 권고했음에도 권력의 맛을 못 잊는 위정자들은 이런저런 수사를 달아 이 말을 반복한다. 물론 이 말은 소크라테스와 무관하다. 폭력이 법의 이름으로 전횡하던 시절, 경성제대의 한 일본인 법학교수가 밑도 끝도 없이 이런 말을 만들어내고 소크라테스를 끌어들였을 뿐이다. 그 바람에 소크라테스는 2400년이 지난 오늘의 한국 땅에 부유하며 유신과 신군부 정권을 옹호하는 망령으로 부활하였다. 하지만 분명 ‘악법도 법이다.’ 그것이 폭력이 아니라 법이라면 단언하건대 악법도 법이다. 어느 한 사람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 대해 언제 어디서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일반적인 규범이라 한다면 ‘악법도 법’이 될 수 있다. 소크라테스의 인용은 이 즈음에서야 가능하다. 비록 나에게 해로운 법이라 하더라도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이 받아들인 법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나에게도 법이어야 한다. 만약 모두가 법이라고 외쳐도 나 혼자만 예외를 주장할 수 있다면 그것은 폭력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런 폭력과 법의 문제는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유전무죄가 그 대표격이다. 그것은 과거 정치권력에 기생하던 법원·검찰이 이제는 그 숙주를 자본권력으로 이전함으로써 나타나는 작은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는 만인에 공평하게 적용되는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외관상으로야 경제발전에 기여했느니 국가신인도에 영향이 있느니 하며 재벌총수의 불법을 무마하지만, 그 실질은 사법권력과 자본권력의 유착이다. 여기에 더하여 대형화 일변도로 치닫는 로펌들은 그 강력해진 힘을 이들을 위해 쏟아붓는다. 합법적인 방법이든 로비나 전화변론과 같은 불법·탈법이든 가리지 않은 채 고객인 재벌총수와 기업가들의 가방끈을 놓지 않으려 애쓸 뿐이다. 법원은 법원대로 더욱 빠른 속도로 스스로를 관료화하면서 대법원을 정점으로 한 수직적 상명하복 체계를 강화한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버금가는 법원동일체를 만들어 놓고 일사불란한 지휘계통 속에서 자신들만의 법을 만들어내며 국민 위에 군림하려 든다. 예컨대 우리들의 법은 지금 현재 부재중인 셈이다. 하지만 유독 이번 대선만큼은 이런 법치의 상실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민주화 이후 모든 선거는 고소·고발로 얼룩져 온 터에, 이번 대선은 작정한 듯 아예 검찰수사로 선거일정을 메워나가기조차 한다. 그리고 이런 선거판 속에서 유독 사라져버린 것은 사법개혁이라는 명제다. 법을 국민의 것으로 만들어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은 어떤 후보의 공약에서도 본격적으로 의제화되지 않는다. 모든 후보가 한결같이 깨끗한 정치를 외치면서도 정작 그 청결성을 감시하고 담보하는 국민의 법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침묵할 뿐이다. 서민이 주인되는 사회를 말하면서도 정작 서민의 정의를 바로 세워줄 서민의 사법은 외면한다. 정치가 사법화하면 필연코 그 정치는 사법의 볼모가 되고 만다. 그리고 이렇게 정치와 자본과 사법이 유착하는 와중에 법은 폭력으로 변질되어 버린다. 그러나 아직도 이번 대선은 이런 야만의 현실을 방임하고 있을 뿐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 [긴급진단-존폐논란 경찰대] (하) 공과와 대안

    [긴급진단-존폐논란 경찰대] (하) 공과와 대안

    노무현 대통령의 ‘특정집단 독주’ 발언으로 촉발된 경찰대 존폐 논란에 대해 경찰 안팎에서는 경찰대의 공과(功過)를 떠나 이제 변화가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경찰 안팎에서는 여전히 폐지 찬반 목소리가 엇갈렸지만 경찰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현직 경찰관에게 문호 개방 ▲경찰대 문민화 ▲임용 직급 하향 조정(경사급) ▲정원 축소 및 대학원 신설 ▲졸업시험 강화 ▲형사·수사·외사·보안 등 기피 부서 배치 의무화 등을 꼽았다. ●“경찰대, 조직혁신 촉매 구실” 이강종 전 경찰대 학장은 “경찰대 출신은 경찰 선진화와 수사권 독립 등 경찰 조직을 새롭게 혁신하는 데 촉매 구실을 했다.”면서 “어느 조직이든 조직을 이끌어가는 엘리트 집단은 있기 마련이다. 순경 출신들이 경찰대에 피해 의식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 경쟁이 있어야 조직이 발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전 학장은 “운영 과정에서 개선할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수한 인재를 교육시킨다는 취지에 부합하도록 현직 비간부 경찰들에게 문호를 개방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직 경찰 중에서 유능한 인재를 선발해 특별반을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경찰대 정원 120명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는데 논의를 거쳐 필요하다면 정원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웅혁 경찰대 교수는 “경찰대를 문민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관서처럼 경찰대를 운영하기보다는 자유·창의·연구를 이해하는 민간 전문 교육인이 경찰대 학장을 맡는 게 경찰대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경찰대는 민간인 신분인 교수보다는 현직 경찰관들이 주도하고 있다.”면서 “규제행정과 교육행정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순혈주의 채용방식 바꿔야”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경찰대가 기존 내부 구조를 물갈이함으로써 조직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그러나 경찰대가 일종의 사관학교처럼 경찰 내부에서 통제 불가능할 정도의 권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행 방식은 순혈주의에 입각한 채용 방식”이라면서 “현대 교육이념이나 공무원 임용 방식과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경찰대 출신들은 잘한 것도 별로 없고 못 한 것도 별로 없다.”면서 “공과라고 할 만한 게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껏 경찰대 출신들이 수사를 맡았더니 피해자 인권보호가 잘 되더라는 얘길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경찰대 출신들이 경찰 수준을 어떻게 높였다는 건지도 일부 예외를 빼고는 와닿지 않는 얘기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오 국장은 “‘폐지냐 존속이냐.’만 갖고 얘기하는 건 무의미하다.”면서 실질적인 개혁논의를 주문했다. 그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경찰대를 졸업하면 자동으로 간부로 임용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면서 “졸업시험을 보게 해서 수준에 미달하는 학생을 탈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참여연대 “최소 3400명 돼야”…수정 요구

    참여연대 “최소 3400명 돼야”…수정 요구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vs‘앞날을 정확히 추정하기 어렵다.’ 로스쿨 총정원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가 정부의 로스쿨 총정원 계산법에 대해 ‘100% 불량품’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반면 교육부는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지 구체적인 수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의 총정원 계산법을 열거해 가며 반박했다. 이들이 제기한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변호사 1인당 인구 수를 교육부가 왜곡했다는 주장이다. 교육부는 OECD 변호사 1인당 인구 수를 한국을 포함해 1482명으로 소개했다. 문제는 여기에 한국까지 포함돼 있다는 것. 참여연대는 정확한 통계를 위해서는 한국을 뺀 28개국 변호사 1인당 인구 수인 1329명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153명의 차이가 생긴다. 한국을 제외하고 교육부식으로 계산하면 로스쿨 첫해 정원을 3400명으로 해야만 목표대로 2021년에 지난해 OECD 국가 평균에 이른다는 결론이 나온다. 두 번째 지적은 판·검사를 포함한 변호사 수다. 교육부는 OECD 변호사 1인당 인구 수를 인용하면서 우리나라 통계는 판·검사를 포함한 법조인 1인당 인구 수를 적용했다. 반면 외국 통계는 판·검사를 제외한 순수 변호사 수만 활용했다. 때문에 참여연대는 판·검사는 물론 공무원이나 기업 법무팀 등에 진출하는 법조인까지 감안하면 최소 4000명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는 목표치의 적정성이다. 교육부는 2021년에 도달할 한국의 법조인 수를 목표로 잡으면서 기준은 2006년 OECD 국가 평균을 잡았다. 참여연대 한상희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2021년이 되면 OECD 국가의 변호사 수는 지금의 두 배 반이 되기 때문에 한국은 여전히 국민 1인당 변호사 숫자가 OECD 꼴찌 수준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별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남수 차관은 “어차피 여러 상황을 전제로 해 가정하는 것이므로 불확실할 수 있다.”면서 “ 중요한 것은 로스쿨 제도를 제대로 잘 도입해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2021년까지 전망을 내놓으면서 합리적인 통계를 활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26일 국회에 재보고할 때 자세한 설명을 하게 될 것”이라고 어정쩡하게 해명했다. 청와대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참여연대는 “청와대는 대통령자문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에서 총정원을 1200∼1300명 정도로 하는 것이 다수 의견으로 합의됐다.’고 했지만 법조 출신 위원 9명이 찬성한다고 ‘간주’된 것에 불과하다.”면서 “학계와 시민단체, 언론계 위원들이 모두 반대했고 사개위 자료에도 1200∼1300명이라는 숫자는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19일 사개위에서 총정원을 1200∼1300명 정도로 하는 것이 다수 의견으로 합의됐다고 발표했는데, 당시 다수 의견과 소수 의견이 있었던 것을 합의로 표현한 것은 적절치 못한 것으로 그 부분은 제가 시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개위는 다수 의견에 소수 의견을 첨부해 건의문을 작성했고, 사법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는 다수 의견에 공감하고 이를 기초로 법안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바른 로스쿨을 위한 시민·인권·노동·법학계 비상대책위원회는 청와대 인근 청운동 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를 규탄하는 의견서를 냈다. 이들은 “변호사 3000명 배출만이 로스쿨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학들은 교육부의 로스쿨 총정원 고수 방침에 실망감을 나타내며 로스쿨 신청을 ‘보이콧(거부)’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밝혔다. 전국법과대학학장협의회장인 장재옥 중앙대 법대 학장은 “당연히 바꿀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실망스럽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당연히 로스쿨 신청을 보이콧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법대 김문현 학장은 “교육부가 대학 의견을 수렴했다고 하는데 어디에 근거를 두고 하는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자꾸 도입 취지를 왜곡하면 제도 운영 자체가 어렵게 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김재천 강국진기자 patrick@seoul.co.kr
  • “수강신청 끝났는데 강의 어쩌라고…”

    수강신청을 받아놓고 학교를 옮기는 교수들의 무책임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2학기 수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희대 이상정 법대 학장은 4일 “교수를 재충원할 여유도 주지 않고 갑자기 특채하는 것은 엄청난 횡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 시내 한 사립대 관계자도 “서울대의 특채 공고 이후 교수 6명이 그만두는 바람에 우리도 급하게 채용공고를 내게 됐다.”면서 “교원 확보를 하려면 한 학기 전에 공고를 내 교육과 연구 업적을 검토하고 인사위원회를 거쳐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이력서와 연구 목록만으로 교수를 채용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법대 교수의 느닷없는 학교 이동은 로스쿨법이 지난 6월 국회에서 전격적으로 통과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연세대 홍복기 법대 학장은 “수강신청도 끝난 상태에서 타 대학 교수를 빼가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대학간에 빚어지는 교수 영입 경쟁을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비난하고 있다. 참여연대 한상희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지금 전국 법대들의 교수 빼가기 전쟁에서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는 그동안 사법기관에서 누려왔던 패권주의를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홍성준 사무국장은 “서울대 법대 학생들이 사회 일각에서 부정적인 여론을 받고 있는 김앤장의 변호사한테 올바른 법조인의 윤리를 배울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로스쿨 유치가 어려운 대학에서는 법과대학을 없애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업을 배정받은 법대 교수 3명이 다른 대학으로 옮기는 국민대의 경우 개강이 최소 10일 이상 늦춰졌다. 건국대는 한 과목밖에 개설되지 않은 강의를 맡은 교수가 성균관대로 옮기자 수업 차질이 우려된다. 결국 법조인을 양성하는 로스쿨 때문에 정작 법학을 공부하는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檢, 또 국정원 조준하나

    검찰이 국가정보원이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경선 후보 등의 개인 정보를 모아왔다는 의혹에 대해 또다시 수사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국정원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검찰에 고발할 것으로 알려진 데 따른 움직임이다. 이는 대선때마다 ‘정치 개입 의혹’을 둘러싸고 되풀이되는 일이다.●검찰, 국정원 정면 겨냥 불가피 이 후보와 관련된 각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국정원이 내부 직원 K씨가 이 후보의 부동산 현황자료를 파악했다고 밝힘에 따라 K씨를 조만간 조사할 방침이다. 수사 범위에 대해선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한나라당이 제기하고 있는 ▲‘이명박 X 파일’의 실존 여부 ▲국정원 부정부패 감시 태스크포스(TF)팀의 활동 ▲X 파일의 청와대 보고 여부 ▲외부 유출 여부 등도 수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TF팀 활동시기에 최고 지휘라인에 있었던 김승규 전 국정원장과 이상업 국내 담당 차장 등 당시 수뇌부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질기고질긴 국정원-검찰 악연 2002년 대선때의 정치 개입도 2005년 당시 ‘안기부 X파일’ 사건으로 전모를 드러냈다. 국정원이 미림팀을 통해 정치인 등을 불법 도청한 사실이 검찰에 밝혀진 것이다. 사상 초유의 압수수색과 김덕·권영해·천용택·신건·임동원씨 등 전직 국정원장들이 줄소환되는 망신을 샀다.2001년에는 ‘수지 김’사건이 검찰의 재수사 끝에 안기부 조작 사건으로 밝혀졌다. 또 김영삼 대통령 임기 말기에는 안기부가 김대중 후보 앞으로 부쳐진 밀입북한 오익제씨의 편지를 의도적으로 공개한 ‘북풍’사건과 북한의 무력 시위를 조작한 ‘총풍’사건으로 곤혹을 치렀다.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이런 정치공작을 검찰이 밝혀낼 때마다 국정원의 존폐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인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국정원 존폐 논란이 있을 때마다 ‘국내 사찰 금지’라는 국민 합의 끝에 존립을 유지할 수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국정원이 정치인 사찰을 국가 안보 문제라고 둘러대면서 계속한다는 것은 권한 외의 정치개입이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이번에 불거져 나온 의혹들에 대해서도 ‘고유 업무 수행’이라고 항변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선 비켜간 존폐논란의 부메랑을 맞을 수 있는 위기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로스쿨 2009년 도입… 사시 단계폐지

    1년 반이 넘도록 국회에 계류 중이던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하 로스쿨 법안)’이 3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논의된 로스쿨 제도가 10여년 만에 도입됐다. 로스쿨 도입은 사법사에 큰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총입학정원제를 둘러싼 갈등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데다 정작 사법시험 폐지 이후 시행될 변호사 자격시험에 대한 조항은 빠져 있어 ‘반쪽 법안’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경북대 법대 김창록 교수는 “로스쿨제도 도입은 법학 교육에 큰 자극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로스쿨 도입은 곧 법학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로 법학 교수와 대학 자체가 바뀔 것이고, 그 과정을 거쳐서 배출될 법률가도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적 타협 국면에서 만들어진 법안인 탓에 로스쿨 본래의 취지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많다. 로스쿨 법안에 따르면 현행 사법시험은 2014년까지 완전히 폐지된다. 대신 법조인이 되려면 3년 과정의 로스쿨을 졸업한 뒤 변호사 자격시험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정작 법안에는 로스쿨 입학에 대한 내용만 있을 뿐이고, 변호사 자격시험의 응시자격 등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다. 로스쿨을 졸업한 학생들을 어떤 과정을 거쳐 법조인으로 양성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빠져 있는 것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건국대 법대 한상희 교수는 “로스쿨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변호사 자격시험법과 연계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사개추위 단계에서는 여유가 있었지만, 지금쯤 제출됐어야 하는 자격시험 법안이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 우선 법학 교수들이 환골탈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법조 일원화 관련 법률들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총입학정원제를 둘러싼 갈등도 남아 있다. 정부는 정원을 1200명 선으로 잡고 있지만 시민사회단체와 대학은 3000∼4000명 선이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법과대 학장과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올바른 로스쿨법 제정을 위한 시민인권노동사회단체 비상대책위원회’는 “입학정원이 1200명으로 제한되면 한 대학내 로스쿨의 정원을 150명 정도로 봤을 때 전국에 8개의 로스쿨밖에 설립되지 못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본래 경쟁의 취지가 퇴색되며, 사법시험의 좁은 문 앞에서 생겨난 ‘고시 낭인’이 그대로 ‘로스쿨 낭인’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법연수원이 폐지되지만, 연수원의 기능을 어떤 식으로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대책도 없다. 변협이 최근 입법청원을 낸 변호사법 및 법원조직법, 검찰청법 개정안에서는 사법연수원을 폐지한 뒤 변호사연수원 교육체제로 전환하고, 일정 경력 이상을 갖춘 변호사 중에서 판·검사를 선발하는 방안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대통령 헌소자격 있나” 쟁점

    청와대 문재인 비서실장이 20일 선거법 9조의 위헌성을 밝히는 헌법소원을 조만간 내겠다고 밝혀, 논란의 최종 판정권이 헌법재판소에 맡겨지게 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이 헌법소원을 낼 자격이 있는지 ▲선관위의 경고조치를 공권력의 행사로 볼 수 있는지 ▲선관위의 경고조치가 노무현 대통령의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등을 쟁점으로 꼽고 있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황도수 변호사는 “현직 대통령이 낸 헌법소원을 헌재가 맡게 되면서 정치적 리스크를 안게 됐다.”면서 “본안에 이르기 전에 다퉈야 할 쟁점들이 만만찮아 심리에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또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선관위의 경고조치는 권위적인 것으로 헌법소원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로 볼 수 있다.”면서 “다만 권리 주체가 아닌 의무주체인 대통령이 낼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선거법은 대통령뿐만 아니라 모든 공무원의 입을 막고 있는데 청와대가 이왕 문제제기를 하려면 공무원 전체를 감안한 연구와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되는데 이런 부분이 미흡해 아쉽다.”고 덧붙였다. 한편 헌재는 사건이 접수되면 접수순서에 따라 주심 재판관을 결정하고, 재판장인 이강국 소장과 협의해 진행 절차를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의 경우 접수후 30일내에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가 사전심사를 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 사건처럼 중요사건은 전원 재판부로 바로 회부될 수도 있다. 헌재는 사건의 중대성 등을 감안해 공개변론을 열 수도 있다.헌법재판소법에는 심리기간을 180일로 제한하고 있지만 꼭 지키도록 강제한 규정은 아니어서 선고 시기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어떤 결론이 나든 정치적 위험을 감수해야 할 헌재가 민감한 시기에 결정을 내릴지는 의문이라는 의견들이 법조계 안팎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결과 수용… 남은 임기 민생 주력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7일 노무현 대통령의 참평포럼 발언이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린 것과 관련해 각계 전문가들과 시민들은 향후 정쟁으로 요동칠 정국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선관위의 결정이 내려진 만큼 노 대통령이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남은 임기를 국민 경제와 민생안정에 주력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근거없이 상대후보 비난 지나쳐”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노 대통령이 자신이 속한 정당의 승리를 위해 도와달라고 말하는 정도라면 눈감아 줄 수 있지만 별다른 근거도 없이 상대 정당 후보나 집권 가능성에 대해 감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면서 “대통령은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고 직무를 수행하면서 각종 정보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만큼 그것을 이용해 상대편을 폄하하기 시작하면 그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성낙인 서울대 법대교수는 “이번 선거법 위반 논란은 행정수도 이전·탄핵 등 참여정부 출범 이후 끊임없이 이어져 온 대통령과 야당간 ‘권력투쟁’의 연장 선상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성 교수는 “대통령도 정치인인 만큼 공적인 자리에서 ‘집권당을 지지해 달라.’는 주장은 할 수 있지만 한나라당 특정 후보에 대해 ‘이래서 안 된다.’는 식으로 발언해 낙선 운동을 펼친 것처럼 해석될 여지를 남겼다.”면서 말했다. 그러나 김승환 전북대 법대 교수는 “헌법에는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만큼 노 대통령의 발언에 저속하고 품위없는 단어와 내용이 있다고 해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현 논란은 정치적 논쟁 수준에서 마무리해야 할 것이지 지금처럼 법적 해석 영역으로 끌어들여 일을 키워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위정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국장은 “애초에 노 대통령이 정치적인 역할보다는 행정부 수반으로서 맡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경실련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임기를 마무리짓는 시점에서 국민경제 및 정국 안정에 충실해야 하는데 정치 행위에 너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공직자 정치발언 금지는 문제”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는 “현행 선거법이 모든 공직자의 정치적 발언을 금지해 놓은 것 자체는 문제가 있다. 선관위도 실정법 테두리 내에서만 판단을 한 것 같아 다소 아쉽다.”면서도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노 대통령의 참평포럼 발언은 정무적 수위를 조절하지 못하고 국민통합을 저해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대통령이나 선관위 모두 헌법기관”이라면서 “헌법기관인 대통령이 또 다른 헌법기관인 선관위에 의해 중립의무 위반으로 제약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답답한 노릇”이라고 꼬집었다. 성민현(28·경기 파주시)씨는 “대통령도 자기 발언을 할 수 있지만 수위라는 게 있는데 이번 발언은 국민 감정상 높았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송효은(26·서울 동작구 사당동)씨는 “노 대통령에게만 야당과 언론에서 높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면서 “발언 수위가 높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선관위까지 나서서 이렇게 일을 크게 벌릴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강국진 류지영기자 betulo@seoul.co.kr
  • “탄핵해야” vs “공식후보 없어 위법 아니다”

    “탄핵해야” vs “공식후보 없어 위법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 강연으로 또다시 논쟁의 중심에 섰다. 선거법 위반 논란을 자초하며 임기 말 국정 운영에 스스로 부담을 안긴 노 대통령의 ‘일탈’은 국정 최고 책임자의 역할과 참여정부의 시대적 성격을 되새기게 한다. 참여정부는 ‘시대정신’이다. 어느 진보진영 학자의 표현대로 참여정부는 특정 정파나 정치인의 전유물도 아니고, 고유명사가 될 수도 없는 것이다. 3김 정치와 기득권 체제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시민의 ‘촛불’ 행렬이 지난 2002년 12월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주역이었다.‘87년 6월’의 주인공이 소수 정치엘리트가 아니라 이름없는 넥타이부대와 시장 상인, 학생, 노동자였다는 점과 다를 바 없다. 노 대통령의 강연에서는 87년과 2002년의 주역들이 갈망하던 ‘원칙’과 ‘상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당적(黨籍)을 버린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정치 중립의 ‘원칙’이 없었고, 한 나라의 정치 지도자로서 금도와 절제의 ‘상식’을 찾기 어려웠다. ●청와대 vs 한나라당 대치 전선 일탈의 후유증은 소모적인 독설과 엄포, 고발로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4일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분서갱유로 언론을 탄압한 진시황 시절이 생각나고, 불태워 놓고 시를 읊은 네로 시절이 생각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독재자의 딸’이란 노 대통령의 표현을 빗대 “그렇다면 왜 내가 당 대표로 있을 때 대연정을 하자고 그랬느냐.”고 맞받았다.“노 대통령은 잘못된 경제철학과 국가관을 가진 남성”이라고도 했다. 황우여 사무총장은 “노 대통령의 퇴임 후까지 선거법 위반 책임을 묻겠다.”며 공직자의 선거중립 의무와 선거운동 행위 금지, 후보 낙선운동 금지 조항을 거론했다. 청와대도 주저하지 않았다. 천호선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마치 나라의 어른이나 된 것처럼 훈계하듯 말하고 정책 토론의 본질을 피하려고 해선 안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전날 이 전 시장이 “노 대통령은 말을 가려서 했으면 좋겠다.”고 발언한 것에 맞불을 놓은 셈이다. 천 대변인은 선거법 위반 공세에는 “왜곡된 참여정부 평가를 방어하기 위한 반론이며 의견”이라면서 “선거법 위반 시비는 본질을 가리고 정당한 문제제기를 회피하려는 의도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정치적 노림수와 오기 청와대의 반론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의 발언이, 지향점이 뚜렷한 정치 연설이라는 비판을 면하긴 어렵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가 이날 “반한나라당 전선이 지리멸렬한 상태에서 대통령이 아니면 누가 나서겠냐. 할 말은 제대로 한 것 아니냐.”고 반문한 것도 이같은 인식를 뒷받침한다. 정치권에서는 노 대통령이 연말 대선과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해 친노 세력을 결집하고, 정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미리 계산된 발언을 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권을 보수진영에 넘겨줄 수 없다는 ‘오기’가 작동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시민단체등 강력 성토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탄핵’과 ‘퇴임후 형사소추’까지 거론하며 노 대통령의 발언을 강력 성토했다.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는 의견은 소수였다. 김배원 부산대 법대 교수는 “정당의 공식 선거레이스가 시작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공개 발언한 것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면서 “현직 대통령이 특정 정당 후보를 이처럼 편파적으로 인식한다면 선거 중립을 지킬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인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지난 2004년 탄핵 때보다 더 나쁜 상황”이라면서 “헌법수호 의무가 있고, 서약까지 한 대통령이 ‘그놈의 헌법’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자기 배신”이라고 말했다.‘시민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은 성명에서 “국회내 탄핵소추 논의나 퇴임 후 형사소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변의 송호창 변호사는 “선관위에서는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면서 “언급된 당사자들이 아직 후보가 아니기 때문에 선거법상 특정 후보를 비방한 것이 아니다. 당사자들은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지만, 법적 차원에서 볼 문제는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박찬구 이재훈 한상우기자 ckpark@seoul.co.kr
  • 전문가들 “법 해석 내용도 위헌심판 대상… 헌재 잘못”

    ●사례1: 문신작가 김건원(본명 김유미·32·여)씨는 2003년 6월 병역 기피사범 단속 과정에서 일부 병역기피자들에게 문신을 새겨준 사실이 드러나 “불법의료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씨는 “문신 시술은 의료행위가 아니다.”라고 항변하면서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300만원 확정형을 받았다. ●사례2: 서울시 중랑구 면목동 부근에 땅을 점유하고 있던 김모(52)씨는 ‘20년간 평온·공연하게 땅을 점유한 경우’ 취득 시효가 완성돼 소유권을 넘겨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땅의 소유권자로 등기돼 있는 국가는 이미 공원 용지로 지정된 땅이어서 행정재산인 만큼 취득시효는 얼토당토않다고 했다. 김씨는 “국가가 소유한 잡종재산은 취득 시효가 인정되고, 이 땅이 공원 용지(취득시효가 인정되지 않는 행정재산)로 지정되기 전에 이미 취득 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신작가 김건원씨와 취득 시효를 주장하는 김씨는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들겼다. 하지만 헌재는 지난 26일 이들의 주장을 모두 받아주지 않았다. 헌재는 ‘문신이 의료행위에 해당한다.’,‘잡종재산이 행정재산으로 바뀐 경우에는 취득시효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두 법률 해석을 놓고 다툰 사건에서 “법률의 해석 적용에 대한 판단은 법원 고유의 권한으로 헌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헌재는 법률 해석이 헌법에 위반되는지를 가릴 수 있는 한정위헌과 한정합헌 권한을 사용할 여지가 있었지만, 이번 결정에서는 아예 “법률 해석 권한은 법원의 고유 권한”이라면서 시도도 하지 않았다. 취득 시효 사건에서 반대 의견을 낸 조대현 재판관만이 “법률조항에 대해 다른 해석이 존재할 때 헌재는 각각의 해석에 의해 형성되는 법률 내용이 위헌인지 여부를 심판해야 한다.”면서 “대법원의 해석도 구체적인 규범력을 갖고 재판의 기준이 되고 있으면 위헌 여부를 심판해야 한다.”고 한정위헌 심사의 필요성을 따졌다. 헌법 전문가들은 “헌재 스스로 권한을 포기한 격”이라면서 헌재의 이상 기류를 걱정하고 나섰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황도수 변호사는 “헌재의 위헌 심사 대상은 법률 조문과 더불어 그 해석 내용도 포함된다.”면서 “법원이 법률 해석을 잘못한 경우 심판의 대상은 법원 판결이 아닌 위헌적인 해석 내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법원이 이미 관련 법률을 해석·적용했다고 해서 헌재가 심판할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자신의 권한을 회피하는 것이다. 새로 구성된 재판부가 착각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인 한상희 건국대 헌법교수도 “법원의 잘못된 법률 해석과 적용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한정 위헌 결정을 헌재 스스로 안하겠다고 선언하는 결정”이라면서 “행정부·입법부의 잘못을 헌법 해석을 통해 통제하는 헌재가 유독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만 무력해지는 것은 헌재의 기능을 상당히 축소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한정 합헌·위헌 해당 법률조항의 문언이 여러 뜻으로 해석될 경우 특정한 내용으로 해석·적용되는 한 합헌 또는 위헌이라고 결정하는 것.“∼라고 해석하는 한 위헌(또는 합헌)이다.”라고 표시한다. 대법원은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법원의 고유권한으로,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은 법원에 영향을 미치거나 기속력을 가질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두 기관간 권한 다툼의 원인이 됐다.
  •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3) ‘항쟁의 산물’ 시민단체 어제와 오늘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3) ‘항쟁의 산물’ 시민단체 어제와 오늘

    6월 항쟁의 중심에는 시민이 있었다.‘독재타도, 호헌철폐’를 외치며 거리로 나온 대학생과 시민, 그리고 퇴근 후 시위에 합류한 ‘넥타이 부대’가 있었다. 전경을 피해 달아나는 시위대를 숨겨 주거나 정성스레 물 한잔을 건네 준 사람도 6월 항쟁의 숨은 주역이었다. 6월 항쟁 이후 불붙기 시작한 ‘시민의 힘’은 시민운동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시민없는 시민단체’,‘명망가 중심의 운동’,‘대안 없는 비판’ 등으로 시민운동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6월 항쟁으로 촉발된 시민운동이 이제 새로운 도약을 위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민 없는 그들만의 활동이 위기 자초 26일 시민·사회단체에 따르면 시민운동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급성장했다. 여성민우회(87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88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88년), 환경운동연합(93년), 참여연대(94년) 등 굵직한 시민단체들이 탄생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전국적으로 2만 3500여개에 이른다. 시민·사회단체들의 움직임은 2000년 총선 당시 ‘낙천·낙선운동’을 벌이며 전성기를 누렸다. 시민운동의 영역도 정치민주화를 넘어 사회·경제민주화로 다양화되고 세분화됐다. 그러나 2000년을 기점으로 위기론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시민운동이 일부 명망가 중심의 운동으로 변질되고, 일부 단체의 도덕성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시민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또 보수·진보 단체의 대립과 정치·권력화로 ‘그들만의 단체’로 바뀌었다. 안진걸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장은 “단체의 영향력이 떨어진 게 위기가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하려는 치열함과 진정성 부족이 위기를 불렀다.”면서 “교수, 변호사, 활동가, 고액후원자 등 전문 집단이 독점한 시민운동 의제를 시민들에게 돌려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시민속으로, 시민과 함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6월 항쟁 당시와 같이 자발적인 시민참여 열기를 되살리는 것이 시민운동이 재도약하는 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쟁점을 쫓아가는 운동보다는 내실화에 치중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경실련은 ‘통계와 수치로 말하자.’는 운동을 몇 년째 실천하고 있다. 그 성과는 지난해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으로 나타났다.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보도자료를 내는데도 3개월 이상 철저하게 준비를 했다.”면서 “시민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운동을 벌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안 마련에 중점을 둔 단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희망제작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생태지평,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등이 대표적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시민단체가 이것저것 다하다가 무엇하나 제대로 못하는 악순환이 위기를 자초했다.”면서 “정형화된 운동의 틀을 깨고 ‘할 수 있는 하나라도 제대로 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과잉대표성 폐해 시민운동의 침체 원인이 명망가 중심의 운동이 빚어낸 ‘과잉 대표성’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원로 한명이 여러 단체 대표로 ‘겹치기 출연’ 일부 명망가들이 각종 시민·단체 공동대표 등에 겹치기로 나서는데다 정부 자문위원회 진출까지 독점하면서 ‘시민’의 설자리가 사라져 버렸다는 지적이다.‘시민의 힘’을 보여준 6월 항쟁의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일부 명망가들이 독점한 시민운동의 의제를 다시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원로 시민운동가인 A목사는 자신이 공동대표 등으로 있는 단체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그는 “일은 실무자가 다하니까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기자회견장을 지키는 것뿐”이라고 털어놨다. 명망가 위주로 ‘이름 빌려주기’하는 것도 문제다. 심지어 ‘단체 따로, 대표 따로’라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 1월10일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30여개 시민단체들은 최근 파행을 겪고 있는 ‘시민의신문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이들은 시민의신문 이사회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지만 당시 이 신문 이사 B씨는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를 겸하고 있었다. ●일부 인사가 정부 자문위원회도 독점 민주당 손봉숙 의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여성단체 인사들의 정부 자문위원회 진출 현황에 따르면 박인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14개, 김소림 인천여성단체협의회 회장 11개,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사무처장 11개,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 11개,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 10개의 정부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여성운동가 출신인 손 의원은 “이들이 겹치기로 자문위원회에 나가서 과연 내실 있는 자문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을 정도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일부 시민단체 명망가들의 자질 부족과 무책임을 꼬집는다. 그는 “개인 경험을 늘어놓거나 양비론으로 흘러 김을 빼놓는 경우를 적지 않게 봤다.”고 꼬집었다. 명호 생태지평 연구원은 “정부는 책임과 권한은 주지 않고 내용은 취약한 명분밖에 없는 민관협력을 원하기 때문에 전문성을 가진 시민운동가가 아니라 그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명망가 중심 시민운동 이제 끝내야’ 시민운동가들은 시민단체 원로들을 ‘얼굴마담’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형식에 치우친 연대사업과 급조된 기자회견 남발을 원인으로 꼽는다. 한 시민단체 정책실장은 “제대로 된 기자회견이라면 가장 열심히 하고 제일 잘 아는 사람이 앞에 나와야 하는데 실제로는 늘 오던 사람만 기자회견장을 채우는 경우가 많다.”고 인정하면서 “연대기구, 기자회견, 집회 모두 남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진걸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장은 “단체 대표들이 아니라 실무자들이 정부위원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열악한 시민운동가 처우 시민운동가 A씨는 지난해 국회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10년간 시민운동을 통해 남은 것은 5000만원의 빚뿐. 생활고에 시달리다 시민운동을 접었다. 매월 시민단체 15곳에 내는 회비만 50만원인 A씨는 “지금도 시민단체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쉽지 않다.”고 전했다. 시민운동 활성화의 또다른 걸림돌은 시민단체 상근자들의 열악한 처우다. 대표적인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와 경실련 상근자들의 임금이 1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시민운동가들에게 최소한 생활을 보장해줄 수 있는 재정적 기반에 대한 고민은 시민운동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시민단체들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쓴다. 참여연대는 올해부터 상근자 최저임금을 100만원으로 정했다.4년간 동결했던 임금을 지난해 15% 인상한 결과다. 경실련도 같은 방식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기본급을 95만원으로 올렸다. 한때 상근자만 90명에 육박하던 경실련은 5∼6년전 55명, 지금은 34명이 일하고 있다. 경실련은 상근자 35명을 상한선으로 정했다. 박병옥 경실련 사무총장은 “사업 영역을 통폐합하면서 지난 3년간 급여를 높이고 사람을 줄였다.”고 전했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선택과 집중’으로 상근자에게 투자하는 비율을 높일지, 현재처럼 인력을 더 늘리는 방향으로 유지할지 내년에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주차장 증축·인건비로 유용

    서울신문이 16개 시·도 광역자치단체에 ‘행정동우회와 의정회 예산지원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해 답신을 받은 결과, 지방정부가 퇴직 공무원과 퇴직 의원들의 친목 모임에 무분별하게 예산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단체는 보조금의 상당수를 공익사업이라고 보기 힘든 인건비와 회원 교육, 회보 발행 등에 사용했다. 심지어 ‘자본성 경비(고정 자산 가치를 증가시키는 경비)’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행정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이들 단체가 지방자치를 위한 공익적인 사업을 한다고 보기 힘든 만큼 예산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경북 행정동우회 해외여행 경비지원 받아 경북 행정동우회 회원 32명은 지난해 12월14일 도 지원을 받아 5박6일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를 다녀왔다. 도는 경비의 절반인 1200만원을 ‘앙코르-경주 세계문화엑스포 참가 교류협력 사업추진’ 명목으로 지원했다. 이들은 이 돈으로 행사장 참관, 정부관계자 면담, 유적지 견학을 했다. 행사를 마친 뒤 도에서 이들로부터 제출받은 것은 사진 몇 장과 여행사에서 발급한 간이영수증뿐이었다. 제대로 된 결산 심사는 없었다. 경남 행정동우회는 지난해 10월 4억원을 도에서 지원받아 자본성 경비인 동우회관 주차장 확장공사를 했다. 사업비(5억 5000만원)의 70% 이상을 도에서 지원받은 셈이다. 특히 지상 6층짜리 동우회관은 1992년 회관 건립 당시에도 30억원에 이르는 건설비 중 19억원을 시·도·군비로 지원받았다. 경기 행정동우회는 지난해 회원 인터넷 교육비 명목으로 도에서 4200만원,‘문화유적지 소개 및 청결질서 봉사대 운영’ 명목으로 2000만원을 각각 지원받았다. 봉사대 지원금은 80∼120명의 회원들이 6차례에 걸쳐 문화유적지에 가서 청소하는 데 쓴 버스 임대료와 식대 등이라는 게 도의 설명이다. 인천 행정동우회는 지난해 시에서 받은 보조금 6400만원 가운데 1800만원을 상근자 2명의 인건비로 지급했다. 이사회와 총회 등 각종 회의에 들어간 비용도 1000만원이 넘는다. 대전 행정동우회도 지난해 시 지원금 3000만원 중 상근자 인건비로 840만원을 지출했다.●강원 의정회 회원수첩 제작에 1억사용 제주 의정회는 지난해 도에서 50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아 각종 회의에 참석한 회원들에게 3만원씩 참석 수당을 지급했다가 도에서 지원금으로 수당을 주지 말라고 요청해 올해부터 수당을 없앴다. 의정회 관계자는 “연로한 회원이 많고 거리도 멀기 때문에 지급한 거마비”라고 해명했다. 강원 의정회는 지난해 보조금 1억 6000만원을 의정신문과 회원수첩 제작에 썼다. 의정신문은 도의회 의정활동과 의원 동정 등 회원 동정이 실린다. 인천 의정회는 올해 시 지원비가 7000만원으로 지난해의 4000만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올해 사업 예산은 사무실 운영비, 의정지 발간, 홈페이지 관리, 인건비 등 공익성 사업이라고 하기에는 목적 자체가 불분명하다. 전북 의정회는 5500만원이 넘는 보조금으로 새만금 홍보와 지방선거 공명선거 홍보 등 관변성 홍보활동으로 3000만원을 지출했다. 경북 의정회는 지난해 보조금 7500만원 중 4100만원을 장묘문화개선운동과 에이즈퇴치계몽운동에 지출했다. 보조금을 인건비로 쓴 곳도 적지 않다. 지난해에만 전북 의정회는 1000만원, 경남 의정회 2300여만원, 경북 의정회 2540만원, 제주 의정회 1200만원, 부산 의정회 960만원을 인건비로 썼다.●친목 단체에 세금 지원 문제 참여연대 행정감시팀 이재근 팀장은 “행정동우회는 명백한 친목단체인데 시·도에서 친목사업에 보조금을 준다면 향우회나 동창회에도 보조금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함께하는시민행동 이병국 예산감시팀장은 “행정자치부 훈령인 예산편성기준은 자본적 경비는 사회단체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면서 “경남 행정동우회가 주차장 증축을 도에서 보조금을 지원받은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건국대 법대 한상희 교수도 “의정회는 전직 의원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지역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지역정치는 생활정치에 뿌리를 둬야 하는데 의정회 자체가 지역토호 집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FTA 시대-각계 반응] 농민- “농민 빚 더 늘어날것” “품질 고급화로 극복”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된 2일 찬·반 여론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반대론자들은 “협상 타결 원천 무효”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반면 찬성론자들은 “실보다는 득이 많은 타결”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여론 수렴이 불충분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향후 국회비준 과정에서 찬반론자들의 갈등이 거세져 국론 분열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한·미 FTA가 타결된 이날 전국의 농민단체는 “정부가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찬·반으로 극명하게 엇갈렸다. 특히 농민단체들은 “앞으로 국회 비준거부 운동을 펼치겠다.”고 항전 의지를 다졌다. 일부에서는 국민투표를 제기해 국회통과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논밭 다 갈아엎겠다.” 쌀전업농협회 서종원(57)회장은 “농민들이 다 죽는 것으로 협상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어려워 농가빚까지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제 어쩌란 말이냐.”고 울분을 쏟아냈다. 그는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하려고 갔다가 ‘안심하고 내려가라.’는 정부 관계자의 얘기를 듣고 내려왔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면서 “현재로서는 논밭 다 갈아엎어 버리고 팔아서 다른 일을 찾아 봐야 할 판이다.”고 말했다. 경남 합천군 여성농민회 강선희(38·여) 사무국장은 “FTA가 대세라면 이번 협약을 파기한 후 충분히 준비해 재협상하고, 투표로 국민들의 의사를 묻자.”고 목청을 높였다. 경북 의성농민회 이지영(27·여)총무부장도 “FTA는 농업뿐 아니라 자동차 등 우리나라 모든 산업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국회 통과 등의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정부는 국민의 여론을 최대한 수렴하기 위해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지감귤 등 연쇄적 도산” 광주·전남운동본부는 협상을 강행한 정부를 강력히 성토했다. 이재인 전국농민회 광주전남연맹 부의장은 “농민들의 목을 옥죄는 FTA에 반대하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반대 의지를 다졌다. 임기환 FTA 저지 제주도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감귤 계절관세 도입은 사실상 관세철폐대상으로 개방을 확정한 것”이라며 “노지감귤과 타 작물까지 연쇄적으로 도산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과 교수는 “‘투자자-국가 제소제’를 포함한 FTA는 국내법을 무효화시켜 사법 주권을 무너뜨리게 된다.”고 비판했다. 박민웅 전국농민총연맹(전농) 전 사무총장은 “정부가 ‘쌀은 지켰다.’고 변명하지만 쌀은 애초 협상대상이 아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관영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은 “국민적 공감대 없이 추진된 게 문제다. 국회 비준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국회로 공이 넘어갔다.”면서 “국회에서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필요하면 비준을 부결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먹고사는 밑천 마련할 원동력 이숙종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 교수는 “농업 등 경쟁력이 취약한 산업은 손해를 보겠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분명 이득”이라면서 “중국과 일본의 틈에 낀 한국경제에 FTA는 장기적으로 먹고사는 밑천을 마련해 주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홍진표 자유주의연대 사무총장도 “FTA는 소비자 입장에서 물가인하 효과를 가져온다. 일각에선 개방으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저력을 경험으로 보여줬다.”면서 “담장을 높이는 접근은 곤란하며 정면으로 부딪쳐 이익은 취하고 불리한 것은 극복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밀양에서 딸기농사를 짓는 김모(48)씨는 “충격이 크겠지만 농산물 품질고급화에 노력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현숙(52·여·경남 창원시 상남동)씨도 “대부분 소비자들은 수입 농산물을 기피하므로 품질을 높인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원산지 표시를 허위로 기재하는 악덕 상인들을 찾아내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종합 창원 이정규기자 서울 임일영기자 jeong@seoul.co.kr
  • “헌법개정 시민의 손으로”

    “헌법개정 시민의 손으로”

    민주화 투쟁의 산물로 태어난 1987년 헌법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시민사회에서 제기됐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대통령 4년중임제를 골자로 한 ‘원 포인트 개헌’에는 철저히 반대한다. 대신 지구화, 정보화, 생태화 등 21세기 과제를 반영하는 새로운 헌법 담론을 모색해 ‘개정’이 아닌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경제·사회·여성·환경학자와 사회운동가 등이 참여해 벌인 2년여간의 논의를 정리한 ‘헌법 다시보기’(창비 펴냄)에는 이같은 주장과 시민사회가 구상하는 새로운 헌법의 모습이 담겨 있다. ●시민사회 철저히 배제된 헌법 지난 1월9일 노 대통령이 제안한 ‘원 포인트 개헌’은 야권은 물론 시민사회로부터도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87년 당시의 헌법 개정과 마찬가지로 시민사회가 철저히 배제된 채 오로지 권력 문제만을 논의점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홍윤기 동국대 철학과 교수는 “87년 헌법개정 과정에서 민주화투쟁을 이끈 시민사회는 철저히 배제되고, 권위주의 구체제의 정당들만이 주체가 됐다.”면서 “이런 태생적 한계로 87년 헌법은 이후 전개되는 폭발적인 시민사회의 역동성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동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도 “아쉽게도 우리 헌법은 시대정신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정권교체에 따라 개정되는 굴곡의 역사를 겪어 왔다.”면서 “예전과 마찬가지로 최근의 헌법개정 논의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권력구도에 집중됨으로써 사회변화를 근본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헌법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변화하는 시대상 반영 필수 한상희 건국대 법대교수는 신자유주의 경제논리가 대세가 되는 상황에서 헌법의 역할에 주목, 무한경쟁에 내몰린 개인에게 실질적인 자유와 평등을 되돌려주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헌법에서 규정한 절대적 재산권 보장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정희진 이화여대 여성학과 강사는 소수자 차별이 없는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헌법의 주체가 되는 ‘국가’는 남성·비장애인·이성애자의 국가에 불과하다.”면서 “동성애자를 배척하고, 여성과 군면제자를 2등국민으로 깎아내리는 등의 모든 차별적인 조항은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평화적 생존권(이경주 인하대 법대교수 등) ▲문화적 자율성(김수갑 충북대 법대교수) ▲생명권·정보권(정태호 경희대 법대교수) ▲시민의회제도(김상준 경희대 NGO대학원교수, 오현철 한양대 연구교수) 등의 도입과 보완도 제시됐다. 이 가운데 ‘평화적 생존권’은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수준을 넘어 전쟁을 하지 않도록 국가권력을 견제할 권리를 뜻하며, 시민의회제도는 시민사회가 공공의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논의에 참여한 학자들은 “현행 헌법이 ‘우리 국민, 우리 영토’ 등으로 너무 경직된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연성형 시민국가로 전환하기 위한 헌법개혁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3단계 헌법개혁 학자들은 ‘공급자 중심의 헌법개정 논의’가 아닌 ‘수요자 중심의 헌법개혁 논의’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민사회, 정당, 국회의 ‘3중 헌법제정 과정’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사회화-정치화-헌법화’라는 3단계 절차를 제시했다. 우선 민주헌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 연대기구에서의 의제설정(사회화)을 거친 다음 국회에 시민대표로 구성된 민주헌법연구회를 설치, 정치권으로 논의를 넓혀(정치화), 여기서 만들어진 단일헌법안을 국민투표를 통해 최종적으로 국민들에게 검증받아야(헌법화) 한다는 것이다. 헌법개정에 대한 시민사회의 참여와 관심이 저조한 가운데 이들이 제시하는 논리가 어떤 작용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개헌론 공론화를”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발의에 대해 찬반 여부와 실현 가능성을 떠나 적극 공론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진보 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헌법개정안 발의권을 가진 대통령의 개헌론이 공론의 장에서 외면당하는 것은 민주헌정 발전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시아사회과학연구원(아사연·원장 이장희)은 21일 오후 2시 대한상공회의소 지하 2층 의원 회의실에서 ‘헌법개정안 어떻게 볼 것인가’란 주제로 학술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공동 발제를 하는 김종철 연세대 법대 교수는 “(개헌 가능성이 낮다는) 부정적인 여론만을 내세워 공론화가 방기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개헌 발의가 부결되더라도 공론화 시도는 앞으로 다시 전개될 개헌론의 불씨를 살려두는 의미를 가질 뿐 아니라, 정치세력이나 시민사회의 자기책임성을 확인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도 “차기 정부에서 직접 국회를 통한 개헌을 주도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문제의 초점을 벗어난 것”이라면서 “핵심은 현 정부에서 개헌이 왜 부적절한 것인지를 합리적 논거를 통해 설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회에는 김성수 경실련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장,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개혁감시센터 소장, 김수진 이화여대 정외과 교수, 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여한다.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法·檢갈등 해법 없나] (4) 바람직한 法·檢 관계

    계속되는 법원과 검찰의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법원·검찰 관계자들은 물론 변호사, 법학 교수들로부터 바람직한 법·검 관계 정립을 위한 의견을 들어봤다. ●변호사·교수 “법·검의 극한 대립은 결국 국민 피해” 변호사들도 판사 출신인지 검사 출신인지에 따라 제시하는 해법이 다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그동안의 검찰 구속영장 청구 관행 등에는 고쳐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결국 이는 합리적인 방법을 통해 개선돼야지, 한쪽의 일방적 강요로 이뤄져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반면 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원은 법이 정한 대로 판단할 뿐”이라면서 “결국 검찰도 법이 바뀌지 않는한 법이 정한 대로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변호사와 교수들은 법원과 검찰의 대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최근 영장 발부를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극한 대립은 아릅답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법원도 영장 발부 기준이 일관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비난을 받을 측면이 있고, 검찰도 검찰 권력의 핵심을 인신구속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인 사개추위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형소법 개정안 통과를 통해 법 제도를 정비하고 그 다음에 새로 마련된 법 제도의 문제점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송호창 변호사는 “최근 법원과 검찰의 영장 갈등은 그동안 검찰이 수사 편의를 위해 구속 요건이 불충분함에도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도 이를 엄격히 검토하지 않고 발부하던 관행을 하루아침에 바꾸고 있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두 기관 모두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합의한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형소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안에 대해 명시적으로 거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도 “지금의 법·검 갈등은 그동안의 잘못됐던 사법 관행이 민주화돼 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과도기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논란이 되고 있는 영장 문제도 헌법이나 형사소송법에는 구체적이지 않은 측면이 있는 만큼 법원과 검찰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두 기관이 모여 그동안 축적한 사례 등을 분류해 구속·불구속의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 “물론 이때도 기준은 신체의 자유를 최소화하면서 공공의 이익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검, 차분히 머리 맞대야 감정 싸움이라고 불릴 정도로 극단적인 대결을 하고 있지만 법원과 검찰 모두 대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우리가 법원과 영장 문제로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피의자를 구속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검찰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급격하게 법원이 불구속 드라이브를 걸기 때문에 갈등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는 “언론이 검찰과 갈등을 빚는다고 하지만 법원은 갈등을 빚은 적이 없다.”면서도 “공판중심주의나 적정 구속 비율은 결국 우리 사회의 법문화 등과 연결돼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판중심주의는 분명 현재보다 사법 비용이 늘어나는 측면은 있을 수 있다.”면서 “국민이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법연수원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금은 법원이나 검찰 모두 심한 감정 싸움에 이성적 논의 등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두 기관 모두 이제는 차분하게 대응하며 의견을 나눠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부적격6·적격5·유보1명’ 전효숙 인사청문위원 의견 엇갈려

    ‘부적격6·적격5·유보1명’ 전효숙 인사청문위원 의견 엇갈려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7일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이틀째 인사청문회를 열었지만 전날에 이어 지명 절차를 둘러싼 적법성 공방을 벌였다. 전 후보자의 임명동의에 대한 여야 특위위원들의 의견도 ‘부적격 6명, 적격 5명, 유보 1명’으로 엇갈려 8일 본회의 처리과정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청문회 속개 안팎 특위는 애초 이날 오전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한나라당의 내부 입장조율이 난항을 겪으면서 오후에 속개되는 등 파행을 겪었다. 열린우리당은 헌재소장 임명이 사실상 헌법재판관 자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공감대 속에서 한나라당의 입장에 맞섰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비상대책회의에서 “헌재소장은 한번의 인사 청문으로 재판관에 대한 인사 청문까지 겸할 수 있다는 분명한 정리가 있다면 논란의 여지는 전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연쇄 대책회의를 갖고 청문회 개최를 둘러싼 입장을 조율했지만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 등 난항이 이어졌다. 결국 강재섭 대표가 청문회 참석여부 결정을 원내대표단에 일임한 결과 청문회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하지만 재판관으로서의 인사청문 절차는 추후 논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특위는 한상희 건국대 교수와 우창록 변호사, 곽배희 가정법률상담소장, 강경근 숭실대 교수, 장영수 고려대 교수를 출석시킨 가운데 참고인 진술을 청취하고 전 후보자에 대한 종합신문을 거치며 일정을 마무리했다. ●본회의 처리 전망 전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놓고 여야 특위 위원들은 극명하게 상반된 의견을 보였다. 여당 의원들은 전 후보자가 헌재소장으로서의 자질이 검증됐다면서 전원 찬성 의사를 표시한 반면, 야당 의원들은 임명권자의 뜻에 따라 재판관을 사퇴한 것에 비춰 정치적 중립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대부분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한나라당 김재원 의원은 “코드인사 의혹에다 청와대 의사에 따라 헌법재판관직을 사퇴하는 등 문제도 많다.”며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다. 열린우리당은 8일 본회의를 앞두고 전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기대하고 있지만 당내 반란표 등 만일에 대비해 소속 의원들을 다잡는 분위기다.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당론을 모으는 절차까지는 필요없겠지만 국무위원을 포함해 단 한 사람의 외유자도 없이 본회의에 참가하도록 총동원령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민주당과 민노당 의원들을 일대일로 접촉하는 등 사전 단속에 만전을 기했다. 한나라당은 ‘권고적 당론’ 형식을 취해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대변인은 “8일 의총에서 논의해봐야 알겠지만 권고적 당론으로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나 대변인은 “전 후보자는 자질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청와대도 전 후보자의 임기를 연장해주기 위해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완전하게 하자가 치유됐다고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본회의 직전에 최종 입장을 정한다는 방침이지만 반대쪽에 무게가 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관계자는 “소속 의원들 상당수가 부적격쪽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민주노동당은 전 후보자 내정 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많다고 보고 신중하게 입장을 정하기로 했다. 최종 당론은 8일 본회의 직전에 결정할 예정이다. 구혜영 박지연 황장석기자 koohy@seoul.co.kr
  • 대법관 5명-헌법재판관 5명 7월부터 교체

    대법관 5명-헌법재판관 5명 7월부터 교체

    ■ 대법원-정통법관 출신 몇명일까 촉각 올해 대법관 인선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사법부의 ‘정체성’에 획기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특히 대법관은 법리적 갈등과 쟁점을 매듭짓는 자리이기 때문에 전체 대법관의 구성이 초미의 관심사인데,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한 이용훈 대법원장이 어떤 성향의 후임 대법관을 선임할지 법조계는 물론 사회 각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법원은 22일부터 사회 각계에서 대법관 후보들을 추천받고 다음달 5일쯤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를 열어 대법관 후보 5명을 결정할 예정이다. ●대법원의 청사진에 맞는 인선해야 대법원이 5월 들어 대법관 후보 제청 작업에 들어가면서 몇몇 후보군들이 형성된 가운데 여러가지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대법원이 추구하려는 정책과 위상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신지역·경력 등을 짜깁기하는 인선이 아니라 대법원이 가고자 하는 길에 적합한 인물들이 추천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어느 변호사는 “현재 하마평이 있는 인물들 개개인이 훌륭하지만 그분들만으로는 대법원이 추구하는 방향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학계·여성 등을 참여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할당제로 생색내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다양화 논리 각양각색 법원에서는 구성의 다양화란 화두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시큰둥한 반응이 많다. 서울 지역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관은 말 그대로 최고의 법관이어야 한다. 법률적 지식과 전문성이 최우선 잣대다.”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20∼30년씩 다양한 사건·법률들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법원의 고위직에 올랐다는 것은 능력과 자질 등에서 검증을 거쳤다는 뜻이다. 다양화를 이유로 이들을 배척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판사는 “다양화를 너무 강조하다보면 법리적 쟁점에 대해 일관된 판단을 내려야 하는 대법원이 각종 이해집단의 소모적인 논쟁의 장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양한 이해를 절충하는 것은 입법, 행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는 지적이다. 일선 법원에서는 이번 대법관 자리가 검찰, 학계, 여성, 재야 출신 등에게 할당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른바 ‘정통법관’ 몫에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법원 내부에서는 지난해 김황식·박시환·김지형 등 대법관 3명 인선 때 서열·기수 파괴가 어느 정도 있었던 만큼 이번 인선에서는 조직안정을 앞세워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안정 속 점진적인 다양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번에는 정통법관 2∼3명이 대법관에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퇴임하는 강신욱 대법관 후임으로 검찰 출신 인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의 관심도 예년과 다르다. ●대법원, 민주적 정당성 뒷받침돼야 대법관 인선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장주영 변호사는 “대법원의 과거를 반성하는 차원뿐 아니라 앞으로 정책법원으로서 법률 판단의 권위를 얻으려면 대법원도 민주적인 정당성을 얻어야 한다. 시민사회단체가 후보들을 검증할 수 있도록 추천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는 추천을 받은 후보들은 비공개며 대법원장이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후보들에 한해 외부에 공개된다. 시민단체가 후보들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도록 판례, 전력 등 관련 자료들을 대법원 측에서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헌법재판소-이강국·이홍훈 등 헌재소장 물망에 헌법재판소는 윤영철 소장을 포함한 재판관 5명이 오는 8∼9월 교체된다. 전체 재판관 9명 중 절반이 넘는 재판관이 바뀌는 것이다. 권성 재판관이 8월13일 물러나고 9월14일 윤 소장 등 4명이 퇴임한다. 대통령 탄핵사건과 행정수도특별법 헌법소원 사건 등을 통해 헌재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에 재판관 임명에 보수·진보 모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인사는 대통령이 2명의 재판관을 지명하고, 대법원장, 한나라당, 여·야 공동으로 각각 1명씩 추천한다. 윤 소장의 후임으로는 임기 만료로 퇴임하는 이강국(사시 8회) 대법관과 이홍훈 서울중앙지법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대법관은 헌법학 박사로 헌법 분야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법원장은 정치력과 행정력을 모두 겸비해 진보·보수 양 진영으로부터 거부감이 없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재판관으로는 서상홍(17회) 헌법재판소 사무처장과 정종섭(24회) 서울대교수, 헌재 연구부장 출신인 김승대(23회) 부산대교수가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송인준 재판관이 검찰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종백(17회)부산고검장, 안대희(17회)서울고검장 등도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재야에서는 문흥수(21회), 김형태(23회), 조용환(24회), 김선수(27회) 변호사 등이 거론된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법정서식 47%“주민번호 적어라”

    법정서식 47%“주민번호 적어라”

    법정서식 가운데 신고서·납부서 등‘신청’에 관련된 서류는 73%가 반드시 주민등록번호를 적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자격증·면허증 등 ‘증명’ 관련 법정서식도 63%가 주민번호를 요구한다. 행정기관에 민원신청을 할 때에는 비율이 더욱 높아 10건 중 8건 꼴에 이른다. 23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국내 첫 주민등록번호 사용현황 실태조사 결과다. 온라인 게임 명의도용 사태가 주민번호 남용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조사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건국대 한상희 교수팀에 의뢰해서 실시됐다. 연구팀은 법정서식은 1364개의 법·영·규칙에 따른 1만 6232개 서식을 전수조사했고, 민간서식은 유료 서식다운로드 사이트인 비즈폼(bizforms.co.kr)이 제공하는 서류 중 조회수 100회 이상인 2만 2872개를 분석했다. 법정서식은 전체의 47.1%인 7648개가 주민번호를 요구하고 있었다. 용도별로 신청 관련 서류(납부서·신고서·청구서 등)가 72.9%로 가장 많았고 증명 관련 서류(면허증·수료증·영수증 등) 62.7%, 통보 관련 서류(승인서·고지서·의뢰서 등) 47.3%, 조직내부 서류(연명부·건의서 등) 30.4%였다. 세분화하면 개인 증명서류 84.6%, 신고서 신청서류 74.3%, 사업체 증명서류 70.8% 순이었다. 민간서식은 전체의 42.0%에서 주민번호가 의무화돼 있었다. 연구팀은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서류의 상당수가 조사대상(인터넷 유료다운로드 서식)에서 빠져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민간서식의 주민번호 활용도는 훨씬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분야별로 행정기관 민원서식이 71.5%로 가장 높았고 세무금융 56.8%, 학교 36.9%, 회사 32.1%였다. 반면 민사법률 관련 서식은 20.8%, 채권 관련 서식은 22.0%만 주민번호를 요구하고 있다. 또 법원서식은 가압류·가처분 5.7%, 민사소송 8.0%, 계약서 작성사례 8.7% 등 10%가 안 되는 것들이 많았다. 연구팀은 “행정기관 민원서식의 주민번호 요구비율이 소송·계약 등 개인신분 확인이 필수적인 부문보다 훨씬 높다는 것은 주민번호 활용이 기계적이고 요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교수는 “주민번호는 유일하며 바뀌지도 않고 개인정보를 모두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제2의 생체정보”라면서 “주민번호 보호규정을 마련하고 국민들도 주민번호의 관행적 사용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원리설명·경험시범·이해쏙쏙

    원리설명·경험시범·이해쏙쏙

    이달부터 주5일제 근무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초등학생들의 체험학습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의 중요성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정작 학교와 자녀들에게만 맡겨 놓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렇다 보니 말이 체험학습이지 수박 겉핥기식의 눈요기로 끝나거나 시간을 때우는 데 그치기도 한다. 하지만 서울의 한 초등학교는 학생과 어머니, 교사가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마련, 인기는 물론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구로구 오류동 오정초등학교 과학실험실. 은점토로 장신구를 만드는 은공예가 한창이었다. 여느 초등학교의 과학실험과 다를 바 없는 풍경이었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학생과 교사는 물론 엄마까지 참여하고 있었다. “은점토는 왜 안 녹지?” 6학년 재영(13)이는 머리를 갸웃거렸다. 불로 가열해도 은이 녹지 않는 것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은점토로 만든 별과 하트, 십자가가 가스레인지 위에서 서서히 굳어지며 특유의 빛깔을 드러내고 있었다.“은은 뜨거우면 더욱 단단해지는 특성이 있어.” 엄마 이호경(42)씨는 아는 한도 안에서 재영이에게 자세히 설명해줬다.“960도가 넘으면 은도 녹아요.” 양정임 교사가 한마디 거들자 둘은 ‘아하 그렇구나.’라는 표정으로 실험에 빠져들었다. 옆자리에 있던 4학년 병우(11)는 다른 것이 궁금한 모양이다.“은점토는 액체야, 고체야?”“은점토는 액체인데 구우면 물기가 빠져 고체로 변해.” 엄마 이영숙(42)씨의 설명에 병우는 눈이 빠져라 은점토를 바라보았다. 과학실험이 한창인 이 모임은 일명 ‘오정 가족과학탐험대’. 지난 3월 생긴 교내 과학동아리다. 학생 20명과 학부모, 교사가 매주 수요일 교내 실험실에서 다양한 과학실험을 한다. 주5일제 수업으로 학교가 쉬는 넷째주 토요일에는 식물원과 갯벌 등지로 현장 체험학습을 떠난다. 학생들의 과학실험에 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이유는 학생들에게 일상 생활에서 경험하는 과학 원리를 부모와 함께 생각해 보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국물에 소금을 넣으면 맛이 짜지는 이유 등 생활 속에서 과학 원리를 배우면서 자녀와 부모간에 대화를 나누면 학생들의 관심도 그만큼 높아지는 데 착안했다. 엄마와 학생이 함께 배우기 때문에 학습 효과는 훨씬 높다. 학생들은 엄마가 설명해 주는 일상 생활에 응용되는 사례를 들으면서 과학에 쉽게 재미를 붙인다. 정원(11)양은 “학교 과학수업은 딱딱하지만 엄마랑 같이 배우면 모르는 것을 이해할 수 있어 저절로 재미있어진다.”고 했다. 효정(13)양도 “엄마랑 같이 얘기하면서 배우니까 지루하지 않다.”고 했다. 생활에 밀접한 실험이 많다 보니 학생들의 호기심과 흥미도 커진다. 어머니 노여정(39)씨는 “지난주 전기회로를 배운 뒤 아이에게 ‘컴퓨터는 전기회로로 구성돼 있다.’고 알려주자 ‘컴퓨터를 뜯어 보겠다.’며 평소에 없던 강한 호기심을 보였다.”며 놀라워했다. 엄마와 함께 실험을 하기 때문에 실험에 따른 위험 부담도 줄어든다. 야빈(13)양은 “금속재료를 땜질하거나 물질을 연소시킬 때 불이나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겁이 났지만 엄마랑 같이 하면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동아리의 가장 큰 효과는 부모와 자녀간에 유대관계를 돈독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어머니 은경희(39)씨는 “예전에는 아이가 학교생활에 대해 얘기를 통 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호박 기르기’와 ‘목화 기르기’ 등 공통 관심사가 생겨 더 친해졌다.”며 미소지었다. 정미숙(43)씨는 “지난 5월말 현장 체험학습을 하러 여주 천문대에 갔는데 아이가 요즘 학교에서 별자리에 대해 배운다는 것을 알게 돼 저녁 시간에 함께 산책하면서 북두칠성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호경(42)씨는 “최근 경기도의 한 식물원에서 현장 체험학습을 하면서 아이와 함께 자생식물의 이름을 알아맞히면서 아이와 눈높이가 같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자녀와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했다. 학생들을 위한 동아리이지만 학생들만 배우는 것은 아니다. 어머니도 자녀에게서 평소 알지 못했던 창의성과 다양성을 찾고 배운다. 한상희(41)씨는 “양초를 만들 때 얼음으로 구멍을 내는 과정이 있었는데 어른은 같은 크기의 구멍을 가지런히 냈는데, 아이는 크기가 다른 구멍을 이곳 저곳 가리지 않고 내는 것을 보면서 아이의 창의성을 알게 됐다. 고 했다. 하미정(38)씨는 “현장 체험학습으로 서해안 대부도와 강화도 갯벌에 갔었는데 내가 느끼지 못했던 두 곳의 차이점을 아이가 자세히 말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유정현 연구부장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만 과학을 접하는 반면 동아리 학생들은 학부모와 대화하면서 과학에 대한 자극을 늘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어머니는 재교육을 받고, 학생은 학습 욕구를 얻는 효과가 있다.”며 학부모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의 장점을 설명했다. 양정임 교사는 “가정과 학교를 연결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냥 놀면서 보낼 토요 휴무일을 공부도 하고 레저활동도 하는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실험과 현장체험 학습 실생활 탐구능력 키워 가족과학탐험대는 과학에 흥미를 갖고 실생활에서 스스로 탐구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따라서 교육은 실생활과 관련된 재미있는 실험과 현장체험학습으로 구성돼 있다. 매주 수요일에 실시하는 과학실험은 ‘물질의 상태변화’와 ‘생물의 생명력 실험’,‘지시약 만들기’ 등 모두 30개의 주제로 짜여 있다. 이 가운데 껍데기가 열릴 때까지 조개를 가열하는 ‘생물의 생명력 실험’은 실제 조개탕을 끓일 때 원리를 살펴볼 수 있다. 고체와 액체, 기체 등 파라핀의 상태변화를 관찰하는 ‘물질의 상태변화’도 생활 속에서 양초를 만드는 방식과 같다. 이들 주제는 변화의 모습이 뚜렷해 실험보고서를 쓰기 쉬운 공통점이 있다. 변화를 쉽게 느낄 수 없으면 학생들이 싫증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매월 학교 휴무일인 넷째주 토요일에 실시하는 현장체험학습은 별자리를 관측하는 세종천문대와 개부처손과 깽깽이풀 등 희귀·멸종위기 식물들을 다수 보관하고 있는 한택식물원, 공룡알 화석지 등 과학교육에 꼭 필요한 10여개 과학 현장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이다. 가족과학탐험대의 교육 수준은 초등학교 교육 과정보다 조금 심화된 중학교 1∼2학년 수준이다. 현재 인원은 학생 20명와 학부모 20명, 교사 3명이다.4∼6학년 학생 가운데 희망자를 선착순으로 뽑는다. 학부모 참여는 필수요건이다. 올 첫 해부터 신청자가 많이 늘어 내년부터는 4∼6학년 각 2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수업은 무료다. 서울 남부교육청에서 연간 200만원을 활동비로 지원하고 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이종산 오정초등학교 교장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살리는 길만이 침체된 과학교육을 되살릴 수 있습니다.” 오정초등학교 이종산(57)교장은 “과학 교육은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 목표인데, 이를 위해서 과학을 즐길 수 있는 주변환경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가족이 과학을 함께할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가족과학탐험대를 시작한 이후 학생들의 호기심이 왕성해져 이메일을 통해 과학과 관련한 다양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면서 “특히 과학에 무관심하던 학부모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장이 가족과학탐험대를 만든 것은 과학교육에 늘 아쉬움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예전에는 작은 실험 하나를 하더라도 직접 냄새를 맡고 조작해 보면서 흥미와 호기심을 보였는데 요즘은 과학실험 과정을 담은 비디오와 CD가 실험을 대체해 학생들이 재미를 느끼지 않게 됐습니다.” 그는 “오늘날 과학교육이 뒤처진 데는 신경쓸 것이 많은 실험을 부담스러워해 미디어로 편하게 수업을 하는 교사들의 책임도 크다.”면서 “이 문제를 고민하다가 어머니와 함께하는 실험과 현장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옛 제자들이 이공 계열 교수가 된 모습을 보면서 어린 시절 흥미가 진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학생들이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교사의 소임”이라고 말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희귀 화분 10여종 270개 학생들이 가꾸며 관찰 오정초등학교에는 또 하나의 ‘명물’이 있다. 바로 학생들이 아무 때나 관찰할 수 있는 ‘교재 식물원’이다. 교내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설치한 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교문에서 교실까지 교과서에 나오는 40여종의 식물 가운데 서울에서 보기 어려운 식물을 화분에 심어 놓은 것이다. 인터넷과 사진을 통해서만 식물을 볼 뿐 직접 냄새를 맡고 만져 보기 어려운 도시 학생들을 위한 배려다. 종류는 벼와 밀, 목화, 옥수수, 조롱박, 파초, 호박, 수세미, 파초호박오이 등 모두 10여종, 화분만 270여개에 이른다. 이를 가꾸는 것은 학생들 몫이다. 전교생이 각자 관찰하는 식물이 한 가지씩 있고 화분 한 개당 5명의 학생이 관찰한다. 학생들은 매일 한 차례 등교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자기가 맡고 있는 식물을 관찰하고, 매주 한 차례 일지를 적어낸다. 오는 10월에는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1년 동안 정성껏 기른 벼를 탈곡한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쌀을 생산하는 것이다. 지난 5월에는 밀을 수확해 ‘밀 튀겨먹기’ 행사도 열었다. 이밖에도 본관에 설치된 민물고기 수족관도 자랑거리다. 하천에서 놀 기회가 거의 없는 도시 학생들을 위해 미꾸라지와 메기, 다슬기 등 민물어류를 기르고 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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